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랜만에 오소카라입니다!


* 미지근한 오소카라? 사귀고 있진 않지만 충분히 꽁냥대는 오소카라입니다ㅎㅎ


* 공미포 16,589자.



* 부족한 글이지만 재미있게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1.

 

그 누구도 아닌,

가 필요해.

 

 

 

 

 

 

2.

 

마츠노 카라마츠는 대체로 운이 없다

파칭코에 가면 지기 일쑤

길을 걷다 보면 보이지도 않았던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는 것은 일상사

마츠요의 심부름이 있으면 가위바위보를 하던, 내기를 하던, 결국 심부름을 가는 것은 카라마츠였다

자신의 불운에 불평을 터뜨릴 만도 하건만 그는 항상 웃었다

이 정도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하지만, 무엇이든지 한계는 존재하고, 그에게도 견디기 힘든 불운이 연속해 일어나는 날도 있다.

 

 

 

따르릉- 하고 투박한 전화벨 소리에 주방에서 저녁을 준비하던 마츠요가 현관으로 나왔다

무겁고 커다란 검은색 수화기를 들어올리면, 저편에서 익숙한 사내의 목소리가 들렸다

경마에서 크게 이겨 함께 경기를 보던 아저씨들과 한잔하고 들어가겠다는 장남의 유쾌한 목소리에 쓴웃음을 흘린 마츠요가 알겠다고 대답한 뒤 전화를 끊었다

1인분 줄어든 저녁 식사 메뉴를 생각하며 마츠요가 주방으로 들어갔다

탁탁탁- 경쾌한 칼소리를 울리며 양배추를 썰던 마츠요가 문득 고개를 들어 고개를 갸웃하고 손을 멈췄다

오늘 저녁 식사는 야키소바

그런데 가장 중요한 소바가 집에 있는지 확인하지 않았다

서둘러 칼을 놓고 찬장을 확인하자 텅 빈 소바 봉투가 마츠요를 반겼다

어휴-” 하고 한숨을 내쉰 마츠요가 그 자리에서 거실에 모여있을 아들들을 불렀다.


백수들아~, 누구 한 명만 이리로 와보련~?”

거실에 닿은 마츠요의 목소리에 카라마츠를 제외한 전원의 눈이 한 사람에게 꽂혔다

거울을 보며 앞머리를 정돈하고 있던 카라마츠는 사방에서 꽂히는 뜨거운 눈길을 도저히 무시할 수 없었다

곤란한 듯이 웃으며 거울을 내려놓은 카라마츠가 복도를 향해 발을 옮겼다.


우왓!!”

으왓!? ! 카라마츠 형!! 조심 좀 해!!”

스마트폰을 충전하면서도 폰을 손에서 놓지 않은 토도마츠 덕분에 거실문을 가로질러 떠 있던 충전기 줄에 카라마츠가 걸렸다

넘어지려는 몸을 간신히 비틀어 중심을 잡았지만, 덕분에 과도하게 돌아간 발목이 욱신거렸다

카라마츠의 발에 걸린 충전 코드를 따라 폰을 놓친 토도마츠가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매섭게 쏘았다

미안하다, 브라더-” 하고 카라마츠가 사과하자 팩- 고개를 돌린 토도마츠가 .” 하고 건성으로 대답했다

욱신거리는 발목에 눈썹을 찌푸린 카라마츠가 조심스럽게 발을 떼 주방으로 향했다

주방으로 카라마츠가 들어서자, 지폐를 내밀며 소바를 사오라는 마츠요의 말에 카라마츠가 고개를 끄덕였다

주방을 나와 복도에 선 카라마츠가 곤란한 표정으로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

제대로 접질렸는지 발목이 욱신거리다 못해 화끈거리고 있었다

이 상태로 슈퍼까지 걸어갔다 오는 것은 무리일 것이다

카라마츠는 작게 한숨을 내쉬고 마른침을 삼키며 거실문을 열었다.


브라더-? 마미가 소바를 사오라고 하는데…,”

그런데?”

토도마츠의 대답과 함께 뒷말을 흐리는 카라마츠에게 꽂힌 4개의 시선이 조용히 카라마츠를 추궁했다

왜 네가 안 가냐?’ 하는 눈빛으로 보는 동생들에게 차마 발목이 아프다는 말을 할 수 없었던 카라마츠가 슬쩍 고개를 저었다.


아무것도 아니다. 다녀오겠다!”

싱긋- 웃고 말을 마친 카라마츠가 거실문을 닫으려는 순간, 구인 잡지를 보고 있던 쵸로마츠가 카라마츠를 불러 세웠다.


카라마츠 형.”

?”

나가는 김에 거기 옆에 있는 쓰레기통 좀 비워줘.”

, 아아….”

일말의 희망을 품고 쵸로마츠를 응시한 카라마츠가 제 발치에 놓인 쓰레기통을 보고 힘없이 대답했다

기운 빠지는 카라마츠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는지 쵸로마츠는 제 할 말만 마치고 다시 구인 잡지에 집중했다

가득 차다 못해 아예 입구 밖으로 쓰레기가 넘칠 것 같은 쓰레기통의 비닐 입구를 모아 꾹꾹 눌러 빼내자, 묵직한 무게가 팔에 걸렸다

주섬주섬 봉투를 묶어 현관을 나서는 카라마츠에게 거실에 남은 형제들은 눈길 한번 주지 않았다.

 

 

이젠 아예 감각이 사라진 발목을 끌고 소바를 사 돌아온 카라마츠가 주방에 들어갔다

고생했다며 마츠요가 준 소액의 용돈을 주머니에 넣은 카라마츠가 발목에 감을 붕대를 빼내기 위해 거실에 들어왔을 때, 떡 하니 거실 바닥에 놓인 동그란 공이 눈에 띄었다

이제 곧 저녁 식사 시간이고, 형제들 모두 거실에 모일 텐데, 바닥에 이런 게 있으면 누군가가 밟고 미끄러져 넘어질 것은 뻔했다

카라마츠는 작은 공을 집어 들어 거실 구석에서 고양이를 매만지고 있는 이치마츠에게 다가갔다.


이치마츠, 이 공 네 건가?”

!? 그런데? 왜 개똥마츠 너가 멋대로 만져?”

!? , 아니….”

좀 전까지 평온했던 표정을 순식간에 구기고 노려보는 이치마츠의 사나운 질문에 카라마츠가 말을 잃었다

바닥에 놔두면 위험하다는 말을 하려고 했지만, 싸늘한 이치마츠 앞에서 목소리가 잘 나오지 않았다.


그거 빨리 내놔.”

, , 미안하다.”

자신은 아무것도 잘못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사과의 말을 내뱉은 카라마츠가 들고 있던 공을 이치마츠 손 위에 올렸다

무릎 위에 올려놓은 고양이에게 공을 주는 이치마츠를 보며 카라마츠가 다시 주의를 주기 위해 입을 열었다.


이치마츠, 그 공 말인데…”

.”

“….”

사람 하나 죽일 기세로 노려보는 이치마츠를 보며 카라마츠가 다시 말을 삼켰다

슬쩍 눈을 돌리고 고개를 저은 카라마츠가 아니, 아무것도 아니다.” 하고 몸을 돌리려 하자, 뒤에서 다가온 쥬시마츠가 카라마츠 등에 올라탔다.


쥿, 쥬시마~!?”

