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편입니다!!


* 금요일에 상사에게 깨지고 일주일간 했던 노력이 물거품이 되어 반동으로 폭주했습니다.

  내일은 월요일에 있을 회의자료를 정리해야 하니 오늘 밤새서 폭주할 생각입니다.


* 주의) 잔인하고 고어적인 표현이 있을 수 있습니다.


* 공미포 9,175자.  오탈자는 추후 수정하겠습니다.



* 부족한 글이지만 재미있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1.

 

센티넬의 폭주와 범죄가 문제되었던「관리국」 초창기

범죄를 일으킨 센티넬이 재판에 회부된 사례는 단 한 번도 없었다

센티넬의 범죄를 감당하기 위해 「관리국」에 센티넬이 소속되고, 센티넬과 센티넬이 싸우기 시작했다

일반인의 능력을 뛰어넘는 센티넬의 능력은 「관리국」이 감당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센티넬끼리의 충돌은 반드시 둘 중 하나가 죽어야 끝이 났다

불안정한 센티넬의 특징과 아울러 전투의 흥분은 센티넬의 이성을 끊어버렸고, 아무리 이성적인 자여도 이 된 센티넬에게 자비를 베푸는 일은 없었다

어쩌다 운 좋게 범죄자 센티넬을 붙잡았다고 해도, 그들을 제어할 수단은 없었다

「팔콘」처럼 조직원들을 세뇌하는 범죄 조직원은 잡아도 순순히 죄를 자백하지 않았고, 오랜 각성제를 사용한 그들의 흉포성과 폭주 잠재성을 다스릴 수 있는 방법도 없었다

결국 잡힌 센티넬에게 내릴 수 있는 수단은 사살뿐이었다

잔인한 수단 하나로 센티넬에 대항하는 「관리국」의 실태에 문제를 제기한 것이 바로 「센티넬-가이드 인권 위원회」였다

그들은 센티넬과 가이드의 인권을 보호하는 것에 앞장섰다

설사 센티넬이 범죄자라해도 제대로 재판도 받지 못하고 「관리국」 손에 살해당하는 것을 「인권 위원회」는 용납하지 않았다

하지만 센티넬을 제대로 통제할 수단이 전무한 현재까지 「관리국」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하나 밖에 없었다

그렇기에 「관리국」이 출범하고 「인권 위원회」가 세워진 이후로 지금까지 두 기관은 서로 적대적일 수 밖에 없었다.

 

 

 

 

 

 

2.

 

「관리국」 최대의 적, 「팔콘」을 제거하기 위해 쥬시마츠는 매우 귀중한 증인이었다

그렇기에 지금까지 붙잡힌 센티넬들을 사살했던 「관리국」은 이번만 예외를 두기로 했다

오소마츠의 불길에 휩싸여 붙잡힌 쥬시마츠는 그대로 「관리국」에 옮겨졌다.

 

 

-, -

높은 음을 내며 조금 빠르게 요동치는 심박수를 오소마츠가 망연히 바라보았다

「관리국」에 옮겨진 쥬시마츠에겐 오소마츠가 잘 모르는 어떤 약물이 주입되었다

「팔콘」에 속해있던 쥬시마츠가 각성제를 먹어온 것은 저명했다

각성제는 센티넬의 등급을 올려주지만 강한 중독성을 가짐과 동시에 센티넬의 최대 약점인 정신을 더욱 불안정하게 만들었다

각성제의 금단증상에 의한 폭주를 우려한 「관리국」은 쥬시마츠에게 새로 개발된 약물을 주입해 강제 코마(coma, 혼수상태)에 빠뜨렸다.

격리된 방 안, 침대에 눕혀진 쥬시마츠에겐 온갖 모니터링 기기가 붙었고, 손과 발엔 수갑이 채워졌다

소매에 감춰져 있던 깡마른 손목에 채워진 은색을 수갑을 오소마츠는 가만히 응시했다.


뇌가 타버릴 수도 있대….”

