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블렛같은 고급장비가 없는 저는 노트에 그리고 찍어 올리는것이 최선이었습니다....

현재 입고 있는 옷
-검은색 줄무늬 반팔
-군청색 반바지

* 오소모브코♀ 입니다.


* 모브코가 멋있습니다.


* 마츠노 동생들의 오소마츠를 향한 애정은 어디까지 '형제애'입니다.


* 최종적으로는 모브코의 승리?


* 부족한 글입니다만 재미있게 봐주세요.








아카츠카 고교, 2-A 클래스의 분위기 메이커, 마츠노 오소마츠.

아카츠카 고교 설립 이래, 처음으로 입학한 육쌍둥이의 장남

세쌍둥이도 흔치 않은데 일란성 육쌍둥이라는 유래 없는 희귀한 존재인 그들은 입학하자마자 선생님들을 비롯한 전교생의 이목을 받게 되었습니다

처음 겪는 초유의 사태에 선생님들은 반 편성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셨고, 선생님들의 오랜 논의 끝에 육쌍둥이는 한 클래스에 한 명씩 배정되었습니다

덕분에 저는 오소마츠군과 같은 반이 되었습니다. 빨간 후드에 검은 마이(가쿠란)을 입은 오소마츠군은 밝고 언제나 낙천적이어서 금새 반의 인기인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런 그를 저, 타치바나 유코는 남몰래 좋아하고 있습니다. 같은 초등학교, 중학교를 나와 육쌍둥이에 대한 것은 잘 알고 있었습니다

등학교 때까지만 해도 여자아이들에게 장난만 치고 토토코만 떠받드는 육쌍둥이들에게 질려버려 상종도 하지 않았습니다만

중학교에 들어가고 똑같던 쌍둥이들이 서서히 자신만의 개성을 찾아가면서 어른스러워지는 모습에 저도 모르게 눈길이 갔고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 중학교 때부터 오소마츠군에 대한 것을 마음 속에 담기 시작했습니다.

 


유코, 이거 프린트.”


반장인 저에게 선생님께서 내주셨던 프린트를 내미는 오소마츠군

고등학교에 입학하고 1학년과 2학년, 2년간 같은 반이 되어 오소마츠군과 친해진 저는 오소마츠군에게 이름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처음 이름으로 불렸을 때, 심장이 입 밖으로 튀어나오는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두근두근해서 오소마츠군에게 저의 심장소리가 들리는 것이 아닐까 하는 불안에 죽을 것 같았습니다

이제는 이름으로 불리는 정도로는 당황하지 않을 정도로 연륜이 붙었지만요

여전히 제 이름을 부르며 웃는 얼굴을 보여주는 오소마츠군을 볼 때면 심장이 꾹-하고 조여옵니다.


. 고마워, 오소마츠군.”

~.”


이를 드러내고 씨익 웃으며 코 밑을 문지르는 저 행동도 어딘가 어린아이 같아서 너무나 귀엽습니다

오소마츠군은 장난을 좋아하고 즐거우면 그만인 어린아이 같지만, 육쌍둥이의 장남이어서인지 가끔 굉장히 어른스러운 분위기를 내뿜곤 합니다

문득문득 보여주는 그 갭이 너무나 좋아서 저는 오소마츠군의 어른스러운 분위기에 취해 제대로 말도 걸 수 없을 정도입니다

하루가 갈수록 커지는 사랑에 오소마츠군에게 고백을 결심한 것이 벌써 수십번

하지만 그 때마다 저는 생각지 못한 방해꾼들에게 저지되어 지금도 여전히 같은 반의 조금 친한 여자아이라는 지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오소마츠군, 오늘은 점심 어떻게 할꺼야?”


오소마츠군의 프린트를 받아 이미 모아놓은 프린트 더미에 올려놓으며 묻자 오소마츠군이 장난스럽게 웃으며 말했습니다

항상 동생들과 함께 점심을 먹는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못 먹는 감 찔러나 보자는 심정으로 물은 것인데 놀랍게도 오소마츠군이 

뜻밖의 대답을 돌려주었습니다.


~ 어떡할까? 유코, 같이 먹을래?”

, !! 나랑? 그래도 돼??”
…. . , 원한다면…”


오소마츠군의 말이 장난으로 내뱉은 빈말이라는 것은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좋아하는 사람과 둘뿐인 점심을 포기할 수는 없습니다

저는 빈말을 진심으로 생각하는 순수한 여자아이를 연기하며 밝게 웃었습니다

점심 제의를 받아들일 줄 몰랐다는 얼굴로 당황하는 오소마츠군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럼 같이 먹자.’ 하고 대답했습니다

생각지 못한 상황 전개에 당황하는 오소마츠군의 얼굴. 귀여워!! 진짜 귀엽습니다!! 

오늘 학생식당의 스페셜 메뉴는 오소마츠군이 좋아하는 돈까스! 자연스럽게 학생식당에서 먹자고 하면 되는 것 입니다. 방해꾼만 들어오지 않는다면


 

오소마츠형, 점심 먹으러 가자.”


그렇게 방해꾼을 경계하고 있자, 드르륵하고 문이 열리며 마츠노군이 들어왔습니다

정돈된 머리에 목까지 채운 단정한 마이(가쿠란). 오소마츠군의 둘째 동생, 마츠노 육쌍둥이의 삼남인 마츠노 쵸로마츠군입니다

제 사랑의 가장 강력한 방해꾼 중 한사람인 그는 저와 함께 있는 오소마츠군에게 성큼성큼 다가왔습니다

이쪽으로 다가오며 저를 힐끗 쳐다보는 마츠노군(삼남)의 눈길을 저는 당당히 받아쳐 주었습니다.


~ 오늘은 같이 못 먹어.”

? ?”


오소마츠군이 곤란한 듯 웃으며 머리를 긁적였습니다. 마츠노군(삼남)은 오소마츠군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슬쩍 저를 노려보았습니다

다른 여자아이라면 마츠노군(삼남)의 저 기분 나쁜 눈초리에 움츠려들 테지만, 초등학교와 중학교 장장 9년이라는 시간을 육쌍둥이와 함께 지낸 

저는 개의치 않습니다. 오히려 맞받아치며 함께 노려봐주었습니다.


오늘은 유코랑 먹기로 했지롱~.”

“..? 아니, 다들 옥상에서 기다리고 있고.”

…”


마츠노군(삼남)이 눈썹을 찌푸리며 말하자 오소마츠군이 곤란하단 얼굴로 저를 쳐다보았습니다

미안, 오소마츠군. 나도 오늘은 물러날 수 없으니까.


그럼, 오소마츠군 동생들도 같이 먹으면 되지.”

, 그럴까?”


제 말에 오소마츠군이 밝게 웃으며 말하곤 마츠노군(삼남)을 향해 시선을 돌렸습니다

마츠노군(삼남)의 저를 향한 눈초리가 더욱 사나워졌지만, 앞서 말했듯 저는 전혀 신경 쓰이지 않습니다

30초 간의 눈싸움 끝에 마츠노군(삼남)이 졌다는 듯 한숨을 내쉰 후 말했습니다.


그럼 녀석들 데리고 내려올 테니까 다같이 먹자.”

그랭~”


오소마츠군이 빙긋 웃으며 저와 마츠노군(삼남)을 번갈아 보았습니다

마츠노군(삼남)이 터벅터벅 걸어 반을 나가고 저는 앉아있던 의자에서 일어났습니다. 방해꾼이 없는 이틈을 이용하지 않으면!


그럼, 먼저 학생식당에 가 있자! 오소마츠군.”

? 얘들 금방 내려올걸?”

오늘 스페셜 메뉴 돈까스니까 빨리 가서 줄 서지 않으면…”

?! 오늘 스페셜 메뉴, 돈까스야?!! 얼른 가자!!!”


빨리 가자며 발을 동동 구르는 오소마츠군. 역시 제 계획대로입니다

이걸로 학생식당까지 둘만 있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복도에서 뛰면 안 돼, 오소마츠군.’이라고 여유롭게 말하며 앞서 걸어가는 오소마츠군의 옆에 다가가 나란히 걸었습니다

학생식당까지 걸어가는 복도가 언제까지고 쭉- 이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둘뿐이라는 감각을 철저하게 누렸습니다

도중에 함께 발걸음을 재촉하는 저를 보며 오소마츠군이 이를 드러내고 씩 웃어 보이는 순간 측정할 수 없는 귀여움에 심정지가 일어날 뻔했지만요.

 

 


“어이, 망할 장남!! 왜 먼저 간거야!”


나란히 앉아 모락모락 김이 나는 돈까스를 먹고 있으니 마츠노군(삼남)이 나머지 형제들을 이끌고 학생식당에 나타났습니다

두리번거리며 오소마츠군을 찾더니 곧, 우리를 찾아내 다가와 허리에 손을 올리고 못마땅하단 얼굴로 화를 내는 마츠노군(삼남)에게 

오소마츠군이 손을 모아 사과하며 말했습니다.


먄먄~ 오늘 돈까스라길래~ 빨리 먹고 싶어서

동생들보다 돈까스를 선택하다니 이 쓰레기!”


오소마츠군의 말에 하얀 셔츠에 베이지색 학교 지정 니트를 입은 마츠노군(막내)가 얼굴을 삐죽 내밀고 말했습니다

오소마츠군은 미안하다니까아~’라고 사과했지만, 형제들의 얼굴은 여전히 어두웠습니다

오소마츠군을 나무라고 있었지만 다섯명의 눈은 전부 오소마츠군의 옆에 앉은 저를 향해 있었습니다.


이쯤에서 다들 눈치채셨겠지만, 그렇습니다. 제 사랑의 방해꾼은 바로 오소마츠군의 동생들입니다

항상 저렇게 5명이서 몰려다니며 오소마츠군에게 다가오는 사람들을 방해합니다. 저는 저 방해꾼들을 마츠노군단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마치 잘 조직된 군대마냥 서로 역할을 나누어 아주 철저하게 오소마츠군을 둘러싸고 있으니까요

덕분에 중학교 때부터 여태까지 여자애들 사이에서 은근히 인기가 많은 오소마츠군에게 고백을 성공한 아이는 없었습니다

히 요주의인물, 마츠노 차남군과 삼남군은 방심할 수 없습니다. 제가 오소마츠군에게 다가갈 때마다 얼마나 싸늘한 눈초리로 노려보던지

저는 눈빛으로 사람을 죽일 수 있다는 말을 그 때 실감했습니다.


