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러분 제가 미쳤나봐요.. 할 일이 산떠미인데 소설을 쓰고 앉아있....OTL
* 토고에게 납치되었던 기억을 트라우마로 가지고 있는 장남이야기 입니다.
* 오랜만에 평일에 올리는 단편입니다ㅎ 부족한 글이지만 재미있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1.
오늘도 용기를 내지 못하고 얼굴을 붉히고 나를 지나쳤을 샤이-한 카라마츠 걸-즈에게 귀여운 한숨을 흘리며 현관문을 열었다.
현관에 들어서자 적막한 집안에는 고요함이 가득했다. 분명 브라더-들 모두 외출에서 돌아오지 않은 것 같았다.
9월 중반을 넘어갔지만 한낮은 아직 여름과도 같았다.
2층에 올라 가죽 잠바를 갈아입을 심산으로 방 문을 열자, 태평한 얼굴로 바닥에 대자로 뻗어 낮잠을 자고 있는 붉은 후드가 보였다.
음냐-하고 입맛을 다시며 몸을 돌려 모로 누운 오소마츠를 보며 한량이 따로 없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일단은 육쌍둥이의 리더, 장남이건만 모범의 ’모’자도 보이지 않는 행태에는 진저리가 났다.
한심한 눈으로 한창 낮잠 중인 장남을 쳐다보며 옷장의 옷을 꺼내 갈아입었다.
육쌍둥이 맞춤인 푸른색의 후드를 입고 바닥에 누워 있는 오소마츠를 바라보았다.
누가 업어가도 모를 기세로 깊은 잠에 빠져있는 오소마츠의 머리칼을 열린 창문에서 들어오는 바람이 쓰다듬었다.
활짝 열린 창문으로 시원한 가을 바람이 들어와 방 안을 휩쓸었다. 시원스럽게 펄럭이는 하얀 커튼을 묶고 창문을 반만 닫았다.
이제 곧 해가 지면 날짜에 어울리는 쌀쌀한 기온이 될 것을 떠올리고 벽장에서 담요를 꺼냈다.
이대로 오소마츠를 방치한다면 분명 찬 바람에 감기 걸릴 테고, 그럼 동생들을 고생시킬 게 뻔했다.
감기에 걸린 오소마츠는 환자라는 자신의 입장을 110퍼센트 이용하여 동생들에게 어리광을 부려왔다.
펄럭이는 소리를 내며 담요가 오소마츠 위에 안착했다.
갑작스러운 소음이 거슬렸는지 오소마츠가 인상을 찌푸리고 “으음-” 하고 몸을 반대로 돌렸다.
담요도 덮어줬겠다 할 일을 끝낸 나는 그대로 1층으로 내려가려고 몸을 돌렸다.
“으- 아, 안 돼애…”
오소마츠의 목소리에 고개를 돌리니, 오소마츠는 잔뜩 미간을 찌푸리고 괴로워하고 있었다.
악몽이라도 꾸는 것일까 싶어 다가가자 오소마츠의 신음소리가 더 커졌다.
“아, 아저씨 잘못했어요…”
또륵- 오소마츠의 눈가에서 흘러나온 눈물 한 방울이 흰 베개를 적셨다.
어릴 적 어느 인물이 떠오른 순간 격렬한 분노가 일렁였다.
우리들 모르게 오소마츠를 상처입힌 그 자는 아직도 오소마츠의 안에 남아 오소마츠를 괴롭히고 있는 것인가.
그때의 나는 여러모로 너무나 어렸기에 오소마츠의 고통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안타까움에 조여오는 가슴을 안고 가까이 다가갔다. 오소마츠의 등 뒤에 누워 오소마츠를 껴안았다.
촉촉한 오소마츠의 눈가를 살며시 손가락으로 문질러 닦아준 후, 오소마츠의 어깨를 일정한 간격을 두고 토닥였다.
아기 때부터 기억에 남아있는 어머니의 토닥임을 최대한 재현하여 천천히 천천히 오소마츠를 안심시켰다.
효과가 있었는지 괴로워하며 찡그리고 있었던 오소마츠의 얼굴은 서서히 평온한 표정으로 풀려가고 숨소리도 안정되어 갔다.
완전히 오소마츠가 안정되었다고 판단이 들어 몸을 일으켜 잠든 오소마츠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조금 전 울었던 탓일까 오소마츠의 눈가가 붉었다. 오소마츠를 깨우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붉은 눈가를 쓰다듬었다.
