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스큐(구조원) 오소마츠와 농구 카라마츠 이야기입니다.
*어둡습니다.
*죽음 네타 있습니다.
*달달한게 쓰고 싶었는데, 어느새 이렇게 어두운 암흑이 소환되었습니다.
*한없이 어둡지만 해피엔딩.
*많이 부족한 글이지만 재미있게 읽어주면 감사하겠습니다.
‘덜그럭’
도자기와 젓가락이 부딪치며 맑은 울림이 퍼졌다. 젓가락을 놓친 카라마츠의 손이 재빨리 바닥에 있던 TV 리모컨을 주워들어 음량을 높였다.
TV에서 보도되고 있는 뉴스에서는 처참하다고 밖에 할 수 없는 폐허 속에서 바삐 움직이는 구조원들의 모습을 비추고 있었다.
높낮이가 없는 침착한 어조의 아나운서가 지진으로 무너진 건물에서 구조작업을 하던 구조원들이 추가로 무너진 건물 더미에 깔려
소식이 끊겼다는 경악스러운 소식을 전하고 있었다. 화면의 아래에 지나가는 자막은 소식이 끊긴 구조원들이 이름과 나이가 적혀 있었다.
“마츠노 오소마츠(24)”
빠르게 화면을 지나가는 자막 가운데, 눈에 띄는 이름이 있었다.
마츠노 카라마츠의 단 하나뿐인 형의 이름이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진로를 정할 때, 갑자기 ‘구조원’이라고 대답한 오소마츠의 그리운 얼굴이 TV 화면에 비쳤다.
“나, 장남이고. 무슨 일이 있을 때, 너희를 지켜야 하잖아~.”
장난스럽게 웃으며 코 밑을 문지르는 오소마츠를 향해 카라마츠는 환히 웃으며 ‘오오, 그것 멋지군. 형님!’이라고 말했다.
지금 카라마츠는 과거의 자신을 맹렬하게 비난하고 있었다. 말려야 했다.
이런 일이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을 어렸던 자신을 알지 못했다.
이미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얼굴로 카라마츠는 바닥을 더듬었다.
여전히 시선은 TV 화면에 고정한 채, 발치에 놓여져 있던 스마트폰을 들어 단축번호 1번에 저장되어 있는 오소마츠에게 전화를 걸었다.
통화 연결음이 울리는 동안 카라마츠는 처음으로 신에게 빌었다.
‘제발, 제발, 제발 받아! 오소마츠!!’
빌고 빌었지만 통화 연결음은 속절없이 이어지다가 이내 끊겼다.
통화가 불가능하다는 여성의 목소리에 결국 카라마츠의 눈가에 맺혀있던 눈물이 떨어졌다.
떨리는 손으로 단축번호 0번을 눌렀다. ‘집’이라고 표시된 화면을 보며 카라마츠가 스마트폰을 귓가로 가져갔다.
여러 번의 통화 연결음 끝에 다급한 동생의 목소리가 들렸다.
“오소마츠형이야?!!!”
큰 소리로 외치는 쵸로마츠의 목소리에 카라마츠가 다시 절망했다.
간신히 참고 있던 울음이 터져 전화를 걸어놓은 채, 몸을 둥글게 말고 울었다.
바닥에 놓여진 전화 저편에서 우는 소리를 듣고 있던 쵸로마츠가 슬픈 목소리로 말했다.
“…카라마츠, 울지 말고 일단 전화 끊을게. 오소마츠형한테 전화 올지도 모르고. 너도 집으로 와.”
쵸로마츠 쪽에서 먼저 전화가 끊긴 후에도 카라마츠는 쉽사리 일어날 수 없었다. 빈 방에는 카라마츠의 꺽꺽대는 울음소리가 퍼졌다.
오소마츠가 그 어렵다던 필기시험을 통과하고 정식으로 구조원이 되었을 때, 카라마츠는 취미로 시작한 농구에 두각을 보여 산업팀에 스카우트되었다.
백수에 집 안에만 틀어박혀있던 글러먹은 장남과 차남이 동시에 정규직이 되어 집 안은 ‘만만세’를 외치며 거하게 파티를 열었다.
