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일간- 이라고 제목은 되어있지만, 딱히 시리즈는 아니므로 전편과 이어지진 않아요ㅎ


* 오래전부터 쓰고 싶어 플롯까지 짜 논 소설이었는데, 이제야 올리네요.. 역시 저의 게으름은...


* 학생마츠입니다. 게다가 육둥이의 학창시절 날조 있습니다ㅎ.



* 그럼 재미있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1.


육쌍둥이의 리더, 마츠노가 장남, 빌어먹을 썩은 정권의 왕 오소마츠, 

왕의 폭정에 참고 참다 한계가 달한 동생들이 폭발하고 말았다. 

단단히 화가 난 동생들은 일제히 오소마츠를 몰아 쏘아붙였다.


“이 망할 장남!!!! 나가 죽어라!!”

“형님, 아니 오소마츠. 정말이지 너란 녀석은… 생각이 있긴 한 건가?”

“히힛, 나보다 더한 쓰레기가 여기 있었네-. 개쓰레기 오소마츠 형.”

“원 아웃, 투 아웃, 쓰리 아웃!! 체인-지!!!!!!”

“진짜 오소마츠 형은 대체 왜 사는 거야? 살 가치 없지 않아??”


동생들의 폭언에 오소마츠가 황당하단 얼굴로 발을 굴렀다. 

잔뜩 화가 난 동생들을 하나하나 노려보며 오소마츠가 “웃기지 마!!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다고!! 그리고 사과 했잖아!!!” 하고 외치자마자,


“““““너 같은 장남 필요 없어!!!!!”””””


하고 동생들이 목소리를 모아 집 안이 떠내려가도록 외쳤다. 

오소마츠도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는지, 동생들을 밀어 제치고 거실을 나왔다. 

거칠게 신발을 신고 현관문을 연 오소마츠가 동생들을 향해 성난 목소리로 외쳤다.


“그래, 나가준다!!! 꺼져주면 될 거 아냐!!!!!”

‘쾅!!!’ 소리가 나도록 거칠게 현관문을 닫은 오소마츠가 후드 주머니에 손을 넣고 걸었다. 

입을 비죽 내밀고 투덜대며 오소마츠가 지갑 안을 확인했다. 

어제 경마에서 다 날린 터라 지갑 안은 텅텅 비어 있었다. 

푹-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며 오소마츠는 집 근처 강둑으로 향했다.


“대체 내가 뭘 그리 잘못했다고! 카라마츠 지갑에서 돈 좀 빌리고, 쵸로마츠 CD 살~짝 밟아서 깨뜨리고, 이치마츠 멸치 맛 좀 보고, 쥬시마츠 야구 글러브 아주 약~간 망가뜨리고, 토도마츠 미팅 좀 망쳤다고 그렇게까지 화 낼 필요 있음?? 장남님을 완전히 무시하고 말이야!! 나도 장남하고 싶지 않았다고! 애초에 육쌍둥이인데 장남이 뭐야! 나도 어리광부리고 예쁨 받는 막내가 훨~~씬 좋았다고!!”

길가에 놓인 빈 깡통을 저 멀리로 차며 화풀이를 하는 오소마츠의 귀에 낯선 남자의 “위험해!!!!” 하는 외침이 들렸다. 

무의식적으로 소리가 난 방향으로 고개를 돌린 오소마츠는 자신의 얼굴을 향해 날아오는 야구공에 눈을 깜빡였다.

무시무시한 속도로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야구공을 주시하며 ‘아, 죽겠네.’ 하고 태평하게 생각을 마친 오소마츠가 머리에 느껴지는 격통에 정신을 잃었다.







2.


“..마츠!!”

“..우응~~”

“오소마츠!! 일어나!!”

귓가에 울리는 익숙한 쵸로마츠의 목소리에 오소마츠가 인상을 쓰며 덮고 있는 이불을 끌어올려 얼굴을 가렸다. 

뜨끈뜨끈하고 포근한 이불 안을 아직 벗어나고 싶지 않은 오소마츠와 이불을 잡아 당기며 오소마츠를 깨우려는 쵸로마츠 사이에 작은 공방이 일어났다. 


“일어~낫!!!!”

큰 외침과 함께 쵸로마츠가 이불을 저 멀리로 들어 올려 던졌다. 

이불이 주는 온기가 순식간에 사라져 오소마츠가 미간을 잔뜩 찌푸리며 겨우 눈을 떴다. 

추위에 팔짱을 끼고 덜덜 떨며 몸을 일으킨 오소마츠가 벽에 걸려있는 시계를 확인했다. 

아침 8시. 방 안은 햇빛으로 환했다. 

평소 점심때까지 자는 오소마츠는 몰려오는 피로에 눈을 비비며 쵸로마츠에게 불평을 쏟아냈다


“뭐야, 쵸로씨.. 왜 이렇게 일찍 깨우는데.. 아직 8시라고? 후아~~암…”

목젖이 다 보일 정도로 입을 쩍 벌리고 하품을 한 오소마츠가 눈가에 맺힌 눈물을 닦아냈다. 

