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로 3편입니다ㅎㅎ 방금 전에 다 써서 따끈따끈합니다ㅎㅎ


* 중편인데 자칫하면 단편보다 분량이 적을 수도 있는 중편입니다ㅋㅋㅋㅋ 분량 조절 실패할 것 같아요..

  저는 이야기의 흐름에 따라서 편수를 끊다보니 이럴 수도 있는 거죠....



* 부족한 글이지만 재미있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우와- 진짜 와버렸다.’

여관 입구에 서서 오소마츠가 높게 솟은 여관 지붕을 올려다보며 한탄했다

카라마츠의 제안을 거절하지 못한 오소마츠는 그대로 카라마츠와 함께 아타미에 오게 되었다

여행을 간다고 하면 분명 질투하고 훼방을 놓을 동생들을 걱정해, 동생들에겐 둘이서 여행을 간다고 말하지 않았다

부모님에게만 1 2일 아타미에 갔다 오겠다는 말만 남긴 채 떠난 두 사람은 지금 막 여관에 도착한 참이었다.

 

 


 

오소마츠.”

멍하니 고개를 들고 있는 오소마츠를 카라마츠가 불렀다

오소마츠가 고개를 내리자 카라마츠가 웃는 얼굴로 오소마츠의 손을 잡고 이끌었다

정갈한 옷차림의 직원이 두 사람이 맞이했고, 곧 예약된 방으로 안내했다

커다란 창 밖으로 훤히 푸른 바다가 보이는 방에 들어선 두 사람은 아무 말 없이 짐을 풀고 유카타로 갈아입었다.


으아~ 미치겠네. 뭔데 이 침묵은?!!’

옷을 갈아입으면서 오소마츠는 얼굴을 찡그렸다

방에 들어선 이후로 오소마츠는 물론이고 카라마츠도 입을 굳게 다문 채, 말을 걸지 않았다

다른 동생들 없이 두 사람만 있는 방 안에 가득한 어색한 침묵이 무겁게 오소마츠를 누르고 있었다

재빨리 유카타를 갈아입은 오소마츠가 태연하게 웃는 얼굴을 만들고 카라마츠를 불렀다.


카라마츠, 바로 온천 들어가자!!”

밝은 목소리로 카라마츠를 부르자 카라마츠가 오소마츠를 따라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침묵이 끝난 것에 카라마츠 몰래 작게 한숨을 내쉰 오소마츠가 방을 나서려고 할 때였다

다급하게 카라마츠가 오소마츠를 불러 세워 가까이 다가오자, 오소마츠는 크게 놀라 당황하면서도 평소와 같은 얼굴로 카라마츠를 바라보았다.


형님, 반대다.”

? 뭐가?”

카라마츠가 오소마츠의 유카타를 보며 눈썹을 찡그렸다. 자신의 유카타를 가리키며 카라마츠가 말했다.


오른쪽이 앞으로 가야 한다.”

, 아아~.”

카라마츠의 유카타를 보니 확실히 오소마츠와 정반대로 오른편이 위로 향해 있었다

고개를 끄덕인 오소마츠가 즉시 허리춤을 풀고 올바르게 고쳐 입는 것을 확인한 카라마츠가 싱긋 웃으며 그럼 가자.” 하고 오소마츠의 손을 잡고 이끌었다.

오늘은 유난히 카라마츠에게 손을 잡히는 일이 많다고 오소마츠가 멍하니 생각했다.

 

 



 

따뜻한 온천물에 데워진 몸을 이끌고 오소마츠가 여관에 마련되어 있는 휴게실의 의자에 몸을 누였다.


위험했다!! -인짜! 위험했다.’

방금 전까지 함께 온천에 들어가있던 카라마츠를 떠올리며 오소마츠가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평소 형제들과 함께 공중 목욕탕에서 질리도록 봐왔던 카라마츠의 알몸이, 오늘따라 눈에 강하게 박혔다

온천이라는 낯선 곳이 자아낸 분위기에 취한 것일까 묘하게 색기가 느껴지는 카라마츠의 알몸에 오소마츠는 필사적으로 저번 주에 이치마츠와 함께 보았던 고어영화를 떠올려야 했다

오소마츠의 번민은 온천에서도 계속 되었다

온천에 몸을 담근 카라마츠의 멍-한 표정이나, 핑크빛으로 물든 카라마츠의 몸이 오소마츠를 유혹했다

태평하게 온천이 정말 기분이 좋다며 말을 걸어오는 카라마츠와 달리 오소마츠는 필사적으로 카라마츠의 몸을 직시하지 않으려 이리저리 시선을 돌리는데 몰두해 있었다

의자에 누운 채, 오소마츠는 문득 온천물에 촉촉히 젖은 카라마츠의 얼굴을 떠올리고 으아아아아~~” 하고 신음을 흘리며 발을 굴렀다

이런 곳에서 자신의 욕망을 그대로 드러냈다간 얇은 유카타 한 장으로는 절대 가려지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오소마츠는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온천에서도 이성의 한계가 가까워짐을 깨닫고 카라마츠에게 현기증 난다는 핑계를 대며 급히 먼저 나온 것이었다

하아- 하고 깊은 한숨을 내쉬며 오소마츠가 아직 물기가 남은 머리를 쓸어 넘겼다.


