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랜만에 오소른 50제네요ㅎ


* 계속 고민하던 키워드였는데, 마침 좋은 플롯이 떠올라서 후다닥 썼습니다.

  키워드는 비슷한 키워드 2개를 합쳤어요ㅎ..


* 카라마츠와 오소마츠가 타인 설정.

 카라마츠는 농구 선수, 오소마츠는 구조대입니다.


* 저는 프로 농구에 대해 잘 몰라요... 제가 멋대로 설정한 부분이 있습니다..ㅠ


* 공미포 8,849자.



* 재미있게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오소른 50제


05. 뫼비우스의 띠, 고리 (카라오소)   Luccycarl 님 신청 키워드.




1.

 

퓨전인지 뭔지 모를 중화요리를 앞에 두고 맥주잔을 시원스럽게 기울인 오소마츠가퍄하~~.” 하고 술 냄새를 풍기며 큰 숨을 내쉬었다

입술 위에 붙은 하얀 맥주 거품이 귀여워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지으며 휴지를 한 장 뽑아 건넸다.


~, 땡큐땡큐우~.”

달콤한 목소리로 애교 있게 웃으며 휴지를 받은 오소마츠가 입가를 닦았다

마음 같아서는 내가 직접 닦아주고 싶었지만, 그랬다간 또 오소마츠는 당장 이 자리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겠다고 하겠지…. 

아쉬움에 쓴웃음을 삼키고 재잘재잘 술기운에 취해 다양한 말을 늘어놓는 오소마츠의 감미로운 목소리에 빠져들었다


그래서 말이야아~. 나는 같은 곳을 향해서 함께 달리고 있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영원히 만날 수 없더라구우—. 내가 밖으로 가면 안으로 도망가고, 안으로 좇아가면 밖으로 가고….”

수수께끼 같은 말을 늘어놓는 오소마츠의 목에 걸린 은빛 목걸가 조명에 반짝였다

무한대 모양의 은색 장식이 길게 늘어진 은색 체인에 매달려 오소마츠의 가슴께에서 흔들리고 있었다.


카라마츄~, 듣고 있어?”

? 아아.”

멍청히 오소마츠의 목걸이를 응시하는 나를 향해 오소마츠가 눈썹을 찌푸리고 투덜거렸다

자신보다 5살이나 연상인데도 오소마츠의 행동은 하나하나가 어린아이 같아 미워할 수 없었다

게다가 나와 동갑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오소마츠의 얼굴은 동안이고

내가 들을 수 없는 작은 목소리로 불평을 늘어놓던 오소마츠가 다시 술잔을 기울였다

벌컥벌컥, 맥주가 넘어가며 상하로 흔들리는 오소마츠의 목젖을 가만히 바라보다 오소마츠의 손에서 빈 술잔을 뺏어 들었다.


오소마츠, 인제 그만 마시고 일어나자. 내일도 일이라고 하지 않았나?”

우응~~.”

앙탈을 부리며 내 손에 들린 술잔을 향해 뻗어오는 오소마츠의 손을 가볍게 피하고 한숨을 쉬며 의자에서 일어나 오소마츠의 팔을 잡아당겼다.


일어날 수 있겠나? 힘들면 잠깐 우리 집에 가서 쉬다가도….”

왜애~? 또 나한테 수작 부릴려고오~?”

순수하게 이곳에서 가까운 우리 집에서 쉬다 가라고 한 것이건만, 오소마츠의 능글거리는 미소와 함께 놀리는듯한 목소리에 얼굴이 뜨거워졌다.


, 그럴 생각은 없다!! 많이 취했으니까, 가다가 무슨 일이 생길 수도 있고….”

저기, 카라마츠. 나 엄청 건장한 남자니까? 게다가 구조 요원!”

그렇지만….”

괜찮다니까아~.”

