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랜만에 단편이네요!!

* 정신없는 한 주를 보내고 주말에 열심히 쓰고 있습니다! 평일엔 글도 못 쓸 정도로 너무나 바쁘네요..ㅠㅠ

* 단편인데도 분량은 단편이 아닌...ㅎㅎㅎ 저도 가끔은 짧은 글을 써보고 싶어요...

* 모델에 대해 썼지만, 저는 모델에 대해 하나도 모르기 때문에...ㅎㅎ 망상으로 커버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부족한 글실력입니다만, 재미있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댓글도 마구마구 남겨주세요!)





1.

다리에 기대어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하고 입 밖으로 나온 한숨은 이내 공기 중으로 흩어져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잔잔히 흐르는 강물에 비친 한심한 얼굴에 절로 눈썹이 내려갔다

미안하군, 카라마츠 걸-. 하지만 이런 한심한 얼굴을 보이는 걸 용서해주길 바래

가라앉은 기분은 대체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은 채, 다시 한 번 한숨이 나왔다

우중충한 기분을 어떻게든 날리려 머리를 좌우로 빠르게 흔들어 보았지만, 돌아오는 것은 가벼운 현기증뿐이었다

애초에 이 우울의 원인은 명확했기에 그 원인이 어떻게든 되지 않는 이상, 자신의 기분이 나아지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일주일 전, 냉장고에 넣어놓은 푸딩이 사라진 것을 눈치챈 나는 바로 2층 방으로 달려가 태평한 얼굴로 바닥에 엎드려 만화책을 보고 있는 오소마츠의 머리에 멋지게 꿀밤을 먹였다.


, 아파!!!! 무슨 짓이야, 너 이자식!!!!!!”

머리에서 내 주먹이 떠나자마자, 자신의 머리를 감싸고 몸을 일으켜 앉아 나를 노려보는 오소마츠를 마주 보며 말했다.


내 푸딩 먹었지?! 오소마츠!!!”

자신의 상징색인 푸른색의 쪽지에 카라마츠라고 이름까지 써서 붙여놓은 푸딩을 훔쳐 먹을 사람은 오소마츠 뿐이라고 그 당시의 나는 생각했다

오소마츠는 육쌍둥이 중 장남이라는 이름을 이용해, 폭정을 휘두르며 단 것이라면 사족을 못쓰는 바보였다.


“…하아?!!! 아니, 내가 안먹었어!!!! 애초에 우리집에 푸딩이 있다는 것도 지금 알았다!!!!!!”

시치미 떼지 마!!! 오소마츠 이외에 내 푸딩을 훔쳐 먹을 사람이 없잖아!!!!!”

언성을 높이고 항의하는 오소마츠를 향해 똑같이 큰 목소리로 외쳤다. 내 말에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오소마츠가 벌떡 일어나 바닥에 발을 굴렀다.


, 아니라고!!!!! 증거도 없이 이렇게 함부로 사람을 의심해도 되는거야?!!!!!”

시끄러워 오소마츠! 시치미 떼지 말고 먹었으면 순순히 자백하고 사과해!! 장남이잖아!”

하아?! 장남 관계 없고!! 나 아니라고!!!”

쾅쾅하고 오소마츠의 발이 구르며 바닥을 찼다. 끝까지 시치미를 떼는 오소마츠를 향해 입을 연 순간, 방문이 하고 열리며 토도마츠가 들어왔다.

 

, 뭐야밑에까지 쿵쿵거리는 소리가 다 울리는데…”

오소마츠의 화난 얼굴을 본 토도마츠가 잔뜩 긴장하며 어깨를 움츠렸다

오소마츠는 어린 시절부터 우리들 사이에서 싸움으로 진 적이 없는 무쌍의 싸움꾼으로 오소마츠가 화난 기색을 보이면 동생들은 모두 긴장을 숨기지 못하고 혹여나 자신에게 불똥이 튈까 몸을 사렸다

불안해하는 토도마츠의 눈빛이 오소마츠에서 내게로 옮겨왔다.

 

미안하군. 브라더-. 마이 스위츠-를 오소마츠가 훔쳐 먹어서 말이야…”

? 푸딩 말하는 거야? 그거 내가 먹었는데?”

“…?!”

당황한 얼굴로 나를 향해 말한 토도마츠가 머리를 긁적였다.

 

미안해. 카라마츠 형. 형껀 줄 알았는데, 너무 먹고 싶었어.. 미안.. 에헷♡

살며시 혀를 내밀고 사과하는 막냇동생의 모습에 피식 미소가 떠올랐다

분명 동갑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보다 어려보이는 귀여운 얼굴로 웃는 토도마츠의 애교에 머리 끝까지 차올랐던 화가 스스륵 풀렸다

하고 숨을 내쉬고 말했다.

 

, 큐트한 브라더-가 먹었다면 할 수 없지.”

에헤헤~ 진짜 미안해, 카라마츠 형~

“…하아?!”

나와 토도마츠의 대화를 듣고 있던 오소마츠가 얼굴을 구기며 외쳤다. 무슨 일인가 싶어 고개를 돌리자 오소마츠가 황당하단 얼굴로 나를 향해 외쳤다.

 

뭐야, 그게!!!! 그걸로 끝?!!! 무고한 사람을 의심해 놓고!!!! 나한텐 사과 한 마디 없냐?!!! 진짜, 너는 어디까지 나한테 쌀쌀맞은 거야!!!!!!!”

