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소모브코♀ 입니다.
* 모브코가 멋있습니다.
* 마츠노 동생들의 오소마츠를 향한 애정은 어디까지 '형제애'입니다.
* 최종적으로는 모브코의 승리?
* 부족한 글입니다만 재미있게 봐주세요.
아카츠카 고교, 2-A 클래스의 분위기 메이커, 마츠노 오소마츠.
아카츠카 고교 설립 이래, 처음으로 입학한 육쌍둥이의 장남.
세쌍둥이도 흔치 않은데 일란성 육쌍둥이라는 유래 없는 희귀한 존재인 그들은 입학하자마자 선생님들을 비롯한 전교생의 이목을 받게 되었습니다.
처음 겪는 초유의 사태에 선생님들은 반 편성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셨고, 선생님들의 오랜 논의 끝에 육쌍둥이는 한 클래스에 한 명씩 배정되었습니다.
덕분에 저는 오소마츠군과 같은 반이 되었습니다. 빨간 후드에 검은 마이(가쿠란)을 입은 오소마츠군은 밝고 언제나 낙천적이어서 금새 반의 인기인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런 그를 저, 타치바나 유코는 남몰래 좋아하고 있습니다. 같은 초등학교, 중학교를 나와 육쌍둥이에 대한 것은 잘 알고 있었습니다.
초등학교 때까지만 해도 여자아이들에게 장난만 치고 토토코만 떠받드는 육쌍둥이들에게 질려버려 상종도 하지 않았습니다만,
중학교에 들어가고 똑같던 쌍둥이들이 서서히 자신만의 개성을 찾아가면서 어른스러워지는 모습에 저도 모르게 눈길이 갔고,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 중학교 때부터 오소마츠군에 대한 것을 마음 속에 담기 시작했습니다.
“유코, 이거 프린트.”
반장인 저에게 선생님께서 내주셨던 프린트를 내미는 오소마츠군.
고등학교에 입학하고 1학년과 2학년, 2년간 같은 반이 되어 오소마츠군과 친해진 저는 오소마츠군에게 이름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처음 이름으로 불렸을 때, 심장이 입 밖으로 튀어나오는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두근두근해서 오소마츠군에게 저의 심장소리가 들리는 것이 아닐까 하는 불안에 죽을 것 같았습니다.
이제는 이름으로 불리는 정도로는 당황하지 않을 정도로 연륜이 붙었지만요.
여전히 제 이름을 부르며 웃는 얼굴을 보여주는 오소마츠군을 볼 때면 심장이 꾹-하고 조여옵니다.
“응. 고마워, 오소마츠군.”
“응~.”
이를 드러내고 씨익 웃으며 코 밑을 문지르는 저 행동도 어딘가 어린아이 같아서 너무나 귀엽습니다.
오소마츠군은 장난을 좋아하고 즐거우면 그만인 어린아이 같지만, 육쌍둥이의 장남이어서인지 가끔 굉장히 어른스러운 분위기를 내뿜곤 합니다.
문득문득 보여주는 그 갭이 너무나 좋아서 저는 오소마츠군의 어른스러운 분위기에 취해 제대로 말도 걸 수 없을 정도입니다.
하루가 갈수록 커지는 사랑에 오소마츠군에게 고백을 결심한 것이 벌써 수십번.
하지만 그 때마다 저는 생각지 못한 방해꾼들에게 저지되어 지금도 여전히 ‘같은 반의 조금 친한 여자아이’ 라는 지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오소마츠군, 오늘은 점심 어떻게 할꺼야?”
오소마츠군의 프린트를 받아 이미 모아놓은 프린트 더미에 올려놓으며 묻자 오소마츠군이 장난스럽게 웃으며 말했습니다.
항상 동생들과 함께 점심을 먹는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못 먹는 감 찔러나 보자는 심정으로 물은 것인데 놀랍게도 오소마츠군이
뜻밖의 대답을 돌려주었습니다.
“응~ 어떡할까? 유코, 같이 먹을래?”
“에, 엣!! 나랑? 그래도 돼??”
“엇…. 응. 뭐, 원한다면…”
오소마츠군의 말이 장난으로 내뱉은 빈말이라는 것은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좋아하는 사람과 둘뿐인 점심을 포기할 수는 없습니다.
저는 빈말을 진심으로 생각하는 순수한 여자아이를 연기하며 밝게 웃었습니다.
점심 제의를 받아들일 줄 몰랐다는 얼굴로 당황하는 오소마츠군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럼 같이 먹자.’ 하고 대답했습니다.
생각지 못한 상황 전개에 당황하는 오소마츠군의 얼굴. 귀여워!! 진짜 귀엽습니다!!
오늘 학생식당의 스페셜 메뉴는 오소마츠군이 좋아하는 돈까스! 자연스럽게 학생식당에서 먹자고 하면 되는 것 입니다. 방해꾼만 들어오지 않는다면…
“오소마츠형, 점심 먹으러 가자.”
그렇게 방해꾼을 경계하고 있자, 드르륵하고 문이 열리며 마츠노군이 들어왔습니다.
정돈된 머리에 목까지 채운 단정한 마이(가쿠란). 오소마츠군의 둘째 동생, 마츠노 육쌍둥이의 삼남인 마츠노 쵸로마츠군입니다.
제 사랑의 가장 강력한 방해꾼 중 한사람인 그는 저와 함께 있는 오소마츠군에게 성큼성큼 다가왔습니다.
이쪽으로 다가오며 저를 힐끗 쳐다보는 마츠노군(삼남)의 눈길을 저는 당당히 받아쳐 주었습니다.
“아~ 오늘은 같이 못 먹어.”
“하? 왜?”
오소마츠군이 곤란한 듯 웃으며 머리를 긁적였습니다. 마츠노군(삼남)은 오소마츠군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슬쩍 저를 노려보았습니다.
