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편입니다!


* 주의) 잔인하고 고어적인 표현이 있을 수 있습니다.


* 주의) 캐붕이 있을 수 있습니다.


* 공미포 7,925자.  오탈자는 추후 수정하겠습니다.



* 부족한 글이지만 재미있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1.

 

TV 화면에 흐르는 뉴스를 보며 문득 깨달았다

「관리국」에 등록한 후로 죽음이란 것을 자주 접하게 되었다는 것을

센티넬임을 숨기고 일반인으로서 살아왔던 시절엔 죽음따위 한 번도 제대로 본 적도, 생각해 본 적도 없었는데…. 

그리 먼 과거가 아닌데도 그 평화로웠던 나날이 마치 꿈처럼 느껴졌다

매일이 훈련과 출동의 반복. 죽지 않기 위해 훈련을 했고, 출동을 나서면 꼭 누군가가 눈 앞에서 죽어갔다

함께 훈련을 했던 친숙한 얼굴이 출동 다음 날은 보이지 않았다

나도 눈치채지 못하는 사이에 죽음은 내 발치에 똬리를 트고 호시탐탐 나를 덮칠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아무리 토토코라도 해선 안 되는 말이 있어.”

오소마츠 군이야말로 현실을 외면하지 마. ‘다나카의 죽음에는, 카라마츠 군이 관련되어 있어.

“….”

토토코에게서 시선을 돌려 고개를 숙이고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내쉬었다

가슴 속에서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초조함에 입술 안쪽을 잘근잘근 씹었다

이미 몇 번이고 시달린 연한 살은 곧 톡- 하고 터지며 진한 피를 뱉어냈다

입 안에 퍼지는 핏물을 삼키고 고개를 들었다.


오소마츠 군.”

토토코는 올곧은 눈으로 조용히 나를 응시했다

강직한 그 눈이 나를 비난하는 것처럼 느껴져 가슴이 조였다

조금이라도 방심하면 흘러나올 것 같은 눈물을 억지로 참아내고 떨리는 숨을 내쉬었다.


“…카라마츠 군은, 아니 카라마츠 군 뿐만 아니라 쵸로마츠 군과 쥬시마츠 군은 강하게 세뇌되어 있는 상태야.”

“….”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이 옳은 일인지 나쁜 일인지 전혀 생각하지 않아. 사이비 종교에 심취한 광신도처럼 오로지 「팔콘」에 이득이 되는 일만을 하고 있는 거야. 그 과정에서 생기는 인명피해조차 무시할 정도로….”

“….”

토토코의 말에 그럴 리 없잖아라고 단언하지 못하는 자신이 혐오스럽다

나는 마음 속 한 구석에서 그럴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있다

카라마츠와 몇 번이고 부딪치면서, 그 싸늘한 눈초리를 몇 번이고 마주하면서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다


카라마츠는 이미 사람을 죽였을지도 모른다, 외면하고 싶은 잔인한 진실을….


왜 이렇게 된 걸까? 카라마츠

그렇게나 상냥했던 너는, 이제 없어진 거야

그렇게나 여리고 상냥했던, 귀여운 동생이었던 너를 만날 수 없는 걸까

카라마츠….


“…토토코.”

.”

, 세뇌에 대해 더 자세히 말해줘.”

“…괜찮겠어?”

.”

이 모든 일을, 카라마츠와 다른 녀석들을 이렇게까지 망가뜨린 녀석을 절대로 용서할 수 없다

그 자식이 무슨 짓을 했는지 처음부터 끝까지, 낱낱이 파헤치지 않으면 이성을 유지할 자신이 없었다

그렇게나 착했던 카라마츠가, 쥬시마츠가 「팔콘」 따위의 범죄 집단을 돕는 이유를…, 무슨 일이 있어도 나는 알아야 했다

나는 녀석들의 이니까….

