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루하루가 바쁜 저는 주말밖에 소설을 쓸 시간이 없네요...
* 7화입니다. 다른 화보다 조금 분량이 적네요... 일단 매화 비슷한 분량을 맞추려 노력하고 있습니다만
이번화는 스토리적으로 끊어야했기에 조금 분량이 적습니다.
* 슬슬 완결이 다가오네요. 완결은 10화나 11화 정도로 끝날 것 같습니다.
* 부족한 글이지만 재미있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1.
덜컹 덜컹, 전차가 흔들리자 콩나물시루같이 전철 가득 꽉 들어찬 인파가 함께 흔들렸다.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윽.”, “답답해.”, “낀다.” 같은 불평을 들으며 내 앞에 벽을 짚고 서 있는 시로마츠를 올려다보았다.
인파가 자아내는 힘은 한 사람이 버티기엔 역부족이라 시로마츠의 얼굴은 한참 전부터 잔뜩 구겨져 있었다.
‘굳이 이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괜찮은데..’
시로마츠 덕분에 사람들 사이에 치이는 괴로움에서 해방되었지만, 솔직히 이럴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시로마츠를 올려다보았다.
오늘 하루, 기분 전환에 어울려준다며 함께 놀아준 시로마츠는 고맙게도 집까지 바래다준다며 함께 전철에 올랐다.
평일 저녁, 때마침 퇴근시간이 맞물려 전차 안은 금새 사람들로 꽉 찼다.
직장을 다녀본 적 없는 만년 백수인 나는 항상 출퇴근 시간을 피해 전철을 탔기에, 이 정도로 사람들로 꽉꽉 들어찬 전철은 처음 봤다.
전차 안으로 몰려드는 엄청난 인파에 당황해 멍하니 서 있자, 시로마츠가 팔을 끌어당겨 전차 벽면에 세우고 자신이 그 앞에 벽을 짚고 섰다.
연인 사이에서나 할 법한 행동을 자연스럽게 해내는 시로마츠의 남친력(?)에 조금 감탄했다.
전철이 역에 정차할 때마다, 더 이상 들어올 자리가 없는데도 억지로 사람들을 비집고 들어오는 양복을 입은 무리에 기겁했다.
발 디딜 틈도 없이 빼곡히 들어찬 인파에 사람들은 호흡까지 힘든지 헉헉댔다.
“시로마츠으~”
“뭐.”
얼굴을 찡그리고 창 밖, 먼 곳을 응시하던 시로마츠가 고개를 숙여 내게 시선을 옮겼다.
여전히 눈썹을 잔뜩 찡그리고 있는 시로마츠는 제법 힘이 부쳐 보였다.
“나 여자 아닌데…”
굳이 이렇게 할 필요가 없다는 속마음을 담아 말하자, 시로마츠가 한숨을 푹 내쉬며 말했다.
“그건 나도 알거든? 너 만원 전철 처음이잖아? 이런 인파에 익숙한 나도 힘든데, 너는 오죽하겠냐? 게다가 오늘은 형님의 특별 서비스라고 했잖아.”
이과답게 논리 정연하게 말하는 시로마츠에게 뭐라 반박도 하지 못한 채, 고개를 끄덕였다.
시로마츠 덕분에, 이 인파 가운데서도 편히 숨쉴 수 있다. 조금씩 얼굴이 뜨거워지는 것이 느껴져, 당황해 고개를 숙였다.
‘엑? 왜 빨개지는 거? 게다가 오늘 두번째지? 혹시 내 얼굴 고장 났나?’
화끈거리는 자신의 얼굴에 당황스러웠다. 뜨거워지는 얼굴을 느끼며, 머리 속을 휩쓸고 있는 혼란에 눈이 핑핑 돌았다.
고개를 숙이고 있자, 자신의 발과 시로마츠의 발 사이가 고작 10cm 정도 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것이 보였다.
힐끔 고개를 숙인 채, 눈만 위로 향해 시로마츠를 쳐다보았다. 어느 정도 인파에 익숙해졌는지, 시로마츠의 찌푸린 얼굴은 조금 풀려 있었다.