즐거운 얼굴로 카라마츠 등에 올라타 이치마츠와 카라마츠를 번갈아 바라보던 쥬시마츠가 밝은 목소리로 외쳤다.


이치마츠 형아! 공이 바닥에 굴러다니면 위험해요오~”

, …. 미안, 잘 챙길게.”

쥬시마츠의 말에 이치마츠가 고개를 끄덕였다

- 가볍게 몸을 튕겨 카라마츠 등에서 내려온 쥬시마츠가 이치마츠 옆에 앉아 고양이 머리를 쓰다듬었다

공을 굴리며 노는 고양이를 부드러운 눈길로 바라보는 이치마츠를 보며 빙긋- 웃은 쥬시마츠가 고개를 들어 카라마츠를 보고 활짝 웃었다.


카라마츠 형아! 이제 괜찮아!”

, 그래….”

자신은 말조차 꺼낼 수 없었던 주의를 준 쥬시마츠가 고마웠지만, 어쩐지 찜찜한 기분이 들어 솔직하게 기뻐할 수 없었다

입가를 끌어올려 학창시절 연극부 시절의 연기력을 120% 발휘한 카라마츠가 아무렇지도 않는단 얼굴로 쥬시마츠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저녁 식사는 야키소바였다

커다란 접시에 김이 모락모락 나는 야키소바를 앞에 두고 모두 군침을 흘리고 있었다

각자 덜어 먹으라고 앞 접시를 준비한 마츠요에게 감사하며 집게를 들어 자신이 먹을 만큼 덜어내는 형제들은 본 카라마츠가 작게 중얼거렸다.


“…형님은?”

알아서 들어 오겠지.”

맞아, 어린애도 아니고.”

카라마츠의 말에 쵸로마츠가 시큰둥하게 대답하고, 완전히 야키소바에 정신이 팔린 토도마츠도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하고 뭔가를 말하려던 카라마츠가 이내 입을 닫았다

야키소바는 오소마츠가 가장 좋아하는 메뉴이기도 했다

원형 테이블에 놓인 5개의 접시를 셈해본 카라마츠가 다시 형제들에게 물었다.


형님은 오늘 늦는 건가?”

글쎄-”

백수 1호는 오늘 늦게 들어온다고 연락했단다~”

접시에 수북이 야키소바를 덜며 대답한 쵸로마츠의 뒤를 이어 마츠요가 식사를 멈추고 웃으며 말했다

동생들은 거 봐라.’ 하는 얼굴로 힐끗 카라마츠를 보더니 곧 식사에 집중했다

카라마츠는 아직 아무것도 놓이지 않은 빈 접시를 들어 올리며 그런가….” 하고 툭- 내뱉었다.

 

 

 

 

 

 

2.

 

커다란 하품을 하며 이불에서 나온 오소마츠가 시계를 확인했다

벌써 점심때도 훌쩍 지난 오후 3. 벅벅 배를 긁으며 다시 입을 쩍 벌리고 하품을 한 오소마츠가 소매로 눈가에 맺힌 눈물을 닦으며 계단을 내려갔다

어제 대체 몇 시에 집에 들어왔는지 생각이 나지 않는다

희미한 기억 속에서 산 너머가 서서히 밝아오는 것을 본 것만이 떠올랐다.


날 새기 전까지 마신 건가….’

숙취가 명백한 지끈거리는 머리를 붙잡고 메스꺼운 배를 슬슬 문지른 오소마츠가 주방에 들어갔다

수돗물을 떠 그 안에 적당히 설탕을 털어 넣고 한 번에 들이켰다

일찍 일어났다면 마츠요의 특제 해장국을 먹을 수 있었겠지만, 설탕물도 오소마츠에겐 나름 효과적이었다

꾸르륵- 이상한 소리를 외치는 배를 다시 문지르며 오소마츠가 거실에 들어섰다

형제들이 모두 나간 거실엔 카라마츠만이 테이블에 기대고 앉아 거울을 보고 있었다

거실에 들어선 오소마츠에게 굿 모닝-, 브라더-!” 하고 짤막한 인사를 건넨 후, 거울에 시선을 돌린 카라마츠를 오소마츠가 가만히 응시했다.


카라마츠, 어제 무슨 일 있었어?”

지끈거리는 두통에 눈썹을 찌푸린 채, 카라마츠 근처에 엉덩이를 내린 오소마츠가 물었다.

!?” 하고 거울에서 시선을 뗀 카라마츠가 멍청한 얼굴로 고개를 기울였다.


무슨 일이라니?”

그러니까…, 녀석들이 또 뭔가 사고 치거나, 너한테 뭐라 하지 않았냐고.”

브라더-들은 어제도 굉장히 귀여웠다. 아무 일도 없었어.”

생글생글 웃으며 대답하는 카라마츠를 다시 은근히 응시한 오소마츠가 돌연 푹- 한숨을 내쉬었다

잠버릇으로 솟아난 뒷머리를 긁적이며 작게 혀를 찬 오소마츠가 다시 물었다.


-짜로 아무 일 없었어? 사소한 거도 없어? 횽아, 어제 늦게까지 마셔서 어제 귀-여운 동생들 사이에서 일어난 일이 뭐 없나 알고 싶은데~”

오소마츠의 장난스러운 말투에 카라마츠가 고개를 기울였다

없다.” 고 대답하는 카라마츠를 보며 다시 어휴~” 하고 이유 모를 한숨을 내쉰 오소마츠가 카라마츠의 옆으로 자리를 옮겼다.


카라마츠우~, 근데 왜 그렇게 풀이 죽었어?”

쓱쓱, 제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하는 오소마츠를 동그랗게 뜬 눈으로 응시한 카라마츠가 입을 꾹 다물고 고개를 돌렸다

일렁이는 뭔가가 목구멍까지 치밀어 오른 것을 필사적으로 참는 모습에 오소마츠가 다시 작게 한숨을 쉬고, 더 부드럽게 카라마츠의 머리를 매만졌다.


~?”

“….”

말하고 싶지만 말할 수 없다는 듯이 괴로운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는 카라마츠에게 오소마츠가 다정한 미소를 보냈다

네가 말해줄 때까지 기다리겠단 태도로 앉아있는 오소마츠를 담은 눈이 천천히 느긋하게 풀어지기 시작했다

카라마츠가 머뭇거리며 망설이고 망설이던 한 마디를 꺼내려는 순간, 벌컥 거실문이 열렸다.


““…, 오소마츠 혀엉(형아)….””

, 어서 와, 이치마츠. 쥬시마츠.”

, 고양이가, 고양, , 갑자기….”

이치마츠와 쥬시마츠의 등장에 놀란 오소마츠가 재빨리 카라마츠의 머리에서 손을 떼었다

아쉬운 듯이 멀어지는 오소마츠의 손을 응시한 카라마츠도 곧 표정을 바꾸고 웃는 얼굴로 두 동생을 맞이했다

제대로 말도 하지 못하고, 목소리를 떨며 울먹이는 이치마츠가 코를 훌쩍- 들이마셨다

항상 활기차고 미소를 잃지 않던 쥬시마츠도 이치마츠를 따라 울먹거리고 있었다

당황해 몸을 일으킨 오소마츠가 이치마츠 품에 안겨있는 고양이를 발견했다

미약하게 움직이는 가슴이 겨우 숨만 붙어있는 상태임을 증명하고 있었다.


, 고양이가, , , 갑자기…!!”

, 때문이야. 나 때문에, 내가 쓰레기라서…!!”

