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랜만에 카라오소 초단편 가지고 왔어요.


* '사랑'이라는 건 정말 다양한 형태가 있고, 또 사람마다 정의가 다르죠. 

  누군가를 사랑할 때, 그 사람의 전부가 아닌 일부만을 사랑하는 경우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써본 단편입니다.


* 카라→오소입니다.


* 공미포 1,734자.



* 부족한 글이지만 재미있게 봐주세요^^






최대한 발소리를 죽여 계단을 올라 미닫이문을 열었다

활짝 열린 창문으로 제법 시원해진 바람이 불어 들어와 피부를 스쳐 지나갔다

바람이 헝클고 지나간 머리를 매만지며 방 안으로 발을 들이자, 조용한 방에 색-, - 평온한 숨소리가 퍼졌다

낡은 녹색 소파에 누워 잠든 오소마츠를 보며 지긋이 마음에 내려앉은 사랑스러움에 흥분한다

깰 리 없겠지만, 발소리가 나지 않게 조심조심 움직여 소파 앞으로 걸어갔다.


눈을 감고 있는 그 얼굴은 분명 나와 닮았다

길지 않은 속눈썹과 처진 눈썹, 멍청히 벌리고 침까지 흘리고 있는 얼굴에 나도 모르게 욕정 하며 군침을 삼켰다.

매일 볼 수 없는 귀중한 얼굴에 하늘에 있는 비너스에게 감사를 보내고 소파 옆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처음 오소마츠가 잠든 얼굴을 본 건 언제였을까

이젠 기억도 나지 않는다.

어릴 적부터 지금까지 한 이불에서 자고 있지만, 자리가 떨어진 탓에 오소마츠의 자는 얼굴을 자세히 보지 못했다

언제인지 기억나지 않지만, 정말 우연히 오늘처럼 일찍 귀가한 어느 날, 이렇게 잠든 오소마츠와 마주쳤다

배까지 내놓고 음냐-.” 하고 색기 없는 잠꼬대를 흘리며 잠든 모습에, 벼락을 맞은 것 같은 충격을 받았다

지금까지 내가 가지고 있었던 모든 가치관과 기준을 부정당한 충격에 말도 못 하고 멍청히 한참을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오소마츠의 자는 얼굴을 보고 귀엽다고 생각해버린 자신이 도저히 믿어지지 않아 호흡도 잊어버렸다

여우에 홀린 것처럼 오소마츠에게 다가가 그 얼굴을 빤히 응시했다.

보면 볼수록 사랑스럽다는 마음이 피어나 온몸에 흘러넘쳤다

마치 이 순간을 위해, 오소마츠를 만나기 위해, 지금까지 내가 존재한 것처럼 느껴졌다

동시에 지금까지 오소마츠의 이런 사랑스러운 얼굴을 보지 못한 것이 분했다.


그래, 무엇을 숨기랴

나는 오소마츠의 잠든 얼굴에 반해버리고 말았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카라마츠 걸-즈 보다도, 아직 만나지 못한 운명의 내 사랑보다도, 잠든 오소마츠를 사랑스럽다 느껴버렸다

온종일 보고 싶은 그 얼굴은 야속하게도 오소마츠가 눈을 뜨면 사라졌다

남은 것은 무책임하고 바보에 적당주의인 나의 하나뿐인 형

내 마음을 뒤흔들었던 사랑스러움은 찾아볼 수 없었다.


매일 그 사랑스러운 얼굴을 찾아 헤맸다

하지만 야속하게도 내 사랑은 오소마츠가 잠들지 않으면 찾아오지 않았다

허구한 날 파칭코다, 경마다, 외출하는 오소마츠가 낮잠을 자는 시간은 드물었다

밤엔 브라더-들 몰래 오소마츠의 사랑스러운 잠든 얼굴을 만끽할 수 있었지만, 어둠 속에서 아름다운 그 얼굴을 환한 빛 아래서 보고 싶다는 욕망이 일었다.

언제 오소마츠가 낮잠을 잘까, 살피기 시작했다

경마나 파칭코에서 딴 날이나 브라더-와 함께 늦게 까지 마신 날, 오소마츠는 늦잠을 잤다

브라더-가 모두 외출한 것을 확인하고 또 확인한 후, 오소마츠의 잠든 얼굴을 만끽했다

또는 새 기계가 들어왔다며 일찍 일어난 날, 파칭코에서 털리고 돌아온 오소마츠는 낮잠으로 부족한 잠을 보충했다

오소마츠가 브라더-와 하는 대화와 혼잣말, 오소마츠의 지갑 사정 등을 확인하고 오소마츠가 낮잠을 자는 날을 노려 일찍 귀가했다

생각하는 것을 그대로 흘리는 오소마츠의 낮잠을 예측하는 것은 누워서 떡 먹기보다 쉬웠다

그리고 정확도가 심각하게 높은 예측 결과, 오늘도 이렇게 귀엽고 사랑스러운 얼굴을 마주할 수 있는 것이다.


꿈이라도 꾸는지 몸을 뒤척이는 탓에 앞머리가 눈썹 아래로 내려왔다

슬쩍 손을 뻗어 앞머리를 쓸어 올린다

일순간의 접촉에도 긴장한 손이 벌벌 떨린다

몸을 돌려 소파 바깥쪽으로 모로 누운 덕분에 얼굴이 더 가까워졌다

감긴 눈꺼풀이 파르르 떨렸다

일정한 속도로 느긋하게 오르락내리락하는 가슴도 귀엽다.


-, 귀엽다.

충동적으로 키스해버릴 정도로….


닿을 듯 말 듯 손을 뻗어 보드라운 볼을 쓸어 올렸다

나와 같은 나이, 같은 성별, 같은 피가 이어진 형제인데 어째서 이렇게나 귀여운 걸까

상상을 초월하는 피부의 부드러움에 감탄하며 눈가를 매만지자, 다시 파르르 떨린 속눈썹이 스쳤다

고요한 방안에 퍼지는 숨소리조차 달콤하게 귓가에 맴돌아 이성을 시험한다

좀 더 이 천국을 만끽하고 싶은 내 바람이 무색하게 시간은 흘러 브라더-들이 돌아올 시간이 되었다

곧 현관문을 열고 쳐들어올 브라더-들을 떠올리고 낮게 한숨을 쉬며 소파에서 멀어졌다

브라더-들이 돌아오고 오소마츠가 눈을 뜬다면 내 사랑은 또 사라져버리고 말겠지

아쉬움에 심장이 아프다


차라리 평생- 오소마츠가 잠들어 버리면 좋을 텐데

쓸쓸함과 함께 이룰 수 없는 헛된 꿈에 목매며 눈을 뜬 오소마츠에게 미소로 인사했다.

 

잘 잤나? 브라더-.”





* 싸이코패스...? 카라마츠 였습니다.


* 이번 단편의 카라마츠는 정말 순수하게 오소마츠의 잠든 얼굴에 반했습니다. 오소마츠를 좋아하는 게 아니에요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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