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석은 하루 지났지만... 칠석에 대한 망상글입니다.
*일본의 칠석 풍습은 애니메이션에서 봤던 정도의 지식밖에 없습니다...
*'탄자쿠'란 : 일본의 전통 시조 등을 붓으로 쓰기 위해 사용하는 길게 자른 종이.
칠석에는 대나무 끝에 소원을 쓴 탄자쿠를 매달아 기원하는 풍습이 있다. [출처:나무위키]
*오소른이지만 그렇게 보이지 않네요...
*장남력 넘치는 장남입니다.
*허접한 망상글입니다만, 재미있게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백수들아~. 대나무 세워라~”
엄마의 부름에 2층 방에 모여있던 형들이 일어났다.
매년 7월 7일, 칠석에 하는 행사에 익숙해져 매번 투덜대며 불평하던 형들이 말없이 일어나 1층으로 내려가는 것을 말없이 쳐다보았다.
아마 곧 엄마가 우리들도 부르겠지. 그리고 또 올해도 색색의 탄자쿠(길게 잘라놓은 종이로 시를 적는 용도)가 대나무에 매달릴 것이다.
“동생녀석들도~ 얼른 내려오렴~.”
예상하고 있던 엄마의 부름에 나와 쥬시마츠, 토도마츠가 일어나 계단을 내려갔다.
거실의 문이 활짝 열려있고, 마루 한구석에 매년 같은 대나무가 서 있었다.
처음엔 육쌍둥이가 모두 무사히 태어나기를 빌며 시작한 칠석의 행사는 우리가 태어나 무럭무럭 자라 성인이 된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었다.
칠석을 제대로 지내지 않으면 그 한 해가 불안하다는 엄마의 고집에 성인 여섯명이서 무슨 칠석이냐고 불평하던 쵸로마츠형도 포기했다.
매년 칠석에 형들이 대나무를 세우고 우리가 엄마의 요리를 도왔다.
마루 한 켠에 초연히 서 있는 대나무가 어쩐지 쓸쓸해보여 오랫동안 시선을 거두지 않은 채, 바라보다가 토도마츠의 재촉에 주방으로 들어갔다.
“자, 여기 있다.”
육쌍둥이의 상징색을 띄고 있는 종이를 건네며 엄마가 펜을 함께 내밀었다. 매년 질리지도
않고 탄자쿠까지 걸고있다.
어린 시절엔 즐거웠지만, 성인이 된 지금 왜 아직도 이걸 하고 있는지 한숨만이 나왔다.
어릴 땐 소원을 빈다는 것이 굉장히 두근두근거리는 일이었다.
‘나는 매일매일이 내 생일이 되게 해달라고 빌어야지!!’
‘나는 엄마가 장난감을 사주게 해달라고 적을래!’
‘나는 토토코짱한테 뽀뽀받게 해달라고 적을래!’
‘나는 새 야구방망이를 받게 해달라고 적을래!’
소원을 빈다는 것에 설레며 마치 크리스마스처럼 들뜬 우리는 큰 소리로 자신의 소원을 떠들며 삐뚤빼뚤거리는 글자를
소중히 탄자쿠에 적어 대나무에 걸었다. 파란색, 노란색, 초록색, 분홍색 탄자쿠가 매달린 대나무를 보며 아직 아무것도 적지 못한
내 보라색 탄자쿠를 꽉 쥐었다.
‘오소마츠는? 뭐라고 적었어?’
쵸로마츠형의 물음에 내 뒤에 서있던 오소마츠형이 웃으며 말했다.
‘나는 언제까지고 우리 여섯명이서 항상 함께 있게 해달라고 적었어!!’
쑥스러운 듯 웃으며 붉은색 탄자쿠를 매다는 오소마츠형의 모습에 아직도 자신의 소원을 적지 못한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져 눈물이 흘렀다.
‘엣! 이치마츠? 왜 울어?’
내 눈물을 먼저 눈치챈 카라마츠형이 다가왔다. 오소마츠형도 카라마츠형의 말을 듣고 내게 다가왔다.
하나 둘씩 내게 다가와 내 등을 토닥여주며 ‘왜 그래?’, ‘울지마.’하며 다독여주고 있는 와중에 오소마츠형은 아무 말 없이
내가 가슴께에 쥐고 있는 탄자쿠에 시선을 고정했다.