할 수만 있다면 오소마츠의 꿈 속에 들어가 그 증오스러운 자를 해치우고 오소마츠를 지켜주고 싶다.
손을 올려 오소마츠의 머리를 두어번 쓰다듬은 후, 방을 나왔다.
2.
“오소마츠 형, 오늘 기분 좋아 보이네?”
토도마츠의 물음에 오소마츠가 젓가락을 입에 문 채 고개를 기울였다.
“그래?”하고 의아한 목소리로 묻는 오소마츠를 향해 토도마츠와 쵸로마츠가 고개를 끄덕였다.
“뭐 좋은 일이라도 있었어?” 하고 토도마츠의 말을 이어 묻는 쵸로마츠의 말에 으음-하고 팔짱을 끼고 눈썹을 찌푸리며 생각에 잠긴 오소마츠가 5초도 지나지 않아 활짝 웃으며 대답했다.
“오늘 낮잠을 굉장히 기분 좋게 자서!”
““낮잠?””
오소마츠의 말을 따라 되묻는 두 사람에게 “응!”하고 밝게 대답한 오소마츠가 다시 식사에 집중했다.
분명 낮에 잠을 자고 있던 오소마츠는 악몽을 꾸고 있었다. 그것도 그 자의 악몽을.
그런데도 기분 좋게 잤다는 것은 조금은 내 덕분일까.
홀로 생각하며 괜히 가슴 가득 차오르는 뿌듯함에 웃자 옆에 앉아있던 이치마츠에게 한 소리 듣고 말았다.
어제와 같은 시간, 같은 장소. 오소마츠는 오늘도 낮잠을 자고 있었다.
우리 형제들이 모두 외출을 하고 홀로 집에 남게 되면 항상 낮잠을 자는 것일까.
오늘도 창문을 활짝 열어 놓은 채, 배까지 내놓고 자고 있는 맏형의 모습에 혀를 차며 담요를 꺼냈다.
오소마츠의 어깨까지 담요로 덮어주고 얼굴을 살피니 오늘도 악몽을 꾸는지 미간이 한껏 찌푸려져 있었다.
어제처럼 하면 될까 싶어 오소마츠의 등 뒤에 누워 어깨를 토닥여 주었다. 이내 오소마츠의 숨소리가 편안해졌다.
살짝 몸을 일으켜 오소마츠의 얼굴을 확인하니, 얼굴에 작은 미소가 피어있었다.
만족스럽게 웃으며 다시 눕자 눈 앞에 놓인 오소마츠의 뒤통수에서 나와 같은 샴푸 냄새가 코를 간질였다.
충동에 몸을 맡긴 채, 그대로 오소마츠의 머리칼에 코를 묻고 숨을 들이마셨다.
은은한 플로럴계의 샴푸향과 함께 미묘하게 나와 다른 냄새가 내 안의 중심을 자극했다.
오소마츠의 체취에 작게 한숨을 내쉬고 오소마츠의 어깨에 걸치고 있던 손을 아래로 내려 오소마츠의 허리를 감쌌다.
항상 육쌍둥이의 리더로 앞장서서 걸었던, 어릴적 동경했던 나의 단 하나뿐인 형의 의외로 얇은 허리에 조금 놀라면서 더욱 강하게 끌어안았다.
가슴에 닿은 오소마츠의 등의 온기가 온 몸에 퍼지는 것 같았다. 마치 작은 동물을 안고 있을 때와 같은 사랑스러움이 전신에 퍼져 한없이 행복해졌다.
절로 입꼬리가 올라가 편안하게 눈을 감고 달콤하게 온 몸으로 퍼져가는 오소마츠의 온기를 만끽했다.
3.
오소마츠를 제외한 우리 형재들이 감기에 걸렸을 때, 우리의 지갑을 멋대로 들고 나간 오소마츠를 응징하기 위해 이치마츠가 오소마츠에게 키스했다.
이정도 키스는 우리 형제들에겐 일상적인 것이었고, 모두 별 일 아니라며 넘기는 일이었다.
하지만, 이치마츠의 입술이 오소마츠에게 닿은 순간 마음 속 깊은 곳에서부터 끓어오른 열기가 몸을 덮쳤다.
그 입술도, 이치마츠가 팔을 감고 있는 목도, 오소마츠의 온기도, 그리고 그의 세포 하나하나까지 전부 내 것인데.
