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랜만에 올리는 글이네요~

* 쓰다보니 꽤 긴 글이 되어버렸습니다...ㅎㅎ

* 아이돌마츠 AQUA의 이치마츠와 FUITY의 오소마츠 이야기입니다.

* 공미포 16,730자.

* 즐겨 쓰던 맞춤법 검사기가 오류가 나서 검사를 하지 못했어요ㅠ 오탈자가 있을 수 있습니다.

 

* 부족한 글이지만, 재미있게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팬들의 함성을 뒤로하고 이마에 송골송골 맺힌 땀을 닦으며 스테이지를 내려왔다. 스태프가 건네준 수건으로 땀을 닦으며 대기실에 돌아오자 책상에 목캔디 하나가 놓여있었다.

“오늘도 있네. 그 목캔디.”

“그러네―.”

토도마츠의 아는 척에 적당히 대답하며 목캔디를 입에 쏙 넣었다. 목까지 퍼지는 시원한 청량감과 함께 달콤한 딸기맛이 입안에 퍼졌다. 절로 “음~.” 하고 감탄사가 나올 정도로 맛있는 목캔디를 굴리며 콧노래를 부르자 토도마츠가 다 죽은 눈으로 이쪽을 응시했다.

“그거 누가 주는 건지 궁금하지 않아? 라이브 있는 날은 무조건 있잖아.”

“글쎄―. 별로 궁금하지는 않은데….”

“대기실까지 들어올 수 있는 거 보면 방송 관계자 같지? 아니면 다른 그룹 매니저라거나?”

내 대답을 무시하고 톡톡 검지로 입술을 두드리며 고개를 기울인 토도마츠가 멋대로 추리를 시작했다. 자기가 무슨 명탐정이라도 되는 것처럼 눈을 감고 허공을 향해 손가락을 돌리는 녀석을 한심하게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별로 궁금하지도 않고, 알고 싶지도 않아-.”

녀석을 말리듯 말하자 토도마츠가 뚱한 얼굴로 나를 보더니 금세 표정을 바꾸어 빙긋 웃었다. 저저 무서운 녀석.

“어지간히 오소마츠 형을 좋아하는 팬인가 봐.”

“그러게―.”

조금은 자랑스럽게 답하자 토도마츠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한숨을 흘리며 푹신한 소파에 기댔다.

“오소마츠 형이 목이 나빠지기 쉽다는 거 웬만큼 가까운 사람들이 아니면 알기 힘든데 말이야.”

“뭐, 그렇지~?”

입안에서 목캔디를 이리저리 굴리며 적당히 대답했다. 건성인 대답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토도마츠가 내가 구긴 캔디 포장지를 보며 입을 삐죽였다.

“이 브랜드, 오소마츠 형이 좋아하는 걸 알고 있는 건 나나 아츠시 군 밖에 없다고 생각했는데….”

“횽아를 엄청 엄――청 좋아해 주는 사람인가 보지~?”

“태평하다니까, 정말. 보통은 기분 나빠한다고.”

씨익- 웃으며 답하자 토도마츠가 포장지를 쓰레기통에 던지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글쎄-, 딱히 기분 나쁘지는 않다. 나를 잘 알고 있다는 소리는 그만큼 나를 지켜봐 주고 있다는 소리니까. 목캔디를 놔두고 가는 이름 모를-그리고 얼굴도 모를- 팬에 대해 생각하고 있을 때, 똑똑 하고 대기실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네~.”

토도마츠의 대답에 문을 열고 매니저인 아츠시가 들어왔다. 힘겹게 대기실에 발을 들인 아츠시의 팔 안에는 다양한 포장지로 싸인 선물들이 가득했다.

“오늘 팬들이 놓고 간 선물이야.”

선물이 가득한 쇼핑백을 팔에 걸고 있다가 하나씩 테이블에 늘어놓은 아츠시가 재킷 안주머니에서 작은 수첩을 꺼내 펼쳤다.

“내일 스케줄은 오전 10시부터 시작이야. 요즘 뜨는 예능 프로 ‘스타의 도전’ 알지? 거기에 출연할 예정이고 그게 끝나면 라디오 출연, 그 후에 노래 연습이 있어.”

“어? ‘스타의 도전’?? 거기 혹시 AQUA도 나오기로 되어있지 않아?”

“응? 어, 어어…, 그런데 왜?”

거짓말…, 실화냐!? 쿵쿵쿵, 크게 뛰기 시작한 심장에 숨을 꿀꺽 삼키고 아츠시의 손을 잡고 위아래로 붕붕 흔들었다.

“최고야!! 처음으로 아츠시가 대단해 보였어!”

“에…? 처음??”

손을 잡고 흔드는 내게서 눈을 비켜 토도마츠를 응시한 아츠시가 고개를 기울였다. 토도마츠는 아츠시의 눈빛을 무시한 채 스마트폰을 만지며 가볍게 대답했다.

“오소마츠 형, AQUA 멤버인 이치마츠의 광팬이야.”

“아, 그래서….”

“후지오 록 때부터 엄청났다고! ‘잇치’는!!”

“잇치??”

“이치마츠 라는 사람의 애칭이래. 팬들이 부르는.”

“아아….”

무미건조한 아츠시의 신음을 뒤로하고 심호흡으로 간신히 흥분을 가라앉혔다. 후지오 록 시절부터 밴드의 작사 작곡을 도맡았던 잇치와 같은 방송에 출연한다니!!

절로 들썩거리는 몸을 흔들며 콧노래를 불렀다. 내일 만나서 인사 잘 해야지. 그리고 꼭 친해지는 거야!! 그러면 언젠가 잇치와 콜라보할 수도 있겠지!! 잇치가 작곡한 곡에 내가 가사를 입히고 함께 무대에 올라 노래를 부르는 모습을 떠올리자 진한 행복이 몰려와서 입꼬리가 무너졌다. 토도마츠는 실성한 사람처럼 헤실헤실 웃는 나를 한심하다는 눈으로 바라보며 고개를 저었다.

 

 

 

촬영 스태프에게 정중하게 허리 굽혀 인사하고 준비된 자리에 앉은 순간부터 심장이 날뛰기 시작했다. 바로 옆옆자리에 잇치가 앉아있다니!! 라이브가 아닌 곳에서 실물을 영접하게 될 줄은 몰랐다. 후하후하 하고 숨을 고르고 난 뒤에 나를 차게 쳐다보는 톳티의 손을 잡고 잇치 앞으로 다가갔다.

“오늘 함께 녹화하게 된 FUITY의 오소마츠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아…, 네….”

“같은 FUITY의 토도마츠입니다.”

“…AQUA의 이치마츠입니다.”

몇 번이고 들었던 낮고 매력적인 목소리가 내려앉았다. 건조한 목소리지만 사람의 흥미를 잡아끄는 저 목소리를 실제로 들을 수 있다니!! 속으로 감격의 눈물을 삼키며 잇치의 옆자리에서 자신만만한 얼굴로 우리를 바라보고 있는 잇치의 동료에게도 가볍게 인사했다.

“오소마츠입니다.”

“오우! 이치마츠와 AQUA에서 노래하고 있는 카라마츠다! 오늘 녹화 잘 부탁한다고?”

“토도마츠입니다. 저도 잘 부탁드립니다.”

꾸벅 고개 숙여 인사를 마치고 자리에 돌아오자마자 뚱한 얼굴이 된 토도마츠가 몸을 숙여 손짓했다.

“응?”

“너무하지 않아? 사회성 제로! 인사 정도는 달갑게 받아줘도 되는 거 아냐?”

차가웠던 잇치의 태도에 나 대신 화내는 토도마츠를 보며 피식 웃고 녀석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확실히 살짝 훔쳐봐도 전혀 이쪽을 보는 기색이 없는 잇치의 태도에는 쪼금, 아주 쪼~~끔 속상했지만 말이지―. 입을 삐죽 내밀고 툴툴대는 토도마츠의 모습에 서운함이 싹 사라졌다. 평소에는 내숭 엄청 떨고, 이미지 관리 철저하게 하면서 이럴 때는 솔직하게 나를 생각해준단 말이지. 짜증 내는 모습이 괜히 귀여워 보여서 녀석의 머리를 마구마구 쓰다듬었다.

