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가 그렸던 그림에서 떠오른 이야기입니다.
* R-15 정도의 수위?
* 저는 진짜 야한 걸 못쓰네요... 감안하고 봐주세요ㅎ...
* 밑에 이야기에 나온 실험이 실제로 일본의 예능 프로에서 한 적이 있다네요...
* 카라마츠가 아픈 발언을 하지 않습니다.. (오소마츠 둘만 있으면 평범해지는 카라마츠)
* 부족한 글이지만 재미있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1.
무엇이 문제였을까. 지금 생각해봐도 도저히 알 수가 없다. 동생들이 모두 나가고 나와 카라마츠 둘만 남아있었던 것이 문제였을까?
아니면 그 녀석의 황당한 발언에 아무 생각 없이 동조한 내가 문제였을까? 아무리 짱구를 굴려봐도 지금 이 상황이 벌어진 이유를 찾을 수 없다.
2.
늦은 오후, 거실에는 나와 카라마츠 둘 뿐이었다. 쵸로마츠 이하 4명의 동생들은 모두 제각각 볼일이 있다며 점심식사 후, 집을 나섰고,
어제 파칭코에서 돈을 전부 날린 나는 집에 틀어박혀 만화책을 읽고 있었다.
바닥에 엎드려 만화를 읽고 있는 내 옆에는 카라마츠가 멍청한 얼굴로 TV를 보고 있었다.
“형님.”
“응~? 왜에~”
나를 부르는 카라마츠에게 건성으로 대답하며 페이지를 넘겼다. TV에서 흘러나오는 소리에 귀 기울이고 있던 카라마츠가 다시 나를 불렀다.
“키스해보지 않겠나?”
“응~….응?....응? 어? 뭐요?"
또 안쓰러운 발언이겠거니하고 대충 대답한 후에야 정신을 차린 내가 몸을 일으키고 카라마츠를 바라보았다.
지극히 평온한 얼굴로 나를 마주 보고 있는 카라마츠의 모습에 내가 잘못 들은게 아닐까 하는 착각까지 들었다.
아니, 카리스마 레전드인 내가 잘못 들었을 리 없지만!
“어, 저기, 카라마츠군~? 지금 뭐라고…”
“그러니까 나와 키스해보지 않겠나? 형님.”
“뭐야! 그 표정?! 지금 무슨 감정??? 그보다 할 리가 없지?!!!”
평온한 얼굴에 일말의 망설임도 드러내지 않고 말하는 사이코패스 동생에게 두려움을 느끼며 몸을 떨었다.
대체 뭐가 어떻게 되면 친형에게 그런 질문을 던지는 걸까 싶어 묻자, 카라마츠가 TV를 가리키며 말했다.
“저걸 시험해보고 싶어서.”
카라마츠가 가리키고 있는 방송에 시선을 고정하고 빤히 보았다. 쓸데없는 실험을 하기로 유명한 예능 프로그램.
오늘의 주제는 ‘키스를 하는 것만으로 사람은 사랑에 빠지는가?’ 라는 어이없는 주제인 것 같았다.
멍청한 내 동생은 저 방송을 보고 그대로 믿어 한번 해보고 싶다고 생각한 것 같았다.
“아니!! 저거 다 짜고 하는 거니까?! 방송을 그대로 믿으면 우째?! 그리고 저건 처음 만나는 남녀 두 사람!! 우리는 친형제!!!
서로 몸 어디에 점이 있는지 다 알고 있는 사이니까?!!”
아직도 멍청히 나를 보고 있는 동생에게 필사적으로 외쳤다.
“그리고! 만약 진짜로 키스만으로 사랑에 빠지면! 이 횽아, 지금 당장 나가서 지나가는 스타일 좋은 언니 붙잡고 키스하니까?!!
키스로 여친 만들꺼니까!! 절대 너랑은 안 하니까!!!”
씩씩 숨을 거칠게 내쉬며 목을 감쌌다. 버럭버럭 외친 덕분에 목이 따끔따끔하고 아파왔다.
