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편 「마츠노 오소마츠는 멈췄다.(링크 걸어두었습니다.)」와 한 세트인 단편입니다.
오소마츠 편을 읽는 게 이해하기 쉬울 것 같아요.
* 24화, 25화를 지나, 동생들이 독립한 후의 이야기입니다.
* 초단문입니다. 공미포 2,019자. 오탈자는 추후 수정하겠습니다.
* 부족한 글이지만 재미있게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마츠노 카라마츠는 알고 있다. 자신이 오소마츠를 사랑하고 있는 것을.
마츠노 카라마츠는 알고 있다. 오소마츠 또한 카라마츠를 사랑하고 있는 것을.
형제의 범주를 넘어, 애욕을 가지게 된 서로가 서로를 모르는 척하고 있는 것을 알고 있다.
언제부터였는지는 기억도 나지 않는다.
어쩌면 철이 들기도 전, 아니 어쩌면 따뜻하고 안락한 양수 속에 함께 있을 때부터일지도 모른다.
카라마츠는 진심으로 오소마츠를 사랑했다.
그를 위해선 자신의 모든 것을 버릴 수 있을 정도로 사랑했다.
끓어 넘치는 냄비 속의 물처럼 울컥 치솟는 일은 없어도, 따뜻한 품 속에 안긴 것 같은 미지근한 온기가 사라지지 않았다.
함께 있고 싶다.
더, 가까워지고 싶다.
해서는 안 되고, 바라서도 안 되는 욕망을 가면 뒤에 숨겼다.
모두가 알고 있는 안쓰러운 카라마츠, 중2병 바보 차남을 연기하며 알싸하게 퍼지는 사랑을 숨겼다.
금지된 사랑이라는 것은 대체 누가, 어떻게 정한 것일까.
바보 같은 질문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저도 모르게 묻곤 한다.
금기, 터부(taboo)로 점철된 사랑.
새까맣게 칠해진 사랑을 입 밖으로 낼 수는 없었다.
사랑했지만, 말할 수 없었다.
그 말을 내뱉는 순간, 부모를 배신하고, 형제를 배신하는 일이라는 것을 카라마츠는 잘 알고 있었다.
그게 뭐 어때서?, 라고 외치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았지만 그래서는 안 되었다.
자신은 괜찮아도, 오소마츠는 괜찮지 못할 것이 분명했다.
형제와 가족과 이 미지근하고 거짓된 평화가 전부인 오소마츠가 가족의 외면과 세상의 차가운 시선을 견딜 수 있을 리 없었다.
매일 사랑을 고백하고 싶은 충동과 싸우며, 카라마츠는 오소마츠를 지켜보았다.
변하지 않는 일상을 원하는 오소마츠를 그저 가만히 지켜보았다.
오소마츠가 세운 모형 정원, 모라토리엄.
언뜻 보면 절대 무너지지 않을 것처럼 견고해 보여도 실상은 구멍투성이.
세상에서 몰려오는 태풍을 완전히 막아주지 못하고, 그 바람에 휩쓸린 동생들은 결국 허름한 벽을 넘어 세상으로 향했다.
영원히 이 안에서 함께 살아가길 원하는 오소마츠의 바람과 달리, 동생들은 세상으로 나가길 선택했다.
올바른 어른이 되기를 선택했다.
모두 함께 걸어온 그 길에서 벗어나 어둡고 거친 길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 앞에 무엇이 있는지, 언제 끝에 도달할 수 있는지 알 수 없다.
하지만, 그 길을 걸어가는 동안은 마츠노가의 육둥이 중 한 명이 아닌, 육분의 일이 아닌, 단 한 사람.
자기 자신으로서 존재할 수 있었다.
‘오소마츠’라고 잘못 불릴 일 없이, 자신의 이름을 달고, 자신의 이름으로 불릴 수 있었다.
무엇보다 떳떳하게 고개를 들고 살아갈 수 있었다.
