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치마츠와 카라마츠에 대한 캐릭터 해석이 들어가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치마츠가 카라마츠에 대해 가지고 있는 감정은 절대 애정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색마츠 요소 전혀 없습니다.





 

언제나 함께, 여섯 명이서 하나였던 우리들은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서서히 개성이라는 것을 찾아갔다

중학생이라는 질풍노도의 시기를 거치며 여섯 쌍둥이의 하나가 아닌 자신의 이름을 가진 한 사람이 되어갔다

하지만 그 과정은 역시 순탄치 않아서 중학교 2학년이었던 어느 날, 엄마가 말했다.

 

오늘부터 무조건 형을 이라고 부르도록!”

 

도저히 통제할 수 없는 우리들을 이라는 족쇄를 채워 조금이라도 진정시키려고 엄마가 고안한 방법이었다

엄마의 말에 우리들은 모두 반발했다

여섯명이서 하나. 항상 평등했던 우리들이 순식간에 서열을 가지게 되는 것이 너무나 못마땅하고 불편했다

제일 많이 반발한 것은 오소마츠형과 토도마츠였다

토도마츠는 자신이 막내라는 것이 싫어서, 오소마츠형은 장남이라는 말의 무게를 짊어지기 싫어서 거세게 반발했다

하지만 아빠까지 동반한 엄마의 명령에 아직 어렸던 우리들은 순종할 수 밖에 없었다.


이라는 호칭이 굳어지면서 우리의 개성도 서서히 강해졌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했던가

어느새 오소마츠형은 장남이라는 이름표에 걸맞게 우리들을 포용했다

그것은 카라마츠형과 쵸로마츠형도 마찬가지로 서서히 우리 동생들을 이끌고 답게 행동하기 시작했다

중학교 3학년으로 올라갈 때, 우리는 이미 육분의 일을 벗어던지고 하나가 되어 있었다.


내가 '이치마츠'로서 개성을 찾아갈 무렵, 나는 반에서 심한 따돌림을 당했다

남은 형제들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지만, ‘장남인 오소마츠형은 어느새 눈치채고 조금씩 나를 더 신경쓰기 시작했다

오소마츠형은 그 특유의 친화력으로 학년 내에서 알아주는 마당발이었다

등교도 하교도 오소마츠형과 함께 하면서 어느새 나를 괴롭히던 무리는 역으로 반에서 무시당하기 시작했고

나는 조금씩 반에 어울려 친구 비슷한 것도 만들 수 있었다.


오소마츠형은 대단하네.”


하굣길. 맞잡은 손에 힘을 주며 말하자 오소마츠형이 씩 웃으며 코 밑을 만졌다.


~근이지~. 나는 카리스마 레전드 인간국보 장남님이라고?”


그렇게 멋지게 웃어보이는 오소마츠형의 모습에 돌연 심장이 뛰었다

지금까지 있는지도 몰랐던 심장이 쿵쿵거리며 귓가에서 심장 소리가 크게 울렸다. 그 감각을 아직 어렸던 나는 알지 못했다.



 

시간은 흘러 우리는 집에서 가까운 고등학교에 진학하게 되었다

이제 완전히 개성을 찾은 우리들은 오소마츠형과 함께 있는 시간을 줄여갔다

서로 각자의 친구와 함께 놀고, 각자 들어간 부활동을 했다. 각자의 길을 가기 시작한 우리들을 바라보는 오소마츠형은 여전히 웃고 있었다.


나는 고등학교에 들어가도 음침한 성격은 변하지 않았지만, 오소마츠형과 같은 반이었기에 

완전히는 아니지만 따돌림을 당하지 않을 수준으로 반에 녹아들어 있었다

오소마츠형은 여전히 동생들 중에서 나를 가장 많이 신경 써 주었고, 나는 그것이 더 할 나위 없이 기뻤다.


