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편입니다. 


* 오소른인데 이치마츠가 분발해주었습니다... 거의 이치오소 삘이네요..


* 학생마츠 + 육둥이의 학창시절 날조 있습니다.



* 재미있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5. (2일 차)


모두가 사용하는 교실이라지만, 교사들도 사용하는데 왜 청소는 학생들이 해야 하는가… 

청소당번을 땡땡이치고 뒤뜰을 걸으며 오소마츠가 중얼거렸다. 

수업은 그나마 어찌어찌 참을 수 있어도, 청소까지는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두 번째 고교생활. 귀찮은 것도 정도가 있는 것이다. 

어슬렁거리며 청소가 끝날 때까지 시간을 때울 방법을 찾아 두리번거리던 오소마츠의 시야에 푸른 후드가 잡혔다.


“카라마츠~”

경쾌하게 땅을 울리며 뛰어가자 쓰레기통을 들고 소각장으로 가던 카라마츠가 걸음을 멈추고 오소마츠를 불렀다. 


“오소마츠? 오늘 청소 당번이지 않았나?”

“응? 그랬던가? 카라마츠도 청소?”

“아아, 이것만 버리면 끝난다.”

다시 걸음을 옮기는 카라마츠를 따라 오소마츠가 함께 걸었다. 

자신보다 동생인 오소마츠에게 지극히 상냥한 카라마츠는 오소마츠가 청소 당번을 땡땡이치고 있다는 것을 눈치채도 나무라지 않았다.

제 옆에 찰싹 달라붙어 장난스럽게 웃는 오소마츠를 보며 기쁜 미소를 지은 카라마츠가 쓰레기통에 든 쓰레기를 소각장에 부었다. 

한결 가벼워진 쓰레기통을 한 손에 들고 오소마츠에게 “가자.” 고 불렀지만, 오소마츠의 시선은 카라마츠의 건너편에 있었다. 


“오소마츠?”

오소마츠를 부르며 오소마츠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린 카라마츠가 인상을 구겼다. 

어제 이치마츠에게 시비를 걸었던 패거리가 소각장 구석에 앉아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소각장 근처에서 담배를 피는 것은 위험하다고 분명 선생님들도 주의했던 일인데…’

눈을 흘기며 카라마츠가 한숨을 쉬고 오소마츠의 손을 잡아 끌었다. 

저런 건 무시하는 것이 제일이라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었다. 

오소마츠도 불만스러운 얼굴을 했지만, 순순히 카라마츠를 따라 몸을 돌렸다.


“..어이, 뭘 그리 꼬나보냐?”


‘아차…’

카라마츠가 혀를 차며 우르르 다가오는 인기척에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어제 쥬시마츠에게 맞은 5명에 4명이 더 있었다. 

총 9명의 양아치가 순식간에 오소마츠와 카라마츠를 둘러쌌다. 

노골적으로 험악한 분위기를 뿜어내는 불량배의 무리에 카라마츠가 몸을 움츠렸다. 

자신은 여섯 명의 형제 중 약한 편에 속했다. 

힘은 셌지만, 형들에 비해 압도적으로 싸움 경험이 모자랐다. 

어느정도의 세기로 사람을 때려야 하는지 알지 못해 싸움이라도 했다 하면 카라마츠는 항상 제일 먼저 두들겨 맞는 편이었다. 

그런 자신의 앞에 9명의 불량배는 난이도가 너무 높았다. 

게다가 옆에는 육쌍둥이 최약체, 막내 오소마츠가 있는 것이다. 

현 상황으로는 자신의 몸을 지키는 것도 벅찬 카라마츠는 간절히 누군가가 오기를 빌었다. 




“…”

어쩜 양아치들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는지.. 

오소마츠가 작게 혀를 차며, 눈 앞에 서 있는 카라마츠를 바라보았다. 

막내인 오소마츠를 보호하려 팔을 뻗고 양아치들의 매서운 눈빛을 받고 있는 카라마츠의 손과 다리가 조금씩 떨리고 있었다. 

차남 카라마츠는 자신의 장점인 완력을 효율적으로 사용해, 오소마츠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싸울 수 있을 정도로 강했는데. 

아무래도 이곳의 오남 카라마츠는 싸움 경험도 별로 없는 약체라는 것을 오소마츠는 알 수 있었다. 

잔뜩 긴장한 얼굴로, 그래도 나름 ‘형’이라고 오소마츠의 앞에 서 있는 모습이 대견했다. 


‘이거, 내가 나서야겠네-‘

작게 한숨을 내쉰 오소마츠가 도발적으로 웃으며 양아치들의 리더로 보이는 모히칸 머리에게 말을 걸었다. 


“어제 고양이들한테 사과 안 한 선배네-“

“오, 오소마아츠?!”

양아치들의 얼굴이 더욱 험악해짐과 동시에 당황한 얼굴의 카라마츠가 고개를 돌려 오소마츠를 바라보았다. 

안심하라는 뜻을 담아 빙긋 미소를 지은 오소마츠가 카라마츠를 제치고 나와 모히칸 머리의 앞에 섰다.


“뭐, 해보자고?”

가소롭다는 듯 웃으며 오소마츠의 어깨를 건드리는 모히칸 머리를 보며 오소마츠가 작게 혀를 내둘렀다.


‘그러니까-, 그런 말은 사망 플래그라고?’

모히칸 머리의 미래를 잘 알고 있는 오소마츠가 연민의 눈으로 모히칸 머리를 바라보며 웃었다.


“그래, 함 해보자. 새끼야..”