다시 발을 쾅쾅 구르며 외치는 오소마츠의 추태에 절로 눈썹이 찌푸려졌다. ‘하아~’ 하고 입 밖으로 새어 나오는 한숨에 고개를 숙였다

장남이지면 전혀 장남답지 않은 저런 모습엔 익숙해졌지만, 볼 때마다 나오는 한숨은 숨길 수 없었다.

 

오소마츠, 평소 행실이 나빴던 네 잘못도 있다고?”

“….뭐어?!!!!! 진짜!! 너는…!!!! , 이제 됐어!!!!!!!!! 앞으로 나한테 말 걸지 마!!!!!!!! 이 개똥마츠!!!!!”

집 안이 쩌렁쩌렁 울리도록 화를 쏟아낸 오소마츠는 나를 스쳐 지나쳐 방을 나갔다

잠시 후,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현관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림과 동시에, 오소마츠가 내려간 층계를 쳐다보고 있던 토도마츠가 하아~” 하고 큰 한숨을 내쉬었다

뭔가 문제가 있나 싶어 바라보니 토도마츠가 한심하단 얼굴로 나를 보고 있었다.

 

진짜, 이번엔 카라마츠 형이 잘못한 거니까이따 오소마츠 형한테 사과해.”

“..?!”

명령조로 나를 손가락질하며 쯧쯧하고 혀를 찬 토도마츠가 방을 나섰다.

 

 


그 후, 확실히 자신도 잘못한 것이 있다고 느껴 근처 편의점에서 푸딩을 사 오소마츠에게 내밀었지만, “내가 푸딩 때문에 이러는 줄 알아?!!!!!” 라며 오히려 오소마츠의 화를 돋우고 말았다

그리고 일주일, 이 일주일이라는 시간 동안 오소마츠는 마치 내가 보이지 않는 투명인간 취급을 했다.

내가 한 말에 대답도 하지 않았고, 아침 인사도 하지 않았다. 오소마츠 쪽에서 말을 거는 일은 더더욱 없었다

내가 미안하다는 사과를 건네면 싸늘한 얼굴로 나를 한번 쳐다보고는 얼굴을 팩- 돌려버렸다

나를 향한 오소마츠의 얼굴이 싸늘한 표정뿐이라는 것은 솔직히 견디기 힘들어 이제 슬슬 한계에 다다랐다

다시 나를 향해 웃어주는 오소마츠의 얼굴이 보고 싶다.

하지만 어떻게 화해를 해야 하는지, 도저히 감이 잡히지 않았다

오늘은 바람이라도 쐬면 좋은 수가 떠오르지 않을까 싶어 이렇게 밖으로 나왔지만, 머릿속은 여전히 텅텅 빈 채였다.

 

하아~” 하고 끊임없이 나오는 한숨에 더욱 기분이 내려앉았다.

강물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보는 것도 쓸쓸해져 집에 돌아가기 위해 고개를 든 참이었다

내 어깨를 툭툭 두드리는 손길에 놀라 고개를 돌렸다.

 

 

 

 

2.

, 너 지금 한가하니?”

고개를 돌리자 장발은 미녀가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너무나도 아름다운 카라마츠 걸-의 등장에 놀라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한 채, 고개를 끄덕였다

장발의 카라마츠 걸-은 싱긋 웃더니 내 팔을 잡고 눈을 빛내며 말했다.

 

, 모델 해 볼 생각 없니?”

“…?”

 

 


내 멍청한 대답을 긍정으로 들었는지 카라마츠 걸-은 멋대로 내 팔을 끌고 높은 빌딩이 밀집해 있는 사업지구로 향했다

치비타 때처럼 확실하게 거절을 말하지 못한 나는 혼란스러운 머리로,  “, , ?” 하고 바보 같은 소리를 내며 카라마츠 걸-의 손에 끌려 한 빌딩의 사무실에 도착했다

사무실 로비에 크게 써진 엔젤로 모델 에이전트라는 글귀에 내 혼란은 더욱 가중되었다

토도마츠가 가끔 보여주던 외국의 패션잡지에 실린 유명 모델들의 에이전트와 이름이 같았기 때문이었다.

 

, 저기…”

나를 끌고 온 카라마츠 걸-에게 말을 걸자 빙긋 웃은 카라마츠 걸-이 명함 한 장을 건넸다.

 

갑자기 끌고 와서 미안해. 근데 나는 한번 눈에 띈 녀석은 놓치지 않는 주의라서 말이야~”

웃으며 말하는 카라마츠 걸-에서 시선을 옮겨 건네 받은 명함을 읽었다.

 

안젤로 모델 에이전트 대표이사 타케노 미치코.’ 라고 쓰여진 명함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으니, 곧 카라마츠 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명함 보면 알 수 있듯이, 내 이름은 타케노 미치코야~ 간단히 미치코 씨~라고 불러주면 돼. 그럼 테스트 촬영 해볼까!!”

말을 마친 미치코 씨가 다시 내 팔을 잡고 이끌었다. 역시 이 이상 끌려가면 안되겠다는 위기감에 발에 힘을 주고 걸음을 멈췄다

갑자기 선 내 팔에 이끌러 기우뚱 몸을 기울여 넘어질 뻔한 미치코 씨가 의아하단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 미치코 씨. 저는 모델을 할 생각이 없습니다만…”

~ ? 내가 보기에 너는 잠재력 있는데? 분명 유명해질 거야?”

