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라오소보다는 장형콤비라는 느낌의 글 입니다.


*본격 자신이 쓴 해피엔딩 파괴하기.


*5화 기반입니다.


*재미있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너희들이 내 형제 맞냐?!!!!!!!”


허공을 향해 외쳤지만, 석양을 등지고 저 멀리로 사라져가는 다섯명의 브라더들의 등이 멈춰서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참고 참았다가 폭발한 내 외침조차 귓등으로 흘려버리는 브라더들의 모습에 문득 자신은 필요 없는 존재처럼 느껴져 섣불리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이대로 집에 돌아가도 마이 브라더들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얼굴로 반기겠지만, 지금은 집으로 돌아갈 마음이 들지 않았다

치비타에게 붙잡혔을 때도, 집 앞에서 화형식을 당할 때도, 병원에 입원해 있을 때도, 형제들이 와 줄거라 믿었던 내 기대는 처참하게 산산조각으로 깨졌다.


자신의 기대와 존재 의의가 깨진 접시마냥 바닥에 늘어져있지만, 성치 않은 몸으론 아직 깨져버린 조각들을 주워 다시 붙일 엄두가 나지 않았다.


석양이 지며 붉었던 하늘은 어느새 정적과 고독은 검은 융단으로 덮였다

깜빡거리는 공원의 가로등이 비추고 있는 단 하나의 벤치

론리한 지금의 나에겐 더 없을 명당자리였다. 벤치에 앉아 한숨을 쉬며 아픈 팔을 주물렀다. 팔도, 다리도, 머리도 아팠다.

이것이 브라더들이 항상 말하던 패인(pain)인가!

 



카라마츠!”


나의 단 하나뿐인 형의 목소리에 놀라 고개를 들었다. 나를 향해 빙긋이 웃는 오소마츠형이 손을 내밀었다.


같이 돌아가자.”


내민 손을 붙잡는 것이 조금 망설여졌다. 내가 붙잡아도 되는 것인가

나는 브라더들에게 필요 없는 존재이지 않은가

오소마츠형은 말없이 나를 기다리더니 이내 뻗기를 망설이는 내 손을 덥석 잡았다.


가자.”


씩 웃으며 코 밑을 문지르는 오소마츠형의 손에 이끌려 나는 집으로 향했다.

 



“…?”


집에 도착해 현관문을 열자 현관에는 브라더들이 모여 일렬로 서 있었다. 오소마츠형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 인가.


, 카라마츠.”


오소마츠형이 나에게 고양이 한 마리를 안겨주었다. 눈가에 안경을 쓴 것 같은 무늬가 있는 귀여운 키티였다

분명 이치마츠의 친구일 텐데 어째서 나에게 안겨주는지 알 수 없어 오소마츠형을 바라보자 오소마츠가 말했다.


카라마츠, ‘다녀왔습니다.’라고 말해 봐.”

“…? 아아, 다녀왔습니다.”

「모두 구하러 와 주지 않아서 슬프다. 모두에게 나는 필요 없는 존재였나.

“…?!”


오소마츠형이 시킨 대로 말하자 내 품에 안겨있던 고양이가 말을 했다

고양이가 사람의 말을 한다는 것도 놀라웠지만, 그것보다 숨기고 있던 내 속마음을 말하는 것에 더 놀랐다.


, 오소마츠. 이 키티-….”

그 녀석, 에스퍼냥이야. 사람의 속마음을 알 수 있대. , 그럼.”


오소마츠는 읏차하는 소리를 내며 내 품에서 고양이를 다시 빼내어 쵸로마츠에게 넘겼다

말없이 고양이를 넘겨받은 쵸로마츠가 나를 바라보며 고양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어서와, 카라마츠형.”
「필요 없는 존재일 리 없잖아. 구하러 가지 않아서 미안해.

….”


고양이가 말하는 것은 분명 쵸로마츠의 속마음으로 고양이의 말에 놀라 대답하지 못하고 있자 오소마츠가 다음이라고 말하며 손짓했다

쵸로마츠가 고양이를 옆에 서 있던 쥬시마츠에게 넘겼다.


어서왓슬! 머슬! 카라마츠형!”

「나, 카라마츠형아 완전 짱짱 좋아해!! 필요 없지 않아!!! 구하러 가지 않아서 미안해!!

카라마츠형아!!

“…”

다음.”


오소마츠의 목소리에 쥬시마츠가 고양이를 토도마츠에게 넘겼다.


어서와 카라마츠형.”

「진짜~ 항상 차에 치여도 멀쩡하더니 왜 그렇게 다친거야?! 얼른 들어와서 쉬어

그리고구하러 가지 않아서 미안해. 카라마츠형은 우리한텐 꼭 필요한 사람이니깐

“…, 토도마츠…”

다음.”


토도마츠가 고양이를 이치마츠에게 넘겼다. 이치마츠가 조심스럽게 고양이를 안았다

고양이가 기쁜듯 웃으며 이치마츠를 올려다보았다. 이치마츠는 말없이 고양이의 머리를 쓰다듬고는 심호흡을 한 뒤 말했다.


어서와. 개똥마츠.”

「미안해.

“…이치마츠…”

그리고 마지막!”


오소마츠가 크게 외치며 이치마츠에게서 고양이를 넘겨받았다. 이치마츠에게서 시선을 옮겨 내 앞에 서 있는 오소마츠를 바라보았다.


어서와. 카라마츠.”

「너는 자랑스러운 이 카리스마 레전드 인간국보 장남님의 동생이고, 내게 꼭 필요한 녀석이야!!!

 구하러 가지 않아서 정말로 미안해.


고양이의 말이 끝나자 오소마츠가 얼굴을 찡그리며 웃었다.


, 그럼 하나~ ~.”


오소마츠의 신호에 맞추어 브라더들이 일제히 외쳤다.


어서와!!! 카라마츠()!!!!!”

“….! 아아, 다녀왔다!!!!”


어느새 눈가에 눈물이 차올라 브라더들에게 웃으며 대답하자 눈물 한 방울이 뺨을 타고 흘러 내렸다

고양이를 이치마츠에게 돌려준 오소마츠가 다가와 눈물을 닦아주며 들어가자, 카라마츠.’라고 말했다

아직 목발을 짚고 있는 나를 부축하는 오소마츠를 보며 미소 지었다.


산산조각 나 있던 조각이 순식간에 다시 맞춰서 언제 깨졌냐는 듯, 새 것이 되어 있었다.


가슴이 차오르는 느낌에 이것이 가슴이 벅차다는 것인가!’라고 말하자 오소마츠가 어깨를 떨며 웃었다

오소마츠의 부축을 받으며 거실에 들어가자 큰 접시 가득 배가 깎여져 있었다.


다 같이 먹자! 카라마츠형!”


토도마츠가 다가와 팔을 이끌었다. 상 앞에 앉자 쵸로마츠가 포크를 내밀었다.


, 같이 먹자.”

아아.”


웃으며 포크를 받아 들자 쥬시마츠가 자신의 포크에 배를 꽂아 내 앞으로 내밀었다.


, 카라마츠형!! 엄청 맛있어!!!”

아아, 고맙지만, 그것은 쥬시마츠가 먹는게 좋겠다. 나는 이 포크로 직접 먹겠다.”


쥬시마츠가 알았어~’라고 말하며 배를 입에 넣었다. ‘맛있어어~~!’라고 외치는 쥬시마츠를 웃으며 바라보고 있자 이치마츠가 곁에 다가왔다.


“…”

이치마츠?”


좀처럼 내 곁에 오지 않는 이치마츠의 행동에 놀라 이름을 부르자 이치마츠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많이 먹어.”

오우!!”


고개를 숙이고 있지만 붉어진 이치마츠의 귀를 보며 웃었다. 아아, 내 브라더들은 이렇게나 사랑스럽다!! 

차오르는 기쁨에 고개를 돌려 내 뒤에 서 있는 오소마츠를 쳐다보았다.


오소마츠! 함께 먹자!”

“…그래.”


오소마츠가 빙긋 웃으며 내 맞은편에 앉았다

순간, 오소마츠가 괴로운 얼굴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웃는 얼굴로 배 맛있다!!!’라고 말하는 오소마츠를 보며 내 착각이라고 단정지었다

이렇게 기쁜 날! 브라더들에게 둘러싸여 있는데 오소마츠가 괴로운 표정을 할 리 없다!


내 곁에 붙어 있는 이치마츠와 계속 배를 내 앞에 내미는 쥬시마츠, 내 팔 한쪽을 붙잡고 있는 토도마츠와 계속 배를 깎아주는 쵸로마츠에게 둘러싸여 이것이 행복이라고 확신했다






*카라마츠의 독백에서 어떤 말투를 할지 고민했습니다만... 카라마츠의 본심이 나올 때는 '아픈 말투'를 사용하지 않습니다. 

독백에서 '아픈 말투'를 사용한다면 카라마츠가 연기를 하고 있다는 생각으로 썼습니다.


*이대로 끝내면 완벽한 해피엔딩인데, 왜 굳이 이야기를 어두운 길로 끌고가는건지 저도 모르겠습니다.

(주말 출근으로 피폐해진 저의 상태로 글을 쓰고 있는 탓일지도 모르겠네요...)


*어찌되었던 저는 해피엔딩을 선호하는지라 해피엔딩을 기대하며 다음편도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칠석은 하루 지났지만... 칠석에 대한 망상글입니다.


*일본의 칠석 풍습은 애니메이션에서 봤던 정도의 지식밖에 없습니다...


*'탄자쿠'란 : 일본의 전통 시조 등을 붓으로 쓰기 위해 사용하는 길게 자른 종이.  

칠석에는 대나무 끝에 소원을 쓴 탄자쿠를 매달아 기원하는 풍습이 있다.      [출처:나무위키]


*오소른이지만 그렇게 보이지 않네요...


*장남력 넘치는 장남입니다.


*허접한 망상글입니다만, 재미있게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백수들아~. 대나무 세워라~”


엄마의 부름에 2층 방에 모여있던 형들이 일어났다

매년 7 7, 칠석에 하는 행사에 익숙해져 매번 투덜대며 불평하던 형들이 말없이 일어나 1층으로 내려가는 것을 말없이 쳐다보았다

아마 곧 엄마가 우리들도 부르겠지. 그리고 또 올해도 색색의 탄자쿠(길게 잘라놓은 종이로 시를 적는 용도)가 대나무에 매달릴 것이다.


동생녀석들도~ 얼른 내려오렴~.”


예상하고 있던 엄마의 부름에 나와 쥬시마츠, 토도마츠가 일어나 계단을 내려갔다

거실의 문이 활짝 열려있고, 마루 한구석에 매년 같은 대나무가 서 있었다

처음엔 육쌍둥이가 모두 무사히 태어나기를 빌며 시작한 칠석의 행사는 우리가 태어나 무럭무럭 자라 성인이 된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었다

칠석을 제대로 지내지 않으면 그 한 해가 불안하다는 엄마의 고집에 성인 여섯명이서 무슨 칠석이냐고 불평하던 쵸로마츠형도 포기했다

매년 칠석에 형들이 대나무를 세우고 우리가 엄마의 요리를 도왔다

마루 한 켠에 초연히 서 있는 대나무가 어쩐지 쓸쓸해보여 오랫동안 시선을 거두지 않은 채, 바라보다가 토도마츠의 재촉에 주방으로 들어갔다.

 




, 여기 있다.”


육쌍둥이의 상징색을 띄고 있는 종이를 건네며 엄마가 펜을 함께 내밀었다. 매년 질리지도 않고 탄자쿠까지 걸고있다

어린 시절엔 즐거웠지만, 성인이 된 지금 왜 아직도 이걸 하고 있는지 한숨만이 나왔다

어릴 땐 소원을 빈다는 것이 굉장히 두근두근거리는 일이었다.


           ‘나는 매일매일이 내 생일이 되게 해달라고 빌어야지!!’

           ‘나는 엄마가 장난감을 사주게 해달라고 적을래!’

           ‘나는 토토코짱한테 뽀뽀받게 해달라고 적을래!’

           ‘나는 새 야구방망이를 받게 해달라고 적을래!’