다른 여자아이라면 마츠노군(삼남)의 저 기분 나쁜 눈초리에 움츠려들 테지만, 초등학교와 중학교 장장 9년이라는 시간을 육쌍둥이와 함께 지낸
저는 개의치 않습니다. 오히려 맞받아치며 함께 노려봐주었습니다.
“오늘은 유코랑 먹기로 했지롱~.”
“..하? 아니, 다들 옥상에서 기다리고 있고.”
“아…”
마츠노군(삼남)이 눈썹을 찌푸리며 말하자 오소마츠군이 곤란하단 얼굴로 저를 쳐다보았습니다.
미안, 오소마츠군. 나도 오늘은 물러날 수 없으니까.
“그럼, 오소마츠군 동생들도 같이 먹으면 되지.”
“아, 그럴까?”
제 말에 오소마츠군이 밝게 웃으며 말하곤 마츠노군(삼남)을
향해 시선을 돌렸습니다.
마츠노군(삼남)의 저를 향한 눈초리가 더욱 사나워졌지만, 앞서 말했듯 저는 전혀 신경 쓰이지 않습니다.
약 30초 간의 눈싸움 끝에 마츠노군(삼남)이 졌다는 듯 한숨을 내쉰 후 말했습니다.
“그럼 녀석들 데리고 내려올 테니까 다같이 먹자.”
“그랭~”
오소마츠군이 빙긋 웃으며 저와 마츠노군(삼남)을 번갈아 보았습니다.
마츠노군(삼남)이 터벅터벅 걸어 반을 나가고 저는 앉아있던 의자에서 일어났습니다. 방해꾼이 없는 이틈을 이용하지 않으면!
“그럼, 먼저 학생식당에 가 있자! 오소마츠군.”
“어? 얘들 금방 내려올걸?”
“오늘 스페셜 메뉴 돈까스니까 빨리 가서 줄 서지 않으면…”
“어?! 오늘 스페셜 메뉴, 돈까스야?!! 얼른 가자!!!”
빨리 가자며 발을 동동 구르는 오소마츠군. 역시 제 계획대로입니다.
이걸로 학생식당까지 둘만 있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복도에서 뛰면 안 돼, 오소마츠군.’이라고 여유롭게 말하며 앞서 걸어가는 오소마츠군의 옆에 다가가 나란히 걸었습니다.
학생식당까지 걸어가는 복도가 언제까지고 쭉- 이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둘뿐이라는 감각을 철저하게 누렸습니다.
도중에 함께 발걸음을 재촉하는 저를 보며 오소마츠군이 이를 드러내고 씩 웃어 보이는 순간 측정할 수 없는 귀여움에 심정지가 일어날 뻔했지만요.
“어이, 망할 장남!! 왜 먼저 간거야!”
나란히 앉아 모락모락 김이 나는 돈까스를 먹고 있으니 마츠노군(삼남)이 나머지 형제들을 이끌고 학생식당에 나타났습니다.
두리번거리며 오소마츠군을 찾더니 곧, 우리를 찾아내 다가와 허리에 손을 올리고 못마땅하단 얼굴로 화를 내는 마츠노군(삼남)에게
오소마츠군이 손을 모아 사과하며 말했습니다.
“먄먄~ 오늘 돈까스라길래~ 빨리 먹고 싶어서”
“동생들보다 돈까스를 선택하다니 이 쓰레기!”
오소마츠군의 말에 하얀 셔츠에 베이지색 학교 지정 니트를 입은 마츠노군(막내)가 얼굴을 삐죽 내밀고 말했습니다.
오소마츠군은 ‘미안하다니까아~’라고 사과했지만, 형제들의 얼굴은 여전히 어두웠습니다.
오소마츠군을 나무라고 있었지만 다섯명의 눈은 전부 오소마츠군의 옆에 앉은 저를 향해 있었습니다.
이쯤에서 다들 눈치채셨겠지만, 그렇습니다. 제 사랑의 방해꾼은 바로 오소마츠군의 동생들입니다.
항상 저렇게 5명이서 몰려다니며 오소마츠군에게 다가오는 사람들을 방해합니다. 저는 저 방해꾼들을 ‘마츠노군단’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마치 잘 조직된 군대마냥 서로 역할을 나누어 아주 철저하게 오소마츠군을 둘러싸고 있으니까요.
덕분에 중학교 때부터 여태까지 여자애들 사이에서 은근히 인기가 많은 오소마츠군에게 고백을 성공한 아이는 없었습니다.
특히 요주의인물, 마츠노 차남군과 삼남군은 방심할 수 없습니다. 제가 오소마츠군에게 다가갈 때마다 얼마나 싸늘한 눈초리로 노려보던지
저는 눈빛으로 사람을 죽일 수 있다는 말을 그 때 실감했습니다.
이런 저런 방해들로 저 역시 다른 여자아이들과 마찬가지로 여태 오소마츠군에게 고백하지 못했습니다.
솔직히 이제 슬슬 제 마음을 고백하고 오소마츠군에게 답을 듣고 싶습니다.
중학교 때까지만해도 브라콤 수준으로 동생들을 너무 좋아하는 오소마츠군에게 고백했다가 차이고 서먹서먹한 관계가 되는 것이 두려워 고백은 꿈도 꾸지 못했지만, 지금의 저는 달라졌습니다.
차일 수도 있지만, 그 두려움보다는 오소마츠군에게 마음을 전하지 못하는 답답함이 더 커져버렸습니다.
오소마츠군과 같은 반이 되고 곁에서 지켜보면서 오소마츠군을 향한 마음이 너무 커져서 이제는 저 스스로도 감당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빨리 이 마음을 오소마츠군에게 전하고 싶어. 저에겐 그 바람뿐입니다. 저 지긋지긋한 마츠노군단의 방해만 없다면요.
가장 먼저 걱정되는 것은 역시 마츠노군단의 차남, 카라마츠군입니다. 삼남인 쵸로마츠군과 더불어 오소마츠군을 제일 과보호하는 동생입니다.