그리고 저는 모델을 하기엔 키도 작습니다만…”

항상 보던 남성잡지의 모델들을 떠올리며 말했다. 화보집 속 모델들의 키는 작게 봐도 180은 족히 넘어 보였다

반면 나는 170 중반의 평균적인 키였다

머뭇거리며 묻자 초롱초롱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는 미치코 씨가 하하하하고 웃으며 말했다.

 

괜찮아~ 괜찮아~. 너는 국내용이니까~”

“…국내용?”

그래~ 외국에 나가거나 패션쇼에 나가는 게 국외용 모델. 당연히 키가 커야 하지만, 너는 국내용! 국내의 잡지에 내보내는 모델이야~. 

디자이너의 역작이 아니라 일반인도 입을 수 있는 상업용 옷의 모델! 그러니까 키가 작아도 오케이~”

엄지와 검지를 붙여 오케이-라는 손짓을 하며 웃은 미치코 씨가 다시 나를 이끌었다

그 이상 변명거리가 생각나지 않아 식은땀을 흘리며 나는 미치코 씨의 손에 이끌려 사무소 한 구석에 있는 촬영실에 들어갔다.

 


 

흰색으로 도배된 바닥과 벽, 천장에 머리가 어지러웠다

온통 새하얀 방에 놀라 여기저기 둘러보고 있으니, 미치코 씨가 한 남자를 이끌고 내 앞으로 다가왔다.

 

이 사람은 사진기사, 내 남편이야~.”

이야~ 이거 반갑습니다. 타케노 류이치라고 합니다.”

사람 좋게 웃는 얼굴로 내민 손을 마주잡고 마츠노 카라마츠입니다.” 하고 자기소개를 했다

악수가 끝나자 마자 미치코 씨가 손뼉을 짝! 치며 그럼 빨리 찍어보자!!” 하고 내 팔을 이끌었다

흰 천 같은 것이 벽에 걸려있어 바닥까지 길게 이어진 한복판에 나를 세우곤 미치코 씨가 카메라를 만지고 있는 류이치씨에게로 다가갔다

두 사람이서 소근소근 말을 나누더니 나를 향해 류이치씨가 외쳤다.

 

그럼, 편한 자세로 서 볼래요?”

“…, !!”

당황해 재빨리 대답하고 후들거리는 다리를 모으고 떨리는 손을 주머니에 꽂았다

평소 자주 하는 자세인데도 류이치씨가 들고 있는 거대한 카메라 앞에 서니 절로 어깨가 움츠러들었다

찰칵하는 소리가 수십 번 울리며 시야가 반짝거렸다. 짧은 시간 동안에 쏟아지는 플래시의 향연에 눈이 시렸다

찰칵거리는 소리가 멈추고 카메라를 노트북과 연결해 사진을 확인한 류이치씨와 미치코 씨의 얼굴이 어두웠다.

 

으음~”

카메라를 너무 의식하네. 자세도 뻣뻣하고, 무엇보다 눈빛이 안 살아.”

, 미치코 씨의 안목은 믿고 있으니까 좋은 인재이겠지만이대론 안되겠네.”

작은 목소리로 최대한 소리 죽여 말하고 있는 두 사람이었지만, 세 사람밖에 없는 공간에 나까지 침묵을 유지하고 있어 대화 소리는 아무런 장애물도 거치지 않고 내 귀로 들어왔다.

예상하고는 있었지만 역시 내려오는 낮은 평가에 의기소침해져 안그래도 다운되었던 기분이 더더욱 바닥으로 떨어졌다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가만히 서 있으니, 미치코 씨가 나를 보며 싱긋 웃고 외쳤다.

 

있잖아~ 카라마츠군! 여기가 촬영장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아까 서 있던 다리 위라고 생각하고 다시 서 볼래~?”

손을 흔들며 말하는 미치코 씨의 말게 소심하게 고개를 끄덕이고 눈을 감았다

여기는 다리 위! 여기는 다리 위!’ 속으로 몇 번이고 외치며 눈을 떴다. 학창시절 연극부에 속해 있을 때, 역할에 몰입했었던 그 집중력을 다시 억지로 끌어올려 카메라를 바라보았다

또다시 수십 번의 플래시가 번쩍이고 미치코 씨와 류이치씨가 사진을 확인했다.

 

카라마츠군!! 아까 다리 위에서 무슨 생각하고 있었어?”

미치코 씨의 질문에 ?!” 하고 대답했다. 미치코 씨가 방금 전 찍힌 사진을 다시 내려다보고는 외쳤다.

 

아까 다리 위에서 생각했던 거 그대로 생각하면서 카메라를 바라보고 있어줘!”

미치코 씨의 주문에 고개를 끄덕였다. 조금 전,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냐고 묻는다면 오소마츠의 생각을 하고 있을 뿐이었다

나를 향한 오소마츠의 화난 얼굴에 가슴이 조여오며 안타까움이 전신에 퍼졌다

빨리 화해하고 오소마츠의 미소가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멍하니 앞으로 보고 있으니 어느새 찰칵소리가 울렸다.

 

 

오오오오오!!!!”

사진을 확인한 류이치씨가 외쳤다. 놀란 얼굴로 내 얼굴과 사진을 번갈아 쳐다보는 류이치씨의 벌려진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그 옆에서 미치코 씨가 역시 내 안목은!!” 하고 가슴을 내밀고 당당히 서서 사진을 보고 있었다.