가볍게 웃으며 손을 흔들어 내 도움을 쳐낸 오소마츠가 휘청대는 몸을 억지로 일으켜 세웠다

초점 잃은 눈을 껌뻑이며—….” 하고 머리를 붙잡은 오소마츠가 조심스럽게 한 발자국을 내밀었다.


가자…. 택시 잡는 것만 도와줘.”

오소마츠, 역시 우리 집에서 쉬다 가자. 이 정도로 몸을 가누지 못하는데 오소마츠 혼자 보내는 것은 걱정된다. 아무 짓도 안 할 테니까….”

간절히 말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괜찮대도~.” 일색. 크게 한숨을 쉬고 할 수 없이 오소마츠를 따라 입구로 걸었다.

오늘은 카라츙이 쏘는 거지~? 횽아 돈 없엉~~.”

실실 웃으며 계산대를 가리키는 오소마츠 옆에 다가가 지갑을 열었다

카드로 계산을 끝내고 먼저 가게를 나서려는 오소마츠를 서둘러 붙잡았다.


오소마츠!! 넘어지겠다!”

으응~~. 잠깐 어지러웠던 것뿐이야-. 괜춘함~.”

“…우리 집이 싫다면 하다못해 어디에 들어가서 술을 좀 깨고 돌아가지 않겠나?”

~? 괜찮다니까~?”

걱정된다!! 좋아하는 사람이 비틀대는데 걱정하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나!”

“…또 그거냐….”

택시를 잡으려고 높이 든 오소마츠의 팔을 붙잡아 내리고 외치자 오소마츠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아차,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오소마츠를 설득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다

그 어떤 감정도 보이지 않는 차가운 눈으로 나를 응시하는 오소마츠를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오소마츠,”

있지~, 카라마츠. 곧 시즌 시작하지 않아? 이번에 MVP 노리고 있잖아? 그럼 나 같은 거한테 신경 쓰면 안되지~.”

언제 그랬냐는 듯이 헤실헤실 웃는 얼굴로 돌아온 오소마츠는 아무렇지도 않게 잔인한 말을 내뱉었다

절로 눈썹이 찌푸려지고 발끝 저 깊은 곳에서부터 울컥 올라오는 분통에 언성을 높였다.


그것과 이것은 관계없잖아!! 나는 진심으로,”

오소마츠를 좋아한다, 고 외치려 했던 내 입은 오소마츠의 손에 막혔다

적당한 힘으로 내 입을 지그시 누른 오소마츠가 형형한 안광을 번뜩이며 씩- 웃었다

절대로 다음 말을 허락하지 않겠다는 듯이.


카라마츠우~, 또 그런 소리 하면…, 안 만나 줄 거야.”

.”

그럼 나 먼저 갈게~. 마침 택시 왔고. 경기 곧 시작하지? 잘 해봐~~.”

바이바이~, 하고 가볍게 손을 흔든 오소마츠가 노란 택시 속으로 사라졌다

전조등을 밝히고 어둠을 헤치고 사라지는 노란색을 멍청히 바라보았다.

 

오늘도 마음을 전하지 못하고 혼자 남겨졌다.

 

 

 

 

 

2.

 

프로팀에 들어간 첫해

촉망받는 신입 선수로서 주목받던 그해에, 원정 경기를 가던 우리 버스는 전복 사고를 당했다


졸음운전을 하던 상대 차를 피하려던 버스는 중심을 잃고 크게 휘청거렸고 결국, 도로 밖으로 굴러떨어지고 말았다

5바퀴를 돌아 겨우 멈춘 버스 안에서 우리는 거꾸로 매달린 채 머리에서 피를 흘리며 기절한 운전기사를 멍청히 바라보았다

나를 비롯한 우리 팀원들은 안전벨트를 하고 있던 덕분에 큰 부상 없이 무사했지만, 전복된 버스가 곧 폭발할지도 모른다는 불안함에 웅성댔다.

아프다, 안전벨트가 풀리지 않는다, 문을 열어라, 혼란스러운 외침이 가득한 가운데서 심호흡을 하고 고개를 뒤로 돌렸다.