오소마츠 앞에 선 쵸로마츠가 황당하단 얼굴을 하고선 오소마츠의 손을 잡고 일으키며 말했다.


“학교 가야지, 뭔 소리를 하는 거야? 그리고 ‘형’ 안 붙일래?!”

“…응?”

쵸로마츠의 말에 오소마츠가 위화감을 느끼며 곧추섰다. 

분주히 이불을 정리하는 쵸로마츠를 보며 오소마츠가 방금 전 쵸로마츠가 한 말을 되새겼다.


‘..응? 형?? 누가?? 아니, 그 전에 어제 화난 건 다 풀렸나??’

어제 오소마츠에게 불같이 화를 냈던 쵸로마츠와 동생들을 떠올리며 오소마츠가 고개를 기울였다. 

지금까지의 경험상 동생들이 그렇게 화를 내면 적어도 일주일은 화를 풀지 않았다. 

단 하루 만에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행동하는 쵸로마츠가 오소마츠는 도저히 이해되지 않았다. 


‘…어? 교복..?’

쵸로마츠가 갈아입으라고 건넨 검은 가쿠란*에 오소마츠의 머리 위로 물음표가 수없이 떠올랐다. 

*가쿠란 : 일본의 남학생 교복 

그제야 쵸로마츠가 교복차림인 것을 눈치챈 오소마츠가 다시 “…응??” 하고 바람 빠지는 소리를 냈다. 

멀뚱히 교복을 손에 들고 있는 오소마츠를 보며 쵸로마츠가 답답하단 얼굴로 다가와 빨리 갈아입으라 잔소리를 하며 오소마츠의 잠옷을 벗겨주었다. 

혼란스러운 와중에 쵸로마츠의 손길에 몸을 맡긴 오소마츠가 순순히 잠옷을 벗고 쵸로마츠가 입혀주는 교복을 입었다. 

쵸로마츠는 책장에 꽂힌 교과서를 손수 오소마츠의 가방에 넣어주곤, 오소마츠의 손을 잡고 방을 나섰다. 

쵸로마츠를 따라 계단을 내려가 거실에 들어가자, 거실 한 가운데 놓인 테이블엔 남은 동생들이 교복을 입고 앉아있었다.


“..쵸로마츠, 이거 몰래 카메라야? 나 골려 줄려고 준비한 거야?”

도저히 지금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는 오소마츠가 먼저 자리에 앉은 쵸로마츠를 향해 물었다. 

오소마츠의 말에 쵸로마츠를 비롯한 다섯 명의 얼굴이 일제히 굳었다.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 너… 그리고 아까부터 자꾸 ‘형’ 안 붙일래?”

쵸로마츠가 오소마츠에게 자리에 앉으라고 손짓하며 황당하단 말투로 말했다. 

그 옆에 앉아 스마트폰을 만지던 토도마츠가 웃으며 한 말에 오소마츠는 정신이 아득해졌다.


우리 막내가 아직 덜 깼나 보네~”

멍청히 거실 입구에 서서 토도마츠의 충격적인 한 마디를 되씹고 있는 오소마츠를 향해 토도마츠가 의아하단 얼굴로 다시 카운터를 날렸다.


“얼른 이리 와 앉아~ 우리 막내씨~”

절대로 연기로는 보이지 않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토도마츠의 태도에 이끌려 오소마츠가 토도마츠와 쵸로마츠 사이에 앉았다. 

어머니 마츠요가 차려주는 밥상을 가만히 내려다보며 오소마츠가 뭔가를 달관한 얼굴로 납득했다.


‘응. 개그 애니니까 이런 일도 있을 수 있겠지.’

머리 속에서 쵸로마츠가 나타나 “메타 발언 하지 마!!” 하고 태클을 걸었지만, 깡그리 무시한 오소마츠는 젓가락을 들고 김이 모락모락 나는 쌀밥을 입으로 옮기기 시작했다. 

옆에 앉은 쵸로마츠와 맞은편에 앉은 카라마츠가 맛있는 반찬을 오소마츠의 밥그릇에 올려주는 모습에 오소마츠는 속으로 소스라치게 놀라고 말았다.







3. (1일 차)


졸업한 지 얼마 되지는 않았지만, 묘하게 그리움이 느껴지는 아카츠카 고교. 그 교문 앞에 선 오소마츠가 입을 벌리고 학교를 바라보았다. 

설마 이 나이가 되어서 다시 학교를 다니게 될 줄 누가 상상이라도 했을까. 

아무리 납득했다지만, 기가 막힌 상황에, 생각하는 것을 포기한 오소마츠가 형제들을 따라 학교 안으로 들어갔다. 


‘우와~, 그리워라…’

어수선한 복도, 서로 웃고 떠드는 학생들, 학생들의 인사를 받으며 지나가는 선생님들의 광경에 오소마츠가 웃었다. 