오소마츠의 손이 고양이에게 닿자마자 쥬시마츠가 울음을 터뜨렸다

오소마츠 팔에 매달려 우는 쥬시마츠의 머리를 오소마츠가 가볍게 쓰다듬고, 밑도 끝도 없는 자기비하를 시작한 이치마츠의 등을 두드렸다.


동물 병원 가자.”

통통 이치마츠의 등을 두드리며 어제 경마에서 딴 돈이 아직 좀 남아있는 것을 떠올린 오소마츠가 말했다

우느라 말도 못 하는 이치마츠가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쥬시마츠도 그만 울고 형아 도와줘.”

, 아이!!”

울음 섞인 목소리로 힘차게 대답하는 쥬시마츠에게 빙긋- 미소 지은 오소마츠가 서둘러 2층에서 지갑을 가지고 내려왔다

얼마나 울었는지 휘청거리는 이치마츠를 지탱해주며 걸음을 옮겨 현관에 선 오소마츠가 그제야 몸을 돌려 카라마츠와 눈을 맞췄다.


미안, 카라마츠. 나중에.”

아아! 빨리 다녀와라! 키티-는 무사할 거다! 이치마츠!!”

한 손을 들어 입가에 가져가 미안하다는 얼굴로 말하는 오소마츠에게 당황한 카라마츠가 재빨리 대답했다

슬픔에 빠져 카라마츠에게 시비를 걸 생각도 하지 못하는 이치마츠가 카라마츠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치마츠와 쥬시마츠를 데리고 오소마츠가 현관을 빠져나가고 드르륵- 하고 현관문이 닫히자마자 카라마츠가 바람 빠진 풍선처럼 테이블에 엎드렸다.


, 이니까…. 참아야 한다. 괜찮아, 괜찮아.”

작게 속삭이는 말은 허공에 퍼져 슬픔을 불러왔다

입술을 깨물고 뜨거워지는 눈시울을 참아낸 카라마츠가 진심으로 이치마츠의 친구가 낫기를 기도했다.

 

 

 

저녁 식사 시간이 되어서야 돌아온 오소마츠와 동생들이 테이블에 앉았다

젓가락을 들고 걱정스러운 얼굴로 쳐다보는 카라마츠에게 이치마츠가 .” 하고 물었다.


, , 키티-는 어떤가?”

“…별로, 괜찮아.”

영양실조래. 병원에서 잠깐 맡아준다고 했어. 곧 건강해질 거야~. 그치? 이치마츄~?”

….”

정말 다행임닷!”

제대로 대답을 해주지 않는 이치마츠를 대신해 오소마츠가 자세히 상태를 설명했다

마침 찾아간 병원은 유기동물의 입양 업무도 하는 것 같았다

간단한 건강검진을 하고 주인을 찾아주겠다는 수의사의 말에 이치마츠가 얼마나 안도했는지, 오소마츠가 장난스럽게 설명했다

쥬시마츠는 그 옆에서 , !” 하고 세게 고개를 끄덕이며 근심 하나 없는 얼굴로 웃었다

얼굴이 새빨개져 오소마츠의 말을 막으려 하는 이치마츠에게 카라마츠가 다행이구나.” 하고 건네자, 빨개진 얼굴 채로 이치마츠가 ….” 하고 작게 대답했다

식사가 다 끝날 즈음, 이치마츠가 깨작깨작 남은 밥을 입으로 옮기던 것을 멈추고 작은 목소리로 오소마츠에게 말했다.


병원비, 내줘서 고마워…. 오소마츠 형.”

? 별말씀을!”

빙그레 웃으며 대답한 오소마츠가 이치마츠의 머리를 거칠게 두세 번 쓰다듬었다

거친 손길에도 이치마츠는 도망치지 않고 눈을 감았다.


행복한 거구나.’

부드럽게 이완한 이치마츠의 눈가를 보며 카라마츠가 말없이 웃었다

역시 오소마츠 형은 당해낼 수 없다고 생각하면서.

 

 

 

 

 

 

3.

 

존 아침~”

이제야 일어난 거야? 오소마츠 형.”

굿 모닝! 브라더-”

삐죽 일어선 뒷머리를 긁적이며 거실에 들어온 오소마츠에게 쵸로마츠와 카라마츠가 인사말을 건넸다

이치마츠 이하 3명의 동생은 이미 외출한 거실엔 오소마츠와 카라마츠, 쵸로마츠 만이 남아 있었다

오소마츠의 뒷머리를 보며 그 머리 좀 어떻게 하라고 잔소리를 퍼붓는 쵸로마츠에게 카라마츠가 시선을 가져갔다

한참 쵸로마츠의 잔소리에 건성으로 대답하던 오소마츠가 읏챠하는 기합과 함께 몸을 일으켰다.


밥 남아 있나?”

남아 있을걸?”

오소마츠의 혼잣말에 쵸로마츠가 대답했다

타박타박 복도에 발소리를 울리며 주방으로 향한 오소마츠에게 한숨을 지어 보낸 쵸로마츠가 펴들고 있는 구인 잡지를 읽기 시작했다

똑딱똑딱, 시계 소리가 거실 안에 울렸다

분침이 한 칸 더 이동할수록 카라마츠는 점점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카라마츠는 소음이 나지 않게 천천히 거울을 테이블에 내려놓고 쵸로마츠에게 넌지시 나가지 않느냐는 질문을 할까 망설였다

평소 자신은 형제들이 외출하건 안 하건 물어보지 않는 주의였고, 지금 그런 질문을 던진다면 쵸로마츠가 나가길 바라는 마음을 들킬 것이 뻔했다

하고 싶은 말을 건네지 못하고 덜덜 다리를 떨며 카라마츠가 조바심을 한껏 끌어올리고 있을 때, 달그락- 하고 주방에서 그릇 소리가 들려왔다

식사를 마친 오소마츠가 싱크대에 빈 그릇을 넣는 소리라는 것을 알아차린 카라마츠의 초조함이 배가 되었다

오소마츠가 거실에 돌아오면 쵸로마츠와 카라마츠, 오소마츠 세 사람이 남는다

쵸로마츠에게 들리지 않도록 작디작은 신음을 흘린 카라마츠가 한숨과 함께 포기한 듯이 몸을 일으키려고 했다.


, 오늘 라이브!”

문득 뭔가를 떠올린 쵸로마츠가 서둘러 잡지를 내려놓고 몸을 일으켰다.


, 쵸로마츠. 어디 나가나?”

. 오늘 냐-짱 라이브 있는 걸 깜빡했어.”

-, 잘 다녀와라.”

.”

너무 기뻐하는 것을 들키지 않도록 연기하며 말을 건네도 얼굴에 돈 화색은 숨길 수 없었다

쵸로마츠는 묘하게 기분이 좋아 보이는 카라마츠를 보며 고개를 기울이고 가방을 어깨에 멨다.


백수 3~, 편지 왔다.”

?”

쵸로마츠가 막 거실을 나가려는 순간, 현관문을 열고 들어온 마츠요가 쵸로마츠를 불렀다

복도에서 마츠요가 건네는 편지를 받은 쵸로마츠가 가방을 내리고 다시 거실에 앉았다

- 하고 망설임 없이 편지 봉투를 찢은 쵸로마츠가 내용물을 확인하고 고개를 푹 숙였다

노골적으로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풍기는 쵸로마츠의 모습에 당황한 카라마츠가 쵸로마츠를 불렀지만, 쵸로마츠는 묵묵부답이었다.


