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랜만의 50제입니다. 더 빨리 올리고 싶었지만 시간이 없어서...ㅎ..ㅠㅠ


* 개그에 살짝 시리어스 조미료를 넣었습니다.


* 공미포 15,576자.  오탈자는 추후 수정하겠습니다.



* 재미있게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오소른 50제


17. 무한루프 (오소른)   이롭다 님 신청 키워드.




1.


매일 아침 보게 되는 천장은 어제와 무엇 하나 다를 것이 없었다. 

매일 같은 자리에 누워 보게되는 천장은 이제 나무결의 무늬까지 외울 지경이 되었다. 

눈을 떴음에도 손가락 하나 움직이지 않고 멍청히 천장을 응시하던 마츠노 가의 장남 오소마츠는 귓가를 살짝살짝 간질이는 동생들의 목소리에 맞춰 눈을 깜빡였다. 

지극히 평화롭고 평범한 아침에 오소마츠는 식도까지 치솟는 기시감에 어쩔 줄 몰랐다.


‘나 분명 어제 죽었…, 지?’

선명한 기억 속의 숨이 멎어가는 감각은 여전히 몸속에 남아있다. 

누군가 가슴을 압박하는 것처럼 충분히 숨을 들이마시지 못하고, 턱턱 막히는 숨으로 어떻게든 산소를 삼키려 애썼지만, 서서히 눈앞이 어두워지던 그 두려움도 여전히 전신에 흐르는 혈관에 남아있다. 

어쩌다 죽었는지, 그 이유는 선명하지 않지만 뚜렷한 그 감각만은 오소마츠가 어제 죽은 것이 꿈이 아니라 현실이라는 것을 증명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어제 죽은 자신은 왜 오늘 살아있는 것인가. 

스스로는 도저히 답을 찾을 수 없는 질문에 얼굴을 찡그린 오소마츠가 머리를 벅벅 긁으며 몸을 일으켰다. 

자신의 체온으로 데워진 이불 속을 빠져나오자 피부에 닿는 찬 공기에 절로 부르르 몸이 떨렸다.

이불에 스치는 손의 감각도, 얇은 잠옷이 주는 추위도, 발바닥에 닿는 마룻바닥의 거칠음도 어제와 같이 느껴졌다. 

오소마츠는 한번 크게 숨을 들이마셨다가 내쉬어 자신이 호흡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계단을 내려 거실로 향했다. 

거실문을 열고 들어가자 언제나와 같이 쵸로마츠의 잔소리와 쥬시마츠의 콧노래가 고막을 때렸다. 

쵸로마츠에게 적당히 대답하며 오소마츠가 슬쩍 거실벽에 걸린 달력을 확인했다.


‘3월 15일….’

식탁에 놓인 밥이 아니라 달력에 시선을 고정한 오소마츠의 젓가락에서 밥이 툭, 떨어졌다. 

이어지는 쵸로마츠의 잔소리도 들리지 않는지 밥이 떠나고 남은 빈 젓가락을 그대로 든 채로 얼어버린 오소마츠는 빙글빙글빙글 눈앞에 도는 혼란에 머리가 지끈거렸다.


“쵸로마츠.”

“뭐!”

“오늘이 몇 일이지?”

“잠 덜 깼어? 15일이잖아.”

“그래….”

쵸로마츠가 한심하단 얼굴로 대답하자 오소마츠의 목소리가 흐려졌다.


‘왜 또 15일?’

오소마츠가 기억하는 자신의 죽음은 3월 15일에 일어났었다. 

토도마츠가 스마트폰으로 오늘의 운세를 확인할 때 슬쩍 어깨 넘어 훔쳐보았기에 날짜를 정확히 기억하고 있었다. 

오소마츠는 접시에 올려진 계란프라이의 노른자를 젓가락으로 터뜨리고 쵸로마츠에게 간장을 건네받으며 기억을 하나씩 짚어보았다.


‘아~, 안되겠다. 하나도 기억 안 나.’

자신이 죽었다는 것 외에 무엇 하나 선명하지가 않은 기억은 안개를 붙잡는 것처럼 되살리는 것이 불가능했다. 

머릿속을 가득 메우고 사라지지 않는 검은 구름에 오소마츠가 남몰래 한숨을 내쉬었다. 

죽었을 자신이 살아있음과 동시에 다시 같은 하루가 반복되는 지금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것인가. 

오소마츠는 대답을 내는 것을 포기하고 아침 식사를 마쳤다. 

오늘이 15일이라는 것과 관계없이 오소마츠를 제외한 다른 이들에겐 어제와 같은 평범하고 평화롭기 그지 없는 하루일 것이다. 

오소마츠는 멍청히 거실 한켠에 앉아 쵸로마츠와 카라마츠가 상을 치우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파칭코나 갈까.”

홀연히 중얼거린 오소마츠가 몸을 일으켜 계단을 올랐다. 

잠옷을 벗고 붉은 후드를 입고 얼굴에 물만 묻혀 세수를 끝낸 오소마츠가 1층으로 내려오자 이치마츠가 불쑥 얼굴을 내밀었다.


“우왓! 깜짝야…. 뭐야? 이치맛쨩.”

“어디 가려고?”

“응~, 파칭코! 오늘은 대박 날 것 같은 기분이거든!”

“그 이야기 맨날하지만 한 번도 대박 난 적 없잖아.”

“시끄럽네~. 오늘은 진짜라구~. 나는 카리스마 레전드니까—.”

갈라진 목소리로 자신을 세운 이치마츠에게 입을 삐죽 내밀고 툴툴댄 오소마츠가 현관으로 향하려 하자 이치마츠의 손이 오소마츠를 붙잡아 말렸다.


“응?”

“오늘은 안 나가는 게 좋지 않을까.”

“하? 왜?”

“그게…….”

오소마츠의 질문에 이치마츠는 입술을 깨물며 시선을 내렸다. 

오소마츠를 막을 이유를 어떻게든 짜내려는 이치마츠의 손은 오소마츠의 옷을 단단히 붙잡고 있었다.


“오늘 오소마츠 형 운 최악이던데~? 파칭코 가 봤자 털릴텐데 그냥 집에 있는게 용돈도 보존하고 좋은 거 아냐?”

스마트폰 화면에서 눈도 돌리지 않고 말하는 토도마츠의 말에 이치마츠가 고개를 들고 화색이 되어 고개를 끄덕였다.


“에~? 운 같은 건 믿을 게 못 된다구-.”

“파칭코 가서 털리고 우리 돈 뺏지 말구 오늘은 나랑 같이 가자.”

“어딜?”

“친구인 아츠시 군이 여자애들하고 옆동네 유원지에 가자고 해서 말이야~. 근데 갑자기 같이 가기로 한 친구가 못 가게 돼서 남자가 하나 부족해.”

“토, 톳티~~!! 역시 우리 막내! 다른 녀석들도 있는데 횽아를 선택해 주는 거야~!”

무심하게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말하는 토도마츠를 와락 껴안은 오소마츠는 싱글벙글 웃으며 토도마츠의 머리를 엉망으로 흩뜨렸다.


“잠깐! 모처럼 세팅한 머리 망가져!!”

토도마츠의 항의도 웃어 넘긴 오소마츠는 히히, 입꼬리를 올리고 토도마츠에게 나직이 전했다.


