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뭐든 쉽게 질리는 성격이라서 덕질도 많이 안하는데...

오소마츠에 치인 후로 애니가 끝났는데도 픽시브나 번역글들을 찾아보고 있네요...

꽤 바쁜데.. 졸업이 코앞인데... ㅎㅎㅎㅎ;;


이렇게까지 치인게 마리미떼 이후로 오랜만이라 스스로 당황해하는 중입니다.

결코 일본어를 잘하는 편이 아닌데도 어느새 픽시브에서 한자 찾아가며 스스로 번역하면서

일러스트를 보고 있는 자신이 굉장히 낯설어서...ㅎ;


그림은 못하고 찔끔찔금 가끔 글 올리는 정도가 될 것 같네요ㅎ

24화 기반

 

모브오소이지만 커플링X


자기 캐릭터 해석 들어가 있습니다.



...24화에서 오소마츠가 기댈 수 있는 누군가가 있었다면 어떻게 진행되었을지 상상해서 써봤습니다.

모브가 꽤 중요한 역할로 나옵니다. 일단 시리즈로 생각하고 있는데 또 언제 작성할지는....







1.

따르릉~”

 

집 전화가 울리는 소리에 오소마츠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동생들이 모두 나간 집안은 무거운 공기만이 가득했다. 부모님도 나가셨기에 집에 혼자 남아있는 오소마츠가 미닫이문을 열고 전화기가 위치한 현관으로 나갔다. 수화기를 든 오소마츠의 귀에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동생들에게는 말하지 않았지만, 오소마츠에게는 오랜 친구가 한 명 있었다. 중학교 1학년, 같은 반이었던 그 친구는 우연히도 오소마츠 육 쌍둥이와 비슷한 이름을 가지고 있었다. 활발하고 뭐든 대충인 오소마츠와는 정반대의 성격을 가지고 있었지만 왜인지 함께 있으면 대화도 잘 통하고 마음이 편해졌다. ‘너는 우리집의 일곱번째 쌍둥이야~’라며 이름이 비슷한 것을 엮어 달라붙는 오소마츠를 조금 귀찮아하는 친구였지만 그 누구보다도 친한 친구가 되었다. 그 인연은 중학교 1학년을 지나 서로 다른 고등학교에 진학하고 니트인 채로 성인이 된 지금도 이어지고 있었다.

 

, 무슨 일 있어?”

 

걱정이 묻어나는 목소리가 들려오자 오소마츠는 알게 모르게 긴장하고 있던 몸을 이완했다. 혹시나 동생들 중 하나일까 하는 불안에 한참을 망설인 끝에 일부러 천천히 수화기를 들었지만 동생들이 아닌 오랜 친구의 목소리에 맥이 풀려 수화기를 든 채 주저앉았다.

 

오소마츠?”

아니, 무슨 일 없으신데?”

 

일부러 밝은 목소리로 말하며 코밑을 쓱 문질렀다. 수화기 저편의 상대에겐 모습이 보이지 않는데도 습관적으로 하게 되는 행동이었다.

 

“...웃기시네.”


최대한 밝게 대답했다고 생각했는데 친구의 목소리는 잔뜩 가라앉아 있었다.

 

아무 일도 없는 녀석이 3주 동안이나 연락을 안 하냐?”

 

친구의 걱정이 담긴 질책에 오소마츠가 머쓱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 미안.”

 

순순히 사과하는 오소마츠의 목소리에 친구가 입을 다물었다. 잠시 동안 침묵이 이어지고 곧 친구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와 오소마츠는 자신도 모르게 눈시울이 붉어졌다.

 

만나서 이야기하자.”

 

분명 니트인 자신과 다르게 친구는 성공적으로 대학에 진학을 하고 대학원까지 바라보고 있었다. 여러모로 바쁘다는 것은 그 누구보다 오소마츠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었다. 그런 친구가 먼저 만나자고 하는 일은 극히 드물었다. 바쁜 시간을 쪼개가며 만나자고 하는 친구의 상냥함에 오소마츠는 눈물이 났다. 눈물을 쓱 소매로 닦으며 오소마츠는 늘 그렇듯 빈정거렸고, 친구의 츳코미가 이어진 후 만날 장소와 시간을 정하고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

.”