“아, 기껏 스타일링 한 거 망가지잖아!”

“에헤헤~.”

“정말….”

슥슥 제 머리를 정리하는 토도마츠를 바라보다가 슬그머니 AQUA 쪽을 훔쳐보았다. 잇치는 이쪽으로는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정면만을 바라본 채 냉랭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말 걸지 말라는 분위기를 내뿜는 잇치에게서 조심스럽게 시선을 떼었다.

혹시 내가 마음에 안 드는 걸까…. 그러고 보니 잇치는 실력도 없이 인기만 많은 아이돌을 싫어한다고 했었지…. 나는 노래 잘 부르는 편이 아니니까…. 얼마 전 보컬 트레이닝 선생님께 혼났던 때를 떠올리고 푹 고개를 숙였다.

“오소마츠 형, 곧 녹화 시작할 거야.”

“응….”

툭 팔을 치는 톳티의 속삭임에 고개를 들고 녹화장으로 들어오는 사회자 누나에게 빙긋 웃으며 인사했다. 오늘 녹화 힘내자는 사회자 누나에게 밝게 대답하면서도 가슴은 차갑게 가라앉았다.

 

“오늘의 게스트는 무려 2년 만에 컴백한 AQUA와 미니 앨범으로 돌아온 FRUITY입니다!”

““안녕하세요~! FRUITY입니다~!””

“굿 이브닝~! 카라마츠 걸-즈!”

“…안녕하세요.”

사회자 누나의 인사에 밝게 인사하며 손을 흔들었다. 카메라를 향해 윙크를 날리는 카라마츠에 이어 잇치가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이치의 메마른 인사 때문인지 사회자 누나의 얼굴에 당혹감이 스쳤다.

“먼저 FRUITY의 두 분에게 여쭤보고 싶은데요~. 이번 미니 앨범의 컨셉이 ‘큐트’던데 역시 의상도 컨셉을 의식해서 입으신 건가요? 밝고 톡톡 튀는 듯한 귀여움이 느껴지는 의상이네요~.”

사회자 누나의 질문에 톳티가 능숙하게 준비된 대답을 늘어놓았다. 사회자 누나는 톳티의 대답에 만족스러운 미소를 피우고 타킷을 옮겨 내게 물었다.

“오소마츠 씨는 예전부터 후지오 록의 팬이었다고 들었는데요. 가장 좋아했던 멤버가 누구인가요?”

당연히 앨범에 관한 질문을 할 것으로 생각해 준비해둔 대답을 하려던 나는 몇 초간 눈만 깜빡였다. 에!? 갑자기?? 갑자기 잇치에 대한 거 물어보기 있음!? 어떻게든 당황한 것을 숨기며 슬며시 잇치 쪽으로 눈을 두었다. 아, 지금 순간 눈이 마주쳤다. 잇치는 나와 시선이 마주치자마자 홱 소리가 날 정도로 빠르게 고개를 돌렸다.

역시 내가 별로인 걸까…. 목구멍까지 올라온 까끌까끌한 감각을 억지로 삼키고 빙그레 아이돌 미소를 피운 채 사회자 누나에게 대답했다.

“네! 후지오 록의 노래는 가사가 다 좋고 멜로디도 취향이라 좋아했어요. 제일 좋아했던 멤버는 이치였어요.”

헤헤, 수줍은 듯이 웃으며 머리를 긁적이자 사회자 누나가 “어머나~!” 하고 추임새를 붙이며 잇치를 바라보았다.

“이치마츠 씨는 FUITY를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엣…. 뭐…, 열심히 한다고 생각하는데….”

들릴 듯 말 듯한 작은 목소리로 돌아온 대답에 사회자 누나가 프로답게 활짝 웃으며 훈훈한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좋아한다고 대놓고 말해도 잇치의 반응은 미묘했다. 아아――, 이건 진짜로 슬픈데…. 억지로 입꼬리를 끌어올리고 환한 미소를 지었지만, 옆에 앉은 톳티는 눈썹을 살며시 찌푸리고 잇치를 뜨겁게 응시했다.

잇치가 나를 좋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걸 안 뒤로, 녹화 시간 내내 가라앉은 기분은 쉽게 풀리지 않았다. ‘스타의 도전’은 출연자가 여러가지 도전을 하는 프로그램으로 내가 걸린 도전은 퀴즈였다. 하필 약한 상식 퀴즈에 걸려 도전도 실패하고 말았다. 믿었던 톳티 역시 몸을 쓰는 도전에 걸려 나와 함께 나란히 실패하고 시무룩한 얼굴로 자리에 돌아와 앉았다.

“아쉽게도 FRUITY의 두 분 모두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AQUA의 두 분은 멋지게 성공하셨네요!”

사회자 누나의 말에 멋쩍게 웃으며 “이야~, 퀴즈 어렵네요―.” 하고 너스레를 떨었다. AQUA의 카라마츠는 여러 장애물을 넘어서 제한 시간 안에 골에 도착하는 도전을, 잇치는 한 번 들은 음을 맞추는 도전을 했다. 절대 음감을 가진 잇치가 도전에 성공하는 것은 불 보듯 뻔했다.

나는 실패, 잇치는 성공. 가라앉은 기분이 최악으로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래도 카메라 앞에서 티를 낼 수는 없는 법! 아이돌 필살의 미소를 지으며 카메라를 향해 마무리 멘트를 하는 사회자 누나 옆에서 톳티와 함께 간단한 앨범 홍보를 하고 녹화장을 나왔다.

 

대기실로 향하는 길목에서 만난 아츠시는 재킷 안주머니에서 꺼낸 수첩을 펴고 다음 스케줄에 대해 설명했다. 앞으로 15분 뒤에 지하 주차장으로 오라는 말을 남긴 아츠시를 배웅하고 대기실에 들어가 털썩 소파에 누워 눈을 감았다.

“하아~~~~~~~.”

“시끄럽네-.”

계속 참았던 한숨을 크게 내쉬며 팔을 위로 올리자 톳티가 핀잔하며 발로 나를 툭툭 건드렸다. 하늘 같은 형님을 발로 치다니 저 나쁜 막내녀석! 톳티를 혼내줄 생각으로 벌떡 몸을 일으키자 톳티가 눈짓으로 대기실 책상 위를 가리켰다.

“뭔데?”

“저거.”

소파에서 일어나 책상에 다가가자 새초롬하게 놓여있는 목캔디 두 개가 눈에 들어왔다.

“….”

말없이 캔디 하나를 까서 입에 넣었다. 살살 녹는 캔디처럼 답답했던 마음이 서서히 무너져 내렸다. 얼굴도 모르는 사람에게 이렇게 위로 받을 줄은 몰랐다.

한 번 정도는, 목캔디를 선물하는 사람의 얼굴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 “요즘 오소마츠 씨는 어떻게 지내고 있나요?”

“매일매일 즐겁게 살고 있습니다~! 오랜만에 컴백해서 팬 분들을 다시 만나게 되어서 기쁘기도 하고, 역시 노래하는 건 즐겁거든요!”

“신곡 홍보하랴 라이브하랴 꽤 바쁘실 것 같은데 지치진 않으시나요?”

“하하, 저를 응원해주시는 분들이 많아서 지칠 새가 없더라구요. 실은 방송 녹화라 라이브가 있을 때마다 제게 목캔디를 주시는 팬 분이 계셔서 그 분 덕분에 더 힘을 낼 수 있는 것 같아요!”

“어머나! 목캔디를요?”

“네!”』

 

“이런 미친!?”

“이, 이치마츠?”

달리는 차 안에서 벌떡 일어났다가 멋지게 천장에 머리를 부딪치고 주저 앉았다. 옆에 앉아있던 개똥마츠가 무슨 일이냐며 시끄럽게 구는 걸 밀어내고 매니저에게 라디오 볼륨을 올려달라고 부탁했다.

“미쳤다…. 진짜….”

“이, 이치마츠으!? 어디 아픈 건가??”

“아니. 괜찮으니까 신경 꺼, 개똥마츠.”

