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번주 주중부터 충동적으로 조금씩 썼던 단편입니다.


* 원래 예정되었던 색오소와 BAR마츠 단편은 조금 더 시간이 걸릴 것 같아요... 체력 약화와 더불어 주말 출근이 제 발목을 잡네요...


* 카라오소지만, 미지근한 카라오소입니다. 미지근이랄까 조금 드라이? 형제의 선을 이제 막 넘으려고하는 카라오소...일려나요...


* 감기 걸린 오소마츠를 꼭 한 번 쓰고 싶어서 썼습니다. 실은 이 단편 플롯을 제가 아플 때 짜서요ㅎㅎㅎ

  자취생에게 감기는 정말 힘드네요. 새벽에 열이 올라도 돌봐줄 사람이 없어요...ㅠㅠ 집에서 통근하고 싶다...


* 공미포 14,629자.  오탈자는 추후 수정하겠습니다.



* 부족한 글이지만 재미있게 봐주세요^^




 

1.

 

동그란 테이블에 준비된 여섯 개의 밥그릇

그 앞에 자리를 잡고 앉은 5명이 유일하게 주인을 찾지 못한 자리를 응시했다

꼬르륵- 하고 울리는 배를 붙잡은 마츠노 가의 백수들은 모락모락 김을 내뿜는 윤기 나는 밥과 반찬에 눈썹을 찌푸렸다


밥은 모두 다 함께

어머니인 마츠요가 세운 암묵적인 규칙은 성인이 되어버린 육둥이도 어길 수 없는 절대적인 것이었다

태평한 백수 생활을 하고 있는 육둥이와 성실하게 일을 하는 마츠요와 마츠조가 함께 밥을 먹는 것은 저녁 식사뿐이지만, 마츠요가 차려주는 식사는 모두 육둥이가 전부 모여야만 시작할 수 있었다

그것은 이미 일 때문에 집을 나선 마츠요가 없어도 반드시 지켜지는 규칙이었다

쵸로마츠는 세게 혀를 차며 아직도 2층에서 내려오지 않는 오소마츠의 자리를 노려보았다

줄줄 침을 흘리는 쥬시마츠와 묵묵히 밥상 앞에서 무릎을 안고 있는 이치마츠는 별다른 항의를 하지 않았지만, 쵸로마츠와 토도마츠의 인내는 이미 한계에 다다르고 있었다.


카라마츠 형!”

오소마츠 형 좀 불러와!!”

짜증이 덕지덕지 붙은 날카로운 두 동생의 외침에 카라마츠가 움찔 어깨를 떨며 거울을 내렸다

쵸로마츠와 토도마츠의 외침에 동의하듯 이치마츠와 쥬시마츠의 눈도 일제히 카라마츠에게 꽂혔다

항상 반쯤 눈을 감고 있던 이치마츠까지 눈을 크게 뜨고 카라마츠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무언 속에서 날카롭게 박히는 동생들의 재촉에 한숨을 내쉰 카라마츠가 할 수 없이 무릎을 일으켰다

타박타박 발을 울리며 복도로 빠져나가는 카라마츠의 등에 동생들이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형님, 밥 먹을 시간이다! 브라더-들이 모두 기다리고 있다고!”

벌컥 미닫이 문을 열고 방으로 들어온 카라마츠가 눈썹을 찌푸리고 아직도 이불 속에서 꿈틀거리고 있는 오소마츠를 불렀다

카라마츠의 부름에 대답도 하지 않고 이불 속에서 나올 생각도 하지 않는 오소마츠의 모습에 카라마츠가 작게 혀를 차며 이불을 쥐고 냅다 잡아당겼다.


형님!”

…, 뭐야…. 추우니까 이불 돌려줘.”

“…형님?”

이불을 들쳐내자 몸을 잔뜩 웅크리고 있던 오소마츠가 게슴츠레 눈을 뜨고 카라마츠를 향해 작게 중얼거렸다

바람 빠진 풍선마냥 축 늘어진 목소리에 카라마츠가 조심스럽게 오소마츠를 불렀다

잘게 몸을 떨며 카라마츠가 들어올린 이불 자락을 잡은 오소마츠가 힘겹게 숨을 내뱉었다.


난 더 잘 거니까, 먼저 먹어….”

오소마츠, 혹시 감기 걸린건가?”

?”

카라마츠의 말에 고개를 기울이는 오소마츠가 제 손으로 이마를 짚었다.


, 없어?”

아니, 자기 손으로는 알 수 없잖나….”

카라마츠가 한숨을 내쉬며 이불을 내려놓고 오소마츠에게 다가갔다

아직도 몸을 조금씩 떨고 있는 오소마츠의 이마에 손을 올려 온도를 확인한 카라마츠의 눈썹이 한껏 찌푸려졌다.


열 있군…. 형님, 이불 깔아줄 테니 옆방으로 옮겨라.”

?”

브라더-들에게 감기를 옮기면 곤란하다.”

이전 오소마츠를 제외한 다섯이 동시에 감기에 걸렸을 때를 떠올린 카라마츠가 말했다

오소마츠는 입을 삐죽 내밀고 병든 횽아 쫓아내는거야~?!” 하고 항의했지만, 카라마츠는 한 귀로 흘리며 육둥이의 방 옆에 있는 작은 방에 1인용의 이불을 깔았다.


, 오소마츠.”

멍하니 이불 위에 앉아있는 오소마츠에게 카라마츠가 손을 내밀자, 오소마츠가 한숨과 함께 카라마츠의 손을 붙잡았다

제 체온보다 높은 오소마츠의 손을 잡고 일으켜 옆방에 옮겨주자 더 투덜댈 것이라 생각했던 오소마츠는 얌전히 이불 속으로 들어가 누웠다.


뭔가 필요한 것 있나? 약은 밥 먹고 먹는 게 좋겠다. 밥은 먹을 수 있나? 죽이라도 해 줄까?”

웬일로 상냥한 카라마츠의 질문에 오소마츠는 전부 고개를 흔들었다

목소리를 낼 힘도 없는지 이불 속에서 느린 속도로 눈만 껌뻑이는 오소마츠가 어쩐지 애처로워 보였다.


형님, 정말 필요한 것 없나?”

“…엄마는…, …. 오늘 엄마 일 나가는 날이지…. 그럼 됐어. 괜찮아.”

그렇게 말을 마친 오소마츠는 눈을 감고 몸을 돌렸다

카라마츠를 향해 등을 돌리고 누운 오소마츠가 작게 나가서 밥 먹어.” 하고 말했다

모처럼 큰 맘 먹고 베푼 자신의 호의를 전부 거절당해서인지 울컥 하고 치미는 감정에 카라마츠가 주먹을 쥐었다.


