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성년분들을 위한 단편 들고 왔습니다.


* 마피아마츠가 올라오는 주는 단편을 꼭 하나씩 올리려고 합니다ㅎㅎ


* 카라마츠가 약간? 싸이코패스. 동생들은 카라마츠에게 마구 휘둘리고 있습니다.


* 카라오소가 이미 공인된 연인사이입니다ㅎ


* 공미포 8,748자.  오탈자는 추후 수정하겠습니다.



* 부족한 글이지만, 재미있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1.

 

「이런 타입도 있군요….

TV에서 나오는 아나운서의 목소리에 이어 여성 리포터가 발랄한 목소리로 그래서~ 길거리의 여성들에게 물어보았습니다!” 하고 외쳤다

화면이 깜빡이고 길거리를 지나가는 여성들을 불러 세우는 리포터의 목소리가 울렸다.


「에~, 뭔가~. 나만을 봐주는 느낌?

「나만 사랑해준다는 생각이 들어요. 사랑 받는 느낌.

「좀 멋있다고 생각해요.

꺄르르 웃으며 인터뷰에 응하는 여성들의 말을 듣는 쵸로마츠와 토도마츠가 낮게 혀를 찼다.


「네! 인터뷰 결과, 여성들은 대체로 속박계 남친에게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저도 갖고 싶네요~ 속박계 남친!!

아나운서의 철없는 마무리로 인터뷰 영상은 끝이 나고 카메라는 스튜디오로 돌아갔다

TV 화면을 뚫어지게 응시하는 쵸로마츠와 토도마츠, 그리고 TV를 보고 있진 않지만 거실 구석에서 귀를 기울이고 있던 이치마츠와 쥬시마츠가 일제히 한숨을 내쉬었다

동생들은 모두 알고 있었다

속박계 남친이라는 것이 그렇게 귀여운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인터뷰에 응했던 여성들이 실제로 속박을 당했는지 어쨌는지 여부는 차치하더라도, 자신들이 겪는 실상은 절대 귀엽거나 깜찍한 수준이 아니었다.

 

 

~? 너네 다 모여서 뭐해?”

하늘색 잠옷 차림으로 눈을 비비며 거실에 들어온 오소마츠의 목소리에 모두의 가슴이 뛰었다

크게 어깨를 움찔거리는 동생들을 의아하단 눈길로 응시한 오소마츠가 으쓱하더니 통통- 발소리를 울리며 쵸로마츠에게 다가갔다.


쵸로마츠~ 오늘 안 나가면 횽아랑 놀아줘~~”

이제 나갈 거야.”

에에~?!”

그럼 오소마츠 형도 같이 헬로워ㅋ…”

토도마츠! 너는?”

난 오늘 약속 있어~”

횽아도 데려가!”

싫어.”

뭐야아아~ 드라이 몬스터어~~!! 그럼 이치마츠!”

쓰레기가 둘이 돼서 뭐하게.”

에에…. 쥬시마츠는?”

야구~!?”

, 관두자.”

쵸로마츠의 말을 끊고 주변을 빙 둘러보며 동생들 전원에게 말을 건 오소마츠가 볼을 퉁퉁 부풀렸다

쵸로마츠는 구인잡지에, 토도마츠는 스마트폰에 시선을 처박았다

이치마츠는 아예 고개를 푹 숙이고 쭈그려있고, 쥬시마츠는 시선이 어디로 향해 있는지 알 수 없다

오소마츠는 그 누구도 상대를 해주지 않는 것에 인상을 찌푸리고 발을 동동 굴렀다.


~ ~~! 횽아랑 놀아 달라고오오~!”

거실 바닥에 엎드려 떼쓰는 아이처럼 발을 굴리는 오소마츠에게 쵸로마츠가 힐끗 시선을 주었다

잠버릇이 심해 엉망으로 솟아난 머리카락 아래 늘어나고 헐렁해진 옷깃 사이로 붉은 흔적이 빼곡히 박혀 있었다.