‘이치마츠, 나랑 같은 소원 빌지 않을래?’
‘오소마츠랑 같은 소원…?’
‘응! 여섯명이서 항상 함께- 라는 소원. 둘이서 빌면 그만큼 더 잘 들어주지 않겠어?’
‘…응.’
‘조-아써!’
내가 말하지 않아도 오소마츠형은 항상 내가 무엇을 생각하는지 알아채고 가장 필요한 말을 해주었다.
가끔 그것은 막무가내에 독재자와도 같았지만, 오소마츠형이라는 이유로 모든 것이 용서될 정도로 육쌍둥이의 리더는 멋졌다.
그 해 이후, 나와 오소마츠형은 항상 같이 ‘육쌍둥이가 항상 함께 있을 수 있기를-‘이라는 소원을 적어 탄자쿠에 매달았다.
바람에 흩날리는 붉은색 탄자쿠와 보라색 탄자쿠에 적힌 똑같은 소원에 가슴이 벅차올라 어린 시절의 나는 대나무에 매달려 흔들리며
바람과 함께 춤추고 있는 탄자쿠를 언제까지라도 바라보았다.
“하아~ 성인이 됐는데도 이런 걸 할 줄은…”
쵸로마츠형이 한숨을 푹 내쉬며 탄자쿠에 소원을 적어 내려갔다.
“그런 말 하면서 쵸로짱~, 술술 적고 있잖아~.”
오소마츠형이 씨익 웃으며 쵸로마츠형의 볼을 쿡 찔렀다.
물론 그 후에 쵸로마츠형에게 맞았지만. 커다란 혹을 매달고 오소마츠형이 휘파람을 불며 소원을 적어 대나무에 매달았다.
어느새 남은 형, 동생들도 탄자쿠를 대나무에 매달았다. 바람에 흩날리는 탄자쿠는 더 이상 어린 시절과 같지 않았다.
“취직할 수 있기를-이라고 쓴 거 쵸로마츠?”
“그래! 망할 장남! 올해는 반드시!”
“소용없을걸- 쵸로마츠형~”
“시끄럿 톳티!! 너야말로 뭐야 여친생기기를-같은 헛소리 써놓고!”
“헛소리는 무슨 헛소리야!! 우리 중에선 내가 제일 가능성 있고!!! 카라마츠형 보단 백배 낫거든?!!”
“그건 그래. 카라마츠으~ 너, 카라마츠 걸~즈에게 행복이 따르기를-이라니… 이 형, 갈비뼈 부러져 죽을 것 같아.”
“어째서?! 마이 카라마츠 걸~가 해피하기를 바라는 게 뭐가 이상하다는 거지?”
“해피하기를-이라니…큭큭큭 아, 갈비뼈 나갔다!!”
“허억?!!”
“같잖은 만담 그만해. 아주 쌍으로 발광을 한다 진짜.”
“쥬시마츠형은 또 야구!!!-라고 썼네…”
“응!! 야구!! 짱 조아!!!!!”
“그렇구나~”
웃으며 쥬시마츠의 머리를 쓰다듬던 토도마츠가 몸을 돌려 아직 거실 상 앞에 앉아있는 나를 쳐다보았다.
“이치마츠형~ 다 적었어?”
“…응.”
탄자쿠를 들고 일어나 대나무로 다가가자 ‘와와’ 거리며
떠들던 형들이 비켜주었다.
‘파칭코가 대박 터지기를!’이라고 적힌 붉은색 탄자쿠 옆에 보라색 탄자쿠를 매달고 한 발짝 물러서자
어깨에 훅 느껴지는 무게에 고개를 돌렸다. 내게 어깨동무를 한 오소마츠형이 이를 드러내고 웃으며 말했다.
“뭐야, 이치마츠으~. 아기가 무사히 태어나기를-이라고 적은거?”
“길고양이 친구. 곧 아기 태어나니까.”
“아~ 그렇구나아~”
어느새 술을 마셨는지 술 냄새를 풍기며 다가온 오소마츠형이 붉게 물든 뺨을 내게 비비며 씨익 웃었다.
“너도 마시자 이치마츠.”
