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편입니다... 


* 1박 2일 회사 연수로 힘든 몸을 이끌고 돌아와 쓰니 힘드네요... 다른 편보다 분량이 긴 것도 아닌데 묘하게 힘들었습니다..ㅠㅠ


* 주의) 캐붕 있습니다. 비속어도 나옵니다.


* 공미포 14,968자.  오탈자는 추후 수정하겠습니다^^



* 부족한 글이지만, 재미있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1.

 

끊임없이 반복되는 「팔콘」의 테러

끝날 줄 모르고 이어지는 테러로 인한 경제적인 피해와 인적인 피해로 여론은 「팔콘」을 넘어 센티넬이라는 존재를 거부하기 시작했다.

전체 인구의 0.0001%에 속하는 절대적인 소수인 센티넬에게 절대 다수인 일반인이 적의를 가지게 된 것을 그리 가벼운 문제가 아니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언론에서는 「팔콘」과 무능한 「관리국」을 비난했으며, 더 나아가 센티넬존재 자체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과연 그들은 우리의 친구인가, 적인가?

센티넬은 통제 가능한가?

정말로 우리에게 센티넬이라는 존재가 필요한 것인가?

그들은 정말로 히어로인가?


이어지는 질문에 그 누구도 시원한 해답을 찾지 못하고, 사람들의 적의는 거세지기만 했다

센티넬을 향한 반발과 센티넬을 대상으로 하는 범죄까지 발생하는 지경에 이르러, 「관리국」은 뭔가 행동을 취해야 했다.

 

 

사방에서 터지는 플래시를 받으며 「관리국」의 국장 마에다가 연단 앞에 섰다

마에다를 비추고 있는 카메라 저편에서는 「관리국」 긴급 기자회견!’ 이라는 이름으로 실시간 뉴스가 진행되고 있었다

, .” 하고 목을 가다듬은 마에다가 허리를 쭉 피고 강연대 앞에서 청중을 둘러보며 입을 열었다.


여러분, 그 동안 「팔콘」의 파렴치한 행동에 저희는 너무나 많은 피해를 입었습니다. 여러분의 분노를 저희 역시 뼈저리게 느끼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저희는 「팔콘」을 쫓으며 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야 했습니다. 그로 인하여 여러분에게 많은 심려를 끼쳐 드린 점, 정말로 가슴 깊이 사죄합니다. 여러분, 「팔콘」은 그 어떤 기준으로도 용서 받을 수 없는 중대한 범죄를 저질렀습니다. 저희 「센티넬-가이드 관리국」은 무슨 일이 있더라도 「팔콘」을 끝까지 추격하여 마지막의 마지막 범죄자까지 모두 소탕할 것을 맹세합니다. 그 어떤 희생을 치러도 반드시! 「팔콘」을 소탕하겠습니다. 여러분, 저희는 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밤낮을 쉬지 않고 일했고, 최근 간신히 「팔콘」에 대한 실마리를 잡을 수 있었습니다. 두려움에 떨고 있는 여러분을 위해서, 이번 달 안으로 「팔콘」을 소탕하겠다, 감히 맹세하겠습니다! 여러분, 조금만…, 조금만 더 저희를 지켜봐 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박수갈채를 받으며 연단을 내려오는 마에다를 오소마츠가 말없이 응시했다

일부러 「팔콘」을 도발하는 기자회견을 연 마에다를 「팔콘」이 가만히 놔둘 리 없었다

「관리국」의 국장인 마에다는 「팔콘」의 최우선 제거 인물일 것이고, 마에다가 이렇게 큰 도발을 벌인다면 「팔콘」은 반드시 이 도발에 응할 것이었다

오소마츠는 「관리국」의 몇 안 되는 S급 센티넬로서 마에다의 호위로 발탁되었다.

 

연단을 내려온 마에다는 오소마츠를 비롯한 센티넬들의 호위를 받으며 방탄차 안에 탔다

오소마츠도 마에다와 같은 차량에 탑승하자, 부릉- 하고 시동을 건 차가 움직였다.

 

 

 

혹여 있을 습격을 대비해 마에다는 자신의 집이 아닌 임시 거처로 발을 옮겼다

슬럼가에 세워진 허름한 여관방에 마에다는 임시 거처를 마련했다.

그 누구도 자신이 이런 곳에 거처를 마련할 것이라 예상하지 못할 거라는 호언장담과 함께. 마에다와 같은 방을 쓰게 된 오소마츠도 갈아입을 옷과 속옷만이 들어있는 가벼운 가방을 침대에 내려놓았다

촌스러운 꽃무늬로 도배된 방 안에는 지독한 지린내가 풍기는 작은 화장실과 곰팡이 냄새가 풀풀 풍기는 침대 두 채가 전부였다

문 쪽에 가까이 놓인 침대에 오소마츠가 짐을 내려놓자, 마에다도 그 옆에 놓인 침대에 자신의 짐을 내려놓았다

마에다는 자신의 짐을 전부 풀자마자 입구에 서 있는 호위들에게 손짓했다

꾸벅- 허리를 숙여 인사를 하고 나간 호위들은 바로 옆방으로 들어갔다

싸구려 여관답게 얇은 벽 너머로 호위들의 말소리가 들려왔다

오소마츠는 굳이 자신을 가장 옆에 가까이 있을 호위로 지명한 마에다의 속내를 알 수 없었다

둘만 남은 방 안은 어색한 침묵이 감돌았고, 오소마츠는 초조하게 손에 찬 땀을 바지에 문질러 닦아냈다.


저기…, 말이야.”

“…뭔가.”

몇 번이고 입을 떼었다 닫으며 말을 망설이던 오소마츠가 간신히 목소리를 짜냈다

차분히 가방 속에서 꺼낸 옷을 정리하고 있던 마에다가 고개를 들었다

침대에 앉아있는 마에다를 내려다보며 엉거주춤하게 선 오소마츠가 푹- 한숨을 내쉬며 머리를 긁적였다.


왜 나를 지명했어? 당신은 나를 싫어하잖아.”

“…네가 지금 운용할 수 있는 센티넬 중 가장 강하니까.”

그것뿐?”

그것 외에 무슨 이유가 필요하지?”

냉정한 마에다의 말에 오소마츠가 눈썹을 찌푸렸다

오소마츠의 담당 관리국원은 토토코였다

「관리국」의 높으신 분인 마에다는 오소마츠가 쉬이 얼굴을 마주할 수 있는 인물이 아니었다

하지만 때때로 「관리국」에서 우연히 마주칠 때마다 자신을 향한 마에다의 눈빛이 호의적이지 않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오소마츠는 작게 숨을 내쉬고 마에다를 따라 가방에서 짐을 꺼냈다

오소마츠는 대체 이곳에서 몇 일이나 지내야 하는 건지 자문하며 옷가지를 꺼내 침대 옆에 놓인 작은 선반에 올렸다.