소원을 빈다는 것에 설레며 마치 크리스마스처럼 들뜬 우리는 큰 소리로 자신의 소원을 떠들며 삐뚤빼뚤거리는 글자를 

소중히 탄자쿠에 적어 대나무에 걸었다. 파란색, 노란색, 초록색, 분홍색 탄자쿠가 매달린 대나무를 보며 아직 아무것도 적지 못한 

내 보라색 탄자쿠를 꽉 쥐었다.


           ‘오소마츠는? 뭐라고 적었어?’


쵸로마츠형의 물음에 내 뒤에 서있던 오소마츠형이 웃으며 말했다.


           ‘나는 언제까지고 우리 여섯명이서 항상 함께 있게 해달라고 적었어!!’


쑥스러운 듯 웃으며 붉은색 탄자쿠를 매다는 오소마츠형의 모습에 아직도 자신의 소원을 적지 못한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져 눈물이 흘렀다.


           ‘! 이치마츠? 왜 울어?’


내 눈물을 먼저 눈치챈 카라마츠형이 다가왔다. 오소마츠형도 카라마츠형의 말을 듣고 내게 다가왔다

하나 둘씩 내게 다가와 내 등을 토닥여주며 왜 그래?’, ‘울지마.’하며 다독여주고 있는 와중에 오소마츠형은 아무 말 없이 

내가 가슴께에 쥐고 있는 탄자쿠에 시선을 고정했다.


           ‘이치마츠, 나랑 같은 소원 빌지 않을래?’

           ‘오소마츠랑 같은 소원…?’

           ‘! 여섯명이서 항상 함께- 라는 소원. 둘이서 빌면 그만큼 더 잘 들어주지 않겠어?’

           ‘….’

           ‘-아써!’


내가 말하지 않아도 오소마츠형은 항상 내가 무엇을 생각하는지 알아채고 가장 필요한 말을 해주었다

가끔 그것은 막무가내에 독재자와도 같았지만, 오소마츠형이라는 이유로 모든 것이 용서될 정도로 육쌍둥이의 리더는 멋졌다

그 해 이후, 나와 오소마츠형은 항상 같이 육쌍둥이가 항상 함께 있을 수 있기를-‘이라는 소원을 적어 탄자쿠에 매달았다

바람에 흩날리는 붉은색 탄자쿠와 보라색 탄자쿠에 적힌 똑같은 소원에 가슴이 벅차올라 어린 시절의 나는 대나무에 매달려 흔들리며 

바람과 함께 춤추고 있는 탄자쿠를 언제까지라도 바라보았다.

 




하아~ 성인이 됐는데도 이런 걸 할 줄은…”


쵸로마츠형이 한숨을 푹 내쉬며 탄자쿠에 소원을 적어 내려갔다.


그런 말 하면서 쵸로짱~, 술술 적고 있잖아~.”


오소마츠형이 씨익 웃으며 쵸로마츠형의 볼을 쿡 찔렀다

물론 그 후에 쵸로마츠형에게 맞았지만. 커다란 혹을 매달고 오소마츠형이 휘파람을 불며 소원을 적어 대나무에 매달았다

어느새 남은 형, 동생들도 탄자쿠를 대나무에 매달았다. 바람에 흩날리는 탄자쿠는 더 이상 어린 시절과 같지 않았다.


취직할 수 있기를-이라고 쓴 거 쵸로마츠?”

그래! 망할 장남! 올해는 반드시!”

소용없을걸- 쵸로마츠형~”

시끄럿 톳티!! 너야말로 뭐야 여친생기기를-같은 헛소리 써놓고!”

헛소리는 무슨 헛소리야!! 우리 중에선 내가 제일 가능성 있고!!! 카라마츠형 보단 백배 낫거든?!!”

그건 그래. 카라마츠으~ , 카라마츠 걸~즈에게 행복이 따르기를-이라니이 형, 갈비뼈 부러져 죽을 것 같아.”

어째서?! 마이 카라마츠 걸~가 해피하기를 바라는 게 뭐가 이상하다는 거지?”

해피하기를-이라니큭큭큭 아, 갈비뼈 나갔다!!”

허억?!!”

같잖은 만담 그만해. 아주 쌍으로 발광을 한다 진짜.”

쥬시마츠형은 또 야구!!!-라고 썼네…”

!! 야구!! 짱 조아!!!!!”

그렇구나~”


웃으며 쥬시마츠의 머리를 쓰다듬던 토도마츠가 몸을 돌려 아직 거실 상 앞에 앉아있는 나를 쳐다보았다.


이치마츠형~ 다 적었어?”

“….”


탄자쿠를 들고 일어나 대나무로 다가가자 와와거리며 떠들던 형들이 비켜주었다.

파칭코가 대박 터지기를!’이라고 적힌 붉은색 탄자쿠 옆에 보라색 탄자쿠를 매달고 한 발짝 물러서자 

어깨에 훅 느껴지는 무게에 고개를 돌렸다. 내게 어깨동무를 한 오소마츠형이 이를 드러내고 웃으며 말했다.


뭐야, 이치마츠으~. 아기가 무사히 태어나기를-이라고 적은거?”

길고양이 친구. 곧 아기 태어나니까.”

~ 그렇구나아~”


어느새 술을 마셨는지 술 냄새를 풍기며 다가온 오소마츠형이 붉게 물든 뺨을 내게 비비며 씨익 웃었다.


너도 마시자 이치마츠.”

.”


어느새 거실에서 술판을 벌이고 있는 4명의 형제들 곁으로 돌아가자 쵸로마츠형이 맥주를 내밀었다.


, 이거. 도수 안 높으니까 너도 먹을 수 있을거야.”

뭐야? 웬일로 이런 걸 사왔어?”


쵸로마츠형이 내미는 수입 맥주를 한모금 마셨다. 달달한 사과향과 함께 탄산이 목을 간지럽혔다

알코올 특유의 쓴맛이 거의 느껴지지 않아 맛있었다.


오소마츠형이 너는 술 못하니까 이거 사자고 해서.”


쵸로마츠형의 말에 고개를 돌려 오소마츠형을 바라보자, 카라마츠에게 헤드록을 건 채, 맥주를 흔들어대며 박장대소하고 있었다

오소마츠형의 손에 흔들리는 맥주가 흘러 넘쳐 바닥에 쏟아졌다. 나와 함께 오소마츠형을 보고 있던 쵸로마츠형이 

화를 내며 큰소리로 외쳤고, 오소마츠형은 잔뜩 술에 취해 먄먄-‘이라며 꼬인 혀로 사과했다. ‘피식웃으며 

오소마츠형이 골라준 맥주를 다시 한모금 마셨다.

 

 


 

똑딱거리는 시계 초침을 소리를 들으며 눈을 깜빡였다. 잠이 오지 않았다

모두 꿈나라로 골아 떨어진지 오래건만 어째 잠이 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작게 한숨을 내쉬며 몸을 일으켰다

이런 날은 무슨 짓을 해도 잠들 수 없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을 터였다. 언제부턴가 불면증이 가끔 찾아왔고

그런 날은 뜬 눈으로 꼬박 밤을 지새워야만 했다. 다른 형제들은 베개에 머리가 닿기만 하면 5초만에 잠드는데

같은 유전자를 가진 자신만이 왜 이런 불면증에 시달려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불합리해.’


평온한 얼굴로 자고 있는 카라마츠형의 얼굴에 괜히 울컥해 딱소리가 나도록 꿀밤을 먹였다

큰 소음을 내지 않도록 천천히 몸을 일으켜 방을 나왔다. 여름이 한창인 7월이건만 새벽의 날씨는 제법 쌀쌀했다

차가운 공기에 몸을 부르르 떨며 1층으로 내려왔다. 거실의 문을 열고 마루로 나와 대나무 옆에 앉았다

람에 흔들리는 탄자쿠를 멍하니 올려다보았다. 오소마츠형의 붉은 탄자쿠는 형제들 것보다 더 위에 걸려있었다

고개를 숙여 주머니에서 부스럭거리고 있는 보라색 탄자쿠를 꺼냈다

오늘 엄마가 건넨 탄자쿠 뭉치에는 보라색 탄자쿠가 2장 들어 있었다

형제들이 대나무 앞에서 웃고 떠드는 동안 몰래 남은 한 장의 탄자쿠에 소원을 적었다

그것은 다른 형제들에게는 절대 알리고 싶지 않은, 그리고 들켜서도 안되는 나의 진정한 소원.


오소마츠형과 언제까지도 함께 있을 수 있기를-‘


글씨 하나하나 정성 들여 쓴 소원이 적힌 탄자쿠를 손에 쥐고 몸을 움츠렸다.


바보같아.”


자조적으로 말하며 얼굴을 구겼다. 같은 형제. 육쌍둥이. 같은 유전자를 가진 형에게 나는 왜 사랑을 느끼고 있는거지

본래 생물이라면 응당 피해야 하는 친족, 그것도 쌍둥이를 사랑해버린 자신은 얼마나 쓰레기인가

어린 시절부터 이치마츠가 제일 걱정이야.’라고 말하며 내가 말하지 않은 부분까지 신경 써주었던 오소마츠형에게 사랑을 하고 말았다

형제들도, 쥬시마츠도 알지 못하는 나의 깊은 비밀. 하지만 오늘 한 장 남아버린 탄자쿠를 보며 왠지 자신과 같은 처지라고 생각되어

충동적으로 가장 바라는 소원을 적어버렸다. 남아버린 탄자쿠가, 아무도 사용해주지 않는 그 작은 종이가 어쩐지 자신의 사랑과 닮았다고 느꼈다.


이치마츠.”


은은히 자신을 부르는 부드러운 음성에 몸이 움찔했다

고개를 들어 목소리의 주인을 쳐다보자, 오소마츠형이 씩 웃으며 곁에 다가와 앉았다.


너 또 어릴 때처럼 탄자쿠 보고 있는거야?”

아니, 잠이 안 와서. 오소마츠형은 왜 일어났어?”

나는 이~.”


웃으며 담배갑을 흔드는 오소마츠형은 이내 익숙한 손놀림으로 담배갑을 툭툭 쳐 나온 담배 한 개피를 입에 물었다

.’하고 건네는 담배를 고개를 저어 거절했다. ‘그래?’라고 웃은 오소마츠형이 주머니에서 라이터를 꺼내 불을 붙였다.


그거 뭐야?”


처음 보는 지포 라이터를 가리키며 물었다. 오소마츠형이 가지고 다니던 라이터는 분명 길거리에서 행사로 받은 

주점의 이름이 적힌 일회용 라이터였다. 검은 고양이가 새겨진 은색의 지포 라이터를 흔들며 

이거?’하고 되물은 오소마츠형이 내 머리를 거칠게 쓰다듬더니, 담배를 깊게 들이마셨다.


후아~. 이거 파칭코 경품~”

헤에.. 별 일이네. 오소마츠형은 항상 현금으로 바꿔오면서.”

~. 이게 가지고 싶었거든~”


한 손으로 지포라이터를 던졌다가 받으며 오소마츠형이 무방비하게 웃었다

내가 사랑에 빠져버린 그 웃음을 지금 나만을 향해있다는 것이 기뻤다.


이치마츠으~ 그거 뭐야?”


오소마츠형과의 대화를 끝으로 시선을 돌려 밤하늘을 바라보고 있자 오소마츠형이 어깨를 손가락으로 톡톡 치며 물었다.


아차!’


오소마츠형의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것을 본 순간 식은땀이 흘렸다. 내 소원이 적힌 탄자쿠를 손에 쥔 채였다

이걸 들키면 안 된다는 생각에 탄자쿠를 구겨 꽉 쥐어 손 안에 감췄다.


, 뭐가.”
그거, 그 탄자쿠.”

, 아무것도 아니야.”

에이- 아무것도 아닌 게 아니구만~. 뭔데 뭔데-“


호기심으로 눈을 빛내며 다가오는 오소마츠형을 밀어내며 말했다.


진짜 별거 아니야!”

흐음- 그거 뭐라고 적혀있는지 안보여 줄꺼야?”


짜증을 내며 밀어냈건만 오소마츠형은 아랑곳하지 않고 되물었다. 오소마츠형의 물음에 대답도 하지 않고 고개를 돌려 무시했다.