? 뭐 봐?”

눈치 없이 거실에 돌아온 오소마츠가 쵸로마츠의 어깨에 팔을 올리고 쵸로마츠가 보고 있던 편지를 읽기 시작했다.


이전 쵸로마츠가 최종 면접까지 봤던 회사에서 보낸 불채용 통지서

오소마츠는 난감한 신음을 흘리며 가볍게 쵸로마츠의 어깨를 두드렸다.


에이~, 그럴 수도 있지. 뭘 그렇게 풀이 죽었어~ 쵸로씌~ 또 기회가 있겠지~”

!”

오소마츠의 가벼운 말투에 쵸로마츠가 이를 갈며 벌떡 몸을 일으켰다.


구직 활동도 안 하는 오소마츠 형이 뭘 알아!! 아무런 스펙도 없는 나를 최종 면접까지 받아주는 회사는 그렇게 많지 않다고!!! 형도 이제 성인이면 현실을 좀 봐!!”

? 왜 나한테 화내는 거야?”

쾅 소리가 나도록 바닥에 발을 구른 쵸로마츠가 눈물이 그렁그렁 매달린 얼굴로 외쳤다

오소마츠는 여전히 앉은 채로 영문을 모르겠단 표정으로 쵸로마츠를 응시했다

태연한 오소마츠의 태도에 더 화가 났는지 쵸로마츠의 언성이 높아졌다.


애초에 오소마츠 형이 이러니까 우리가 취직을 못하잖아!! 조금은 네놈도 노력하라고!! 형이면서 모범을 보이지도 않고!!”

네가 취직을 못 하는 게 왜 내 탓? 그리고 너도 만만치 않게 나처럼 놀았잖아! 아직도 지하 아이돌 뒤꽁무니나 쫓아다니면서!”

그러는 망할 장남 네놈 취미는 도박이잖아!! 인간쓰레기! 왜 사냐!? 나가 죽어!!”

아아!?”

오소마츠를 향한 인신공격을 퍼붓는 쵸로마츠에게 오소마츠도 언성을 높이고 몸을 일으켰다

금방이라도 주먹질이 오갈 것 같은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 오소마츠와 쵸로마츠의 노성과 욕설이 오갔다

갑자기 이런 상황이 된 것에 당황한 카라마츠가 둘에게 다가갔다.


, 쵸로마츠. 진정해라. 형님 말대로 또 기회가 올 거다.”

허구한 날 다리에서 시간이나 낭비하는 개똥마츠가 아는 척 말하지 마!!”

쵸로마츠를 진정시키기 위해 뻗은 카라마츠의 손을 팍- 하고 내친 쵸로마츠가 살기등등하게 노려보며 외쳤다

눈물을 흘리면서 폭언을 멈추지 않는 쵸로마츠에게 이미 이성은 남아있는 것 같지 않았다

카라마츠가 다시 쵸로마츠.” 하고 불렀지만, 돌아오는 것은 시끄러워!!!” 하는 역정과 카라마츠를 향해 달려오는 주먹뿐이었다.


, 이건 맞겠군.’

피할 수 없는 것을 깨닫고 이어질 아픔을 각오하고 눈을 꼭 감은 카라마츠가 둔탁한 소리에 눈을 떴다.

분명 주먹이 뭔가에 닿는 거친 소리가 났는데도 아픔은 느껴지지 않았다

눈을 뜬 카라마츠 앞엔 쵸로마츠의 주먹을 막은 오소마츠가 서 있었다.


, 쵸로마츠. 아무 잘못도 없는 카라마츠한테 화풀이 하지 마. 진심으로 화낸다.”

절로 소름이 돋을 정도로 낮게 가라앉은 살벌한 오소마츠의 목소리에 쵸로마츠가 말을 잃었다

육둥이로 함께 살아온 세월은 20년이 넘었다

단체로 치고박고 싸워도 항상 1등을 차지하는 오소마츠가 진심으로 화났을 때 얼마나 무서워지는지 이미 다 겪은 일이었다

쵸로마츠는 발끝에서 타고 올라오는 오소마츠를 향한 두려움에 마른침을 삼키고 주먹을 거두었다.


미안, 카라마츠 형.”

, 아니….”

고개를 돌리고 작게 사과하는 쵸로마츠에게 카라마츠가 고개를 저었다

오소마츠는 쵸로마츠의 사과에 험악했던 표정을 싹 지우고 실실 웃으며 쵸로마츠 어깨에 팔을 둘렀다.


어휴~, 우리 쵸로씌는 너무 진지해서 탈이야~. 오늘은 횽아가 기분 풀릴 때까지 놀아줄 테니까~”

아아!? , 잠깐 어딜 끌고 가는 거야!!”

쵸로마츠의 목에 팔을 감은 채로 질질 끌고 걸어간 오소마츠가 쵸로마츠와 함께 현관 너머로 사라졌다

홀로 덩그러니 거실에 남겨진 카라마츠가 에에….” 하고 작은 한탄을 내뱉었다.

 

 

 

오소마츠와 쵸로마츠는 저녁 식사 시간에 맞춰 돌아왔다

울었는지 눈가가 붉은 쵸로마츠는 평소와 다름없었다

쵸로마츠의 기분이 풀린 것에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식사하는 카라마츠가 문득 빈 자리를 깨달았다

토도마츠는?” 하고 묻자, 쵸로마츠가 대답했다.


아까 라인 왔어. 오늘 좀 늦는다고.”

그런가.”

쵸로마츠의 대답에 고개를 끄덕이며 식사를 이어가는 카라마츠에게 오소마츠가 슬쩍 다가왔다.


카라마츠.”

?”

형제들에겐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은 목소리로 속삭이는 오소마츠에게 카라마츠가 시선을 돌렸다

식사할 때 오소마츠의 오른쪽은 항상 카라마츠가 앉았다

자신의 왼편으로 고개를 돌리자 오소마츠가 잔잔한 미소를 띠고 카라마츠를 보고 있었다.


, 뭔가?”

오늘 같이 집에서 목욕하자.”

? 다른 형제들은?”

그 녀석들은 목욕탕 가라고 하고.”

“…, 알겠다.”

!”

젓가락을 입에 문 채로 고개를 끄덕이는 카라마츠를 보며 눈을 가늘게 뜨고 웃은 오소마츠도 밥그릇으로 시선을 돌렸다

오랜만에 함께 목욕할 생각에 티는 내지 않아도 마음이 들떴다

조금 전까지 먹고 있던 반찬이 어쩐지 좀 더 맛있게 느껴지는 기분까지 들었다

그렇게 식사가 아무 일 없이 마무리되어 가고 있을 무렵, 벌컥 거실문을 열고 토도마츠가 들어왔다.


? 토도마츠 어서 와.”

오늘의 상 정리 당번인 오소마츠가 양손 가득 빈 그릇을 들고 반기자, 오소마츠와 눈이 맞은 토도마츠가 별안간 왈칵 눈물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오소마츠 혀엉~~!!!”

, 에에!? 뭐야, 왜 그래!?”

오소마츠에게 달려든 토도마츠가 오소마츠의 붉은 후드에 얼굴을 묻고 와앙- 울음을 터드렸다

양손에 빈 그릇을 든 채로 당황한 오소마츠가 물자, 토도마츠가 눈물로 흠뻑 젖은 고개를 들어 올렸다.


오늘 고백했는데 차였어어어어어!!”

….”

