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완결편입니다! 길었던 장편 하나가 끝이 났네요ㅎㅎ


* 7,996자.  오탈자는 추후 수정하겠습니다^^



* 완결까지 읽어주신 모든 분들 정말로 감사합니다^^

  부족한 글이지만 완결편도 재미있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1.

 

기억나는 것은 잡아당기는 팔과 엄마의 비명, 그리고 가구가 넘어지는 커다란 소음이었다

눈을 깜빡이며 현 상황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고개를 돌리면 그곳엔 나와 같이 검은 손에 끌려가는 쵸로마츠와 쥬시마츠가 있었다

상냥하고 다소 심약한 쥬시마츠는 엉엉 울고 있었고, 쵸로마츠는 필사적으로 자신을 끌고 가는 손을 걷어차며 반항하고 있었다

어린아이의 반항이 어른을 당해낼 수 있을 리 없었다. 우리는 그대로 집을 떠나야 했다.

 

어두운 방, 간신히 사람의 형체를 알아볼 수 있는 희미한 빛 아래, 남자가 우리 앞에 섰다

자신을 토고라 밝히며 우리 집에 하숙했던 남자의 얼굴 절반은 하얀 붕대로 칭칭 감겨있었다

반만 드러난 입꼬리를 비열하게 끌어올리고 눈을 가늘게 뜬 남자, 토고가 무릎을 굽혀 우리와 눈을 맞췄다.


불쌍한 놈들, 오소마츠에게 버림받고.”

토고의 말에 절로 눈썹을 찌푸렸다

울컥하고 솟아오른 성질을 이기지 못한 쵸로마츠가 언성을 높였다

오소마츠가 우리를 버릴 리 없다,

쵸로마츠의 확신에 찬 외침에 토고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얼굴에 주름을 만들며 괴상하게 우그러진 토고의 표정에 숨을 집어삼켰다

히익-” 하고 작은 비명을 지르며 쥬시마츠가 내 뒤로 숨었다.


정말이야, 자기가 죽기 싫으니까 너희를 내게 넘겼다.”

거짓말이야!!!”

강하게 부정하는 쵸로마츠의 외침에 토고가 작게 한숨을 내쉬며 몸을 일으켰다

“시작.” 하고 토고가 명령하자 어둠 속에서 장성한 사내 여럿이 나와 우리의 손발을 묶었다

구속된 자유에 두려워하며 숨을 몰아쉬고 있는 우리에게 주사기 바늘이 다가왔다

희미한 붉은 빛을 내는 액체가 주사기 안에서 찰랑거리며 흔들렸다

억지로 잡아당긴 팔을 비틀며 저항해도 성인의 힘을 당해낼 수는 없었다

우리의 비명을 뒤로하고 주사기가 팔에 꽂혔다

즉시 온몸을 조여오는 고통에 우리 모두 위액을 토해냈다

전신을 감싸는 뜨거운 열기와 울렁거리는 뱃속, 온몸이 저리는 듯한 고통이 뇌를 강타했다

스스로 토해낸 위액 위로 쓰러져 잘게 경련하는 우리를 싸늘히 내려다보는 토고가 다시 우리의 귓가에 속삭였다.


너희를 버린 것은 오소마츠다.”

아니라고, 말하고 싶어도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어린아이의 몸으로는 처음 겪는 큰 고통에 입 밖으로 새어 나오는 것은 비참한 비명뿐이었다.

 

 

각성제 ‘Red rose’의 주입으로 어린 나이에 강제로 능력을 발현한 나와 쥬시마츠는 이후 매일 고된 훈련을 했다

가장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 적을 없앨 수 있는 수많은 방법을 익혀야 했다

여린 쥬시마츠는 실제로 사람을 공격해야 한다는 것에 극심한 거부를 보이며 반항했다

조금이라도 싫다는 말을 하면 돌아오는 것은 무자비한 구타였다

피멍이 사라지지 않는 나날 속에서 우리가 자라날수록 구타의 강도는 더욱 거세졌다

팔과 다리를 억지로 부러뜨린 후, Red rose를 주입해 센티넬의 재생력을 극대화했다

하루 만에 완벽히 나은 팔과 다리를 그들은 웃으며 다시 부러뜨렸다

정신을 한계까지 내모는 훈련과 끊기지 않는 폭력

쵸로마츠가 가이드가 아니었다면 나와 쥬시마츠는 오소마츠를 만나기도 전에 정신이 망가졌을 것이다.


