[장형마츠] Red tear -1-
* 센티넬버스 1편입니다. 세계관에 대한 간단한 설명은 소설 내에 언급되어 있으나 자세한 설정은 구글에게 물어보세요ㅎㅎ
* 공미포 7,977자. 오탈자는 추후 수정하겠습니다.
* 이야기가 진행됨에 따라 캐붕이 있을 수 있습니다.
* 부족한 글이지만, 재미있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1.
부드러운 털을 쓸어주는 이치마츠의 손길에 고양이가 가르랑거렸다.
느긋하게 두 눈을 감았다 뜨며 친애의 인사를 건네는 고양이에게 이치마츠가 미소로 화답했다.
“오늘 오후 3시경, 경찰은 ‘다케다군(18세) 실종 사건’을 공식적으로 「팔콘(falcon)」에 의한 ‘납치 사건’으로 정정 발표하였습니다. 따라서 다케다군(18세)은 센티넬 우월주의 테러 집단인 「팔콘」이 주도한 ‘가이드 납치 사건’의 13번째 피해자가 되었습니다. 따라서 경찰은─”
환한 빛을 내며 어두운 방 안을 밝히는 TV 화면을 오소마츠가 멍청히 바라보았다.
거실 한편에 모로 누워 엉덩이를 벅벅 긁으며 하품하는 오소마츠의 얼굴은 지극히 담담했다.
벌써 10명이 넘는 사람이 납치되었다는 흉흉한 소식에 이치마츠가 오소마츠의 눈치를 살폈다.
차분한 말투의 아나운서가 전하는 소식에 귀를 기울인 이치마츠와 달리, 오소마츠는 무표정한 얼굴로 묵묵히 TV를 바라보고 있었다.
“우왓! 뭐야? 왜 불도 안 켜고 있어?!”
스륵- 거실문을 열고 나타난 막내 토도마츠의 목소리에 이치마츠가 고개를 돌렸다.
베이지색 비니를 쓰고 형제 맞춤의 분홍색 후드를 입은 토도마츠의 손엔 크림색 가방이 들려있었다.
“토도마츠, 어디 나가?”
“응-. 친구들하고 약속 있어서.”
토도마츠가 거실 전등의 스위치를 키자, 순식간에 환해진 거실의 모습에 이치마츠는 새삼 거실이 얼마나 어두웠는지 깨달았다.
어깨를 흘러내리는 가방을 고쳐 멘 토도마츠가 “그럼 다녀올게~.” 하고 인사하며 거실을 나섰다.
“엑!? 토도마츠, 어디 나가?”
이치마츠와 토도마츠 대화 내내 TV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던 오소마츠가 물었다.
현관을 향하던 걸음을 멈추고 딱딱하게 굳은 표정으로 뒤돌은 토도마츠가 “어….” 하고 떨떠름하게 대답했다.
“안 돼! 위험해! 아까 뉴스 나온 거 안 봤어?!”
“무슨 뉴스?”
“‘가이드 납치 사건’이 또 일어났대.”
2층에서 외출 준비를 하느라 뉴스를 듣지 못한 토도마츠에게 이치마츠가 오소마츠를 대신해 대답했다.
“아….” 하고 작은 신음을 흘린 토도마츠가 애써 미소 지으며 손을 흔들었다.
“에이-, 그런 거 안 만나~”
“안 됩니다. 횽아는 허락 못해요~”
“엑….”
“그러니까, 같이 나가자.”
“에엑-!?”
노골적으로 인상을 찌푸리고 고개를 거세게 흔들며 거부하는 토도마츠를 가볍게 무시한 오소마츠가 몸을 일으켰다.
복도에 선 토도마츠의 어깨에 팔을 올리고 “자, 가자!” 하고 밝게 외치는 오소마츠의 목소리에 토도마츠가 발을 쿵쿵 구르며 짜증을 냈다.
“아! 진짜로 아무 일 없을 거라니깐!? 납치된 사람들 전부 관리국에 등록된 가이드였잖아!! 나는 일반인으로 등록되어 있으니까 괜찮다고!!”