그 탄자쿠, 왜 안 매달아.”

“…”

~. 이치마츠씨이~?”

“…, 이루어지니까.”

?”


작은 목소리로 말하자 오소마츠형이 잘 안들린다는 얼굴로 가까이 다가왔다

코 앞까지 다가온 오소마츠형의 얼굴을 두 손으로 밀어냈다.


어차피 안 이루어질 소원이니까, 안 매달아.”

“…”


내 대답에 오소마츠형이 시끄럽게 떠들어대던 입을 다물었다.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나를 바라보고 있을 오소마츠형의 얼굴을 볼 자신이 없었다. 어떤 얼굴을 하고 있을지 두려워 고개를 숙여 무릎에 얼굴을 파묻었다.  


, 젠장.’

자신의 말에 상처를 받았다. ‘이루어질 리 없다고 말한 것은 나인데도, 내가 내뱉은 말이 가슴을 찔렸다

뚝뚝 피가 떨어지고 있을 마음을 달래지도 못한 채, 그저 바라보며 자조적인 미소를 지었다.


그래. 이루어질 리 없는 소원.’

내 사랑은, 오소마츠형을 향한 사랑은 그런 것이었다.

누구도 원하지 않는, 남는 것이 당연한 사랑.

바닥을 보고 있는 시야가 서서히 뿌옇게 흐려졌다

울어선 안 되는데, 오소마츠형 앞에서는 울면 안 되는데. 쓰레기인 나는 자신을 다독이는 것조차 서툴러, 

흘러내리는 눈물을 막지 못하고 소리 없이 울었다.

 



호잇!”


오소마츠형의 목소리가 들려오고 동시에 손에 쥐고 있던 탄자쿠가 쓱-하고 빠져나갔다.


!”


눈물로 젖은 얼굴을 들어올려 오소마츠형을 올려다보자, 오소마츠형의 손에 꾸깃꾸깃 접힌 보라색 탄자쿠가 들려있었다.


그거!! 돌려 줘!”


혹시 뭐라고 적혔는지 읽기라도 하면! 등골이 오싹해져 재빨리 손을 뻗었지만 

오소마츠형은 내 말이 채 끝내기도 전에 지포라이터를 당켜 보라색 탄자쿠의 끝에 갔다 대었다.


, 무슨 짓…”


지포라이터의 붉은 불꽃이 보라색 탄자쿠에 옮겨가 이내 탄자쿠가 서서히 타들어갔다

서서히 재로 변해 사라져가는 탄자쿠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마치 탄자쿠와 함께 내 사랑도 사라지는 것 같았다

보잘것없고, 필요 없는 자신의 사랑을 없애버리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 뜨뜨!!!”


이내 탄자쿠를 들고 있는 오소마츠형의 손까지 올라간 불꽃에 오소마츠형이 손을 흔들며 외쳤다

오소마츠형이 놓친 탄자쿠는 공중에서 완전히 타서 사라졌다

탄자쿠가 사라지는 것을 끝까지 눈으로 쫓은 후, 고개를 들어 오소마츠형을 올려다보았다

눈물로 눈가가 젖은 얼굴로 오소마츠형을 올려다보았다. 왜 이런 행동을 했는지, 왜 탄자쿠를 태웠는지

도무지 오소마츠형의 속을 알 수 없었다. 내 눈을 마주본 오소마츠형이 씩 웃었다.


이걸로 이루어질 거야.”

“…?”

네 소원, 하느님한테 직송으로 보냈다고.”

“..?”

---- 네 소원, 하느님한테 완전 직빵으로 보냈으니까 무시 못할 거 아냐? 제대로 이루어줄 거라고?”


어릴 때와 같은 막무가내에 독재자 포스를 내뿜으며 오소마츠형이 씩 웃으며 코 밑을 문질렀다

이루어질 리 없는 내 사랑을 오소마츠형이, 당사자인 자기가 직접 하느님께 보내버렸다. 이루어질 거라고 장담해버렸다

그 어이없고 막무가내에, 바보 같은 논리에 나도 모르게 푸핫하고 웃어버렸다.


뭐야 그게….킥킥.”

~? , 제사나 신사에서 뭐 행사할 때, 불태우잖아~ 그거랑 같은 거고만~ 신한테 보내는 거잖아?”

킥킥킥바보 같아

너무해!!”


과장된 몸짓으로 머리를 감싸 안고 주저앉은 오소마츠형이 사랑스러웠다

신에게 보낸 내 소원이 정말로 이루어질지는 알 수 없지만, 나를 위해서 그런 행동을 한 오소마츠형이 너무나 사랑스러워서 

나도 모르게 미소가 얼굴에 퍼졌다.


오소마츠형, 이제 들어가자. 나 졸려.”

“…그래.”

“…!”


주저앉은 채, 고개만 들어 나를 향해 웃는 오소마츠형의 미소는 형제에게는 단 한번도 보여주지 않았던

너무나 부드럽고 따뜻한 미소였다. 그 미소에 나는 다시 한 번 사랑에 빠지는 감각을 맛보았다





다시 읽어보니까 원래 이치마츠의 시점으로 쓰고 있었는데 어느새 전지적 작가 시점이 되어있더라구요...

무슨 생각이었는지...

결국 다시 읽어보고 어색한 부분은 고쳤습니다ㅎㅎ

*레스큐(구조원) 오소마츠와 농구 카라마츠 이야기입니다.


*어둡습니다. 


*죽음 네타 있습니다.


*달달한게 쓰고 싶었는데, 어느새 이렇게 어두운 암흑이 소환되었습니다.


*한없이 어둡지만 해피엔딩.


*많이 부족한 글이지만 재미있게 읽어주면 감사하겠습니다.






덜그럭

도자기와 젓가락이 부딪치며 맑은 울림이 퍼졌다. 젓가락을 놓친 카라마츠의 손이 재빨리 바닥에 있던 TV 리모컨을 주워들어 음량을 높였다

TV에서 보도되고 있는 뉴스에서는 처참하다고 밖에 할 수 없는 폐허 속에서 바삐 움직이는 구조원들의 모습을 비추고 있었다

높낮이가 없는 침착한 어조의 아나운서가 지진으로 무너진 건물에서 구조작업을 하던 구조원들이 추가로 무너진 건물 더미에 깔려 

소식이 끊겼다는 경악스러운 소식을 전하고 있었다. 화면의 아래에 지나가는 자막은 소식이 끊긴 구조원들이 이름과 나이가 적혀 있었다.


마츠노 오소마츠(24)”


빠르게 화면을 지나가는 자막 가운데, 눈에 띄는 이름이 있었다.

마츠노 카라마츠의 단 하나뿐인 형의 이름이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진로를 정할 때, 갑자기 구조원이라고 대답한 오소마츠의 그리운 얼굴이 TV 화면에 비쳤다.


           “, 장남이고. 무슨 일이 있을 때, 너희를 지켜야 하잖아~.”


장난스럽게 웃으며 코 밑을 문지르는 오소마츠를 향해 카라마츠는 환히 웃으며 오오, 그것 멋지군. 형님!’이라고 말했다.

지금 카라마츠는 과거의 자신을 맹렬하게 비난하고 있었다. 말려야 했다

이런 일이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을 어렸던 자신을 알지 못했다

이미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얼굴로 카라마츠는 바닥을 더듬었다

여전히 시선은 TV 화면에 고정한 채, 발치에 놓여져 있던 스마트폰을 들어 단축번호 1번에 저장되어 있는 오소마츠에게 전화를 걸었다.

통화 연결음이 울리는 동안 카라마츠는 처음으로 신에게 빌었다.


제발, 제발, 제발 받아! 오소마츠!!’


빌고 빌었지만 통화 연결음은 속절없이 이어지다가 이내 끊겼다

화가 불가능하다는 여성의 목소리에 결국 카라마츠의 눈가에 맺혀있던 눈물이 떨어졌다

떨리는 손으로 단축번호 0번을 눌렀다. ‘이라고 표시된 화면을 보며 카라마츠가 스마트폰을 귓가로 가져갔다

여러 번의 통화 연결음 끝에 다급한 동생의 목소리가 들렸다.


오소마츠형이야?!!!”


큰 소리로 외치는 쵸로마츠의 목소리에 카라마츠가 다시 절망했다

신히 참고 있던 울음이 터져 전화를 걸어놓은 채, 몸을 둥글게 말고 울었다

바닥에 놓여진 전화 저편에서 우는 소리를 듣고 있던 쵸로마츠가 슬픈 목소리로 말했다.


“…카라마츠, 울지 말고 일단 전화 끊을게. 오소마츠형한테 전화 올지도 모르고. 너도 집으로 와.”


쵸로마츠 쪽에서 먼저 전화가 끊긴 후에도 카라마츠는 쉽사리 일어날 수 없었다. 빈 방에는 카라마츠의 꺽꺽대는 울음소리가 퍼졌다.

 


오소마츠가 그 어렵다던 필기시험을 통과하고 정식으로 구조원이 되었을 때, 카라마츠는 취미로 시작한 농구에 두각을 보여 산업팀에 스카우트되었다

백수에 집 안에만 틀어박혀있던 글러먹은 장남과 차남이 동시에 정규직이 되어 집 안은 만만세를 외치며 거하게 파티를 열었다

오소마츠는 훈련과 밤낮이 없는 직업 특성상, 먼저 집을 나와 기숙사로 들어갔다. 그 뒤를 따라 카라마츠도 집을 나왔다

장남과 차남에게 자극을 받았는지, 남은 4명의 동생은 본가에서 머물며 아르바이트나 취직활동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곧 카라마츠가 산업팀에서 에이스 자리를 꿰차고 오소마츠가 베테랑 구조원이 되었을 무렵, 가장 걱정스러웠던 이치마츠까지 고양이 카페의 사원으로 취직하며 백수였던 여섯 쌍둥이는 모두 훌륭히 취직에 성공했다.

먼저 집을 나온 오소마츠와 카라마츠는 무슨 우연인지 직장이 가까웠고, 오소마츠의 기숙사도 카라마츠가 살고 있는 아파트의 근처에 위치해있었다

자연스럽게 오소마츠가 비번인 날에는 카라마츠와 어울리며, 두 사람이 함께 있는 시간이 늘어났다

두 사람의 시간이 늘어남과 동시에 카라마츠의 오소마츠를 향한 마음도 깊어졌다. 언제였는지 이제 기억도 나지 않지만카라마츠는 오소마츠에게 사랑을 하고 있었다

항상 장남이라는 무게를 혼자서 짊어지고 꿋꿋이 앞서 걸어가며 육쌍둥이를 이끄는 우리의 리더, 오소마츠를 뒤따르며 카라마츠는 사랑을 느꼈다

사랑스럽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형제 게다가 육쌍둥이, 어찌할 수도 없는 벽에 카라마츠는 조용히 자신의 사랑을 숨겼다

학창시절 연극부에 있었던 것을 감사하며 필사적으로 연기한 보람이 있었는지 오소마츠는 카라마츠의 마음을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그것으로 좋다. 카라마츠는 생각했다. 이대로 오소마츠의 곁에 있어주는 든든한 동생이 되자고. 그렇게 생각했다.



얼마나 울었을까. 정신을 잃을 정도로 울어버린 카라마츠가 재빨리 고개를 들어 시계를 확인했다

아침식사를 하고 있던 시간은 아침 8. 지금은 오후 1

사색이 된 얼굴로 카라마츠가 제대로 옷도 갈아입지 않은 채, 파자마 차림으로 집을 나섰다.

 TV도 켜져 있는 상태로 밥상엔 미처 먹지 못한 아침밥이 그대로 놓여져 있었고, 문을 잠그는 것도 잊었지만 그런 것은 아무래도 좋았다

빨리 집으로 가자! 그 생각만이 머릿속에 가득했다

카라마츠는 큰길가로 전속력으로 뛰어 무모하게 도로를 달리는 택시 앞으로 뛰어들었다

빠앙!!!” 소리를 내며 카라마츠 앞에 아슬아슬하게 멈춘 택시에서 운전자가 나와 욕을 퍼부었지만 카라마츠는 택시에 타며 본가의 주소를 외쳤다

당해하며 카라마츠를 바라보던 운전자가 카라마츠의 얼굴을 보더니 이내 말없이 운전대를 잡았다.

