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캐러](호러주의) 마츠노 오소마츠는 ─인 적이 있다
* 주의! 호러입니다. 약간 고어가 들어가 있습니다. (심하진 않아요..)
* 곧 할로윈이라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한번 써 봤습니다.
* 처음 써보는 호러...ㅎㅎ
* 부족한 글이지만 재미있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마츠노 오소마츠는 ―인 적이 있다.
1.
‘그 날’은 이치마츠가 항상 지내던 일상과 지극히 닮아 있는 그런 평범한 날이었다.
점심 때가 다되어 일어나, 형제들과 함께 점심식사를 하고 고양이 캔을 챙겨 나와 길고양이 친구들에게 밥을 챙겨주고 질질 슬리퍼를 끌며 집으로 돌아가는 길. 항상 보던 익숙한 풍경을 눈에 담은 채, 이치마츠는 집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사람을 대하는 것이 서툴러 많은 사람들이 다니는 큰 길로는 가지 않는 이치마츠는 ‘그 날’도 골목 골목 사이로 걸어 다니며 집을 향했다.
아무리 골목길이 얽혀있는 동네라고 해도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일단 큰 길로 한번 나와야 했다.
쯧- 혀를 차며 골목에서 큰 길로 나온 이치마츠가 눈 앞에 보이는 광경에 말을 잃었다.
처참하다고 밖에 할 수 없는 그 모습에 털썩 땅바닥에 주저 앉은 이치마츠의 눈 앞에 빨강이 멈춰 섰다.
“이치마츠?”
후드에 손을 꽂고 어슬렁거리던 오소마츠가 주저 앉은 이치마츠 앞에 섰다.
오소마츠를 올려다보는 이치마츠의 눈빛은 심하게 떨리고 있었다.
창백하게 뜬 이치마츠의 얼굴에 오소마츠가 눈썹을 찡그리고 무릎을 구부리고 앉아 이치마츠와 눈을 맞췄다.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오소마츠의 질문에 이치마츠는 목소리를 낼 수도 없었다.
떨리는 팔을 들어 도로 한복판을 가리킨 이치마츠를 따라 오소마츠가 고개를 돌렸다.
이치마츠의 손 끝에 처참하게 뭉개진 고양이가 누워있었다.
차에 치인 걸까, 아니면 산채로 커다란 바퀴에 짓밟힌 것일까, 고양이의 사체는 이미 고양이라고는 할 수 없는 형태의 고깃덩어리에 가까웠다.
머리는 터져 납작하게 눌려 있었고, 내장은 그 흉측한 형태를 전부 드러내고 있었다.
도로 곳곳에 한 때는 윤기 흐르던 고양이 털이 이리저리 바람에 날리고 있었다.
이미 검은 색으로 변한 피는 온 바닥에 진흙마냥 문대져 있었다.
얕은 숨을 내쉬며 떨고 있는 이치마츠를 한 번 쳐다본 오소마츠가 팔에 끼고 있던 비닐봉지를 들었다.
집에서 가까운 편의점 마크가 커다랗게 찍혀있는 비닐 봉지에서 담배 한 갑과 주스를 꺼낸 오소마츠가 아직 차가운 주스를 이치마츠에게 건넸다.
망연히 오소마츠가 건넨 주스를 잡은 이치마츠를 뒤로 하고 오소마츠가 비닐 봉투를 거꾸로 뒤집어 조심스럽게 고양이의 사체를 담았다.
납작하게 눌려 도로에 붙어버린 딱딱한 사체를 비닐 봉투에 넣은 오소마츠가 이치마츠에게 외쳤다.
“묻어주러 가자.”
오소마츠의 말에 이치마츠가 떨리는 몸을 억지로 일으켰다.
오소마츠에게 다가가 오소마츠의 손에 들린 비닐 봉지를 본 순간, 이치마츠의 공허한 눈에서 금새 커다란 눈물 방울이 흘러 내렸다.
입술을 꽉 깨물고 소리를 내지 않으려 소매로 입을 가리고 흐느끼는 이치마츠의 머리를 오소마츠가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었다.
공원으로 향하는 길. 여전히 고개를 푹 숙이고 눈물을 흘리고 있는 이치마츠의 한 손을 잡고 오소마츠가 앞서 걸었다.
공원으로 향하는 길 중간에 있는 잡화점에서 작은 모종삽을 산 오소마츠가 그대로 이치마츠를 끌고 사람이 잘 들어가지 않는 공원의 나무 사이로 들어갔다.
공원을 둘러싸고 있는 숲의 깊은 곳, 오소마츠가 이치마츠의 손을 놓자 이치마츠가 소매로 눈물을 닦았다.
붉게 부어 오른 두 눈으로 고양이가 담겨 있는 비닐 봉지를 보며 이치마츠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어제도, 인사, 했는데…”
차디 찬 도로에 누워 있었던 고양이는 이치마츠의 오랜 친구였다.