“자, 가~자~! 토도마츠~”
“오소마츠 형!! 진짜 오버라니까!? 이치마츠 형도 말 좀 해줘!! 괜찮을거라고!”
“잘 다녀와~ 둘 다.”
“아악!!!”
간절히 이치마츠를 바라보는 토도마츠의 애원하는 눈빛에, 빙긋- 미소지은 이치마츠가 설렁설렁 손을 흔들며 둘을 배웅했다.
제 말을 전혀 들어주지 않는 형들의 횡포에 토도마츠가 발을 동동 구르며 짜증을 터뜨렸다.
싫다, 과보호다, 꽥꽥 떠드는 토도마츠의 말을 한 귀로 흘리며, 현관으로 성큼성큼 걸어간 오소마츠가 아직 거실에 앉아있는 이치마츠에게 말했다.
“다녀올 테니까, 얌전히 집 지키고 있어~. 모르는 사람한텐 절대 문 열어주지 말고! 우리 나가자마자 문 잠그고.”
“응, 다녀오세요.”
이미 성년의 나이를 지난 이치마츠에게 마치 어린아이에게 이르듯 당부에 당부를 거듭한 오소마츠가 현관문을 열었다.
아무리 짜증을 내고 거부해도 듣는 척도 하지 않는 형들의 모습에 토도마츠도 결국 포기했는지, 체념한 얼굴로 오소마츠의 뒤를 따랐다.
현관문이 닫히고 오소마츠와 토도마츠의 발소리가 멀어지자, 이치마츠가 무거운 몸을 일으켜 현관문의 걸쇠를 잠갔다.
2.
“진짜 과보호야.”
치솟는 짜증에 절로 목소리에 날이 섰다.
앞서 걸어가는 오소마츠 형의 등을 보며 입을 삐죽 내밀고 투덜대자, 오소마츠 형이 빙글 몸을 돌려 나를 응시했다.
“별로 과보호 아니잖아~? 요즘 세상이 얼마나 흉흉한데, 톳티-.”
“그 별명으로 부르지 말랬지!! 그리고 내가 한두살 먹은 애도 아니고! 내 몸 정도는 지킬 수 있거든?!”
“아, 눼-. 그러십니까아~”
“오소마츠 형!”
태평한 얼굴로 짧게 웃은 오소마츠 형이 다시 몸을 돌려 앞서 걷기 시작했다.
이 이상 무슨 말을 해도 오소마츠 형이 귀담아 들을 리 없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어, 큰 한숨을 내쉬고 입을 다물었다.
거리의 모습은 평상시와 같았다.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은 저마다 웃고 있거나, 무표정이거나, 전화를 하고 있거나, 화를 내고 있었다.
인도를 사이에 두고 두 줄로 길게 늘어선 상가에서는 커다란 음악소리가 새어 나왔다.
마을에서 가장 큰 전자 상가를 스쳐 지나가자, 전시된 TV에 비친 아나운서가 진중한 표정으로 오늘의 뉴스를 전하고 있었다.
“센티넬 테러 집단인 「팔콘」은 센티넬만을 위한 국가를 위해 정부가 충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 않다는 성명과 함께 앞으로 이어질 테러를 예고했습니다. 이에 「센티넬-가이드 관리국」은 강력하게 「팔콘」을 비난했으며, 그 어떤 테러가 발생하더라도 모든 국민들을 최우선적으로 지킬 것을 다짐하였습니다. 이어 「센티넬-가이드 인권 위원회」는─”
“토도마츠, 잠깐 은행 좀 들리자.”
“응?”
무의식적으로 뉴스에 향해 있던 시선을 돌리자, 씩- 장난스런 미소를 지은 오소마츠 형이 은행을 향해 방향을 바꿨다.
“은행은 왜?”
“생활비 다 떨어졌어.”
“월 초입니다만?!”
“응~, 그러게-”
“오소마츠 형, 진짜 진지하게 일 좀 해! 남은 돈도 얼마 없는데! 맨날 도박으로 날려먹고!!”
발등에 불똥이라도 떨어지지 않는 한, 절대로 일하지 않겠다고 말하며, 오소마츠 형은 느긋하게 걸어 은행 안으로 들어갔다.
