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랜만의 카라오소 단편인데 굉장히 건조한 글이 되어버렸네요...

* 전지적 관찰자 시점. 다큐멘터리의 나래이션 느낌으로 썼습니다.

* 장형과 동생들이 나이차 형제입니다.

* 공미포 5,366자.


* 부족한 글이지만 재미있게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1.


눈앞에서 풀을 뜯는 토끼를 노려보던 인랑 아성체(새끼와 성체의 중간)가 고개를 들었다. 이제 막 유년기를 벗어난 인랑 ‘붉은 천둥 (Red thunder)’. 희귀한 자연림과 넓은 들판으로 이루어진 파인 필드 (pine field)를 영역으로 삼은 인랑 가족의 장남이다.

바람에 실려 온 낯선 냄새에 붉은 천둥이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동그랗게 뜬 눈에 비친 두려움이 붉은 천둥의 발을 묶었다. 적자생존이 지배하는 야생에서 낯선 냄새는 곧 위험을 뜻했다. 붉은 천둥이 사냥을 중단하고 가족이 있는 굴로 향했다.

파인 필드에 존재하는 인랑족은 붉은 천둥의 가족뿐이었다. 우두머리 부부와 이제 막 아성체가 된 붉은 천둥과 푸른 송곳니 (Blue fang), 지난달에 태어난 세 마리의 새끼들이 파인 필드가 품은 인랑족이었다. 지금까지는.


이제 막 눈을 뜬 새끼들을 굴속 깊숙이 밀어 넣은 우두머리 부부와 붉은 천둥이 초원에서 합류했다. 푸른 송곳니는 새끼들을 지키는 일을 맡았다. 듬성듬성 난 긴 풀더미 사이로 밀려오는 냄새는 적의에 가득 차 있었다. 100m 정도 떨어진 언덕에 침입자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서식지를 찾아 떠돌다 무리를 이루었는지 침입자들의 나이와 덩치는 모두 달랐다. 침입자 무리를 이끄는 것은 얼굴의 커다란 흉터를 가진 ‘스카페이스’였다. 검은 털을 가진 스카페이스 뒤로 젊은 남성체 셋과 여성체 둘, 아성체 셋이 나란히 섰다. 아성체를 제외한다 해도 침입자들의 수는 여섯이, 그들을 이끄는 스카페이스는 비열하고 강한 개체였다.

절대적으로 불리한 싸움의 결말은 보지 않아도 뻔했다. 침입자 무리가 먼저 울기 시작했다.

석양으로 물든 하늘로 울려 퍼진 하울링에 붉은 천둥과 우두머리 부부가 이를 드러냈다. 윗입술을 비틀어 잇몸까지 드러내며 으르렁거리는 우두머리 부부를 향해 침입자 무리가 돌진했다. 붉은 천둥의 아버지와 스카페이스가 충돌했다. 침입자 무리의 여성체 둘과 붉은 천둥의 어미가 뒹구는 사이 붉은 천둥에게 젊은 인랑 남성체 셋이 달려들었다.


초원에 밤의 장막이 내려앉았을 때, 전쟁이 끝났다. 힘을 잃고 풀 위에 쓰러진 부모를 등진 붉은 천둥이 굴을 향해 뛰었다. 앞을 가로막는 젊은 인랑의 다리를 물어뜯고 도망치는 붉은 천둥의 뒤를 젊은 인랑 둘이 쫓았다. 아성체의 작은 몸집을 이용하여 나무 사이에 몸을 숨겨 추격자를 따돌린 붉은 천둥이 푸른 송곳니가 지키고 있는 굴에 들어갔다.


곧 붉은 천둥과 푸른 송곳니가 새끼들을 데리고 굴을 떠나 북으로 향했다.




2.


인간의 마을이 있는 북쪽 숲에 붉은 천둥은 자리를 잡았다. 파인 필드보다 먹이가 적은 혹독한 환경에서 아성체 둘과 새끼 세 마리가 생존할 가능성은 희박했다.