어제도 고양이 캔을 주는 이치마츠를 향해 기쁘게 울어주었던 아이였다.
너무나 순식간에 그리고 급작스럽게 찾아온 이별에 이치마츠는 고통스러운 심장을 부여잡았다.
오소마츠는 말 없이 이치마츠가 진정할 때까지 기다려 주었다가 양지 바른 곳, 커다란 나무 밑에 구멍을 파기 시작했다.
푹- 푹- 삽이 흙을 퍼 올리는 소리가 울렸다.
나무에 기대어 오소마츠를 바라보던 이치마츠가 진정이 되었는지 먼저 입을 열었다.
“오소마츠 형, 그 정도면 됐어.”
여전히 땅을 파고 있는 오소마츠의 등을 향해 말하자, 오소마츠가 계속 굽히고 있던 허리를 피며 “후아~” 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오소마츠의 앞에는 깊이 30cm 정도의 구덩이가 파여 있었다.
이마에 흐르는 땀을 소매로 훔쳐낸 오소마츠가 다시 허리를 굽히고 땅을 파기 시작했다.
“오, 오소마츠 형?”
이치마츠가 다시 오소마츠를 불렀다. 바삐 움직이는 손을 멈추지 않은 채, 오소마츠가 대답했다.
“이 정도는 안 돼. 이렇게 얕게 파서 묻으면… 더 깊게 파서 묻어야 시체 냄새도 안 올라오고, 날벌레도 안 꼬여.”
지극히 기계적인 너무나 담담한 어조로 말하는 형의 목소리에 이치마츠가 순간 숨을 멈췄다.
항상 반만 뜨고 있던 눈을 크게 뜨고 오소마츠를 바라보는 이치마츠에겐 눈길도 주지 않고 그 후로 20cm 정도 더 땅을 파낸 오소마츠가 겨우 몸을 일으켰다.
몸을 돌려 이치마츠 옆에 고이 놓여있던 비닐 봉지를 들어 구덩이에 고양이의 사체를 조심스럽게 넣어주고 비닐 봉지를 꾸겨 옆에 던진 오소마츠가 다시 삽을 들고 한 곳에 모아놨던 흙을 구덩이에 덮었다.
또 다시 흙을 푸는 소리가 반복해서 울렸다.
푹-, 쏴아-, 푹- 쏴아-, 푹-, 쏴아-, 푹-, 쏴아-
작은 삽으로 퍼 올린 흙이 구덩이에 부어졌다.
단단한 흙 알갱이가 돌처럼 딱딱하게 굳은 사체에 부딪치며 빗소리 같은 소리를 냈다.
영원히 이어질 것 같은 소리가 반복되고 반복되어 이치마츠의 고막에 강하게 박혔다.
목소리를 내는 것조차 용서받지 못할 것 같은 두려움에 이치마츠가 작게 몸을 움츠리고 능숙하게 흙을 덮은 구덩이를 꾹꾹 밟는 오소마츠를 쳐다보았다.
“휘유~”
단단하게 메어져 구덩이가 있었던 흔적도 사라진 것을 확인한 오소마츠가 다시 소매로 땀을 닦았다.
구석에 던져 놓았던 비닐 봉지를 들어 주머니에 대충 쑤셔 박은 후, 삽을 들고 이치마츠에게 다가온 오소마츠가 고개를 갸웃했다.
“이치마츠?”
“…”
“왜 그래?”
오소마츠의 목소리는 지극히 평범했다.
항상 이치마츠를 부르던 바로 그 목소리였다.
‘형’의 목소리였다.
꿀꺽- 무의식적으로 침을 삼킨 이치마츠가 떨리는 숨을 내뱉었다.
항상 보아왔던 눈 앞의 ‘형’이 너무나 낯설었다.
자신을 쳐다보기만 할 뿐, 대답을 돌려주지 않는 이치마츠의 손을 오소마츠가 잡고 일으켰다.
오소마츠의 손이 자신의 손에 닿은 순간, 이치마츠가 크게 몸을 움찔거렸다.
도대체 왜 그러냐는 오소마츠의 물음은 이치마츠에겐 저 멀리에서 외치는 것처럼 아주 작게 들렸다.
이치마츠는 자신의 손을 잡고 있는 오소마츠의 손이 마치 시체마냥 차가운 것에 온 몸에 소름이 돋을 정도로 두려움을 느꼈다.
찬 흙을 파내고 다시 덮는 과정에서 따뜻했던 오소마츠의 손은 차가워졌다.
그것을 이치마츠도 알고 있었다.
다만, 정말로 이 찬 손을 가진 눈 앞의 ‘남자’가 자신의 ‘형’이 맞는지 이치마츠는 확신할 수 없었다.
2.
한 손엔 스마트폰, 다른 한 손엔 장바구니를 든 토도마츠를 앞서 걸어가던 오소마츠가 멈춰 서 재촉했다.