화를 내며 일어서있던 것을 깨닫고 카라마츠의 맞은편에 앉았다.
조금 갈라진 목소리로 “알겠어?” 라고 타이르자 카라마츠가 여전히 모르겠단 얼굴로 말했다.
“그러니까 시험해 보자는 거다, 오소마츠. 만약 저게 효과가 있다면 여친 만들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오, 오우… 그건 그러네.”
카라마츠의 말에 손으로 턱을 짚고 말했다. 확실히 효과가 있는지 알고 싶다는 호기심은 있다. 있지만!! 동생하고 시험할 리 없지?!
“카라마츠..”
“무엇이다?”
방송과 현실의 차이를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는 가여운 동생을 부드럽게 불렀다.
“만약 시험해본다 쳐도, 진짜! 만약! 만~~~약에 너랑 내가 사랑에 빠지면 어쩌려고 그래?”
내 말에 그제야 평온을 유지하고 있던 얼굴을 지우고 카라마츠가 짙은 눈썹을 찌푸렸다.
“형제간에 사랑에 빠질 리 없잖아, 오소마츠.”
“무슨 해괴한 말을 하는 건가..” 라며 당연하단 얼굴로 말하는 동생을 패고 싶다는 충동을 간신히 억누르며 말했다.
“그래. 그러니까~ 이 횽아랑 저걸 시험해봐도 아~~무 의미 없지?”
“아니, 사랑에 빠지지는 않겠지만 어떤 심정의 변화가 일어날지는 궁금하다.”
“야이씨…”
전혀 말귀를 못 알아듣는 동생의 모습에 머리가 지끈거렸다. 이 녀석, 바본가? 아, 그래. 바보였다. 이 녀석, 나보다 바보였어…
더 이상의 설득은 의미가 없다는 것을 깨닫고 체념의 한숨을 내쉬었다.
감기를 옮기려 딥키스를 하는 우리들에게 새삼 키스 정도야 별로 거리낄 것도 없고.
지금 저 상태의 카라마츠는 무슨 말을 해도 듣지 않으니까 오히려 동참해 주는 게 빠르게 끝난다.
머리를 거칠게 쓸어 올리며 ‘파하~’ 하고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알겠어. 하자, 해…”
“오우! 땡스다! 오소마츠!!”
“그래서 지금 키스하면 돼?”
카라마츠에게 다가가 어깨를 붙잡자 카라마츠가 인상을 구기며 “아니다!” 하고 내 손을 때렸다.
“아파!! 왜!?”
“저 방송에서는 50분 동안 10분마다 한번씩 키스했다. 그리고 키스한 후엔 서로 거리를 두었고.”
“그래서 어쩌라고.”
“지금 하고, 오소마츠는 2층 방에 올라갔다가 10분 뒤에 다시 내려와 줘.”
“더럽게 귀찮네. 안 하면 안돼?”
내 말에 카라마츠가 있는 대로 얼굴을 구기더니 푹 한숨을 내쉬고 바지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냈다.
“천엔 주겠다.”
“할게.”
내 앞에 내민 천엔을 주머니에 집어넣은 후, 카라마츠의 어깨를 잡았다.
카라마츠가 나를 향해 고개를 들고 “응.” 하고 준비가 되었음을 알렸다. 대체 이런 짓을 왜 해야 하는지.
내 처지를 동정하며 가볍게 닿기만 하는 버드키스를 했다.
3.
“오소마츠, 2층으로 가.”
“네, 네~.”
서로 맞닿은 입술이 떨어진 후, 지극히 평온한 얼굴로 말하는 카라마츠에게 대답하며 바닥에 널부러져 있던 만화책을 주워 들고 2층으로 향했다.
진짜, 이거 하는 의미 있어?! 없지?
2층에 올라 보고 있던 만화를 보며 시계를 확인했다. 정확히 10분 후, 다시 거실로 내려가자 나를 기다리고 있던 카라마츠가 손짓했다.
