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소마츠상/오소른 (카라오소 제외)

[오소마츠상] "안녕-" 이라 말하지 못한 너는

WHITEPINE 2016. 11. 28. 02:47


* 짧은 단편입니다ㅎㅎ


* 25화 이후의 내용입니다.


* 죽음 소재입니다. 내용이 어둡습니다.


* 커플링은 없습니다.






1.


평소보다 이른 귀가 시간, 집으로 향하는 길목에서 마주친 쵸로마츠가 눈썹을 내리고 지친 얼굴로 다가왔다. 

오늘 오전 헬로워크에 간다던 쵸로마츠는 육쌍둥이 맞춤의 정장을 입고 있었다. 

적당한 일을 찾을 수 없었던 것일까, 나와 같이 이른 귀가에 이유를 묻자 쵸로마츠가 어두운 얼굴로 물었다.


“카라마츠, 요즘.. 오소마츠 형이 너무 조용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나와 같은 것을 생각하고 있었다는 것에 역시 육쌍둥이구나 하고 감탄하며 긍정했다. 

항상 우리들이 나갈 때면 발에 매달려 놀아달라거나, 심심하다며 징징대는 오소마츠 형이 이상하게 요즘 너무나 잠잠했다. 

외출을 하는 우리를 보면 “잘 다녀와-“ 하고 배웅까지 해주는 모습에 이제야 겨우 철이 들었나 싶으면서도 묘하게 척추를 타고 올라오는 불안을 무시할 수 없었다. 나도 같은 것을 생각하고 있었다는 것을 들은 쵸로마츠가 더욱 속도를 높였다. 

나와 쵸로마츠 모두 거의 뛰다시피 걸어 집으로 돌아갔다. 


평일 낮, 파더-는 일, 마미는 파트 타임(아르바이트)에 갔을 시간이다. 

낡아 잘 열리지 않는 현관문을 밀어 젖히고 집 안으로 들어선 순간, 무거운 정적에 숨을 삼켰다.

현관에 놓인 붉은 신발은 분명 오소마츠 형의 것인데, 오소마츠 형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나도, 쵸로마츠도 재빨리 신발을 벗고 마루로 올랐다. 

내가 거실을, 쵸로마츠가 2층 방을 확인할 것을 무언으로 전하고 거실문을 열었다. 

텅 빈 거실엔 오늘 오전 우리가 어지르고 간 잡다한 물건들이 널려 있을 뿐이었다. 

오소마츠는 2층에 있는 것인가, 몸을 돌려 거실을 나온 순간 쵸로마츠의 비명소리가 온 집 안에 울려 퍼졌다. 


무언가를 떠올릴 여유는 없었다. 

본능적으로 발을 옮겨 2층으로 향하는 계단을 2칸씩 뛰어 올랐다. 

그 사이 거칠어진 숨을 몰아 쉬며 복도를 뛰어 2층 방으로 향했다.


“오, 오소마츠 형!!!!!”

울음 섞인 비명을 지르며 방 안으로 뛰어 들어가는 쵸로마츠를 따라 방 안을 살펴 보았다. 

공중에 떠 있는 발에 걸음을 멈추고 시선을 위로 올렸다. 

붉은 후드의 오소마츠 형이 대롱대롱 천장에 매달려 있었다. 

쵸로마츠의 울부짖음과 함께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이 너무나 비현실적이어서 헛웃음이 나왔다. 


아아, 왜 불안한 예감은 항상 빗나가지 않는 걸까. 

잔인한 운명이다. 


결국 이렇게 될 것을 짐작하고 있었으면서도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구나. 


울음소리와 함께 괴로운 웃음은 멈추지 않았다.








2.


선발을 계기로 집을 나와 독립했던 우리는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일도 하지 않고 부모의 등골을 빨아먹으며 사는 백수 생활로 다시 돌아온 것이다. 


일하지 않는 인생, 세라뷔-! 


쵸로마츠의 취업도, 우리의 독립도 완전히 없었던 일이 되었다.

육쌍둥이가 함께하는 일상은 그 무엇 하나 변하지 않았다. 




자기 전, 보리차를 마신 것이 잘못이었을까, 한밤중 뇌를 울리는 요의에 눈을 떴다. 

천천히 평온한 얼굴로 잠든 동생들을 깨우지 않도록 이불에서 몸을 뺐다. 

이불에서 완전히 빠져 나와 어둠에 익숙해진 눈으로 방 안을 둘러보자, 이불 한 가운데 빈 자리가 눈에 띄었다. 

내 자리의 옆의 옆. 오소마츠의 자리라는 것을 깨닫고 방 문을 열어 계단을 내려갔다. 

먼저 요의를 해결하기 위해 1층 화장실에서 급한 용무를 해결 한 후, 거실의 문을 열었다. 

2층에 없다면 분명 거실이나 지붕 위에 있을 것이 뻔했다. 


어두운 거실 안, 마당 쪽의 문을 열어놓은 채, 마루에 오소마츠가 홀로 앉아있었다. 

