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편입니다!


* 조금 길어졌네요. 최근 갑자기 글이 잘 안써져서 좀 오래 걸렸습니다..ㅠ


* 지금까지 읽기 쉽게 매 문장마다 엔터를 쳤습니다만, 이번엔 엔터를 생략했습니다.

 어느 방식이 보기 편하신지 댓글로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공미포 12,947자.  오탈자는 추후 수정하겠습니다.



* 많이 부족한 글이지만, 재미있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1.

 

땀에 흠뻑 젖은 몸을 이끌고 휴게실에 들어온 오소마츠가 한숨을 내쉬었다. 오소마츠의 등급에 맞춘 훈련은 굉장히 고되었다. A은 그 능력의 크기가 클수록 조절이 어려웠다. 자신의 능력을 제 의지에 따라 자유자재로 활용하고 컨트롤하기 위한 훈련은 오소마츠의 체력을 야금야금 갉아먹었다. 자신이 센티넬이라는 것을 숨기고 살아갔던 오소마츠는 그만큼 자신의 능력을 사용한 경험도 적었다. 그렇기에 한계까지 능력을 사용해야 하는 강도 높은 훈련은 무척이나 힘겨웠다. 체력의 고갈과 함께 정신도 어지러이 꼬여 혼란에 잠겼다. 능력을 쓸수록 정신이 불안정해지는 센티넬의 특성은 오소마츠에게도 여지없이 적용되고 있었다. 흐트러진 정신은 오소마츠의 손발에 무거운 추를 매달고 끝없는 질퍽한 늪 속으로 끌어당기고 있었다. 간신히 호흡만을 유지하는 오소마츠가 지끈거리는 머리를 붙잡았다.


““오소마츠 형!!””

「관리국」에서 이루어지는 가이드에 대한 설명과 능력의 사용법에 대한 수업을 마친 이치마츠와 토도마츠가 휴게실로 달려왔다. 다다닥- 발소리를 울리며 재빨리 오소마츠에게 뛰어온 두 동생은 단 일 초도 낭비하지 않고 오소마츠의 양 옆에 앉아 힘겹게 호흡을 이어가는 자신의 형을 끌어안았다. 땀에 열을 빼앗기고 차갑게 식은 피부에 상냥한 열이 은근하게 퍼져 오소마츠의 정신을 어루만졌다. 꼬인 실마냥 엉켜있던 정신이 천천히 제자리를 찾아갔다. 혼란에서 빠져 나온 선명한 시야에 자신을 껴안고 있는 두 동생은 담은 오소마츠가 온화한 미소를 지었다.


이치마츠, 토도마츠. 이제 괜찮아.”

다정하게 동생들을 부르고 머리를 쓰다듬은 오소마츠가 깊은 숨을 내쉬었다. 가볍게 이치마츠와 토도마츠의 등을 두드렸지만, 두 동생은 고개를 푹 숙이고 머리를 흔들었다. 자신에게 꼭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는 동생들을 보는 오소마츠의 입가에 쓴웃음이 걸렸다

지금까지 정신이 흐트러질 정도로 능력을 써본 적 없는 오소마츠는 훈련을 통해 자신의 능력이 가져오는 부작용을 뼈저리게 느꼈다. 서서히 시야가 흐려지고, 정신은 구멍 뚫린 스펀지마냥 텅 비고 공허해졌다. 이성이 설 공간도 없이 흐트러진 정신으로는 생존을 위한 본능적인 반사만을 실행할 수 있었다. 마치 어두운 방에 갇힌 것처럼 암흑 속에서 간신히 호흡을 유지했다

하지만, 가이드인 이치마츠와 토도마츠가 곁에 오면 정신은 다시 맑아졌다. 날이 선 정신이 다시 두루뭉술하게 깎여나가고, 평안이 찾아왔다. 어두운 방에 다시 불을 킨 것처럼 또렷해진 정신에 가이드란 건 정말로 센티넬에게 있어 없어선 안 되는 존재라는 것을 깨달았다.


이치마츠~, 토도마츠~ 횽아, 슬슬 답답한데-”

장난스럽게 말을 흘리자, 그제야 동생들의 팔이 오소마츠에게서 떠났다. 불안한 눈빛으로 자신을 올려다보는 두 동생에게 부드러운 미소를 지어준 오소마츠가 멋쩍은 표정으로 코 밑을 문질렀다.


그렇게 횽아 걱정 안 해도 된다고? 이 카리스마 레전드 님은 이 정도에 지지 않는다고~!”

다정한 목소리가 주는 안심에 이치마츠와 토도마츠가 실없는 웃음을 흘렸다. 순순히 팔을 품고 오소마츠의 옆에 앉아 제 어깨에 기댄 두 동생의 머리를 한 번 더 부드럽게 쓰다듬어 준 오소마츠가 신음을 흘렸다. “으아아아~” 하고 괴성을 지르며, 훈련으로 뻐근한 몸을 크게 기지개피고 피로를 털어내자 마침 기다렸다는 듯이 토토코가 오소마츠 앞으로 걸어왔다.

 

 

 

 

 

 

2.