“응.”
어느새 거실에서 술판을 벌이고 있는 4명의 형제들 곁으로 돌아가자 쵸로마츠형이 맥주를 내밀었다.
“자, 이거. 도수 안 높으니까 너도 먹을 수 있을거야.”
“뭐야? 웬일로 이런 걸 사왔어?”
쵸로마츠형이 내미는 수입 맥주를 한모금 마셨다. 달달한 사과향과 함께 탄산이 목을 간지럽혔다.
알코올 특유의 쓴맛이 거의 느껴지지 않아 맛있었다.
“오소마츠형이 너는 술 못하니까 이거 사자고 해서.”
쵸로마츠형의 말에 고개를 돌려 오소마츠형을 바라보자, 카라마츠에게 헤드록을 건 채, 맥주를 흔들어대며 박장대소하고 있었다.
오소마츠형의 손에 흔들리는 맥주가 흘러 넘쳐 바닥에 쏟아졌다. 나와 함께 오소마츠형을 보고 있던 쵸로마츠형이
화를 내며 큰소리로 외쳤고, 오소마츠형은 잔뜩 술에 취해 ‘먄먄-‘이라며 꼬인 혀로 사과했다. ‘피식’ 웃으며
오소마츠형이 골라준 맥주를 다시 한모금 마셨다.
똑딱거리는 시계 초침을 소리를 들으며 눈을 깜빡였다. 잠이 오지 않았다.
모두 꿈나라로 골아 떨어진지 오래건만 어째 잠이 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작게 한숨을 내쉬며 몸을 일으켰다.
이런 날은 무슨 짓을 해도 잠들 수 없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을 터였다. 언제부턴가 불면증이 가끔 찾아왔고,
그런 날은 뜬 눈으로 꼬박 밤을 지새워야만 했다. 다른 형제들은 베개에 머리가 닿기만 하면 5초만에 잠드는데,
같은 유전자를 가진 자신만이 왜 이런 불면증에 시달려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불합리해.’
평온한 얼굴로 자고 있는 카라마츠형의 얼굴에 괜히 울컥해 딱소리가 나도록 꿀밤을 먹였다.
큰 소음을 내지 않도록 천천히 몸을 일으켜 방을 나왔다. 여름이 한창인 7월이건만 새벽의 날씨는 제법 쌀쌀했다.
차가운 공기에 몸을 부르르 떨며 1층으로 내려왔다. 거실의 문을 열고 마루로 나와 대나무 옆에 앉았다.
바람에 흔들리는 탄자쿠를 멍하니 올려다보았다. 오소마츠형의 붉은 탄자쿠는 형제들 것보다 더 위에 걸려있었다.
고개를 숙여 주머니에서 부스럭거리고 있는 보라색 탄자쿠를 꺼냈다.
오늘 엄마가 건넨 탄자쿠 뭉치에는 보라색 탄자쿠가 2장 들어 있었다.
형제들이 대나무 앞에서 웃고 떠드는 동안 몰래 남은 한 장의 탄자쿠에 소원을 적었다.
그것은 다른 형제들에게는 절대 알리고 싶지 않은, 그리고 들켜서도 안되는 나의 진정한 소원.
‘오소마츠형과 언제까지도 함께 있을 수 있기를-‘
글씨 하나하나 정성 들여 쓴 소원이 적힌 탄자쿠를 손에 쥐고 몸을 움츠렸다.
“바보같아.”
자조적으로 말하며 얼굴을 구겼다. 같은 형제. 육쌍둥이. 같은 유전자를 가진 형에게 나는 왜 사랑을 느끼고 있는거지?
본래 생물이라면 응당 피해야 하는 친족, 그것도 쌍둥이를 사랑해버린 자신은 얼마나 쓰레기인가.
어린 시절부터 ‘이치마츠가 제일 걱정이야.’라고 말하며 내가 말하지 않은 부분까지 신경 써주었던 오소마츠형에게 사랑을 하고 말았다.
형제들도, 쥬시마츠도 알지 못하는 나의 깊은 비밀. 하지만 오늘 한 장 남아버린 탄자쿠를 보며 왠지 자신과 같은 처지라고 생각되어
충동적으로 가장 바라는 소원을 적어버렸다. 남아버린 탄자쿠가, 아무도 사용해주지 않는 그 작은 종이가 어쩐지 자신의 사랑과 닮았다고 느꼈다.
