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랜만에 50제~

* さよならは言わなかった (안녕은 말하지 않았어) 이 노래를 들으면서 떠오른 플롯으로 써봤어요~

  워낙 옛날 노래라 정식 뮤비를 찾을 수가 없어서 링크는 걸지 않았습니다^^

* 공미포 2,059자.

 

* 부족한 글이지만 재미있게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철컥, 문이 닫히는 소리가 낡은 복도에 무겁게 깔렸다. 온기 따위 남아있지 않은 차가운 철문의 손잡이를 천천히 놓았다. 손가락이 하나씩 손잡이에서 미끄러져 내려와 마지막 손가락까지 허공에 퍼졌다.

“…안녕.”

네 얼굴을 보고 말하지 못해서 미안. 쓴웃음을 삼키고 몸을 돌렸다. 옆집이 내놓은 잡동사니 가득한 박스를 넘어 철컹철컹 시끄러운 소리를 내는 철제 계단을 내려왔다. 잠깐이었지만, 꽤 행복했던 장소를 올려다보며 후―, 한숨을 내쉬었다. 주머니에 손을 넣자 짤랑하고 열쇠가 잡혔다.

“아….”

이것도 놔두고 왔어야 했는데. 습관적으로 문을 잠그겠다고 들고나온 열쇠를 물끄러미 바라보다 픽- 자조하며 열쇠를 움켜쥐었다. 행복했던 나날의 증거 정도는 남겨둬도 괜찮겠지. 녀석이 오락실에서 뽑아준 작은 레서 판다 인형이 달린 열쇠를 주머니에 넣고 까만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둥글게 올라온 보름달에 그림자가 발아래에 맺혔다.

그래도 제법 운치 있는 마지막이잖아?

달이 따라와 배웅해준 덕분에 외롭지 않은 여행길이 될 것 같다. 처연히 달을 보던 시선을 내려 발을 옮겼다. 아침마다 인사를 나누던 이웃집을 지나 매일 장을 보던 시장을 건너서 번화가에 있는 역 앞에 도착했다.

“…놀라겠지? 그 녀석.”

아무도 없는 집에 당황할 녀석이 자연스럽게 그려졌다. 뭐, 다― 자업자득이지. 전부 그 녀석이 나쁘다구―. 괜히 흥 하고 콧방귀를 끼고 때맞춰 들어오는 열차에 올랐다. 열차는 발차 시간을 알리는 알람과 함께 움직이기 시작했다. 점점 빠르게 지나가는 불빛들을 보며 창가에 머리를 기대고 눈을 감았다.

 

너와 나는, 무슨 관계였던 걸까. 형제? 연인? 굳이 말하자면 어느 쪽도 아닌 미묘한 관계겠지…. 너도, 나도 서로가 안고 있는 감정의 이름을 알지 못했으니까. 나는 지금도 모르겠는걸? 너는 알려나―. 아니, 너도 모르겠지.

이름 모를 감정 때문에 우리는 형제가 될 수 없었다. 형제라고 하기엔 우리의 거리가 너무 가까웠다. 너도 그걸 알고 있었으니까 취직이 결정되고 같이 살지 않겠냐고 한 거겠지?

“오소마츠, 같이 살지 않겠나?”

양복을 입고 무릎까지 꿇은 채 진지한 얼굴로 말하는 너에게 나는 조건을 걸었다. 네 제안이 기쁘지 않았던 건 아니었다고. 다만, 불안했어. 언젠가 깨어질 것만 같았거든. 너와 나의 관계가.

“조건이 하나 있어. 너나 나한테 연인이 생기면 동거는 거기서 끝나는 거야.”

“…아, 알겠다.”

그래서 그런 조건을 걸었는데 너는 깊이 생각하지도 않고 내 말을 받아들였지. 바보. 완―전 바보. 너는 절대 연인이 생기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던 거야? 나는 알았다고, 횽아니까.

 

 

 

 

“잠겨있어? 오소마츠?”