, 만들어 오겠다.”

낮은 목소리로 내뱉든 선언한 카라마츠가 방을 나왔다

계단을 내려와 거실에 들어서자 이미 식사를 끝낸 쵸로마츠와 토도마츠가 카라마츠를 맞이했다

이치마츠와 쥬시마츠는 재빠르게 식사를 마치고 이미 밖으로 나간 것 같았다.


, 카라마츠 형. 너무 늦어서 그냥 먼저 먹었어.”

나갈 채비를 서두르는 토도마츠가 말했다

제대로 남겨져 있는 자신 몫의 밥과 반찬에 픽- 웃으며 카라마츠가 , 고맙다! 브라더-” 하고 대답하고 거실을 나와 주방으로 들어갔다

남겨진 밥에 손도 대지 않는 카라마츠를 의아한 눈으로 바라본 쵸로마츠와 토도마츠가 서로 눈빛을 교환했다

토도마츠처럼 나갈 준비를 시작하려고 했던 쵸로마츠가 몸을 일으켜 카라마츠가 들어간 주방으로 향했다.

 

 

카라마츠, 무슨 일 있어?”

…. 오소마츠가 감기에 걸린 것 같아서. 죽을 만들려고 한다.”

오소마츠 형, 감기야??”

쵸로마츠의 질문에 카라마츠가 대답하며 찬밥을 꺼내고 냄비에 물을 올렸다

담담하게 전하는 카라마츠의 대답에 쵸로마츠를 따라 들어온 토도마츠가 놀라 외쳤다.


열이 좀 있지만, 별로 걱정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브라더?”

끓어오르기 시작한 물에 찬밥을 넣고 카라마츠가 눈을 찡끗하며 몸을 돌렸지만, 쵸로마츠와 토도마츠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탕탕탕 소리를 울리며 빠르게 층계를 올라가는 소리에 카라마츠가 주방 밖으로 얼굴을 내밀었다

2층방 문을 연 쵸로마츠가 카라마츠에게 오소마츠 형은?” 하고 물었다

카라마츠가 손짓하며 옆방이다.” 하고 대답하자, 토도마츠와 쵸로마츠가 다시 옆방 문을 열더니 곧 안으로 들어갔다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죽을 타지 않게 휘적거리며 카라마츠가 죽의 간을 맞추고 있을 때, 다시 쿵쾅거리는 소리가 울리며 쵸로마츠와 토도마츠가 주방으로 내려왔다.


쵸로마츠? 토도마츠?”

카라마츠의 목소리에 눈길도 주지 않고 거실로 들어간 토도마츠와 쵸로마츠가 장식장에서 약상자를 꺼냈다

카라마츠가 머리 위에 물음표를 띄우고 두 동생을 바라보는 동안 약상자에서 약을 꺼낸 쵸로마츠가 몸을 일으켜 2층으로 향했다

토도마츠도 즉시 쵸로마츠의 뒤를 따라 계단을 올라가는 모습을 지켜보던 카라마츠가 끓어 넘치기 시작한 냄비로 몸을 돌렸다.

 

 

한 번도 제대로 요리해 본 적 없는 자신을 오늘만큼 아쉽게 생각한 적은 없었다

아무리 맛을 봐도 맛있다고 할 수 없는 죽을 눈앞에 두고 한숨을 내쉰 카라마츠가 접시를 꺼냈다

냄비 가득 들어있는 죽은 조금 퍼서 접시에 담고 숟가락을 꺼내 쟁반에 올렸다

쟁반을 손에 들고 요령껏 발로 미닫이문을 열자, 오소마츠의 옆에 앉아있던 쵸로마츠와 토도마츠의 시선이 꽂혔다

갑자기 자신에게 집중된 두 쌍의 눈동자에 내심 당황하며 카라마츠가 방 안에 들어가 쟁반을 바닥에 내려놓았다.


형님, 죽 가져왔다.”

“…필요 없는데….”

제 머리맡에 놓인 쟁반에서 올라오는 하얀 김을 보며 오소마츠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모처럼 정성을 담아 준비한 자신의 죽은 거부하는 오소마츠에게 눈썹을 찌푸린 카라마츠가 그래도 먹으라고 말하려 입을 연 순간, 옆에서 둘의 대화를 듣고 있던 쵸로마츠가 빽 소리를 질렀다.


빈 속에 약 먹으려고?! 얼른 먹고 약 먹어!”

쵸로마츠의 잔소리에 오소마츠가 푸- 하고 한숨을 내쉬며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느릿느릿 상체를 세우고 앉은 오소마츠가 손을 내밀었다

.” 하고 내민 손에 카라마츠가 조심조심 쟁반을 들어 오소마츠의 무릎에 올려주었다.


“…밍밍해.”

, 원래 죽은 그런 거다!”

한 숟가락 죽을 떠먹은 오소마츠가 맥없이 내뱉은 말에 카라마츠가 서둘러 외쳤다

오소마츠는 카라마츠에게 힐끗 눈길을 주고 다시 죽을 퍼먹기 시작했다

밍밍하다고 할 정도로 간이 되어 있지 않는 죽을 오소마츠는 바닥까지 긁어 그릇을 싹 비웠다

빈 그릇과 쟁반을 바닥에 내려놓자마자 쵸로마츠가 체온계를 들어올렸다.


일단 열이 얼마나 나는지 확인하고.”

쵸로마츠가 내민 체온계를 오소마츠가 한숨과 함께 건네 받아 자신의 옆구리에 끼었다

삑삑삑- 하고 세 번의 알람음이 나고 오소마츠가 빼낸 체온계를 쵸로마츠가 재빨리 빼앗았다.


우왓, 38 2….”

!?”

체온계에 표시된 숫자에 쵸로마츠가 놀라 중얼거리자, 놀란 카라마츠가 눈을 크게 뜨고 신음을 흘렸다

쵸로마츠가 들고 있는 체온계에 적힌 숫자를 다시 한 번 더 확인한 카라마츠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눈을 깜빡였다

오소마츠를 일으킬 때 열이 있다는 것은 알았지만, 설마 그 정도로 열이 높을 줄은 몰랐다

괜히 오소마츠를 손님방으로 옮긴 것인가 자책하는 카라마츠를 뒤로 하고 토도마츠가 쵸로마츠와 함께 들고 온 해열제 두 알을 오소마츠 손바닥에 올려 주었다.


, !”

찰랑거리는 물을 응시하며 오소마츠가 고개를 끄덕였다

손바닥에 올려진 두 개의 새하얀 알약을 입에 털어 넣은 오소마츠가 물과 함께 약을 목으로 넘겼다

반쯤 줄어 들은 물컵을 쟁반에 내려놓은 오소마츠가 다시 이불에 털썩 누웠다.


