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전 단편 「오소마츠는 멈췄다.(링크)」, 「카라마츠는 기다렸다.(링크)」에 이어지는 단편입니다.
이전 단편을 보고, 이 단편을 보시는게 이해하기 쉬울 것 같습니다^^
* 24화, 25화 이후, 동생들이 자립한 후의 이야기 입니다.
* BAR마츠와 50제는 열심히 플롯 정리 + 소설을 쓰고 있는 중입니다. 아마 내일은 올릴 수 있을 것 같아요.
* 공미포 2,766자.
* 부족한 글이지만 재미있게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드르륵-,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에 오소마츠가 몸을 일으켰다.
부부 여행을 떠난 마츠요가 뭔가 놓고 간 것이 있나, 추측하며 거실문을 연 오소마츠 앞에 현관문을 닫고 들어온 사신이 멈춰 섰다.
“…카라마츠.”
자신의 눈앞에 서 있는 동생을 부르자, 카라마츠가 빙긋이 웃으며 “아.” 하고 대답했다.
오만 가지 생각과 질문이 머릿속을 유영한다.
오소마츠는 머리를 가볍게 흔들어 소용돌이처럼 휘몰아치는 질문을 날려버리고 숨을 내쉬었다.
“뭐야?”
혀까지 올라온 물음을 억지로 삼킨 오소마츠가 가까스로 내뱉은 한 마디에 카라마츠가 눈을 가늘게 뜨고 싱긋- 웃었다.
자신의 질문의 어디가 우스운 걸까, 눈썹을 찌푸리면서도 오소마츠는 가만히 카라마츠의 대답을 기다렸다.
“데리러 왔다. 오소마츠.”
“….”
확실히 이건 예상하지 못했다. 오소마츠는 눈을 크게 뜨고 카라마츠를 응시했다.
카라마츠는 오소마츠가 잘못 들은 것이 아님을 증명하듯 손을 내밀고 다시 한번 말했다.
“함께 가자. 오소마츠.”
공중에 떠 있는 카라마츠의 손을 오소마츠가 내려다보았다.
잿빛의 정장을 입고 어깨 한쪽엔 사무용 가방을 멘 카라마츠는 집에서 보던 모습과 전혀 달랐다.
오소마츠가 만든 모형 정원을 제 발로 떠나 세상을 헤쳐나가는 어엿한 어른이 되어 있었다.
오소마츠는 뇌를 뒤흔드는 혼란에 그저 호흡만을 지속했다.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네가 스스로 이 집을 나갔잖아?
왜 돌아왔어?
함께 가자는 무슨 소리야?
혼란이 불쾌한 감정과 기쁨을 한데 혼동해 오소마츠의 위장으로 밀어 넣었다.
아침부터 아무것도 먹지 않은 위장이 꿈틀거리며 위액을 위로 올려보냈다.
목구멍까지 치솟는 메스꺼움에 침을 삼킨 오소마츠가 자신을 빤히 바라보는 카라마츠에게 물었다.
“무슨 소리야.”
“쭉- 함께 있자. 오소마츠. 나는, 네가 아니면 안 돼.”
“….”
“내 곁에 네가 없는 건 상상할 수 없다. 오소마츠.”
“어이,”
이어질 카라마츠의 말을 예상한 오소마츠가 카라마츠를 멈추려 목소리를 냈다.
카라마츠는 자신을 부르는 오소마츠의 제지에 아랑곳하지 않고 말을 이었다.
“나는 너를 사랑한다.”
계속 듣고 싶었던 말.
그리고 지금 이 순간, 제일 듣기 싫었던 말.
카라마츠는 오소마츠의 바람을 잔인하게 짓밟고 ‘사랑’을 고백했다.
간신히 유지하고 있던 숨이 멈췄다.
숨 쉬는 법도 잊고 망연히 서 있는 오소마츠에게 카라마츠가 한 걸음 가까이 다가갔다.
여전히 오소마츠를 향해 뻗은 손은 거두지 않은 채 공중에 멈춰 있었다.
“오소마츠.”
오소마츠는 시선을 내렸다. 반짝반짝 윤이 나는 가죽 구두가 눈에 들어왔다.
아―.
오소마츠는 문득 뭔가를 깨달은 듯이 고개를 들고 카라마츠를 마주 보았다.
“내가 싫다고 하면?”
“….”
오소마츠의 대답에 카라마츠는 예상했다는 듯이 은근한 미소를 피웠다.
오소마츠가 바랐던 동요는 보이지 않았다.
카라마츠는 오소마츠의 눈을 똑바로 응시하며 말했다.
“네가 무슨 대답을 하던, 내가 앞으로 할 행동이 변하는 일은 없다.”
카라마츠의 대답에 오소마츠는 이전 토도마츠가 질렸단 얼굴로 외쳤던 대사를 떠올렸다.
“카라마츠 형은 진짜로, 나르시시스트를 뛰어넘은 사이코패스야!!”
막냇동생의 혜안에 나직이 감탄하면서 오소마츠가 픽- 마른 웃음을 흘렸다.
이 집에 발을 들인 순간부터 카라마츠는 모든 것을 정해두었다.
오소마츠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자신의 의지로 이 집을 떠나느냐, 혹은 카라마츠에게 억지로 끌려 이 집을 떠나느냐, 둘 중 하나였다.
멈춰선 오소마츠가 지금 이렇게 망설이는 순간에도 세상으로 나간 동생들은 착실히 앞으로 걸어나가고 있다.
오소마츠에게서, 이 집에서 멀어지고 있다.
오소마츠는 멈춰선 자신에게 다가온 유일한 존재를 눈에 담았다.
오소마츠는 카라마츠가 얼마나 지금 이 순간을 기다리고 있었는지 모른다.