제가 오소마츠군과 함께 대화를 하거나 복도를 걸어가고 있으면 반드시 어디선가 마츠노 차남이 나타나 오소마츠군을 데리고 가버립니다.
‘동생들에 대해 할 이야기가 있다’ 라면서요. 오소마츠군과 함께 자리를 떠나면서 아~주 불쾌한 눈초리로 저는 노려보면서요.
그 눈빛은 마치 ‘내 것을 건드리지 마!’라고 말하는 것 같아서 처음 그 눈빛을 봤을 때는 굉장히 당황했습니다.
하지만 마츠노 차남이 중증의 브라콤이라는 것을 알게 된 이후로는 그런 눈빛 따위 당당히 맞서주고 있습니다.
두번째로 걱정되는 것은 마츠노 삼남, 쵸로마츠군. 학생회 서기라는 지위를 이용해 항상 오소마츠군 주변의 친구들을 관리합니다.
오소마츠군과 조금 친하게 지내거나 스킨쉽을 과하게 하는 친구가 있다면 여지없이 다음날, 복장불량 등의 이유로 벌점이 들어옵니다.
오소마츠군과 너무 친하게 지내면 벌점 테러를 당하게 된다는 것이 알려진 이후로는 오소마츠군에게 필요 이상으로 달라붙는 사람들은 없어졌습니다.
그것은 저도 예외는 아니기에 1학년 때, 오소마츠군과 친해진 이후로 온갖 명목으로 벌점을 받았습니다.
지금은 복장도 단정히, 평소 행실도 완벽히 유지해 마츠노 삼남이 저에게 벌점을 줄 구실을 없앴기에 아무런 거리낌 없이 오소마츠군에게 다가갈 수 있습니다. 그것이 더 마음에 안 들었는지, 저는 어디를 가든 마츠노 삼남과 마주치게 되면 사람을 죽일 것 같은 째림을 받게 되었지만요.
그리고 차남과 삼남 정도는 아니지만, 마츠노 사남 이치마츠군과 막내 토도마츠군도 방해공작이 제법 거셉니다.
이치마츠군은 쉬는 시간이면 항상 저희 반으로 달려와 오소마츠군의 곁에 붙어있습니다.
반에서 따돌림을 당한다며 오소마츠군에게 붙어있는 그 꼴이 얼마나 보기 싫은지…
마츠노 사남의 심상치 않은 성격은 이미 학교에 널리 알려져 있기에 생각 없이 마츠노 사남을 따돌릴 사람은 저희 학교에 남아있지 않습니다.
그런 일을 했다간 사남 본인에겐 물론이요, 장남 오소마츠군과 차남 카라마츠군의 주먹 세례와 학생회인 쵸로마츠군의 벌점 테러와 막내 토도마츠군의 약점 잡기 등 온갖 보복을 당해 온전하게 학교 생활을 할 수 없기 때문이지요.
그런데도 뻔뻔하게 따돌림 당한다는 핑계로 오소마츠군의 곁에 붙어있는 것입니다. 마츠노 사남은!
얼마 전부터는 막내인 토도마츠군도 가세해 쉬는 시간마다 저희 반에 오기 시작했습니다.
말로는 저희 반의 여자애들과 친해지고 싶어서라고 하지만, 그것은 명실상부한 핑계로 오소마츠군의 곁에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저는 알 수 있습니다.
가장 방해를 하지 않는 것은 마츠노 오남, 쥬시마츠군입니다.
제가 오소마츠군에게 가까이 다가가도 방해하지 않고, 함께 즐겁게 이야기해도 태클을 걸지 않습니다.
다만 브라콤이라는 것은 다른 마츠노군들과 같아서 제가 말을 거는 것은 방해하지 않지만, 오소마츠군이 저에게 말을 걸려고 하면 필사적으로 막습니다.
‘오소마츠혀엉~!! 야구하자!!’라고 온 학교에 울리도록 쩌렁쩌렁하게 외쳐 저에게 말을 걸려던 오소마츠군은 결국 쥬시마츠군에게 가버립니다.
이렇게 마츠노군단의 방해공작을 정리하고 나니 더욱 앞날이 보이지 않습니다…
저는 무사히 오소마츠군에게 고백할 수 있는 것일까요?
이른 아침 6시, 시끄럽게 울리는 알람을 간신히 끄고 부스스한 머리를 정돈하며 일어났습니다.
마츠노군단의 방해를 피하기 위해서는 오소마츠군에게 직접 고백하는 것은 너무 위험하다는 판단이 들었고,
오늘 저는 오소마츠군의 신발장에 편지를 넣어놓을 생각입니다.
전형적인 순정만화에서 나오는 고백방법이라는 것은 알고 있지만, 이렇게 아침 일찍이라면 아무도 등교하지 않고 저의 편지도 무사히 오소마츠군에게 전달되겠죠.
샤워를 하고 언니가 아끼는 향수도 살짝 뿌렸습니다. 잘 정돈된 교복을 입고 시계를 보니 어느새 7시가 되어있었습니다.
저희 학교의 등교시간은 8시 반. 아직 널널한 시간입니다. 어제 밤새 썼다 지웠다는 반복하며 저의 마음을 담은 편지를 조심스레 가방에 넣고 집을 나섰습니다.
학교와 매우 가까운 곳에 살고 있어 10분만에 학교에 도착하니 휑한 운동장이 낯설게 느껴졌습니다.
보통 등교하는 학생들로 빽빽한 교문과 운동장이 썰렁하니 비어 있어 조금 무섭다는 생각을 하며 교문을 통과했습니다.
오소마츠군의 신발장 앞에 선 저는 두근거리는 심장을 주체할 수 없었습니다.
오소마츠군이 제 편지를 읽어줄까요? 제 마음에 어떤 대답을 해 줄까요?
