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년특집 두번째입니다ㅎ
* 논커플링은 오랜만에 써보네요ㅎㅎ
* 24화 기반, 오소마츠상 2기 이후의 시간대입니다.
* 주의) 자살 관련 표현이 있을 수 있습니다.
* 약한 장남 주의.
* 초단문이에요... 공미포 3,189자.
* 이 곡을 들으면서 짠 글이라, 글과 함께 이 노래를 들으면 좋을 것 같아요^^
하츠네 미쿠 - 깊은 혼수 (http://www.nicovideo.jp/watch/sm31944900)
* 재미있게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오소른 50제
1. (물리적)추락 (오소마츠 중심 올캐러) 레드의 의무 님 신청 키워드.
1.
우박처럼 큰 소리를 내며 쏟아지는 빗줄기.
무엇 하나 특별할 것이 없는 평범한 회색 빌딩 옥상에 붉은 운동화 한 켤레와 빨간 우산이 남아있다.
굵은 빗방울을 묵묵히 받아내고 있는 붉은 우산은 주인을 잃고 옥상에 처량하게 누워 있었다.
비에 흠뻑 젖은 운동화는 옆으로 누워있다.
빌딩 아래에서 울려 퍼지는 여자의 높은 비명.
귀청을 울려대는 사이렌 소리 사이에서, 붉은 선혈이 진창으로 퍼지며 떨어지는 빗방울에 허물어졌다.
품에 안은 다섯 색의 후드가 천천히 빨갛게, 빨갛게 물들어갔다.
2.
죽음도, 늙음도 존재하지 않았던 에덴의 부부는 지혜의 열매를 먹고 낙원을 떠났다.
세상으로 나가기 위해 스스로 열매를 베어 먹은 그들은 현실로 나갔다.
모형 정원의 낮은 울타리를 가볍게 뛰어넘어 오소마츠의 곁을 떠났다.
점점 멀어지는 등을 붙잡고 싶어도, 뻗은 손은 그들에게 닿지 않았다.
만약 붙잡는다 해도 그들이, 아직도 울타리가 무너진 모형 정원에 멈춰 서 있는 오소마츠를 향해 무슨 말을 할지 몰라 너무나 두려웠다.
그렇게 속절없이 떠나가는 이들의 등을 지켜보았다.
혼자 남겨진 그 자리에 서서, 무엇을 해야 할지 알지 못한 채.
모형 정원은 다시 가득 찼다. 하지만 전과 같지는 않았다.
부서진 울타리는 다시 고쳤지만, 전보다 더 허술해진 것은 빤히 보였다.
취직도 하지 않고 모형 정원에서 모두 함께 보내는 생활.
오소마츠가 너무나 바랐던 생활이었지만, 언젠가 끝날 생활이라는 것을 외면할 수 없었다.
세상을 본 그들은, 이미 열매를 베어 먹었던 이들은, 언젠가 다시 낙원을 떠나갈 테니까.
행복한 생활임에도 이 미지근한 온수와 같은 행복이 질질 끌며 이어지는 것이 불안했다.
모두 즐겁게, 영원히, 함께. 그것을 바라지만 그 꿈이 이루어질 리 없으니까.
가슴에 느슨하게 퍼지는 죄책감에 눈을 돌렸다.
‘형’으로서는 그 끝을 막을 수 없었다.
— 그럼 무엇을 해야 해…?
의문은 답을 주지 않았고, 확실한 것은 끝은 반드시 온다는 것.
불안은 점점 커져서 죄책감이라는 수조 밖으로 넘쳐 흘러내리고 말았다.
본체가 없는, 속이 텅 빈 후드가 다가와 오소마츠를 껴안았다.
“그곳은 춥지 않아.”
귓가에 속삭이는 말에 오소마츠가 눈을 감았다.
비가 쏟아진다.
오소마츠는 빙긋- 웃으며 우산을 쥐고 있던 손을 놓았다.
얼굴을 타고 떨어지는 빗방울도 문제가 되지 않았다.
파란색, 녹색, 보라색, 노란색, 분홍색 후드를 품에 가득 안고 은은한 미소를 피운 오소마츠가 저 아래로 다이빙했다.