열기와 함께 머리 속을 가득 채우는 생각에 놀라 소스라쳤다.
이치마츠에게 일순간이라고는 하나 살의를 품은 것에 당황하며 다시 이불에 누운 순간, 옆에서 느껴지는 달콤한 온기와 향에 고개를 돌렸다.
이치마츠의 키스로 감기에 걸린 오소마츠가 평소보다 발그레 붉어진 얼굴로 내 옆에 누웠다.
껴안고 싶다고 생각했다.
껴안고 방금 전 이치마츠에게 키스 당한 입술을 내 입술로 덮어버리고 싶었다.
시끄럽게 나를 충동질하는 내 욕망을 억누르고 오소마츠를 바라보고 있자, 어느 순간 오소마츠가 눈이 맞았다.
“응-?”하고 웃는 오소마츠의 모습에 내 안의 검은 욕망이 일렁이며 한층 더 사납게 나를 부추겼다.
저 온기는 나의 것이다.
두 사람의 좁은 간격에서 전해져 오는 오소마츠의 체온에 욕망을 달래며 눈을 감았다.
나는 대체 언제부터 오소마츠를 이렇게 사랑해버리고만 것일까…
내가 비로소 오소마츠를 향한 내 마음을 깨달은 뒤, 나는 의식적으로 오소마츠를 피했다.
오소마츠와 둘만 남게 된다면 오소마츠에게 무슨 짓을 할지 나 자신도 장담할 수 없었다.
오소마츠의 몸짓, 목소리, 얼굴 표정 하나하나, 그 모든 것이 너무나 사랑스럽게 보였다.
오소마츠를 향한 내 연정은 유리잔 가득 차 있는 물과 같았다.
이미 잔의 끝을 넘어 작은 파문 만으로도 얼마든지 잔에서 흘러 넘칠 수 있는 상태였다. 그렇기에 섣불리 오소마츠에게 다가갈 수 없었다.
오전부터 흐리던 하늘이 결국 대지에 눈물을 쏟아냈다.
항상 가던 다리에서 걸-들을 기다리고 있다가 한 방울씩 떨어지는 빗방울을 피해 집으로 돌아왔다.
정적이 감도는 집안에 당연히 아무도 없겠지 생각하며 2층 방 문을 연 순간, 바닥에 누워 자고 있는 오소마츠가 눈에 들어왔다.
또다시 활짝 창문을 열고 담요도 덮지 않은 채 자신의 팔을 베개 삼아 새근새근 꿈나라로 떠난 오소마츠의 얼굴에 서서히 그늘이 드리웠다.
비가 방 안으로 들어올 것을 염려해 창문을 닫고 담요를 꺼내 오소마츠에게 덮어주었다.
잠든 오소마츠의 얼굴을 계속 바라보고 싶었지만, 흔들거리며 잔에서 넘치려 하는 내 욕망을 깨닫고 서둘러 방을 나서려 몸을 돌렸다.
“시, 시러어- 용서, 해 주세요… 아저씨”
오소마츠의 떨리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또 ‘그’의 꿈을 꾸는 건지 아예 몸까지 떨며 오소마츠가 꿈 속의 인물에게 빌었다.
몰려오는 안쓰러움과 슬픔에 아슬아슬하게 잔에 담겨있던 욕망이 흘러 넘치고 추악한 독점욕이 눈을 떴다.
말 없이 오소마츠에게 다가가 오소마츠의 등 뒤에 누워 오소마츠의 허리에 팔을 감았다.
강하게 허리를 끌어당겨 나와 밀착시키자, 두 겹의 얇은 천을 뚫고 오소마츠의 온기가 내 욕망을 어루만졌다.
오소마츠에게 이렇게 비겁한 방식으로 밖에 닿을 수 없는 것에 죄책감이 고개를 들었다.
부디 오소마츠가 눈을 뜨지 않기를 바라며, 내 품에 가둔 오소마츠에게서 느껴지는 온기로 독점욕이라는 갈증을 달랬다.
4.
저녁식사를 하며 오소마츠가 고개를 갸웃했다.
내 맞은편이 앉은 토도마츠가 “왜 그래? 오소마츠 형.”하고 묻자 오소마츠가 작게 신음하며 우리들을 둘러 보았다.