너무 낡아 삐걱거리는 나무 복도도 항상 뭔가에 걸려 잘 열리지 않는 문들도 기억에 남아있는 그대로였다. 

학교에 들어와 순식간에 뿔뿔이 흩어진 동생들의 모습을 찾으며 오소마츠가 천천히 복도를 걸었다. 


‘근데 나 지금 몇 학년?’

교복의 칼라에 학년을 나타내는 브로치가 달려있어야 하지만 오소마츠의 교복에는 명찰조차 달려있지 않았다. 

붉은 후드에 검은 가쿠란을 걸친 오소마츠가 어슬렁 어슬렁 복도를 헤매고 있을 때, 갑자기 뒤에서 손을 잡혔다.


“우왓!!”

“아, 놀랐어? 미안.”

뒤를 돌아보자 이치마츠가 미안하단 얼굴로 사과하며 오소마츠의 손을 이끌었다. 


“정말로 아직 덜 깼어? 조회 시작하기 전에 반에 가자…”

쵸로마츠처럼 눈썹을 아래로 늘이고 다정하게 말하는 이치마츠의 모습에 어안이 벙벙한 오소마츠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치마츠에게 이끌려 향한 곳은 2-4반. 

기억에 남아 있는 교실의 모습에 오소마츠가 작게 안심했다. 

고등학교 2학년이면, 이치마츠와 같은 반이었다. 

이치마츠는 교실에 들어가 자신에게 인사를 건네는 반 친구들에게 가볍게 인사한 후, 창가 뒷자리로 걸어갔다. 


“자, 그 상태면 자기 자리도 잊어버렸지?”

피식- 웃으며 오소마츠를 맨 뒷자리에 앉힌 이치마츠가 그 앞자리에 앉았다. 

기억에 남아있는 고교 시절의 이치마츠와는 전혀 다른 모습에 오소마츠는 당황했다. 

자신의 기억에 남아있는 사남(四男) 이치마츠는 항상 구석자리에 앉아 어둠의 오라를 풀풀 풍기며, 반 친구들과 동떨어져 지냈었다. 

그나마 반으로 찾아오는 쥬시마츠나 같은 반이었던 오소마츠 자신과만 대화를 나누었던 아웃사이더. 

그것이 오소마츠의 기억 속에 있는 이치마츠였다. 그런데 이 세계의 이치마츠는 전혀 달랐다. 

반 친구들과 농담을 주고 받을 정도로 친하고, 전혀 어두운 기운을 내지 않았다. 

조금 내성적인 기색을 보이지는 않았지만, 이치마츠의 친구들로 보이는 학우들은 모두 그런 이치마츠를 배려해주고 있었다. 


“응? 왜?”

가만히 이치마츠를 보고 있는 오소마츠의 눈길에 이치마츠가 친구들과의 대화를 멈추고 부드럽게 웃으며 오소마츠에게 물었다. 


“..아니, 아무 것도 아니야…”

전혀 다른 이치마츠의 모습에 아예 머리가 어지러워지기 시작했다. 

어색하게 웃으며 오소마츠가 고개를 돌렸다. 

이치마츠가 오소마츠의 모습에 뭔가를 물으려는 순간 담임이 들어와 조회를 시작했다. 

석연치 않은 얼굴로 이치마츠가 몸을 돌려 교탁을 바라보았다. 

조회가 끝나고 바로 시작된 1교시. 오소마츠는 필사적으로 졸음과 사투를 벌였다.


‘왜! 하필이면! 수학이 1교시이이이~?!!!’

속으로 절규하며 오소마츠가 봐도 이해되지 않는 수식들을 노려보았다. 

선생님은 열심히 뭔가를 설명하며 칠판을 하얗게 채우고 있었지만, 오소마츠는 그 무엇 하나 이해되지 않았다. 

본래 지금 이 시간이라면 백수 오소마츠는 아직 꿈나라에 있을 시간이었다. 

팽팽하게 당겨져 있던 실이 끊기듯, ‘툭’ 하고 인내심이 끊겨버린 오소마츠가 모든 것을 포기하고 책상에 엎드렸다. 

눈을 감고 선생님의 설명을 자장가 삼아 책상에 머리를 괸 오소마츠는 금새 잠의 세계로 빠져들었다.



“..오소마츠.”

어깨를 흔들며 깨우는 이치마츠의 목소리에 오소마츠가 겨우 고개를 들었다. 

뺨에 붙은 수학 교과서의 페이지가 시원스레 지익- 소리를 내며 찢어졌다. 

입가에 묻은 침을 닦으며 오소마츠가 뺨에 붙은 교과서를 떼어내자 이치마츠가 “풋!” 하고 입을 가리고 웃었다. 

어지간히도 오소마츠의 모습이 웃겼는지 아예 몸을 굽히고 끅끅대며 웃는 이치마츠를 오소마츠가 볼을 부풀리고 흘겨보았다. 


“다음 시간, 국어야.”