말을 끝냄과 동시에 오소마츠가 모히칸 머리의 명치에 주먹을 박고, 땅을 박차고 날아올라 몸을 굽히고 있는 모히칸 머리의 정수리에 다리를 꽂았다. 

가벼운 뇌진탕을 일으킬 수 있는 위력에 모히칸 머리는 그대로 땅에 머리를 처박고 쓰러졌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에 당황한 양아치들의 적의에 가득 찬 눈이 일제히 오소마츠에게 박혔다. 

즐겁게 웃으며 손을 까딱여 ‘와 봐.’ 하고 중얼거린 오소마츠를 향해 8명의 양아치들이 일제히 달려들었다. 

그 뒤는 오소마츠가 예상한대로. 과거 ‘붉은 오니(귀신)’이라고 불렸을 정도로 강했던 오소마츠는 이성을 잃고 달려든 양아치들을 가볍게 제압했다. 

날아드는 주먹과 발을 요리조리 피하며 정확하게 인간의 급소만을 가격했다. 

오소마츠의 일격은 맞은 양아치들을 풀썩풀썩 바닥에 쓰러졌고, 싸움이 끝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오, 소마, 츠…?”

쓰러진 양아치들의 사이에서 태연한 얼굴로 팡팡 교복에 묻은 먼지를 털어내는 오소마츠를 향해 카라마츠가 다가왔다. 

대체 무슨 상황인지 알 수 없다는 멍청한 얼굴로 다가온 카라마츠를 본 오소마츠가 “푸힛!! 너 그 얼굴 뭐야!!” 하고 웃었다. 

자신은 상처 하나 입지 않고 순식간에 9명을 때려 눕힌 오소마츠가 카라마츠는 도저히 믿겨지지 않았다. 

항상 집에서나 학교에서나 형들에게 예쁨 받고, 어리광 부리는 막내의 모습만 보아왔던 것이다. 

형제들 사이에서도 최약체로 여겨지는 오소마츠가 설마 양아치를 때려눕힐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던 카라마츠를 보며 오소마츠가 수줍에 웃었다. 

검지로 코 밑을 문지르며 오소마츠가 카라마츠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너, 연극부잖아. 괜히 싸움했다가 짤리면 안 되잖아~? 그래서 이 오소마츠님이 나서준 거쥐~!!”

“오, 오소마츠으으으”

금새 눈물을 글썽이는 카라마츠의 머리를 쓰다듬고는 오소마츠가 버려져 있던 빈 쓰레기통을 들었다. 


“자, 갑시당~”

한 손엔 쓰레기통, 한 손엔 카라마츠의 손을 잡고 오소마츠가 앞서 걸었다. 

카라마츠가 감동한 얼굴로 오소마츠의 뒤를 따라 걸으며 눈을 반짝이는 것을 오소마츠를 눈치채지 못했다.



“오소마츠, 함께 돌아가자.”

종례가 끝나고 자리에서 일어선 오소마츠에게 걸어온 카라마츠가 손을 내밀었다. 

멍하니 카라마츠의 손을 보던 오소마츠에게 카라마츠가 웃으며 말을 이었다.


“오늘은 이치마츠 형도, 쥬시마츠 형도 뭔가 일이 있다고 해서.”

“어? 카라마츠, 오늘 부활은?”

“오늘은 쉬는 날이다.”

“그래? 그럼 같이 가자~”

빙긋 웃으며 오소마츠가 망설임 없이 카라마츠가 내민 손을 마주 잡았다.  

이젠 어느 정도 손을 잡고 걷는 것도 어느 정도 익숙해진 자신에게 헛웃음을 흘리며 오소마츠가 가방을 멨다. 



“오소마츠, 고마워…”

“어? 뭐가?”

카라마츠의 감사에 오소마츠가 고개를 갸웃했다. 

석양에 비쳐 그늘진 카라마츠의 얼굴이 잘 보이지 않았다. 

한 걸음 앞으로 내디뎌 카라마츠의 앞으로 걸어간 오소마츠가 가만히 카라마츠의 얼굴을 살폈다. 

붉은 석양을 머금은 카라마츠의 얼굴이 살짝 붉었다.


“이렇게 약한 ‘형’을 지켜줘서 고마워.”

“…”

기쁜 것 같으면서도 슬퍼 보이는 카라마츠의 미소에 오소마츠가 숨을 들이마셨다. 


‘왜 그런 얼굴…’

어쩌면 ‘형’으로서 오소마츠를 지키고 싶었던 카라마츠의 마음을 무시한 것일까, 괜한 짓을 했나 반성하며 오소마츠가 손을 뻗어 카라마츠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카라마츠는 훌륭한 형이야? 그런 형이니까 나도 지키고 싶었어.”

진심을 담아 은은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오소마츠의 마음이 전해진 것인지 카라마츠가 눈을 크게 뜨더니 이내 기쁘게 웃었다. 

다시 손을 마주 잡고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어쩐지 즐겁게 느껴졌다.







6. (3일 차)


고등학교 2학년 때의 반 구성은 오소마츠와 이치마츠가 4반, 쥬시마츠가 5반, 카라마츠와 토도마츠가 7반, 쵸로마츠가 1반이었다. 

2학년 교실 중, 1반은 층이 달랐기에 오소마츠도, 다른 형제들도 쵸로마츠의 반에 놀러 간 경험은 적었다. 

모처럼 다시 고등학생이 되었으니, 오랜만에 쵸로마츠의 반에 놀러 갈 생각으로 아침 조회가 끝나자 마자 오소마츠가 계단을 내려갔다. 

