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편 들고 왔습니다.


* 솔직히 단편으로 끝낼까 하다가 장편으로 가자고 충동적으로 결정해서 슬슬 플롯 짜기가 힘드네요...


* 다음편부터 당분간은 오소마츠 시점으로 진행될 것 같습니다.


* 결말을 어떻게 할지 고민 중 입니다.... 혹시 원하시는 결말이 있으시면 

  댓글로 남겨주세요...


* 부족한 글실력입니다만 재미있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토도마츠의 시도가 실패로 끝난 그 날, 오소마츠는 또 외박을 했다.

마츠요의 저녁 먹으라는 부름에 내려간 다섯명의 동생들은 현관에서 마츠요의 목소리를 들었다.

 

그래~ 그럼 오늘도 그 친구 집에서 자고 오는거니? …그래 알겠다. 친구에게 너무 폐 끼치지 말고~”

, 엄마. 누구에요?”

 

마츠요가 수화기를 내려 놓자마자 토도마츠가 불안한 얼굴로 물었다.

 

오소마츠였어. 오늘도 자고 온다고~”

마츠요는 웃으며 말하고는 그럼 오늘은 7인분만 차리면 되겠네~’라는 태평스러운 소리를

하며 부엌으로 들어갔다.

토도마츠를 비롯한 다섯명의 동생들은 순식간에 얼굴을 굳혔다

다른이가 봤다면 다섯명의 머리 위에 떠있는 검디검은 먹구름을 보고 놀랐을 것이다.

 

다섯 명이 앉아있는 식탁엔 평소와 같은 활력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볼 수 없었다

언제나 시끄럽게 떠들어가며 싸워가며 먹던 저녁식사는 조용하기 그지 없었다

항상 떠들썩하던 아들들이 묘하게 조용해 걱정스러운 얼굴로 마츠요와 마츠조가 힐끗힐끗 다섯명의 쌍둥이들을 쳐다보았다

무거운 침묵 속에서 식사를 마친 다섯명의 동생들은 목욕도 생략한 채, 2층으로 올라갔다.

 

오소마츠는 곤란했다

집에 돌아왔더니 웬일로 동생들이 모두 집에 있어 럭키~’라고 생각하며 놀아달라고 졸라댈 생각이었건만

2층 방 안에 모여있는 동생들은 하나같이 우중충한 분위기를 풍기며 앉아있기만 했다.


카라마츠는 거울을 보지 않았고,

쵸로마츠도 항상 보던 구인지를 바닥에 내려놓은 채 말이 없었다.

이치마츠는 항상 그렇듯 방 한 구석에 가 앉아있었지만, 쭉 같이 있던 고양이가 보이지 않았다.

쥬시마츠와 토도마츠는 그런 녀석들의 우울한 기에 눌려 쭈뼛쭈뼛 거리며 눈치를 살피고 있었다.

 

이건 또 뭔 일이래?’


머리를 긁적이며 한숨을 쉰 후, 아직 자신을 눈치채지 못한 동생들을 향해 크게 외쳤다.

 

장남님이 돌아오셨는데! ‘어서 와.’ 한 마디 없는 거야아~?!”

 

오소마츠의 목소리에 전원이 하고 고개를 들어 방 입구에 서있는 오소마츠를 쳐다 보았다

무거웠던 방 안의 공기가 조금 가벼워지는 것을 본 쥬시마츠와 토도마츠가 작게 한숨 쉰 후, 오소마츠를 향해 미소를 지었다.

 

어서 와. 오소마츠형. 나는 지금부터 약속이 있어서 나가니까.”

.”

 

서둘러 싸두고 있었던 가방을 어깨에 메고 토도마츠가 오소마츠를 지나 1층으로 내려갔다

계단을 내려가는 토도마츠를 시선으로 배웅한 오소마츠가 고개를 돌리자, 바로 눈 앞에 나타난 커다란 얼굴에 놀라 몸을 흠칫했다.

 

어서왓슬 머슬!! 오소마츠 형!! 나도 야구 하고 올게!!!”

우왓, 놀래라. 그래 다녀와. 쥬시마츠.”

씩씩한 목소리로 외치는 쥬시마츠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자 쥬시마츠가 더욱 밝게 웃으며 배트를 든 채, 계단을 내려갔다.

오소마츠와 동생들의 대화를 들으며 시선을 고정한 채, 여전히 입을 굳게 다물고 있는 나머지 동생들을 보며 오소마츠가 작게 한숨 쉬었다.

 

그래서~? 뭐가 그렇게 불만?”

 

방 바닥에 그대로 털썩 앉아 오소마츠가 묻자 쵸로마츠와 카라마츠, 이치마츠가 서로 시선을 마주했다

하지만 여전히 입은 굳게 다문 채로, 서로 먼저 말하라고 노려보는 동생들을 향해 오소마츠가 먼저 입을 열었다.

 

저기~ 쵸로씨~? 오늘은 레이카 보러 안가?”
레이카가 아니라 냐-! 그리고 오늘은 별로 생각 없어.”