시선은 여전히 스마트폰에 집중한 채, 오소마츠의 부름에 대충 대답하며 토도마츠가 항상 이용하는 SNS를 켰다.
바로 코 앞에서 오소마츠의 한숨 소리가 들린 것 같았지만, 토도마츠는 항상 그렇듯 무시한 채 스마트폰의 화면만을 보았다.
SNS에서 알게 된 지인들의 최근 글들을 읽던 토도마츠가 놀라 눈을 크게 떴다.
시내에 자살하려고 소동을 부리는 사람이 있다는 글이었다.
그리고 그 장소가 토도마츠가 있는 시내 한복판이라는 것에 한번 더 놀란 토도마츠가 시선을 스마트폰에서 떼고 고개를 들어 두리번거렸다.
또 다시 걸음을 멈춘 토도마츠를 짜증스러운 얼굴로 바라보던 오소마츠가 성큼성큼 토도마츠에게 걸어왔다.
뭐라 말을 걸려는 오소마츠에게 손을 들어 멈춰 세우고 주변을 둘러보던 토도마츠가 이내 저쪽에서 사람들이 모여있는 것을 발견했다.
SNS에 쓰인 글처럼 높은 빌딩의 옥상에 사람의 그림자가 보였다.
빌딩의 아래에는 경찰차며 응급차며 사람들이 잔뜩 모여 자신의 핸드폰을 들고 빌딩 위를 향해 치켜들고 있었다.
토도마츠가 경악하며 옆에 서 있던 오소마츠의 팔을 찰싹찰싹 때렸다.
아프다며 팔을 쓰다듬는 오소마츠를 이끌고 빌딩으로 다가간 토도마츠가 그 앞에 몰려있는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빌딩 위를 올려다보며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우와~ 저거 어떻게 해?! 저러다 자살하면!!”
토도마츠의 말에 오소마츠가 귀찮다는 얼굴로 고개를 들어 빌딩 위를 바라보았다.
빌딩 위의 그림자는 여성인지 치마가 바람에 펄럭이고 있었다.
위태롭게 옥상 난간에 걸터 앉은 여성은 옥상에 올라간 경찰이 설득하고 있었다.
여성의 “그 이상 가까이 오면 뛰어내려 버릴 꺼야!?!!” 하는 울부짖음이 아래까지 울렸다.
사태가 심각함을 깨달은 토도마츠가 고개를 푹 숙이고 곁에 서 있는 형의 팔을 붙잡았다.
“오, 오소마츠 혀엉~. 저거 어떠…”
빌딩을 올려다보고 있는 오소마츠의 얼굴을 본 토도마츠가 얼어붙었다.
채 끝내지 못한 말은 이미 공기 중으로 흩어졌다. 오소마츠를 쳐다보는 토도마츠가 무심코 숨을 삼켰다.
다시 한 번 오소마츠를 부르려 했지만, 굳어버린 입술이 움직이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지극히 당연하다는 얼굴로 아니, 오히려 지루하단 표정으로 빌딩 위 여성을 올려다보고 있는 오소마츠의 눈은 냉정했다.
한번도 본 적 없는 얼굴, 한번도 자신에게 향한 적 없는 ‘형’의 차가운 눈빛에 토도마츠가 일순 엄습하는 공포에 불안하게 눈을 떨었다.
방금 전 까지 시끄럽게 떠들어대던 토도마츠의 침묵을 눈치챘는지, 오소마츠가 고개를 올린 채, 눈만 돌려 토도마츠를 바라보았다.
깊은 심연에 ‘무(無)’를 담은 오소마츠의 눈빛을 마주한 토도마츠가 왈칵 쏟아져 내리려는 눈물을 참아내려 입술을 물었다.
공허한 눈으로 토도마츠를 잠시 바라보던 오소마츠가 고개를 내리고 토도마츠를 향해 빙긋- 웃었다.
“빨리 돌아가자- 톳티~. 늦으면 또 마츠요한테 혼난다궁~”
순식간에 가면을 뒤집어 쓴 것처럼, 항상 토도마츠에게 보여주던 ‘형’의 얼굴로 오소마츠가 웃었다.
대답하지 않는 토도마츠를 내버려 둔 채, 오소마츠가 앞서 걸었다. 여전히 빌딩 위에서는 여성의 목소리가 크게 울리고 있었다.
걱정스러워하는 얼굴로 웅성거리는 사람들이 일순 너무나 비현실적으로 느껴진 토도마츠가 떨어지지 않는 발을 뗐다.
오소마츠와 세 걸음 정도 사이를 벌리고 걷기 시작한 토도마츠가 떨리는 눈으로 오소마츠를 보았다.
걸을 때마다 흔들리는 뒷통수는 자신과 같은 얼굴의 ‘오소마츠’였다.
“오소마츠, 형…”
“응~?”
토도마츠의 목소리가 떨렸다. 무엇이 두려운 건지 그 이유조차 알 수 없는 공포에 두 손을 꼭 잡은 토도마츠가 다시 입을 열었다.