고마워, 쵸로마츠, 토도마츠. 카라마츠도, 죽 고마워.”

“…아아….”

얼른 나아, 이 바보 장남.”

아프면 아프다고 해! 정말!”

오소마츠의 솔직한 감사에 얼떨떨한 얼굴로 카라마츠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 쵸로마츠와 토도마츠도 애정 어린 잔소리를 한마디씩 내뱉고 조용히 몸을 일으켰다

규칙적인 호흡을 내며 잠에 빠져들려는 오소마츠를 배려해 최대한 발소리를 죽이고 방을 나온 쵸로마츠가 큰 한숨을 내쉬었다.


일단, 나는 약속 있으니까 나가볼게.”

, 나도!”

쵸로마츠의 말에 토도마츠가 따라서 외쳤다.

그리고 카라마츠를 빤히 쳐다보는 눈빛에 카라마츠가 식은땀을 흘리며 , 왜 그러나? 브라더-?” 하고 묻자, 다시 커다란 한숨을 내쉰 쵸로마츠가 말했다.


카라마츠 형은 오늘 뭔가 예정 없어?”

물론, 오늘도 뷰티불한 카라마츠 걸-즈를…”

별로 중요한 거 아니네. 그럼 엄마 올 때까지 오소마츠 형 좀 봐 줘.”

!?”

부탁할게~, 카라마츠 형~~”

쵸로마츠의 말에 당황하는 카라마츠에게 토도마츠가 손을 흔들며 상쾌한 목소리로 말했다

에에엩?!” 하고 황당해하는 카라마츠를 버려두고 계단을 내려온 토도마츠와 쵸로마츠는 곧 나갈 채비를 끝내고 현관문 너머로 사라졌다

드르륵- 하고 현관문이 닫히는 소리에 한숨을 내쉰 카라마츠가 쟁반을 들고 계단을 내려와 주방에 들어섰다

오늘도 만반의 준비를 하고 카라마츠 걸-즈를 기다리려고 했던 계획인 오소마츠 덕분에 물거품이 되어버렸다

왜 하필 오늘 아프고, 또 왜 하필 자기가 먼저 오소마츠가 아픈 것을 발견하고만 것인가…. 


한탄해도 되돌릴 수는 없지만, 그릇을 씻으면서도 한숨을 멈추지 못했다

마츠요가 돌아올 때까지 집에 발이 묶인 카라마츠는 설거지를 끝내고 손을 털며 계단 위를 응시했다

잠든 오소마츠가 있는 집 안은 무서울 정도로 조용했다

카라마츠는 거실로 향하며 흘끗 현관에 놓인 두 켤레의 운동화를 응시했다

자신의 갈색 가죽 구두와 오소마츠의 뒤축이 다 구겨진 빨간 운동화

저 운동화가 있을 때엔 항상 집 안에 오소마츠의 응석이 울려 퍼졌다

놀아 달라느니, 심심하다느니, 동생들이 차갑다느니, 그런 어린아이 투정 같은 외침이 오늘은 고요했다

가끔은 이런 날도 좋다고 생각하면서도 묘한 위화감이 들고 만다.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가 내쉰 카라마츠가 거실에 들어가 TV를 켰다

평일 낮에 하고 있는 프로그램이라곤 드라마 재방송이나 재미없는 토크쇼가 전부였다

-, - 채널을 돌리며 상에 앉아 턱을 괴고 있다가 시계를 확인했다


이제 겨우 오후 3

마츠요가 돌아오는 시각은 대체로 5시 넘어서


하아~” 하고 숨을 내쉬며 밥상에 턱을 올린 카라마츠가 무미건조한 눈으로 TV 화면을 응시했다.


심심하다.’

저도 모르게 그런 생각을 하고 놀라 눈을 크게 떴다

심심하다는 생각 자체는 놀라울 것도 없었지만, 그 생각 뒤편에 숨어있던 작은 바람을 깨닫고 말았다

지금까지 오소마츠가 있던 없던 심심하면 거울을 봤다

기타도 쳤다

오자키의 노래를 흥얼거리고 있으면 어느새 심심하다는 생각은 저 멀리로 사라진 뒤였다

카라마츠는 자신 나름의 지루함을 날려버릴 수단이 얼마든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 어느 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대체 왜?’ 하고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면 먼 산에 울려 퍼지는 메아리처럼 가슴 가득 그 울림을 퍼뜨리곤 영영 사라져버렸다


대답은 이미 알고 있지 않은가?, 하고 마음 속의 작은 악마가 물었다

작은 악마가 얼굴 가득 요사스러운 미소를 피우고 말했다

오소마츠가 없으니까 심심하다고 말이야, 하고 키득거리는 악마의 모습에 카라마츠의 심장이 크게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한 번도 누가 없어서 심심하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버린 카라마츠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인물은 적었다

적어도 자신이 아닌 타인 때문에 지루한 적은 없었다

카라마츠는 고개를 위로 젖혔다

천장을 보고 있으면 2층에서 잠든 오소마츠의 숨결이 들릴 것만 같았다

심장을 때리는 혼란에 카라마츠가 짙은 눈썹을 찌푸리고 명확하게 정의할 수 없는 자신의 감정에 당황하고 있을 때였다.


다녀왔다~”

거실에 닿은 마츠요의 목소리에 카라마츠가 시계를 확인했다

3 30

이른 귀가에 놀라며 카라마츠가 서둘러 몸을 일으켜 거실을 나왔다.


어머, 있었니? 백수 2.”

마미, 오소마츠가, 형님이 감기에 걸린 것 같다.”

“…어머나~”

카라마츠의 말에 감탄인지 탄식인지 알 수 없는 맞장구를 흘리며 구두를 벗은 마츠요가 2층으로 향했다

그 뒤를 카라마츠가 긴장한 얼굴로 따라갔다. 당연하게 2층 방 문을 연 마츠요에게 카라마츠가 말했다.


형님은 옆, 손님방이다. 브라더-들에게 옮기면 곤란하니까….”

그러니? 잘 했다.”

죄책감에 힘없이 늘어진 카라마츠의 목소리에 마츠요가 빙긋이 웃고는 카라마츠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눈썹을 늘어뜨리고 고개를 든 카라마츠에게 생긋 미소 지은 마츠요가 옆 방으로 발을 옮겼다

스륵- 하고 방문을 연 마츠요가 방 안으로 사라지는 것은 응시한 카라마츠가 말없이 방 옆의 벽에 기댔다

카라마츠가 들어오려고 하지 않는 것을 눈치챈 마츠요가 방문을 닫았다

얇은 미닫이문 너머로 마츠요의 목소리가 복도에 퍼졌다.