초롱초롱한 눈으로 내 두 손을 꼬옥- 붙잡은 미치코 씨가 기대에 찬 얼굴로 말했다.

 

모델, 할 거지?”

“…, 아니, 그게…”

모델은 돈도 잘 벌고! 여자들한테 인기도 많아질 수 있어!”

당장 계약 하시죠.”

미치코 씨의 말에 홀랑 넘어가버린 나는 정신을 차려보니 계약서에 싸인을 하고 에이전트에서 받은 호출전용 스마트폰을 손에 쥐고 있었다.

 

 

 

 

3.

휘적휘적 흐느적거리는 발걸음을 옮겨 집에 도착한 나는 현관에 있는 분홍색 신발에 서둘러 마루에 올라 거실 문을 활짝 열어젖혔다

갑자기 열린 문과 문이 열리며 방 안에 울린 소리에 놀라 -!!” 하고 비명을 지른 토도마츠가 놀란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대로 성큼성큼 토도마츠에게 다가가 마주 앉았다.

 

토도마츠…”

“…, 뭐야?”

흠칫 몸을 움찔거리는 토도마츠의 어깨를 붙잡고 말했다.

 

, 모델에 스카우트 됐다.”

“…하아아아아아아?!!!!”

토도마츠의 새된 비명이 온 방 안에 울렸다.

 

 


그러니까, ! 엔젤로 에이전트라고? ~엄청 유명한 모델들이 속해있는??”

“…아아.”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나를 바라보며 내가 한 이야기를 다시 정리하는 토도마츠가 말도 안돼.” 라고 실례되는 말을 중얼거리며 머리를 감쌌다

고개를 꼬며 끙끙거리며 뭐라 중얼거리던 토도마츠가 팟! 하고 고개를 들어 나도 모르게 어깨가 흠칫하고 튀어 올랐다.

 

정말로? 정말로 스카우트 된 거?”

“…아아…”

미치코 씨의 명함을 보여주며 고개를 끄덕이자 토도마츠의 얼굴이 경악하는 얼굴로 바뀌었다.

 

대체 왜?! 이 귀여운 나를 놔두고 왜?!!! 이렇게 더럽게 안쓰러운 개똥마츠를?!!!”

여전히 망설임 없이 심한 말을 외치며 토도마츠가 머리를 감싸고 바닥에 웅크리고 아아아아아-!!!” 하고 신음했다.

 

 


여섯 명의 같은 얼굴이 모여 저녁상을 앞에 두고 나의 발언에 경악했다

쵸로마츠는 손에 쥐고 있던 젓가락을 떨어뜨렸고, 쥬시마츠는 눈이 이상한 방향으로 보고 있는 것만으로 굉장히 무서웠다…- 뻗어있었다

이치마츠는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한 채, 멍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어머니와 아버지만이 환호성을 지르며 나의 취직을 축하해주고 있었다

모두가 놀란 얼굴을 하고 있는 가운데 오소마츠가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오소마츠의 반응이 제일 신경 쓰여 가만히 바라보고 있자니 오소마츠가 고개를 숙인 채, 토도마츠에게 물었다.

 

토도마츠, 너는 이미 알고 있었어?”

“…, .. 낮에 카라마츠 형이 알려줘서.”

“…그래?”

오소마츠의 낮은 목소리에 토도마츠가 몸을 잔뜩 움츠리고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토도마츠의 대답을 듣고 나서야 오소마츠가 숙이고 있던 고개를 들었다

나를 바라보는 오소마츠의 얼굴엔 어떠한 감정도 실려 있지 않았다

무표정한 얼굴의 오소마츠가 너무나 낯설어 섣불리 입을 열지 못한 채, 나를 향해 있는 오소마츠의 눈빛을 마주하는 것이 전부였다.

 

“…그래, 그럼 잘 해보던가.”

툭 내뱉듯이 말한 오소마츠가 중단되어 있던 식사를 계속했다

달그락거리며 접시와 젓가락이 부딪치는 소리가 울리더니 이내 빈 밥그릇을 들고 오소마츠가 몸을 일으켰다

평소와 너무나 다르게 조용한 오소마츠의 태도에 나를 비롯한 동생들 모두 바짝 긴장한 채, 일어나는 오소마츠를 따라 고개를 들었다

내게는 눈길 한번 주지 않은 채, 오소마츠가 주방으로 향했다

오소마츠가 거실을 나가고 나서야 팽팽했던 공기가 한결 풀려, 동생들 모두 하아~” 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오소마츠 형, 왜 화난거야?”

토도마츠가 옆에 앉은 쵸로마츠를 향해 물었다

쵸로마츠는 작게 한숨을 내쉬곤 나도 몰라.” 하고 말하곤 젓가락을 고쳐 잡고 밥을 떠 입에 넣었다

우물거리며 밥을 먹는 쵸로마츠를 보며 토도마츠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4.