쵸로마츠의 반에 도착해, 쵸로마츠를 부르려 손을 번쩍 든 순간, 쵸로마츠의 앞에 모여있는 인파에 오소마츠가 귀를 기울였다.


“학급위원씨~. 오늘도 선생님 말 잘 들으셨어요?”

“공부도 못하면서 잘도 학급위원이 됐네-“

“돈 꽂아준 거 아냐?”

“야, 크크크. 그건 좀 아니다.”

노골적으로 쵸로마츠를 조롱하는 무리에 오소마츠가 인상을 찡그렸다. 

성큼성큼 쵸로마츠의 반으로 들어간 오소마츠가 쵸로마츠를 둘러싸고 있는 검은 교복의 무리에게 다가가 외쳤다.


“뭐야, 너네! 우리 쵸로마츠한테 무슨 볼 일?”

“아?”

한 명의 어깨를 잡고 돌리며 오소마츠가 묻자, 어깨를 잡힌 남학생이 바로 사납게 얼굴을 구기며 오소마츠의 손을 쳐냈다. 


“오, 오소마츠?!”

쵸로마츠가 놀란 얼굴로 오소마츠를 막으려 했지만, 쵸로마츠를 둘러싸고 있던 무리가 더 빨랐다. 

쵸로마츠를 내버려두고 오소마츠를 둘러싸고 오소마츠의 어깨나 머리를 툭툭 치기 시작한 남학생들에게 오소마츠가 매섭게 쏘아보았다.


“너는 뭔데 나대냐?”

“아?”

무리의 시비조에 오소마츠도 낮게 목소리를 깔고 주먹을 쥐었다. 

금방이라도 싸움이 일어날 것 같은 분위기에 반에 남아있던 학생들 모두 오소마츠와 무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어라? 무슨 일~?”

깡! 하고 금속 배트가 바닥에 부딪치는 소리와 함께 쥬시마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디를 가든 항상 야구 배트를 들고 다니는 쥬시마츠는 동생들을 괴롭히는 녀석들을 무자비하게 팬다는 소문과 함께 소위 노는 녀석들 사이에서는 악명이 높았다. 

당연히 쥬시마츠의 악명을 알고 있는 무리가 슬슬 뒷걸음질치며 오소마츠를 보고 “두고 보자!” 하고 외쳤다. 


‘쥬시마츠가 무서워 뒤꽁무니 빼고 도망치는 주제에!’

콧방귀를 끼며 어이없다는 얼굴을 한 오소마츠가 바로 쵸로마츠에게 다가갔다. 

당황한 얼굴로 쵸로마츠가 다가온 오소마츠의 얼굴을 두 손으로 감쌌다.


“위험하잖아! 싸움이라도 일어나면 어쩌려고 그래!!”

문제 없다고 대답하려던 입을 멈추고 오소마츠가 떠올렸다. 

이 세계에서 막내인 자신은 형제들 사이에서 최약체로 인지되고 있는 것이다. 


‘귀찮네…’

눈을 감고 한숨을 쉰 오소마츠가 떨리는 눈으로 자신을 걱정하고 있는 쵸로마츠에게 밝게 미소지어 주었다. 


“괜찮아~, 쵸로마츠도 있고! 쥬시마츠도 와 줬고!”

“..하~~, 정말이지…”

오소마츠의 미소에 겨우 마음이 놓였는지 깊은 한숨을 내쉬며 쵸로마츠가 처진 눈썹을 찌푸렸다.




쵸로마츠가 묘하게 반에서 소외되고 있다는 것을 깨달은 오소마츠는 쉬는 시간마다 쵸로마츠의 반에 찾아갔다. 

자신의 친구들을 대동하고서. 

장남이었을 때도, 그리고 막내인 지금도 오소마츠는 반의 인기인이었다. 

타고난 친화력과 솔직함은 많은 사람들의 호감을 사기에 충분했다. 

자신의 형제를 소개시켜 주겠다며 같은 반의 친구들을 우르르 이끌고 쉬는 시간마다 찾아오는 오소마츠를 쵸로마츠가 곤란하단 얼굴을 하면서도 반겨주었다. 

아침에 오소마츠에게 시비를 걸었던 무리는 쉬는 시간마다 찾아오는 오소마츠 친구들에 섣불리 다가오지 못했다. 

쵸로마츠와 함께 웃고 떠들다보니 쵸로마츠도 불편한 기색을 완전히 지우고 오소마츠의 친구들과 어울리게 되었다. 


“너 재미있는 녀석이구나!”

오소마츠의 친구가 쵸로마츠의 어깨를 툭 치며 즐겁게 웃었다. 

쵸로마츠도 홍조를 피우며 기쁘게 웃는 것을 보고 오소마츠가 남몰래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종례를 마치고 반으로 찾아온 쥬시마츠와 이치마츠에게 오늘은 쵸로마츠와 하교하겠다고 하자, 쥬시마츠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휘파람을 불며 쵸로마츠의 반으로 내려간 오소마츠가 손을 휘적이며 쵸로마츠를 불렀다.


“쵸~로~씌~~! 같이 가자~~!!”

“에..?!”

오소마츠의 말에 쵸로마츠가 놀란 얼굴로 가방을 챙겨 복도로 나왔다. 

오소마츠의 마중에 적잖이 놀란 눈치였다. 

“에헤헤~” 하고 웃으며 코 밑을 문지른 오소마츠가 쵸로마츠의 손을 잡고 막무가내로 이끌었다. 

오늘 학생회가 있는지 없는지 오소마츠는 알 수 없었고, 상관도 없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오늘은 쵸로마츠와 함께 하교하고 싶은 오소마츠는 자신의 욕망에 충실했다. 