두근거리는 심장과 함께 얼굴이 뜨거워지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망설이는 손을 간신히 움직여 오소마츠군의 신발장을 여는 손이 떨리고 있었습니다.
하트가 그려진 핑크색 편지봉투를 오소마츠군의 신발장에 넣고 참을 수 없이 올라오는 창피함에 재빨리 실내화로 갈아 신고 반으로 돌격했습니다.
제 책상에 엎드려 오소마츠군이 빨리 등교하는 것을 바라며 차오르는 창피함을 잊기 위해 눈을 감았습니다.
“유코, 어디 아파?”
저의 왼편에서 들려오는 오소마츠군의 목소리에 얼굴을 벌떡 들었습니다.
이른 아침에 일어난 여파로 어느새 저는 책상에 엎드려 자고 있었습니다.
소리가 들려온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자, 제 옆자리에 앉은 오소마츠군이 저를 걱정스러운 얼굴로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다시금 창피함에 얼굴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끼며 손을 저었습니다.
“아, 아니. 안 아파. 어제 좀 늦게 자서 수면 부족이야.”
“그래? 근데 얼굴도 빨간데? 감기 걸린 거 아니야?”
“아니야, 하하. 걱정해줘서 고마워.”
“그래..? 혹시 이따 힘들면 말해? 양호실 같이 가줄게.”
“응. 고마워.”
친절한 오소마츠군의 말에 싱긋 웃었습니다. 저의 미소에 오소마츠군도 씩 웃어주었습니다.
고개를 돌려 ‘휴우’하고 작게 한숨을 쉬었습니다. 창피함 MAX 상태인 저에게 오소마츠군의 걱정해주는 얼굴은 위험합니다.
잔뜩 뜨거워진 볼에 손을 올려 식히며 아침 조회를 위해 강당으로 모이라는 방송에 몸을 일으켰습니다.
강당으로 이동하는 복도를 걸으며 저는 깨달았습니다. 오소마츠군의 행동이 평소와 같다는 것을.
저는 분명 편지봉투에 ‘유코’라고 제 이름을 적었습니다. 외견만으로도 충분히 제 편지가 러브레터라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어째서 오소마츠군의 저를 대하는 행동에 변화가 없는 걸까요? 설마 제 편지가 러브레터라는 것을 눈치채지 못한 것일까요? 그것도 아니면…
지루한 아침 조회가 끝나고 저 앞에서 친구와 떠들며 걸어가고 있는 오소마츠군의 등을 빤히 쳐다보았습니다.
역시 평소와 같은 태도입니다. 러브레터를 받았다면 분명 친구들에게 엄청나게 자랑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전혀 그런 기색이 없습니다.
제게도 평소와 같은 태도로 대하고 있습니다. 혹시, 제 편지는 오소마츠군에게 전달되지 않은 걸까요?
“훗, 잠시 괜찮을까? 레이디.”
오소마츠군과 똑같은 얼굴로 잔뜩 허세를 부리며 제 앞을 가로막은 마츠노군(차남)에게 ‘뭐야?’하고 시큰둥하게 대답하자 마츠노군(차남)이 주머니에서 분홍색 편지를 꺼냈습니다.
“…그거!! 내..!!”
네, 제 생각이 맞았네요. 제 편지는 오소마츠군에게 전달되지 않았습니다.
저렇게 얄미운 미소를 지은 마츠노군(차남)의 손에 제 편지가 살랑살랑 흔들리고 있으니까요.
“그거, 오소마츠군의 신발장에 내가 넣어 놓은건데.”
화를 겨우겨우 가라앉히고 말하자 마츠노군(차남)이 ‘훗’하고 웃으며 손가락으로 앞머리를 튕겼습니다.
“미안하군, 레이디. 모처럼 일찍 학교에 왔을 텐데 나도 마침 연극부의 연습으로 등교가 빨랐다.”
“…우…”
“그리고 우연히 봐버린 거지. 레이디의 레터가 오소마츠의 신발장에 들어가 있는 것을.”
“….”
“훗, 오소마츠는 생각없고
섬세함도 눈꼽만큼도 없는 초등학생 6학년 멘탈의 바보라고? 레이디의
러브를 받을 만한 녀석이 아니다. 레이디에겐 좀 더 멋진 프린스가 기다리고 있을 거라고?”
“…”
솔직히 화납니다. 빡치네요. 저 거만한 표정을 하고 있는 얼굴을 멋지게 한대 날리고 싶습니다.
저렇게 말하면서 결국 결론은 ‘오소마츠에게 접근하지 말아줘.’ 잖아요? 얄밉습니다. 정말 얄밉습니다.
“나는 오.소.마.츠.군.이 좋으니까. 괜한 걱정해줘서 정말로 고.마.워.”
이를 악물고 말한 후, 마츠노군(차남)의 손에 들려있는 제 편지를 재빨리 낚아챘습니다.
편지를 낚아챈 순간 놀란 얼굴을 한 마츠노군(차남)은 제 말의 의미를 알아챘는지 무표정한 얼굴로 저를 내려다보았습니다.
시종일관 표정이 변하는 마츠노군(차남)의 무표정은 솔직히 굉장히 무서웠습니다.
삐질삐질 식은땀이 나는 것을 느끼며 물러서지 않고 마츠노군(차남)의 눈을 응수하고 있자 저 너머에서 오소마츠군의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얼레~ 카라마츠으~. 너 여기서 뭐해? 곧 수업종 울린다고? 아님, 횽아랑 같이 땡땡이 칠거?”
저와 마츠노군(차남) 쪽으로 다가온 오소마츠군이 마츠노군(차남)의 어깨에 팔을 올려 어깨동무하며 웃었습니다.
아, 정말. 동생들에게 보여주는 오소마츠군의 저 웃음은 너무나 귀엽습니다.