“이치마츠.”
은은히 자신을 부르는 부드러운 음성에 몸이 움찔했다.
고개를 들어 목소리의 주인을 쳐다보자, 오소마츠형이 씩 웃으며 곁에 다가와 앉았다.
“너 또 어릴 때처럼 탄자쿠 보고 있는거야?”
“아니, 잠이 안 와서. 오소마츠형은 왜 일어났어?”
“나는 이~거.”
웃으며 담배갑을 흔드는 오소마츠형은 이내 익숙한 손놀림으로 담배갑을 툭툭 쳐 나온 담배 한 개피를 입에 물었다.
‘응.’하고 건네는 담배를 고개를 저어 거절했다. ‘그래?’라고 웃은 오소마츠형이 주머니에서 라이터를 꺼내 불을 붙였다.
“그거 뭐야?”
처음 보는 지포 라이터를 가리키며 물었다. 오소마츠형이 가지고 다니던 라이터는 분명 길거리에서 행사로 받은
주점의 이름이 적힌 일회용 라이터였다. 검은 고양이가 새겨진 은색의 지포 라이터를 흔들며
‘이거?’하고 되물은 오소마츠형이 내 머리를 거칠게 쓰다듬더니, 담배를 깊게 들이마셨다.
“후아~. 이거 파칭코 경품~”
“헤에.. 별 일이네. 오소마츠형은 항상 현금으로 바꿔오면서.”
“응~. 이게 가지고 싶었거든~”
한 손으로 지포라이터를 던졌다가 받으며 오소마츠형이 무방비하게 웃었다.
내가 사랑에 빠져버린 그 웃음을 지금 나만을 향해있다는 것이 기뻤다.
“이치마츠으~ 그거 뭐야?”
오소마츠형과의 대화를 끝으로 시선을 돌려 밤하늘을 바라보고 있자 오소마츠형이 어깨를 손가락으로 톡톡 치며 물었다.
‘아차!’
오소마츠형의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것을 본 순간 식은땀이 흘렸다. 내 소원이 적힌 탄자쿠를 손에 쥔 채였다.
이걸 들키면 안 된다는 생각에 탄자쿠를 구겨 꽉 쥐어 손 안에 감췄다.
“뭐, 뭐가.”
“그거, 그 탄자쿠.”
“아, 아무것도 아니야.”
“에이- 아무것도 아닌 게 아니구만~. 뭔데 뭔데-“
호기심으로 눈을 빛내며 다가오는 오소마츠형을 밀어내며 말했다.
“진짜 별거 아니야!”
“흐음- 그거 뭐라고 적혀있는지 안보여 줄꺼야?”
짜증을 내며 밀어냈건만 오소마츠형은 아랑곳하지 않고 되물었다. 오소마츠형의 물음에 대답도 하지 않고 고개를 돌려 무시했다.
“그 탄자쿠, 왜 안 매달아.”
“…”
“어~이. 이치마츠씨이~?”
“…안, 이루어지니까.”
“응?”
작은 목소리로 말하자 오소마츠형이 잘 안들린다는 얼굴로 가까이 다가왔다.
코 앞까지 다가온 오소마츠형의 얼굴을 두 손으로 밀어냈다.
“어차피 안 이루어질 소원이니까, 안 매달아.”
“…”
내 대답에 오소마츠형이 시끄럽게 떠들어대던 입을 다물었다.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나를 바라보고 있을 오소마츠형의 얼굴을 볼 자신이 없었다. 어떤 얼굴을 하고 있을지 두려워 고개를 숙여 무릎에 얼굴을 파묻었다.
‘아, 젠장.’
자신의 말에 상처를 받았다. ‘이루어질 리 없다’고 말한 것은 나인데도, 내가 내뱉은 말이 가슴을 찔렸다.
뚝뚝 피가 떨어지고 있을 마음을 달래지도 못한 채, 그저 바라보며 자조적인 미소를 지었다.
‘그래. 이루어질 리 없는 소원.’
내 사랑은, 오소마츠형을 향한 사랑은 그런 것이었다.
