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기와 독감이라는 2개 키워드가 비슷해서 하나로 묶어서 썼습니다.

* 오랜만에 글을 올리네요... 요즘 글 쓰는 거에 슬럼프 비슷한 게 와서 시간이 오래 걸렸습니다ㅠ

* 공미포 15,476자.


* 재미있게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오소른 50제


03. 감기/독감 (쵸로오소/오소른)   눈송, 똑똑 님 신청 키워드.



1.

 

거대한 드래곤 무리가 줄 맞춰 날아가는 장대한 천장화(천장에 그려진 그림) 아래, 공중을 떠다니는 고서(古書)들이 하나씩 자기 자리를 찾아 책꽂이에 안착했다. 양피지에 적힌 목록을 확인하며 지팡이를 가볍게 튕겨 고서들을 모두 정리한 쵸로마츠가 큰 숨을 내쉬었다.

이 거대한 서고의 관리자인 쵸로마츠에게 신입 사서들이 추가로 들어온 책을 짊어지고 다가왔다. 오래된 책들, 폐기할 책들, 지하의 보관소에 넣을 책들을 모두 정리하자 겨우 책꽂이에 빈 곳이 생겼다. 신입 사서들이 책을 꽂는 모습을 지켜본 쵸로마츠가 뒤에서 들려오는 신음에 눈썹을 찌푸렸다.

그러니까 미리미리 해 놓으라고 몇 번이나 말했지!”

우우~.”

쵸로마츠의 싸늘한 말투에 책상 위에 가득 쌓인 서류 더미에 파묻힌 오소마츠가 울상을 지었다.

휴가 못 받아도 난 모르니까.”

쵸로마츠가 높이 솟은 서류더미의 맨 위에 올려진 리포트 하나를 집어 차락차락 소리가 나도록 넘겨보며 오소마츠에게 쏘아붙였다.

싫어~! 모처럼 카라마츠가 돌아오는데 나 혼자 휴가 못 받는 거 싫다구우~!!”

어휴~.”

서류가 구겨지도록 꽉 붙잡고 징징대는 오소마츠의 모습에 쵸로마츠가 지끈거리는 머리를 붙잡았다. 발까지 동동거리면서 투정하는 저 모습은 도저히 성인 남성으론 보이지 않았다. 깊이 한숨을 내쉰 쵸로마츠가 의자를 가져와 오소마츠 옆에 엉덩이를 내렸다.

조금만 도와줄 테니까.”

쵸로 씌~!! 싸룽해!!”

쵸로마츠의 말에 오소마츠가 눈을 빛내며 손을 맞잡았다.

데카판 교장 선생님에게 낼 서류만 내가 할 테니까 학생들 리포트는 제대로 오소마츠 형이 평가해! 딱 이것만 도와줄 거니까!”

눈 반짝반짝 빛내며 뭔가를 더 기대하고 있을 오소마츠에게 넘어가지 않은 쵸로마츠가 선언했다. 어릴 적부터 함께 해 왔기에 오소마츠의 생각은 전부 꿰뚫고 있는 쵸로마츠는 오소마츠의 불평도 무시하고 서류에 손을 뻗었다.

 

 

환상의 동물인 드래곤이 실존하며, 온갖 놀라운 마법이 존재하는 나라인 아카츠카에는 유명한 육둥이가 있었다. 여섯의 일란성 쌍둥이는 아카츠카국에서도 흔한 것이 아니었다. 게다가 그 육둥이 전원이 놀라운 마법 능력을 가지고 있었기에 육둥이의 명성은 널리 퍼졌다. 똑같은 얼굴에 수준급의 마법 실력을 갖춘 형제들은 우애도 좋았다.

쵸로마츠는 드물게 일에 집중하는 오소마츠의 옆모습을 보며 피식- 웃음을 흘렸다. 드래곤 연구가로서 전국을 여행하는 카라마츠가 돌아오는 날짜에 맞춰 형제들 모두 휴가를 받아냈다. 한적한 시골 마을로 내려간 부모님 없이 처음으로 형제들끼리 보내게 된 휴일을 모두가 기대하고 있었다. 특히 육둥이의 장남인 오소마츠가 제일 기뻐했다. 형제들 모두 휴가를 맞춰 함께 휴일을 보내자는 제안도 오소마츠가 처음 낸 것이었다.

눈 아래 검은 기미까지 만들며 서류 더미를 하나씩 줄여가는 오소마츠를 보며 쵸로마츠도 손을 바쁘게 움직였다.

 

 

 

 

 

2.

 

아임 홈~! 디어 마이 브라더-!”

후암~. 어서 와, 카라마츠 형.”

아침 해가 산 밖으로 완전히 얼굴을 내놓기도 전에 벌컥 문을 열고 들어온 카라마츠가 외쳤다. 씩씩한 카라마츠의 외침에 토도마츠가 눈을 비비며 방에서 나왔다. 연핑크에 귀여운 토끼 무늬가 그려진 파자마를 입고 나온 토도마츠가 주방에 들어가 물을 끓이자마자 하는 소리와 함께 거실로 나온 쥬시마츠가 카라마츠를 향해 달려들었다.

카라마츠 형아~! 좋은 아칠, , 삼에~, 머슬머슬! 허슬허슬!”

! 굿 모닝이다, 쥬시마츠!!”

있는 힘껏 달려든 쥬시마츠를 가볍게 받아낸 카라마츠가 쥬시마츠와 미소를 나눴다. 시럽이 잔뜩 들어간 커피를 후루룩 마시며 주방에서 나온 토도마츠가 둘의 모습을 보며 어깨에서 흘러내린 카디건을 끌어올렸다.

카라마츠 형, 이번에 언제까지 있다가 가는 거야?”

-, 아마도 3일 후가 될 것 같다.”

“3!? 더 오래 머물다 가는 거 아냐?”

어색하게 눈을 돌리며 대답하는 카라마츠의 말에 토도마츠가 목소리를 높였다. 오랜만에 형제가 모두 모여 지내는 휴일인 만큼 더 오래 머물 거로 생각했던 토도마츠가 눈을 깜빡였다. 카라마츠에게 매달려 있던 쥬시마츠도 토도마츠에게 동의하며 , !”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 미안하다. 마이 리를 브라더즈-. ‘카시아지방의 불법 경매에 부모를 잃은 드래곤 알이 나온다는 소문이 있어서 말이야. 드래곤 알이 배드 가이즈 손에 들어가면 큰일이니까.”

일 때문에 빨리 가야 한다는 거잖아! 나는 휴가 5일 치 받아 놨는데!”

, 다음에! 다음엔 정말로 오래 머물다 가겠다.”

토도마츠가 팩 인상을 찌푸리자 카라마츠가 진땀을 흘리며 그를 달랬다.

, 대신 오늘 아침은 내가 준비하겠다! 샐러맨더의 에그후라이, 토도마츠는 좋아하지?”

, 좋아하지만.”

입을 삐죽 토도마츠에게 싱긋- 어색한 미소를 보이며 카라마츠가 가방에서 커다란 알 하나를 꺼냈다. 깨뜨리지 않게 조심스럽게 알을 안고 주방으로 들어가는 카라마츠를 따라 시선을 옮긴 토도마츠가 하아~.” 한숨을 내쉬었다.