“오소마츠 형은, 왜… 그렇게 태연해?”
“뭐가?”
오소마츠가 한 쪽 눈썹을 찡그리고 고개를 돌려 되물었다.
고개를 갸웃하며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을 하는 오소마츠는 토도마츠가 알고 있던 ‘오소마츠’였다.
잠시 다음 말을 망설이던 토도마츠가 고개를 돌려 오소마츠의 시선을 피하고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자, 자살하려고 하잖아. 저 사람…”
“아~”
피식- 하고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며 오소마츠가 비웃었다.
그래, 비웃었다.
토도마츠가 커다란 눈을 뜨고 오소마츠를 바라보았다.
오소마츠가 태연한 얼굴로 뒷머리를 긁적이더니 어깨를 으쓱했다.
“톳티- 사람은 그렇게 쉽게 안 죽어?”
“…뭐?”
망연히 되묻는 토도마츠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마른침을 삼키는 토도마츠를 가만히 살펴본 오소마츠가 빙글 몸을 돌려 다시 앞서 걸어가기 시작했다.
오소마츠를 놓칠 새라 뛰어 오소마츠의 뒤를 따라간 토도마츠가 오소마츠의 팔을 붙잡았다.
“그게 대체 무슨 소리야?!”
성급히 묻는 토도마츠의 언성이 높아졌다.
거센 목소리로 묻는 토도마츠를 오소마츠가 슥- 바라보았다. “하아~” 하고 한숨을 푹 쉰 오소마츠가 말했다.
“그러니까아~ 그렇게 쉽게 안 죽는다고. 인간이라는 건. 아무리 죽음을 두려워 하지 않는다고 호언장담하고 세상 무서운 줄 모르고 막 사는 새끼도 말이야~…”
빙긋- 섬뜩한 미소를 지은 오소마츠가 토도마츠를 바라보았다.
“막상 「죽음」이 눈 앞에서 칼을 들이대면 소변까지 지려가면서 제 목숨을 구걸한다고~”
오소마츠의 팔을 붙잡고 있던 토도마츠의 손에서 힘이 쭉 빠졌다.
힘을 잃고 미끄러지듯 오소마츠의 팔을 놓은 토도마츠의 손을 내려다 본 오소마츠가 씩- 웃으며 코 밑을 문질렀다.
“어여 돌아가장~ 톳티-“
말을 마친 오소마츠가 빙글- 몸을 돌려 콧노래를 부르며 집으로 향했다.
“저거, ..누구?”
망연히 내뱉은 의심에 토도마츠가 팔을 들어 자신을 감쌌다.
지독하리만큼 공허한 오소마츠의 눈에 ‘빛’은 담겨 있지 않았다.
3.
경쾌하게 팔을 흔들며 강을 따라 걷던 쥬시마츠가 문득 걸음을 멈추었다.
처음 맡아보는 이상한 냄새에 쥬시마츠가 긴 소매를 들어 입을 가리고 고개를 갸웃했다.
다른 사람은 느끼지 못한 미세한 냄새가 공기에 섞여 쥬시마츠의 코를 자극했다.
쥬시마츠는 일반 사람들보다 냄새를 잘 맡았다. 그것이 어떤 이유인지는 중요치 않았다.
쥬시마츠에게 있어서 개와 같은 예민한 후각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었다.
예민한 후각 덕분에 쥬시마츠는 냄새에 민감했다.
이렇게 온 마을을 돌아다니면서 다양한 냄새를 맡는 것을 쥬시마츠는 좋아했다.
빵집을 지날 때 나는 달콤한 빵의 냄새를 맡으면 절로 입에 군침이 돌며 행복해졌고, 쓰레기차가 저 멀리서 지나가면 절로 이상한 얼굴을 하며 몸을 돌려 빠르게 쓰레기 차에서 멀리 떨어지도록 뛰었다.
공원에 가면 향긋하게 바람을 타고 온 몸을 감싸는 풀 냄새와 꽃 냄새가 났다.
그녀에겐 달콤하고 상큼한 냄새가 났다.
사랑하는 형제들에겐 저마다 독특한 체취가 났다.
향수를 쓰는 카라마츠와 토도마츠에겐 시원한 바다 냄새와 달콤한 바닐라 냄새가 났다.
이치마츠에게서는 고양이 냄새와 먼지 냄새가 났다.
쵸로마츠에겐 깔끔한 섬유유연제 냄새가 났다.
형제 중에서도 쥬시마츠가 가장 좋아하는 냄새는 제일 위의 형, 오소마츠의 냄새였다.
따끈따끈한 햇살 냄새와 코 끝을 살짝 자극하는 땀 냄새. 너무나 오소마츠다운 냄새가 쥬시마츠는 가장 좋았다.
그런데 지금 이 냄새는 쥬시마츠도 처음 맡아보는 냄새였다. 낯선 냄새.
‘무슨 냄새?’