 

오소마츠의 집에서 멀지 않은 카페 안. 먼저 와 기다리고 있던 친구의 앞에 선 오소마츠가 파카 주머니에서 손을 꺼내 들며 인사하자 친구도 손을 들어 인사를 했다.

 

오랜만이네.”


친구의 맞은편 의자에 앉아 웃으며 말하자 친구가 테이블에 있던 카페라떼를 내밀며 대답했다.

 

그러게. 이거 너 꺼.”

. 땡큐~”

 

동생들과 있을 때는 장남이라는 위치 때문인지 묘한 허세가 들어 블랙으로만 마시던 커피였지만 지금은 친구의 앞이었다. 망설임 없이 오소마츠가 좋아할 정도로 단 라떼를 한 모금 마셨다. 입가에 묻은 거품를 쓱 혀로 핥으며 라떼가 담긴 컵을 내려놓는 것을 기다린 후, 친구가 먼저 입을 뗐다.

 

그래서?”


딱히 걱정스러워하는 목소리도 아니고 평상시의 톤으로 물어오는 친구가 오소마츠는 마음에 들었다. 전화할 때, 울어 조금 떨리던 오소마츠의 목소리를 분명 친구도 눈치채고 있었다. 좀체 눈물을 보이지 않는 오소마츠가 눈물을 보일 정도로 심각한 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역시 오소마츠의 친구. 무표정의 마이페이스로 덤덤하게 물어온 것이었다. 오소마츠는 친구의 물음에 습관처럼 코 밑을 쓸며 말했다.

 

…. 실은 동생들이 다 집을 나갔어.”

 

 

 

 

2.

뭐야? 가출?”

 

황당하단 표정으로 물어오는 친구의 물음에 오소마츠가 고개를 저으며 라떼가 담긴 따뜻한 컵을 손으로 감싸 그 온기를 느끼며 말했다.

 

아니, 취직하거나독립?”

축하할 일이잖아.”

.. 그렇지.”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숙이는 오소마츠의 모습에 친구는 뭔가가 이상함을 눈치챘다. 조용히 추궁하자 오소마츠는 동생들이 나가게 된 일을 모두 이야기했다. 자신이 어떻게 행동했는지. 어떤 기분이었는지. 그리고 지금 얼마나 후회하고 있는지.

오소마츠의 이야기를 들으며 친구는 고등학교 시절 오소마츠가 자신의 동생들에 대해 이야기하며 외치던 것을 기억해냈다.

 

           ‘우린 여섯이서 하나라고!’

 

그게 무슨 헛소리냐고 되묻자 그 녀석들이 나고, 내가 그 녀석들이야.’라는 얼빠지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리곤 묻지도 않은 동생들에 대해 줄줄이 늘어놓는 오소마츠의 모습에 친구는 그 말이 어떤 의미인지 알아챘다. 오소마츠와 정반대의 성격인 친구가 오소마츠와 친해질 수 있는 계기이기도 한, 친구의 직감과 이해력으로. 그리고 오소마츠의 오랜 친구도 남동생이 있었다. 물론 쌍둥이는 아니었지만 소중한 남동생으로 오소마츠가 동생들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잘 이해할 수 있었다. 쌍둥이란 단순한 형제보다 더 끈끈한 것이라는 것도 알 수 있었다. 동생들에 대한 오소마츠의 무조건적인 애정도.

고등학교 시절의 그 외침을 기억해내 머릿속 한 구석에 박아놓고 친구가 굳게 다물고 있던 입을 열었다. 오소마츠는 여전히 컵만 만지작거리며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너도 집에서 떨어져보는 건 어때?”

 

친구의 말에 오소마츠가 고개를 들었다. 그게 대체 무슨 말이냐는 황당한 얼굴이었다.

 

동생들이 없어서 힘든거잖아? 항상 여섯명이서 있었으니까. 지금 너 자신에 대해서 확신이 없는거지?”

 

오소마츠가 굳이 말하지 않았던 부분까지도 잡아내는 친구가 지금은 조금 원망스러웠다. 오소마츠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너도 잠깐 거리를 두고 봐봐. 아예 멀어지라는 소리가 아니야.”

 

친구가 컵을 잡고 있던 손을 놓고 고개를 숙이고 있던 오소마츠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오소마츠가 자주 동생들에게 하던 행동이었다. 말없이 쓰다듬는 손길을 느끼며 고개를 숙인 채 소리를 죽여 우는 오소마츠를 친구는 가만히 내버려두었다.