꼭 제 존재를 과시하듯 드러난 붉은 자국에 쵸로마츠가 남몰래 한숨을 쉬며 다시 구인잡지로 시선을 돌렸다.

 

 

 

카라마츠가 오소마츠와 교제하고 있다고 공개 선언을 한 이후로, 마츠노가에는 반드시 지켜야 할 규칙이 몇 가지 생겨났다.

 

 

 

 

 

 

2.

 

강둑을 걸어가는 발걸음은 유쾌했다

오랜만에 마음껏 방망이를 휘두른 쥬시마츠는 땀과 흙먼지가 묻은 옷을 대충 털고 콧노래를 불렀다

뉘엿뉘엿 산 너머로 넘어가는 해님이 하늘을 붉게 물들였다

쥬시마츠는 가장 좋아하는 제일 첫 번째의 형의 색이 된 하늘을 눈을 반짝이며 바라보았다

오늘은 더없이 즐거운 날이다

그렇게 생각하며 쥬시마츠가 강둑을 막 벗어난 참이었다.


!”

저 앞에서 어슬렁거리며 걸어가는 뒷모습에 쥬시마츠의 얼굴이 밝은 미소가 활짝 피어났다

빨간 후드를 입고 후드 앞주머니에 손을 꽂아 넣고 걸어 다니는 사람은 쥬시마츠의 기억에 오직 한 사람에 뿐이었다

파닥파닥- 발소리를 울리며 쥬시마츠가 전속력으로 빨간 후드를 향해 뛰었다.


 

오소마츠 형아아아~!!!”

우왁!!”

전속력으로 뛰어 멀리뛰기 하듯 지면을 박차 빨간 후드에 매달리자, 오소마츠가 휘청거리며 비명을 질렀다

두 사람으로 늘어난 무게에 이리저리 몸을 비틀며 간신히 중심을 잡은 오소마츠가 가슴을 쓸어 내리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쥬시마츠!”

아이아이!!”

오소마츠의 부름이 마냥 기쁜 쥬시마츠가 선생님에게 불린 것처럼 한 팔을 번쩍 들고 쾌활하게 답했다

티끌 하나 묻어 나오지 않는 쥬시마츠의 순수한 목소리에 오소마츠가 헛웃음을 흘리고 쥬시마츠의 엉덩이에 팔을 감았다

자신의 등에 매달린 쥬시마츠가 떨어지지 않도록 지탱하고 선 오소마츠가 빙긋 웃었다.


오늘도 야구 했어?”

!! 오늘도 방망이 15,000번 휘둘렀슴다!!”

만오천…, . 잘했네!”

아이!!”

터벅터벅 집을 향해 걸어가며 묻는 오소마츠의 말에 쥬시마츠가 기쁘게 대답했다

쥬시마츠의 함박웃음을 따라 오소마츠도 다정한 미소를 흘렸다

오소마츠에게 매달려 형의 체온을 가까이에서 느끼며 기분이 한껏 들뜬 쥬시마츠가 즐겁게 다리를 흔들었다

오소마츠에게 넘어지니까 그만하라는 충고를 들어도 오소마츠의 심장 박동을 이렇게 가까이서 느끼는 것이 기뻤다

씩씩하게 대답한 쥬시마츠가 문득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

오소마츠의 후드 앞주머니가 묘하게 볼록 튀어나와 있는 것이 보여, 쥬시마츠가 눈을 깜빡이며 오소마츠에게 물었다.


오소마츠 형아, 파칭코?”

~? , 파칭코 갔다 왔지~”

그럼 이건?”

혹시나 떨어질 새라 오소마츠의 목에 감고 있던 팔을 푼 쥬시마츠가 오소마츠의 후드 앞주머니를 향해 손을 뻗었다

오소마츠는 제 주머니를 향해 다가가는 쥬시마츠의 손에 오왓!” 하고 소리를 지르며 다급히 몸을 기울였다.


쥬시마츠, 스테이!”

아이!”

급히 외친 오소마츠의 명령에 쥬시마츠가 손을 멈췄다

~” 하고 안도하는 것도 잠시 쥬시마츠가 호기심에 눈을 빛내며 오소마츠의 앞주머니를 뚫어지게 응시했다.