모라토리엄을 벗어난 동생들 중엔 카라마츠 자신도 포함되어 있었다.
좁은 길을 걸으며 카라마츠는 옆을 둘러보았다.
사방으로 뻗어나간 길을 걸어가는 동생들은 어느새 저 멀리 떨어져 있었다.
항상 옆에, 살이 맞닿는 가까운 거리에 있던 동생들이 저마다 거친 세상을 헤쳐나가며 멀어지고 있었다.
다섯 개의 길에 카라마츠, 쵸로마츠, 이치마츠, 쥬시마츠, 토도마츠가 서 있다.
오소마츠의 길은 없다.
카라마츠는 예상했다는 듯이 고개를 뒤로 돌렸다.
다섯 개의 길이 갈라져 나온 분기점에, 모두 함께 걸어왔던 커다란 길가에 오소마츠가 서 있었다.
전부 포기한 얼굴로, 아련한 미소와 함께 동생들의 등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대로 이 길을 쭉 걸어가 취직을 하고,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가정을 꾸릴 동생들을 오소마츠는 그저 바라만 보고 있었다.
없었던 것으로 할 생각이다, 오소마츠는.
카라마츠는 그것도 예상했다는 듯이 헛웃음을 흘렸다.
한번도 입 밖으로 내뱉지 못하도록 한 이유가 이것이었다.
그 결과가 이것인가.
자조하며 카라마츠가 다시 동생들을 응시했다.
망설임 없이 앞으로 걸어나가는 동생들이 뒤를 돌아보는 일은 없다.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조금씩 거리가 멀어진다.
멀어져 간다.
동생들이, 조금씩 오소마츠에게서 멀어져 간다.
카라마츠는 자조하던 미소를 지웠다.
아, 이제야 겨우.
카라마츠가 걸음을 멈췄다.
이제야, 이제야 겨우.
회심의 미소가 얼굴 가득 피었다.
오소마츠에겐 형제가 전부였다.
자신을 구성하는 것도, 오소마츠란 인간을 유지해 주는 것도, 전부 ‘형제’였다.
태어난 순간부터 함께였던 형제.
카라마츠가 다가가려고 해도 오소마츠의 곁엔 항상 자신 아닌 형제가 있었다.
형제가 있기에 오소마츠는 형제 이상의 애정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오소마츠를 지탱해주고 있으면서, 카라마츠를 방해하고 있던 것도 형제였다.
천천히, 앞으로 걸어가던 발을 뒤로 돌렸다.
한 걸음 전진하면 오소마츠와 카라마츠의 거리가 가까워진다.
그만큼 동생들과 오소마츠의 거리는 멀어져 갔다.
서슴없이 멀어지는 동생들, 혼자 남겨진 오소마츠.
카라마츠는 지금 이 순간을 얼마나 기다렸는지, 떨리는 심장을 부여잡고 입가에서 떠나지 않는 미소를 끌어안았다.
이젠 나와 너뿐이다.
행복한 미소로 카라마츠가 분기점을 향해 걷는다.
홀로 남겨진 오소마츠가 의지할 수 있는 형제는 이제 자신뿐이다.
카라마츠가 돌아가면 오소마츠는 분명 놀랄 것이다.
눈을 크게 뜨고 놀라 말도 잇지 못하는 오소마츠를 품에 안으면, 질식해 죽을 정도로 꽉 껴안고 속삭여 줄 것이다.
사랑한다고, 네가 없으면 안 된다고.
동생들을 향했던 그 잔잔한 미소를, 체념을 온전히 자신에게 돌려, 진득한 사랑에 익사시켜 버리자고, 다짐하며 카라마츠가 오소마츠를
향해 걸어갔다.
* 쓰고나니 약간 싸이코패스 카라마츠가 되어버린 것 같네요...
* 지금 열심히 색오소 단편 쓰고 있습니다. 내일은 꼭 올릴 수 있을 거에요!!
*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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