 

 

 

 

3.

그럼 당분간 신세 질게~”


커다란 더플백 가방을 들쳐 매고 서 있는 오소마츠의 모습에 친구는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오소마츠는 씩 웃으며 . 비켜비켜.’라며 집주인의 허락도 없이 당당히 집안으로 들어갔다. 장난스런 얼굴로 어느새 거실에 자리를 잡고 앉는 오소마츠의 모습을 본 친구가 한숨을 크게 쉬곤 현관문을 닫았다.

 

내가 거리를 두라곤 했지만, 우리 집에 오라고는 하지 않았어.”

에이~. 야박하게 그러지 말고~”

하아…. 나 방해하면 죽인다.”

넹넹~”

 

결국 져주는 친구에게 웃으며 오소마츠가 손을 흔들었다.

 

있잖아.”

.”

 

친구가 사온 이불을 덮고 누운 오소마츠가 여전히 책상에 앉아 열심히 뭔가를 쓰고 있는 친구에게 말을 걸었다.

 

내가 이상한 걸까.”

“…”

 

오소마츠의 작은 목소리의 친구가 몸을 돌려 바닥에 누운 오소마츠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넌 어떻게 생각해.”

나는…”

 

오소마츠는 입을 다물었다. 방 안에는 시계 초침이 내는 똑딱 소리만이 울렸다. 침묵이 꽤 오래되었지만 친구는 말없이 천장만을 바라보는 오소마츠의 얼굴을 쳐다보며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동생들이 있어서 장남이 될 수 있었고, 오소마츠가 될 수 있었어.”

.”

근데, 동생들이 함께 있어선 안 된다고 했어. 우린 여섯명이서 하난데

.”

그야 스무살 넘어도 니트니까 위험하긴 하지만 말이지? 그렇다고 장남만 버려두고 나가는 것도 너무하자고 생각하지 않아~?”

“…”
그리고 함께 있으면 안 된다니 뭐야? ~~ 이십년 동안 함께 였다고? 그게 그렇게 갑자기 나쁜 것처럼 말해도 바보인 나는 모른다고!”

…”

 

오소마츠의 목소리는 서서히 올라가고 감정에 휩싸여 격해지고 있었다. 오소마츠는 잠시 흥분한 숨을 고르며 목까지 올린 이불을 꽉 쥐었다.

 

나는 이제 오소마츠가 아닌 걸까.”

“…바보가 너무 철학적인거 생각하면 머리에서 열난다?”

 

친구의 무미건조한 한마디에 오소마츠가 벌떡 일어나 외쳤다.

 

나 바보 아냐! 그리고 이럴 땐 상담 해줘!!!!”

내가 보기엔 너도 네 동생들도 바보야.”

“…그 녀석들이 바보인 건 나도 동의해.”

너도 바보고.”

 

친구가 다시 한번 확인사살 하듯 말했다. 역시 오소마츠도 이번엔 화가 났는지 큰 목소리로 외쳤다.

 

내가 왜 바보야!”

자기가 자기 자신에 대해 잘 모르는데 당연히 바보라 하지. 뭐라 해?”

…”

 

친구의 핵심을 뚫는 말에 오소마츠가 반박을 하지 못하고 얼굴을 구겼다. 잠시 침묵이 이어지고 오소마츠가 가슴을 누르며 말했다.

 

~ 아파. 아프다~. 완전 심장을 관통하는 한마디였어~”

 

과장하며 아픈 척을 하는 오소마츠의 머리를 말없이 가격하곤 친구는 다시 뒤돌아 책상에 앉았다.

 

얼른 잠이나 자.”

“….”

 

오소마츠는 다시 이불 속에 들어가 눈을 감았다. 항상 좌우에서 느껴지던 동생들의 체온이 없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며 어느새 눈물 맺힌 눈을 감았다.

 

 

 

 

4.

그럼 다녀올게.”

어딜?”

 

당당히 현관에 서서 외치는 오소마츠에게 친구가 의아해하며 물었다. 오소마츠는 손을 들어 나사를 돌리는 것 같은 손짓을 했다.

 

파칭코.”

어이.”