이런 저런 방해들로 저 역시 다른 여자아이들과 마찬가지로 여태 오소마츠군에게 고백하지 못했습니다

솔직히 이제 슬슬 제 마음을 고백하고 오소마츠군에게 답을 듣고 싶습니다

중학교 때까지만해도 브라콤 수준으로 동생들을 너무 좋아하는 오소마츠군에게 고백했다가 차이고 서먹서먹한 관계가 되는 것이 두려워 고백은 꿈도 꾸지 못했지만, 지금의 저는 달라졌습니다

차일 수도 있지만, 그 두려움보다는 오소마츠군에게 마음을 전하지 못하는 답답함이 더 커져버렸습니다

오소마츠군과 같은 반이 되고 곁에서 지켜보면서 오소마츠군을 향한 마음이 너무 커져서 이제는 저 스스로도 감당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빨리 이 마음을 오소마츠군에게 전하고 싶어. 저에겐 그 바람뿐입니다. 저 지긋지긋한 마츠노군단의 방해만 없다면요.


가장 먼저 걱정되는 것은 역시 마츠노군단의 차남, 카라마츠군입니다. 삼남인 쵸로마츠군과 더불어 오소마츠군을 제일 과보호하는 동생입니다

제가 오소마츠군과 함께 대화를 하거나 복도를 걸어가고 있으면 반드시 어디선가 마츠노 차남이 나타나 오소마츠군을 데리고 가버립니다.

동생들에 대해 할 이야기가 있다라면서요. 오소마츠군과 함께 자리를 떠나면서 아~주 불쾌한 눈초리로 저는 노려보면서요

그 눈빛은 마치 내 것을 건드리지 마!’라고 말하는 것 같아서 처음 그 눈빛을 봤을 때는 굉장히 당황했습니다

하지만 마츠노 차남이 중증의 브라콤이라는 것을 알게 된 이후로는 그런 눈빛 따위 당당히 맞서주고 있습니다.


두번째로 걱정되는 것은 마츠노 삼남, 쵸로마츠군. 학생회 서기라는 지위를 이용해 항상 오소마츠군 주변의 친구들을 관리합니다

오소마츠군과 조금 친하게 지내거나 스킨쉽을 과하게 하는 친구가 있다면 여지없이 다음날, 복장불량 등의 이유로 벌점이 들어옵니다

오소마츠군과 너무 친하게 지내면 벌점 테러를 당하게 된다는 것이 알려진 이후로는 오소마츠군에게 필요 이상으로 달라붙는 사람들은 없어졌습니다

그것은 저도 예외는 아니기에 1학년 때, 오소마츠군과 친해진 이후로 온갖 명목으로 벌점을 받았습니다

지금은 복장도 단정히, 평소 행실도 완벽히 유지해 마츠노 삼남이 저에게 벌점을 줄 구실을 없앴기에 아무런 거리낌 없이 오소마츠군에게 다가갈 수 있습니다. 그것이 더 마음에 안 들었는지, 저는 어디를 가든 마츠노 삼남과 마주치게 되면 사람을 죽일 것 같은 째림을 받게 되었지만요.


그리고 차남과 삼남 정도는 아니지만, 마츠노 사남 이치마츠군과 막내 토도마츠군도 방해공작이 제법 거셉니다

이치마츠군은 쉬는 시간이면 항상 저희 반으로 달려와 오소마츠군의 곁에 붙어있습니다

반에서 따돌림을 당한다며 오소마츠군에게 붙어있는 그 꼴이 얼마나 보기 싫은지… 

마츠노 사남의 심상치 않은 성격은 이미 학교에 널리 알려져 있기에 생각 없이 마츠노 사남을 따돌릴 사람은 저희 학교에 남아있지 않습니다

그런 일을 했다간 사남 본인에겐 물론이요, 장남 오소마츠군과 차남 카라마츠군의 주먹 세례와 학생회인 쵸로마츠군의 벌점 테러와 막내 토도마츠군의 약점 잡기 등 온갖 보복을 당해 온전하게 학교 생활을 할 수 없기 때문이지요

그런데도 뻔뻔하게 따돌림 당한다는 핑계로 오소마츠군의 곁에 붙어있는 것입니다. 마츠노 사남은!

얼마 전부터는 막내인 토도마츠군도 가세해 쉬는 시간마다 저희 반에 오기 시작했습니다

말로는 저희 반의 여자애들과 친해지고 싶어서라고 하지만, 그것은 명실상부한 핑계로 오소마츠군의 곁에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저는 알 수 있습니다.


가장 방해를 하지 않는 것은 마츠노 오남, 쥬시마츠군입니다

제가 오소마츠군에게 가까이 다가가도 방해하지 않고, 함께 즐겁게 이야기해도 태클을 걸지 않습니다

다만 브라콤이라는 것은 다른 마츠노군들과 같아서 제가 말을 거는 것은 방해하지 않지만, 오소마츠군이 저에게 말을 걸려고 하면 필사적으로 막습니다

오소마츠혀엉~!! 야구하자!!’라고 온 학교에 울리도록 쩌렁쩌렁하게 외쳐 저에게 말을 걸려던 오소마츠군은 결국 쥬시마츠군에게 가버립니다.

 

이렇게 마츠노군단의 방해공작을 정리하고 나니 더욱 앞날이 보이지 않습니다

저는 무사히 오소마츠군에게 고백할 수 있는 것일까요?

 

 

 

이른 아침 6, 시끄럽게 울리는 알람을 간신히 끄고 부스스한 머리를 정돈하며 일어났습니다

마츠노군단의 방해를 피하기 위해서는 오소마츠군에게 직접 고백하는 것은 너무 위험하다는 판단이 들었고

오늘 저는 오소마츠군의 신발장에 편지를 넣어놓을 생각입니다.


전형적인 순정만화에서 나오는 고백방법이라는 것은 알고 있지만, 이렇게 아침 일찍이라면 아무도 등교하지 않고 저의 편지도 무사히 오소마츠군에게 전달되겠죠

샤워를 하고 언니가 아끼는 향수도 살짝 뿌렸습니다. 잘 정돈된 교복을 입고 시계를 보니 어느새 7시가 되어있었습니다

저희 학교의 등교시간은 8시 반. 아직 널널한 시간입니다. 어제 밤새 썼다 지웠다는 반복하며 저의 마음을 담은 편지를 조심스레 가방에 넣고 집을 나섰습니다

학교와 매우 가까운 곳에 살고 있어 10분만에 학교에 도착하니 휑한 운동장이 낯설게 느껴졌습니다

보통 등교하는 학생들로 빽빽한 교문과 운동장이 썰렁하니 비어 있어 조금 무섭다는 생각을 하며 교문을 통과했습니다.


오소마츠군의 신발장 앞에 선 저는 두근거리는 심장을 주체할 수 없었습니다

오소마츠군이 제 편지를 읽어줄까요? 제 마음에 어떤 대답을 해 줄까요

두근거리는 심장과 함께 얼굴이 뜨거워지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망설이는 손을 간신히 움직여 오소마츠군의 신발장을 여는 손이 떨리고 있었습니다

하트가 그려진 핑크색 편지봉투를 오소마츠군의 신발장에 넣고 참을 수 없이 올라오는 창피함에 재빨리 실내화로 갈아 신고 반으로 돌격했습니다

제 책상에 엎드려 오소마츠군이 빨리 등교하는 것을 바라며 차오르는 창피함을 잊기 위해 눈을 감았습니다.

 


유코, 어디 아파?”


저의 왼편에서 들려오는 오소마츠군의 목소리에 얼굴을 벌떡 들었습니다

이른 아침에 일어난 여파로 어느새 저는 책상에 엎드려 자고 있었습니다

소리가 들려온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자, 제 옆자리에 앉은 오소마츠군이 저를 걱정스러운 얼굴로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다시금 창피함에 얼굴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끼며 손을 저었습니다.


, 아니. 안 아파. 어제 좀 늦게 자서 수면 부족이야.”

그래? 근데 얼굴도 빨간데? 감기 걸린 거 아니야?”

아니야, 하하. 걱정해줘서 고마워.”

그래..? 혹시 이따 힘들면 말해? 양호실 같이 가줄게.”

. 고마워.”


친절한 오소마츠군의 말에 싱긋 웃었습니다. 저의 미소에 오소마츠군도 씩 웃어주었습니다

고개를 돌려 휴우하고 작게 한숨을 쉬었습니다. 창피함 MAX 상태인 저에게 오소마츠군의 걱정해주는 얼굴은 위험합니다

잔뜩 뜨거워진 볼에 손을 올려 식히며 아침 조회를 위해 강당으로 모이라는 방송에 몸을 일으켰습니다.


강당으로 이동하는 복도를 걸으며 저는 깨달았습니다. 오소마츠군의 행동이 평소와 같다는 것을

저는 분명 편지봉투에 유코라고 제 이름을 적었습니다. 외견만으로도 충분히 제 편지가 러브레터라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어째서 오소마츠군의 저를 대하는 행동에 변화가 없는 걸까요? 설마 제 편지가 러브레터라는 것을 눈치채지 못한 것일까요? 그것도 아니면

 




지루한 아침 조회가 끝나고 저 앞에서 친구와 떠들며 걸어가고 있는 오소마츠군의 등을 빤히 쳐다보았습니다

역시 평소와 같은 태도입니다. 러브레터를 받았다면 분명 친구들에게 엄청나게 자랑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전혀 그런 기색이 없습니다

제게도 평소와 같은 태도로 대하고 있습니다. 혹시, 제 편지는 오소마츠군에게 전달되지 않은 걸까요?


, 잠시 괜찮을까? 레이디.”