미묘한 표정으로 신음을 흘리는 오소마츠의 후드에 다시 얼굴을 묻은 토도마츠가 다시 울기 시작했다.

절대로 가능성 있다고 생각했는데에에에에!!” 하고 외치며 울기 시작한 토도마츠는 한참이 지나고 울음을 멈출 기색이 없었다

오소마츠가 들고 있던 빈 그릇을 카라마츠가 대신 들어 주방에 옮기자, 오소마츠가 작게 감사 인사를 하며 자유로워진 양손으로 토도마츠의 등을 두드리며 머리를 쓰다듬었다.


어이~ 토도마츠으~”

으아아아앙!!”

느긋한 오소마츠의 부름에도 토도마츠는 그저 울기만 했다

작게 한숨을 내쉬는 오소마츠를 보며 쵸로마츠가 이치마츠와 쥬시마츠를 일으켜 세웠다.


오소마츠 형, 우리 먼저 목욕탕 가서 씻을게. 오소마츠 형은 토도마츠랑 집 욕실 써.”

…. …. 알겠, ….”

쵸로마츠의 제안에 오소마츠가 카라마츠를 응시하며 마지못해 대답했다.


카라마츠 형.”

…, 간다.”

쵸로마츠의 부름에 몸을 돌렸지만, 카라마츠는 토도마츠를 달래는 오소마츠에게 시선을 뗄 수 없었다.


모처럼 오소마츠 형과 함께 목욕할 수 있었는데….’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밀려오는 실망과 아쉬움에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카라마츠 형?” 하고 다시 자신을 재촉하는 쵸로마츠의 목소리에 카라마츠가 그제야 발을 떼고 거실을 나섰다.

 

 

생각보다 더 오소마츠와의 목욕을 기대하고 있었는지 카라마츠가 받는 상실감은 꽤 컸다

연기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완전히 풀이 죽은 카라마츠는 평소와 같은 이치마츠의 , 개똥마츠. 내 앞에서 걷지 마.” 하는 시비도 묵언으로 넘기며 길을 비켰다

말없이 이치마츠 뒤에서 터덜터덜 걷는 카라마츠를 이치마츠가 처음 보는 생물을 보는 것처럼 쳐다보았다.

 

 

 

목욕을 끝내고 집에 돌아오자, 언제 울었냐는 듯이 안정된 토도마츠가 형제들을 반겼다

오소마츠와 토도마츠가 깔아놓은 이불에 누워 어두운 방의 천장을 응시하며 카라마츠가 내일이야말로, 하고 다짐하며 눈을 감았다.

 

 

 

 

 

 

4.

 

평소와 다름없는 시각에 눈을 뜬 카라마츠가 햇살에 눈부신 방 안을 둘러보았다

깔려있는 이불엔 오소마츠가 없었다

빈 오소마츠 자리를 확인한 카라마츠가 서둘러 이불을 박차고 일어나 계단을 내려갔다

거실에도 오소마츠가 없는 것을 확인한 카라마츠가 주방에서 요리를 하는 마츠요에게 다가갔다.


마미, 형님은 어디 갔나?”

심부름이라도 하러 간 걸까, 하고 작은 희망을 품고 묻자 앞치마에 손을 닦아낸 마츠요가 빙긋 웃으며 말했다.


오늘 신기계 들어온다고 아침도 안 먹고 나갔어~”

, 그런가….”

내심 오소마츠가 자신을 위해 남아있기를 바랐던 카라마츠가 푹- 한숨을 내쉬며 주방을 나왔다

카라마츠에 이어 일어난 형제들이 하나둘씩 거실에 내려오고 아침 식사를 한 후, 저마다 외출할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가방을 싸고 옷을 갈아입는 형제들을 보며 카라마츠도 체념 섞인 깊은숨을 내쉬고 옷장을 열었다.

 

 

 

언제나 카라마츠 걸-즈를 기다리던 다리 위

그렇게나 두근거리며 걸-즈를 기다렸던 장소인데도 심장은 묵묵히 평소와 같은 박동을 이어가고 있었다.


하아~”

한숨을 내쉬며 강물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본 카라마츠가 눈썹을 내리고 쓴웃음을 지었다.


얼굴이 엉망이군….’

한눈에 보아도 풀 죽은 표정에 어깨를 축 늘어뜨린 카라마츠가 멍청히 강이 흘러가는 것을 바라보았다

기운이 없다. 힘이 나지 않는다

하지만 이대로 집에 돌아가도 형제도, 오소마츠도 없는 집이 카라마츠를 반길 것이다

나사 하나 빠진 로봇처럼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고 있던 카라마츠가 어깨를 두드리는 감각에 고개를 돌렸다

항상 연습했던 이제야 온 건가? 카라마츠 걸-.” 라는 대사를 칠 생각도 하지 못할 정도로 마음이 너덜너덜했다

아무런 기대도 없이 고개를 돌리자, 눈앞엔 오소마츠가 다정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 소마츠?”

! 카라마츄~!”

? 아침 일찍 나갔잖아? 신기계 들어왔다고….”

~, 그거 뻥!”

?!”

집에 있으면 어제처럼 방해가 들어올 것 같아서. 일찍 나와서 너 나오는 거 기다렸어.”

….”

유쾌하게 웃으며 코 밑을 슥- 문지르는 오소마츠의 말에 카라마츠의 눈동자가 일렁거렸다

자신을 위한, 오소마츠답지 않은 배려에 가슴이 뭉클하니 조여왔다

기쁘다고 외치며 지끈거리는 가슴에 손을 올린 카라마츠가 오소마츠와 지그시 눈을 마주했다.


형님치곤 꽤 생각하지 않았나?”

-렇지.”

카라마츠의 말에 오소마츠가 눈썹을 살짝 찡그리고 털털하게 웃었다

눈을 깜빡이며 카라마츠를 응시한 오소마츠가 후드 주머니에 박아 두었던 손을 들어 카라마츠의 머리에 올렸다.


그래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사락사락 머리를 매만지는 부드러운 손길에 조금이라도 방심하면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이렇게 사람이 많이 다니는 길가에서 눈물을 흘리다니 남자답지 못했다

필사적으로 뜨거워지는 눈시울을 참아낸 카라마츠가 그게….” 하고 운을 뗐다.


! 오소마츠 형아다!!!”

왜 매번…, 하고 생각하며 카라마츠가 한숨을 내쉬었다

어느새 카라마츠의 머리를 떠난 오소마츠의 손은 쥬시마츠를 향해 흔들리고 있었다

강둑에서 야구라도 했는지 흙투성이가 된 쥬시마츠와 이치마츠가 다리 위를 올려다보며 손을 흔들고 있었다

활짝 웃으며 양팔을 높이 들어 오소마츠를 부르던 쥬시마츠가 다리 위로 올라올 생각인지 강둑을 오르기 시작했다.


.”

그때, 쥬시마츠의 볼록한 주머니에 들어있던 야구공이 데구루루 굴러 강물에 빠졌다

아깝긴 했지만, 야구공은 또 사면 그만이었다

오소마츠는 동생의 불운에 마른 웃음을 흘리며 놔두고 올라와~” 하고 외쳤다

하지만 공이 빠진 강물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는 쥬시마츠에게 오소마츠의 외침이 닿지 않았다

그대로 강둑을 올라오라는 오소마츠의 말과 정반대로 강둑을 뛰어 강가로 내려간 쥬시마츠가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강물에 뛰어들었다.


쥬시마츠!?!?”