친구들에게는 보여주지 않는 제일 순수한 오소마츠군의 웃음을 눈앞에서 보아 저는 얼굴이 뜨거워졌습니다.
“유코! 선생님께 적당히 핑계 좀 부탁행~”
에헷-하고 웃는 오소마츠군. 속으로 감격의 눈물이 마구 흘렀지만 이성을 단단히 붙잡고 태연한 얼굴로 ‘알겠어.’라고 대답했습니다.
오소마츠군은 그대로 마츠노군(차남)을 이끌고 계단을 올랐습니다.
두사람의 모습에서 저 같은 외부인은 끼어들 틈 따위 없다는 것을 느끼고 살짝 쓸쓸해졌습니다.
편지는 실패했지만, 아직 고백할 방법은 많습니다.
오소마츠군을 좋아하고 좋아해서 더는 참을 수 없습니다. 아무리 ‘마츠노군단’의 방해가 들어와는 저는 반드시 고백할겁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회복이 빠른 저는 곧바로 다음 작전을 세웠습니다. 편지가 실패했다면 이번엔 문명의 이기를 이용하기로.
21세기 요즘 시대에 스마트폰을 가지고 다니지 않는 학생은 없습니다. 당연히 오소마츠군도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습니다.
잘 가지고 다니는 것 같지는 않지만요.
방 안에 앉아 잔뜩 긴장한 저는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한 손엔 스마트폰을, 한 손엔 비상연락망을 들고 있습니다.
깐깐한 담임선생님이 학기초에 돌린 것으로 핸드폰 전화번호는 물론 메신저 아이디까지 적혀있습니다.
저는 두근두근 거리는 심장소리를 들으며 메신저 앱을 키고 오소마츠군의 아이디를 입력했습니다.
「저기, 오소마츠군. 나 같은 반의 유코야. 나 실은 오소마츠군을 좋아해!」
손가락이 떨려 제대로 칠 수 없는 자판을 어찌어찌 두드려 터질 것 같은 심장을 간신히 억누르고 ‘전송’ 버튼을 눌렀습니다.
누름과 동시에 저는 ‘으꺄아아아아아!!’하고 외치며 온 방안을 굴러다니다가 엄마에게 ‘시끄러워!’라고 혼났지만 드디어 제가 오소마츠군에게 고백을 했다는 사실에 두근거림이 멈추지 않았습니다.
오소마츠군은 대체 어떤 대답을 해 줄까요? 기대되기도 하고 무섭기도 하고 너무나 떨려 몸을 주체할 수 없어 엎드린 채 발을 동동 굴렀습니다.
그리고 그때! 메신저의 알림이 울려 저는 차마 볼 수 없어 침대에 던져 두었던 스마트폰을 재빨리 집어 들었습니다.
「미안, 유코. 나 아직은 누구와도 사귈 생각 없어. 동생들하고 있는게 더 좋고. 그러니까 미안해. 고백해 준 것은 고맙지만…」
“아…”
오소마츠군의 답장에 저는 저도 모르게 탄식을 내뱉었습니다. 네, 거절할 것은 알고 있었습니다.
오소마츠군은 저에 대해서 아무런 감정 없이 친구로서 대해 왔었고. 그렇죠. 멋대로 기대한 제가 바보였던 거겠죠…
「아니야. 오소마츠군. 오소마츠군이 사과할 필요는 없어.」
「그래도… 미안.」
「으응, 괜찮아.」
「내일 점심은 동생들하고 먹을게.」
아, 그랬습니다. 내일 점심도 같이 먹기로 약속했었습니다.
오늘 수업 시간에 몸이 안 좋았던 저를 양호실까지 부축해준 오소마츠군에게 답례로 점심을 사준다고 제안해 오소마츠군이 ‘그럼 내일. 학생식당에서 사줘.’ 라고 대답했습니다.
안색이 좋지 않았던 저를 보고 수업 중임에도 손을 들고 선생님께 말해 저를 양호실까지 옮겨준 친절한 오소마츠군.
저의 제안을 거절하지 않고 흔쾌히 저와 점심 약속을 해준 상냥한 오소마츠군.
저는 오늘 오소마츠군의 그런 멋진 모습에 다시 반해 메신저로라도 저의 마음을 전하자고 생각했는데. 결국 저의 고백은 거절당했습니다.
맥이 풀려서 침대에 풀썩 누워 손에 든 스마트폰을 가만히 올려다보았습니다. 짧은 오소마츠군과의 메신저.
오소마츠군의 대답을 가만히 보고 있던 저는 갑자기 뭔가 꺼림칙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여자의 직감이 말하고 있습니다. 이건…!
「저기, 너 오소마츠군 아니지? 누구야? 혹시 토도마츠군?」
「…뭐야 들켰네? 어떻게 알았어?」
「역시! 토도마츠군이구나! 항상 스마트폰 들고 다니니까 오소마츠군이 아니라면 토도마츠군일꺼라고 생각했어!」
「후응~」
스마트폰에 능숙한 토도마츠군이라는 것이 들켜서인지 답장의 속도가 배로 빨라졌습니다.
역시 저의 직감은 틀리지 않았습니다. 오랜 시간 오소마츠군을 지켜본 저는 알 수 있습니다.
오소마츠군은 항상 마츠노군들을 ‘녀석들’이라고 칭하지 절대 ‘동생들’이라고 부르지 않습니다.
즉, 제가 고백을 한 상대는 오소마츠군이 아니였습니다.
오소마츠군의 스마트폰인 것은 확실하나 가지고 있는 사람은 오소마츠군이 아닌 토도마츠군이었습니다.
제 고백이 거절당하지 않았다는 안도감과 함께 분노가 휘몰아쳤습니다. 분노로 손가락이 떨리는데도 저의 타자속도는 배로 빨라졌습니다.