 

토토코는 잠시 눈썹을 찌푸리고 망설이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팔콘」은 조직 내의 감시계 능력자를 이용해 아직 자각하지 않은 센티넬이나 가이드를 납치해. 자각하지 않은 센티넬이나 가이드는 어리니까 조종하기 쉽거든. 그리고 조직 내에 감금하고 폭력과 약물을 이용해 정신을 망가뜨리고, 정신계 능력자가 세뇌를 반복하는 거야. 세뇌 당한 피해자들은 절대로 「팔콘」을 배신하지 못해. 게다가 피해자에게 수시로 각성제를 투여해서 인위적으로 센티넬의 등급을 올려.”

“…그래.”

꼭 물 속에 빠진 것처럼 팔다리가 둔하게 움직였다

온몸을 흐르는 피가 뜨거워지는 것이 느껴졌다

차분해진 머릿속에 아무런 생각도 떠오르지 않는다

좀 더, 화가 치밀어 오를 것이라 예상했는데…. 

자신의 감정에 위화감을 느끼며 토토코를 바라보았다.


“…토토코?”

“…, ….”

눈이 마주친 순간, 토토코의 몸이 크게 튀었다

굳은 표정으로 한 발자국 뒤로 떨어져 내게서 거리를 두는 토토코의 모습에 고개를 기울였다

토토코는 슬그머니 시선을 돌리고 주춤거리더니 할 일이 생각났다며 자리를 떴다.

 

 

 

토토코가 떠나고 텅 빈 방에 남아 고개를 들었다

한 시라도 빨리, 녀석들을 구해야 한다. 설령 싸우는 한이 있더라고


― 녀석들을 상처 입히는 한이 있더라도


반드시, 그 개자식의 손아귀에서 녀석들을 구해낼 것을 다짐하고 되뇌었다


― 무슨 일이 있어도,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2.

 

입구가 막힌 은행에서 시작된 커다란 알람 소리가 거리로 울려 퍼졌다

거대한 흙더미에 둘러싸인 은행 밖에 겹겹이 경찰차와 「관리국」 차량이 은행을 둘러쌌다

경찰과 「관리국」은 거리에 서성이던 민간인들을 안전한 곳으로 빠르게 피신시켰다

염동력을 가진 센티넬의 힘으로 입구를 막고 있던 흙더미가 치워지고, 「관리국」 소속 센티넬들이 단번에 은행 안으로 뛰어들어갔다

곧이어 텅 빈 거리에 굉음을 동반한 폭발로 은행의 입구를 비롯한 전면이 으스러졌다

길가에 불탄 지폐와 건물의 파편이 흩날렸다

오소마츠는 아무런 가치도 없는 종이쪼가리가 되어버린 지폐를 짓밟고 눈 앞에 서 있는 동생을 뚫어지게 쳐다봤다.


카라마츠.”

센티넬과 센티넬의 싸움으로 아수라장이 된 은행 안에서 사람의 비명소리와 물체가 일그러지는 소리가 났다

절로 사람을 불편하게 만드는 소음조차 차단한 채, 오소마츠가 자신의 동생을 불렀다

공기 중에서 수분을 모아 이미 거대한 물덩어리를 만든 카라마츠가 아무런 감정도 섞이지 않은 차가운 눈으로 오소마츠를 마주보았다

제 형의 부름에도 카라마츠는 대답조차 들려주지 않았다

일렁이는 물덩어리가 순식간에 날카로운 얼음 조각으로 변했을 때, 오소마츠는 재빠르게 자신의 손에 불꽃을 피웠다

송곳처럼 날카로운 고드름을 피하며 오소마츠가 불덩이를 날리면 카라마츠가 재빨리 물의 장벽을 펼쳤다

어느새 주변의 혼란에 녹아 든 오소마츠와 카라마츠는 서로를 으로 인식한 채, 격렬한 전투를 이끌고 있었다

오소마츠의 뒤에서 「관리국」의 센티넬들이 맹공격을 펼쳤다

카라마츠의 뒤에선 「팔콘」의 센티넬들은 비열한 웃음을 흘리며 자신들의 잔혹성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었다

거대한 두 세력이 충돌하는 가운데에 오소마츠와 카라마츠가 있었다.

 

카라마츠!! 이쪽으로 돌아와!!”