“엄청 기쁘지만 말이야~, 오늘은 진짜 파칭코 기분이란 말이지. 그러니까 그건 다른 녀석하고 가. 카라마츠라던가 괜찮잖아?”

“하, 하아!?”

설마 오소마츠가 거절할 거로 생각하지 못한 토도마츠의 외침에 쵸로마츠가 다가왔다.


“백수가 미팅은 무슨 미팅이야! 오소마츠 형, 오늘은 나랑 같이 헬로워크나 가자.”

“논논, 오소마츠는 나와 함께 경마에 갈 프로미스다.”

쵸로마츠의 말에 카라마츠가 끼어들어 손가락을 흔들고 그 사이에 쥬시마츠가 오소마츠 코앞에 얼굴을 들이밀고 활짝 웃었다.


“오소마츠 형아! 나랑 야구!!”

이상하리만큼 자신을 끌어들이려는 동생들의 제안을 모두 거절한 오소마츠는 홀로 현관을 나섰다.


“오늘, 죽는단 말이지….”

구름 하나 없이 새파랗게 질린 하늘을 보며 오소마츠가 허탈하게 내뱉었다. 

거실에 멍청히 앉아 있다가 문득 솟아난 생각을 오소마츠는 본능적으로 확신하고 있었다.


‘우리 중 누군가가 오늘 죽는다.’


입밖으로 내는 것이 두려워 땅에 떨군 문장이었다. 

오소마츠는 목적지를 정하지 않고 다리가 움직이는 대로 걸으며 눈을 하늘에 올렸다.


“할 수 없나~. 그래도 나, ‘장남’이고….”

피식-, 쓴웃음을 닮은 미소를 털어내며 오소마츠가 가볍게 발을 내디뎠다. 






2.


그럼 이제 어쩐다…. 

이거 완전 맨땅에 헤딩하기인데. 

녀석들이 어떻게 죽을 줄 알아야 막던지 어쩌던지 하지. 

자연스럽게 파칭코로 향하면서 열이 나도록 짱구를 돌리는데 갑자기 몸이 공중에 붕 떠올랐다.


“으왁!?”

“오소마츠 형아-!”

“쥬시마츠??”

“아이!”

“응, 대답은 엄청 씩씩하네. 일단 내려놓자?”

“아이아이!”

나를 한 팔로(?!) 들어올린 쥬시마츠는 순순히 나를 땅에 내려주었다. 

아무리 쥬시마츠라지만 설마 남자 평균인 나를 짐짝처럼 가볍게 들어올릴 수 있을 줄은…. 

나와 큰 차이 없어 보이는 쥬시마츠의 팔을 잠시 노려보았다. 

혹시 저 길게 늘어난 소매 속에 엄청난 게 있을지도 몰라….


“오소마츠 형아!”

“어?”

“같이 데카판 박사한테 놀러가자~!”

“응? 데카판한테?”

너무나 해맑게 웃으며 대답도 하기 전에 내 손을 잡고 끌어당기는 쥬시마츠에게 차마 파칭코에 가겠다고 말할 수 없었다. 

뭐, 오늘은 쥬시마츠랑 같이 있으면서 상태를 좀 볼까. 

할 수 없이 쥬시마츠와 함께 번화가를 지나 데카판 연구소로 향했다.



“이리오너라~!!”

“호에호에, 쥬시마츠 군 들어오라요.”

연구소 앞에서 쥬시마츠가 크게 외지차 자동문이 열리고 데카판이 얼굴을 드러냈다. 

갑자기 찾아온 쥬시마츠에게 놀라지 않고 자연스럽게 안으로 들어가는 데카판은 쥬시마츠가 올 것을 알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워낙 쥬시마츠가 데카판 연구소에 자주 놀러오니까 익숙한 건가. 

쥬시마츠를 따라 안으로 들어가자 연구소의 괴상한 인테리어가 우리를 반겼다. 

천장에 일정한 간격으로 달린 전구 비스무리한 거에서 빛이 나오고 그 아래엔 절대 자연적으로 나올 수 없는 괴상한 색을 가진 식물들이 무럭무럭 자라고 있었다.


“데카판 박사님! 저번에 말한 건 다 됐나요?”

“호에호에, 마침 방금 막 완성되었다요!”

“와이~! 허슬허슬 머슬머슬~!!”

쥬시마츠가 갑자기 진지한 얼굴로 묻자 데카판은 빙긋 웃으며 연구소 뒤쪽으로 들어갔다. 

신나서 날뛰기 시작한 쥬시마츠를 놔두고, 전등 아래 하얀 테이블에 앉아서 데카판을 기다리자 곧 데카판이 다용과 함께 나왔다.

어울리지도 않는 메이드복을 입은 다용의 손에는 커다란 금고가 들려 있었다.


“쥬시마츠 군이 부탁했던, 어떤 외부 충격에도 부서지지 않는 금고다요.”

‘텅!’ 하고 엄청나게 둔탁하고 무거운 소리를 내며 바닥에 떨어진 금고에 손을 올린 데카판은 뭐가 자랑스러운지 가슴을 내밀고 말했다. 

쥬시마츠가 왜 금고를 부탁했는지 모르겠지만 데카판의 설명에 산타를 기다리던 때처럼 눈을 엄청나게 반짝이며 응응,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우리같은 백수에게 금고에 보관할 만한 물건이 있을 리 없는데, 금고는 뭐하러 부탁한 거지? 

게다가 금고는 사람 하나가 들어가도 될 정도로 엄청나게 컸다. 

저렇게 큰 금고를 데카판에게 부탁하다니…. 

데카판이 만드는 물건들은 하나같이 상식을 벗어난 것들이 많다. 

데카판이 튼튼하다고 했다면 정말로 폭탄이 떨어져도 멀쩡할 것 같은데, 그런 금고는 왜 필요한 거지?


“오소마츠 형아, 이제 안심이네!”

쥬시마츠는 금고를 꼼꼼히 살펴보더니 빙글 몸을 돌려 내 손을 잡고 붕붕 흔들며 웃었다. 

뭐가 안심이라는 건지 잘 모르겠지만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쥬시마츠는 만족한 얼굴로 금고를 열어 금고 안도 샅샅이 확인하고 있었다. 

금고 밖으로 삐죽 튀어나온 쥬시마츠의 엉덩이를 복잡미묘한 심정으로 보고 있을 때, 어느새 사라졌던 다용이 헐레벌떡 이쪽을 뛰어오기 시작했다. 

손에는 뭔가가 부글부글 끓고 있는 비커를 들고서.


“크, 큰일이다용~! 반응이 이상하다용~!!”

“호, 호에호에! 조, 조심하라요!! 그걸 떨어뜨리면 폭,”

데카판이 다용에게 뛰어가며 위태위태하게 흔들리는 비커를 받으려는 순간, 비커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슬로우모션처럼 천천히 바닥으로 떨어지는 비커에 나도 모르게 몸이 움직였다. 

다용이 뛰어올 때부터 이미 폭발을 예상하고 있었을지도 모르지. 

밖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모르고 금고 안을 살피는 쥬시마츠의 엉덩이를 확 밀어 금고 안으로 넣고 문을 잠갔다.