다행히 오늘은 학생회가 없는지 쵸로마츠도 당황하긴 했지만, 저항은 하지 않았다. 



집으로 향하는 길, 앞서 걷던 오소마츠가 발을 멈추고 뒤따라오던 쵸로마츠를 향해 몸을 돌렸다. 

눈이 마주친 쵸로마츠가 가만히 오소마츠를 응시했다.


“쵸로마츠~”

다정하게 쵸로마츠를 부르며 오소마츠가 가까이 다가가 쵸로마츠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우리 쵸로마츠는 충분히 노력하고 있어요~. 내가 잘 알고 있는걸~. 학급위원도, ‘형’ 노릇도 힘내고 있고~ 완전 멋져~”

칭찬을 늘어놓는 오소마츠의 눈이 가늘어졌다. 

부드럽게 웃는 오소마츠의 얼굴을 바라본 쵸로마츠가 고개를 숙이고 어깨를 떨었다. 

마른 땅에 눈물 방울이 한 방울 떨어졌다. 


“…우응…”

눈물을 소매로 닦으며 쵸로마츠가 고개를 끄덕였다. 

쵸로마츠가 실컷 울고 눈물을 멈출 때까지, 오소마츠의 쓰다듬은 멈추지 않았다.







7. (4일 차)


점심시간, 다 함께 도시락을 먹고 옥상에서 내려온 육둥이는 각자 제 반을 찾아 뿔뿔이 흩어졌다. 


“오소마츠, 잠깐 나 들릴 곳이 있어.”

“어? 어디?”

“…따라오면 안 돼.”

말을 마친 이치마츠가 구겨 신은 실내화를 질질 끌며 복도 반대편으로 걸어갔다. 

교실에 도착해 빈 도시락 통을 책상에 내려놓은 오소마츠가 히쭉 웃었다.


‘따라오지 말라고 하면, 따라가는 게 정석이지!’

5교시가 시작하기 전에 빠르게 반을 빠져 나온 오소마츠는 온 학교를 돌아다니며 이치마츠가 갈 법한 곳을 돌아다녔다. 

고양이가 모이는 뒤뜰, 뒷마당, 체육관 뒤쪽, 옥상. 어디를 가도 이치마츠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대체 어딜 간 거야? 이제 곧 5교시 시작한다고?”

중얼거리며 터덜터덜 걸음을 옮기던 오소마츠가 재빨리 학교 벽에 붙었다. 

소각장의 구석, 불량배 무리가 담배를 피던 곳에 이치마츠가 서 있었다. 

게다가 이치마츠 혼자가 아니었다. 

지난 날, 쵸로마츠에게 시비를 걸었던 무리가 이치마츠 앞에 무릎을 꿇고 있었다.


‘응? 무슨 상황?’

벽에 몸을 숨기고 얼굴만 빼꼼 내밀어 상황을 지켜본 오소마츠가 고개를 기울였다. 

이치마츠가 뭐라 말을 하자, 불량배 무리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분명 또 죽인다, 쓰레기다 어쩐다 하고 협박하고 있는 거군…’

이치마츠의 집요한 협박을 직접 체험했던 오소마츠가 불량배들을 동정하며 쓰게 웃었다. 

이치마츠의 손짓에 신속한 몸놀림으로 일어나 뛰어나간 불량배 무리들은 오소마츠를 보지 못하고 지나쳤다. 

푹- 한숨을 쉰 이치마츠가 주머니에 손을 꽂고 소각장을 나섰다.


“이~치~마~츄~”

“으힉!! 오소, 마츠?! 너!! 따라오지 말랬는데!!”

“이히히~~ 근데, 저 녀석들은 왜?”

이치마츠의 팔에 팔을 끼워 팔짱을 하고 걸으며 오소마츠가 물었다. 

빤히 자신을 보는 오소마츠의 눈길에 이치마츠의 얼굴이 살며시 붉어졌다. 

홍조를 감추려 고개를 돌린 이치마츠가 작게 중얼거렸다.


“아니, 쵸로마츠를 괴롭혔으니까…”

“아…”

예상치 못한 대답에 오소마츠가 놀라 입을 떡 벌렸다. 


‘에… 어쩌면 이치마츠, 나보다 더 ‘형’다운 거 아냐?!’

내심 자신의 ‘형’으로서의 입지에 불안해하며 오소마츠가 이치마츠를 바라보았다. 

‘형’이 된 여파인지 어쩐지 이치마츠의 얼굴이 늠름해 보였다. 

피식- 웃음을 흘리는 오소마츠를 이치마츠가 의아한 얼굴로 바라보았다.




‘대체 뭐가 아쉬워서 나는 동갑의 사내놈들과 손을 잡고 걸어야하는가…’

오늘도 이치마츠와 쥬시마츠와 나란히 손을 잡고 귀가하며 오소마츠가 독백했다. 

오소마츠가 푹 한숨을 내쉬는 사이에 집에 도착한 세 사람은 잠겨져 있는 문을 눈치채고 주머니에서 키를 꺼냈다. 

쥬시마츠가 문을 열고 제일 먼저 들어가자마자 옷을 벗어 던지고는 순식간에 야구복으로 갈아입었다. 


“나, 야구!!!”

그 한마디를 남기고 쥬시마츠는 현관문을 열고 뛰어나갔다. 

방 안에는 쥬시마츠가 마치 뱀 허물처럼 벗어놓은 교복이 널려져 있었다. 