붉은 천둥은 딱딱하게 얼어붙은 땅에 굴을 파는 대신 작은 동굴을 주거지로 삼았다. 작은 동굴 입구 주변에 나뭇가지와 풀을 쌓아 위장하고 두려움에 떠는 새끼들을 달랜 붉은 천둥이 밖으로 나왔다. 그를 따라 나온 푸른 송곳니를 동굴로 밀어 넣은 붉은 천둥이 사냥을 나섰다.

침입자들이 있었던 북쪽은 인간의 마을이 근처에 있는 탓에 천적이 없었다. 하지만 벌목으로 작아진 숲은 몸을 숨길 장소가 많지 않았고, 먹이가 될 동물도 적었다. 은신처로 삼은 작은 동굴에서 10km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 인간의 마을이 있었다. 붉은 천둥이 굴뚝에서 올라오는 연기를 보고 발을 돌렸다.

파인 필드와 달리 북쪽에는 토끼, 족제비, 들쥐 정도의 작은 사냥감밖에 없었다. 붉은 천둥과 그의 형제들이 살기 위해서는 부지런히 사냥해야 했다.

주변의 지리를 익히고 간신히 작은 쥐 하나를 잡은 붉은 천둥이 동굴로 돌아갔다. 붉은 천둥의 어두운 얼굴을 본 푸른 송곳니가 다가오자 붉은 천둥이 사냥감을 건넸다. 새끼들에게 먹이기도 부족한 양이었다. 작은 쥐를 나누어 새끼들에게 나누어준 붉은 천둥이 새끼들 곁에 누웠다. 내일의 사냥을 위해서는 조금이라도 체력을 비축해야 했다.

새끼들을 보호하듯 감싸 안은 채 잠든 붉은 천둥이 고향을 그리며 작게 흐느꼈다.


날이 밝았다. 저들끼리 장난치던 새끼들이 굶주림에 칭얼대기 시작했다. 어젯밤 잡아 온 작은 쥐는 충분한 먹이가 되지 못했다. 동굴을 나온 붉은 폭풍이 다시 사냥을 나갔다. 만에 하나라도 북까지 쫓아올 추격자를 대비해 푸른 송곳니는 동굴을 떠날 수 없었다. 우두머리 부모가 있을 적엔 협동하여 큰 사냥감을 잡을 수 있었다. 사슴을 잡아 새끼들과 자신까지 배부르게 먹던 시절을 떠올린 붉은 천둥이 숲속으로 들어갔다.

북은 척박한 환경을 증명하듯 먹잇감이 너무나 적었다. 오전 내내 돌아다녔지만 수확은 들쥐 하나였다. 동굴에서 새끼들을 지키고 있는 푸른 송곳니에게 먹잇감을 전달한 붉은 천둥이 숲 깊숙한 곳으로 발을 옮겼다. 콧속으로 들어오는 오만가지 냄새 중에서 사냥감의 체취를 잡아낸 붉은 폭풍이 토끼굴을 발견했다. 운이 좋다면 어미와 새끼까지 잡을 수 있을 것이다. 토끼굴을 파헤치는데 집중한 나머지 붉은 천둥은 뒤에서 달려오는 멧돼지의 울음소리를 듣지 못했다. 간발의 차로 붉은 천둥을 스쳐 지나간 멧돼지의 날카로운 엄니에 붉은 천둥이 훌쩍 뒤로 물러섰다.

붉은 천둥의 두 배를 넘는 덩치의 멧돼지가 발을 굴렀다. 멧돼지는 쉽지 않은 사냥감이었다. 인랑 성체 셋이 달라붙어야 잡을 수 있는 먹잇감이었다. 성난 멧돼지의 숨소리에 붉은 천둥이 몸을 움츠렸다. 꼬리를 다리 사이에 숨긴 붉은 천둥이 때를 보다가 냅다 도망치기 시작했다.

다행히 멧돼지는 붉은 천둥을 뒤쫓지 않았다. 붉은 천둥은 무사히 도망친 뒤에도 사냥을 이어갔지만, 오늘도 들쥐 한 마리밖에 잡지 못했다. 터덜터덜 동굴로 향하는 붉은 천둥의 눈에서 희망이 사라져갔다.




3.