 

친구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보며 말하자 오소마츠가 씩 웃으며 말했다.

 

훗훗훗. 어제 오면서 파칭코의 위치를 미리 파악해놨지. 그럼 난 갔다올게~.”

돈은 어디서 났는데.”

부모님.”

야 임마.”

 

또 다시 어이없다며 얼굴을 구기는 친구에게 다시 씩 웃곤 오소마츠는 현관문을 열었다. 환한 햇살이 따사롭게 오소마츠를 비추고 있었다. 파칭코로 향하는 오소마츠의 얼굴에선 친구에게 보여주었던 미소가 사라진 지 오래였다.

오소마츠가 사라진 현관문을 잠시 바라본 친구는 한숨 쉬며 몸을 일으켜 침대에 내던져져 있던 자신의 스마트폰을 들었다. 이미 저장되어 있는 오소마츠 본가의 전화번호를 눌러 전화를 걸자 몇 번의 수신음 끝에 마츠노 마츠요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기, 안녕하세요. 저는 오소마츠의 친구인데요…”

 

 

높게 떠있던 해가 서서히 산 너머로 넘어가고 오소마츠의 얼굴에 붉은 빛을 비출 무렵, 오소마츠가 돌아왔다.

 

~ 형님 돌아왔다!”

 

두툼한 지갑을 흔들며 오소마츠가 신을 내며 말했다.

 

오늘 완전 대성공이었어!! 연속으로 이겨서! 이걸로 오늘 초밥 시켜 먹자~”

 

이예이~’라며 환호하는 오소마츠를 한심하단 얼굴로 바라보며 친구가 말했다.

 

나 초밥 안 좋아해. 시켜먹을 거면 너 혼자 먹어.”

…”

 

친구의 말에 두툼한 지갑을 치켜들고 있던 오소마츠의 팔이 천천히 내려왔다. ‘그래.’작게 대답한 후, 오소마츠는 구겨 신었던 신발을 벗고 집안으로 들어왔다. 친구는 장식장 한구석에 쌓여있던 전단지를 들고 와 오소마츠에게 건네주며 맞은편에 앉았다.

 

~ 뭐야. 배달 전단지 많네~?”

혼자 사니까.”

흐음~ 그럼 어느 집 초밥이 맛있을까나~”

자아 찾기는 어땠어?”

 

친구의 물음에 오소마츠가 열심히 전단지를 훑어 보던 시선을 멈추고 친구를 바라보았다. 친구는 말없이 오소마츠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건 대실패.”

그러냐.”

 

친구가 픽 웃으며 오소마츠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거 안됐네.’라며 살짝 눈썹을 찡그리는 친구의 상냥함에 오소마츠는 다시 눈물이 차오르는 것을 느꼈다. 카리스마 레전드 장남 체면이 말이 아니었다. 요 근래 눈물이 많아진 것 같아 곤란하다는 생각을 하며 친구가 한눈 판 사이 소매로 뜨거운 눈물을 닦아냈다.

그날 밤. 오소마츠는 혼자선 도저히 다 못 먹을 정도의 초밥을 주문했고, 친구에게 엄청난 잔소리를 들으며 며칠간 남은 초밥을 전부 처리해야 했다. 친구에게 쵸로마츠가 겹쳐 보인다는 말을 꺼내자 내가 알지도 못하는 니 동생이랑 비교하지 마!’라며 머리를 한대 얻어맞고 말았다.

 

 

 

 

5.

친구에게 자취방 키를 넘겨받은 후, 오소마츠는 하루가 멀다하고 파칭코를 드나들었다. 그리고 어느새 근처에 있던 경마장까지 범위를 넓혀 매일 쏘다니곤 해질녘 학교에 갔던 친구가 돌아오는 시간에 맞춰 돌아왔다. 본가에서 동생들이 나간 뒤, 혼자 집에 남는 감각을 안 뒤로는 친구가 없는 자취방에는 들어가기 싫었다. 친구도 오소마츠의 그런 부분을 눈치챘는지 늦어지게 되면 항상 미리 말을 해 주었고 오소마츠는 밖에서 더 시간을 때우다 친구가 집에 돌아오는 시간에 자취방에 돌아가는 것에 익숙해졌다.

 

.”