어느새 오소마츠의 곁에 다가온 이치마츠가 괴로운 얼굴로 간신히 목소리를 짜냈다

코마에 들어가 의식을 잃었다고 해도 금단증상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 증거로 쥬시마츠의 심박수는 100대에 머무르고 있었고, 단단히 결박된 손과 발은 끊임없이 잦게 움찔거리고 있었다

「팔콘」이 사용하는 각성제는 아직 해독제가 없다. 결국, 고통스러운 금단증상을 쥬시마츠 스스로가 이겨낼 수 밖에 없다

오소마츠는 가는 숨을 내쉬며 이치마츠의 어깨를 토닥였다.


쥬시마츠는, 이겨낼 거야. 쥬시마츠니까….”

좀 더 비관적인 말을 낼 거라 생각했던 이치마츠가 주먹을 굳게 쥐고 말했다

동생의 의연한 발언에 놀란 오소마츠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고개를 돌려 제 옆에 선 오소마츠를 바라본 이치마츠가 힘겹게 입가를 끌어올렸다.


그러니까, 오소마츠 형도 걱정 하지 마.”

심장이 조일 정도로 아픈, 가슴 시린 미소를 짓는 동생을 오소마츠는 눈물을 삼키고 응시했다

눈물에 젖은 눈이 똑바로 오소마츠를 비췄다

눈물을 삼키고, 숨을 삼키고, 슬픔을 삼킨 오소마츠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 지었다

당연하지.” 하고 확신을 담아 말하며 이치마츠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쥬시마츠가 잡히고 벌써 며칠째 뜬눈으로 쥬시마츠의 곁을 지킨 이치마츠를 억지로 수면실에 보낸 오소마츠가 한숨을 내쉬었다

10년 전과 다르게 부쩍 성장한 쥬시마츠의 얼굴을 오소마츠가 천천히 쓰다듬었다

10년간 떨어져 있어도, 서로 전혀 다른 삶을 살아왔어도 쥬시마츠와 오소마츠는 육둥이였다

그렇게 오랜 시간을 떨어져 있었어도 자신과 똑 닮은 쥬시마츠의 얼굴에 오소마츠가 한탄 섞인 웃음을 흘렸다.


오소마츠 군.”

등 뒤에서 들려오는 인기척에 오소마츠가 쥬시마츠에게서 손을 거두고 뒤돌았다

또각또각, 구두 소리를 울리며 다가온 토토코가 마른침을 삼키고 입을 열었다.


쥬시마츠 군의 혈액 조사 결과가 나왔어. 「팔콘」이 제조하고 유통하고 있는 각성제는 Red rose라 불리는 마약이야. 중독성이 굉장히 강하고 그만큼 효과도 뛰어난 각성제로…, 아직….”

“…해독제, 없구나?”

“…Red rose는 특히 조합을 알아내기 까다로운 마약이야

「관리국」이 손에 넣기도 힘들고, 게다가 장기 투여시 발생할 효과나 부작용, 신체에 미칠 영향은 완전히 미지수올해 안에 해독제를 만들어내는 것은 불가능해.”

“…그래.”

아무런 감정이 실리지 않은 목소리가 울렸다

차분히 가라앉은 목소리에 토토코가 마른침을 삼켰다

고개를 숙이고 쥬시마츠를 눈에 담은 오소마츠가 떨리는 숨을 내뱉고 얼굴을 들었다.


일 때문에 온 거지? 가자.”

토토코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스쳐 지나간 오소마츠가 앞서 걸었다

망설임도 없이 내딛는 발걸음에 토토코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어두운 복도를 홀로 걸어가는 오소마츠의 뒷모습에선 슬픔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체념이 실린 오소마츠의 마른 웃음에 토토코가 문득 어린 시절을 떠올렸다


항상 한데 몰려다니며 온갖 사고를 치고 다녔던, 유쾌하고 활발한 여섯 명의 소꿉친구

어딜 가던지 너무나 즐거워 보였던 육둥이를 떠올린 토토코는 자신의 무력함을 곱씹으며 울컥 올라오는 슬픔을 억눌렀다.

 

 

 

 

 

 

3.