오소마츠 형아, 파칭코 경찰!? 파칭코 경찰 출동임까!?”

쥬시마츠~? 오늘 파칭코 경찰은 쉬는 날입니다.”

~? 그럼 이건 뭠까아~?”

아무것도 아니, !! -”

다시 앞주머니를 향해 나아가는 쥬시마츠의 손가락을 피하기 위해 오소마츠가 몸을 흔들며 괴성을 내질렀다

쥬시마츠의 손을 피하려 해도 자신의 등에 매달려 있는 쥬시마츠를 피할 수는 없었다

쥬시마츠는 망설임 없이 오소마츠의 앞주머니를 꾹- 눌렀다. 그러자 바삭- 하고 종이가 눌리는 소리가 났다.


! 종이다! 파칭코 경찰!?”

아니, 아니, 아니, 아니, 이건 그러니까~ ~….”

오소마츠 형아~?”

쥬시마츠.”

아이!”

쥬시마츠, 실은 이거 일급 비밀 문서야.”

비밀~?”

. 그러니까, 아무한테도 말하면 안 돼.”

호오~.”

말하면 안 돼?!”

호오~?”

알아들은 거지?!”

오소마츠의 외침에 소매로 입을 가리고 고개를 끄덕이는 쥬시마츠의 눈은 의심으로 가득 차, 고양이처럼 동공이 커다래졌다.

오소마츠는 순순히 자신을 믿어주지 않는 쥬시마츠를 보며 식은땀을 흘렸다.


그러니까….”

~~마아~~?”

히끅- 하고 쥬시마츠가 숨을 삼켰다

오소마츠는 뒤에서 들려온 차남의 목소리를 따라 쥬시마츠를 매단 채, 몸을 돌렸다

마츠요의 심부름을 갔다가 돌아오는 길인지 카라마츠의 양손에는 한눈에 보기에도 묵직해 보이는 장바구니가 들려 있었다.


, 카라마츠~. 심부름?”

쥬시마츠, 좀 도와주지 않겠나?”

오소마츠의 가벼운 질문을 무시하고 카라마츠가 한 손에 들고 있던 장바구니를 내밀었다

쥬시마츠는 항상 헤- 벌리고 있던 입을 굳게 닫고 거세게 고개를 끄덕이며 오소마츠에게서 내려왔다

카라마츠가 들고 있던 장바구니를 건네 받자, “고맙다, 브라더-” 하고 카라마츠의 낮은 목소리가 귓가에 울렸다

평소와 다름없는 말투였지만, 은연이 느껴지는 위화감에 오소마츠가 고개를 기울이고 카라마츠와 쥬시마츠를 응시했다

입을 꾹 다물고 카라마츠의 시선을 회피하는 쥬시마츠의 어깨에 카라마츠가 툭- 손을 올렸다

고개를 든 쥬시마츠에게 눈을 가늘게 뜨고 미소를 보낸 카라마츠는 성큼성큼 앞으로 걸어가 오소마츠의 옆에 섰다.


, 돌아가자! 마이 허니-”

오우…?”

카라마츠는 조금 전까지 쥬시마츠가 매달려 있던 오소마츠의 어깨를 한 팔로 감싸고 오소마츠와 함께 집을 향해 걸었다.


, 쥬시마츠.”

아이!!”

갑자기 우뚝 걸음을 멈춘 카라마츠의 부름에 쥬시마츠가 몸을 떨며 서둘러 답했다. 싱긋- 미소를 담아 카라마츠가 말했다.


중요한 것은 잊으면 안되겠지~?”

“우, 응!”

쥬시마츠는 억지로 밝은 미소를 띄우고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쥬시마츠의 대답이 만족스러웠는지 카라마츠는 생글생글 의 얼굴로 돌아가 그래! 굿 보이다!! 쥬시마츠!” 하고 쥬시마츠를 칭찬했다.