푹 한숨을 내쉬며 다시 카라마츠의 앞에 앉자 카라마츠가 눈썹을 찌푸렸다.
“오소마츠, 한숨이 많다.”
“누구 탓인데.”
이마에 힘줄이 늘어나는 소리가 들렸다. 정말 이 멍청한 동생을 어째야 되냐~.
작게 한숨 쉰 후, 다시 살포시 입술을 내렸다. 입술을 떼고 바로 몸을 돌려 2층으로 향했다.
어째서인지 아까보다 카라마츠의 입술이 뜨겁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어 뒷맛이 개운치 못했다.
4.
만화책을 보다 팟! 하고 고개를 드니 벌써 10분이 지나가 있었다. 묘한 찝찝함에 입을 쩝쩝거리며 계단을 내려갔다.
거실문을 열자 어느새 TV도 끄고 거실문 앞에 정좌하고 있는 카라마츠가 보였다.
“뭐하냐?”
“아니…”
가볍게 던진 질문이었기에 대답도 듣지 않고 카라마츠 앞에 앉았다.
카라마츠는 무릎을 꿇고 정좌, 나는 양반다리를 하고 앉아 카라마츠의 얼굴이 나보다 조금 위에 올라가 있었다.
자세의 불편함을 깨닫고 다리를 풀어 카라마츠처럼 무릎을 꿇고 앉아 카라마츠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내 손이 어깨에 닿은 순간, 카라마츠의 몸이 움찔 튀었다. 딱 봐도 긴장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새삼 왜 이러나 싶으면서도 말로 내뱉지 않고 얼굴을 가까이 댔다. 입술이 닿을 듯 말 듯한 가까운 거리.
카라마츠의 입에서 한숨이 새어 나왔다. 빨리 끝내고 카라마츠가 준 돈으로 파칭코나 가자는 생각을 하며 입술을 맞댔다.
확연히 아까보다 뜨거워진 카라마츠의 입술에 의아함을 느끼며 입술을 뗐다.
“…?!”
입술을 떼자 나를 바라보는 카라마츠의 얼굴이 붉었다.
어? 왜? 지금 왜? 하?
형과의 뽀뽀로 얼굴이 빨개지다니 너 대체 얼마나 동정티를 내고 싶은 거야? 쵸로마츠 버금가는 아니, 그 이상의 체리마츠에 놀라 당황했다.
나를 부르려는 카라마츠를 무시한 채, 벌떡 일어나 2층으로 향했다. 2층에 올라가서야 내 얼굴도 카라마츠만큼이나 붉게 물들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5.
내 시선은 분명 만화책에 놓여 있었다. 하지만 만화의 내용이 전~혀 머리 속에 들어오지 않아 초조했다.
시계의 초침소리가 귀에서 울렸다. 60번의 똑딱 소리 끝에 분침이 천천히 움직이는 것을 빤히 바라보았다.
참을 수 없는 초조함에 다리를 떨었다.
1분, 3분, 5분이 지나면서 내 심장 소리도 서서히 커져갔다. 이젠 아예 귓가에서 쿵쿵 울리는 심장 소리에 기분이 나빠질 지경이었다.
세 번째 키스 후, 붉어진 얼굴은 가라앉을 줄을 모르고 손까지 떨려왔다.
뭔데!? 내 몸 왜 이래?! 병? 병인가?! 나 죽을 병 걸린 거?!!!
동생과 키스하다가 병이 악화되어서 죽다니… 죽어도 싫다…
그만둘까? 아, 근데 천엔 벌써 받았고~!!
머리에 쥐가 날 지경이다. 신음하며 시계를 확인하니 10분이 지나가 있었다.
“으으~” 하고 신음하며 계단을 내려갔다. 거실문 앞에 도착하자 나도 모르게 한숨이 나와 푹 내쉬었다.
몇 번의 심호흡 끝에 거실문을 열어 젖히자 카라마츠가 “우왓!” 하고 놀래며 몸을 크게 떨었다.