상상도 못 할 정도로 끔찍한 나날이 이어지면서 토고의 세뇌도 점점 강해졌다

Red rose를 주입한 직후, 가장 고통스러운 순간에 토고의 세뇌는 모든 죄를 오소마츠에게 돌리게 했다.

 

이 지독한 고통도, 괴로움도 전부 오소마츠의 탓이다.

 

간드러진 속삭임이 고막을 타고 뇌에 박혔다

서서히 어린 시절의 기억이 희석되고 그 자리를 고통스러운 팔콘에서의 삶이 채웠다

고문과 폭력으로 점철된 일상 속에서 우리는 조금씩 토고의 말을 진실로 받아들였다


전부, 오소마츠의 탓이라고

오소마츠가 나쁘다고


정말로 그렇게 믿었다

한 치의 의심도 용납하지 않는 토고의 비열한 손아귀에서 우리는 자아를 빼앗겼다

자유를 빼앗겼다

스스로는 생각도, 판단도, 비판도 할 수 없이 그저 「팔콘」의 한 일원이 되어 커갔다.


 

가장 먼저 「팔콘」으로서 범죄를 저지를 것은 나였다

제일 먼저 토고의 세뇌에 사로잡힌 것도 나였다

비록 오소마츠의 파트너는 쵸로마츠였어도, 나와 오소마츠에겐 다른 형제에겐 설명할 수 없는 유대가 있었다

여섯 명이 하나였을 때, 우리가 태어난 순서는 아무런 의미도 없었다

하지만 내겐 오소마츠가 나의 유일한 형이라는 특별함이 있었다

여섯 명의 똑같은 얼굴 속에서 우리의 리더인 오소마츠가 내 단 하나뿐인 형이라는 사실이 기뻤다

태어난 순서를 알게 된 후, 오소마츠가 장난스럽게 그럼 카라마츠가 나 다음이네!” 하고 말한 그 말이, 너무나 소중했다.


내겐 그렇게 소중했던, 특별했던 오소마츠가 나를 버렸다는 사실에 나는 참을 수 없는 배신감을 느꼈다

오소마츠를 마음속 깊이 저주하고 원망하며 증오로 치를 떨었다

이치마츠와 토도마츠를 선택하고 나와 쵸로마츠와 쥬시마츠를 버린 오소마츠가 너무나 미웠다.


― 너무나 증오스러워서 죽여버리고 싶을 정도로.


고된 훈련이 반복될수록

고통이 커질수록

괴로움이 늘어날수록

나는 오소마츠를 원망하고 또 미칠 듯이 미워했다.

 

 

 

 

 

 

2.

 

다행이다.” 하고, 오소마츠가 마지막으로 입을 움직였다

유리 벽 너머로 떨어져 있어 목소리를 들을 수는 없었지만, 벙긋거리며 움직인 입은 분명 다행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뭐가 다행이냐, 고 물을 수 없었다

커튼이 유리 벽을 가리자 이치마츠와 토도마츠가 격렬하게 유리 벽을 두드렸다

동생들의 울부짖음에도 오소마츠는 대답을 돌려주지 않았다.


 

“마츠노 카라마츠, 사망 확인했습니다.”

무미건조한 방송에 이치마츠와 토도마츠가 무너졌다

울음소리조차 낼 수 없을 정도로 탈진해 주저앉은 이치마츠와 토도마츠가 어깨를 들썩이며 눈물을 흘렸다.


드디어…!!”

정의는 아직 살아있어!!”

이걸로, 우리 아들도 편히 하늘로 올라갔을 거야!!”

고개를 돌리자 자리에서 일어난 사람들이 서로 부둥켜안고 환희의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환하게 웃는 그들은 진심으로 오소마츠의 죽음을 기뻐하고 있었다

자신들이 옳다는 생각에 한 치의 의심도 하지 않고, 행복해했다


사람이 죽었다

하나의 생명이 끝을 고했다

마지막으로 숨을 내뱉고 그대로 영원히 눈을 감았는데

그들은 그것을 온 마음을 다해 축하하고 있었다.