“요즘 말이야… 낮잠 자면 엄청 편안하게 푹 자는데…”
망설이는 듯 조심조심 말을 꺼낸 오소마츠가 머리를 긁적였다.
“...이유가 뭘까나~~ 싶어서.”
잠시 머뭇거리더니 실실 웃으며 말하는 오소마츠를 향해 쵸로마츠가 성을 냈다.
자신은 열심히 일을 찾아 돌아다니는 와중에 한가롭게 낮잠이나 자고 있다는 둥, 낮잠 잘 시간에 일이나 찾으라는 둥, 항상 같은 레파토리인 쵸로마츠의 잔소리에 오소마츠가 인상을 찌푸리곤 “네- 네-”하고 건성으로 대답했다.
그런 둘의 모습을 나는 식사도 멈춘 채 마음을 졸이며 바라 보고만 있었다.
요 며칠, 여전히 오소마츠를 피하고 있던 나는 오소마츠가 낮잠을 잘 시간이 되면 집으로 돌아갔다.
2층 방 바닥에 누워 항상 악몽을 꾸며 얼굴을 찡그리고 신음하는 오소마츠를 달래주기 위한 그 순간이 내가 유일하게 오소마츠에게 닿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오소마츠의 등 뒤에 누워, 얇은 허리에 팔을 두르고, 온 몸으로 퍼지는 오소마츠의 온기와 체취를 느끼며 언제라도 흘러 넘칠 것 같이 위태롭게 흔들리는 내 욕망을 조금이나마 충족시켰다.
오소마츠를 품에 안고 오소마츠가 나만의 것이 될 수 없는 현실에 절망하고, 나를 동생으로만 보고 있는 오소마츠와 동생들에 대한 죄책감에 얼굴을 찌푸리면서도 전해져 오는 온기에 사랑스러움을 느꼈다.
오소마츠가 눈뜨지 않기를 바라면서도, 목마른 욕망을 단물처럼 축여주는 마약과 같은 이 시간을 포기할 수 없었던 나는 이미 며칠째 오소마츠의 낮잠을 이용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오소마츠의 발언에 가슴을 졸이고 두려워할 수 밖에 없었다.
혹시나, 오소마츠가 눈치채고 나는 경멸 한다면… 아마 나는 더 이상 살아가지 못할 것이다.
조금씩 이상함을 느끼지 시작한 오소마츠의 태도에, 그 달콤한 시간도 막을 내려야 할 때가 다가왔음을 직감하고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정말로 질리지도 않는다.
바닥에 누워 사람 맘도 모르고 태평하게 배나 긁으며 잠들어 있는 오소마츠를 보며 중얼거렸다.
대체 무슨 생각인걸까, 나는!!!
무의식으로 오소마츠의 곁에 가 누운 자신울 향해 맹렬하게 태클을 걸었다.
이제슬슬 위험하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오소마츠의 등 뒤에 누워 팔을 두르는 자기 자신을 향해 혀를 찼다.
찌푸리고 있던 눈썹이 옷 너머로 흘러오는 오소마츠의 온기에 맥없이 풀렸다.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몇번이고 다짐하며 눈을 감고 오소마츠의 온기를 온 몸에 둘렀다.
"으음-"
눈썹을 찌푸리고 한숨을 흘린 오소마츠가 몸을 들썩였다.
벌써 일어나려는 것일까.
아쉬움이 묻어 나오는 표정을 감추고, 오소마츠의 허리에 감은 팔에 힘을 뺀 순간, 오소마츠가 몸을 돌렸다.
"읏?!!!"
내 쪽으로 몸을 돌리고 두 손을 가지런히 입가에 모아 새근새근 평온하게 잠들어 있는 오소마츠의 모습에 숨을 삼켰다.
오소마츠는 고른 숨소리를 내쉬며 편안한 표정으로 온기를 찾아 내게 더 가까이 다가왔다.
내 가슴에 깊숙이 얼굴을 묻고 행복한 듯 미소가 피어난 얼굴로 잠들어 있는 오소마츠를 보고 있는 것만으로 가슴이 두방망이질을 쳤다.
심장이 입 밖으로 나올 정도로 두근거림이 멈추지 않았다.
오소마츠에게까지 들리지 않을까 초조하면서도 지금 이 순간이 영원했으면 좋겠다는 어리석은 소원을 품었다.
힘을 풀었던 팔은 어느새 빳빳하게 굳어 오소마츠의 몸 위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허공을 헤매고 있었다.