오소마츠.”

“…, ?”

그래, 감기 걸렸다면서?”

“…….”

열은 얼마나 나니?”

아까 쵸로마츠가 38도라고 했어.”

높네…. 해열제는 먹었어?”

. 토도마츠가 줬어.”

빈 속에 먹진 않았지?”

카라마츠가 죽 만들어줬어.”

그러니? 착한 동생이네.”

…, 헤헤.”

속은 어떠니?”

“…조금, 울렁거려.”

메스껍고 그래?”

…. 토할 것 같아….”

그럼 위장약 먹자. 따로 뭐 먹고 싶은 건 없니?”

…. 없어….”

푸딩도 싫어?”

“…푸딩은, 먹고 싶어.”

후후후, 그럼 푸딩 먹고 위장약 먹자.”

….”

조금만 참아, 우리 아들.”

….”


귀에 닿는 두 사람의 대화는 문에 막혀 조금 뭉개져도 똑똑히 알아들을 수 있었다

할 말을 잃었다, 라는 말은 이럴 때 쓰면 좋을 것이다

카라마츠는 천천히 기억을 더듬어 오소마츠가 감기에 걸렸을 때를 떠올렸다

어릴 적, 비가 와도 신경 쓰지 않고 뛰놀다가 모두 함께 감기에 걸렸을 때를 마지막으로 감기에 걸린 오소마츠를 본 기억이 없다

학생 시절, 신체 건강한 육둥이가 감기에 걸리는 일 자체가 매우 드물었고 그 중에서도 오소마츠는 특히 감기에 잘 걸리지 않았다

카라마츠는 다시 유심히 기억을 하나하나 되짚었다. 정말로 오소마츠가 감기에 걸린 적이 없는가?


….”

탄식이 절로 입 밖으로 삐져나왔다

딱 한 번 있었다

오소마츠가 감기에 걸렸을 때가


컨디션이 안 좋은지 조퇴를 한 날. 땡땡이는 많이 쳐도 조퇴는 하지 않았던 오소마츠였다

같은 반이었던 이치마츠가 오소마츠의 조퇴 소식을 동생들 전원에게 말해주었고, 모두 무슨 일인가 싶어 일찍 귀가했다

집에 도착하자 마자 오소마츠를 찾았지만 그 모습은 보이지 않았고 평소와 같이 마츠요가 웃으며 육둥이를 맞이했다

쵸로마츠가 오소마츠는 어디 있냐고 묻자 마츠요는 자상하게 웃으며 손님방에 있다고 말했다

감기가 옮을 수 있으니 들어가지 말라는 말을 덧붙여서

감기라니, 별 거 아니란 생각에 모두 충실히 마츠요의 말을 지켰다

오소마츠가 있는 방엔 한 번도 들어가지 않았고 그 다음 날, 언제 아팠냐는 듯이 아침밥을 해치우는 오소마츠의 모습에 안도했던 기억이 있다.


보여주지 않았던 것뿐이었나.’

깨달음에 카라마츠가 고개를 숙였다

오소마츠는 한 번도 자신이 아픈 모습을 동생들에게 보여주지 않았다

지금처럼 열이 높아 괴로워도, 토할 것 같이 속이 안 좋아도, 동생들 앞에선 내색하지 않았다.


내가 오늘 오소마츠를 깨우러 올라오지 않았다면….’

아마도 오소마츠는 그대로 혼자 이불 속에서 고통을 참아냈을 것이다

카라마츠는 오소마츠가 감기에 걸렸단 것을 알고 따뜻한 말보다 동생들에게 옮으니 방을 옮기라는 쌀쌀맞은 말을 내뱉은 과거의 자신을 책망했다

그리고 죄책감과 함께 제일 먼저 오소마츠가 아픈 것을 발견한 것이 자신이라는 것이 기뻤다

죄책감과 기쁨이 한데 뒤섞여 거무죽죽한 감정이 되었다

고개 숙인 시야에 검은 그림자가 자신의 발목을 붙잡는 것이 보였다

카라마츠는 절벽 끝으로 떨어지는 듯한 느낌에 숨을 집어 삼키고 눈을 질끈 감았다.


카라마츠.”

!! , 뭔가? 마미!”

떨어지고 있는 자신을 쑥- 끌어올리는 마츠요의 목소리에 카라마츠가 홱 고개를 들고 말했다

마츠요는 명백히 당황하고 있는 카라마츠를 추궁하지 않고 미소 띤 얼굴로 지갑에서 천엔짜리 지폐 한 장을 꺼냈다.


오소마츠에게 줄 푸딩 좀 사오겠니?”

, 아아!! 바람처럼 다녀오겠다!!”

카라마츠는 마츠요가 내민 지폐를 주머니에 구겨 넣고 힘차게 외치곤 쿵쾅대며 계단을 내려갔다

두 칸씩 층계를 건너뛰는 카라마츠를 보며 마츠요가 눈썹을 살며시 늘어뜨리고 웃었다.

 

 

 

 

 

 

2.

 

, 마밋!! 푸딩 사 왔다!!”

어머, 빠르네~”

, 헉 숨을 몰아 쉬며 주방으로 뛰어온 카라마츠가 자랑스런 표정으로 푸딩과 거스름돈을 식탁에 올려놓았다

평온한 얼굴로 감탄한 마츠요가 저녁 식사 준비를 잠시 멈추고 푸딩을 쟁반에 올렸다

미리 꺼내놓은 위장약도 쟁반 위에 올린 마츠요가 쟁반을 들고 2층 계단을 오르는 것을 카라마츠가 뒤따랐다.

이번에도 카라마츠는 방에 들어가지 않고 벽에 등을 기댔다

스륵- 하고 문이 닫히고 마츠요와 오소마츠의 목소리가 들렸다.


오소마츠, 푸딩이야.”

….”

일어날 수 있어?”

….”

사락- 하고 이불이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푸딩의 뚜껑을 따는 소리가 들리고 곧 침묵이 이어졌다.

10분 정도 지나고 다시 오소마츠의 목소리가 퍼졌다.


다 먹었어.”

그래, 잘 했네~. , 약도 먹고.”

….”

아직도 토할 것 같아?”

….”

그럼 잠깐 앉아있자. 뭐 먹고 바로 누우면 안 돼.”

….”

앉아있기 힘들면 엄마한테 기대렴.”

…. 고마워요, 엄마.”

후후후, 아플 때만 솔직하지?”

헤헤헤….”