, .”

마에다의 목소리에 오소마츠가 손을 멈추고 고개를 돌렸다

오소마츠를 가만히 바라본 마에다가 툭- 내뱉은 말에 오소마츠는 쩍- 하니 턱을 내릴 수 밖에 없었다.


내일은 여기서 「관리국」으로 출근하니까, 호위 제대로 부탁한다.”

“…하아!?”

오소마츠는 두 눈을 끔뻑이며 벌떡 허리를 세워 어이없다는 눈길로 마에다를 응시했다

제 할 말만 끝낸 마에다는 다시 바삐 손을 움직여 짐을 정리하고 있었다.


여기서 계속 머무는 거 아니었어?! 그런 기자회견을 해 놓고 출근을 한다고!? 제정신이야??”

손을 휘두르며 합당한 질문을 던지는 오소마츠를 마에다가 한심하단 표정으로 쳐다보며 혀를 찼다.


당연한 거 아닌가? 나는 미끼. 「팔콘」을 잡기 위한 미끼! 그런데 내가 이런 곳에 꽉 처박혀 내 몸을 사리고 있으면 어떡하나!”

뭐어!?”

「팔콘」이 나를 습격할 때까지, 나는 이곳에서 「관리국」으로 출근한다.”

마에다의 충격 발언에 오소마츠는 정신이 아득해졌다

황당함에 덜덜 떨리는 손으로 천천히 머리를 쓸어 올린 오소마츠가 현 상황을 이해하려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렸다.


당신, 진짜 미친 것 같아.”

“…애송이가 어른들의 일을 이해할 리 없지.”

오소마츠의 중얼거림에 마에다가 콧방귀를 끼며 대답했다

민간인마저도 너무나 간단히, 아무런 망설임 없이 죽여버리는 「팔콘」에게 정면으로 시비를 건 것이나 다름 없었다

오소마츠는 더더욱 눈앞의 인물이 이해할 수 없었다

묵묵히 짐 정리를 마치고 세면도구를 챙겨 화장실로 들어가는 마에다를 따라 시선을 옮긴 오소마츠가 지끈거리기 시작한 머리를 붙잡고 침대에 털썩 누웠다

- 하고 이불을 부풀리고 있던 공기가 빠져나가며 매캐한 곰팡이 냄새가 코를 찔렀다

냄새와 함께 가득 일어난 먼지에 오소마츠가 켈룩.” 하고 두세 번 기침을 하고 코를 훌쩍였다.


하아…. 무슨 생각이야? 저 인간.”

화장실에서 들려오는 물소리에 한숨을 실어 오소마츠가 중얼거렸다

쥬시마츠를 붙잡은 이후로 오소마츠는 맹렬히 「팔콘」을 추격했다

테러가 발생한 현장에서 모든 망설임을 버린 오소마츠의 무시무시한 화염 속에서 도망치는 것조차 잊어버리고 두려움에 떠는 「팔콘」의 범죄자들을 이미 열 명 가까이 검거했다

아직 전부 혼수상태에 빠져있긴 하지만, 그들이 깨어나면 「팔콘」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 터였다

조금만 기다리면 피를 보지 않고도 「팔콘」을 소탕할 수 있는데도, 마에다는 자기 자신을 미끼로 쓰는 강수를 두었다

위험성은 높지만, 그만큼 더 빨리 「팔콘」을 소탕할 수 있다는 것은 오소마츠도 이해하고 있었다

다만, 왜 그렇게까지 피해를 감수하고 「팔콘」을 잡으려고 하는지, 오소마츠는 마에다의 속내를 도저히 헤아릴 수 없었다.


, 빨리 잡으면 나야 좋지만….’

오소마츠는 자조 섞인 미소를 피우고 천장에 남아있는 근원을 알 수 없는 정체불명의 얼룩을 쳐다보던 눈을 감았다

두통으로 안구 뒤쪽이 뜨거웠다. 그나마 찬 손을 눈꺼풀 위에 덮은 오소마츠가 한숨을 내쉬었다

침대에 내던진 한 손을 들어 자신의 목을 옥죄고 있는 쵸커를 매만진 오소마츠가 오늘 아침 자신을 배웅하던 두 동생을 떠올렸다.


너무 무리하지 마!! , 무사히 돌아와!!”

오소마츠 형, 무슨 일이 있으면 우리가 있으니까…. 죽으면 안 돼.”


자신의 손을 꽉 붙잡고 몇 번이고 무리하지 말라며 당부하던 막내와 불안한 듯 흔들리는 눈으로 눈썹을 늘어뜨리고 걱정하던 넷째를 떠올린 오소마츠의 입가에 잔잔한 미소가 피었다.


그래, 뭐가 되었든…. 무사히 돌아가는 것만 생각하자.’

떨리는 숨을 내쉬며 오소마츠가 다짐했다

이번 호위가 어찌되었든 오소마츠는 무사히 두 동생의 곁으로 돌아가는 것만을 생각하기로 했다

그렇게 다짐하고 몸을 일으킨 순간, 화장실 문이 열리고 마에다가 나왔다

슬쩍 오소마츠에게 눈길을 주고 지나친 마에다는 자신의 침대에 앉아 조금 젖은 앞머리를 수건으로 닦아냈다.


“…하나,”

?”

오소마츠도 씻자는 생각으로 세면도구를 챙겨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을 때, 마에다의 목소리가 방 안에 울렸다

조금 전까지 냉정하고 침착하던 목소리와 달리 약간의 동요가 느껴지는 목소리에 오소마츠가 고개를 기울였다.


묻고 싶은 것이 있다.”

뭔데.”

“…너는, 그렇게까지 하지?”

수건을 내려 얼굴을 드러낸 마에다가 똑바로 오소마츠를 응시했다

항상 오소마츠를 향했던 적의 가득한 눈빛이 아닌, 어딘가 조심스러운 눈빛으로 마에다가 오소마츠를 관찰했다

오소마츠는 즉시 마에다가 무엇을 묻는지 의도를 알아채고 피식- 짧은 웃음을 흘렸다.


그야, 동생이니까.”

동생이라 해도, 너와 10년이나 떨어진 채 살아온 녀석들이다. 심지어 「팔콘」의 꾀임에 넘어가 범죄를 저지르고 다니는….”

나도 묻고 싶은 게 있어.”

