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편 「시작은 키스부터」의 후편입니다.
* 무자각이었던 두 사람이 자각하는 이야기입니다.
* 카라마츠가 약간 싸이코패스, 오소마츠가 약간 쓰레기입니다ㅎㅎ
* 전편보다 늘어난 분량ㅎㅎ 그리고 조금 높아진 수위입니다.
* 수위는 R-15 정도입니다.
* 부족한 글이지만 재미있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1.
“응… 후, 아…”
가족이 모두 외출한 텅 빈 집안을 뜨거운 숨소리가 가득 메운다.
차오르는 숨에 평상시의 체온보다 훨씬 뜨겁게 달아오른 입술을 떼고 숨을 몰아 쉬자, 그새를 못 참고 다시 다가오는 입술을 손으로 막았다.
“카라마츠.”
“…무아(뭔가)”
입을 막고 있는 손을 내려다보며 얼굴을 찡그리고 카라마츠가 대답했다.
입이 막혔는데도 제 부름에 꼬박꼬박 대답하는 모습이 귀여워 싱긋 웃으며 자신의 입술에 흘러내린 타액을 핥았다.
“조금만 쉬자.”
“…”
짙은 눈썹 사이 주름이 더 깊어졌다. 불만 가득한 얼굴로 나를 올려다보는 카라마츠에게 “조금만, 응?” 하고 달랬다.
못마땅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인 카라마츠가 나를 안고 있던 팔을 풀었다.
쉰다고 말은 했지만, 키스를 잠시 중단하고 싶을 뿐 지금 올라타고 있는 카라마츠의 무릎에서 내려가고 싶지는 않았다.
팔을 풀었음에도 자신의 무릎에서 내려가지 않는 나를 보며 카라마츠가 얼굴을 기울였다.
“오소마츠?”
“…응?”
“쉰다며.”
“응.”
씩- 만족스럽게 웃으며 카라마츠의 목에 팔을 감았다.
당황스러워 하는 눈빛의 깊은 곳에 아직도 사라지지 않고 희미하게 빛나고 있는 열을 잡아내 끌어당겼다.
얼굴을 기울여 가볍게 닿기만 하는 버드 키스를 쪽쪽 반복하자 카라마츠의 팔이 다시 강하게 달라붙었다.
“휴식 끝~”
말을 끝내자마자, 열기를 담은 입술이 내려왔다.
살짝 입술을 열어 맞이하자 뜨거운 덩어리가 입 안으로 들어왔다.
입 안으로 들어온 혀는 망설임 없이 내가 제일 약한 입천장을 크게 훑고는 마치 뜯어먹을 것처럼 내 혀에 얽혀왔다.
집요하게 입 안을 탐하는 카라마츠의 혀를 살짝 빨고 핥으며 멀어지는 의식 속에서 왜 이런 관계가 되어버렸는지 한탄했다.
2.
느릿느릿 몸을 일으켜 주변을 둘러보니 환한 방 안에 나 혼자 남겨져 있었다.
이불을 차고 일어나 후드로 갈아입고 펼쳐져 6인용의 대형 이불을 대충 돌돌 말아 벽장에 구겨 넣었다.
하품하며 거실로 내려와보니 녀석들은 이미 외출했는지, 텅 빈 거실이 나를 맞이했다.
나도 나갈까 생각했다가 어제 파칭코에서 용돈을 전부 날린 것이 기억나 쯧! 하고 혀를 찬 후, 테이블에 앉아 TV를 켰다.
빠르게 리모컨의 버튼을 눌러 이리저리 채널을 돌려보아도 딱히 볼만한 프로는 하지 않았다.
평일 오후, 이 시간에 집에 남아있는 것은 주부 정도이기에 TV는 전부 드라마 재방송이나 요리 프로가 나오고 있었다.
절로 새어 나오는 하품을 하며 다시 채널을 바꾸자, 예능 방송이 나왔다. 좀 볼만한 건가 싶어 가만히 보고 있으니 화면 가득 자막이 떠올랐다.
「키스만으로 사랑에 빠지나 실험해보자 제 2탄!!!」
두둥!! 하고 울리는 BGM과 함께 빙글빙글 돌며 나타난 빨간색의 자막에 빠르게 리모컨의 버튼을 눌러 TV를 껐다.
내가 저 망할 프로 때문에 어떤 꼴을 당했는데… 화풀이로 리모컨을 바닥에 던져버리고 발라당 바닥에 누웠다.
천장에 달려 있는 금붕어 모양의 장식을 멍하니 보고 있으니 새록새록 지금까지의 일이 떠올랐다.
애초에 왜 이렇게 되어버린 걸까?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보아도 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확실한 건, 나에게는 잘못이 없다는 거다.
저 바보 같은 예능을 보고 키스를 제안한 것도 카라마츠이고, 지금까지 이 기묘한 관계를 이어가고 있는 것도 다~ 카라마츠 때문이니까.
응응. 긍정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한 실수는.. 천엔에 눈이 멀어 카라마츠의 제안을 거절하지 않은 것뿐이고.
설마 동생과의 키스가 그렇게 기분 좋을지 이 카리스마 레전드도 몰랐다고.
왜 길거리에 지나다니는 커플들이 그렇게 좋다고 물고 빨고 다니는지 이해할 수 있게 됐고…
진짜 기분 좋다고~ 카라마츠랑 하는 키스는…
뭔가, 굉장히 기분 좋은데 이유를 알 수가 없네.
기분 좋으니까 그만 빠져 버렸다고나 할까…
우와, 내가 생각해도 쾌락에 너무 약한데.. 괜찮은 거야?! 나!!
으으으- 지끈거리기 시작한 머리를 잡고 한숨을 푹 내쉬었다. 문제는 기분이 좋다는 거야.
기분이 좋으니까 카라마츠 녀석도 둘만 있으면 항상 먼저 다가오고.
나도 기분 좋으니까 거부 안하고.
이상하지?!! 형제끼리 키스라니 이상하지?!?!
아- 진짜로 이제 그만 둬야 하는데!!! 기분이 좋다고~~!!! 이게~!!!!!
“아아아아악~!!!!!”
좀체 답이 나오지 않는 문제로 머리를 붙잡고 좌우로 구르다가 상다리에 다리를 부딪쳤다.
신음하며 욱신거리는 다리를 문지르고 있으니 스륵- 하고 거실 문이 열렸다.
누군가 싶어 고개를 돌리니 카라마츠가 멍청한 얼굴로 나를 보며 뭐 하고 있는 거냐고 물었다.
“별로 아무것도.”
“다리는 왜 문지르고 있는 거야?”
“상다리에 부딪쳤어.”
“바보인가.”
“시끄러-“
한심하단 눈으로 나를 내려보던 카라마츠가 거실 안으로 들어와 앉았다.
항상 돌아오던 시간보다 일찍 돌아온 카라마츠에게 이유를 물으니 “그냥.” 이라는 싱거운 대답이 돌아왔다.
뭐야, 또 뭔가 안쓰러운 발언이라도 하나 싶었는데.
아픔이 꺼진 다리를 한번 더 문지르고 거실 한 구석으로 기어가 바닥에 펼쳐져 있는 어제 읽다 만 만화책을 집어 들었다.
그대로 엎드린 채 만화책이나 읽으려고 했더니, 카라마츠가 “형님, 바른 자세로 앉아라.” 하고 잔소리를 했다.
다른 때는 별말 안 하면서 왜 오늘따라 잔소리인지. 구시렁거리며 카라마츠의 맞은편에 앉았다.
페이지의 모서리 한쪽을 접어 어제 표시해 놓았던 쪽을 편 순간, 내 옆으로 카라마츠가 다가왔다.
바로 가까이서 느껴지는 사내놈의 인기척에 눈썹이 절로 구겨졌다.
홱 고개를 돌리자 카라마츠가 몸을 움찔거리며 나를 쳐다보았다.