카라마츠는 고개를 들어 둘의 대화가 끊긴 방 안을 응시했다

닫힌 방문 너머에 있는 오소마츠가 걱정되어 견딜 수 없었다

치솟는 마음을 억누르지 못한 카라마츠가 슬며시 방문에 손을 올렸다

살짝, 겨우 방 안이 보일 정도로 아주 살짝 문을 밀어 틈을 만든 카라마츠가 방 안을 엿보았다

열이 올라 홍조가 핀 얼굴로 힘겹게 숨을 몰아 쉬는 오소마츠가 얌전히 마츠요에게 기대어 앉아있었다

작은 마츠요의 몸이 오소마츠를 단단히 지지하고 그 어떤 흔들림도 보이지 않았다

눈을 감고 호흡에만 집중하고 있던 오소마츠가 천천히 눈을 뜨고 마츠요와 시선을 맞췄다.


엄마, 이제 괜찮아.”

더 앉아있어.”

정말로 괜찮아. 누울게.”

그래….”


아직도 힘겨워 보이는 오소마츠가 몸을 떼고 천천히 이불에 누웠다

마츠요가 힘들까 오소마츠 나름의 배려라는 것을 카라마츠도 마츠요도 알 수 있었다

아직 떨어지지 않은 체온을 확인한 마츠요가 작게 한숨을 내쉬고 방을 나왔다.


카라마츠.”

, .”

엄만 이제부터 저녁 준비 해야 하니까, 수건이랑 찬물 가지고 오소마츠 간호 좀 해줄래? 열이 높으니까 계속 찬 수건 올려주고.”

, 알겠다.”

힘차게 고개를 끄덕이는 카라마츠를 놔두고 미소 지은 마츠요가 계단을 내려갔다

서둘러 욕실에 뛰어가 대야와 수건을 챙긴 카라마츠가 물을 쏟지 않게 조심하며 계단을 올라 방에 들어갔다

뜨거워진 몸에 거친 숨을 내쉬는 오소마츠가 있는 방 안은 그 공기까지 뜨겁게 달궈진 것처럼 느껴졌다

답답하게 정지된 공기에 카라마츠가 대야를 내려놓고 창문을 반쯤 열었다

상쾌한 바람이 방 안의 공기를 내몰아 한결 호흡이 쉬워졌다

수건을 찬물에 적셔 쭉 짜내 오소마츠의 이마에 올린 카라마츠가 가만히 오소마츠의 얼굴을 응시하며 벽에 등을 기대고 앉았다

오소마츠의 가쁜 숨소리가 쌓일수록, 아침에 매몰차게 오소마츠를 손님방으로 옮겼던 자신을 향한 죄책감도 커져간다

미지근해진 수건을 다시 적시며 땀에 젖은 오소마츠의 앞머리를 넘겨준 카라마츠가 작게 속삭였다.


빨리 나아라, 오소마츠.”


조금, 아주 조금, 오소마츠의 호흡이 편안해진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3.

 

미지근해진 수건을 들고 계단을 내려오자 현관문을 거칠게 열며 들어온 쵸로마츠와 마주쳤다

이어 토도마츠도 평소보다 이른 시간에 돌아와 손에 들고 있던 봉투에서 푸딩을 꺼냈다

이미 자신이 사온 푸딩을 먹었다고 전하자, 토도마츠가 볼을 부풀리고 뭐야, 모처럼 사 왔는데…. 그럼 이건 내일 몫으로 하지 뭐.” 하며 푸딩을 냉장고에 넣었다

옷을 갈아입고 나온 쵸로마츠가 슬며시 오소마츠의 상태를 물어 아직 열이 좀 있다.” 고 대답하자, 쵸로마츠가 인상을 쓰며 그래….” 하고 신음을 흘렸다

정말 오소마츠를 좋아하는 동생들이라고, 카라마츠가 피식- 웃음을 흘렸다.

 

 

 

? 오소마츠 형 감기야?”

오소마츠 형아 또 저주에 걸렸슴까?!”

저녁 식사 시간, 오소마츠의 빈 자리를 뚫어져라 쳐다보는 이치마츠와 쥬시마츠에게 상황을 설명하자 놀란 얼굴로 이치마츠가 되물었다

고개를 끄덕이자, 식탁에 앉아 마츠조와 식사를 하던 마츠요가 끼어들어 방에 들어가지 말라고 단단히 당부했다

아쉬움을 감추지 못한 이치마츠가 작게 고개를 끄덕이고 쥬시마츠도 말없이 반찬을 입에 옮겼다.

 

 

항상 함께 걸어가던 목욕탕으로 향하는 길도, 시끄럽던 목욕 시간도, 치열했던 화장실 쟁탈도 모두 재미가 없었다

정말로 마츠노가()가 맞냐고 물을 정도로 집 안은 조용했다

차분하게 가라앉은 분위기에 모두 익숙지 않은 감각을 느끼며 잠옷으로 갈아입은 몸을 이불 속에 묻었다

토도마츠와 쵸로마츠가 제 옆에 놓인 빈자리에 슬그머니 눈길을 주는 것을 봤지만 모르는 척하며 카라마츠가 눈을 감았다

내일은 다시 활발한 오소마츠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바라며, 내일 하루쯤은 건강해진 오소마츠와 함께 나가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며 눈을 감았다.

 

아직 동이 트기도 전인 이른 새벽,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눈을 뜬 카라마츠가 이불을 벗어나 방문을 여는 두 개의 그림자를 응시했다

소음이 나지 않게 발소리를 죽이고 은밀히 방을 빠져나가는 두 동생의 모습에 옅은 미소를 띄운 카라마츠가 다시 눈을 감았다.

 

 

일을 나가는 마츠조와 마츠요가 일어나는 이른 아침

아직 잠들어있는 쵸로마츠와 토도마츠를 확인한 카라마츠가 천천히 이불에서 발을 뺐다

계단을 내려가 주방에 들어가자 아침 준비를 하던 마츠요가 반갑게 카라마츠를 불렀다.


어머, 일찍 일어났구나.”

굿 모닝, 마미-.”

후후, 그래. , 카라마츠. 엄마가 부탁이 하나 있는데.”

뭔가?”

실은 오늘 일을 뺄 수가 없어서, 엄마 대신 오늘 하루만 오소마츠 간호 좀 해주련?”

, 이지 워크다! 내게 맡겨라!”

고맙구나. 그럼 이 체온계 들고 가서 오소마츠 체온 한 번만 확인해줄래?”

아직 자고 있는 것 아닌가?”

그렇겠지만, 엄마가 나가기 전에 온도 한 번 보고 가려고. 잠깐 깨워서 체온만 재고 다시 재우렴.”

, 알겠다.”

