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편 들고 왔습니다!!


* 육둥이 생일 기념으로 내일! 완결편이 올라옵니다!


* 전편에 많은 분들이 댓글로 앞으로의 전개를 추측해주셨는데, 거의 정확히 맞춰주신 분들이 제법 있어서 놀랐습니다ㅎㅎ


* 이번 편으로 어쩌면 저를 미워할 분들이 있을지도 모르겠네요...ㅠㅠ


* 14,274자.  오탈자는 추후 수정하겠습니다.



* 부족한 글이지만 재미있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1.

 

고개를 젓는 쥬시마츠에게 간단한 인사를 건네고 면회실을 나왔다

이제야 겨우 해독제가 완성되었는데, 쥬시마츠는 계속 해독제 투여를 거부하고 있다

대체 뭐가 문제인 걸까

쥬시마츠는 우리에게 적의를 보이지 않지만, 카라마츠 형과 쵸로마츠 형은 우리를 미워하고 있는 것 같다

쥬시마츠를 맡기겠다는 오소마츠 형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머릿속에 울렸다

어린 시절엔 항상 함께했던 파트너였는데도, 지금의 나는 쥬시마츠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차라리 쥬시마츠와 함께 납치되는 편이 나았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자신을 비난하며 복도로 나오자, 옆방에서 나와 같은 표정을 한 토도마츠가 터덜터덜 걸어 나왔다

나를 보고 희미한 미소를 띠고 다가오는 토도마츠에게 어때?” 하고 묻자, 토도마츠가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

센티넬이었던 쥬시마츠나 카라마츠 형보다 가이드였던 쵸로마츠 형은 세뇌의 영향을 덜 받았다

가장 흔들리기 쉬운 대상인데도, 쵸로마츠 형은 토도마츠의 말을 들어주지 않았다

둘이 함께 복도를 걸어 나와 벽에 걸린 시계를 확인했다

평소보다 더 일찍 면회를 마친 탓에 아직 시계의 시침은 숫자 3 언저리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심란한 마음을 이끌고 자연스럽게 오소마츠 형의 방으로 발을 옮겼다

고개를 푹 숙이고 힘없이 걷는 토도마츠의 손을 잡아 이끌고 오소마츠 형의 방이 있는 거주 구역에 도착하자, 작게 웅얼거리는 소리가 로비 근처에서 들려왔다

작지만 목소리의 주인이 토토코와 오소마츠 형임을 깨닫고 토도마츠와 함께 발소리를 죽이고 로비로 다가갔다.

 

 

오소마츠 형과 마주 보고 선 토토코가 오소마츠 형을 응시하며 허탈하게 웃었다.


오소마츠 군은 정말로 바보야.”

“…. 토토코, 녀석들을 부탁할게.”

바보야…, 정말로….”

로비 입구의 벽에 몸을 숨기고 바라본 오소마츠 형과 토토코의 모습에 말을 잃었다

항상 당당하던 토토코가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꼿꼿이 서 있는 여린 몸이 어쩐지 휘청거리는 것처럼 보였다

오소마츠 형은 쓴웃음을 흘리며 토토코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었다

오소마츠 형의 미소가, 마음을 흔들었다


왜 그런 웃음을 짓는 건지

왜 그렇게 울 것 같은 얼굴을 하는 건지

지금 당장 뛰어나가 따지고 싶은데도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마치 강력 접착제로 발을 바닥에 붙인 것처럼 꼼짝도 하지 않는 다리와 함께 내가 지금 제대로 호흡을 하고 있는지도 확실치 않았다


가야 하는데

오소마츠 형의 옆으로 가야 하는데…, 

오소마츠 형이 우리를 거부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져서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오소마츠 군.”

구두 소리를 울리며 오소마츠 형에게 다가간 남자에게 시선을 돌렸다

비싸 보이는 정장을 입은 중년 남자는 관리국의 국장이었다

겨우 몇 번 만난 적 있는 어렴풋한 기억을 더듬어 남자가 「관리국」의 국장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오소마츠 형은 토토코의 머리를 어루만져주던 손을 거두고 남자의 앞으로 걸어갔다

따각따각 구둣발 소리가 울리고 그 뒤로 오소마츠 형의 신발을 끄는 특유의 발소리가 뒤따랐다

로비에서 점점 멀어지는 남자와 오소마츠 형의 뒷모습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무슨 상황이 펼쳐져 있는지는 몰라도, 그게 상상도 못할 정도로 나쁜 것이라는 예감이 온몸을 옭아맸다

오소마츠 형이 완전히 시야에서 사라지자, 얼굴을 가리고 흐느끼며 그 자리에 주저앉은 토토코를 보고 확신했다


저 바보 같은 형이 또 뭔가를 꾸미고 있다고

또 혼자 떠맡으려고 한다는 것을


고개를 돌려 토도마츠를 보자, 토도마츠도 나와 같은 생각인지 사색이 된 얼굴로 나를 마주 보았다.


“…, 흐읏!”

토토코의 울음소리에 발이 떨어졌다

토토코에게 달려가 필사적으로 매달려 토토코를 흔들었다


대체 뭐냐고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냐고

제발 설명해 달라고

간절히 외치는 토도마츠를 따라 토토코를 닦달했다

어느새 눈가를 촉촉이 적시고 있던 눈물이 토토코의 눈물과 함께 바닥으로 떨어졌다

토토코는 우리의 질문에 제대로 대답도 하지 못하고 그대로 무너져버렸다

숨도 못 쉴 정도로 비참하게 통곡하는 토토코를 보며 전신을 타고 올라오는 불쾌에 숨이 떨렸다.

 

 

 

 

 

 

2.

 

취조실에 놓인 하얀 책상에 자백서라고 쓰인 종이가 건네졌다

쵸로마츠는 입을 굳게 다물고 고개를 돌렸다

맞은편에 앉은 관리국원의 한숨 소리가 들려왔지만, 쵸로마츠는 그저 빨리 이 답답한 방을 벗어나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무기력하게 늘어진 마음은 더는 그 어떤 감정도 자아내지 못했다


토고가 죽었다는 소식을 들은 이후로, 쵸로마츠의 마음은 이정표를 잃었다

무엇을 하고, 어떤 감정을 느끼고, 어떤 결과를 내야 하는지, 그 모든 것은 토고에 의해 결정되었다

자신의 존재 의의가 토고와 「팔콘」에 있다고 의심치 않았던 마음이 광활한 초원에 덩그러니 던져졌다

사방을 둘러보아도 아무것도 없는 공간에서 쵸로마츠는 멍청히 서 있었다

다시 깊은 한숨을 쉬며 쵸로마츠에게 말을 붙이려는 「관리국」 센티넬이 입을 연 순간, !! 하는 소리와 함께 취조실의 문이 열렸다.