「내뱉어서 후회했던 말도, 하고 싶었던 말도, 흘렸던 눈물도,
이미 끝났으니까.
전부—, 내가 안고 갈게.」
3.
괴상한 옷차림과 달리 뛰어난 실력을 갖춘 박사가 건네는 알약.
그것을 소중하게 받아든 토도마츠가 꾸벅 인사를 하고 서둘러 연구소를 뛰어나왔다.
하루에 한 알. 사람이, 인간이 생명을 이어가는 데 필요한 영양소를 농축한 알약은 오소마츠를 위한 것이었다.
링거에 의존해 점점 말라가는 오소마츠의 가는 팔을 보는 것이 괴로워 박사를 찾았다.
그리운 집을 지나쳐 시내 병원으로 걸음을 옮겼다.
토도마츠는 이해하고 있었다.
오소마츠의 결정을.
어느 날 밤, 토도마츠가 보았던 그 눈물은, 수용 한계를 넘어 문득 흘러넘치고만 눈물이었을 테니까.
병원이 보이기 시작해 다시 재촉한 길에, 기다랗게 노을이 드리웠다.
어딜 가냐며 붙잡듯이 그림자를 길게 늘인 길에 문득 멈춰선 토도마츠가 소매로 눈가를 훔쳤다.
이해하고 있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고, 자신을 타일렀다.
하지만, 역시….
이 일그러진 시야에 붉은 후드를 입은 등이 있기를 바라고 만다.
너덜너덜하게 해진 빨간 신발을 들고 쥬시마츠가 강둑을 걸었다.
햇빛에 반짝이며 흘러가는 강물을 따라, 끊없이 이어진 강가를 걷고 또 걸었다.
오소마츠와 함께 가보지 못한 곳으로, 오소마츠가 잃어버린 신발을 들고 걸었다.
덤벙대는 오소마츠가 잃어버린 신발을, 다시 돌려주기 위해.
쥬시마츠는 오늘도 마을 안을 걸었다.
어딘가에 숨어있을 오소마츠를 찾기 위해서.
어릴 적부터 숨바꼭질이 능숙했던 오소마츠를 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쥬시마츠는 반드시 찾아낼 것이라 다짐하며 주먹을 쥐었다.
마을 곳곳을 뒤져서라도.
신발이 엉망이 되고 발바닥에 물집이 잔뜩 잡힐지라도, 쥬시마츠는 오소마츠를 찾아 오늘도 마을을 헤맨다.
추운 날씨에 어울리지 않게 쏟아지는 비에 이치마츠가 우산을 손에 들었다.
이치마츠가 떠난 현관에 놓인 우산꽂이엔 보라색 우산이 남겨져 있었다.
추적추적 젖어가는 땅을 짓밟고 앞으로 걸었다.
팡, 소리와 함께 펴진 붉은 우산에 두둑두둑 빗방울이 내리친다.
조금씩 물웅덩이를 만들어가는 길을 슬리퍼를 질질 끌고 걸어가 도착한 곳은 평범한 빌딩 앞이었다.
정처 없이 걷다가도 이치마츠가 도착하는 곳은 항상 같았다.
이곳에 오기 싫어서, 여기만 오면 발이 떨어지지 않아서 오지 않으려고 해도 미련한 다리는 이곳으로 향했다.
검은 하늘 위로 솟은 건물의 끝, 옥상을 덜덜 떨면서 올려다본 이치마츠가 바닥으로 떨어지는 환영에 눈을 질끈 감았다.
발아래에 쓰러진 검은 형체는 천천히 붉게 물들어가고, 이치마츠의 귓가에 날카로운 사이렌 소리와 비명소리가 빗발쳤다.
윙-, 이명을 울리며 고막을 파고드는 굉음에 귀를 막아보아도 ‘퍽’ 하고 사람이 바닥에 충돌하는 소리는 사라지지 않았다.
쓰러질 것 같은 현기증에 기우는 몸을 어렵게 다시 세운 이치마츠가 다시 집으로 향했다.
여섯 명의 형제, 그중 한 명이 없는 집으로, 휘청대며 빗속을 걸어간다.
일정한 간격을 가지고 들려오는 기계음에 쵸로마츠가 뻑뻑한 눈을 비볐다.