식탁에 올려져 있던 체온계를 집어 들고 2층 손님방 앞에 선 카라마츠가 작게 심호흡을 하고 문을 열었다

새벽에 사라진 두 동생이 오소마츠 양 옆에 누워 색색 자고 있는 모습에 쓴웃음을 지은 카라마츠가 오소마츠의 머리맡에 다가가 오소마츠의 어깨를 살짝 흔들었다.


오소마츠, 잠깐 일어나라. 체온 재야한다.”

, 우응

대답인지, 잠꼬대인지 모를 소리를 흘리며 오소마츠가 눈을 떴다

자신의 시야를 가득 채우고 있는 카라마츠의 얼굴에 오소마츠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굿 모닝, 오소마츠.”

“….”

몸은 어떤가?”

, 괜찮아.”

체온 재자.”

….”

카라마츠가 내민 체온계에 오소마츠가 눈을 끔뻑이며 몸을 일으켰다

이치마츠와 쥬시마츠가 양 옆에서 이불을 누르고 있는 덕분에 일어날 수가 없음을 깨달은 오소마츠가 이 녀석들 왜 여기서 자는 거야….” 하고 투덜거리며 엉덩이를 뒤로 빼 이불을 빠져 나왔다

체온계를 겨드랑이에 꽂은 오소마츠가 멍청히 허공을 응시했다

그 무엇에도 초점을 맞추지 않은 공허한 눈동자가 괜히 애처로워 카라마츠가 오소마츠를 불렀다.


오소마츠.”

?”

까만 눈동자가 자신을 비추고 있는 것에 만족하며 카라마츠가 마츠요의 말을 전했다.


오늘은 마미가 일이 있다고 한다.”

, …. 그렇겠지. 갑자기 일을 뺄 수는 없으니까….”

기대도 안 했다는 듯이 체념한 투로 툭 내뱉는 오소마츠 말에 카라마츠가 얼굴을 찡그리고 부정하려는 순간, 삐삐삐- 하고 알람이 울렸다

오소마츠가 느릿느릿 팔을 들어올려 체온계를 카라마츠에게 건넸다.


“…37 8. 아직 열이 있구나.”

…. 나 이제 다시 자도 돼?”

, 깨워서 미안했다.”

체온계의 숫자게 팍 인상을 찌푸린 카라마츠에게 오소마츠가 눈을 비비며 물었다

고개를 끄덕인 카라마츠가 양 팔을 뻗어 이치마츠와 쥬시마츠의 어깨를 흔들었다.


웨이크 업! 브라더-! 아침이다. 게다가 마미의 명령 무시라니, 터프 가이구나.”

“…, 끄러. 개똥마츠.”

좋은 아침, 형아!!!”

쥬시마~? 오소마츠가 자려고 하니 조금만 볼륨을 줄이는 게 어떻겠나?”

, 죄송함다!”

비적비적 몸을 일으키는 이치마츠와 카라마츠의 말에 손으로 입을 꾹 막은 쥬시마츠가 이불을 떠났다

오소마츠를 향해 좋은 아침, 오소마츠 형.” 하고 인사를 건네는 두 동생에게 오소마츠가 미소 띤 얼굴로 ~, 좋은 아침.” 하고 인사했다

평소와 다름없는 말투였지만, 그 톤은 가라앉아 바삭바삭 갈라져 있었다

방을 떠나 저희들 방으로 들어가는 이치마츠와 쥬시마츠를 배웅한 카라마츠가 이불을 들췄다

오소마츠가 들어가기 쉽게 들어올린 이불에 오소마츠가 쏙- 제 몸을 집어 넣었다

발끝, 손끝 하나 빠져 나오지 않도록 단단히 이불을 덮어주는 카라마츠를 보며 오소마츠가 실소를 흘렸다.


오늘따라 다정하네~, 카라마츠 군~”

환자는 조용히 입 다물고 자라.”

, 쌀쌀맞은 차남으로 돌아왔다.”

저가 아픈 와중에 장난스러운 말을 꺼내는 오소마츠를 가볍게 쏘아본 카라마츠가 한숨을 내쉬며 방을 나왔다

체온계에 남은 열에 눈썹을 찌푸리고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계단을 내려와 주방에 들어서자, 마츠요가 기다렸다는 듯이 결과를 물었다.


“37 8부였다.”

그렇게 많이 내리지 않았구나. 오소마츠는 항상 그러니까.”

, 런가?”

감기 걸리면 꼭 열을 내고, 3일은 가니까. 오소마츠는.”

그럼….”

대체 오소마츠는 얼마나 자주 감기에 걸렸던 건가, 라는 말을 삼켰다

철이 든 이후로 오소마츠가 아픈 모습을 본 기억이 없는 카라마츠는 자신에게 그런 질문을 할 자격이 없는 것처럼 느껴졌다

입술을 깨문 카라마츠가 목구멍까지 올라온 말을 꾸역꾸역 넘기고 고개를 저었다

?” 하고 고개를 기울이는 마츠요에게 오늘 아침은?” 하고 물었다

마츠요는 방긋 웃으며 평소와 같지~” 하고 대답했다

식사 준비를 끝내고 일 나갈 준비를 하며 마츠요가 카라마츠에게 기본적인 간호 방법을 설명했다


열은 밥을 먹고 난 후에 재볼 것, 열이 내려도 해열제는 먹일 것, 식후 위장약을 먹이고 잠깐 앉혀놓을 것, 죽은 이미 만들어 놨으니 꼭 시간 맞춰서 먹일 것 등등

마츠요의 말을 경청하며 고개를 끄덕인 카라마츠가 맡겨둬라.” 하고 자신하자 마츠요가 빙긋 웃으며 그럼 맡길게.” 하고 말을 남기고 현관을 나섰다

마츠요도 마츠조도 떠나고 조용해진 집 안에 카라마츠의 한숨 소리가 울렸다

터벅터벅 계단을 올라 2층 방에 들어선 카라마츠가 동생들이 덮고 있는 이불을 훌쩍 들어올렸다.


굿 모닝, 브라더-! 브랙퍼스트 시간이다!”

카라마츠의 외침에 눈을 비비며 쵸로마츠와 토도마츠가 일어났다

벌떡 일어나 쏜살같이 1층을 내려가는 쥬시마츠를 보며 아침부터 기운도 좋네….” 하고 하품을 한 쵸로마츠가 방을 나갔다

이어 토도마츠도 일어나 나가고, 남아있는 것은 몸을 웅크리고 잔뜩 인상을 쓴 채 자고 있는 이치마츠뿐이었다

카라마츠는 슬금슬금 피어 오르는 불안함을 애써 무시하고 이치마츠를 흔들어 깨웠다.


이치마츠, 아침이다. 일어ㄴ…”

, 일어났어.”