 


***



카라마츠!”


집에 뛰어들 듯 들어가자 현관에 놓인 전화기 앞에 있던 쵸로마츠가 카라마츠를 반겼다

쵸로마츠 답지 않게 눈물을 글썽이는 그 모습에 카라마츠의 다리가 풀렸다.


아직도 전화가 오지 않은 건가.’


절망하며 젠장!!!”하고 외치며 카라마츠가 바닥을 주먹으로 내리쳤다

둔탁한 소리와 함께 아픔이 손에서 팔을 타고 올라왔지만 이런 신체적 아픔 따위, 지금 카라마츠의 마음의 아픔에 비할 것이 아니었다.


카라마츠.”


쵸로마츠가 울먹이는 목소리로 카라마츠를 불렀다. 카라마츠가 고개를 들자 쵸로마츠가 카라마츠와 같이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었다.


카라마츠형. 오소마츠형은 돌아오겠지…?”


이라고 카라마츠를 부르며 불안에 떠는 쵸로마츠를 카라마츠가 꽉 안았다

쵸로마츠도, 카라마츠도 걸려오지 않는 전화에 두려워하며 절망에 침식되고 있었다.

으로서 동생인 쵸로마츠를 안은 채, 토닥이며 카라마츠가 침착한 목소리로 물었다

자신은 충분히 차분히 물었을 터였지만, 카라마츠의 목소리는 심하게 떨리고 있었다.


쵸로마츠, 다른 녀석들은?”

아빠랑.. 엄마는 현장에, 토도마츠는 오늘, , 근했고, 이치마츠랑, 쥬시마츠는혹시 모른다고병원에서 대기하고 있어.”

너는 전화를 맡은건가.”
그 망할 장남. 분명히, , 으로 전화 줄, 거라고 생각해서.”


훌쩍거리며 말을 마친 쵸로마츠가 여전히 울리지 않는 전화를 힐끗 바라보더니 카라마츠의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얇은 파자마가 눈물로 젖어드는 것을 느끼며 카라마츠가 입술을 깨물었다

가슴이, 마음이 찢어지는 듯한 아픔에 제대로 사고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실격이지만, 지금 자신의 품에서 울고 있는 쵸로마츠마저 제대로 인식할 수 없었다

오소마츠라면 능숙하게 달래며 안심시켰을 텐데… 

무의식적으로 떠올린 오소마츠라는 이름에 카라마츠가 울컥했다.


아아, 하나님. 제발.’


눈물을 흘리며 카라마츠가 빌었다. 다시 오소마츠를 되돌려준다면 무엇이든 할 테니

다시 오소마츠를 자신의 곁으로 보내주길.. 간절히 빌고 또 빌었다

하지만 여전히 전화기는 울리지 않았고 어느새 해가 산 너머로 고개를 숨기며 붉은 노을이 현관으로 들어왔다

언제나 아름답게만 보이던 노을이 오늘은 핏빛의 불길한 색으로 보여 카라마츠는 두려웠다

이대로 오소마츠를 잃어버리는게 아닐까 하는 불안에 숨이 제대로 쉬어지지 않았다

붉디 붉은 노을을 담은 카라마츠의 시야에 3명의 인영이 들어왔다. 늘어진 소매는 축 쳐져 항상 활기차던 발걸음도 힘이 없었다

슬리퍼를 찍찍 끌며 걸어오는 그림자는 울고 있는지 고개를 푹 숙이고 소매로 눈가를 훔치고 있었다

비니를 눌러 쓴 인영은 제대로 걷는 것조차 불가능해 보였다. 천천히 집을 향해 다가오는 3개의 인영에 쵸로마츠와 카라마츠가 오열했다

오소마츠가 없는 5명의 동생은 현관에서 서로 끌어안고 울리지 않는 전화기를 저주하며 오열했다

육분의 일. 내가 너고 너가 나였던 육쌍둥이는 가장 중요했던 머리를 잃을 것 같은 불안함에 슬픔에 오열했다.


카라마츠, 너도 좀 먹어.”


하며 쵸로마츠가 내민 식빵을 말없이 입에 문 카라마츠가 자신에게 기대어 잠든 토도마츠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5명이서 끌어안은 채, 오열을 거듭해 동생들은 기절했다. 아침, 카라마츠가 뉴스를 보고 울다가 울다가 기절했던 것처럼, 동생들은 잠들었다

쵸로마츠와 함께 방 안으로 동생들은 옮겨 눕히고 겨우 숨을 돌린 참이었다

카라마츠처럼 식빵을 입에 문 채, 리모컨을 집어드는 쵸로마츠의 손이 떨리고 있었다

울대로 울어 말라버린 눈물은 나오지 않았지만, 붉게 충혈된 쵸로마츠의 눈이 너무나 아파 보였다

떨리는 손에 이를 악물며 쵸로마츠가 두 손으로 리모컨을 붙잡고 전원을 켰다. TV가 켜지자마자 긴급 속보라는 자막이 뜨며 뉴스가 시작되었다.


현재 건물에 깔린 3명의 구조원들은 여전히 소식을 알 수 없습니다. 전문가의 말에 따르면 밀폐된 건물에 갇혀 있을 가능성이 높으며 산소가 희박함에 따른 의식불명 상태로 있을 것이라고 합니다.’


염려스러운 얼굴을 하며 속보를 읽어 내려가는 아나운서의 말에 쵸로마츠가 리모컨을 놓쳤다.


뭐가, 우리가 위험할 때 지켜준다야! 망할 장남!!!!!”


울화가 섞인 비명과 같은 외침에 카라마츠가 고개를 숙였다

그대로 바닥에 몸을 둥글게 말고 얼굴을 묻은 쵸로마츠에게서 신음소리와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숙인 카라마츠의 시야도 뿌옇게 변해 어느새 눈물이 떨어져 무릎을 베고 누워있는 토도마츠의 얼굴에 떨어졌다

소매로 눈물을 훔친 카라마츠가 말없이 토도마츠의 얼굴에 떨어진 자신의 눈물을 닦았다

방 안은 담담한 어조로 여전히 구조원의 소식이 없다는 아나운서의 목소리와 카라마츠와 쵸로마츠가 간간히 토해내는 울음소리가 가득했다.

 

***

 

카라마츠~”

어이~ 카라마츄~”


그리운 목소리에 카라마츠가 눈을 번쩍 떴다

누워있는 자신을 내려다보며 웃는 오소마츠의 얼굴에 순식간에 울음이 터져 카라마츠가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며 외쳤다.


, 소마츠으!!!!”

, 우왓!”


오소마츠를 향해 몸을 날리자 오소마츠가 뒷걸음치며 카라마츠를 받아주었다

상냥한 손길로 카라마츠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오소마츠가 부드럽게 말했다.


정말 넌 울보라니깐이래서 동생들을 제대로 이끌 수 있겠어?”

, 소마츠으오소마츠으….”

카라마츠, 울지 마. . 이제 뚝 하자?”


카라마츠의 눈물을 소매로 닦아주며 오소마츠가 천연덕스럽게 웃었다

육쌍둥이를 이끄는 리더의 장난기 가득한 언제나의 웃음에 가슴이 아팠다

말없이 오소마츠의 손길을 받아들인 카라마츠를 향해 오소마츠가 미소지었다.


이제 네가 이잖아.”

….?”


부드러운 음성으로 영문 모를 소리를 하는 오소마츠를 카라마츠가 눈물 맺힌 눈으로 바라보았다

빙긋이 웃는 오소마츠의 미소에 어딘가 이상함을 눈치챈 카라마츠가 오소마츠의 옷깃을 붙잡았다.


그게, 대체, 무슨, 말인가. 오소마츠. 우리들의 형님은, 장남은 너라고?”

그런데, 그게너도 이야? 제대로 동생들을 돌봐 줘야지.”

오소마츠. 대체, 무슨 말하는 거야.”
, 이제 가봐야 하고.”


부드러운 음성과 달리 오소마츠는 자신에게 매달려있는 카라마츠를 천천히 떼어놓았다

오소마츠의 몸이 떨어지자 카라마츠가 잡고있던 오소마츠의 옷깃을 더욱 힘주어 잡아 늘였다.


, 싫다! 무슨 말 하는지 나는 모르겠다! 형님!!”

“…카라마츠. 이거 놔 줘.”


처음 보는 오소마츠의 미소와 계속 안고 있던 불안이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는 감각에 카라마츠의 맥이 풀렸다

오소마츠를 바라보는 카라마츠의 몸에서 힘이 빠져나갔다

마치 절벽을 앞에 두고 모든 것을 체념한 채 떨어지는 것 만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과도 같았다

힘이 풀린 카라마츠의 손을 쥐고 천천히 떨어뜨린 오소마츠가 카라마츠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동생들하고 부모님을 부탁해. 카라마츠. 너라면 믿을 수 있으니까.”


오소마츠의 음성에 카라마츠는 잡고 있던 오소마츠의 옷깃이 사라진 것에 눈치챘다

고개를 들자 이미 오소마츠는 저 멀리에 사라져가고 있었다.


싫어!! 오소마츠!!! 안 된다! 내 곁에서 떠나지 말아!!”


필사적으로 외치며 오소마츠의 뒤를 따라 뛰었지만, 저 멀리에서 사라져가는 오소마츠에게 가까워지지 않았다.

안 된다. 싫어. 싫어. 오소마츠.

항상 가까이서 바라보던 오소마츠의 등이 저 멀리에 있어. 싫어.

온 힘을 짜내어 뛰어보지만 오소마츠는 멀기만 했다.

싫어. 싫어. 싫어! 오소마츠가 곁에 없다니! 그런 것 싫어!!!!!!


오소마츠!!!!! 사랑해!!! 제발, 제발 내 곁에 있어 줘!!!!!!!”


마지막 발악이라는 생각으로 카라마츠가 계속 마음 속 깊이에 묻어두었던 사랑을 외쳤다

젖먹던 힘까지 짜내 외쳤지만, 이미 점처럼 보이는 오소마츠에겐 닿지 않은 것 같았다.


오소마츠오소마츠오소마츠…”


절망이란게 이런 것일까. 제대로 숨조차 쉬지 못한 채, 목메어 우는 카라마츠가 생각했다

이 한없이 밑으로 떨어지는 감각이 절망일까. 오소마츠가 없는 세상 따위 상상조차 해 본 적 없는데. 오소마츠가 없다니. 싫은데. 싫어. 싫어.

오소마츠의 이름만을 되뇌며 카라마츠가 고개를 숙이고 울었다.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가슴이 아팠다. 아파. 아파. 오소마츠. 아파.

먹먹해지는 가슴이 답답했다. 눈물을 흘려도 흘려도 후련해지지 않았다. 괴로워 죽을 것 같았다. 죽을 것 같아. 힘들어. 오소마츠.

 



바보카라마츠.”


멈추지 않는 눈물에 뿌연 시야 가득히 오소마츠의 얼굴이 들어왔다

주저앉은 카라마츠에게 시선을 맞추어 무릎을 굽히고 쭈그린 오소마츠가 웃었다.


그런 말은 좀 더 일찍 하라고.”


기쁘게 웃어 보이는 오소마츠의 눈가에 맺혀있던 눈물 한 방울이 뺨을 타고 내려왔다

반짝반짝 빛나는 그것이 마치 다이아몬드 같아 아름답다고 카라마츠가 생각했다.


, 너한테 고백 받은 이상 이대로 갈 수 없어졌잖아~. 너랑 야한 일도 못했는데.”


장난스럽게 웃는 오소마츠의 미소에 멈추지 않을 것 같았던 카라마츠의 눈물이 멈췄다. 오소마츠가 상냥히 웃으며 카라마츠의 눈가를 닦아주었다.


           ‘제대로 돌아갈 테니까.’


그 말을 마지막으로 카라마츠는 정신을 잃었다.