줄줄 눈가를 타고 흘러내리는 눈물에 개똥마츠가 쓸데없는 호들갑을 떨었다. 쯧 하고 혀를 차며 녀석을 뻥 차버리고 라디오에서 들려오는 맑은 목소리에 귀기울였다. 오소마츠는 그 특유의 장난기 섞인 웃음을 마구 흘리며 나에 대해서 자랑하고 있었다.

기분 나쁘지 않았구나…. 걱정했는데, 다행이다.

“천사다…. 살아있는 천사….”

도저히 얼굴을 마주할 용기가 없어서 대기실에 슬쩍 목캔디를 놔두기 시작한 게 벌써 1년이 다 되어간다. 스토커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몰래 대기실에 드나드는 걸 기분 나빠하지 않을까, 그리고 목캔디는 당연히 버릴 거라고 생각했는데 저렇게 기쁘게 받아줄 몰랐다. 감격하며 라디오를 경청하고 있자 개똥마츠의 쓰레기 같은 목소리가 아름다운 오소마츠의 목소리를 덮었다.

“아이돌에 관심을 가지다니 의외로군.”

“아? 신경 꺼.”

“뭔가 특별한 매력이 있는 건가? 그 보이에게.”

눈을 빛내며 묻는 개똥마츠에게서 묘한 분위기가 풍겼다. 저 자식이 오소마츠에게 관심이라도 가지면 큰일이다. 홱 얼굴을 구기고 개똥마츠를 노려보며 대답했다.

“몰라도 돼. 괜히 접근하지 말아라. 죽여버릴 테니까.”

“OH…, 같은 멤버를 그렇게 협박하는 건 너무하지 않나?”

“시끄러.”

“하지만 그렇게 좋아하면서 저번엔 꽤 콜드하지 않았나? 보이에게.”

개똥마츠에게 정곡을 찔려 어쩔 수 없이 개똥마츠를 향해 뻗은 주먹을 거뒀다. 나도 안다고! 저번 녹화 때 내 태도가 너무했다는 건! 갑자기 그렇게 만나니까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달까…. 너무 긴장했단 말이다!!

“…떨렸다고…. 그렇게 가까이서 만나게 될 줄은 몰랐으니까….”

“이치마츠는 샤이 보이로군.”

웅얼거리는 내 변명을 귀신같이 알아듣고 하하, 시원스러운 웃음을 흘린 개똥마츠는 그 이후로 오소마츠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

 

처음엔 단순히 목소리가 좋다는 생각뿐이었다. 우연히 매니저가 틀어 놓은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가, 그리고 경쾌하게 멜로디를 만들어내는 목소리가 좋았다. 꽤 취향이었다. 나는 절대 낼 수 없는 영역의 목소리였기에. 하지만 아이돌 답게 그 좋은 목소리를 가지고도 노래 실력은 그만저만. 음정이 불안정하다는 것이 여실히 느껴지는 음악에 나도 모르게 혀를 찼다. 보물을 가지고도 잘 쓰지 못하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이 전부였다.

그러다 우연히 오소마츠를 만났다. 후지오 록 시절부터 알아왔던 업계 동료가 새로이 보컬 트레이닝 학원을 열었다 해서 찾아간 곳에서 오소마츠를 만났다. 빈말로도 성격이 좋다고 말하지 못하는 동료 앞에서 혼나고 땀을 뻘뻘 흘리면서 발성 연습을 하는 오소마츠를 봤을 때는 꽤 놀랐다. 아이돌 중에서도 저렇게 노력하는 녀석이 있나 싶었다. 다듬어지지 않은 노랫소리를 조금씩 연마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으니 어느새 한 시간이 흘렀다.

“그래도 처음보다는 나아졌네.”

“정말요?”

“귀를 막고 들을 정도는 아니게 됐어.”

“에엑~. 선생이 그렇게 말하기 있어요?”

피아노에서 손을 뗀 동료의 말에 오소마츠가 얼굴을 활짝 피웠다. 하지만 역시나, 성질 나쁜 동료는 냉정하게 말하며 실망하는 오소마츠의 목소리를 가볍게 흘러 넘기고 다음 스케줄을 확인했다.

“그나저나 저번에 큰 건 하나 들어왔다고 하지 않았어?”

“아, 그거요….”

다음 방문 시기를 정하다가 돌연히 묻는 동료를 향해 오소마츠가 어색한 미소를 띄우고 머리를 긁적였다.

“꽤 유명한 영화에 OST 부르기로 했다며.”

“그거…, 무산됐어요.”

“왜? 실력이 없어서?”

“실력이 부족한 건 저도 잘 알 거든요!? 그렇게 일일이 꼬집어 주지 마요!! …그게 아니라, 그 일을 맡는데 조건이 붙어서 그게….”

“조건?”

“저는 그 소문이 진짜일 줄 몰랐어요….”

“소문?”

“연예계의 베, 베개 영업이라던가….”

“아~~…. 가끔 있지…. 아니, 근데 설마 그 조건이란 게…,”

“네….”

눈썹을 찌푸리고 곤란한 듯이 웃은 오소마츠가 살며시 고개를 기울였다. 정리되지 않은 앞머리가 이마를 따라 흔들렸다.

“그 영화 노래를 불렀다면 분명 금방 유명해졌겠지만, 실력도 없이 유명해져도 의미 없잖아요. 성공은 자기 힘으로 하기로 했어요, 토도마츠랑.”

“흐음~.”

누구나 탐내는 정상의 길, 그 길을 쉽게 오를 수 있었던 방법을 오소마츠는 ‘의미 없다’고 말하며 빙그레 미소 지었다. 자신의 지금 자리에 만족하지 않고 노력하면서 그 노력으로 위로 올라가겠다 선언하는 그 모습이 너무나 당당해서, 반짝반짝 빛나는 것 같았다.

그리고 오소마츠는 자신의 말을 지켰다. 동료의 학원을 꾸준히 다니며 노래 실력을 갈고 닦아 어느새 아이돌 중에서 제일 노래를 잘 부르게 되었고 그에 따라 오소마츠의 인기도 올라갔다. 신곡이 나올수록 나아지는 노래 실력에 어느 순간부터 오소마츠를 응원하게 되었다. 정도를 밟으며 꾸준히 노력하는 그 모습이 멋졌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을 지켜보고 싶었다. 그렇게 나는 오소마츠의 팬이 되었다.

 

모든 스케줄이 끝나고 맨션에 돌아와 재킷을 의자에 걸고 기지개를 켰다. 이번에 새로 들어온 콜라보  제안에 샘플 곡 몇 개를 만들어 볼 생각으로 의자에 앉은 나는 작곡 프로그램을 켜는 대신에 사진집을 열었다.

“하아…, 귀여워….”

남몰래 찍은 오소마츠 사진을 한바퀴 훑어보며 등받이에 기대 한숨을 내쉬었다. 작업실 안에는 오소마츠와 관련된 물건이 가득했다. 벽에는 포스터가, 책상에는 피규어가 놓여 있었고, 아이돌 굿즈로 나온 여러가지 잡다한 물건들이 즐비했다. 얼마 전에 나온 오소마츠 버블헤드 인형을 툭 건드리다가 폰을 꺼내 오소마츠의 이번 신곡을 틀었다.

차분하고 깔끔하게 정돈된 목소리가 발랄한 노래를 불렀다. 같은 멤버인 토도마츠의 조금 높고 달콤한 음색과 합쳐서 훌륭한 하모니를 만들어내는 노래에 지쳤던 마음이 사르르 녹아내렸다. 이번 곡도 좋군. 혼자 고개를 끄덕이면서 플레이 리스트에 있는 샘플 곡 리스트를 내려보았다.

“…불러주면 좋을텐데….”

오소마츠를 위해, 오소마츠의 음색에 맞춰 작곡한 샘플 곡들을 보다가 푹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젖혔다. 오소마츠의 팬이 된 뒤로 남몰래 한 가지를 바라게 되었다. 내가 작곡한 곡을 오소마츠가 불러주는 것. 정식으로 콜라보 요청을 하면 안 될 것도 없지만, 어쩐지 그 방법은 끌리지가 않았다.

“친해져서 자연스럽게 같이 작업하고 싶은데….”