마에다답지 않은 자신 없는 말투에 오소마츠가 쓴웃음을 보이고 물었다.


당신은 왜 그렇게 센티넬을 싫어해?”

“….”

오소마츠의 질문에 마에다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숨을 멈췄다

오소마츠가 한 질문에 적잖이 놀랐는지 마에다가 입술을 깨물고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고개를 숙이고 작게 신음하며 깊은 한숨을 내쉰 마에다가 고개를 들었다.


내가, 사랑하는 약혼자가 있었다. 정말로 깊이 사랑했다. 그녀를 위해서 죽을 수 있을 정도로. 그런데, 어릴 적부터 항상 사고만치고 다니던 내 동생이…, 그녀를 죽였다.”

“….”

센티넬의 폭주였어. 녀석은, 그녀를 싫어했다. 그 날도 나와 그녀 사이에 껴들어 말싸움을 벌이고는…, 폭주를 시작했어.”

“….”

나는…, 그녀를 구할 수 없었다. 그녀는…, 내 동생과 함께 이 세상에서 사라졌어.”

“…그래서, 동생이 미워?”

“…밉냐고? 그 녀석이 밉냐…, 그래. 미치도록 밉다. 그 자식이 이 세상에 없었더라면, 하다못해 센티넬이 아니었다면 나는 그 자식과 연을 끊고 그녀와 조용히, 편안한 삶을 살 수 있었어!!”

감정의 고조되면서 마에다의 목소리도 커졌다

마지막에 비통하게 자신의 바람을 외치는 마에다는 오소마츠를 매섭게 노려보며 씩씩거리고 있었다

오소마츠는 앙다문 입술을 부들부들 떠는 마에다를 고요히 응시하며 조금은 마에다를 이해한 것 같다고 생각했다

치솟는 감정에 치를 떠는 마에다를 앞에 둔 오소마츠의 눈길은 잔잔했다

태풍이 지나간 흔들림 없는 호수처럼, 차분한 눈빛으로 마에다를 응시했다.


나는…, 미워할 수 없어.”

“….”

사람을 죽여도, 나를 미워해도, 내 말을 들어주지 않아도…. 동생이니까. 내 동생이니까…. 미워하는 건 무리야….”

몇 번이고 자신의 동생과 부딪치고, 죽음의 문턱을 드나든 자로는 보이지 않는, 가느다란 미소가 오소마츠의 입가에 넘실댔다

괴로운 듯 얼굴을 구기고도 미소를 지우지 않는 오소마츠를 마에다가 멍청히 바라보았다.


두렵, 지 않은가.”

“…무서워. 무섭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이지. 그래도…, 반드시 녀석들을 구할 거야.

마에다의 질문에 오소마츠의 입가에 어색한 미소가 스쳤다

마에다는 천천히 분노로 뜨거워진 숨을 내뱉으며 침대에 주저 앉아 오소마츠에게 물었다.


동생이라는 이유만으로 그럴 수 있는 건가?”

글쎄? 우린 육둥이니까, 일반적인 형제하고는 좀 다를지도….”

어깨를 으쓱하고 들어올리며 대답하는 오소마츠에게 시선을 돌린 마에다가 고개를 숙이고 조잡한 무늬가 그려진 바닥을 응시했다.


“…스위치는 내가 가지고 있다.”

“….”

마에다의 담담한 말에 오소마츠가 숨을 삼켰다

가만히 서서 눈을 깜빡인 오소마츠가 마치 죄인처럼 두 손을 모으고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마에다를 향해 짧은 웃음을 보냈다.


. 고마워. …부탁할게.”

그래.”

 

 

 

 

 

 

2.

 

3일 째였다

마에다가 싸구려 여관에 임시 거처를 정하고, 보란 듯이 「관리국」에 출근한지 3

마에다가 탄 방탄차는 굉음과 함께 떠올라 바닥에 처박았고, 셀 수도 없을 정도로 많은 「팔콘」이 나타나 방탄차를 둘러쌓다

이미 예상하고 있던 상황에 거리 곳곳에 잠복하고 있던「관리국」의 센티넬들도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미리 모든 민간인을 피신시킨 고요한 거리에 무거운 긴장감이 내려 앉았다

땅에 넘어진 방탄차의 바퀴 하나가 통, - 지면을 튀기며 굴러가 「팔콘」과 「관리국」 사이에서 멈춰 넘어졌다

그것을 신호로 동시에 「팔콘」과 「관리국」이 지면을 박차고 뛰어나가 충돌했다.

 

 

어이, 괜찮아?”

이 정도는 별거 아니다.”

의외로 터프 하네, 아저씨-”

오소마츠는 최대한 주변의 전투를 무시하며 마에다를 끌고 방탄차를 나왔다

단단히 안전벨트를 하고 있었던 덕분에 마에다의 부상은 경미했다

절뚝거리며 차량 밖으로 걸어나가는 마에다를 단단히 붙든 오소마츠가 허리를 피고 고개를 돌렸다

빠른 속도로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날카로운 얼음 조각에 오소마츠가 각오를 다지고 붉은 불꽃을 피웠다

수증기가 되어 사라진 얼음 조각 사이로 터벅터벅 걸어오는 푸른 인영에 오소마츠가 마른침을 삼켰다

이미 몇 번이고 시뮬레이션 해보았던 상황. 오소마츠는 깊은 심호흡을 반복하며 마음을 진정시켰다

지금 오소마츠의 최우선 목표는 카라마츠 포획이 아닌 마에다를 지키는 것이었다

힐끗, 등 뒤에서 카라마츠를 사납게 노려보는 마에다에게 시선을 돌린 오소마츠가 두 눈을 질끈 감고 다시 정면으로 고개를 돌렸다.


아저씨, 불에 안 데이게 조심하라고.”

“S급이잖아. 그 정도는 컨트롤해.”

매정하네~”

카라마츠에게 시선을 돌리지 않고, 장난스럽게 내뱉는 오소마츠의 말에 마에다도 잘은 웃음을 섞어 말했다

헛웃음을 흘리며 실없이 내뱉은 말이지만, 숨길 수 없는 긴장이 묻어 나오는 어조에 마에다가 눈썹을 찌푸렸다. 

