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소카라입니다.


*약간의 악마 오소마츠 X 신부 카라마츠도 있습니다만 등장은 없습니다...


*환생을 거듭하지만 전생을 기억하고 있는 오소마츠의 이야기입니다.


*쓰다보니 길어져 상 중 하 로 나누게 되었습니다.


*아직 이야기의 도중이라는 느낌이 강한 편입니다..


*허접한 글실력입니다만 재미있게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안녕? 오소마츠.

뭐랄까, 자기 자신한테 보내는 편지라니 굉장히 어색하네

맞아. 난 바로 너야. 나는 오소마츠.

물론 시대도 다르고 어쩌면 사는 세계도 다를지 모르지만.

- 귀찮으니까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자면, 대체 내가 전생에 어떤 잘못을 저질렀는지

-잘못을 저지르긴 했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전생의 기억을 잊지 못해. 그렇다고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는 건

아니고 언젠가 때가 되면 기억난달까? 나도 전부 기억하게 된 건 3년 전이야.

있잖아~ 내가 어떻게 지금의 너에게 편지를 보낼 수 있었다고 생각해?

지금 오소마츠는 악마거등~ 그것도 상위 악마! 카리스마 레전드라고? 쩔지?

그래서~ 내가 이렇게 미래의 자신인 너에게 편지를 보낼 수 있었다는 이야기지.

왜 편지를 보냈냐고? 그야미래의 내가 삽질하고 있으면 불쌍하잖아?

악마인 내가 이렇게 특별~히 자비를 베풀어 어리석은 미래의 나를 일깨워 주는 거지.

있잖아. 우리는 벌써 몇 번이고 삶을 반복했어. 반복하고 반복하고 반복했어.

근데 웃긴 게 내 형제들도 함께 삶을 반복했거든.

언제는 형제로 언제는 타인으로

몇 번이고 몇 번이고

근데 전생을 기억하고 있는 건 나뿐이란 말이지. 좀 너무하지 않아~?

그래서언제나 내가 있는 곳엔 같은 얼굴이 5개나 있다는 거지.

너는 녀석들과 어떤 관계로 태어났어? 형제? 타인? 사촌? 궁금하네~

암튼 그래서 나는 몇 번이고 삶을 반복하면서도 한 녀석만을 보게 돼버렸단 말이지.

정말 삶은 불공평해~

너도 이미 알고 있을 거야. 내가 말하는 녀석이 누군지는.

있잖아. 오소마츠. 네 세계의 카라마츠는 어떤 녀석이야?

내 기억에 카라마츠는 맨날 안쓰러운 말만하고 쓸데없이 폼 잡고 바보지만 굉장히 상냥해.

네 세계의 녀석도 그래?

네 세계의 카라마츠는 네 곁에 있어?

있지~ 카라마츠는 이미 죽었어. 하늘나라로 가버렸어. 난 카리스마 레전드 악마님이었지만

그 녀석은 인간이었거든.

웃긴게 그 녀석 신부였는데 말이야.

~혀 어울리지 않아서, 처음 만났을 때 얼마나 웃었는지 몰라.

그 녀석 바보니까 악마인 나한테도 엄청 잘해주더라고. 진짜 바보지?

작은 마을의 작은 성당에서 매일 기도하고 아이들을 돌봐주고 미사를 하고

그렇게 매일매일 신만 찾다가 떠났어.

악마도 울 수 있다는 걸 녀석이 떠난 뒤에야 깨달았어.

있잖아. 오소마츠. 이제 너도 기억이 났을테지만, 과거의 우리는 카라마츠를 사랑했지만

한번도 그 사랑이 이루어지기는커녕 녀석에게 닿을 수 조차 없었어.

정말 얄궂게도 우리는 항상 어긋나서 태어났거든.

내가 악마면 녀석은 신부.

내가 마피아면 녀석은 상대 조직의 보스.

내가 경찰이면 녀석은 괴도.

내가 탐정이면 녀석은 살인 피해자.

그래서 내 사랑은 기억과 함께 머릿속에서 맴돌기만 할 뿐,

단 한번도 입 밖으로 내뱉은 적 없는 불쌍한 녀석이야.

있지. 오소마츠. 부탁이야.

이 가련하고 미련한 「사랑」이라는 녀석을 미래의 네가 끝내줘.

너와 카라마츠가 어떤 관계에 있던지.

고백하고 시원하게 차여줘.

이 한심하고 어리석은 사랑을 속 시원히 끝내줘.