 


***



눈을 뜨자 익숙한 천장이 보였다. 이곳 저곳 아픈 몸을 일으키자, 텅 빈 2층 방에 카라마츠 혼자였다

힘겹게 이불에서 나와 일어서자 -‘하고 머리가 어지러웠다. 비틀거리다가 소파에 몸을 내던지듯 앉아 머리를 감싸쥐었다.


아까 오소마츠는 무엇이다? 꿈인가? 아니면 현실?’


어지러운 머리를 붙잡고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머리를 굴렸다. 지금이 현실인지 꿈인지도 알 수 없었다

오소마츠의 일은 모두 꿈이었다? 그렇게 믿고 싶은 카라마츠가 얼굴을 구겼을 때, 요란한 소리를 내며 방 문이 열렸다

힘껏 문을 연 이치마츠가 카라마츠를 향해 외쳤다.


오소마츠형 구조됐어!!!”


이치마츠의 말에 어지럼증도 잊은 채 카라마츠가 소파에서 벌떡 일어섰다

이치마츠의 눈가는 카라마츠와 마찬가지로 붉고 충혈되어 눈물이 맺혀 있었다.


병원에 가자. 카라마츠형.”


이치마츠가 내민 손을 카라마츠가 잡자 이치마츠가 서둘러 계단을 내려갔다

집 안은 조용했고, 카라마츠는 이치마츠의 손을 붙잡은 채 마을에서 가장 큰 대학병원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병원에 도착해 안내데스크에 호실을 묻고, 엘리베이터를 탔다.


‘606’, ‘특별실이라고 쓰여진 명패에는 마츠노 오소마츠라는 이름이 쓰여져 있었다.


오소마츠의 이름을 본 것만으로 눈물을 뚝뚝 흘리며 그 자리에 우뚝 서 버린 카라마츠의 등을 이치마츠가 망설이는 손길로 두드렸다

둘이서 함께 병실의 문을 열자 4명의 같은 얼굴과 부모님의 얼굴이 두 사람을 반겼다

어제 오열한 것이 거짓말인 것처럼, 가족 모두의 얼굴은 평안했다.


카라마츠, 이제야 오는 거야.”


쵸로마츠가 웃는 얼굴로 말했다. 카라마츠가 한 발작, 한 발작 천천히 침대로 다가가자 침대를 둘러싸고 있던 동생들이 길을 내주었다.

침대에는 꿈처럼 평안한 얼굴의 오소마츠가 산소마스크를 한 채, 누워있었다

오소마츠 머리맡에 수만은 기계들이 일정한 소리를 내며 오소마츠가 살아있다는 증거를 보여주고 있었다.


잠깐 잠들어 있는 상태래. 곧 깨어날 거라고.”


쵸로마츠가 미소 띤 얼굴로 말했다. 왈칵 눈물이 쏟아져 카라마츠는 그대로 침대 곁에 주저앉았다.


아아, 하나님. 감사합니다.’


그저 그 말만을 반복하며 카라마츠는 울었다

카라마츠가 붙잡고 있는 오소마츠의 손이 따뜻했다.

 

 

 ***



카라마츠우~ 나 이제 괜찮대도?”

안 된다. 형님. 아직 걷는 것은 안 된다고 닥터도 말했다고?”

닥텈ㅋㅋㅋㅋㅋ. 아파파파, 갈비뼈! 갈비뼈가 부러졌다!”

어째서?!!! 부러진 것은 다리라고!!”


옆구리를 붙잡으며 킬킬대는 오소마츠를 향해 카라마츠가 외쳤다

이런 대화를 다시는 할 수 없을 줄 알았다. 킥킥대는 오소마츠를 보며 카라마츠가 눈물을 글썽였다.


~ 카라마츠~ 너 또 우는 거야?”

아니, 안 운다. 형님이 이렇게 살아있는데 울 리가. KAMISAMA(하느님)가 내려준 미라클에 감사할 뿐이야.”

~. 내가 살아있는 건 기적따위가 아니라고? 다 네 덕이잖아.”
무슨 말을 하는 건가, 오소마츠?”

네가 고백했잖아. 사랑한다고.”

“…..?!”

, 그 고백 듣고 돌아가야겠다고 생각했고. 너랑 야한 짓 하고 싶으니까.”


하는 소리를 내며 오소마츠가 몸을 숙여 카라마츠에게 키스했다

키스라고 할 수도 없는 살짝 닿기만 하는 키스였지만, 카라마츠의 얼굴은 순식간에 붉어졌다.


, 오소마츠?!”

헤헷, 그러니까 다 나으면 데이트하자~ 카라마츠.”


이를 드러내고 무방비하게 웃는 오소마츠의 볼이 석양에 비쳐 붉게 물들었다

*오소카라입니다.


*약간의 악마 오소마츠 X 신부 카라마츠도 있습니다만 등장은 없습니다...


*환생을 거듭하지만 전생을 기억하고 있는 오소마츠의 이야기입니다.


*쓰다보니 길어져 상 중 하 로 나누게 되었습니다.


*아직 이야기의 도중이라는 느낌이 강한 편입니다..


*허접한 글실력입니다만 재미있게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안녕? 오소마츠.

뭐랄까, 자기 자신한테 보내는 편지라니 굉장히 어색하네

맞아. 난 바로 너야. 나는 오소마츠.

물론 시대도 다르고 어쩌면 사는 세계도 다를지 모르지만.

- 귀찮으니까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자면, 대체 내가 전생에 어떤 잘못을 저질렀는지

-잘못을 저지르긴 했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전생의 기억을 잊지 못해. 그렇다고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는 건

아니고 언젠가 때가 되면 기억난달까? 나도 전부 기억하게 된 건 3년 전이야.

있잖아~ 내가 어떻게 지금의 너에게 편지를 보낼 수 있었다고 생각해?

지금 오소마츠는 악마거등~ 그것도 상위 악마! 카리스마 레전드라고? 쩔지?

그래서~ 내가 이렇게 미래의 자신인 너에게 편지를 보낼 수 있었다는 이야기지.

왜 편지를 보냈냐고? 그야미래의 내가 삽질하고 있으면 불쌍하잖아?

악마인 내가 이렇게 특별~히 자비를 베풀어 어리석은 미래의 나를 일깨워 주는 거지.

있잖아. 우리는 벌써 몇 번이고 삶을 반복했어. 반복하고 반복하고 반복했어.

근데 웃긴 게 내 형제들도 함께 삶을 반복했거든.

언제는 형제로 언제는 타인으로

몇 번이고 몇 번이고

근데 전생을 기억하고 있는 건 나뿐이란 말이지. 좀 너무하지 않아~?

그래서언제나 내가 있는 곳엔 같은 얼굴이 5개나 있다는 거지.

너는 녀석들과 어떤 관계로 태어났어? 형제? 타인? 사촌? 궁금하네~

암튼 그래서 나는 몇 번이고 삶을 반복하면서도 한 녀석만을 보게 돼버렸단 말이지.

정말 삶은 불공평해~

너도 이미 알고 있을 거야. 내가 말하는 녀석이 누군지는.

있잖아. 오소마츠. 네 세계의 카라마츠는 어떤 녀석이야?

내 기억에 카라마츠는 맨날 안쓰러운 말만하고 쓸데없이 폼 잡고 바보지만 굉장히 상냥해.

네 세계의 녀석도 그래?

네 세계의 카라마츠는 네 곁에 있어?

있지~ 카라마츠는 이미 죽었어. 하늘나라로 가버렸어. 난 카리스마 레전드 악마님이었지만

그 녀석은 인간이었거든.

웃긴게 그 녀석 신부였는데 말이야.

~혀 어울리지 않아서, 처음 만났을 때 얼마나 웃었는지 몰라.

그 녀석 바보니까 악마인 나한테도 엄청 잘해주더라고. 진짜 바보지?

작은 마을의 작은 성당에서 매일 기도하고 아이들을 돌봐주고 미사를 하고

그렇게 매일매일 신만 찾다가 떠났어.

악마도 울 수 있다는 걸 녀석이 떠난 뒤에야 깨달았어.

있잖아. 오소마츠. 이제 너도 기억이 났을테지만, 과거의 우리는 카라마츠를 사랑했지만

한번도 그 사랑이 이루어지기는커녕 녀석에게 닿을 수 조차 없었어.

정말 얄궂게도 우리는 항상 어긋나서 태어났거든.

내가 악마면 녀석은 신부.

내가 마피아면 녀석은 상대 조직의 보스.

내가 경찰이면 녀석은 괴도.

내가 탐정이면 녀석은 살인 피해자.

그래서 내 사랑은 기억과 함께 머릿속에서 맴돌기만 할 뿐,

단 한번도 입 밖으로 내뱉은 적 없는 불쌍한 녀석이야.

있지. 오소마츠. 부탁이야.

이 가련하고 미련한 「사랑」이라는 녀석을 미래의 네가 끝내줘.

너와 카라마츠가 어떤 관계에 있던지.

고백하고 시원하게 차여줘.

이 한심하고 어리석은 사랑을 속 시원히 끝내줘.

이루어질 리 없는 사랑에 대한 헛된 희망을 죽여줘.

이 카리스마 레전드님의 마지막부탁이야.

 

 

***



오소마츠 형?”


쵸로마츠의 부름에 오소마츠가 고개를 들었다. 형제가 모두 집을 떠났을 때와 같은

감정을 알 수 없는 무표정이었다. 처음 보는 얼굴에 쵸로마츠가 몸을 움찔거렸다.


“…, 오소마츠 형?”

? 왜에~”


쵸로마츠가 한번 더 부르자 오소마츠의 얼굴에 미소가 피어났다. 하지만 어린 시절부터

단짝으로 항상 같이 붙어다녔던 쵸로마츠는 오소마츠의 눈가에 맺힌 눈물을 놓치지 않았다.

쵸로마츠는 오소마츠의 손에 쥐여진 편지에 시선이 향했다.

편지는 오소마츠의 손에 쥐어져 꾸깃꾸깃 구겨져 있었다.

편지를 쥐고 있는 오소마츠의 손이 아플 정도로 하얬다.


왜 그래.. 그 편지 때문이야? 그거 누구한테서 온 거야?”

~? 뭔 소릴까나~”


오소마츠는 이미 구겨질 대로 구겨진 편지를 파카 주머니에 쑤셔 넣으며 일어났다.

몸을 일으키는 오소마츠를 따라 쵸로마츠의 시선이 올라갔다.

오소마츠를 불러 세우려는 쵸로마츠를 향해 오소마츠가 씩 웃었다.


 “나 파칭코 다녀올게~”

곧 저녁식사 시간이야?”
~ 난 패스.”


손을 흔들며 오소마츠가 방을 나섰다. 집 밖으로 나와 한꺼번에 몰아치는 과거의 기억에

오히려 깔끔하게 비어버린 머리를 이끌고 오소마츠는 정처 없이 발걸음을 옮겼다.

집에서 가까운 공원 후미진 곳에 홀로 놓여진 벤치에 앉고서야 오소마츠는 얼굴에 주고

있던 힘을 풀었다.

흘러내리는 눈물에 파카가 짙은 색으로 물들었다.


~ 뭐가 「끝내줘~」냐.’


육쌍둥이, 친동생, 같은 남자. ~전 최악의 상황이고만.’


눈가에 맺힌 눈물을 닦지도 않고 오소마츠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봤다.


떠넘기기 끝내주네.’


이젠 또렷이 기억나는 과거의 자신에게 원망을 퍼부었다

과거, 전생의 자신은 악마로 먹잇감이 될 만한 악한 인간을 찾아 정체없이 헤매다 카라마츠를 만나게 되었다

그 때의 자신은 이미 과거의 기억을 가지고 있었기에 카라마츠를 만나자마자 본능적으로 이끌렸고 

그대로 손도 발도 쓰지 못한 채, 그저 곁에만 머물다 카라마츠의 최후를 목격하고 조용히 악마로서의 삶을 마쳤다

자신의 마지막 숨을 내뱉기 전, 남아있는 힘으로 미래의 자신 지금의 오소마츠-에게 편지를 보내고서

소매를 들어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아냈다. 그대로 옥죄이는 가슴을 움켜쥐었다. 눈물에 젖은 파카의 감촉이 느껴졌다

가슴이 웅성대는 것 같은 착각에 오소마츠는 혼란스러웠다

애써 직시하지 않고 있던 자신의 감정을 과거의 자신에게 전부 까발려진 느낌에 불쾌했다

그리고 한편으론 과거부터 이어진 자신과 카라마츠의 인연에 두근두근했다

어쩌면 희망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그도 그럴게 전생의 자신은 악마였다

그런데 신부였던 카라마츠는 그 누구보다도 자신에게 상냥했다

지금은 단 하나뿐인 형이라서 동생들보다 더 차갑지만

과거의 카라마츠는 그 특유의 부드럽고 상냥한 미소를 실컷 보여주며 자신을 불렀다.