카라마츠가 날린 얼음을 피하며 오소마츠가 간절히 외쳤다

이미 몇 번이고 외쳤던 부탁은 여전히 카라마츠의 귀에 닿지 않았다

지겹다는 얼굴로 콧방귀를 뀐 카라마츠가 다시 공격을 준비하며 말했다.


아직도 그 소리인가? 한심하기 짝이 없군.”

오소마츠는 카라마츠가 전열을 다듬어 다시 공격을 하기도 전에 커다란 불꽃을 일으켜 카라마츠에게 돌진했다

제가 공격하기도 전에 다가오는 오소마츠의 공격에 카라마츠가 놀라며 뒷걸음질쳤다.

코 앞까지 다가온 오소마츠의 주먹을 아슬아슬하게 피한 카라마츠가 이를 뿌득- 갈며 오소마츠를 날카롭게 노려보았다

불끈 쥔 주먹에 새빨간 불길을 일으킨 오소마츠가 숨을 들이마셨다.


정 이 횽아 말을 안 듣겠다면, 힘으로라도 널 데려올 거야.”

붉은빛이 오소마츠의 눈동자에서 남실댔다

오소마츠는 스스로를 막고 있던 망설임을 버릴 것을 각오했다

무의식 중에 그어둔 제한선을 넘어서는 것을 오소마츠는 더 이상 두려워하지 않았다

오소마츠가 자신을 위해 무엇을 버렸는지 알 리 없는 카라마츠는 어이없는 비웃음과 함께 고개를 기울였다.


이제 와서 그런 말을 하다니, 정말로 한심하군. 게다가 제 뜻대로 안 되니 협박하는 건가? …정말이지 구제불능이군.”

카라마츠는 서늘한 눈초리로 다시 공격을 준비했다

어리석고 한심한 눈 앞의 적을 완전히 말살하기 위해 전력을 모은 카라마츠의 옆에 지금까지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거대한 물덩어리가 흔들리며 물결쳤다

울렁거리는 물덩이에서 총알처럼 작은 물방울들이 빠른 속도로 날아갔다

- 소리를 울리며 바닥에 부딪친 물방울은 대리석 바닥에 깊숙한 흔적을 만들고 사라졌다

마치 진짜 총에서 발사된 총알처럼 가공할 위력을 가진 물방울을 헤집고 오소마츠가 땅을 박차고 뛰어올랐다

보호막처럼 온몸을 새빨간 화염으로 감싸고 카라마츠에게 뛰어든 오소마츠가 망설이지 않고 일순 생겨난 카라마츠의 틈을 예리하게 파고들었다

허점을 찌르는 불길을 카라마츠는 피하지 못했다. “크흑!” 하고 고통스러운 신음이 앙다문 이 사이로 새어 나왔다

반사적으로 몸을 틀어 급소는 피했지만, 오소마츠의 불꽃에 닿은 카라마츠의 왼쪽 팔은 검붉은 피를 뚝뚝 흘리며 탄내를 풍겼다

너덜너덜해진 검은 후드가 짙게 물들었다

새까맣게 타버린 피부가 피와 함께 질척한 덩어리를 이루고 바닥으로 떨어졌다

질퍽하게 땅에 떨어진 살의 파편과 공기에 노출된 붉은 살갗이 주는 고통에 카라마츠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심각한 화상을 입은 카라마츠의 팔을 본 순간, 또 다시 공격 하려던 오소마츠의 발이 멈췄다

이미 각오했던 상황임에도 오소마츠는 입술을 깨물며 망설임에 붙잡혔다.


한 번만 더 공격하면, 카라마츠를 쓰러뜨리면 다시 되돌릴 수 있는데…. 

머리 한 구석에서 어린 카라마츠가 울며 오소마츠의 발길을 붙들었다

아프다고, 괴롭다고, 울부짖는 어린 카라마츠의 환상에 오소마츠가 이를 갈았다.


공격해!! 공격 하라고!!!’

자신을 매도해보지만, 몸은 생각대로 움직여주지 않았다

눈 앞에 부상당한 카라마츠를 보고도 공격하지 못하는 제 꼴을 저주하고 욕설을 퍼부으면서도 오소마츠는 카라마츠를 공격할 수 없었다.