“에휴-“ 하고 한숨을 쉰 이치마츠가 가지런히 쥬시마츠의 교복을 개어놓고는 옷을 갈아입고 거실로 내려갔다. 

오소마츠도 붉은 후드로 갈아입고 거실로 내려갔지만 이치마츠의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어? 나 버려두고 어디 간 거~?’

거실을 나와 이치마츠의 모습을 찾아 오소마츠가 이리저리 두리번거렸다. 

현관에 아직 이치마츠의 신발이 있는 것으로 보아 밖으로 나간 것 같지는 않았다. 

복도를 터벅터벅 걷던 오소마츠가 주방에서 들려오는 인기척에 주방으로 발을 옮겼다.

주방에 펼쳐진 광경에 오소마츠는 놀랄 수 밖에 없었다. 

백수에 집에 틀어박혀 있는 ‘그’ 이치마츠가 스스로 청소를 하고 싱크대에 쌓인 설거지를 하고 있었다.


‘에에에에?! 이치마츠 맞아?!!?’

놀란 얼굴로 다가가자 이치마츠가 오소마츠를 눈치채고 고개를 돌렸다.


“왜? 무슨 일 있어?”

“어… 아니, 왜 설거지하고 있어?”

“아, 저기, 메모…”

말을 마친 이치마츠가 다시 고개를 돌려 설거지에 집중했다. 

이치마츠가 가리킨 방향으로 시선을 돌리자 식탁 위에 놓인 쪽지가 보였다. 

잠시 밖에 나갔다 올 테니 청소와 설거지를 부탁한다는 마츠요의 메모였다. 


‘그러고 보니, 거실도 깨끗했어…’

오소마츠가 옷을 갈아입는 동안 이치마츠가 거실을 청소했는지, 오소마츠가 내려왔을 때 거실은 굉장히 깨끗했다. 

사내놈 여섯 명이 살고 있는 집이다. 

여섯 명이 모이는 거실은 항상 더러웠고, 구석에는 먼지가 쌓여 있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청소의 속도도 그렇고 깔끔함에 감탄하며 오소마츠가 이치마츠의 등을 바라보았다. 

싱크대에 홀로 서서 묵묵히 식기를 씻고 있는 모습을 보던 오소마츠가 소매를 걷어붙이고 이치마츠의 곁에 가 섰다. 


“오소마츠?”

“나도 도울게. 둘이 하면 빨리 끝나고.”

이치마츠가 세제로 씻은 식기를 물에 헹구며 오소마츠가 웃었다. 

이치마츠가 멍한 얼굴로 오소마츠에게 말했다.


“아니, 나 혼자서도 괜찮아. 나가서 놀아.”

“응~? 그치만 이치마츄는 혼자 있는 거 싫어하잖아.”

“…”

무방비하게 웃는 오소마츠의 미소의 이치마츠는 얼굴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끼고 고개를 돌렸다. 

바로 옆에서 느껴지는 오소마츠의 체온이 묘하게 의식되어 고개를 들 수 없었다. 

이치마츠의 초조함을 아는지 모르는지 오소마츠는 뭐가 즐겁다고 아예 콧노래까지 흥얼거리며 식기를 헹구기 시작했다. 


“끝~~!!”

걷었던 소매를 내리고 오소마츠가 두 손을 번쩍 들었다. 

행주에 적당히 손을 닦은 이치마츠가 피식 웃자, 오소마츠가 이치마츠를 보며 손을 내렸다.


“헷?!”

상냥하게 이치마츠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오소마츠가 은은하게 미소지었다.


“우리 이치마츄는 동생도 돌봐주고, 집안일도 하고~ 수고가 많네~! 착한 횽아에겐 참 잘했어요 도장이야!!”

희미하게 홍조가 핀 얼굴로 웃는 오소마츠 덕분에 이치마츠는 쿵쾅거리는 심장을 부여잡고 필사적으로 의식의 끈을 잡고 있는 것을 오소마츠는 몰랐다.







8. (5일 차)


다시 다니는 고등학교도 어느 정도 익숙해진 오소마츠는 오늘도 몰래 수업을 빠져 나왔다. 

땡땡이 치고 시간을 때울 수 있는,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는 장소를 모두 꿰고 있는 오소마츠는 기억을 더듬어 학교 뒤뜰에 숨겨진 벤치로 향했다. 

제법 그럴듯하게 꾸며진 정원이 있는 뒤뜰에는 잘 보이지도 않는 곳에 벤치가 우두커니 세워져 있었다. 

그야말로 누가 발견하기라도 할까 꽁꽁 숨겨놓은 것처럼 비밀스러운 벤치. 

학교 탐험을 하다가 우연히 발견한 후로, 오소마츠가 자주 땡땡이에 이용하고 있는 장소였다. 


“어라?”

아무도 모를 것이라고 생각했던 벤치에 앉아있는 걸로 보이는 인영에 오소마츠가 아쉬운 한숨을 내쉬며 걸음을 돌리려 했다. 

쩐지 낯익은 느낌에 다시 고개를 돌려 바라보니 인영의 주인은 쥬시마츠였다. 

항상 밝고 환하게 웃던 쥬시마츠의 얼굴이 어두웠다. 


“쥬시마츠.”

“아!”

일부러 발소리를 크게 내며 오소마츠가 쥬시마츠에게 다가가 옆에 앉았다. 

차가운 나무의 냉기가 얇은 천 너머로 전해져, 저도 모르게 몸을 부르르 떨었다. 

오소마츠를 보며 쥬시마츠가 웃었다. 

평소와 다르게 힘이 없는 미소에 오소마츠가 눈썹을 찡그리고 차분하게 목소리를 낮추고 물었다.