고개를 이리저리 돌려보아도 도저히 알 수가 없었다. 공원 화장실의 냄새 같으면서도 싱싱한 회 냄새 같기도 했다.
언뜻 맡으면 악취 같으면서도 특별히 불쾌한 냄새는 아닌 것 같았다.
시큼한 냄새 같으면서 낯설고 그러다가 언젠가 맡아본 적 있는 것 같은…
알쏭달쏭한 냄새에 이끌린 쥬시마츠가 코를 킁킁거리며 냄새가 나는 진원지를 찾아 걸음을 옮겼다.
눈을 감고 냄새를 따라 걷는 쥬시마츠가 콩! 하고 뭔가와 부딪쳤다.
눈을 뜨기도 전에, 기분 좋게 쥬시마츠의 코를 간질이는 햇살 냄새에 쥬시마츠가 눈웃음을 쳤다.
“쥬시마츠?”
“오소마츠 형아!!”
붉은 후드를 입고 경마 신문을 옆구리에 낀 오소마츠가 쥬시마츠를 쳐다보았다.
두 팔을 활짝 벌려 오소마츠의 품에 안긴 쥬시마츠가 환하게 웃었다.
자신에게 마음껏 응석을 부려오는 쥬시마츠를 거부하지 않은 채, 쥬시마츠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오소마츠가 물었다.
“뭐 하고 있었어?”
“냄새를 따라가고 있었슴닷!!!”
“냄새? 무슨?”
쥬시마츠의 말에 오소마츠가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킁킁거렸다.
아무리 주변 공기를 들이마셔 보아도 무색무취의 공기뿐 딱히 이렇다 할 냄새는 없었다.
쥬시마츠가 오소마츠의 소매를 잡고 꾹꾹 끌어 당겼다.
“거기가 아니고! 저~기!!”
쥬시마츠가 손을 가리키며 오소마츠의 소매를 끌고 씩씩하게 걸음을 옮겼다.
경마장에 가려던 오소마츠는 자신의 소매를 잡아 끌고 있는 쥬시마츠를 보며 작게 한숨을 내쉬더니 말없이 쥬시마츠를 따라갔다.
큰 길을 지나, 건널목을 건너 골목으로 들어갔다.
목적지도 모른 채, 쥬시마츠가 가는 대로 따라가는 오소마츠가 “대체 어디로 가는 거야?” 하고 묻자, 쥬시마츠가 “저~기!!” 하고 웃었다.
쓴웃음을 지으며 말이 통하지 않는 것에 한숨을 내쉰 오소마츠가 다시 쥬시마츠를 뒤따랐다.
골목을 빠져 나와 쥬시마츠가 향한 곳은 주택가의 쓰레기장이었다.
쓰레기차가 수거해 갈 쓰레기를 모아놓은 작은 공간.
근처에만 가도 쓰레기 냄새가 풀풀 진동을 하는 곳이었다.
코를 찌르는 악취에 얼굴을 찌푸리고 코를 막은 오소마츠가 쥬시마츠에게 물었다.
“여기는 왜?”
“뭔가 냄새가..”
다시 킁킁거리며 냄새를 맡은 쥬시마츠가 눈을 빛내며 외쳤다.
“여기!! 여기서 이상한 냄새가 나! 오소마츠 형!!!”
쥬시마츠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곳은 쓰레기가 쌓여있는 한 구석이었다.
거대하게 부풀어올라있는 쓰레기 봉투 사이에 생긴 작은 틈은 빛이 닿지 않아 깜깜했다.
여전히 코를 막을 채, 쓰레기장에 가까이 다가간 오소마츠가 코를 막아도 들어오는 냄새에 한숨을 쉬며 입으로 숨을 쉬기 시작했다.
쥬시마츠가 가리킨 곳의 쓰레기 봉투를 이리저리 옮기며 그 틈새를 살피던 오소마츠가 “아!” 하고 외쳤다.
“오소마츠 형아?”
“아, 이거 시체 냄새네.”
무심하게 내뱉은 오소마츠의 말에 쥬시마츠가 몸을 떨었다.
말을 잃은 쥬시마츠를 뒤로 한 채, 오소마츠가 계속해서 쓰레기 봉투를 옮겼다.
쓰레기장에 쌓인 봉투의 반을 옮겼을 때, 오소마츠가 손짓하며 쥬시마츠를 불렀다.
“쥬시마츠~ 이게 냄새의 원인이야~”
오소마츠의 손짓에 쥬시마츠가 온 몸을 타고 스멀스멀 올라오는 불안을 안고 발을 옮겼다.
오소마츠가 가리킨 방향을 보자 쓰레기 봉투 아래에 새로 보이는 사체가 있었다.
벌려진 입과 으깨진 배 사이로 하얀 구더기가 꿈틀거리고 있었다.
본래 눈알이 있어야 할 자리에는 검은 구멍이 자리하고 쥬시마츠를 바라보고 있었다.