쥿, 쥬시마~!?!?”

놀라 그 자리에서 굳어버린 이치마츠와 경악한 오소마츠와 카라마츠가 쥬시마츠를 불러도 쥬시마츠의 모습이 강물 위로 떠 오르지 않았다

당황해 말을 잃고 강물을 쳐다보는 카라마츠의 얼굴에 오소마츠가 붉은 후드를 벗어 던졌다.


푸읏!? , 형님!?”

잠깐 맡아줘!”

뭘 하려고!?”

붉은 후드를 벗어 안에 받쳐 입은 하얀 반팔 티 상태가 된 오소마츠가 다리 난간에 발을 올렸다

놀란 카라마츠가 재빨리 오소마츠의 허리를 안고 묻자, 오소마츠가 다급히 외쳤다.


쥬시마츠가 빠졌잖아! 구해줘야지!!”

아니, 여기서 뛰어내리면 형님도 위험하다!!”

오소마츠의 말에 카라마츠가 패닉이 되어 빙글빙글 돌아가는 눈으로 외쳤다

다리 높이는 제법 높았고, 아무리 강물이 깊어도 다리에서 뛰어내린다면 안전은 보장할 수 없었다

놓으라는 오소마츠의 외침에 카라마츠가 팔에 힘을 주며 고개를 세게 저었다

쥬시마츠를 구하겠다며 오소마츠가 카라마츠가 실랑이를 하는 사이, 철퍽- 하고 물이 튀는 소리와 함께 쥬시마츠가 수면 위로 튀어 올랐다

아무렇지도 않게 강가로 걸어와 이치마츠까지 끌고 다리 위로 올라오는 쥬시마츠를 보며 카라마츠와 오소마츠가 넋을 잃었다.


오소마츠 형아, 카라마츠 형아.”

쥿, 쥬시마츠!! 괜찮은가!? 어디 다친 덴!?!?”

없어!”

해맑게 웃으며 대답한 쥬시마츠가 손을 번쩍 들었다

멀쩡한 쥬시마츠의 몸을 확인한 카라마츠가 온몸을 휘감고 있던 긴장을 풀며 다리에 주저앉았다.


, 다행이다~”

- 한숨 쉬듯 내뱉는 카라마츠의 머리를 가볍게 두드린 오소마츠가 흠뻑 젖어 뚝뚝 물방울을 흘리고 있는 쥬시마츠에게 물었다.


왜 강에 뛰어든 거야…. 아무리 수영이 능숙해도 위험하다고? 쥬시마츠.”

아이!”

아니, ‘아이가 아니라. 다음부턴 그러지 마!”

아이!”

알아들은 거지!?”

황당해하며 외치는 오소마츠에게 옆에서 듣고만 있던 이치마츠가 슬쩍 끼어들었다

쥬시마츠가 소중하게 손에 쥐고 있는 야구공을 가리킨 이치마츠가 천천히 설명하기 시작했다.


이거, 저번에 야구 경기 보러 갔을 때 받은 싸인볼이야. 홈런볼을 쥬시마츠가 받아서 제일 좋아하는 선수한테 싸인 받은 거.”

그래서 강까지 뛰어든 거였냐….”

이치마츠의 설명에 오소마츠가 더 황당하단 얼굴로 헛웃음을 흘렸다

쥬시마츠는 고개를 힘차게 끄덕이며 무사한 야구공을 자랑하듯 내밀었다

오소마츠는 그래, 대단하네. 그래도 앞으론 그러지 마.” 하고 당부하며 집으로 가자며 카라마츠의 손을 잡고 끌어당겼다.


조금 더러워졌어.”

집으로 가는 길, 쥬시마츠가 물을 잔뜩 먹은 공을 쓰다듬으며 작게 중얼거렸다

카라마츠와 나란히 걷던 오소마츠가 쥬시마츠를 보며 빙그레 웃었다.


그런 거, 다음에 또 싸인 받으러 가면 되잖아!”

!! 그럼 그땐 오소마츠 형아도 같이 가요!”

오케-”

오소마츠의 말에 즐겁게 웃는 쥬시마츠를 보며 카라마츠가 픽- 웃음을 흘렸다.

걸음 속도를 조금 더 높여 쥬시마츠와 오소마츠와 나란히 선 카라마츠가 쥬시마츠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일단 감기 걸리지 않게 빨리 집에 돌아가 씻는 게 먼저다.”

아이!”

카라마츠의 말에 쥬시마츠가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이 좋아하는 야구 선수의 이야기를 늘어놓기 시작한 쥬시마츠에게 맞장구를 치며 카라마츠가 힐끗 눈을 돌렸다

어느새 쥬시마츠와 카라마츠의 뒤에서 이치마츠와 나란히 걸어가는 오소마츠에게 시선을 준 카라마츠가 목구멍까지 올라온 아쉬움을 삼켰다.

 

 

 

 

 

 

5.

 

아무런 기대도 없이 눈을 뜨자 시야 가득 똑같은 얼굴에 피어난 미소가 보였다

눈을 깜빡이는 카라마츠를 보며 -” 하고 웃음을 터뜨린 오소마츠가 천천히 카라마츠 머리를 쓰다듬었다.


어이~, 아침이다~”

, ?”

~?”

카라마츠의 얼떨떨한 목소리에 느긋하게 대답한 오소마츠가 잔잔히 웃었다

이불에서 몸을 일으킨 카라마츠가 놀란 얼굴로 오소마츠를 응시하자 붉은 후드를 입고 이불 위에 앉아있던 오소마츠가 카라마츠의 후드를 내밀었다.


, 갈 데 있으니까 빨랑 갈아입어.”

갈 데?”

.”

잠옷을 벗고 푸른 후드를 입으며 묻자 오소마츠가 상쾌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오소마츠의 재촉 하에 얼굴을 씻고 함께 계단을 내려가자 현관에 서 있던 마츠요가 얼른 가자!” 고 말했다

머리 위에 물음표를 띄운 카라마츠가 신발을 신는 오소마츠를 불렀다.


오소마츠?”

?”

마미랑 어딜 가는 건가?”

카라마츠의 물음에 먼저 현관 밖에 나가 도구를 차에 싣던 마츠요가 대답했다.


주말농장 좀 도우렴. 백수들아.”

? 농장??”

아직도 모르겠단 얼굴로 더 늘어난 물음표를 머리 위로 돌리고 있는 카라마츠의 손을 오소마츠가 잡았다

빙긋 웃은 오소마츠가 , 가자!!” 고 힘차게 외치며 카라마츠의 손을 잡아끌었다.

 

 

 

여름의 뜨거운 땡볕 아래, 마츠요가 동네 아주머니들과 함께 가꾸고 있다는 주말농장에 도착한 카라마츠가 이마에 흐르는 땀을 수건으로 훔쳐냈다

차를 끌고 도착한 시외 농장에서 오소마츠와 카라마츠는 투박한 고무장화를 신고, 목장갑을 끼고, 목엔 수건 하나씩 걸고 일을 시작했다

비료를 뿌리고, 물을 주고, 잡초를 뽑는 사이에 목장갑은 너덜너덜

이마는 땀으로 흠뻑 젖고 후드는 축축해졌다

뜨겁다 못해 따갑기까지 한 햇볕을 원망스럽게 노려보며 비료 봉투를 정리한 카라마츠가 농장 한편에 놓인 벤치에 엉덩이를 내렸다.