 

열심히 젓가락을 놀리며 불고기볶음을 입으로 가져가는 오소마츠를 친구가 불렀다.

 

..?”

 

입에 잔뜩 고기를 넣은 채로 대답하자 친구가 다 먹고 대답해.’라며 화를 냈다. 입안 가득한 고기를 대충 씹고 넘기자 미묘한 얼굴로 친구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

자아 찾기는 어때?”

…”
아무 생각 없지? ?”


대답을 망설이는 오소마츠에게 친구가 쏘아붙였다. 오소마츠는 고개를 푹 숙이며 작은 목소리로이라고 대답했다.

 

하지만, 자아찾기라고 해도 뭘 해야 될지 모르겠지~~”

 

이상한 얼굴을 하며 고개를 든 오소마츠의 코를 친구는 말없이 비틀었다.

 

아파!!!!”

 

빨개진 코를 감싸 쥐고 눈물 맺힌 눈으로 째려보자 친구는 다시 식사에 열중해있었다. 씩씩거리며 오소마츠도 놓고 있던 젓가락을 다시 잡고 식사를 계속했다.

 

 

 

.”

 

바닥에 이불을 깔고 만화책을 보며 낄낄거리는 오소마츠를 친구가 다시 불렀다.

 

~?”

 

시선은 여전히 만화책에 고정한 채 대답하자 친구가 다가와 술병을 내려놓았다.

 

? 왠 술?”


평소 술 마시는 걸 싫어하는 친구의 성격을 알고 있는 오소마츠이기에 의아해하며 묻자 친구가 병따개로 뚜껑을 따며 말했다.

 

마시면서 이야기 좀 하자.”

 

소리와 함께 맥주병의 뚜껑이 열리는 것을 오소마츠는 말없이 바라보았다. 술과 함께 가져온 컵에 맥주를 따르고 친구가 잔을 들었다.

 

, .”

~ .”

 

컵과 컵을 가볍게 부딪친 후, 오소마츠와 친구 모두 맥주를 입안에 털어 넣었다. 냉장고에 넣어 놓았던 시원한 맥주가 목을 넘어가는 느낌에 오소마츠는 기분이 들떴다.

 

. 이야기하자.”

. 진짜 뭐야? 술도 꺼내오고.”

 

안주로 꺼낸 오징어포를 질겅질겅 씹으며 친구가 말했다. 오소마츠가 픽 웃으며 묻자 친구가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솔직히 가만히 놔두면 알아서 하겠거니 했는데, 아니었어.”

?”

너는 오소마츠지?”

“…? .”
근데 왜 그걸 의심해? 동생들이 없어서?”

“…”

 

오소마츠는 그 어떤 말도 할 수 없어 가만히 친구의 말을 듣기만 했다. 친구 역시 오소마츠의 대답이 없지만 말을 이었다.

 

물론 여섯쌍둥이의 장남이라는 자리가 지금의 너를 만들었을지도 모르지. 근데 너는 정말로 그것만으로 이루어져있어?”

?”

너는 여섯쌍둥이의 장남이고, 네 부모님의 자식이고, 내 친구야.”

…”

그게 다 오소마츠 아니야?”

“…”

너 내가 네 동생들 소개시켜 달라고 했을 때, 뭐라고 했어.”

 

           ‘그럼 너가 나만의 친구가 아니게 되잖아.’

 

어릴 적 오소마츠가 한 말을 떠올리며 묻자 오소마츠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동생들에게 소개하면 너가 나만의 친구가 아니게 되니까.”

그래. 그건 오소마츠의 결정이었지, ‘여섯쌍둥이의 장남의 결정이 아니야.”

“…”

네가 네 동생들을 아낀다는 것도 잘 알아. 그렇다고 네 동생들이 네 전부야? 물론 네 대부분은 동생들로 이루어져있지만. 너가 도박과 경마를 좋아하는 것도, 한심하고 심하게 낙천적인 것도 다 동생들 때문이야?”

“…”

오소마츠라서 좋아하는 거잖아.”

“…”
너 내가 무슨 말하고 있는지 이해는 하냐?”
내가 바보냐?”

 

울컥하며 말하는 오소마츠의 모습에 친구가 큭큭대고 웃었다.

 

바보잖아. 내가 이렇게까지 말해야 겨우 알아채는 바보.”

“…”

그래서? 너는 오소마츠야?”