, 나는 이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웃으며 들뜬 그들에게 흐르는 광기의 향기에 헛웃음을 흘리며, 까매지는 시야와 함께 정신을 놓았다.

 

 

 

오소마츠가 보였다

몇 번이고 나를 찾아와 해독제를 마시라고 설득하던 오소마츠

어릴 적과 변하지 않은 천진난만한 미소를 피운 오소마츠는 내 앞에 앉아있었다

우리를 버려놓고 뻔뻔한 낯짝을 훤히 드러내고 있는 오소마츠가 미치도록 증오스러웠다

오소마츠의 목소리, 숨소리, 눈빛 전부가 싫었다

오소마츠와 말을 섞는 것조차 치가 떨려서, 오소마츠의 말을 무시했다

오소마츠가 내뱉는 말은 전부 거짓이니까, 들으려고도 하지 않았다.

 

 

“카라마츠, 오소마츠가…. 죽을지도 몰라.


쵸로마츠의 말에 눈썹을 찌푸렸다

왜 그런 말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쵸로마츠.

 

오소마츠가 죽을 리 없잖아.

 

있을 수 없는 일을 말하는 쵸로마츠를 응시하며 고개를 흔들었다

농담이라고 말하길 기다리고 있는데도 쵸로마츠는 알 수 없는 눈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내일이면 넌 자유야, 카라마츠.”

 

문득, 오소마츠의 말이 떠올랐다

자신이 죽기 전까진 나를 곁에 두겠다고 했던 오소마츠가 지친 얼굴로 툭 내뱉은 말이, 굳건한 믿음을 철저하게 깨부수었다

그럴 리 없다고 말하려고 해도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카라마츠. 너도, 깨달았잖아.”

쵸로마츠의 말이 쐐기가 되어 가슴에 박혔다

무너지기 시작한 믿음이 자욱한 먼지를 내뿜으며 붕괴했다

믿고 싶지 않으면서도 심장을 옥죄는 감각에 숨이 떨렸다

쵸로마츠가 내민 병을 잡았다

손이, 제어할 수 없을 정도로 떨리고 있었다

병 속에서 찰랑거리는 푸른 액체를 흘리지 않도록 두 손으로 감싸고, 그대로 입안에 전부 털어 넣었다.

 

 

 

 

 

 

3.

 

눈을 뜨자 하얀 천장이 보였다

눈을 굴려 옆을 보자, 벌겋게 부은 눈을 한 토도마츠가 나를 맞이했다.


카라마츠 형.”

“…토도마츠.”

“…몸은 어때?”

토도마츠의 물음에 팔과 다리, 손가락과 발가락을 움직여보았다

아무 무리 없이 의지대로 움직이는 손발에 눈을 가늘게 뜨고 괜찮다.” 하고 대답했다

토도마츠는 작게 그래….” 하고 숨을 내쉬며 고개를 숙였다

입을 꾹 다물고 침묵하는 토도마츠를 응시하며 몸을 일으켰다

물속에 있다가 나온 것처럼 몸이 무거웠다

휘청거리는 팔을 침대에 지지하고 상체를 일으키자 토도마츠가 고개를 들고 나를 쳐다보았다.


오소마츠 형 장례식, 어제 끝났어.”

숨이, 너무나 자연스럽게 이루어졌던 호흡이 멈췄다

어떻게 숨을 내쉬어야 하는지 기억나지 않았다

멈춰버린 숨소리와 함께 말을 잃었다

토도마츠는 옅은 미소를 띠고 주머니에 손을 넣어 무언가를 꺼내 들었다.


카라마츠 형이 잠든 사이에 다 마무리됐어. 카라마츠 형은 이제 자유야. 하지만 관리국은 범죄자인 카라마츠 형을 완전히 놓아주는 것이 불안한 것 같아. 그래서 이걸…, 카라마츠 형에게 채우고 싶다고 했어. …선택하는 건 카라마츠 형 자유야.”