 

오소마츠와 이치마츠, 토도마츠가 「관리국」에 등록을 하고 한 달이 지났다. 카라마츠와의 두 번째 충돌에서 큰 부상을 입은 오소마츠가 회복하기까지 꼬박 일주일이 지났다. 퇴원 후에도 완전히 회복하기까지는 많은 시간을 들여야 했다. 그렇게 완전히 부상을 회복한 오소마츠는 쉴 틈도 없다는 듯이 필사적으로 「관리국」의 훈련 프로그램에 따랐다

을 다루는 카라마츠와 을 다루는 오소마츠는 상성이 나빴다. 게다가 센티넬임을 숨기고 능력을 거의 사용하지 않았던 오소마츠와 달리 카라마츠는 제가 원하든 원하지 않았던 테러 조직에 끌려 다니며 제 능력을 사용하는 일이 많았다. 상성이 나쁜데다 능력을 활용하는데 있어 압도적인 경험의 차이까지. 오소마츠는 자신의 패인을 냉정하게 파악하고 「관리국」의 훈련에 참가했다. 한 번 더 카라마츠를 만난다면 두 번 다시 그렇게 허무하게 카라마츠를 놓치지 않을 것이라고, 몇 번이고 다짐했다. 정신이 한계에 치달아 흐트러질 때까지 강도 높은 훈련을 멈추지 않은 것은 그 다짐을 실현시키기 위한 것이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오소마츠가 훈련을 통해 능력의 조절을 몸에 익히는 동안 팔콘의 범죄는 급격히 줄어들었다. 몇 가지 사건은 있었지만, 민간인이 휘말려들 정도의 큰 피해는 없었고, 범죄 현장에 카라마츠도 나타나지 않았다. 덕분에 바깥으로 출동하는 일도 없이 훈련에 전념할 수 있었지만, 마음 속 한 구석에 자리잡은 꺼림칙한 기분이 사라지지 않았다

마치 지금의 평화가 폭풍이 휘몰아치지 전의 고요처럼 느껴져 술렁이는 마음을 진정할 수 없었다. 오소마츠는 자신에게 다가오는 토토코를 보며 자신이 숨겨두었던 불안이 현실에 얼굴을 들이민 것을 예감하고 마른침을 삼켰다.

 

 

 

단순한 호위야.”

내가 뭐가 좋아서 야쿠자따위를 호위해야 하는데.”

토토코의 말에 오소마츠가 단호히 대답했다. 서로 마주보고 서서 대치하고 있는 오소마츠와 토토코를 지켜보는 두 동생의 눈이 흔들렸다. 짜증 섞인 오소마츠의 말투와 더불어 날카롭게 선 정신이 주변의 공기를 어수선하게 흩트렸다.


중요한 증인인데다가, ‘팔콘에게 습격 당할 가능성이 높아서 그래. ‘팔콘의 밑에서 마약을 유통했던 자야.”

“….”

그러니까, 우리에게도 팔콘에게도 중요한 녀석이고. 내일 증인을 구치소로 수송하는 중에 팔콘의 습격이 있을 거라 예상 돼. 이 정도 일이라면 분명, 카라마츠 군도 올 테니까.”

“…하아~ 알겠어.”

팔콘의 밑에서 마약을 유통하던 야쿠자가 무슨 연유로 「관리국」에 붙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팔콘의 입장에서 그는 완벽한 배신자였다. 혹시 모를 습격을 대비해 지금은 안전가옥(safe house)에 가둬져 있는 그 야쿠자가 내일 구치소로 옮겨진다면, ‘팔콘이 마약을 유통하는 경로나 관련 인물에 대한 정보가 모두 「관리국」에 들어갈 것이 뻔했다. 그것을 막기 위해서 팔콘은 필사적으로 야쿠자를 제거하려고 할 것이라고, 토토코가 설명을 덧붙였다

오소마츠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토토코의 말에 수긍하고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훈련을 반복했어도 아직 자신은 능력을 쓴지 겨우 한 달이 막 넘은 햇병아리이다. 다시 카라마츠와 맞부딪쳤을 때, 부상 없이 대치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다. 호위에 동원될 인력과 경로, 작전을 설명하는 토토코를 보던 이치마츠가 앉아있던 벤치에서 벌떡 일어나 오소마츠의 손을 잡았다. 머리 위에 물음표를 띄우고 고개를 돌린 오소마츠를 이치마츠가 떨리는 눈으로 응시했다.


나도, 갈래.”

“…?!”

오소마츠 형 혼자 보낼 수는 없어!”

, 나도!!”

오소마츠가 입을 벌리고 경악함과 동시에 토도마츠도 일어나 오소마츠에게 매달렸다. 눈썹을 찌푸리고 동생의 눈길을 맞받아친 오소마츠가 커다란 한숨과 함께 머리를 거칠게 쓸어 올렸다.


“…당연히 안 된다는 거 알고 있지?”

““어째서!?””

오소마츠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이치마츠와 토도마츠가 귀신 같은 형상으로 오소마츠에게 따졌다. 오소마츠가 인상을 구기고 위험하다고 대답하자, 그건 형도 똑같다는 말이 되돌아왔다. 십 분이 넘도록 오소마츠와 이치마츠, 토도마츠의 공방이 이어졌다. 무슨 말을 해도 포기하려고 하지 않는 두 동생의 모습에 지끈거리는 머리를 붙잡고 쓴웃음을 지은 오소마츠가 노선을 바꾸었다.


이치마츠, 토도마츠.”

조금 전가지 언성을 높이던 오소마츠가 나직이 두 사람의 이름을 불렀다. 속을 알 수 없는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오소마츠의 모습에 이치마츠와 토도마츠가 숨을 삼키고 목소리를 멈췄다.


“…다녀올 테니까-, 너희들에겐 내 등을 맡길게.”

““….””

, 녀석들을 데리고 돌아올 테니까.”

오소마츠의 새까만 눈동자가 두 동생을 담았다. 바닥이 보이지 않는 깊은 눈 속에 아른거리는 감정에 이치마츠와 토도마츠가 말을 잃었다. 비겁하다고 생각하면서도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오소마츠가 말하는 등을 맡긴다는 말이 지닌 무게가 두 동생의 어깨에 무겁게 올라앉았다. 불만 가득한 얼굴로 오소마츠를 노려보면서도 고개를 끄덕인 두 동생의 머리를 오소마츠가 다시 상냥하게 쓰다듬었다.

 

 

 

 

 

 

3.