“뭐야.”
“아니…”
무뚝뚝한 어조로 묻자 카라마츠가 시선을 돌렸다.
슥- 하고 바로 옆에 다가온 카라마츠의 어깨를 밀어 떨어뜨려 놓은 뒤, 만화에 집중했다.
어제 한창 클라이맥스인 부분에서 중단된 만화에 나는 금새 빠져들었다. 팔랑 하고 책장이 넘어가는 소리가 들렸다.
만화 한 컷 한 컷 주인공의 액션에 감탄하며 읽고 있으니 옆에서 슬금슬금 꼼지락거리는 기척이 느껴져 일순 짜증이 솟구쳤다.
“카라마츠!”
“뭐, 뭔가, 형님.”
“다리 떨지 마.”
“아, 미안.”
카라마츠가 미안하단 표정으로 양반다리를 한 채 떨고 있던 다리를 멈췄다.
후- 하고 콧바람을 내쉰 후, 다시 만화에 시선을 돌렸지만 카라마츠는 이번엔 조물조물 손을 가만히 두지 않고 만지작거렸다.
시야 한 쪽에 자리 잡은 카라마츠의 손이 쉴 새 없이 움직였다.
아, 진짜. 아까부터 뭐야?! 만화를 볼 수가 없네!!
“뭐야, 카라마츠! 아까부터.”
“..오소마츠.”
고개를 들어 카라마츠 쪽으로 시선을 돌린 순간, 카라마츠의 눈과 마주쳤다.
맹수의 앞에 놓인 먹잇감처럼 몸이 얼어 움직이지 않았다.
손가락 하나 끔쩍할 수 없는 나에게 다가온 카라마츠는 그대로 그 큰 손을 내 허리에 감아 자기 쪽으로 끌어 당겼다.
힘없이 끌려간 나를 품에 안은 카라마츠가 다음 말을 하려 열려 있던 내 입에 키스했다.
“우, 앗..! 후응…”
쑥- 하고 존재감을 과시하며 들어오는 카라마츠의 혀에 놀라 신음했지만, 소리는 카라마츠의 입술에 막혀 뭉개졌다.
정확하게 내가 느끼는 곳만을 핥아오는 카라마츠의 혀에, 어느새 키스의 쾌락에 익숙해진 뇌가 녹아 내렸다.
소극적으로 입 안 깊은 곳에 움츠려 있던 혀를 뻗어 카라마츠의 혀에 걸자, 기다렸다는 듯이 카라마츠의 혀가 얽혀왔다.
두 사람이 만들어 내는 젖은 소리가 고막을 울렸다.
키스라는 건 입 안을 자극할 뿐만 아니라 이렇게 청각까지 자극하는 행위라는 것을 나는 얼마 전까지 알지 못했다.
귀를 울리는 물소리에 훅- 하고 체온이 상승했다.
뜨거워지는 몸에 무의식적으로 카라마츠의 후드를 잡고 있던 주먹을 더욱 세게 움켜쥐었다.
“후우, 아..! 하, 아-“
입천장을 핥는 카라마츠의 혀가 주는 열락에 신음하며 카라마츠의 목에 팔을 감고 더 깊어진 입맞춤에 눈가가 촉촉히 젖었다.
“응, 읏… 하읏..! 응…”
“..읏! 하아- 오소마츠.”
색정적인 카라마츠의 낮은 목소리에 슬쩍 실눈을 뜨니, 나와 마찬가지로 눈을 반쯤 뜨고 나를 똑바로 응시하고 있는 카라마츠가 보였다.
일렁이는 욕망이 그대로 드러나는 거친 눈빛이 온전히 나를 향해 있었다.
살짝 찡그린 눈썹과 앞머리 사이에서 빛나는 눈빛은 절대로 ‘형(兄)’을 향한 것은 아니었다.
또렷한 포식자의 눈빛을 한 카라마츠가 한층 더 강하게 나를 안아왔다.
근육이 꿈틀대는 굵은 팔에 안겼다는 안도감과 키스가 주는 쾌락에 도로 눈을 감고 뜨거운 카라마츠의 혀를 옭아맸다.
3.
기계 안에서 열심히 돌아가고 있는 은색 구슬이 내는 소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내 생각은 멈춰있었다.
머리 속은 텅 비어 있어, 버튼을 돌리는 손은 그저 습관에 의지해 움직이고 있었다.
매캐한 담배 냄새가 가득 찬 파칭코 안, 내 몸은 파칭코 기계 앞에 앉아 있지만 정신은 저 멀리로 날아가 있었다.
기분 전환을 하기 위해 움직이고 싶지 않은 귀찮음을 무릅쓰고 기어 나왔건만, 파칭코를 하는 내내 이 우중충한 기분은 가시지 않았다.
과과광-!!! 하고 커다란 소리를 내며 구슬이 바닥을 드러냈다.
텅 빈 지갑에 한층 더 가라앉는 기분으로 파칭코를 나와 정처 없이 걸었다.
머리 속이 안개 끼인 것 마냥 뿌얬다. 애초에 기분이 안 좋은 이유는 알고 있었지만, 그 해결법이 없는 것이 답답했다.
제 마음대로 돌아다니던 발걸음을 멈추자 마을 중앙의 커다란 공원 한복판에 서 있었다.
좌우를 두리번거리자 분수를 둘러싸고 벤치가 놓여 있어 그곳으로 발을 옮겼다.
털썩 소리가 나도록 엉덩이를 벤치에 내려놓고 한숨을 쉬며 하늘을 올려보았다.
요즘 들어 내 눈이 이상하다.
기분이 좋아서, 쾌락에 져 카라마츠와의 키스를 그만두지 못하는 것도 충분히 위험한데 이젠 눈까지 위험한 지경에 이르렀다.
카라마츠가 멋있어 보이기 시작했다…
말도 안되지??
‘그’ 카라마츠라고?
아픔의 대명사라고??
멋있을 리가 없잖아!!!
그런데 왜 요즘 그 녀석이 반짝반짝 빛나 보이기 시작한거???
머리가 바보인 것도 모자라, 눈까지 바보가 된 거??
그래, 일단 인정할 건 인정하자.
키스를 할 때의 카라마츠는 멋있어 보인다.
살짝 찡그린 눈썹이나, 여과 없이 열을 드러내는 눈빛이나, 키스하는 중간 중간 나를 부르는 낮은 목소리가 솔직히 같은 남자가 보아도 멋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평소의 카라마츠는 절~~~~~대 멋있지 않다!
안쓰럽고!! 가죽잠바 입고!!
맨날 거울이나 보는 나르시스트 싸이코패스!
멋있을 리가 없지?!?!
그런데 왜! 멋있어 보이냐고~~~!!!!
둘만 있을 때도 그렇고, 동생들과 있을 때도 그렇고 카라마츠는 평소와 다름없는 태도를 나를 대하는데 나는 카라마츠와 눈이 마주칠 때마다 반짝이는 눈빛에 시선을 돌리고 만다.
오늘도, 키스를 하고 있지도 않은데, 아침에 일어나 거실로 향하면 나를 보며 웃으며 아침인사를 하는 카라마츠의 얼굴에서 반짝반짝 빛이 나는 것처럼 보인다.
휘둥그래 눈을 치켜 뜨고 바라보고 있으면, 걱정스러워하는 얼굴로 나를 보며 “오소마츠?” 하고 부르는 목소리도 어째선지 감미롭게 느껴져서…
결국 오늘은 카라마츠와 같은 방 안에 있는 것도 껄끄러워져서 대충 손에 집히는 지갑에서 돈을 빼들고 뛰쳐나왔다.
이건 진짜 말도 안 된다고…
나.. 설마, 죽을 병?!
뇌에 문제 생겨서 카라마츠가 멋있어 보이거나 하는건가?!!