안고 싶다.
이대로 허리를 감아 끌어당겨 내 품에 영원히 가두어 놓고 싶다.
오소마츠의 온기를 내 것으로 하고 싶다.
엉망진창이 되어서 서로 녹아 하나가 되고 싶다.
마른침을 삼키며, 이미 유리잔에서 흘러 넘친 욕망이 시야를 왜곡했다.
손끝이 떨리며 이성의 stop 신호를 무시하고 서서히 오소마츠에게 다가갔다.
이 온기에 닿는 다면…
이대로 충동에 몸을 내맡긴 다면…
뜨거운 숨을 내쉬며, 앞으로 조금 더, 손을 뻗었다.
이미 이성은 그 힘을 잃고 사고의 한 구석에서 소외된 채, 모든 것을 포기하기 직전이었다.
“우-응.”
오소마츠가 작게 웅얼거리며 몸을 들썩였다.
전구를 켜듯 순식간에 제자리로 되돌아온 이성에 재빨리 손을 치웠다.
지금 자신이 무슨 일을 당할 뻔했는지 알지 못하는 오소마츠는 여전히 평온한 얼굴로 색색 숨소리를 내며 잠들어 있었다.
간신히 돌아온 이성에 내쉰 안도의 한숨도 떨리고 있었다.
조금씩 오소마츠가 깨지 않도록 조심해서 몸을 뒤로 빼내어 오소마츠에게서 멀리 떨어졌다.
몸을 일으키고 찬 바람이라도 쬐며 정신을 차려야겠다는 생각에 발을 옮긴 순간이었다.
“…!!”
뒤로 당겨진 옷자락에 놀라 고개를 돌리자, 아직 잠에 취해 게슴츠레 눈뜨고 있는 오소마츠가 나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쿵 하는 소리가 귀에서 울리며 심장이 내려앉았다.
제 할 일을 잊은 심장은 고요히 묵직하게 가슴을 누르고, 내뱉는 숨은 차갑게 식었다.
식은땀을 흘리며 가만히 오소마츠를 바라보고 있는 1 초가 1 시간과 같이 느껴졌다.
“…우음… 카라마츠우~?”
눈을 비비며 침묵을 깨고 오소마츠가 입을 열었다.
잠에 잠긴 목소리로 나를 부르는 오소마츠에게 나는 대답할 수 없었다.
들키고 말았다는 생각만이 머리 속을 지배하고 있었다. 오소마츠는 어떤 반응을 할까.
경멸할까?
진심으로 질린 얼굴로 나를 매도할까?
아니면 어이없다는 얼굴로 짜증을 낼까?
어느 쪽이든 내게는 사형선고와도 같았다. 눈 앞에 준비되어 있는 절망이라는 이름의 낭떠러지에 얕은 숨을 가쁘게 내쉬었다.
“카라마츄~, ―”
떨고 있는 내 옷자락을 단단히 붙잡은 채, 오소마츠가 입을 열었다.
5.
카리스마 레전드인 나에게도 부끄럽지만 약점은 있다. 나는 혼자 잠드는 것이 무섭다.
어릴 적 조금 안 좋은 기억이 아직도 남아있어 혼자 잠을 잔다면 백발백중 나는 ‘그’ 꿈을 꾸었다.
눈을 뜨고 나면 자는 동안 흘린 눈물로 베개는 축축하지, 눈은 뻑뻑하지, 게다가 부어 오른 눈 때문에 카리스마 레전드 얼굴이 말이 아니였다.
형제들과 함께 잘 때는 괜찮은데. 그래서 나는 절대로 혼자 자지 않는다.
“아… 젠장.”
만화를 보는 동안 무거운 눈꺼풀이 내려왔다.
서서히 흐려지는 시야와 멍한 뇌가 나를 잠의 세계로 끌어당겼다.
어제 경마장에서 만난 아저씨들과 새벽까지 마신 것이 화근이었다. 동생들도 모두 외출한 지금 잠든다면 또 꿈을 꿀 것이다.
억지로 인상을 찌푸리며 눈을 크게 떴지만 소용 없었다. 눈을 비비고, 진한 커피를 타서 마셔보았지만 모두 헛수고였다.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규칙적인 자신의 숨소리에 서서히 사고가 가라앉았다.
아, 젠장. 포기다.
이번은 정말로 할 수 없다고 생각하며 벽장에서 베개를 꺼냈다.