겨우 웃음을 멈춘 이치마츠가 눈가에 희미하게 맺힌 눈물을 닦아내며 말했다. 

고개를 끄덕인 오소마츠가 가방에서 국어 교과서를 꺼냈다. 

학교를 다니던 시절, 한번도 스스로 가방을 챙긴 적 없는 오소마츠는 항상 학교 책상의 서랍에 모든 교과서를 두고 다녔다.

그런데 이 세계에서는 아침에 쵸로마츠가 챙겨준 교과서가 반듯하게 가방에 들어가 있었다. 

오소마츠는 가방을 내려다보며 황당하단 웃음을 흘렸다.



그 이후로도 이치마츠의 돌봄은 멈추지 않았다. 

국어 시간에 오소마츠가 걸렸을 때는 작게 읽어야 할 부분을 알려주고, 교실을 이동해야 할 때는 오소마츠의 짐을 들고 오소마츠의 손을 잡고 함께 이동했다. 

일일이 막내인 자신을 챙기는 이치마츠의 ‘형’의 면모가 오소마츠는 당황스러우면서도 어딘가 대견했다. 

항상 자신은 쓰레기니, 살 가치가 없다느니 중얼거리며 우울해하는 이치마츠와 달리 살갑게 사람을 대하며 동생까지 착실히 챙기는 성실한 모습이 은근히 기뻤다. 

이치마츠의 그런 기특한 모습이 더 보고 싶어진 오소마츠는 아예 이치마츠에게 어리광을 부렸다. 

상냥하게 웃으며 오소마츠의 어리광을 받아주는 이치마츠의 모습에 오소마츠도 기쁘게 웃었다.







4.


점심시간을 알리는 종이 울리자마자 오소마츠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고등학교 3년간, 유일한 즐거움이었던 점심시간! 

눈을 반짝이며 가방에서 도시락을 꺼내 옥상으로 올려가려던 오소마츠의 어깨를 이치마츠가 두드렸다. 

오소마츠와 마찬가지로 도시락을 챙기고 옥상으로 올라가려던 이치마츠가 오소마츠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나는 잠깐 들릴 데가 있으니까 먼저 옥상에 올라가서 형들이랑 밥 먹고 있어.”

말을 마치고 옥상으로 올라가는 계단의 반대편 복도로 걸어가는 이치마츠의 등을 가만히 바라본 오소마츠가 발을 옮겨 조용히 이치마츠의 뒤를 따랐다.



“왜 따라왔어?”

“그냥~”

당황스러워하는 얼굴로 묻는 이치마츠를 향해 오소마츠가 무방비하게 웃으며 검지로 코 밑을 문질렀다. 

몰려든 고양이들에게 밥을 다 챙겨준 이치마츠가 손을 탁탁 털며 일어났다.

줄무늬 모양의 털을 가진 고양이, 새하얀 고양이, 삼색 고양이 등등 많은 고양이들이 학교의 뒤뜰에서 이치마츠가 챙겨준 밥을 먹고 있었다. 

모두 길고양이인지 때묻은 털빛은 탁했고, 꼬리가 잘린 고양이도 있었다. 

자신의 발치에서 밥을 다 먹고 느긋하게 누워있는 고양이를 쓰다듬으며 오소마츠가 이치마츠에게 물었다.


“이렇게 매일 밥 챙겨주는 거야?”

“어? 아, 응…”

쑥스러운지 고개를 돌리고 작게 대답을 하는 이치마츠의 모습이 기특하고 귀여워서 오소마츠는 저도 모르게 이치마츠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오소마츠의 손길에 놀란 얼굴로 이치마츠가 눈을 똥그랗게 뜨고 오소마츠를 바라보았다. 


“착하네- 우리 이치마츄는~~”

싱글벙글, 정말로 기쁜 얼굴로 웃는 오소마츠의 모습에 이치마츠는 형의 머리를 쓰다듬는 동생에게 저항도 하지 못한 채, 그저 얼굴을 붉혔다. 

막내인 오소마츠에게 머리를 쓰다듬어 준 적은 많아도 쓰다듬을 받은 적은 없었다. 

오소마츠는 묘하게 익숙한 손길로 이치마츠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상냥한 손길에 편안한 기분이 들어 이치마츠는 눈을 감고 오소마츠의 손길을 만끽했다. 

‘고양이가 이런 기분일까?’ 하고 멍하니 생각하며 안정된 한숨을 흘린 이치마츠의 귓가에 날카로운 고양이의 비명소리가 들렸다.


“어이어이, 누가 멋대로 밥을 줘도 된다고 했어?”

한눈에 봐도 불량배로 보이는 양아치무리가 오소마츠와 이치마츠의 앞에 섰다. 

퉷! 하고 화단에 침을 뱉으며 다가온 불량배 한 명이 이치마츠의 눈 앞에 얼굴을 들이밀었다.


“이 몸은 고양이가 겁~~나게 싫거든? 내 눈앞에 이딴 것들 좀 데려오지 말라고!!!” 