놓치는데…. 공격을 안 하면 놓치고 마는데….’

지긋지긋한 망설임이 오소마츠의 손에 피어 오른 불꽃을 좀먹었다

서서히 그 힘을 잃어가는 불길을 카라마츠가 눈치채지 못할 리 없었다

끔찍한 화상의 고통을 잠시나마 억누른 카라마츠가 날카로운 얼음 조각을 만들어내 오소마츠를 향해 날렸다.

 

““오소마츠 형!!””

은행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오소마츠가 눈을 크게 떴다

오소마츠의 불길이 다시 힘을 되찾고 저를 향해 날아오는 얼음 조각을 깔끔하게 녹여 없앴다

아수라장 가운데서도 오소마츠는 목소리가 들려온 방향을 헤매지 않았다

은행 밖, 경찰들이 만든 안전선 밖에서 토도마츠와 이치마츠가 애타게 오소마츠를 부르짖고 있었다.


망설이지 마!! 카라마츠 형을 다시 데려오는 거 아니었어!!”

은근히 자랑하던 귀여운 얼굴을 잔뜩 뭉그러뜨리고 외치는 토도마츠의 모습에 오소마츠가 가는 웃음을 흘렸다

오소마츠는 다시 카라마츠를 바라보았다

더 이상 흔들리지 않는 강인한 눈빛으로 불꽃을 피운 오소마츠는 각오를 다졌다.


모든 것을 버릴 각오를.


한 번만 더, 마지막 공격을 할 각오를 다진 오소마츠가 불꽃을 일으켰다

한 발 한 발 카라마츠에게 다가가는 오소마츠를 올려다본 카라마츠가 눈썹을 찌푸렸다

오소마츠를 쓰러뜨리기 위해 전력을 담은 공격이 허사가 된 지금, 오소마츠에게 대항할 힘은 남아있지 않았다

울렁거리는 붉은 불길을 응시하는 카라마츠 앞에 오소마츠가 멈춰 섰다.

 

오잇쇼~!!”

치열한 전장에 어울리지 않는 발랄한 목소리와 함께 땅이 흔들렸다

오소마츠의 발 밑에 웅크리고 있던 지반이 하늘로 솟아났다.

흔들리는 땅에 오소마츠는 중심을 잃고 휘청거리며 뒷걸음질쳤다

오소마츠의 눈 앞에 또 한 명의 동생이 맞섰다

1 2의 상황에 토도마츠가 초조하게 오소마츠를 불렀다.


오소마츠 형!!”

동생의 걱정 어린 외침에 오소마츠가 고개를 돌려 괜찮다는 신호를 줌과 동시에 카라마츠의 입에서 싸늘한 말이 오소마츠를 꿰뚫었다.


시끄럽다.”

토도마츠에게 시선을 돌린 카라마츠를 본 오소마츠가 숨을 집어 삼켰다

한때 자신의 파트너였던 토도마츠를 바라보는 카라마츠의 눈빛엔 혐오가 서려있었다

본능적인 위험을 감지한 오소마츠가 토도마츠에게 손을 뻗기엔 거리가 너무나 멀었다

조금씩 남은 힘을 비축하고 있던 카라마츠가 쏜 물방울이 토도마츠를 향했다.


피해!! 토도마츠!!”

오소마츠의 긴박한 목소리가 울리고 토도마츠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자신을 공격한 카라마츠를 멍청히 쳐다보았다

총알과 같은 위력을 가진 공격이 토도마츠에게 맞는다면 즉사할 것이 뻔했다

토도마츠를 향해 손을 펼쳤지만, 닿지 않음에 오소마츠가 절망한 순간 이치마츠가 토도마츠의 팔을 잡고 있는 힘껏 끌어당겼다

토도마츠가 피한 물방울은 뒤에 서 있던 경찰차에 맞아 두꺼운 앞유리를 박살냈다.


카라마츠, 방금 그거. 토도마츠였어.