모델로 스카우트되고 3일이 지났다

3일이 지나도록 잠잠 무소식인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며 토도마츠가 사기 아냐?” 하고 의심스러운 눈길을 주고 있을 때, 상 위에 올려놓은 스마트폰이 드드드드-“ 하고 테이블을 울리며 진동했다

당황해 걸려온 전화를 받지도 못하고 안절부절하고 있자 토도마츠가 한심하단 얼굴로 다가와 통화버튼을 눌러 내게 스마트폰을 건네주었다

작게 목소리를 가다듬고 여보세요.” 하고 대답하자 저편에서 미치코 씨의 밝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미치코 씨가 알려준 주소를 스마트폰에 찍어 향한 곳은 한 잡지사였다

로비에 들어가자 이미 도착해있던 미치코 씨가 손을 흔들며 반겨주었다

미치코 씨에게 팔을 잡혀 이끌려 대기실에 도착해 거울 앞의 의자에 앉힌 채, 머리를 만져지고 처음으로 화장을 당했다

장장 1시간이라는 시간이 지나자 거울 앞에 있는 사람은 카라마츠의 얼굴이 아니였다

정말로 잡지에 나오는 모델 같은 얼굴에 놀라 이것이 진짜 자신의 얼굴인가 믿겨지지 않았다

너무나 현실감 없는 얼굴에 손을 들어 만지려 하자 그대로 미치코 씨에게 손등을 맞고 제지되었다

메이크업과 머리 손질 후, 미치코 씨가 내민 옷을 갈아입고 대기실을 나서자 촬영을 위한 세트장이 준비되어 있었다

사진작가로 보이는 사람이 다가와 자기소개를 하며 악수를 청해, 나도 자기소개를 하며 손을 마주 잡았다

미치코 씨가 나를 촬영장에 밀어 넣으며 저번처럼 해, 저번처럼.” 이라고 말했다.

 

 


, 수고하셨습니다.”

사진작가의 외침에 저 멀리 떠나있던 정신이 되돌아왔다

자신이 촬영장에 와 있다는 것조차 잊을 정도로 생각에 몰두해 있던 것을 깨닫고 몰려오는 부끄러움에 얼굴이 붉어졌다

일터에서 일에 집중하지 않다니, ‘모델실격이다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은 심정을 간신히 억누르고 미치코 씨에게 다가갔다

미치코 씨는 엄지를 척하니 들고 나를 향해 웃으며 내 등을 팡팡 두드렸다.

 

이야~ 역시 카라마츠 군이야! 역시 내 안목! 오늘 완전 최고였어~”

예상치 못한 극찬을 날리는 미치코 씨의 말에 놀라 고개를 갸웃거렸다

정신을 놓고 있을 정도로 카메라 앞에 선 내가 생각하고 있던 것은 오소마츠에 대한 것이었다

내가 모델에 스카우트되었다고 한 그 날 이후로, 나를 대하는 오소마츠의 태도는 더욱 심해져 있었다

그 전에는 내가 사과하면 제대로 눈을 마주하고 싸늘하게 바라보았다면 이젠 내가 무슨 말을 해도 내 쪽을 바라봐주지 않았다

3일간 오소마츠의 얼굴조차 제대로 볼 수 없었기에, 지금까지도 내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있는 것은 어떡하면 오소마츠와 화해할 수 있을까.’ 였다

여전히 답을 찾지 못한 채, 카메라 앞에서 멍하니 있었는데도 사진작가까지 가세하여 나에 대해 칭찬을 늘어놓았다

영문을 알지 못한 채, 그날 일은 끝이 났다.

 

 


장장 한 달이라는 시간이 흐르는 동안, 나는 3일에 한 번 꼴로 미치코 씨의 호출을 받고 일을 했다

내가 하는 일이라곤 멍하니 카메라 앞에 서 있는 것으로, 촬영이 끝나면 사진작가들은 모두 한결같이 내게 칭찬을 건넸다

이래도 되는 것인가 망설였지만, 역시 마츠노가 차남, 나 마츠노 카라마츠의 위대함에 모두 감탄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순순히 여기저기서 쏟아지는 칭찬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순조로운 모델 일과는 달리 나와 오소마츠의 관계는 최악을 향해 치닫고 있었다

여전히 나와 오소마츠가 대화하는 일은 일체 없었다. 일이 늘어나고 오히려 오소마츠의 얼굴을 보는 것조차 힘들어졌다

일이 없는 날에 밖을 나가지 않고 집에서 오소마츠를 기다리고 있으면, 아침 일찍 일어나 집을 나간 오소마츠는 내가 잠들고 나서야 집에 돌아왔다

어디로 보나 명백히 나를 피하는 오소마츠의 태도에 화가 나고 초조해졌지만, 그것도 이내 가라앉았다

지금 나는 오소마츠의 얼굴을 보지 못해 안타까움에 사무치고 있었다.

오소마츠의 미소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그저, 오소마츠의 얼굴이 보고 싶다


그렇게 강하게 염원할수록 오소마츠와의 엇갈림은 깊어졌고, 동시에 이유를 알 수 없는 사진작가와 미치코 씨의 칭찬은 늘어만 갔다.

 



아아, 오소마츠가 보고 싶어.’

카메라 앞에 서서 망연히 기억 속에 남아있는 오소마츠의 장난스런 미소를 떠올렸다.

 

 

 

 

5.

카라마츠 군- 혹시 애인하고 잘 안돼?”

“…?”

촬영이 끝난 후, 슬쩍 물어오는 미치코 씨의 질문에 멍청히 대답했다

애인? 그런 것이 세상에 존재하기는 하는 건가

나를 빤히 바라보는 미치코 씨에게 말했다.

 

카라마츠 걸-즈라면 모를까 애인은 없네요.”

“..카라마츠 군, 가끔 그렇게 이해 안 되는 발언하더라. , 모델은 말할 필요가 없으니까 일에 지장은 없지만.”

미치코 씨가 묘한 얼굴로 고개를 갸웃거리며 되물었다.