오소마츠 형, 화낼걸? 청 기대했단 말이야. 이번 휴가.”

, 그렇군. 형님에겐 내가 잘 말하겠다.”

프라이팬을 꺼내 요리를 시작하는 카라마츠를 보며 토도마츠가 식탁에 앉아 턱을 괴었다. 짙은 눈썹을 늘어뜨리고 하하.” 마른 웃음을 터뜨린 카라마츠가 어깨를 으쓱였다. 오소마츠가 깨어나 상황을 알고 나서 쏟아낼 칭얼거림을 예상한 토도마츠가 지팡이를 들었다.

카라마츠가 요리를 끝낼 즈음 간단하게 거실을 청소하던 토도마츠도 지팡이를 거두었다. 식탁에 카라마츠와 쥬시마츠, 토도마츠가 둘러앉아 카라마츠가 내온 음식을 앞에 두고 입맛을 다셨다. 엄마의 특제 요리에 자신만의 비법을 추가한 카라마츠의 요리는 이색적이면서도 제법 맛이 있었다.

슬슬 쵸로마츠 형이랑 이치마츠 형이 일어날 때가 되었는데.”

빵 사이에 계란과 치즈를 끼워 한입 크게 베어먹은 토도마츠가 닫힌 거실문을 보며 중얼거렸다. 토도마츠의 말에 쥬시마츠가 힐끗 벽시계를 보고 귀를 기울였다.

! 쵸로마츠 형이랑 이치마츠 형 온다.”

양반은 못 된다니까-.”

쥬시마츠의 말에 토도마츠가 피식- 웃으며 다시 빵을 물었다.

후암~. 좋은 아침.”

좋은 아침.”

!! 굿 모닝, 마이 프레셔스 브라더즈!!”

늘어지게 하품하며 들어오는 쵸로마츠와 질질 실내용 슬리퍼를 끌고 허리를 굽은 채 걸어오는 이치마츠에게 카라마츠가 활짝 미소를 피웠다. 반갑게 손까지 흔드는 카라마츠에게 인사하며 식탁에 앉은 쵸로마츠를 따라 이치마츠가 살벌하게 혀를 차며 쥬시마츠 옆에 엉덩이를 내렸다.

, 아침부터 개똥마츠 얼굴을 봐야 한다니 최.”

.”

카라마츠, 내 몫은?”

.”

혀를 차는 이치마츠와 아침 식사를 우선하는 쵸로마츠에 치여 카라마츠가 분주하게 움직였다. 주방에 들어가 쵸로마츠와 이치마츠 몫을 들고 나온 카라마츠가 아직 비어있는 의자에 눈을 고정했다.

형님은?”

오소마츠 형은 일어나려면 멀었어. 점심 때 지나서 오후에나 일어나니까, 휴일에는.”

오늘 카라마츠 온다고 그렇게 말했는데. 하여간 망할 장남.”

토도마츠의 대답에 쵸로마츠가 얼굴을 찌푸렸다. 빵가루가 묻은 손을 탁탁 털며 먼저 자리에서 일어난 쵸로마츠가 오소마츠의 방을 향했다.

 

 

오소마츠 형! 언제까지 잘 거야! 벌써 카라마츠 와 있다구!”

으으,”

이불을 홱 젖히는 쵸로마츠의 외침에 오소마츠가 몸을 웅크렸다. 굼실대는 오소마츠를 흔들어 깨우려고 손을 뻗은 쵸로마츠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어깨에 닿은 손으로 전해지는 열이 심상치 않았다.

오소마츠 형, 열 있어?”

, -. 쵸로마츠~.”

길게 늘어져 처진 목소리에 희미한 열이 담겼다. 눈살을 찌푸린 쵸로마츠가 조급하게 오소마츠의 이마에 손을 짚었다.

쵸로마츠, 형님은 일어났나?”

정상 범주를 벗어난 체온을 감지하고 쵸로마츠가 허리를 펴자마자 카라마츠가 때맞춰 오소마츠 방으로 들어왔다.

오소마츠 형, 감기 걸린 것 같아.”

.”

당황한 얼굴로 중얼거리는 쵸로마츠의 말에 카라마츠가 놀라 침대 옆으로 뛰어왔다. 쵸로마츠의 손이 떠난 오소마츠의 이마에 카라마츠의 손이 닿았다.

“OH.”

뺏었던 이불을 목까지 덮어준 쵸로마츠가 서둘러 방을 나섰다. 카라마츠가 오소마츠의 곁을 지키는 사이 쵸로마츠가 이치마츠와 함께 돌아왔다.

역시. 그러니까 말했는데.”

? 무슨 말인가, 이치마츠.”

오소마츠를 보자마자 한숨을 내쉰 이치마츠의 말에 카라마츠가 되물었다. 오소마츠의 상태를 조심스럽게 확인한 이치마츠가 작게 대답했다.

휴가 받아야 하는데 일이 많다고 불평했었잖아, 오소마츠 형. 밤새워서라도 일 끝내겠다고 나한테서 약 받아갔거든.”

하아!? 그러니까 미리미리 일 처리해두라니까! 이치마츠 약이라면 설마 그거?”

쵸로마츠의 얼굴에서 우려가 사라지고 분노가 떠올랐다. 이치마츠와 눈을 맞추고 일전에 먹었던 약의 끔찍한 맛을 떠올린 쵸로마츠가 어깨를 움츠렸다. 이치마츠가 심심해서 만들었다던 자양강장제는 효과는 뛰어났지만, 그 맛이 몸을 비비 꼴 정도로 끔찍했다. 한 모금 마시기도 힘든 그 약을 오소마츠는 밤샘을 위해 몇 병이나 들이켰다는 말에 쵸로마츠가 입을 쩍 벌렸다.

, 그 부작용으로 감기에 걸린 건가. 이 바보 장남은.”

아마도.”

어이없이 흘린 쵸로마츠 말에 동의한 이치마츠가 느긋하게 눈을 깜빡였다.

, 오소마츠 형이 달라는 대로 준 내 잘못도 있으니까-. 치료 약 만들게.”

고마워~, 이치맛쨩.”

차분하게 내려앉은 이치마츠의 말에 오소마츠가 힘겹게 미소를 피웠다. “으이그.” 하고 한탄하며 쵸로마츠가 찬물이 든 물컵을 오소마츠에게 내밀었다.

일단 목 좀 축이고 누워있어. 죽이라도 만들어 줄게.”

역시 나의 쵸로 씌는 상냥하네~.”

헤헤, 멋쩍게 웃으며 물컵을 받아든 오소마츠가 , 히이-.” 하고 숨을 들이마셨다.

케후힛!!”

.”

?”

?”

올라오는 기운에 물컵을 꽉 붙잡고 성대하게 기침을 내뱉은 오소마츠가 돌연 뿌연 연기에 휩싸였다. 침대 한가운데에 뭉게뭉게 피어오른 연기에 동생들이 놀란 사이 서서히 사라지는 연기 속에서 작은 동물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큐이?”