 

한 눈에 보기에도 무거워 보이는 방탄차의 문을 열고 경찰이 길가로 쏟아져 나왔다. 경찰과 섞인 「관리국」 국원들 가운데 오소마츠가 섰다. 안전가옥에 있던 야쿠자가 나와 방탄차에 탈 때까지 오소마츠를 비롯한 「관리국」의 센티넬들과 무장 경찰들이 차와 도로를 둘러싸고 대기하고 있었다. 으슥한 밤, 주변 빌딩의 불은 전부 꺼져 있고 인기척 하나 느껴지지 않는 시간이었다. 이곳이 정말로 대도시의 번화가 맞나 싶을 정도로 고요한 거리의 모습에 오소마츠가 묘한 위화감을 느끼고 눈썹을 찌푸렸다.


“…자네가 오소마츠 군?”

곁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오소마츠가 고개를 돌렸다. 오소마츠의 옆에 서서 함께 주변을 경계하고 있던 무장 경찰이 오소마츠를 바라보고 있었다. 통성명은커녕 간단한 인사조차 나누지 않은 경찰이 자신의 이름을 알고 있는 것에 의아해하며 오소마츠가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의 추측이 맞은 것이 적잖이 기쁜지 무장 경찰의 보호 헬멧에 가려진 얼굴 가득 미소가 피어났다.


꼭 한 번 자네를 만나 감사하단 인사를 건네고 싶었다네.”

경찰이 내민 악수를 청하는 손을 가만히 내려다본 오소마츠가 망설이며 경찰의 손을 잡았다. 뜨겁고 굳은살이 박힌 두꺼운 손을 가볍게 두세 번 흔들자, 경찰의 손이 떨어져 다시 방패에 머물렀다.


정말로 고맙네.”

“…뭐를요?”

방패를 가슴께에 올리고 정면을 경계하는 경찰의 입가에 다시 미소가 걸렸다.

내 아들을 구해주어서.

“…?”

오소마츠의 멍청한 울림에 피식- 웃음을 흘린 경찰이 말을 이었다.


지난 달, ‘팔콘의 군사 시설 습격 사건 때…. 자네가 내 아들을 구해주었네.”

경찰의 말에 오소마츠가 눈썹을 찌푸렸다. 여전히 정면을 응시하고 있는 경찰은 오소마츠의 얼굴을 살피지 못하고 다시 한 번 정말로, 고맙네.” 하고 감사를 전했다. 진심을 담은 아버지의 목소리에 오소마츠는 차마 기억나지 않는다는 말을 할 수 없었다. 그저 ….” 하고 작게 대답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경찰을 따라 정면을 경계하면서 오소마츠는 하나하나 기억을 더듬었다. 군사 시설 습격 당시, 오소마츠는 카라마츠를 구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가득했다. 「관리국」의 국원들의 지원도, 군인들의 지원도 하지 않고, 오로지 카라마츠를 눈에 담고 앞으로 나아갔다. 수많은 총탄이 자신의 몸이 뚫린다 해도 상관없었다. 오직 카라마츠를 향해 걸었던 자신이 누군가를 구했을 리 없다, 그렇게 곱씹었을 무렵 오소마츠는 문득 어린 군인을 떠올렸다. 카라마츠가 공격하려고 했던 군인의 앞에 자신이 끼어들어 카라마츠를 막았던 일을 기억해낸 오소마츠가 잘게 입술을 씹었다.


오소마츠는, 자신의 옆에 서 있는 아버지의 감사를 받을 자격이 없었다.

그 순간에 오직 카라마츠만을 염두에 두고 있었던 오소마츠였다.

누구를 구할 생각도, 도울 생각도 없었다.

그 어린 군인은 정말로 우연히 도와준 것이었고, 의도한 것이 아니었다.


울컥- 하고 가슴을 치고 올라오는 죄책감을 오소마츠가 애써 외면했다. 경찰이 내뱉은 고맙네.라는 말이 날카로운 나이프가 되어 오소마츠의 심장에 박혔다. 생살을 도려내는듯한 고통을 가슴에 품은 오소마츠는 도저히 사실을 말할 수 없었다. 단순한 ‘우연이었다는 말을 좁은 목구멍에 밀어 넣고 삼키자, 알 수 없는 감정에 눈물이 날 것 같았다.

 

 

 

 

 

 

3.

 

“‘팔콘이다!!!”

다급한 누군가의 목소리와 함께 야쿠자를 수송하던 방탄차가 전복되었다. 쥬시마츠의 능력으로 추정되는 힘에 의해 도로가 들리고 엉망으로 부서졌다. 하늘 높이 치솟은 땅에 걸려 뒤집어진 방탄차에서 겁먹은 얼굴의 야쿠자가 기어 나왔다. 오소마츠와 경찰이 재빨리 야쿠자의 곁으로 뛰어가 감쌌다. 아직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팔콘을 경계하며 야쿠자의 주변을 수많은 경찰과 「관리국」에서 파견한 센티넬들이 둘러쌌다. 팽팽하게 잡아당겨진 실처럼 긴장된 공기가 묵직하게 숨통을 조였다.


저쪽이다!!”

감식 능력을 사용한 센티넬이 한쪽으로 손가락을 뻗었다. ‘팔콘에 소속된 십 수명의 센티넬들이 오소마츠 쪽을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일순간에 경찰들의 총소리와 함께 「관리국」의 센티넬과 팔콘의 센티넬의 힘이 맞부딪쳤다. 굉음을 울리며 커다란 힘과 힘이 충돌하고 아수라장이 된 주변을 살피며 오소마츠가 자리를 지켰다. 인간의 상상을 초월하는 힘이 요동쳤다. 오소마츠의 뒤에 숨은 야쿠자가 이성을 초월한 공포에 전율했다. 오소마츠는 모든 감각을 예민하게 세우고 사방을 둘러보았다. 카라마츠 정도의 능력이라면 이 혼란을 틈타 오소마츠 뒤에 숨은 인간을 제거하는 것이 가능했다. 흔들리는 땅 아래에서 미미하게 느껴지는 물의 기운에 오소마츠가 작은 불꽃을 손에 매달았다.