나와 같이 여전히 붉은 얼굴에 조금 안심하며 거실에 들어가 카라마츠 앞에 앉았다.
“…”
“…”
두 사람 사이에 침묵이 흐르고 어쩐지 선뜻 먼저 움직일 수가 없었다.
진짜 뭔데 이 분위기!!! 아~ 못 참겠다!!!
참을성이 없기로 유명한 나는 어색한 침묵을 참지 못하고 외쳤다.
“간다!”
“오, 오우!”
카라마츠의 어깨를 잡고 얼굴을 가까이 다가갔다.
나와 똑 같은 얼굴인데도, 서서히 가까워질수록 귓가에서 심장이 쿵쿵대며 그 존재를 알렸다.
이러다 심장이 멈춰버리는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거세게 뛰고 있는 심장에 가슴이 아팠다.
카라마츠의 어깨에 얹은 손으로 넘어오는 후끈후끈한 카라마츠의 체온에 내 몸까지 뜨거워지는 것 같았다.
작게 내쉰 한숨이 뜨거웠다. 어느 정도 가까워진 얼굴. 계속 눈을 감고 있었던 카라마츠가 이번엔 똑바로 눈을 뜨고 나를 바라보고 있다.
이 횽아가 성심성의껏 어울려주고 있는데.. 뭔가 괘씸해서 목소리를 낮게 깔고 말했다.
“눈.. 감아.”
“아, 아아…”
아쉬움을 감추지 않고 살짝 눈썹을 찌푸린 카라마츠가 눈을 감았다.
빨리 해치우자는 생각에 무작정 카라마츠의 입술로 돌진했다.
돌진하는 힘이 크면 맞닿은 입술도 깊어진다는 것을 바보인 나는 생각지 못했다.
살짝 닿기만 하는 키스를 하려 했는데, 입술 전체가 카라마츠의 입술과 딱 붙어서..
살짝 마른 카라마츠의 입술의 감촉과 그 체온이 여과 없이 내 뇌로 전달되었다.
20여년을 함께 살았지만, 결코 알 수 없었던 정보들에 파업을 선고한 뇌가 혼란에 휩싸였다.
빨리 몸을 떼자고 생각한 순간, 힘없이 바닥에 늘어져 있던 카라마츠의 팔이 내 등과 머리를 붙잡았다.
“…으..?!”
몸을 떼려 했던 내 머리를 강하게 눌러 맞닿은 입술을 더욱 깊게 만드는 카라마츠의 행동에 당황해 눈을 뜨자,
눈을 반쯤 뜨고 나를 바라보고 있던 카라마츠와 눈이 마주쳤다.
순간, 전신에 열이 올라 머리에서 김이 날 것 같았다.
내 몸도, 카라마츠의 몸도, 그리고 서로의 입술도 너무나 뜨거웠다. 눈 앞이 뱅글뱅글 돌아가는 것 같아 어지러웠다.
항의의 의미를 담아 카라마츠의 어깨를 탁탁 두드렸다.
어깨를 두드리고 있건만 내 입을 막고 있는 카라마츠의 입술은 떨어질 줄을 몰랐다.
슬슬 화가 치솟아, 어깨를 때리던 손을 주먹으로 바꾸어 퍽! 하고 쳤다.
“..윽!”
그제야 카라마츠가 어깨를 감싸며 떨어졌다. 입술이 떨어지고 코만으로는 부족했던 호흡을 몰아 쉬었다.
“…너!” 하고 화내려던 내게 카라마츠가 다시 팔을 뻗어 내 머리를 단단히 고정하고는 할짝- 하고 내 입술을 핥았다.
“…하아아아아아아?!!”
놀라 외치는 나를 향해 고개를 숙이고 있는 카라마츠가 말했다.
“오소마츠, 아직 한번 더 남았다. 2층에 올라가 있어.”
“..우, 우!!”