 

 

 

 

 

3.

 

큐우!? , 아니! 큐우가 아니라!!”

가만히 털로 덥힌 손을 내려다보던 오소마츠가 버럭 소리 질렀다. 연기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것은 작은 레서 판다가 된 오소마츠였다.

하아?! 아픈 사람이 왜 변신술 같은 거 쓰는 거야!? 얼른 돌아와!”

갑자기 모습을 바꾼 오소마츠를 향해 쵸로마츠가 버럭 성을 내자 오소마츠가 흔들리는 눈으로 쵸로마츠를 응시했다.

, 마법 안 썼어.”

?”

절망이 섞인 오소마츠의 대답에 쵸로마츠가 눈썹을 세웠다. 처량하게 귀와 꼬리를 추욱 늘어뜨린 오소마츠(레서 판다)는 진실을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 법을 안 썼는데 왜 몸이 변해.”

, 나도 몰, 케췻!”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울상을 지은 오소마츠가 기침하자 또다시 하얀 연기가 피어올랐다.

형님, 이번엔 펭귄이다.”

에엑!? 나 진짜로 마법 안 썼어!!”

목에 앙증맞은 스카프를 두른 펭귄의 모습으로 오소마츠가 팡팡 이불을 내리쳤다. 끼우끼우 우는 펭귄의 작은 꼬리를 멍청히 응시하던 카라마츠가 고개를 들었다.

쵸로마츠.”

. 아무래도 보통 감기가 아닌 것 같아.”

카라마츠의 부름에 쵸로마츠가 입술을 깨물었다. 몸이 줄어든 주인의 어깨에서 흘러내려 이불에 널브러진 옷을 팔에 건 쵸로마츠가 오소마츠를 침대에 눕혔다.

열은 여전히 높으니까 울지 말고 누워서 쉬어, 오소마츠 형. 다행히 모습이 변하는 거 말고는 다른 증상이 없는 것 같으니까.”

, 쵸로마츠우~~.”

오소마츠의 눈가에 걸린 눈물을 닦아준 쵸로마츠가 오소마츠 위에 얇은 담요를 올렸다. 주머니에서 꺼낸 손수건을 찬물에 적셔 오소마츠 머리 위에 올려준 쵸로마츠가 빙글 몸을 돌렸다.

오소마츠 형이 걸린 병이 뭔지 모르겠어. 카라마츠나 이치마츠는 짐작 가는 거 있어?”

으음. 나도 잘 모르겠다.”

, 내 약 때문인 거야? 이거.”

쵸로마츠와 카라마츠의 대화를 잠자코 듣고 있던 이치마츠가 덜덜 떨리는 손을 올렸다. 오소마츠의 모습이 변한 순간부터 사색이 되어 그대로 얼어붙었던 이치마츠가 죄책감에 사로잡힌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설마. 바보 장남이 무리해서 걸린 거야. 자업자득이라고.”

, 그래도.”

이치마츠 탓이 아니다.”

넌 조용히 해, 개똥마츠.”

!? 이 상황에서 나한테 화내기!?”

쵸로마츠의 단언에 안심한 듯 표정을 누그러뜨린 이치마츠가 , 그래도 약에 이상이 있었던 걸 수도 있으니까 확인해볼게.” 하고 방을 뛰어나갔다.

이치마츠가 떠난 방에 남은 쵸로마츠와 카라마츠가 초조한 시선을 교환했다. 당장 심각한 증상이 없다 해도 어떤 병인지 모르는 이상 안심할 수는 없었다. 색색-, 가쁘게 숨을 내쉬며 누워있는 오소마츠를 가만히 내려다보던 둘에게 토도마츠의 목소리가 닿았다.

저기~, 이치마츠 형이 갑자기 뛰쳐나가던데 무슨 일 있, ?”

오소마츠의 방으로 들어온 토도마츠와 쥬시마츠를 본 쵸로마츠의 눈이 반짝였다. 간단하고 빠르게 토도마츠와 쥬시마츠에게 설명을 끝낸 쵸로마츠가 카라마츠를 끌고 방을 뛰어나가며 외쳤다.

오소마츠 형 간호 좀 부탁해!!”

에에에!?”

쵸로마츠에게 지목당한 토도마츠가 얼굴을 구기는 것도 무시하고 쵸로마츠와 카라마츠가 빗자루에 올랐다. 쵸로마츠가 관리하는 서고의 고서에서 오소마츠가 걸린 병에 대한 정보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 희망으로 쵸로마츠와 카라마츠가 서고를 향해 바람을 가르며 날아갔다.

멀어지는 두 형의 그림자를 보며 토도마츠가 푸욱~ 한숨을 내쉬었다.

귀찮은 일은 꼭 나한테 시킨다니까! 하아~~, 쥬시마츠 형.”

아이!”

오소마츠 형 좀 잠깐 보고 있어 줘. 나는 죽 만들어서 가져갈게.”

알겠슴닷!”

씩씩하게 대답하며 손을 위로 올려 경례한 쥬시마츠가 오소마츠의 방을 향해 달려갔다. 마당의 구석에 마련한 작은 텃밭에서 채소 몇 가지를 꺾은 토도마츠가 주방에 들어갔다. 카라마츠가 밥이 맛있게 된다며 남부 지방에서 사 온 돌냄비에 물과 밥을 넣고 끓이기 시작했다.

단순한 하얀 죽이라면 오소마츠는 또 불평하며 먹지 않으려고 할 것이다. 형의 아이 입맛을 떠올리고 푸욱- 숨을 내쉰 토도마츠가 텃밭에서 방금 가져온 싱싱한 채소를 잘게 잘랐다. 향신료로 쓸 수 있는 이파리도 몇 개 다듬어 죽이 끓고 있는 냄비에 넣자마자 힘없는 목소리가 귓바퀴에 닿았다.

, 맛없는데.”

!?”

작지만 선명하게 들리는 오소마츠의 목소리에 토도마츠가 홱 몸을 돌렸다. 아무도 없는 주방에서 멍청히 눈을 깜빡이는 토도마츠의 귀에 또다시 장남의 목소리가 기어들어 왔다.

, 갑자기 돌지 마아~! 머리 아프다구우~!”

으응?! , 소마츠 형? 대체 어디에.”

뭐야, 오소마츠 형 귀신?? 아니, 오소마츠 형 아직 안 죽었지?’

몰아치는 생각들로 어지러운 시야를 이리저리 굴리던 토도마츠가 문득 목덜미를 스치고 지나가는 불길한 예감에 숨을 삼켰다.

오소마츠 형, ,”

토도마츠의 어깨에 올라와 있던 작은 무당벌레, 정확히 말하자면 무당벌레 비슷한 옷을 입은 오소마츠가 붉은 얼굴로 흐에~?” 하고 대답했다. 아직 열이 가라앉지 않았는지 벌건 얼굴로 휘청대며 떨어질 것 같은 오소마츠를 서둘러 손 위에 옮긴 토도마츠가 신음했다.

모습이 변한다고는 들었지만, 이렇게 작아질 수도 있는 거야?”