챵,


바닥에 비커가 산산조각이 나는 소리가 금고를 잠그는 순간 들려왔다. 

그리고 깨진 비커를 중심으로 엄청난 굉음과 함께 불과 연기가 나를 덥쳤다.






3.


숨이 턱턱 막히는 뜨겁고 매캐한 연기와 온몸을 감싸는 열기를 마지막으로 눈을 감았던 것이 마지막. 

눈을 뜨니 평소와 같은 집의 오래된 천장이 나를 반겼다.


“….”

잠버릇으로 위로 솟은 머리를 멋쩍게 내리며 쥬시마츠의 자리를 확인했다. 

6인용 이불의 녀석들 자리는 모두 텅 비어 있었다. 머리속을 뒹구는 의심에 묘한 확신을 가지고 계단을 내려갔다. 

거실에 들어가자마자 거실 구석에 웅크리고 앉아있는 이치마츠에게 날짜를 확인했다.


“이치마츄, 오늘 몇 일이지?”

“…15일, 인데….”

“흐응~. 쥬시마츠는?”

“아침 일찍 야구 연습한다고 나갔는데.”

“흐응~~.”

이치마츠의 대답에 의심에 걸린 확신이 커졌다. 

역시 오늘도 같은 날이다. 

내가 죽은 날과 같은. 

아무래도 어떤 이유인지 내가 죽으면 다시 같은 날의 아침으로 되돌아 오는 것 같다. 

멀쩡하다는 것은 감각으로 알고 있지만 잠옷 위로 어디 아픈 곳은 없는지 툭툭 건드려 확인해보았다. 

폭발에 휩쓸려 죽었는데 화상이나 데인 곳 하나 없는 몸에 감탄하고, 적당히 배를 채우고 옷을 갈아입어 내려왔다.


‘쥬시마츠를 찾으러 가볼까.’

쥬시마츠가 야구를 연습하는 곳은 대충 어디인지 알고 있으니 그쪽으로 갈 생각으로 운동화에 발을 끼웠을 때, 이치마츠의 작은 목소리가 나를 불렀다.


“응?”

“어디, 가게?”

“아~, 잠깐 산책?”

그러고보니 저번에도 이치마츠가 제일 먼저 나를 불러세웠었지. 나에겐 어제에 해당하는 기억을 되짚어 이치마츠와 눈을 맞추고 고개를 기울였다. 

이치마츠는 손가락을 쪼물거리며 천천히 느릿느릿 내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뭔가 하고 싶은 말이 있는 것 같아 가만히 서 있자 이치마츠가 쭈뼛대며 시선을 가만히 두지 못하고 이리저리 굴렸다.


“그…, 고양이가, 나 혼자 돌보기엔 많아져서. 밥, 챙겨 주는 것도 일이고…. 그래서….”

대~충 뭘 말하고 싶은지는 알았다. 

점점 개미똥구멍만큼 작아지는 이치마츠의 목소리에 머리를 긁적였다. 

가만 있어봐? 

오늘도 꼭 쥬시마츠가 위험해질 거라는 보장은 없단 말이지. 

혹시 어쩌면 이번엔 이치마츠가 위험해질수도…. 

그런 생각이 들자 바로 이치마츠에게 손짓했다.


“고양이 돌보는 거 도와줄게. 지금 나가면 되는 거지?”

“아, 응…!”

이치마츠답지 않게 씩씩하게 대답한 이치마츠는 재빨리 슬리퍼에 발을 끼웠다.



이치마츠와 함께 집에서 나와 번화가에 있는 골목으로 가기 위해 큰길을 걷고 있을 대, 저 멀리서 ‘펑’ 하는 폭발음이 들렸다.


“우왓!! 뭐, 뭐야??”

저~ 멀리서 들려온 소리였지만 제법 컸다. 깜짝 놀라 몸을 튕기며 소리가 들려온 방향을 두리번거리며 찾았다.


“저쪽에서 들려온 것 같은데…, 데카판 박사 쪽이니까 뭔가 실험이 실패한 거 아닐까.”

이치마츠의 시큰둥한 말에 ‘그렇네.’ 하고 대답하려다 쥬시마츠가 저기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스쳤다.


“큰일이잖아!!”

“에? 오소마츠 형?”

설마, 설마, 설마, 설마…! 쥬시마츠가 벌써!! 자신도 놀랄 정도로 엄청난 속도로 데카판 연구소를 향해 뛰어갔다. 

이치마츠가 뒤에서 당황해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지만, 신경 쓸 겨를은 없었다.


쥬시마츠! 죽으면 안된다!!

애타게 빌며 데카판 연구소를 향해 한참을 뛰어가고 있을 때, 이치마츠도 따라오는지 탁탁탁, 슬리퍼가 땅에 부딪치는 소리가 뒤따랐다. 

일단 쥬시마츠를 구하고 이치마츠에게 무슨 일인지 설명하자.


“오이쇼~!! 우랴아아아아아아!!”

데카판 연구소로 가기 위해 내천 위에 있는 다리를 막 지날 때, 아래에서 들려오는 쥬시마츠의 기합소리에 브레이크를 밟았다.


“에? 쥬시마츠??”

데카판 연구소에 있을 것으로 생각했던 쥬시마츠는 너무나 멀쩡히 내천에서 헤엄을 치고 있었다.


“허, 허억…, 허, 헉…. 오소마츠, 혀, 엉…. 갑자기, 왜 뛴, 거야아….”

“아, 이치마츠….”

멍청히 점점 멀어지는 쥬시마츠를 보고 있자, 숨이 넘어가기 직전인 이치마츠가 내 뒤에서 멈췄다. 

무릎에 손을 짚고 헉헉 숨을 몰아쉬면서 묻는 이치마츠의 등을 두드리며 하하, 어색하게 웃었다.


“아니 갑자기 데카판한테 못 받은 돈이 있는 게 생각나서. 연구소가 폭발했으면 내 돈도 같이 날아가는 거잖아~.”

“오소마츠 형이 데카판한테 돈을 빌려줬다고…?”

노골적으로 못 믿겠다는 얼굴을 한 이치마츠의 중얼거림과 함께 따갑게 박히는 이치마츠의 눈초리를 스리슬쩍 피했다.



쥬시마츠가 무사하다는 걸 확인하고 마음놓고 이치마츠와 함께 어두운 골목으로 들어왔다. 

골목을 돌고돌아 대체 어디가 어디인지 알 수 없는 미로를 이치마츠는 익숙하게 슥슥 걸어갔다. 

높은 빌딩이 빼곡해 간신히 선으로만 보이는 하늘을 따라 10분쯤 걸었을까, 우리방 정도 크기의 공터가 나왔다. 

빌딩에 둘러싸여 길에서는 절대 보일 것 같지 않은 공터에는 이치마츠를 기다리고 있었는지 한 무리의 고양이들이 야옹야옹 울고 있었다.


“우와, 제법 많네?”

“처음에는 3마리 정도였는데, 금방 늘어나서….”

“다 가족인거 아니야?”

“아닌 것 같아.”

“그렇구나~.”

이치마츠를 발견하고 우르르 몰려오는 고양이들을 하나씩 쓰다듬어주며 인사를 나누는 이치마츠를 가만히 지켜보고 있자니 새끼 고양이 몇 마리가 내게도 다가왔다.