“무슨 일 있었어?”

“..아니이~”

쥬시마츠가 고개를 저으며 빙긋- 웃었다. 

아니, 웃으려고 했지만, 어느새 눈가에 맺혀 있던 눈물이 굴러 떨어지고 말았다. 

소매를 길게 늘려 쥬시마츠의 눈물을 닦아준 오소마츠가 다시 물었다.


“이 오소마츠님께 전부 털어놓으라고?”

“후핫..!”

손을 허리에 얹고 당당히 가슴을 내밀며 거만한 표정을 짓는 오소마츠의 모습에 쥬시마츠가 빈 웃음을 흘렸다. 

억지 웃음을 지운 쥬시마츠가 고개를 푹 숙이고 천천히 이야기를 시작했다.


“얼마 전에, 강가에서 야구하다가 만난 여자아이가 있는데. 많이 많~이 친해졌는데, 내일 전학간다고 해서… 그런데 나, 내일 카라마츠 연극 연습 보러 가겠다고 약속, 했으니까…”

필사적으로 울음을 참는 쥬시마츠의 목소리가 떨렸다. 

조금씩 들썩이는 쥬시마츠의 등을 토닥이며 오소마츠가 다정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있잖아, 뭐든지 자기 자신한테는 솔직한 게 제일이야? 하고 싶으면 망설이지 말고 하면 되잖아?”

“…”

오소마츠의 말에 쥬시마츠가 놀란 얼굴로 오소마츠를 바라보았다. 

때마침 울리는 수업 종료를 알리는 종소리에 오소마츠가 쥬시마츠의 손을 잡고 일어났다. 

쥬시마츠의 손을 잡고 오소마츠가 향한 곳은 카라마츠의 반이었다.


“에? 오소마츠? ..랑 쥬시마츠 형.”

“..카라마츠!”

“응?”

“나, 내일 네 연극 연습 못 갈 것 같아!!”

“에엣?!”

“미안!!”

말을 마친 쥬시마츠가 학교를 뛰쳐나갔다. 

쥬시마츠의 ‘그녀’는 쥬시마츠와 다른 학교에 다니고 있었다. 

옆 마을에 있는 ‘그녀’의 학교까지 쥬시마츠는 자신의 빠른 발을 믿고 달려나갔다. 

남겨진 카라마츠가 어느새 울상이 된 얼굴로 훌쩍였다.


“우우우.. 와, 준다고 해놓고…”

“중요한 사정이 있다니까~ 내가 갈 테니까.”

“..오소마츠가?!”

“응.”

“저, 정말로?”

언제 울었냐는 듯 눈을 반짝이며 묻는 카라마츠의 모습에 오소마츠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로 환하게, 기쁘게 웃으며 카라마츠가 “그럼 꼭 와줘야 한다!!!” 하고 외쳤다.







9. (6일 차)


“오소마츠, 이번엔 이것도 입어 봐!!” 

이번엔 감색의 가디건과 적갈색의 면바지를 손에 든 토도마츠가 눈을 빛냈다. 

벌써 몇 시간 째, 오소마츠는 토도마츠가 건네는 옷을 몇 번이고 갈아입었다.


‘대체 무슨 돈이 나서 이 많은 옷들을 산 건지…‘

바닥에 널린 옷들을 보며 오소마츠가 한숨을 내쉬었다. 

옷을 갈아입는 것도 귀찮은데 거기에 더해 오소마츠가 옷을 갈아입을 때마다 토도마츠는 스마트폰의 카메라를 맹렬히 눌러 오소마츠의 사진을 찍어댔다. 

오소마츠로서는 대체 이게 무슨 재미가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이야~ 역시 우리 막내는 귀엽네~”

오소마츠의 사진을 보며 흡족하게 웃은 토도마츠가 오소마츠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흥겹게 콧노래를 부르며 토도마츠가 사진을 확인하고 “이거 보여주면 다들 좋아할 거야~” 하고 웃는 모습을 오소마츠가 미묘한 얼굴로 바라보았다. 

이 세계에서 막내가 된 후로, 동생들의 변화된 모습에 놀랐지만, 어쩐지 토도마츠는 그렇게 많이 변한 것 같지 않았다. 

막내 토도마츠처럼 약삭빠르고 계산적인 드라이 몬스터, 그대로였다. 

막내에서 장남으로 가장 포지션의 변화가 큰데도 토도마츠 개인은 그다지 변하지 않은 것이 오소마츠는 그저 신기할 뿐이었다. 

그나마 변한 곳이 있다면 장남인 오소마츠가 막내 토도마츠를 예뻐하는 것보다 더 막내 오소마츠를 귀여워하는 것뿐이다. 


‘어째 무리하고 있는 거 아냐? 저 녀석…’

동생들의 선망 어린 시선을 받으며, 가장 강하다는 인식을 받고 있는 장남 토도마츠를 보며 오소마츠가 작게 한숨을 쉬었다.




배꼽이 빠져라 웃은 카라마츠의 연극 연습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갈 채비를 한 오소마츠의 앞에 검은 무리가 나타났다. 

재빨리 몸을 숨겨 오소마츠를 발견하지 못하고 지나친 무리는 족히 10명은 넘어 보였다. 

모두 한 곳을 향해 가는 모습에 이상한 감을 느낀 오소마츠가 조용히 뒤를 따랐다. 

아니나다를까 양아치 무리는 뒤뜰에 있던 토도마츠를 둘러싸고 섰다. 