누구도 원하지 않는, 남는 것이 당연한 사랑.
바닥을 보고 있는 시야가 서서히 뿌옇게 흐려졌다.
울어선 안 되는데, 오소마츠형 앞에서는 울면 안 되는데. 쓰레기인 나는 자신을 다독이는 것조차 서툴러,
흘러내리는 눈물을 막지 못하고 소리 없이 울었다.
“호잇!”
오소마츠형의 목소리가 들려오고 동시에 손에 쥐고 있던 탄자쿠가 쓱-하고 빠져나갔다.
“앗!”
눈물로 젖은 얼굴을 들어올려 오소마츠형을 올려다보자, 오소마츠형의 손에 꾸깃꾸깃 접힌 보라색 탄자쿠가 들려있었다.
“그거!! 돌려 줘!”
혹시 뭐라고 적혔는지 읽기라도 하면! 등골이 오싹해져 재빨리 손을 뻗었지만
오소마츠형은 내 말이 채 끝내기도 전에 지포라이터를 당켜 보라색 탄자쿠의 끝에 갔다 대었다.
“뭐, 무슨 짓…”
지포라이터의 붉은 불꽃이 보라색 탄자쿠에 옮겨가 이내 탄자쿠가 서서히 타들어갔다.
서서히 재로 변해 사라져가는 탄자쿠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마치 탄자쿠와 함께 내 사랑도 사라지는 것 같았다.
보잘것없고, 필요 없는 자신의 사랑을 없애버리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앗, 뜨뜨!!!”
이내 탄자쿠를 들고 있는 오소마츠형의 손까지 올라간 불꽃에 오소마츠형이 손을 흔들며 외쳤다.
오소마츠형이 놓친 탄자쿠는 공중에서 완전히 타서 사라졌다.
탄자쿠가 사라지는 것을 끝까지 눈으로 쫓은 후, 고개를 들어 오소마츠형을 올려다보았다.
눈물로 눈가가 젖은 얼굴로 오소마츠형을 올려다보았다. 왜 이런 행동을 했는지, 왜 탄자쿠를 태웠는지.
도무지 오소마츠형의 속을 알 수 없었다. 내 눈을 마주본 오소마츠형이 씩 웃었다.
“이걸로 이루어질 거야.”
“…뭐?”
“네 소원, 하느님한테 직송으로 보냈다고.”
“..하?”
“그-러-니-까- 네 소원, 하느님한테 완전 직빵으로 보냈으니까 무시 못할 거 아냐? 제대로 이루어줄 거라고?”
어릴 때와 같은 막무가내에 독재자 포스를 내뿜으며 오소마츠형이 씩 웃으며 코 밑을 문질렀다.
이루어질 리 없는 내 사랑을 오소마츠형이, 당사자인 자기가 직접 하느님께 보내버렸다. 이루어질 거라고 장담해버렸다.
그 어이없고 막무가내에, 바보 같은 논리에 나도 모르게 ‘푸핫’하고 웃어버렸다.
“뭐야 그게….킥킥.”
“뭐~가? 왜, 제사나 신사에서 뭐 행사할 때, 불태우잖아~ 그거랑 같은 거고만~ 신한테 보내는 거잖아?”
“킥킥킥… 바보 같아”
“너무해!!”
과장된 몸짓으로 머리를 감싸 안고 주저앉은 오소마츠형이 사랑스러웠다.
신에게 보낸 내 소원이 정말로 이루어질지는 알 수 없지만, 나를 위해서 그런 행동을 한 오소마츠형이 너무나 사랑스러워서
나도 모르게 미소가 얼굴에 퍼졌다.
“오소마츠형, 이제 들어가자. 나 졸려.”
“…그래.”
“…!”
주저앉은 채, 고개만 들어 나를 향해 웃는 오소마츠형의 미소는 형제에게는 단 한번도 보여주지 않았던,
너무나 부드럽고 따뜻한 미소였다. 그 미소에 나는 다시 한 번 사랑에 빠지는 감각을 맛보았다.
다시 읽어보니까 원래 이치마츠의 시점으로 쓰고 있었는데 어느새 전지적 작가 시점이 되어있더라구요...
무슨 생각이었는지...
결국 다시 읽어보고 어색한 부분은 고쳤습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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