카라마츠우~ 너는 오늘 그 다리 안 가?”

, 아쉽게도 오늘은 뷰~티풀한 카라마츠 걸즈를 보러 갈 예정은 없다.”

, 그러셔. 이치마츠으~? 항상 붙어 있던 냥이는 어디갔어?”

오늘은없어.”

그래.”

 

대화가 끝나고 어색한 침묵이 방 안에 가득했다. 오소마츠는 으으~~’하고 신음하며 자신의 머리를 벅벅 긁었다.

 

저기~ 불만 있으면 말해? 아무 말도 안하고 있으면 형아 모르는데~ 내가 독심술사도 아니고

오소마츠의 발언에 쵸로마츠와 이치마츠의 시선이 카라마츠에게로 몰렸다

돌연 두 동생의 시선을 받은 카라마츠가 잠시 당황하는 듯 했으나 이내 앉아 있던 자세를 고쳐 잡아 정좌를 한 채, 오소마츠에게 물었다.

 

오소마츠, 최근 그, ‘시로마츠라는 친구 집에 가는 일이 잦은데 무슨 연유가 있는 건가?”

…?”
아니, 최근 자주 간다고 생각되어서. 뭔가 이유가 있는 건가, 우리랑 있고 싶지 않다거나…”

 

우물쭈물하며 묻는 카라마츠의 목소리는 점점 작아지고 있었다

진정되지 않는 손을 주물럭 거리며 물어오는 카라마츠를 향해 오소마츠가 황당하는 얼굴로 받아쳤다.

 

아니, 나 한번도 너네랑 같이 있고 싶지 않다고 생각한 적 없어, 확실히 최근엔 자주 시로집에 가지만. 어디까지나 놀러 가는거고…”

, 그럼! 앞으로는 나나 쵸로마츠나 이치마츠가 어울릴 테니 그 집에 가는 건 그만 두지 않겠나?”
“…
? 저기 카라마츠으? 뭔 소리?”

 

오소마츠가 고개를 기울이며 되묻자 땀을 뻘뻘 흘리며 대답하지 못하는 카라마츠를 대신해 쵸로마츠가 말을 이었다.

 

우리가 놀아줄 테니까 외박 그만하라고 이 망할 장남.”
~ 뭐야아~ 그 소리였어? 괜찮아~ 너네도 너네 나름대로 할 일 많잖아~ 그리고 시로랑 노는게 재미있고. , 외박은 좀 줄일게~”

 

손을 흔들며 웃는 오소마츠를 향해 쵸로마츠가 그게 아니야.’하고 작게 중얼거리며 얼굴을 찡그렸다

카라마츠 역시 오소마츠의 대답에 섣불리 말을 잇지 못한 채 고개를 숙였다. 다시 짙어진 우울한 공기에 오소마츠가 ?’하며 당황했다.

 

그게 아니라…”

 

처음으로 입을 연 이치마츠가 말했다

그 목소리는 언제나 그렇듯 작고 낮았지만, 정적이 감도는 방 안에서 울려 모두가 충분히 들을 수 있을 정도였다.

 

오소마츠 형. 시로마츠라는 녀석과 친해?”

…? 왜 갑자기 그런 걸 물어봐?”

대답.. 해줬으면 좋겠어.”

, 친하지? 집에 놀러갈 정도니까. 그리고 친구로 지낸지 꽤 됬고.”

 

오소마츠의 대답이 마음에 안 드는 듯, 이치마츠를 비롯한 전원의 얼굴이 한층 더 험악해졌다

동생들의 기분이 언짢아지는 이유를 알 리 없는 오소마츠는 자신의 한마디에 얼굴을 구기는 동생들을 당황스럽게 바라보았다.

 

그 녀석이 소중해? 우리들보다 더?”

누구도 섣불리 내뱉지 못했던 그 질문을 이치마츠가 자신없는 목소리로 물었다

오소마츠는 이치마츠의 질문에 놀랐는지 눈을 크게 뜨고 이치마츠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이치마츠는 담담히 오소마츠의 시선을 마주하며 대답을 기다렸다

카라마츠와 쵸로마츠의 시선도 이치마츠와 다르지 않았다

오소마츠는 자신을 바라보는 동생들의 시선에 담긴 옅은 두려움을 눈치채고 웃으며 말했다.

 

그 누구도 내 동생들보다 소중하진 않아.”

“….”

오소마츠의 대답이 들려오고 나서야 이치마츠가 험상궂게 일으러져있던 얼굴을 폈다

카라마츠와 쵸로마츠도 안심한 듯, 고개를 숙이며 작게 한숨 쉬는 것을 놓치지 않은 오소마츠가 배시시 쑥스럽다는 듯 웃었다.

 

뭐야아~ 너네~ 내가 안 놀아줘서 외로웠구나~ 말을 하지이~~”

 

기쁘게 웃으며 코 밑을 쓱 닦는 오소마츠의 모습에 카라마츠와 쵸로마츠, 이치마츠의 어두운 분위기가 눈 녹듯 사라졌다.