쵸로마츠 형!! 부탁이니까, 이거 마셔!! 제발, 부탁이야!!!”

뒤에서 자신을 말리는 관리국원을 뿌리치고 취조실 안으로 뛰어들어온 토도마츠가 온통 눈물로 젖어 엉망이 된 얼굴로 외쳤다

쵸로마츠 앞에 무릎을 꿇은 토도마츠가 손안에 들고 있던 작은 병을 내밀었다

투명한 병에 담긴 푸른색의 액체가 찰랑거리며 흔들렸다

바다와 같은 색을 가진 액체에 묘한 기시감을 느낀 쵸로마츠가 숨을 들이마셨다.


쵸로마츠 형! 제발, 제발, 부탁이니까!! 이걸 마셔!!!”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는 쵸로마츠를 보며 토도마츠가 절망하며 울부짖었다

쵸로마츠가 입고 있는 검은 후드를 움켜쥐고, 다른 한 손에 든 병을 내밀며 토도마츠가 간절히 울었다

초조하게 쵸로마츠를 응시하며 쵸로마츠의 후드를 붙잡은 손을 마구 흔들자, 쵸로마츠의 몸도 그에 따라 앞뒤로 흔들렸다

흔들리는 시야에 눈물을 멈추지 않는 토도마츠가 보였다.


마시라구우우우!!!”

숨이 넘어갈 것처럼 비통하게 절규하는 토도마츠를 보며 쵸로마츠는 문득 어젯밤을 떠올렸다.

 

 

철창 안에 격리된 쵸로마츠가 인기척을 느끼고 감각을 곤두세웠다

두 눈은 여전히 감고 있지만, 온 신경은 철창 너머에서 느껴지는 인기척에 쏠려있었다

끼익-, 하고 철창이 열리는 소리에 쵸로마츠가 마른침을 삼키며 살며시 실눈을 떴다

달빛이 은은하게 비추는 가운데 붉은 후드를 입은 자가 쥬시마츠가 자는 감방 안에 들어갔다

코까지 골며 완전히 곯아떨어진 쥬시마츠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는 오소마츠의 손길에 쵸로마츠는 이제 거의 기억나지 않는 희미한 어린 날을 끌어냈다


항상 여섯 명이 다 함께

그중에서도 가장 악동이었던 오소마츠와 그의 파트너였던 자신

어디서 주워왔는지 모를 나뭇가지를 휘두르며 제일 앞에서 뛰어가는 그 등이, 쥬시마츠 앞에 서 있는 어른의 등과 겹쳐졌다

그 시절엔 모두가 평등했다

육둥이의 하나

육분의 일.

 

쵸로마츠가 과거를 떠올리는 사이 쥬시마츠가 있는 감방을 나온 오소마츠는 그대로 쵸로마츠의 감방 안으로 발을 들였다

다가오는 인기척을 느끼며 쵸로마츠는 이대로 자는 척을 해야 할지, 습격하고 탈출을 해야 할지 망설였다

오소마츠가 들어온 철창문은 그대로 열려있다

쵸로마츠는 자는 척을 이어가며 주먹을 꽉 쥐고 모든 경우의 수를 헤아리기 시작했다.


사락-


저도 모르게 찌푸린 눈썹은 머리카락에 닿는 부드러운 손길에 허무하게 풀려버렸다

자는 척이냐, 탈출이냐, 고민하던 머릿속도 함께 텅 비어 깨끗해졌다

조심스럽게 쵸로마츠의 머리칼을 세던 손가락이 곧 쵸로마츠의 정수리에 닿았다

손바닥을 내려 천천히, 상냥하게 머리를 쓰다듬는 손길에 쵸로마츠는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뜨거워지는 눈시울에 고개를 숙여 팔 속에 파묻고 몸을 움츠렸다

쵸로마츠가 뒤척이면서 잠시 떨어졌던 손이 피식- 하는 웃음소리와 함께 다시 내려왔다

몇 번 더 쵸로마츠의 머리를 쓰다듬은 손이 떨어지자, 커다란 온기가 떠난 것처럼 바로 찬 공기의 쌀쌀함이 느껴졌다

쓰다듬을 멈추고도 오소마츠의 인기척은 사라지지 않았다

쵸로마츠는 요령껏 소매로 얼굴을 가리고 슬며시 실눈을 떴다

달빛을 받아 푸르게 빛나는 오소마츠의 얼굴을 본 순간, 쵸로마츠는 본능적으로 오소마츠를 향해 뻗으려는 손을 억눌렀다

예상치 못한 일에 놀라 두근거리는 심장이 고막 너머에서 울려 퍼졌다

오소마츠에게도 들리는 게 아닐까 걱정될 정도로 거세게 뛰는 심장 소리에 쵸로마츠가 작게 입술을 깨물었다

오소마츠는 쵸로마츠가 깨어나 있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대로 한참 동안 쵸로마츠를 응시했다

30분 정도가 흐르고 나서야 오소마츠는 쵸로마츠의 앞을 떠났다

철컹- 하고 철창문이 잠기는 소리에 쵸로마츠가 눈을 떴다

아직도 떨리는 심장이 진정되지 않아 가슴께를 꽉 붙잡고 갈 곳 없는 한숨을 내쉬었다.


 왜 네가 그런, 포기한 얼굴을 하는 거야….

 

 

 

쵸로마츠 형, 제발…, 제발…!!”

아직도 자신의 앞에서 무릎 꿇고 아예 머리를 땅에 박을 기세로 애원하는 토도마츠를 보며 쵸로마츠가 입을 뗐다.


마실게.”

간결한 대답에 놀란 토도마츠가 뭐라 대답하기도 전에 쵸로마츠가 토도마츠가 쥐고 있던 약병을 뺐어 그대로 삼켰다

미지근한 푸른 액체가 짠맛을 남기고 식도로 내려갔다

빈 병을 책상에 내려놓은 쵸로마츠가 눈을 크게 뜨고 멍청히 자신을 바라보는 토도마츠를 마주 보았다

그리고 순식간에 시야가 흔들리더니 쵸로마츠의 몸이 크게 기울었다

쵸로마츠를 급히 외치며 벌떡 일어나 자신을 지탱하려는 토도마츠의 얼굴을 보며 쵸로마츠가 눈을 감았다.