녹화장에서 본 빵긋 웃는 오소마츠의 미소를 떠올리고 실실 입꼬리를 올렸다가 개똥마츠의 말을 떠올라 머리를 벅벅 긁었다.

“으으으으, 친해진다니 무리!! 절대 무리!!! 나 같이 사회성 제로인 사람이 가능할 리 없잖아!! 그게 가능하면 이미 친구가 백 명은 있었을 거다!!”

격렬하게 헤드뱅잉을 하다가 지쳐 작업실 바닥에 털퍽 앉은 채 푸욱 고개를 숙였다. 아~~~, 오소마츠랑 콜라보하고 싶다아~~!!! 하늘을 향해 외쳐도 들어줄 리 만무한 내 바람은 이대로 이루어질 수 없을 것 같았다.

 

 

 

매니저가 가지고 온 일거리에 인상을 찌푸리자 어수룩한 매니저가 손을 휘저으며 묻지도 않은 걸 설명하기 시작했다.

“아니, ‘스타의 도전’에서 이번에 아이돌 특집을 만들기로 해서 다시 출연해달라고 제안이 왔는데…,”

구긴 얼굴을 펴지 않고 매니저가 하는 말을 듣고 있으니 매니저의 말소리가 서서히 줄어들었다. 슬쩍 눈을 피해 바닥을 응시한 매니저가 작게 물었다.

“그럼 거절, 하는 걸로…?”

“어.”

“하아…. 저번 녹화에서 FUITY랑 나온 거 반응 좋았는데….”

“FRUITY?”

매니저 입에서 나온 그룹명에 그를 쳐다보자 매니저가 반색하며 물건 홍보하듯이 말을 늘어놓았다.

“저번에 시청률도 잘 나오고 해서 이번에도 FUITY랑 AQUA를 같이 섭외하고 싶다고 해서! 이치마츠 씨가 관심 있으면,”

“한다.”

“…엇!? 정말요?? 진짜로 일 받아요?”

“어.”

바로 답하고 매니저에게 녹화날을 물어 개인 캘린더에 입력했다. 열심히 폰을 만져 스케줄을 입력하는 나를 본 개똥마츠가 “훗, 러브인가.” 하고 멍멍이 소리를 해서 가볍게 마시던 음료수 캔을 날렸다.

 

으아…, 죽겠다. 녹화날 아침부터 날뛰고 있던 심장께를 붙잡고 심호흡하며 지정된 자리에 앉았다. 개똥마츠가 묘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길래 검지와 중지를 세워 눈을 찔러주고 이쪽으로 다가오는 오소마츠를 눈에 담았다. 긴장한 걸까, 조금 뻣뻣한 움직임으로 오소마츠가 내 쪽으로 다가왔다. 이번에는 저번처럼 망치지 말자, 망치지 말자…. 다짐하는 사이 오소마츠와의 거리가 1m도 안 될 정도로 가까워졌다.

“안,”

“안녕하세요. 이치마츠입니다.”

오소마츠가 입을 열기 전에 서둘러 꾸벅 머리를 내렸다. 오소마츠는 멍청히 눈을 깜빡이며 나를 보더니 배시시 귀엽게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안녕하세요. 또 보네요. FRUITY의 오소마츠입니다!”

“네….”

으아!! 손 잡았어! 오소마츠랑 손!!! 오소마츠의 손을 맞잡았던 오른손을 붙잡고 방방 뛰며 길길이 날뛰는 마음 속의 자신을 애써 억누르고 가벼운 악수를 끝냈다. 인사를 끝내고 자리로 돌아가는 오소마츠를 보며 참았던 숨을 내쉬었다. 손…, 꽤 단단하고 거칠었어…. 맞잡았던 손의 감각을 되새기며 들뜬 마음에 몸을 움찔거리는 사이 사회자가 세트장에 올라오고 곧 녹화가 시작되었다.

녹화는 간단한 근황 인터뷰 이후 협업할 멤버를 선택하는 식으로 진행되었다. 카메라를 향해 각 그룹의 멤버들이 원하는 협업 멤버를 골라 함께 작업하고 그 결과는 한 달 뒤 방송에서 보여준다고 설명한 사회자가 결과 용지를 들어 올렸다.

“자! 그럼 함께 작업하고 싶은 사람으로 누굴 골랐는지 볼까요?”

이름 때문에 제일 먼저 결과를 보여주게 된 오소마츠가 뒤집어 놓았던 팻말을 들어 올렸다.

“네! 오소마츠 씨는 그룹 CITRUS의 쵸로마츠 씨를 선택했네요!”

엩….

순간 움찔 떨리는 몸을 막을 수 없었다. 아…, 역시 저번 녹화 때 내가 그런 태도였던 게 문제였을까. 긴장되었다고는 하나 그건 내 사정이고 오소마츠는 이유도 없이 쌀쌀맞은 대우를 받은 거니까…. 그렇겠지…. 싫어하게 될 수도 있겠지….

절로 어깨가 내려앉았다. 이건, 어쩌지? 무릎 위에 올려 둔 팻말에는 오소마츠의 이름이 적혀 있다…. 이걸 들어올리면 오소마츠가 곤란해하지 않을까….

고민하는 사이 순서는 나와 카라마츠에게 돌아왔고, 사회자의 말에 따라 둘이 동시에 팻말을 들어올리게 되었다.

“어머나! 이치마츠 씨와 카라마츠 씨 모두 오소마츠 씨를 선택했습니다! 인기 많으시네요, 오소마츠 씨-.”

하!? 개똥마츠 저 자식은 왜 오소마츠를 선택한 거야!? 죽을래!? 눈빛으로 살기를 보내고 개똥마츠는 눈만 피할 뿐 팻말을 내리지 않았다. 접근하지 말라고 말했는데 저 자식이…!!

“그럼 오소마츠 씨의 선택은 과연 누구일까요!”

사회자의 외침에 핫 하고 개똥마츠를 쏘아보는 것을 멈추었다. 오소마츠가 선택했던 쵸로뭐시기는 이미 다른 사람과 팀을 짰고 나와 개똥마츠의 구애(?)를 받게 된 오소마츠가 파트너를 선택하게 된 것 같았다. 오소마츠는 내가 팻말을 들어 올린 순간부터 놀란 얼굴을 하고 있었다. 역시…, 민폐겠지…. 곤란하겠지…. 저번에 그렇게 쌀쌀맞게 대하고 인제와서 같이 작업하고 싶다고 하는 게 웃기겠지…. 천천히 내려가는 고개에 한숨을 삼키고 담담히 오소마츠의 결정을 기다렸다.

“저는 이치마츠 씨랑 하고 싶어요!”

구원과도 같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홱 고개를 들자 빙그레 미소 띤 오소마츠가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천사…!! 진심 천사다!!

수도꼭지를 홱 열어젖힌 것처럼 줄줄 흘러나오려는 눈물을 간신히 억누르고 떨리는 목소리로 잘 부탁한다고 대답했다.

 

팀이 정해진 뒤, 각자 배정된 작은 세트장으로 이동한 우리는 카메라맨과 함께 회의를 시작했다. 책상과 의자 2개가 전부인 세트장은 휑함의 극치였다. 이 방송국, 돈이 없던가…? 머릿속을 스치는 의문에 고개를 기울이고 있을 때, 불쑥 오소마츠가 얼굴을 내밀었다.

“저, 이치마츠 씨와 작업하게 되어서 엄청 기뻐요.”

“에, 엩?!”

“후지오 록 시절부터 팬이었어요!!”

“아, 가, 감사합니다….”

“헤헤.”

말갛게 웃은 오소마츠가 눈을 빛내며 몸을 들썩였다. 이런 나를 이렇게 좋아해 주는 건가…. 용기도 없고 패기도 없는 나를…. 물씬 감동이 몰려와서 뜨거워지는 눈시울을 숨기고 괜히 헛기침을 하며 울렁이는 마음을 다듬었다.

“그, 작업 말인데 나는 역시 콜라보 곡을 하나 쓰고 싶거든.”

“네!! 저도 이치마츠 씨의 노래 불러보고 싶었어요!”

“으, 응….”