무슨 말을 하는지 잘 드리지 않아 답답했던 오소마츠가 살금살금 발소리를 죽이고 양아치 무리의 뒤로 다가갔다.


“네가 아무리 우리 약점을 잡고 있어도, 한번에 덤벼서 말도 못하게 만들면 돼!”

“지금까지 잘도 우리를 협박해 왔겠다?”

“오늘은 네 동생들도 없다고?”

비열한 웃음을 흘리며 토도마츠의 멱살을 잡은 모히칸 머리가 낮게 으르렁거렸다. 

멱살을 잡힌 상황에서도 토도마츠는 표정을 바꾸지 않고 비웃었다.


“에? 뭐야? 결국 폭력? 너네 정~말 촌스럽구나?”

태연하게 말했지만, 토도마츠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어떻게든 의연한 얼굴은 만들어냈을지라도 오소마츠는 토도마츠의 눈이 불안하게 흔들리는 것을 놓치지 않았다. 


‘아아, 저 바보-‘

쯧! 하고 혀를 찬 오소마츠가 바로 토도마츠의 멱살을 잡고 있는 모히칸 머리에게 달려들었다. 

세월이 흘러 조금 녹슬기는 했어도 오소마츠의 싸움 실력은 열 명의 양아치를 쓰러뜨리는데 충분했다. 

중학교 때부터 육쌍둥이라는 말도 안되는 이유로 시비를 걸어오는 불량배들을 손수 모두 처리한 오소마츠였다. 

싸움 경험은 이 자리에 있는 그 누구보다도 풍부했던 것이다. 

능숙하게 움직여 최소한의 힘으로 최대의 효과를 내는 급소를 찌르고 찼다. 

목, 단전, 명치, 귀, 턱을 치자 양아치들이 하나 둘 바닥에 쓰러졌다. 

마지막으로 남은 모히칸 머리의 사타구니를 차자 거품을 물고 쓰러지며 모히칸 머리가 “비겁하다!!” 하고 외쳤다.


“비겁한 게 누군데? 1대 10으로 덤비는 너네가 훨~씬 비겁하거든?”

콧방귀를 끼며 손을 탁탁 턴 오소마츠가 멍한 얼굴로 서 있는 토도마츠에게 다가갔다.


“어디 다친 데 없어?”

“…”

“어이? 토도마츠~”

“아, 어? 헤?”

카라마츠의 앞에서 양아치들을 쓰러트렸을 때와 같은 반응에 오소마츠가 푸핫-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배를 잡고 박장대소하는 오소마츠를 무슨 외계인 바라보듯 보며 토도마츠가 “말도 안 돼…” 하고 중얼거렸다. 

눈가에 맺힌 눈물을 닦으며 겨우 웃음을 멈춘 오소마츠가 아직도 멍청히 서 있는 토도마츠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난 그렇게 약하지 않아? 무리해서 지키려 하지 않아도 돼.”

수줍게 웃는 오소마츠의 모습에 토도마츠가 말을 잃었다. 

토도마츠의 얼굴에 다시 터진 웃음을 참으며 오소마츠가 토도마츠의 머리를 톡톡 두드렸다.


“장하네- 우리 장남님은~”

“..너!!”

오소마츠의 칭찬에 토도마츠가 순식간에 딸기처럼 얼굴을 붉히고 입을 연 순간, 네 명의 형제들이 나타났다.


“우왓! 이게 뭐야?”

“싸움? 싸움 났슴까아~?”

“헤에… 이거 토도마츠 형이?”

“역시, 대단하다!! 브라더!!”

우르르 몰려온 동생들을 보며 토도마츠가 눈썹을 찌푸렸다. 

양아치들을 쓰러뜨린 것은 자신이 아니고 오소마츠라고 말하려고 해도 어쩐지 자존심이 상했다. 

굳게 닫혀 떨어지지 않는 입을 힘겹게 열어 오소마츠가 구해줬다고 말하려는데 오소마츠가 먼저 입을 열었다.


“응, 나한테 시비 거는 녀석들 전~부 토도마츠 형이 처리해줬어!”

해맑게 웃는 오소마츠의 말에 동생들 모두 경의에 가득 찬 시선으로 토도마츠를 올려보았다. 

토도마츠도 놀란 눈으로 오소마츠를 봤지만, 오소마츠는 휘파람을 불며 고개를 돌려 토도마츠의 시선을 외면했다. 

오소마츠의 배려와 자신을 대단하다고 칭찬을 쏟아내는 동생들을 보며 토도마츠가 멋쩍게 웃었다.




처음으로 여섯 명이 함께 귀가하는 하교길. 

오소마츠가 조용히 쥬시마츠에게 다가가자 쥬시마츠가 빙긋- 웃어 보였다. 

‘그녀’의 배웅은 잘 하고 돌아온 것 같았다. 

안심했다는 미소로 오소마츠가 화답하자 쥬시마츠가 더 밝게 웃으며 오소마츠의 손을 꽉 쥐었다. 



저녁식사를 마치고, 함께 목욕탕에 갔다 와, 파자마로 갈아입었다. 

방 안 가득 펼쳐진 여섯 명분의 이불에 모두 제 자리를 찾아 들어갔다.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아 고른 숨소리가 방 안을 채웠다. 

오소마츠도 서서히 감겨오는 눈꺼풀에 저항하지 않고 눈을 감았다. 

사락- 하고 이불이 내는 소리와 함께 작게 토도마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늘은, 고마워. 오소마츠.”

눈을 떠 옆을 보자 토도마츠가 살며시 붉어진 얼굴로 오소마츠를 응시하고 있었다. 


‘역시 이 녀석은 안 변했네.’