오소마츠를 제외한 다른 「관리국」의 센티넬들은 「팔콘」과 전투 중으로 마에다에게 신경을 쓸 겨를이 없었다

오소마츠 혼자서 마에다를 지켜야 하는 상황에 오소마츠가 긴장을 풀 수 없는 것은 당연했다

여전히 감정의 작은 파편 하나 담기지 않은 유리 같은 눈동자를 자신을 쳐다보는 카라마츠에게 오소마츠가 희미한 미소를 실어 보냈다

지면을 디딘 발바닥에 힘을 주어 중심을 아래에 내린 오소마츠가 먼저 커다란 화염 덩어리를 띄워 카라마츠에게 던졌다

푸쉭- 소리를 내며 카라마츠의 물에 허무하게 사라진 불 덩어리에 이어 오소마츠가 다시 화염을 던졌다

정신을 갉아먹을 정도의 혹독한 훈련으로 능력의 조절이 용이해진 오소마츠가 빠른 속도로 화염을 던졌다

연달아 날아오는 뜨거운 불길에 카라마츠의 얼굴에 당황함이 서렸다

응집된 물줄기로 오소마츠에게 대항하고 있지만, 오소마츠와 거리를 좁힐 수 없음에 조급해진 카라마츠가 낮게 혀를 차고 귀에 꽂은 무전기에 작게 속삭였다

지지직-’하고 혼란 속에 울리는 무전기의 응답소리에 오소마츠가 재빨리 몸을 틀었다.


!


총성이 울리고, 흙먼지 속에서 쵸로마츠가 모습을 드러냈다

오소마츠가 재빨리 마에다를 밀친 덕분에 방탄차에 맞은 총탄은 팅- 하고 고음의 소음을 울리며 튕겨져 나가 땅에 흠집을 만들었다

눈앞엔 카라마츠, 그리고 옆에선 쵸로마츠가 총알을 다시 장전하고 다가오고 있었다.

까득- 하고 이를 갈며 오소마츠가 초조하게 고개를 돌렸다.


젠장!!”

부탁한다고 멈춰줄 녀석들이 아니었다

오소마츠는 아랫입술을 꽉 깨물고 이를 악물었다

정면의 카라마츠를 향해 거대한 불길을 피워 날려보냄과 동시에 몸을 틀어 마에다의 앞을 막았다

등 뒤에서 자신의 불길을 맞은 카라마츠의 고통 어린 신음이 들렸지만, 오소마츠는 고개를 돌리지 않고 쵸로마츠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강하게 깨물고 있는 입술에서 피가 튀어 턱 아래로 흘렀다

입 안에 퍼지는 피를 꿀꺽 삼킨 오소마츠가 쵸로마츠를 향해 불꽃을 피운 순간이었다.


그만 해!! 쵸로마츠 형!!!”

오소마츠와 쵸로마츠 사이에 끼어든 인영에 오소마츠가 눈을 크게 뜨고 놀라 얼어붙었다

안전한 「관리국」 안에 대기하고 있어야 할 이치마츠가 현장에 나타난 것에 놀란 것도 잠깐, 오소마츠의 분노에 가득 찬 외침이 거리에 크게 메아리쳤다.


이치마츠, 미쳤어!?!? 당장 거기서 나와!!! 도망쳐!! 빨릿!!!”

쵸로마츠 형!! 정신 차려! 오소마츠 형은 쵸로마츠 형의 파트너였잖아!! 이젠 오소마츠 형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거야?! 우리도 기억하지 못하는 거냐고!!! 정신 차려, 이 동정 삼남!!!”

오소마츠의 외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쵸로마츠를 향해 필사적으로 외치는 이치마츠의 모습에 오소마츠가 초조하게 몸을 떨었다

지금 당장 이치마츠에게 달려가고 싶었지만, 어느새 오소마츠의 공격을 받아낸 카라마츠가 오소마츠를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완전히 회피하지 못한 오소마츠의 공격에 카라마츠의 윗도리를 너덜너덜해져 간신히 몸에 매달려 있었다

상체 전반에 화상을 입었는지 땅에 핏방울을 흘려대면서도 카라마츠는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쵸로마츠 형!!!”

“….”

이치마츠의 외침에 잠시 걸음을 멈췄던 쵸로마츠가 눈을 가늘게 뜨고 이치마츠를 응시했다.

이어진 쵸로마츠의 행동에 오소마츠는 동생의 말이라면 듣지 않을까, 하는 일말의 희망을 내던졌다

확실하게 장전된 총구를 이치마츠를 향해 들어올린 쵸로마츠를 본 순간, 오소마츠는 젠장!!” 하고 작게 욕설을 내뱉으며 마에다의 앞을 떠났다

카라마츠의 앞에 거대한 불기둥을 세워 잠시 걸음을 붙들고, 이치마츠를 구하기 위해 오소마츠가 뛰어들자마자 쵸로마츠의 몸이 크게 기울었다

기우뚱- 중심을 잃고 쓰러진 몸은 그대로 바닥에 처박혔다

이치마츠를 향해 뛰어가던 발을 멈춘 오소마츠가 …?” 하고 멍청한 신음을 내뱉자, 이치마츠가 떨리는 숨을 내뱉으며 오소마츠를 향해 뒤돌았다.


토도마츠가, 마취총…, 제대로 맞춘 모양이야….”

죽음의 공포를 이기지 못하고 바닥에 주저앉은 이치마츠가 힘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오소마츠는 즉각 동생들의 무모한 작전을 깨닫고 이치마츠를 향해 이 멍청아!!!” 하고 외쳤다

오소마츠의 외침이 거리에 울리고 곧 커다란 프로펠러 소리가 거리를 메웠다

「관리국」 마크가 찍힌 헬리콥터 수십 대가 거리로 날아오자 순식간에 상황은 「관리국」에게 유리해졌다

헬리콥터를 타고 있었던 것은 국내에 7명 밖에 되지 않는 S급 센티넬들이었다

헬기에서 낙하산을 펴고 지면에 발을 내디딘 S급 센티넬들은 빠르게 「팔콘」의 센티넬들을 제압했다

()의 차이를 여실히 보여주며 빠르게 「팔콘」의 센티넬들이 쓰러져갔다

이어 차를 타고 도착한 관리국원들에 의해 제압당한 센티넬들은 「관리국」으로 이송되었다

토도마츠의 마취총을 맞아 쓰러진 쵸로마츠도 「팔콘」 무리에 섞여 「관리국」의 호송차량 속으로 사라졌다

몇 분도 지나지 않아 깔끔하게 정리된 거리의 모습에 오소마츠가 허탈하게 서 있었다.


오소마츠 형!! 뒤에!!”

이치마츠의 다급한 외침에 오소마츠가 재빨리 고개를 돌렸다

오소마츠의 화염으로 큰 부상을 입은 카라마츠가 도주하고 있었다

부상자라고는 볼 수 없는 빠른 뜀박질로 멀어지는 카라마츠의 등을 본 순간, 오소마츠의 몸이 먼저 움직였다

이 이후의 처리나, 남겨진 마에다 따위는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았다


오로지 또다시 멀어지는 동생의 등을 쫓아 오소마츠는 지면을 박차고 나아갔다.