이루어질 리 없는 사랑에 대한 헛된 희망을 죽여줘.

이 카리스마 레전드님의 마지막부탁이야.

 

 

***



오소마츠 형?”


쵸로마츠의 부름에 오소마츠가 고개를 들었다. 형제가 모두 집을 떠났을 때와 같은

감정을 알 수 없는 무표정이었다. 처음 보는 얼굴에 쵸로마츠가 몸을 움찔거렸다.


“…, 오소마츠 형?”

? 왜에~”


쵸로마츠가 한번 더 부르자 오소마츠의 얼굴에 미소가 피어났다. 하지만 어린 시절부터

단짝으로 항상 같이 붙어다녔던 쵸로마츠는 오소마츠의 눈가에 맺힌 눈물을 놓치지 않았다.

쵸로마츠는 오소마츠의 손에 쥐여진 편지에 시선이 향했다.

편지는 오소마츠의 손에 쥐어져 꾸깃꾸깃 구겨져 있었다.

편지를 쥐고 있는 오소마츠의 손이 아플 정도로 하얬다.


왜 그래.. 그 편지 때문이야? 그거 누구한테서 온 거야?”

~? 뭔 소릴까나~”


오소마츠는 이미 구겨질 대로 구겨진 편지를 파카 주머니에 쑤셔 넣으며 일어났다.

몸을 일으키는 오소마츠를 따라 쵸로마츠의 시선이 올라갔다.

오소마츠를 불러 세우려는 쵸로마츠를 향해 오소마츠가 씩 웃었다.


 “나 파칭코 다녀올게~”

곧 저녁식사 시간이야?”
~ 난 패스.”


손을 흔들며 오소마츠가 방을 나섰다. 집 밖으로 나와 한꺼번에 몰아치는 과거의 기억에

오히려 깔끔하게 비어버린 머리를 이끌고 오소마츠는 정처 없이 발걸음을 옮겼다.

집에서 가까운 공원 후미진 곳에 홀로 놓여진 벤치에 앉고서야 오소마츠는 얼굴에 주고

있던 힘을 풀었다.

흘러내리는 눈물에 파카가 짙은 색으로 물들었다.


~ 뭐가 「끝내줘~」냐.’


육쌍둥이, 친동생, 같은 남자. ~전 최악의 상황이고만.’


눈가에 맺힌 눈물을 닦지도 않고 오소마츠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봤다.


떠넘기기 끝내주네.’


이젠 또렷이 기억나는 과거의 자신에게 원망을 퍼부었다

과거, 전생의 자신은 악마로 먹잇감이 될 만한 악한 인간을 찾아 정체없이 헤매다 카라마츠를 만나게 되었다

그 때의 자신은 이미 과거의 기억을 가지고 있었기에 카라마츠를 만나자마자 본능적으로 이끌렸고 

그대로 손도 발도 쓰지 못한 채, 그저 곁에만 머물다 카라마츠의 최후를 목격하고 조용히 악마로서의 삶을 마쳤다

자신의 마지막 숨을 내뱉기 전, 남아있는 힘으로 미래의 자신 지금의 오소마츠-에게 편지를 보내고서

소매를 들어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아냈다. 그대로 옥죄이는 가슴을 움켜쥐었다. 눈물에 젖은 파카의 감촉이 느껴졌다

가슴이 웅성대는 것 같은 착각에 오소마츠는 혼란스러웠다

애써 직시하지 않고 있던 자신의 감정을 과거의 자신에게 전부 까발려진 느낌에 불쾌했다

그리고 한편으론 과거부터 이어진 자신과 카라마츠의 인연에 두근두근했다

어쩌면 희망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그도 그럴게 전생의 자신은 악마였다

그런데 신부였던 카라마츠는 그 누구보다도 자신에게 상냥했다

지금은 단 하나뿐인 형이라서 동생들보다 더 차갑지만

과거의 카라마츠는 그 특유의 부드럽고 상냥한 미소를 실컷 보여주며 자신을 불렀다.


오소마츠.’


기억에 남아있는 신부 카라마츠의 목소리를 되새기며 오소마츠가 눈을 감았다

달콤하고 부드러운 음성이 귓가에 맴돌았다

과거의 자신도 그렇고 지금의 오소마츠도 그렇고, 카라마츠에게 이름을 불리면 성별이고 종족이고 상관없이 

그저 그 상냥한 녀석을 품에 안고 싶었다

품에 가두고 키스하고, 만지고, 손을 맞잡고, 귓가에 사랑을 속삭이고 싶었다

하지만 그런 욕망에 휩싸일 때마다 저 멀리, 아주 오래 전, 전생의 자신이 기억나 사고에 브레이크를 걸었다.