등골이 오싹하게 몰려드는 위기감에 전신의 피가 중력에 이끌려 발 밑으로 내려가는 느낌이 들었다.
이대로는 안 된다는 생각에 벤치에서 벌떡 일어나 바삐 움직였다.
데카판 박사에게 가자! 어릴 적부터 어울렸던 박사라면 분명 이 눈의 원인도 알 수 있을 것이다.
박사가 모든 것을 해결해 줄 것이라는 한 가닥의 희망을 품고 박사의 연구소로 향하는 발을 더 빨리 굴렸다.
석양이 지는 하늘을 가로질러 까마귀가 까악- 까악- 하고 울며 날아갔다.
한숨 쉬는 일 밖에 남지 않은 나는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며 터덜터덜 집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일말의 희망은 데카판의 말에 무참히 깨져버렸다.
내 눈도, 뇌도 검사 결과 아무런 이상 없음.
무슨 증상이 있어 눈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냐고 묻는 데카판의 질문에 바보 같은 나는 솔직하게 누군가가 반짝반짝 빛나 보인다고 대답했고, 데카판은 어울리지 않게 얼굴을 붉히며 “그것은 사랑이다스-“ 하고 웃었다.
순간 소녀처럼 수줍게 웃는 데카판의 얼굴과 말도 안 되는 충격 발언에 위액이 역류하는 것을 느꼈다.
사랑?? 하아??
데카판은 연구를 너무 해서 드디어 미친 걸지도 모른다.
매드 사이언티스트. 남자가 미녀로 변하는 미녀약이나 만들어대는 데카판에게 딱 어울리는 말이 아닌가.
지금까지 알고 있었던 온갖 나쁜 말을 데카판에게 갖다 붙이며 저주했다.
불쾌감 지수 MAX.
이대로 집으로 돌아가는 것도 싫증이 났다.
게다가 집에는 이 모든 사태의 원인인 카라마츠도 있고.
항상 마시던 술집이라도 가자는 생각에 몸을 돌린 순간, 뒤쪽에서 나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다.
기분도 나쁜데, 누가 부르나 싶어 고개만 돌리자 푸른 후드를 입은 카라마츠가 나를 발견하고 달려오고 있었다.
켁! 지금 제일 만나고 싶지 않은 녀석이 다가오고 있어 이대로 도망갈까 생각했지만 지금의 컨디션으로는 뛰어봤자 금방 잡힐게 뻔했다.
괜히 뛰어서 몸을 혹사시키고 싶지는 않았다.
나를 향해 뛰어오고 있는 카라마츠 쪽으로 몸을 돌리자 마침 카라마츠가 내 앞에 섰다.
“오소마츠.”
“..오, 왜?”
여전히 반짝반짝 거리는 카라마츠의 얼굴에 진심으로 내 눈과 데카판을 저주했다.
으아~ 정신차려라~ ‘나’!!!
인상을 쓰고 카라마츠를 보고 있자 카라마츠가 얼굴을 구기며 내 정수리에 손을 모로 세워 내리쳤다.
딩- 하고 뇌를 울리는 아픔에 즉각 화를 내자 카라마츠가 싸늘한 시선으로 나를 내려보며 말했다.
“오소마츠, 또 내 지갑
가져갔지.”
“..아…”
손에 집히는 대로 집어온 지갑은 아무래도 카라마츠 것이었던 것 같다.
지갑 안의 현금만 꺼내고 지갑은 방바닥에 내던지고 나왔기에 내가 손에 집은 지갑이 누구 것인지 확인을 하지 않았다.
뒷머리를 긁적이며 사과하자 카라마츠가 안 그래도 험악한 얼굴을 더욱 구기고 “값아.” 하고 말해와 “돈 없엉~” 하고 대답했다.
그리고 또 다시 카라마츠의 손이 정수리에 꽂혔다.
커다란 혹은 연달아 두 개나 달게 된 나는 화를 냈지만, 카라마츠는 철저하게 나를 무시한 채 성큼성큼 앞서 걸어갔다.
뭐야~ 걱정해서 찾아 나온 건가 싶었는데, 돈의 원한이냐!!
멀어져 가는 카라마츠의 등을 향해 혀를 내밀어 화풀이를 한 후, 다시 술집으로 발을 돌렸다.
지갑은 텅 비어 있으니 일반 술집은 당연히 갈 수 없다. 치비타네나 갈까.
술집을 향해 걷던 걸음을 멈추고 치비타의 오뎅집이 있는 강둑으로 몸을 돌렸다.
그때 탁탁탁- 하고 커다란 발소리를 울리며 카라마츠가 나를 향해 뛰어왔다.
어? 뭐야? 또 돈??
이번엔 또 뭔가 싶어 도망칠 태세를 갖추고 카라마츠에게 “뭐야?!” 하고 외치자 내 앞에 서서 차오른 숨을 몰아 내쉬며 카라마츠가 내 팔을 잡아 끌었다.
“..하아, 하아, 오소마츠.”
“어, 왜. 또 뭐가 남았어?”
“왜 안 따라와.”
“..하?”
“집, 가는 거, 하아, 아니었나?”
눈썹을 기울인 채, 물어오는 카라마츠의 모습에 절로 의문부호가 머리 위로 떠올랐다.
내가 집을 언제 가든 별 상관도 안 하던 녀석이 오늘따라 왜 이런대?
치비타네에 가려고 했다고 말하자 카라마츠가 탐탁지 않은 얼굴로 내 팔을 잡은 채, 앞서 걸었다.
영문도 모른 채 카라마츠에게 끌려가는 꼴이 된 것에 당황해 카라마츠를 따라 걸으며 말을 걸었지만, 카라마츠는 묵묵부답이었다.
결국 카라마츠와 함께 집에 도착해 나를 기다리고 있던 녀석들과 저녁을 먹고, 다 함께 목욕탕에 갔다.
밥을 먹으면서도, 목욕탕에 가면서도 내 옆자리를 사수하면서 카라마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동생들이 거는 말은 꼬박꼬박 대답해 주면서 내가 말을 걸면 그대로 못들을 척 무시하며 고개를 돌렸다.
대체 뭐에 화가 난 건지 알 수 없는 나로서는 그저 쓰게 웃을 뿐이었다.
목욕탕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 따뜻한 온수에 데워진 몸은 기분 좋은 피로와 함께 졸음을 끌고 왔다.
계속 가라앉아 있었던 기분도 어느 정도 정상 기준에 도달한 나는 계속 나를 무시하고 있던 카라마츠의 옆으로 다가갔다.
슬쩍 카라마츠의 손을 잡고, 내가 낼 수 있는 최대한의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카라마츠으~, 화 났어?”
“..안 났어.”
여전히 내 시선은 무시하면서 제대로 대답해 주는 것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꼭- 하고 쥐고 있는 카라마츠의 손을 강하게 잡으며 다시 말을 걸었다.
“그럼 왜 내 말 무시해?”
“..오소마츠가, ..”
“응?”
“아까 나를 따라오지 않았으니까.”
아까라니? 아까 돈 때문에 나온 거 아니었나?
머리 속에서 손을 들고 의문을 제기해오는 수많은 작은 ‘나’의 목소리를 무시하고 카라마츠를 향해 빙긋 웃었다.
겨우 돌리고 있던 고개를 내 쪽으로 향하고 나와 눈을 마주한 카라마츠에게 말했다.
“나는 네가 돈 때문에 나 잡으러 온 줄 알았지~”
“..걱정했다고.”
영락없이 삐진 얼굴로 입을 삐죽 내밀고 중얼거리는 카라마츠가 또 다시 반짝반짝 빛났다.
아~!! 진짜!! 내 눈 왜 이러냐?!!
톳티의 자의식보다도 더 빤짝 거리는 카라마츠의 후광에 나도 모르게 고개를 돌리고 말았다.