오소마츠는 훈련과 밤낮이 없는 직업 특성상, 먼저 집을 나와 기숙사로 들어갔다. 그 뒤를 따라 카라마츠도 집을 나왔다.
장남과 차남에게 자극을 받았는지, 남은 4명의 동생은 본가에서 머물며 아르바이트나 취직활동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곧 카라마츠가 산업팀에서 에이스 자리를 꿰차고 오소마츠가 베테랑 구조원이 되었을 무렵, 가장 걱정스러웠던 이치마츠까지 고양이 카페의 사원으로 취직하며 백수였던 여섯 쌍둥이는 모두 훌륭히 취직에 성공했다.
먼저 집을 나온 오소마츠와 카라마츠는 무슨 우연인지 직장이 가까웠고, 오소마츠의 기숙사도 카라마츠가 살고 있는 아파트의 근처에 위치해있었다.
자연스럽게 오소마츠가 비번인 날에는 카라마츠와 어울리며, 두 사람이 함께 있는 시간이 늘어났다.
두 사람의 시간이 늘어남과 동시에 카라마츠의 오소마츠를 향한 마음도 깊어졌다. 언제였는지 이제 기억도 나지 않지만, 카라마츠는 오소마츠에게 사랑을 하고 있었다.
항상 장남이라는 무게를 혼자서 짊어지고 꿋꿋이 앞서 걸어가며 육쌍둥이를 이끄는 우리의 리더, 오소마츠를 뒤따르며 카라마츠는 사랑을 느꼈다.
사랑스럽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형제 게다가 육쌍둥이, 어찌할 수도 없는 벽에 카라마츠는 조용히 자신의 사랑을 숨겼다.
학창시절 연극부에 있었던 것을 감사하며 필사적으로 연기한 보람이 있었는지 오소마츠는 카라마츠의 마음을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그것으로 좋다. 카라마츠는 생각했다. 이대로 오소마츠의 곁에 있어주는 든든한 동생이 되자고. 그렇게 생각했다.
얼마나 울었을까. 정신을 잃을 정도로 울어버린 카라마츠가 재빨리 고개를 들어 시계를 확인했다.
아침식사를 하고 있던 시간은 아침 8시. 지금은 오후 1시.
사색이 된 얼굴로 카라마츠가 제대로 옷도 갈아입지 않은 채, 파자마 차림으로 집을 나섰다.
TV도 켜져 있는 상태로 밥상엔 미처 먹지 못한 아침밥이 그대로 놓여져 있었고, 문을 잠그는 것도 잊었지만 그런 것은 아무래도 좋았다.
빨리 집으로 가자! 그 생각만이 머릿속에 가득했다.
카라마츠는 큰길가로 전속력으로 뛰어 무모하게 도로를 달리는 택시 앞으로 뛰어들었다.
“빠앙!!!” 소리를 내며 카라마츠 앞에 아슬아슬하게 멈춘 택시에서 운전자가 나와 욕을 퍼부었지만 카라마츠는 택시에 타며 본가의 주소를 외쳤다.
황당해하며 카라마츠를 바라보던 운전자가 카라마츠의 얼굴을 보더니 이내 말없이 운전대를 잡았다.
***
“카라마츠!”
집에 뛰어들 듯 들어가자 현관에 놓인 전화기 앞에 있던 쵸로마츠가 카라마츠를 반겼다.
쵸로마츠 답지 않게 눈물을 글썽이는 그 모습에 카라마츠의 다리가 풀렸다.
‘아직도 전화가 오지 않은 건가.’
절망하며 “젠장!!!”하고 외치며 카라마츠가 바닥을 주먹으로 내리쳤다.
둔탁한 소리와 함께 아픔이 손에서 팔을 타고 올라왔지만 이런 신체적 아픔 따위, 지금 카라마츠의 마음의 아픔에 비할 것이 아니었다.
“카라마츠.”
쵸로마츠가 울먹이는 목소리로 카라마츠를 불렀다. 카라마츠가 고개를 들자 쵸로마츠가 카라마츠와 같이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었다.