이치마츠으~”


함께 집으로 돌아가는 길. 중학교 때와 달리 우리는 손을 맞잡지 않았다

석양을 바라보며 오소마츠형이 말했다. 석양에 비친 오소마츠형의 얼굴은 조금 어두워 표정이 잘 보이지 않았다.


? 오소마츠형.”

너는 뭐 따로 할 일 없어?”

“…할 일…?”
~ 쵸로마츠는 반장이 되서 바쁘고, 카라마츠는 연극부, 쥬시마츠는 야구, 토도마츠는 여자애들하고 노느라 바쁘잖아~?”

…”

근데 이치마츠는 이 횽아랑 있어도 괜찮은가~? 싶어서


나를 보며 웃는 오소마츠형의 미소는 여전히 멋있었지만 왠지 슬퍼 보였다

내가 지금 오소마츠형이 필요없다고 한다면 오소마츠형은 훌쩍 저 멀리로 떠나버릴 것만 같은 불안에 손을 뻗어 오소마츠형의 교복 자락을 움켜쥐었다.


나는 오소마츠형이랑 있는게 좋아.”

“…!! 나도 그래!!”


내 대답에 오소마츠형이 정말로 기쁜 듯이 웃었다. 그 미소를 보며 나는 이것이 사랑이라고 생각했다.


 

고등학교 2학년이 되었다. 오소마츠형과 반이 갈라진 나는 또 따돌림을 당하게 되었다

중학교 때보다 질 나쁜 녀석들에게 걸려 몸 이곳 저곳에 맞은 상처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필사적으로 숨겼지만 어느 날 체육창고 뒤편에서 맞고 있는 모습을 오소마츠형에게 들키고 말았다

오소마츠형의 진심으로 화난 얼굴은 그 때 처음 보았다. 내가 미처 형을 부르기도 전에 오소마츠형은 나를 때리던 무리로 돌진했다

오소마츠형이 우리 여섯명 중에서 제일 강하긴 했지만 설마 이 정도로 강할 줄은 몰랐다고 멍청하게 생각했다

일 대 오. 절대로 불리한 그 싸움에서 오소마츠형은 당당히 승리했다

나보다 더 심한 타박상을 입고 머리에선 피를 흘리고 있으면서도 오소마츠형은 걱정하는 얼굴로 내게 다가왔다.


이치마츠! 괜찮아?”


고개를 끄덕이자 오소마츠형이 빙긋이 웃었다

다행이다.’라며 주저앉아 말없이 내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오소마츠형의 모습에 가슴이 벅차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무서웠지? 형아가 늦어서 정말 미안.”


오소마츠형은 소리없이 울고있는 나를 품에 안고 내가 울음을 그칠 때까지 등을 토닥였다.

 


오소마츠형의 싸움 이후로 많은 것이 변했다. 뿔뿔이 흩어졌던 우리 여섯 쌍둥이가 다시 뭉치기 시작했다

등교할 때도, 하교할 때도 절대 혼자가 아닌 두 명 이상씩 무리 지어 다녔고, 부활동이 끝나면 바로 집으로 돌아왔다

우리가 다시 여섯 명이서 하나가 되어가는 모습을 오소마츠형은 기쁜 듯하면서도 슬픈 것 같은 묘한 얼굴로 반겼다.


나를 괴롭히던 양아치 다섯 명을 혼자서 쓰러뜨린 오소마츠형은 가끔 오소마츠형을 노리고 다가오는 불량배들의 시비를 받게 되었다

항상 나와 함께였던 등교도, 하교도 내가 위험해진다는 이유로 그만두었다

오소마츠형이 부탁해 나의 동행은 오소마츠형이 아닌 쵸로마츠형이나 토도마츠로 바뀌었다

오소마츠형이 싸움에 말려드는 일이 늘어나자 어느새 오소마츠형의 곁에는 카라마츠형이 자리하게 되었다

여섯 명 중 가장 힘이 센 카라마츠 형은 오소마츠형이 싸움을 벌이고 있으면 반드시 달려들었다

상처투성이가 되어 돌아오는 카라마츠형과 오소마츠형을 쵸로마츠형이 잔소리로 맞이하는 날이 서서히 늘어났다

, 이것은 브라더를 지켜낸 영광의 상처라며 웃는 카라마츠형의 어깨를 때리며 , 그만 끼어들어! 나 혼자로 충분하니까!’라고 화내는 오소마츠형의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며 카라마츠형의 상냥함이 조금 멋있었다