야근에 지친 몸을 간신히 올려 계단을 오르자 보인 건 불이 꺼진 집이었다. 평소에도 툭하면 문 잠그는 걸 잊는 오소마츠가 문까지 잠그고 어딜 간 거지? 눈썹을 찌푸리고 작은 호랑이 인형이 달린 열쇠를 꺼내 열쇠구멍에 넣었다.

“오소마츠? 자는 건가?”

구두를 벗고 들어가며 불을 켜자 싸늘한 공기가 얼굴에 와닿았다. 사람이 없는 집안의 공허한 공기다.

“오소마츠?”

설마, 그럴 리가. 불안을 억지로 누르며 오소마츠를 불렀지만,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들고 있던 가방을 집어 던지고 안으로 들어가 오소마츠를 다시 불러도 그 장난스러운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오소마츠!!!”

화장실에도, 방에도, 주방에도 없다. 설마, 설마 떠난 건가? 전부 여기에 남겨두고? 동거하는 기념으로 세트로 샀던 빨간 머그잔도, 한 컵에 사이좋게 꽂힌 칫솔도, 제멋대로 벗어놓은 잠옷도 전부 전부 남겨두고?

왈칵 치솟는 눈물을 삼키고 몸을 일으켰다. 머리가 띵-하고 지끈거렸지만, 무시하고 발을 옮겨 파란 운동화에 서둘러 발을 끼우고 문을 박차고 나왔다.

“어디, 어디로 간 건가!!”

계단을 내려와 사방을 둘러보아도 보이는 것은 고요하게 내려앉은 달빛 뿐이었다. 밀려오는 허탈함을 짓밟고 뛰기 시작했다. 함께 인사를 나누었던 이웃집을 지나, 함께 장을 봤던 시장을 건너 번화가에 있는 역에 도착했다. 오소마츠가 떠난다면 분명 이곳에서 가장 먼 곳으로 갈 테지. 이를 악물고 벽에 붙은 열차 시간을 확인했다.

“막차, 가 없어….”

참지 못한 눈물이 결국 흘러내렸다. 너는 정말로 떠나 버린 건가? 안녕이라는 말도 남기지 않고? 네 흔적은 전부 남겨 놓은 채, 작별 인사만은 남겨두지 않은 건가....

 

 

 

새벽을 향해 달려가는 열차 안에는 사람이 적었다. 꾸벅꾸벅 조는 샐러리맨을 보다가 어둠으로 칠해진 차창에 눈을 맞췄다. 까만 바탕에 비친 자신의 얼굴은 꽤 담담했다. 뭐―, 예상했으니까. 그 녀석이 그런 권유를 거절하지 못할 거라는 정도는.

톡톡, 차창을 두드리며 행복했던 순간을 세어봤다. 처음 요리를 맡았을 때, 툭하면 가라아게를 태우기 일쑤라 녀석에게 잔소리를 엄청 들었었지. 그것 때문에 엄마한테 특훈까지 받아 가며 요리를 배웠다. 특훈 후, 제대로 된 가라아게를 해주자 감격해서 눈물까지 흘려가며 먹던 녀석이 떠올라 피식- 바람 빠진 웃음을 흘렸다. 같이 쇼핑하며 세트 식기나 칫솔 같은 생필품을 사기도 했었지. 전부 남겨두고 왔지만.

후-, 한숨을 내쉬며 등받이에 깊숙이 몸을 묻었다. 이제 다시는 녀석을 못 보겠지. 엄마도, 아빠도, 다른 녀석들도.

눈을 감고 마지막으로 카라마츠를 그렸다. 내가 사고를 치면 짙은 눈썹을 찌푸리면서도 나를 도와주던 상냥한 녀석. 상사에게 치이고 동료에게 무시당했다고 시무룩해져서 돌아오던 녀석. 달래주면 금방 활짝 웃으면서 내일도 힘내겠다고 말하던 녀석.

“안녕.”

정말로, 마지막이야. 안녕, 카라마츠.

억지로 끌어올린 입꼬리로 툭, 눈물이 흘러 내렸다.

 

 


* 여기까지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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