호흡도 잊은 채, 오소마츠가 작게 중얼거렸다

억양 없는 건조한 목소리가 고요히 전장 아래 내려앉았다

카라마츠는 자신의 공격이 맞지 않은 것에 낮게 혀를 차고 오소마츠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래서?”

네 파트너였다고.”

그게 뭐 어쨌다는 건가.”

….”


아무것도 없었다

머릿속은 공허했다

분노도

슬픔도

안타까움도

격정조차 없었다


지금 자신은 대체 뭘 느껴야 하는가


자신의 파트너를 아무런 고민 없이 공격하고 그것에 대해 죄책감조차 느끼지 않는 카라마츠를 향해 오소마츠는 무엇을 느껴야 할지 몰랐다

무슨 생각을 떠올려야 할지 몰랐다.

 

오소마츠는 마지막으로 가냘픈 숨을 내쉬는 소리를 들었다

가쁘던 숨소리가 마지막으로 공기를 내뱉고 멈췄다가 사라졌다.


오소마츠가 기억하고 있던 카라마츠는 마지막 숨을 내뱉고 죽었다.

 

오소마츠의 주먹에 피어난 불꽃이 팔을 타고 올라와 전신을 감쌌다

새빨간 불길이 내뿜는 열기에 카라마츠와 쥬시마츠가 주춤거렸다.


카라마츠, 형이 동생을 공격하면 안 되잖아.”

“…우리는 더 이상 형제가 아니다.”

“…자꾸 그렇게 헛소리하면 이 형아한테 혼난다.

헛소리를 하는게 대체 누ㄱ…”

카라마츠가 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오소마츠의 거대한 불길이 카라마츠의 얼굴을 스쳤다

스친 것만으로 카라마츠의 옷깃이 불타 재가 되어 부서졌다

점점 더 거대해지는 화염을 보며 카라마츠가 얼굴을 찌푸렸다.


어이, 도망 쳐!! 후퇴다!”

뒤쪽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카라마츠와 쥬시마츠가 발을 뗐다

하지만 곧 매섭게 불타오르는 붉은 염화에 퇴로를 막히고 뒷걸음질칠 수 밖에 없었다

카라마츠는 오소마츠가 내뿜는 열기에 식은땀을 흘리며 쥬시마츠에게 눈짓했다

고개를 끄덕인 쥬시마츠가 손을 뻗었다

긴 소매에 감춰진 두 손이 땅에 닿자마자 지진이 일어난 것처럼 땅이 뒤흔들리기 시작했다

오소마츠의 주변에 솟아난 땅이 그대로 오소마츠를 둘러싸고 작은 돔을 만들어 오소마츠를 가두었다

공기가 차단된 밀폐된 공간에 갇힌 오소마츠의 불길이 유지될 리 없었다

유한한 공기를 잡아먹고 타오르는 불꽃에 오소마츠가 질식되는 것도 시간문제였다

카라마츠는 오소마츠가 빠져나올 수 없다 확신하며 쥬시마츠와 함께 탈출구를 향해 뒤돌았다.

 

 

-시마츠~? 횽아 아직 이야기 다 안 끝났다고?”

등 뒤에서 일렁이는 무시무시한 열에 쥬시마츠가 딸꾹질했다

죽을지도 모른다는 원초적인 공포가 쥬시마츠의 온몸을 뒤흔들었다

마른침을 삼키고 두려움에 떨며 눈을 돌리자, 그 앞엔 새하얀 광염이 타오르고 있었다

오소마츠를 가둔 흙은 마치 플라스틱마냥 바닥에 녹아 흐르고 있었다

보통의 인간이 감당할 수 없는 열기를 뿜어내는 오소마츠의 불길은 더 이상 붉지 않았다

마치 눈처럼 새하얀 불꽃이 오소마츠의 온몸을 뒤덮고 타오르고 있었다

오소마츠의 불을 본 모든 센티넬이 죽음의 공포에 전율하며 행동을 멈췄다

존재하는 모든 것을 녹여 없앨 수 있는 불이 눈 앞에 있었다

오소마츠가 내디딘 흙바닥이 고무처럼 녹아 흐물거렸다

폐허가 된 은행 안을 가득 채운 열은 은행 밖에 서 있는 토도마츠와 이치마츠의 코 앞까지 퍼졌다

고온의 사우나에 들어간 것처럼 숨이 턱턱 막혔다

은행 안에 서 있는 자들이 일반인보다 신체가 강한 센티넬이 아니었다면 그들 전부 광염의 열기에 집어삼켜져 녹아 내렸을 것이다.


