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백 들고 왔습니다!!


* 오랜만에 쓰는 거라, 오글거리는 전편을 다시 복습하고 썼어요~~;;;


* 남은 편은 지금 쓰고 있습니다. 일단 다 쓴 편부터 올려요~~ㅎㅎ


* 5,675자. 짧습니다...ㅠ  오탈자는 추후 수정하겠습니다.



* 부족한 이야기지만 재미있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술도 약한 주제에 벌컥벌컥 맥주 한 캔을 비운 카라마츠는 내 눈을 마주하고 말했다.


“..형제, 니까.”


술기운이 올랐는지 발갛게 상기된 얼굴로 내뱉은 그 말은 내 마음을 잔혹하게 찢어 발겼다

난도질 당한 가슴에서 피가 흘러 나와 전신으로 퍼졌다

슬픔이라는 핏물은 바로 전신을 감싸 옥죄고 호흡도 할 수 없을 정도의 고통을 선사했다

대체 나는 무슨 기대를 했던 걸까

자기에게 기대달라고 말하는 카라마츠의 눈빛이 마치 내가 카라마츠를 바라보는 눈빛과 닮았다는 어리석은 착각을 하고 혹시나하는 희망을 품었다

예상했던 카라마츠의 대답에 아주 희미하게 빛내던 희망은 절망이라는 피에 덮여 그 빛을 잃었다

태연한 얼굴 뒤, 고통에 몸부림치며 피를 흘리는 내 마음에서 고개를 돌리고 카라마츠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슬픔과 함께 죄책감이 새로이 고개를 들었다

내가 카라마츠에게 하려는 고백은 분명 동생으로서 인 나를 걱정하는 카라마츠를 배신하는 일이 될 것이다.


굳이 카라마츠에게 고백을 해야 하나?

의문이 우후죽순처럼 자라나 마음을 뒤덮었다. 애초에 전생의 악마가 멋대로 부탁한 일이다

전생을 기억하기 전부터 카라마츠를 좋아하긴 했지만, 형제이기에 죽을 때까지 마음 속에 품고 꺼내지 않기로 했던 사랑이다

괜히 고백해 서로의 어색한 사이가 되느니, 차라리 안 하면 되잖아

나도 전생의 악마처럼 다음에 태어날 오소마츠에게 떠넘기면 되잖아

집으로 돌아가는 기차 안에서 나는 홀로 머리를 붙잡고 끙끙거렸다

아무것도 모르는 카라마츠는 내 어깨에 기대 쿨쿨 자고 있다

편안히 잠든 카라마츠의 얼굴을 내려다보며 지끈거리는 머리를 등받이에 기댔다.

 

 

 

두 사람만의 여행이 거짓말인 것처럼, 우리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

여전히 나는 카라마츠에게 고백을 망설이고 있었고, 카라마츠는 태연한 척을 하는 나를 형제로서 걱정하고 있었다

걱정한다고 해서 특별히 행동으로 드러내지는 않았다

우리 중 누군가의 상태가 안 좋다고 티 나게 걱정하거나 챙겨주는 것은 우리 육쌍둥이 안에서는 없는 일이었고

카라마츠는 여전히 매일 다리에 나가 카라마츠 걸-즈를 기다리거나 번화가에 나가거나 했다

나는 나대로 돈이 생기면 말을 보러 가거나 운을 시험하러 나갔고, 돈이 없으면 하루 종일 방 안에서 뒹굴며 집에 남은 동생들을 놀리거나 만화책을 보거나 했다

가끔, 굉장히 걱정스러워하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는 카라마츠와 눈이 마주치기도 했지만, ‘의 얼굴로 씩- 웃어주면 카라마츠도 짙은 눈썹을 늘어뜨리고 내게 마주 웃어주었다

눈에 콩깍지가 제대로 쓰인 나는 그 미소만으로도 충분히 하늘을 날아오를 듯한 행복감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바로 의무처럼 다가오는 고백이라는 단어에 바닥으로 떨어질듯한 절망을 맛보았다.