오소마츠군과 똑같은 얼굴로 잔뜩 허세를 부리며 제 앞을 가로막은 마츠노군(차남)에게 뭐야?’하고 시큰둥하게 대답하자 마츠노군(차남)이 주머니에서 분홍색 편지를 꺼냈습니다.


“…그거!! ..!!”

, 제 생각이 맞았네요. 제 편지는 오소마츠군에게 전달되지 않았습니다

저렇게 얄미운 미소를 지은 마츠노군(차남)의 손에 제 편지가 살랑살랑 흔들리고 있으니까요.


그거, 오소마츠군의 신발장에 내가 넣어 놓은건데.”

화를 겨우겨우 가라앉히고 말하자 마츠노군(차남)하고 웃으며 손가락으로 앞머리를 튕겼습니다.


미안하군, 레이디. 모처럼 일찍 학교에 왔을 텐데 나도 마침 연극부의 연습으로 등교가 빨랐다.”

“……”

그리고 우연히 봐버린 거지. 레이디의 레터가 오소마츠의 신발장에 들어가 있는 것을.”

“….”

, 오소마츠는 생각없고 섬세함도 눈꼽만큼도 없는 초등학생 6학년 멘탈의 바보라고? 레이디의 러브를 받을 만한 녀석이 아니다. 레이디에겐 좀 더 멋진 프린스가 기다리고 있을 거라고?”
“…”


솔직히 화납니다. 빡치네요. 저 거만한 표정을 하고 있는 얼굴을 멋지게 한대 날리고 싶습니다

저렇게 말하면서 결국 결론은 오소마츠에게 접근하지 말아줘.’ 잖아요? 얄밉습니다. 정말 얄밉습니다.


나는 오.....이 좋으니까. 괜한 걱정해줘서 정말로 고...”

이를 악물고 말한 후, 마츠노군(차남)의 손에 들려있는 제 편지를 재빨리 낚아챘습니다.

편지를 낚아챈 순간 놀란 얼굴을 한 마츠노군(차남)은 제 말의 의미를 알아챘는지 무표정한 얼굴로 저를 내려다보았습니다

시종일관 표정이 변하는 마츠노군(차남)의 무표정은 솔직히 굉장히 무서웠습니다

삐질삐질 식은땀이 나는 것을 느끼며 물러서지 않고 마츠노군(차남)의 눈을 응수하고 있자 저 너머에서 오소마츠군의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얼레~ 카라마츠으~. 너 여기서 뭐해? 곧 수업종 울린다고? 아님, 횽아랑 같이 땡땡이 칠거?”

저와 마츠노군(차남) 쪽으로 다가온 오소마츠군이 마츠노군(차남)의 어깨에 팔을 올려 어깨동무하며 웃었습니다.

, 정말. 동생들에게 보여주는 오소마츠군의 저 웃음은 너무나 귀엽습니다

친구들에게는 보여주지 않는 제일 순수한 오소마츠군의 웃음을 눈앞에서 보아 저는 얼굴이 뜨거워졌습니다.


유코! 선생님께 적당히 핑계 좀 부탁행~”

에헷-하고 웃는 오소마츠군. 속으로 감격의 눈물이 마구 흘렀지만 이성을 단단히 붙잡고 태연한 얼굴로 알겠어.’라고 대답했습니다

오소마츠군은 그대로 마츠노군(차남)을 이끌고 계단을 올랐습니다

두사람의 모습에서 저 같은 외부인은 끼어들 틈 따위 없다는 것을 느끼고 살짝 쓸쓸해졌습니다.

 


 

편지는 실패했지만, 아직 고백할 방법은 많습니다

오소마츠군을 좋아하고 좋아해서 더는 참을 수 없습니다. 아무리 마츠노군단의 방해가 들어와는 저는 반드시 고백할겁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회복이 빠른 저는 곧바로 다음 작전을 세웠습니다. 편지가 실패했다면 이번엔 문명의 이기를 이용하기로

21세기 요즘 시대에 스마트폰을 가지고 다니지 않는 학생은 없습니다. 당연히 오소마츠군도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습니다

잘 가지고 다니는 것 같지는 않지만요.


방 안에 앉아 잔뜩 긴장한 저는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한 손엔 스마트폰을, 한 손엔 비상연락망을 들고 있습니다

깐깐한 담임선생님이 학기초에 돌린 것으로 핸드폰 전화번호는 물론 메신저 아이디까지 적혀있습니다.

저는 두근두근 거리는 심장소리를 들으며 메신저 앱을 키고 오소마츠군의 아이디를 입력했습니다.


           「저기, 오소마츠군. 나 같은 반의 유코야. 나 실은 오소마츠군을 좋아해!


손가락이 떨려 제대로 칠 수 없는 자판을 어찌어찌 두드려 터질 것 같은 심장을 간신히 억누르고 전송버튼을 눌렀습니다

누름과 동시에 저는 으꺄아아아아아!!’하고 외치며 온 방안을 굴러다니다가 엄마에게 시끄러워!’라고 혼났지만 드디어 제가 오소마츠군에게 고백을 했다는 사실에 두근거림이 멈추지 않았습니다

오소마츠군은 대체 어떤 대답을 해 줄까요? 기대되기도 하고 무섭기도 하고 너무나 떨려 몸을 주체할 수 없어 엎드린 채 발을 동동 굴렀습니다

그리고 그때! 메신저의 알림이 울려 저는 차마 볼 수 없어 침대에 던져 두었던 스마트폰을 재빨리 집어 들었습니다.


           「미안, 유코. 나 아직은 누구와도 사귈 생각 없어. 동생들하고 있는게 더 좋고. 그러니까 미안해. 고백해 준 것은 고맙지만


…”

오소마츠군의 답장에 저는 저도 모르게 탄식을 내뱉었습니다. , 거절할 것은 알고 있었습니다

오소마츠군은 저에 대해서 아무런 감정 없이 친구로서 대해 왔었고. 그렇죠. 멋대로 기대한 제가 바보였던 거겠죠


           「아니야. 오소마츠군. 오소마츠군이 사과할 필요는 없어.

           「그래도미안.

           「으응, 괜찮아.

           「내일 점심은 동생들하고 먹을게.


, 그랬습니다. 내일 점심도 같이 먹기로 약속했었습니다

오늘 수업 시간에 몸이 안 좋았던 저를 양호실까지 부축해준 오소마츠군에게 답례로 점심을 사준다고 제안해 오소마츠군이 그럼 내일. 학생식당에서 사줘.’ 라고 대답했습니다

안색이 좋지 않았던 저를 보고 수업 중임에도 손을 들고 선생님께 말해 저를 양호실까지 옮겨준 친절한 오소마츠군

저의 제안을 거절하지 않고 흔쾌히 저와 점심 약속을 해준 상냥한 오소마츠군

저는 오늘 오소마츠군의 그런 멋진 모습에 다시 반해 메신저로라도 저의 마음을 전하자고 생각했는데. 결국 저의 고백은 거절당했습니다

맥이 풀려서 침대에 풀썩 누워 손에 든 스마트폰을 가만히 올려다보았습니다. 짧은 오소마츠군과의 메신저

오소마츠군의 대답을 가만히 보고 있던 저는 갑자기 뭔가 꺼림칙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여자의 직감이 말하고 있습니다. 이건…!


           「저기, 너 오소마츠군 아니지? 누구야? 혹시 토도마츠군?

           뭐야 들켰네? 어떻게 알았어?

           「역시! 토도마츠군이구나! 항상 스마트폰 들고 다니니까 오소마츠군이 아니라면 토도마츠군일꺼라고 생각했어!

           「후응~


스마트폰에 능숙한 토도마츠군이라는 것이 들켜서인지 답장의 속도가 배로 빨라졌습니다

역시 저의 직감은 틀리지 않았습니다. 오랜 시간 오소마츠군을 지켜본 저는 알 수 있습니다

오소마츠군은 항상 마츠노군들을 녀석들이라고 칭하지 절대 동생들이라고 부르지 않습니다

, 제가 고백을 한 상대는 오소마츠군이 아니였습니다

오소마츠군의 스마트폰인 것은 확실하나 가지고 있는 사람은 오소마츠군이 아닌 토도마츠군이었습니다

제 고백이 거절당하지 않았다는 안도감과 함께 분노가 휘몰아쳤습니다. 분노로 손가락이 떨리는데도 저의 타자속도는 배로 빨라졌습니다.


           「왜 토도마츠군이 오소마츠군의 스마트폰 가지고 있는거야?

           「그야~ 오소마츠형 항상 스마트폰 어디에 떨구고 다니니까~ 내가 챙겨주거든~

           「그럼 내 고백에 오소마츠군인 척하고 대답했어? 내가 고백한 상대는 오소마츠군이야! 토도마츠군이 아니라고!

           「별로? 타치바나상, 정말로 우리집의 글러먹은 바보 장남이 좋은거야? 그런 바보보다 내가 더 낫지 않아?

           「내가 좋아하는 건 오소마츠군이야! 그리고 빨리 그 스마트폰 오소마츠군에게 돌려주지 않겠어?

           「말하지 않아도 돌려줄거야. 근데 타치바나상, 고백은 이런 메신저보다 직접하는게 좋아?

           「쓸데없는 참견이야.

           「그러니까~ 제대로 직접 얼굴을 맞대고 고백하라는 의미에서 타치바나상 차단해 놓을게~

           「뭐어?!!!!!

           「그리고 이 대화방도 나갈게~ 그럼 내일 오소마츠형 반에서 봐~ , 점심도 같이먹자~

           「자, 잠깐!!!!!

-       마츠노 오소마츠님이 대화방을 나가셨습니다.  –

 

“….”

메신저 작전도 실패했습니다. 아니, 그것보다 대체 뭘까요? 저 도를 벗어난 형제애는.

역시 마츠노군단’. 우습게 볼 상대가 아닙니다. 직접 고백하라고요? 좋습니다. 직접 하죠!

이렇게까지 일일이 방해가 들어온다면 저도 참을 수 없습니다. 마침 이번주에 조리실습이 있습니다

실습 주제는 여학생들의 요청에 따라 과자 만들기입니다. 직접 만든 쿠키를 전해줄 수 있다니 절호의 찬스입니다

맛있는 과자를 구워서 오소마츠군에게 주며 고백하겠습니다.