토도마츠의 손 위에 올려진 검은 초커가 형광등에 반질거렸다

이게 뭐냐고 묻자, 토도마츠가 천천히 설명을 시작했다

폭탄이라고. 오소마츠가 차고 있었던.


오소마츠 형이 남긴 거야.

그렇게 말하며 토도마츠가 손 위에 올린 초커를 내 손에 쥐여주었다

사람의 체온 따위 남지 않은 가죽의 감촉에 겨우 이해했다.

 

전부 사실이라는 것을. 오소마츠는 이제 이 세상에 없다는 것을.

 

 

 

오소마츠의 희생으로 완성된 해독제 ‘Red tear’는 콘크리트 같았던 토고의 세뇌를 가루로 만들어 부쉈다

토고에 의해 덧씌워졌던 기억이 사라지며 어린 시절 함께 뛰어놀았던 여섯의 형제가 기억났다

그때의 즐거움, 기쁨, 행복, 부모님의 사랑과 오소마츠의 미소. 토고가 우리에게 했던 모든 일은 오직 자신의 이익을 위한 것이었다고 깨달을 수 있었다

눈을 가리고 있던 가리개가 벗겨진 것처럼, 냉정하게 현실을 바라보고 자신이 얼마나 헛된 것을 믿고 있었는지 깨달았다

오소마츠가 얼마나 우리를, 나를 구하려고 했는지

오소마츠가 겪었을 고통을 떠올리면 가슴이 아파서 숨을 쉴 수가 없었다.


오소마츠가 이 세상에 없다는 것을 이해한 순간, 눈물이 차올라 순식간에 시야가 뿌옇게 흐려졌다

온몸을 매섭게 덮치는 슬픔이 심장을 조이고 기도를 막았다

제대로 숨도 쉴 수 없을 정도로 절규했다

절망했다.


아아, 오소마츠. 다시 너를 만나고 싶어.

 

자신의 어리석음을 저주하며 흐르는 눈물은 오소마츠의 불꽃처럼 뜨거웠다.

 

 

 

 

 

 

4.

 

1년이 지나자 뉴스에서 마츠노 오소마츠라는 이름이 더는 흘러나오지 않았다

팔콘을 소탕하는데 지대한 공을 세운 오소마츠 형은 영웅이 되었다

「팔콘」과 싸우다가 중상을 입고 요양하고 있다는 거짓 정보를 매일 보도하며 세상은 마츠노 오소마츠라는 영웅을 칭송하기에 바빴다

영웅의 가족이라는 이름 하에 우리에게도 많은 이목이 집중했지만, 「관리국」의 관리하에 우리는 조용히 도시를 벗어나 아무도 우리를 알아보지 못하는 시골에 정착할 수 있었다.

 

 

이치마츠 형은 오소마츠 형이 죽고 무슨 책임을 느꼈는지, 쥬시마츠 형의 곁을 떠나지 않았다

오소마츠 형이 우리에게 보여주었던 상냥함과 믿음직한 을 따라하며 쥬시마츠 형을 돌보았다

그 마음이 전해졌는지 쥬시마츠 형은 이치마츠 형에게서 오소마츠 형을 보고 기쁘게 웃었다

자신을 위해 목숨까지 버린 오소마츠 형을 그리워하며 고맙다고 인사하고 싶다고 말한 쥬시마츠 형은 이치마츠 형의 반대를 무릅쓰고 「관리국」에 등록했다

오소마츠 형 덕분에 범죄자로서의 기록이 말소된 쥬시마츠 형은 「관리국」에 등록된 센티넬이 되어 온갖 재해 현장에 앞서 출동해 사람들을 구했다.

이치마츠 형도 쥬시마츠 형을 말리지 못하고 쥬시마츠 형의 전담 가이드가 되어 「관리국」에 남았다.

 

쵸로마츠 형은 가이드였던 자신을 버리고 평범한 일반인이 되었다

평범한 회사에 다니며 우리가 부모님과 함께 살았던 옛집을 홀로 지키고 있다

이것이 오소마츠 형이 가장 바랐던 삶일 거라고, 말하는 쵸로마츠 형의 말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오소마츠 형의 파트너였던 쵸로마츠 형은 10년간 쭉- 오소마츠 형과 함께 있었던 우리보다 더 오소마츠 형을 이해하고 있는 것 같았다.