거기냐!”

순간적으로 물의 기운이 강해진 곳으로 불꽃을 던졌다. - 소리와 함께 공중에서 사라진 불꽃과 피어 오른 수증기 사이로 카라마츠가 모습을 드러냈다. “-” 하고 낮게 혀를 찬 카라마츠가 공격 태세를 갖추고 오소마츠에게 한 발자국씩 다가오기 시작했다. ‘, 가장 원초적인 두 물질이 공중에 떠올라 이어질 충돌을 준비했다. 화륵- 하고 기세를 키워 타오르기 시작한 오소마츠의 불길에 경찰이 야쿠자를 끌어안고 거리를 띄웠다. 카라마츠의 뒤에 뭉쳐있던 비정형의 물방울이 딱딱한 얼음으로 일변했다. 오소마츠를 향해 빠른 속도로 날아오는 고드름을 오소마츠가 불꽃을 던져 처리한 순간, 커다란 격통이 오소마츠의 왼쪽 어깨를 관통했다.


?!”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깨닫기도 전에 또 다른 고통이 오소마츠의 허벅지를 뚫었다. 영문도 모른 채, 땅에 무릎 꿇은 오소마츠가 자신의 어깨를 바라보았다. 빨간 후드에 짙은 핏빛이 넓게 번졌다. 힘을 잃은 다리와 팔은 움직여지지 않았다. 고개를 들어 카라마츠를 응시한 오소마츠가 오른손을 들어 커다란 불덩어리를 일으켰다.


쓸데없는 짓을.”

가소롭단 눈빛으로 카라마츠가 수십 개의 얼음을 끌어올렸다.


저격수다!!”

외침과 함께 경찰이 야쿠자를 끌고 방탄차 뒤로 숨었다. 경찰의 목소리에 카라마츠가 아주 짧은 순간 눈을 돌리자, 오소마츠가 억지로 몸을 일으켜 카라마츠의 앞에 불기둥을 만들었다. 잠깐이라도 카라마츠의 시야를 가릴 심산으로 만든 불기둥은 오소마츠와 경찰을 가리고 높이 솟아올랐다

오소마츠가 움직이지 않는 다리를 질질 끌었다. 오소마츠는 필사적으로 방탄 소재로 만들어진 방패를 들고 홀로 야쿠자를 보호하고 있는 경찰에게 다가갔다. 아니, 다가가려고 했다.


“!!”

무엇이 부족했는지 오소마츠가 세운 불기둥은 순식간에 카라마츠의 물에 먹혀 사라졌다. 이를 뿌득 갈며 오소마츠가 다시 불을 피우기 위해 모든 힘을 손바닥에 집중시켰다. 하지만 아직 힘의 컨트롤이 능숙하지 않은 오소마츠는 조금 전 피운 불기둥에 거의 모든 힘을 잃은 후였다. 온몸을 흐르고 있는 아주 미약한 힘의 찌꺼기를 끌어 모으는 오소마츠를 카라마츠는 당연히 기다려주지 않았다. 오소마츠 한 사람을 가볍게 삼킬 수 있는 커다란 물방울이 카라마츠의 위에 떴다. 닥쳐올 공격에 오소마츠가 절망하며 입술을 깨물었다.


빨리!!’

스스로 독촉하며 남은 힘을 끌어 모은 오소마츠가 카라마츠에게 달려들려는 순간, 커다란 물방울은 오소마츠를 빗겨가 경찰과 야쿠자를 잡아먹었다.


, 아저씨!!!”

아무런 능력도 없는 경찰과 야쿠자는 당연히 카라마츠의 물 속에서 괴롭게 몸부림쳤다. 아직 이름도 듣지 못한 경찰을 오소마츠가 불렀지만, 그 목소리는 닿지 못했다. 물 하나 없는 지상에서 경찰과 야쿠자는 공기 방울을 뱉어내며 서서히 죽어가고 있었다.


, 라마츳!!!”

대체 어디에 그런 힘이 남아있었는지 오소마츠도 깨닫지 못했다. 피를 쏟아내는 다리를 움직여 카라마츠를 공격해 집중을 흐트러뜨리고, 자신의 거대한 불을 카라마츠의 물에 덧씌웠다. 카라마츠도 바로 물과 얼음으로 오소마츠를 공격했지만, 오소마츠의 분노를 머금고 뜨겁게 타오르고 있는 시뻘건 화염의 상대가 되지 않았다. 자신의 공격이 오소마츠에게 닿지 않자, 주춤한 카라마츠가 힐끗 시선을 돌리더니 수중기를 피워 오소마츠의 시야를 가렸다. 두 번 당할까 보냐, 하는 심산으로 오소마츠가 발 밑에 불꽃을 피웠다. 주변으로 순식간에 뻗어나간 불꽃은 카라마츠가 퍼뜨린 수중기를 태워 없앴지만, 이미 카라마츠의 모습은 사라진 뒤였다


또 다시 눈앞에서 카라마츠를 놓친 오소마츠가 땅에 주저앉아 바닥에 주먹을 내리꽂았다.

 

 

 

 

 

 

4.

 

흰 천을 쓰고 구급차에 실리는 야쿠자의 시신에 눈을 돌렸다. 카라마츠의 물 속에 갇힌 야쿠자는 온 몸을 비틀며 발버둥쳤고, 기회를 놓치지 않은 저격수의 총알에 머리를 뚫리고 즉사했다. 고통으로 비틀려 이마 한 가운데에 커다란 구멍을 새긴 야쿠자의 얼굴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다. 야쿠자의 시신을 실은 구급차가 현장을 떠나자, 가려져 있던 또 한 대의 구급차가 보였다. 긴급 인공호흡을 하며 바퀴 달린 침상에 옮겨진 경찰 아저씨의 모습에 마음 속의 뭔가가, 무시할 수 없는 뭔가가 끓어올랐다. 부글부글, 끓어오른 물에 눌러두었던 냄비 뚜껑이 흔들렸다.