시선을 돌려 자신의 얼굴 양 쪽에, 벽을 짚고 있는 시로마츠의 팔을 쳐다본 후, 괜히 더 뜨거워지는 얼굴에 고개를 더 깊게 숙이며,
살며시 손을 올려 시로마츠의 소매를 살짝 붙잡았다.
자신의 소매를 붙잡은 내 손을 눈치챘는지, 시로마츠의 시선이 나를 향해 있는 것이 느껴졌다.
이제 아예 김이 날 정도로 뜨거워진 얼굴에 눈물까지 날 것 같았다.
고개를 숙이고 있어 시로마츠에게 얼굴을 보이진 않았지만, 분명 빨개진 귀는 눈치챌 것이다.
시로마츠의 침묵이 두려웠다. 뜨거운 얼굴과, 시로마츠의 침묵에 두 눈을 꼭 감았다.
“이제 조금만 더 가면 도착이니까, 힘들어도 쫌만 참아.”
부드러운 시로마츠의 음성에 감고 있던 눈을 떴다. 붉은 내 귀를 눈치 못 챘나? 아니, 시로마츠라면 분명 눈치 챘을 것이다.
그럼 혹시, 내가 힘들어 한다고 착각했나? 만원 전철을 처음 겪지만, 시로마츠가 공간을 확보하고 있어 준 덕분에 괴롭지는 않았다.
상냥한 시로마츠는 붉어진 내 귀를 보고 내가 힘들어한다고 착각한 것이다. 다행이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내 귀가 붉어진 이유를 완전히 잘못 짚은 시로마츠의 말을 굳이 정정하지 않은 채, 숙이고 있는 고개를 끄덕였다.
2.
“우햐아~~!!”
집 근처 역에 도착해 전철에서 내리자마자 오소마츠가 기지개를 켰다.
만원 전철 속에서 어지간히 답답했는지 여전히 얼굴이 붉었다.
개찰구를 나와 역을 빠져 나오자 오소마츠가 빙글 몸을 돌려 나를 마주보았다.
“오늘, 진~짜 고마웠어~ 시로짱~.”
씩 웃는 오소마츠의 모습에 직감했다. 이 녀석, 또 뭔가 떠안고 있다고.
‘장남’이라는 타이틀의 무게 때문인지, 본인의 타고난 성격인지는 모르겠으나 오소마츠는 항상 힘겨운 일이 있으면 주위에 도움을 요청하지 않고 혼자 떠안고, 혼자 해결했다.
나를 향한 미소는 여느 때와 같았지만 어딘가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었다. 무엇보다 나를 향한 눈빛이 달랐다.
절로 눈썹이 찡그려져, 말 없이 오소마츠에게 다가갔다.
“에, 에?!”
최대한, 내가 할 수 있는 한, 애정과 경의를 담아서, 부드럽게 오소마츠의 머리에 손을 올려 쓰다듬었다.
“내가 있으니까, 혼자서 무리하지 마. 힘들면 울어도 괜찮으니까.”
육쌍둥이라는 흔치 않은 형제관계와 동갑인 형제들 가운데서도 ‘장남’을 떠안고 있는 오소마츠는 분명 내가 알지 못하는 여러가지를 끌어안고 힘들어하고 있었다.
무엇 때문에 힘든지 나는 알 수 없지만, 힘들다면 언제든 의지해도 좋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 마음을 말에 담아 속삭였다.
“…응.”
들릴락 말락 한 작은 목소리로 대답하며 고개를 끄덕인 오소마츠의 눈가가 촉촉하게 젖어있었다.
자신을 쓰다듬는 내 손을 거부하지 않은 채, 내게 가까이 다가온 오소마츠가 내 어깨에 얼굴을 묻었다.
“시로짱~ 완전 형아네~”
슬퍼서 울면서도 장난스럽게 말하며 ‘장남’의 모습을 보이는 오소마츠가 더 안타까워서, 쓰다듬던 손을 멈추고 꽉 껴안고 등을 두드려 주었다.