「왜 토도마츠군이 오소마츠군의 스마트폰 가지고 있는거야?」
「그야~ 오소마츠형 항상 스마트폰 어디에 떨구고 다니니까~ 내가 챙겨주거든~」
「그럼 내 고백에 오소마츠군인 척하고 대답했어? 내가 고백한 상대는 오소마츠군이야! 토도마츠군이 아니라고!」
「별로? 타치바나상, 정말로 우리집의 글러먹은 바보 장남이 좋은거야? 그런 바보보다 내가 더 낫지 않아?」
「내가 좋아하는 건 오소마츠군이야! 그리고 빨리 그 스마트폰 오소마츠군에게 돌려주지 않겠어?」
「말하지 않아도 돌려줄거야. 근데 타치바나상, 고백은 이런 메신저보다 직접하는게 좋아?」
「쓸데없는 참견이야.」
「그러니까~ 제대로 직접 얼굴을 맞대고 고백하라는 의미에서 타치바나상 차단해 놓을게~」
「뭐어?!!!!!」
「그리고 이 대화방도 나갈게~ 그럼 내일 오소마츠형 반에서 봐~ 참, 점심도 같이먹자~」
「자, 잠깐!!!!!」
- 마츠노 오소마츠님이 대화방을 나가셨습니다. –
“….”
메신저 작전도 실패했습니다. 아니, 그것보다 대체 뭘까요? 저 도를 벗어난 형제애는.
역시 ‘마츠노군단’. 우습게 볼 상대가 아닙니다. 직접 고백하라고요? 좋습니다. 직접 하죠!
이렇게까지 일일이 방해가 들어온다면 저도 참을 수 없습니다. 마침 이번주에 조리실습이 있습니다.
실습 주제는 여학생들의 요청에 따라 과자 만들기입니다. 직접 만든 쿠키를 전해줄 수 있다니 절호의 찬스입니다.
맛있는 과자를 구워서 오소마츠군에게 주며 고백하겠습니다.
조리실습은 여학생들만 들어있는 수업이니 ‘마츠노군단’의 동생들이 저를 방해할 수는 없습니다.
회심의 미소를 띄우며 스마트폰을 들어 제빵제과 기술을 검색했습니다.
“자, 그럼 오늘은 과자를 만들어 보겠습니다.”
가정 선생님의 외침에 여학생들의 환호가 이어졌습니다. 눈 앞에 놓인 조리도구와 재료들을 보며 각오를 다졌습니다.
이 날을 위해서 얼마나 피나는 노력을 했는지. 스마트폰으로 조사한 과자 레시피를 따라 연습해 최적의 단맛과 촉촉함을 가진 과자를 만들어 낼 수 있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저희 집의 오븐이 희생되었지만 그런 사소한 것을 신경 쓸 여유는 없습니다.
머릿속에서 지금까지 구워왔던 과자들을 그려내며 천천히 그리고 확실하게 레시피를 따라 과자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밀가루와 물의 황금비율, 적당한 단맛을 위한 설탕을 수량, 최적의 촉촉함을 위한 오븐 농도를 하나하나 체크해가며 마지막으로 과자를 구울 일만 남겨두고 있을 때였습니다.
“요이쇼!!!”
커다란 외침과 함께 조리실을 창문으로 야구공과 함께 야구배트를 든 쥬시마츠군이 난입해 왔습니다.
쥬시마츠군? 대체 여기서 뭐하고 있는건가요? 여기 3층입니다만, 어떻게 창문으로 들어온 것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밝게 웃으며 “뭐하는 거야아~?? 과자?! 나, 나! 과자 엄청 좋아합니다!!!!”라고 즐겁게 말하는 쥬시마츠군은 온 조리실을 돌아다니기 시작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겠습니다. 쥬시마츠군이 조리실에 난입해 돌아다니기 시작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조리실에 있는 모든 오븐이 박살났습니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같은 질문은 하지 말아주세요. 저도 제 눈으로 보고도 도저히 믿을 수 없습니다.
오븐이 모두 박살 난 덕분에 저의 과자, 쿠키는 형체도 알아볼 수 없는 흉측한 물건이 되었습니다.
뭘까요 이 검은 물체. 아무리 봐도 쿠키로는 보이지 않네요. 이런 걸 오소마츠군에게 줄 수는 없습니다.
결국 저의 고백은 자동적으로 미뤄지게 되었습니다.
“하아…”
착잡한 심정으로 까맣게 탄 쿠키를 쓰레기통에 버리고 복도를 터벅터벅 걷고 있자니 저도 모르게 한숨이 푹 나왔습니다.
정말로 자신 있었는데요. 쿠키. 몇 번이고 연습하고 연습해서 부모님도 맛있다고 크게 칭찬할 정도로 맛있는 쿠키를 만들 수 있었는데…
“어라? 유코? 오늘 조리실습 어땠어?”
고개를 푹 숙이고 걷고 있자 뒤에서 들려오는 오소마츠군의 목소리에 고개를 번쩍 들고 억지로 태연한 얼굴로 뒤돌았습니다.
“아, 그, 그게. 오븐이 폭발해서.”
“하? 오븐이 폭바알?”
“응…”
“아, 그렇구나. 흐음~ 아쉽네. 나 유코의 쿠키 기대하고 있었는데.”
“어…? 저, 정말로?”
“응!”
이를 드러내고 천진난만하게 웃는 오소마츠군. 아아, 저는 이제 여기서 죽어도 여한이 없을…. 아니, 있네요. 여한.
저는 꼭 오소마츠군에게 제 마음을 고백하고 나서 죽을 겁니다. 이렇게 꾸준히 들어오는 ‘마츠노군단’의 방해에 저도 오기가 생겼습니다.
어떤 방해들 해 보시죠. 저는 절대로 물러날 생각 없습니다.
특히, 오소마츠군의 뒤쪽에서 쥬시마츠군을 쓰다듬으며 저를 향해 비열하게 웃어보이는 저 마츠노군(사남)을 봐서라도,
저는 저얼얼얼얼얼대~~~!!!! 물러나지 않습니다.