 

 

앞서 걸어가는 오소마츠와 카라마츠를 응시하며 쥬시마츠가 이마에 가득 찬 식은땀을 닦아냈다

또 잊어먹고 실수를 저지른 자신을 약하게 비난하며 말없이 두 형을 뒤따랐다

카라마츠의 충고를 되새기며 두 번 다시 실수하지 말자고 다짐하면서, 더는 오소마츠의 체온을 가까이서 느낄 수 없는 현실에 풀이 죽고 말았다.

 

 

마츠노가 규칙 1. 함부로 오소마츠를 만지지 않는다.

 

 

 

 

 

 

3.

 

몸이 안 좋아 나갈 수 없다, 는 라인을 본 토도마츠가 한숨을 내쉬었다

모처럼 짜증 섞인 한숨을 연거푸 내뱉으며 스마트폰을 주머니에 넣은 토도마츠가 힘없이 거리를 빠져 나왔다

기대하고 있던 만큼 실망도 큰 법. 토도마츠는 잔뜩 심통 난 얼굴로 투덜거리며 집을 향해 걸었다.

 

 

마을의 유일한 영화관 앞을 지난 순간, 토도마츠는 시선을 잡아 끄는 포스터에 걸음을 멈췄다

얼마 전 TV에서 선전하던 영화의 포스터였다

최신 리메이크작으로 원작을 너무나 감명 깊게 봤던 토도마츠로서는 반드시 봐야 할 영화 리스트에 들어 있는 영화였다.


오소마츠 형이랑 같이 보면 좋겠는데….’

포스터와 함께 영화관 벽면에 붙은 평면 TV에 흐르는 티져 영상을 보며 토도마츠가 중얼거렸다

각자 개성이 뚜렷한 육둥이지만, 묘하게도 토도마츠와 오소마츠는 영화 취향이 비슷했다

쵸로마츠는 아이돌 영화, 이치마츠는 고양이가 나오면 뭐든 OK, 쥬시마츠는 미스터리를 좋아했다

그렇게 취향이 확고한 육둥이 사이에서 오소마츠는 놀랍게도 토도마츠와 비슷한 취향을 가지고 있었다

야동이 아닌 영화엔 관심도 없고, 액션 영화만 좋아할 것 같은 초딩 멘탈 오소마츠가 토도마츠가 추천한 영화만큼은 마음에 들어 했다

다른 형제들의 반응이 미묘한 영화도 오소마츠만큼은 토도마츠와 의견을 같이했다

분명 이 영화도 오소마츠라면 좋아해 줄 것이란 생각을 하며 토도마츠가 팜플렛을 챙겼다.

 


팜플렛을 글자 하나까지 꼼꼼히 읽어 내려가는 토도마츠의 앞에 익숙한 발소리가 멈췄다.


톳티-”

그 호칭 그만 두라고 했지!!”

배시시- 웃으며 반가움을 감추지 않은 오소마츠가 멋쩍게 코 밑을 문질렀다.


어디 가는 중? 횽아도 데려가~. 횽아 심심해 죽을 것 같다고~”

싫거든?!”

? 그거 보려고? 그럼 같이 보쟝~!”

입을 삐죽 내밀고 심심하다 노래를 부르던 오소마츠가 토도마츠의 손에 들린 팜플렛을 보고 환한 얼굴로 말했다

토도마츠는 바로 그래!” 하고 대답하려던 입을 서둘러 닫았다

무의식중에 나오려 했던 대답을 꾹- - 눌러 내린 토도마츠가 한숨을 내쉬고 정색했다.


누구시죠?”

에엑!? 지금까지 말해놓고!?”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에에에에!?”

토도마츠는 -” 하고 콧방귀를 치고 오소마츠를 스쳐 지나갔다

털썩- 하고 오소마츠가 주저앉는 소리가 들렸지만, 뒤돌려는 발을 억지로 앞으로 내디디었다.


젠장….’

토도마츠는 집을 향해 걸으며 작게 욕을 중얼거렸다.