조리실습은 여학생들만 들어있는 수업이니 마츠노군단의 동생들이 저를 방해할 수는 없습니다

회심의 미소를 띄우며 스마트폰을 들어 제빵제과 기술을 검색했습니다.

 

 

, 그럼 오늘은 과자를 만들어 보겠습니다.”

가정 선생님의 외침에 여학생들의 환호가 이어졌습니다. 눈 앞에 놓인 조리도구와 재료들을 보며 각오를 다졌습니다

이 날을 위해서 얼마나 피나는 노력을 했는지. 스마트폰으로 조사한 과자 레시피를 따라 연습해 최적의 단맛과 촉촉함을 가진 과자를 만들어 낼 수 있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저희 집의 오븐이 희생되었지만 그런 사소한 것을 신경 쓸 여유는 없습니다

머릿속에서 지금까지 구워왔던 과자들을 그려내며 천천히 그리고 확실하게 레시피를 따라 과자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밀가루와 물의 황금비율, 적당한 단맛을 위한 설탕을 수량, 최적의 촉촉함을 위한 오븐 농도를 하나하나 체크해가며 마지막으로 과자를 구울 일만 남겨두고 있을 때였습니다.


요이쇼!!!”

커다란 외침과 함께 조리실을 창문으로 야구공과 함께 야구배트를 든 쥬시마츠군이 난입해 왔습니다

쥬시마츠군? 대체 여기서 뭐하고 있는건가요? 여기 3층입니다만, 어떻게 창문으로 들어온 것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밝게 웃으며 뭐하는 거야아~?? 과자?! , ! 과자 엄청 좋아합니다!!!!”라고 즐겁게 말하는 쥬시마츠군은 온 조리실을 돌아다니기 시작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겠습니다. 쥬시마츠군이 조리실에 난입해 돌아다니기 시작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조리실에 있는 모든 오븐이 박살났습니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같은 질문은 하지 말아주세요. 저도 제 눈으로 보고도 도저히 믿을 수 없습니다

오븐이 모두 박살 난 덕분에 저의 과자, 쿠키는 형체도 알아볼 수 없는 흉측한 물건이 되었습니다

뭘까요 이 검은 물체. 아무리 봐도 쿠키로는 보이지 않네요. 이런 걸 오소마츠군에게 줄 수는 없습니다

결국 저의 고백은 자동적으로 미뤄지게 되었습니다.


하아…”

착잡한 심정으로 까맣게 탄 쿠키를 쓰레기통에 버리고 복도를 터벅터벅 걷고 있자니 저도 모르게 한숨이 푹 나왔습니다

정말로 자신 있었는데요. 쿠키. 몇 번이고 연습하고 연습해서 부모님도 맛있다고 크게 칭찬할 정도로 맛있는 쿠키를 만들 수 있었는데


어라? 유코? 오늘 조리실습 어땠어?”

고개를 푹 숙이고 걷고 있자 뒤에서 들려오는 오소마츠군의 목소리에 고개를 번쩍 들고 억지로 태연한 얼굴로 뒤돌았습니다.


, , 그게. 오븐이 폭발해서.”

? 오븐이 폭바알?”

…”

, 그렇구나. 흐음~ 아쉽네. 나 유코의 쿠키 기대하고 있었는데.”

…? , 정말로?”

!”


이를 드러내고 천진난만하게 웃는 오소마츠군. 아아, 저는 이제 여기서 죽어도 여한이 없을…. 아니, 있네요. 여한

저는 꼭 오소마츠군에게 제 마음을 고백하고 나서 죽을 겁니다. 이렇게 꾸준히 들어오는 마츠노군단의 방해에 저도 오기가 생겼습니다

어떤 방해들 해 보시죠. 저는 절대로 물러날 생각 없습니다

특히, 오소마츠군의 뒤쪽에서 쥬시마츠군을 쓰다듬으며 저를 향해 비열하게 웃어보이는 저 마츠노군(사남)을 봐서라도

저는 저얼얼얼얼얼대~~~!!!! 물러나지 않습니다.

 

 

이렇게 되면 이판사판입니다. 친구들의 눈 따위 개의치 않습니다

등교해 교실문을 당당히 열고 들어간 저는 제 자리에 가방을 내려놓고 친구들 사이에서 웃고 떠들고 있는 오소마츠군에게 다가갔습니다.


오소마츠군.”

저의 부름에 오소마츠군이 친구들과의 대화를 멈추고 ?’하며 저를 올려다보았습니다

의자에 앉은 오소마츠군은 필연적으로 서 있는 저를 올려다보게 되었습니다만, 저 올려다보는 얼굴이 너무나 귀엽습니다

속으로 오소마츠군의 귀여움을 부르짖으며 저를 향해 웃고 있는 오소마츠군에게 한 발자국 더 가까이 다가갔습니다.


저기, , 나는…”

꺄아아아아아!!!!!”

우왓!!! , 뭐야 대체!!!”


고백을 하려 입을 연 순간, 클래스메이트의 비명과 함께 수십마리의 고양이떼가 반으로 뛰어들어왔습니다

순식간에 책상도, 의자도, 교탁도 모두 고양이들에게 점령당해 함께 야옹, 야옹하고 울어대는 고양이들의 울음소리와 학생들의 비명으로 교실이 가득 찼습니다

오소마츠군도 황당하단 얼굴로 자신을 향해 몰려온 고양이떼에 둘러싸여 옴짝달싹 못하고 있었습니다

쓰나미처럼 몰려오는 분노에 몸이 부들부들 떨렸습니다

천천히 고개를 돌려 교실문을 바라보다 자랑스럽단 얼굴로 고양이를 쓰다듬고 있는 마츠노군(사남)과 눈이 마주쳤습니다

저와 눈이 마주친 순간 마츠노군(사남)은 음흉하게 이히히하고 웃더니 저를 지나쳐 오소마츠군에게 다가갔습니다.


이치마츠으~ 대체 이거 무슨 일?”

아니, 어쩌다보니 우리 교실이 고양이 집회의 장소로 결정된 것 같아.”

고양이집회? 아무리 그래도 이 수는 너무 많지 않아? 얼른 치우지 않으면 선생한테 혼난다고? 이 횽아 그 무시무시한 학생주임한테 또 걸리면 반성문 100장 써야된다고~ 요 꼬맹이들 가라고 할 수는 없어?”

, 미안. 오소마츠형. 가라고 할게.”


태연한 얼굴로 오소마츠군과 도란도란 대화를 나눈 마츠노군(사남)이 저를 보더니 우월감에 젖은 얼굴로 웃고는 저를 스쳐 지나갔습니다.


미안, 유코. 무슨 말 하려고 했어?”

마츠노군(사남)이 자리를 떠난 뒤, 오소마츠군이 웃으며 물었지만 저는 아무것도 아니야하고 얼버무렸습니다.

오소마츠군은 분명 눈치채지 못했겠지만, 마츠노군(사남)은 저는 스쳐 지나가면서 낮은 목소리로 작게 속삭였습니다.


오소마츠형한테 집적대지마 추녀.”


그건 분명 저에게 한 말로 상처를 받지 않았다면 거짓말일 것입니다.

그런 말을 듣고도 태연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조금 가라앉은 기분에 힘없이 자리로 돌아가 앉았습니다

고양이로 가득했던 교실 안의 고양이들은 마츠노군(사남)이 손을 썼는지 들어올 때와 마찬가지로 순식간에 빠져나갔고, 고양이가 사라진 교실은 여느 때와 같이 평화로웠습니다.

 

 

당번일지를 선생님께 제출한 뒤, 교실로 돌아가는 길. 이젠 정말 한숨 밖에 나오지 않습니다

마츠노군단은 막강했습니다. 슬슬 포기라는 글자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분명 최선을 다했지만, 고양이떼와 쥬시마츠군을 상대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 둘에 비하면 마츠노 차남과 육남이 귀엽게 보입니다. 저는 무사히 오소마츠군에게 고백할 수 있을까요?


교실에 가까워지자 분명 아무도 없을 교실에서 빛이 새어 나오고 있었습니다

누가 다시 돌아온 걸까요? 누구일지 괜히 추리해보면서 문을 열자 저를 향해 환히 웃는 오소마츠군이 보였습니다.


, 유코! 오늘 당번이었구나?”

, 오소마츠군?! 왜 아직도 학교에 남아있어?”


분명 하교시간은 한참 전에 지난 시간입니다. 아직도 남아있는 이유를 물으며 다가가자 뒤쪽에서 기분 나쁜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오늘은 나랑 같이 하교하기로 해서.”

뒤를 돌아보자 매선 눈초리로 저를 노려보고 있는 마츠노군(삼남)이 서 있었습니다

오소마츠군은 저를 노려보는 마츠노군(삼남)의 눈빛을 눈치채지 못했는지 기분 좋게 하이톤으로 여어~ 쵸로씌~ 어서 와~” 라고 하며 손을 흔들었습니다.

마츠노군(삼남)은 성큼성큼 걸어왔습니다. 걸어오는 와중에도 날카로운 눈빛으로 저를 노려보는 것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그 동안 고백을 방해 받았던 기억들이 새록새록 떠오르면서 오기가 생긴 저도 마츠노군(삼남)의 눈빛을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맞서 주었습니다

한참 동안 말없는 기싸움이 오가고 침묵을 참지 못한 오소마츠군이 쵸로씌?” 하고 마츠노군(삼남)의 어깨를 흔들었습니다

마츠노군(삼남)은 저를 향해 거만하게 웃더니 오소마츠군을 향해 폭탄발언을 날렸습니다.


오소마츠형, 나 사실 타치바나상 좋아해.”

“…?”

“….?”


마츠노군(삼남)의 어이없는 발언에 오소마츠군은 물론이고 저 역시 바보 같은 소리를 내며 벙찐 얼굴로 마츠노군(삼남)을 쳐다보았습니다

오소마츠군은 멍하니 저와 마츠노군(삼남)을 번갈아 보더니 푸핫하고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어이ㅋㅋㅋㅋ 쵸로씤ㅋㅋ 그거 그렇게 당사자 앞에서 당당히 말하기 있기 없기???ㅋㅋㅋ 너, 평소에 여자애들 앞에서는 말도 제대로 못하면서 왜 갑자깈ㅋㅋ 패기 쩔어!!!ㅋㅋㅋㅋ


중간중간 웃음 섞인 오소마츠군의 말에 마츠노군(삼남)이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습니다.