“오~, 안녕. 귀엽네—.”

금방 끊어질 것 같은 가녀린 목소리로 “냐~.” 하고 우는 고양이를 조심스럽게 만져주자 이치마츠가 옅은 미소를 보였다.


“오소마츠 형, 여기에 사료 좀 덜어줘.”

“응~.”

이치마츠는 공터 구석에 놓은 이빠진 밥그릇 몇개를 내게 건네주었다. 

이거 엄마가 버려야된다고 했던 거잖아? 

어느새 엄마한테 받아놓은 건지…. 

고양이가 관련되면 행동이 빨라지는 이치마츠를 보며 히히 웃고, 이치마츠가 가져온 봉투에서 사료를 적당히 덜어 밥그릇에 넣었다. 

6개의 밥그릇을 적당히 벌려서 놓자 고양이들은 익숙하게 밥그릇에 모여 사료를 와드득 와드득 씹어먹기 시작했다. 

조용히 식사를 하는 고양이들을 보며 쭈그려 앉아있자 이치마츠가 슬쩍 옆에 다가왔다.


“그…, 고마워. 오소마츠 형.”

“응? 뭐가?”

“오늘 어울려줘서….”

엑?! 왜 그래, 이치맛쨩!? 이렇게 순순하게 고맙다는 말을 하는 캐릭터 아니었잖아!?

너무나 간단하게 고맙다는 말을 하고 쑥스럽게 고개를 돌리는 이치마츠의 모습에 잠시 할말을 잃었다.

이 녀석, 이런 녀석이었나?? 

그러고보니 이 녀석, 고양이로 변할 수 있었지…. 

카리스마 레전드인 나도 녀석들을 다 알지는 못한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의 충격이 되살아나 빌딩에 가려 보이지도 않는 먼산을 응시했다.


“역시 나보다 더한 쓰레기가 있으면 안심되네….”

침묵 속에서 고양이를 보고 있다가 옆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재빨리 입을 열었다.


“횽아는 그렇게까지 쓰레기가 아닙니다아~!”

“입에 침은 바르고 하는 말이야?”

“너무해! 이치맛쨩~!!”

톳티를 흉내내면서 눈을 반짝이면서 최대한 억울한 얼굴로 외치자 이치마츠가 피식- 입꼬리를 올렸다. 

이치마츠와 웃기지도 않은 만담을 주고받는 사이에 밥을 다 먹은 고양이들은 제각기 흩어지기 시작했다. 

골목으로 사라지는 녀석도 있고, 공터에 앉아 털을 다듬는 녀석, 이치마츠에게 다가오는 녀석도 있었다. 

하얀 털에 배가 뚱뚱한 고양이가 다가오는 걸 보고 문득 궁금해졌다.


“이 녀석 엄마?”

“응, 곧 낳을 것 같아….”

“흐응~, 근데 여기 있어도 괜찮아?”

아기를 벤 것이 분명한 어미 고양이를 쓰다듬으며 물었다. 

공터는 이치마츠가 얼추 청소를 한다고 해도 새끼를 낳을 만한 환경은 아니었다. 

군데군데 담배꽁초도 보이고…. 

이치마츠는 내가 묻는 의미를 알았는지 구석에 쌓인 꽁초를 보며 눈썹을 찌푸렸다.


“여기는 밥만 먹는 곳이고 머무는 곳은 따로 있어. 그리고 여기는 폭발 같은 것도 안 일어나니까.”

“폭발?”

쌓인 꽁초를 치우려는지 구석으로 걸어가는 이치마츠의 말에 고개를 기울였다. 

아까 데카판 연구소가 폭발한 것 때문에 그런 소리를 하는 건가? 

늘어뜨린 손에 얼굴을 비비는 어미 고양이를 적당히 쓰다듬어 주고 일어나 공터 구석에 버려진 쓰레기를 주워 사료를 담아온 봉투에 넣었다. 

적당~히 공터 청소를 마치고 골목을 나오자 하얀 어미 고양이가 우리를 따라 나왔다.


“응? 이 녀석, 우리 따라오는데?”

“아, 응…. 머무는 곳에 가려면 길가로 나가야해서. 가끔 이렇게 중간까지 같이 가….”

“헤~.”

위에서 들려오는 이치마츠의 목소리에 어미 고양이가 고개를 들고 이치마츠를 올려다보며 “야옹~.” 하고 대답했다. 

어미 고양이를 내려다보는 이치마츠의 부드러운 눈빛에 장난기를 꾹 누르고 조용히 이치마츠와 함께 큰길로 걸어 나왔다.


“불고기에요~, 맛있는 불고기가 왔어요~!”

“응?”

건너편에서 들려오는 익숙한 목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 있는 음식 트럭에는 하타보가 불고기를 구우며 호객하고 있었다. 

우리가 서 있는 건너편까지 솔솔 풍겨오는 고기 냄새에 군침이 흘러나왔다.


“이치마츠, 우리 저거,”

“아!!!”

침을 만들어내는 고기 냄새에 하타보네 고기를 사갈까 물으려 이치마츠 쪽으로 고개를 돌린 순간, 이치마츠는 항상 나른하게 반만 뜨고 있던 눈을 동그랗게 뜨고 다급하게 허리를 굽혔다. 

무슨 일인가 싶어 이치마츠의 시선을 따라 눈을 돌리자, 어미 고양이가 도로로 뛰어가고 있었다.


하타보가 팔고 있는 고기 냄새에 혹했던 것일까, 아니면 하타보의 목소리에 놀랐던 것일까, 어미 고양이는 이미 이치마츠의 손이 닿지 않을 정도로 멀리 떨어져 도로에 들어갔다.

당황한 이치마츠도 어미 고양이를 따라 도로로 들어갔고, 거짓말처럼 저쪽에서 달려오는 트럭이 보였다. 

운전석에 앉아 도로에 들어온 이치마츠의 모습에 경악하는 트럭 운전사의 얼굴을 보며 이치마츠의 팔을 잡아 힘껏 끌어당겼다. 

그리고 무슨 힘의 작용인지 이치마츠를 끌어당긴 나는 중심을 잃고 도로 위로 쓰러졌다.


쾅! 하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몸이 붕- 떠올랐다.






4.


음…, 이번 건 꽤 아팠다.

이불에서 눈을 뜨고 몸을 일으켜 어쩐지 뻐근한 어깨를 주므르며 한숨을 내쉬었다. 

쥬시마츠 때의 폭발은 순식간이어서 아픈지 어쩐지 몰랐는데, 트럭에 치이는 건 과연 아프단 말이지~. 

잠버릇으로 뜬 머리를 긁적이며 계단을 내려왔다. 

거실에 들어가 TV를 켜자, 오늘의 운세를 알려주는 예쁜 아나운서 누나가 오늘의 날짜를 말해주고 있었다.


응, 오늘도 3월 15일.

또 같은 날인 것을 확인하고 작게 한숨을 쉬었다. 

이거 언제까지 반복하는 거지? 

게다가 이번엔 또 쥬시마츠나 이치마츠가 아니라 다른 녀석이 위험할 것 같단 말이지~. 

단순한 추측이지만 이미 예정된 미래일 것처럼 느껴져 기분이 나빠졌다.