“카라마츠형. 오소마츠형은 돌아오겠지…?”
‘형’이라고 카라마츠를 부르며 불안에 떠는 쵸로마츠를 카라마츠가 꽉 안았다.
쵸로마츠도, 카라마츠도 걸려오지 않는 전화에 두려워하며 절망에 침식되고 있었다.
‘형’으로서 ‘동생’인 쵸로마츠를 안은 채, 토닥이며 카라마츠가 침착한 목소리로 물었다.
자신은 충분히 차분히 물었을 터였지만, 카라마츠의 목소리는 심하게 떨리고 있었다.
“쵸로마츠, 다른 녀석들은?”
“아빠랑.. 엄마는 현장에, 토도마츠는 오늘, 출, 근했고, 이치마츠랑, 쥬시마츠는… 혹시 모른다고… 병원에서 대기하고 있어.”
“너는 전화를 맡은건가.”
“그 망할 장남. 분명히, 집, 으로 전화 줄, 거라고 생각해서.”
훌쩍거리며 말을 마친 쵸로마츠가 여전히 울리지 않는 전화를 힐끗 바라보더니 카라마츠의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얇은 파자마가 눈물로 젖어드는 것을 느끼며 카라마츠가 입술을 깨물었다.
가슴이, 마음이 찢어지는 듯한 아픔에 제대로 사고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형’ 실격이지만, 지금 자신의 품에서 울고 있는 쵸로마츠마저 제대로 인식할 수 없었다.
오소마츠라면 능숙하게 달래며 안심시켰을 텐데…
무의식적으로 떠올린 ‘오소마츠’라는 이름에 카라마츠가 울컥했다.
‘아아, 하나님. 제발.’
눈물을 흘리며 카라마츠가 빌었다. 다시 오소마츠를 되돌려준다면 무엇이든 할 테니.
다시 오소마츠를 자신의 곁으로 보내주길.. 간절히 빌고 또 빌었다.
하지만 여전히 전화기는 울리지 않았고 어느새 해가 산 너머로 고개를 숨기며 붉은 노을이 현관으로 들어왔다.
언제나 아름답게만 보이던 노을이 오늘은 핏빛의 불길한 색으로 보여 카라마츠는 두려웠다.
이대로 오소마츠를 잃어버리는게 아닐까 하는 불안에 숨이 제대로 쉬어지지 않았다.
붉디 붉은 노을을 담은 카라마츠의 시야에 3명의 인영이 들어왔다. 늘어진 소매는 축 쳐져 항상 활기차던 발걸음도 힘이 없었다.
슬리퍼를 찍찍 끌며 걸어오는 그림자는 울고 있는지 고개를 푹 숙이고 소매로 눈가를 훔치고 있었다.
비니를 눌러 쓴 인영은 제대로 걷는 것조차 불가능해 보였다. 천천히 집을 향해 다가오는 3개의 인영에 쵸로마츠와 카라마츠가 오열했다.
오소마츠가 없는 5명의 동생은 현관에서 서로 끌어안고 울리지 않는 전화기를 저주하며 오열했다.
육분의 일. 내가 너고 너가 나였던 육쌍둥이는 가장 중요했던 ‘머리’를 잃을 것 같은 불안함에 슬픔에 오열했다.
“카라마츠, 너도 좀 먹어.”
‘자’하며 쵸로마츠가 내민 식빵을 말없이 입에 문 카라마츠가 자신에게 기대어 잠든 토도마츠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5명이서 끌어안은 채, 오열을 거듭해 동생들은 기절했다. 아침, 카라마츠가 뉴스를 보고 울다가 울다가 기절했던 것처럼, 동생들은 잠들었다.
쵸로마츠와 함께 방 안으로 동생들은 옮겨 눕히고 겨우 숨을 돌린 참이었다.
카라마츠처럼 식빵을 입에 문 채, 리모컨을 집어드는 쵸로마츠의 손이 떨리고 있었다.
울대로 울어 말라버린 눈물은 나오지 않았지만, 붉게 충혈된 쵸로마츠의 눈이 너무나 아파 보였다.