 

쥬시마츠가 잡힌 후, 「팔콘」은 더 활발하게 테러를 일으켰다

쥬시마츠가 잡힌 것에 위기를 느낀 것인지, 아니면 이미 계획되었던 것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테러가 늘어남에 따라 내 출동 횟수도 늘어났다

시가지, 경찰서, 정부 기관, 병원 등 장소를 가리지 않고 나타나는 「팔콘」을 쫓는 동안 카라마츠는 나타나지 않았다.

 

 

 

「팔콘」이 일으키는 테러 중에서도 가장 무자비한 것은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테러였다

센티넬이나 「관리국」과 아무런 관련도 없는 민간인들이 자주 오가는 시가지에 「팔콘」은 수시로 나타났다


오늘도 「관리국」이 입수한 정보에 따르면, 도시와 도시를 잇는 긴 다리에 「팔콘」이 폭탄을 터뜨리려는 것 같았다

간단한 브리핑을 듣고 도움이 될만한 센티넬들과 함께 차를 타고 「팔콘」의 표적이 된 다리로 향했다

정말로 아슬아슬한 시간을 두고 정보를 입수한 탓에 다리에는 아직 수 많은 민간인들이 미처 피난하지 못한 채 남아있었다

다리로 향하는 도로를 경찰이 봉쇄하고 우리는 그 옆을 지켰다

폭탄이 든 트럭의 위치가 확인되자 「관리국」의 센티넬은 두 팀으로 나누어 한 팀은 민간인이 피신하는 동안 다리를 지키고, 한 팀은 폭탄이 든 트럭을 막으러 나갔다

불을 다루는 내 능력으로 폭탄을 상대하는 것은 위험했기에 나는 다리를 지키는 팀에 들어갔다

트럭을 목표로 나간 팀이 성공적으로 폭탄을 막는다면 내 임무는 이걸로 끝이었다


그렇게 되기를 간절히 바랐지만, 빌어먹은 하늘은 한 번도 내 소원을 들어주지 않았다

앞선 팀이 실패했는지 연락조차 닿지 않는 사이에 맹렬하게 경찰의 바리케이드로 달려드는 트럭이 보였다

브레이크가 고장 난 것처럼 빠른 속도로 달리는 트럭은 바리케이드도 무너뜨리고 다리로 들어갔다

너무나 빠른 속도에 나와 다른 센티넬들은 아무런 손도 쓰지 못하고 트럭을 보내고 말았다

아직 다리엔 피신하지 못한 사람들이 많았다.


오소마츠 군!!”

초조하게 트럭을 응시하며 달려가려는 나를 누군가가 붙잡았다

치솟는 짜증에 고개를 돌리자 다급한 얼굴의 한 남자가 나를 향해 외쳤다.


나는 염동력을 가지고 있어! 내가 저 트럭을 공중으로 들어올릴 테니까 나를 호위해줘!! 안타깝게도 내 능력을 너무 멀리 있으면 닿지 않아! 그러니까, 저 트럭에 가까이 다가가야 해!!”

남자의 말이 진실인지 거짓인지 판단할 시간조차 아까웠다

나와 마찬가지로 「관리국」에 소속된 자의 증표인 인식표(tag)를 목에 매달고 있는 것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뭔가를 더 생각할 겨를도 없이 트럭에 부딪쳐 연기를 내뿜고 있는 경찰차에 몸을 실었다.


!!”

내 외침에 남자는 망설이지 않고 조수석에 앉았다

면허는 있지만 차를 실제로 운전해본 경험은 얼마 없었다

그래도 가야만 했다

초조하게 기억을 더듬어 시동을 걸고 기어를 내렸다

브레이크를 풀자마자 엑셀을 있는 대로 밟자, 새까만 연기를 내뿜으며 엔진이 가동했다

고막이 찢어질 정도의 굉음을 울리며 바퀴가 빠르게 회전했다.

 

 

 

다리 위는 아수라장이었다

겁에 질려 뛰어다니는 사람들을 피해 빠르게 달려가는 트럭 뒤를 쫓았다

탄 내를 풍기는 엔진이 제발 버텨주기를 바라며 엑셀을 더 세게 밟자, 트럭과의 사이가 줄어들었다

남자는 덜렁거리는 조수석 문짝을 발로 차 떼내고 몸을 일으켜 트럭을 향해 손을 뻗었다.