 

 

 

 

 

 

3.

 

쥬시마츠, 마셔…! 제발….”

몸을 동그랗게 웅크리고 덜덜 떠는 이치마츠를 쥬시마츠가 곤란한 얼굴로 바라보았다

바닥에 머리를 박은 이치마츠 앞엔 푸른색의 액체가 담긴 작은 병이 놓여 있었다

쵸로마츠와 떨어져 별개의 취조실에서 조사를 받던 쥬시마츠 앞에 다짜고짜 취조실 문을 차고 들어온 이치마츠는 쥬시마츠를 보자마자 눈물을 흘렸다

히끅-, 히끅-, 하고 간신히 숨을 넘기는 이치마츠의 갈라진 목소리가 계속해서 쥬시마츠를 불렀다.


쥬시마츠, 제발…! 마셔! 제발, 제발!!”

면회실에서 만났던 이치마츠는 항상 침착하고 무기력했다

하지만 지금 쥬시마츠의 눈앞에 몸을 작게 말아 떠는 이치마츠는 침착함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심하게 동요하고 있었다

바닥에 굵은 눈물방울을 뚝뚝 흘리며, 온몸으로 절규하는 이치마츠의 모습에 쥬시마츠는 말을 잃었다

소매로 입을 가리고 흔들리는 눈동자로 이치마츠를 주시하는 쥬시마츠에게 이치마츠가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왔다.


쥬시마츠, 쥬시마츠…! 제발, 부탁이야…! 이걸, 마셔어! 안 그러면, 안 그럼…, 오소마츠, 형이!!!”

쥬시마츠의 바지 자락을 붙잡은 이치마츠가 애걸했다

쥬시마츠는 이치마츠의 입에서 나온 오소마츠 형이라는 단어에 눈을 크게 떴다

이제는 필요 없다고 버렸던 기억 속에서 오소마츠는 오소마츠였다. 항상 평등했던 육둥이에겐 , ‘동생도 없었다


쥬시마츠는 자신과 적으로 대치하던 오소마츠를 떠올렸다

오소마츠는, 과거와 똑같으면서도 설명할 수 없는 위화감을 풍기고 있었다

매일 쥬시마츠를 면회 온 이치마츠가 가끔 오소마츠 을 입에 담을 때 보여주었던 표정은 지극히 편안하고 부드러웠다

쥬시마츠는 단 한 번도, 누군가를 떠올리며 기쁜 감정을 가져본 적이 없었다

편안한 감정은 아예 한 번도 느낀 적 없는 낯선 감정이었다


쥬시마츠는 문득 궁금해졌다

그렇게 편안한 표정을 지을 수 있게 만들어주고지금처럼 자신을 버려가며, 울부짖어가며 애원하게 만들 수 있는 사람은 대체 어떤 이인지

오소마츠 이란 대체 누구인지

쥬시마츠는 고개를 숙이고 사시나무처럼 떨며 흐느끼는 이치마츠의 머리맡에 놓인 작은 병을 집어 들었다.

이치마츠가 고개를 들기도 전에, 병에 담긴 푸른색의 액체는 쥬시마츠의 입속으로 쏟아졌다.

 

쿠당탕! 소리를 내며 의자와 함께 쓰러진 쥬시마츠의 몸을 안아 올린 이치마츠가 당황한 표정으로 문가를 쳐다보았다

헐떡이며 가쁜 숨을 내쉰 파란색 줄무늬의 거대한 속옷 하나만을 걸친 괴짜 박사가 쥬시마츠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예상했던 반응이다요! 생명엔 이상 없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요! 그동안 몸속에 쌓인 독소를 빠른 속도로 해독하고 있어, 급격한 체내 환경 변화에 뇌를 지키기 위해 의식을 잃은 것이다요! 앞으로 반나절 정도면 깨어날 것이다요!!”

반나절이면 너무 늦엇!!”

울먹이며 외친 이치마츠가 조심스럽게 쥬시마츠를 바닥에 내려놓았다

가지런히 팔과 다리를 모아 눕혀준 후, 박사에게 쥬시마츠를 부탁한다는 말을 남긴 이치마츠가 서둘러 취조실을 나왔다

큰 발소리를 울리며 뛰어나가는 이치마츠의 옆에 토도마츠가 섰다. 시간이 없었다.

토도마츠와 눈을 마주한 이치마츠가 더욱 뜀박질 속도를 높였다.

 

 

 

 

 

 

4.

 

웅성웅성, 소란스러워진 철창 바깥 분위기에 카라마츠가 의자에서 일어났다

철창 맞은편에서 카라마츠를 감시하고 있던 간수도 몸을 일으켜 눈썹을 찌푸리고 바깥을 살폈다

대체 무슨 일이냐고 묻기도 전에 카라마츠가 있는 감옥 안으로 들이친 두 사람의 모습에 카라마츠가 낮게 혀를 찼다

간수의 만류도 뿌리치고 철창으로 다가가는 둘을 본 간수가 재빨리 자신의 능력을 지웠다

S급 센티넬의 강력한 전류가 검은 철창에서 사라지는 것을 눈치챈 카라마츠가 천천히 숨을 다듬으며 힘을 모았다.


카라마츠 형!!”

카라마츠 형!! 이거! 마셔!!”

차갑게 자신들을 응시하는 카라마츠의 눈빛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두 사람이 철창에 돌진해 손을 뻗었다

작은 병에 담긴 푸른 액체를 노려본 카라마츠가 콧방귀를 끼며 입을 열었다.


설득하라고 너희를 보낸 건가? 웃기지도 않는군. 마시지 않는다.”

싸늘한 목소리에 이치마츠가 호흡을 멈췄다

뺨을 타고 흐르던 눈물을 거칠게 소매로 닦아낸 이치마츠가 자신들의 뒤에 서 있던 간수를 덮쳤다

가이드인 이치마츠를 해칠 수 없는 간수는 당황해 팔을 휘저었지만, 이치마츠는 날렵하게 간수의 몸부림을 피해 허리춤에 달려 있던 열쇠를 뺏어 들었다

말리는 말도 기다리지 않고 카라마츠의 철창문을 연 이치마츠가 카라마츠에게 달려들어 멱살을 잡았다.