오늘의 날짜를 확인한다는 목적을 이뤘으니 더 볼 필요 없어진 TV를 끄고 하품하며 몸을 빙글 돌렸을 때, 카라마츠가 인기척도 없이 눈앞에 서 있어 나도 모르게 비명을 지르며 주저앉고 말았다.


“우왁!! 놀-래랏!! 있으면 있다고 말 좀 해!”

“에, 아니…. 아까부터 계속 불렀다만….”

내가 놀라는 것에 놀랐는지 카라마츠는 뻘쭘하게 서서 중얼거렸다.


“그래서 뭐야?”

“응? 아아, 오늘 같이 나가지 않겠나?”

“응? 어디 갈 건데?”

“그건 시크릿이다! 오소마~츠? 익스펙트가 있어야 즐겁지 않겠나?”

“익스펙트는 뭐냐…. 에~, 귀찮은데…. 다른 녀석들은?”

“하타보한테 갔다. 하타보가 오늘 고기 사준다고 해서.”

“하!? 뭐야, 그거! 왜 횽아는 쏙 빼놓는 거!? 나도 갈래!!”

“오소마츠는 오늘 나와 나갈 예정이라고 했거든.”

“하아!?”

“시끄럽다. 얼른 준비하기나 해라.”

아니, 고기를 먹으러 가는 거면 좀 깨워주지! 

그리고 카라마츠 이 바보는 왜 멋대로 내 일정을 정하는 거야!? 

고기를 먹지 못한 억울함에 따지자 카라마츠는 내 입에 주먹밥을 하나 꾹 눌러넣고 거실을 떠났다. 

입에 들어온 주먹밥에 더는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어쩔 수 없이 주먹밥을 먹었다.


이거 맛있네. 적

당히 소금간도 되어 있고 안에는 내가 좋아하는 참치마요가 들어가있었다. 

우물우물, 주먹밥을 다 먹고 옷을 갈아입자 카라마츠가 다짜고짜 내 손을 잡고 질질 집밖으로 끌고 나갔다.


“어디 가는 거야?”

“시크릿이다.”

“그냥 하타보네 가자~. 고기 먹자아~.”

“시끄럽다 오소마츠. 하루 정도는 잠자코 따라와라.”

“에-, 싫어.”

“그럼 저번에 내 지갑에서 꺼내간 돈 갚아라.”

“응? 내가 그랬나?”

지금 같은 날만 3번째 반복하다보니까 어제나 엊그제 기억이 흐릿하단 말이지—. 

내가 카라마츠 돈을 슬쩍 했던가??

카라마츠는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나를 보고 어이가 없다는 얼굴로 어마무시한 금액을 말하며 손을 내밀었다.


“내 지갑에서 슬쩍한 2만엔, 내놓으시지?”

“2만!? 넛, 그런 돈이 어디서 났어!?”

“사고 싶은 선글라스가 있어 마미의 은혜를 아끼고 아껴서 모아놓은 돈이었다. 형님이 가져가기 전까지는!”

“쿠웃~~~. 알겠다고! 오늘 같이 다니면 되잖아!”

기억은 없지만 너무나 당당하게 내놓으라는 카라마츠 말과 액수에 인상을 찌푸리며 카라마츠의 손을 쳐냈다. 

하루 정도 카라마츠랑 어울린다고 죽는 건 아니니까. 

응? 죽나?? 

순간 머릿속을 스치는 어제와 엊그제(날짜로 보면 오늘이지만)의 기억에 솟아나는 식은땀을 무시하고 카라마츠와 함께 거리를 걸었다. 

익숙한 거리를 넘어 카라마츠가 항상 서 있는 다리에 도착했다. 

여기!? 여기서 뭘 하려는 거야…. 

설마 같이 역헌팅을 기다리자는 건 아니겠지…? 

카라마츠라면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에 지금 당장 도망치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기회를 옅보고 있자, 카라마츠는 다리 위에서 빙글 몸을 돌려 나를 보고 빙긋- 웃었다.


“일단 말해두겠는데, 역헌팅 기다리는 짓을 안 할 거니까?”

“응? 아아, 오늘은 그런 걸 하러 온 것이 아니다.”

“허? 그럼 여긴 왜 온 거야?”

여기서 이 녀석이 하는 게 그거 말고 없잖아? 

눈썹을 찡그리고 묻는 나를 향해 카라마츠는 어깨를 한 번 으쓱하더니 “여긴 차가 안 다니니까.” 하고 이상한 대답을 했다.


“당연히 여긴 차가 안 오지….”

멀쩡한 도로 놔두고 여기로 올 리 없잖아…. 

카라마츠가 항상 서 있는 다리는 인도에 속해 있어서 차는 지나다닐 수 없는 다리였다. 

저쪽에 따로 차가 다니는 다리가 있기도 하고. 근데 왜 갑자기 ‘차’ 이야기? 

얘가 내가 모르는 사이에 머리를 다쳤나? 카라마츠의 머리를 가만히 응시하고 있자 카라마츠가 이상한 미소를 지으면서 “그…,” 하고 입을 뗐다.


“가끔은 이렇게 둘만 시간을 보내는 것도 좋지 않나? 나와 오소마츠는 투 탑이니까. 동생들을 잘 이끌기 위해서는 한 쪽이 없으면 곤란하고 말이야.”

“응? 응….”

뭘 망설이는지 뜨문뜨문 숨을 섞어가며 말하는 카라마츠의 말에 일단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보니 이 녀석이랑 둘이서 놀러가는 건 오랜만인가? 

카라마츠와는 가끔 마시러 가거나 드링크바에 가거나 하지만 요근래에는 잘 어울리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뭐야~, 이 녀석—. 오랜만에 이 횽아랑 놀고 싶었던 거~? 

그럼 그렇다고 말을 하라구—. 괜히 폼 잡기는~.


카라마츠의 속내를 알아내자 실실 새어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카라마츠도 내 미소에 따라 웃으며 쑥쓰러운지 괜히 소매를 올리며 내 옆에 섰다.


“그럼 여기 말고 내가 발견한 술집이라도 갈까?”

“엩. 그건…,”

“어이~! 망할 백수들~!”

언제인지 기억은 안 나지만 항상 어울리던 경마장 아저씨들이 데려가줬던 술집이 있단 말이지~.

안주는 값싸지만 꽤 맛있고, 술도 다양한 종류를 팔아서 괜찮은 곳이었다. 

다른 녀석들하고 같이 오자고 생각했었는데, 모처럼이고 카라마츠랑 단 둘이서만 가볼까—. 

다리 난간에 기대고 있던 몸을 떼고 손짓하자 뭐라 말하려던 카라마츠의 목소리를 끊고 치비타의 외침이 들려왔다. 

강둑을 따라 포장마차를 끌고 이쪽으로 오고 있는 치비타는 뭐 좋은 일이라도 있는지 웬일로 싱글벙글이었다. 

치비타네 오뎅도 괜찮지~. 카라마츠랑 오뎅이라도 먹을까, 생각하며 치비타에게 손을 흔든 순간, ‘덜컹’ 하고 불길한 소리가 울렸다.


“어, 어어어!? 우와앗!! 위험해-!!”