, 나도 가끔은 남자답게 말할 줄도 안다고. 괜히 내가 좋아하는 사람한테 집적거리는 사람이 있으면 싫잖아?”


저를 쓱 노려보며 하는 말인즉, 제가 방해라는 거겠죠. 아니, 그것보다 지가 이겼다는 거만한 얼굴로 저를 내려다보는 마츠노군(삼남)을 패고 싶습니다

오소마츠군과 어릴 때부터 함께 붙어다녔던 마츠노군(삼남)은 효과적으로 제 고백을 방해할 방법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저를 좋아한다는 마츠노군(삼남)의 선언으로 이제 저는 고백을 성공한다해도 오소마츠군에게 고백을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사라진 것입니다

동생들을 너무나 사랑해 마지않는 오소마츠군은 만약 제가 고백해도 마츠노군(삼남)이 저를 좋아하기에 제 고백을 거절할 것이 물 보듯 뻔합니다

아직도 큭큭 거리며 배를 붙잡고 웃고 있는 오소마츠군의 어깨를 툭 치며 가자.’고 말한 마츠노군(삼남)은 자연스럽게 오소마츠군의 가방을 들고 앞서 교실을 나섰습니다. 히익, 흐익하며 웃느라 가빠진 숨을 몰아 내쉰 오소마츠군이 미소 띤 얼굴로 저에게 인사를 했습니다.


그럼 먼저 갈게, 유코짱~. 저녀석 사귀면 제법 괜찮은 녀석이니까~ 긍정적으로 생각해줘~.”

, 이건 완전히 믿고 있네요. 오소마츠군은 정말로 마츠노군(삼남)이 저를 좋아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 동안의 마츠노군단의 방해공작과 지금의 폭탄발언으로 저는 제 안의 이성의 끈이 끊어지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저는 재빨리 가방을 챙겨 학교 근처의 꽃집으로 달려나갔습니다.

 

 


오소마츠군!!!!”


저 멀리서 함께 걸어가고 있는 여섯개의 인영을 향해 외쳤습니다

너무 큰 소리로 외쳐 목이 따끔따끔하고 아파왔지만, 걸음을 멈추지 않는 인영을 향해 다시 한번 크게 외쳤습니다

두번째 외침에 겨우 걸음을 멈춘 인영을 향해 전속력으로 달렸습니다

스커트가 휘날리고 앞머리가 바람에 흩날렸지만 속도를 늦추지 않고 뛰어가 같은 얼굴을 한 여섯명의 형제들 앞에 섰습니다.


바람에 잔뜩 날려 산발이 된 머리와 엉망이 된 교복에 오소마츠군이 놀란 얼굴로 저를 쳐다보았습니다

남은 다섯명의 마츠노군들 역시 놀란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근처 꽃집에서 산 붉은 장미 꽃다발을 오소마츠군에게 내밀었습니다.


오소마츠군!!”

“…?”


제가 내민 꽃다발을 얼떨결에 받아 든 오소마츠군에게 외쳤습니다.


마츠노군이 나를 좋아하든 싫어하든, 내가 중학교 때부터 좋아했던 것은 오소마츠군이니까!!! 절대 포기 안 할 거니까!!! 오늘부터 전력으로 유혹해줄 테니까! 각오하고 있어!!!!”


척하고 손가락으로 오소마츠군을 가리키며 외쳤습니다

! 이것은 오소마츠군에게 하는 고백이기도 하지만, ‘마츠노군단에게 보내는 선전포고이기도 합니다

..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선전포고요. 말을 마친 저는 손을 내리고 말했습니다.


그럼! 내일 봐, 오소마츠군!”

, , 오오…”


대답 같지 않은 대답을 한 오소마츠군을 뒤로 한 채 저는 몸을 돌려 성큼성큼 걸음을 옮겼습니다

이걸로 저도 각오를 다졌습니다. 앞으로 어떠한 방해가 와도 저는 절대 오소마츠군을 포기하지 않을 것을.

 

 

허리를 꼿꼿이 피고 당당히 저만치 가는 것을 지켜본 오소마츠가 시선을 내려 품에 안긴 장미 꽃다발을 보았다

장미는 오소마츠의 색으로 붉디 붉어서, 오소마츠군은 붉어진 자신의 얼굴이 감춰질까 싶어 장미 속으로 얼굴을 묻었다.


남은 다섯명의 동생들은 붉어진 오소마츠군의 얼굴에 경악하며 더욱 방해를 공고히 하자는 각오를 다지고 있었다

타치바나 유코’. 마츠노 동생들의 인생 최대의 라이벌의 등장이었다




* 본래 상, 하편으로 나누려다가 그냥 단편으로 썼습니다.


* 모브코가 오소마츠만 '오소마츠군', 나머지 동생들은 '마츠노군'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 오소마츠 육쌍둥이가 다니는 학교의 학생식당은 여러개의 메뉴 중 하나를 골라 사먹을 수 있는 식권 시스템입니다.

* 오소마츠가 여성입니다. 오소마츠만 이란성, 나머지 다섯명은 일란성이라는 설정입니다.


* 학생마츠입니다.


* 오랜만에 올리네요.. 요즘 너무 바빠요..ㅎㅎㅎ;;


* 부족한 글실력입니다만 재미있게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나랑 싸워서 이기면 사귀어 줄게.”

 

모든 사건은 가볍게 내뱉은 한마디에서 시작되었다.

 

 

 

아카츠카 고교엔 마을의 유명인들이 다니고 있다

마츠노가 육쌍둥이. 보기 드문 육쌍둥이는 이름만 대면 마을 모두가 알고 있는 유명인으로, 그들은 학교 내에서는 다른 의미로 유명했다

육쌍둥이의 첫째인 마츠노 오소마츠는 그 타고만 미모와 싸움실력으로

나머지 다섯명의 동생들은 상식을 넘어서는 중증의 시스콤으로 학교의 명물이 되었다. 

웬만한 남자아이는 가볍게 쓰러트리는 마츠노 오소마츠는 그 싸움실력도 실력이지만 장발의 검은 머리를 흩날리며 싸움터를 누비는 모습에 

팬까지 생길 정도로 유명했다. 싸움꾼이라는 명성에도 불구하고 오소마츠는 또래 남자애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윤기가 흐르고 찰랑거리는 검은 장발. 늘씬하고 곧은 다리. 말랐지만 봉긋하게 나올 곳은 나온 몸매

초롱초롱한 눈과 애교 있는 미소에 또래의 남자애들은 물론이고 간혹 대학생이나 회사원도 종종 추파를 걸어왔다

그리고 인기 만발인 오소마츠를 지키는 것이 다섯명의 쌍둥이 동생들이었다.


““““우리들의 장녀한테 무슨 짓거리야?!”””””


오소마츠가 고백을 받아 불려가면 어김없이 귀신같이 알아채고 현장에 나타나는 다섯명의 동생들은 

오소마츠에게 고백하는 남학생들을 무참히 때려눕혔다

통의 남매라면 사사건건 참견해오는 동생들에게 질릴만 하건만 오소마츠 역시 중증의 브라콤으로 

자신에게 고백해오는 남학생들을 밟아대는 동생들을 흐뭇하게 바라볼 뿐이었다.

 


그리고 오늘도 역시 오소마츠는 옥상에 불려 고백을 받았다

어쩐 일인지 아직 동생들이 나타나지 않은 것을 의아하게 생각하며 오소마츠는 머리를 긁었다

오늘 고백해 온 남학생은 흔히 말하는 불량써클의 대장으로 학교 내에서 양아치 중의 양아치라고 불리는 남자였다.


이건 귀찮네~.’

멍하니 생각하며 오소마츠가 씨익 웃곤 입을 열었다.


나랑 싸워서 이기면 사귀어 줄게.”


11이라면 오소마츠는 그 누구에게도 이길 자신이 있었다. 육쌍둥이, 게다가 밑의 동생들은 전부 남자애들이었다

십 수년을 다섯명의 남자애들과 부대끼며 살아온 오소마츠는 싸움으로 당당히 육쌍둥이 서열 1위를 유지하고 있을 정도로 싸움에 능숙했다

그렇기에 자신있게 내뱉을 수 있었다. 오소마츠의 말에 남자는 얼굴을 밝히며 웃었다

고개를 거나하게 끄덕이며 각오하라고!’ 라며 입고 있던 교복 재킷을 벗어 던졌다

재킷을 벗어 던지는 남자를 보며 오소마츠가 작게 콧방귀를 쳤다

아무리 학교 제일의 싸움꾼이라도 오소마츠와 11로 싸운다면 이길 가능성은 극히 적었다

남녀의 근력 차이를 타고난 몸놀림과 순발력으로 극복해온 오소마츠는 상대의 힘을 역으로 이용해 상대를 가볍게 쓰러트릴 수 있는 노하우가 있었다

가볍게 몸을 턴 남자가 으아아아아!!!’ 라고 외치며 주먹을 내질렀다.


시끄럽네.’

소음으로밖에 들리지 않는 남자의 목소리에 오소마츠가 얼굴을 찌푸렸다

자랑하는 것은 아니지만 오소마츠의 동생들은 모두 하나같이 미성을 가지고 있었다

각자 개성이 실린 목소리들은 어떤 말을 해도 소음으로는 들리지 않았다. 동생들의 목소리는 잘 조율된 악기와 같았다

그에 비해 이 남자의 목소리는 손톱으로 칠판을 긁는 것 같은 불쾌한 소음으로 들려와 귀에 거슬렸다

남자가 내지른 주먹을 가볍게 피하고 몸을 숙여 남자의 발을 찬 오소마츠가 그대로 다리를 들어올려 남자의 고간을 찼다

남자는 우욱!!!’ 하는 소리를 내며 그대로 쓰러졌다. 오소마츠는 쓰러진 남자의 뒷주머니에 꽂혀있던 지갑에서 지폐를 꺼내어 주머니에 넣었다.