 

 

토도마츠가 집에 도착하고 몇 시간 후, 저녁 식사 시간이 되어서야 오소마츠가 집에 돌아왔다

카라마츠와 함께 돌아온 오소마츠가 거실로 들어오자마자 토도마츠를 보며 오만한 미소를 피우고 다가왔다.


후후후-, 톳티-. 아까 네가 보고 싶어했던 영화 카라마츠랑 같이 봤지롱~!!”

!?”

마음껏 스포일러 해주지!!”

그만 둬!?”

영화의 중대한 떡밥을 말해주려는 오소마츠의 입을 토도마츠가 서둘러 막았다

우구우구- 하고 입을 움직이는 오소마츠의 말은 토도마츠의 손에 뭉개졌다

얼굴을 잔뜩 찌푸리고 오소마츠의 스포일러를 막는 사이에 저녁상이 차려졌다.


그래서~”

말하지 말라니깐!!”

캬악!!’ 하고 고양이가 위협하듯 오소마츠를 노려본 토도마츠가 반찬을 집에 입에 옮겼다

토도마츠를 충분히 놀렸는지 오소마츠도 만족한 얼굴로 식사를 이어갔다.

분명 맛있는 반찬인데도 전혀 맛있게 느껴지지 않아 젓가락을 씹으며 눈을 든 토도마츠의 시야에 오늘도 붙어 앉아있는 카라마츠와 오소마츠가 보였다

방금 보고 온 영화 이야기라도 하는지, 둘이서 쿡쿡 거리며 즐겁게 이야기하는 모습에 토도마츠가 다시 시선을 내렸다.


나도 오소마츠 형이랑 보고 싶었다고….’

축 어깨를 늘어뜨리고 한숨을 내쉬는 토도마츠가 작게 한탄했다.

 

 

 

마츠노가 규칙 2. 오소마츠와 외출하지 않는다.

 

 

 

 

 

 

4.

 

뜨끈뜨끈한 햇볕에 이치마츠가 가늘게 눈을 떴다

이치마츠의 무릎에 앉아있는 하얀 고양이도 햇빛을 쬐며 기분 좋게 두 눈을 감고 있었다

줄곧 흐렸던 날씨가 완전히 걷히고 찾아온 따뜻한 봄날을 마음껏 만끽하는 이치마츠가 가까워지는 발소리에 눈을 떴다.


어머, 백수 4호뿐이니? 1호는?”

스륵- 문을 열고 나타난 마츠요가 물었다. 이치마츠는 고양이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나갔어.” 하고 대답했다

이치마츠의 대답이 마음에 안 드는지 마츠요는 콧바람을 내쉬며 눈썹을 찡그리곤 이치마츠에게 단호히 말했다.


그럼 이따 1호 들어오면 쓰레기 좀 버리라고 하렴. 엄마는 파트 타임 다녀올게.”

, 아니…. 그건 엄마가….”

다녀올게~”

이치마츠가 당황하며 도움을 바라는 손은 매정하게 무시한 마츠요는 빙그레 웃으며 손을 흔들고 계단을 내려갔다.


어쩌지….”

앞일을 예감한 이치마츠가 머리를 붙잡고 난감한 한숨을 내쉬는 이유를 모르는 고양이는 그저 냐옹~” 하고 울었다.

 

 

마츠요가 집을 나가고 한 시간 정도 지나자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귀를 쫑긋 세운 이치마츠가 곧 터덜터덜 계단을 올라오는 두 쌍의 발소리에 모든 신경을 집중했다

집에 남아있었던 탓에 맡아버린 귀찮은 일을 대신해줄 누군가를 간절히 바랐지만, 미닫이 문을 열고 나타난 인물에 이치마츠의 근심을 더욱 깊어졌다.


다녀왔어~ 이치마츄~~”

어서 와, 오소마츠 형.”

“I’m home! 다녀왔다, 브라더-”

지금 당장 문 닫고 나가. 개똥마츠

?!”