떨리는 손에 이를 악물며 쵸로마츠가 두 손으로 리모컨을 붙잡고 전원을 켰다. TV가 켜지자마자 긴급 속보라는 자막이 뜨며 뉴스가 시작되었다.
‘현재 건물에 깔린 3명의 구조원들은 여전히 소식을 알 수 없습니다. 전문가의 말에 따르면 밀폐된 건물에 갇혀 있을 가능성이 높으며 산소가 희박함에 따른 의식불명 상태로 있을 것이라고 합니다.’
염려스러운 얼굴을 하며 속보를 읽어 내려가는 아나운서의 말에 쵸로마츠가 리모컨을 놓쳤다.
“뭐가, 우리가 위험할 때 지켜준다야! 망할 장남!!!!!”
울화가 섞인 비명과 같은 외침에 카라마츠가 고개를 숙였다.
그대로 바닥에 몸을 둥글게 말고 얼굴을 묻은 쵸로마츠에게서 신음소리와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숙인 카라마츠의 시야도 뿌옇게 변해 어느새 눈물이 떨어져 무릎을 베고 누워있는 토도마츠의 얼굴에 떨어졌다.
소매로 눈물을 훔친 카라마츠가 말없이 토도마츠의 얼굴에 떨어진 자신의 눈물을 닦았다.
방 안은 담담한 어조로 여전히 구조원의 소식이 없다는 아나운서의 목소리와 카라마츠와 쵸로마츠가 간간히 토해내는 울음소리가 가득했다.
***
“카라마츠~”
“어이~ 카라마츄~”
그리운 목소리에 카라마츠가 눈을 번쩍 떴다.
누워있는 자신을 내려다보며 웃는 오소마츠의 얼굴에 순식간에 울음이 터져 카라마츠가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며 외쳤다.
“오, 소마츠으!!!!”
“오, 우왓!”
오소마츠를 향해 몸을 날리자 오소마츠가 뒷걸음치며 카라마츠를 받아주었다.
상냥한 손길로 카라마츠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오소마츠가 부드럽게 말했다.
“정말 넌 울보라니깐… 이래서 동생들을 제대로 이끌 수 있겠어?”
“오, 소마츠으… 오소마츠으….”
“카라마츠, 울지 마. 자. 이제 뚝 하자?”
카라마츠의 눈물을 소매로 닦아주며 오소마츠가 천연덕스럽게 웃었다.
육쌍둥이를 이끄는 리더의 장난기 가득한 언제나의 웃음에 가슴이 아팠다.
말없이 오소마츠의 손길을 받아들인 카라마츠를 향해 오소마츠가 미소지었다.
“이제 네가 ‘형’이잖아.”
“엩….?”
부드러운 음성으로 영문 모를 소리를 하는 오소마츠를 카라마츠가 눈물 맺힌 눈으로 바라보았다.
빙긋이 웃는 오소마츠의 미소에 어딘가 이상함을 눈치챈 카라마츠가 오소마츠의 옷깃을 붙잡았다.
“그게, 대체, 무슨, 말인가. 오소마츠. 우리들의 형님은, 장남은 너라고?”
“응… 그런데, 그게… 너도 ‘형’이야? 제대로 동생들을 돌봐 줘야지.”
“오소마츠. 대체, 무슨 말하는 거야.”
“나, 이제 가봐야 하고.”
부드러운 음성과 달리 오소마츠는 자신에게 매달려있는 카라마츠를 천천히 떼어놓았다.
오소마츠의 몸이 떨어지자 카라마츠가 잡고있던 오소마츠의 옷깃을 더욱 힘주어 잡아 늘였다.
“시, 싫다! 무슨 말 하는지 나는 모르겠다! 형님!!”
“…카라마츠. 이거 놔 줘.”
처음 보는 오소마츠의 미소와 계속 안고 있던 불안이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는 감각에 카라마츠의 맥이 풀렸다.
오소마츠를 바라보는 카라마츠의 몸에서 힘이 빠져나갔다.
마치 절벽을 앞에 두고 모든 것을 체념한 채 떨어지는 것 만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과도 같았다.