하지만, 카라마츠가 자신을 위해 걸어가던 길을 되돌아와 자신의 앞에 섰다는 것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가시밭길.
카라마츠의 손을 잡은 순간, 자신의 눈 앞에 펼쳐진 거친 길이 보이는 것 같았다.
이 길을 함께 걸어가기 위해 카라마츠는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
함께 떠나자고 말했다.
오소마츠는 고개를 돌려 자신이 나온 거실과 바닥이 삐걱거리는 마루, 매일 아침 맛있는 밥 냄새가 새어 나오던 주방을 응시했다.
태어나 지금까지 살아온 그리운 집.
오소마츠의 유일한 안식처.
그리고 오소마츠가 멈춰선 장소.
오소마츠는 고개를 돌렸다. 여전히 부동자세로 자신을 기다리는 카라마츠를 바라보았다.
이 손을 잡는 순간, ‘마츠노 오소마츠’는 죽는다.
가족이 가장 소중하고, 동생을 사랑하고, 육둥이인 자신이 전부였던, 장남 오소마츠가 죽는다.
카라마츠는 두 번 다시 이 집에 돌아올 생각이 없다.
지금도 구두를 신은 발을 마루에 올리지 않는다.
이방인처럼 현관에 우두커니 서 있을 뿐이다.
이 손을 잡으면, 이 집을 떠나면….
더는 오소마츠에게 있어 동생들이 중요한 의미를 가지지 못한다.
다정한 부모님도 중요치 않다.
오로지 오소마츠와 카라마츠만이 존재하게 될 것이다.
오소마츠는 문득 다리를 타고 올라오는 공포에 몸을 떨었다.
한 번도 생각한 적도 없고, 마주한 적도 없는 ‘자신’이 너무나 두려웠다.
동생을 사랑하지 않는 오소마츠.
부모님을 생각하지 않는 오소마츠.
세상이 말하는 ‘어른’이 된 오소마츠.
그리고, 카라마츠의 곁에 있을 오소마츠.
한 번도 꿈꾼 적조차 없는 ‘자신’이 무섭다.
두렵다.
아랫입술을 깨문 오소마츠의 귀에 부드러운 음성이 닿았다.
“오소마츠. 내가 언제나 곁에 있겠다.”
“….”
그윽한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카라마츠를 보며 오소마츠가 숨을 삼켰다.
무섭다. 무섭지만, 무시할 수 없는 기대가 그곳에 있었다.
카라마츠를 사랑하는 이 마음을 숨기지 않아도 되는 오소마츠.
카라마츠에게 마음껏 응석 부리는 오소마츠.
카라마츠와 키스하고 그 이상을 할 수 있는 오소마츠.
오소마츠는 달뜬 한숨을 내뱉었다.
여기까지 와서 이제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는 많지 않다.
오소마츠는 뜨거워지는 눈시울에 떨리는 한숨을 내쉬었다.
천천히 손을 들어 올리는 오소마츠를 보는 카라마츠의 눈빛에 환희가 서렸다.
부들부들 잘게 떨리는 손끝이 살며시 카라마츠의 손가락에 닿았다.
“오소마츠.”
“…응.”
자신의 부름에 대답하는 오소마츠의 손을 카라마츠가 강하게 움켜쥐고 잡아당겼다.
“우왓?!” 하고 귀여운 비명을 지르며 오소마츠가 품에 안겼다.
강하게, 아주 강하게, 다시는 놓치지 않겠다는 듯이 오소마츠를 강하게 껴안은 카라마츠가 살포시 귓가에 속삭였다.
“사랑한다, 오소마츠.”
“…하아―…. 나도, 사랑해. 카라마츠.”
달콤하게, 애절하게 떨리는 숨을 내뱉은 오소마츠가 카라마츠의 등에 손을 두르고 대답했다.
오소마츠의 어깨에 턱을 올린 카라마츠의 얼굴 가득히 희열이 넘실거리는 미소가 번졌다.
마츠노 가의 장남, 마츠노 오소마츠는 이 시간부로 죽었다.
남겨진 오소마츠는 오롯이 카라마츠의 것이다.
붉은빛이 감도는 다갈색의 눈동자도,
달콤한 목소리도,
사랑스러운 얼굴도,
따끈한 체온도,
어린아이 같은 천진난만함도,
애정을 갈구하는 욕망도,
숨소리도,
눈물도,
미소도,
전부, 전부― 카라마츠의 것이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기쁨에 왈칵 눈물이 솟아났다.
흐르는 눈물을 닦을 생각도 하지 못하고, 오소마츠의 어깨에 얼굴을 묻었다.
― 오소마츠는 죽었다.
― 이 세상에 오직 단 한 사람, 카라마츠를 위해 죽어버렸다.
* 이 단편 시리즈(?)는 이걸로 끝입니다ㅎ 이후는 꽁냥되며 신혼 생활을 이어갈 카라오소만 남았네요ㅎ
*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요즘 잠이 너무 늘었어요. 날씨가 꿀꿀해서 그런건지, 낮에도 시간만 나면 잡니다ㅠㅠ 뭐, 잠 깰 수 있는 좋은 방법 없나요...ㅠ
커피를 마셔도 카페인이 저를 거부해서 잠이 안 깨요...ㅠㅠ
'오소마츠상 > 카라오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카라오소] 손끝의 사랑 (13) | 2017.09.28 |
---|---|
[카라오소] Sleep forever (8) | 2017.08.20 |
[카라오소] 카라마츠는 기다렸다. (15) | 2017.06.24 |
[카라오소] 오소마츠는 멈췄다. (8) | 2017.06.24 |
[카라오소] 감기 (10) | 2017.06.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