놀라지 않게 일부러 발소리를 내며 다가가자 오소마츠가 고개를 돌렸다.


“어라? 카라마츠~?”

“뭐 하고 있는 건가? 형님.”

옆에 다가가 앉자 오소마츠가 맥주캔을 내밀었다. 

아직 시원한 캔의 입구를 따고 입에 가져갔다. 

맥주잔을 기울이는 나를 바라보며 오소마츠가 무방비하게 웃었다.


“달 구경 하고 있징~”

하늘을 올려다보는 오소마츠의 시선을 따라 위로 고개를 올렸다. 

청아하게 하얀 빛을 내는 보름달이 검은 하늘에 우아하게 떠 있었다. 

확실히, 아름다운 달이었다.


“오늘은 달이 아름답구나.”

“그렇지?”

들고 있는 맥주잔을 내미는 오소마츠형을 따라 맥주잔을 들어 가볍게 부딪혔다. 

마시기 좋게 식은 맥주가 목을 타고 넘어갔다. 


“있잖아, 카라마츠.”

“뭔가?”

빈 맥주잔을 손에서 굴리며 오소마츠가 달을 올려다보며 입을 열었다. 

달빛에 비친 오소마츠 형의 얼굴은 평소와 달리 보였다.

본래 나이보다 어려 보이는 장난스러운 미소가 사라진 얼굴은 나와 같은 나이의 육쌍둥이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너는 또 집을 나갈거야?”

“…”

그리 오래 전이 아닌 기억을 떠올리며, 말없이 고개를 숙였다. 

없었던 일로 하기엔 우리가 독립을 통해 깨닫게 된 사실이 너무나 잔혹했다. 

아무 생각 없이 백수 생활을 이어가기엔 우리는 ‘현실’을 깨닫고 말았다. 

세상에, 사회에 나가야 한다는 ‘현실’을, 우리는 깨달아 버리고 말았다.


“언제까지고 이렇게 지낼 수는 없겠지…”

그것이 현실이었다. ‘어른’의 대사였다. 

고개를 들어 슬쩍 오소마츠 형을 쳐다보았다. 

여전히 시선은 하늘 위 달을 향해있는 오소마츠 형의 눈이 슬프게 빛났다.


“그 때는,”

“…응?”

겨우 시선을 내려 나를 은은히 바라보는 오소마츠 형을 향해 미소를 지었다.


“제대로 배웅해줘, 형님.”

‘안녕.’ 이라고. 


굳이 목소리를 내지 않아도 전할 수 있는 말을 삼켰다. 

크게 뜬 눈으로 나를 바라보던 오소마츠 형이 맥주잔을 가볍게 눌렀다. 

똑딱똑딱 하고 알루미늄 캔이 눌렸다 원래대로 돌아왔다. 

엄지 손가락으로 맥주캔을 눌렀다 떼며 오소마츠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이 횽아는, 혼자는 싫은걸… 너희와 영원히 함께 있고 싶은걸…”

드물게 비치는 오소마츠의 약한 모습에 놀라면서도 마음을 다잡았다. 

독립을 하고 우리는 ‘현실’을 볼 수 있었다. 

변할 수 있었다. 

오소마츠 형도 변해야 한다.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영원히는 무리야.”

간단하게 대답했다. 

사실이기에 단언할 수 있었다. 

우리는 성인이기에, 포기해야 할 것들도 있었다. 

쓸쓸해도, 슬퍼도, 괴로워도 우리는 버려야만 했다.


“그렇겠지-“

오소마츠 형이 나를 응시하며 허탈하게 웃었다. 

슬픔을 감추고 짓는 미소에 가슴이 아팠다. 

오소마츠 형의 미소는 서서히 일그러져 울 것 같은 얼굴로 변했다. 


“그럼, 카라마츠…”

“…아.”

“너만이라도, 내 곁에 있어주면 안돼?”

“…오소마츠.”

“다 떠나버리면 횽아 외로워서 죽어버려~”

“..형님, 우리는 변해야 한다.”

“…”

오소마츠 형의 손에 들린 맥주잔이 날카롭게 울리며 구겨졌다. 

고개를 숙인 오소마츠 형의 얼굴은 어둠에 가려 보이지 않았다. 


“오소마츠, ‘형’으로서, 세이프존을 떠나 소사이어티-로 나가는 브라더-들을 제대로 배웅해 주라고.”

그것이 ‘형’이 취해야 할 자세다. 


오소마츠 형답지 않게 약한 소리를 하는 ‘형’을 미약하게 질책했다. 

우리가 독립할 때, 오소마츠가 보여준 모습은 ‘형’으로서 전혀 퍼펙트하지 않았다. 

‘형’이라면 응당 집을 떠나는 우리의 등을 밀어주며 잘 가라고 배웅을 해 주어야 했다.


“그럼, 차라리 헤어지기 전에 ―.”