혼자서 장남이라는 무게를 짊어지고 있는 오소마츠형의 곁에서 두 명의 형을 고수하는 카라마츠형은 분명 오소마츠형을 배려하고 있었다

오소마츠형을 도와주고 있는 카라마츠형에게 부러움과 선망을 동시에 느끼며 카라마츠형에게 다가가 고마워.’라고 작게 말하자 카라마츠형이 기쁜듯이 오오!!’라고 대답했다.

분명 이때까지는 나와 카라마츠형의 관계는 나쁘지 않았다. 나빠질 리 없었다.


그 날은 여느 때와 같이 싸움을 벌인 오소마츠형과 카라마츠형이 돌아와 쵸로마츠형의 잔소리를 질린다는 얼굴로 듣고 있었다

거진 한 시간을 잔소리에 소비한 쵸로마츠형이 지친다며 거실을 나갔다

오소마츠형이 장난스러운 얼굴로 쵸로씨~’라며 쵸로마츠형을 따라 나갔다.


이치마츠.”

?”


거실 구석에 앉아있던 나를 카라마츠형이 돌아봤다

쥬시마츠도 토도마츠도 아직 돌아오지 않아 거실엔 나와 카라마츠형 뿐이었다.


이젠 괴롭히는 녀석들은 없는건가?”

아아... 이제 없어.”

그래. 그것 잘 되었다!”


상냥하게 웃는 카라마츠형에게 마주 웃어주며 고마워.’라고 말했다

카라마츠형이 한층 밝은 미소를 지으며 오오!’라고 대답했다.


그런데 이치마츠.”

?”


카라마츠형의 얼굴에서 서서히 미소가 사라지는 것을 의아하게 바라보며 내가 대답했다.


오소마츠는중학교 때도 이렇게 너를 지켜왔던 건가?”

“…”


조금 심장이 뛰었다. 나는 반복된 따돌림과 괴롭힘으로 불길한 기운을 느끼는 감각이 예민해져 있었다.


, 이것은 위험해.’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외침이 들려왔다. 지금 이 분위기는, 카라마츠형이 앞으로 할 말은 위험해.

온 몸을 타고 올라오는 알 수 없는 두려움에 몸을 일으켰다.


이치마츠?”


놀란 얼굴로 나를 올려다보는 카라마츠형의 눈을 똑바로 마주볼 수 없었다.


아니, 나 잠깐…”

잠깐만, 먼저 내 질문에 대답을 해줘.”


카라마츠형을 지나쳐 거실을 나가려 했으나 내 팔은 카라마츠형에게 붙잡혔다

카라마츠형에게 붙잡힌 팔이 아팠지만 빨리 이 장소를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지배하고 있었다.


, 나중에 대답할게.”


카라마츠형에게 붙잡힌 팔을 내빼려 힘을 주었지만 나보다 힘이 센 카라마츠형의 손아귀에서는 벗어날 수 없었다

카라마츠형은 진지한 얼굴로 나를 올려다보며 뭔가를 말하려 입을 열었다.


위험해. 위험해. 싫어. 이제 제발 말하지 마.’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치고 올라오는 두려움에 온 몸이 떨렸다

아랫입술을 깨물고 더 이상 카라마츠형이 아무 말도 하지 않았으면 하고 진심으로 신에게 빌었다

하지만 신 따위는 존재하지 않아서 카라마츠형은 야속하게도 입을 열어 돌이킬 수 없는 말을 내뱉었다.