나 잘 버틸 수 있으려나? 그냥 확- 덮쳐? 아니, 아무리 내가 쓰레기여도 그건 아니지. 그리고 그러다 카라마츠한테 미움 받으면…’

전생의 카라마츠가 자신을 향해 보여주었던 증오로 가득 찬 눈빛을 떠올린 오소마츠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애초에 자신이 카라마츠에게 고백할 자격은 있긴 한 것일까 떠오르는 의문에 고개를 흔들며 몸을 일으켰다.


오소마츠.”

몸을 일으키자마자 들려오는 카라마츠의 목소리에 오소마츠가 흠칫 몸을 떨었다

속으로 1, 2, 3.. 10까지 숫자를 센 후, ‘의 얼굴을 하고 고개를 들어 카라마츠를 올려다보았다

걱정하는 얼굴로 오소마츠를 내려다보고 있던 카라마츠가 오소마츠의 옆에 앉았다.


어디 아픈 건가? 형님.”

아니? 아까 말했듯이 현기증이 나서.”

그래도 한숨 쉬고 있었잖아.”

? ~ 아니, 집에 돌아가면 동생들이 또 시끄럽게 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정말로 그래서 한숨 쉰 건가?”

그렇대도~”

장난스럽게 웃는 오소마츠의 얼굴을 카라마츠가 말없이 바라보았다

오소마츠와 같은 색의 눈동자에 푸른빛이 일렁였다

, 아름답다.’ 고 오소마츠는 카라마츠의 눈동자에 담긴 푸른빛을 보며 생각했다

저 푸른빛이 탐나서 전생의 자신은 맹렬히 거부하는 카라마츠를 억지로 깔아 뭉개 품에 안았다

바보 같은 전생의 자신을 저주하며 오소마츠가 쓰게 웃었다

여전히 짙은 눈썹을 내리고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카라마츠의 얼굴에는 평소 그렇게 주장하던 남자다움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이런 얼굴을 귀엽다고 생각하는 자신은 정말로 미친 것 아닐까 하고 자조하며 오소마츠가 카라마츠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인 자신이 동생인 카라마츠에게 표현할 수 있는 최대한의 애정을 담아 거칠게 머리를 쓰다듬자 카라마츠가 얼굴을 찡그리며 아프다!” 하고 외쳤다

푸핫- 하고 웃으며 오소마츠가 몸을 일으키고 카라마츠를 향해 말했다.


카라마츠, 우리 저거 할까?”

휴게실 한편에 놓인 탁구대를 가리키며 오소마츠가 이를 드러내고 웃었다. 잠시 눈썹을 찌푸린 카라마츠가 알겠다.” 하고 몸을 일으켰다

진 사람이 음료수 쏘기~” 하고 웃으며 탁구대에 선 오소마츠를 보며 카라마츠가 그 말을 한 걸 후회하게 만들어 주지.” 하고 자신만만하게 웃었다.


 

 

 

설렁설렁 휴게실에서 방으로 돌아가는 오소마츠의 발걸음은 가벼웠다

1시간이 넘는 접전 끝에 차지한 승리는 고백이라는 고민을 잠시 잊을 정도로 달콤한 것이었다

다른 동생들이라면 대충 상대해주면서 어째서인지 카라마츠에게는 없던 승부욕도 불태워가며 필사적으로 응전하는 오소마츠였다

오소마츠의 한걸음 뒤에서 카라마츠가 잔뜩 풀이 죽은 채, 맥주가 가득한 봉지를 들고 오소마츠를 뒤따르고 있었다

탁구에서 진 대가로 방에서 마실 맥주를 자비로 사들인 카라마츠는 억울할 수 밖에 없었다

애초에 이 여행 경비도 전부 카라마츠가 지불하고 있었는데 맥주까지 자기가 사게 된 것이 억울하다면 억울할 수 밖에 없었다.