손바닥에 딱 들어맞는 사이즈에 놀라 물어도 오소마츠는 고개를 기울일 뿐이었다.

, 톳티-! 오소마츠 형이 기침하더니 팟! 하고 사라졌어~!”

때맞춰 벌컥 문을 열고 주방으로 들어오는 쥬시마츠의 다급한 외침에 토도마츠가 지끈거리는 머리를 떨궜다. “오소마츠 형 여기 있어, 쥬시마츠 형.” 하고 쥬시마츠에게 오소마츠를 보이자 쥬시마츠의 얼굴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활짝 피었다. 조심스럽게 쥬시마츠의 손으로 오소마츠를 옮긴 토도마츠가 복잡한 시선으로 오소마츠를 내려다보았다. 어린아이들이 가장할 때나 입을 법한 무당벌레 옷을 입고, 손에 들어가는 작은 몸의 오소마츠를 지그시 내려다본 토도마츠가 으으.” 하고 알 수 없는 신음을 흘리며 주방으로 돌아갔다.

뭐야, 저거. 오소마츠 형 주제에 귀엽잖아!”

홀로 씩씩대며 토도마츠가 국자를 들었다. 죽이 타거나 눌러 붙지 않도록 휘휘 저으면서 조금 전에 본 오소마츠의 모습을 다시 그렸다. 열 때문에 어지러운지 몸이 크게 휘청일 때마다 오소마츠의 등에 붙어있던 작은 날개가 잘게 파닥였다. 머리 위에 쫑긋 솟아난 두 개의 더듬이도 오소마츠의 머리를 따라 흔들리고 있었다. 크기뿐 아니라 체형까지 어린아이 같아진 오소마츠의 모습을 선명하게 그릴수록 토도마츠의 신음은 점점 짙어졌다.

으으으~~, 오소마츠 형이 그렇게 귀여울 수 있다니 믿을 수 없어.”

작은 그릇 하나를 꺼내 죽을 한 국자 떠서 덜어낸 토도마츠가 문득 머리를 스치는 생각에 한쪽 눈썹을 올렸다.

오소마츠 형, 지금 상태로는 이만큼 못 먹잖아? 애초에 무당벌레가 죽을 먹을 수 있던가?”

하얀 김을 내는 죽을 내려다보던 토도마츠가 한숨과 함께 죽을 냄비에 부었다. 밥그릇보다 한참 작은 종지를 꺼내 그곳에 티스푼 하나 정도의 죽을 덜어낸 토도마츠가 컵 하나를 꺼내 그곳에 꿀을 쭉 짜냈다. 근처 양봉업을 하는 친구에게서 받아온 꿀은 그 맛만큼이나 향도 달콤했다. 적당히 데운 물을 꿀이 든 컵에 부어 꿀물을 만든 토도마츠가 죽을 넣은 종지를 함께 들고 오소마츠가 기다리는 거실로 향했다.

오소마츠 형, 괜찮아?”

우응~.”

쥬시마츠의 손 위에서 가쁘게 숨을 몰아쉬던 오소마츠가 헤실 웃으며 대답했다. 얼굴이 빨개지도록 열이 올랐는데도 동생에게 미소를 보여주는 오소마츠를 보니 가슴이 조여왔다. 식탁에 꿀물과 죽을 내려놓은 토도마츠가 티스푼으로 꿀물을 떠서 오소마츠 앞에 내밀었다.

꿀물이니까 이거라도 조금 마셔.”

. 고마워~, 톳티-.”

지친 얼굴로 힘겹게 숨을 쉬던 오소마츠가 배시시 웃으며 티스푼에 매달렸다. 작은 몸집 탓에 티스푼에 담긴 꿀물마저 한 번에 들이키지 못하고 깨작깨작 마시는 오소마츠의 모습에 쥬시마츠와 토도마츠의 마음에 걱정이 쌓였다.

안쓰럽긴 한데, 저렇게 찔끔찔끔 마시는 게 너무 귀엽잖아!!’

오소마츠가 꿀물을 마시는 동안 티스푼을 내릴 수 없는 토도마츠가 부들부들 어깨를 떨며 행복한 비명을 참는 동안 쥬시마츠는 눈도 깜빡이지 않고 오소마츠를 뚫어지라 응시했다. 자기보다 훨씬 작아진 오소마츠의 모습은 두 번 다시 볼 수 없을 진귀한 광경이었지만, 쥬시마츠의 눈빛에는 그 이상의 뭔가가 담겨있었다.

티스푼에 담긴 꿀물을 절반 정도 먹었을까, 오소마츠가 스푼에서 입을 뗐다.

그만 먹을래.”

후우-, 열 때문에 뜨거운 숨을 내쉬며 털썩 식탁에 주저앉은 오소마츠가 느리게 눈을 깜빡였다. 오소마츠를 보며 조심스럽게 길게 늘어진 소매에서 손을 빼낸 쥬시마츠가 손가락으로 오소마츠의 등을 천천히 어루만졌다. 작은 몸에서 전해지는 열은 여전히 높았다. 근심 가득히 눈썹을 내린 쥬시마츠가 잘은 호흡을 따라 오소마츠의 등을 쓸어주었다.

 

 

오소마츠가 식탁에 앉아 숨을 고르고 있을 때, 검은 오라를 잔뜩 어깨에 진 이치마츠가 현관문을 열고 들어왔다.

다녀왔어.”

바닥을 뚫고 지하까지 내려갈 것 같은 목소리에 토도마츠가 눈썹을 찌푸렸다. 터덜터덜 평소보다 더 질질 끄는 발걸음에 쥬시마츠가 반갑게 흔들던 손을 슬그머니 내렸다.

누구 왔어? , 이치마츠.”

식탁 앞에 서 있던 토도마츠가 시야를 가리고 있던 탓에 이치마츠의 도착을 뒤늦게 알아챈 오소마츠가 입꼬리를 한껏 올리며 몸을 일으켰다.

이치마츄~~!”

, 오소마츠 형!?”

아직 붉은 얼굴로 활짝 웃은 오소마츠가 이치마츠를 향해 작은 날개를 펼쳤다. 파다닥, 투명한 날개를 열심히 파닥이며 자기를 향해 날아오는 작은 오소마츠를 본 이치마츠가 크게 당황해 손을 뻗었다.

쿠힛!”

이치마츠를 향해 날아가던 오소마츠가 뿜은 기침에 공중에 연기가 퍼졌다. 눈앞에 구름처럼 피어오른 연기에 이치마츠의 얼굴이 퍼렇게 질렸다. 서둘러 발을 앞으로 한 걸음 내딛자마자 뜨끈하고 푹신한 것이 품에 안겼다.

? , ?”

하얀 것 같으면서도 얼핏 붉은빛이 도는 작은 토끼를 내려다보며 이치마츠가 멍청히 중얼거렸다. 오소마츠가 변하는 모습을 처음 본 토도마츠가 놀라 눈을 휘둥그레 뜨고 이치마츠에게 다가와 색색 거친 숨을 내쉬는 토끼를 바라보았다.

이거, 설마, 오소마츠 형??”