마시라고!! 이 빌어먹을 자식아!!! 너 때문에! , 같은 놈을 살리겠다고! 오소마츠 형이, 죽게 됐다고!!”

울분이 섞인 애통한 외침에도 카라마츠는 초연한 표정을 지우지 않았다

자신의 멱살을 잡은 이치마츠의 손에 짧은 시선을 주고 고개를 올려 이치마츠를 마주 본 카라마츠가 !” 하고 짧은 웃음을 흘렸다.


그 녀석이 죽는다니, 그거 잘 됐군.”

! 소리와 함께 카라마츠의 몸이 바닥에 뒹굴었다

오랜만에 사람을 때린 주먹이 욱신거렸지만, 입술을 깨물고 떨리는 숨을 내뱉는 이치마츠는 멈추지 않고 쓰러진 카라마츠 위에 올라탔다

단단히 멱살을 잡고 퍽, , 주먹이 공중에 떴다가 카라마츠의 얼굴에 꽂혔다

고통조차 느끼지 않는 것처럼 카라마츠는 이치마츠의 주먹에도 인상을 찌푸릴 뿐이었다

몇 번이고 둔탁한 소리가 감방 안에 울렸다

이치마츠는 벌게져 피가 흐르는 주먹을 끊임없이 내려치며 흐느꼈다.


네가!!”


네가! 그런 말을 해!?”


오소마츠, 형이!!”


너를 위해서!!””


목숨까지 버리려고 하는데!!!”

, 


한 마디, 한 마디 비통하게 내뱉을 때마다 이치마츠의 주먹이 카라마츠에게 박혔다

주먹을 내지를 때마다 흔들리는 몸을 따라서 이치마츠의 뺨에서 굵은 눈물이 흘러 카라마츠 위에 떨어졌다

카라마츠는 서투른 주먹질에 짜증을 내며 시선을 돌려 철창 너머를 바라보았다

철창문에 서서 이치마츠를 보며 울고 있는 토도마츠가 카라마츠와 눈이 마주친 순간 이치마츠를 불렀다.


이치마츠 형, 그만해!! 지금 그러고 있을 시간 없다고!!!”

토도마츠의 절규에 이치마츠가 주먹을 멈췄다

입안이 터져 고인 핏물을 퉷! 하고 바닥에 뱉어낸 카라마츠가 이치마츠를 향해 손을 뻗자, 토도마츠가 재빨리 달려가 카라마츠의 손을 잡았다.


카라마츠 형, 제발…! 제발, 부탁이야!! 딱 한 번만! ! 한 번만이라도 좋으니까!! 제발, 우리 말을 들어줘!!!”

카라마츠의 손을 양손으로 감싸고 주저앉은 토도마츠가 기도하듯 빌었다

커다란 눈동자가 눈물에 젖어 반짝이며 빛났다

하지만 토도마츠의 애원에도 카라마츠의 눈동자에 빛이 실리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고, 투명한 유리처럼 그 무엇도 비추지 않는 카라마츠의 눈에 토도마츠가 절망해 흐느꼈다.


왜 아무렇지도 않은 건데!! 카라마츠 형!!!”

파트너였던 토도마츠의 처절한 외침에도 카라마츠는 그 어떤 감정도 보이지 않았다

어떻게 이런 상황에 이렇게 초연하게 아무렇지도 않게 있을 수 있을까, 자문하며 카라마츠 위에 타고 있던 이치마츠도 허탈하게 주먹을 떨어뜨렸다

멍청히 허공을 응시하는 이치마츠와 어깨를 떨며 흐느끼는 토도마츠 사이에서 카라마츠는 호흡만을 반복했다.

 

희망은 없다.

다 끝났다.

이대로 오소마츠 형은….

 

모든 것을 포기해버린 이치마츠의 눈가에서 뜨거운 눈물 한 방울이 바닥을 적셨다.

 

 

 

카라마츠!!!”

카라마츠 형아!!!”

투쾅!! 하고 입구를 통째로 날려버린 쥬시마츠가 쵸로마츠와 함께 감방 안으로 들어왔다

너무나 간단하게 쇠창살을 구겨버리고 들어온 쥬시마츠가 카라마츠 위에 앉아있던 이치마츠를 일으켰다.


, 시마츠…?”

아이!! 이치마츠 형아!”

혼잣말하듯 작게 내뱉은 이치마츠의 부름에 쥬시마츠가 해맑게 웃으며 대답했다

자신을 똑바로 응시하는 쥬시마츠의 티 없이 맑은 눈동자에 이치마츠가 말을 잃고 눈을 깜빡였다

문득 시선을 돌리자 토도마츠도 이치마츠 만큼이나 놀라 눈을 크게 뜨고 쵸로마츠를 바라보고 있었다

눈썹을 늘어뜨리고 슬픈 표정으로 토도마츠를 잡아 일으킨 쵸로마츠가 토도마츠의 머리를 상냥하게 쓰다듬었다.


늦어서 미안.”

마치 오소마츠처럼 자상한 미소와 함께 내려오는 손길에 토도마츠의 눈물샘이 다시 봇물 터지듯 터지고 말았다

, -, !” 하고 제대로 된 단어조차 내뱉지 못하고 우는 토도마츠의 어깨를 토닥인 쵸로마츠가 몸을 돌려 카라마츠를 응시했다.


카라마츠, 이거. 마셔줘.”

카라마츠 형아! 이거 안 위험하당께요! 카라마츠 형아도 마셔요!”

이치마츠와 토도마츠가 내밀었던 것과 같은, 작은 병에 담긴 푸른 액체를 본 카라마츠가 눈썹을 찡그리며 쵸로마츠와 쥬시마츠를 의아한 얼굴로 마주 보았다.


마셔. 카라마츠.”

카라마츠 형아! …, 마셔야, 흐읏!, 함다….

붉게 부어오른 눈을 가늘게 뜨고 괴로운 듯 얼굴을 찡그린 쵸로마츠와 말을 마치기도 전에 울음을 터뜨린 쥬시마츠가 다시 병을 내밀었다

10년을 함께 한 동생들이 내민 병을 보며 카라마츠가 혼란에 휩싸였다

견고하게 쌓인 성벽처럼 절대 흔들리지 않았던 카라마츠의 눈동자가 요동쳤다

한계를 아득히 넘은 혼란이 해일처럼 머릿속을 덮쳤다

눈썹을 찌푸리고 잘게 고개를 젓는 카라마츠의 떨리는 눈빛에 두려움이 얼핏 스쳤다

쵸로마츠는 자신을 밀어내려는 듯이 앞으로 내민 카라마츠의 팔을 꽉 붙잡고 말했다.