카라마츠는,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사람을 죽이려 했다.


야쿠자는 저격수의 총알에 살해당했다. 하지만, 카라마츠의 능력으로 익사하기 일보직전의 상태였다. 야쿠자뿐 아니라 경찰 아저씨까지 물 속에 가둬 움직임을 봉하고 천천히- 죽어가고 있는 두 사람을 가만히 응시하고 있었다. 떨리는 입술을 깨물어 동요를 감추고 고개를 숙였다.

카라마츠는, 내 기억 속의 카라마츠는 항상 상냥하게 웃는 녀석이었다. 형제 싸움으로 제 몫을 챙기지 못하는 녀석에게 기꺼이 제 것을 양보하는 다정한 녀석이었다. 부드럽게 나를 부르며 수줍게 웃는, 그런 녀석이었다

카라마츠와 대면할수록 괴리가 점점 커져간다. 두려울 정도로, 카라마츠는 내 기억 속의 카라마츠와 달랐다. 절대 뛰어넘을 수 없는 절벽이 내 눈앞에 놓인 것 같았다


카라마츠는…. 

내가, 기억하는 카라마츠는 대체 어떻게 된 걸까

조금 전까지 내가 싸웠던 카라마츠가 정말 카라마츠가 맞을까

부정하고 싶다

아니라고, 그건 카라마츠가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하지만, 내가 싸웠던 사람은 틀림없는 카라마츠이고, 나 자신이 치를 떨 정도로 그것을 확신하고 있다.

이대로 놔둔다면…. 카라마츠를 되찾는 것이 조금이라도 늦어진다면….


카라마츠는 정말로 돌아올 수 없는 길을 건너고 만다.


건널 수 없는 절벽 너머에 있는 카라마츠는 아슬아슬하게 절벽 끄트머리에 발을 걸치고 흔들리는 환상과 더불어 시야가 흐려졌다. 가빠지고 얕아진 호흡에 초점이 흔들린다. 눈앞에 있는 아스팔트 바닥에서 검은 손이 뻗어 나와 다리를 붙잡았다. 피투성이가 된 얼굴의 카라마츠가 빙긋이 웃었다. 공허한 눈동자가 나를 보며 귀까지 찢어진 입을 끌어올리고 원망을 섞어 큭큭거린다.


전부 너 때문이야.


헛웃음이 호흡을 채웠다.

 

 

 

 

 

 

5.

 

차가 멈추자마자 문을 열어젖혔다. 폭탄이라도 맞은 것처럼 엉망이 된 도로 한 가운데, 오소마츠 형이 서 있었다. 바쁘게 움직이며 사상자를 옮기는 경찰들, 「관리국」국원들 사이에서 멍청히 오소마츠 형이 서 있었다. 시끄럽게 울리는 구급차의 사이렌 소리도 들리지 않는지, 허공을 응시한 오소마츠 형이 모든 것을 포기한 얼굴로 웃음을 흘렸다

마치 이미 죽은 자가 살려고 발버둥치는 산 자를 비웃는 것 같이…. 

그 섬뜩한 미소에 다리를 멈출 뻔 했다. 온 몸을 기어 올라온 소름을 애써 떨쳐내고 오소마츠 형에게 달려들어 시체처럼 차갑게 식은 오소마츠 형의 몸을 껴안았다. 이미 반쯤 우는 얼굴로 따라 달려온 토도마츠도 오소마츠 형의 등에 달라붙어 훌쩍이기 시작했다.


, 오소마츠 형.”

“….”

우리가 달려들어도 미동도 하지 않는 오소마츠 형의 모습에 털어냈던 소름이 다시 온몸을 휘감았다. 가볍게 오소마츠 형의 어깨를 흔들어도 형의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처음 보는 오소마츠 형의 모습에 참을 수 없는 공포가 고개를 들었다. 온몸의 땀구멍에서 식은땀이 흘러나와 옷을 적셨다. 초조하게 다시 오소마츠 형!!” 하고 불렀지만, 오소마츠 형의 부드러운 손길은 내려오지 않았다.


오소마츠 혀엉~, 오소마츠 혀엉…. 오소마츠 형!”

결국 완전히 울음을 터뜨린 토도마츠가 오소마츠 형의 등에 매달려 오소마츠 형을 불렀다. 중간중간 히끅- 하고 딸꾹질을 하며 오소마츠 형을 부르는 토도마츠의 목소리가 멈추지 않고 이어졌다

콧물까지 흘리며 우는 토도마츠를 달랠 여유는 없었다. 이대로 오소마츠 형을 잃는 것이 아닐까 하는 불안이 목구멍을 붙잡고 숨쉬지 못하게 조였다. 떨리는 숨을 내뱉으며 오소마츠 형의 팔을 잡아 흔들었다.


오소마츠 형….”


제발

대답해 줘

항상 그랬던 것처럼 ~?” 하고 웃으면서 쓰다듬어 줘

오소마츠 형!


….”

토도마츠를 따라 터져버린 눈물을 소매로 숨기고 흐느낌을 참는 내게 따뜻한 손이 내려왔다.


“…!!!”

“…이치마츠, 토도마츠.”

““…, 소마츠 혀엉~!!!””

눈을 가늘게 뜨고 다정한 미소를 머금은 오소마츠 형의 얼굴을 본 순간, 참았던 울음이 봇물 터지듯 흘러 나왔다. 오소마츠 형의 가슴과 등에 매달려 숨을 몰아 쉬며, 고장난 수도꼭지마냥 눈물 흘리는 우리를 오소마츠 형이 마주 안아주고 토닥였다. -, - 가벼운 두드림과 함께 오소마츠 형의 온화한 음성이 귓가에 울렸다.