정말이지, 우리 집에서 제대로 정신을 차리고 있는 사람은 나 밖에 없다.
다시 한 번 더 아르바이트라도 하라는 잔소리를 늘어놓으며, 번호표를 뽑는 오소마츠 형 옆에 섰다.
3.
이 세계엔 ‘센티넬’과 ‘가이드’라 불리는 특수한 사람들이 있다.
‘센티넬’은 일반인보다 오감이 예민하고 날카로우며, 뛰어난 신체능력과 더불어 초능력을 지니고 있다.
전체 인구의 0.0001%를 차지하고 있는 ‘센티넬’은 각 개체마다 다양한 능력을 지니고 있으며, 그 능력은 S ~ E등급까지 다양한 능력차이를 보인다.
대체로 ‘센티넬’의 평균 능력은 C~B급으로, 그 이상의 능력을 지닌 A급이나 S급의 능력자는 굉장히 희귀하다.
처음 ‘센티넬’이라는 존재가 연구되어 세상에 알려졌을 때, ‘센티넬’들은 영웅처럼 여겨졌다.
보통의 인간은 꿈도 꿀 수 없는 능력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그들은 만화책 속에서 튀어나온 ‘영웅’ 그 자체였다.
하지만 무엇이든 빛이 있으면 어둠이 있었다. ‘센티넬’ 중에서는 자신의 능력을 올바른 일이 아닌 제 욕망을 위해 사용하는 자들이 있었고, 또 ‘센트럴’ 특유의 예민한 오감은 그들의 정신을 불안정하게 만들어 폭주를 유도했다.
정신이 무너진 ‘센티넬’의 폭주 사건이 전 세계에서 일어난 후에야 ‘가이드’의 존재가 밝혀졌다.
‘가이드’는 외견으로는 보통의 사람들과 같지만, ‘센티넬’의 정신을 안정시키는 힘이 있었다.
'가이드'도 그 능력에 따라 S ~ E급의 등급이 있었고, A등급 이상의 ‘가이드’ 수는 ‘센티넬’보다 적었다.
세계의 각 국가는 ‘센티넬’의 능력을 올바른 일에 쓰고, 폭주를 막기 위해 「센티넬-가이드 관리국」을 설립하였다.
관리국에 등록된 ‘센티넬’과 ‘가이드’는 국가의 보호를 받으며, 관리국은 각자의 능력에 맞는 일을 부여 받았다.
「관리국」의 출범으로 ‘센티넬’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은 우호적이 되었다.
등록된 ‘센티넬’들은 국가를 위해 봉사하는 봉사자이자 영웅이었다.
하지만, 존재하는 모든 ‘센티넬’이 「관리국」에 등록되어 관리되지는 않았다.
전 세계적 기구인 「센티넬-가이드 인권 위원회」에 의해 강제적인 등록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관리국」에 등록을 할지 말지는 ‘센티넬’ 개인의 자유에 맡겨졌고, 일부 과격한 ‘센티넬’들은 「관리국」에 등록되는 것을 거부하고 범죄자가 되었다.
그들은 ‘아웃로-(outlaw)’라 불렸다.
‘아웃로-’들은 대체로 ‘센티넬’이 가장 우수한 인간이라는 주장을 펼쳤고, 센티넬 우월주의를 신봉했다.
그들은 아직 제대로 각성이 이루어지지 않은 ‘가이드’들을 납치해 세뇌하여 자신들의 부하로 만들었다.
최근 한창 뉴스에 나오고 있는 조직인 「팔콘」은 센티넬 우월주의자들의 테러 집단으로 ‘아웃로-’들이 만든 집단 중 가장 큰 세력을 자랑했다.
이들은 각성도 하지 않은 어린 ‘센티넬’들과 ‘가이드’들을 납치하여 세뇌하는 더러운 수단을 거리낌없이 사용하였으며, 수많은 테러로 민간인들에게 피해를 준 집단이었다.
현 「관리국」의 가장 큰 적이자, 반드시 처단해야 할 절대적 ‘악’이 바로 그들이었다.
4.
은행원이 건네는 지폐를 주머니에 대충 쑤셔 넣은 오소마츠 형이 의자에서 일어섰다.