카라마츠, 오소마츠가…. 죽을지도 몰라.”



마치 처음 듣는 소식인 것처럼 카라마츠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내일이면 넌 자유야, 카라마츠.”

 

담담히 말하는 오소마츠의 지친 표정을 떠올린 카라마츠가 숨을 삼켰다

확신, 견고한 강철로 된 성벽과 같은 확신이 오소마츠의 말 한마디에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입을 뗐지만, 별다른 말도 하지 못하고 도로 입술을 닫은 카라마츠에게 쵸로마츠가 해독제가 든 병을 내밀었다.


“…카라마츠. 너도, 깨달았잖아.

“….”

쵸로마츠의 말에 카라마츠가 쵸로마츠 손에 들린 병을 건네받았다

덜덜 떨리는 손에 아랫입술을 잘게 씹으며 두 손으로 소중히 병을 받쳐 든 카라마츠가 큰 심호흡 후, 병 속에 든 푸른 액체를 입에 털어 넣었다.

 

시야가 빙글- 돌며 어디가 바닥이고 천장인지 알 수 없었다

완전히 뒤집어진 감각에 식도로 올라오는 위액을 간신히 삼키며, 격렬한 두통에 빠득- 소리가 날 정도로 이를 꽉 다물었다

금방이라도 정신을 잃고 쓰러질 것처럼 휘청거리는 카라마츠의 양팔을 쥬시마츠와 이치마츠가 붙잡았다.


지금은 쓰러져 있을 시간 없어!!!”

 

 

 

 

 

 

5.

 

사형이다.”

국장님의 단호한 목소리에 오소마츠 군이 숨을 깊이 내쉬며 어깨를 늘어뜨렸다

민간인에게 큰 피해를 준 카라마츠 군은 관리국에 있어서 범죄자 외에 아무것도 아니었다.


고개를 숙이고 있는 오소마츠 군의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

지금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면죄, 라던가….”

그런 이유로 하나하나 봐주기 시작하면 끝이 없어.”

“…녀석도 그러고 싶어서 그런 게 아니잖아.”

알아들을 수 있게 한 번 더 말해주지. 네 동생이건 뭐건, 「팔콘」에 속한 범죄자. 게다가 민간인까지 죽인 녀석에겐 사형뿐이다.”

! 카라마츠는 세뇌된 거잖아!? 그런데 왜 카라마츠가 죽어야 하는 거야!!!

멍청한 놈! 세뇌당해 죽였건, 제 의지로 죽였건 이유는 중요하지 않아!! 사람이 죽었다! 「관리국」이나 「팔콘」과 아무런 상관이 없는 무고한 피해자가 나왔단 말이다! 그들에 죽음에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해! 사람을 죽였으면 응당 그에 해당하는 벌을 받는 게 마땅하고, 그것이 사람의 도리이며 책임이다!!!”

국장님의 외침에 오소마츠 군이 입술을 깨무는 것이 보였다. 하얗게 쥐어진 주먹이 부들부들 떨리는 것을 보고 국장님을 말리려고 손을 뻗었지만, 흥분한 국장님은 책상을 쾅! 내리치며 잔혹한 말을 쏘아냈다.


“…”

사정이 어찌 되었든 책임은 피할 수 없다. 만약 거부한다면 내가 반드시 책임을 지게 해주지!!”

어깨를 들썩이며 말을 마치고 거친 숨을 내뱉은 국장님이 오소마츠 군을 응시했다

오소마츠 군은 여전히 고개를 푹 숙인 채, 작디작은, 애처롭게 떨리는 목소리를 냈다.


“….”

!?”

“…전부 내가 진다고!!!”


쿠당탕! 하고 귀를 울리는 소음이 고막을 때렸다

폭발하듯 타오르며 치솟은 붉은 불꽃은 회의실에 세워진 책상과 의자를 모두 넘어뜨리고 활활 타올랐다

뜨거운 열기가 순식간에 회의실 안을 가득 채웠다

놀라 벌떡 일어난 국장님에게 새빨간 화염에 휩싸인 오소마츠 군이 다가갔다.


“…전부, 내가 질 테니까…!!”

“….”

책임이던, 처벌이건, 뭐든 간에. 내가 전부 짊어질 테니까!!

붉은 불꽃에 감싸여 증발하지 않은 맑은 눈물이 오소마츠 군의 뺨을 태고 흘러내렸다

주룩주룩- 커다란 눈물을 흘리며 외치는 오소마츠 군의 목소리는 가슴을 도려내는 듯한 슬픔과 함께 숨통을 옥죄는 것 같은 분노를 품고 있었다

뜨거운 화염이 내뿜는 열기가 오소마츠 군의 마음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는 것 같아서, 가슴이 아파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그러니까, …부탁이야….”

쥐어짜듯 애원하며 무릎을 꿇은 오소마츠 군의 불꽃은 어느새 잠잠해져 가느다란 빛을 일렁이고 있었다

하아~” 하고 깊은 한숨을 내쉬는 국장님의 숨소리를 들으며 두 눈을 감았다.


 항상 즐겁게 웃던 오소마츠 군의 이런 모습은, 더는 보고 싶지 않았으니까.

 

 

 

데카판 박사를 데려온 날, 오소마츠 군은 마른 웃음으로 박사를 맞이했다

관리국에 마련된 최신 기기들을 이용하면 해독제를 만들 수 있다고 자신하는 박사의 말에 오소마츠 군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나직이 말했다.


그럼 를 써줘.”


데카판 박사가 숨을 삼키며 응시한 그 얼굴은 잔잔한 미소를 피우고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다.

 

 

 

 

 

 

6.