말을 마치지도 전에 얼굴을 스치는 발길질에 놀라 뒤로 자빠진 카라마츠를 노려보며 섬뜩하게 중얼거린 이치마츠까지 방을 떠나고, 텅 빈 이불을 보며 카라마츠가 한숨을 내쉬었다

제멋대로 구겨진 이불을 정돈해 개어 벽장에 넣고 거실에 들어가자, 동생들은 이미 식사를 시작한 뒤였다

빈 자리에 앉아 젓가락을 든 카라마츠가 동생들을 향해 말했다.


오소마츠는 아직 열이 덜 내렸다.”

? 그럼 엄마는?”

토도마츠의 질문에 카라마츠가 토도마츠와 눈을 맞추고 씩- 웃었다.


일 나갔다. 그래서 오소마츠 간호는 내가 맡는 것으로 했다.”

, 그래.”

무미건조하게 수긍하는 동생들을 보며 카라마츠는 쓴웃음을 지울 수 없었다

이미 남의 일이 되어버린 오소마츠 간호에 자신이 걸리지 않았다는 것에 진심으로 안도하는 동생들에겐 이미 오소마츠를 걱정하는 기색이라곤 보이지 않았다

이것이 형제, 마츠노가 육둥이라지만 형제들의 쌀쌀맞음이 꼭 자신에게만 향한 것은 아니라는 것에 카라마츠는 기뻐해야 할지, 슬퍼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식사를 끝낸 동생들은 모두 제 예정에 따라 집을 나섰다

하나하나 현관을 떠나는 동생들을 배웅한 카라마츠가 해열제와 위장약을 챙겨 죽과 함께 계단을 올랐다

고요히 잠들어 있는 오소마츠를 억지로 깨워 일으켜 죽을 먹이고 약까지 넘겨준 카라마츠가 가만히 오소마츠를 응시했다

물과 함께 약을 넘긴 오소마츠가 멍한 눈으로 카라마츠와 눈을 맞췄다.


?”

아니, 몸은 좀 어떤가?”

괜찮아.”

마츠요에겐 솔직하게 어디가 아프다고 말했으면서 자신에겐 괜찮다는 말만 반복하는 오소마츠가 조금 야속했다

카라마츠는 작게 한숨 쉬고 오소마츠의 등 뒤로 자리를 옮겼다.


? 뭐야?”

자신의 등에 딱 달라붙어 앉은 카라마츠를 뒤돌아보며 묻는 오소마츠에게 카라마츠가 퉁명스럽게 말했다.


마미가 잠깐 앉혀놓으라고 해서. 내게 기대라, 오소마츠.”

…. ….”

동생에게 기댄다니 싫다고 할 줄 알았던 오소마츠가 의외로 순순히 카라마츠의 가슴에 등을 기댔다

자기가 한 말이지만 오소마츠가 순순히 따르는 모습에 적잖이 놀란 카라마츠가 숨을 멈추고 오소마츠를 응시했다

열이 올라 따끈한 몸이 품 안에 있는 것이 어째 묘한 기분을 불러 일으켰다

눈을 감고 조용히 기대있는 오소마츠를 보며 카라마츠가 마른침을 삼키고 머리를 긁적였다.


이대로 조용히 있으면 되는 건가? 아니면 뭔가 말을 걸어야 하나?’

카라마츠가 열심히 머리를 굴리며 이리저리 눈을 굴리는 사이, - 하고 숨을 내쉰 오소마츠가 가볍게 카라마츠의 어깨를 두드렸다.


이제 괜찮아. 다시 누울래.”

아아….”

멀어지는 체온에 아쉬움을 느끼며 카라마츠가 몸을 뺐다. 이불에 누운 오소마츠가 잘 자….” 하고 인사한 뒤 눈을 감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오소마츠가 규칙적으로 호흡하며 잠든 것을 확인한 카라마츠가 방을 나왔다.

 

 

 

지루한 시간을 어떻게든 때운 점심 시간. 남은 밥으로 적당히 점심을 먹은 카라마츠가 손님방으로 올라갔다

색색 잘 자고 있는 오소마츠를 살짝 흔들자 실눈을 뜬 오소마츠가 카라마츠를 바라보았다.


, …라마츠…?”

아아. 오소마츠, 점심은?”

“…안 먹어.”

꼬물꼬물 이불을 끌어당기며 오소마츠가 눈썹을 찌푸렸다

카라마츠는 먹기 싫다고 하면 점심은 억지로 먹이지 않아도 된다는 마츠요의 말을 떠올리며 알았다.” 하고 대답했다.


그럼 체온 재자.”

….”

카라마츠가 내민 체온계를 오소마츠가 얌전히 겨드랑이에 꽂았다.


“37 7….”

많이 내리긴 했지만, 그래도 아직 미열이라고는 할 수 없었다

걱정스러운 한숨과 함께 미간을 찌푸린 카라마츠가 자신을 바라보는 오소마츠에게 시선을 돌렸다.


오소마츠, 약 먹어야겠다.”

…. 귀찮아…. 놔두면 나아.”

푸딩 있는데?”

푸딩…. 그럼 먹을게.”

아아. 가지고 올 테니 조금만 기다려라.”

퉁명스럽게 대답하는 오소마츠에게 잔잔한 미소를 보여준 카라마츠가 재빨리 주방으로 내려가 푸딩과 해열제, 위장약을 챙겨 올라왔다

뚜껑을 까준 푸딩을 얌전히 비운 오소마츠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고 약을 내밀자 오소마츠가 꿀떡 약을 삼켰다.


속은 어때?”

“…괜찮아.”

“…솔직히 말해라, 오소마츠.”

인상을 찌푸리고 말하는 카라마츠를 힐끗 쳐다본 오소마츠가 귀찮다는 듯이 눈을 찡그리고 한숨과 함께 대답했다.


아직 좀 불편해.”

그럼 저녁에도 위장약 한 번 더 먹자.”

….”

자라.”

….”

이불을 들춰주자 오소마츠가 슬금슬금 엉덩이를 움직여 이불에 자리를 잡고 누웠다

단단히 이불을 덮어준 카라마츠가 빈 푸딩을 들고 내려갔다.

플라스틱 푸딩 컵은 재활용 쓰레기통에 넣고 주방을 나와 대야에 찬물을 길어 다시 계단을 올랐다

찬물에 수건을 적셔 오소마츠 이마에 올리자 오소마츠가 슬쩍 눈을 뜨고 카라마츠를 응시했다.


“…왜 아까부터….”

마미에게 간호 부탁 받았으니까.”