“... 나는 오소마츠야. 여섯쌍둥이의 장남이자 리더고, 카리스마 레전드 인간국보고, 니트인 오소마츠야.”

니트도 포함되는 거냐.”

 

큭큭대며 본격적으로 웃는 친구의 모습에 오소마츠도 따라 웃었다. 동생들이 집을 떠난 후, 처음으로 진심으로 웃어 보였다. 한참을 서로 바라보며 킬킬댄 후, 친구가 오소마츠와 자신의 잔을 다시 채우며 말했다.

 

그리고 너네 동생들도 너 닮아서 다 바보더라.”

동생들?”


이미 침울한 표정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진 오소마츠가 장난기가 섞인 목소리로 물었다.

 

그래. 누가 쌍둥이들 아니랄까 봐 전부 바보더만.”

, 그렇지.”


오소마츠가 우하하하며 크게 웃었다. 그 후 친구와 오소마츠 두 사람은 과거 학창시절 이야기, 실없는 이야기, 가족 이야기로 가끔은 미친사람마냥 웃으며 가끔은 정말로 진지하게 이야기하며 밤을 지새웠다.

 

 

 

 

6.

그럼 나 갈게.”

 

처음 쳐들어왔을 때와 마찬가지로 더플백을 옆에 매고 오소마츠가 웃으며 말했다.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코 밑을 손가락으로 문지르며 말하는 오소마츠의 얼굴엔 장난기 섞인 미소가 만연했다. 환하게 비추는 태양이 오소마츠의 뒤에서 빛나고 있었다.

 

, 저녀석 고민해결하더니 완전 빛나는구만.’

 

속으로 생각하며 오소마츠의 친구가 말했다.

 

그래.”

 

간단한 말이었지만 그 안엔 걱정과 응원이 담겨 있었다. 오소마츠는 이가 드러나도록 씩 웃곤 현관문을 열고 떠났다. 친구는 방안에 널부러져 있는 술병들을 쳐다보며 말했다.

 

같이 마셔도 죽어도 지는 안치우지. 저 망할 녀석.”

 

 

 

집에 도착해 크게 심호흡을 한 후, 문을 열며 외쳤다.

 

다녀왔습니다~. 엄마~ 나 배고파~.”

 

드르륵. 문을 닫고 들어가자 그리웠던 목소리들이 들려왔다.

 

, 어서와. 오소마츠 형.”

오소마츠 형~!”

방문을 빼꼼 열고 얼굴만 내놓은 막내와 오남이 말했다.

. 스위트 홈에 어서와. 웰컴이라고 형님.”

 

2층에서 내려와 집안인데도 끼고 있던 선글라스를 벗으며 차남이 말했다.

 

카라마츠. 그 아픈 발언 제발 그만해. 어서와, 오소마츠 형.”

 

차남과 함께 2층에서 내려와 자연스럽게 츳코미를 걸며 삼남이 말했다.

 

어서 와. 오소마츠 형.”

~”

 

마루 한 구석에서 고양이를 안고 쭈그려 앉아있던 사남이 말했다. 품에 안긴 고양이도 어서와~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그리웠던 목소리와 현관에 놓인 다섯켤레의 신발에 오소마츠는 꿈인가 싶어 볼을 잡아당겼다.

 

아파! 망할 장남!! 자기 볼을 잡아당기라고!!!”

 

삼남의 볼을.

아프다며 난리 치는 삼남의 모습에도 오소마츠는 이 상황이 믿겨지지 않는지 얼떨떨한 얼굴로 가만히 현관에 서 있었다.

 

형님?”

 

차남의 목소리에 오소마츠가 멍한 얼굴로 물었다.

 

너네 다 여기서 뭐해?”

 

얼빠진 물음에 오소마츠를 제외한 다섯명의 쌍둥이가 서로 시선을 교환했다.

 

뭐 하냐니. 여기 우리집이거든?”

 

삼남이 황당하다며 팔짱을 끼고 말했다.

 

! 스위트 홈!!”

쥬시마츠 형. 카라마츠 형의 아픈 발언 따라하면 안 된다고? 인기 없어져.”

.”


오남의 외침에 막내가 한마디하자 차남이 억울하단 얼굴로 둘을 바라보았다.

 

노숙은 힘들었어.”