둥실-, 이라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성난 황소처럼 돌진하던 트럭이 공중에 떴다

즉각 브레이크를 밟자, 끼이익- 하고 고음이 울렸다

으로 기우는 몸을 어떻게든 다잡고 운전석을 나왔다.

남자도 차에서 내려 온 신경을 트럭에 집중했다

힘겹게 천천히 트럭을 하늘로 들어올리는 남자는 한 눈에 봐도 무리를 하고 있었다

그렇게 강한 능력자는 아니었다고, 깨닫자마자 온 신경을 예리하게 세우고 주변을 경계했다


폭탄을 이용한 계획이 눈앞에서 무산되는 꼴을 「팔콘」이 가만히 놔둘 리 없었다

호흡을 가다듬고 사방을 확인하자 순간 일렁이는 푸른 기운을 느꼈다

총알처럼 날아든 물을 불을 피워 없앴다

공중으로 뜬 트럭의 저편에, 증오를 품은 눈빛 두 쌍이 내게 꽂혔다.


“…카라마츠, 쵸로마츠.”

불러도 닿지 않는다는 것은 알고 있다

이미 몇 번이고 체감했다

그래도, 결국 녀석들을 부르고 만다


카라마츠는 이제 나와 말을 섞는 것조차 혐오스럽단 표정으로 물과 얼음을 쐈다

내가 아니라 트럭을 들어올리고 있는 남자에게로

재빨리 남자 앞을 가로막고 불꽃을 피웠다

은행에서 보였던 것처럼 카라마츠는 전력으로 나를 공격했다

빗발치는 날카로운 얼음과 총알 같은 물방울을 필사적으로 막았다


힘을 사용하면 정신도 흐트러진다

쵸로마츠는 카라마츠의 정신이 산만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 함께 있는 것 같았다

카라마츠를 공격하지 않고 방어에만 집중하며 힘의 사용을 자제했다

쥬시마츠를 붙잡을 때처럼 여기서 전력을 내면 다리 위에 남아있는 일반인들이 말려든다

아예 거대한 불의 장벽을 세워 카라마츠의 공격을 차단하자 타오르는 불길 저편에서 카라마츠가 혀를 차는 것이 보였다

카라마츠와 마찬가지로 험악한 얼굴로 나를 노려본 쵸로마츠가 품에서 검은 물체를 꺼냈다

철컥- 하고 무거운 쇳소리에 쵸로마츠가 든 것이 무엇인지 깨달았다

요동치는 망설임을 짓밟고 작은 불꽃을 던졌다. 쵸로마츠의 손에 적중한 불꽃은 총과 함께 쵸로마츠의 손에 달라붙었다.

!” 하고 낮은 신음을 내뱉은 쵸로마츠의 손에 카라마츠의 물이 재빨리 닿았지만, 쵸로마츠의 손은 이미 끔찍하게 타버린 후였다

완전히 녹아 다리의 아스팔트 바닥에 눌러 붙은 총을 응시하며 숨을 삼켰다


각오는 했다

몇 번이고 다짐했다

망설이지 말자고. 상처 입히는 한이 있어도 데려오자고.


― 하지만, 더는 너희에게 상처 주고 싶지 않아. 공격하고 싶지 않아….

 

쵸로마츠, 카라마츠…. 제발, 부탁이야. 너희와 싸우고 싶지 않아. 공격하고 싶지 않아…. 제발, 공격을 멈춰…!”

애끓는 마음으로 외쳤다

지금 공격을 멈춘다면, 내게로 돌아온다면 뭐든 할 테니까

무릎을 꿇으라면 꿇고, 돈을 달라면 줄 테니까.


― 죽으라고 한다면…, 죽을 테니까….

 

한심한 내 애원은 녀석들의 귓가에 울린 명령에 먹혀 사라졌다

공격해.” 하고 카라마츠와 쵸로마츠의 귀에 꽂힌 무전기에서 냉정한 명령이 내려졌다

그 목소리의 주인은 갈갈이 찢어버려도 모자를 토고 자식의 목소리였다

전부 거짓말이라고, 토고의 계략이라고 외치기도 전에 카라마츠는 다리 아래에 흐르는 강물을 들어올렸다

해일로 착각할 정도로 거대한 물길이 다리 위로 치솟았다.