오소마츠.’


기억에 남아있는 신부 카라마츠의 목소리를 되새기며 오소마츠가 눈을 감았다

달콤하고 부드러운 음성이 귓가에 맴돌았다

과거의 자신도 그렇고 지금의 오소마츠도 그렇고, 카라마츠에게 이름을 불리면 성별이고 종족이고 상관없이 

그저 그 상냥한 녀석을 품에 안고 싶었다

품에 가두고 키스하고, 만지고, 손을 맞잡고, 귓가에 사랑을 속삭이고 싶었다

하지만 그런 욕망에 휩싸일 때마다 저 멀리, 아주 오래 전, 전생의 자신이 기억나 사고에 브레이크를 걸었다.


과거, 처음으로 카라마츠를 만났을 때, 자신은 높으신 귀족 나리의 장남으로 답 없고 이기적인 한량이었고

카라마츠는 관기였다. 본래 사신접대만 하는 관기를, 오소마츠는 집안의 힘으로 억지로 취했다

싫다고 저항하는 카라마츠를 힘과 권력으로 짓누르고 억지고 그 몸을 열었다

길었던 정사 후, 증오의 눈빛으로 자신을 쳐다보며 「당신 같은 자는 절대 누구에게도 사랑 받지 못 해!」라고 외쳤다.


그 벌일까? 오소마츠는 환생할 때마다 과거의 기억을 잊을 수 없었고, 매번 카라마츠와 만났다.

카라마츠에게 손을 뻗을 때마다, 과거의 관기였던 카라마츠의 증오서린 눈빛이 자신을 향했던 것을 기억해내고 망설였다

이대로 손을 뻗어도 될까? 미움받으면 어쩌지? 만약 카라마츠에게 미움받는다면 절대 그대로 살아갈 수 없다

그런 두려움이 오소마츠를 얽매었고 오소마츠는 몇 번의 삶을 반복하면서도 카라마츠의 곁에 있을 뿐, 카라마츠에게 닿을 수는 없었다

순진하게 웃는 카라마츠의 미소를 일그러뜨리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면서도 곁을 지켰다. 순애보도 이런 순애보가 없었다.


순애보는 개~.’


오소마츠는 과거의 삶을 하나하나 되짚으며 생각했다.


그냥 미련한 거지. 미움 받고 싶지 않으면 애초에 곁에서 떠나면 되잖아

곁에는 있고 싶고, 하지만 미움 받을까 무섭고. 그냥 한심한 자식이네~ 과거의 나는~’


오소마츠는 한숨을 푹 내쉬며 고개를 떨궜다. 앞이 막막했다

과거의 자신들과 마찬가지로 무슨 저주에 걸린 건지, 현재의 오소마츠도 카라마츠에게 연정을 품고 있었다

처음 그런 마음을 품은게 언제였는지 기억도 나지 않을 정도로 오래 전부터 오소마츠는 자신의 마음을 알고 있었다.


육쌍둥이니까, 태어났을 때부터~라던지.’


허허하며 헛웃음을 내뱉으며 오소마츠가 생각했다

태어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쭉 함께였으니 아마 태어났을 때부터 사랑을 느낀 게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가 이내 고개를 저었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건 아니지.”


자기 자신에게 손을 내치며 오소마츠가 목소리를 냈다

하지만 셀프 태클을 거는 와중에도 완전히 헛소리는 아닌 것 같은 느낌에 등줄기가 싸해졌다.


진짜로 태어난 순간부터면 난 대체 얼마나 변태인거야...”


기운 없는 목소리로 중얼거리며 오소마츠가 힘을 빼고 축 늘어졌다

머리 위에는 먹구름이 잔뜩 낀 것 같았다. 다시 한 번, ‘~…’하고 오소마츠가 큰 한숨을 내쉬었다

머릿속은 휘몰아치는 과거의 기억에 어지럽고, 속이 메스꺼웠다. 또 다시 눈가가 흐려졌다.


그리고 난 고백도 하기 전에 차이는 거 확정이고. 진짜 뭐가 「끝내줘.」냐고!! 

아니, 나 차일 거 알고 있으면서 고백해야 돼? 왜 과거의 나는 고백 안하고?! 결국 나한테 미룬거잖아!!! 

책임감을 좀 가져라!! 과거의 나!!!’


서서히 화가 치밀어 올라 오소마츠는 앉아있던 벤치에서 벌떡 일어나 두 손을 하늘로 향해 올리고 외쳤다.


나한테 미루지 말라고!!!!!!!”


이미 이 세상에 존재할 리 없는 과거의 자신에게 화난 목소리로 한껏 외치자 조금 마음이 가벼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오소마츠는 다시 몸을 축 늘이고 벤치에 털썩 앉았다.


하아~”

, 소마츠?”


한숨을 내쉬고 있자니, 곁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와 오소마츠가 고개를 들었다

고개를 들자 시야 한가득 자신을 걱정스러운 얼굴로 쳐다보고 있는 카라마츠의 얼굴이 들어왔다

언제나 쓰고 있던 썬글라스는 카라마츠가 입고 있는 (자기의 얼굴이 프린트 된) 탱크탑의 네크라인에 걸려 있었다

카라마츠를 본 순간, 안도감과 불안감이 함께 쓰나미처럼 몰려와 오소마츠가 눈물로 젖은 얼굴로 웃었다.


카라마츠우~~”

오소마츠, 괜찮나? 대체 무슨 일이 있었어?”


좀처럼 동생들에게 우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 오소마츠의 눈가에 눈물이 맺혀 있는 것을 본 카라마츠가 한층 더 걱정스러워하는 얼굴로 다가왔다.


아니이~ 이 카리스마 레전드 장남님이 쪼~~끔 고민할게 있어서 말이야~”

무슨 고민이지? 얼마든지 나에게 털어놔라 형님! 사랑스러운 브라더의 고민이라면 내가 해결해 주겠다.”


드물게 약한 모습을 보이는 오소마츠를 카라마츠가 눈빛을 빛내며 말했다

카라마츠의 안쓰러운 발언에 오소마츠가 킬킬대며 옆구리를 붙잡고 아파파파파~’라고 외치자 

카라마츠가 오소마츠의 어깨를 붙잡고 억울하단 얼굴로 외쳤다.


어째서?!”

~ 갑자기 훅 들어오지말라고~”

아니,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형님!”


어느새 울상이 된 카라마츠를 보며 오소마츠가 즐거운 듯 크게 웃고는 카라마츠의 머리를 거칠게 쓰다듬었다.


, 돌아가자. 카라마츠. 저녁시간이고.”


벤치에서 일어나 엉덩이에 묻은 먼지를 탁탁 털어내며 말하고 앞서 걷는 오소마츠를 카라마츠는 목석마냥 가만히 서서 바라보았다

뒤를 따라오지 않는 카라마츠의 모습에 오소마츠가 의아한 듯 고개를 갸웃하며 카라마츠를 불렀다.


카라마츠?”

형님, 아까 고민하던 게 뭔지 아직 이야기해주지 않았다.”


평소보다 조금 더 가라앉은 목소리로 카라마츠가 말했다

아무래도 오소마츠가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는 것에 불만을 느낀 것 같았다

가라앉은 목소리는 미미했지만, 오소마츠는 카라마츠의 모든 것을 눈치채고 있었다

오소마츠가 올라가지 않는 입꼬리를 억지로 올리며 말했다.


~ 그거~. 이제 괜찮아~.”


웃으며 장난스럽게 말했지만 카라마츠는 납득하지 않은 채, 얼굴을 구겼다

여전히 우두커니 서서 오소마츠를 바라보는 그 눈빛은 오소마츠가 처음 보는 눈빛이었다.


처음 보는 눈빛에 오소마츠는 카라마츠의 심정을 읽을 수 없는 것에 당황하면서도 태연한 얼굴로 서서 카라마츠를 마주 보았다

길지 않은 침묵이 흐르고 먼저 입을 연 것은 카라마츠였다.


오소마츠, 알려 주지 않겠나? 무엇이 오소마츠를 괴롭게 했는지.”

~ 그러니까~ 이제,”

말 돌리려고 하지 말아줘.”


단호하게 말하는 카라마츠를 보며 오소마츠가 한숨 쉬곤 장난스러운 목소리를 거두었다

자신 밖에 모르는 중증 나르시스트 카라마츠는 한번 정한 것은 어떠한 반대가 있어도 끝까지 밀어붙이는 고집불통 독불장군이었다

, 그런 점도 사랑스럽지만카라마츠에겐 보이지 않도록 속으로 자조적인 웃음을 지으며 오소마츠가 빙긋이 웃었다.


정말로 이제 괜찮아. 고민하고 있는 게 있긴 하지만, 내 선에서 정리할 수 있고. 정 힘들면 말할 테니까.”


반드시 오소마츠의 고민을 듣고야 말겠다는 얼굴로 고집을 부리는 카라마츠를 향해 부드럽게 말했다

이럴 때는 한발짝 물러서 주는 편이 좋았다.

카라마츠는 오소마츠의 말에 다시 얼굴을 구기고 잠시 생각에 빠졌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알았다.’라고 말한 후, 오소마츠의 뒤를 따랐다.

집에 도착하자 웬일로 진수성찬이 차려져 있는 식탁에 오소마츠가 호들갑을 떨며 쵸로마츠의 곁에 붙었다

오소마츠의 등장과 동시에 시끌벅적해진 식탁에 카라마츠가 조용히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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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마츠노 토도마츠는 알아버렸다.

마츠노가 차남 마츠노 카라마츠가 같은 마츠노가 장남 마츠노 오소마츠를 좋아하고 있다는 것을.

?!

우리 육쌍둥이지??

같은 얼굴이지??

뭘 어떻게 하면 쌍둥이를 좋아하게 되는거야???

거기다 카라마츠형이 오소마츠형을 좋아한다는 걸 눈치챈 건 나뿐이 아닌 것 같다.

이치마츠형도 어렴풋이 알고 있는 느낌이다.

그게 오소마츠형이랑 카라마츠형이 붙어있으면 엄~청 노려보고, 그 어두운 기운이 평소의 배가 되니까!! 모르는게 오히려 이상하니까!!

아니 근데 이치마츠형은 대체 누구한테 그렇게 살기를 내뿜는거야? 카라마츠형? 오소마츠형?

이야기가 새버렸다..

아무튼 지금 나, 토도마츠는 고뇌하고 있다.

이걸 그대로 모른 척해? 아니면 아는 척? 아는 척 하면 뭘 어떻게 하는데?

응원?! 카라마츠형의 사랑을 응원이라도 해야 되는 거야?

할 수 있을 리 없잖아!

형제에 쌍둥이! ~대 이뤄질 리 없고! 오소마츠형 평범하게 여자 좋아하고!!

다녀왔당~”

~ 저거 봐. AV 잔뜩 빌려왔잖아. 저 많은 걸 대체 언제 본대?

쵸로마츠형은 바보같이 오소마츠형한테 걸리긴 했는데.

오소마츠형은 대체 언제 하는지 모르겠네..

, 내가 그런걸 신경 쓰면 어째???

우와~ 카라마츠형 또 얼굴 표정 안 좋네.

오소마츠형은 카라마츠형의 마음도 모르고 쵸로마츠형 붙잡고 있고

~ 딸딸마츠우~”
아앙?!!!”

같이 보자~ 이거~”

내가 미쳤냐? 그걸 왜 같이 봐!!!”

췌엣~ 그럼~ 카라마츠?”

아니, 거기서 카라마츠형을 왜 불러? 저 봐, 놀랬잖아!!