 

목에 차고 있는 검은 초커를 매만지며 오소마츠가 의자에 앉았다

찰칵- 하고 손목과 발에 두꺼운 수갑이 채워지고 한쪽 팔의 소매를 걷어 올렸다

훤히 드러난 피부에 날카로운 주삿바늘이 닿았다

공포에 물든 눈동자를 돌린 오소마츠가 침착하게 심호흡하며 피부를 뚫고 들어오는 주삿바늘의 감촉을 견뎌냈다

주사기 속 붉은 액체가 서서히 오소마츠의 혈액 속으로 퍼졌다

바늘이 다시 오소마츠의 피부를 떠났을 때, 두근! 하고 심장이 강하게 뛰는 것을 느끼며 오소마츠의 상체가 앞으로 꼬꾸라졌다

크흣!” 하고 이를 갈고 신음하며 고통을 견디는 오소마츠의 눈가에 어느새 눈물이 맺혔다


각성제 ‘Red rose’에 의해 순식간에 한계치를 넘은 신진대사에 심장이 터질 것처럼 박동했다

전신을 도는 피가 불타오르는 것처럼 뜨거워지며 뇌에 과부하를 일으켰다

솟구친 열기와 동시에 정신이 아득해질 정도로 증폭된 흥분이 머릿속을 휘감아 모든 것을 내던졌다

부들부들 떨리는 사지에 핏줄이 솟구치며 뇌에서 손가락 끝까지 퍼지는 전류에 온몸이 저릿저릿했다

팽팽하게 당겨진 수갑을 금방이라도 끊어버릴 것 같은 압도적인 힘에 토토코의 전신에 소름이 돋았다

찰칵, 찰칵하고 쇳소리를 내며 흔들리는 수갑은 위태롭게 오소마츠의 몸을 의자에 잡아두고 있었다.


후보 물질 606번 주입합니다.”

기계적인 말투와 함께 주사기에 푸른 액체가 채워졌다

잘게 경련하는 오소마츠의 팔에 꽂힌 주사기 바늘 너머로 푸른 액체가 흔들렸다

피스톤이 눌리며 서서히 푸른 액체가 오소마츠의 체내로 흘러 들어갔다

한 번 더 격렬하게 심장이 뛰며 전신에 견디기 힘든 전류가 흘렀다

아릿하게 퍼지는 감각 이후 동시에 신경을 긁어내는 듯한 고통이 뒤따랐다

온몸에 퍼졌던 각성제라는 , 순식간에 중화되며 온 세포의 활성을 바꾸었다

단시간에 이루어지는 급격한 대사 변화는 각성제보다 더한 이 되어 온 말초신경을 빠듯하게 조이고 호흡도 잊어버릴 정도의 고통을 만들어냈다

억지로 하늘 위로 들어 올렸다가 끈이 끊기듯 툭! 하고 땅에 떨어지는 감각과 고통

피가 배어나도록 이를 악물고 견뎌도 어찌할 수 없는 고통에 오소마츠가 몸부림쳤다.


찰칵-, 찰칵-, 찰칵-, 찰칵-, 찰그락-

사나워진 몸부림에 팔과 다리를 구속하고 있던 수갑이 시끄럽게 흔들렸다

고통과 혼란으로 맺힌 눈물이 기어이 땅에 떨어졌다.


, 후아아!!”

비명을 지르며 어찌할 수도 없이 주먹을 쥐었다 피며 광란하는 오소마츠가 곧 위액을 쏟아냈다

끅끅거리며 뱃속에 남은 것을 전부 토해낸 오소마츠의 경련하는 몸을 토토코가 다가가 껴안았다

오소마츠 주변의 수많은 의료 기기가 오소마츠가 토해내는 모든 정보를 기록했다

기계가 뽑아내는 결과를 가만히 살피는 데카판이 고개를 들어 손짓하자 오소마츠의 몸을 묶어두었던 수갑이 풀려났다

힘없이 앞으로 쓰러지려는 오소마츠의 몸을 토토코가 껴안은 채로 지탱했다

가녀린 토토코의 몸에 매달린 오소마츠에게 흰 가운을 입은 연구원들이 달려가 부축했다

두 사람의 부축을 받아 간신히 일어선 오소마츠가 헉, 헉 거친 숨을 내쉬며 괴로운 듯이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한 시간도 안 되는 짧은 시간에 급격한 변화를 두 번이나 경험한 몸은 녹초가 되어 엉망진창으로 흐트러져있었다

토토코도 오소마츠의 모습에 슬프게 얼굴을 찌푸리고 두 손을 오소마츠의 뺨에 올렸다

땀으로 젖은 얼굴을 닦아준 토토코가 오소마츠를 의자에 앉혔다

고개를 축 늘어뜨리고 숨을 고르는 오소마츠의 옆에 앉아 아직도 떨리는 손을 꽉 잡아준 토토코가 데카판에게 시선을 돌렸다.


결과는 어떤가요?”

“…, 호에…. 완성이다요! 해독제가 완성되었다요!!”

예측한 대로 나오는 결과에 데카판이 기쁘게 외쳤다

한 달이 넘는 실험 끝에 겨우 완성된 해독제에 실험실에 있던 연구원들 전부 환호성을 질렀다

우수한 두뇌가 모여, 지식이 모여, 반복된 실험으로 간신히 만들어진 해독제에 기뻐하는 연구진들 사이에서 토토코가 고개를 숙였다

해독제가 완성되었다는 외침조차 들리지 않을 정도로 지쳐버린 오소마츠는 여전히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고마워, 데카판.”

오소마츠 군, 오소마츠 군은 이제 어떻게 할 생각이다요?”

“…하하하, 글쎄. 어쩔까?”

마른 웃음을 흘리며 데카판의 질문을 흘려버린 오소마츠가 발을 돌렸다

연구실을 빠져나가 비틀거리며 걸어가던 오소마츠가 결국 벽에 기대 복도에 주저앉았다

몇 번을 경험해도 익숙해지지 않는 혼란과 고통에 진이 빠진 오소마츠가 눈을 감았다

얕은 호흡을 반복하며 한계점을 아슬아슬하게 넘나드는 오소마츠의 앞에 토토코의 구두가 멈췄다.


오소마츠 군, 이리로 와.”

토토코가 잡은 손을 뿌리칠 기력도 남아 있지 않은 오소마츠는 슬프게 웃으며 미안….” 이라는 사과와 함께 토토코의 뒤를 따랐다.

 

 

 

핑크색과 아기자기한 팬시로 꾸며진 토토코의 방에 들어서자마자 뒤돈 토토코가 오소마츠를 침대에 앉혔다

오소마츠에게 달려들듯이 그 품에 안긴 토토코가 그대로 오소마츠와 함께 침대에 누웠다

서로의 심장 소리가 전해질 정도로 가까이, 오소마츠를 껴안은 팔에 더 힘을 준 토토코가 옅은 한숨을 내쉬었다

조금이라도 마음에 여유를 주면 금방 눈물이 흘러나올 것처럼 뜨거워진 눈시울을 가린 토토코가 나직이 속삭였다.