여전한 열과 갑자기 몸을 움직인 탓인지 현기증이 겹친 오소마츠는 대답도 하지 못하고 숨만 내쉬었다. 쥬시마츠까지 의자에서 일어나 이치마츠에게 다가왔을 때, 이치마츠가 퍼뜩 고개를 들고 오소마츠를 안은 채 침실로 향했다. 오소마츠에게 부담이 되지 않도록 뛰지 않고 빠른 걸음으로 침실에 들어간 이치마츠가 오소마츠를 눕히고 주머니에서 해열제를 꺼냈다.

이치마츠 형아! 약은 괜찮았슴까?”

조심스럽게 오소마츠의 입으로 해열제를 흘려보낸 이치마츠가 따라 들어온 쥬시마츠의 질문에 침울하게 눈을 내렸다.

아니. 재료 다 맞게 들어갔고 만들 때 이상한 부분도 없었어. 오소마츠 형한테 주고 남은 약을 확인했는데 문제없었고.”

무거워지는 목소리에 쥬시마츠가 쓴웃음을 피웠다. 서서히 고른 숨을 내쉬는 오소마츠의 뺨을 부드럽게 쓰다듬은 이치마츠가 푹- 한숨을 내쉬었다.

뭐가 문제인지, 무슨 병에 걸린 건지 모르니까 약을 만들 수도 없어. 다른 약들도 어떤 효과가 나올지 모르니까 함부로 줄 수도 없고.”

나는 아무런 도움도 안 돼.” 하고 씁쓸한 숨을 내쉰 이치마츠가 축 늘어져 있는 토끼의 귀를 어루만졌다. 조금씩 열이 내려가고 있지만 오소마츠의 귀는 여전히 뜨거웠다. 해열제로 골라온 약도 그 재료가 완벽하게 안전한 것만 들어있어서 오소마츠에게 줄 수 있었다. 오소마츠를 도울 수 없는 자신의 무능력함에 이치마츠가 입술을 깨물었다.

오소마츠 형아는 약 만들어줘도 쓰다고 안 먹을 거야!”

말없이 이치마츠를 바라보던 쥬시마츠가 활짝 웃으며 말했다. 약을 받자마자 이거 써?” 하고 물어볼 오소마츠의 모습을 쉽게 떠올린 이치마츠가 빙그레- 옅은 미소를 올렸다. “그러게.” 하고 쥬시마츠와 눈을 맞춘 이치마츠가 오소마츠의 머리를 조심스럽게 쓰다듬었다.

쓴 약 먹는 것도 싫어하고 아픈 것도 싫어하니까-. 얼른 나으라고, 망할 장남. 안 그러면 엄청 쓴 약 가져다줄 테니까.”

잔잔한 애정이 담긴 이치마츠의 목소리가 오소마츠에게 닿았다. 열이 주는 괴로움에 잔뜩 찌푸려진 눈썹이 아주 조금 풀린 것 같은 착각을 느끼며 이치마츠가 침대 옆에 앉아 오소마츠를 지켜보았다.

 

 

 

 

 

4.

 

한참 동안 오소마츠의 옆을 지키던 이치마츠가 쥬시마츠의 부름에 고개를 올렸다.

이치마츠 형아, 교대임닷!”

, 오케이.”

번쩍 팔을 들고 침대 옆으로 다가온 쥬시마츠에게 이치마츠가 고개를 끄덕였다. 어기적어기적 몸을 일으키는 이치마츠의 등을 쥬시마츠가 떠밀었다.

톳티가 저녁 식사하라고 했슴닷!”

오소마츠의 옆을 지킨다고 식사도 거른 이치마츠에게 얼른 밥 먹으라며 손을 흔든 쥬시마츠가 눈을 돌려 오소마츠를 응시했다. 이치마츠의 해열제 덕분에 열은 내렸지만, 오소마츠는 여전히 힘들어 보였다. 감은 눈꺼풀이 파르르 떨리는 것을 본 쥬시마츠가 미소를 지우고 지그시 오소마츠를 내려보았다. 오소마츠가 걸린 병명을 찾기 위해 나간 카라마츠와 쵸로마츠가 빨리 돌아오기를 바라며 쥬시마츠가 어스름한 창밖의 하늘을 응시했다.

케욱!”

?”

귓가에 작게 들린 기침소리에 놀라 홱 고개 돌린 쥬시마츠가 침대 위에 자욱하게 피어오른 연기에 입꼬리를 움찔댔다. 꿀꺽 마른침을 삼키고 이번엔 오소마츠를 놓치지 않겠다는 다짐으로 연기를 뚫어지라 응시한 쥬시마츠가 서서히 옅어지는 연기 속에서 오소마츠를 발견했다.

오소마츠 형아!”

, 에에?”

제 기침에 깨어난 오소마츠가 졸음이 매달린 눈을 천천히 깜빡이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침대에서 일어나려고 했는지 몸을 휘청인 오소마츠가 손을 가득 덮은 깃털에 고개를 기울였다.

?”

오소마츠 형아, 지금 새가 됐슴다.”

쥬시마츠의 중얼거림에 오소마츠가 작게 에에~?” 하고 신음했다.

 

 

이제 뭐야, 모처럼 다 모였는데-. 오랜만에 재미있게 놀고 싶었다구우~.”

작은 새가 되어 쥬시마츠의 어깨에 앉은 오소마츠가 한탄했다. 희미하게 울음이 섞인 혼잣말에 심장이 조여왔다. 형제들을 사랑하는 오소마츠는 형제들 그 누구보다도 이번 휴가를 기대하고 있었다. 이제 완전히 어두워진 하늘을 응시하는 오소마츠의 얼굴에 짙게 깔린 포기를 본 쥬시마츠가 벌떡 의자에서 일어났다.

잠깐 여기서 기다려, 오소마츠 형아!”

? 쥬시마츠 어디 가??”

오소마츠를 떨어뜨리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침대에 내려놓은 쥬시마츠가 오소마츠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쌩 방을 나갔다. 곧 우당탕하는 소음과 함께 그림 도구를 팔에 가득 안고 들어온 쥬시마츠가 침대 옆에 이젤을 폈다.

쥬시마츠의 행동을 지켜보는 오소마츠에게 하핫-’하고 활짝 웃어준 쥬시마츠가 오소마츠를 다시 제 어깨 위에 올렸다. 경쾌한 몸짓으로 붓을 든 쥬시마츠가 커다란 캔버스에 길게 선을 그었다. 색을 하나씩 칠할 때마다, 붓을 움직일 때마다 캔버스에 퍼지는 풍경에 오소마츠의 눈이 커졌다.

푸른 숲과 그 너머로 펼쳐진 넓은 바다, 그리고 바다와 숲의 산뜻한 향을 가득 머금은 시원한 바람이 오소마츠를 스쳐 지나갔다. 마법을 담은 쥬시마츠의 그림에서 철썩이는 파도 소리와 숲속의 새소리가 새어 나왔다. 깃털 속으로 파고드는 산바람에 오소마츠의 얼굴에 사라졌던 미소가 피었다.

쥬시마츠!”