이건 싸움에 이긴 전리품으로 가져갈게~.”

씨익 웃는 오소마츠의 얼굴을 빤히 올려다본 남자가 역시 귀여워…”라는 마지막 한마디를 끝으로 눈을 감았다

오소마츠는 휘파람을 불며 코당코당 발을 구르며 계단을 가볍게 내려갔다

주머니에서 꺼낸 지폐 뭉치는 제법 두툼했다. 뜻밖의 횡재에 오소마츠의 얼굴에 활짝 웃음꽃이 피었다.


이걸로 녀석들 맛있는 거나 사줄까나~”

기뻐하는 동생들의 얼굴을 떠올리며 오소마츠가 즐겁게 웃었다.

다음날, 어떤 일이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지 알지 못한 채 굴러들어온 공돈에 마냥 즐거운 오소마츠였다.

 



 

오소마츠! 기다리고 있었다!!!”



이거 몇 번째?’

아침의 등교길. 오소마츠는 벌써 등교길을 막아 세우는 세번째 남학생을 만나 질렸다는 얼굴로 한숨을 내셨다

대체 무슨 바람이 분건지 오늘따라 등교길을 막고 나타나 자신에게 싸움을 거는 남학생이 늘었다. 이번이 벌써 세번째였다.


이러다가 오늘 내로 등교 못 하겠는데요…’

얼굴을 구기는 오소마츠 뒤로 살기등등하게 눈 앞의 남학생을 노려보는 동생들이 앞으로 나섰다

오소마츠는 항상 동생들과 함께 등하교를 했다. 동생들은 각자 위원회나 동아리, 부활동이 있었지만 반드시 한명은 남아 오소마츠와 함께 등하교를 했다

항상 고백을 받는 오소마츠를 지키기 위해 동생들이 마련한 대책이었다

그리고 오늘은 우연히도 카라마츠의 연극부 아침 연습이 없는 날로 여섯 명이 함께 등교를 하는 날이었다

앞서 오소마츠에게 싸움을 걸어온 두 명은 남학생들은 오소마츠에게 가까이 다가가기도 전에 살기를 내뿜는 동생들에게 걸레짝이 되었고

지금 눈 앞에 있는 세번째 남학생도 예외는 아니었다. 엉망진창으로 얻어맞아 바닥에 널브러진 세번째 남학생을 뒤로 하고 여섯명이 갈 길을 재촉했다

슬슬 지각할 수도 있는 시간이었다. 이 이상 지체된다면 백퍼센트 지각이었다

손목시계를 보고 시간을 확인한 쵸로마츠가 뛰자!’라고 외쳐 다함께 뜀박질을 시작했다.


, 근데! 대체 왜! 헥헥, 오늘 따라, 오소마츠 누나한테 싸움, 거는, 녀석들이, 많은 거야?”


중간중간 헥헥거리며 뛰는 와중에 물어보는 토도마츠에게 시선을 둔 오소마츠가 어깨를 으쓱했다.


나도 몰라?”

또 묘한 녀석들한테 시비 걸었던거 아니야? 망할 장녀?!”


옆에서 나란히 뛰는 쵸로마츠가 짜증내며 외치자, 반대편에서 함께 뛰던 카라마츠가 눈빛을 빛내며 말했다.


, 오늘도 길티-걸이구나 오소마츠.”

, 아파아파아파!! 갈비뼈에 금간다!”

?!”

좀 닥쳐, 개똥마츠.”

?!”


카라마츠의 발언에 오소마츠가 뛰는 와중에도 옆구리를 잡으며 웃었고, 뒤에서 뛰던 이치마츠가 재주 좋게 카라마츠의 발을 걷어차며 

낮은 목소리로 위협했다. 이치마츠의 위협에 울상이 된 카라마츠를 보며 오소마츠가 큭큭대며 웃었다

함께 전력질주를 한 덕분에 마츠노 육쌍둥이는 무사히 종이 울리기 전, 각자의 교실에 들어갈 수 있었다.

 


!!”

점심시간을 알리는 종이 울리자마자 4교시 내내 책상에 엎드려 자고 있던 오소마츠가 벌떡 일어났다

빨리 동생들을 모아 밥을 먹을 생각에 한껏 들뜬 기분으로 교실을 나서자마자 오소마츠는 다수의 남학생들에게 둘러싸였다.


“…?”

따라와 오소마츠.”


험악한 얼굴의 남학생이 오소마츠 앞에 섰다. 거구의 남학생이 눈앞에 서자 저절로 생긴 그늘에 가린 오소마츠가 식은땀을 흘렸다.


, 이거 위험한데.’

아무리 오소마츠가 싸움을 잘해도 열명이 넘는 남학생을 상대할 수는 없었다

실력이 있어도 엄연히 존재하는 남자와 여자의 체력 차이를 오소마츠는 잘 알고 있었다

게다가 눈 앞을 가리고 그늘을 만들 정도로 거구의 남학생을 상대하는 것은 카리스마 레전드 오소마츠에게도 무리였다.


순순히 남학생을 따라 옥상에 오르니 어제 오소마츠에게 고백했던 남학생이 서 있었다

남학생의 뒤에는 20명도 넘게 검은 제복을 입은 남학생들이 서 있었다. 오소마츠를 데려온 남학생들까지 합하면 30명은 넘는 인원수였다.


, 진짜 위험한데.’

등에 흐르는 식은땀을 느끼며 오소마츠가 입꼬리를 들어올렸다.


~ 저기이~ 나는 왜 부른거?”


오소마츠의 질문에 눈 앞의 남학생이 씩 웃었다.


그거야 물론 잘 알고 있잖아?’
아니이~ 모르겠는데.”


거짓말이 아니고 오소마츠는 대체 왜 자신이 이런 상황에 놓였는지 짐작도 할 수 없었다

축복받은 초등학생 6학년 멘탈의 오소마츠는 당연하게도 자신이 어제 내뱉은 말을 기억하지 못했고, 그 말의 여파도 알지 못했다

남학생의 뒤에 서있는 30여명의 남학생들은 모두 오소마츠에게 고백했다가 한번 이상 퇴짜를 맞은 경험이 있었다

그래도 오소마츠를 포기하지 못해 벼르고 있던 남학생들은 하나로 모아 이런 상황을 만든 것은 

어제 오소마츠에게 고백한 불량써클의 리더인 남학생이었다.


어제 네가 직접 한 말을 벌써 잊었나?”

~ 내가 원래 좀 덜렁거려서~ 에헷!”


혀를 살짝 내밀고 웃으며 자신의 머리를 하고 가볍게 때리는 오소마츠를 보며 남학생의 뒤에 서 있던 

검은 제복 일동이 으으으으으응!!!!’ 하고 신음하며 참을 수 없는 오소마츠의 귀여움에 몸부림쳤다

물론 바보인 오소마츠는 대체 왜 저녀석들이 저러나하는 얼굴로 쳐다볼 뿐이었다.


너와 싸워 이기면 사귀어 준다고 했지?”

아아, 그런 말을 했었지.”


불량써클 리더인 남학생의 말에 오소마츠가 기억이 났는지 주먹으로 손바닥을 두드렸다

어제 자신이 한 말을 되새긴 오소마츠의 얼굴이 굳었다. 그렇다면 지금 이 상황은 꽤나 위험한 상황이 아닌가

이제야 제대로 상황파악이 된 오소마츠가 슬슬 뒷걸음쳤다.


~ 저기. 일단 난 지금 배가 고프니까! 밥 먹고 하면 안될까?”

실실 웃으며 뒷걸음쳐 옥상문에 도달한 오소마츠가 재빨리 몸을 돌려 옥상문의 문고리를 돌렸다

하지만 기세 좋게 돌린 문고리에서는 철컥하고 걸쇠가 걸리는 소리밖에 들리지 않았다

열리지 않는 옥상문에 오소마츠의 얼굴에서 핏기가 싹 가셨다. 창백해진 얼굴로 뒤돌자 남학생이 야비하게 웃으며 말했다.


올라올 때 미리 잠가놨어. 키는 물론 나한테 있고. , 그럼 오소마츠! 우리와 싸워서 우리가 이기면 사귀어 주는 거지?”
아니아니아니아니! 저기? 당연히 싸움은 11이야? 알고 있는 거지?”

물론이야! 하지만 오소마츠. 이 많은 수를 다 상대할 수 있어?”


남자의 말에 오소마츠가 김빠진 미소를 지었다.


, 젠장. 망했다.’

건장한 남학생 30여명을 이길 자신은 여자인 오소마츠에겐 없었다.


‘10명 정도라면 어떻게든 해치울 수 있겠지만, 30명은 역시 무리.’

평소 잘 사용하지 않는 머리를 120% 가동해 오소마츠가 맹렬히 잔머리를 굴렸다

지금 이 상황을 빠져나갈 수는 없나 하고 주위를 둘러봤지만 옥상은 텅 비어 있었다.



, 그럼.”

남자의 손짓에 검은 제복의 무리가 서서히 오소마츠에게 다가왔다.


죽겠다.’

다가오는 남학생들을 보며 울상을 짓는 오소마츠의 귀에 한줄기 구원의 소리가 들려왔다.


타박타박타박

빠르게 계단을 올라오고 있는 다섯개의 발소리.


오소마츠는 울상이던 표정을 지우고 씨익 웃은 후, 옥상문을 등지고 있던 몸을 돌렸다

오소마츠가 몸을 돌리자마자 요이쇼~~~~~!!!!” 하고 외치며 쥬시마츠가 옥상문을 걷어차며 나타났다

굳게 잠겨 있던 옥상문의 걸쇠는 반쯤 뜯겨져 나가 쿵 소리를 내며 쓰러진 쇠문에 남학생들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콘크리트 바닥에 부딪쳐 통통 소리를 내는 금속배트를 끌고 서서히 남학생들에게로 다가가는 쥬시마츠의 뒤를 이어 

쵸로마츠와 카라마츠, 이치마츠, 토도마츠도 나타났다. 살기가 가득 담긴 눈빛을 한 동생들의 등장에 오소마츠가 승리의 미소를 지었다

쥬시마츠와 쵸로마츠, 카라마츠가 순식간에 30여명의 남학생들을 쓰러트리는 동안 토도마츠와 이치마츠가 오소마츠의 곁에 다가왔다.