내 손을 잡고 있는 손에 힘을 주며 카라마츠가 불안한 목소리로 나를 불렀다.
내가 고개를 돌려 시선을 피한 게 제법 충격이었는지 눈가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었다.
“아, 응. 미안미안~ 걱정해줘서 고마우이~~”
씩- 웃어 보이며 카라마츠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안심한 얼굴로 얌전히 내 손길을 받아들이는 카라마츠는 엄연한 귀여운 ‘동생’인데도 내 심장은 평소의 배는 크게 두근거려 카라마츠에게 들리는 것 아닐까 조마조마했다.
삐진 카라마츠를 풀어주고도 손을 놓을 타이밍을 놓친 나는 두근거리는 심장을 안고 집까지 카라마츠와 손을 잡은 채 걸어가야 했다.
4.
며칠을 고민한 결과, 나는 인생 최대의 위기에 봉착했다.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진실이 대놓고 눈 앞에 드리우며 인정하라고 외치고 있다.
그래.. 인정할 건 인정해야지.
나는, 마츠노 오소마츠는 카라마츠를 좋아하고 있다.
우오오오오오오!!!!!! 웃기지 말라고~!!!!
형제야?! 그 이전에 같은 게 달려있는 사내자식이라고!!
진짜아~!! 왜 이렇게 된 거야?!!
역시 키스?! 키스가 문제인 거지?
설마 그 뭣 같은 실험이 진짜일 줄 누가 알았냐고오오오~~!!!!!
한바탕 방바닥을 구르며 난리를 치고 나서야 조금 침착해질 수 있었다.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사실에 헛웃음이 멈추지 않았다.
정말로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고. 카라마츠를 좋아한다니…
하지만 요 며칠 나는 내가 생각해도 완~전히 사랑에 빠진 소녀와 같았다.
파칭코를 가도, 경마에 가도 머리 속에 떠오르는 건 카라마츠에 대한 것.
카라마츠가 지금 옆에 있었다면 좋았을 거라는 생각을 한 순간, 자기 자신의 바람에 토할 것 같았다.
여전히 카라마츠는 멋있어 보이고…
살려 줘~~!! 아카츠카 선생니임~~!!!!!
벌러덩 소파에 누워 한숨을 내쉬었다. 인정할 걸 인정했으니 이제는 해결 방법을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된다.
아무리 내가 기적의 바보라고 불린다지만, 근친에 호모라고.. 감당할 수 있을 리 없다.
이 이상 이 감정을 지속하면 안 된다는 상식 정도는 내게도 있다.
그럼 어떻게 해야 이걸 끝낼 수 있을까… 형제이고 같은 집에 사는 만큼 시도할 수 있는 방법은 제한되어 있다.
백수에 돈도 없으니 홀로 집을 떠나 독립을 할 수도 없다.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고 내가 집에서 나가는 게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생각되지만, 이 느긋하고 맘 편한 백수 생활을 그만 둘 생각은 먼지 만큼도 없다.
그럼 대체 어째야 해~~~
한창 이것저것 생각하고 있으니 방 문이 열렸다.
오늘은 아침 일찍 동생들이 모두 나갔기에 엄마인가 싶어 소파에 누운 채 고개만 들어 문 쪽을 보았다.
문을 열고 들어온 가죽잠바에 쯧 하고 혀를 찼다.
“?! 자, 잠깐 형님?! 방금 전 들어온 사람을 보고 혀를 차는 것은 너무하지 않나?!”
“쯧, 뭐야. 너였어? 왜 왔어. 나간 지 얼마 안 됬는데.”
“훗, 오늘은 이 길티-가이 카라마츠를 질투한 마블러스한 스카이가 눈물을 흘릴 것 같ㅇ…”
“뭐?”
“비 올 것 같아서…”
인상을 팍 찌푸리고 되묻자 기가 죽은 카라마츠가 제대로 대답했다.
싱거운 이유에 손짓으로 카라마츠를 외면하고 몸을 돌렸다.
하필이면 이럴 때 당사자가 오냐고~ 오늘 내 운은 진짜 안 좋은 것 같다.
파칭코 안 가길 잘했네. 꿍얼거리며 앞으로 어쩔지 열심히 생각하고 있는데, 툭툭 등을 두드리는 기척이 느껴졌다.
무심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리자 카라마츠의 얼굴이 바로 눈 앞까지 다가와 있었다.
깜짝 놀라 벌떡 일어나자 카라마츠가 멍한 얼굴로 나를 올려다 보았다.
“뭐, 뭐야?!”
“어? 아니, 지금 우리 밖에 없으니까.”
카라마츠는 집에 둘만 남게 되면 항상 키스를 요구해 왔다.
지금도 당연하다는 얼굴로 내게 키스하자는 뜻을 내비치고 있었다.
아니, 잠깐 기다려봐. 이게 원인인 거지? 키스가 원인이잖아?
그럼 지금까지 하던 대로 계속 하면 절대 안 되는 거 아냐?
팟 하고 전구에 불이 들어오듯 머리 속을 스쳐 지나가는 생각에 눈이 번쩍 뜨였다.
“..카라마츠”
“..오, 오우.”
“우리 이제 이거 그만하자.”
“엩? 어째서?”
정말로 모르겠다는 얼굴로 나를 올려다보는 카라마츠를 보며 어이가 빠졌다.
이 녀석은 진짜 아무것도 모르는 건가? 카라마츠는 나를 좋아하지 않는 건가?
하긴 이 녀석 나랑 키스할 때 빼고는 전혀 태도 안 변했고.
여전히 나한테는 드럽게 쌀쌀맞고.
아, 뭔가 열 받네? 그럼 왜 나랑 키스하려는 거야? 습관이냐?!
“카라마츠.”
“응?”
“너 왜 나랑 키스 하는 거야?? 형제인데?”
“..어? 그야.. 기분 좋으니까.”
“…”
우와~~ 우와~~~ 여러부운~~ 이 쓰레기 좀 보세요~~!!!
역시 나보다 바보였어!! 이 녀석!!!!
“말이야 방구야?!!!”
“오소마츠?”
치솟는 열불에 소파 위에 일어섰다.
카라마츠가 눈을 커다랗게 뜨고 나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카라마츠와 똑바로 눈을 맞추고 손가락을 들어 선언했다.
“오늘부로 키스는 금지!!! 아무리 기분이 좋아도 형제끼리 키스하다니 이상하지?!!!”
“…에, 엩?!!”
좋아! 이걸로 됐겠지!! 흥- 하고 숨을 내쉰 후, 팔짝 뛰어 소파에서 내려왔다.
이대로 카라마츠와 둘이 집에 남아있는 것도 애매하다는 판단이 들어 지갑은 얇지만 파칭코에 가기로 하고 발을 내디디었다.
“혀, 형님..”
카라마츠의 부름에 발을 멈추고 고개를 돌렸다. 눈썹을 기울이고 카라마츠가 내게 물었다.
“기분이 좋은데 왜 그만해야 되는 건가? 오소마츠도 기분 좋으니까 계속 받아 들었던 거 아닌가??”
이 녀석은 대체, 나보다 더 바보에, 나보다 더 쾌락주의자인 거냐고.
왜 형제끼리 키스한다는 게 이상하다는 생각이 안 드는 거야.. 이 싸이코패스 자식.
이런 놈을 좋아해 버린 나도 참 대책 없다…
묘하게 밀려오는 짜증과 카라마츠가 내게 아무런 감정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이 왠지 내가 지고 있는 것 같았다.
머리 가득 물음표를 띄우고 순수한 얼굴로 물어오는 카라마츠의 머리에 그대로 주먹을 내리 꽂았다.
“아우치?!!!”
“난 파칭코 간다!”
머리를 감싸 쥐고, 고통에 웅크리고 있는 카라마츠를 버려둔 채 그대로 집을 나섰다.