“꺄옹!!”

얌전히 밥을 먹고 있는 고양이의 배를 차며 양아치가 험악한 얼굴로 이치마츠의 멱살을 잡았다. 

발에 치인 고양이는 비틀거리며 간신히 일어나 이치마츠를 위협하는 양아치를 향해 거세게 울었다. 

고양이의 울음소리에 미간을 찌푸린 양아치가 다시 고양이를 향해 발을 들어올린 순간이었다.


“뺘샤~!!!!”

오소마츠의 날라차기는 양아치의 명치에 적중해, 양아치는 배를 붙잡고 헛구역질을 하며 땅에 뒹굴었다. 

양아치를 한 방에 날려버리고 이치마츠의 앞에 서서 이치마츠를 지키려는 오소마츠를 이치마츠가 믿겨지지 않는다는 얼굴로 쳐다보았다. 


“우리 착한 이치마츄~한테 괜히 시비 걸지 말고 좀 꺼져주시겠어요?? 아, 꺼지기 전에 고양이한테도 사과 부탁드림돠~”

평소와 다름없이 싱글싱글 웃으며 내뱉는 오소마츠의 목소리는 말투와 달리 낮고 차가웠다. 

발차기 한 방에 쓰러진 동료에 당황한 불량배들은 잠시 우왕좌왕하더니 오소마츠를 노려보며 한 발자국씩 가까이 다가왔다.


“어라라~, 사과할 마음이 없으신 것 같네요~?”

입꼬리를 올리며 마치 이 상황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앞으로 나선 오소마츠를 이치마츠가 막아섰다.


“헷?”

다른 때였다면 얌전히 “쓰레기는 물러나겠습니다-.” 하고 얄미운 소리를 하며 오소마츠의 뒤에 있어야 할 이치마츠가 오소마츠의 앞에 서서 날아오는 불량배의 주먹을 막았다. 

특유의 날랜 몸놀림으로 불량배의 주먹을 피해 이치마츠가 주먹을 날렸다. 

인간의 급소 중 하나인 턱에 이치마츠의 주먹을 정통으로 맞은 불량배는 그대로 기절해 큰 소리를 내며 쓰러졌다. 

단 한방. 

단 한방을 맞고 쓰러진 두 명의 동료들에 불량배들이 슬금슬금 뒷걸음치기 시작했다.


“아! 있다!!”

불량배의 뒤쪽에서 들려오는 기운찬 목소리. 이치마츠의 얼굴이 순식간에 밝아지며 손을 흔들며 목소리의 주인을 불렀다.


“쥬시마츠 형!!!”

“아이아이!!! 지금 갈께!!”

이치마츠에게 손을 흔들어 화답한 쥬시마츠가 싱긋 웃으며 손에 들고 있던 배트를 고쳐 잡았다. 


“원 스트라익!!”

“쿠헉!!”

“투 스트라익!!”

“으악!!”

“쓰리 스트라익! 아웃-!!!”

“크아악!!”

정체불명의 야구 용어를 외치며 무자비하게 배트를 휘두른 쥬시마츠의 손에 불량배 세 명은 순식간에 정리되었다. 

신음을 내며 바닥에 쓰러진 다섯 명의 불량배들을 밟고 쥬시마츠가 이치마츠와 오소마츠에게 다가왔다.


“밥 먹으러 가자!”

밝게 웃으며 이치마츠와 오소마츠의 머리를 쓰다듬는 쥬시마츠의 모습에 오소마츠는 ‘지금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냐…’ 하고 자문했다. 

오소마츠와 이치마츠의 손을 잡고 걸음을 옮기려는 쥬시마츠의 앞에 우르르 남은 세 명의 형제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오, 오소마츠으으으!? 괜찮은 건가?!!”

호들갑을 떨며 불량배들을 밟고 뛰어온 카라마츠가 오소마츠의 얼굴과 몸을 이리저리 살폈다. 

더듬거리며 몸을 확인하는 카라마츠의 손길이 간지러웠는지 “푸핫! 괘, 괜찮아!! 그, 그만! 큭큭” 하고 오소마츠가 웃었다. 

천진난만하게 웃는 오소마츠의 얼굴에 안심했는지 “휴-“ 하고 한숨을 내쉰 카라마츠가 다정하게 웃었다. 


“하여간에 너는 하루라도 사고를 안치면 몸이 근질근질하냐?”

‘딱!’ 하고 오소마츠의 머리에 꿀밤을 먹인 쵸로마츠가 허리에 손을 얻고 잔소리를 했다. 

길어지는 쵸로마츠의 잔소리에 오소마츠가 귀를 막고 고개를 돌리며 “아, 눼- 눼.” 하고 대답했다. 

당연히, 오소마츠의 머리에는 혹이 하나 더 생겼다. 

동생들의 모습을 웃는 얼굴로 바라보고 있던 토도마츠가 쓰러져있는 불량배들에게 다가갔다.