 

 

 

 

 

 

3.

 

부둣가에 세워진 폐공장. 이미 가동하지 않는 고요한 공장 안에 둔탁한 소리가 울렸다

둔탁한 소리 사이사이에 괴로운 신음소리와 거친 남자의 욕지거리가 섞였다

오소마츠는 가쁜 숨을 찬찬히 가라앉히고 발소리를 죽인 채, 공장 안으로 들어섰다

공장 안을 가득 채우는 소리의 근원지를 찾아 온 감각을 곤두세우고 발을 옮긴 오소마츠가 시야에 들어온 광경에 호흡도 잊고 우두커니 섰다.

 

피투성이가 된 카라마츠가 중년 남자의 발 아래 비참하게 치이고 있었다

정신을 잃었는지 미동도 하지 않는 어린 몸을 무자비한 구둣발로 수십 번 걷어찬 남자가 쯧- 하고 혀를 찼다

!” 하고 거품 섞인 침을 바닥에 뱉어낸 남자가 비열한 목소리를 끓었다.


도움도 안 되는 새끼.”


귀에 익은 목소리

본 적 있는 얼굴.


한 번 더 얼굴을 자세히 살필 필요도 없었다.


토고다.’

 

 

공장 한 구석에서 치솟는 열기에 눈을 돌리자 그곳엔 하얀 불꽃이 서 있었다

아스팔트 바닥을 녹이며 천천히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죽음의 불꽃에 남자가 뒷걸음쳤다.


, 너는…!!”

남자가 무슨 말을 하려고 했는지 이젠 누구도 알지 못한다

하얀 불꽃에 휩싸인 남자는 비명을 지르며 온몸을 비틀고 사방을 뛰고, 바닥을 구르며 불을 끄려고 했지만 아무런 소용 없었다

잔혹하게 남자의 살갗을 벗긴 불꽃은 남자의 근육, , , 그 무엇 하나 이 세상에 남겨두지 않았다.

 

하얀 불꽃은 재조차 남기지 않고 남자를 통째로 집어 삼켰다.

 

 

 

오소마츠의 GPS가 가리키는 곳을 향해 거칠게 차를 몰고 도착한 「관리국」 앞엔 이미 형체도 남지 않고 녹아 내린 폐공장 건물이 서 있었다

콘크리트와 철근까지 벌겋게 녹아 바닥에 흘러내려 마그마처럼 흐물거리는 잔재와 매캐한 중금속 냄새, 그리고 살이 익을 듯한 숨막히는 열기에 「관리국」 모두 소매로 입을 가리고 뒷걸음질쳤다

모두 섣불리 건물 안으로 들어갈 생각을 하지 못하고 주춤거리자 뒤따른 차에서 내린 마에다가 관리국원들을 향해 외쳤다.


뭐해!! 당장 들어가!!”

항상 냉정하고 침착했던 국장의 모습에 관리국원들이 말을 잃은 사이, 마에다가 앞장서 열기 속으로 뛰어 들어갔다

국장의 돌진에 당황한 관리국원들이 서둘러 뒤따라 열기 속으로 뛰었다

찜질방보다 더한 열기에 답답함을 느끼며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어 헤친 관리국원들의 시야에 새하얀 불꽃이 보였다

3m도 넘게 떨어진 거리에서도 무시무시한 열기를 내뿜는 하얀 불꽃은 사람의 형상을 하고 있었다


인간이 감당할 수 없는 고온이 주는 공포에 그 누구도 더 이상 전진하지 못했다

숨을 멈추고 마른침을 삼키며 하얀 불꽃을 응시하는 관리국원 중 하나가 겁을 집어 먹고 뒤돌아 공장 밖으로 뛰쳐나갔다. 타박타박- 커다란 발소리가 공장을 울리고, 도망치는 관리국원을 나무랄 새도 없이 하얀 불꽃이 몸을 돌려 「관리국」을 향해 걸어왔다

한 발자국씩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참을 수 없는 열기가 숨통을 조였다


그 자리에 있는 베테랑 관리국원들과 센티넬들은 동시에 직감했다

폭주가 일어날 것이라고


아직 간신히 이성을 유지하고 있는 수준에서 이 정도의 열기라면 폭주가 일어났을 때는 분명 이 도시의 절반이 날아갈 것이다

경험에 의존한 신빙성 없는 예측이었지만, 폭주를 예감한 관리국원들의 얼굴이 모두 새하얗게 질렸다

짧은 인생에서 처음 보는, 어쩌면 자연 재해를 압도할지도 모르는 능력 앞에서 얼어버린 관리국원들을 헤치고 마에다가 앞으로 나왔다.


동생들을 구한다며, 이 새끼야!!!”

폭주를 직전에 두고 적인지, 아군인지 조차 구분하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오소마츠의 불꽃은 바닥에 쓰러져 있는 카라마츠에게 닿지 않았다

마치 물가를 피하는 고양이마냥 카라마츠 근처엔 다가가지 않는 오소마츠의 하얀 불꽃을 본 마에다가 전력으로 외쳤다

쩌렁쩌렁한 외침이 공장 안에 울리고, 이내 맹렬하게 타오르던 열기가 서서히 가라앉았다

평상시의, 붉은 불꽃으로 되돌아온 오소마츠가 마에다와 마주보며 헛웃음을 흘렸다

부들부들 떨리는 주먹을 더 강하게 움켜쥔 오소마츠가 간신히 목소리를 짜내 마에다를 불렀다.


, 저씨…. 녀석들 좀, 불러, ….”

오소마츠의 간절한 부탁에 마에다가 뒤쪽에 서 있던 관리국원들에게 눈짓했다

곧바로 차문이 거칠게 닫히는 소리와 함께 두 쌍의 발소리가 퍼졌다.


오소마츠 형!!!”

오소마츠 형!! 오소마츠 혀엉!!!”

새빨갛게 타오르고 있는 붉은 불길도, 불길이 내뿜고 있는 열기도 무시하고 달려든 이치마츠와 토도마츠가 오소마츠를 있는 힘껏 껴안았다

동생의 손이 닿자마자 사그라진 불꽃에 마에다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4.