북쪽에 자리를 잡은 지 2주가 지났다. 흰 토끼를 잡아서 돌아온 붉은 천둥을 새끼들이 반겼다. 처음 북쪽에 왔을 때보다는 사냥에 익숙해졌지만, 여전히 잡아 오는 먹잇감은 가족이 나누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서로 더 먹겠다며 싸우는 새끼들을 보며 한숨을 내쉰 붉은 천둥 옆에 푸른 송곳니가 앉았다.

붉은 천둥과 그의 형제들이 태어난 해는 유달리 먹이가 부족했다. 능숙한 사냥꾼이었던 우두머리 부부의 헌신에도 불구하고 다섯 마리의 새끼 중 붉은 천둥과 푸른 송곳니만이 살아남았다. 다음 해에 태어난 네 마리의 새끼가 붉은 천둥의 동생들이었다.

몰려온 피로에 가만히 앉아있는 붉은 천둥의 뺨을 푸른 송곳니가 핥았다. 숲을 뛰어다니다 나뭇가지에 긁힌 상처를 핥아 준 푸른 송곳니가 붉은 천둥과 교대하듯 사냥을 나갔다.

잡아 온 토끼는 금세 사라졌다. 새끼들은 토끼 한 마리로 간신히 주린 배만 달랬다. 북쪽에서 이들은 생존할 수는 있어도 배불리 먹을 수 없었다. 통통했던 새끼들의 배는 홀쭉해지고 마른 갈비뼈가 드러나 있었다. 허기를 참으려 잠든 새끼들을 내려다보던 붉은 천둥이 동굴을 나왔다.

푸른 송곳니는 빈손으로 돌아왔다. 쥐를 잡으려 강하한 매를 노렸지만, 매의 발톱에 팔을 긁히고 놓치고 말았다. 저녁이 없으니 내일 새끼들의 칭얼거림이 커질 것이다. 꼬리를 땅에 질질 끌며 돌아온 푸른 송곳니가 동굴 앞에 앉아있는 붉은 천둥에게 걸어갔다.

푸른 송곳니의 기척에 붉은 천둥이 깊이 고개 숙였다. 보름달 아래 두 마리의 인랑이 서로 어깨를 기대고 앉아있었다.


위장을 뒤트는 허기에 새끼들이 울기 시작했다. 인간들의 사냥철이 시작된 이후로 붉은 천둥과 푸른 송곳니는 허탕만 쳤다. 인간들의 총성에 먹잇감들의 경계가 높아져 들쥐조차 쉽게 잡을 수 없었다. 새끼들을 달래는 푸른 송곳니를 남겨두고 붉은 천둥이 동굴을 나섰다.

망설임 끝에 붉은 천둥이 인간 마을 근처로 내려왔다. 항상 먹이가 부족한 붉은 천둥의 가족과 달리 인간들은 굶주리는 일이 없었다. 밤이 내려오자 붉은 천둥이 조심스럽게 마을로 들어갔다. 정육점에 걸린 고기를 손에 넣은 붉은 천둥이 한숨 돌리자마자 인기척이 들렸다. 놀란 붉은 천둥이 튀어 나가다 작업대와 부딪친 바람에 커다란 칼이 바닥에 떨어졌다. 쇠가 부딪치는 소리에 마을이 서서히 밝아지고 곧 인간들이 몰려왔다. 마을의 명사수로 소문난 사냥꾼이 총을 붉은 천둥에게 겨누었다.

크고 날카로운 소리를 등지고 달린 붉은 천둥이 상처 입은 팔을 잡고 숲으로 도망쳤다. 힘들게 구한 고기도 버리고 깊은 숲속에 숨어 무사히 인간을 따돌린 붉은 천둥이 작은 동굴로 돌아왔다.

동굴에 도착하자마자 긴장이 풀린 붉은 천둥이 쓰러졌다. 그에게 달려온 푸른 송곳니가 붉은 천둥의 팔에서 흐르는 피를 발견하고 붉은 천둥을 안아올렸다. 새끼들이 붉은 천둥을 둘러싸고 낑낑거리기 시작했다.

붉은 천둥을 목격한 인간들은 괴물을 죽이기 위해 숲을 뒤집기 시작했다. 항상 들려오던 새소리가 사라진 것을 알아챈 푸른 송곳니가 동굴을 빠져나가 숲을 크게 돌았다. 자칫 잘못하면 인간에게 발견될 수도 있었지만, 푸른 송곳니는 숲의 그림자에 숨어 약초를 뜯어 돌아왔다.