꿀꺽, 긴장으로 샘솟은 침을 삼키고 오소마츠의 뜨거운 시선을 피했다. 저 맑고 순진한 눈빛이 무한한 신뢰를 보내오는 것 같아서 긴장이 배가 되었다.

“그, 그럼 다음에 내 작업실에서 보는 건…, 어때?”

“네! 좋아요! 이치마츠 씨의 작업실이라니!! 전부터 보고 싶었어요!”

오소마츠는 내가 무슨 말을 하던지 고개를 끄덕일 것처럼 나를 바라보았다. 으아…, 마음이 무거워졌어…. 미묘한 곡으로 오소마츠를 실망시키고 싶지 않았다. 머릿속으로 음계를 정리하면서 고개를 끄덕이고 힘겹게 입을 뗐다.

“그럼…, 다음에 내 작업실에서 보는 걸로.”

“네!”

배시시 웃는 오소마츠는 세상에서 최고로 귀여웠다. 작업실에서 볼 날짜와 시간을 정하자 마자 녹화가 끝났다. 오소마츠는 다음 스케줄이 바쁜지 허겁지겁 인사한 뒤 세트장을 떠났다.

“이치마츠 우리도 다음 스케줄로 이동하자.”

개똥마츠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순간, 설렘이 잊게 했던 한 가지 일을 떠올렸다.

“아!!! 목캔디!”

“응?”

목캔디 놔두는 거 깜빡했다….

 

 

 

“후아, 다 괜찮지?”

작업실을 한바탕 정리한 뒤, 다시 한 번 더 확인하며 중얼거렸다. 방 전체에 장식 되어있는 오소마츠 굿즈를 정리하느라 창고 하나를 뒤집어야 했다. 시계를 확인하고 심호흡하며 옷차림을 확인했다. 좋아, 이 정도면 완벽해. 고개를 끄덕이는 사이에 초인종이 울렸다.

“아! 왔다!!”

후다닥 뛰어가 현관문을 열기 전에 거울을 보며 머리를 정리했다. 너무 급하게 나온 것처럼 보이지 않게. 여유여유. 나는 여유롭고 친절한 사람이다. 자기 세뇌를 하며 고개를 끄덕이고 천천히 문을 열었다.

“안녕하세요~!”

사복 최고다!! 하얀 후드에 빨간 줄무늬 재킷을 걸치고 검은 바지를 입은 오소마츠의 발랄한 귀여움에 심장이 격침했다. 하아…, 당장 죽어도 좋아….

“들어와….”

“실례하겠습니다!’

오소마츠가, 오소마츠가 내 작업실에 들어 왔어!!! 부왁 하고 터질 것 같은 눈물샘을 억지로 잠그고 오소마츠를 작업실로 이끌었다.

“와, 여기가 이치마츠 씨의 곡이 만들어지는 곳이군요!”

작업실 전체를 눈에 담으려는 듯이 두리번거리는 오소마츠에게 의자를 내주고 책상에 걸터앉아 노트북을 들었다.

“일단 샘플 몇 개 들려줄게.”

“네!”

오소마츠가 바로 옆에 있어!! 크으~!! 입밖으로 나올 듯이 두근거리는 심장을 붙들고 샘플 곡 몇 개를 틀었다. 흥겨운 팝부터 잔잔한 발라드까지 여러 장르의 멜로디를 차례로 틀자 오소마츠가 그에 맞춰 고개를 튕기면서 콧노래를 불렀다.

“다 좋네요! 부르기 쉬울 것 같아요!”

아, 설마 오소마츠 음색이 맞춰서 작곡한 걸 들키진 않았겠지…? 식은땀을 감추고 “그렇지….” 하고 대답하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뭐가 좋을 것 같아…?”

“음…, 들려주신 곡 다 좋아서 못 고를 것 같긴 한데….”

고개를 갸웃거리며-더럽게 귀여웠다!- 끄응 앓는 소리를 낸 오소마츠가 작업실에 울리는 노래소리에 눈을 깜빡였다. 도움이 1도 안 되는 개똥마츠가 전화해 벨소리로 설정한 오소마츠의 신곡이 울리고 있었다. 애써 참았던 식은땀이 뻘뻘 흘러내리는 것이 느껴졌다.

“아니!? 신곡이 좋더라구요!? 그래서 벨소리로 설정했달까…. 하하하하하하하….”

자신이 생각하기에도 어색한 미소를 흘리며 재빠르게 통화 거부 버튼을 눌렀다. 경쾌한 멜로디가 사라진 작업실에는 무거운 침묵만이 남았다.

“그게….”

이걸 어떻게 풀어야하지…? 친구 하나 없었던 세월을 저주하며 이 분위기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맹렬히 머리를 굴리던 중에 한층 다정해진 미소를 피운 오소마츠가 말했다.

“이치마츠 씨가 추천해주시는 곡으로 할래요.”

“내, 내가?”

“네.”

“그, 그럼….”

노트북의 샘플 곡 리스트를 거침없이 내려 제일 아래에 있는 곡을 틀었다. 잔잔하면서도 절정부분에 힘이 실린 발라드락. 오소마츠도 작업실에 울려 퍼지는 멜로디가 마음에 든 것 같았다. 콧노래를 흥얼거리면서 멜로디를 듣다가 활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그럼,”

“어, 이치마츠 씨?”

이걸로 진행하자는 말을 하려던 나를 카메라맨이 막았다. 이례적인 끼어들기에 오소마츠와 나 둘 다 눈을 깜빡이면서 카메라맨을 응시하자 그가 뻘쭘히 중얼거렸다.

“이치마츠 씨도 같이 불러야 하는데요….”

“하? 나는 작곡하는 거니까 상관 없잖아.”

“아뇨…. 이치마츠 씨도 노래를 불러야 진정한 공동 작업이 되는 거라서…. 양해 부탁드립니다.”

카메라맨의 말에 오소마츠가 응응 동조하며 눈을 반짝였다. 아니, 그렇게 보시면 부담스러운데요….

“저도 이치마츠 씨랑 같이 노래하고 싶어요!”

오소마츠의 한 마디에 결국 고집을 꺾었다. 푹- 한숨을 내쉬자 오소마츠가 활짝 웃으며 카메라맨에게 문제 없다고 말한 뒤 내 손을 잡고 붕붕 흔들었다.

“잘 부탁드려요! 이치마츠 씨!”

“응….”

오소마츠만을 위한 솔로곡으로 만든 샘플을 재조립하며 대답했다. 솔로곡을 듀엣곡으로 바꾸려면 어느 정도의 편곡이 필요했다. 편곡 후에 다시 만나기로 약속을 잡고 시간을 확인했다.

“다음 스케줄 있는 거 아니야? 라디오….”

“아, 네! 이제 출발해야 할 것 같아요.”

“조심히 가….”

현관 앞까지 오소마츠를 배웅하러 나오자 오소마츠가 묘한 눈빛으로 나를 응시했다. “왜?” 하고 물었지만, 오소마츠는 아무것도 아니라 대답한 뒤 다음에 보자는 말을 남기고 떠났다.

“좋아, 힘내볼까.”

그토록 바랐던 오소마츠와의 콜라보다. 누가 들어도 명곡이라고 칭찬할 만한, 최고의 듀엣곡을 만들자는 각오를 다지며 작업실에 들어갔다.

 

 

 

라디오 스케줄을 끝내고 대기실에 돌아오자마자 습관처럼 책상을 확인했다. 오늘도 책상 위는 깔끔히 비어져 있었다.

“요즘 뜸해졌네, 목캔디.”

“으…, 바쁜가 봐~.”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지만, 멋대로 실망해 가라앉는 기분을 막을 수 없었다.

“그러고보니 콜라보 작업은 어떻게 되어 가? 그토록 바라던 잇치와의 협업이잖아.”

이런 신경 쓰게 만들었나…. 황급히 화제를 돌리는 토도마츠의 말에 밝게 웃으며 편곡을 기다리는 중이라 대답했다. AQUA의 카라마츠와 협업하게 된 토도마츠는 매번 의견 충돌이 일어나서 죽겠다고 툴툴대며 빠르게 폰을 두드렸다.

“발라드락이랬나? 콜라보 곡.”

“응.”

