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편 들고 왔습니다!

* 주말동안 열심히 썼습니다ㅎㅎㅎ

* 아마 한 10편 내외로 완결이 날 것 같네요... 아직 어떤 완결을 지을지는 고민중입니다...

* 항상 '장남'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는 오소마츠가 '오소마츠'라는 한 명의 인간으로서는 어떤 감정을 느낄까하는 생각으로 썼습니다.


* 부족한 글입니다만 재미있게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1.

하아~ 다 털렸다.”

낡을 대로 낡아 잘 움직이지 않는 현관문을 밀어젖히고 들어오며 중얼거렸다. 역시 집 근처 파칭코는 잘 터지지 않는다

멀리 가려고 해도 요즘 시로마츠의 집에 자주 놀러 간 탓인지, 녀석들은 굉장히 불안해해 쉽사리 나갈 수 없었다

내가 밖을 나가려 일어나면 금새 빤히 쳐다보며 어디가?” 하고 물어오지를 않나, 조금이라도 늦게 들어오면 동네를 돌아다니며 나를 찾아 다니지를 않나, 

근처 술집이나 파칭코에 앉아있는 나를 발견하면 항상 늦게 다니니 좀 마!!”라며 화를 내지를 않나

20살도 넘은 성인 남성인데, 조금 늦게 다니는 게 뭐 어떻다고 그렇게 호들갑들인지

눈에 띄게 내 외출을 경계하는 녀석들 덕분에 벌써 2주째 시로마츠에게 놀러 가지도 못하고 집 근처에서 돌아다녔다. 솔직히 조금 질린다.

집 근처 파칭코는 잘 안터지고, 요즘엔 경마도 지고시로마츠집 근처에 있는 파칭코가 진짜 잘 터지는데… 

집을 나설 때보다 한층 얇아진 지갑에 한숨을 내쉬며 신을 벗고 마루에 올랐다. 2층 방으로 올라가려는데 주방 쪽에서 두런두런 말소리가 들려왔다.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거지? 호기심에 발소리를 죽이고 슬며시 주방으로 다가갔다.

 


슬쩍 얼굴만 내밀어 주방 안을 보니 엄마의 심부름을 갔다 왔는지 토도마츠와 카라마츠가 커다란 장바구니를 식탁에 올려 놓은 채, 엄마에게 달라붙어 뭔가를 조르고 있었다.

오늘 저녁 메뉴로 뭔가 해달라고 조르는 건가? 별거 아니란 생각에 발걸음을 돌리려는 순간 토도마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엄마아~, 그러니까아~ 오소마츠형이 위험할 수도 있고, 비상사태를 대비해서 말이야~”

토도마츠가 한껏 목소리를 올리고 애교를 부리며 눈을 초롱초롱하게 빛냈다.

우와, 뭐야 저 얼굴. 징그럽다 징그러워

애교를 부린답시고 몸을 배배 꼬고 있는 토도마츠 옆에서 카라마츠도 선글라스를 쓴 채, 제 딴에는 폼 잡는답시고 입은 반짝이 바지 주머니에 손을 꽂아놓은 채 말했다.


, 마미-, 길티-가이인 이 몸의 형님이 하늘의 노여움을 사 데인져러스~한 시츄에이션에 빠질 수도 있으니우리에게도 미스터 화이트의 넘버나 어드레스를 알려주지 않겠나?”

, 진짜! 카라마츠 형은 좀 다물고 있어봐! 엄마아~ 시로마츠라는 사람의 번호 좀 알려줘어~”

토도마츠가 카라마츠의 팔을 퍽하고 치고는 바로 애교톤으로 목소리를 돌려 엄마의 팔에 매달렸다. 시종일관 웃는 얼굴인 엄마는 다정하게 말했다.


그런 건 오소마츠에게 직접 물으렴~”

엄마에게 미리 녀석들에게 시로마츠의 번호를 알려주지 말라고 말해놔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움직이지 않는 발을 억지로 움직여 마루를 나갔다

끼익끼익 오래된 마루가 울리는 것도 상관치 않고, 발걸음은 점점 빨라져 현관에 도착해 재빨리 신발을 신고 현관문을 열고 전력질주로 달려 나갔다.


? 오소마츠형? 어디가?!”

뒤에서 쵸로마츠의 목소리가 들렸지만, 무시하고 더 빨리 달렸다

골목길을 돌고 돌아 어릴 적 함께 놀았던 공터에 도착해 겨우 숨을 돌렸다

크게 숨을 몰아 내쉬며 따라오는 발소리가 들리지 않는 것을 확인했다

우리 중에서 가장 발이 빠른 쵸로마츠에게 쫓겼다가는 아무리 내가 온 힘을 다해 뛰어도 잡힐게 뻔했다

대여섯 번 더 숨을 크게 내쉬자 겨우 호흡이 진정되었다. 이곳에 있으면 또 녀석들에게 발견되겠다는 생각에 서둘러 이야미의 집으로 향했다.

 

 


2.