카라마츠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알 수 없으나, 그래도 형의 말은 꼬박꼬박 잘 듣는 카라마츠는 그 날 이후로 내게 키스를 하지도, 요구하지도 않았다.
집에 둘만 있어도 서로 제 할 일을 할 뿐, 키스를 시작하는 일은 없었다.
나는 나대로 매일 집을 나서 파칭코나 경마를 돌며 카라마츠와 둘만 있는 상황이 생기지 않도록 피했다.
집에 돌아가는 것은 항상 다른 녀석들이 돌아와 있을 시간인 저녁식사 직전.
덕분에 2주라는 시간이 지나도록 나와 카라마츠 사이에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역시 카리스마 레전드 인간국보인 나의 판단은 정확했다는 것이다.
키스를 하지 않으면 우리 둘은 그저 평범한 형제로 지낼 수 있다. 단 한가지 문제가 있다면…
내가 가지고 있는 카라마츠에 대한 마음이 사라지기는커녕 점점 더 심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멋들어지게 내 이성의 기대를 배반한 마음은 여전히 카라마츠를 향한 연심을 소중하게 품고 있었다.
카라마츠가 멋있어 보이는 것은 당연하고, 키스 금지를 선언한 그 날 이후로 자꾸만 카라마츠에게 시선이 향하게 되었다.
퍼뜩 정신을 차리고 보면 정신 없이 거울을 보고 있는 카라마츠의 입술만 바라보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고 시선을 돌린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키스를 하지 않은 날 수가 늘어날수록 열망은 점점 더 커져서 무의식적으로 카라마츠의 입술을 바라보고, 키스하며 안겨 있었던 카라마츠의 체온이나 나를 꼭 안아오는 팔의 감촉을 찾게 되었다.
뭔가 근질근질 거리고, 손이 닿지 않는 곳이 간지러운데 긁지 못하는 답답함이 날이 갈수록 커져갔다.
키스 금지 선언을 한 것은 나인데, 다시 키스를 바라고 마는 것도 나였다.
카라마츠는 여전히 평범하게 지내고 태도의 변화도 보이지 않았다.
아무리 내가 금지라고 말했다지만 그렇게 입 싹 닦고 무시할 정도였던 건가..
카라마츠에게 있어서 키스는 정말로 쾌락을 주는 대상일 뿐으로 그 상대는 누구든 상관이 없었던 거다.
억울함에 왈칵 눈물이 날 것 같아 무릎을 안고 얼굴을 파묻었다.
지금 집 안에 나만 있는 것을 진심으로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 뜨거워지는 눈을 가라앉히려 애를 쓰고 있었다.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에 움찔 몸이 떨렸다. 마루에 울리는 발소리는 그대로 거실로 향해 곧 거실 문이 열리며 누군가가 방 안으로 들어오는 것이 느껴졌다.
평소의 나라면 바로 얼굴을 내밀고 “어서 와~” 하고 맞이하며 놀아달라고 달라 붙었겠지만, 지금 얼굴을 들면 분명 붉어진 눈매를 들킬 것이 뻔했다.
얼굴을 들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지금 이대로 쭈그리고 있는 것도 이상해 어찌하지 못하고 식은땀만 흘리고 있을 때, 고양이 냄새와 함께 이치마츠의 낮고 작은 목소리가 들렸다.
“오소마츠 형.”
티 나지 않도록 최대한 자연스럽게 얼굴을 들며 소매로 눈가에 맺힌 눈물을 닦았다.
고개를 들고 이치마츠를 바라보며 웃고 “어서 와~ 횽아 어느새 잠들어 버렸다…” 하고 얼버무렸다.
고양이를 닮아 묘하게 눈치가 빠른 이치마츠에게 울었던 것을 들키지 않기를 바라며 억지로 웃는 얼굴을 유지하고 이치마츠를 바라보자 이치마츠가 작게 한숨을 내쉬며 내게 자신이 안고 있던 고양이를 내밀었다.
“자.”
“어? 어어, 고마워..?”
고양이를 받아 무릎에 앉히니, 경계도 하지 않고 그대로 내 무릎에 몸을 누인 고양이가 야옹- 하고 울었다.
내 손에 달라붙어 장난을 치는 고양이가 귀여워 피식 웃음이 새어 나왔다.
이치마츠는 그대로 내 옆에 앉더니 고양이의 배를 쓸어주며 물었다.
“요즘 뭔가 고민 있어?”
작은 목소리로 들릴락 말락 조심스럽게 물어오는 이치마츠가 귀여워 웃으며 이치마츠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살짝 붉어진 이치마츠의 볼에 문득 이치마츠와 키스하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떠올랐다.
지금 내 상태는 마치 애인의 오랜 부재에 욕구불만인 사람과 같지 않을까?
그럼 이치마츠와 키스하면 이 답답함도 해소될지도..?
괜찮은 생각이지 않나 하고 자문하며 이치마츠를 가만히 쳐다보았다. 카라마츠와 달리 항상 말라있는 이치마츠의 입술이 우물우물 움직이는 것을 보며 이치마츠와 키스하는 것을 상상해보았지만, 돌아오는 것은 구토감 뿐이었다.
아무래도 이 몸은 카라마츠 이외의 형제와는 키스할 수 없는 몸이 되어버린 것 같다.
하아- 하고 푹 한숨을 쉬며 고개를 떨구니 이치마츠의 걱정이 담긴 목소리가 들려왔다.
횽아 걱정을 해주는 이치마츠가 귀여워서 고개를 들고 웃었다.
“횽아는 괜찮아~~ 이치마츄가 놀아주면 나을거야!!”
“나, 이따 다시 나가니까.”
“어째서?! 여기서는 놀아주는 패턴이지?!!”
단호하게 거절하는 이치마츠에게 실망해 외치자 내 무릎에 있던 고양이가 놀랐는지 팟! 하고 튀어 올라 마루로 뛰쳐나갔다.
고양이를 따라 방을 나서는 이치마츠가 작게 “무슨 일 있으면 말해..” 하고 기특한 소리를 하고 다시 현관 너머로 사라졌다.
5.
오소마츠가 키스를 금지한지 2주가 지났다.
형님인 오소마츠의 말이기에 일단 지키고는 있지만, 아직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렇게 기분이 좋은 것을 왜 멈춰야 하는 건지.
오소마츠도 항상 기분 좋아 보이는 얼굴로 웃으며 내게 달라붙어 왔는데.
키스를 많이 한다고 입술이 닳는 것도 아니고 누구에게 들키지만 않는다면 브라더-에게도 별다른 피해는 주지 않는다.
키스를 요구할 때도 확실하게 집 안에 둘만 있다는 것을 재차 확인한 후에 요구했기 때문에 들킬 걱정에 키스를 그만 두는 것도 납득이 되지 않는다.
불만은 쌓이고 쌓여 어느새 한계에 가까이 도달해 있었다.
키스가 하고 싶다.
거울을 보면서도 퍼펙트한 내 얼굴은 들어오지 않고 거울 한 쪽에 비친 오소마츠가 눈에 들어온다.
우물우물 감자칩을 먹고 있는 그 입술에 달라붙어 빨고 싶다는 충동을 애써 무시해도 말랑말랑하고 따뜻한 그 감촉이 머리 속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이대로는 터져 버리고 말겠다는 생각에 마시멜로를 샀다.
말랑말랑한 마시멜로가 입술과 비슷하지 않을까 해서 마시멜로를 입술 사이에 넣고 뭉개보기도 하고, 입 안에 넣고 굴려보기도 했지만, 결국 오소마츠 입술의 대신은 될 수 없었다.
남은 마시멜로는 그대로 토도마츠에게 넘겼다.
째깍째깍 시계 초침 소리가 울리는 조용한 방 안, 깜깜한 창 밖도 정적과 고요에 휩싸였다.