아이!”

오소마츠의 밝아진 목소리에 쥬시마츠도 기쁘게 웃으며 대답했다. 작은 날개를 퍼덕이며 그림에서 퍼지는 바람을 만끽한 오소마츠가 덕지덕지 물감이 번진 쥬시마츠의 얼굴을 보고 커다란 웃음을 터뜨렸다.

배를 잡고 웃는 오소마츠와 그것을 보는 쥬시마츠의 얼굴에 행복이 가득 떠올랐다.

 

 

 

 

 

5.

 

아침을 알리려 해가 산 너머에서 살짝 얼굴을 내민 시각. 지친 얼굴로 쵸로마츠와 카라마츠가 빗자루에서 내려왔다. 불이 꺼진 집에 들어와 거실 소파에 털썩 쓰러진 둘이 낸 소음에 토도마츠가 침대에서 일어났다.

쵸로마츠 형, 카라마츠 형. 어서 와.”

졸린 목소리로 둘을 반기는 토도마츠에게 카라마츠가 아아-.” 하고 힘없이 대답했다. 녹초가 되어 침대에 쓰러진 쵸로마츠를 힐끗 본 토도마츠가 카라마츠에게 물었다.

어때? 성과는 있었어?”

. 간신히 알아냈다. 형님이 걸린 병이 뭔지.”

진짜!? 뭔데?”

화색이 된 토도마츠의 물음에 쿠션에 얼굴을 박고 있던 쵸로마츠가 대답했다.

드라콜드.”

드라콜드?”

쿠션에 먹혀 웅얼대는 쵸로마츠의 목소리에 토도마츠가 눈썹을 찌푸렸다. 잘못 들은 것인지 확인하듯 쵸로마츠의 말을 반복하는 토도마츠에게 카라마츠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아-. 드래곤이 걸리는 감기다. 드래곤에겐 별다른 증상도 없는 감기지만, 인간이 걸리면 오소마츠 같은 증상이 나온다더군.”

하아!? 그걸 왜 오소마츠 형이 걸려? 카라마츠 형이라면 몰라도 오소마츠 형은 드래곤이랑 만난 적도 없는데!”

토도마츠의 외침에 카라마츠가 작게 신음했다. 드래곤 연구가로서 전국을 돌아다니는 카라마츠 역시 병의 원인을 짐작할 수 없었다. 토도마츠의 말대로 마법 학교의 교사를 하는 오소마츠는 드래곤과 접촉하는 일이 드물었다.

우리가 학생일 때, 학교 사육장에서 관리하던 드래곤이 한 마리 있지 않았나?”

문득 떠오른 기억에 카라마츠가 혼잣말처럼 물었다. 간신히 소파에서 일어난 쵸로마츠가 눈을 반짝였다.

맞아!! 아직 있을 거야, 그 드래곤. 마법 생물 수업 때문에 기르고 있는 거!”

겨우 원인을 알겠다는 얼굴로 외친 쵸로마츠가 스리슬쩍 끼어든 낮은 목소리에 어깨를 늘어뜨렸다.

근데 오소마츠 형은 그 드래곤이랑 안 친하잖아. 오소마츠 형은 주로 이론 수업을 가르치니까 사육장에 갈 일도 없고.”

이치마츠 형 말이 맞아.”

언제 일어났는지 거실에 나온 이치마츠의 말에 토도마츠가 동의했다. 오소마츠가 가르치는 수업은 모두 이론에 치우쳐 있었다. 게다가 오소마츠는 드래곤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아 학교 사육장에 있는 드래곤에게 가까이 가지 않았을 터였다. 간신히 붙잡은 실마리가 별 도움이 되지 않자 쵸로마츠의 얼굴이 다시 어두워졌다.

그럼 뭐가 원인이야, 대체.”

, 짐작 가는 게 하나 있는데 말이야.”

쵸로마츠의 말에 대답하듯 이치마츠가 조심스럽게 손을 들어 올렸다. 자신에게 집중되는 형제들의 시선에 어깨를 오그린 이치마츠가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오소마츠 형이 마신 자양강장제 말이야. 거기 들어가는 재료 중에 드래곤의 숨결이 들어가는데,”

“““그거다!!!”””

이치마츠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쵸로마츠와 카라마츠, 토도마츠가 벌떡 일어나 외쳤다. 갑작스럽게 거실에 울린 형제들의 큰 목소리에 이치마츠가 놀라 펄떡이는 심장을 진정시키는 동안 카라마츠가 짙은 눈썹을 내리고 턱을 쓸었다.

드래곤의 숨결을 채취할 때, 그 드래곤이 드라콜드에 걸렸었다면,”

거기다 오소마츠 형은 카라마츠가 도착하기 전부터 감기 기운이 있었다면.”

그럴 수가 있어?”

카라마츠의 짐작에 쵸로마츠의 추리가 올려지자 토도마츠가 황당한 얼굴로 고개를 기울였다.

그래서 그 드라콜드라는 걸 낫게 하는 약은 있어?”

무거워진 공기를 깨는 이치마츠의 질문에 쵸로마츠가 빙긋- 웃었다. 크게 고개를 끄덕인 쵸로마츠가 품에서 약의 재료를 적은 종이를 꺼냈다.

다비드의 손이랑 불의 눈물은 가게에 있고.”

나도 보여줘!”

쵸로마츠가 펼친 종이를 내려다보던 이치마츠가 불쑥 얼굴을 들이민 토도마츠에게 종이를 건넸다. 단순한 감기와 닮은 탓인지 종이에 적힌 재료들은 몇 가지 없었다. 찬찬히 재료를 살펴보던 토도마츠가 의외라는 얼굴로 종이에서 멀어졌다.

그렇게 구하기 힘든 건 없네? 독당근하고 하늘엉겅퀴는 내가 키우고 있는 거 쓰면 될 것 같고.”

토도마츠의 말에 이치마츠가 반갑게 눈을 깜빡였다. 쵸로마츠는 약을 만들기 위한 재료들을 당장 구할 수 있다는 소식에 이치마츠와 토도마츠를 데리고 집을 나섰다. 셋이 함께 재료를 구해 이치마츠의 가게에서 약을 만들 동안 오소마츠의 간호는 카라마츠와 아직 일어나지 않은 쥬시마츠의 몫이 되었다.

 

 

똑똑, 노크해도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카라마츠는 천천히 문을 열어 오소마츠의 방 안으로 발을 넣었다. 어젯밤 늦게까지 오소마츠 옆을 지킨 쥬시마츠가 침대에 쓰러져 잠들어있는 모습을 본 카라마츠가 쓴웃음을 흘렸다.

쥬시마~?”

, 우응?”

부드러운 카라마츠의 부름에 쥬시마츠가 눈을 떴다. 커다랗게 하품을 하는 쥬시마츠의 머리를 쓰다듬은 카라마츠가 쥬시마츠를 자신의 방으로 돌려보냈다.

침대에서 편히 자고 와라, 쥬시마츠. 형님은 내가 보고 있겠다.”

아이!”