후아~, 힘드러~~”

카라마츠를 따라 벤치에 앉은 오소마츠가 죽을 소리를 내며 하늘을 응시했다

산 너머에서 불어오는 미지근한 바람에 눈썹을 찌푸린 카라마츠가 화난 목소리로 오소마츠를 불렀다.


오소마츠….”

~?”

꼭 이런 일에 나를 부르는 이유는 뭔가.”

그야, 너가 제일 힘 세고. 횽아 혼자 이런 힘든 일 하면 억울하잔옹~”

가볍게 주먹을 쥐고 입가에 가져가 눈을 반짝이며 토도마츠의 귀여운 척을 따라 하는 오소마츠를 카라마츠가 사납게 바라보았다

목장갑을 뺀 맨손으로 오소마츠의 땀에 젖은 후드를 짝- 하고 때리자 손바닥이 얼얼했다.

으갹!” 하고 신음한 오소마츠가 얼얼한 등을 매만지며 억울하단 표정으로 카라마츠를 쏘아보았다.


카라마츠.”

.”

마츠요 여사가 고생했다고 일당을 줬는데….”

일당?”

- 장난스러운 웃음을 활짝 피운 오소마츠가 갈색 봉투를 카라마츠 눈앞에 슬슬 흔들었다

멍청히 봉투를 따라 눈동자를 좌우로 굴리는 카라마츠에게 오소마츠가 키들거리며 물었다.


횽아랑 둘이서만 마시러 갈까?”

!”

오소마츠의 말에 끝나자마자 고개를 거세게 끄덕이며 대답한 카라마츠가 순식간에 얼굴을 붉혔다

킥킥킥- 웃음을 멈추지 않는 오소마츠를 보며 카라마츠는 자신이 너무 빨리 대답했다는 것에 창피함을 느꼈다

아무리 바라고 있던 제안이라도 그렇게 즉시 답을 해버리면 얼마나 기다리고 있었던 건지 다 드러나 버린다

카라마츠는 자신의 불찰을 되새기며 다신 그러지 말자고 가능할 리 없는 다짐을 굳혔다.


 

 

~, 피곤해.”

아직 남은 일을 마치고 가겠다는 마츠요를 농장에 남겨두고 집에 돌아온 오소마츠가 거실에 발을 들였다.

막 거실에 앉으려는 오소마츠를 카라마츠가 급히 불러 세웠다.


?”

흙 떨어진다! 먼저 씻고 옷 갈아입어!”

~, 귀찮아….”

카라마츠의 꾸중에 오소마츠가 거실에서 나와 복도에 섰다

갈아입을 건넨 카라마츠가 먼저 욕실에 들어가는 것을 본 오소마츠가 수건을 적당히 적셔 몸을 닦아내고 옷을 갈아입었다

10분도 안 되어 욕실에서 나온 카라마츠를 오소마츠가 손짓해 불렀다

거실에 앉아있는 오소마츠의 곁에 다가가 앉자 오소마츠가 해죽이 웃었다.


마시러 어디 갈까? 치비타네?”

으음…, 그곳보단 저번에 같이 갔던 곳이 어떤가?”

저번에? 옆 동네 선술집?”

!”

거기 안주 맛있지…. 그럼 거기 갈까?”

!”

좋아! 갑시당~!”

기쁘게 웃으며 힘차게 고개를 끄덕이는 카라마츠를 보며 빙그레 웃은 오소마츠가 몸을 일으켰다

카라마츠도 따라 몸을 일으키자, 오소마츠 주머니에 들어있던 스마트폰이 진동했다.


? 누구? , 녀석들이다….”

발신자를 확인한 오소마츠가 작게 중얼거렸다

형제들이라는 말에 카라마츠가 숨을 멈추고 온몸을 긴장했다

요 며칠 오소마츠와 둘만 있으면 귀신같이 동생들의 방해가 들어왔던 것을 카라마츠는 잊지 않고 있었다.


~?”

오소마츠 형, 어디야?

. 카라마츠랑 같이 있어.”

그래? 잘됐네. 카라마츠 형한테 따로 연락할 필요 없겠다. 우리 지금 치비타네 와 있어! 형들도 빨리 와!

토도마츠의 발랄한 목소리 뒤로 시끌벅적한 동생들의 대화 소리가 울렸다

주먹을 꽉 쥐고 오소마츠와 토도마츠의 통화를 가만히 듣고 있던 카라마츠가 토도마츠의 제안에 입술을 깨물었다

오소마츠는 하고 신음하며 목덜미를 긁적이고 카라마츠에게 시선을 두었다.


치비타가 새 메뉴 개발해서 무료로 먹어도 된대!

, 그래….”

토도마츠의 신난 목소리에 오소마츠가 눈동자를 굴리며 작게 혀를 찼다.


오소마츠 형? (오소마츠 형, 안 온대?)

오소마츠를 부르는 토도마츠 뒤로 쵸로마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거리가 있어 작은 목소리였지만 카라마츠도 충분히 들을 수 있는 크기였다

옛 파트너의 제안이라면 잘 거절하지 않는 오소마츠가 쓴웃음을 지으며 입을 연 순간, 카라마츠가 오소마츠의 스마트폰을 뺏었다.


, 카라마츠?”

놀라 눈을 동그랗게 뜬 오소마츠의 시선을 무시하고 통화 종료 버튼을 누른 카라마츠가 스마트폰을 테이블에 내려놓고 오소마츠 손을 잡아 이끌었다.


? 카라마츠??”

당황한 오소마츠의 목소리를 뒤로하고 오소마츠를 끌고 2층에 올라 육둥이 방에 들어간 카라마츠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카라마츠…?”

오소마츠에게 등을 보이고 선 카라마츠의 어깨가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오소마츠가 카라마츠에게 손을 뻗은 순간, 빙글- 몸을 돌린 카라마츠의 눈가엔 커다란 눈물이 위태롭게 매달려 있었다.


―――나다….”

?”

고개를 푹 숙인 카라마츠의 입에서 나온 작은 말의 흔적에 오소마츠가 고개를 기울였다

한 발짝 카라마츠에게 다가간 오소마츠가 조심스럽게 카라마츠의 손을 잡았다

손톱이 손바닥에 박힐 정도로 강하게 쥔 주먹이 애처로웠다

오소마츠가 카라마츠를 천천히 탐색하듯이 살폈다

주먹을 감싸 쥔 오소마츠의 손에서 퍼져오는 온기에 눈물을 떨어뜨린 카라마츠가 고개를 홱 쳐들었다.

 


지금 오소마츠 형이 제일 필요한 건 !!!”



울먹이며 떨리는 목소리가 방 안에 퍼졌다

확실하게 오소마츠의 마음에 닿은 카라마츠의 애통한 외침이 오소마츠의 등을 떠밀었다

팔을 벌려 카라마츠를 품에 안은 오소마츠가 카라마츠의 머리를 다정하게, 정성스럽게 쓰다듬으며 몸을 낮췄다

카라마츠를 안은 채, 바닥에 앉은 오소마츠가 카라마츠를 더 강하게 끌어안았다

오소마츠의 어깨에 얼굴을 묻고, 오소마츠의 등에 팔을 둘러 마주 안은 카라마츠의 등을 천천히 토닥이며, 오소마츠가 온화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 지금은 카라마츠 만을 위한 횽아에요~”

통통, 일정한 박자로 등을 두드리는 손길에 카라마츠의 울음이 천천히 잦아들었다

어느 정도 안정되었다 싶을 즈음에 오소마츠가 카라마츠의 얼굴을 들어 올렸다

눈물로 엉망이 된 얼굴에 후핫- 짧은 웃음을 흘리고 손가락으로 눈가를 훔쳐 눈물을 닦아냈다

살살 머리를 쓰다듬는 손을 멈추지 않고 카라마츠의 눈물을 전부 닦아낸 오소마츠가 부드럽게 물었다.