덜컹하고 빠진 것은 치비타가 끌고 있던 포장마차의 바퀴. 바퀴 하나가 굴러간 포장마차는 불안하게 흔들리더니 우리를 향해 빠른 속도로 굴러오기 시작했다. 

치비타가 오던 길은 경사가 제법 있는 내리막길로 불안한 바퀴로 이리저리 흔들리던 포장마차는 중력에 이끌려 가속이 붙고 말았다. 

빠른 속도에 포장마차를 놓쳐버린 치비타가 어서 피하라고 우리에게 소리 질렀다.


역시 오늘은 카라마츠였나~!! 

쥬시마츠, 이치마츠 때와 비슷한 상황에 신음하면서 빠르게 달려오는 포장마차를 피해 카라마츠를 힘껏 밀쳤다. 

난간에 부딪치긴 했지만 카라마츠가 포장마차에 맞지 않고 피한 것을 확인하자마자 내 몸은 아래로 추락했다. 

우리가 있던 다리는 그리 높은 다리가 아니었다. 

아래에 흐르는 건 실개천이었고. 다리에서 떨어진다고 해서 죽을 정도의 높이는 아니었지만, 내가 추락하는 위치에 놓인 커다란 바위를 본 순간 ‘아, 이거 글러먹었네.’ 하는 생각이 들었다.






5.


오늘도 3월 15일. 

내 예상대로 바위에 부딪친 나는 그대로 죽은 것 같다. 

벌써 4번째 되풀이하는 하루에 기운이 빠진다. 

어째 영 기분이 아니란 말이지-. 

입을 쩝쩝 다시며 거실에 들어가자 녀석들이 연장을 챙기고 있었다.


에? 뭐야?? 오늘은 어디 공사장이라도 놀러가??

묵직묵직한 연장을 하나씩 챙긴 녀석들은 내게 간단한 아침 인사를 건네고 묵묵히 신발에 발을 끼웠다.


“어디 가?”

“좀, 작업할 게 있어서.”

내 질문에 쵸로마츠가 대답하더니 녀석들을 이끌고 현관을 나섰다. 

작업?? 뭐 누구 묻으러 가는 거야?? 

멍청히 녀석들이 사라진 현관을 보고 있자 뒤에서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오소마츠 형, 아침 안 먹어?”

“톳티-…. 너는 안 가?”

“응. 안 가~.”

간단하게 묻자 간단하게 대답한 톳티-는 턱을 짚고 한 손으로 스마트폰을 두드리고 있었다.


“꼬르륵~.”

“주방에 오소마츠 형 밥 남아있어.”

뭔가를 하기엔 일단 지금 배가 너무 고프다. 

토도마츠의 말을 따라서 주방에 들어가 밥통 구석에 남아있는 흰밥을 주걱으러 펐다. 

반찬은 적당히 냉장고에 있는 걸로 채우고 식탁에 앉아 밥을 먹으며 머리를 굴렸다.

오늘은 토도마츠인가?

그런데 혹시…, 나랑 있어서 위험해지는 거 아냐?

녀석들을 배웅하면서 든 생각을 무시할 수가 없다. 

녀석들이 위험해지는 게 아니라, 나랑 있어서 위험해지는 거라면 이야기가 많이 달라진다. 

처음 쥬시마츠 때는 그렇다쳐도, 이치마츠와 카라마츠까지. 나랑 같이 있었기 때문에 위험해지는 것 같다. 

3번이나 같은 상황을 겪으면 아무리 눈새라도 알아차린다구….


오늘은 혼자 나갈까. 빈 밥그릇을 싱크대에 넣고 물을 가볍게 뿌리면서 갈 곳을 생각했다. 

토도마츠가 집에 있다면 나는 나가는 게 좋을 테니까.

마츠요 여사의 잔소리를 없애기 위해 식탁에 흘린 밥알도 깨끗이 닦고, 옷을 갈아입으려 계단으로 가려는데 거실에서 얼굴을 내민 토도마츠가 나를 불렀다.


“아! 오소마츠 형, 2층 갈 거면 잠깐 나 좀 도와줘.”

“헤?”

토도마츠는 거실에서 나와 내 옆에 서서 곤란하단 얼굴로 스마트폰 화면을 보았다.


“미팅에 입고 가려는 옷이 벽장 깊에 들어가 있다고 해서. 찾는 것 좀 도와줘.”

“에~, 미팅 같은 게 있으면 횽아도 좀 데려가 달라구-! 그리고 찾는 거 귀찮아, 싫어~.”

“어차피 할 일 없잖아!”

“있습니다아~. 횽아는 오늘 집에 없을 겁니다아~.”

“어차피 파칭코 아니면 경마장 갈 거잖아. 돈도 없으면서.”

“윽.”

새침하게 노려보면서 한심하다는 투로 말하는 토도마츠에게 도저히 반박할 수 없었다. 

지갑에 얼마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어째 텅 비어있을 것 같다는 예감이 든다…. 

토도마츠는 앞서 계단을 올라가면서 “그러니까 잠깐 찾는 거 도와주는 것 정도는 할 수 있지? 오소마츠 형~.” 하고 웃으면서 말했다. 

저 영악한 막내 녀석! 

잠깐 도와주는 것 정도는 괜찮겠지…. 



톳티를 따라 벽장에 있는 짐을 하나씩 빼기 시작했다. 

사내놈이 여섯이라서 그런건지, 아니면 쓸데 없는 건 무조건 벽장에 넣어서 그런건지 벽장은 정말 짐으로 가득 차 있었다.


“이거 하나씩 빼다간 날 새겠다. 그냥 들어가서 찾는 게 빠르겠는데?”

쥬시마츠나 겨우 들 수 있을 정도로 무거운 박스를 들어서 내려놓기를 반복하자니 팔이 후들거렸다. 

아직도 한참 남은 짐들을 보고 허리를 두드리며 말하자 토도마츠가 “응….”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박스들이 좀 아슬아슬하게 쌓여있어서 불안하지만 내가 들어가면 토도마츠가 다칠 일은 없겠지…. 

매케한 먼지 냄새와 함께 오래된 나무 냄새가 섞인 벽장에 들어가 토도마츠가 주는 스마트폰을 받았다. 

미리 플래시를 켜놓은 토도마츠의 스마트폰으로 이곳저곳을 비추며 토도마츠가 찾는 옷이 있나 확인했다.


“오소마츠 형, 있어?”

“우응~, 잘 모르겠는데?”

벽장 밖으로 얼굴만 내밀고 토도마츠에게 대답했다. 

토도마츠도 찾는 옷이 없는 것이 답답한지 얼굴을 찡그리고 어두운 벽장 안을 뚫어지라 쳐다보았다.


“다른 옷 입고 가기는 싫은데…. 오늘은 딱 그 옷을 입어야 할 것 같은 기분이라구.”

“하아….”

매일 같은 후드나 점프수트를 입는 나는 절대 이해할 수 없는 말을 하면서 팔짱을 낀 토도마츠가 한숨을 내쉬었다.


“옷 찾으면 오소마츠 형도 미팅에 데려가려고 했는데—.”

“어!? 정말로!? 앗싸-! 그럼 얼른 찾아야지!!”

토도마츠의 중얼거림에 기분이 단숨에 높아졌다. 

좀 힘내서 찾아볼까?