모두! 안전벨트를 풀고 창문을 깨뜨려서 빠져나가!! 안전벨트가 안 풀어지는 사람은 도와주고!”


공황에 빠진 팀원들은 목소리의 주인이 누구인지도 구별하지 못했지만, 침착하게 안전벨트를 풀고 버스에서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힘을 모아 풀리지 않는 안전벨트까지 풀어준 후, 기절한 운전기사까지 데리고 버스를 나가는 것을 확인하고 자신의 안전벨트를 풀었다.

버스 천장으로 떨어지는 몸을 간신히 돌려 몸을 일으켰을 때, 이유 모를 현기증이 눈앞을 덮쳤다

나중에 오소마츠에게 들으니 버스가 구르면서 어딘가에 부딪혀 머리에서 줄곧 피가 흐르고 있었다고 한다

출혈로 정신을 잃기 직전이었던 내 앞에 나타난 구세주, 사랑스러운 엔젤이 바로 오소마츠였다.


형아야, 괜찮아~? 다른 사람들을 밖으로 무사히 빠져나가게 하다니 멋진데?”

상황에 어울리지 않는 해맑은 미소를 씨익- 건네며 손을 내미는 오소마츠에게 나는 한눈에 반해버렸다

오렌지색 유니폼을 입은 장난꾸러기 천사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오소마츠에게 안겨 버스를 나오자마자 버스는 서서히 새빨간 불길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구급차와 함께 온 소방차가 버스에 붙은 불을 끄는 동안 주변을 정리하던 오소마츠에게 다가갔다.


? 벌써 움직여도 괜찮아?”

, 구해준 답례를 하고 싶다!!”

?”

그을음이 묻은 얼굴을 살며시 기울이는 모습은 이 세상의 것이 아니라고 생각될 정도로 큐트했다

두세 번 눈을 깜빡인 오소마츠는 하핫, 하고 수줍게 웃으며 손을 좌우로 저었다.


~? 별로 그런 거 할 필요 없어—. 이게 내 일이고~. 무사했으니까 오케이!”

, 그래도!! 내 목숨을 구해준 아름다운 엔젤-에게 꼭 보답하고 싶다!! 부디, 연락처라도 알려 줄 수는 없는 건가!!”

? , …?? 연락처라면, 알려줘도 상관없지만….”

정말인가!!”

장갑을 낀 오소마츠의 손을 덥석 잡고 필사적으로 호소하자 오소마츠가 한쪽 눈썹을 찌푸리며 멍청히 중얼거렸다

그렇게 억지를 부려 오소마츠의 연락처를 받아내고, 병원에서 큰 상처는 없다는 진단을 받자마자 뛰쳐나와 오소마츠에게 전화를 걸었다

뚜르르-, 하고 이어지던 전화 연결음이 멈추고 오소마츠의 목소리가 내 귓가에 울렸을 때의 기쁨이란…. 

고교 시절 결승전에서 마지막 3점 슛을 성공시켰을 때보다 더 깊고 커다란 환희가 온몸을 감쌌다.

 

『음…. 이번 주 일요일이라면 비번이긴 하지만….

, 그럼 그때 만날 수 없겠나? 최고로 맛있는 스테이크 집을 알고 있다!”

『스테이크?! 그렇게 비싼 걸 간단히 사 줘도 되는 거야??

물론이다!”

『뭐—, 사준다고 하면 사양은 하지 않겠지만…. , 그럼 이번 주 일요일에 봐~.

아아!!!”

 


이예쓰~~!!!”

통화를 끝내고 주먹을 불끈 쥐고 하늘 높이 올렸다

데이트다!! 