“너는 충분히 열심히 했으니까. 이제 조금 쉬어도 괜찮아.”
등을 토닥이며 말하자, 오소마츠가 다시 “…응.” 하고 대답하며 내 등에 팔을 두르고 옷자락을 강하게 붙잡았다.
서서히 젖어오는 어깨에 안타까움이 더해졌다.
3.
카라마츠와 동생들은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눈 앞에 펼쳐진 생소한 광경에 사고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았다.
집을 갑자기 뛰쳐나간 오소마츠는 그대로 외박을 했다.
외박을 할 때는 반드시 집에 연락을 주었던 오소마츠이건만, 이번엔 아무런 연락도 없었다.
온 동네를 헤집으며 오소마츠를 찾아 다녀도 찾을 수 없어 초조해진 동생들과 달리 엄마 마츠요는 “이미 성인이고, 어련히 알아서 들어오겠지~.” 라며 태평하게 말했다.
가라앉지 않는 불안과 초조에 동생들은 모두 제대로 잠을 잘 수도 없었다.
잠을 설치고 아침이 되어 일말의 희망을 품고 비어있는 자리를 쳐다보았지만, 오소마츠의 자리는 여전히 비어 있었다.
점심 때가 지나고 저녁이 되도록 오소마츠로부터 연락은 오지 않았다.
결국 참지 못한 동생들이 뿔뿔이 흩어져 오소마츠를 찾아 헤매다 집 근처 역에서 모두 모였을 때, 그토록 찾아 헤매던 오소마츠가 보였다.
당장 오소마츠에게 달려가 뛰어들려던 동생들이 오소마츠와 함께 서 있는 존재에 행동을 멈추고 커다란 나무 뒤에 몸을 숨겼다.
웃으며 역을 나온 오소마츠의 뒤를 이어 ‘시로마츠’가 따라 걸어 나왔다.
시로마츠가 등장한 순간 토도마츠가 시로마츠를 위아래로 훑어보며 스캔했다.
‘흰 셔츠에 짙은 청바지. 청자켓은 벗어서 허리에 매고. 뭐야?! 큰 키에 몸매도 괜찮고! 패션까지 무난?! 엄친아입니까?! 더럽게 재수없네요!!!’
혼자서 경악하는 토도마츠를 내버려둔 채, 남은 동생들은 오소마츠와 시로마츠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뒤돌아 시로마츠와 마주 선 오소마츠가 이내 시로마츠에게 다가갔다.
“””””…!!!”””””
오소마츠와 시로마츠의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동생들은 숨을 삼키고 굳은 얼굴이 되어, 불안에 떠는 눈빛으로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시로마츠에게 다가간 오소마츠가 시로마츠의 어깨에 얼굴을 묻자 시로마츠가 다정하게 오소마츠를 껴안아 등을 토닥여 주었다.
숨을 쉬는 것도 잊은 채, 동생들은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처음 보는 낯선 오소마츠의 모습에 말을 잃은 동생들이 멍청히 시선을 오소마츠에게 고정했다.
긴 포옹이 끝나고 눈가를 소매로 닦은 오소마츠가 시로마츠에게 손을 흔든 후, 집을 향해 뛰어가는 것을 바라 본 동생들이 몸을 숨기고 있던 나무에서 나왔다.
“”””“….”””””
깊은 침묵이 흘렀다. 모두가 입을 다문 채, 땅을 쳐다보고 있었다. 처음 보는 것이었다.
타인에게 어리광을 부리는 오소마츠도, 울고 있는 오소마츠도. 거리가 멀어 두 사람의 대화는 들리지 않았지만, 오소마츠의 어깨가 떨리고 있었다.
포옹이 끝난 후, 소매로 눈가를 훔치는 오소마츠의 모습에 동생들은 알 수 있었다.
오소마츠가 울었다는 것을. 철든 후로 한번도 자신들 앞에서 눈물을 보인 적 없었던 무적의 오소마츠가 울었다.