“안녕히가세요.” 하고 인사를 건네는 은행원 누나에게 꾸벅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오소마츠 형의 뒤를 따랐다.
“나가자.”
“형, 나 이제 친구들 만날 시간인데….”
“응, 알겠다고~ 다 놀고 나면 연락해. 데리러 나올게.”
“내가 애도 아니고….”
“토도마츠.”
“하아~, 알겠어.”
오소마츠 형의 부름에 한숨을 섞어 대답했다.
내 대답에 만족했는지 굳었던 표정을 풀고 평소의 장난스러운 얼굴로 돌아온 오소마츠 형이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거친 손짓이었지만, 내 머리를 쓰다듬는 손길은 부드러웠다.
오소마츠 형과 별것 없는 사소한 이야기를 나누며 은행 문 앞으로 걸어간 순간, 커다란 굉음과 함께 땅이 흔들렸다.
“엣!? 뭐, 뭐야!?”
놀라 묻는 내 목소리가 떨렸다.
오소마츠 형은 긴장한 얼굴로 내 앞에 뛰어와 나를 감싸 안았다.
나를 꼭- 안은 오소마츠 형의 팔 사이로 보이는 은행 문 너머 땅이 크게 흔들리더니 곧 문 앞에 커다란 흙더미가 쌓였다.
완전히 막혀버린 출구를 앞에 두고 제대로 상황을 파악할 틈도 없이 손님 사이에 숨어있던 자들이 복면을 쓰고 일어섰다.
“전원 엎드려!!!”
TV에서만 봤던 권총을 들고 외치는 남자의 모습에 온몸이 얼어붙었다.
은행 안에 있던 적지 않은 사람들이 저마다 비명을 지르며 떨었다.
“엎드리라고!!”
‘탕!’ 하는 총성과 함께 남자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천장을 향해 쏘아 올린 총은 진짜였다.
비명도 잊을 정도로 겁먹은 사람들은 남자의 외침에 따라 두 손을 들고 바닥에 엎드렸다.
오소마츠 형은 작게 혀를 차고, 나를 팔에 안은 채 엎드렸다.
“토도마츠, 가만히 있어.”
“…으, 응.”
작게 속삭이는 오소마츠 형의 목소리에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 겪는 지금 이 상황에 정말로 아무 생각도 떠오르지 않았다.
고개를 푹 숙이고 바닥만을 보는 나와 달리 오소마츠 형은 눈치를 봐가며 고개를 들어 상황을 살폈다.
강도들을 자극하지 않고 침착하게 상황을 파악하는 오소마츠 형의 ‘형’다운 모습에 어쩐지 괜찮을 것이라는 낙관이 샘솟았다.
은행을 습격한 강도들은 빠른 속도로 은행장을 협박해 금고를 열었고, 들고 있던 검은 가방은 금새 돈더미를 삼켜 빵빵해졌다.
돈으로 가득 찬 가방을 든 강도들은 탈출 경로까지 준비해놓았는지, 은행의 뒷문으로 하나 둘 빠져 나갔다.
“어이, 잠깐. 거기 너!”
마지막으로 인질들을 향해 “닥치고 가만히 있어!”하고 외치고, 쭉- 사람들을 둘러보던 강도 하나가 손가락을 들어 나를 가리켰다.
복면 사이로 보이는 눈빛과 마주하자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숨을 삼키고 눈을 피했지만, 남자는 “이리 와.” 하고 내게 손짓했다.
“토도마츠, 움직이지 말고. 천천히 호흡해.”
나를 껴안고 있는 오소마츠 형이 팔에 힘을 주어 나를 누르고 속삭였다.
두려움과 불안으로 흔들리는 눈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남자는 내가 움직이지 않자 쯧- 하고 혀를 차고 크게 외쳤다.
“이리로 텨 오라고!!”
당장이라도 내게 총을 겨눌 기세로 외치는 남자의 모습에 입술이 떨렸다.
오소마츠 형은 여전히 나를 꽉 붙잡고 놔주지 않았고, 공포로 얼어버린 내 몸은 손가락 하나 움직이지 않았다.