방에 도착한 두 사람은 망설이지 않고 바로 테이블 위에 맥주를 늘어놓았다. 맥주 캔을 따자 치익- 소리를 내며 맥주 향이 은근히 퍼졌다

캔 표면에 물방울이 맺힐 정도로 차가운 맥주를 오소마츠는 벌컥벌컥 입에 들이 부었다

카라마츠도 캔 하나를 열어 한 모금을 입에 넣었다

차가운 맥주가 시원하게 목을 넘어가는 느낌에 금새 맥주 한 캔을 비운 오소마츠가 푸햐~’ 소리를 내며 기분 좋게 눈을 찡긋거리고 빈 캔을 바닥에 놓았다

너무 빨리 마시는 것 아니냐는 카라마츠의 걱정에 손을 휘저으며 오소마츠가 다시 한 캔을 따 입에 털어 넣었다

짧은 시간에 맥주 두 캔을 받아들인 몸은 금새 열을 내며 오소마츠의 얼굴을 붉게 물들였다

상기된 얼굴로 술 냄새 나는 한숨을 내쉰 오소마츠를 가만히 지켜보던 카라마츠가 입을 열었다.


오소마츠.”

~?”

혹시 요즘 뭔가 고민이 있지 않나?”

으응~? 아니이~?”

따끔따끔 바늘로 심장을 쑤시는 것 같은 아픔을 무시한 채 오소마츠가 밝게 웃었다

배시시 웃는 오소마츠와 대조적으로 카라마츠의 얼굴은 더욱 어두워졌다

잠시 말없이 고개를 숙인 카라마츠가 떨리는 눈으로 오소마츠를 응시했다

자신을 바라보는 카라마츠의 눈빛에 담긴 이유 모를 열망에 오소마츠가 입으로 맥주를 가져가던 손을 멈추었다.


정말로 아무런 고민도 없는 건가? 오소마츠.”

“…”

나는, 오소마츠가 어떤 고민을 안고 있던지 혼자서 떠안지 않기를 바란다. 그러니, 부탁이야. 나에게 말해 주지 않겠어? 나를 의지해 주지 않겠어?”

“…”

“..오소마츠.”
눈썹을 낮게 기울이고 오소마츠를 바라보는 카라마츠의 눈이 젖어 형광등에 반짝였다

지금 당장이라도 눈물을 쏟아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카라마츠의 눈망울은 촉촉했다

자신의 대답을 기다리는 카라마츠를 보며 오소마츠가 마른침을 삼켰다


울보 카라마츠.’ 


손을 뻗어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반짝이는 저 푸른빛을 만지고 싶었다

이대로 품에 안고 좋아한다고, 사랑한다고 외치며 키스하고 싶었다


울렁대는 갈망을 꾹꾹 눌러 우그러뜨리며 오소마츠가 주먹을 힘주어 쥐었다

목소리가 떨리지 않기를 기도하며 오소마츠가 망연히 물었다.


“..왜 그렇게 나를 걱정해?”

멀거니 오소마츠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던 카라마츠가 멍청히 입을 벌렸다

카라마츠가 몇 번이고 눈을 깜빡 거리는 사이, 방 안에 시계 초침소리가 울렸다

벙긋벙긋 입을 우물거리던 카라마츠가 들고 있던 맥주 캔을 입으로 옮겨 캔 안의 맥주를 벌컥벌컥 마셨다

- 하고 빈 캔이 테이블에 놓이며 공허한 소리를 냈다. 하아- 하고 크게 한숨을 내쉰 카라마츠가 고개를 들고 오소마츠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형제, 니까.”

예상했던 대답에 오소마츠가 피식 헤식은 웃음을 흘렸다

목을 흘러 내려가는 맥주의 맛이 더 이상 느껴지지 않았다

티가 나지 않도록 쓸쓸히 속웃음을 웃으며 오소마츠가 천천히 눈을 감았다가 떴다

눈 앞의 카라마츠는 어째서인지 중죄를 지은 죄인마냥 괴로운 얼굴로 고개를 돌리고 있었다

조용히 맥주 캔을 내려놓은 오소마츠가 손을 뻗어 카라마츠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나긋나긋한 카라마츠의 머리칼이 오소마츠의 손바닥을 간질였다. 놀라 휘둥그런 눈으로 오소마츠를 보는 카라마츠에게 오소마츠가 잔잔히 웃어 보였다.


진짜로 고민 같은 거 없어. 걱정해줘서 고마워, 카라마츠.”
“..
.”

납득되지 않는다는 얼굴로 카라마츠가 눈을 내렸다

진심을 전한 카라마츠를 부드럽게 거절하는 오소마츠의 목소리에 울컥- 차오르는 눈물을 숨기려 카라마츠가 고개를 숙였다.

 





두 사람의 여행은 서로에게 상처만 남긴 채, 종료되었다.






*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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