“솔직히 형들 중에서는 오소마츠 형 말고는 미팅에 데려갈만한 사람 없고 말이야.”

“응? 웬일로 드라이몬스터가 그런 소리를 하냐?”

“카라마츠 형은 안쓰럽고, 이치마츠 형은 금방 엉덩이 까고, 쥬시마츠 형은 좀 그렇고, 쵸로마츠 형은 라이징하잖아. 오소마츠 형은 그래도 나랑 같이 미팅 가 본 경험이 있으니까.”

“헤—.”

“그리고 쵸로마츠 형이 라이징하면 말릴 수 있는 사람은 나 아니면 오소마츠 형 뿐인걸.”

“응? 응…, 그렇, 지?”

“나 혼자면 태클 걸기 힘들다구~.”

“응….”

“말이 제일 잘 통하는 것도 오소마츠 형이고 말이야!”

“응….”

토도마츠 이 녀석도 머리 다쳤나? 

토도마츠의 말에 적당히 대답하면서 토도마츠의 머리를 유심히 살폈다. 

오늘 아침에 어디 맞거나 한 거 아니겠지? 

의심스럽게 토도마츠를 보고 있자, 토도마츠가 벽장을 들어다보면서 “그러니까 얼른 옷 좀 찾아줄 수 있어?” 하고 손을 모았다. 

할 수 없네~. 

한숨을 삼키고 다시 벽장 안으로 얼굴을 밀어 넣었다. 

상자가 손에 스치며 나는 부스럭 소리를 한참 동안 들으면서 벽장 안을 샅샅이 찾아보았지만 토도마츠가 말한 옷은 보이지 않았다.


안 보인다고 말하려 벽장 밖으로 얼굴을 꺼낸 순간, ‘부웅-’ 하는 굉음이 천장에서 희미하게 들려왔다. 

전에 한 번 들어본 적 있는 소리에 피가 싸악- 아래로 내려가는 것을 느끼며 토도마츠의 손을 잡아 벽장 안으로 잡아 끌었다. 

벽장 문을 닫자마자 “쉐에에!!” 하는 이야미의 갈라진 비명소리와 함께 쿵! 하고 지붕을 뚫고 뭔가가 방에 박히는 소리가 들렸다.


응, 확실하다. 

이 소리는 비행기가 우리집에 처박히는 소리야. 

적중한 예감에 등줄기를 타고 올라오는 소름을 느끼면서 비행기가 추락하면서 생긴 충격으로 흔들리는 벽을 붙잡았다. 

지진이 난 것처럼 요동치던 벽장 안은 곧 잠잠해졌다.


“뭐, 뭐였던 거야, 방금….”

놀라 말을 더듬는 토도마츠에게 “글쎄….” 하고 대답하고 벽장문을 열었다. 

방 중앙에 떡하니 박혀있는 비행기에 토도마츠가 말을 잃은 사이 나도 벽장 밖으로 기어나가려고 하는데 ‘뚝.’ 하고 불길한 소리가 기어왔다.


“아.”

“오소마츠 형!”

조금 전의 충격으로 벽장의 칸막이가 약해졌는지, 엄청난 무게의 박스들이 나를 향해 무너지고 있었다.

아, 이거 또 죽겠다. 

각오하며 눈을 감았다.






6.


응. 또 3월 15일. 

이제는 다 알고 있단 말이지-. 횽아는 속지 않아요~. 

기차 안에서 눈을 떠도 같은 날인거 다 알고 있으니까?


“이건 무슨 상황이냐….”

창밖으로 빠르게 지나가는 풍경에 멍청히 중얼거리자 옆에서 쵸로마츠의 목소리가 들렸다.


“오늘 시골집 가기로 한 거 기억 안 나?”

“….”

에에~, 이번엔 그런 설정인 겁니까아~. 

전혀 모르겠다는 얼굴을 하자 쵸로마츠는 한숨을 푹- 쉬고, 시골집에 일손이 부족해 우리가 도우러 가게 되었고, 어제 가위바위보를 해서 시골에 갈 사람을 정하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나랑 오소마츠 형이 졌잖아. 바로 어제 일인데 기억이 안 난다고? 잠 덜깼어?”

횽아답게 한심하게 나를 보는 쵸로마츠의 눈을 찔러버리고 싶은 마음을 꾹- 참고 말없이 창밖만 응시했다. 

아니, 그런 설정인거 못 들었다구~. 누구한테 들어야할지도 모르겠지만….

그런데 쵸로마츠랑 같이 가는 거면 이번엔 쵸로마츠가 위험해지려나…. 

나만 혼자 있으면 나 혼자 다치고 말텐데 말이야-. 

이번에도 녀석들의 목숨이 위험한 순간이 오겠지. 

처음엔 데카판 연구소에서 폭발, 두번째는 교통사고, 세번째는 치비타의 포장마차, 바로 전엔 비행기인가…. 

어째 점점 위험한 수준이 높아지는 것 같은데 말이야…. 이번엔 어쩔려나아….

쵸로마츠가 눈치채지 못하게 자는 척을 하면서 불안을 삼켰다.



“끄어어어!!”

“시끄럽네! 조용히 하고 옮겨!”

25kg 짜리 비료 포대를 들고 뒤뚱대며 밭으로 걸어가는 내 뒤에서 쵸로마츠의 날카로운 잔소리가 날아왔다. 

3월의 시골엔 할일이 많았다. 밭을 갈아엎고, 씨를 뿌리고, 비료까지 골고루 뿌려줘야 한다. 

이 모든 작업을 땡볕 아래서 하자니 그렇게 더운 날씨도 아닌데 땀이 마구 흘러내린다.


“힘드러어~.”

“시끄럽네, 정말….”

휴식시간이 되어서 밭에 털썩 주저앉은 내게 쵸로마츠가 시원한 얼음물을 건네주었다. 

머리가 띵해질 걸 알면서도 얼음물을 벌컥벌컥 마시고 바로 따라오는 두통에 얼굴을 찡그렸다.


“으으~~.”

“누가 그렇게 찬물을 한 번에 마시냐….”

쵸로마츠의 목소리를 무시하고 간신히 가라앉은 두통에 안도하며 간식으로 가져온 주먹밥을 들어올렸다. 

할머니의 손맛이 가득한 주먹밥은 역시 편의점에서 파는 것보다 훨씬 맛있었다. 

재료는 같은데 왜 이렇게 맛이 다른지는 모르겠지만. 

하루 종일 무거운 비료 포대를 옮겼더니 팔이 덜덜 떨려서 주먹밥도 제대로 쥐고 있기가 힘들었다. 

파르르 떨리는 두손으로 주먹밥을 잡고 깨작깨작 먹고 있자 쵸로마츠의 숨소리가 들려왔다.


“그래도, 오소마츠 형이랑 같이 오게 되서 다행이네.”

“응?”

“혼자 오거나 다른 녀석하고 왔으면 심심했을 테니까. 특히 이치마츠랑 왔다면….”

이치마츠와 함께 오는 상상을 했는지 쵸로마츠가 부르르 몸을 떨며 고개를 저었다. 


“일은 4, 5일 정도 하면 끝날 것 같은데…, 그러면 오랜만에 저쪽 호수에서 낚시 좀 하고 갈까? 어릴 때 봤던 그 커다란 잉어 아직 있을지도 모르고.”