 

카라마츠 형은 「관리국」의 도움으로 마츠노 카라마츠라는 이름을 버리고 살아가기로 했다

「팔콘」이 해체되어도 비슷한 조직은 많았다

끝없이 이어지는 범죄조직과 「관리국」의 싸움에 카라마츠 형은 환멸을 느꼈는지도 모른다

카라마츠 형은 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작은 시골 마을에 고아원을 지었다

「관리국」과 범죄 조직의 싸움으로 가족을 잃은 어린아이들을 거두어 「관리국」의 후원을 받아 고아원을 운영했다

버려진 낡은 교회를 개조해 고아원으로 만든 카라마츠 형은 아이들에게 선생님이라 불리며 조용히 살아갔다

목에 오소마츠 형이 찼던 초커를 멘 채 살아가는 카라마츠 형의 곁엔 내가 남았다

「관리국」에서 넘긴 폭탄의 스위치를 지닌 채로 카라마츠 형의 곁에 남기로 했다.

 

처음엔, 오소마츠 형의 뒤를 따르려고 했다

자기 때문에 오소마츠 형이 죽었다고, 형제를 죽인 죄책감과 민간인을 죽인 죄의 무게에 짓눌려 잠도 이루지 못하고 괴로워하던 카라마츠 형은 오소마츠 형의 뒤를 따르려고 했다.


토도마츠, 제발…. 죽게 해줘.”

애원하는 카라마츠 형을 눈앞에 두고 분노로 피가 거꾸로 솟았다

주먹을 쥐어 카라마츠 형의 얼굴에 세게 휘둘렀다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서 주저앉은 카라마츠 형의 멱살을 잡고 외쳤다.


오소마츠 형의 죽음을 개죽음으로 만들지 마. 만약 오소마츠 형을 따라서 죽는다면 내가 용서 못 해.”


카라마츠 형은 몸을 둥글게 말고 한참을 울부짖었다.

 

 

 

 

 

 

5.

 

어서 와, 쵸로마츠 형.”

버스에서 내린 쵸로마츠 형이 가볍게 .” 하고 대답했다

오소마츠 형의 1주기를 맞아 이런 시골 마을까지 내려온 쵸로마츠 형이 옅은 미소를 피웠다.


잘 지냈어?”

나야 잘 지내지.”

마찬가지로 쵸로마츠 형의 안부를 묻자, 쵸로마츠 형도 잘 지낸다는 형식적인 대답을 돌려주었다

고아원에 도착하자 마당에서 놀고 있던 어린아이들이 우르르 쵸로마츠 형에게 몰려가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응시했다.


우와! 선생님하고 얼굴이 똑같아!!”

토도마츠 형아! 토도마츠 형아 친구야?”

얼굴 똑같은데?”

저마다 한마디씩 하며 쵸로마츠 형을 뚫어지라 쳐다보는 아이들에게 쌍둥이 형이라고 대답하자,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구나~!” 하고 수긍한 아이들이 다시 마당으로 뛰어갔다

아이들의 질문 세례에 식은땀을 흘린 쵸로마츠 형이 한숨을 내쉬며 정신없네.” 하고 눈썹을 찌푸렸다

피식- 웃으며 애들이 그렇지 뭐~” 하고 대답하며 고아원의 문을 열었다

어제 먼저 도착한 이치마츠 형과 쥬시마츠 형이 쵸로마츠 형을 맞이했다

주방에서 한창 음식 준비를 하는 두 사람을 스쳐 쵸로마츠 형이 묵을 손님방으로 안내했다.


 

제법 깔끔하네.”

. 어제 카라마츠 형…, 이랑 청소했으니까.”

그래….”

.”

망설임을 들켰단 생각에 고개를 돌렸다

쵸로마츠 형의 따가운 눈길이 느껴져 초조하게 마른 입술을 핥았다

지익- 하고 지퍼가 열리는 소리에 슬쩍 고개를 돌리자 쵸로마츠 형은 별다른 말 없이 짐을 풀어 옷을 정리하고 있었다.