전화기 너머로 들린 목소리를 몇 번이고 곱씹으며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은 입꼬리가 내려오질 않았다

병원에서 나와 오소마츠에게 전화를 걸고, 그 후로 몇 번이나 통화했다

매일매일 전화를 걸어 오소마츠의 안부를 묻고, 식사 초대를 했지만 오소마츠는 바쁘다면 번번이 퇴짜를 놓았다

하지만 겨우 받아주었다

숙소에서 방방 뛰는 나를 팀원들은 이상하단 눈으로 바라보았지만 그런 것은 아무래도 좋았다

환호성을 멈추고 시내에서 가장 비싸다고 알려진 레스토랑에 전화를 걸어 예약하고, 옷장에 걸린 옷들을 살피며 무슨 옷을 입고 갈까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흠집이라도 날까 아끼고 아꼈던 비장의 재킷을 꺼내 입고 오소마츠와 만나기로 한 공원 앞에서 기다리기를 30

들뜨는 마음에 약속 시각보다 1시간 일찍 나와버렸지만 어쩔 수 없다

10분 간격으로 폰을 꺼내 시간을 확인하기를 5번쯤 했을 때, 저 멀리서 오소마츠가 걸어오는 것이 보였다

아직 얼굴이 보이지 않는 먼 거리지만 실루엣만으로 충분히 알아볼 수 있다

오소마츠와 함께 달려오는 저 엔젤의 오라는 못 알아볼 수 없으니까!!


오소마츠!”

미안, 좀 늦었…,”

왜 그러나?”

“…, 그 재킷….”

, 알아본 건가! 그래!! 이 자켓은 그 유명한,”

푸하하하하핫~~!! 진짜냐~~. 아 히익~~!! 갈비뼈~, 갈비뼈 부러진다아~~.”

?!”

나를 보자마자 배를 잡고 한바탕 웃음을 터뜨린 오소마츠가 갈비뼈가 아프다며 발을 굴렀다

어디 부상이라도 입은 것인가!? 식은땀을 흘리며 오소마츠를 병원으로 옮기기 위해 오소마츠를 번쩍 들어 올리자, 눈물을 흘리며 웃던 오소마츠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하고 귀여운 비명을 질렀다.


자자자, 잠깐!? 왜 들어 올려!? 아니, 나 성인 남성입니다만 용케 들어 올렸네!?”

~? 오소마츠는 엔젤이잖나? 무게 따위 느껴지지 않는다. 언더스텐—?”

거기서 왜 또 기습을 날리는 건데~~! 크하하하핫!! ~~, 너무 웃어서 배 아파아~~.”

!? 이젠 배도 아픈 건가!! 역시 빨리 병원으로!”

아냐아냐아냐!! 스톱! 안 아프니까!!”

.”

내려줘? 일단.”

…, , ….”

생긋- 웃는 오소마츠의 미소에는 거부할 수 없는 압력이 있었다

조심스럽게 오소마츠를 땅에 내려주자 오소마츠가그럼 갈까?” 하고 빙그레- 웃었다

심장을 터뜨려도 이상하지 않은 미소에 가슴을 부여잡고 오소마츠를 뒤따랐다

멋진 레스토랑에서 함께 환상적인 식사를 하고, 오소마츠가 자주 간다는 술집으로 자리를 옮겼다

술이 들어가 홍조가 핀 얼굴로 자신에 대한 것과 여러 이야기를 술술 풀어내는 오소마츠는 정말 귀여웠다

오소마츠의 말에 맞장구를 치고, 나도 오소마츠에게 내 멋진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이야기를 풀어내면 왜인지 오소마츠는 굉장히 즐겁게 배를 잡고 웃었다

분명 감탄해야 할 정도로 멋진 이야기인데 왜 웃는지는 모르겠지만, 오소마츠가 즐거워하는 모습에 나 역시 절로 기분이 드높아졌다

그렇게 즐겁게 데이트를 하고 헤어지기 전, 용기를 내어 오소마츠에게 또 만날 수 있냐고 붇자 오소마츠는 흔쾌히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순간, 하늘을 나는 기분이 어떤 것임을 실감할 수 있었다.