피로가 가득 내려앉은 얼굴로 활짝 웃은 쥬시마츠를 보내고 카라마츠가 한숨과 함께 의자에 앉았다. 밤새 또 기침했는지 오소마츠는 작은 강아지가 되어 있었다.

오소마츠.”

저도 모르게 새어 나온 목소리에 오소마츠의 귀가 움찔댔다. 잠들었으면서 카라마츠의 존재를 알아챘는지 이불 속에서 흔들리는 꼬리를 따라 천이 울렁거렸다.

형제 중 그 누구보다 더 자신의 귀가를 반기는 오소마츠를 닮아 좌우로 너울대는 꼬리에 작은 미소가 떠올랐다.

으음. , 라마츠?”

-. 꽤 귀여운 모습이 되었군, 오소마츠.”

눈을 깜빡이며 아침 햇볕에 적응한 오소마츠가 저를 쓰다듬는 손길에 해죽 웃었다. 자상한 웃음을 나누며 오소마츠를 쓰다듬은 카라마츠가 크게 숨을 내쉬었다.

휴가를 내기 위해서 무리했다고 들었다.”

그야아~, 모처럼 너도 오고 다른 녀석들도 휴가를 썼는데 나만 일하면 억울하잖아~?”

그런가. 그래도 무리하면 브라더-들이 걱정하니까 자제해라.”

네네~.”

-, 어릴 적부터 변하지 않은 장난스러운 웃음을 피운 오소마츠를 따라 카라마츠의 눈꼬리가 부드럽게 휘었다. 무리하지 말라 말은 했지만, 저와 함께 시간을 보내기 위해 오소마츠가 무리한 것이 내심 기뻤다. 집에 올 때마다 매번 크게 자신을 환영해주는 오소마츠가 더 오래 함께 있기 위해 하기 싫은 일을 했다는 사실이 카라마츠의 마음을 포근하게 감쌌다. 오소마츠를 쓰다듬는 자신의 손길을 따라 크게 요동치는 꼬리에 깊은 애정을 느낀다. 행복한 숨을 들이마신 카라마츠가 이불을 다시 끌어 올렸다.

그러니까 더 자주 오라구~. 저번처럼 오랫동안 안 오면 횽아 외로워서 쓰러질지도 모른다?”

하하, 형님이 쓰러지기 전에 빨리 성과를 내서 연구소에서 일할 수 있도록 해야겠군.”

오소마츠의 농담에 타며 잘게 웃은 카라마츠가 아직 열이 남은 오소마츠의 이마를 보듬었다.

이치마츠가 약을 만들러 갔으니까 금방 나을 거다. 너무 브라더-들을 걱정하게 만들지 말라고, 형님.”

나도 아프고 싶어서 아픈 거 아닙니다아~.”

입을 삐죽 내밀고 툴툴대는 오소마츠를 향해 카라마츠가 온화한 미소를 던졌다. 오소마츠를 덮고 있는 이불이 꼬리 움직임에 불쑥불쑥 솟아올랐다.

이 모습은 오소마츠의 본심을 바로 알 수 있어서 좋군.’

새침을 떼며 말해도 오소마츠가 형제들의 걱정에 기뻐하고 있다는 것을 흔들리는 꼬리가 여실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자신에게조차 가장 진실한 속마음은 쉽게 보여주지 않은 오소마츠를 응시하며 옅은 슬픔을 삼킨 카라마츠가 규칙적으로 오소마츠의 가슴을 두드렸다.

자고 일어나면 약이 만들어져 있을 거다.”

. 땡큐-, 카라마츠.”

히힛-’하고 형의 얼굴로 웃는 오소마츠의 눈을 손으로 덮은 카라마츠가 낮고 부드럽게 속삭였다.

잘 자라, 오소마츠.”

 

 

 

 

 

6.

 

하늘이 어두워질 즈음, 쵸로마츠가 이치마츠, 토도마츠와 함께 집에 돌아왔다. 레서 팬더의 모습을 한 오소마츠가 돌아온 쵸로마츠를 보자마자 카라마츠의 품에서 폴짝 뛰어내렸다.

쵸로마츄~!”

저를 향해 달려오는 오소마츠의 작은 몸을 황급히 안아 올린 쵸로마츠가 붕붕 꼬리를 흔드는 오소마츠를 노려보았다.

열 아직 다 안 내렸으면서 뛰지 마! 그러다 쓰러지면 어쩌려고 그래!!”

에에~, 여기서 잔소리하기 있음?”

불만스러운 목소리와 달리 축 늘어진 레서 판다의 귀와 꼬리에 쵸로마츠가 말을 잃었다. 조금 전까지 그렇게 활기차게 흔들리던 꼬리가 힘없이 늘어진 모습에 신음을 삼킨 쵸로마츠가 레서 판다를 안은 팔에 힘을 주었다.

다녀왔어, 오소마츠 형.”

! 어서 와~, 쵸로마츄~!”

그럼 이제 약 먹자.”

헤실 웃는 오소마츠를 고쳐 안은 쵸로마츠가 이치마츠를 향해 몸을 돌렸다. “으히힛!” 하고 음산한 웃음을 깐 이치마츠가 주머니에서 약을 꺼냈다.

? 그거 뭐야?”

오소마츠 형이 먹을 약.”

아니아니아니아니. 약이 보라색인데!? 그리고 이상한 녹색 연기가 새어 나오고 있는데? 이치맛쨩!?”

코르크 마개로 입구를 막았는데도 거실에 알싸하게 퍼지는 약의 독한 향에 오소마츠가 발버둥 치기 시작했다. 쵸로마츠는 예상했다는 듯이 오소마츠를 단단히 붙잡고 이치마츠에게 눈짓했다.

꺄아~~!! 싫어어~~!!”

얼른 약 먹어, 오소마츠 형! 그거 마셔야 더는 변신 안 하고 열도 완전히 내린다고!”

쵸로마츠의 호통에도 오소마츠는 저항을 멈추지 않았다. 오소마츠가 다가오는 이치마츠의 손에 들린 약병을 차버리자 쵸로마츠는 더 참지 않고 오소마츠를 안은 채 강제로 약을 입에 밀어 넣었다.

자아~~. 다 마시라구~?”

, 으으읍~!!!”

입에 약병을 꽂고 발버둥 치는 오소마츠를 토도마츠가 동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우엑!! 맛없어!”

보라색 약을 힘겹게 넘기고 나서야 쵸로마츠에게서 해방된 오소마츠가 헛구역질하며 몸을 일으키자마자 하는 소리와 함께 뽀얀 연기가 오소마츠를 감쌌다.

? 원래대로 돌아왔다!! 이것 봐, 쵸로마ㅊ,”

연기가 옅어지고 만 하루만에 본 자신의 몸을 이리저리 확인한 오소마츠가 환호성을 불렀다. 해맑게 웃은 오소마츠는 말을 다 끝내기도 전에 쵸로마츠에게 들려 형제들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 예상은 했지만.”

눈을 굴리며 붉어진 얼굴을 돌린 토도마츠가 중얼거렸다. “, 그렇군.” 하고 헛기침을 섞은 맞장구를 친 카라마츠가 멋쩍게 머리를 긁으며 소파에서 일어나 주방으로 향했다.