작게 중얼거리는 오소마츠의 목소리는 뭉개져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작게 웅크린 오소마츠 형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맥주캔에 찰랑거리는 남은 술을 전부 들이 마시고 몸을 일으켰다.

 

“먼저 돌아가겠다.”

“응- 잘 자~”

오소마츠 형은 고개를 들어 달을 바라보며 가볍게 손을 흔들었다. 

달빛을 받아 외롭게 남아있는 오소마츠의 등을 보며 이유를 알 수 없는 위화감에 눈썹을 찌푸렸다.








3.


이불에서 몸을 일으켜 시계를 확인했다. 

언제나 일어나는 늦은 아침. 옷을 갈아입고 몸단장을 한 후, 거실로 내려가니 모두 나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거실에 누워 만화책을 보던 오소마츠 형은 만화책을 바닥에 던지고 우리를 보며 “에- 모두 나가?” 하고 물었다. 

헬스장에 가기 위해 가방을 싸던 토도마츠가 오소마츠 형을 향해 물었다.


“오소마츠 형은 안 나가?”

“돈 없엉-“

“하아~?! 용돈 받은 지 3일 만에!? 역시 쓰레기 장남!!”

“헤헤- 대단하지!!”

“칭찬 아냣!!!!”

어젯밤에 느낀 위화감이 아직도 오장육부를 기어 다니고 있었다. 

체내에 잔류하는 느낌이 불쾌하면서도 불안해져 오소마츠 형을 바라보았지만, 언제나와 같이 토도마츠와 웃고 떠드는 모습에 괜찮을 것이라 판단했다. 


하나 둘, 집을 나가고 어쩌다 보니 내가 가장 마지막으로 나가게 되었다. 

갈색의 굽이 들어간 가죽 구두를 신고 현관문을 열려는 순간, 등 뒤에서 오소마츠 형의 목소리가 들렸다.


“카라마츠, 어제 얘기 들어줘서 고마워~”

검지로 코 밑을 문지르며 이를 드러내고 웃는 오소마츠 형의 모습에 숨을 내쉬며 아직도 머리 속을 헤집고 다니던 쓸데없는 걱정을 날렸다. 


형은 평소와 같다. 

변한 것은 없다. 

이상할 것도 없다. 


안심하며 웃고 “다녀오겠다!” 하고 말하며 머리카락을 튕겼다. 

오소마츠 형은 웃으며 배를 잡고 “아, 갈비뼈 부러진다아~ 잘 다녀와~” 하고 손을 흔들었다. 




항상 카라마츠 걸-즈를 기다리는 다리 난간에 기대어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았다. 

유속이 느린 강물은 햇빛을 반사해 반짝이면서 다리에 기대고 있는 내 얼굴을 거울처럼 비추었다. 

선글라스를 벗은 얼굴이 강물에 비추고, 그 얼굴을 보니 어젯밤 보았던 오소마츠 형의 괴로운 것 같은 얼굴이 떠올랐다. 울 것 같은 얼굴을 한 오소마츠 형은 결코 울지 않았다. 

집을 나오기 전 느꼈던 불안이 다시 바닥에서 끈질기게 몸을 타고 올라왔다. 


대체 나는 무엇을 불안해하고 있는 건가? 


자문하면 할수록 오소마츠 형의 얼굴이 머리 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결국 오늘은 조금 일찍 돌아가기로 했다. 


미안하다, 카라마츠 걸-즈. 하지만, 너무 슬퍼하지 말아라, kitty-. 나는 내일도 이 곳에서 걸-즈를 기다리고 있겠다. 








4.


매달린 오소마츠 형의 몸을 끌어내려 이미 차갑게 식은 몸을 안고 쵸로마츠가 울부짖었다. 

아무리 불러도 오소마츠 형은 쵸로마츠의 목소리에 대답해주지 않았다. 




“그럼, 차라리 헤어지기 전에… 죽는 게 편할까…”



어제, 내가 듣지 못했던.. 아니, 들으려 하지 않았던 오소마츠 형의 말을 떠올렸다. 



왜 나는 오소마츠에게 그런 말을 했을까,

왜 더 빨리 오소마츠 형의 슬픔을 알아차리지 못했을까,

왜 나는 오소마츠 형의 외로움을 외면했을까,

왜 오소마츠 형의 부탁을 거절했을까,

나는, 왜…



눈물이 시야를 가려 제대로 오소마츠 형의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 






“안녕-“ 이라 말하지 못한 너는―

가장 잔인한 방법으로 우리에게 이별을 고했다. 





* 24화의 독립 소동(?)으로 오소마츠를 제외한 동생들은 현실을 깨달았다고 생각합니다. 

  오소마츠만이 남겨져 변화를 두려워하면서도 외톨이가 되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면 이렇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쓰게 되었습니다.


* 당분간은 야근이 지속될 것 같아서 글이 올라오는 것이 뜸해질 것 같습니다.

  그래도 평일에 조금씩 쓰고 있으니, 글이 올라오지 않는 주는 없을 것 같습니다^^


*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