 

 

새파란 신입 선수였던 내가 여러 해 동안 프로팀에서 활약하는 동안 나와 오소마츠는 꾸준히 만났다

함께 영화를 보고, 식사하고, 술도 마시고. 오소마츠는 파칭코나 경마장에 가자고 툴툴거렸지만, 나의 퍼펙트한 데이트 계획에 순순히 따라주었다

그렇게 몇 해 동안 친해진 오소마츠에게 커다란 붉은 장미 꽃다발을 건네며 사랑을 고백한 것이 바로 작년의 일

오소마츠는 항상 실실 웃던 얼굴을 순식간에 정색하며 단호하게 NO를 외쳤다

그때의 기분은…. 

땅이 무너지고, 지금까지 살아온 카라마츠라는 인간이 아무런 쓸모도 없이 느껴지는 끔찍한 슬픔이 해일처럼 몰려왔다.

 

오소마츠는 친구로서 나와 만나주었지만, 내가 고백을 하려 하면 차갑게 등을 돌렸다

어리석은 착각일 수도 있지만, 오소마츠가 내 고백을 받아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나는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오소마츠는 내가 다가가도 거부하지 않았다

오소마츠에게 어울릴 것 같다고 사준 꽃도, 옷도, 목걸도 오소마츠는 웃으면서 받아주었다

함께 걸을 때 오소마츠의 손을 잡아도 오소마츠는 거부하지 않았다

오소마츠의 탄탄한 허리에 팔을 감아도 오소마츠는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단둘이 영화를 볼 때나, 누군가의 집에 있었을 때, 우리 사이에 흐르던 분위기는 분명 친애가 아니었다

오소마츠가 우리 집에 놀러 왔을 때, 방을 어둡게 하고 함께 영화를 보다 고개를 돌리자 우연히 오소마츠와 눈이 마주쳤다

잔잔한 침묵에 살짝 입술을 깨물고 오소마츠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입술과 입술이 닿기 직전에, TV에서 울려 퍼지는 굉음에 놀라 몸을 떨어뜨렸던 적도 있었다

오소마츠도 나와 같은 감정을 가지고 있으면서, 어째서 그는 나의 고백을 받아주지 않는 것일까….

 

대체, ….

 

 

 

 

 

3.

 

이치마츠우~~~.”

, 내가 왜 이 자식이 부른다고 나와서는….”

빈 술잔을 내려놓으며 울먹이자 이치마츠가 성대하게 혀를 찼다

오소마츠의 동생인 이치마츠는 오소마츠와 함께 몇 번 술자리를 가진 적이 있었기에 친해졌다

오소마츠보다 2살 아래로 남자 고등학교에서 보건교사를 하고 있다는 이치마츠는 오소마츠의 발랄한 분위기와 정반대로 침착하고 가라앉은 분위기의 소유자였다.


어째서…. 왜인가…. 시즌이 시작하고, 오소마츠를 한 번 도 못 만났다아아아아아~~!! 나를 피하고 있는 게 분명하다아아아아아아~~!!”

,”

우우우우우우~~~!”

이렇게나 오랫동안 오소마츠를 보지 못한 것은 처음이다

나 역시 시합 일정이 잡혀있어 시간이 없지만, 자투리 시간에 오소마츠에게 전화를 걸어도 오소마츠는 받지 않거나 받아도 바쁘다는 말과 함께 바로 끊기 일쑤였다

나를 피하고 있다고밖에 볼 수 없다. 콧물과 함께 흘러내리는 눈물을 소매로 닦아내자하아~~.” 하고 크게 한숨을 쉰 이치마츠가 턱을 괴고 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개똥마츠, 너 말이야…. 이번 시즌에 엄청 활약하고 있잖아. 너네 팀 결승까지 갔고. 이번 시즌에 MVP는 떼놓은 당상이라며. 그러면 앞으로 엄청 유명해지지 않겠어?”

이치마츠의 말에 눈썹을 찌푸리고 코를 훌쩍였다.


—, 그렇겠지. 근데 그것과 오소마츠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이야기잖아?”