오소마츠 형아, 알몸이었지!”

되새겨주지 않아도 괜찮아, 쥬시마츠.”

쥬시마츠의 한마디에 이치마츠가 푸후~’ 숨을 내쉬며 얼굴을 내렸다.

 

 

10분 정도 후에 오소마츠가 형제들이 모인 주방으로 들어왔다. 이치마츠의 해열제로도 잡지 못했던 미열까지 완전히 사라졌는지 평소와 다름없는 미소로 달라붙는 오소마츠의 모습에 모두가 잔잔한 미소를 올렸다.

토도마츠와 카라마츠가 준비한 저녁 식사를 함께 끝내고 오소마츠의 고집을 따라 형제들이 모여 카드 게임을 시작했다. 언제 아팠냐는 듯이 돈까지 걸고 공격적으로 카드를 뽑는 오소마츠의 모습에 쵸로마츠가 혀를 내둘렀다.

오소마츠 형, 아직 완전히 나은 거 아니거든!? 그렇게 설치다가 다시 열나면 어쩌려고!”

괜찮아~, 괜찮아~.”

쵸로마츠 형, 오늘 정도는 봐줘-.”

응응! 카라마츠 형아, 내일 출발한다고 했으니까!”

오소마츠의 편을 드는 토도마츠와 쥬시마츠의 말에 쵸로마츠가 찡그린 눈썹을 거두었다. 카라마츠가 돌아오고 형제들이 다 함께 보내는 시간을 오소마츠가 얼마나 고대했었는지, 옆에서 줄곧 보아 왔던 쵸로마츠가 제일 잘 알고 있었다. - 한숨을 내쉰 쵸로마츠가 목구멍까지 올라온 잔소리를 삼키고 묵묵히 오소마츠 옆자리를 지켰다.

 

 

푸른 달빛이 가득 들어온 침대 옆으로 의자를 끌어와 앉은 쵸로마츠가 오소마츠를 바라보았다. 고른 숨소리를 내며 평온한 얼굴로 잠든 오소마츠의 머리를 다정하게 쓰다듬은 쵸로마츠가 부드럽게 입꼬리를 올렸다.

또 그렇게 무리해서 아프지 마.”

조용히 속삭인 쵸로마츠가 지난 밤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고 피식- 허탈한 웃음을 흘렸다. 오소마츠가 병에 걸렸다는 것에, 그것도 자신이 모르는 미지의 병에 걸렸다는 것에 얼마나 당황했는지.

항상 어린애같이 웃으며 저를 놀리는 재미에 빠진 오소마츠가 숨 쉬는 것조차 힘들어하며 침대에 죽은 듯이 누워있는 모습에 심장이 바닥으로 떨어지는 것 같은 아찔함을 느꼈다. 카라마츠와 함께 서고에 날아가 밤새도록 미친 듯이 고서들을 뒤지던 자신을 돌아보며 쓴웃음을 떨어뜨린 쵸로마츠가 눈썹 아래로 내려온 오소마츠의 머리칼을 손가락에 걸었다. 매끄러운 머리칼을 비비다가 이마 위로 쓸어 올려준 쵸로마츠가 눈을 내리고 오소마츠의 볼을 손등으로 어루만졌다.

다시는 아프지 마, 오소마츠 형. 그리고 자는 척도 그만하고.”

쭈욱-, 쓰다듬던 볼을 잡아 늘인 쵸로마츠의 말에 오소마츠가 눈을 떴다.

, 아햐(아파)~!”

자는 척하니까 그렇지.”

우우~, 그렇다고 꼬집을 필요는 없지 않아!?”

눈살을 찌푸리고 쵸로마츠에게 잡혀있던 볼을 매만진 오소마츠가 쵸로마츠와 눈을 맞췄다.

그리고 나도 감기 같은 거 걸리고 싶지 않았다구~! 카라마츠도 왔는데 같이 놀지도 못 했고 말이야.”

볼을 퉁퉁 부풀리고 중얼거린 오소마츠의 말에 쵸로마츠가 눈썹을 찡긋거렸다.

하여간 이 망할 장남은.’

가끔 오소마츠가 자기 자신보다 형제들을 우선하는 것이 쵸로마츠는 마음에 들지 않았다.

다시 아프지 않게 주문걸어줘-. 쵸로마츠.”

실실 웃으며 저를 놀리는 오소마츠를 보며 쵸로마츠가 팩 얼굴을 구겼다.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아팠으면서 쌩쌩해지니 또 이 모양이다.

하아~, 하여간 이 망할 장남은.”

크게 한숨을 내쉬고 오소마츠의 머리에 하고 가벼운 주먹을 내린 쵸로마츠가 허리를 굽혔다. 기억도 나지 않을 정도로 어린 시절부터 반복해온 둘만의 주문을 위해 쵸로마츠가 오소마츠의 입술에 살포시 자신의 입술을 겹쳤다.

 

 

 

 

 

7.

 

그럼 조만간 또 돌아오겠다!”

조악하게 개조한 자신의 빗자루에 올라탄 카라마츠가 윙크하며 손가락을 튕겼다. 카라마츠를 배웅하기 위해 일렬로 늘어선 형제들 사이에서 오소마츠 혼자 푸핫!”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이치마츠의 약이 훌륭했던 것인지, 오소마츠의 회복력이 놀라운 것인지, 오소마츠는 완전히 병을 털어내고 카라마츠와 웃음을 주고받았다.

횽아 외로워지기 전에 돌아오라구~?”

아아! 그런데 형님. 쵸로마츠는 어쩌다 그렇게 된 건가?”

오소마츠의 당부에 고개를 끄덕인 카라마츠가 멍청히 오소마츠 팔에 안긴 쵸로마츠를 응시했다. 푹신푹신하고 하얀 털에 뒤덮인 양의 모습으로 얼굴을 구긴 쵸로마츠가 !” 하고 혀를 찼다.

글쎼에~? 어제 나한테 걸어준 주문이 너무 강했던 거 아닐까나~?”

순식간에 얼굴을 붉히고 고개를 돌린 쵸로마츠를 내려다보며 오소마츠가 빙긋 웃었다.

으응~? 주문?”

고개를 기울이고 되묻는 카라마츠에게 오소마츠는 손을 흔들며 별거 아냐~.” 하며 카라마츠의 등을 가볍게 두드렸다.

 

 

하늘 위로 높이 날아오른 카라마츠에게 손을 흔들어 배웅한 오소마츠가 점점 흐려지는 카라마츠를 응시하며 작게 중얼거렸다.

다음엔 다 건강하게 만나서 실컷 놀자.”

 

 

 

 

PS.

 

저번에 오소마츠 형이 마신 약 만들면서 재료를 다 써버렸단 말이지-. 다시 만들려면 좀 걸릴 거야.”

하아!?”

무슨 짓을 했길래 오소마츠 형 감기가 옮은 건지~. 정상인 코스프레해도 속은 응큼하다니까-, 쵸로마츠 형은.”

!?”

세크로스??”

쥬시마츠으!?”






* 여기까지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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