 

오소마츠 형의 공격으로 입은 부상에 토고에게 맞아 정신을 잃은 카라마츠 형은 「관리국」에 옮겨지자마자 약물을 투여 받고 혼수상태(coma)에 빠졌다

「팔콘」 안에서도 센티넬 등급이 높았던 카라마츠 형을 제어하기 위해 토고는 다른 센티넬보다 더 많은 약을 카라마츠 형에게 사용했고, 그만큼 카라마츠 형이 견뎌야 할 금단증상도 심했다

혼수상태에 빠져서도 카라마츠 형은 이따금 몸을 비틀며 온몸을 덮치는 고통에 몸부림쳤다

쥬시마츠 형보다 훨씬 심한 아픔을 느낄 것이라는 의사의 말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차게 식어버린 카라마츠 형의 손을 꽉 잡아주는 일뿐이었다.

 

 

센티넬은 등급이 높을수록 기초적인 신체능력도 크게 향상된다

A급인 카라마츠 형의 금단증상은 단 일주일만에 안정되었다

일정한 주기로 울리는 바이털 사인에, 정말 인간의 상상을 초월하는 회복력을 가졌다고 새삼 놀랐다

B급으로 판명된 쥬시마츠 형은 안정되기까지 한 달이 넘게 걸렸다

아직도 눈을 감고 침대에 누워있는 카라마츠 형을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형은, 아직도 우리를 원망하고 있을까

증오하고 있을까


토토코의 설명을 들으면서 겨우 실감할 수 있었다

정신계 능력자의 무서움이란 녀석을…. 


등급이 높을수록 세뇌의 강도도 강해지며 무슨 짓을 해도 절대 풀 수 없다

세뇌를 한 능력자가 죽더라도…. 


토고는 이제 이 세상에 없다

하지만, 카라마츠 형과 쵸로마츠 형, 쥬시마츠 형에게 남겨진 세뇌는 머리에 붙은 껌딱지처럼 단단히 달라붙어 털어낼 수 없다

마치 유리 같은 눈으로 아무런 감정도 없이 나를 향해 공격을 날리던 카라마츠 형을 떠올리고 몸을 부르르 떨었다.


처음으로 피가 이어진 형제에게 공포를 느꼈다.


이치마츠 형이 날 재빨리 끌어당겨주지 않았다면, 분명 나는 카라마츠 형의 공격으로 목숨을 잃었을 것이다

그 순간, 카라마츠 형은 더 이상 내가 아는 카라마츠 형이 아니라고…, 가슴이 미어지는 고통과 함께 깨달았다

우리가 떨어진 10이라는 세월은 나의 가장 소중한 파트너였던 카라마츠 형을 죽여버렸다

오소마츠 형은 반드시 카라마츠 형과 쵸로마츠 형, 쥬시마츠 형을 되돌려 놓겠다고 했다

무슨 방법이 있는지 나는 알지 못한다

오소마츠 형이 자주 「관리국」의 국장과 만나는 이유가 그 방법을 찾기 위해서일까


카라마츠 형이 돌아오길 바라면서도, 마음 한 구석에선 이미 늦었다고 포기하고 있는 자신이 너무나 밉다

이제 곧 「팔콘」에 대한 취조와 재판도 시작되는데…. 

카라마츠 형은 대체 어떻게 되는 걸까…?


여전히 얼음장처럼 차가운 카라마츠 형의 손을 쓰다듬고, “또 올게.” 하고 귓가에 속삭였다

혼수상태여도 내 목소리가 조금이나마 닿기를 바라면서 카라마츠 형을 뒤로하고 병실을 나왔다.

 

 

 

토도마츠.”

병실을 나와 복도에 서자 이치마츠 형의 지친 목소리가 나를 불러 세웠다

걸음을 멈추고 내 쪽으로 다가오는 이치마츠 형을 기다렸다

터덜터덜 신발을 질질 끌며 힘없는 걸음걸이로 다가온 이치마츠 형이 옅은 미소와 함께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쥬시마츠 형은?”

여전히 안정 상태 유지 중…. 조만간 깨울 거라는데….”

그래…. 카라마츠 형도 곧 깨울 거래.”

그래….”

이치마츠 형이 작게 대답하며 눈을 돌렸다

초점을 잃은 눈이 불안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겁쟁이인 나는 이치마츠 형에게 분명 괜찮을 거야.” 라는 말조차 꺼내지 못하고 조용히 이치마츠 형의 옷자락을 잡았다

「팔콘」에 대한 취조는 카라마츠 형과 쥬시마츠 형을 깨워서 진행된다

마약의 금단증상이 사라지고 안정된 상태에 놓인 둘을 혼수상태에서 다시 빼내어 조사 한다고, 토토코가 설명했다

과연 세뇌된 두 사람이 순순히 조사에 응할지 걱정 밖에 없다

이치마츠 형은 고개를 기울여 자신의 옷을 잡은 나를 나직이 부르고 내 손을 잡아주었다.

 

 

 

「관리국」 시설 내에 있는 병원에서 나와 오소마츠 형의 방으로 향했다

하얀 문 앞에 서서 노크했지만,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설마, 하는 생각으로 세게 문을 열자, 역시나 방 안엔 아무도 없었다

이치마츠 형과 마주보고 눈썹을 찌푸렸다

다시 방을 나와 복도로 발을 내디딘 순간, 태평한 목소리가 우리를 불렀다.


~! 이치마츠, 토도마츠!”

““오소마츠 형!!””

우리를 향해 손을 흔들며 걸어오는 오소마츠 형의 모습에 눈썹을 치켜세우고 쿵쿵 발을 울리며 다가갔다

땀에 흥건히 젖은 후드에 거친 숨소리, 그리고 탁해진 눈동자에 이를 갈며 오소마츠 형의 손을 잡았다.


대체 왜 아직도 훈련을 하는 거야?! 이제 필요 없잖아!!”

손을 꽉 잡고 가이딩하며 쏘아붙이자 오소마츠 형이 멋쩍게 웃으며 고개를 기울였다

어느새 내 곁에 다가온 이치마츠 형도 오소마츠 형의 남은 손을 붙잡고 조용히 오소마츠 형을 노려보았다

카라마츠 형을 붙잡았는데도, 오소마츠 형은 훈련을 멈추지 않았다

매번 훈련에서 돌아올 때마다 힘들어하면서, 한계에 가까이 정신을 몰아붙이는 오소마츠 형을 이해할 수 없다

오소마츠 형은 맞잡은 손에 힘을 주고 우리를 보며 상냥한 미소를 띄웠다.


그것보다 쵸로마츠는?”

아직 완전히 건강해지지 않았대. 영양부족으로 몸이 많이 망가져 있나 봐.”

그래….”

명백하게 말을 돌리려는 오소마츠 형의 질문에 재빨리 대답하고 다시 대화의 궤도를 돌렸다.


그래서!! 왜 아직도 훈련 하는 거냐고!! 이렇게 정신을 깎아먹는 고된 훈련을!!”