힘이 풀린 카라마츠의 손을 쥐고 천천히 떨어뜨린 오소마츠가 카라마츠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동생들하고 부모님을 부탁해. 카라마츠. 너라면 믿을 수 있으니까.”
오소마츠의 음성에 카라마츠는 잡고 있던 오소마츠의 옷깃이 사라진 것에 눈치챘다.
고개를 들자 이미 오소마츠는 저 멀리에 사라져가고 있었다.
“싫어!! 오소마츠!!! 안 된다! 내 곁에서 떠나지 말아!!”
필사적으로 외치며 오소마츠의 뒤를 따라 뛰었지만, 저 멀리에서 사라져가는 오소마츠에게 가까워지지 않았다.
안 된다. 싫어. 싫어. 오소마츠.
항상 가까이서 바라보던 오소마츠의 등이 저 멀리에 있어. 싫어.
온 힘을 짜내어 뛰어보지만 오소마츠는 멀기만 했다.
싫어. 싫어. 싫어! 오소마츠가 곁에 없다니! 그런 것 싫어!!!!!!
“오소마츠!!!!! 사랑해!!! 제발, 제발 내 곁에 있어 줘!!!!!!!”
마지막 발악이라는 생각으로 카라마츠가 계속 마음 속 깊이에 묻어두었던 사랑을 외쳤다.
젖먹던 힘까지 짜내 외쳤지만, 이미 점처럼 보이는 오소마츠에겐 닿지 않은 것 같았다.
“오소마츠… 오소마츠… 오소마츠…”
절망이란게 이런 것일까. 제대로 숨조차 쉬지 못한 채, 목메어 우는 카라마츠가 생각했다.
이 한없이 밑으로 떨어지는 감각이 절망일까. 오소마츠가 없는 세상 따위 상상조차 해 본 적 없는데. 오소마츠가 없다니. 싫은데. 싫어. 싫어.
오소마츠의 이름만을 되뇌며 카라마츠가 고개를 숙이고 울었다.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가슴이 아팠다. 아파. 아파. 오소마츠. 아파.
먹먹해지는 가슴이 답답했다. 눈물을 흘려도 흘려도 후련해지지 않았다. 괴로워 죽을 것 같았다. 죽을 것 같아. 힘들어. 오소마츠.
“바보카라마츠.”
멈추지 않는 눈물에 뿌연 시야 가득히 오소마츠의 얼굴이 들어왔다.
주저앉은 카라마츠에게 시선을 맞추어 무릎을 굽히고 쭈그린 오소마츠가 웃었다.
“그런 말은 좀 더 일찍 하라고.”
기쁘게 웃어 보이는 오소마츠의 눈가에 맺혀있던 눈물 한 방울이 뺨을 타고 내려왔다.
반짝반짝 빛나는 그것이 마치 다이아몬드 같아 ‘아름답다’고 카라마츠가 생각했다.
“나, 너한테 고백 받은 이상 이대로 갈 수 없어졌잖아~. 너랑 야한 일도 못했는데.”
장난스럽게 웃는 오소마츠의 미소에 멈추지 않을 것 같았던 카라마츠의 눈물이 멈췄다. 오소마츠가 상냥히 웃으며 카라마츠의 눈가를 닦아주었다.
‘제대로 돌아갈 테니까.’
그 말을 마지막으로 카라마츠는 정신을 잃었다.
***
눈을 뜨자 익숙한 천장이 보였다. 이곳 저곳 아픈 몸을 일으키자, 텅 빈 2층 방에 카라마츠 혼자였다.
힘겹게 이불에서 나와 일어서자 ‘핑-‘하고 머리가 어지러웠다. 비틀거리다가 소파에 몸을 내던지듯 앉아 머리를 감싸쥐었다.
‘아까 오소마츠는 무엇이다? 꿈인가? 아니면 현실?’
어지러운 머리를 붙잡고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머리를 굴렸다. 지금이 현실인지 꿈인지도 알 수 없었다.
오소마츠의 일은 모두 꿈이었다? 그렇게 믿고 싶은 카라마츠가 얼굴을 구겼을 때, 요란한 소리를 내며 방 문이 열렸다.