울보네-, 우리 이치마츄~랑 토도마츄~.”

가슴을 녹이는 오소마츠 형의 장난기 섞인 목소리에, 우리의 울음은 그 이후로 한참 동안 이어졌다.

 

 

 

, 아파.”

나는 목.”

울음을 그치고 오소마츠 형에게서 떨어져 뻑뻑한 눈을 비볐다. 토도마츠도 목을 감싸 쥐고 켈룩- 하고 작은 기침을 내뱉었다. 얼마나 울어댔는지 정확히는 알 수 없었지만, 어수선하던 주변이 어느 정도 정리되어 있는 것을 보아 제법 오랫동안 울고 있었던 것은 확실했다

나와 토도마츠의 가이딩으로 완전히 정상으로 돌아온 오소마츠가 가벼운 웃음을 흘리며 우리 머리를 쓰다듬었다.


오소마츠 형, 카라마츠 형 만났어?”

오소마츠 형의 표정을 살핀 토도마츠가 가만히 물었다. 토도마츠의 머리에서 손을 내린 오소마츠 형이 쓴웃음과 함께 눈썹을 내렸다.


미안해, 토도마츠. 횽아, 이번에도 카라마츠랑 다른 녀석들 데려오지 못했어.”

“….”

미안, 이치마츠. 쥬시마츠도, 데려오지 못하고.”

별로, 괜찮아. 오히려 한 번에 데려오는 게 더 이상하달까….”

말이 없는 토도마츠에게서 눈을 돌려 나를 향해 말하는 오소마츠 형은 죄인 같았다


미안해할 필요 없는데…. 


또 다시 모든 것을 홀로 끌어안고 혼자 괴로워하고, 혼자 슬퍼하는 오소마츠 형의 모습에 가슴이 아파져서 고개를 숙였다. 오소마츠 형을 좀 더 제대로 도와줄 수 없는 자신이 혐오스러웠다. 정신이 아득해질 정도로 오소마츠 형은 무리하고 있는데도, 자신이 센티넬이라는 것을 싫어하면서 훈련을 반복하고 있는데도…. 한심한 나는, 오소마츠 형이 짊어진 수 많은 짐 중, 단 하나라도 대신할 수 없음에 절망했다.


됐으니까, 오소마츠 형은 먼저 자기 자신부터 챙겨!”

“…토도마츠….”

스스로를 혐오하고 증오하며, 오소마츠 형의 슬픈 미소에 그 어떤 위로의 말도 건네지 못하는 나와 달리 토도마츠는 작은 한숨과 함께 오소마츠 형을 꽉 껴안았다. 우리가 자기를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는지 눈을 크게 뜨고 놀라는 오소마츠 형을 응시한 토도마츠가 잔잔한 미소를 피웠다. 토도마츠의 미소에 오소마츠 형도 안심한 얼굴로 긴장을 녹이고, 깊은 숨을 내쉬며 가느다란 미소를 머금었다.


“…나도, 걱정하고 있으니까.”

죽을 것 같았지만, 빌딩에서 뛰어내릴 용기를 가불해 오소마츠 형에게 다가갔다. 피가 묻은 붉은 후드를 손에 쥐고 작게 말했다. 들리기나 할까 싶을 정도로 작은 목소리였지만, 오소마츠 형은 입가에 옅은 미소를 띄우고 조용히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이치마츠, 토도마츠.”

““?””

오소마츠 형의 부름에 고개를 들었다. 오소마츠 형의 얼굴에 흐르던 미소는 이미 사라져있었다.


앞으로 절대로, 카라마츠나 쥬시마츠, 쵸로마츠에게 접근하지 마. 우연히 만난다고 해도, 절대로 가까이 가지 마. 단 한 순간이라도 접촉하지 마. 알겠지?”

그게 대체 무슨 말이냐고, 따지고 싶었다. 하지만 목구멍까지 올라온 의구심은 입 안에서 맴돌다 다시 맥없이 뱃속으로 흘러 들어갔다.



울 것 같은 얼굴을 한 오소마츠 형에게 고개를 가로젓는 일은 할 수 없었다.

 

 

 

 

 

 

6.

 

알싸하게 퍼지는 약품 냄새에 나도 모르게 눈썹을 찌푸렸다. 안내 데스크에서 간호사와 실랑이를 벌인 토토코가 한숨을 내쉬고 내 앞으로 걸어왔다.


생명에 지장은 없대. 무사하대, 오소마츠 군.”

“…그래.”

토토코의 말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동시에 찾아온 죄책감에 혀를 찼다

내게 안도할 자격은 있을까, 아니 지금 여기에 있을 자격이나 있을지 모르겠다

자기를 죽이려 했던 자의 이라는 사람이 문병을 온다

무슨 막장 드라마도 아니고….


병실엔, 안 가봐도 괜찮겠어?”

그럼 가자, 고 의자에서 몸을 일으킨 내게 토토코가 조심스레 물었다. 안타깝다는 얼굴로 눈썹을 찌푸리고 나를 보는 토토코에게 밝은 미소로 답했다.


! 경찰 아저씨가 무사한 걸 알았으니까. 괜찮아!”

습관적으로 코 밑을 문지르는 나를 보며 토토코의 얼굴이 굳었다. 금붕어처럼 입을 뻐끔거리더니 곧 한숨을 내쉬며 말하는 것을 포기한 토토코가 내 옆에 섰다.


그럼 가자.”

.”

입원 환자의 보호자를 위한 휴게실을 나와 출구를 향해 걸었다. 무겁게 마음을 짓누르고 있는 짐이 조금은 가벼워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빨리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과 함께 이치마츠와 토도마츠가 그리워졌다. 조금 전까지 함께 있었는데…. 나도 참 심각한 브라콤이구나, 하고 새삼 깨닫고 피식- 웃음을 흘린 순간 뒤에서 팔을 붙잡혔다.