또 ‘그’ 꿈을 꾸는 것은 두렵지만, 지금은 잠이 우선이다.
베개에 머리를 베고 누운 순간, 무거운 눈꺼풀이 가라앉고 나는 무의식으로 빠져들었다.
‘아저씨, 잘못했어요. 싫어! 용서해주세요…’
아, 역시 또 이 꿈을 꾸고 만다. 토관에 갇힌 채, 어둠 속에서 열심히 부르짖고 용서를 구해도 빛이 내려오는 법은 없었다.
훌쩍이는 울음소리와 흙 냄새와 몰려오는 두려움에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덜덜 떨리는 몸을 가는 두 팔로 껴안고, 흐느끼고 있는 어린 나를 측은하게 바라보았다.
잠에서 깨고 나면 또, 내 눈은 벌겋게 충혈되어 있겠지. 작게 한숨을 쉬며 담담히 꿈의 흐름을 바라보고 있었다.
빛이 들어올 리 없는 어두운 토관. 어린 나에게 서서히 빛이 다가왔다.
따뜻하고 상냥한 빛에 감싸인 채, 나는 울음을 그치고 눈을 감았다.
부드럽게 나를 어루만지는 온기에 순식간에 꿈은 그 방향을 바꾸어 내가 떠올릴 수 있는 가장 행복한 기억을 비추었다.
어릴 적, 동생들과 함께 뛰어 놀았던 기억, 엄마에게 어리광을 부리던 기억,
학창 시절 친구들과 웃고 떠들던 기억,
그리고 지금 성인이 되어서도 한 지붕 아래 함께 살고 있는 모습이 꿈 속을 물들여갔다.
어느새 울고 있던 어린 나는 가족들과 친구들에게 둘러 싸여 진심으로 기쁜 얼굴로 웃고 있었다.
이미 저 멀리로 사라진 어둠은 완전히 사라지고 따스한 빛으로 가득 찬 꿈을 보며 겨우 안심하고 웃을 수 있었다.
눈을 뜨니 곁에 있던 온기는 이미 사라진 후였다. 활짝 열어놓았던 창문도 닫혀있고,
내가 덮고 있는 담요를 보아 누군가가 내 곁에 머물렀던 것은 확실했다.
그 온기 덕분에 평온한 꿈을 꿀 수 있었기에 솔직하게 감사 인사를 하고 싶었다.
저녁시간이 되어 한데 옹기종기 모여 식사를 하는 동생들을 한 번 쭉 훑어보았지만, 그 누구도 내 낮잠에 대해서 언급하지도, 어떤 기색을 보이지도 않았다.
마침내 토도마츠의 기분 좋아 보인다는 말에 스스로 낮잠을 잘 잤다고 대답했지만, 여전히 동생들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며 흥미를 보이지 않았다.
나는 어떻게든 내 곁에서 함께 있어주었던 온기의 주인을 찾고 싶었다.
그 녀석에게는 별거 아닌 일이었겠지만, 나에겐 혼자 잠들어서도 ‘그’ 꿈을 꾸지 않은 것은 제법 큰 일이었다.
다시 한 번, 낮잠을 자면 또 곁에 와 줄까 싶어 전날과 같은 시간에 같은 2층 방에서 잠을 잤다.
천성이 게으른 터라 점심 때가 되어서야 일어났는데도 베개를 베고 누운 순간, 몰려오는 피로에 눈을 감았다.
규칙적인 숨소리와 함께 의식이 저 멀리에서 서서히 형태를 갖추고 다가왔다. 정신을 차려보니 또 어린 나는 토관에 갇혀 울고 있었다.
오늘은 그 온기가 다가오지 않는 것일까. 씁쓸하게 웃으며 한숨을 내쉬고 꿈을 바라보았다.
그 온기가 이제 다시는 오지 않을 것 같은 불안에 몸을 웅크렸다.
웅크린 등에서부터 천천히 온기가 전신으로 퍼졌다.
사람의 체온은 이렇게나 따뜻했던가.
기쁘게 웃으며 온 몸을 감싸고, 밝은 빛으로 꿈을 감싸는 온기에 몸을 맡겼다.
대체 그 온기는 누구일까?
그 후로 매일 낮잠을 자고 있으면 온기가 다가와 나를 상냥하게 어루만져 주었다.