여느 때와 다름없는 인사를 마친 오소마츠는 눈썹을 늘어뜨린 카라마츠의 얼굴을 보고 킬킬 웃으며 소파에 가 엉덩이를 내렸다

털썩- 하고 힘껏 앉아 먼지를 내뿜는 소파를 노려본 이치마츠가 한숨을 내쉬고 내키지 않는 얼굴로 오소마츠를 불렀다.


저기, 오소마츠 ㅎ…”

오소마츠.”

?”

이치마츠가 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가죽 재킷을 벗고 육둥이 맞춤 푸른 후드로 갈아입은 카라마츠가 오소마츠의 옆에 앉았다

과장된 몸짓으로 다리를 꼬고 소파 팔걸이에 팔을 올리고 턱을 기댄 카라마츠가 오소마츠를 향해 손가락을 들었다.


이번에 ㅇㅇ역 근처에 새로 테마 파크가 생겼다는 소식 들었나? (zoo)도 붙어있다더군.”

헤에~ 처음 들었어!”

가보지 않겠나?”

~ 근데 이게 없잖아.”

오소마츠는 엄지와 검지를 붙여 동그라미를 만들어 흔들었다

오소마츠의 손짓에 카라마츠도 쓴웃음을 짓고 그럼….” 하고 머리를 굴리더니 눈을 빛내며 자신만만하게 외쳤다.


알바 할까!”

에이~, 이거지!”

카라마츠의 말에 오소마츠가 고개를 저으며 손을 가볍게 오므려 돌렸다

카라마츠는 오소마츠를 보며 짧은 웃음을 흘리고 못 말리는 형님이다!” 하고 외쳤다

오소마츠도 카라마츠를 따라 빙글 웃으며 너도 마찬가지!” 하며 코 밑을 문질렀다.


하아~ 짜증….’

한심한 둘의 대화를 듣고 있던 이치마츠가 양반다리를 흔들었다

슬슬 짜증이 치솟는 기분에 맞춰 씰룩씰룩 눈썹이 움찔거렸다

이치마츠가 내뿜는 불온한 기운을 감지한 고양이가 서둘러 이치마츠의 무릎에서 내려와 창문가로 이동했다

달달달- 이치마츠가 흔들리는 다리 속도가 빨라졌다

한계점 가까이 치솟은 짜증에 이치마츠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려는 순간, 오소마츠와 눈이 마주쳤다.


형님, 그래서…”

카라마츠, 잠깐 스톱. 이치마츠~ 나한테 할 말 있어?”

…, .”

오소마츠의 질문에 이치마츠가 동작을 멈추고 고개를 끄덕였다

뭔데?, 하는 얼굴로 고개를 기울인 오소마츠에게 이치마츠가 입을 떼었다.


엄마가, 쓰레기 버리래. 오소마츠 형 오늘 당번이지?”

, 맞다!! 잊고 있었네…. 땡큐! 이치마츠~! 안 버렸으면 분명 마츠요 여사가 나만 밥 안 줬을 거야….”

.”

!, 하고 주먹을 내리친 오소마츠가 이치마츠에게 인사하며 몸을 일으켰다

2층 방 구석에 놓인 쓰레기통의 비닐을 벗겨 들고 계단을 내려가는 오소마츠의 뒤를 카라마츠가 따랐다.


오소마츠, 나도 돕겠다.”

진짜!? 카라마츠 최고!”

층계에서 들려오는 두 사람의 대화에 이치마츠가 한숨을 내쉬었다

오소마츠를 따라 2층 방을 나가던 카라마츠의 시선이 잠시 이치마츠에게 머문 것을 이치마츠도 알고 있었다

-, 하고 혀를 찬 이치마츠가 작게 망할 개똥마츠.” 하고 읊조렸다.

 

 

 

마츠노가 규칙 3. 오소마츠에게 (먼저) 말 걸지 않는다.

 

 

 

 

 

 

5.

 

창 밖에 추적추적 내리는 빗물을 응시하며 쵸로마츠가 따끈한 찻잔을 들어 감쌌다

따듯한 봄날이 드디어 찾아왔다고 생각했더니 느닷없는 봄비에 기온은 다시 쌀쌀해졌다

어깨에 두른 담요를 끌어올리고 후룩- 뜨거운 차를 마신 쵸로마츠가 평온한 숨을 내쉬었다.