 

진짜 애인 없어?”

“.., 없습니다.”

확신을 담아 대답하자 미치코 씨가 “…그래?” 하고 믿기지 않는다는 투로 말했다

대체 내 무엇을 보고 애인이 있다고 생각한 건지 호기심이 들어 묻자 미치코 씨가 웃으며 말했다.

 

카라마츠 군, 카메라 앞에서 자신이 어떤 얼굴 하는지 알아?”

“…? 그냥 멍하니 있지 않나요?”

잘 모르겠단 얼굴로 대답하자 미치코 씨가 눈썹을 찌푸리더니 노트북을 열고 오늘 찍은 사진을 보여주었다

패션 잡지에 실릴 사진이기에 전신이 찍힌 사진의 얼굴 부분만을 확대해 내게 보여주며 미치코 씨가 말했다.

 

! 어떤 얼굴이야?”

“…?”

자기 자신은 잘 모르는 건가?”

여전히 미치코 씨가 무엇을 말하는지 잘 알지 못한 나는 맹렬히 머리 위에 물음표를 띄운 채, 미치코 씨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미치코 씨가 푹 한숨을 내쉬고는 검지를 들고 내 눈앞에 들이대며 말했다.

 

무슨 표정 하느냐면, -. 마치 먹잇감을 앞에 둔 맹수?”

“…?”

. 평소엔 그런 느낌이네. 마치 눈앞에 놓인 먹잇감을 차지하고 말겠다는 맹수!”

“…, 저기.”

밑도 끝도 없이 어이없는 말을 하는 미치코 씨를 향해 얼굴을 찌푸렸다

대체 저게 무슨 말이지

내 얼굴을 확인한 미치코 씨가 나를 따라 얼굴을 찌푸리더니 턱을 문지르며 -“ 하고 신음했다.

 

“…좀 더 쉽게 말하자면, 드디어 첫날밤을 치르게 된 새신랑이 새신부를 바라보는 눈빛이랄까.”

“…네에?!!!”

진심으로 놀라 외쳤다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거야, 미치코 씨?! 

당황한 얼굴을 숨기지 못하고 입을 뻐끔거리고 있자, 미치코 씨가 부끄러워하긴~ 애인한테 그런 눈빛 하는 거지?” 하고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했다

다시금 네에?!” 하고 크게 외치자 가까운 거리에서 울린 내 목소리에 미치코 씨가 귀를 막고 얼굴을 구겼다

침묵 속에 길고 길게 느껴진 5초가 흘렀다. 겨우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고 진지한 얼굴로 아직도 귀를 막고 있는 미치코 씨의 손을 붙잡아 내렸다.

 

미치코 씨. 저는 애인이 없을 뿐더러, , , 동정이라 그런 눈빛을 할 리 없습니다.”

? 그래? 내가 처음 너한테 말 걸었을 때도 그런 눈빛하고 있었는데?”

의아하단 얼굴로 나를 향해 고개를 갸웃하는 미치코 씨의 폭탄과도 같은 발언에 떡하니 입이 벌어졌다

혼란스러움에 가벼운 어지럼증까지 느껴져 머리를 감싸고 눈을 깜빡이며 미치코 씨를 바라보았다

미치코 씨는 여전히 고개를 갸웃거리며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혹시 테스트 촬영 때도 다리 위에서 했던 생각 운운 했던 것도?”

혼란 속에서 서서히 떠오르는 의심에 조심스럽게 묻자 미치코 씨가 밝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 지저스

대체 미치코 씨가 말하는 눈빛은 어떤 눈빛인 거지

다리 위에서도, 테스트 촬영 때도 내 머릿속을 가득 차지하고 있었던 것은 단 한 명뿐인 내 친형, ‘오소마츠뿐이었다.

 

암튼, 그런데 요즘엔 말이야~”

온갖 난리를 치며 속으로 절규를 외치고 있는 나를 나둔 채, 미치코 씨가 하던 말을 이어갔다.

 

요즘엔 눈빛이 좀 바뀌어서~ 요즘엔 뭔가, 안타까운? 애달픈? 그런 눈빛이여서~ 카라마츠 군, 요즘 애인하고 잘 안 되가나 싶어서 물어봤어.”

화면 가득 띄우고 있던 사진을 없애며 미치코 씨가 웃었다

절망에 빠진 내 귀 속으로 미치코 씨의 엄청난 말은 해일과 같이 몰려 들어와 절규하고 있는 나를 바다 깊이 가라앉혔다

혼란이 가중되면 오히려 사람은 침착해지는 것인가

놀랍도록 명확해진 사고에 당황하면서도 미치코 씨에게 저에게 애인은 없습니다.” 라고 대답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6.

촬영이 밤 늦게 있었던 탓에, 집에 도착하자 이미 자정이 훌쩍 넘어있었다

하아-‘ 하고 푹 한숨을 내쉬고 끼익끼익 울리는 계단을 올랐다

방금 전, 미치코 씨의 발언으로 멘탈 포인트(MP)가 제로가 된 나는 온 몸이 물에 젖은 솜에 감싸인 것처럼 무거웠다

힘겹게 계단을 올라 이미 자고 있는 동생들을 깨우지 않도록 살며시 문을 열었다.

 

“…!!!!!”

조용히 해. 애들 깬다.”