당연한 의문을 던지자 항상 반쯤 감고 있는 이치마츠가 눈을 크게 떴다.


후응~, 너는 다르구나….”

그렇게 작게 중얼거린 이치마츠가 피식- 미소를 피웠다

형제 아니랄까 봐 그 미소가 오소마츠와 얼핏 닮아서 심장이 꽈악 조여왔다.


있잖아, 오소마츠 형이 게이라는 거…. 알고 있지?”

? . 처음 고백했을 때 말해주었다. 그러니까 고백은 받아줄 수 없다고….”

오소마츠 형, 전에 말이야…. 개똥마츠, 너를 만나기 전에….”

“?”

과거 이야기를 시작하려는 이치마츠를 멍청히 바라보았다

눈을 낮게 깔고 테이블을 바라보는 이치마츠의 눈빛에는 묘한 슬픔이 배여 있었다.

 

 

 

한 남자가 있었다고 한다

오소마츠와 사귀었던. 그 남자는 이치마츠가 보기에도 호인에 사교성 좋은 수학교사였다

오소마츠와 함께 있으면 둘이 너무나 잘 어울려서, 그리고 행복해 보여서 이치마츠는 그에게 오소마츠를 양보하려고 했다고 한다

그랬는데, 그 남자가 이치마츠가 근무하는 학교로 전근을 오고 나서 모든 것이 틀어졌다고 한다

사립학교였던 그곳 이사장의 딸. 보증된 출세 수표에 그 남자는 현혹되었고, 너무나 잔인하게도 오소마츠에게 자신의 청첩장을 건네주었다고 한다

헤어지자는 통보조차 없이

그에게서 아무런 말도 듣지 못했던 오소마츠는 청첩장을 받아들고 웃었다고 한다. 행복해지라는 말과 함께.

 

 

“…오소마츠는,”

용암이 끓듯이 머리끝까지 올라온 분노에 이를 갈며 숨을 들이마셨다

-, 하고 쓴웃음을 흘린 이치마츠가 대답했다.


충격이었겠지. 그런데 아직도 미련이 남은 건지…. 그 개쓰레기 자식이 선물해준 목걸도 아직 하고 다니는 걸 보면….”

이치마츠의 대답에 언제나 오소마츠가 목에 걸고 있던 무한대 모양의 은빛 목걸가 떠올랐다


아아, 그것인가.

묘하게 오소마츠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더니, 안 어울리는 것이 당연했다


이를 바득바득 갈며 참을 수 없는 화에 주먹을 쥐었다. 당장 그 남자를 찾아가 한 방, 아니 열 대, 백 대는 먹여주고 싶다

지금 당장 오소마츠에게 달려가 그 목에 걸려있는 하찮은 은실을 뜯어내고 싶었다

분노로 덜덜 떨리는 입술을 악물자 이치마츠가 나를 보며 입을 열었다.


“…늦었으니까 들어가. 곧 결승인데 컨디션 흐트러지면 안 되잖아.”

이치마츠, 지금 당장 오소마츠를 여기로 불러 달라.”

오소마츠 형은 저번 주부터 계속 구조대 훈련으로 멀리 가 있어. 결승에…, 오소마츠 형을 끌고 갈 테니까. 그 때까지 개똥마츠 네가 뭘 할 수 있을지 생각해봐.”

말을 마친 이치마츠는내 몫이다.” 하고 지폐를 테이블에 올려놓고 술집을 떠났다

나는 전신을 휩쓴 격노에 그 자리에서 한참 동안 일어날 수 없었다.

 

 

 

 

 

4.

 

털썩, 플라스틱 의자에 엉덩이를 내린 오소마츠가 파하~, 한숨을 내쉬었다.


모처럼 오랜만에 형제끼리 오붓-한 시간을 보내나~, 했더니….”

꺼림칙한 기분을 그대로 드러내며 주머니에 손을 꽂아 넣고 삐딱하게 앉는 오소마츠를 향해 이치마츠가 말했다.