 

조용히 중얼거리는 사남의 말에 모두 움직임을 멈추었다.

 

적어도 거처 정도는 정하고 나갔어야지. 이치마츠.”

"노숙은 왜 한거야? 컨셉이었어? 어둠마츠 형."

 

삼남의 말에 막내가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노숙? 박스 덮고 자는 거야?”

 

오남의 물음에 막내가 성심성의껏 대답해주는 사이 차남이 특유의 아픈 포즈로 말했다.

 

. 불쌍한 리틀 키티. 내게 말했다면 함께 지냈을텐데.”

죽인다. 쿠소마츠.”

.”

 

차남의 발언에 진심으로 화났는지 사남이 내뿜던 오라가 한층 어두워졌다.

 

아니, 카라마츠 너도 치비타네에서 신세지고 있었잖아. 차라니 내가 데려갔어어야…”

, 쵸로마츠 형이라면 좋아.”

 

삼남의 말에 사남이 계속 내리고 있던 입가를 살짝 올려 말했다. 그 반응의 차이에 차남은 다시 울상이 되었다.

오소마츠는 자신을 빼놓고 멋대로 이야기를 진행하고 있는 다섯 동생들의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리고 이내 얼굴에 미소가 만연해 매고 있던 더플백을 내려놓고 신발을 던지듯 벗어놓고 앞에 동생들을 향해 달려갔다.

 

~ 진짜. 너네 다 이 횽아가 보고 싶었구나~!!”

 

외치며 달려간 오소마츠는 한 팔로 쵸료마츠를, 다른 한팔로 카라마츠를 감싸안고 그대로 체중을 실었다. ‘우왁이라는 외침과 함께 세사람은 그대로 넘어졌다. 바로 쵸로마츠의 잔소리가 들렸지만 오소마츠는 지금 느껴지는 두 사람의 체온이 마냥 기쁠 뿐이었다. 그렇게 세사람이 쓰러지자 말없이 이치마츠가 다가와 오소마츠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다녀왔어.”

나도 다녀왔어. 오소마츠 형.”

 

어느새 방에서 나와 현관으로 나온 토도마츠가 말했다.

 

다녀왔 하나 둘에 겟츄~!!”

 

쥬시마츠도 나와 팔을 흔들며 말했다. 쥬시마츠의 얼굴에도 오소마츠의 얼굴에도 미소가 활짝 피어 있었다. 쵸로마츠는 어느새 잔소리를 멈추고 오소마츠의 등에 팔을 둘러 마주 안아주고 있었다. 카라마츠도 팔을 힘겹게 빼내 오소마츠를 꽉 안아주었다.

 

 

 

고마워.”

 

수화기 너머로 한숨소리가 전해졌다.

 

진짜. 너도 그렇고 네 동생들도 그렇고 손 가게 만든다고.”

아하하하.”

 

오소마츠가 돌아온 날, 모두 함께 전골을 먹고 함께 목욕탕에 갔다 와 이불을 피고 누웠다. 동생들이 고른 숨을 내쉬며 잠든 것을 확인한 후, 현관에 있는 전화기를 들어 익숙한 친구의 번호를 돌렸다. 늦은 시간이었지만 친구는 기다렸다는 듯 전화를 받았다. 오소마츠의 간단한 상황보고에 친구가 한숨을 쉬었고 오소마츠는 자신을 위해 동생들에게 일부러 연락을 해준 친구에게 진심을 담아 말했다.

 

정말로 고마워.”

“…원래 친구는 이럴 때 나서는 거야.”

우와~ 멋진말하네? 근데 조금 아픈데? 우리 차남 닮아가는거?”

난 그 정도로 중증은 아니야.”

큭큭큭큭. 우리 차남이 중증이긴 하지.”

 

시덥찮은 대화가 이어지고 어느새 시계에서 3시를 알리는 종이 울렸다.

 

그럼 이제 나도 자야되니까.”

. 다음에 보자.”

 

간단한 인사 후, 수화기를 내려놓고 가족들이 깨지 않고 조심조심 2층으로 올랐다. 문을 열기도 전인데 문 너머로 들려오는 쥬시마츠의 코고는 소리가 굉장히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빙긋 웃으며 오소마츠는 아무런 망설임 없이 동생들이 곤히 자고 있는 방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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