초인종도 누르지 않고 쾅쾅 문을 두드리자 커다란 뻐드렁니에 졸린 얼굴을 한 이야미가 나왔다.


트릭 오어 트리트!”

하아?! 지금은 할로윈도 아니잖슴?!!!”

당연하게 태클을 거는 이야미를 무시하고, 손을 뻗어 이야미의 주머니에 들어있는 지갑을 뺏으려 하자 이야미가 재빨리 몸을 돌려 내 손을 피했다.


닥치고 돈이나 내놔! 이야미!!!”

솟구치는 화를 참지 못하고 외치자 놀란 이야미가 몸을 움찔거렸다

그 때를 노려 지갑을 재빨리 빼앗아 안에 든 현금을 빼내고 텅 빈 지갑을 이야미에게 던졌다.


나중에 파칭코에서 대박 터지면 갚을 테니까!!!”

~?!!! 이 불한당 깡패 토도마츠으!!!!!!”

난 오소마츠야!!!”

~!’하고 한쪽 다리와 팔을 올리고 외치는 이야미를 뒤로 한 채, 역으로 뛰었다

자동기계 앞에 서서 도착할 역을 망설이지 않고 눌러, 표를 끊고 전철에 올랐다. 시로마츠의 집 근처 역까지는 시간이 꽤 걸린다

자리에 앉아 뒤로 고개를 젖혀 기댔다. 이대로 눈을 감으면 남들에게는 잠든 사람으로 보이겠지

눈을 감고 뜨거워지는 눈시울을 억누르며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3.

그 날, 쵸로마츠가 집을 떠나는 날, 나는 또 한 명의 나를 잃는 감각에 착잡한 감정을 숨길 수 없었다.

내가 너희고, 너희가 나.

그것이 성인이 된 지금까지도 우리 사이에 통용되는 절대적인 진리였다

적어도 나에게는 변하지 않는 영원한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강철로 만들어져 있다고 믿었던 성이, 녀석들에게는 모래성으로 보였는지 녀석들은 한 명 한 명 그 성을 부수고 집을 떠났다

아니, 내 곁을 떠났다

내가 가진 것이라고는 장남이라고 쓰여진 왕좌뿐이었는데 녀석들은 내게서 왕좌를 빼앗고 짓밟아 뭉개버린 후, 모래성을 부수고 떠났다

홀로 남은 나에게는 아무것도 남지 않아서 매일 지붕에 올라 하늘을 바라보는 것 밖에 할 수 없었다.


           ‘내가 뭘 잘못했어?’

           ‘내 잘못이야?’

           ‘내가 잘못한 거야?’

           ‘너희에게 나는 아무렇지도 않은 존재였어?’

           ‘너희에게 너희가 아니였어?’


수많은 질문이 수면위로 떠올랐다가 답을 찾지 못한 채 그대로 가라앉았다

검은 밤하늘 위 떠있는 둥근 달을 바라보면서도 나는 도저히 답을 찾을 수 없었다

녀석들에게 버림받은 장남은 더 이상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망가져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부서진 모래성에 남겨진 나는 아무것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


 

 

4. 

동생들이 떠난 집 안. 홀로 있는 것에 도저히 익숙해지지 않았을 때,

 

           “, 무슨 일 있어?”

 

시로마츠의 전화를 받고 터져 나오는 눈물에 겨우 이해했다.

, 나는 외로웠던 거구나. 그리고 나에겐 아직 시로마츠가 있구나.

나를 걱정하는 시로마츠의 목소리가 마치 구원처럼 느껴져서 흐르는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5.

이번역은 000, 000

안내 방송에 눈을 뜨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집을 나올 때는 서서히 해가 지고 있었는데, 역을 나오니 하늘은 완전히 깜깜해져 있었다

지갑을 확인하자 아직 돈이 남아 있었다. 파칭코에서 완전히 털려 차비도 없었지만, 이야미에게서 뺏을 돈 덕분에 차비를 내고도 아직 돈이 남았다

역 근처 편의점에서 맥주 두 캔을 사 들고, 익숙한 골목길로 걸음을 옮겼다.


 

초인종을 누르자 나온 시로마츠에게 편의점 봉투를 건넸다.

뭐야?”

맥주.”

, 하이네켄.”

봉투를 열어 확인한 시로마츠가 픽 웃곤 들어와.”라고 말하며 몸을 비켜주었다

집에 들어가 신발을 벗고 그대로 시로마츠의 침대에 다이빙하자 니 집이냐.” 하고 시로마츠의 황당하단 목소리가 들려 씩 웃었다

바닥에 펴져 있는 간이 식탁에 맥주를 올려놓고 하나를 따서 먼저 마신 시로마츠가 손짓했다

침대에서 내려와 시로마츠의 맞은편에 앉아 남은 하나의 맥주를 따서 벌컥벌컥 마셨다

편의점에서 사서 이곳까지 걸어오는 동안 식었는지 조금 미지근한 맥주를 목으로 흘려 넘기고, 고개를 내리자 시로마츠가 맥주 캔을 든 채,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뭐야아~ 횽아 그렇게 열렬한 시선으로 쳐다보면 부끄렁~”

씩 웃으며 말하자, 순식간에 시로마츠의 표정이 썩더니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죽인다, 진짜.”