다른 이가 보았다면 멀쩡하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자신의 상태를 숨기고 있지만, 우리는 알 수 있었다


오소마츠 형이 얼마나 한계에 가까워져 있는지를


매번 훈련을 갔다 오면 비참할 정도로 처참해진 정신을 이끌고 돌아오는 오소마츠 형의 모습에 우리가 얼마나 발을 굴리는지, 뻔히 알면서도 오소마츠 형은 훈련을 멈추지 않았다.


필요해…. 필요한 훈련이야….”

오소마츠 형은 한층 부드러워진 눈빛으로 나를 응시하며 애처롭게 웃었다.

 

….

우리가 몇 년이나 봤던 미소가 있었다.

 

우리에게 뭔가를 숨기고 있을 때의 미소가.

 

 

 

 

 

 

5.

 

이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는 건가!? 멍청한 위원회 자식들!!”

손에 쥔 종이를 사정없이 구긴 국장님이 거칠게 종이를 던졌다

한숨과 함께 바닥에 떨어진 종이 뭉치를 주워 찢어지지 않게 천천히 펼쳤다.



<센티넬-가이드 인권 위원회 공고>

「센티넬-가이드 관리국」에서 새로 발명한 해독제의 사용을 금지함

임상 실험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약물을 사용하는 것은 윤리에 어긋날뿐더러

당사자의 의지를 무시하고 강제 투여를 한다는 것은 기본적인 인권을 무시하는 행위임

따라서 「센티넬-가이드 인권 위원회」는 해독제의 강제 투여를 금지함.


 

공고를 다 읽자, !! 하는 소리와 함께 국장님의 주먹이 단단한 책상에 박혔다.


세뇌된 녀석들을 해독제없이 어떻게 조사하라는 거야!? 게다가 아직 녀석들의 세뇌도 완전히 풀린 게 아니야! ‘해독제를 써야 손을 써볼 것 아냐!!”

국장님의 외침에 다른 국원들 모두 몸을 움츠렸다

, , 한참을 숨을 몰아 쉬며 분노하던 국장님은 깊은 한숨과 함께 흐트러진 앞머리를 쓸어올렸다.


요와이 양.”

.”

해독제 진행 상황은?”

“…후보 물질 중, 유효 효과를 보이는 물질은 이미 결정되었고, 투여 후 경과만 확인하면 됩니다.”

“…그래. 그럼, 일단 재판은 이대로 속행한다.”

국장님은 책상 위에 어지럽게 흐트러진 서류를 모아 정리한 후, 방에 모여있는 국원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해독제 사용은 미루고, 지금까지 나온 증거들을 최대한 모아봐. 「팔콘」 때문에 생긴 피해가 얼마나 큰지는 다들 알고 있겠지. 반드시 누군가가 이 책임을 져야 한다. 범죄 당시 세뇌되어 있었다고 해도.”

국장님의 단호한 말에 국원들 모두 반대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요와이 양?”

“…. 저도 이견 없습니다.”

나직이 나를 부르는 국장님의 목소리에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국장님은 이 방에 모인 전부가 만장일치로 자신의 의견에 찬성하는 것을 보고 흐뭇한 미소를 피우며 그럼 진행하지.” 하고 말하며 각자에게 세세한 지시를 내리기 시작했다

방 안에 울리는 국장님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내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은 단 하나였다.

 

멋쩍게 웃으며 코 밑을 문지르는 버릇을 가진 소중한 소꿉친구와 그의…, 화목한 가족.

 

 

 

 

 

 

6.

 

딱딱한 침대에 앉아 창 밖에 비치는 광경을 내려다보았다

범죄자에게 사형을!! 이라고 쓰여진 팻말을 치켜 들고 「관리국」 앞에서 시위하는 한 무리의 사람들이 울부짖었다

대체 누가 죽어버린 자기 아들의 목숨을 책임져줄 거냐, 외치는 유족의 맞은편에 또 다른 무리가 섰다

평등한 인권!! 이라고 쓰여진 팻말의 한 귀퉁이에는 「센티넬-가이드 인권 위원회」라고 쓰여져 있었다


범죄자의 사형과 책임을 요구하는 유족들과, 세뇌로 자기 의지가 아니었다며 감형을 주장하는 「인권 위원회」

울부짖음과 비명이 만나 이명을 만들고 뇌를 붙잡아 뒤흔들었다.

 

저 앞으로 나가 당신들의 자식을 죽인 것은 내 동생이다!, 하고 고백하면 나는 어떻게 될까?

 

해선 안될 상상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래야만 할 것 같은 괴로움에 웃음만 나왔다.

 

 

 

 

 

 

7.

 

강화 유리를 사이에 두고 의자에 앉은 오소마츠가 건너편의 동생에게 미소를 보냈다.


여어~, 너네 때문에 엄~청 큰일 난 거 알아?”

“…또 왔나.”

장난스럽게 말을 내던지는 오소마츠와 달리 손과 발을 구속당해 푸른 줄무늬의 죄수복을 입은 카라마츠가 오소마츠를 차갑게 응시했다

오소마츠는 카라마츠의 반응에 아무런 관심 없다는 투로 다시 말을 이었다.


이제 곧 재판 시작인데, 뭐 할말 없어? 나는 억울해요~, 라던가.”

“….”

횽아가 말을 걸면 조금은 반응해라~. 횽아 쓸쓸하다고~?”

“…구역질이 치솟으니 그 빌어먹을 상판 치워라.”

에이~, 같은 얼굴인데?”

“…꺼져.”

시른뎅~”

오소마츠는 생글생글 웃는 미소를 지우지 않고 손을 입가에 가져다 대고 혀를 메롱~’ 하고 내밀었다

마치 오랫동안 함께 해온 형제를 대하듯 장난을 멈추지 않는 오소마츠를 보는 카라마츠의 눈빛이 더욱 서늘해졌다

아예 오소마츠에게 눈을 돌린 카라마츠가 자신의 뒤를 지키고 있는 간수를 응시했다

쵸로마츠를 비롯한 「팔콘」의 대부분을 잡아들였던 S급 센티넬이 무미건조한 눈길로 카라마츠를 마주보았다

싸우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의 차이에 카라마츠가 낮게 혀를 차고 허공으로 시선을 돌렸다.


어이~, 카라마츠~? 무시하기야~?”

“….”

어이~, 어이~~.”

“….”

, 맘대로 해. 나도 맘대로 떠들 테니까.”

“….”

쥬시마츠 말인데, 너처럼 무사히 깨어났어. 금단증상도 안정되었고.”

“….”