고개를 들어 시계를 보니 새벽 3시에 가까운 깊은 한밤 중이었다.
욕구불만 때문에 제대로 잠도 잘 수 없는 자신에게 한숨을 쉬며 몸을 일으켰다.
이불의 중앙에서 입을 떡 벌리고 세상 모르고 잠들어 있는 오소마츠의 얼굴을 보았다.
방안이 어두워 제대로 얼굴이 보이지 않았지만, 희미하게 보이는 그 얼굴을 만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불에서 나와 오소마츠의 머리맡으로 다가갔다.
툭툭 이마를 건드리자 오소마츠가 눈썹을 찌푸리며 “으응~~” 하고 신음하며 벌리고 있던 입을 다물고 우물거렸다.
작고 붉은 입술..
손가락을 살며시 가져가 오소마츠의 입술을 눌렀다.
말랑거리면서 적당한 탄력을 가진 입술이 손가락을 밀어냈다.
따뜻한 입술의 온도에 순간적으로 이성을 눌러버린 충동이 몸을 움직였다.
얼굴을 가져가 오소마츠의 입술에 제 입술을 눌렀다.
입술 너머로 느껴지는 오소마츠의 체온과 몰캉거리는 촉감에 갈증이 채워지면서도 부족했다.
입술을 떼어도 오소마츠는 여전히 깊이 잠들어 있었다.
자신의 입술을 만져 아직 남은 오소마츠의 체온을 느끼고 싶었지만, 방 안의 찬 공기가 빠르게 온기를 빼앗아갔다.
한번 더 잠든 오소마츠에게 입맞추어도 욕망은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
문득 오소마츠의 옆에서 잠든 토도마츠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오소마츠 이외의 형제와 키스하면 안 되는 걸까 하는 궁금증이 들어 망설이지 않고 실행에 옮겼다.
입술에 닿은 토도마츠의 입술은 오소마츠와 마찬가지로 따뜻하고 말랑말랑했다.
평소 외모에 신경을 많이 쓰는 토도마츠답게 오소마츠보다 촉촉한 입술 감촉이 느껴졌다.
입술을 떼고 고개를 갸웃 했다.
같은 형제인데도 오소마츠와 하는 키스와 토도마츠와 하는 키스는 달랐다.
토도마츠와의 키스는 아무런 느낌이 들지 않았지만, 오소마츠와 키스는 황홀하다고 밖에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기분이 좋았다.
들뜬 오소마츠의 체온과 팔에 감기는 얇고 탄탄한 허리, 내 목에 둘러오는 오소마츠의 팔의 무게. 그 모든 것이 쾌락을 불러 일으켰다.
키스가 짙어질수록 흐트러지는 오소마츠의 숨결과 표정은 요염하다고 밖에 말할 수 없었다.
항상 우리 육쌍둥이의 정점에 있던 오소마츠가 내 팔에 안겨 숨을 헐떡이고 있다는 것에서 찾아오는 고양감은 다른 형제들에게서는 느낄 수 없는 것이었다.
붉게 물든 오소마츠의 얼굴과 눈물에 젖어 반짝이는 눈에 내가 비쳐 보이는 것이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차오르는 뭔가가 있었다.
그 쾌감을 다시 느끼고 싶다. 잠든 오소마츠에게 키스해 보았자, 그 감각은 느낄 수 없다.
모자라다.
오소마츠의 허리를 감싸 안고 그 혀를 옭아매고 나만을 바라보며 헐떡이게 만들고 싶다.
머리 속으로 수십 번이고 오소마츠에게 키스하는 망상을 하며 잠든 오소마츠의 입술을 가만히 내려다 보았다.
점심 때가 다되어 눈을 뜬 오소마츠는 브라더-들과 함께 점심을 먹고 세면실로 들어갔다.
브라더-들은 차례로 집을 나서 거실에 남은 것은 나 뿐이었다.
몸을 일으켜 세면실로 향하자 오소마츠가 거울 앞에서 양치질을 하고 있었다.
정돈되지 않은 잠버릇이 붙은 머리가 들썩이는 것이 귀여웠다.
오소마츠의 등 뒤로 다가가 그 얇은 허리에 팔을 감았다.
인기척에 놀랐는지 오소마츠의 몸이 움찔 떨리더니 칫솔을 입에 문 채 오소마츠가 고개를 돌렸다.
“..가아마흐(카라마츠)..”
“..형님-, 키스, 하고 싶다.”
나를 노려보고 있을 오소마츠의 시선을 피한 채, 오소마츠의 어깨에 얼굴을 묻었다.
얇은 파자마 너머로 느껴지는 오소마츠의 체온에 가슴 깊은 곳에서 또 뭔가가 차올랐다.
어깨에 이마를 비비자 오소마츠의 몸이 크게 뛰어 올랐다.
잠시 가만히 있던 오소마츠가 허리를 숙여 세면대에 치약거품을 뱉었다.
“어이.”
“..지금 브라더-들은 모두 나갔으니까..”
“그게 문제가 아니얏!”
팔을 들어 내 옆구리를 꾹꾹 찌르며 오소마츠가 외쳤다.
몸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나를 떼어놓으려고 하는 오소마츠의 몸을 더 꽉 껴안아 움직임을 봉했다.
오소마츠가 “겍-“ 하고 괴로워하는 신음 소리를 냈다.
팔에 조금 힘을 풀고 다시 오소마츠를 불렀지만, 오소마츠는 침묵으로 일관했다.
“..오소마츠, 키스…”
“딴 놈이랑 해.”
“..싫다. 다른 사람과는 하고 싶지 않아. 오소마츠 뿐이다.”
“…”
굳어버린 오소마츠의 몸에 의아함을 느끼고 고개를 들었다.
오소마츠는 내게서 시선을 돌리고 정면을 보고 있었지만, 정면에 거울이 있었기에 오소마츠의 얼굴은 아주 잘 보였다.
잔뜩 붉어진 얼굴로 눈썹을 내리고 살짝 표정을 일그러뜨린 오소마츠의 얼굴이 키스할 때의 얼굴과 닮아 있었다.
더욱 박차를 가하는 욕망에 그대로 오소마츠의 턱에 손을 걸어 억지로 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너!!”
입술이 닿기 직전, 오소마츠가 내 손을 내치고 몸을 돌렸다.
“얼떨결에 키스하려고 하지마!! 금지라고 했지!!”
“어째서?!”
언성을 높이는 오소마츠를 따라 나도 목소리를 높였다.
내 속에서 울렁거리는 이 욕망은 오소마츠 외엔 풀 길이 없는데, 고집스럽게 나를 거절하는 오소마츠가 이해되지 않았다.
초조함에 짜증이 솟았다.
“오소마츠가 아니면 안 된다!”
“그.. 왜 내가 아니면 안 되는데..”
“..오소마츠가 아니면 기분이 좋지 않아..”
“..하아?!!”
세면대에 기대 나를 바라보던 오소마츠가 황당하단 표정으로 외쳤다.
한쪽 눈썹을 찡그리고 화난 목소리로 오소마츠가 물었다.
“너, 설마 벌써 딴 놈이랑 했어?!”
“…(잠든) 토도마츠랑..”
분노를 그대로 드러내는 오소마츠의 압력에 눌려 솔직히 대답하자 오소마츠가 머리를 붙잡았다.
머리가 아픈 건가 싶어 다가가자 다짜고짜 오소마츠의 주먹이 명치에 박혔다.
고통에 신음하며 주저앉자 오소마츠의 거친 목소리가 세면실에 울렸다.
“너랑은 다신 키스 안 해!!! 절대로!!!”
“…에?”
오소마츠는 그대로 나를 지나쳐 쿵쾅 거리며 2층으로 올라가 빠르게 옷을 갈아입은 후, 현관을 나섰다.
“난 경마 다녀올 테니, 너는 반성이나 해!!!!”