 

안돼…. 카라마츠…. 다리 위에는 아직 사람들이!!!

 

카라마츠!!! 그만, 그만 둬!! 쵸로마츠! 카라마츠를 막아!!!”

거대한 물길이 햇빛을 가리고 일어났다

어두워진 다리 위에 사람들은 비명을 지르며 혼비백산해 뛰어나갔다.


카라마츠를 막아야 해. 막아야 해….

어떡하지? 다리가 움직이지 않아….

막아야 하는데, 카라마츠가, 카라마츠가….

사람을 죽인다면!!

 

손에 불길을 피워 허벅지를 내리쳤다

살갗을 태우는 고통에 호흡이 멈췄다

타버린 청바지 사이로 보이는 검붉은 살에 자조하며 발을 내디디었다.


이대로, 네가 살인자가 되도록 놔둘 것 같아!?

 


카라마츠를 향해 뛰었다

손에 불꽃을 일으키고 카라마츠를 향해 뛰었다

막으려고 했다

하지만, 카라마츠만 바라본 것이 화근이 되어 내 걸음은 카라마츠에게 닿기도 전에 멈춰버렸다.


“…크흣!”

카라마츠의 옆에 서 있던 쵸로마츠가 다른 한 자루의 총을 꺼내 드는 것을 나는 보지 못했다

총알에 꿰뚫려 터져버린 근육은 아무리 강한 의지에도 움직여주지 않았다

피를 흘리며 주저앉은 내 앞에서 카라마츠는 무표정했다

아무런 감정 없이, 일말의 죄책감도 없이 카라마츠는 손을 내렸다.

 

그리고 거대한 파도가 다리를 덮쳤다.

 

 

 

 

 

 

4.

 

카라마츠는 거대한 파도에 휩쓸려 떠내려가는 사람들을 가만히 응시했다

그 어떤 감정도 실리지 않은 무기질의 눈동자에 붉은색이 스쳤다

떠내려가기 직전에 필사적으로 애원하듯이 자신의 이름을 불렀던 은 정신을 잃은 채 강물 속으로 사라졌다

폭탄을 실은 트럭도 거센 물길 속으로 사라진 것을 확인한 카라마츠는 무전기에서 내려오는 명령에 따라 쵸로마츠와 함께 다리를 떠났다.

 

 

 

폭탄은 터지지 않았지만, 다리를 덮친 파도에 수 많은 사망자와 실종자가 생겨났다

거센 소용돌이에 먹혀 익사하기 직전이었던 오소마츠는 헬기를 타고 서둘러 현장으로 온 또 다른 염동력 능력자에 의해 구출되었다

뒤이어 도착한 「관리국」의 센티넬에 의해 많은 사람들이 구출되었지만, 그 이상으로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

 

 

 

 

 

 

5.

 

으아아아아아―

고통스러운 비명이 울렸다

순식간에 눈시울이 뜨거워지고, 눈물이 볼을 타고 흘렀다


뭐야, 이거…. 육둥이의 신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도 모르는데, 왜 오소마츠 형이 저렇게나 괴롭게 울부짖는지 모르는데…, 눈물이 멈추지 않는다


오소마츠 형이 느끼는 

고통이

슬픔이

괴로움이 

그대로 전해져서 심장이 아프다


온몸이 아프다

감정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지면 신체까지 영향을 미치는구나…. 


바보처럼 엉망진창으로 눈물을 흘리며 오소마츠 형에게 뛰어갔다

자신에게 접근하지 말라는 듯이 전신에 불길을 피우고 울부짖는 형에게 달려갔다

불이 피워내는 뜨거운 열기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다가갔다

오소마츠 형의 불 속으로 뛰어들어 온몸을 떨며 울부짖는 애처로운 몸을 끌어안았다.


오소마츠 형!!”

오소마츠 형! 그만, 그만해도 되니까!!”