쵸로마츠가 떠나던 날에도 울지 않았던 오소마츠가,
카라마츠와 몸싸움을 벌이고 온 몸이 상처투성이가 되어도,
학창 시절 파트너였던 쵸로마츠에게 무시당하기 시작했을 때도,
육쌍둥이라는 시시한 이유로 이치마츠가 따돌림 당하고 그 울분을 오소마츠에게 퍼부었을 때도,
쥬시마츠가 ‘그녀’와 헤어져 크게 울며 슬퍼했을 때도,
토도마츠로 착각한 불량배들과 패싸움을 벌여 정학을 받았을 때도, 절대로 울지 않았던 오소마츠가 울었다.
그 충격을 뭐라 표현할 수 있을까?
하늘이 노래지고, 야구 배트로 머리를 얻어맞은 것 같은,
발 밑이 꺼져 한없이 떨어지는 듯한,
온 몸의 신경이 마비되어 움직일 수 없는 감각에 혼란으로 가득 찬 뇌가 생각을 거부했다.
“…오소마츠형이 울었어…”
멍청하니 무미건조한 어조로 이치마츠가 중얼거렸다.
4.
시로마츠와 함께 실컷 놀고, 집으로 돌아가는 전차 안.
집에 가까워지며 익숙한 풍경들이 창 밖으로 지나가자 오소마츠는 가슴이 답답해지는 것을 느꼈다.
멋대로 집을 박차고 뛰쳐나와선, 이제 다시 돌아가면 ‘장남’의 얼굴로 동생들과 마주보아야 하는데, 항상 해왔던 그 일이 오늘은 왠지 너무나 힘겹게 느껴졌다.
동생들에 의해 버려지고 부서진 ‘장남’이라는 팻말을, 꾸역꾸역 주어 모아 테이프로 간신히 이어 붙여 들고 있어야 하는 자신이 싫었다.
오소마츠의 마음과는 상관없이 전철은 운행을 멈추지 않고, 집 근처 역에 도착했다.
역을 나와 기지개를 피며 시로마츠에게 인사를 할 때도, 가슴은 여전히 답답해서 문득 시로마츠에게 “가지 마.”라고 외치려는 입을 꽉 다물었다.
동생들을 마주하는 것이 싫다. 힘들다. ‘장남’을 다시 뒤집어 쓰고 싶지 않다.
‘그래도.. 나는 장남이니까…’
마음 속에서 싫다고, 힘들다고 외치고 있는 어린 오소마츠를 달래며 체념했다.
싫어도, 힘들어도 오소마츠는 ‘장남’이었다. 그것은 천지가 뒤집어져도 변하지 않는 사실로 오소마츠가 피할 수 없는 짐이었다.
얼마 울지도 않았는데 퉁퉁 부은 눈을 비볐다.
본래 눈물이 없기로 유명한 오소마츠였는데, 시로마츠 앞에서는 눈물샘의 브레이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상냥하게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부드럽게 바라보는 시로마츠의 눈빛에 가슴 속 깊이 묻어두었던 것들이 고개를 내밀고 떠올라 눈물샘을 약하게 만들었다.
오늘로
시로마츠 앞에서 눈물을 보인 것이 몇 번째인지 셀 수도 없을 정도로, 시로마츠 앞에서만은 잘 우는 오소마츠였다.
* 이번 편은 오소마츠의 감정을 얼마나 드러내야하나 조금 고민했습니다. 결국 썼던 부분을 지워 버렸습니다만..
완결을 낸 후에 수정했던 부분도 올리고 싶네요ㅎ.
* 완결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완결까지 끝까지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오소마츠상 > (모브오소│오소른) 장남의 심중 (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모브오소/오소른] 장남의 심중 -9- (11) | 2016.08.20 |
---|---|
[모브오소/오소른] 장남의 심중 -8- (5) | 2016.08.15 |
[모브오소/오소른] 장남의 심중 -6- (7) | 2016.08.08 |
[모브오소/오소른] 장남의 심중 -5- (7) | 2016.08.08 |
[모브오소/오소른] 장남의 심중 -4- (7) | 2016.07.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