“오! 좋아!!”

아직 ‘형’이란 호칭을 붙이지 않고 쵸로마츠와 ‘파트너’로서 함께 다니던 시절에 놀러갔던 호수를 떠올리고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정말 둘이서 같이 낚싯대 하나를 붙잡고 커다란 잉어랑 씨름했었지~. 

결국 놓쳤지만 꽤 즐거웠다. 

잉어한테 오히려 끌려가서 호수에 빠진 덕분에 쫄딱 젖어서 돌아가게 되었지만 그래도 엄청 즐거웠던 기억으로 남아있다.


“그럼 다시 일 할까. 괜히 이상한데 가지 말고 내 옆에 딱 붙어서 일해!”

“에~.”

“오소마츠 형은 금방 게으름 피우니까! 감시할거야.”

“우겍—.”

적당히하고 낮잠 잠깐 자려고 했는데! 

쵸로마츠의 말에 신음하면서 엉덩이를 털고 일어나자 저~쪽에서 사람들이 모여 소란을 떨고 있는 것이 보였다.


“뭐지?”

“글쎄.”

넓은 논과 밭밖에 없는 이곳에 저렇게 젊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모습은 거의 볼 수 없었다. 

커다란 조명과 카메라도 있는 걸 보면 뭘 찍으러 온 건가? 

연예인?? 예쁜 누나라도 있으면 좋겠는데!

호기심에 쵸로마츠와 함께 조금씩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가자, 스탭들에게 둘러싸여있는 토토코가 보였다.


“어!? 토토코!?”

“아!! 냐-짱이다!! 냐-쨔응~!!”

카메라 앞에서 웃으면서 뒤로 서로 손을 쳐내고 있는 토토코와 분홍 머리 여자애를 확인한 쵸로마츠는 바로 눈을 하트로 만들고 손을 흔들었다.

아, 저 분홍 머리는 쵸로마츠가 좋아하던 가수였나? 이름이 뭐더라-.


“아, 레이카구나!”

“냐-짱이라고!”

버럭 소리를 지르는 쵸로마츠에게서 거리를 띄우고 귓구멍을 막으며 “알겠어~.” 하고 대답했다. 

쵸로마츠는 엄청난 눈으로 나를 째려보고 다시 하트눈을 하고 토토코와 레이카를 응시했다.


근데 저거…, 싸우는 거 아냐?

토토코와 레이카는 처음에는 웃는 얼굴로 대화를 나누더니 서서히 무서운 얼굴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서로의 머리를 붙잡고 싸우기 시작했다.

우와, 무셔~.

쵸로마츠도 둘의 싸움에 당황했는지 어쩔 줄 모르고 안절부절하면서 토토코와 레이카를 작게 불렀다. 

쵸로마츠, 그 정도 목소리는 저 둘에게 닿지 않는다구. 

쵸로마츠처럼 당황하며 싸우는 둘을 말리려는 방송 스텝들을 동정심을 가득 담아 쳐다보고 있자, 그 뒤에서 움찔거리는 것들이 보였다.


어, 저거 위험한 거 아냐…?

토토코와 레이카가 싸우는 소동에 자극 받았는지 낡은 울타리 너머에 있던 소들이 조금씩 웅성대기 시작했다.


“쵸, 쵸로마츠…, 저거….”

“어?”

쵸로마츠나 방송 스탭들은 전혀 눈치채지 못했는지 토토코와 레이카에게만 집중하고 있었다. 

쵸로마츠의 팔을 잡고 흔들어 자리를 피하려고 했지만 쵸로마츠의 신경은 모두 토토코에게 쏠려 있었다.


그리고,

“음머어~!!!”

“역시 이렇게 되잖아~!!”


흥분한 소떼가 울타리를 가볍게 부수고 우리를 향해 달려왔다. 

우두두두두-, 땅을 울리는 소리에 방송스탭들은 토토코와 레이카를 보호하며 멀리 도망쳤고, 목표를 잃은 소들은 곧 발견한 먹이를 향해 달려들었다.


“우와아아악!!”

“왜 소가 흥분한 거야!?”

“일단 달려! 쵸로마츠!!”

저게 정말 소 울음소리인가 싶을 정도로 섬뜩한 소리를 내며 달려오는 소떼는 금방 우리를 따라잡았다. 

아무리 필사적으로 달려도 소떼와의 거리는 점점 좁혀졌다. 

뒤를 돌아보고 코앞까지 따라잡은 소떼의 모습에 할 수 없이 눈을 질끈 감고 쵸로마츠를 힘껏 옆으로 밀었다. 

다행히 논과 논 사이의 도랑에 빠진 쵸로마츠는 소떼를 피할 수 있었다.


나는 또 같은 하루를 보내야 한다는 것에 뭐라 말할 수 없는 지겨움을 느끼며 숨을 삼켰다.






7.


아무 것도 없는 새하얀 공간. 눈을 감고 누워있는 오소마츠를 둘러싼 동생들이 침울한 얼굴로 오소마츠를 바라보았다. 

잠든 것처럼 고른 숨소리를 내며 누워있는 오소마츠의 얼굴을 유심히 보던 동생들이 한탄했다.


“또….”

“또 실패인가….”

“….”

“오소마츠 형아….”

“그냥 놔두면 좋을텐데…, 이 기적의 바보는.”

슬픈 얼굴로 오소마츠를 보며 눈살을 찌푸린 쵸로마츠가 큰 숨을 들이마시고 고개를 들었다.


“다시 해보자. 오소마츠 형을 구할 때까지 몇 번이고 시도해 봐야지.”

“아, 반드시 오소마츠를 구해야 한다.”

“….”

“하지만…, 이게 오소마츠 형아를 위한 일일까?”

“당연하지! 될지 안 될지 모르지만 해야 한다구, 쥬시마츠 형.”


오소마츠가 없는 세계는 받아들일 수 없다. 

그 생각으로 하루를 대체 몇 번 반복한 것일까. 

하루를 반복하며 그 전의 기억을 가지고 있을 리 없는 오소마츠에게 조금씩 기억이 남고 있다는 것을 모르는 이들은 서로 시선을 나누며 시간을 돌렸다.



서서히 흐려지는 공간 속에서, 곧 눈을 뜰 것처럼 오소마츠의 눈꺼풀이 파르르 떨렸다.









* 여러모로 떡밥(?)이 많은 단편이 되었네요ㅎ


* 동생을 구하기 위해 오소마츠가 대신 죽는 것이 정상적인 역사라면 동생들은 그것을 바꾸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고 합니다.


* 쵸로마츠와 카라마츠가 운명을 바꾸기 위해 제일 적극적이고, 쥬시마츠와 이치마츠는 반복되는 루프에 회의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토도마츠는 형들을 따라가고 있지만 조금 혼란스러워하고 있는 중입니다.


* 원래 자신이 루프를 하고 있다는 기억이 없어야하는 오소마츠이지만 반복된 루프에 조금씩 오소마츠도 전회의 기억을 가지고 있게 되었습니다. 물론 동생들은 아직 그것을 눈치채지 못했습니다^^


* 제목은 독당근의 꽃말때문에 정하게 되었습니다ㅎ


*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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