과거, 처음으로 카라마츠를 만났을 때, 자신은 높으신 귀족 나리의 장남으로 답 없고 이기적인 한량이었고

카라마츠는 관기였다. 본래 사신접대만 하는 관기를, 오소마츠는 집안의 힘으로 억지로 취했다

싫다고 저항하는 카라마츠를 힘과 권력으로 짓누르고 억지고 그 몸을 열었다

길었던 정사 후, 증오의 눈빛으로 자신을 쳐다보며 「당신 같은 자는 절대 누구에게도 사랑 받지 못 해!」라고 외쳤다.


그 벌일까? 오소마츠는 환생할 때마다 과거의 기억을 잊을 수 없었고, 매번 카라마츠와 만났다.

카라마츠에게 손을 뻗을 때마다, 과거의 관기였던 카라마츠의 증오서린 눈빛이 자신을 향했던 것을 기억해내고 망설였다

이대로 손을 뻗어도 될까? 미움받으면 어쩌지? 만약 카라마츠에게 미움받는다면 절대 그대로 살아갈 수 없다

그런 두려움이 오소마츠를 얽매었고 오소마츠는 몇 번의 삶을 반복하면서도 카라마츠의 곁에 있을 뿐, 카라마츠에게 닿을 수는 없었다

순진하게 웃는 카라마츠의 미소를 일그러뜨리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면서도 곁을 지켰다. 순애보도 이런 순애보가 없었다.


순애보는 개~.’


오소마츠는 과거의 삶을 하나하나 되짚으며 생각했다.


그냥 미련한 거지. 미움 받고 싶지 않으면 애초에 곁에서 떠나면 되잖아

곁에는 있고 싶고, 하지만 미움 받을까 무섭고. 그냥 한심한 자식이네~ 과거의 나는~’


오소마츠는 한숨을 푹 내쉬며 고개를 떨궜다. 앞이 막막했다

과거의 자신들과 마찬가지로 무슨 저주에 걸린 건지, 현재의 오소마츠도 카라마츠에게 연정을 품고 있었다

처음 그런 마음을 품은게 언제였는지 기억도 나지 않을 정도로 오래 전부터 오소마츠는 자신의 마음을 알고 있었다.


육쌍둥이니까, 태어났을 때부터~라던지.’


허허하며 헛웃음을 내뱉으며 오소마츠가 생각했다

태어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쭉 함께였으니 아마 태어났을 때부터 사랑을 느낀 게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가 이내 고개를 저었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건 아니지.”


자기 자신에게 손을 내치며 오소마츠가 목소리를 냈다

하지만 셀프 태클을 거는 와중에도 완전히 헛소리는 아닌 것 같은 느낌에 등줄기가 싸해졌다.


진짜로 태어난 순간부터면 난 대체 얼마나 변태인거야...”


기운 없는 목소리로 중얼거리며 오소마츠가 힘을 빼고 축 늘어졌다

머리 위에는 먹구름이 잔뜩 낀 것 같았다. 다시 한 번, ‘~…’하고 오소마츠가 큰 한숨을 내쉬었다

머릿속은 휘몰아치는 과거의 기억에 어지럽고, 속이 메스꺼웠다. 또 다시 눈가가 흐려졌다.


그리고 난 고백도 하기 전에 차이는 거 확정이고. 진짜 뭐가 「끝내줘.」냐고!! 

아니, 나 차일 거 알고 있으면서 고백해야 돼? 왜 과거의 나는 고백 안하고?! 결국 나한테 미룬거잖아!!! 

책임감을 좀 가져라!! 과거의 나!!!’


서서히 화가 치밀어 올라 오소마츠는 앉아있던 벤치에서 벌떡 일어나 두 손을 하늘로 향해 올리고 외쳤다.


나한테 미루지 말라고!!!!!!!”


이미 이 세상에 존재할 리 없는 과거의 자신에게 화난 목소리로 한껏 외치자 조금 마음이 가벼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오소마츠는 다시 몸을 축 늘이고 벤치에 털썩 앉았다.


하아~”

, 소마츠?”


한숨을 내쉬고 있자니, 곁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와 오소마츠가 고개를 들었다

고개를 들자 시야 한가득 자신을 걱정스러운 얼굴로 쳐다보고 있는 카라마츠의 얼굴이 들어왔다

언제나 쓰고 있던 썬글라스는 카라마츠가 입고 있는 (자기의 얼굴이 프린트 된) 탱크탑의 네크라인에 걸려 있었다

카라마츠를 본 순간, 안도감과 불안감이 함께 쓰나미처럼 몰려와 오소마츠가 눈물로 젖은 얼굴로 웃었다.