혼란으로 아직도 파업을 외치고 있는 뇌는 생각을 거부했고, 뭐라 반발도, 항의도 하지 못한 채 나는 몸을 돌려 2층으로 올랐다.
6.
초침이 흘러가는 소리가 쓸데없이 크다. 귓가에서 울려대는 심장소리도 시끄럽다.
만화책 따위 머리 속에 들어올 리 없어 바닥에 던졌다. 아까부터 달아오른 몸이 진정되지 않는다.
평범하게 내쉬는 날숨도 뜨겁다. 소파에 앉은 채 머리를 감쌌다.
대체 왜?!!!!
조금 전의 키스가 머리 속에서 떠나지 않는다. 내 머리를 고정하고 있던 카라마츠의 팔과 맞닿았던 입술의 감촉이 사라지지 않는다.
괜히 자신의 입술을 만지작거리며 나는 고뇌했다. 성인이 되고 이렇게 고뇌한 적이 없었는데!! 학생 때도 없었지만!!
“아~, 으~ 아~…”
뭔가 후련하게 내뱉고 싶지만 머리 속의 휘몰아치는 말들은 정리되지 않은 채 여기저기 흩어져 있어, 그저 신음만이 방 안에 울렸다.
키스하며 나를 바라보고 있던 카라마츠의 눈이 열기를 띠고 있는 것을 알아챈 순간 몸이 뜨거워졌다.
맹수와 같이 날카로우면서도 뜨거운 눈빛이 자신에게 향해 있다는 것이 기뻐서 계속 이대로 있고 싶다고 생각한 자기 자신이 낯설다.
이 상태로 또 키스를 하는 건 위험하다. 절대 뭔가가 일어난다…
좋아쓰-!! 도망치자.
발소리를 죽이면 거실에 있는 카라마츠에게 들키지 않고 빠져나갈 수 있어!
생각한 것을 바로 행동으로 옮기는 나는 소파에서 벌떡 일어났다.
“오소마츠.”
“우와앗!!!!”
방 문을 열려는 순간, 반대편에서 문을 활짝 연 카라마츠 덕분에 카라마츠와 정면으로 마주쳤다.
진심으로 놀라서 뒷걸음치다 멋지게 엉덩방아를 찧으며 넘어졌다.
“으우… 아파라.. 뭐야?! 갑자기!!”
“아, 미, 미안하다. 오소마츠. 괜찮은가?”
걱정스러워하는 얼굴로 카라마츠가 내게 다가왔다.
“안 괜찮아!! 진짜! 왜 올라온 거야?!!”
“10분 지났다.”
“엑..”
그제야 시간을 전혀 보고 있지 않았음을 깨달았다. 내가 머리를 감싸고 끙끙대는 동안 시간은 흘러 10분이 지나갔다.
굳어버린 내 앞에 무릎을 꿇고 앉은 카라마츠가 내게 다가왔다.
“자, 잠깐?! 뭐, 뭐, 뭐! 왜 다가와?!”
카라마츠의 어깨를 밀어내며 당황해 외치자 카라마츠가 고개를 갸웃하며 “10분, 지났으니까.” 라고 대답했다.
위험하다. 이대로는 위험하다. 맹렬하게 ‘비상 알람’이 울렸다.
빨리 끝내고 이 자리를 벗어나자! 손에 힘을 주고 카라마츠의 어깨를 밀어내며 말했다.
“내가! 내가 할 테니까!! 넌 가만히 앉아있어!”
“오, 오오…”
닿기만! 닿기만 하면 되니까. 반복해서 되뇌며 심호흡을 한 후, 카라마츠에게 다가갔다.
살짝 닿기만! 여전히 눈을 뜨고 있는 카라마츠에게 “눈, 감아라?” 하고 으르렁거린 후, 카라마츠가 눈을 감은 것을 확인하고 입술을 맞닿았다.
7.
나는 직감이 좋은 편으로, 특히 신변의 위험이 있을 경우 귀신같이 알아 챌 수 있었다.