“힉!” 하고 숨을 삼키며 쥬시마츠가 입을 가리고 뒷걸음질쳤다.
강하게 나는 낯선 냄새에 쥬시마츠가 식도를 타고 올라오는 위액을 삼켰다.
쥬시마츠가 맡은 냄새는 ‘부패하는 냄새’ 였다.
오소마츠는 옆구리에 끼고 있던 경마 신문으로 새의 사체를 싸매 아직 여유가 있어 보이는 쓰레기 봉투의 입구를 열어 넣었다.
다시 단단하게 봉투의 입구를 봉하고 손을 탁탁 털며 일어난 오소마츠가 쥬시마츠를 바라보았다.
“응?”
고개를 기울이며 무슨 일이냐는 태연한 얼굴로 쥬시마츠를 바라보는 오소마츠에겐 더 이상 햇살 냄새가 나지 않았다.
오소마츠를 감싸고 있는 부패하는 냄새에 쥬시마츠가 숨을 삼켰다.
4.
쵸로마츠와 카라마츠는 요즘 집 안을 감도는 위화감에 당혹스러워하고 있었다.
평소와 다름없이 동생들에게 놀아달라 보채고, 파칭코나 경마에 가는 바보 같은 장남을 어째서인지 동생들은 피하고 있었다.
오소마츠가 말을 걸면 먼저 몸을 움찔거리는 것은 기본이요, 오소마츠에게 절대로 먼저 말을 걸지 않았다.
오소마츠가 쳐다보면 시선을 맞추지 않으려 필사적으로 눈을 돌리고, 만에 하나라도 오소마츠와 같은 방에 단 둘이 될 것을 피하며 매일 일찍 집을 나서고 늦게 들어왔다.
객관적으로 바라보아도 명백하게 드러나는 불편함이 동생들 사이에 감돌고 있었다.
식사 시간, 항상 원형 테이블을 둘러싸고 앉는 위치는 매일 달랐다.
고집스럽게 오소마츠의 옆을 지키는 카라마츠를 제외하면 오소마츠의 한쪽은 매일 다른 마츠들이 앉았다.
그런데 요 며칠 동생들은 절대로 오소마츠에게 가까이 가지 않았다.
덕분에 일주일 가까이 오소마츠의 옆은 카라마츠와 쵸로마츠의 지정석이 되고 말았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의심의 눈초리로 동생들을 바라보던 쵸로마츠가 결국 참지 못하고 오소마츠가 외출한 사이 동생들을 불러 모았다.
얌전히 쵸로마츠와 카라마츠 앞에 정좌한 동생들을 내려다보며 쵸로마츠가 입을 열었다.
“너네 대체 요즘 왜 그래?”
“형님을 피하는 이유가 뭔가?”
자신들을 보며 눈썹을 찌푸리고 묻는 두 형들에게 섣불리 대답하지 못한 채, 동생들은 서로 눈을 마주쳤다.
우물거리는 입은 분명 뭔가를 말하고 싶어하는 눈치였으나, 불안이 묻어 나오는 눈빛은 그저 방바닥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어이?! 묻고 있잖아!”
계속되는 침묵에 결국 쵸로마츠가 화를 내며 외쳤다.
쵸로마츠의 노성에 동생들이 더욱 몸을 움츠렸다.
씩씩 거리는 쵸로마츠를 달래며 카라마츠가 쓰게 웃고 무릎을 꿇고 동생들과 시선을 맞췄다.
“대체 무슨 일인지 말해 주지 않으면 도와줄 수 없다.”
조근조근 타이르듯 말하는 카라마츠의 목소리에 동생들이 시선을 돌렸다.
짜증 섞인 얼굴로 쵸로마츠가 두 눈을 감고 혀를 찼다. 탁탁- 쵸로마츠의 발이 바닥을 차는 소리가 방 안에 울렸다.
팔짱을 끼고 동생들의 대답을 기다려도 묵묵부답인 동생들의 태도에 결국 다시 언성을 높이며 쵸로마츠가 닥달했다.
“오소마츠 형이, 무서워…”
쵸로마츠의 노성에 결국 입을 연 토도마츠가 중얼거렸다.
뜻밖의 대답에 황당하단 얼굴로 동생들을 바라보는 두 형을 올려다보는 토도마츠의 눈가엔 어느새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었다.
예상치 못한 눈물에 말을 잃은 카라마츠의 품에 얼굴을 묻은 토도마츠의 어깨가 떨렸다.
젖어드는 후드에 토도마츠가 울고 있다는 것을 눈치챈 카라마츠가 재빨리 팔을 토도마츠의 등에 두르고 천천히 토닥였다.
토도마츠의 눈물이 터지고 남은 두 사람도 봇물 터지듯 눈물을 흘리며 중얼거렸다.
“오, 오소마츠 형이… ‘오소마츠 형’이 아니야…”
의문에 가득 찬 얼굴에 쵸로마츠가 울기 시작하는 이치마츠의 등을 토닥였다.