 

 

 

오늘 아침,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시로마츠에게 인사를 건네자 시로마츠가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네 동생들은 네 생각보다 더 너를 아끼고 있으니까 걱정 마.”

 

솔직히 믿을 수 없었다. 이 장남님을 버리고 떠나버렸던 녀석들이라고?

그야 그 녀석들 나름대로 형제애가 있을 수 있지만, 20여년을 함께 있었건만

결국엔 우리가 함께 있어서는 안 된다며 집을 나간 녀석들이다.

쵸로마츠를 시작으로 한 명, 그리고 또 한 명. 집을 나가 내 곁에서 떠날 때, 마치 사지가 찢겨나가는 느낌이 들었다.


           ‘내가 너희고, 너희가 나.’


육쌍둥이가 하나였는데, 팔이, 다리가 하나하나 떨어져 나가는 것 같아서 괴로워서,

제대로 현실을 마주할 수도 없었고, 나를 떠나는 녀석들을 웃는 얼굴로 배웅하는 것도 할 수 없었다.

 

정말로 녀석들이 나를 아낄까

그럼 왜 나를 버리고 떠났어

내가 그렇게 싫었어?

육쌍둥이로 함께 있는 것이 싫었어?

 

절대 녀석들에겐 물을 수 없는 질문들이 소용돌이쳤다

물었다가 어떤 대답이 돌아올 지 지금의 나는 알 수 없다. 전부 내가 잘못했다고 할까? 내가 필요 없어졌다고 할까?

육쌍둥이서 하나였던 어린 시절엔 녀석들이 생각하는 것은 굳이 물어보지 않아도 다 알 수 있었다

맑은 물 속을 들여다보듯 훤했던 녀석들의 속마음이 이제는 우유 속에 담긴 보석을 보는 것처럼 알 수 없다

뿌옇게 변한 녀석들의 마음을 들여다볼 수 없다는 것은 내겐 제법 큰 공포로 다가왔고, 결국 녀석들이 떠나고 나 자신을 잃어버리게 만들었다.

 

그래서 더더욱 시로마츠의 존재가 너무나 고마웠다

모두가 떠나고 빈껍데기만 남아버린 오소마츠가 어떤 녀석이었는지 알려줬다.

내가 오소마츠로 있을 수 있도록, 그리고 다시 동생들과 함께 지낼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시로마츠가 있다면 또 녀석들이 떠나도 제대로 웃으며 배웅할 수 있을 것 같아.


 

           ‘어쩌면 우리는 함께 있어서는 안되나 봐.’

 

떠나는 녀석들이 한 말이 가시에 찔린 것 마냥, 깊숙이 박혀 빠지지 않는다.

조금씩 조금씩 더디지만 나도 녀석들을 떠날 준비를 하지 않으면 또다시 녀석들이 떠났을 때, ‘오소마츠로 있을 수 없게 되어 버린다.

육쌍둥이의 장남인 오소마츠를 조금씩 버리고, 한 명인 인간인 오소마츠가 되지 않으면 안된다.

 

 




           “그 녀석이 소중해? 우리들보다 더?”

 

이치마츠의 물음에 솔직히 울컥했다.


이제와서 그런 걸 물어보는거야

너희들이 그런걸 물어볼 자격은 있어?


날 버리고 떠난 주제에


치오르는 분노와 함께, 아직도 나를 의지해주는 녀석들에게 감동하고 기뻤다

상반된 두 감정이 내 안에서 맹렬하게 싸웠다. 하지만 분노도 기쁨도 결국엔 녀석들이기에 생겨난 감정이었다

나는 녀석들이 소중하기에 분노하고 기뻐하는 거니까.

 

           “그 누구도 내 동생들보다 소중하진 않아.”

 

진심을 담아 말했다. 내 대답에 안심한 듯 작게 한숨을 내쉬는 동생들이 사랑스러웠다

아직도 나를 의지하고자신들이 나의 가장 소중한 존재로 있기를 원하는 게 너무나 기쁘고 사랑스러웠다

하지만 이래서는 예전이랑 달라지지 않는다

너희는 변하고 싶다고 하면서 나를 떠났다. 또 그렇게 날 떠나지 않을 거란 보장은 없어. 그럼 나도 변해야 해.

녀석들이 가장 소중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제 녀석들만큼이나 소중한 것이 생겼어

그리고 그 소중한 것은 절대 너희에게 보여주지 않아. 오소마츠만의 것이니까.






* 어긋나기 시작한 장남과 동생들입니다...ㅎㅎㅎ

* 잘 드러나지 않은 것 같아 덧붙이면 오소마츠의 소중한 것은 '시로마츠'를 의미합니다.

* 다음편을 언제 쓸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앞으로의 전개를 한번 정리하고 써야될 것 같아서

  다음편은 좀 늦게 나올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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