이치마츠. 나는 너도, 오소마츠도 지키고 싶어.”


하고 뭔가가 끊기는 소리가 났다


몸의 떨림도 멈췄다


머릿속이 새하얘져 아무 것도 생각할 수 없었다


내 움직임이 멈춘 것을 확인한 카라마츠가 내 팔을 놓고 나를 올려다보며 걱정스럽게 물었다.


이치마츠?”

“…닥쳐. 쿠소마츠.”

“…?”


지금까지 한번도 낸 적 없었던, 낼 수 있다고 생각하지도 않았던 낮은 목소리가 거실에 울렸다.

카라마츠도 내 목소리에 당황해 몸을 주춤거렸다

당황해하는 카라마츠를 뒤로 한 채, 거실을 나와 무작정 집을 나섰다.


아아, 이걸로 끝이다.’


어느새 해가 지면서 하늘 가득히 퍼진 석양을 바라보며 막연히 생각했다

카라마츠를 향했던 동경도, 형제애도 모두 끝이 났다. 이젠 마음 속에 까맣고 어두운 것 밖에 남지 않았어.

기분이 나빴다

카라마츠 그 망할 자식은 왜 그런 말을 해서 내게 이렇게 검고 추악한 것을 가지게 만드는 건지

화가 났다

카라마츠의 솔직함도 올곧음도 상냥함도 다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한때 동경했던 그것들이 지금은 참을 수 없이 거슬리고 증오스러웠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흐르기 시작한 눈물을 소매로 거칠게 닦고 걸음을 멈췄다

어느새 집에서 제법 떨어진 공원까지 와 있었다.

어릴 적 모두 함께 놀러 왔던 놀이터. 항상 경쟁률이 높았던 2개 밖에 없는 그네에 앉았다

곧 해가 지고 주위가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급히 집을 나와 현관에 대충 널브러져 있던 슬리퍼를 신은 발에 눈에 찼다

서서히 시야가 흐려지고 발등에 한 방울, 한 방울 눈물이 떨어졌다.

 



~~~~!”


뿌연 시야 한 가득 오소마츠형의 얼굴이 들어왔다

소매로 눈물을 닦아내자 땀을 흘리며 숨을 거칠게 내쉬는 오소마츠형이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돌아가자. 엄마가 저녁 먹으래.”


아무것도 묻지 않고 씩 웃으며 코 밑을 문지르는 오소마츠형이 내민 손을 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맞잡았다

그대로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나와 오소마츠형은 손을 맞잡은 채 집으로 향했다.



숨이 찰 정도로 나를 찾아다닌 오소마츠형

항상 내가 위험할 때 도와주고 날 제일 걱정해주는 오소마츠형

설사 같은 형제라고 해도 뺏기고 싶지 않았다.

 


이후, 카라마츠를 대하는 내 행동이 변했지만 오소마츠형은 별다른 태도를 취하지 않았다

내가 카라마츠에게 심하게 말해도 바보같이 상냥한 카라마츠는 여전히 나를 소중한 동생으로 대했다

내 행동에 쵸로마츠형이 불만을 말해도 오소마츠형은 카라마츠가 뭔가 잘못했겠지이~’라며 웃어 넘겼다

카라마츠에게 심하게 대하면서도 오소마츠형과 같은 위치에 있을 수 있는 카라마츠를 동경했다

동경과 형제애와 미움이 한데 어우러져 결국 이름을 붙일 수 없는 무언가가 되어버렸다.


아아, 나는 쓰레기야.’


형제를 사랑해버린 죄책감과 카라마츠에 대한 감정이 나를 옥죄었다

고백조차 할 수 없는 내 사랑을 오소마츠형은 알지 못한다. 분명 카라마츠 역시 오소마츠형을 사랑하고 있다

그렇기에 나는 카라마츠를 향한 형제애와 오소마츠형을 향한 사랑 중, 사랑을 택했다.




 

그것이 옳은 선택이었는지는 쓰레기인 나는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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