“야, 내 말이 안 들려? 아님 겁나 우스워?”
결국 참지 못한 남자가 총구를 내게 겨누고 서서히 다가왔다.
방아쇠에 걸린 그의 손가락이 조금이라도 까딱하는 순간, 나는 이 세상과 작별해야 한다는 죽음의 공포가 호흡까지 빼앗았다.
“야! 빨리 와!!”
“잠깐 기다려 봐! 이 새끼 ‘가이드’라고!”
뒷문으로 도망쳤던 강도 일행 하나가 얼굴을 내밀고 외쳤다.
내게 총구를 겨눈 남자가 팔을 휘두르며 일행에게 대답했다.
남자가 일행을 향해 고개를 돌리고 틈을 보인 그 순간, 나를 누르고 있던 오소마츠 형이 일어나 남자가 들고 있던 총을 잡았다.
“무슨!?”
“내 동생한테 손 대지 마.”
순식간에 총이 붉은 화염에 휩싸였다.
눈 앞에 일어난 불길에 남자가 놀라 총을 놓았다.
바닥에 떨어진 총은 시뻘건 불길 속에서 천천히 녹아 바스라졌다.
남자는 눈을 크게 뜨고 오소마츠 형을 보며 “센티넬이었나….” 하고 중얼거렸다.
오소마츠 형이 불꽃을 피워 남자를 공격하려는 순간, 시끄러운 사이렌 소리와 함께 은행 문 너머로 수 많은 경찰차가 모여들었다.
“우리는 「관리국」이다! 너희는 포위되었다. 순순히 항복하고 나와!”
스피커폰으로 증폭된 외침이 은행 안까지 닿았다.
오소마츠 형이 공격을 멈추고 주춤거린 때를 노려 남자가 오소마츠 형을 밀치고 뒷문으로 달려나갔다.
“오소마츠 형!!”
“토도마츠! 얌전히 여기서 기다려!!”
도망치는 남자의 뒤를 쫓아 오소마츠 형이 뒷문으로 뛰어가며 외쳤다.
곧 강도들이 모두 도망친 은행 안으로 「관리국」사람들과 경찰들이 들어왔다.
은행 직원들과 손님이었던 일반인들 모두 경찰들의 호위를 받으며 무사히 은행 밖으로 빠져나갈 수 있었다.
5.
남자의 뒤를 쫓아 뛸수록 오소마츠의 의심은 확신으로 바뀌었다.
‘센티넬’은 일반 인간보다 오감이 뛰어났다. 개중엔 특히 감식능력이 뛰어난 자들이 있었다.
각성도 하지 않은 ‘가이드’와 ‘센티넬’도 잡아낼 수 있는 감식(search)에 특화된 능력을 가진 ‘센티넬’들은 「관리국」과 「팔콘」에 속해 있었다.
오소마츠는 그 정도까지 감이 예민하진 않았지만, 은행을 습격한 사내들에게 묻어나는 희미한 그 기운은 충분히 알아챌 수 있었다.
다른 이의 기운이라면 몰라도, 자신과 같은 느낌을 가진 그 기운은 어릴 적 항상 그의 곁에 있었던 이의 것이었다.
어느새 사라진 남자의 뒤를 쫓던 오소마츠가 방향을 바꾸어 기운이 강하게 느껴지는 곳으로 뛰었다.
거친 숨을 몰아 쉬며 도착한 공터에서 오소마츠가 크게 숨을 들이마시고 크게 외쳤다.
“카라마츠!! 쥬시마츠!!”
은행을 습격한 강도들이 무사히 도망칠 수 있도록 엄호하던 카라마츠와 쥬시마츠가 어깨를 떨었다.
검은 후드를 뒤집어쓴 카라마츠가 쥬시마츠에게 손짓하자, 쥬시마츠는 남은 강도들과 함께 자리를 떴다.
공간 이동 능력자가 있었는지, 공간을 이동할 수 있는 포탈 너머로 사라지는 동생의 모습에 오소마츠가 다시 땅을 차고 뛰었다.
“쥬시마츠!!!”
“멈춰라, 오소마츠. 네 상대는 나다.”