문을 열자마자 마주한 오소마츠의 얼굴에 놀라 비명을 지르려던 내 입을 오소마츠가 거칠게 손으로 막았다

귀찮다는 얼굴로 집게 손가락을 입가로 향해 -‘ 하고 손짓했다

얌전히 고개를 끄덕이자 오소마츠가 내 손을 막고 있던 손을 내렸다.

 

할 말 있으니까, 잠깐 내려와.”

작은 목소리로 말한 오소마츠가 앞서 계단을 내려갔다

끼익끼익 낡은 나무가 울리는 소리가 났다

사형선고를 받은 사형수의 기분이 이런 기분일까

입 안이 바싹 메말라 목을 울리며 침을 삼키고 심호흡했다

잠옷으로 옷을 갈아입고 계단을 내려가자 거실 문틈으로 빛이 새어 나와 희미하게 마루를 비추고 있었다.

문 앞에서 한 번 더 심호흡한 후, 거실 문을 슬슬 열었다

거실 정 중앙에 위치한 원형 테이블에 앉아있던 오소마츠가 나를 보더니 손짓했다. 말없이 다가가 오소마츠의 맞은편에 앉았다.

 


오랜만에 보는 오소마츠의 얼굴에 너무나 기뻤지만, 지금 이 분위기는 도저히 참기 힘들었다

오소마츠와 단 둘이 있는 것도, 앞으로 오소마츠가 내게 어떤 말을 할 지도 두려웠다

고개를 푹 숙인 채, 침묵하고 있자 오소마츠 쪽에서 큰 한숨 소리가 들려왔다.

 

있잖아. 카라마츠으-“

한달 만에 나를 부르는 오소마츠의 목소리에 기뻐 눈물이 날 것 같았다

뜨거워지는 눈시울을 숨기며 아아, 무슨 일인가, 브라더-“ 라고 대답하자 다시 오소마츠의 한숨 소리가 들려왔다.

 

슬슬 화해하자?”

기다리고 있던 오소마츠의 말에 고개를 돌려 오소마츠를 정면으로 바라보았다

화해하자는 오소마츠의 말과는 달리 오소마츠의 얼굴엔 미소가 실려 있지 않았다

무표정하게 덤덤히 말하는 오소마츠의 태도에 기쁨은 저 멀리로 날아가 버리고, 왈칵 눈물이 흘렀다.

 

“…?”

뚝뚝 바닥에 떨어지는 눈물에 급히 소매로 눈물을 훔쳤지만, 내 눈물을 본 오소마츠가 놀라 턱을 괴고 있던 손을 떨어뜨렸다.

 

, 오소마츠으으으~”

울먹이며 눈 앞의 오소마츠를 부르자, 눈썹을 기울이고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향해 오소마츠가 다가왔다.

 

대체 왜 우는 거야, …”

, 내가 뭘 잘못했는지 모르겠다…”

?”

, 내가 뭘 잘못했는지는 모르겠지만무시하지 말아줘어어어어..”

이제는 흘러 넘친 눈물을 닦을 여유도 없었다

내 옆에서 느껴지는 오소마츠의 체온에 감격해버려 울렁이며 가슴 가득 밀려오는 감정에 몸이 떨렸다

어깨를 들썩이며 울고 있는 나를 오소마츠가 어이없다는 얼굴로 팔을 뻗어 안았다.

 

“…그래 그래, 앞으로 무시 안 할 테니까..”

“…우우우우우…”

상냥한 목소리로 내 등을 토닥이는 오소마츠의 말에 울음은 한참 동안 그치지 않았다.

 

 

 

 

7.

그나저나 대체 오소마츠는 왜 내게 화를 냈던 건가?”

오소마츠가 파칭코를 가 집에 없는 틈을 타, 집에 남아있던 토도마츠와 쵸로마츠에게 물었다

다섯 명의 동생들 중에서도 토도마츠와 쵸로마츠는 특히 오소마츠와 어울리는 시간이 길었고, 그만큼 오소마츠의 마음을 잘 헤아렸다

진지한 얼굴로 묻자 두 사람은 멍청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진짜 모르는 거야? 정말, -쓰럽네!! 카라마츠 형은!!”

그 정도면 천연기념물이다, 정말.”

한심하단 말투로 가차없이 독설을 내뱉는 두 사람의 태도에 질문하기 전으로 시간을 되돌리고 싶었다

하지만, 오소마츠가 화난 이유를 어떻게든 알고 싶었기에 쏟아지는 악담을 참고 견디고 있자 토도마츠가 먼저 악담을 멈추고 말했다.

 

푸딩 건은, 그거잖아. 카라마츠 형이 오소마츠 형한테 너무하니까.”

너무하다?”

쌀쌀맞잖아. 우리 동생들 대할 때보다. 그거에 대한 불만이 푸딩 건으로 터진 거지-”

토도마츠가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며 말하자, 옆에서 잠자코 듣고 있던 쵸로마츠가 덧붙였다.

 

그리고 카라마츠가 일하기 시작한 것도.”

“…일하기 시작했을 때?”

토도마츠한테 먼저 말했잖아. 그 브라콤 바보 장남은 자기한테 먼저 말해주길 바랬던 거지.”

“…, 그런건가?”

““그래!!””

두 사람이 동시에 짜증난다는 얼굴로 동시에 외쳤다

역시 육쌍둥이. 합이 딱 맞구나

암튼, 이 이상 캐물었다가는 두 사람에게 사랑의 펀치를 맞을 것 같기에 입을 다물었다.