일명 ‘비상 알람’ 이라고 내가 이름 붙인 그것은, 뭔가 위험한 일이 있을 때마다 머릿속에서 징그럽게 울려 대서 절대 무시할 수 없었다.
비상 알람이 울리면 그야말로 ‘위험!’ 신호로 내 신변이 위험한 일이 일어날 징조였다.
그리고 나는 왜 아까 울린 비상 알람을 무시하고 카라마츠와 키스를 한 걸까.
분명 닿기만 하고 떨어져야 했을 몸이 카라마츠에게 안겨 있었다. 알람을 무시한 대가를 나는 톡톡히 치르고 있었다.
내 가벼운 이성은 내 입술이 카라마츠의 입술에 닿은 순간, 날아가 버렸다. 그 이후는 본성이 내 몸을 지배했다.
머리 속에 울리는 알람은 분명 이성이 울려대고 있었던 것인지, 본성이 몸을 장악한 순간 머리 속에서 울리던 알람도 조용해졌다.
그 결과, 무릎을 꿇고 카라마츠 앞에 앉아있던 나는 완전히 카라마츠의 무릎에 올라타 격렬하게 키스를 반복하고 있는 신세가 되었다.
“응….으, 후, 아…”
반복해서 겹쳐지는 입술이 살짝 떨어질 때마다 비음이 흘러 나왔다.
뜨거운 입술이 몇 번이고 겹쳐지고 몸은 이미 달아올라 주변의 공기까지 후끈하게 만들고 있었다.
카라마츠의 어깨에 올리고 있던 내 손은 카라마츠의 목을 둘러 안고 있었고, 카라마츠는 내 허리와 머리를 감싸고 강하게 끌어 안고 있었다.
뜨겁다. 카라마츠의 입술도, 내 입술도 뜨겁다.
강하게 눌러오는 카라마츠의 입술에 두 사람의 치아가 닿았다.
입술 너머로 느껴지는 단단한 치아의 느낌에 열이 치솟았다.
더, 더 깊게. 더, 진하게…
욕망을 참지 못하고 몸이 들썩거렸다.
살며시 눈을 뜨니 만족스럽지 않은 것은 카라마츠도 마찬가지인지 눈썹을 찌푸리며 열을 품은 눈으로 나를 훑고 있었다.
그 눈빛에 뭔가 울컥해 카라마츠의 양 볼을 붙잡고 카라마츠의 입술을 크게 핥았다.
놀란 카라마츠가 눈을 크게 뜨고 나를 쳐다보았지만 그런 것은 시야에 들어오지 않았다.
내 타액으로 촉촉히 젖은 카라마츠의 입술을 들여다보며 자신의 입술을 핥았다.
이걸론 모자라. 좀 더.
내 시선에 카라마츠가 목젖을 울리며 침을 삼키곤, 내 허리에 감겨있는 팔에 힘을 주어 더 강하게 끌어 안았다.
너 나 할 것 없이, 둘 다 입술을 열었다. 뜨거운 한숨이 서로의 입술에 의해 막히고 열기가 전해졌다.
입술을 비집고 들어온 카라마츠의 혀에 기뻐 자신의 혀를 뻗어 마중을 나가니, 열렬하게 혀가 얽혀 왔다.
놓치지 않겠다는 듯 내 혀를 얽고 떨어지지 않는 카라마츠가 귀엽다고 느껴져 웃음이 나왔다.
“..응..후, 으, 응…”
짙은 키스가 몇 분이고 이어졌다. 코로 숨쉬는 것은 조금 힘들었지만, 입술을 떼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서로를 잡아먹듯 맹렬한 키스가 욕망이라는 이름의 심지에 불을 붙였다.
더, 더 원해.
더욱 더 강하게 끌어안은 두 사람 사이에 틈이라는 존재하지 않았다.
8.
“다녀왔머슬~!!!!”
‘쾅!’ 하고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쥬시마츠의 목소리가 들렸다.
“후왓!”
“읏!!”