“오소마츠 형 괜찮겠어? 발라드락 한 번도 불러본 적 없잖아.”

“뭐든 도전이지! 그리고 잇치가 들려준 곡 전부 부르기 쉬워 보였는걸‐.”

“아, 그래.”

“게다가 무려 듀엣 곡!! 잇치의 목소리를 바로 옆에서 들을 수 있다고!? 거기에 모자라서 나도 같은 곡을 부른다고!? 엄청나잖아!!”

“아, 네네‐.”

건조한 토도마츠의 맞장구를 흘려보내고 거친 숨을 내뱉었다. 잇치와 듀엣곡. 이거 꿈은 아닌거지? 진짜인거지? 슬며시 볼을 꼬집는 나를 토도마츠가 경멸 어린 눈으로 쳐다보고 있지만, 기분은 최고였다.

 

모든 스케줄을 마치고 오랜만에 보컬 트레이닝을 받으러 학원에 들어가자 미우라 선생님이 내 이마를 튕겼다.

“바쁘다고 연습을 안 오면 쓰나. 이 녀석아.”

“하하, 그래도 혼자 연습은 꾸준히 했어요.”

틱틱대는 선생님의 공격을 적당히 방어하며 방음실에 들어가자 피아노 앞에 앉은 선생님이 “아!” 하고 소리내며 나를 쳐다보았다.

“이번에 이치마츠랑 협업하게 되었다며.”

“아, 네.”

“그 녀석, 다짜고짜 찾아와서 엄청 자랑하고 갔다고. 질리는 녀석이라니까 정말.”

“에.”

선생님하고 잇치가 아는 사이였어?? 아니, 그것보다 자랑을 했다고???

도저히 믿어지지 않아서 멍청히 선생님을 응시하자 픽- 헛웃음을 흘린 선생님이 “녀석의 실체를 알려주지.” 하고 말하고는 엄청난 폭로를 시작했다.

“그 녀석 실은 네 팬이야. 보컬 트레이닝 받으러 올 때마다 한참 동안 저쪽에서 구경하고 간다고. 게다가 음반이고 굿즈고 나오는 족족 사모아서는…. 녀석의 작업실하고 침실 장난 아닐 걸? 네 굿즈로 가득하다고.”

“……전, 몰랐어요….”

잇치가 내 팬?? 나를 좋아해? 굿즈를 모아?? 멀거니 서서 눈만 깜빡이는 내게 “진짜야.” 하고 제 말이 사실이라고 단언한 선생님이 손사래를 쳤다.

“나한테 네 굿즈를 자랑하면서 시끄럽게 구는데, 오랜 동료만 아니었으면 진작 팼어.”

“…그 정도인가요? 저번에 봤을 때는 그런 기색이 없어서….”

“그래. 그 녀석, 긴장하면 되려 무뚝뚝해지니까…. 오해 받기 쉬운 성격이지.”

“그렇군요….”

“잘 관찰해 보라고? 그 녀석, 헛점이 은근히 많거든.”

“하하하.”

선생님의 말을 끝으로 잇치에 관한 대화는 마무리되었다. 보컬 트레이닝을 받는 내내 머리 한 구석에서 잇치가 떠나지 않았다. 확실히 두번째 만났을 때는 꽤 다정했다. 내 스케줄도 신경써주고…. 다음에 만날 때는 잇치의 솔직한 모습을 볼 수 있을까? 빨리 잇치를 만나고 싶어졌다.

 

보컬 트레이닝을 받고 3일 후, 편곡이 끝났다는 연락을 받고 잇치의 작업실 근처 카페에서 만남을 가졌다. 이번에도 따라 붙은 카메라맨이 조금 방해였지만….

“이치마츠 씨!!”

카페 구석자리에서 먼저 와 기다리고 있던 잇치에게 손을 흔들며 다가가 옆에 앉았다. 일부러 의자를 가까이 끌어가 앉은 탓일까 잇치가 순간 작게 몸을 움찔였다. 대담하게 나가기로 한 게 조금 후회대는 반응이었지만, 일단 밀고 나가기로 하고 입꼬리를 한껏 올리며 잇치에게 곡에 대해 물었다.

“벌써 완성 된 건가요?”

“편곡은…. 그, 작사를 부탁하고 싶어서.”

“제, 가요?”

작사라니! 잇치의 곡에 내가 가사를 붙여도 될까…. 당황해 되묻자 잇치가 아차 하는 얼굴로 눈을 굴리다 푹 고개를 숙였다.

“그, 싫으면 안 해도….”

“아뇨! 할 게요!! 하겠습니다!!”

잇치가 제안을 거두기 전에 재빨리 대답했다. 작사라니! 설렘으로 두근거리는 심장을 느끼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으, 응….”

잇치는 갑자기 의욕을 불태우는 내가 이상해 보였는지 얼떨떨한 얼굴로 나를 쳐다보았다. 나는 할 수 있다 정신으로 잇치와 함께 어떤 가사를 입힐지 키워드나 컨셉을 함께 의논하는 사이 시간은 빠르게 흘렀다. 다음 스케줄을 하기 위해 먼저 카페에서 일어나는 나를 배웅하려 나온 잇치가 마지막까지 나를 배려해주었다.

“혹시 작사가 어렵거나 막히는 부분이 있으면 언제든 연락해도 좋으니까.”

“아, 넵!!”

잇치가 건네준 냅킨에는 잇치의 개인 연락처가 적혀 있었다. 테이블에 있던 넵킨에 뭘 적고 있는가 했더니 연락처를 적고 있었구나…. 울컥 올라오는 감동에 소중하게 냅킨을 쥐고 멋진 가사를 붙여보겠다는 다짐을 불태웠다.

 

협업의 중간 결과를 확인하는 녹화날, 사회자 누나가 우리 팀을 소개하면서 잇치가 작곡하고 내가 작사한 곡이 기대된다며 손뼉을 쳤다. 빈말이 아니라 진심이 담긴 칭찬에 옆에 앉은 잇치의 몸이 딱딱하게 굳어가는 것이 전해졌다. 긴장하고 있는 거구나, 이게…. 선생님이 오해받기 쉽다고 말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우리 팀의 이야기에서 다음 팀으로 조명이 옮겨가자 잇치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옆에 앉은 나만이 간신히 들을 수 있을 정도로 작고 옅은 한숨이 어쩐지 귀여웠다.

녹화는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모든 팀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 보니 녹화시간은 자연스럽게 길어졌고, 지친 게스트들을 위한 중간 휴식 시간이 급히 잡혔다. 잠시 휴식이라고 외치는 스태프의 목소리에 기지개를 켜다가 옆을 보니 잇치가 엉거주춤하게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

“이치마츠 씨, 어디 가세요?”

“아, 자, 잠깐 화장실에….”

시선을 회피하며 우물우물 대답한 잇치가 후다닥 세트장 밖으로 뛰어나갔다. 화장실, 그쪽 아닌데…. 잇치는 오해받기 쉬운 성격에 더불어 연기도 못한다는 새로운 사실을 마음 속 메모장에 적으며 카라마츠 옆에 앉은 톳티에게 시선을 두었다. 협업하면서 제법 친해졌는지 카라마츠의 말에 톳티가 질색하며 고개를 흔들고 있었다. 내숭도 안 부리고 저렇게 진심으로 싫어하는 모습을 보이다니 어지간히 친해졌나보다. 작았던 걱정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을 느끼며 어느새 세트장으로 돌아온 잇치를 맞이했다.

 

녹화가 모두 끝나고 대기실에 돌아오자 책상에 놓인 목캔디가 우리를 반겼다. 말없이 목캔디를 들어올리자 뒤따라 들어온 톳티가 신기한 듯이 말했다.

“헤-, 완전히 그만 둔 게 아닌가 봐? 한동안 없더니….”

“바빴던 것뿐이라니까~?”

실실 웃으며 대답하고 목캔디를 까서 쏙 입에 넣었다. 달콤하고 시원한 딸기맛 목캔디를 입안에서 굴리다 문득 녹화 쉬는 시간에 이쪽으로 나가던 잇치를 떠올렸다. 대기실이 있는 쪽으로 나갔던 잇치…. 그리고 잇치는 만날 때마다 내 스케줄을 잘 알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러고보니 항상 잇치와 같은 음악방송에서 라이브를 했을 때 목캔디가 놓여있었다. 최근에 목캔디가 없었던 이유는 작곡하느라 바빠서…?