우리의 손이 닿자마자 꺼져버린 불길 너머로 차갑게 식은 오소마츠 형의 체온이 전해졌다

불의 열기에 바짝 말라버린 땅에 뜨거운 눈물이 떨어져 흙을 적셨다

호흡조차 잊어버릴 정도로 괴롭게 흐느끼는 오소마츠 형의 몸을 꽉 안았다

허파에 공기가 들어가지 않을 정도로 슬픔에 가슴이 조였다

울음을 멈추지 않는 오소마츠 형의 몸은 시체처럼 점점 더 차가워졌다


싫어, 오소마츠 형

머릿속을 가득 채우는 불길한 예감에 초점이 흐려졌다

토도마츠도 오소마츠 형을 응시하며 눈앞에 다가온 불안에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오소마츠 형, 오소마츠 형!!”

으하아아아아, 아흐으으, 으아아아아―

오소마츠 형의 팔을 가슴에 안고 토도마츠가 오소마츠 형을 불렀다

하지만 울부짖음을 멈추지 않는 오소마츠 형에게 토도마츠의 목소리는 닿지 않았다

떨림이, 멈추지 않았다

주변을 채우는 구급차의 사이렌소리도, 술렁이는 사람들의 소리도 닿지 않았다

오소마츠 형은 그대로 울다 죽을 것처럼 꺽꺽거렸다.


싫어, 싫어싫어싫어싫어!!

 

오소마츠 형!! 형까지 우리 곁을 떠나지 마!!

참았던 울음이 터져 나왔다

어른스럽게 울음소리를 억누를 이성조차 남기지 않고, 오소마츠 형을 껴안은 채 울었다

하염없이 울었다

돌아가신 부모님의 얼굴이 떠올랐다가 사라지면서 오소마츠 형의 얼굴이 겹쳐졌다

오소마츠 형도 부모님의 뒤를 따라 멀리, 저 멀리 가버릴 것 같아서 울음을 멈출 수 없었다

토도마츠도 참다 참다 결국 나를 따라 멈추지 않는 울음을 터뜨렸다

고통스럽게 흐느끼는 오소마츠 형의 양 옆에 붙어서 슬픔에 잠긴 우리는 한참을 울부짖었다.

 

 

 

“…, 너네, 위험한데 오지 말라니까….”

울음 사이로 오소마츠 형의 갈라진 목소리가 다가왔다

눈물 자국이 남은 엉망이 된 얼굴로 오소마츠 형이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나와 눈을 마주한 오소마츠 형이 눈썹을 늘어뜨리고 애잔하게 웃었다

미소를 보여준 오소마츠 형이 고개를 돌려 토도마츠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또 다시 슬픈 미소를 지었다.


““오소마츠 형….””

.”

애원하듯 부르자, 오소마츠 형이 나직이 대답했다

너무 울어서 갈라지고 내려앉은 목소리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안도감을 느끼고 훌쩍였다.


이치마츠, 토도마츠. 횽아, 카라마츠를…, , 지 못했ㅇ….”

공허한 눈으로 우리를 내려다본 오소마츠 형이 허무한 미소와 함께 말도 끝내지 못하고 가무러쳤다

힘없이 쓰러진 오소마츠 형의 몸은 우리가 아무리 불러 일으켜도 움직이지 않았다.

 

 

 

 

 

 

6.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며 온갖 사건사고를 몰고 다니는 육둥이의 리더는 오소마츠 군이었다

천연덕스럽게 배시시 웃으며 코 밑을 문지르고, 즐겁고 낙천적으로 살아가는 오소마츠 군이 좋았다

소리 내어 말한 적은 없어도 오소마츠 군의 웃음은 보는 것은 굉장히 즐거웠다

항상 여섯 명이 붙어 다녔던 그 시절엔, 언제까지고 그 행복한 나날이 이어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눈 앞에서 무릎을 꿇고 이마를 땅에 박은 오소마츠 군에게 내가 해 줄 수 있는 말은 없었다

그저 알겠다고 대답하는 것이 전부였다. 고개를 든 오소마츠 군은 고마워.” 하고 마른 웃음을 흘리며 일어났다.


미안, 토토코…. 녀석들을 되찾을 수 있게, 도와 줘.”