이제는 완전히 엉엉 울기 시작한 쥬시마츠가 쵸로마츠에게 달려들었다.
“쵸, 쵸로 형아아아아~!!!! 오소마츠 형아가아~~!!!”
갑자기 울며 오소마츠가 무섭다는 말만을 반복하는 동생들을 달래며 쵸로마츠가 카라마츠가 놀란 눈빛으로 서로를 쳐다보았다.
한바탕 소동이 있은 뒤에도 동생들은 여전히 일찍 집을 나서 늦게 들어왔다.
최대한 오소마츠와 마주치지 않으려고 하는 동생들의 태도는 여전히 의문만을 안겨주었다.
무섭다? 무엇이?
육쌍둥이의 리더 오소마츠는 싸움으로는 이길 형제가 없고, 화나면 확실히 무섭게 성을 내는 타입이지만 결코 동생들을 함부로 대하지 않았다.
오소마츠가 맘 놓고 화를 내는 상대는 카라마츠와 쵸로마츠 뿐. 동생들에게는 진심으로 화를 낸 적 없는 오소마츠를 동생들이 저리도 두려워하고 지레 겁을 먹고 피하는 것이 카라마츠와 쵸로마츠는 도저히 이해되지 않았다.
동생들의 변하지 않는 태도와 여전히 피하는 이유는 알려주지 않는 동생들의 일로 머리가 복잡했다.
오늘도 외출한 동생들을 배웅한 쵸로마츠와 카라마츠는 거실에 마주보고 앉아 함께 한숨을 내쉬었다.
형제 싸움은 잦았지만, 이렇게 일방적으로 형제 중 누군가를 두려워하는 일은 전무후무했다.
처음 겪는 일에 카라마츠도 쵸로마츠도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다녀왔습니당~”
머리를 싸매고 끙끙대고 있는 사이에 현관문이 열리더니 이 모든 일의 원흉인 오소마츠의 목소리가 들렸다.
벌떡 일어난 쵸로마츠가 거세게 거실 문을 열었다. “우왓!” 하고 갑자기 열린 문에 놀란 오소마츠가 몸을 움츠렸다.
잔뜩 찡그린 눈매로 자신을 노려보고 있는 쵸로마츠에게 당황한 오소마츠가 쵸로마츠를 불렀다.
쵸로마츠는 말 없이 오소마츠의 팔을 붙잡고 거실로 끌고 들어왔다.
원형 테이블의 한편에 오소마츠를 앉힌 뒤, 맞은편에 카라마츠와 자리를 잡고 앉은 쵸로마츠가 물었다.
“대체 무슨 짓 했어, 이 망할 장남.”
놀라울 정도로 낮은 목소리가 오소마츠를 향했다.
오소마츠가 고개를 기울이며 “하?” 하고 되물었다. 쾅! 하고 테이블을 주먹으로 내리친 쵸로마츠가 잔뜩 얼굴을 구기며 외쳤다.
“동생들한테 무슨 짓 했냐고!”
“나 아무 짓도 안 했어?!”
억울하단 얼굴로 외치는 오소마츠의 멱살을 잡으려는 쵸로마츠를 카라마츠가 말렸다.
명백히 당황한 얼굴로 두 동생들 쳐다보는 오소마츠의 모습에 거짓은 보이지 않았다.
“하아~~” 하고 크게 한숨 쉬며 주저 앉은 쵸로마츠가 머리를 쓸어 올렸다.
오소마츠의 반응을 보아 동생들이 자신을 피하는 이유를 오소마츠 자신도 모르고 있는 것은 확실했다.
옆에서 쵸로마츠를 부르며 툭툭 건드리는 오소마츠를 카라마츠가 말리자 오소마츠가 입을 내밀고 “뭐야아~ 횽아랑 놀아줄 것도 아니고~!” 하고 불평하더니 테이블에 기대 바닥에 놓인 만화책을 펴 들었다.
평소와 다름없는 오소마츠의 태도에 쵸로마츠가 기분 전환을 위해 TV를 켰다.
어제 사 놓은 냐-짱의 DVD라도 보면서 마음을 달랠 생각이었다.
검은 TV 화면이 밝아진 순간, 뉴스 앵커의 진지한 얼굴이 화면을 가득 메웠다.
“오늘 오후, 아카츠카 시에서 토막 난 시신이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속보! 라는 타이틀을 달고 화면 밑에 자막이 빠르게 흘렀다. 앵커는 담담하지만 정확한 어조로 소식을 전했다.
“경찰은 바로 특수반을 조직하여 용의자를 찾아냈으며, 현재 용의자를 쫓고 있는 중이라고 합니다. 용의자 A씨는 오늘 오전, 철물점에서 전기톱을 구입하는 모습이 CCTV에 찍혔으며, 경찰은 현재 이 전기톱의 행방을 찾고 있다고 합니다.”
‘세상 참 말세다-‘ 하고 쵸로마츠가 얼굴을 찡그렸다.