야동 따위 혼자 보라고! 혼자!!!

같이 볼래~?”

, 미안하지만 형님. 나는 카라마츠 걸즈가 있다.”
아니, 뭔 소리여.”

으아~ 그만 물어 봐! 카라마츠형 얼굴 빨개졌잖아! 이 분위기 못 읽는 망할 장남!!!!

오소마츠형.”
?”

, 같이 봐도 되는데?”
~ 진짜?? 그럼 오늘 밤에 같이 보자~~ 이치마츠!”

.”
아니, 그걸 왜 같이 보냐고!! 뭐야 같이 딸딸마츠 하는 거야?!?!

이치마츠형은 얼마나 변태인거야? 봐봐, 카라마츠형 얼굴 표정 또 안 좋아지….

? 설마 이치마츠형이 좋아하는게오소마형?

에이 설마, 그거잖아. 맨날 카라마츠형 때리고 못살게 구는 거 츤데레잖아? 오소마츠형을 좋아할 리가

 

좋아하는 거 맞네!!!!!!

뭐야, 저 표정!!! 오소마츠형한테 머리 쓰다듬 당하면서 그런 표정?!!

고양이한테만 보여주는 표정이잖아! 뭐야, 저 순수하게 기뻐하는 얼굴은?!!

변태인지 순애보인지 확실히 해줘?!?!

, 오소마츠.”

~?”

, 정말로 같이 볼 건가?”
.”

.”
, 카라마츠형이 끼어들었네.

우왓!!! 어둠마츠형 얼굴 장난아니야!! 방금 전의 순수한 표정 어쨌어?!!!

.. 여기선 나도 좀 도와줄까?

저기, 오소마츠형.”
~?”

야동 같은거 같이 보면서 뭐할 생각?”

야동…? , 뭐 그야 하는 건 당연하지?”
그 손동작 그만 둬!!!!!!! 변태!!!!”

무슨 손동작을 하는 거야! 저 변태 장남은!!!!

~ 진짜, 전혀 해결 안됐잖아!!! 카라마츠형 여전히 풀 죽어있고!!

결국 그날 밤, 오소마츠형과 이치마츠형은 둘 만의 상영회를 열었는지 우리가 일어날 때가 되었어도 여전히 골아 떨어져 일어날 생각을 안하고 있었다.

둘이 딱 달라붙어 자고 있는 두 사람을 노려봐주었다.

, 망할 장남은! 카라마츠형 마음도 모르고! 아니, 모르는게 당연하겠지만!!

토도마츠, 점심 먹으라고…”
.”
나를 부르러 온 카라마츠형의 얼굴이 또 굳었다. 그야 그렇겠지. 저 두사람이 딱 붙어 자고 있으니.

…. 그 얼굴은 뭐야! 진짜 이 사람들이! 그런 안타까운 표정 하지 말라고!

당신이 멜로 영화 여주인공이야 뭐야!!!

, 진짜. 카라마츠형 얼른 내려가자.”
, 오우.”
카라마츠형의 등을 밀었지만 발걸음이 쉽사리 떨어지지 않는지 카라마츠형의 걸음이 무겁다.

진짜, 저 망할 장남

계단을 내려가 거실로 들어가니, 어젯밤 두사람이 잔뜩 어질러놓은 과자봉지와 컵이 늘어져 있었다.

? 과자봉지? 그리고 휴지가 없어?

뭐지? 있어야 할 게 없고, 없어야 할 게 있는데?
어라?!!!!”

, 쵸로마츠형? 왜그래?”

아직 DVD 플레이어에 꽂혀있는 디스크를 본 쵸로마츠형에게 다가가자 쵸로마츠형이 큰 소리로 외쳤다.

이거 내가 보고 싶다던 영화!!!!”

? 무슨 소리?”
저 망할 장남!! 평범하게 영화 빌려왔었던 건가!!!”
에엣!!!! 뭐야 그럼 어제 둘이 딸딸마츠 한 게 아니야?”
어디로보나 단순한 영화 감상인 것 같은데. ! 이거 내가 전부터 보고 싶다고 한거잖아!!! 이거 반납 오늘인가? 어이, 망할 장남!!!!!”
큰 소리로 오소마츠형을 부르며 쵸로마츠형이 계단을 쿵쿵 올라갔다.

말도안돼, 평범한 영화를 오소마츠형이 빌려왔다고? 어제 오소마츠형의 손에 들려있는 봉지는 분명 우리가 자주 가는 DVD 대여점이었지만, 오소마츠형은 거기서 AV 밖에 안 빌려오니까 절대로 AV라고 생각했는데

! 카라마츠형!

뒤돌아 카라마츠형의 얼굴을 살피니 안색이 안 좋다.

그렇겠지. 어제 오소마츠형이 카라마츠형 한테도 권했는데, 거절했으니까.

둘이서 오붓하게 영화 감상할 기회를 날려버렸으니.

, 그런 식으로 말한 장남이 100번 잘못했지만!!!!

카라마츠형. 점심 먹자?”
. 그래.”
완전히 풀 죽은 목소리잖아. ~ 진짜!!! 망할 쓰레기 장남!!!!!!

 

후아~~~

식탁 앞에서 입 크게 벌리지 마!”

아얏!!”
쵸로마츠형이 날린 간장병을 머리에 직격으로 맞은 오소마츠형이 외쳤다.

영화의 반납일을 물어보려 깨운 쵸로마츠형에게 이끌려 오소마츠형과 이치마츠형도 내려와 식탁에 앉았다.

6명이서 함께 먹는 점심식사이지만, 카라마츠형의 얼굴은 여전히 안 좋다.

그보다 무슨 바람이 불어서 영화를 빌려온 거야?”
~ 아니, 맨날 AV만 보니까 질려서.”
그럼 어제 확실하게 영화라고 말을 해!!”
, 너네도 안 물어봐놓고!!”
어제 내가 야동 보냐고 물었잖아! 바보 장남!!”
~ 그랬지. 그거 너네가 오해하는게 웃겨서 그냥 놔둔건데.”
“…”

오소마츠형을 나무라는 나와 쵸로마츠 사이에서 카라마츠형은 말없이 묵묵히 밥만 먹고있었다.

~ 안쓰러워 죽겠네!!!!

거기다 묘하게 이치마츠형은 기분 좋아 보이고!!!!

어제 3번째 본거 재미있었지. 오소마츠형.”

! 그치? 그거 이번 주에 속편 개봉한대!! 같이 보러 갈까 이치마츠?”
! 진짬까! 감삼다~”

잠깐, 뭘 자연스럽게 데이트 약속 잡고 있어?

! 카라마츠형 울려고 하잖아!!!! ~ 진짜!!!!

저기, 그 영화 나도 보러 가고 싶어!”

우와, 이치마츠형 엄청난 얼굴로 노려보고 있는데.

그렇게 노려봐도 난 안물러나! 두 사람만 보낼 순 없어!!!

? 상관은 없는데, 스토리가 이어지는 거라서 전편을 봐야 재미있어?”
머리를 긁적이며 말하는 오소마츠형을 똑바로 노려봐주었다.

그러게 왜 둘이서만 오붓하게 영화 보는건데! 볼 땐 같이 봐야지!!

괜찮아! 어차피 반납 오늘 저녁까지지? 내가 보고 반납할게.”

? 그럴래? 럭키~ 반납하러 가는 거 귀찮았는데.”

그럼 카라마츠형!”

, 아아?”
멍때리고 있지 말라고. 현실도피 금지야. 내가 제대로 챙겨줄 테니까.

카라마츠형도 같이 보자. 그리고 같이 영화관 가자.”

카라마츠는 바보라 영화 내용 이해 못할걸~”

무슨 헛소리를 하는거야! 저 망할 장남!!! 자기가 더 바보인 주제에!!

오소마츠형도 이해했으니까 카라마츠형은 문제없어?”

!?! 그거 무슨 의미야?!”
무슨 의미긴 무슨 의미야?! 형이 생각하는 그런 의미다!!!”
발끈하며 외치는 오소마츠형을 향해 외쳤다.

카라마츠형의 마음도 모르는 바보가!!!

, 오소마츠형 진심으로 화났나?

, 토도마츠 너!”

내 멱살을 잡으려고 일어난 오소마츠형을 카라마츠형이 막아섰다.

오소마츠, 그만 둬.”

!”
오소마츠형은 카라마츠형의 말에 순순히 다시 자리에 앉았다.

솔직히 오소마츠형한테 맞는 줄 알았어

고마워. 카라마츠형.”
아아, 나도 고맙다. 토도마츠.”

뭐가?”

영화 같이 보자고 해줘서.”
으으으으응….!!! 그런 기쁜 얼굴!! 오랜만이다!!!!