에헷!”

혀를 슬쩍 내밀고 손으로 살짝 머리를 치자 시로마츠가 더 얼굴을 구기더니 이내 내 이마에 !’하고 꿀밤을 먹이더니 맥주를 벌컥벌컥 들이켰다

얼얼해진 이마에 아직 차가운 맥주 캔을 대고 있자, 시로마츠가 조금 붉어진 얼굴로 말했다.


또 뭔 일 있었어?”

시로마츠, 그거 가지고 벌써 얼굴 빨개지고~ 여전히 술 드럽게 약하네~”

말 돌리지 말고 임마.”

살짝 눈썹을 찌푸리고 말하는 시로마츠의 추궁하는 눈빛에 말없이 맥주만 들이켰다

지금 내가 무슨 감정인지 나 자신도 잘 모르겠는데 시로마츠에게 말할 수 있을리가 없지

, 왜인지 모르겠지만, 토도마츠와 카라마츠가 엄마에게 시로마츠의 번호를 물어보는 것을 본 순간,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도저히 참을 수 없어져서 그대로 집을 뛰쳐나왔다

그걸 어떻게 시로마츠에게 설명하지.. 

맥주를 들이키며 열심히 머리를 굴리고 있는데, 시로마츠가 어느새 비운 맥주 캔으로 하고 내 머리를 가볍게 때렸다.


머리 굴리지 말고 그냥 있었던 일 그대로 말해. 바보가 머리 굴려봤자 답도 안 나와.”

, 너무해!! 나 바보 아닌데!?”

됐고.”

.”

마지막 남은 한 모금을 마시고 빈 캔을 탁자에 내려놓았다. 말을 해야 하는데, 입이 무거워 잘 열리지 않았다.


, …. 그러니까아~… 토도마츠랑 카라마츠가 네 번호를 엄마한테 물어보고 있더라고. 엄마한텐 녀석들한테 알려주지 말라고 해서 알려주진 않았는데. 그냥, 그 모습을 보니까 뭔가 여기까지 차올라서..”

손을 목까지 올리며 말했다. 여전히 감정도, 생각도 정리가 되지 않는다

말없이 내 말을 듣고 있는 시로마츠가 손을 뻗어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러냐…”

“…나도, 왜 그런지 잘 모르겠어…”

웃어 보일 생각이었는데, 미소 지은 두 볼을 따라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하고 흘러내린 눈물이 손등에 떨어지자, 줄줄 한없이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고개를 숙이자 시로마츠가 티슈를 내밀었다.


이히히…”

울면서 웃지마, 임마. 안쓰럽게.”

시로마츠의 상냥함이 기뻐서 웃자, 시로마츠가 한숨을 내쉬며 말하곤 티슈를 뽑아 내 눈물을 닦아주었다

거칠지만 상냥한 손길이 기뻐서 눈물이 그치지 않았다.


 

 

6.

시로마츠으~”

.”

바닥에 누워 이불을 끌어올린 채 부르자 귀찮다는 듯이 시로마츠가 건조하게 대답했다.


이제 슬슬 손님용 이불 살 때도 되지 않았어?”

껌껌한 방 안, 이제는 눈에 익은 천장을 바라보며 말하자 시로마츠가 혀를 찼다

벌써 여러 날 시로마츠의 집에서 머물렀지만, 여전히 시로마츠의 집에는 손님용 이불이 없었다

항상 나는 방바닥에 그대로 누워 남는 이불을 덮는게 고작이었다.


이불 살 돈 없다~. 그냥 자라~.”

나 항상 이불에서 자던 몸이라 이불이 없으면 잠을 못 잔다궁~”

뒤진다.”

같이 침대에서 자면 안돼?”

, 남자 둘이서 같은 침대에서 자는 게 얼마나 징그러운지 알아? 게다가 내 침대 싱글이거든?”

아니야! 내가 보니까 충분히 둘이 누울 수 있어!!”

왜 니가 확신에 차서 말하는데?!”

, 됐고! 저리 좀 가봐!!!”

인정사정 없이 침대에 누워있는 시로마츠를 벽 쪽으로 구겨 넣고 남은 자리에 누웠다

싱글 침대에 남자 둘이 누워있기에 어쩔 수 없이 두 사람이 딱 붙어 누워 있어야 했다

매일 5명의 놈들과 같은 이불에서 자는 나는 옆에서 느껴지는 체온이 익숙했지만, 시로마츠는 얼굴을 잔뜩 구기며 , 옆이 뜨뜻미지근해기분나빠.” 라며 중얼거렸다

노골적으로 기분 나빠하면서도 내쫓지 않는 시로마츠의 모습에 터져 나오려는 웃음을 참으며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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