헤실거리며 바보 같은 미소를 띄운 오소마츠 군의 얼굴은 가슴 시릴 정도로 슬픈 표정을 하고 있었다


토토코가 가장 좋아했던 오소마츠 군의 그 미소를 이제 두 번 다시는 볼 수 없겠지…. 


흐르는 눈물을 소매로 닦고 오소마츠 군과 함께 걸음을 옮겼다.

 

 

 

 

 

 

7.

 

언제 잠들어버린 것일까, 그것조차 기억하지 못할 정도로 녹초가 되어 쓰러진 이치마츠가 눈을 떴다

푹신한 이불의 감촉에 눈을 비비고 일어나 주변을 둘러본 이치마츠가 보이지 않는 형의 모습에 호흡을 멈추고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흔들리는 침대 매트에 깬 토도마츠가 얼굴을 찡그리고 눈을 떴다

의아한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는 토도마츠에게 오소마츠 형이 없어.” 하고 전하자, 토도마츠의 얼굴이 이치마츠를 따라 사색이 되었다

침대가 있던 의무실을 뛰쳐나와 복도에 서자, 터벅터벅하고 가벼운 발소리가 저편에서 울려 퍼졌다

긴장된 얼굴로 발소리가 난 곳을 응시하는 두 사람 앞에 어두운 복도를 벗어난 붉은 후드가 다가섰다.


, 이치마츠으~ 토도마츠으~”

““오소마츠 형!!””

가볍게 손을 들어 흔드는 오소마츠에게 이치마츠와 토도마츠가 달려갔다

안도한 얼굴로 오소마츠를 껴안고, 눈 앞에 서있는 것이 오소마츠인 것을 확인한 두 사람이 오소마츠를 향해 노성을 질렀다.


“…, 벌써 움직이는 거야!!”

! 오소마츠 형은 좀, 얌전히 쉬는 법을 배워!!”

자신을 걱정하는 마음을 담아 매도하는 두 동생을 본 오소마츠의 입가에서 푸핫-” 하고 웃음이 새어 나왔다

두 동생의 머리를 거칠게 쓰다듬으며 다정한 미소를 활짝 피운 오소마츠가 말했다.


난 괜찮으니까.”

““….””

부드럽게 마음을 어루만지는 목소리에 이치마츠와 토도마츠가 시끄럽게 떠들던 입을 다물었다

말없이 오소마츠를 껴안은 팔에 힘을 주는 동생들을 오소마츠도 꽉- 마주 안았다.

 

 

오소마츠 형, 목에 있는 그건 뭐야?”

한참을 껴안고 나서야 안정된 얼굴로 떨어진 토도마츠가 오소마츠의 목에 감긴 검은 초커(choker)를 가리켰다

제 목에 단단히 감긴 초커를 매만지며 오소마츠가 별거 아니란 투로 대답했다.


요즘 위험한 곳에 자주 출동하니까, 너네 팔찌처럼 GPS가 내장된 거야.”

….”

오소마츠의 말에 토도마츠가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가이드에게 내려지는 팔찌처럼, 단순히 위치를 확인하기 위한 도구라는 오소마츠의 설명을 토도마츠는 아무런 의심 없이 받아들였다

곧이어 평소와 다름없이 시덥지 않은 말을 툭툭 던지는 오소마츠와 거기에 일일이 태클을 거는 토도마츠를 보는 이치마츠가 살며시 눈썹을 찌푸렸다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오소마츠의 목에 감긴 초커를 보자마자 이치마츠의 마음을 걷잡을 수 없이 술렁거렸다

, 게임을 깨기 위해 필요한 중요한 힌트를 놓치고 있는 것 같은 꺼림칙함이 가슴을 감쌌다

울렁거리는 가슴을 붙잡고, 이치마츠는 이 불길함이 맞지 않기를 간절히, 간절히 바랐다.

 

 

 

 

 

 

8.

 

『○월 ○일 발생한 「팔콘」에 의한 테러로 약 150명이 사망하거나 실종되었습니다「관리국」은 이번 사건의 전말을 속속히 밝혀낼 것을 약속했으며, 테러를 일으킨 「팔콘」에 대한 경계를 한층 더 강화하겠다는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TV 화면 속, 뉴스를 전하는 아나운서의 표정은 지극히 침착했다.