뭐야, 그거 오소마츠형이랑 영화관 갈 생각에 들뜬거야? 그래서 그렇게 기쁘게 웃는거?

~~~~~진짜!! 안쓰럽네!!!!

 

 

어이~ 토도마츠~ 가자~.”
문 앞에서 발을 떨며 재촉하는 오소마츠형을 노려보며 신발끈을 묶었다.

, 결전의 날이다. 이 영화관 데이트를 성사시키기 위해서는 내가 어떻게든 이치마츠형을 데리고 사라져야 돼!

영화관은 평일이라 별로 붐비지 않아 쾌적했다. 이치마츠형을 꼬여낼 수단은 이미 준비했다.

, 이 근처에 고양이 카페가 있다는 걸 알아냈지!! 고양이를 엄청 좋아하는 이치마츠형이라면 분명 따라올꺼야!!!

~ 영화보러 가자~~”

? 영화표 값은?”
어느새 샀는지 팝콘을 들고 있는 오소마츠형이 웃으며 손에 든 표를 흔들었다.

오늘은 특~~별히 이 횽아가 쏘마!”
.”

지갑에서 돈을 꺼내려던 행동을 멈추고 카라마츠형이 놀라 물었다.

놀란 건 나와 이치마츠형도 마찬가지다. 술을 사는 건 있어도 영화표 값을 낸다고?

그 오소마츠형이?

뭐지, 내일은 해가 서쪽에서 뜨는 건가?

무슨 일이야?”
내가 혼란스러워하는 와중에 이치마츠형이 묻자 오소마츠형이 코 밑을 쓱 문지르며 말했다.

실은~ 어제 경마에서 엄청 땄지롱~~”

그럼 그렇지. 저 인간이 돈이 남아돌 때만 동생들 챙기지.

. 알고 있었어? 알고 있었다고?

, 들어가자~”

오소마츠형이 앞장서 걸어가자 모두 오소마츠형을 뒤따랐다.

 

 

~ 뭔가 임팩트가 부족하네.”

그래? 난 재미있었는데.”
불만족스러운 얼굴로 중얼거리는 오소마츠형을 보며 말하자 옆에 조용히 있던 이치마츠형이 끼어들었다.

그 주인공의 딜레마를 극대화시키면 클라이맥스가 더 스릴넘쳤을거야.”

!! 그거다!! 역시 이치마츠으~~. 사회에서도 잘 해나갈 녀석이다!!!!”

헤헤. 감삼다~”

우와, 뭐야 저 두사람만의 세계. 그런거 만들지 말라고!! 닭살돋아!

아니 그것보다 또 카라마츠형이 소외되잖아!!!!!

안되겠다. 빨리 이치마츠형을 떼어놓지 않으면!!!!

저기, 이치마츠형!”

?”

무서운 얼굴. 뭐야, 오소마츠형과의 세계에 끼어들어서 그런거야?

나 이 근처에 있는 고양이 카페 갈건데 같이 가자!”

고양이 카페!”

, 순식간에 눈을 반짝이는 걸. 그렇지. 이치마츠형이라면 안간다고 못하지.

? 근데 오소마츠형의 얼굴의 힐끔힐끔 쳐다본다. 뭐야? 오소마츠형이랑 같이 있는게 더 좋다는 거야?

그럼 할 수 없지. 침을 꿀꺽 삼킨 후, 이치마츠형에게 결정타를 날렸다.

거기에 스코티쉬 폴드도 있대!”
“…!!!!
당장 가자!”
!!! 그럼 오소마츠형, 카라마츠형. 우린 고양이 카페 갈 테니까! 둘이 알아서 시간 떼워~”

뭐어? 기왕 같이 온 거 같이 가?”

안돼!!!”
? !!”

오소마츠형은 오두방정이라서 고양이들이 싫어해!!!”

하아!!!!!! , 토도마츠!!!!!!”
오소마츠형의 부름을 씹어주고 이치마츠형의 팔짱을 끼고 발걸음을 재빨리 옮겼다.

이치마츠형은 이미 머릿속에 고양이로 가득한지 오소마츠형에게 손을 흔들고는 내게 맞추어 발을 옮겼다.

, 대성공!!

고양이 카페 한 가운데서 캬라멜 마끼아또를 마시며 승리의 미소를 지었다.

이걸로 카라마츠형과 오소마츠형은 둘 뿐!!

바로 집으로 돌아간다고 해도 전철 타야 되니까, 일정 시간은 같이 있는 거지!!!

훗훗훗…”
토도마츠, 얼굴 무서워.”

 

 

다녀왔습니다~”

다녀왔습니다.”
이치마츠형과 고양이카페에서 3시간이나 놀다가 집에 들어오니 쵸로마츠형이 우리를 반겨주었다.

? 카라마츠형은?”
아직 안들어왔어.”
오소마츠형도?”
.”
이예쓰!!!!! 역시 내 계획은 완벽해!!!

실실 웃으며 마루로 올라가니 쵸로마츠형이 뭐 좋은 일있어?’라고 물어와서 그냥~’이라고 대답한 후, 거실로 들어갔다.

두 사람이 집에 돌아온 건 저녁 9. 우리 모두 저녁을 먹고 목욕탕으로 갈 준비를 마쳤을 때였다.

, 어서와. 우리 이제부터 목욕갈건데.”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는 두 사람에게 쵸로마츠형이 묻자 오소마츠형이 웃으며 말했다.

, 우린 됐어~”

집에서 씻을거야?”

~ 그러지 뭐.”
오소마츠형의 말에 쵸로마츠형이 알았다고 대답한 후, 먼저 현관을 나섰다.

쵸로마츠형을 따라 이치마츠형, 쥬시마츠형이 나가고 나도 나가려고 카라마츠형을 지나친 순간, 카라마츠형이 내 어깨를 가볍게 치고 웃으며 말했다.

오늘은 고맙다. 토도마츠.”
크으으~~ 정말~ 뭐냐고 그 행복하다는 얼굴은!!!!

그랭. 다음에 맛있는거 사줘?”

오우! 물론이다.”
씩씩한 카라마츠형의 대답에 미소로 답해준 뒤, 현관을 나섰다.

저렇게 행복한 얼굴이라니 뭐야! 나까지 행복해지잖아!

나는 기분 좋게 스킵으로 먼저 앞서가고 있는 형제들을 따라잡았다.

 

 

 

저기, 이건 어떻게 해야 하는 상황?

지금 나를 제외한 다른 형제들은 모두 집을 나갔다.

오늘 여자애들과 만날 약속이 있어 실컷 멋 부리고 집을 나섰지만, 지갑을 놓고 온 걸 알아채고 다시 집으로 돌아와 2층으로 올라왔는데.

? 지금 이거 어떻게 해야 하는 상황?

귀를 파고 들어봐도 저 신음소리는 카라마츠형인데요?!?!?!?!

그리고 간간히 들려오는 저 섹쉬~~한 목소리는 오소마츠형인데요?!?!?!?

오소마츠형 저런 섹시한 목소리도 낼 수 있었어???

카라마츠형 그렇게 소리 죽여가며 허덕일 수 있었어?????

저기, 나 지갑 가져가야 하는데???

이거 지금 문 열면 절대로 한창 하는 도중의 두 사람과 조우야??

에엑?!?!?!?

어제가 첫 데이트 아니였어?????

대체 언제 이렇게 진도가 나갔어????

아니, 그 전에 오소마츠형, 남자 가능했어??????

패닉이다. 어떡하지? 약속시간은 다가오는데.

지갑은 맨 위 두 형이 는실난실 뒹굴고 있는 방 안에 있다.

아아, 신이여신이여

눈 딱 감고 문 열고 들어가?

이야~ 수고하시는 와중에 죄송합니다! 지갑 좀 가지고 가겠습니다!!” 이러고?

아니, 가능할 리 없잖아!!!! 난 오소마츠형 같은 철면피가 아니라고!!!!

어쩌지? 어떻게해야해?

그 와중에 점점 농도가 짙어지는 저 신음소리도 어째??!?!?!

일단 내려가자. 여기서 저 소리를 계속 듣고 있는 건 변태야.

 

평일 낮이라 별로 재미있는 프로도 없는 티비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다가 시계를 봤다.

30분 경과. 그런데

윗층에서 이젠 쿵쿵 거리는 소리까지 들려오는데요?

, 울고 싶다.

대체 얼마나 해대는 거야!? 저 쓰레기 둘은!!!!!!

약속시간 지났고!!! 여자애들한테 라인 엄청 오고 있고!!!!

나갈까? 그냥 지갑 없이 나가?

근데 그럼 여자애들 눈총이 엄청 따가울텐데.

아츠시군 불러?

아츠시군한테 사정을 말하고 돈 좀 빌려달라 할까?
그래!! 그러자!!

그럼 일단 아츠시군한테 라인 보내고!!!

난 나가면 되는거지?

근데 잠깐? 내가 나간 사이에 누가 돌아오면 어쩌지?

거기다 이치마츠형이 돌아오면수라장이잖아!!!!

결국 나는 눈물을 머금고 다시 거실에 앉았다.

아츠시군한테 여자애들하고 만날 장소 보내고 부탁해라고 보냈다.

부탁해라고 보내는 내 손이 부들부들 떨린 건 잊어버리자.

저 두 쓰레기를 어떻게 쳐죽일지만 생각하자.

 

그 후, 또다시 30분 경과. 이제야 겨우 잠잠해졌다.

굳은 얼굴로 TV를 끄고 일부러 쾅쾅 거리며 계단을 올라갔다.

방 문 앞에 서서 심호흡, 심호흡.

오소마츠형!!! 카라마츠형!!! 나 들어간다!!!!!”

하고 방문을 여니 이미 옷을 다 입은 카라마츠형과 주섬주섬 파카를 입고 있는 오소마츠형이 보였다.

창문 열어!!!!!!!”
알싸하게 방 안에 퍼져있는 그 특유의 냄새에 경악해 외치자 카라마츠형이 헐레벌떡 일어나 창문을 열었다.

진정해~ 톳티~”

파카를 다 입은 오소마츠형이 나를 향해 장난스럽게 말했다.

진정할 수 있겠냐!!

여자애들하고의 약속이 파토났다고!!

아츠시군 좋을 일만 했다고!!!!

오늘 약속에 내가 노리고 있는 애도 있었는데!!!!

~~~진짜!!!

러브호텔 가라고!!!!!! 집에서 이러지 말고!!!!!!”

아니, 돈이 없어서~”

경마에서 땄다며?! 영화 본 거 엊그제인데요?!?!?!?”

어제 파칭코에서 다 날렸어~”
자랑이다!!!!!!!”
화를 내며 외치자 오소마츠형이 진정해~’라며 씩 웃었다.

~ 진짜!!!

, 토도마츠 미안하다.”
사과마냥 새빨개진 얼굴로 카라마츠형이 말했다.

아니, 그렇게 페로몬 풀풀 풍기면서 말해도 설득력 없어.

대체! 언제부터! 이런 사이인거? 엊그제부터지?”

? 아닌데?”
?”
고개를 갸웃하며 말하는 오소마츠형의 대답에 순간 멘탈이 날라갔다.

? 엊그제부터가 아냐?

그 전부터야? 그럼 뭐야? 카라마츠형이 오소마츠형을 좋아하고 오소마츠형도 카라마츠형을 좋아하고 있었어?

내가 눈치채기 전부터??
언제부터? 언제부터야 대체?!”
…..4개월?”

거짓말.”
내 생각보다 훨씬 전 이라는 부분에서 충격을 먹어 난 그대로 털썩 주저앉았다.

에에에에에? 하지만 오소마츠형 전혀 드러나지 않았는데?”
어이어이, 톳티. 나는 카리스마 레전드 장남이라고? 그 정도야 당연히 숨기지. 오히려 이녀석이 너무 못 숨긴거야?”
오소마츠형이 카라마츠형을 가리키며 말했다.

결국 난 뻘짓한거?

몰아치는 허무함에 크게 한숨 쉬었다.

그럼 이치마츠형은?”

?”

얼굴을 찡그리며 묻자 오소마츠형이 되물었다.

이치마츠형은 둘이 그런 사이라는 거 알아?”
아니, 모를껄?”

시원하게 대답하는 오소마츠형을 빤히 바라보았다.

, 이거. 이 인간 이치마츠형이 자기를 좋아하고 있다는 거 알고 있고만.

어쩔꺼야. 이치마츠형.”

뭐를~”

뭐냐니, 이치마츠형은 오소마츠형을 조, !!”

말을 끝내기도 전에 오소마츠형이 웃는 얼굴로 내 입을 막았다.

뭐야, 그 얼굴!! 엄청 무서운데요!!!

~ 무슨 소릴까나~ 톳티?!”

무언의 경고에 눈물이 살짝 났다. 고개를 끄덕이자 오소마츠형이 내 입을 막고 있던 손을 떼었다.

“? 이치마츠가 어쨌다는 거지? 토도마츠.”
카라마츠형만이 우리의 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었다.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오소마츠형의 눈빛에 가볍게 말했다.

뭐야, 왜 카라마츠형한테 말하면 안되는데.

오소마츠형을 노려보자 내 눈빛을 눈치챈 오소마츠형이 빙긋 웃었다.

카라마츠으~ 나 목마른데 물 좀 갔다줘~~”

그 정도는 오소마츠가 알아서 가져올 수 있지 않나?”
...~”

눈을 빠르게 깜빡이며 애교를 부리는 오소마츠형의 모습에 토할 뻔 했다.

뭐야, 이 형 미쳤나 봐.

오소마츠형의 부탁에 카라마츠형이 한숨 쉰 후, 계단을 내려가 부엌으로 향했다.

톳티~”

뭐야.”
이치마츠에 대한 건 카라마츠한테 말하면 안된다~”

.”
그야, 안 그래도 둘 사이가 안 좋은데, 더 안 좋아지잖아.”

절대로 오소마츠형이 이치마츠형한테 사랑받고 있는 지금 상황을 더 즐기려는 이기적인 이유로 말하지 말라고 할 줄 알았다.

예상과 달리 동생들을 생각해 말하지 말라고 하는 오소마츠형의 모습에 조금 두근거렸다.

? 아니, 두근거리면 안 돼지!!!

나는 카라마츠형이 좋다고? 물론! 형제로서!!!

나를 향해 빙긋 웃는 오소마츠형에게 알겠다.’고 대답하자 오소마츠형이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어이, 오늘 스타일링까지 했다고. 머리 만지면 다 흐트러지잖아.

하지만뭐 상관없나. 약속 파토 났고. 오소마츠형의 쓰다듬은 기분 좋고.

그렇게 말 없이 오소마츠형의 쓰다듬을 받고 있으니, 어느새 물을 들고 카라마츠형이 올라왔다.

, 카라마츠형.”
카라마츠형을 올려다보니 카라마츠형이 또 울상인 얼굴이 되어 있었다.

? ? 지금 이 상황에서 울상이 될 이유가 어디 있어??

! 쓰다듬는 건 나에게만 해 줘!! 오소마츠형!!”

에엑!!!!”

아니, 대체 얼마나 독점욕 강한거야?!?!? 저 바보형??

그런 애인사이에서나 할 법한 애인 사이이긴 하지만- 말을 동생이 있는 앞에서 하지 말아줘?!!

울며 달려든 카라마츠형을 품에 안고 부드럽게 웃으며 카라마츠형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는 오소마츠형의 모습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말없이 문을 닫고 방을 나서는 것 뿐이었다.

 

젠장! 나도 여친 만들거니까!!

행복해라 망할 호모 형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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