오소마츠의 팔에서 이어진 링거는 여전히 한 방울씩 떨어져 긴 터널을 지나 오소마츠의 생명을 붙잡아주고 있었다.
토도마츠가 가져온 데카판 박사의 영양제도 이제 거의 떨어졌다.
영양제를 물에 녹여 오소마츠의 입속으로 흘려주던 일도 끝날지도 모른다.
어째서 이렇게 되어 버렸을까, 수도 없이 자문해도 쵸로마츠는 도저히 답을 찾을 수 없었다.
잘 해나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소동이 있더라고 육둥이답게, 답 없는 쓰레기 같은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오소마츠를 여기까지 내몰 문제도 없었다.
쵸로마츠는 말없이 누워있는 오소마츠의 감은 눈을 보며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뜨거워지는 눈시울을 숨기고 하얀 침대에 엎드려 피곤한 눈을 감았다.
눈을 뜨니 검은 공간에 오소마츠가 있었다. 실실 웃으며 오소마츠가 말했다.
“여긴 그렇게 춥지 않아.” 라고, 말하곤 뒤돌아 멀어졌다.
손을 뻗어도 잡을 수 없어 크게 오소마츠를 외쳤지만, 오소마츠는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숨을 삼키며 눈을 뜬 쵸로마츠가 고개를 돌렸다. 여전히 오소마츠는 침대에 누워있다.
참았던 눈물이 결국 흘러 뺨을 타고 떨어졌다.
꿈속에서 들었던 오소마츠의 목소리.
쵸로마츠는 잘게 고개를 흔들며 흐느꼈다.
“네 목소리가 그랬었나? 너무 오래전이라, 잊어버렸어….”
병원으로 가는 발이 무겁다.
손에 든 영양제는 앞으로 몇 번을 더 채워야 할지 알 수 없다.
병실 앞에 도착해 심호흡하고 문고리에 손을 걸었다.
침대에 엎드리고 있는 쵸로마츠의 어깨를 흔들어 깨운 카라마츠가 간단한 인사와 함께 쵸로마츠를 집으로 보냈다.
터벅터벅, 힘없는 발을 옮기는 쵸로마츠를 안쓰럽게 응시하며 배웅한 카라마츠가 침대 옆에 놓인 의자에 앉았다.
영양제와 링거로는 간신히 목숨을 이어갈 뿐, 오소마츠의 몸은 삐쩍 말라 있었다.
앙상한 가지처럼 뼈와 가죽만 남은 팔을 쓰다듬고 마른 손을 제 손 위에 올렸다.
장남과 차남, 육둥이의 투톱. 모든 것이 대등했다.
카라마츠는 자기 손 위에 올린 오소마츠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마른 손은 카라마츠보다 훨씬 작게 느껴졌다.
그대로 손가락을 오므려 오소마츠의 손을 꽉 붙잡은 카라마츠가 고개를 들어 오소마츠의 얼굴을 살폈다.
아주 희미한 미소가 잠든 오소마츠 입가에서 흔들리고 있었다.
입술을 물고 고래를 숙인 카라마츠가 오소마츠 손을 양손으로 감쌌다.
“그곳이, 그렇게 좋은가? 세상은, 우리들은, 너를 구원할 수 없는 건가…?”
힘없이 늘어진 오소마츠의 손이 자신의 손을 맞잡아주길 바라며 카라마츠가 손에 힘을 주었다.
“…이대로 마지막까지 놓지 말아줘….”
작게 흐느끼는 소리가 병실에 나직이 퍼졌다.
4.
일렬로 늘어선 동생들이 두 팔을 벌리고 오소마츠를 맞이했다.
달려온 오소마츠를 품에 안은 동생들이 활짝 웃었다.
“여기선 안심해도 돼.”
“여기선 분명 행복할 수 있어.”
귓가에 울리는 달콤한 속삭임에 오소마츠도 미소를 피웠다.
있는 힘껏 동생들을 껴안으며 “나를 놓지 말아줘!” 하고 외쳤다.
빙긋- 미소지으며 오소마츠 등에 둘린 동생들의 팔에, 영혼은 없다.
*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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