이렇게 되면 이판사판입니다. 친구들의 눈 따위 개의치 않습니다.
등교해 교실문을 당당히 열고 들어간 저는 제 자리에 가방을 내려놓고 친구들 사이에서 웃고 떠들고 있는 오소마츠군에게 다가갔습니다.
“오소마츠군.”
저의 부름에 오소마츠군이 친구들과의 대화를 멈추고 ‘응?’하며 저를 올려다보았습니다.
의자에 앉은 오소마츠군은 필연적으로 서 있는 저를 올려다보게 되었습니다만, 저 올려다보는 얼굴이 너무나 귀엽습니다.
속으로 오소마츠군의 귀여움을 부르짖으며 저를 향해 웃고 있는 오소마츠군에게 한 발자국 더 가까이 다가갔습니다.
“저기, 나, 나는…”
“꺄아아아아아!!!!!”
“우왓!!! 뭐, 뭐야 대체!!!”
고백을 하려 입을 연 순간, 클래스메이트의 비명과 함께 수십마리의 고양이떼가 반으로 뛰어들어왔습니다.
순식간에 책상도, 의자도, 교탁도 모두 고양이들에게 점령당해 함께 ‘야옹, 야옹’하고 울어대는 고양이들의 울음소리와 학생들의 비명으로 교실이 가득 찼습니다.
오소마츠군도 황당하단 얼굴로 자신을 향해 몰려온 고양이떼에 둘러싸여 옴짝달싹 못하고 있었습니다.
쓰나미처럼 몰려오는 분노에 몸이 부들부들 떨렸습니다.
천천히 고개를 돌려 교실문을 바라보다 자랑스럽단 얼굴로 고양이를 쓰다듬고 있는 마츠노군(사남)과 눈이 마주쳤습니다.
저와 눈이 마주친 순간 마츠노군(사남)은 음흉하게 ‘이히히’하고 웃더니 저를 지나쳐 오소마츠군에게 다가갔습니다.
“이치마츠으~ 대체 이거 무슨 일?”
“아니, 어쩌다보니 우리 교실이 고양이 집회의 장소로 결정된 것 같아.”
“고양이집회? 아무리 그래도 이 수는 너무 많지 않아? 얼른 치우지 않으면 선생한테 혼난다고? 이 횽아 그 무시무시한 학생주임한테 또 걸리면 반성문 100장 써야된다고~ 요 꼬맹이들 가라고 할 수는 없어?”
“응, 미안. 오소마츠형. 가라고 할게.”
태연한 얼굴로 오소마츠군과 도란도란 대화를 나눈 마츠노군(사남)이 저를 보더니 우월감에 젖은 얼굴로 웃고는 저를 스쳐 지나갔습니다.
“미안, 유코. 무슨 말 하려고 했어?”
마츠노군(사남)이 자리를 떠난 뒤, 오소마츠군이 웃으며 물었지만 저는 ‘아무것도 아니야’하고 얼버무렸습니다.
오소마츠군은 분명 눈치채지 못했겠지만, 마츠노군(사남)은 저는 스쳐 지나가면서 낮은 목소리로 작게 속삭였습니다.
“오소마츠형한테 집적대지마 추녀.”
그건 분명 저에게 한 말로 상처를 받지 않았다면 거짓말일 것입니다.
그런 말을 듣고도 태연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조금 가라앉은 기분에 힘없이 자리로 돌아가 앉았습니다.
고양이로 가득했던 교실 안의 고양이들은 마츠노군(사남)이 손을 썼는지 들어올 때와 마찬가지로 순식간에 빠져나갔고, 고양이가 사라진 교실은 여느 때와 같이 평화로웠습니다.
당번일지를 선생님께 제출한 뒤, 교실로 돌아가는 길. 이젠 정말 한숨 밖에 나오지 않습니다.
‘마츠노군단’은 막강했습니다. 슬슬 ‘포기’라는 글자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분명 최선을 다했지만, 고양이떼와 쥬시마츠군을 상대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 둘에 비하면 마츠노 차남과 육남이 귀엽게 보입니다. 저는 무사히 오소마츠군에게 고백할 수 있을까요?
교실에 가까워지자 분명 아무도 없을 교실에서 빛이 새어 나오고 있었습니다.
누가 다시 돌아온 걸까요? 누구일지 괜히 추리해보면서 문을 열자 저를 향해 환히 웃는 오소마츠군이 보였습니다.
“오, 유코! 오늘 당번이었구나?”
“오, 오소마츠군?! 왜 아직도 학교에 남아있어?”
분명 하교시간은 한참 전에 지난 시간입니다. 아직도 남아있는 이유를 물으며 다가가자 뒤쪽에서 기분 나쁜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오늘은 나랑 같이 하교하기로 해서.”
뒤를 돌아보자 매선 눈초리로 저를 노려보고 있는 마츠노군(삼남)이 서 있었습니다.
오소마츠군은 저를 노려보는 마츠노군(삼남)의 눈빛을 눈치채지 못했는지 기분 좋게 하이톤으로 “여어~ 쵸로씌~ 어서 와~” 라고 하며 손을 흔들었습니다.
마츠노군(삼남)은 성큼성큼 걸어왔습니다. 걸어오는 와중에도 날카로운 눈빛으로 저를 노려보는 것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그 동안 고백을 방해 받았던 기억들이 새록새록 떠오르면서 오기가 생긴 저도 마츠노군(삼남)의 눈빛을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맞서 주었습니다.
한참 동안 말없는 기싸움이 오가고 침묵을 참지 못한 오소마츠군이 “쵸로씌?” 하고 마츠노군(삼남)의 어깨를 흔들었습니다.
마츠노군(삼남)은 저를 향해 거만하게 웃더니 오소마츠군을 향해 폭탄발언을 날렸습니다.