“…후응

오소마츠의 질문을 헤아려 대답한 카라마츠에게 오소마츠가 목소리를 흐리며 눈을 감았다

올라올 때 시계를 확인했을 때, 시침은 2에 올라가 있었다

이제 앞으로 3시간

카라마츠는 마츠요가 돌아올 때까지 둘만 있을 수 있는 시간이 3시간 밖에 남지 않은 것에 이유 모를 아쉬움을 느끼며 벽에 등을 기댔다

한숨을 내쉬고 천장을 보며 눈을 감는다


자신이 오소마츠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너무나 적었다

이렇게나 적은데도, 자신은 제대로 오소마츠를 위해 한 일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동생들을 위해서라면 양아치들의 소굴에도 당당히 들어갔던 카라마츠였지만, 오소마츠를 위해서 같은 일을 했냐고 묻는다면 대답을 망설이고 만다

오소마츠는 홀로 고고히 서 있었다


싸움도 혼자, 아픔도 혼자, 고민도 혼자서.


전부 혼자.


카라마츠가 기억하는 오소마츠는 항상 무리를 이끄는 장난꾸러기 리더의 모습이었다

육둥이의 리더는 항상 씩씩하고 건강하고 당당하고 짓궂었다

그런데 지금은 왜 이렇게나 위태로워 보이는지 카라마츠 자신도 알지 못한다

바람에 흔들흔들 휘청거리는 들꽃처럼, 절벽 위에 홀로 피어난 들꽃처럼, 오소마츠가 위태롭다. 안쓰럽다

왜 그렇게 고집스럽게 혼자를 고집하는지, 바보같다고 생각하며 카라마츠가 작게 혀를 찼다

누군가가 있어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휘청거리는 저 가녀린 들꽃을 지탱해주는 누군가가. 고개를 내려 천장에서 이불로 시선을 옮겼다

열이 많이 내린 덕분에 한결 편안해진 얼굴로 새근새근 자는 오소마츠가 보였다

조용한 오소마츠는 익숙지 않다.

조용한 집 안은 재미가 없다

혼자 남겨진 기분이 든다

카라마츠는 조용히 오소마츠 곁으로 다가가 땀에 젖은 뺨을 어루만졌다.


빨리, 나아라. 오소마츠.”


마음을 담아 그렇게 속삭이고 손을 거두었다.

 

 

 

 

 

 

4.

 

하아~”

한숨이 밀폐된 공기에 담겨 가슴을 눌렀다

정체된 공기에 답답한 숨을 내쉬고 있으면 벌컥- 손님방의 문이 열렸다.


! 카라마츄~!”

문을 닫고 들어온 붉은 후드의 오소마츠. 건강한 모습은 언제 감기가 걸렸다는 듯이 씩씩했다

쾌활하게 웃으며 손에 든 냉각패드 포장을 찢은 오소마츠가 카라마츠의 앞머리를 넘기고 이마에 냉각패드를 붙였다.


너는 바보라서 감기에 안 걸릴 줄 알았는데 말이야~”

기적의 바보인 오소마츠가 걸렸는데, 내가 무사할 리 없잖아.”

누가 바보냣! 바보라고 한 사람이 바보거든!?”

흥흥, 하고 화를 내며 외치는 오소마츠 모습에 한숨을 내쉬며 작은 미소를 실었다

마츠요의 말과 달리 이번엔 이틀 만에 감기를 털고 일어난 오소마츠의 평소와 같은 모습에 어쩐지 굉장히 안도되어 마음이 따뜻해졌다

오소마츠는 바로 뭐라 반박할 줄 알았던 카라마츠가 말없이 자신을 응시하자 고개를 기울이고 의아한 얼굴로 시선을 되받아쳤다.


?”

아니, 아무것도.”

후응?”

카라마츠의 말에 오소마츠가 묘한 신음을 흘렸다

- 하고 뜨거운 숨을 내쉬며 얌전히 잠을 자려고 눈을 감은 카라마츠를 뚫어지라 쳐다본 오소마츠가 몸을 일으켜 창문을 조금 열었다

시원한 바람과 함께 상쾌한 공기가 방 안을 맴돌았다

편안해진 호흡에 카라마츠가 눈을 뜨자, 이불 속으로 들어오려고 하는 오소마츠가 보였다.


, 뭐 하는 건가!? 형님!!”

? 아니, 나도 잠 좀 자려고.”

옆방 가라!! 또 감기 걸리려고…!”

나한테 옮긴 거잖아~? 괜찮아, 괜찮아~”

괜찮지 않아!!”

감긴데도 건강하네, .”

빽 소리를 지르는 카라마츠를 귀찮다는 얼굴로 쳐다본 오소마츠가 기어이 카라마츠를 슬쩍 밀어내고 이불에 누웠다

싱글 이불에 성인 남자가 둘. 당연히 좁아진 자리에 카라마츠가 인상을 찌푸리고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이지, 제멋대로인 브라더다….”

에헷!”

칭찬 아니다!”

싱긋- 웃는 오소마츠에게 외치고 혀를 찬 카라마츠가 눈을 감았다

옆에서 조물조물 움직이는 오소마츠를 최대한 무시하면서 잠들려는 카라마츠의 귀에 오소마츠의 작은 중얼거림이 닿았다.


아플 때 혼자면 쓸쓸하잖아….”

, 하고 속으로 탄식하며 카라마츠가 눈을 떴다

정면으로 천장을 보고 누운 카라마츠가 고개를 슥 돌리자, 카라마츠를 보며 옆으로 누워있던 오소마츠와 눈이 마주쳤다.


오소마츠.”

?”

나직이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카라마츠에게 오소마츠가 미소와 함께 대답했다

이불 속에서 손을 움직여 오소마츠의 손을 찾아내 꽉 붙잡은 카라마츠가 작게 속삭였다.


미안….”

“…, 바보.”

감기 때문에 느슨해진 눈물샘이 눈물을 내뿜었다

팔을 들어 눈을 누르고 눈물을 가린 카라마츠를 보며 짧게 웃은 오소마츠가 맞잡은 손에 깍지를 끼고 카라마츠 옆에 가까이 붙었다.


고마워, 카라마츠.”

어제 간호해줘서, 하고 오소마츠가 말을 덧붙였다

카라마츠는 여전히 팔을 올린 채, 고개를 끄덕이며 깍지 낀 손에 힘을 주었다

빙긋이 행복한 미소를 피운 오소마츠가 옆에서 느껴지는 카라마츠의 체온에 안도하며 눈을 감았다.





* 그럼 저는 이제 주말출근을 갑니다...ㅠ


* 색오소는 분발하면 오늘 안으로? 내일 새벽 안으로? 올릴 수 있을 것 같네요ㅎㅎ


*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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