힘껏 문을 연 이치마츠가 카라마츠를 향해 외쳤다.
“오소마츠형 구조됐어!!!”
이치마츠의 말에 어지럼증도 잊은 채 카라마츠가 소파에서 벌떡 일어섰다.
이치마츠의 눈가는 카라마츠와 마찬가지로 붉고 충혈되어 눈물이 맺혀 있었다.
“병원에 가자. 카라마츠형.”
이치마츠가 내민 손을 카라마츠가 잡자 이치마츠가 서둘러 계단을 내려갔다.
집 안은 조용했고, 카라마츠는 이치마츠의 손을 붙잡은 채 마을에서 가장 큰 대학병원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병원에 도착해 안내데스크에 호실을 묻고, 엘리베이터를 탔다.
‘606호’, ‘특별실’이라고 쓰여진 명패에는 ‘마츠노 오소마츠’라는 이름이 쓰여져 있었다.
오소마츠의 이름을 본 것만으로 눈물을 뚝뚝 흘리며 그 자리에 우뚝 서 버린 카라마츠의 등을 이치마츠가 망설이는 손길로 두드렸다.
둘이서 함께 병실의 문을 열자 4명의 같은 얼굴과 부모님의 얼굴이 두 사람을 반겼다.
어제 오열한 것이 거짓말인 것처럼, 가족 모두의 얼굴은 평안했다.
“카라마츠, 이제야 오는 거야.”
쵸로마츠가 웃는 얼굴로 말했다. 카라마츠가 한 발작, 한 발작 천천히 침대로 다가가자 침대를 둘러싸고 있던 동생들이 길을 내주었다.
침대에는 꿈처럼 평안한 얼굴의 오소마츠가 산소마스크를 한 채, 누워있었다.
오소마츠 머리맡에 수만은 기계들이 일정한 ‘삐’소리를 내며 오소마츠가 살아있다는 증거를 보여주고 있었다.
“잠깐 잠들어 있는 상태래. 곧 깨어날 거라고.”
쵸로마츠가 미소 띤 얼굴로 말했다. 왈칵 눈물이 쏟아져 카라마츠는 그대로 침대 곁에 주저앉았다.
‘아아, 하나님. 감사합니다.’
그저 그 말만을 반복하며 카라마츠는 울었다.
카라마츠가 붙잡고 있는 오소마츠의 손이 따뜻했다.
***
“카라마츠우~ 나 이제 괜찮대도?”
“안 된다. 형님. 아직 걷는 것은 안 된다고 닥터도 말했다고?”
“닥텈ㅋㅋㅋㅋㅋ. 아파파파, 갈비뼈! 갈비뼈가 부러졌다!”
“어째서?!!! 부러진 것은 다리라고!!”
옆구리를 붙잡으며 킬킬대는 오소마츠를 향해 카라마츠가 외쳤다.
이런 대화를 다시는 할 수 없을 줄 알았다. 킥킥대는 오소마츠를 보며 카라마츠가 눈물을 글썽였다.
“아~ 카라마츠~ 너 또 우는 거야?”
“아니, 안 운다. 형님이 이렇게 살아있는데 울 리가. KAMISAMA(하느님)가 내려준 미라클에 감사할 뿐이야.”
“바~보. 내가 살아있는 건 ‘기적’따위가
아니라고? 다 네 덕이잖아.”
“무슨 말을 하는 건가, 오소마츠?”
“네가 고백했잖아. 사랑한다고.”
“…엩..?!”
“나, 그 고백 듣고 돌아가야겠다고 생각했고. 너랑 야한 짓 하고 싶으니까.”
‘쪽’하는 소리를 내며 오소마츠가 몸을 숙여 카라마츠에게 키스했다.
키스라고 할 수도 없는 살짝 닿기만 하는 키스였지만, 카라마츠의 얼굴은 순식간에 붉어졌다.
“오, 오소마츠?!”
“헤헷, 그러니까 다 나으면 데이트하자~ 카라마츠.”
이를 드러내고 무방비하게 웃는 오소마츠의 볼이 석양에 비쳐 붉게 물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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