, 도망쳐!!!”

그 외침이 「팔콘」에서 나왔는지, 「관리국」의 센티넬에서 나왔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일제히 죽음의 공포를 피해 은행 밖으로 뛰쳐나갔다

오소마츠를 앞에 둔 쥬시마츠와 카라마츠도 그 자리를 피하려 몸을 움찔거린 순간 붉은 불꽃이 쥬시마츠를 감싸고 솟아나 격렬하게 타올랐다

이미 오소마츠의 광염에 초월적인 공포를 경험한 쥬시마츠는 그대로 얼어붙어 꼼짝도 하지 못하고 카라마츠를 응시했다

카라마츠는 쥬시마츠를 보며 머뭇거리다 이내 고개를 돌리고 발을 돌렸다

쥬시마츠에게서 멀어지는 카라마츠를 뒤쫓으려는 오소마츠 앞을 하나의 인영이 가로막았다.


“…, 로마츠.”

카라마츠와 마찬가지로 검은 후드를 단정하게 입은 쵸로마츠가 오소마츠를 마주보았다

쵸로마츠는 카라마츠를 구하기 위해 오소마츠의 불길에 목숨을 잃을 것을 각오하고 있었다

또 다시 오소마츠의 머릿속은 새하얗게 변했다

자신을 보는 쵸로마츠의, 자신의 파트너의 눈은 카라마츠보다 더한 증오를 품고 있었다

혐오를 띄운 눈빛이 머금고 있는 공허에 오소마츠는 속절없이 먹혔다

멍청히 그 자리에 선 오소마츠는 그대로 쵸로마츠가 카라마츠와 함께 「팔콘」의 센티넬을 이끌고 도망치는 것을 지켜보았다.

 

 

 

 

 

 

3.

 

카라마츠 형이 변해버린 이유가 세뇌라고 말하는 토토코의 얼굴은 지극히 담담했다

그리고 어쩌면 사람을 죽였을지도 모른다고, 토토코는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돌렸다


믿을 수 없었다

그야, 자신의 형이, 파트너가 사람을 죽였을지도 모른다는 말을 어떻게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수가 있을까…. 

거짓말이라고 말하고 싶지만, 카라마츠 형과 싸우고 심한 부상을 입고 돌아온 오소마츠 형을 떠올리면 꼭 꿀 먹은 벙어리처럼 입술이 떨어지지 않았다.


오소마츠 형조차 카라마츠 형에겐 에 지나지 않는 걸까…. 

어린 시절 항상 곁에 있었던, 순수하게 웃었던 카라마츠의 얼굴을 떠올리자 심장이 불 붙은 것처럼 뜨거워졌다

무거운 침묵 속에서 문득 고개를 들어 이치마츠 형을 바라보았다

짙은 그림자가 진 이치마츠 형의 얼굴은 어쩐지 잘 보이지 않았지만, 핏줄이 나올 정도로 강하게 쥔 주먹에서 이치마츠 형이 느끼고 있을 고통을 체감할 수 있었다

나뿐만 아니라 이치마츠 형도 자신의 파트너를 잃었다


오소마츠 형도

우리 셋 모두 파트너를 잃었지만, 그 중에서 오소마츠 형이 가장 고통스럽겠지

오소마츠 형은 장남이자 이라는 자신의 입장을 각오하고 있다

쵸로마츠 형뿐만 아니라 카라마츠 형과 쥬시마츠 형, 우리 육둥이가 함께 있을 수 없다는 사실에 가장 상처받고 있을 사람은 바로 오소마츠 형이다

답답하겠지, 자신의 말을 들어주지 않는 카라마츠 형이

그리고 무엇보다 슬플 것이다.