얼마나 있다가 가려고?”

생각보다 많은 옷가지에 묻자, 쵸로마츠 형이 한 일주일.” 하고 대답했다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침대로 다가가 쵸로마츠 형이 꺼내는 옷을 같이 정리했다

침대 옆에 있는 서랍장에 옷을 정리하고 돌아서자 쵸로마츠 형이 조용히 나를 응시했다.


, 왜 그래?”

“…아직도 카라마츠를 용서 못 하겠어?”

“….”

쵸로마츠 형의 질문에 입을 다물었다

가만히 나를 바라보는 쵸로마츠 형이 눈을 받아치며 무언으로 항의했다

쵸로마츠 형은 대답하지 않는 나를 보며 쓰게 웃고 고개를 돌렸다.


,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

“….”

오소마츠는 이라서 죽은 건 아니야.”

“…무슨 소리야?”

쵸로마츠 형의 되묻자 깊은 한숨을 내쉰 쵸로마츠 형이 머리를 침대에 털썩 주저앉았다.


아무런 증거도 근거도 없는 내 생각이지만, 오소마츠는 으로서 동생인 우리를 보호하기 위해 죽은 건 아니야. 우리가 우리니까, 육둥이니까, 육분의 일이니까.”

“….”

오소마츠에겐 우리가 자기 자신과도 같았으니까. 우리랑 같이 있고 싶었으니까, 혼자 참아낸 거라고…, 나는 생각해.”

“…잘 모르겠어.”

. 그렇지. 나도 100% 이해한 건 아니야.”

쵸로마츠 형은 멋쩍게 웃으며 잘 설명 못 하겠다.” 하고 다시 침대에서 일어났다

잠잠하던 마음에 파문이 일듯 넘실거리기 시작했다

스스로도 이해할 수 없는 감정에 서둘러 방을 나와 고아원 뒤뜰로 향했다.

 


 

카라마츠 형, 쵸로마츠 형 왔어.”

, 그런가.”

오늘치는 제대로 먹었어?”

물론이다.”

싱긋- 미소를 피운 카라마츠 형이 텅 빈 유리병을 흔들어 보여주었다

제 신분을 버리고 시골 마을에 은둔하려는 카라마츠 형에게 「관리국」은 두 가지 조건을 덧붙였다


하나는 초커를 항상 착용할 것

그리고 둘째는 센티넬의 힘을 억누르는 Blue rose를 매일 복용할 것


오소마츠 형을 죽인 Blue rose는 이어진 연구에서 제대로 희석하면 센티넬의 능력을 제한하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덕분에 Red rose에 중독된 자들은 Red tear로 해독하고, Blue rose로 그 능력을 제어할 수 있게 되었다

「관리국」의 비인도적인 센티넬 범죄자를 향한 만행도 줄어들었다

Red tear Blue rose는 「관리국」에게, 아니 아무런 능력도 없는 일반인들에게 센티넬을 제어하고, 그들과 공존하며 살아갈 수 있는 길을 만들어 주었다


카라마츠 형은 범죄자니까, 매일 Blue rose를 마셔 능력을 없애고, 매일 내게 확인을 받아야 했다.

카라마츠 형이 보여준 빈 명에 쓰인 날짜를 확인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카라마츠 형은 빈 병을 주머니에 넣고 무릎을 굽히고 앉아 묘비 주변에 솟아난 잡초를 뜯어내기 시작했다

이치마츠 형에게 인도된 오소마츠 형의 시체는 고아원 뒤뜰에 묻혔다

마츠노 카라마츠로서 죽은 오소마츠 형의 이름은 묘비에도 쓸 수 없었다

아무런 이름도 없이, 태어난 날짜와 죽은 날짜가 쓰여진 묘비를 부드럽게 쓰다듬은 카라마츠 형이 애달픈 한숨을 내쉬었다.

 

 

카라마츠.”

어서 와. 쵸로마츠.”