스스로 생각해도 말도 안 되는 가정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심장이 설레발을 치며 두근대기 시작했다. 설마, 아니 하지만…. 그래도….

“오소마츠 형? 어디 아파? 얼굴이 빨개.”

톳티의 말에 얼굴이 뜨거워지고 있는 것을 느꼈다. 고개를 휙휙 저으며 아무것도 아니라고 답하고 숨을 삼켰다. 억지로 끼워맞춘 것이고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목캔디를 놔두는 사람이 잇치였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작곡 작사가 끝나고 처음 녹음을 하는 날이 되었다. 잇치의 작업실에서 만난 우리는 가사를 확인하고 잇치의 지시에 따라 내가 먼저 부스로 들어갔다.

“준비되면 말해줘.”

“네.”

악보를 보며 멜로디를 되새겼다. 노래를 작게 흥얼거리며 머리를 튕기면서 가사를 외웠다. 정말로 내 맞춤이라는 느낌이 드는 노래다. 내 음색에 맞춰준 것인지 힘들게 부르지 않아도 되고, 음변화도 급격하지 않아서 잔잔하게 부를 수 있는 것 같다. 발라드락의 정석이라는 느낌이지만, 거기에 내 맞춤이라는 느낌도 강하게 드는 노래가 너무 마음에 들었다.

“준비되었습니다.”

“그럼 시작할게.”

헤드폰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따라 목소리를 냈다. 가이드라인은 카라마츠가 부른 것일까, 잇치보다 굵고 낮은 목소리를 따라 노래를 부르며 눈을 감았다. 응, 역시 이 노래 너무 좋아. 혼자 흐뭇하게 생각하며 입꼬리를 올렸다. 한번 완곡을 한 뒤에 눈을 뜨자 잇치가 부드러운 눈빛으로 나를 지켜보고 있었다.

정말 너무 부드러워서, 꼭 연인에게 향하는 눈빛같이 달콤해서 괜히 내가 다 부끄러웠다. 붉어지는 얼굴을 감추기 위해 슬쩍 눈을 돌리자 부스 구석에 내 사진이 하나 붙어있었다. 아, 저거 얼마 전에 굿즈로 냈던 명함형 사진…. 선생님 말씀이 진짜였다. 진짜 내 굿즈도 사서 모으고 있는 거였어….

줄곧 동경하던 사람이 나를 몰래 좋아해주고 있었다는 사실에 가슴이 벅찼다. 그럼 이 곡도 진짜 내 맞춤으로 작곡해준 걸까….

입을 꾸욱 다물고 눈을 질끈 감은 채 차오르는 행복감에 몸을 떨었다. 완전 좋아!! 이게 행복사라는 건가!? 아니, 아직 안 죽었지만!!

“그럼 저희는 먼저 가겠습니다. 수고하세요~.”

카메라맨과 작가가 작업실을 떠나면서 꾸벅 허리를 굽혔다. 마지막 녹화장에서 노래를 선보이게 될 테니 오늘은 중간까지만 찍고 간다고 했던가. 같이 허리 숙여 인사하고 슬그머니 작업실 벽에 붙어있던 내 사진을 떼어내서 잇치에게 보여주었다.

“저기…, 이게 붙어있던데….”

“어, 으응!? 아, 아아아아아아니, 그게 왜 거기 붙어있지!? 이상하네-?? 누가 붙이고 갔나 봐…. 하하하하하하.”

여긴 잇치 전용 작업실인데 누가 붙였다는 건지. 설득력 없는 변명을 하며 언뜻 보면 섬뜩하기까지 한 웃음을 흘리는 이치에게 조금만 더 무모하게 나가보고 싶었다.

“이거 듀엣곡인데 오늘은 저만 녹음하는 거에요?”

“어, 으응??”

“이치마츠 씨 부분도 듣고 싶은데…. 오늘 같이 녹음하면 안 될까요?”

잇치는 오직 혼자 있을 때만 녹음하기로 유명하지만, 그래도 이 정도는 부탁해도 되지 않을까…. 초조한 마음을 숨기고 잇치를 바라보고 있자 잇치가 말없이 의자에서 일어나 부스로 들어왔다.

“별로 볼 만한 건 없지만….”

에? 진짜로 불러주는 거야? 같이 녹음해주는 건가? 설마 정말로 내 부탁을 들어줄 줄은 몰랐다. 순순히 마이크 앞에 서는 잇치를 두근두근하면서 쳐다보고 있자 잇치가 멋쩍은 듯이 머리를 긁적였다.

“그럼, 부를게….”

흠흠 하고 목을 다듬은 잇치가 음악에 맞춰 소리를 냈다. 나른하고 나긋한 목소리가 만드는 음색에 심장이 미친듯이 뛰었다. 누구도 잇치가 녹음하는 모습을 본 적 없다던데, 그걸 내게만 보여준다는 게 믿어지지 않았다. 그만큼 나를 좋아하는 걸까….

심장이 너무 빨리 뛰어서 정말로 행복사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곡은 순조롭게 완성되었다. 그리고 곡을 처음 공개하고 ‘스타의 도전’ 특집 마지막 녹화가 있는 날이 밝았다.

“후우….”

“뭘 그렇게 긴장해?”

세트장에 들어서면서 심호흡을 하자 톳티가 어이없다는 얼굴로 내 어깨를 두드렸다. 톳티의 응원에 피식- 웃으며 어깨를 으쓱였다.

“이번이 마지막 녹화기도 하고, 처음 노래 공개하는 거 잖아…. 톳티는 긴장 안 돼?”

“나는 뭐, 별로? 우리는 댄스지만, 그렇게 어려운 것도 아니고.”

큰일 아니라는 듯이 말한 톳티가 자연스럽게 카라마츠 옆에 앉았다.

“안녕.”

“아, 이치마츠 씨! 안녕하세요! 벌써 마지막 녹화네요.”

“그러게….”

슬쩍 다가와 인사하는 잇치에게 밝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고 통통 옆자리를 두드리자 잇치가 바로 옆에 엉덩이를 내렸다. 이렇게 나란히 앉을 수 있는 것도 오늘이 마지막이려나…. 떠오르는 아쉬움에 나도 모르게 말이 입밖으로 튀어나갔다.

“아쉽다….”

“응….”

내 중얼거림을 들은 걸까 잇치가 작게 수긍하며 입맛을 다시더니 슬쩍 물었다.

“그, 다음에는 녹화 아니어도 볼, 수 있을까?”

“물론이죠!!”

잇치의 말에 거세게 고개를 끄덕이고 저번에 받은 개인 연락처로 연락하겠다고 말했다. 잇치의 끄덕임을 받아내고 실실 웃으며 사회자 누나와 눈을 맞췄다. 이번 녹화는 생방송인만큼 스태프이 적잖이 긴장하고 있는 것이 피부로 느껴졌다. 곧 방송이 시작된다는 수신호가 오가고 사회자 누나가 마지막으로 대본을 살피더니 빙그레 웃으며 카메라를 응시했다.

 

모든 팀이 내놓은 협업 결과는 정말이지 놀라웠다. 톳티와 카라마츠의 댄스는 멋졌고, 다른 팀도 저마자 개성과 특색을 살려 재미있고 멋진 결과를 내놓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우리 차례가 되었을 때, 심장이 마이크에 잡힐 것처럼 크게 쿵쿵거리기 시작했다.

“괜찮아.”

“읍, 넵!”

부드럽게 잡아오는 손의 온기에 저도 모르게 멈추고 있었던 숨을 내쉬었다. 마이크를 잡은 손에 땀이 차는 것이 느껴져 혹시나 마이크를 놓칠까 꽉 붙잡고 천천히 무대 위에 올랐다.

 

“반응 엄청난데?”

방송이 모두 끝나고 대기실에 돌아오자마자 폰을 켠 톳티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내게 화면을 보여주었다. 곡이 좋다, 최고다 하는 댓글들이 가득한 화면에 씨익- 입꼬리를 올리고 당당하게 가슴을 내밀었다.

