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랜만인 것 같네요...
너무 글을 오래 못 올린 것 같아, 예전에 충동적으로 써 두었던 단편 올립니다.
* 이제 좀 여유가 생기나 싶었는데, 기다렸다는 듯이 몸이 아픈 이유는 뭘까요...
신체적으로도 안 좋았는데, 정신적으로 힘든 나날이었네요... 무기력증이...
소설을 쓸 시간은 넘쳐났는데, 침대에 누워 잠만 자는 나날이었네요...
지금은 좀 괜찮아져서 밀린 소설 열심히 쓰고 있습니다!
* 이어서 올릴 단편과 한 세트입니다.
* 24화, 25화 이후에 동생들이 독립한 후의 이야기입니다.
* 초 단문. 공미포 1,655자. 오탈자는 추후 수정하겠습니다.
* 부족한 글이지만 재미있게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마츠노 오소마츠는 알고 있다. 자신이 카라마츠를 사랑하고 있는 것을.
마츠노 오소마츠는 알고 있다. 카라마츠 또한 오소마츠를 사랑하고 있는 것을.
형제의 범주를 넘어, 애욕을 가지게 된 서로가 서로를 모르는 척 하고 있는 것을 알고 있다.
같은 얼굴, 형제, 동성.
세상에서 금지하는 모든 죄악을 뒤집어 쓴 마음에서 오소마츠는 눈을 돌렸다.
카라마츠를 사랑한다.
그 마음은 진심으로, 오소마츠는 카라마츠를 위해서라면 자신의 하나 뿐인 목숨까지고 기꺼이 버릴 수 있었다.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끓어오르는 애정이 카라마츠에게 닿을 때마다 들떴다.
두근대는 심장, 볼에 피어나는 홍조, 좀 더 닿고 싶다는 열망이 오소마츠를 가득 채웠다.
하지만 오소마츠는 결코 말하지 않는다.
너를 사랑한다, 그 한 마디를 삼키고, 억누르고, 뭉개버려 종이뭉치처럼 보이는 자신의 자의식 속에 깊이, 아주 깊이 꽂아 넣는다.
20살을 넘긴 성인이지만 부모님의 등골을 빼먹고 사는 백수.
일할 마음이라곤 눈꼽 만큼도 없는 글러먹은 인간.
그것이 세상이 오소마츠에게 붙인 수식어였다.
오소마츠는 알고 있다.
자신이 얼마나 돼먹지 못한 어른이라는 것을.
글러먹은 어른이 사랑?
오소마츠는 코웃음을 친다.
형제, 동성, 같은 얼굴.
사랑이라면 뛰어넘지 못할 것이 없다는 대사는 TV 화면 속 드라마에서나 나온다.
오소마츠는 알고 있다.
자신의 사랑을 입 밖으로 낸 순간, 얼마나 끔찍한 가시밭길이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지를.
변하고 싶지 않다.
이대로 태어난 순간부터 평생 함께였던 동생들과 이 미지근한 모형 정원(모라토리엄)에서 영원히 살아가고 싶다.
한낱 사랑을 위해서 이 모든 것을 포기해 버릴 정도로 오소마츠는 어리석지 않았다.
자립, 취직.
동생들이 집을 떠났다.
‘선발’이라는 기회에 다시 모든 것을 버리고 돌아온 동생들이 이전과 같지 않다는 것을 오소마츠는 알고 있었다.
오소마츠가 세운 굳건한 요새, 모라토리엄은 자세히 들여다보면 벽돌 모양의 스티로폼으로 지어진 모형에 지나지 않았다.
세운 것은 오소마츠지만, 그 안에 자신의 의지로 안주한 것은 동생들이었다.
이대로 이 안에서 평생, 영원히.
그것이 오소마츠가 바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동생들은 천천히 벽을 이루고 있는 스티로폼을 긁어내기 시작했다.
조금씩 아주 조금씩 한 발자국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세상이 원하는 어른, 올바르다고 일컫는 어른이 되려고 하는 동생들의 등을 오소마츠는 가만히 바라보았다.
나아가는 동생들, 그리고 멈춰있는 자신.
편안하고 안락한 모형 정원을 나가 거친 세상으로 나가는 동생들 사이에 카라마츠도 있었다.
영원할 수 없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알고 있으면서 헛된 바람을 품고 마는 것이 자신의 어리석음이었다.
아니, 순수함인가?
오소마츠는 앞으로 걸어갈 생각은 없다.
지금까지 걸어온 길은 오소마츠가 홀로 걸어온 길이 아니었다.
육둥이가 함께, 내가 우리고 우리가 나.
여섯이 하나가 되어 걸어온 그 길의 끝, 사방으로 뻗어나가는 길의 분기점에서 오소마츠는 멈춰섰다.
모를 리 없었다.
언젠가는 이렇게 되고 마는 것을.
하지만 오소마츠는 동생들의 뒤를 따라 걸어갈 수 없었다.
하나의 길에서 갈라진 분기점에, 오소마츠가 걸어갈 길은 존재하지 않았다.
멀어지는 동생들의 등을 보며 빙긋이 쓸쓸한 웃음을 띄운 오소마츠가 카라마츠에게 눈을 돌렸다.
아아, 멀어져 간다.
마츠노가의 차남으로서, 오소마츠의 가장 가까운 곳에 서 있었던 카라마츠가 멀어져 간다.
결국 이렇다. 끝이 났다.
이대로 취직을 하고,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가정을 꾸릴 동생들과 카라마츠.
언젠가는 아름다운 부인과 함께 아이를 안고 카라마츠가 이 집으로 찾아올 날이 올 것이라고 오소마츠는 예감한다.
그렇게 오소마츠의 사랑은 끝이 난다.
전하지 않고, 눈치채지 않은 척을 하며 눈을 돌려온 사랑은 오소마츠의 가장 깊은 곳에 끈질기게 남아 오소마츠를 괴롭힐 것이다.
없애고 싶어도 없어지지 않는 사랑은, 오소마츠와 함께 타오르는 불꽃 속에서 마지막을 맞이할 것이다.
환갑을 넘어 일흔이 되고 팔순이 되어서 썩어 문드러질 때까지 끈질기게 오소마츠의 안에 남아, 오소마츠의 시신과 함께 불에 태워질 것이다.
할 수 없네―, 하고 웃는다.
길에 멈춰선 오소마츠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받아들일 뿐이다.
떠나는 카라마츠에게 잘 가라는 말조차 할 수 없이, 오소마츠는 멀거니 멈춰선 채로 잔잔한 미소를 보냈다.
* 이어서 올라올 카라마츠 시점의 단편까지 한 세트로 봐주세요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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