약초를 씹어 붉은 천둥의 상처에 밀어 넣은 푸른 송곳니가 얼굴을 찌푸렸다. 붉은 천둥 주변을 맴돌던 새끼들이 울다 지쳐 잠들자 동굴 안이 고요해졌다. 출혈로 인해 붉은 천둥의 몸에 열이 나기 시작했다. 푸른 송곳니는 말없이 붉은 천둥의 곁에서 밤을 지새웠다.

날이 밝자 다행히 붉은 천둥이 눈을 떴다. 푸른 송곳니가 구해온 약초가 효과가 있었는지 출혈도 멈추고 열도 나지 않았다. 내내 뜬눈으로 그의 옆을 지킨 푸른 송곳니가 붉은 천둥에게 얼굴을 비볐다. 푸른 송곳니가 울고 있는 것을 깨달은 붉은 천둥이 꼬리를 살짝 흔들었다. 붉은 천둥과 푸른 송곳니는 다른 이가 들을 수 없을 정도로 작게 대화하며 서로 눈을 맞추고 고개를 끄덕였다.


인간들은 인랑을 잡기 위해 무기를 들고 숲을 수색했다. 더는 북쪽에서 살 수 없다고 판단한 붉은 천둥과 푸른 송곳니는 인간들의 수색이 잠잠해진 어느 날 밤, 새끼들을 이끌고 북동쪽으로 향했다.




4.


인랑들에게 가장 위험한 곳으로 손꼽히는 북동쪽의 ‘잿빛 평원’은 북쪽보다 기후가 혹독하고 많은 위험이 도사리는 곳이었다. 인랑에게 치명상을 입힐 수 있는 뿔을 가진 엘크와 들소의 서식지이며 인랑의 천적인 곰이 자주 출몰했다.

우두머리 부부가 없는 인랑 가족에게는 최악의 환경이지만, 붉은 천둥의 가족에겐 이곳밖에 남지 않았다. 최후의 보루가 된 ‘잿빛 평원’에 인랑 가족이 새터를 잡았다.


붉은 천둥의 가족이 운 좋게 버려진 굴을 찾아 주거지로 삼은 지 며칠이 지나자 잿빛 평원의 기온이 급격하게 떨어지기 시작했다. 평원에 매서운 겨울이 왔다. 붉은 천둥과 푸른 송곳니는 겨울을 대비해 필사적으로 사냥을 이어갔다. 어쩌다 평원에 들어온 작은 들짐승부터 죽을 위험을 감수해가며 엘크와 들소까지 가리지 않고 사냥했다. 아성체에서 서서히 성체의 몸으로 변해가는 붉은 천둥과 푸른 송곳니의 얼굴과 몸에 사냥으로 인한 상처가 늘어났다.

사냥을 반복할수록 붉은 천둥과 푸른 송곳니의 사냥 전략은 치밀해졌습니다. 두 마리가 협동하여 잿빛 평원 가장자리에 있는 절벽으로 사냥감을 몰아 절벽 아래로 떨어지게 만들거나, 엘크 무리로 달려가 혼란을 만들어 도망치던 엘크 무리에 밟혀 죽은 동물을 먹이로 삼았다. 조금이라도 방심한다면 뿔에 받히거나 발굽에 밟혀 죽을 수도 있었지만, 붉은 천둥과 푸른 송곳니는 사냥을 반복하며 점점 영리하고 노련해졌다.


처음으로 큰사슴을 사냥해 돌아온 저녁, 붉은 천둥과 푸른 송곳니는 서로 얼굴에 난 상처를 핥아주었다. 얼굴을 핥아주고 코를 가볍게 깨무는 행동은 인랑족 사이에서도 가장 친근한 상대에게만 보여주는 것이었다. 부쩍 큰 새끼들이 사슴을 먹는 동안 주변을 경계하는 붉은 천둥과 푸른 송곳니는 어느새 한 무리의 우두머리가 되어 서 있었다.




5.