, ….”

아침부터 좋지 않았던 컨디션은 점심이 지난 지금 더 심해졌다

침을 넘길 때마다 따끔하고 아파오는 목을 감싼 쵸로마츠가 작게 목을 가다듬었다

이런 날은 외출하지 않고 얌전히 집에서 쉬는 것이 제일이다

쵸로마츠는 다시 후루룩- 차를 목으로 넘겼다.


~ 졌다.”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힘없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TV를 보던 쵸로마츠가 고개를 돌리자, 마침 거실로 들어오던 오소마츠와 눈이 마주쳤다

오소마츠는 집에 쵸로마츠가 남아 있는 것이 여간 기쁜지 침울하던 표정을 싹 지우고 활짝 미소를 피웠다.


쵸로마츠~!”

.”

통통 가벼운 발걸음으로 오소마츠가 거실에 들어가자 쵸로마츠가 얼굴을 잔뜩 일그러뜨리고 몸을 일으켰다

자신을 지나 터벅터벅 복도로 나온 쵸로마츠를 오소마츠가 불렀다.


쵸로마츠? 어디 가려고?”

. 헬로워크.”

에엑!? 지금 비 오는데?! , 잠깐만!”

오소마츠가 현관에 앉아 신발끈을 조이는 쵸로마츠의 손을 붙잡고 외쳤다

쵸로마츠는 왜?, 하는 얼굴로 오소마츠를 응시했다

조금 전까지 실실거리던 표정을 지운 오소마츠가 눈썹을 늘어뜨리고 말했다.


집에 있어. 너 지금 상태 안 좋잖아.”

“….”

풀 죽은 오소마츠의 말투에 쵸로마츠가 도로 신발을 벗었다

다시 복도에 오른 쵸로마츠를 본 오소마츠의 입가에 안심한 듯 잔잔한 미소가 어렸다.


좋아! 이 횽아가 간호해줄게!!”

필요 없어!”

에에에?! !!”

- 한숨을 쉬며 다시 거실에 들어가 앉은 쵸로마츠가 오소마츠를 향해 외쳤다

오소마츠는 쵸로마츠의 맞은편에 앉아 상에 턱을 괴고 반짝이는 눈으로 쵸로마츠를 응시했다.


저번에 우리 전원 감기 걸렸을 때 기억 안 나?! 우리 돈 전부 빼가서 파칭코로 날려놓고!”

~? 그랬던 적이 있던가?”

이 망할 장남! 두 번 다시 간병을 맡길까보냣!!”

너무해!!”

쵸로마츠의 성난 외침에 오소마츠가 억울하단 얼굴로 볼을 부풀렸다

그 후로도 간호해 주겠다는 오소마츠와 지지부진한 공방이 이어졌다

하고 부루퉁하니 삐진 얼굴로 오소마츠가 원형 테이블에 상체를 눕혔다

거의 상에 매달리다시피 누운 오소마츠가 쵸로마츠를 향해 손을 뻗었다.


간호해줄게에~”

단호히 거절한다!”

잘 해준대도오~”

꺼져!”

쵸로마츠를 향해 뻗은 손을 파닥이며 애교 아닌 애교를 부리던 오소마츠가 문득 고개를 들었다

천진난만한 얼굴로 눈을 깜빡이던 오소마츠가 히죽이 웃으며 동생의 이름을 불렀다.


카라마츠~, 어서 와.”

오소마츠의 인사에 쵸로마츠는 등골이 오싹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오소마츠와 말싸움을 하느라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도, 인기척도 느끼지 못했다

쵸로마츠는 자신의 등 뒤에서 스멀스멀 새어나오는 불길한 기운에 몸을 떨었다.


? 쵸로마츠?”