그 온기 덕분에 악몽을 꾸지 않게 되었다. 하지만 그 온기는 내가 잠에서 깨어나면 감쪽같이 사라져 있었다.
대체, 누구일까?
머리 속을 가득 채운 호기심에 몸이 간질거렸다.
생각을 거듭할수록 그 의문은 수수께끼 마냥 머리를 더 복잡하게 만들었다.
쵸로마츠? 낮잠을 자고 일어나면 항상 쵸로마츠를 제일 먼저 보곤 했다. 혹시나 쵸로마츠일까 싶어 떠봤지만, 낮잠 잘 시간에 일이나 찾으라는 전형적인 쵸로마츠 잔소리에 기분이 내려앉기만 했다.
그럼 이치마츠? 만약 이치마츠였다면 고양이 냄새가 났을 것이다. 고양이와 접촉하는 시간이 긴 이치마츠에게서는 항상 고양이 특유의 짐승 냄새가 희미하게 풍기곤 했다. 하지만 내 곁에 붙어있던 온기에서는 그런 냄새는 나지 않았다.
토도마츠나 쥬시마츠일까. 아니, 그 두 녀석은 매일 집을 나가 밤 늦게 들어왔다.
소거법으로 한 명 한 명 지우고 나니 카라마츠가 남았다.
카라마츠..일까?
그러고 보니 온기에서 희미하게 코롱 냄새가 났던 것을 기억해냈다.
우리 중 향수를 쓰는 것은 토도마츠와 카라마츠가 유일했다.
내 나름대로 추리를 했지만, 애초에 머리 쓰는 일은 익숙지 않은 나였다.
카라마츠라고 생각해도 아닐 가능성은 충분했다. 방 바닥에 멍하니 누워 추리를 거듭하다 보니, 일순 피로가 몸을 덮쳤다.
머리를 쓰는 것도 지치는 일이라는 것을 새삼 되새기며 눈을 감았다. 베개를 꺼내는 것도 귀찮다.
모로 누워 팔을 베개 삼아 베고, 오늘이야말로. 다짐하며 어제와 같은 시간에 눈을 감았다.
6.
아, 이 온기다. 등을 감싸 안은 온기에 기분 좋게 웃었다.
가슴 가득 달콤하게 퍼지는 행복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좀 더, 느끼고 싶다.
욕심이 머리를 들었다.
좀 더.
그렇게 생각하며 온기 쪽으로 몸을 돌렸다.
확연히 온기가 가까워진 탓인지, 어릴 적 엄마에게 안겼을 때와 같은 상냥한 온기가 나를 감싸 안았다.
아- 기분 좋아. 내가 지금 고양이였다면 분명 방 안 가득 울려 퍼질 정도로 골골 거리고 있을 것이다.
좀 더, 하고 바라고 마는 제멋대로인 나는 더 가까이 온기로 다가갔다.
만족감과 행복감을 만끽하고 있자,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온기가 서서히 멀어졌다.
따뜻하게 몸을 감싸는 온기가 멀어지자 시베리아 한복판에 놓인 것 마냥 몸이 떨리고 추웠다.
가지 마.
무의식적으로 멀어지는 온기를 향해 손을 뻗었다.
“…!!”
눈을 뜨고 올려다보니 놀란 얼굴의 카라마츠가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아, 역시 카라마츠였어-. 추리가 멋지게 들어맞은 것에 기쁘게 웃었다.
기쁘게 카라마츠를 불렀지만, 녀석은 곤란한 얼굴을 하며 짙은 눈썹을 잔뜩 찌푸리고 내게서 거리를 두고 있었다.
온기가 멀리 떨어지는 것이 안타까워 붙잡고 있는 카라마츠의 옷자락을 강하게 잡아 당겼다.
그러자 카라마츠가 놀랐는지 눈을 더 크게 뜨고 말 없이 나를 내려다 보았다.
“카라마츄~, 가지 말고 여기 있어.”
웃으며 조르자 잠시 침묵하고 있던 카라마츠가 얼떨떨해하는 얼굴로 고래를 끄덕였다.
옷자락을 잡고 있는 내가 끌어당기는 대로 순순히 내 곁으로 다가온 카라마츠가 내 옆에 앉았다.
“자, 누워, 누-워.”
뻣뻣하게 몸을 굳히고 앉아있는 카라마츠의 가슴을 바닥으로 밀며 말했다.
당황해 하면서도 얌전히 바닥에 눕는 카라마츠를 보며 만족스럽게 웃은 후, 카라마츠의 옆에 폭 누웠다.