“!?”

, 죄송합니다.”

놀라 재빨리 손을 뿌리치고 뒷걸음쳐 상대와 거리를 띄웠다. 험악하게 자신을 보는 내게 사과를 건넨 것은 내 또래의 젊은 청년이었다.


“…누구?”

, 역시 기억 못하시는군요. …, 군사 시설에서….”

“….”

쓰게 웃으며 짧은 머리를 긁적이는 청년의 말에 주먹을 쥐었다. 그는, 군사 시설에 있던 어린 군인이었다


그리고…, 카라마츠가 죽이려 했던 경찰 아저씨의, 아들이었다.


“….”

혹시나 해서, 붙잡고 말았습니다. 놀라게 해서 죄송합니다. 다만,….”

“….”

감사하다는 말은 꼭 전하고 싶었습니다. 정말로 감사합니다. 저희 아버지의 목숨을 구해주셔서.

 

감사? 내게 감사라니…. 

무슨 감사?

카라마츠를 구할 생각으로 머릿속이 가득했던 나는 감사를 받을 자격도 없는데.

녀석들이 아닌 타인을 구할 생각 따위 손톱에 낀 때만큼도 없었는데….

 

어린 군인은 자신이 막 감사하다는 말을 전한 녀석의 친동생이 제 아비를 죽이려고 했던 것을 알지 못한다. 마음이 압착기에 눌려 짓이기는 것 같았다. 나를 마치 TV 속에 나오는 영웅(히어로)를 보듯 바라보는 군인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머리가 굴러가지 않았다. 멍청히 입을 벌리고 있는 내 팔을 토토코가 툭 쳤다. 그제야 혼란에 잠긴 이성을 간신히 붙잡고 아니요. 별 말씀을요.” 하고 형식적인 대답을 건넸다. 어린 군인은 빙긋이 웃고는 그럼, 조심히 들어가세요.” 하고 허리를 숙였다. 내게서 멀어지는 어린 군인의 뒤를 뭔가에 홀린 것처럼 뒤따랐다. 토토코가 나를 불렀지만, 당장은 그 누구의 목소리도 내게 닿지 못했다. 천천히 무거운 발을 옮겨 어린 군인이 들어간 병실을 들여다보았다


활짝 열린 문 너머, 침대에 누운 경찰 아저씨와 그의 아들인 어린 군인이 서로를 보고 활짝 웃었다. 그 옆에 앉아있던 중년의 여성도 자애로운 미소와 함께 어린 군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병원이라는 장소만 무시한다면, 정말로 평범한 화목한 가정의 일상적인 모습이었다

금술 좋은 부모님과 부모님의 사랑을 듬뿍 받은 자식

화목한 가정.


항상 바라왔던, 가장 원했던 모습이었다.


눈가가 촉촉해지는 것을 느끼고 고개를 돌렸다. 조금이라도 방심하면 쏟아질 것 같은 눈물을 참아내며 입술을 씹었다

다정한 엄마와 조금은 엄하지만 마찬가지로 자상한 아빠와 카라마츠, 쵸로마츠, 이치마츠, 쥬시마츠, 토도마츠가 함께 먹었던 밥. 그리운 엄마의 밥 맛이 입 안에 맴돌았다. 매일 밖에 나가 뛰놀며, 이야미나 치비타에게 짓궂은 장난을 쳤던 과거로 돌아가고 싶다

녀석들이 옆에 있고, 내 모든 것을 책임져주는 부모님이 살아있는 과거가….


오소마츠 군.”

“…가자! 토토코.”

“….”

토토코와 함께 다시 출구로 발을 돌렸다. 이 힘이 없었다면 우리 가족도 저렇게 화목한 일상을 보내고 있었겠지. 카라마츠도, 쵸로마츠도, 쥬시마츠도 내 곁에 있었겠지. 부모님도 살아계셨을 것이고, 이치마츠와 토도마츠가 원하지 않았던 등록을 하지 않아도 됐겠지.


이딴 힘…, 바라지 않았어.


토토코가 눈치채지 않게 작게 이를 갈았다.

 

 

 

오소마츠 군, 미안해. 잠깐만 기다려줘.”

시끄럽게 울어대는 스마트폰을 손에 든 토토코가 미안하단 얼굴로 말했다. 알겠다고 고개를 끄덕인 뒤, 가로수에 등을 기댔다. 「관리국」에서 보내줄 차를 기다리며 발치에 놓인 돌을 찼다. 오늘은 너무 많은 일이 있었다. 빨리 돌아가 씻고 자고 싶다.


안녕하세요!”

“…?”

불쑥 얼굴을 들이민 남자 덕분에 어깨를 튀며 눈썹을 찡그렸다. 정말로 지쳤는지 누가 다가오는 인기척조차 감지하지 못했다. 노골적으로 적의를 드러내고 남자를 노려보자, 남자는 사람 좋게 웃으며 주머니에서 작은 수첩을 꺼내 쥐었다.


저는 소나무플래닛다나카라고 합니다.”

“….”

오늘 일어난 사건에서….”

“…저는 할 말 없습니다. 「관리국」에 물어보시죠.”

싸늘히 내뱉고 고개를 돌렸다. 이런 류의 기자들은 일절 무시하라는 「관리국」의 규칙에 따라 입을 굳게 다물고 자신을 다나카라 소개한 남자에게서 시선을 돌렸다. 이쪽의 태도를 보고 알아서 물러날 법도 하건만, 남자는 여전히 내 옆에 서 있었다.


그러지 말고, 현장에 계셨잖아요? 역시 이번 사건은 팔콘이 저지른 거죠?”

“….”