“어때? 끝내주지? 잇치 대단하지?”

“협업해놓고 뭔 소리야….”

질려하는 톳티의 반응을 넘기고 긴장으로 이마를 적시고 있는 땀을 닦아냈다.

“나 잇치한테 다녀올게! 고생했다고 한 마디 정도는 해줘야지!!”

“그래그래, 다녀오던가.”

폰에서 눈을 떼지 않고 손을 흔드는 톳티를 뒤로하고 대기실을 나오자마자 잇치와 마주쳤다.

“엣!?”

“아, 미안…. 그 인사하려고 했는데….”

눈을 굴리는 잇치 손을 잡고 대기실 밖으로 나왔다. 방송국 로비 쪽에 차분히 앉아서 이야기할 곳이 있다고 말하며 그쪽으로 끌고 가던 도중에 매점이 나오자 잇치가 발을 멈췄다.

“아, 나 뭐 살 거 있어서…. 잠시만.”

그렇게 말하고 매점 안으로 들어가는 잇치를 따라가자 잇치는 망설임없이 목캔디가 있는 칸에서 딸기맛 목캔디를 꺼내 계산대로 걸어갔다.

“…헉!?”

계산까지 끝내고 목캔디를 주머니에 집어넣다 말고 홱 하니 나를 응시한 잇치가 입을 쩌억 벌리고 펄쩍 뛰며 놀랐다. 내가 같이 있으면 곤란한 걸까나~? 흐음~?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던 추측이 맞아떨어진 순간 짙은 행복감이 나를 감쌌다. 역시 잇치였구나…. 목캔디를 놔두는 사람은….

“아아아아아아니, 이건 말이지!? 내가 이걸 즐겨 먹어서!! 그래서 이게, 그러니까!”

“이치마츠 씨.”

“힛, 넵!!”

슬쩍 가까이 다가가 잇치의 손을 강하게 쥐었다가 놓았다. 어리둥절한 얼굴을 하는 잇치에게 빙그레 웃어주고 한 발짝 멀어지며 작게 속삭였다.

“내일도 목캔디 챙겨주세요~.”

“읏,”

딸기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새빨개진 얼굴로 어버버 입만 뻥끗거리는 잇치에게 가볍게 손을 흔들었다.

 

 

 

“야, 개똥마츠.”

“응~? 무슨 일인가, 브라더-.”

“고백은 어떻게 하면 되는 거냐?”

“에?”

 

 

 


* 여기까지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안녕하세요. WHITEPINE입니다.

와 드디어! 슬픈 사랑이 본편 완결을 맞이했습니다!!! (혼자 짝짝짝)

작년에 시작한 시리즈인데 이제야 완결이라니...ㅋㅋㅋ 2화까지인가 올리고 몇 달간 버려둔 탓에(;) 완결까지 오래 걸렸네요...

한 편의 분량이 그렇게 많이 않아서 쓰려고 맘 먹으면 후다닥 쓸 수 있었는데 말이죠.

 

슬픈 사랑은 '고구마 소설'이 쓰고 싶어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전부터 제대로 고구마를 써보겠다! 는 이상한 목표를 세우고 있어서 열심히 스토리를 짰죠ㅎㅎ

제가 그동안 해피엔딩만 많이 쓴 것 같아서 새드나 고구마 엔딩을 쓰고 싶었는데 계속 이야기를 구상하다가 번뜩인게 '오소마츠는 카라마츠를 사랑하지만 카라마츠는 그렇지 않는 상태'가 이어지는 것이었습니다. 거기다 루프를 추가해서 나온 이야기가 슬픈 사랑입니다!

유키코는 개인적인 제 감정을 많이 넣은 캐릭터였어요. 카라마츠를 사랑하나 그것을 드러내지 않고 홀로 삭히는 오소마츠를 곁에서 지켜보는 입장의 캐릭터로서 오소마츠와 함께 슬퍼하고, 동정하고, 그의 사랑을 이해하는 역할이었습니다. 유키코가 있었기에 레스큐였던 오소마츠가 살아갈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루프를 하는 카라마츠는 나중에 결국 오소마츠를 사랑하게 되지만 결국 오소마츠를 구할 수 없었죠.... 초반부 루프 부분은 '절망'을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되는 일은 안 되는 거다 라는 걸 보여드리고 싶었달까... (사악하다) 그래서 나중에 바통을 평행 세계의 젊은 카라마츠에게 넘기죠.

루프를 하는 카라마츠가 평온한 얼굴을 한 이유는 아마도 저승에서 오소마츠를 만났기 때문이 아닐까요? 뭐 이건 독자분들이 생각하기 나름이지만요ㅎㅎ

 

젊은 카라마츠는 눈새에 바보 멍청이로 설정했습니다. 네.... 바보입니다. 자기 마음도 모르는 바보~. 

아니 이게 아닌데.... 결말을 보시면 독자들은 다 알고 있는 '그 마음'을 오소마츠와 카라마츠만 모릅니다. 아마 특별한 사건이 일어나지 않는 한 그렇게 착각하며 살아가지 않을까 싶습니다만, 나중에라도 카라마츠가 자신의 마음을 알아채는 결말도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결말 이후의 이야기는 독자분들이 자유롭게 상상하시면 좋을 것 같아서 본편을 이렇게 마무리 짓게 되었습니다만, 제가 생각하는 해피엔딩을 외전으로 내려고 합니다^^ 그것도 기다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하나의 장편을 마무리할 때마다 시원섭섭한데 이번에도 그러네요ㅎㅎ

스불재인 저는 또다른 장편 시리즈를 생각하고 있으니... 그것도 기대해주세요ㅎ 다음 장편은 개그, 로맨틱코미디 물이 될 것 같습니다^^

아, 그리고 성인분들은 멤버십도 기대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후후)

 

 

마지막으로 슬픈 사랑을 완결까지 읽어주시고, 이렇게 후기까지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합니다.

 

'오소마츠상 > (카라오소) 슬픈 사랑 (완)' 카테고리의 다른 글

9화 거짓과 진실 사이 (완결)  (0) 2020.08.20
8.5화 천국과 지옥  (0) 2020.08.20
8화 탈출  (0) 2020.08.06
7화 감미로운 고문  (0) 2020.07.25
6화 호기심  (0) 2020.07.13

본편 완결편입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았던 이야기가 드디어 완결이네요.

이제 완결 이후의 외전이 하나 남아있습니다. 외전은 이번주 일요일에 올릴 것 같아요^^

완결까지 함께 와주신 분들 모두 너무나 감사합니다!!

 

 

https://whitepinetree.postype.com/post/7606579

'오소마츠상 > (카라오소) 슬픈 사랑 (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슬픈 사랑 후기  (0) 2020.08.20
8.5화 천국과 지옥  (0) 2020.08.20
8화 탈출  (0) 2020.08.06
7화 감미로운 고문  (0) 2020.07.25
6화 호기심  (0) 2020.07.13

제가 깜빡하고 포스타입에만 업로드를 하고 여기에 공지를 안 해서 좀 늦어졌습니다ㅠ

 

8.5화입니다. 오소마츠 시점이고 외전격인 이야기입니다^^

 

 

https://whitepinetree.postype.com/post/7602923

'오소마츠상 > (카라오소) 슬픈 사랑 (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슬픈 사랑 후기  (0) 2020.08.20
9화 거짓과 진실 사이 (완결)  (0) 2020.08.20
8화 탈출  (0) 2020.08.06
7화 감미로운 고문  (0) 2020.07.25
6화 호기심  (0) 2020.07.13

슬픈사랑 8화 업로드 했습니다^^

 

 

 

https://whitepinetree.postype.com/post/7502514

'오소마츠상 > (카라오소) 슬픈 사랑 (완)' 카테고리의 다른 글

9화 거짓과 진실 사이 (완결)  (0) 2020.08.20
8.5화 천국과 지옥  (0) 2020.08.20
7화 감미로운 고문  (0) 2020.07.25
6화 호기심  (0) 2020.07.13
5.5화 전해지지 않을 마음  (0) 2020.06.29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