카라마츠에게 어서 오라는 인사도 생략한 쵸로마츠가 재빨리 몸을 일으켰다

아직 남아있는 감기 기운 때문에 순간 현기증이 일어났지만, 이를 악물고 참아내고 서둘러 거실을 빠져 나왔다

오소마츠는 거실을 거의 뛰쳐나가 복도로 나가는 쵸로마츠를 불렀다

쵸로마츠는 두 눈을 꼭 감고 오소마츠의 목소리를 무시한 채, 2층으로 향하는 계단을 올랐다.


? ?”

오소마츠, 무슨 일 있었나?”

아니, 쵸로마츠가 감기 기운 있어서 간호하려고….”

그런가. 그럼 괜히 귀찮게 하지 말고 쉬게 놔둬라.”

~, 그럼 횽아 누구랑 놀아?”

오소마~? 너의 하나뿐인 러버-가 돌아왔는데 그런 말을 하는 건가?”

푸핫! 뭐야, 러버-!! 그럼 달링-이 놀아줄 거야?”

아아, 물론이다.”

만세~”

층계로 들어선 쵸로마츠가 오소마츠와 카라마츠의 대화를 유심히 듣고 한숨과 함께 가슴을 쓸어 내렸다

그대로 거실에 남아 있었다면 일어났을 일을 상상한 쵸로마츠가 온몸을 사시나무 떨 듯 떨었다.


~, 이러다 스트레스로 죽을지도….’

지끈거리기 시작한 머리를 붙잡고 깊은 한숨을 내쉰 쵸로마츠가 오소마츠의 경박한 웃음소리를 뒤로 하고 계단을 올랐다.

 

 

 

마츠노가 규칙 4. 오소마츠와 단 둘이 있지 않는다. (특히 쵸로마츠)

 

 

 

 

 

 

6.

 

여전히 속박계 남친에 대한 이야기를 떠들고 있는 TV를 보며 오소마츠가 포테이토칩을 집어 들었다

~, 저런 것도 있구나….” 하고 남일 이야기하듯 중얼거리는 오소마츠의 말에 동생들은 답답한 가슴을 두세 번 내리쳤다

멍청히 TV를 보고 있는 오소마츠에게 카라마츠가 그런 녀석이라고 외칠 용기는 없었다.

 

마츠노가 암묵적 규칙 외에도 카라마츠의 만행은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오소마츠 몰래 오소마츠의 스마트폰에 깔린 GPS 앱은 매 시간 오소마츠의 위치를 카라마츠의 스마트폰으로 송신했다

오소마츠가 만나는 모든 지인은 반드시 카라마츠도 알고 있어야 했다

카라마츠의 스마트폰에 오소마츠가 한 번이라도 말을 섞은 모든 마을 사람들의 전화번호가 저장되어 있는 것을 오소마츠만 모른다

게다가 암묵적 규칙으로 형제들까지 경계하는 카라마츠는 매일 오소마츠의 목덜미에 소유의 증거를 남겼다

오소마츠는 볼 수 없지만, 타인은 잘 보이는 목 뒤편. 카라마츠는 매일 오소마츠의 목에 붉은 흔적을 만들었다.

 

도를 지나친 카라마츠의 행태에 질린 동생들이 참다 참다 오소마츠에게 모든 것을 털어놓은 때가 있었다

카라마츠에게 죽을 것을 각오하고 다 함께 말하자 오소마츠는 수줍게 웃으며 코 밑을 문질렀다.


그거 다, 나를 좋아해서 그런 거잖아?”


별일 아니란 투로 말하는 오소마츠를 보며 동생들은 절망에 휩싸였다.

 

 

 

오소마츠, 시간 있나?”

? . 왜애~?”

오늘 아름다운 비너스가 내게 승리의 미소를 내려주어서 말이지. 저번에 말했던 놀이공원 가보지 않겠나?”

! 좋아좋아! 갈래갈래!!”

쾌활하게 발소리를 울리며 거실에서 사라진 오소마츠의 빈자리를 보며 동생들은 함께 한숨을 내쉬었다.

 

 

 

이미 길들여진 새는 자신이 새장 안에 갇혀 있는 것을 모른다.






* 안정의 카라오소였습니다.


*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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