정말! 오소마츠 누나 어디 다친데 없어?”

걱정스러워하는 얼굴로 오소마츠의 곁에 다가와 오소마츠를 이곳저곳 살펴보는 토도마츠에게 오소마츠가 괜찮아~ 멀쩡해~’라며 웃었다.


히힛, 저것들 전부 죽여도 돼?”

평소보다 한층 짙은 농도의 검은 오라를 내뿜으며 음흉스럽게 웃는 이치마츠를 보며 오소마츠가 하하하, 죽이는 건 안돼~’ 라고 장난스럽게 말했다

토도마츠와 이치마츠와 이야기를 주고받는 동안 어느새 남학생들을 전부 처리한 동생 세 명이 다가왔다.


어디 다친 곳은 없는가! 오소마츠, 마이 프린세ㅅ우헉!!!”

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이치마츠에게 바디블로우를 맞은 카라마츠가 흰자를 드러내며 쓰러졌다.


오소마츠 누나아~ 괜찮슴까아?”

평소라면 카라마츠 형아아~!!!’라고 외치며 카라마츠를 챙기는 쥬시마츠지만 이번엔 쓰러진 카라마츠는 안위에도 없는 것 같았다

항상 떡 벌어진 입을 다물고 걱정스러운 얼굴로 다가온 쥬시마츠의 머리를 오소마츠가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 괜찮아~”

이 망할 장녀!!! 대체 왜 그런 말을 해서 이런 일이 생기게 해!! 조금은 생각을 하고 말을 해!!!”


잔뜩 성난 목소리로 외치는 쵸로마츠의 잔소리에 오소마츠가 손가락으로 귀를 막고 ~ 시끄러어~’라며 고개를 돌렸다

오소마츠의 질렸다는 얼굴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잔소리를 퍼붓는 쵸로마츠에게 오소마츠가 손을 휘저으며 말했다.


, 알겠어~ 알겠어~ 제대로 생각해서 말하면 되잖아~ 제대로 말하면~”

절대 못 알아들었지!? 이 망할 장녀!!”


오소마츠의 가벼운 언동에 쵸로마츠가 다시 외쳤다.

 

 



좋아해! 나와 사귀어 줘!!”


매번 같은 패턴으로 고백해오는 남학생들의 행렬에 오소마츠는 슬슬 질린 참이었다

오소마츠의 실언으로 남학생들의 습격을 받은 그 날 이후로 오소마츠는 수시로 오소마츠를 노린 남학생들의 공격을 받았고

동생들의 오소마츠 보호 체제가 더욱 공고해져 오소마츠를 노리고 달려드는 남학생들은 모두 동생들의 주먹에 나가 떨어졌다

그 반복이 한 달이나 이어지고 나서야 오소마츠를 노리고 달려드는 남학생들이 사라졌다

다시 평범하게 고백해오는 남학생들의 모습에 오소마츠는 솔직히 재미가 없었다

자신과 사귀어 달라며 공격해오는 남학생들을 상대하는 것은 솔직히 재미있었다

동생들이 없는 틈을 타 공격해오는 남학생들과 싸우는 것도 스릴 있고 재미있었던 오소마츠는 이제 평범한 고백이 너무나 지루하게 느껴졌다.


그렇다고 또 그런 말을 하면 쵸로짱한테 혼나고~’


잔뜩 붉은 얼굴로 자신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는 남학생을 가만히 올려다보며 오소마츠가 머리를 굴렸다

그리고 이내 이거다!’하는 얼굴로 밝게 웃으며 말했다.




, 내 동생들을 이길 수 있을 정도로 강한 남자가 좋아.”

 

오소마츠의 발언을 시작으로 아카츠카 고교 춘추전국 시대가 열렸다.




 

그리고 마츠노 육쌍둥이가 졸업할 무렵엔 아카츠카 고교에 지옥에서 올라온 다섯명의 미친개라는 이름의 전설이 탄생했다.

다녀온 것은 토요일이었지만ㅎㅎㅎ


사람 엄청 많더라구요... 저는 몇 년만의 서코라 사람이 이렇게 많았나 싶어서 조금 당황했습니다.


장장 1시간 동안의 기다림 끝에 입장권을 살 수 있었습니다...




비도 오고... 사람도 많고... 오랜만의 서코라 생각보다 에너지를 소모했네요...ㅎㅎㅎㅎ



그리고 오소마츠 부스마다 몰려있는 인파가....ㅎㅎㅎㅎㅎ


오소마츠상의 인기를 새삼 다시 느끼게 되었습니다... 


뭐, 저는 사지 않았지만... 나이가 나이다 보니, 이제 애니 팬시는 잘 못사겠더라구요...


귀여운 고양이 일러스트 몇 장만 사서 돌아왔습니다....ㅎㅎㅎㅎ






현재 쓰고 있는 오소마츠상 소설이 전부 음침한 것 같아서 좀 밝은 분위기의 단편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말 그대로 플롯을 짜고 써가고 있는 중이라 언제 올릴 수 있을지는 모르겠네요...


직장인의 비애...ㅎㅎㅎㅎㅎ 웃는게 웃는게 아니네요....


일단 단편 하나 정도는 오늘이내 내일 새벽에 올릴 수 있도록 노력해보겠습니다ㅎ





그리고 슬슬 19금 소설도 써 볼까 하고 생각 중인데...


플롯이 안 떠오르네요...

* 4편 들고 왔습니다.


* 솔직히 단편으로 끝낼까 하다가 장편으로 가자고 충동적으로 결정해서 슬슬 플롯 짜기가 힘드네요...


* 다음편부터 당분간은 오소마츠 시점으로 진행될 것 같습니다.


* 결말을 어떻게 할지 고민 중 입니다.... 혹시 원하시는 결말이 있으시면 

  댓글로 남겨주세요...


* 부족한 글실력입니다만 재미있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토도마츠의 시도가 실패로 끝난 그 날, 오소마츠는 또 외박을 했다.

마츠요의 저녁 먹으라는 부름에 내려간 다섯명의 동생들은 현관에서 마츠요의 목소리를 들었다.

 

그래~ 그럼 오늘도 그 친구 집에서 자고 오는거니? …그래 알겠다. 친구에게 너무 폐 끼치지 말고~”

, 엄마. 누구에요?”

 

마츠요가 수화기를 내려 놓자마자 토도마츠가 불안한 얼굴로 물었다.

 

오소마츠였어. 오늘도 자고 온다고~”

마츠요는 웃으며 말하고는 그럼 오늘은 7인분만 차리면 되겠네~’라는 태평스러운 소리를

하며 부엌으로 들어갔다.

토도마츠를 비롯한 다섯명의 동생들은 순식간에 얼굴을 굳혔다

다른이가 봤다면 다섯명의 머리 위에 떠있는 검디검은 먹구름을 보고 놀랐을 것이다.

 

다섯 명이 앉아있는 식탁엔 평소와 같은 활력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볼 수 없었다

언제나 시끄럽게 떠들어가며 싸워가며 먹던 저녁식사는 조용하기 그지 없었다

항상 떠들썩하던 아들들이 묘하게 조용해 걱정스러운 얼굴로 마츠요와 마츠조가 힐끗힐끗 다섯명의 쌍둥이들을 쳐다보았다

무거운 침묵 속에서 식사를 마친 다섯명의 동생들은 목욕도 생략한 채, 2층으로 올라갔다.

 

오소마츠는 곤란했다

집에 돌아왔더니 웬일로 동생들이 모두 집에 있어 럭키~’라고 생각하며 놀아달라고 졸라댈 생각이었건만

2층 방 안에 모여있는 동생들은 하나같이 우중충한 분위기를 풍기며 앉아있기만 했다.


카라마츠는 거울을 보지 않았고,

쵸로마츠도 항상 보던 구인지를 바닥에 내려놓은 채 말이 없었다.

이치마츠는 항상 그렇듯 방 한 구석에 가 앉아있었지만, 쭉 같이 있던 고양이가 보이지 않았다.

쥬시마츠와 토도마츠는 그런 녀석들의 우울한 기에 눌려 쭈뼛쭈뼛 거리며 눈치를 살피고 있었다.

 

이건 또 뭔 일이래?’


머리를 긁적이며 한숨을 쉰 후, 아직 자신을 눈치채지 못한 동생들을 향해 크게 외쳤다.

 

장남님이 돌아오셨는데! ‘어서 와.’ 한 마디 없는 거야아~?!”

 

오소마츠의 목소리에 전원이 하고 고개를 들어 방 입구에 서있는 오소마츠를 쳐다 보았다

무거웠던 방 안의 공기가 조금 가벼워지는 것을 본 쥬시마츠와 토도마츠가 작게 한숨 쉰 후, 오소마츠를 향해 미소를 지었다.

 

어서 와. 오소마츠형. 나는 지금부터 약속이 있어서 나가니까.”

.”

 

서둘러 싸두고 있었던 가방을 어깨에 메고 토도마츠가 오소마츠를 지나 1층으로 내려갔다

계단을 내려가는 토도마츠를 시선으로 배웅한 오소마츠가 고개를 돌리자, 바로 눈 앞에 나타난 커다란 얼굴에 놀라 몸을 흠칫했다.

 

어서왓슬 머슬!! 오소마츠 형!! 나도 야구 하고 올게!!!”

우왓, 놀래라. 그래 다녀와. 쥬시마츠.”

씩씩한 목소리로 외치는 쥬시마츠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자 쥬시마츠가 더욱 밝게 웃으며 배트를 든 채, 계단을 내려갔다.

오소마츠와 동생들의 대화를 들으며 시선을 고정한 채, 여전히 입을 굳게 다물고 있는 나머지 동생들을 보며 오소마츠가 작게 한숨 쉬었다.

 

그래서~? 뭐가 그렇게 불만?”