그래서? 우리 카라츙은 뭐가 그렇게 힘들었어~?”

으우우…, 오소마츠 형~”

, .”

맨날 나만 심부름 나가고, 저번에도 토도마츠 핸드폰 줄에 넘어져서 발목 삐었는데, 내가, 소바 사오고!!”

, .”

, 위험하니까, 잘 간수하라고 한 건데, 이치마츠가 화내고!”

, 이치마츠가 나쁘네. 그건.”

쵸로마츠도, 나한테 화풀이하고!”

, 그건 횽아가 다신 그러지 말라고 잘 말해뒀어. 그것도 쵸로마츠가 나쁘네.”

으우우~, 그래서, 그래서, 형한테 위로받고 싶었는데…. 동생들이 있으니까,”

. 횽아랑 둘이서만 있고 싶었는데, 자꾸 녀석들이 방해했네-”

, 힘들었다아아~!!”

. 잘 참았네-, 카라마츠우~ 착하다~ 동생들을 위해서 참은 거지? 착하다, 카라마츠~”

참았는데, 이제 한계다아~”

후핫! 그러게. 이렇게 울고. 지금까지 잘 참았어, 카라마츠. 마음껏 울어.”

혀엉~~”

네네. 횽아 여기 있습니다. 바로 눈앞에 있어요오~”

오소마츠 품에 파고드는 카라마츠를 꽉 껴안은 오소마츠가 작게 한숨을 쉬며 자책했다

카라마츠가 한계에 가까운 것은 눈치채고 있었지만, 동생들을 신경 쓰는 카라마츠를 배려해 오소마츠도 먼저 카라마츠에게 다가가지 않을 것을 후회했다

그렇게 한참이나 오소마츠 품에서 눈물을 쏟아낸 카라마츠가 가벼운 현기증에 지치자, 오소마츠가 살며시 카라마츠를 품에서 떼어놓았다.


아으….”

아니, 잠깐 물만 가지러 가니까. 금방 올게.”

떨어지기 싫다는 얼굴로 서둘러 오소마츠의 옷자락을 잡은 카라마츠에게 오소마츠가 안심하라는 투로 말하며 머리를 쓰다듬었다

눈썹을 찌푸리고 머뭇거리며 손을 놓은 카라마츠에게 싱긋- 웃어주고 주방에 내려가 물을 떴다

저렇게 장시간 울었으니, 탈수증 예방을 위해 물은 반드시 마셔두어야 했다

물컵 가득 물을 떠, 넘치지 않게 조심조심 계단을 오른 오소마츠가 카라마츠에게 물컵을 내밀었다

그제야 갈증을 눈치챈 카라마츠가 벌컥벌컥 물컵을 비우는 것을 본 후, 오소마츠가 자리를 이동해 녹색 소파에 등을 기대고 바닥에 앉았다.


, 카라마츠. 다 마셨으면 이리 와.”

두 팔을 활짝 벌리고 손을 까딱이자, 빈 물컵을 바닥에 내려놓은 카라마츠가 무릎으로 기어 오소마츠의 다리 사이에 엉덩이를 내리고 앉았다

제 가슴에 등을 기대로 앉은 카라마츠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카라마츠를 껴안은 오소마츠가 카라마츠 귓가에 조용히 속삭였다.


앞으로 또 이런 일 있으면 먼저 말해줘. 횽아, 카라츙이 말해주지 않으면 몰라요~”

우응….”

빨개진 코로 훌쩍이며 고개를 끄덕이는 카라마츠의 모습에 쓴웃음을 흘린 오소마츠가 카라마츠의 가슴을 천천히 토닥였다.


졸려?”

조금….”

편안히 오소마츠에게 체중을 실어 기댄 카라마츠가 초점 잃은 눈을 벅벅 비볐다

, 얀마. 눈에 안 좋아.” 하면서 오소마츠가 카라마츠 손을 잡아 깍지를 꼈다

깍지까지 껴 맞잡은 손을 가만히 내려다본 카라마츠의 표정이 은근하게 녹아내렸다

한 치의 의심도, 경계도 없이 푸근하게 풀어진 얼굴을 본 오소마츠가 싱긋 웃고, 카라마츠가 더 편안히 앉을 수 있게 자세를 고쳤다

카라마츠가 편히 눕도록 엉덩이를 소파에서 멀리 떼고 등을 한껏 눕힌 자세가 된 오소마츠가 허리가 내지르는 고통을 무시하고 카라마츠의 부어오른 눈가를 쓸어 올렸다.


눈은 안 아파?”

조금 뻑뻑하다.”

뜨거운 눈꺼풀에 닿은 손가락이 자연스럽게 눈매를 따라 귀로 이동했다

얼마나 울었는지 귀까지 따끈해진 것을 확인한 오소마츠가 찬물에 수건이라도 적셔오지 않을 것을 후회하며 카라마츠 눈 위에 손을 올렸다.


오소마츠?”

한숨 자.”

“…싫다.”

“…자고 일어나도 계속 옆에 있을 테니까.”

정말로…?”

.”

그럼 조금만.”

. 잘 자~, 카라마츠.”

불안한 듯이 떨리는 손을 꽉 맞잡은 오소마츠가 작게 속삭였다

오소마츠의 단호한 발언에 안도의 한숨을 내쉰 카라마츠가 눈을 감았다

카라마츠의 눈을 가리고 있는 손바닥에 카라마츠의 속눈썹이 닿아 손을 간질였다

불편한 자세가 주는 부담으로 삐걱거리는 허리에 오소마츠가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 이거. 허리 아작나겠네….’

그렇게 한탄하면서도 자세를 고칠 생각은 하지 않았다

금세 색색- 고른 숨소리를 내며 잠든 카라마츠를 쓰다듬은 오소마츠가 카라마츠가 들리지 않을 각오를 슬쩍 흘렸다.


다음부턴 이렇게 되기 전에 알아차릴 테니까….”

그러니까, 이번만 용서해줘.


미안한 마음을 담아 속삭인 오소마츠가 살며시 눈을 감았다

이렇게 무방비로 있다가 동생들이 들이닥쳐 들킬지도 모를 일이지만, 그건 오소마츠가 알 바 아니었다.


 

지금은, 카라마츠 만을 위한 횽아니까.





* 슈퍼달링 오소마츠였습니다.


* 왜 오소카라만 쓰면 카라마츠의 남자다움은 저 멀리 날아가는 걸까요. 게다가 오소마츠도  '독점욕의 화신'  or  '슈퍼달링' 이 되는 이유는...


* 실은 이 플롯 짜면서 슈퍼달링 카라마츠가 보고 싶어, 새로운 이야기를 구상하는데 결국 나온건 또 오소카라...

  저의 무의식이 슈퍼달링 카라마츠를 거부하고 있습니다...


* 쓰면서 핸폰 스톱워치로 순수하게 글을 쓴 시간을 재봤는데, 2시간 30분 나왔어요.

  그만큼 제가 딴짓을 하는 시간이 길다는...ㅎㅎㅎ 웃을 수 없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네...


*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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