나는 형제로만 보고 있는 카라마츠와 더 이상 형제로 카라마츠를 볼 수 없는 나

그 사이의 괴리는 마리아나 해구마냥 깊고 어두워서 감히 뛰어넘을 용기를 낼 수 없었다

나에게 고백할 자격이 있는 건지

환생을 반복하기 전, 카라마츠를 상처 입히고, 다시 태어날 때마다 카라마츠의 곁에 머물면서 고백을 피한 겁쟁이인 내가

같은 동성에 형제라는 최악의 조건에서, 게다가 카라마츠는 나를 으로 보고 있는데 내가 고백을 한다면 그 모든 것을 파괴해 버린다는 사실이 지옥에서 올라온 손아귀마냥 나를 강하게 붙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전생의 악마, 그 전의 오소마츠들도, 그리고 나도, 카라마츠에게 거부당하고 미움 받는 것이 두려워서 고백을 피했다

심지어 전생의 악마님께서는 겁쟁이 중의 겁쟁이가 되어 새로 환생할 에게 고백을 미루었다

자기도 상처받기 싫은 주제에, ‘는 상처받아도 된다는 건지

악마의 환생인 는 자기 자신으로 생각하지 않은 건지. ‘악마의 생각은 알 수 없다

마음 같아선 고백이고 뭐고 다 내팽개치고 도망치고 싶다

다만 확실한 것은 악마였던 내가 고백을 하려는 이유와, ‘가 죽음보다 두려운 고백을 쉽사리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는 같았다

그저 순수하게 너무 아팠다


카라마츠를 좋아한다는 것도

카라마츠가 내 마음을 알지 못한다는 것도,

반복되는 생에서 카라마츠는 날 기억하지 못하고 나만 카라마츠를 기억하는 것도


몇 세기가 지나는 오랜 환생 동안, 내 마음은 너덜너덜 헤져서 카라마츠를 바라보는 것만으로 가슴이 아팠다.

카라마츠를 볼 때마다 박동하는 심장을 꺼내어 카라마츠에게 보여주고 싶은 마음과 카라마츠에게 거부당할까 두려워하는 마음이 이미 아린 가슴을 붙잡고 옥죄였다

갈팡질팡 우유부단한 겁쟁이인 나는 그 어떤 선택도 결정하지 못한 채, 멈춰서 있었다.

 

 

오소마츠 형, 요즘 고민 있어?”

동생들이 모두 나가고 없는 거실 안, 벽에 기대 만화책을 보고 있는 와중에 들려오는 쵸로마츠의 목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원형의 테이블에 앉아 좋아하는 고양이 귀 아이돌-레이카였나?- DVD를 보고 있던 쵸로마츠가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고개를 갸웃하며 아니?” 하고 대답하자, 켜놓았던 TV도 끄고 내게 다가왔다.


귀신을 속여라. 괜히 숨기지 말고 털어놔.”

어릴 적 파트너로서 함께 해왔던 세월 덕분인지 내 변화를 눈치챈 쵸로마츠가 말했다

이건 더 이상 숨길 수 없다는 것을, 나 역시 오랜 파트너로서 알 수 있었다

들고 있던 만화책을 바닥에 내려놓고 머리를 긁적였다

말을 하는 것은 좋지만, 대체 어디까지 말해도 괜찮은 걸까

다짜고짜 카라마츠를 좋아한다고 말하는 것도 이상하고, 그렇다고 환생을 반복했던 이야기를 하는 것도 말이 안 된다

두 눈을 감고 고개를 위로 치켜든 채, 어떻게 이야기할까 고민하고 있는 사이, 그 사이를 참지 못한 쵸로마츠가 오소마츠 형.” 하고 재촉했다.

 

, 친구의 친구이야긴데.”

“….”
에라 모르겠다. 일단 질러보자는 심정으로 입을 열자, 쵸로마츠가 어이없단 표정으로 나를 보며 대답했다

거짓말을 못하는 쵸로마츠의 얼굴엔 네 이야긴 거 다 알아.’ 라는 글귀가 써져 있었지만, 지금은 무시하자.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데.”

“..?! , 오오.”
내게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는 게 그렇게 크게 충격 먹을 일이야? 쵸로씨?? 