 

 


시침이 12를 가리키고 있는 한밤 중, 아직도 들어오지 않은 오소마츠를 기다리며 거실에 앉아있자니 초조함에 다리가 떨렸다

오늘 낮, 쵸로마츠와 토도마츠의 말을 들으며 가슴 깊숙이서 서서히 희망이 솟아나고 있었다.

 

얼마 전, 미치코 씨의 말로 나는 자각해버리고 말았다

내가 오소마츠에게 어떤 감정을 가지고 있는지

모델로서 카메라 앞에 선 나는 한결같이 오소마츠만을 떠올리고 있었다

그런 내 눈빛이 마치 새, 새신부를 바라보는 열정적인 눈빛을 띠고 있다면, 남은 결론은 하나 뿐이다.


나는 오소마츠를 사랑하고 있는 것이다.


, 길티-보이인 나는 결국 브라더-에게 러브를 느껴버리고만 것인가. 터부(taboo)마저 뛰어넘는 사랑이라는 얼마나 퍼펙트한가!!

 


어쨌던 깨달아버린 내 사랑에 이 이후, 어떻게 오소마츠를 대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던 차에 토도마츠와 쵸로마츠의 말은 내게 용기를 주었다

어쩌면, 오소마츠도 내게 형제 이상의 감정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본래 오소마츠를 대하는 내 태도는 조금 매정했다

그것이 보통이었고, 오랜 시간 오소마츠도 내 태도에 불만을 가지지 않았다

그것은 내가 오소마츠와 같은 이었기에, 내 태도를 오소마츠도 납득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제 와서 내 태도에 불만을 가진다? 게다가 내가 모델 일을 시작하게 된 것도 자신에게 제일 먼저 말하지 않았기에 화가 났다는 것은 확실하다

동생들이라면 모를까, 오소마츠는 지금까지 단 한번도 나에게 자신이 최고이기를 요구하지 않았다

나도, 오소마츠도 최고동생들이었다

최고가 자신이기를 바라는 오소마츠가 너무나 사랑스럽게 느껴져 나도 모르게 -‘ 하고 열을 띤 한숨과 함께 입꼬리가 올라갔다.

 

 

분침이 6에 도달했을 무렵, 드르륵-하고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불이 켜진 거실의 빛은 마루까지 침범하고 있었기에, 거실에 누군가가 있다는 것을 눈치챈 오소마츠가 그냥 지나칠 리 없었다

거실 문을 열고 빼꼼이 얼굴을 내민 오소마츠가 나와 눈이 마주치자 놀란 얼굴을 했다.

 

어라? 카라마츠? 네가 웬일이야?”

평소 브라더-들과 함께 일찍 잠자리에 드는 내가 아직까지 깨어 있는 것에 놀란 오소마츠가 물으며 다가왔다

나는 내 맞은편의 다다미를 두드리며 오소마츠를 올려다보았다.

 

오소마츠, 할 말이 있으니, 잠깐 여기 와서 정좌.”

“…내가 개냐. 왜 명령조야 이 자식.”

입을 내밀고 툴툴거리며 내 맞은편에 순순히 앉는 모습이 너무나 사랑스러워 보여서 진심으로 내 뇌와 안구를 의심했다

사랑에 빠지면 이리도 사람이 바보가 되는 것인가. 자기 자신에게 조금 질렸다.

 

뭔데?”

내 앞에 앉아 묻는 오소마츠의 어깨를 덥석 붙잡자 오소마츠의 어깨가 놀라 튀었다

큰 눈을 더욱 크게 뜨고 나를 올려다보는 오소마츠의 얼굴에 몸 속 깊은 곳에서부터 열이 올라왔다

이대로 키스하고 싶다고 외치는 욕망에 지지 않고 이성의 끈을 단단히 붙잡았다.

 

오소마츠. , …”

“…?”

, …”

“…?”

막상 말하려고 하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좋아한다.’고 단 네 글자인 그 말이 입에서 나오지 않았다

고개를 숙이고 번민하는 나를 오소마츠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쳐다보았다

다시 마음을 단단히 다잡고 고개를 들었다.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던 오소마츠와 눈이 마주쳤다.

 

, 가까워.’ 라고 생각함과 동시에 몸이 절로 움직여 오소마츠의 말랑거리는 입술의 감촉이 느껴졌다

고개를 떼고 오소마츠를 보자 오소마츠의 얼굴이 순식간에 붉어졌다

목까지 새빨개진 채 나를 보며 , , , ..” 하고 말을 더듬는 오소마츠가 너무나 귀여웠다

참을 수 없는 귀여움에 한 번 더 입맞춘 후, 당당히 외쳤다.

 

오소마츠! 최고가 되어줘!!!”

“….으아아아아아~~”

모처럼 최대한 멋진 목소리로 외쳤건만, 두 번째 입맞춤에 완전히 정신이 나가버린 오소마츠의 두 눈은 핑핑 돌고 있었다

제대로 된 문장도 말하지 못할 정도로 혼란스러워하는 오소마츠 덕분에 내 일생일대의 고백은 실패로 돌아갔다.

 



 

 

실패로 돌아가는 듯 했다

다음 날 아침, 눈을 뜬 내 눈 앞에 오소마츠가 웃는 얼굴로 오늘부터 1일이지?” 하고 물어올 때까지는.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카라오소든, 오소른이든 생각해놓은 썰은 많은데 쓸 시간이 없네요... 요즘엔 플롯도 잘 안짜지고.. 여러모로 슬럼프입니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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