“S급 가이드인 토토코가 특별히 안아주는 거니까 감사히 여겨.”

“…, 고마워. 토토코.”

미약하지만 조금 진정된 머리를 끄덕인 오소마츠가 옅은 미소를 피웠다

잦아드는 오소마츠의 떨림에 작게 안도하며 토토코가 눈을 감았다


각성제의 강제 주입과 해독제에 의한 중화의 반복

이미 몇십 번을 반복한 실험에 오소마츠의 몸은 한계에 가까워져 있었다

보기만 해도 고통스러운 실험을 되풀이하는 오소마츠의 정신은 날이 갈수록 닳아 문드러졌다

떨어지는 물방울에 조금씩 깎여가는 바위처럼 오소마츠의 마음은 서서히 망가져 갔다

간신히 붙잡은 카라마츠의 단호한 거부와 맞물린 실험이 주는 고통에 이미 오소마츠의 마음은 벼랑 끝에 내몰린 상태였다

쉬어야 할 정도로 지쳤으면서 아직도 자신을 채찍질하는 오소마츠는 점점 피폐해져 갔다

토토코는 감히 손도 댈 수 없을 정도로 탈진한 오소마츠는 이제 마지막을 남겨두고 있었다

해독제의 완성과 동시에 약속된 마지막에 결국 토토코의 눈에서 눈물 한 방울이 흘러내렸다.

 

 

 

 

 

 

7.

 

줄곧 목을 감싸고 있던 검은 초커를 벗기자, 오소마츠 군이 애틋한 한숨을 내쉬었다

 손에 올려진 초커를 가만히 내려다본 오소마츠 군이 빙긋이 입꼬리를 올렸다.


그걸 쓰지 않고 끝나서 다행이야.”

당장 그게 할 말이냐고 외치고 싶은 마음을 꾹- 누르고 입술을 깨물었다

떨리는 숨에 제대로 고개를 들 수 없었다

눈앞에 서 있는 오소마츠 군을 똑바로 바라볼 수도 없는 한심한 내게, 오소마츠 군은 상냥한 미소와 함께 따뜻한 손을 내려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바이바이.”

마지막을 알리는 갈라진 목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내 앞을 지나쳐 문을 열고 들어가는 등을 멍청히 바라보았다

눈가가 뜨거워지며 눈앞이 흐려졌다

망설이지 않고 문 안으로, 저편으로 걸어가는 등이 잘 보이지 않았다

떨리는 숨을 내뱉으며 주먹을 쥐고 필사적으로 치밀어 오르는 설움을 삼켰다

심호흡하며 감정을 억누르는 사이, 입구가 소란스러워졌다

문 너머로 들려오는 긴박한 외침에 눈물을 닦아내고 문을 열었다.


토토코!! 들여보내 줘!! 안에, 오소마츠 형이!!!”

토토코!! 제발!!”

울부짖는 이치마츠 군과 토도마츠 군 너머로 불안하게 흔들리는 눈빛을 한 카라마츠 군과 쵸로마츠 군, 쥬시마츠 군이 보였다


이제야, 겨우…, 다 모였구나

하지만, 오소마츠 군을 막을 수 있는 골든 타임은 이미 끝난 뒤야


문을 지키고 서 있던 국원들에게 절대 문을 열어주지 말 것을 전했다.


토토코!?!?”

, 안 돼!! 안에 오소마츠 형이 있다고!!!”

자신들의 앞을 가로막는 요원들을 보며 다급히 외치는 이치마츠 군과 토도마츠 군에게 미소를 지어주었다

별일 아니라고, 말해주고 싶은데 눈물이 흘러넘쳐 제대로 입을 뗄 수 없었다

뿌옇게 흐려지는 시야 너머로 조용히 얼굴을 일그러뜨리는 카라마츠 군이 보였다.


 오소마츠 군도, 너희도, 전부…. 바보.

 

 

 

 

 

 

8.

 

눈앞이 새빨개지고, 온몸이 타들어 갈 듯 아팠다


모든 신경이, 세포 하나하나가 전부 뜨거워져서 아파서

고통으로 지금 내가 뭘 하고 있는지도 알아차릴 수 없을 정도로…. 


한 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닌, 계속해서 반복되는 끝이 보이지 않는 고통과 실험

주삿바늘 자국으로 시퍼렇게 멍든 팔을 숨기고, 단번에 목숨을 끊어버릴 초커를 목에 달고, 카라마츠를 만났다

내가 아무리 말을 걸어도, 변명해도 녀석에겐 닿지 않았다

카라마츠를 위해 이 모든 걸 다 참고 있는데도, 카라마츠는 나를 돌아봐 주지 않았다


너무하잖아

나도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다고


바보 같은 방법이지만, 노력하고 있는데도 카라마츠와 다른 녀석들은 돌아오지 않고 시간만 지나가고 있었다

아픈 건 멈추지 않고, 지친 몸의 피로는 서서히 정신까지 침식해 들어오고 있었다.

 

너무 아팠다. 아파, 고통스러워.

아파서, 금방이라도 죽을 것 같아서,

너무 피곤해.

, 포기하고 싶었다.

그치만, 보이지 않는걸

소망도, 희망도, 기대도 사라져 버렸는걸.

쉬고 싶었어. 너무 지쳐서, 힘들어서.

-, 싫어졌어.

 

 

 

집행 개시를 알리는 안내와 함께 커튼이 걷혔다

빈자리 없이 빼곡히 자리를 채우고 앉은 사람들의 증오를 담은 눈이 내게 꽂혔다


그렇게 미워


카라마츠를 닮은 눈빛에 새어 나오는 헛웃음을 숨길 수 없었다

증오와 혐오로 일그러지는 얼굴들을 조롱하며 눈을 감았다.

 

이제, 편해질 수 있어.

맘 편히 쉴 수 있다.



 

““오소마츠 혀엉!!!””

 

커다란 부름에 나도 모르게 눈을 떴다

! ! 유리를 두드리며 울부짖는 이치마츠와 토도마츠가 보였다

그리고 그 뒤에 서 있는 카라마츠와 쵸로마츠, 쥬시마츠도 보였다.

 

뭐야, 역시 너희에게 맡기면 문제없잖아.

제대로 다 모였잖아.

 

나란히 서 있는 다섯 명의 똑같은 얼굴.