그리고 서로 얼싸안고 있던 나와 카라마츠도 놀라 몸을 떼었다.
나와 카라마츠는 서로 말 없이 아래층에서 들려오는 쥬시마츠의 목소리에 귀 기울였다.
“이치마츠 형아~, 말린 멸치는 어디에 있슴까아?”
“2층. 내가 가져올게. 신발 벗지 말고 기다리고 있어.”
“아이아이!!”
흐릿하게 들려오는 이치마츠와 쥬시마츠의 목소리에 나도, 카라마츠도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이내 끼익끼익하고 계단을 오르는 발소리에 서로 껴안고 있던 팔을 풀었다.
어, 어쩌지?!
서서히 가까워지는 발소리에 패닉상태로 머리를 굴렸다.
으아아~ 이제 곧 문을 열고 들어온다!! 어쩌지?!
반쯤 포기하고 절망하고 있을 때, 카라마츠가 강하게 팔을 잡아 당겼다.
“어? 오소마츠형하고 카라마츠 없는 건가? 현관에 신발 있던데… 거실에 있나?”
의아하단 목소리로 이치마츠가 중얼거리며 소파을 밟고 위 찬장에 올려진 말린 멸치 봉지를 꺼냈다.
발소리도 없이 가볍게 소파에서 내려온 이치마츠가 방을 나갔다. 끼익끼익, 계단을 내려가 쥬시마츠와 함께 집을 나서는 소리가 들렸다.
현관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리고 나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9.
“…저기 카라마츠씨…”
“무, 뭐지? 오소마츠.”
“자세가… 심히 불편한데.”
이곳은 벽장 안. 벽장 가득 쌓여있던 이불을 무리하게 한쪽으로 몰아넣고 나와 카라마츠 두 사람이 구겨 들어가 있다.
이불을 기대고 앉은 내 다리를 껴안고 카라마츠가 마주보며 앉아있는 상태.
앉은 것도 아니고 누운 것도 아닌 애매한 자세에 허리가 고통을 호소하고 있었다.
이치마츠도 다시 나갔겠다, 벽장 안에 숨어 있을 이유가 없는데도 카라마츠는 자세를 풀지 않았다.
다시 둘 만 남은데다 방보다 좁아진 공간, 밀착된 몸에서 체온이 전해진다.
심장이 두근두근 뛰고 전신에 따뜻한 피를 흘러 보내 몸이 뜨거웠다.
“오소마츠…”
카라마츠가 몸을 기울여 가까이 다가와 정욕에 사로잡힌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카라마츠…”
정욕에 사로잡힌 것은 나도 마찬가지로 손을 들어 카라마츠의 목을 잡고 내 쪽으로 끌어당겼다.
“해도 돼.” 라고 작게 속삭이자마자 카라마츠가 달려들어 물어뜯듯 거친 키스를 거듭했다.
“흣..! 응, 거, 거기 핥지, 읏, 마…”
입천장을 핥는 카라마츠의 혀에 몸이 찌릿찌릿하고 저렸다.
핥지 말라고 했건만 집중해서 입천장만 끈질기게 핥아오는 카라마츠의 혀에 의식이 몽롱했다.
입천장뿐만 아니라 치열, 혀의 아래, 입 속 까지 종횡무진하며 핥고 빨아들여져 넘쳐 흐른 타액이 턱을 타고 흘러 내렸다.
“응… 후응~ 읏..”
쾌락에 신음하며 멍한 머리로 생각했다.
나는 함정에 빠진 거다! 그런 바보 같은 방송 때문에 이 지경에 이르렀다.
이건 절대로 함정으로
나는 잘못이 없어! 서서히 쾌락에 침식당해 뿌얘지는 시야 가득히 카라마츠의 얼굴을 담으며 생각했다.
* 진짜 저는 에로에로한 걸 못쓰는 것 같아요...
* 일단 더 짜놓은 플롯이 있어서 또 단편으로 이어지는 이야기가 될지도 모르겠습니다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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