“있잖아- 한번만 더 우리 동생들을 건드리면… 너네 비밀 온 학교에 퍼뜨릴 테니까-“

소근소근 작은 목소리로 귓가에 속삭이는 토도마츠의 말에 불량배들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거세게 고개를 끄덕인 불량배들에게 토도마츠가 웃으며 “그럼 우린 갈게-“ 하고 말하고 몸을 돌려 동생들을 향해 다가왔다. 

우연히 토도마츠와 가장 가까이에 있어 토도마츠가 하는 말을 들은 오소마츠가 속으로 불량배들을 진심으로 동정했다. 

드라이 몬스터 토도마츠는 항상 막내라는 자신의 포지션을 이용해 형들의 약점을 잡아 그것을 빌미로 이것저것 요구하는 것이 특기였다. 

게다가 상황을 항상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유도하고, 자신에게 이득이 되는 사람은 살살 구슬려 반드시 자신의 편으로 만들었다. 

인심장악술의 토도마츠! 쵸로마츠가 붙인 토도마츠의 별명이었다. 


‘뭐, 요즘엔 대체로 “톳티-“라고 불리지만…’

앞서 걸어가는 토도마츠를 보며 ‘막내 토도마츠’를 떠올린 오소마츠가 쓰게 웃었다. 

무슨 연유로 이 세계로 넘어온 것인지는 몰라도, 이곳에서의 ‘막내’는 토도마츠가 아니라 자신이었다. 

방금 전, 이치마츠가 오소마츠를 지켜주려고 했던 것도 오소마츠가 ‘막내’이기 때문일 것이다. 


‘역시 장남보다 막내가 훨~씬 좋잖아.’

깍지 낀 손을 뒤로 넘기며 오소마츠가 작게 한탄했다. 




맑은 하늘 아래, 똑같은 얼굴이 여섯, 그리고 똑같은 도시락이 또 여섯. 

함께 옥상에 앉아 도시락을 먹으며 대화를 나누던 중, 토도마츠가 오소마츠에게 물었다.


“그런데 대체 왜 뒷뜰에 있었어? 바로 옥상으로 안 오고.”

“아-, 고양이 밥 주느라.”

“후응~”

“이치마츠가 고양이를 지켜줬어! 엄청 멋있었어! 그치? 이치마츄~”

“헷?! 아니, 나는…”

오소마츠가 웃으며 칭찬하고, 그 어깨에 기대가 이치마츠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식은땀을 흘리며 어쩔 줄 몰라 하는 이치마츠의 모습에 오소마츠가 기쁘게 웃었다. 


“엣! 그랬어!? 이치마츠 대단하잖아!! 우리 중에서는 약한 편인데.”

토도마츠가 계란말이를 입으로 옮기며 말했다. 

토도마츠의 말에 오소마츠가 고개를 갸웃했다. 

자신의 기억에 남아있는 이치마츠도 그렇고, 아까 본 이치마츠도 그렇고 결코 약한 편은 아니었다. 

오히려 순식간에 턱에 주먹을 날려 상대를 기절시키는 실력은 수준급에 해당했다. 

육둥이 중, 학창시절 가장 싸움을 많이 했던 오소마츠는 알 수 있었다. 순수한 호기심으로 토도마츠에게 오소마츠가 물었다.


“그럼 우리 중에 누가 제일 강하고, 누가 제일 약해?”

“에? 그거 네가 물어보는 거야?”

토도마츠가 웃으며 오소마츠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뭔가 윗사람이 아랫사람을 대하는 것 같은 토도마츠에 약간 기분이 나빴지만, 내색하지 않고 오소마츠가 다시 물었다.


“그래서, 누가 제일 강한데?”

“그야-, 토도마츠 형이지.”

오소마츠의 맞은편에 앉아있던 쵸로마츠가 토도마츠 대신 대답했다. 

쵸로마츠의 대답에 오소마츠는 적잖이 놀랄 수 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토도마츠는 학창시절 항상 여자아이들과 놀러다니며 싸움은 제일 약했던 막내였다. 

놀란 오소마츠가 “그래?” 하고 되묻자, 모두 당연하단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리 봐도 옆에 앉아있는 토도마츠는 호리호리하니 약해 보였다. 

그런데도 모두 아무런 의심도 하지 않고 토도마츠가 제일 강하다고 말해와 오소마츠는 혼란스러웠다. 


“그럼 제일 약한 사람은?”

“”“““너잖아!!”””””

일동이 합심해 외쳤다. 

오소마츠를 제외하고 모두 한 목소리로 외쳐오는 것에 오소마츠는 다시 당황했다.


‘내가 제일 약하다고?! 이 카리스마 레전드님이?!!?!’

도저히 믿겨지지 않는 현실에 오소마츠가 쥐고 있던 젓가락을 떨어뜨렸다. 

눈에 띄게 동요하는 오소마츠를 카라마츠가 “오소마츠, 괜찮은가?” 하고 걱정했지만, 카라마츠의 목소리는 오소마츠의 귀에 닿지 못했다.