큰 소리로 집 안이 떠내려가라 쩌렁쩌렁 외치고는 쾅! 소리가 나도록 현관문을 닫고 오소마츠는 사라졌다.
미안하다, 카라마츠 걸-즈. 오늘 나는 도저히 걸-즈를 보러 나갈 기운이 나지 않는군.
훗- 하고 자조 섞인 한숨을 내쉬며 거실에 놓은 낮은 테이블에 얼굴을 묻었다.
대체 난 무슨 말을 잘못한 걸까. 오소마츠가 그렇게 화를 내는 것은 오랜만에 보았다.
화를 낸 것도 문제지만, 다시는 키스를 하지 않겠다고 한 것이 더 큰 문제다.
진정 이제 나는 그 황홀한 느낌을 다시는 맛볼 수 없는 것인가.
오소마츠가 왜 자신이 아니면 안 된다는 이유를 물었을 때, 내가 잘못 대답한 것일까.
하지만 그런 것 쾌락 외에 이유가 있을 리 만무하다. 형제에 동성.
쾌락 외에 내가 오소마츠에게 키스할 이유는 존재하지 않는다.
혹시 오소마츠는 특별히 뭔가를 바라고 있었던 걸까?
선물을 주고 키스를 요구하는 편이 나았을까? 오소마츠는 돈을 좋아하니 돈을 주면서 말하는 편이 나았을 지도 모른다.
아무리 고민해도 이미 떠나버린 기차는 돌아오지 않는다.
다시 하아- 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뭘 해야 오소마츠가 다시 키스를 허락해 줄지...
현기증이 날 정도로 머리를 굴려도 뚜렷한 답은 보이지 않았다.
“뭐야, 카라마츠 형 밖에 없어?”
문이 열리는 소리도 듣지 못한 나는 갑자기 들려오는 토도마츠의 목소리에 놀라 고개를 들었다.
손에는 항상 들고 다니는 스마트폰을 쥔 채, 묻는 토도마츠의 질문에 고개를 끄덕이자 토도마츠가 한숨을 쉬었다.
“뭐야아~, 뭐 할 수 없나?”
중얼거리며 내 옆에 앉은 토도마츠가 쾅! 하고 테이블에 주먹을 내리치며 울상이 된 얼굴로 매달렸다.
“들어 봐아~ 카라마츠 혀엉~~”
“오, 오오. 뭔가?”
“아니, 내가 요즘 친하게
지내는 아이가 있었는데~~! 이번에야 말로 사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오늘 하는 말이이~~ 나랑은 키스하고 싶은 생각이 안 든다고 하는
거 있지! 뭐야! 그게!!
그래서 나 오늘 고백하기도 전에 차여버렸어어어~~”
우엥- 하고 눈물을 글썽이며 매달리는 토도마츠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머리 속에 의문이 떠올랐다.
“그런데 토도마츠.”
“우우~~, 뭐야..”
“키스하고 싶은 생각이랑 차이는 것이랑 무슨 상관이 있는 건가?”
“하아?”
황당하단 얼굴로 토도마츠가 울음을 멈추고 올려다봐 뭔가 질문을 잘못한 것인가 하는 생각에 땀이 흘렀다.
웃는 얼굴로 “아니, 궁금해져서..” 하고 변명하자 토도마츠의 얼굴이 한층 더 기분 나쁜 것으로 바뀌었다.
“카라마츠 형, 체리마츠 형도 아니고.. 그것도 몰라? 키스할 수 있으면 연인으로 발전할 가망이 있다는 뜻이잖아.”
“엩? 어째서? 키스가 왜 판단의 기준이 되는 건가?”
“그야- 키스는 연인끼리 하는 거니까~”
“하지만 오소마츠와 이치마츠도 키스했었다고?”
“그건 키스가 아니지!!! 오소마츠 형한테 감기 옮기려고 한 괴롭힘이잖아!!”
“..에?”
“그런 괴롭힘이랑 연인이랑 하는 키스를 같은 선상에 놓지 말아 줄래?! 연인이랑 하는 키스가 훨~씬 훠얼~~~씬 기분 좋을 게 당연하잖아!”
“그, 그런건가? 하지만 기분 좋다면 딱히 연인이 아니어도 할 수 있는게..”
“..하? 카라마츠 형 설마, 키스 해.. 봤어??”
나를 보는 토도마츠의 눈빛이 막내의 것이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험악해졌다.
마치 학창시절 한창 삐뚤어져 나갈 때의 오소마츠의 눈빛과 같은 싸늘한 눈빛으로 토도마츠가 나를 노려보았다.
솔직히 대답했다간 무슨 봉변을 당할지 모른다는 본능의 외침에 따라 손을 휘저으며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아니, 안 해봤다!”
“그렇겠지, 나나 형이나
모쏠 동정이고..”
“오, 오오…”
“그리고 키스는 말이야! 좋아하는 사람하고 하니까 기분 좋은 거라고!”
“..좋아하는 사람?”
“응! 당연하잖아? 모르는 사람이랑 키스해도
기분 좋을 리 없고!”
“..좋아하는 사람..”
“카라마츠 형?”
토도마츠의 말에 머리를 세게 얻어맞은 것처럼 뎅-하고 울렸다.
그런가, 그런 거였나!!!
번뇌 끝에 깨달음을 얻은 노승과 같이 머리 속이 맑아졌다.
내 답답함도, 이 욕망도 전부 그런 이유였나!!!
벌떡 몸을 일으키자 불안한 얼굴로 나를 보고 있던 토도마츠가 “힉-!” 하고 외쳤다.
토도마츠에게 잠시 나갔다 오겠다고 말한 뒤, 서둘러 신발을 신고 현관을 나섰다.
빨리 오소마츠를 찾아야 한다.
이 마음을 전해야 한다는 생각만이 내 머리 속을 지배하고 있었다.
정신 없이 뛰어 오소마츠가 자주 찾아가는 경마장으로 향했다.
안에 들어가 관람석을 전부 둘러 보아도 오소마츠는 보이지 않았다.
다시 발을 옮겨 파칭코에도 찾아갔으나 오소마츠는 보이지 않았다.
땀에 젖은 후드가 등에 달라붙도록 달려 온 마을을 돌아다녀도 오소마츠는 보이지 않았다.
거친 숨을 몰아 쉬고 마지막으로 강둑에 들렀다.
사방을 둘러보다가 다리 아래 그늘에 앉아있는 붉은 후드를 발견했다.
붉은 후드가 시야에 들어온 것 만으로 가슴 가득 피어 올랐다.
성큼성큼 오소마츠에게 걸어가자 오소마츠가 나를 발견하고 놀란 얼굴을 했다.
“카라마츠?!”
“오소마츠, 잠시 같이
가줘.”
“뭐?”
오소마츠의 팔을 잡고 그대로 일으켜 앞서 걸었다.
뒤에서 팔을 붙잡힌 채 오소마츠가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로 나를 따라왔다.
1초라도 빨리 둘만이 되고 싶다는 생각에 적당한 장소를 머리 속에서 물색했다.
고개를 든 시야에 마침 적당한 곳의 간판이 들어왔다.
싱긋 웃고 그대로 오소마츠를 끌고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6.
“카~라~마~츠~구~운~?!?!”
한계를 넘어간 혼돈 수치에 지끈거리는 머리를 붙잡고 카라마츠를 불렀다.
침대에 걸터 앉은 카라마츠가 태연한 얼굴로 대답했다.
“뭔가, 오소마츠.”
“이상하지?! 절대로 이상하지?!!”
“뭐가?”
고개를 갸웃하며 순수하게 나를 바라보고 있는 카라마츠의 행동에 안 그래도 복잡한 머리 위로 핏줄이 솟았다.
“횽아, 왜 너랑 같이 러브호텔에 들어와 있는 걸까나?!!!”