다행이다.” 하고 작게 중얼거리며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미소를 보여주었다


멈추지 않고 유리를 깨부술 듯이 두드리는 이치마츠와 토도마츠도

멍청히 서서 내게 눈을 맞추고 있는 쵸로마츠와 쥬시마츠도

천천히 내 앞으로 다가와 유리 벽에 손을 짚는 카라마츠도 전부-, 

전부 내 사랑스러운 동생들이니까

드디어 다 모였으니까, 횽아는 이제 아무런 걱정도 없어

믿고 있었다고.

 


그럼 집행하겠습니다.”

무미건조한 남자의 말에 흰 가운을 입은 연구원이 푸른 액체를 주사기에 가득 채웠다

구속된 팔에 주사기가 꽂히고 천천히 커튼이 닫혔다

천천히 내 안으로 주입되는 푸른 액체를 보며 이제 정말로 마지막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 실은 죽고 싶지 않아.

너희랑 계속, ~속 같이 있고 싶어.

엄마랑, 아빠랑, 너네랑 같이 평화롭게 바보같이 웃으면서 살고 싶었어.

이따위 힘 바란 적도 없는데.

너네랑 어릴 때처럼, 아무 걱정 없이 뛰놀고 싶었어.

같이 학교 다니고 싶었어.

같이 웃고 싶었어.

엄마의 따뜻한 포옹을 받고 싶었어.

아빠의 웃기지도 않는 아저씨 개그 듣고 싶었어.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엄마의 손을 더 만끽하고 싶었어.

아빠의 커다란 웃음소리를 듣고 싶었어.

너네랑 더, , 같이, 바보같이, 걱정 없이 지내고 싶었어.

못난 어른이 되어서 엄마랑 아빠랑 영원히 같이 살고 싶었어.

너네랑 같이 살고 싶었어.

 

, 죽기 싫어.

, 왜 나만 죽어야 해!?

나는 아무것도 잘못한 거 없는데!

전부, 토고가 잘못한 건데!!

, 나는 어리광도 못 부리고, 항상 참아야 해!?

싫어, 죽고 싶지 않아!

너네랑 같이 있고 싶어!!

겨우, 겨우 다 모였는데!!

겨우 카라마츠가 제대로 날 봐주었는데!!!

너네랑 평화롭게 살고 싶었다고!!!

센티넬이니 가이드니 그딴 거 모르고, 같이 살고 싶었다고!!!

 

싫어,

싫어,

싫어,

죽고 싶지 않아!!

쵸로마츠랑,

쥬시마츠랑,

카라마츠랑,

-, 더 같이 있고 싶어!!!

너네랑 더 같이 있고 싶다고!!!

 

나만, 너네를 남겨두고 나만

나만 죽는 거 싫어!!!

 

카라마츠, 쵸로마츠, 이치마츠, 쥬시마츠, 토도마츠!!!

죽기 싫어!!

싫어!!!

싫다고!!!

싫어!!!

 

싫어, 얘들아….

구해, ….

 

 

 

마츠노 카라마츠, 사망 확인했습니다.”

건조한 말투의 방송이 흐르고 자리를 채운 사람들이 환호성을 불렀다

서로 울며 껴안고 잘 되었다고, 자축하며 웃었다.

 

 웃을 수 없는 것은 다섯 명의 남겨진 동생들뿐이었다.

 

 

 

 

 

 

9.

 

관리국 보고서 #7

<Red rose의 해독제 연구 최종 결과>

 - 해독제 후보 물질 606번 안정적 조제 방법 확립.

 - 생체 실험을 통해 후보 물질의 효과 확인.

 - 606번 물질로 체내에 남은 ‘Red rose’를 완전히 분해하여 중화할 수 있음을 확인.

 - 606번 물질로 강력한 정신 세뇌를 약화할 수 있음을 확인.

 - 연구 과정에서 606번 물질을 일정 농도 이상으로 사용할 경우, 센티넬의 모든 능력을 억제할 수 있음을 확인.

 - 606번 물질을 21번 물질과 2:1 비율로 혼합할 경우, 센티넬의 뇌사를 유도할 수 있음을 확인.

 - 606번 물질을 ‘Red rose’의 해독제로 사용할 수 있음을 확인.

 - 606번 물질과 21번 물질의 혼합액은 센티넬 처형제로 사용할 수 있음을 확인. 또한 그 이름을 Blue rose로 명명.

 

 

<사망 확인서>

 - 팔콘에 속했던 중범죄자 마츠노 카라마츠의 심정지 확인.

 - 센티넬 처형제로 개발된 Blue rose의 첫 사용 사례로 기록.

 - 마츠노 카라마츠의 시체는 유족 마츠노 이치마츠에게 인도하였음.

 

 

 

 

 

 

10.

 

관리국 보고서 #8

본 보고서는 「관리국」의 4대 국장, 마에다 토시유키에 의하여 공개가 금지되었으며, 보안등급 1급의 국원 외엔 열람할 수 없음.

 

<’Red rose’의 해독제 개발 최종 보고서>

 - 해독제 개발을 위해 새로 데카판 박사를 영입. 인수인계를 완료함.

 - 해독제 후보 물질 21번과 146, 235, 606번 생체 실험 개시.

 - 후보 물질 중 606번이 효과를 보임.

 - 데카판 박사의 연구로 안정성 확립 성공.

 - 후보 물질 606번을 '실험체 A'의 희망에 따라 'Red tear'로 명명.

 - 반복된 후보 물질의 투여로 실험체 A’의 신체 변화 확인.

 - 최종 실험 결과 실험체 A의 센티넬 등급이 S급에서 SS급으로 상승함.

 - 반복된 ‘Red rose’ 투여와 센티넬 등급의 상승으로 실험체 A의 위험성 증가. 그에 따른 후속조치 진행.

 - 「센티넬-가이드 인권 위원회」에 의해 금지되었던 초커형 폭탄을 실험체 A에게 설치.

 - 실험체 A가 제시한 조건을 모두 수락했음을 「관리국」 국장 마에다 토시유키와 S급 가이드 요와이 토토코가 확인함.

 - 실험체 A가 제시한 조건은 다음과 같음.

             * 남은 가족을 「관리국」이 보호하고, 자유를 보장할 것.

             * 실험체 A와 관련된 정보를 은폐할 것.

             * 범죄자로 등록된 가족을 사면할 것.





* 8편(완결편)은 내일 올라옵니다.

*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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