우리가 상상도 못할 정도로

뭔가를 열심히 하는 것을 싫어하는 오소마츠 형이 훈련에 열성적으로 참여하고 노력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알 수 있다

우리 모두의 슬픔을 혼자서 떠안고, 짊어지고, 오소마츠 형은 위태롭게 서 있다

자신의 슬픔보다 오소마츠 형에 대한 생각이 머릿속을 지배하고 있는 것에 헛웃음을 흘리며 아프게 쥐여진 이치마츠 형의 손을 잡았다

갑작스런 접촉에 놀란 이치마츠 형이 눈을 크게 뜨고 고개를 들었다

이치마츠 형의 불안정하게 흔들리는 눈에서 나와 같은 걱정을 하고 있다는 것을 읽을 수 있었다

이치마츠 형도 오소마츠 형을 걱정하고 있다

거기서 그치면 좋은데 이치마츠 형은 꼭 자기가 센티넬이었다면 하는 바람을 얻어 자신을 자책하고 만다

손톱 자국이 남은 이치마츠 형의 손을 꼭 잡고 토토코에게 오소마츠 형에게 데려다 달라고 말했다

토토코는 잠시 인상을 찌푸리더니, 그래….” 하고 대답했다.

 

 

오소마츠 형에게 향하는 차 안에서도 이치마츠 형의 손을 놓지 않았다

서로의 불안이 한데 뭉쳐져 조금 가라앉는 것을 느꼈다


가이드는 서로에게도 영향을 주는 걸까

그런 바보 같은 생각으로 카라마츠 형이 영영 돌아올 수 없는 곳으로 가 버릴 것 같은 불안을 숨겼다

이치마츠 형도 창 밖으로 지나가는 풍경을 필사적으로 눈에 담으며 자신의 불안을 눌렀다

오소마츠 형은 반드시 카라마츠 형과 쥬시마츠 형, 쵸로마츠 형을 되찾아 올 것이다

오소마츠 형이 직접 한 그 다짐에 의심은 가지지 않는다

다만, 오소마츠 형이 그 세 사람을 되찾기 위해 자신을 포기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사라지지 않는다


세상은 뭐든 기브 앤 테이크

뭔가를 이루기 위해서는 대가가 필요하다

우리는, 오소마츠 형이 그 대가를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버리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며 두 손을 맞잡았다.

 

 

 

 

 

 

4.

 

관리국 보고서 #4


이름 : 마츠노 쵸로마츠

소속 : 팔콘, C급 범죄자

등급 : 가이드 A급 추정

상세 :

- 형제인 마츠노 카라마츠와 마츠노 쥬시마츠의 가이딩을 담당하고 있는 것으로 보임

- 정보 수집, 해킹에 능숙함

- 형제 마츠노 오소마츠와 접촉하고도 공격을 하는 것으로 보아 팔콘에 절대적으로 충성하고 있으며

  이는 약물과 정신 조작에 의한 반복된 세뇌에 의한 것으로 추정됨.

 

 


조직명 : 팔콘(Falcon)

수장 : 토고, S급 범죄자

- 정신계 능력을 가진 센티넬 A


상세 :

- 센티넬 우월주의자들의 집단

- 센티넬 독립 국가를 설립하려 함


범죄내역 :

- 시가지, 민간인 테러

- 센티넬 각성제, 마약 제조 및 유통

- 어린 센티넬과 가이드 납치 및 세뇌


* 현재 최우선적으로 제거해야 할 적으로 판단.



 

 

긴급 보고서 #1


현장에서의 능력 발현에 의해 등록번호 6001, 마츠노 오소마츠의 등급 변경

「팔콘」과의 대치 중, 6000도에 달하는 하얀 불꽃을 일으킴

마츠노 오소마츠가 능력 사용에 익숙하지 않아 능력 측정 시 정확한 측정이 이루어지지 않았던 것으로 판단됨

따라서 마츠노 오소마츠의 센티넬 등급을 A급에서 S으로 변경.





* 여러분 이어서 5편이 올라옵니다!!


*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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