경악하는 얼굴로 세모꼴의 입을 떡 벌린 쵸로마츠가 한참을 날 바라보더니 격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내 다음 말을 기다렸다

꼴깍 하고 쵸로마츠의 침이 넘어가는 소리가 거실에 울렸다

대체 뭘 기대하고 있는 거야, 이녀석.


그 사람한테 고백을 하려고 한대.”

.”

형제의 연애사가 그렇게 흥미 깊은 이야기던가

쵸로마츠는 평소에는 전혀 볼 수 없었던 반짝반짝 빛나는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토도마츠와 똑 닮은 순진한 눈으로 나를 쳐다보는 쵸로마츠의 눈빛을 슬며시 피하며 말을 이었다.


근데 거절당하거나 미움 받을까봐 무서워서 못하겠다고 하는데..”

“…고백 하는데 왜 미움 받아?”

“…좀 예전에 잘못한 게 있어서. 그리고 그 사람은, 내 친구의 친구를 전~혀 그런 대상으로 안 보고 있어서, 혹시 잘못 고백하면 미움 받겠다고생각하고 있대.”

“…헤에-“

어이, 쵸로마츠. 뭐냐, 그 영혼 없는 울림은

슬쩍 고개를 드는 짜증을 무시하고 쵸로마츠에게 물었다.


그래서 어떡할까? 하고 고민하고 있다는 이야기-“

? ?”

?”

쵸로마츠는 고개를 기울이며 눈썹을 찌푸렸다

어이어이, 내가 아무리 친구의 친구 이야기라고 해도 너무한 거 아냐? 그 반응?! 

~전히 남의 일이라는 얼굴 하고 있는뎁쇼!?


어차피 쓰레기잖아, 우리는.”

?”

오소마츠 형답지 않게 그딴 고민할 시간에 그냥 확 고백해버리지 그래? 형이 다른 사람한테 미움받는 거야 흔한 일이고.”

으응~? 무슨 소리를 하는 걸까아~? 횽아 완~전 인기 많거든?!”

거기 물고 늘어지지 말고, 형답게 확 고백하란 소리야. 고백 안하고 지금처럼 질질 끌면서 답도 없는 날을 이어갈 생각이야?”

“….”

체리마츠답지 않은 정론에 말문이 막혔다

나오는 것은 큰 한숨뿐. - 깊은 숨을 내쉬고 몸을 일으켰다

어디가?” 하고 쵸로마츠가 물어, 적당히 파칭코.” 하고 대답하고 집을 나왔다.

 

 

고백하고 거절당하면 우리는, 형제로도 돌아갈 수 없다

몇 번이고 생각하지만 리스크가 너무 크다

하지만, 쵸로마츠가 한 말이 머릿속에서 맴돌며 사라지지 않는다.


형답게 확 고백하란 소리야.”


나답게…,

확실히 생각하기도 전에 행동으로 옮겼던 내가 이렇게 끙끙대며 고민하는 건 나답지 않다

드높은 하늘을 올려다보고 푹- 한숨을 내쉬었다


할까? 고백…. 


귓가에서 어떤 멍청한 악마의 비웃음 소리가 들리는 것 같지만, 여기서는 일생일대의 용기를 내야 한다고 각오를 다졌다

일단, 여행갈까

카라마츠에게 거절당하면 나는 여행지에 남자

잠깐, 카라마츠에 대한 마음을 접을 시간이 필요하니까…. 

전국여행이나 할까

그럼 그 전에 돈이 문제네…. 

, 벌까

카라마츠와 함께 갈 여행비를 파칭코로 벌고 싶은 마음은 들지 않는다

머리를 긁적이며 파칭코를 지나쳐 헬로워크를 향했다

몸은 건강하니 노가다라도 하면 금방 돈은 벌 수 있겠지

고백 후 차였을 때의 아픔은 지금 생각하지 말자

고백할 미래의 나한테 미루자고

고백할 생각만으로 벌렁거리는 심장을 붙잡고 헬로워크 건물에 발을 들였다.






“오소마츠 형, 요즘 고민 있어?”