협력 받던 증인이 살해되었다고 들었습니다만, ‘팔콘의 누가 죽였나요? 아직 정체가 드러나지 않은 리더일 리 없고, 염력으로 유명한 리퍼’? 아니면,…”

오소마츠 군!”

제멋대로 떠들어대기 시작한 남자를 어떻게 떼어낼까 생각하고 있는데 토토코가 나를 외치며 이쪽으로 달려왔다. 바로 남자의 정체를 파악한 토토코가 나와 남자 사이를 가로막고 서서 남자를 싸늘하게 응시했다.


곧 차 올 거야.”

….”

내 팔에 팔짱을 낀 토토코가 남자를 무시하고 말했다.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자 무시당한 것이 불쾌했는지 남자가 얼굴을 구기고 토토코를 노려보았다. 무슨 일을 저지른다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남자를 경계했다. 토토코의 말대로 차는 1분도 지나지 않아 우리들 앞에 멈췄다.


타자.”

.”

조수석에 탄 토토코에 이어 나도 뒷좌석의 문을 연 순간, 남자의 경박한 목소리가 고막을 내리쳤다.


그러고 보니 있었지. ‘팔콘에 당신과 똑같은 얼굴을 한 녀석이. 뭐야, 당신도 한 패?”

이성이 끼어들 겨를도 없이 남자의 멱살을 잡았다.


오소마츠 군! 그만!!”

“….”

차에 들어가 있어.”

빠른 몸놀림으로 토토코가 차에서 내려 남자의 멱살을 잡고 있는 내 손을 감쌌다. 지그시 응시하는 토토코의 눈길에 마지못해 손의 힘을 풀었다. 힘없이 늘어진 손에 한숨을 내쉬며 차에 탔다. 남자는 경멸스러운 얼굴로 비열한 웃음을 피우고 나를 쳐다보았다.


당신, 뭘 하고 싶은지 모르겠지만 말이야.”

우왓!?”

토토코가 목소리를 낮게 깔고 남자의 멱살을 잡았다. 이미 차에 탄 나에게 잘 보이지 않았지만, 험악한 얼굴을 하고 있는지 토토코의 얼굴을 본 남자의 표정이 굳었다.


“‘팔콘은 단순히 특종 하나 잡겠다고 들쑤셔 볼만한 우스운 단체가 아니라고. 끔찍한 꼴로 뒤지고 싶지 않으면 지금 당장 손 떼는 게 좋을 거야.”

낮고 작은 목소리로 확실하게 협박조의 말을 한 토토코가 거칠게 남자의 멱살을 놓았다. - 하고 옷이 흔들릴 정도로 세게 손을 뿌리친 토토코가 조수석에 타자마자 차는 미련 없이 남자의 옆을 떠났다.


가끔 저런 멍청이들이 있어. 신경 쓰지 않아도 괜찮아, 오소마츠 군.”

“…하지만, 저 자식, 카라마츠에 대한 걸.”

그건 그냥 떠보기야. 게다가 설사 카라마츠 군에 대한 걸 알고 있다고 해도 보도하지 못해. 범죄자라고 해도 그 신원을 밝히는 건 「센티넬-가이드 인권 위원회」에서 금지하고 있으니까. 세계적인 웃음거리가 되고 싶지 않는 한, 저자가 카라마츠 군의 정체를 밝히는 일은 없어. 그리고 혹시 모르니까 감시도 붙일 테니까.”

“….”

정면을 응시하며 건조하게 말하는 토토코를 힐끗 보고 고개를 돌려 창 밖을 응시했다. 짙게 코팅된 창문에 검은 풍경이 스쳐 지나갔다. 지금 자신이 대체 무슨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조차 파악할 수 없었다. 그저, 빨리 이치마츠와 토도마츠의 얼굴을 보고 싶다고. 그렇게 생각하며 답답한 호흡을 내쉬었다.

 

 

 

일주일 후, 뉴스에 자택에서 살해된 언론인에 대한 소식이 흘러나왔다. 뉴스에 떠오른 언론인은 일주일 전, 카라마츠에 대한 질문을 했던 바로 그 남자였다.

 

 

 

 

 

 

7.

 

관리국 보고서 #3

이름 : 마츠노 카라마츠

소속 : 팔콘, A급 범죄자

등급 : 센티넬 A등급 추정

능력 :

-      물을 자유자재로 다루며, 순식간에 기화시켜 시야를 가리거나 폭발에 이용할 수 있는 것으로 보임.

-      순식간에 물을 얼려, 날카로운 얼음을 이용해 공격함

-      주변에 강이나 호수와 같은 수원이 없어도 대지와 공기 중에 녹아있는 수분을 모아 이용할 수 있는 것으로 보임.

-      능력의 활용이나 공격성 등으로 보아 매우 위험한 능력으로 사려됨.

l  형제 마츠노 오소마츠와 접촉하고도 공격을 하는 것으로 보아 팔콘에 절대적으로 충성하고 있으며, 이는 약물과 정신 조작에 의한 반복된 세뇌에 의한 것으로 추정됨.

 

 

 

이름 : 마츠노 쥬시마츠

소속 : 팔콘, B급 범죄자

등급 : 센티넬 B등급 추정

능력 :

-      주로 지반을 움직이는 능력을 보임

-      주변의 흙이나 대지를 조작 가능한 것으로 추정

-      범죄에서 팔콘의 도주로를 만들거나 땅을 뚫어 탈출을 도움

-      눈에 띄는 공격 능력은 없는 것으로 보임

l  형제 마츠노 오소마츠와 접촉하고도 공격을 하는 것으로 보아 팔콘에 절대적으로 충성하고 있으며, 이는 약물과 정신 조작에 의한 반복된 세뇌에 의한 것으로 추정됨.






*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다음편은 다다음주 주말(5/6-7)에 올리겠습니다^^


* 댓글로 이번 형식이 보기 편한지, 이전 방식이 편한지 의견 남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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