쵸로마츠는 아직 덜 나았지만, 그래도 약물로 간신히 버티고 있던 몸 상태는 벗어났어. 제법 밥도 먹고 운동도 조금씩 할 수 있게 된 것 같아.”

“….”

이치마츠랑 토도마츠는 매일 쥬시마츠랑 쵸로마츠한테 가나 봐. 근데 그 녀석들도 너처럼 고집불통이라~, 이치마츠랑 토도마츠 말을 전~~혀 안 듣는다고 하더라. 나 참, 횽아 곤란해~?”

“….”

특히 이치마츠는 파트너였으니까 더 힘든 것 같지만…. 그래도 쥬시마츠는 이치마츠에게 맡기는 게 제일이라고 생각하고.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

실은 토도마츠가 너를 보게 해달라고 했는데 말이야~. 너는 진짜 최고 고집불통에 멍청이니까…. 아직은 안 된다고 말해놨어. 대신 쵸로마츠를 부탁한다고.”

“….”

쵸로마츠도 그렇게 바보일 줄은 몰랐어. 나랑 항상 같이 다녔을 땐 안 그랬는데 말이지~”

“….”

, 치비타 말이야. 우동집 열었어. 하이브리드 우동? 암튼, 뭐 그런 이상한 가게를 다 차렸더라고. 이야미는 뭐하고 사는진 모르겠지만 가끔 공원에서 마주쳤었고. 하타보는, 들어봐?”

“….”

무려! 대기업 사장님이 되었다니깐?! 이 「관리국」의 후원도 하고 있대!! 완전 대박이지!? 맨날 우리 뒤만 쫓아다니던 어린애가 말이야~. 참 세월 빨라?”

“….”

“…카라마츠, 아직도 나 무시할 거야?”

“….”

나 무시 안 하면 부탁 하나 들어줄게~. 횽아 서비스! 뭐든 말만 해주세요!!”

“….”

어이~? 이 기회를 놓치면 두 번 다시 없다고오~?”

줄곧 장난기가 묻어 나오던 오소마츠의 말투에 일순 간절함이 서렸다. 카라마츠는 무표정한 얼굴을 돌려 오소마츠를 똑바로 응시하고 입을 떼었다.

“…죽여줬으면 좋겠군.

“….”

똑똑히 내뱉는 냉혹한 대답에 오소마츠가 미소를 지우고 숨을 멈췄다

가볍게 아랫입술을 깨물고 슬프게 눈썹을 늘어뜨린 오소마츠가 헤실거리며 가슴을 붙잡았다.


그건, 못 들어줘. 미안, 카라마츠.”

“….”

내가, 두 눈 뜨고 있는 한…, 어떤 형태가 되더라도, 너를 내 곁에 둘 거야.

교만이군.”

“…그럴지도.”

오소마츠는 마지막 대답을 마치고 의자에서 몸을 일으켰다

강화 유리 너머 간수(S급 센티넬)에게 고개를 끄덕이자, 간수가 카라마츠를 끌고 면회실을 나섰다

사람 하나를 간단히 죽일 수 있는 강력한 전류가 흐르는 철창 안에 갇힌 카라마츠를 응시하는 오소마츠의 눈에 깊은 절망이 일렁이는 것을 카라마츠는 몰랐다.

 

 

 

그 후로 한 달, 오소마츠는 하루가 멀다 하고 카라마츠를 찾았다

오소마츠가 장난스럽게 떠들고 카라마츠가 일방적으로 무시하거나 죽여달라.” 고 말하는 날이 이어졌다

매일 내일 또 올게.” 하고 인사하는 오소마츠에게 카라마츠는 매몰찬 경멸과 함께 저주를 퍼부었다


뒈져버려”, 

다시는 나타나지 마.”, 

쓰레기 새끼.” 하고 차갑게 내뱉는 카라마츠에게 오소마츠는 항상 잔잔한 미소를 돌려주었다.

 

 

카라마츠, 네가 기뻐할 소식이 있어.”

“….”



내일이면 넌 자유야, 카라마츠.



?”

지친 기색이 역력한 오소마츠가 빙긋이 웃었다

매일 어린 시절과 변하지 않는 장난기 넘치는 모습으로 카라마츠를 대했던 오소마츠가 오늘만큼은 힘이 없었다

나뭇가지에 간신히 매달려 흔들리는 마지막 낙엽처럼 흔들리는 눈빛으로 카라마츠를 조용히 응시한 오소마츠가 눈을 가늘게 뜨고 웃었다

카라마츠의 모습 전부를 눈에 단단히 새기려는 듯이 아무 말 없이 카라마츠를 뚫어지게 쳐다보는 오소마츠에게 카라마츠는 뭐라 말 할 수 없는 위화감을 느꼈다.


내일이면 자유라니, 무슨 뜻이야.”

“…동생들을 부탁해.”

드륵- 하고 의자를 밀고 일어난 오소마츠가 카라마츠를 보며 웃었다

간수에게 꾸벅 고개를 숙인 오소마츠가 면회실을 떠났다. 카라마츠보다 먼저 떠났다

카라마츠는 더욱 더 진해진 위화감에 눈썹을 찌푸렸다.


항상 먼저 떠나는 건 카라마츠였다

면회실을 나가며 눈만 돌려 오소마츠를 바라보면 오소마츠는 항상 입가에 미소를 피우고 카라마츠를 배웅했다

카라마츠가 철창 안에 들어갈 때까지, - 카라마츠를 바라보고 있었다

, 언제까지고 그 자리에서 너를 기다리겠다고 말하는 것처럼.

 

왜 그 믿음에 한치의 의심도 가지지 않았는지, 뒤늦게 후회할 것을 모르는 카라마츠는 그렇게 오소마츠를 보냈다.

 

 

 

 

 

 

8.

 

관리국 보고서 #6


<Red rose의 해독제 개발 중간 보고>

- 해독제 개발을 위해 새로 ■■■ 박사를 영입. 인수인계를 완료함.

- 해독제 후보 물질 21번과 146, 235, 606번 ■■ 실험 개시.

- 후보 물질 중 ■■■번이 효과를 보임.

- ■■■ 박사의 연구로 안정성 확립 성공.

- 반복된 후보 물질의 투여로 ■■■■의 신체 변화 확인.

- 이후 결과를 토대로 replication 반복 중.








* 완결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8화 완결이니까요ㅎㅎ


* 오늘 또 열심히 쓰면 월요일 전에 한 편 더 올릴 수 있을 것 같네요ㅎㅎ


* 어제, 오늘 서코였던 모양입니다만, 서울에 거주하지 않는 저에겐 꿈같은 이야기네요...ㅠㅠ


*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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