100명이 넘는 사람이 죽거나 사라졌다.


카라마츠 형이 일으킨 파도에 휩쓸려서, 죽었다.



「관리국」 내에서 카라마츠 형은 이제 완전히 테러리스트로 인식되었다

상냥했던 형이 일반인을 죽이고, 범죄자로 불리는 것이 당연해졌다

분명 카라마츠 형이 잡힌다면 엄중한 처벌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카라마츠 형을 「팔콘」이라는 범죄자들의 손에서 구해내야 하지만, 잡히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도 없지 않아 있다

잡혀봤자 카라마츠 형을 기다리는 것은 자유가 아니다.

카라마츠 형은 재판을 받고 사람을 죽인 죄를 지은 죄인으로서 감옥에 갇히게 될 것이다.


처참한 심정이라는 것이 이것이겠지.


이런 생각을 하면 안 된다고 알고 있으면서도 소망하고 만다

후회를 깃들여서, 차라리…, 우리가 재회하지 않았다면 좋았을 것이라고.

 

 

「팔콘」의 테러는 끊이지 않고 이어졌다

오소마츠 형의 출동도 늘어났다. 반복되는 테러와 출동 속에서 오소마츠 형은 온 몸을 던져 테러를 막았다

이 이상 카라마츠 형의 죄가 늘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 그야말로 필사적으로 막았다

그 노력이 효과가 있는지 「팔콘」에 의한 민간인의 피해는 확연히 줄어들었다.

 

오소마츠 형은 출동이 없는 날이면 하루 종일 훈련에 나갔다

자신의 능력을 더 잘 다루기 위해서 훈련을 되풀이했다

얼마나 고된 훈련을 하는지, 훈련에서 돌아온 오소마츠 형은 너무나 지쳐있었다

제대로 대화도 할 수 없을 정도로 흐트러진 정신을 안고 휘청대는 모습이 안타까웠다

훈련에서 돌아온 오소마츠 형을 이치마츠 형과 함께 가이딩하는 것이 필수적인 일정이 될 정도로, 오소마츠 형은 날이 갈수록 지쳐갔다


몸도, 마음도…. 전부, 모든 슬픔을 혼자 짊어지고 지쳐가고 있었다

피폐해지는 오소마츠 형을 보면서 누구에게도 물을 수 없는 질문을 던졌.

 

 

대체 우리는 왜, 이렇게 된 걸까…?

우리는 대체, 뭘 잘못한 걸까…?

 

 

 

 

 

 

9.

 

관리국 보고서 #5


<센티넬 각성제 Red rose>

- 붉은 색의 액상 약물

- 센티넬의 오감과 능력을 일시적으로 향상시킨다.

- 강한 중독성을 가지고 있으며 장기간 사용시 몸에 미칠 영향은 미지수이다.

- 정신계 능력자의 경우 각성제를 이용해 보다 강한 세뇌를 이룰 수 있다.

- 중독자가 각성제의 섭취를 중단할 경우, 극심한 금단증상이 일어나며 대부분 사망에 이른다.

- Red rose의 해독제는 현재 개발 중이다.

 

 

<Red rose해독제 개발 상황>

- Red rose를 중화시킬 수 있는 성분 조사 완료.

- 해독능력을 가진 성분의 조합 실험 중.

- 해독제 후보 물질 21번의 세포 실험 종료.

- 해독제 후보 물질 21번의 동물 실험 진행 중.

- 해독제 후보 물질 21번이 살아있는 동물에게 적용될 경우 효과가 일정하지 않음을 확인.

- 해독제 후보 물질 21번이 안정적이지 않음을 확인하였으며 추가 연구가 요구됨.





*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저의 폭주는 오늘 밤새어 이어집니다! 어쩌면 다음편이나 다른 단편 하나를 내일 안에 올릴 수 있을 지도 몰라요..ㅎㅎ


* 최근 최애를 굴리는 재미를 알아버렸습니다... 오소마츠는 앞으로도 열심히 고생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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