쵸로마츠의 목소리에 숨을 멈추고 거실 문을 열려고 했던 손을 내려놓았다

과연, 오소마츠의 파트너

오소마츠의 미묘한 변화를 눈치챈 것은 나뿐만이 아니었다는 사실에 어쩐지 가슴이 아려왔다.


“내, 친구의 친구이야긴데.”

신빙성 없는 서두를 꺼낸 오소마츠의 목소리에 숨 쉬는 것도 잊어버렸다

친구의 친구라니, 그거 자기 이야기할 때 나오는 전형적인 멘트 아닌가, 오소마츠

너는, 내겐 말하지 못하는 고민도 쵸로마츠에겐 말할 수 있는 거구나


가슴이 아프다

꼭 커다란 밧줄로 가슴께를 꽁꽁 동여맨 것 같다

호흡이 힘겹다

꼭 심장에 날카로운 대못을 박아 넣는 아픔에 눈시울이 뜨거워져 이어지는 오소마츠의 말을 듣지도 못하고 조용히 현관을 빠져 나왔다.

한없이 걸어서 항상 걸-즈를 기다리던 다리에 도착한 순간, 참았던 눈물이 쏟아져 나왔다


오소마츠를 좋아하는 마음은 어쩔 수 없었다

그러니까 필사적으로 숨겼다

오소마츠에게 미움 받고 싶지 않았으니까…. 

그러니까 하다못해, 의지가 되는 형제가 되고 싶었어

장남의 바로 아래인 차남으로서, 형을 지탱해주고 싶었다

고민이 있으면 숨기지 않고 털어놓고 같이 고민해줄 수 있는 형제가 되고 싶었다

운 좋게 딴 돈으로 어울리지 않는 둘만의 여행을 권유하고, 둘만의 시간을 만들어도 오소마츠는 그 속내를 보여주지 않았다

고민이 무엇인지 털어놓지 않았다.

 

“왜 그렇게 나를 걱정해?”


쓴웃음을 지은 오소마츠의 질문에 자신이 얼마나 오소마츠를 추궁하고 있었는지 깨달았다

오소마츠의 목소리가 꼭 왜 자꾸 간섭해?’ 하고 짜증을 내는 것 같아서 대답을 할 수 없었다

좋아하니까, 걱정된다고 말할 수 있을 리 없다

입을 벙긋거리는 사이 시계 초침이 조용한 방안에 울렸다

심장이 초침보다 더 빠르게 뛰어 고동이 귓가에 울렸다

새빨개지는 얼굴을 숨기기 위해 손에 들고 있던 맥주를 한번에 식도로 들이부었다

술이 약하니까, 붉어진 얼굴도 술김이라고 얼버무리는 것이 가능하다

텅 빈 맥주캔을 테이블에 내려놓고 큰 한숨을 내쉬고 대답했다.


..형제, 니까.”


가장 정상적인 답변,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대답

오소마츠는 잔잔한 미소를 피우고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진짜로 고민 같은 거 없어. 걱정해줘서 고마워, 카라마츠.”


그 대답이 거짓말인 것은 나도, 그리고 너도 알고 있지 않은가? 오소마츠

너는 그렇게 내가 마지막으로 물을 수 있었던 기회조차 거짓말로 날려보냈다

내가 그렇게 노력해도 들을 수 없었던 너의 고민을


― 쵸로마츠에게는 그렇게 쉽게 말할 수 있는 거였나?


눈물이 멈추지 않아서, 그 자리에서 몇 시간이고 일어날 수 없었다.


좋아한다, 좋아한다. 오소마츠

너를, 이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고 있어.


소리 내어 말로 전하지 못하는 마음이 흘러 넘쳐 바닥에 버려졌다

이 마음을 버리지 못하는 나를, 바보 같은 나를 용서해줘

미안해, 오소마츠.

 

 

 

카라마츠~, 잠깐 괜찮아~?”

~?”

저녁 식사 후, 모두 한가롭게 거실에 모여 있는 시간

오늘의 설거지 당번인 오소마츠가 주방에서 나와 거실 문을 열고 얼굴을 내밀어 카라마츠를 불렀다

항상 그렇듯 자랑스러운 얼굴로 거울을 응시하던 카라마츠가 무슨 일인가, 브라더-” 하고 대답했다

오소마츠는 픽- 웃으며 카라마츠에게 손짓했다.