“그야… 둘만 이야기할 장소가 딱히 떠오르지 않아서..”
“하아? 치비타네 가면 되잖아!!”
“순수하게 우리 둘만 있고 싶었다.”
“뭐어?!”
얼굴을 찡그리고 외치자, 카라마츠가 나를 손짓했다.
아, 이젠 나도 모르겠다.
말이 안 통하는 카라마츠에게 더 이상 의사소통은 불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리고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카라마츠에게 다가갔다.
카라마츠는 내 손을 잡아 이끌어 자신 옆에 앉혔다.
“오소마츠.”
“뭐야.”
고개를 숙이고 나를 부르는 카라마츠에게 심통스럽게 대답했다. 고개를 든 카라마츠의 얼굴이
붉었다.
“?!”
“오, 소마츠.. 아까 네가 한 질문에 다시 답하겠다.”
“무, 뭐?”
“나는 오소마츠가 아니면 안 된다. 키스하고 싶은 건 오소마츠 뿐이다. 나는, ..오소마츠를 좋아하니까..”
“..헤?”
“오소마츠가 좋으니까, 키스하고
싶은 건 오소마츠 뿐이야.”
꼭- 붙잡고 있는 내 손을 더 강하게 움켜 쥔 카라마츠가 내 눈을 바라보았다.
귀까지 붉게 물든 카라마츠의 얼굴이 뇌리에 박히자마자 순식간에 내 얼굴도 뜨거워졌다.
팔을 들어 얼굴을 숨기고 눈을 감았다.
아~~ 진짜, 반칙이라고 너어~~!! 갑자기 그런 고백 들이밀지 말라고~~!!
“오소마츠?”
나를 부르는 낮은 카라마츠의 목소리가 고막을 울리고 뇌를 녹였다.
내쉬는 한숨이 이미 뜨거워져 있었다.
나를 보고 있는 카라마츠의 눈빛이 따가워서 고개를 돌리고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럼 할 수 없네-.. 사귀어 줄게…”
“..저, 정말인가?!!”
“..그래.”
“오소마아츠으으~~!!!”
카라마츠는 두 팔을 활짝 벌리고 그대로 나에게 몸을 날렸다.
무거운 카라마츠의 체중에 깔린 나는 그대로 침대로 쓰러졌다.
다행히 푹신푹신한 매트리스와 이불이 충격을 막아주어 아프지는 않았지만 “구엑-!” 하는 신음은 절로 나왔다.
카라마츠는 그대로 내 허리에 팔을 감고 꽉 안아왔다.
오랜만에 느끼는 카라마츠의 체온에 나도 카라마츠의 등에 팔을 두르고 온기를 만끽했다.
아~ 역시 기분 좋아…
“오소마츠.”
“응~?”
껴안은 채, 카라마츠가 고개만 빼꼼 들어 나를 쳐다보았다.
눈 속에 일렁이는 열기가 내 눈을 잡아 옭아맸다.
“키스, 하고 싶다.”
“응~ 맘대로 해도 돼~”
싱긋- 웃으며 대답하자마자 카라마츠가 게걸스럽게 달려들어 입술을 빨았다.
혀로 살짝 살짝 핥고, 아랫입술을 살며시 빨아 들었다.
쪽- 소리와 함께 떨어진 입술이 다시 다가와 윗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카라마츠의 치아 사이에 끼여 뭉개지는 아픔까지 쾌락으로 변환시킨 뇌는 이미 만반의 준비를 끝낸 상태였다.
입술을 핥고 빨아들이며 애를 태우는 카라마츠의 등을 두드리자 카라마츠가 훗- 하고 웃었다.
결국 참지 못한 내가 먼저 입술을 벌리고 얼굴을 기울여 카라마츠에게 다가갔다.
기다렸다는 듯, 카라마츠의 혀가 입 안으로 기어들어왔다. 뜨겁고 큰 질량을 자랑하는 두꺼운 혀가 입 안에 가득 찼다.
“응…, 아, 하아… 흣..!”
서로 강하게 얽힌 혀가 강한 쾌락을 선사했다.
차오르는 숨도 무시한 채, 혀를 섞고 뜨거운 한숨을 교환했다.
입 안을 훑는 혀와 함께, 두 사람 분의 타액이 넘어왔다.
내가 아래에 누워 있어 중력을 따라 내 입으로 흘러 들어오는 타액을 목을 울리며 삼켰다.
미지근한 타액이 목을 넘어가는 것은 결코 기분이 좋을 리 없는데도 체온은 한층 온도를 높여 몸을 달아 오르게 만들었다.
더 원한다는 욕망에 충실히 카라마츠의 목에 팔을 감고 입맞춤을 더욱 깊게 했다.
“하우.. 응, 읏, 후우-“
“..오소마츠..”
“우응.. 하아, 응-“
카라마츠의 혀가 치열을 훑고, 입천장을 핥았다. 떨리는 몸에 힘이 빠졌다.
쾌감에 녹은 뇌는 이미 제대로 된 사고조차 할 수 없는 지경이었다.
카라마츠의 팔이 자리한 탓에 매트리스에서 떠있는 허리가 한층 더 휘며 쾌락이 온 몸을 장악했다.
더 강하게 나를 제 품 안에 가둔 카라마츠가 입술을 떼고, 어느새 생리적인 눈물이 맺힌 내 눈가를 핥았다.
눈가에 맺힌 눈물을 핥고, 닫힌 눈 위에 키스한 뒤, 코에, 뺨에 키스하며 점점 아래로 내려갔다.
인정사정 없이 카라마츠의 손에 잡아 당겨진 후드 사이로 목과 쇄골이 드러났다.
목덜미에 얼굴을 파묻은 카라마츠가 땀에 젖은 목덜미를 핥았다.
“으햣-!!”
매끄럽고 축축한 혀가 목을 기어 내려가는 기묘한 느낌에 신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카라마츠는 멈추지 않고 목에 키스하고 어깨에 입술을 내렸다.
살이 거의 없는 어깨의 피부를 강하게 빨아들여 키스마크를 만들고, 쇄골에도 똑같이 키스를 하며 수많은 붉은 자국을 만들었다.
쉴 새 없이 쏟아지는 키스에 나는 그저 허덕이고만 있었다.
“..카, 카라마츠우~”
“..?”
“어, 어디까지 할 셈이야..”
열에 젖은 눈을 내려 바라보자 카라마츠가 자신의 입술을 핥으며 낮은 목소리로 즐겁게 으르렁 거렸다.
“전신에 키스하고 싶어.”
“..에로~”
오직 나만을 원하는 맹수의 눈빛에 몸이 한층 더 열을 띠었다.
거친 손짓으로 내 후드를 들어 올려 가슴에 키스를 내리기 시작한 나만의 짐승을 보며 입가에 만족스러운 미소가 피어 올랐다.
손을 뻗어 카라마츠의 얼굴을 감싸 위쪽으로 유도하자, 뜨거운 눈이 호를 그리며 미소를 짓곤, 내 입술에 그 뜨거운 입술을 내려주었다.
나와
같이 뜨거워진 카라마츠의 등에 팔을 감소 쓸어 내리며,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충족되는 열망에 더 없는
만족감을 느끼며 눈을 감았다.
* 다 쓰고 나서 깨달은 건데, 이번편.. 쵸로마츠와 쥬시마츠만 출연이 없어ㅋㅋㅋㅋ 미안, 쵸로마츠ㅋㅋㅋ 쵸로마츠는 헬로워크 다니느라 바빠서 나오지 못한 걸로.ㅎㅎ 쥬시마츠는 야구하러 나간 걸로ㅎㅎㅎ
* 전편부터 생각해왔던 후편입니다. 단편의 후편은 처음 올리네요ㅎㅎ
* 매번 생각하지만, 저는 진짜 야한 걸 못쓰네요...ㅎㅎㅎㅎㅎ
*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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