날짜 봐서 알고 있었잖아, 어딜 갈지는…. 결승 정도는 봐 주라고…. 어제 훈련 끝나서 이번 주 내내 비번이잖아.”

“….”

이치마츠가 만나자고 한 날짜가 어떤 날인지는 오소마츠도 잘 알고 있었다

카라마츠가 그토록 강조했던 결승전. 반드시 보러 와 달라고 오소마츠의 손을 잡고 사정했던 그날이라는 것을

이치마츠의 가벼운 조롱에 오소마츠는 입을 굳게 다물고 고개를 돌렸다.


따로 할 일도 없으면서.”

그래, 미안하다! 바빠서 친구도, 애인도 없는 몸이라!!”

플라스틱 의자를 따라 엉덩이를 미끄러져 내려 거의 눕듯이 앉은 오소마츠의 한탄에 이치마츠의 얼굴에 보일듯 말듯한 작은 미소가 스쳤다.


글쎄—, 둘 중 하나는 오늘 생길지도 모르지.”

?”

경기, 시작한다.”

이치마츠의 작은 목소리에 고개를 기울인 오소마츠가 경기장에 울리는 버저 소리에 몸을 바로 세웠다

카라마츠가 선수로 뛰고 있는 팀의 마지막 시합. 결승전이 시작되었다.

 

 

 

마지막 4쿼터 종료를 알리는 버저가 울렸다

버저가 울리기 1초 전 카라마츠의 손을 떠난 공은 포물선을 그리며 깔끔하게 상대편의 골대를 통과했다

버저 비터, 마지막 슛으로 역전승

카라마츠의 팀원들이 우르르 뛰어가 카라마츠를 헹가래 치는 모습을 지켜본 오소마츠가 은은한 미소를 피웠다.


카라마츠 치고는 잘 했잖아?”

….”

처음 보는 카라마츠의 경기에 말을 잃은 이치마츠가 멍청히 고개를 끄덕이며 오소마츠의 말에 동조했다. 무표정으로 카라마츠를 보고 있는 이치마츠의 모습에 오소마츠가 킥-, 작게 웃었다.


경기 끝났고, 갈까?”

아니, 잠깐만. 조금 더 있다가.”

? ~~! 횽아 빨리 집 가서 자고 싶은데!”

좀 기다려봐.”

몸을 일으키려는 오소마츠의 옷깃을 붙잡은 이치마츠가 절대 놓아주지 않겠다는 얼굴로 쏘아댔다

할 수 없이 다시 털썩 의자에 엉덩이를 내린 오소마츠가 시상식이 진행하는 경기장을 내려다보았다

우승한 팀에게 트로피를 주고, 이어서 이번 시즌의 MVP 수상이 이어졌다

MVP에게 주는 커다란 반지와 꽃다발을 받아든 카라마츠가 저에게 몰려드는 기자들에게 눈도 주지 않고 사방을 두리번거렸다.


.”

관중석을 둘러보던 카라마츠와 시선이 맞자 오소마츠가 몸을 경직시켰다

마른침을 꿀꺽 삼킨 오소마츠가 재빨리 경기장을 벗어나기도 전에 기자들을 헤치고 관중석으로 올라온 카라마츠가 오소마츠 앞에 섰다.


오소마츠! 사랑한다! 나의 러버-가 되어 줘!!”

오소마츠 앞에 프러포즈 하듯 한쪽 무릎을 꿇은 카라마츠가 제가 받은 꽃다발을 오소마츠에게 내밀었다

관중석으로 뛰어간 카라마츠를 뒤따른 기자들이 카라마츠의 외침에 얼어붙었다

기자들이 들고 있는 커다란 카메라에 모든 것이 찍히고 있다는 것을 깨달은 오소마츠의 얼굴이 순식간에 잘 익은 사과처럼 새빨개졌다.

 

 

 

 

 

5.

 

『이어서 스포츠 뉴스입니다. 이번에 정말 놀라운 소식이 하나 생겼죠!