“오소마츠형, 나 사실 타치바나상 좋아해.”
“…아?”
“….네?”
마츠노군(삼남)의 어이없는 발언에 오소마츠군은
물론이고 저 역시 바보 같은 소리를 내며 벙찐 얼굴로 마츠노군(삼남)을
쳐다보았습니다.
오소마츠군은 멍하니 저와 마츠노군(삼남)을 번갈아 보더니 ‘푸핫’하고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어이ㅋㅋㅋㅋ 쵸로씤ㅋㅋ 그거 그렇게 당사자 앞에서 당당히 말하기 있기 없기???ㅋㅋㅋ 너, 평소에 여자애들 앞에서는 말도 제대로 못하면서 왜 갑자깈ㅋㅋ 패기 쩔어!!!ㅋㅋㅋㅋ”
중간중간 웃음 섞인 오소마츠군의 말에 마츠노군(삼남)이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습니다.
“뭐, 나도 가끔은 남자답게 말할 줄도 안다고. 괜히 내가 좋아하는 사람한테 집적거리는 사람이 있으면 싫잖아?”
저를 쓱 노려보며 하는 말인즉, 제가 방해라는 거겠죠. 아니, 그것보다 지가 이겼다는 거만한 얼굴로 저를 내려다보는 마츠노군(삼남)을 패고 싶습니다.
오소마츠군과 어릴 때부터 함께 붙어다녔던 마츠노군(삼남)은 효과적으로 제 고백을 방해할 방법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저를 좋아한다는 마츠노군(삼남)의 선언으로 이제 저는 고백을 성공한다해도 오소마츠군에게 고백을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사라진 것입니다.
동생들을 너무나 사랑해 마지않는 오소마츠군은 만약 제가 고백해도 마츠노군(삼남)이 저를 좋아하기에 제 고백을 거절할 것이 물 보듯 뻔합니다.
아직도 큭큭 거리며 배를 붙잡고 웃고 있는 오소마츠군의 어깨를 툭 치며 ‘가자.’고 말한 마츠노군(삼남)은 자연스럽게 오소마츠군의 가방을 들고 앞서 교실을 나섰습니다. 히익, 흐익하며 웃느라 가빠진 숨을 몰아 내쉰 오소마츠군이 미소 띤 얼굴로 저에게 인사를 했습니다.
“그럼 먼저 갈게, 유코짱~. 저녀석 사귀면 제법 괜찮은 녀석이니까~ 긍정적으로 생각해줘~.”
아, 이건 완전히 믿고 있네요. 오소마츠군은 정말로 마츠노군(삼남)이 저를 좋아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 동안의 ‘마츠노군단’의 방해공작과 지금의 폭탄발언으로 저는 제 안의 이성의 끈이 끊어지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저는 재빨리 가방을 챙겨 학교 근처의 꽃집으로 달려나갔습니다.
“오소마츠군!!!!”
저 멀리서 함께 걸어가고 있는 여섯개의 인영을 향해 외쳤습니다.
너무 큰 소리로 외쳐 목이 따끔따끔하고 아파왔지만, 걸음을 멈추지 않는 인영을 향해 다시 한번 크게 외쳤습니다.
두번째 외침에 겨우 걸음을 멈춘 인영을 향해 전속력으로 달렸습니다.
스커트가 휘날리고 앞머리가 바람에 흩날렸지만 속도를 늦추지 않고 뛰어가 같은 얼굴을 한 여섯명의 형제들 앞에 섰습니다.
바람에 잔뜩 날려 산발이 된 머리와 엉망이 된 교복에 오소마츠군이 놀란 얼굴로 저를 쳐다보았습니다.
남은 다섯명의 마츠노군들 역시 놀란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근처 꽃집에서 산 붉은 장미 꽃다발을 오소마츠군에게 내밀었습니다.
“오소마츠군!!”
“…에?”
제가 내민 꽃다발을 얼떨결에 받아 든 오소마츠군에게 외쳤습니다.
“마츠노군이 나를 좋아하든 싫어하든, 내가 중학교 때부터 좋아했던 것은 오소마츠군이니까!!! 절대 포기 안 할 거니까!!! 오늘부터 전력으로 유혹해줄 테니까! 각오하고 있어!!!!”
척하고 손가락으로 오소마츠군을 가리키며 외쳤습니다.
네! 이것은 오소마츠군에게 하는 고백이기도 하지만, ‘마츠노군단’에게 보내는 선전포고이기도 합니다.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선전포고요. 말을 마친 저는 손을 내리고 말했습니다.
“그럼! 내일 봐, 오소마츠군!”
“아, 오, 오오…”
대답 같지 않은 대답을 한 오소마츠군을 뒤로 한 채 저는 몸을 돌려 성큼성큼 걸음을 옮겼습니다.
이걸로 저도 각오를 다졌습니다. 앞으로 어떠한 방해가 와도 저는 절대 오소마츠군을 포기하지 않을 것을.
허리를 꼿꼿이 피고 당당히 저만치 가는 것을 지켜본 오소마츠가 시선을 내려 품에 안긴 장미 꽃다발을 보았다.
장미는 오소마츠의 색으로 붉디 붉어서, 오소마츠군은 붉어진 자신의 얼굴이 감춰질까 싶어 장미 속으로 얼굴을 묻었다.
남은 다섯명의 동생들은 붉어진 오소마츠군의 얼굴에 경악하며 더욱 방해를 공고히 하자는 각오를 다지고 있었다.
‘타치바나 유코’. 마츠노 동생들의 인생 최대의 라이벌의 등장이었다.
* 본래 상, 하편으로 나누려다가 그냥 단편으로 썼습니다.
* 모브코가 오소마츠만 '오소마츠군', 나머지 동생들은 '마츠노군'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 오소마츠 육쌍둥이가 다니는 학교의 학생식당은 여러개의 메뉴 중 하나를 골라 사먹을 수 있는 식권 시스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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