카라마츠우~~”

오소마츠, 괜찮나? 대체 무슨 일이 있었어?”


좀처럼 동생들에게 우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 오소마츠의 눈가에 눈물이 맺혀 있는 것을 본 카라마츠가 한층 더 걱정스러워하는 얼굴로 다가왔다.


아니이~ 이 카리스마 레전드 장남님이 쪼~~끔 고민할게 있어서 말이야~”

무슨 고민이지? 얼마든지 나에게 털어놔라 형님! 사랑스러운 브라더의 고민이라면 내가 해결해 주겠다.”


드물게 약한 모습을 보이는 오소마츠를 카라마츠가 눈빛을 빛내며 말했다

카라마츠의 안쓰러운 발언에 오소마츠가 킬킬대며 옆구리를 붙잡고 아파파파파~’라고 외치자 

카라마츠가 오소마츠의 어깨를 붙잡고 억울하단 얼굴로 외쳤다.


어째서?!”

~ 갑자기 훅 들어오지말라고~”

아니,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형님!”


어느새 울상이 된 카라마츠를 보며 오소마츠가 즐거운 듯 크게 웃고는 카라마츠의 머리를 거칠게 쓰다듬었다.


, 돌아가자. 카라마츠. 저녁시간이고.”


벤치에서 일어나 엉덩이에 묻은 먼지를 탁탁 털어내며 말하고 앞서 걷는 오소마츠를 카라마츠는 목석마냥 가만히 서서 바라보았다

뒤를 따라오지 않는 카라마츠의 모습에 오소마츠가 의아한 듯 고개를 갸웃하며 카라마츠를 불렀다.


카라마츠?”

형님, 아까 고민하던 게 뭔지 아직 이야기해주지 않았다.”


평소보다 조금 더 가라앉은 목소리로 카라마츠가 말했다

아무래도 오소마츠가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는 것에 불만을 느낀 것 같았다

가라앉은 목소리는 미미했지만, 오소마츠는 카라마츠의 모든 것을 눈치채고 있었다

오소마츠가 올라가지 않는 입꼬리를 억지로 올리며 말했다.


~ 그거~. 이제 괜찮아~.”


웃으며 장난스럽게 말했지만 카라마츠는 납득하지 않은 채, 얼굴을 구겼다

여전히 우두커니 서서 오소마츠를 바라보는 그 눈빛은 오소마츠가 처음 보는 눈빛이었다.


처음 보는 눈빛에 오소마츠는 카라마츠의 심정을 읽을 수 없는 것에 당황하면서도 태연한 얼굴로 서서 카라마츠를 마주 보았다

길지 않은 침묵이 흐르고 먼저 입을 연 것은 카라마츠였다.


오소마츠, 알려 주지 않겠나? 무엇이 오소마츠를 괴롭게 했는지.”

~ 그러니까~ 이제,”

말 돌리려고 하지 말아줘.”


단호하게 말하는 카라마츠를 보며 오소마츠가 한숨 쉬곤 장난스러운 목소리를 거두었다

자신 밖에 모르는 중증 나르시스트 카라마츠는 한번 정한 것은 어떠한 반대가 있어도 끝까지 밀어붙이는 고집불통 독불장군이었다

, 그런 점도 사랑스럽지만카라마츠에겐 보이지 않도록 속으로 자조적인 웃음을 지으며 오소마츠가 빙긋이 웃었다.


정말로 이제 괜찮아. 고민하고 있는 게 있긴 하지만, 내 선에서 정리할 수 있고. 정 힘들면 말할 테니까.”


반드시 오소마츠의 고민을 듣고야 말겠다는 얼굴로 고집을 부리는 카라마츠를 향해 부드럽게 말했다

이럴 때는 한발짝 물러서 주는 편이 좋았다.

카라마츠는 오소마츠의 말에 다시 얼굴을 구기고 잠시 생각에 빠졌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알았다.’라고 말한 후, 오소마츠의 뒤를 따랐다.

집에 도착하자 웬일로 진수성찬이 차려져 있는 식탁에 오소마츠가 호들갑을 떨며 쵸로마츠의 곁에 붙었다

오소마츠의 등장과 동시에 시끌벅적해진 식탁에 카라마츠가 조용히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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