흙을 밟는 발소리에 뒤돌자 쵸로마츠 형이 카라마츠 형에게 다가가 인사했다

카라마츠 형도 옅은 미소로 쵸로마츠 형을 반겼다

이어 주방에 있던 이치마츠 형과 쥬시마츠 형도 뒤뜰로 나왔다

언제 뽑았는지 쥬시마츠 형의 손엔 붉은 야생화가 들려 있었다.

 

다섯 명이 모두 묘비 앞에 섰다

회색의 차가운 묘비 아래 쥬시마츠 형이 놓은 붉은 야생화가 바람에 흔들렸다

여섯 개의 꽃잎이 달린 붉은 꽃이 너무 예뻐서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오소마츠 형이 지금 이 자리에 없다는 것이, 우리 옆에 없다는 것이 아직도 믿어지지 않았다

금방이라도 장난스럽게 웃으며 짜잔~!” 하고 나올 것 같은데…. 

결국 흘러내리는 눈물을 소매로 닦아내고 고개를 숙였다.


오소마츠 형이, 보고 싶다.

 

 

 

 

 

 

5.

 

큐이!!

“““““?”””””


바스락, 하고 묘비 뒤에 돋아난 풀이 흔들렸다

통통, 가벼운 발소리를 울리며 줄무늬 꼬리를 가진 짐승이 묘비 뒤에서 걸어 나왔다

망설임 없이, 야생동물이 당연히 보여야 할 어떤 경계도 없이, 짐승은 우리 앞으로 걸어왔다

쓸데없이 해맑은 울음소리에 우리 모두 입을 쩍 벌리고 바보 같은 신음을 냈다

빵긋- 웃는 것 같이 눈을 가늘게 뜬 짐승이 더 가까이 다가오자 카라마츠 형이 무릎을 굽혀 몸을 낮추고 조심스럽게 짐승에게 손을 내밀었다.


~!”

카라마츠 형의 손을 핥으며 즐겁게 우는 짐승을 보며 카라마츠 형이 숨을 삼켰다.


, 소마츠?

!”

나직이 부르는 카라마츠 형의 목소리에 짐승이 힘차게 대답했다

꼬리를 붕붕 흔들며 카라마츠 형에게 더 가까이 다가간 짐승이 카라마츠 형의 옷자락을 가볍게 물고 잡아당겼다

, , 시끄럽게 울어대며 우리에게 일일이 눈을 맞춘 짐승이 기쁘게 웃었다.


 

다 함께 놀자, 고 말하는 것처럼.

 

 

 

 

 

 

7.

 

관리국 보고서 # 20

<마츠노 카라마츠 관찰 일지>

 - 20XX X X. 마츠노 카라마츠가 Blue rose를 주기적으로 복용하고 있음을 확인.

 - 마츠노 오소마츠의 기일에 맞추어 마츠노 쵸로마츠, 이치마츠, 쥬시마츠 형제가 고아원에 도착.

 - 출처를 알 수 없는 줄무늬 짐승과 마츠노 카라마츠가 접촉.

 - 이어진 관찰로 짐승의 종족이 레서 판다임을 확인.

 - 마츠노 토도마츠가 제공한 레서 판다의 혈액과 「관리국」에서 새로 개발한 시약을 반응시킴

 - 그 결과 레서 판다의 혈액에서 가이드에 해당하는 반응 발견.

 - 인간이 아닌 동물의 능력 발현에 대해 보고된 사례가 없으므로 레서 판다의 「관리국」 이송과 추가 실험을 요청함.

 

 

<「관리국」 국장 요와이 토토코의 명령>

 - 보고서 #20에 보고된 레서 판다에 대한 모든 요청을 거부함.

 - 이후 레서 판다와 일절 접촉하지 않으며 마츠노 카라마츠에 대한 감시를 이어갈 것.

 - 보고서 #20에 쓰인 모든 내용은 일급 기밀로 다뤄질 것이며 그 어떤 국원의 열람이나 공개를 금지함.





* 완결까지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다시 감사드립니다!!


* 이걸로 끝!! 길었네요...ㅎㅎ


* 내일 후기 올리겠습니다!

  완결까지 읽으면서 궁금했던 점이나 신경쓰였던 점이 있으시면 댓글 남겨주시면 내일 올릴 후기에서 전부 알려드리겠습니다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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