기분 좋게 냐-짱의 DVD나 보려고 한 것이 더 기분을 악화시켰다.
작게 혀를 차고 테이블에 놓인 DVD를 꺼내려 손을 뻗은 순간, 쵸로마츠가 오소마츠에게 눈을 돌렸다.
순간, 쵸로마츠가 DVD를 향해 뻗던 손을 멈추었다.
항상 뉴스에는 관심도 없이 만화책만 뒤적거리던 오소마츠가 TV 화면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뉴스 앵커는 이어 빠르게 발견 당시의 시신의 상태를 설명하며, 사망한 지 약 3일 정도 지난 시신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시신의 설명이 끝나자 오소마츠가 흥미를 잃었는지 눈을 돌려 만화책에 집중했다.
방금 전 까지 TV 화면을 향하던 오소마츠의 눈빛에 쵸로마츠는 말을 잃었다.
처음 보는 오소마츠의 차가운 눈빛이 화면이 뚫어져라 TV에 향해 있던 것에 쵸로마츠는 스멀스멀 벌레가 몸을 타고 올라오는 것만 같은 불쾌감과 혐오를 느꼈다.
마른침을 삼키며 오소마츠에게 눈을 떼지 못하고 있는 쵸로마츠를 인식하지 못한 채, 카라마츠가 한탄하듯 내뱉었다.
“전기톱이라니… 야만적이군… 쵸로마츠?”
카라마츠의 목소리에 순식간에 현실로 돌아온 이성을 붙잡고 쵸로마츠가 고개를 돌렸다.
걱정스럽게 눈썹을 내리고 쵸로마츠를 쳐다보는 카라마츠에게 괜찮다고 웃어 보인 후, 무슨 말을 했냐고 되물었다.
카라마츠가 걱정 어린 눈빛을 쵸로마츠에게 향한 채 말했다.
“전기톱으로 살인이라니 야만적이라고…”
“아, 아아. 그렇네… 피 같은 건 어떻게 처리하려고 전기톱을 썼대…”
망연히 죽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하는 쵸로마츠의 모습에 눈썹을 찌푸린 카라마츠가 쵸로마츠에게 다가가 쵸로마츠의 어깨에 손을 올린 순간이었다.
“죽으면 피 많이 안 나와.”
오소마츠의 목소리가 잔혹하리만큼 확실하게 카라마츠와 쵸로마츠의 고막을 파고 들었다.
떨리는 눈으로 고개를 돌려 오소마츠를 향해 시선을 돌리자, 눈을 만화책에 고정한 채 덤덤히 말하는 오소마츠가 있었다.
“그리고 사람의 팔 다리는 잘 안 잘려~ 전기톱 정도는 써야 잘리지.”
팔랑- 만화책이 마른 소리를 내며 넘어갔다.
너무나 태연한 얼굴로 평소와 다름없이 만화책을 보면서 내뱉는 오소마츠의 말들은 너무나 끔찍해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
이것이 진정 현실인가,
쵸로마츠가 자문했다. 망연히 표정도, 말도 잃은 채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동생들의 눈을 알아챈 오소마츠가 고개를 들었다.
두 동생을 바라보는 오소마츠의 눈에는 그 무엇도 담겨있지 않았다.
진갈색의 눈 속에는 그저 ‘공허’했다.
숨을 삼키고 동생들이 말하던 ‘두려움’이 무엇인지 단박에 이해한 쵸로마츠와 카라마츠가 떨리는 손을 감쌌다.
“왜?”
아무렇지도 않다는 얼굴로 물어오는 오소마츠의 모습에 두 사람은 절망했다.
“어이-?” 하고 둘을 부르며 손을 흔드는 오소마츠가 너무나 낯설고, 또 두려웠다.
서서히 쵸로마츠와 카라마츠를 좀먹고 있는 의심이 두려움으로 바뀐 순간, ‘공포’가 두 사람의 전신을 침식해 먹어 들어갔다.
고개를 기울이며 의아한 얼굴을 한 오소마츠가 주방에서 들려오는 마츠요의 목소리에 대답했다.
“엄마, 왜에~?”
“심부름 좀 하렴~”
“에~? 왜 나? 여기 카라마츠도 있고 쵸로마츠도 있는데!!”
“오소마츠~”
“아~ 정말~~”
귀찮다는 얼굴로 뒷머리를 긁적인 오소마츠가 몸을 일으켰다.
‘형’을 잃은 슬픔과 공포에 떠는 두 사람을 남겨둔 채, 오소마츠가 주방으로 향했다.
─마츠노 오소마츠는 사람을 죽인 적이 있다.
* 별로 안 무섭죠..??
* 제가 요즘 바쁜데 소설이 자주 올라오는 이유를 알려드리자면... 사람은 시험이 코 앞에 닥치면 방청소를 하고 싶어지잖아요?
저는 할 일이 산더미인데 소설을 쓰고 있습니다...허허허허허허
*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