사라져가는 쥬시마츠를 붙잡으려는 오소마츠의 앞을 막아선 카라마츠가 차갑게 내뱉었다.
발을 멈춘 오소마츠가 얼굴을 일그러뜨리고 호흡을 멈췄다.
“카라마츠, 대체 왜 너희가 저런 놈들과 같이 있어?”
“네게 대답해줄 이유는 없군.”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왜 돌아오지 않았어!!! 사지 멀쩡히 살아있으면서 왜?!!”
“버릴 땐 언제고, 이젠 왜 돌아오지 않았나 추궁하는 건가…. 제멋대로도 정도가 있다.”
“…하?”
“시치미 뗄 생각인가?”
카라마츠의 말에 눈을 크게 뜨고 멍청한 신음을 흘리는 오소마츠가 눈을 깜빡였다.
오소마츠를 노려보는 카라마츠의 시선에 경멸이 담겼다.
벌레 보듯 오소마츠를 혐오스럽단 눈길로 응시하는 카라마츠와 마주한 오소마츠의 눈이 흔들렸다.
“…네가 무슨 말하는지 모르겠어…. 카라마츠, 부탁이니까…. 형아한테, 돌아와.”
카라마츠의 언동에 카라마츠가 뭔가 오해를 하고 있는 것을 깨달은 오소마츠가 카라마츠에게 손을 내밀었다.
카라마츠에게 내민 손은 덜덜 떨리고, 간절히 카라마츠를 바라보는 오소마츠의 목소리는 불안에 잠겨 있었다.
10년만에 만난 동생이었다. 오소마츠는 정말로 간절히 카라마츠를 바라보았다.
돌아와달라는 마음을 담은 오소마츠의 부탁은 냉혹한 카라마츠의 공격 앞에 산산이 부서졌다.
“…네 놈은 내 형이 아니다.”
카라마츠는 공터 옆에 흐르던 작은 개천의 물을 끌어와 물대포처럼 오소마츠를 향해 물을 쏘았다.
빠른 속도로 날아오는 물줄기를 간신히 피하자, 오소마츠가 서 있던 땅에 커다란 구덩이가 패였다.
한 방이라도 제대로 맞는다면 내장은 물론이고 뼈도 무사하지 않을 정도의 위력에 오소마츠의 얼굴에서 핏기가 가셨다.
“카, 라마츠!!”
“….”
오소마츠의 비참한 외침에도 카라마츠의 눈빛은 변하지 않았다.
한 번 더 개천에서 끌어올린 물을 쏘려는 순간, 카라마츠의 귀에 꽂혀있던 소형 무전기에서 후퇴하라는 명령이 내려왔다.
일반인에겐 들리지 않는 작은 소리였지만, ‘센티넬’인 오소마츠에겐 바로 옆에서 들려오는 소리처럼 똑똑히 들렸다.
낯설지 않은 무전기 너머의 목소리에 ‘그’의 기억이 머릿속을 관통했다.
‘아냐, 설마…. 아니지…?’
제대로 초점조차 맞추지 못할 정도로 흔들리는 두 눈에 비친 카라마츠는 공중에 머물러있던 물을 공중에 퍼뜨렸다.
순식간에 공터 가득 뿌연 안개가 퍼졌고, 오소마츠의 시야도 완전히 가로막혀 한 치 앞도 볼 수 없었다.
“카라마츠!!!”
전신에 기운을 보아 넓은 공터 가득 퍼진 오소마츠의 불길에 눈 깜짝할 새에 뿌연 안개가 증발해 사라졌다.
하지만 텅 빈 공터에 카라마츠의 모습은 이미 사라진 후였다.
6.
힘없이 발을 끌며 은행으로 돌아온 오소마츠에게 경찰의 조사를 받던 토도마츠가 뛰어갔다.
오소마츠의 몸을 꽉 안아주며 “오소마츠 형, 괜찮아? 다친데 없어?” 하고 걱정하는 토도마츠에게 간신히 옅은 미소를 보여준 오소마츠가 토도마츠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목격자 신분으로 간단한 경찰 조사를 받은 후, 집에 돌아온 오소마츠와 토도마츠를 이치마츠가 반겼다.