“잘 자-“
인사를 건넨 후, 카라마츠의 가슴께에 얼굴을 묻었다.
숨을 들이마실 때마다 카라마츠의 은은한 코롱 냄새가 기분 좋게 나를 잠으로 유도했다.
내 곁에 있는 카라마츠의 온기가 사랑스러워 팔을 뻗어 카라마츠의 등에 둘렀다.
들썩들썩 몸을 움직여 온기에 더 가까이 다가가 눈을 감았다.
아, 기분 좋아-.
이 온기는 설사 동생들이라고 해도 양보할 수 없을 것 같다.
밀려오는 행복에 카라마츠의 가슴에 얼굴을 비비자, 카라마츠의 팔이 내 허리를 감싸 안고 끌어 당겼다.
온기에 더 밀착해 전신이 따뜻하게 감싸인 것이 기뻐 솔직하게 “에헤헤-“ 하고 웃으며 카라마츠의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여전히 당혹스러워하는 얼굴로 나를 내려다보고 있던 카라마츠와 눈이 마주쳐, 빙긋 웃어주니 카라마츠의 얼굴이 붉게 물들었다.
눈을 크게 뜨고 얼굴을 붉힌 채, 당황하는 동생의 모습이 너무나 귀여워서 피식 웃으며 카라마츠의 등에 두르고 있던 손으로 카라마츠의 등을 가볍게 두드렸다.
“자, 횽아랑 자자- 카라마츄~”
기분 좋게 중얼거리자, 나를 껴안고 있는 카라마츠의 팔이 더욱 강하게 나를 감쌌다.
“…형님.”
“으응~~?”
차분하게 낮은 목소리로 나를 부르는 동생을 올려다보자, 처음 보는 묘한 얼굴로 나를 보고 있는 카라마츠와 눈이 맞닿았다.
카라마츠는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입을 뻐끔거리더니 이내 쓰게 웃으며 작게 “좋은 꿈 꿔.” 하고 싱겁게 말했다.
고개를 끄덕인 후, 다시 카라마츠의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기분 좋게 몰려오는 졸음에 이미 반은 날아간 의식을 쫓아 꿈 속으로 들어갔다.
7.
기분 좋게 색색 거리며 잠든 오소마츠를 내려다보며 작게 신음했다.
대체! 이 사랑스러움은 대체!!!
오소마츠의 사랑스러움에 감격해 울 것 같았다.
편안한 얼굴로 스스로 내게 팔을 두르고 껴안은 채, 잠든 오소마츠가 너무나 귀엽고 사랑스럽게 보였다.
사랑은 콩깍지라는 것은 이도록 무시무시한 것이었나.
그 방약무인하고 난폭한 오소마츠가 이토록 사랑스럽게 보일 줄은.
사랑의 힘에 감탄하며 잠든 오소마츠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부드럽게 손가락 사이를 빠져나가는 오소마츠의 머리칼을 어루만지며 품 안 가득 내게 안겨 있는 오소마츠의 온기에 달콤하게 한숨을 내쉬었다.
고개를 살짝 내려 잠든 오소마츠의 이마에 입맞춘 뒤, 작게 속삭였다.
“좋아한다. 오소마츠.”
자기만족이라는 것은 알지만, 내 마음을 전하고 싶다는 욕망에 작게 말했다.
대답이 돌아올 리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숨소리만을 내뱉고 있는 오소마츠를 보며 허탈한 한숨이 나왔다.
이대로 평생 오소마츠를 품에 안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오소마츠를 품에 가둔 채, 눈을 감았을 때였다.
“…나도.”
작게 희미하게 들려오는 오소마츠의 목소리에 놀라 빤히 오소마츠를 내려다보았지만, 내 가슴에 얼굴을 묻은 오소마츠는 그 귀여운 얼굴을 보여주지 않았다.
다만 머리칼 사이로 힐끗 보이는 귀가 딸기마냥 붉은 것을 눈치챈 내 얼굴로 오소마츠를 따라 잔뜩 붉어졌다.
온기가 열기를 더해 방안을 후끈하게 데웠다. 뜨겁게 느껴지는 오소마츠의 체온을 강하게 껴안은 채, 몰려오는 행복함에
몸을 떨었다.
*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이제 저는 잔뜩 쌓여있는 일을 하러 가겠습니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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