기록적인 한파를 가져왔던 겨울이 지났다. 고요한 잿빛 평원을 건너 붉은 천둥과 그의 형제들이 살았던 굴은 텅 비어있었다. 부모 없이 살아가야 했던 인랑 형제들은 혹독한 겨울을 이겨내지 못한 것처럼 보였다.


3일 뒤, 땅을 울리며 도망치는 엘크 무리를 뒤쫓는 인랑 가족이 발견되었다. 참혹했던 겨울을 버텨낸 형제들은 아성체로 성장했다. 능수능란한 사냥꾼이 된 붉은 천둥과 푸른 송곳니가 사냥을 지휘하고 아성체가 된 형제들이 엘크를 쫓았다. 잿빛 평원에서 쉽지 않은 사냥을 이어간 여섯 마리의 인랑은 쉽게 엘크 한 마리를 넘어뜨렸다. 새끼들이 엘크의 발을 묶어놓은 사이 푸른 송곳니가 엘크의 배를 가격했고 붉은 천둥이 엘크의 목을 물어 끝냈다.

사냥한 엘크 한 마리로 만찬을 든 여섯 마리의 인랑이 잿빛 평원을 떠나 그들의 고향 파인 필드로 향했다.


한편 파인 필드에서는 스카페이스의 독재로 동물들이 죽어가고 있었다. 먹이가 풍족한 파인 필드에서 인랑족은 먹이사슬의 최상위를 차지했다. 인랑족 외에도 여우와 코요테, 회색 늑대 같은 포식자가 있었지만 스카페이스는 다른 종족과 먹이를 나누려 하지 않았다. 배가 불러 남긴 고기를 잡아채는 여우를 물어 죽인 스카페이스는 여우뿐 아니라 늑대와 코요테까지 파인 필드에서 몰아냈다. 포식자가 줄어든 파인 필드는 뜻하지 않은 초식동물의 증식이 일어났다. 포식자와 먹잇감이 균형이 무너진 파인 필드는 천천히 죽어가고 있었습니다.


지키는 쪽과 빼앗으려는 쪽. 입장이 바뀐 인랑족 무리가 파인 필드에서 만났다. 고향을 되찾으러 돌아온 붉은 천둥 가족이 이를 드러내고 꼬리를 바짝 세웠다. 스카페이스 무리는 그의 폭정에 수가 여섯 마리로 줄어있었다. 하지만 붉은 천둥의 가족은 아성체 새끼가 넷인 데 반해 스카페이스 무리는 모두 성체로 이루어져 있었다. 함부로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작은 전쟁이 시작되었다. 스카페이스와 남아있던 남성체 인랑이 붉은 천둥과 푸른 송곳니에게 달려들었다. 네 마리의 격렬한 싸움에 합류를 망설이던 여성체 인랑들에게 붉은 천둥의 형제들이 뛰어들었다.

스카페이스와 그의 무리는 승리를 예상했지만, 결투는 그가 바란 대로 풀리지 않았다. 잿빛 평원에서 엘크와 큰사슴을 사냥하던 붉은 천둥의 가족은 큰 어려움 없이 스카페이스의 무리를 제압했다.

붉은 천둥과 푸른 송곳니가 스카페이스에게 달라붙어 그의 목을 물어뜯어 파인 필드를 차지하기 위한 작은 전쟁을 끝냈다.


불가능처럼 보였던 역경을 이겨내고, 자랑스러운 인랑족의 우두머리가 된 붉은 천둥과 푸른 송곳니가 파인 필드의 주인이 되었다.




6.


“혼자 모든 것을 떠안으려 하지 말아라. 너까지 잃고 싶지는 않아.”

“응, 미안….”

“나는, 네 의지가 될 수 없는 건가? 이대로 네가 영영 내 곁을 떠나버린다면, 나는….”

“미안, 미안해. 엄마랑 아빠가 돌아가시고, 저 녀석들은 어리니까….”

“나도 너와 같아…. 내가 함께할 테니까, 조금만 나를 믿고 의지해줘. 우리 둘이 같이 힘낸다면 살아남을 수 있을 거야.”

“응, 고마워.”




*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다음에 올릴 글은 오소른 50제가 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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