“겨우 끝났~다!!!!”

종례가 끝나고 오소마츠가 기지개를 펴서 탄식했다. 

대체 무슨 죄가 있다고 지루한 고등학교 수업을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들어야 하는지… 

푹 한숨을 쉬는 오소마츠 앞에 이치마츠가 섰다.


“가자.”

너무나 자연스럽게 오소마츠의 가방을 챙겨 들고 이치마츠가 오소마츠의 손을 잡았다. 

반나절 동안 이치마츠의 스킨쉽에는 익숙해졌지만, 여전히 자신이 막내라는 사실이 도저히 받아들여지지 않는 오소마츠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교실을 나가려는 순간, 커다란 발소리를 복도 가득 울리며 쥬시마츠가 나타났다.


“렛츠 고 홈!!”

“쥬시마츠 형, 부탁이니까 카라마츠 따라 하지 마…”

아예 카라마츠의 목소리까지 따라 해 외치는 쥬시마츠에게 이치마츠가 작게 부탁했다. 

쥬시마츠는 활기차게 웃으며 “옷케-!!” 하고 대답했다. 

이치마츠가 머리를 감싸며 “그러니까…따라 하지 말라고…” 하고 주저앉은 것은 당연했다. 

귀여운 동생들의 모습을 오소마츠가 바라보고 있는데, 교실 안으로 또 다른 형제가 들어왔다.


““오소마츠.””

동시에 오소마츠를 부른 카라마츠와 쵸로마츠가 서로를 견제하듯 노려보며 다가왔다. 

오소마츠가 가방도 메지 않은 두 사람을 보며 물었다.


“응? 가방은?”

“오늘은 부활(부활동)이 있다…”

“나는 학생회…”

“아… 잘 갔다 와~”

침울한 얼굴로 한숨 쉬듯 내뱉은 카라마츠와 쵸로마츠가 오소마츠를 보며 빙그레 웃고는 오소마츠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이따 집에서 보자. 오소마츠.”

“괜히 딴 길로 새지 말고 바로 집으로 가!”

정말로 오소마츠와 함께 돌아가지 못하는 것이 슬픈지 비통한 얼굴로 오소마츠에게 잘 가라는 인사를 건넨 카라마츠가 눈물을 머금고 교실을 나섰다. 

쵸로마츠도 다시 한 번 오소마츠에게 얌전히 집으로 가라는 잔소리를 하고는 교실을 빠져 나갔다. 

교실을 나간 두 사람과 교체하듯 이치마츠와 쥬시마츠가 다가와 오소마츠의 손을 한 쪽씩 잡고 말했다.


““가자.””

다정하게 웃으며 오소마츠를 부드럽게 끌어당기는 두 사람의 손길에 오소마츠가 피식- 웃으며 뒤를 따라 걸었다. 



남자 고등학생 셋이서 나란히 손을 잡고 걸어가는 광경은 과연 유쾌하지 않았다. 

즐겁게 콧노래까지 흥얼거리며 오소마츠와 잡은 손을 흔드는 쥬시마츠와 조용히 오소마츠의 손을 놓칠세라 꼬옥- 붙잡고 걷는 이치마츠를 보며 오소마츠가 몰려오는 혼란에 눈을 감았다.


‘응? 어라? 애초에 막내가 이런 거였나…? 토도마츠가 막내였을 때는 이렇지 않았는데..??’

아침부터 느낀 위화감은 오소마츠가 막내라는 사실만은 아니었다. 

토도마츠와 막내였을 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다섯 명의 ‘형’들은 ‘막내’인 오소마츠를 아꼈다. 

너무 아끼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대체 무슨 차이가..?’

토도마츠가 막내였을 때를 필사적으로 떠올리며 지금과 무슨 차이가 있는지 생각하던 오소마츠가 공복감을 느끼고 걸음을 멈추었다. 

평소 잘 사용하지도 않던 머리를 너무 굴렸는지 혈당이 떨어져 머리가 아팠다. 

주변을 두리번거리다 편의점을 발견한 오소마츠가 이치마츠와 쥬시마츠에게 말했다.


“나, 잠깐 고기만두 좀 사고 올게!”

말을 마친 오소마츠가 이치마츠와 쥬시마츠의 손을 놓으려는데, 이치마츠가 눈썹을 찌푸리며 오소마츠의 손을 더 꽉 잡았다. 

이치마츠의 행동에 머리에 물음표를 띄우고 오소마츠가 손을 흔들었다.


“어… 이치마츄? 나 잠깐 편의점…”

“같이 가. 항상 같이 갔잖아.”

“..헤?”

말을 마친 이치마츠가 앞장서서 편의점을 향해 걸어갔다. 

쥬시마츠도 오소마츠와 잡고 있는 손을 놓지 않은 채, 이치마츠를 따라 걸었다. 

오소마츠도 할 수 없이 둘을 따라 편의점으로 걸어가며 다시 한 번 ‘막내’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 고찰했다.