『네! 이번 시즌에서 맹활약하고 당당히 MVP를 수상한 마츠노 카라마츠 선수의 소식인데요. 무려, 결승전이 치러진 바로 그 날에! 관중석에 있는 어떤 분에게 고백했다고 합니다!

『그곳에 있는 분들은 모두 놀랐겠어요~. 그래서 그분은 대체 어떤 대답을 줬을까요?

『후후후-, 그건 두 사람만의 비밀이겠죠.

하하 호호 웃으며 스포츠 뉴스를 전하는 앵커들의 목소리에 오소마츠가 더욱더 깊이 고개를 숙였다

목을 숙이자 검은 티셔츠 밖으로 흘러나온 은색 체인에는 굵은 MVP 반지가 매달려 있었다.


뭘 그렇게 부끄러워하는 건가, 오소마츠.”

“…너 말이야아~~~!!”

자라처럼 목을 잔뜩 움츠리고 있는 오소마츠에게 카라마츠가 말했다

태연하게 맥주를 마시는 카라마츠를 보며 오소마츠가 새빨간 얼굴로 이를 갈았다

카라마츠의 고백 장면은 카메라를 통해 전국에 방영되었다

함께 이 술집에 오는 중간에도 카라마츠와 오소마츠를 알아본 사람들이 응원을 건네왔고, 카라마츠는 기쁘게 고맙다며 윙크를 날렸다

전국적인 유명인사가 되어 화끈거리는 얼굴을 손으로 가린 오소마츠가으으으으~~….” 하고 안타까운 신음을 흘렸다.


돈 워리, 마이 하니-. 세상이 인정해준 우리 사이가 아닌가!”

진짜 너….”

카라마츠의 호언장담에 오소마츠가 눈썹을 찌푸리면서 허탈한 미소를 넘겼다.


그런데, 오소마츠.”

?”

테이블 한쪽에 구겨진 휴지를 집어 든 카라마츠가 망설임 없이 그것을 뜯어내듯 펼쳤다

휴지 위에 올려진 것은 오소마츠가 차고 다녔던 목걸이. 은색의 장식이 반짝이고 있었다.


이것은, 무한대 기호가 아닌 건가?”

쓰레기통에 버릴 참으로 휴지로 감싸 구겨놓았던 장식을 카라마츠가 들어 올려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카라마츠의 질문에 오소마츠가 픽-, 바람을 빼며 입을 열었다.


무한대가 아니라, 뫼비우스의 띠야. 한번 꼬여서 겉이 안으로 들어가고 안이 겉으로 나오는 그런 구조.”

헤에—. 그때 오소마츠가 술에 취한 한 말이 이걸 가리키는 것이었다.”

“…, 그렇지.”

씁쓸하게 목소리를 흐리는 오소마츠를 보며 카라마츠가 다시 휴지를 구겨 휙-, 휴지통에 휴지를 던져 넣었다.


오소마츠는 만날 수 없다고 했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

고리가 꼬이는 그 지점에서 서로 얼굴을 볼 수 있잖아? 멀리서라도. 그리고 결국엔 같은 고리 안이다. 나는 오소마츠의 얼굴을 보고 같은 공간에 있는 것만으로 충분해.”

“~~, 너 진짜~~…!!”

제 나이에 맞게 어린 웃음을 피운 카라마츠가 오소마츠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조금 전부터 화끈거렸던 얼굴에 열이 몰리는 것을 느끼며 오소마츠가 입술을 깨물었다.


그런데 오소마츠.”

또 뭐!!”

뫼비우스가 누군가?”

“…진짜, 바보, ….”

티 없이 깨끗한 눈동자로 오소마츠를 보며 순수하게 묻는 카라마츠의 모습에 오소마츠가 푸핫,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어깨를 떨며 킥킥 웃는 오소마츠를 가만히 내려다본 카라마츠의 입가에도 부드러운 미소가 활짝 피어났다.






* 카라마츠가 바보였습니다.


*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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