 

방 바닥에 그대로 털썩 앉아 오소마츠가 묻자 쵸로마츠와 카라마츠, 이치마츠가 서로 시선을 마주했다

하지만 여전히 입은 굳게 다문 채로, 서로 먼저 말하라고 노려보는 동생들을 향해 오소마츠가 먼저 입을 열었다.

 

저기~ 쵸로씨~? 오늘은 레이카 보러 안가?”
레이카가 아니라 냐-! 그리고 오늘은 별로 생각 없어.”

카라마츠우~ 너는 오늘 그 다리 안 가?”

, 아쉽게도 오늘은 뷰~티풀한 카라마츠 걸즈를 보러 갈 예정은 없다.”

, 그러셔. 이치마츠으~? 항상 붙어 있던 냥이는 어디갔어?”

오늘은없어.”

그래.”

 

대화가 끝나고 어색한 침묵이 방 안에 가득했다. 오소마츠는 으으~~’하고 신음하며 자신의 머리를 벅벅 긁었다.

 

저기~ 불만 있으면 말해? 아무 말도 안하고 있으면 형아 모르는데~ 내가 독심술사도 아니고

오소마츠의 발언에 쵸로마츠와 이치마츠의 시선이 카라마츠에게로 몰렸다

돌연 두 동생의 시선을 받은 카라마츠가 잠시 당황하는 듯 했으나 이내 앉아 있던 자세를 고쳐 잡아 정좌를 한 채, 오소마츠에게 물었다.

 

오소마츠, 최근 그, ‘시로마츠라는 친구 집에 가는 일이 잦은데 무슨 연유가 있는 건가?”

…?”
아니, 최근 자주 간다고 생각되어서. 뭔가 이유가 있는 건가, 우리랑 있고 싶지 않다거나…”

 

우물쭈물하며 묻는 카라마츠의 목소리는 점점 작아지고 있었다

진정되지 않는 손을 주물럭 거리며 물어오는 카라마츠를 향해 오소마츠가 황당하는 얼굴로 받아쳤다.

 

아니, 나 한번도 너네랑 같이 있고 싶지 않다고 생각한 적 없어, 확실히 최근엔 자주 시로집에 가지만. 어디까지나 놀러 가는거고…”

, 그럼! 앞으로는 나나 쵸로마츠나 이치마츠가 어울릴 테니 그 집에 가는 건 그만 두지 않겠나?”
“…
? 저기 카라마츠으? 뭔 소리?”

 

오소마츠가 고개를 기울이며 되묻자 땀을 뻘뻘 흘리며 대답하지 못하는 카라마츠를 대신해 쵸로마츠가 말을 이었다.

 

우리가 놀아줄 테니까 외박 그만하라고 이 망할 장남.”
~ 뭐야아~ 그 소리였어? 괜찮아~ 너네도 너네 나름대로 할 일 많잖아~ 그리고 시로랑 노는게 재미있고. , 외박은 좀 줄일게~”

 

손을 흔들며 웃는 오소마츠를 향해 쵸로마츠가 그게 아니야.’하고 작게 중얼거리며 얼굴을 찡그렸다

카라마츠 역시 오소마츠의 대답에 섣불리 말을 잇지 못한 채 고개를 숙였다. 다시 짙어진 우울한 공기에 오소마츠가 ?’하며 당황했다.

 

그게 아니라…”

 

처음으로 입을 연 이치마츠가 말했다

그 목소리는 언제나 그렇듯 작고 낮았지만, 정적이 감도는 방 안에서 울려 모두가 충분히 들을 수 있을 정도였다.

 

오소마츠 형. 시로마츠라는 녀석과 친해?”

…? 왜 갑자기 그런 걸 물어봐?”

대답.. 해줬으면 좋겠어.”

, 친하지? 집에 놀러갈 정도니까. 그리고 친구로 지낸지 꽤 됬고.”

 

오소마츠의 대답이 마음에 안 드는 듯, 이치마츠를 비롯한 전원의 얼굴이 한층 더 험악해졌다

동생들의 기분이 언짢아지는 이유를 알 리 없는 오소마츠는 자신의 한마디에 얼굴을 구기는 동생들을 당황스럽게 바라보았다.

 

그 녀석이 소중해? 우리들보다 더?”

누구도 섣불리 내뱉지 못했던 그 질문을 이치마츠가 자신없는 목소리로 물었다

오소마츠는 이치마츠의 질문에 놀랐는지 눈을 크게 뜨고 이치마츠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이치마츠는 담담히 오소마츠의 시선을 마주하며 대답을 기다렸다

카라마츠와 쵸로마츠의 시선도 이치마츠와 다르지 않았다

오소마츠는 자신을 바라보는 동생들의 시선에 담긴 옅은 두려움을 눈치채고 웃으며 말했다.

 

그 누구도 내 동생들보다 소중하진 않아.”

“….”

오소마츠의 대답이 들려오고 나서야 이치마츠가 험상궂게 일으러져있던 얼굴을 폈다

카라마츠와 쵸로마츠도 안심한 듯, 고개를 숙이며 작게 한숨 쉬는 것을 놓치지 않은 오소마츠가 배시시 쑥스럽다는 듯 웃었다.

 

뭐야아~ 너네~ 내가 안 놀아줘서 외로웠구나~ 말을 하지이~~”

 

기쁘게 웃으며 코 밑을 쓱 닦는 오소마츠의 모습에 카라마츠와 쵸로마츠, 이치마츠의 어두운 분위기가 눈 녹듯 사라졌다.

 

 

 

오늘 아침,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시로마츠에게 인사를 건네자 시로마츠가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네 동생들은 네 생각보다 더 너를 아끼고 있으니까 걱정 마.”

 

솔직히 믿을 수 없었다. 이 장남님을 버리고 떠나버렸던 녀석들이라고?

그야 그 녀석들 나름대로 형제애가 있을 수 있지만, 20여년을 함께 있었건만

결국엔 우리가 함께 있어서는 안 된다며 집을 나간 녀석들이다.

쵸로마츠를 시작으로 한 명, 그리고 또 한 명. 집을 나가 내 곁에서 떠날 때, 마치 사지가 찢겨나가는 느낌이 들었다.


           ‘내가 너희고, 너희가 나.’


육쌍둥이가 하나였는데, 팔이, 다리가 하나하나 떨어져 나가는 것 같아서 괴로워서,

제대로 현실을 마주할 수도 없었고, 나를 떠나는 녀석들을 웃는 얼굴로 배웅하는 것도 할 수 없었다.

 

정말로 녀석들이 나를 아낄까

그럼 왜 나를 버리고 떠났어

내가 그렇게 싫었어?

육쌍둥이로 함께 있는 것이 싫었어?

 

절대 녀석들에겐 물을 수 없는 질문들이 소용돌이쳤다

물었다가 어떤 대답이 돌아올 지 지금의 나는 알 수 없다. 전부 내가 잘못했다고 할까? 내가 필요 없어졌다고 할까?

육쌍둥이서 하나였던 어린 시절엔 녀석들이 생각하는 것은 굳이 물어보지 않아도 다 알 수 있었다

맑은 물 속을 들여다보듯 훤했던 녀석들의 속마음이 이제는 우유 속에 담긴 보석을 보는 것처럼 알 수 없다

뿌옇게 변한 녀석들의 마음을 들여다볼 수 없다는 것은 내겐 제법 큰 공포로 다가왔고, 결국 녀석들이 떠나고 나 자신을 잃어버리게 만들었다.

 

그래서 더더욱 시로마츠의 존재가 너무나 고마웠다

모두가 떠나고 빈껍데기만 남아버린 오소마츠가 어떤 녀석이었는지 알려줬다.

내가 오소마츠로 있을 수 있도록, 그리고 다시 동생들과 함께 지낼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시로마츠가 있다면 또 녀석들이 떠나도 제대로 웃으며 배웅할 수 있을 것 같아.


 

           ‘어쩌면 우리는 함께 있어서는 안되나 봐.’

 

떠나는 녀석들이 한 말이 가시에 찔린 것 마냥, 깊숙이 박혀 빠지지 않는다.

조금씩 조금씩 더디지만 나도 녀석들을 떠날 준비를 하지 않으면 또다시 녀석들이 떠났을 때, ‘오소마츠로 있을 수 없게 되어 버린다.

육쌍둥이의 장남인 오소마츠를 조금씩 버리고, 한 명인 인간인 오소마츠가 되지 않으면 안된다.

 

 




           “그 녀석이 소중해? 우리들보다 더?”

 

이치마츠의 물음에 솔직히 울컥했다.


이제와서 그런 걸 물어보는거야

너희들이 그런걸 물어볼 자격은 있어?


날 버리고 떠난 주제에


치오르는 분노와 함께, 아직도 나를 의지해주는 녀석들에게 감동하고 기뻤다

상반된 두 감정이 내 안에서 맹렬하게 싸웠다. 하지만 분노도 기쁨도 결국엔 녀석들이기에 생겨난 감정이었다

나는 녀석들이 소중하기에 분노하고 기뻐하는 거니까.

 

           “그 누구도 내 동생들보다 소중하진 않아.”

 

진심을 담아 말했다. 내 대답에 안심한 듯 작게 한숨을 내쉬는 동생들이 사랑스러웠다

아직도 나를 의지하고자신들이 나의 가장 소중한 존재로 있기를 원하는 게 너무나 기쁘고 사랑스러웠다

하지만 이래서는 예전이랑 달라지지 않는다

너희는 변하고 싶다고 하면서 나를 떠났다. 또 그렇게 날 떠나지 않을 거란 보장은 없어. 그럼 나도 변해야 해.

녀석들이 가장 소중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제 녀석들만큼이나 소중한 것이 생겼어

그리고 그 소중한 것은 절대 너희에게 보여주지 않아. 오소마츠만의 것이니까.






* 어긋나기 시작한 장남과 동생들입니다...ㅎㅎㅎ

* 잘 드러나지 않은 것 같아 덧붙이면 오소마츠의 소중한 것은 '시로마츠'를 의미합니다.

* 다음편을 언제 쓸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앞으로의 전개를 한번 정리하고 써야될 것 같아서

  다음편은 좀 늦게 나올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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