엄마가 잠깐 심부름 시켜서~ 둘이 하는 일이라.”

으응~? 마미가?”

, 그니까 이리 와. 장남님 명령.”

하아~, 할 수 없구나.”

오소마츠의 말에 카라마츠가 한숨을 쉬며 일어나는 모습을 쵸로마츠가 의심스럽단 눈빛으로 응시했다

오소마츠는 쵸로마츠와 눈이 마주치자 헤실 웃고는 카라마츠와 함께 거실을 나가 주방으로 향했다.

 

나랑 여행가자.”

? 마미의 심부름은??”

그거 거짓말.”

, 거짓말~?”

. 알바해서 돈 모았으니까, 가자.”

, 알바!? 오소마츠가 말인가!?”

. 그니까 가자고.”

, 브라더들은.”

그 녀석들은 내비두고~, 둘만 가자고. 뭣 때문에 너만 따로 불렀다고 생각하는 거야?”

, 언제….”

내일.”

내일!?”

.”

“….”

갈 거지?”

, 간다.”

! 그럼 내일 녀석들 깨기 전에 나가야 하니까 6시 기상.”

여섯시!? 오소마츠는 일어날 수 있는 건가?”

매일 아침 알바 때문에 일찍 일어난 장남님 얕보냐? 일어날 수 있숩니다아~”

“…, 알겠다.”

오케! 짐도 녀석들한테 들키지 않게 싸둬.”

, 오우.”

카라마츠의 대답에 빙긋 미소를 지은 오소마츠가 가볍게 카라마츠의 머리를 쓰다듬고 주방을 나섰다

남겨진 카라마츠는 그대로 주저앉아 무릎에 얼굴을 묻었다.


바보인가, 나는….’

오소마츠를 향한 마음을 포기하자고 생각해놓고, 둘만의 여행을 거절할 수 없었던 자신을 저주하며 카라마츠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휴우~”

한숨과 함께 뿌연 담배 연기가 밤하늘에 흩어졌다

고백하자고 마음먹고 노가다에서 구르길 일주일

뼈빠지게 일한 덕분에 1 2일 여행비는 벌었다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카라마츠에게 함께 가자고 말했지만, 오소마츠의 심장은 터지기 일보직전이었다.


드디어 고백이다.’

둘만의 여행. 집이 아닌 타지에서, 형제로서가 아니라 오소마츠와 카라마츠로서, 고백한다

오소마츠는 미리 연락을 해둔 시골의 할머니댁을 떠올렸다.

카라마츠에게 거절당하면 먼저 카라마츠를 집으로 보내고 자신은 할머니댁에 머물 생각이다

곧 추수철이고, 농사를 짓는 할머니댁에 일손이 부족할 테니 도우러 간다는 명목으로

부모님에겐 이미 말해두었고, 여행 후 홀로 할머니댁에 틀어박히면 끝나는 일이다

고백한다면 그 이후엔 대체 어떻게 될까. 형제도 되지 못하는 두 사람은.


카라마츠는 상냥하니까, 필사적으로 형제로 대해줄지도….’

근거 없는 낙관을 늘어놓으며 오소마츠가 아직 긴 담배를 기왓장에 지져 껐다

내일 아침 일찍 일어나려면 이제 자는 것이 좋다

차갑게 식은 기왓장의 냉기를 느끼며 오소마츠가 싸늘해진 몸을 부들 떨었다

지붕에서 내려와 방에 들어가자, 세상 모르고 잠든 동생들 사이에 카라마츠의 얼굴이 보였다

동생들과 마찬가지로 순진한 얼굴로 잠든 카라마츠를 마지막으로 눈에 담고 오소마츠가 자신의 자리에 누워 눈을 감았다.





* 6편이 완결이 될 것 같네요.  지금 보니까 굉장히 글이 짧아서, 이거 중편? 하고 스스로 되물었습니다...


* 완결편은 지금 열씨미 쓰고 있으니 조금만 기다려주세요~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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