“다녀왔습니다.”
“….”
“오소마츠 형?”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이치마츠의 마중에 대답한 토도마츠와 달리 묵묵히 입을 다문 오소마츠의 모습에 이치마츠가 고개를 기울였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냐고, 토도마츠에게 눈짓으로 물었지만 토도마츠도 고개를 저을 뿐 이유는 알지 못했다.
오소마츠의 침묵에 당황하는 두 동생을 스쳐 거실로 들어간 오소마츠가 말했다.
“이치마츠, 토도마츠. 이리와 앉아봐.”
오소마츠의 낮은 목소리에 뭔가 심상치 않음을 짐작한 두 동생은 말없이 오소마츠의 앞에 앉았다.
무거운 침묵 가운데 똑딱거리는 시계 초침이 평소보다 크게 울렸다.
고개를 숙인 오소마츠의 표정은 그늘에 가려 전혀 보이지 않았다.
꿀꺽- 마른침을 삼킨 이치마츠와 토도마츠가 오소마츠를 바라보았다.
“…오늘, 카라마츠랑 쥬시마츠를 봤어.”
““!!!””
10년 전에 사라진 형제의 이름에 토도마츠와 이치마츠가 호흡을 멈췄다.
눈을 크게 뜨고 믿어지지 않는단 얼굴을 한 두 동생을 똑바로 응시하며 오소마츠가 말을 이었다.
“내일, 나는 「관리국」에 갈거야.”
“…에? 오소마츠 형, 「관리국」이라니…?”
“왜 가는데?”
“「관리국」에 ‘센티넬’로서 등록할거야.”
오소마츠의 말에 토도마츠가 입을 벌렸다.
지금까지 의도적으로 「관리국」에 센티넬 등록을 하지 않았던 오소마츠의 일방적인 선언에 토도마츠가 말을 잃었다.
조심스럽게 잔잔한 눈빛으로 오소마츠를 살피던 이치마츠가 물었다.
“왜? 왜 갑자기 등록하겠다고 하는 건데?”
“「관리국」에서 ‘녀석들’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서.”
비장한 표정으로 담담히 대답하는 오소마츠를 빤히 응시한 이치마츠가 눈썹을 찌푸리고 말했다.
“그럼 나도 같이 등록할래. 나는 ‘가이드’니까, 오소마츠 형과 팀을 짜면….”
“안 돼. 이치마츠.”
“왜….”
“「관리국」에 등록된 센티넬은 위험한 일에 불려가는 경우가 많아. 당연히 ‘가이드’도 따라가게 될 거고. 나는, 너희들만큼은 다른 사람들처럼 평범하게 살아가길 바래.”
“….”
이치마츠는 오소마츠의 마지막 말에 목구멍까지 올라온 말을 삼켰다.
흔들리지 않는 오소마츠의 눈빛은 이미 모든 것을 각오한 자의 것이었다.
“알겠어.” 하고 작게 수긍하는 이치마츠를 이어 가만히 두 형의 대화를 듣고 있던 토도마츠도 하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센티넬-가이드 관리국」이라 쓰인 커다란 건물 앞에 선 오소마츠가 한숨을 내쉬었다.
계속 피해왔던 일을 눈앞에 둔 현 상황에 작게 욕지거리를 던지며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토, 토토코?”
“오소마츠 군, 어서 와.”
자동문 너머 나타난 오랜 소꿉친구가 은은한 미소와 함께 오소마츠를 반겼다.
7.
관리국 보고서 #1
이름 : 마츠노 오소마츠
등록번호 : 6001
등급 : 센티넬 A급
능력 상세 :
불을 의지에 따라 자유자재로 다룬다.
연소에 필수적인 산소가 없어도 불을 피울 수 있으며, 원하는 물질만을 불태울 수 있는 선택적 연소가 가능하다.
단순한 불(화염)이 아니기에 응용할 수 있는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담당 가이드 : 없음 (미배정)
담당 감시관 : 요와이 토토코
* 격주 연재이며 2편은 다음주 주말(4/1~4/2)에 올라옵니다.
* 오소마츠가 사기캐입니다.
*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