“150엔입니다.”

편의점 점원 언니의 낭랑한 목소리에 오소마츠가 웃으며 주머니를 뒤적거렸다. 

분명 아침에 지갑에서 200엔 정도를 꺼내 주머니에 넣었었다. 

주머니를 뒤적거리고 있는데, 뒤에 서 있던 쥬시마츠가 150엔을 내밀었다. 


“감사합니다.”

쥬시마츠의 돈을 받은 점원 언니가 웃으며 따끈따끈한 고기만두를 내밀었다. 

고기만두를 받아 들고 편의점을 나온 오소마츠가 쥬시마츠를 보며 말했다.


“내 돈으로 사려고 했는데…”

“? 항상 형아가 사 주잖아?”

쥬시마츠가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다. 

오소마츠는 다시 한번 ‘에-, 막내가 이랬나?????’ 하고 자문했다. 

오소마츠가 고기만두를 들고 있어 손을 잇지는 못했지만, 셋은 나란히 걸으며 고기만두를 나눠먹었다. 

행복하단 얼굴로 오소마츠가 나눠준 고기만두를 먹는 쥬시마츠와 이치마츠의 모습에 오소마츠는 ‘막내가 좋긴 하구나…’ 하고 생각하며 웃었다.




육둥이가 모두 집에 돌아와 저녁식사를 하면서 오소마츠는 겨우 오늘 깨달은 사실들을 정리할 수 있었다. 

먼저, 오소마츠 자신은 ‘막내’라는 사실이었다. 

항상 오소마츠에게는 쌀쌀맞았던 차남 카라마츠는 바로 아래 동생인 오소마츠를 심하게 챙겼다. 

‘너 누구냐?!’ 하고 생각할 정도로 일일이 오소마츠를 챙겨주는 카라마츠의 모습에 오소마츠는 뭐라 말할 수 없는 기분이 들었다. 

쵸로마츠도 어린 시절의 파트너이기도 하고, 막내인 오소마츠를 아꼈다. 

어린 시절처럼, 오소마츠’형’이 아닌 ‘오소마츠’로 불리는 것이 기쁘면서도, 형제들의 보살핌이 어쩐지 간질간질했다. 

오소마츠가 막내가 되면서 자동적으로 형제의 순서는 반대가 되어 있었다. 

토도마츠가 장남, 쥬시마츠가 차남, 이치마츠가 삼남… 


그에 따라 형제들 간의 관계에도 엄청난 변화가 있었다. 

항상 약삭빠르고 형들에게 어리광 부렸던 토도마츠는 장남이라는 포지션을 아주 잘~ 이용하고 있었다. 

물 떠와라, 리모콘 가져와라, 장남 명령이다, 하며 가만히 앉아 동생들을 시키는 토도마츠를 보며 오소마츠는 혹 자신도 저런 모습이지 않았나 조금 반성했다. 

쥬시마츠는 그다지 변화는 없었지만, 이치마츠와 쵸로마츠를 챙기는 등 ‘형’으로서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이치마츠였다. 

항상 카라마츠를 차고, 때리고 했었으면서, ‘형’이 된 이 세계에서는 카라마츠를 오소마츠만큼이나 아꼈다. 

카라마츠도 이치마츠를 무서워하지 않고 스스럼없이 다가가 이치마츠가 품에 안고 있는 고양이를 안아봐도 되냐고 어리광을 부렸다. 

‘형’이 된 동생들이 다소 의젓해진 모습을 보였다면, 카라마츠와 쵸로마츠는 ‘동생’이 되고 응석이 늘어났다. 

이치마츠에게 고양이를 만지게 해달라고 조르고, 엄마에게 저녁식사에는 무슨 반찬을 해달라 응석을 부렸다. 


“내일 같이 가줘~”

“음~, 내일은 여자애들이랑 같이 새로 생긴 카페에 가기로 했는데~”

“나, 오랜만에 학생회 쉬는 거란 말이야! 같이 가줘~ 혼자 가기 싫다고~”

“우리 쵸로마츠는 혼자서는 서점도 못가요~?”

“외롭다고!!”

“아, 알겠어. 같이 가줄게.”

“정말로?! 만세!!”

눈 앞에서 토도마츠의 팔을 잡고 흔들며 함께 서점을 가달라고 조르는 쵸로마츠를 보며 오소마츠가 헛웃음을 흘렸다. 

아예 딴 사람이 되어버린 동생들을 보며 오소마츠는 황당하면서도 신기했다. 

순서가 바뀐 것만으로 사람의 인격이 이렇게나 변할 수 있는 건가 되물으며 오소마츠는 모처럼 막내가 된 지금을 즐기기로 했다. 





* 오소마츠가 막내가 된다면, 분명 형들에게 엄청 예쁨받지 않을까요? 


* 오소른이라고 생각하고 썼는데 어째 이치마츠의 분량이 많습니다ㅎㅎ..


* 하편도 재미있게 읽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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