절로 묻어 나오는 동생의 어리광에 오소마츠가 기쁘게 웃었다. 

오소마츠의 미소에 만족했는지 토도마츠가 눈을 감고 “잘 자.” 하고 말했다. 

오소마츠도 “잘 자.” 하고 대답해주고 편안한 기분을 만끽하며 눈을 감았다.



‘아- 역시, 장남이 더 좋을지도…’


귀여운 동생들을 돌보는 것이 제법 즐겁다는 것을 다시금 깨달은 오소마츠가 독백하며 잠의 세계로 떠났다.







10.


눈을 뜨자 항상 봐왔던 나무 천장이 아닌 하얀 천장이 보였다. 

아직도 졸음에 취한 눈을 비비며 몸을 일으킨 오소마츠가 주변을 둘러보았다. 

벽도, 바닥도, 천장도 하얀 방. 자신이 입고 있는 옷을 확인한 오소마츠가 자신이 병원에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어? 왜 병원?”

기억을 더듬으며 오소마츠가 고개를 기울였다. 마지막으로 떠오르는 기억은…


“응? 나 잠깐 막내가 됐었지…?”

스스로도 자신의 기억에 자신이 없는 오소마츠가 다시 고개를 반대편으로 기울였다.


“응…?? 분명 날아온 야구공에 맞아서…”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리던 오소마츠가 무의식적으로 머리에 손을 댄 순간, 두개골을 울리는 통증에 바로 손을 뗐다.


“아얏!! 에? 뭐야? 붕대??”

살며시 손가락만 가져다 대어 머리에 감겨져 있는 천의 감촉을 확인한 오소마츠가 얼굴을 찌푸렸다. 


“오, 오소마츠!!!!”

드르륵- 하고 열린 병실 문 너머 서 있던 카라마츠가 오소마츠의 곁으로 달려왔다. 

카라마츠의 뒤를 이어 쵸로마츠, 이치마츠, 쥬시마츠, 토도마츠가 오소마츠가 누워 있는 침상으로 달려와 오소마츠에게 매달렸다.


“우우우-, 오소마츠으으으~~ 다시는 눈을 안 뜨는 건가 싶었다아아아!!!”

“…”

눈물로 범벅이 된 얼굴을 오소마츠의 팔에 비비며 카라마츠가 외쳤다. 

그 반대편엔 쵸로마츠가 오소마츠의 팔을 안고 무언으로 울고 있었다.


“오소마츠 형아!!! 부활했다!!”

“오, 오소마츠 형…”

오소마츠의 허리에는 쥬시마츠와 이치마츠가 매달렸다. 

항상 웃는 얼굴이던 쥬시마츠의 눈가에 눈물이 맺혀 있었다. 

이치마츠는 평소보다 한층 더 우울해진 분위기를 풍기며 오소마츠의 배에 얼굴을 묻었다. 


“정말!! 겨우 가벼운 뇌진탕 정도로 6일이나 정신 잃지 말라고!!!”

눈물을 글썽이며 오소마츠의 곁에 앉은 토도마츠가 잔소리를 퍼부었다. 

걱정했다는 막내의 말에 오소마츠가 멋쩍게 웃으며 토도마츠의 머리를 쓰다듬자, 참고 있었는지 카라마츠보다 더 심하게 울며 토도마츠가 오소마츠에게 매달렸다.


“뭐야, 너네. 나 필요 없는 거 아니였어?”

짓궂게 웃으며 말하는 오소마츠에게 한데 매달린 동생들이 외쳤다.


“““““오소마츠 형이 없으면 싫어-!!!!”””””

“푸핫!!”

눈물이고 콧물이고 쏟아내며 우는 동생들을 보며 웃음을 터뜨린 오소마츠가 기쁘게 동생들을 달랬다. 




“엄마.”

“응~? 뭐니?”

한바탕 눈물을 쏟아낸 동생들을 다시 집에 돌려보내고 교대로 오소마츠의 옆에 앉은 마츠요에게 오소마츠가 물었다.


“엄마는 내가 장남이어서 싫었던 적 있어?”

깔끔하게 깎은 사과를 포크에 찍어 오소마츠에게 건네주며 마츠요가 “으음~” 하고 신음했다. 

아삭아삭 사과를 베어 먹으며 오소마츠가 마츠요의 대답을 기다렸다.


“너희가 태어났을 때 말이야~.”

“…응?”

“육쌍둥이니까 엄마 뱃속이 어지간히 좁았는지 너희 모두 미숙아로 태어났어. 그런데 그 중에서도 네가 가장 몸무게가 적게 나가서 엄마는 무척 걱정했었어.”

“어? 그래? 내가?”

잔잔한 미소를 띠고 고개를 끄덕인 마츠요가 말을 이었다.


“의사 선생님이 그러시더라 아마 너에게만 영양이 적게 분배된 것 같다고. 엄마는 의사 선생님의 말을 듣고 네가 동생들에게 영양을 양보했구나- 하고 생각했어.”

“…엑, 그건 오바야?”

“그래? 그래도 엄마는 그렇게 자상하고 상냥하고 동생들을 생각하는 오소마츠가 장남이라 기쁘단다~”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마츠요의 부드러운 음성에 오소마츠가 얼굴을 붉히고 고개를 돌렸다. 

“후후-“ 하고 웃으며 남은 사과를 깎는 마츠요를 보며 오소마츠가 미소 띤 얼굴로 말했다.



“나도 내가 장남이라 기뻐.”





*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여우골 8편은 아마 내일? 오늘? 중으로 올릴 수 있을 거에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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