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늦었습니다...ㅎㅎㅎ;; 2017년 새해가 밝았네요..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크리스마스 특집으로 매일 단편 하나씩 올리겠다는 프로젝트(?)의 마지막! 오소른입니다.
* 분명 플롯은 몇 줄 안되었는데, 쓰다보면 늘어나는 마법~ㅎㅎ
* 부족한 글이지만, 재미있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1.
마츠노 오소마츠, 마츠노가 육쌍둥이의 한 명인 그.
그는 다섯 명의 동생들에게 있어서 명실상부한 마츠노가의 장남이자, 그들의 리더이자 형이었다.
2.
모두 일이 있어 저녁 늦게 돌아올 거라고 말하며 나가고 오소마츠 형과 나만 남았다.
나도 오늘은 냐-짱 라이브 원정이 있으니, 밤 늦게 들어오던가 아예 외박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것을 엄마에게 알린 후, 신발을 신고 현관을 나왔다.
오늘도 냐-짱의 귀엽고 사랑스러운 모습을 볼 수 있다는 생각에 들떠 가벼운 발을 옮기며 가까운 역으로 향하던 찰나, 놓고 온 물건이 생각났다.
몇 번이고 꼼꼼히 짐을 확인했는데, 왜 또 놓고 온 것이 있는지 한탄하며 다시 발을 돌렸다.
다행이 조금 일찍 나왔으니, 다시 집에 들렸다가 나와도 시간에 맞출 수 있었다.
현관문을 열고 바로 2층방으로 올랐다. 마루를 지나며 슬쩍 본 주방에 엄마는 있지 않았다.
잠깐 어디 나가신 건가 유추하며 잊은 물건을 챙겨 다시 1층으로 내려온 내 귀에 오소마츠 형의 목소리가 들렸다.
평소와 다른 어쩐지 톤이 높고 간드러진 오소마츠 형의 목소리에 인상을 찌푸리며 거실의 열린 문 틈으로 안을 들여다 보았다.
“엄마~, 심심해애애애~”
“그래, 그래. 이것만 다 개고 놀아줄게~
장난으로 토도마츠의 귀여운 척을 흉내 내고 있는 거라고 생각했던 나는 놀라 비명을 지르려는 입을 두 손 들어 막았다.
엄마에게 매달려 엎드리고 발을 구르고 있는 오소마츠 형은, 거실에 앉아 옷을 개고 있는 엄마의 등에 얼굴을 묻고 있었다.
한번도 들어 본 적 없는 오소마츠 형의 목소리 톤과 행동에 눈을 비비고 볼을 살짝 꼬집어 보았다.
얼얼하니 아려오는 볼이 지금 이것이 현실이라는 것을 증명한다.
“우응~~~”
“응! 다 끝났다. 우리 오소마츄~는 뭐하고 놀고 싶은까~?”
“응~, 엄마 이제 일 없어?”
“오늘은 다나카 씨가 대타 해주기로 했어.”
“…그럼 트럼프..”
“그래, 같이 트럼프 하자.”
오소마츠 형이 항상 이치마츠를 ‘이치마츄~’ 하고 불렀던 게 엄마한테서 나온 거구나…
아니!!! 그게 아니라!!!
어쩐지 보아서는 안 되는 심연을 본 것만 같은 꺼림칙한 기분에 나는 천천히 뒷걸음쳐 현관으로 나왔다.
한번도 본 적 없다.
저렇게 어리광을 부리는 오소마츠 형은. 항상 우리에게 매달려 “놀아줘~” 하고 떼쓰던 모습과도 달랐다.
안심한 얼굴에, 완전히 모든 긴장을 풀고 철저하게 엄마만을 신뢰한다는 눈빛이었다.
달콤하게 상대방을 부르는 오소마츠 형의 목소리도 처음 들었다.
엄마에게 어리광을 부리는 모습은 우리의 ‘형’이 아닌, 엄마의 ‘아들’인 오소마츠였다.
우리에게 있어 오소마츠 형은..
항상 우리를 앞서 이끌고, 동생인 우리들을 알게 모르게 보살펴 주는 사람이었다.
우리 육둥이를 이끄는 ‘리더’였고, 내 ‘파트너’였다.
내가 알고 있는 오소마츠 형의 모습과 방금 전 본 오소마츠 형의 모습에서 참을 수 없는 괴리를 느껴, 나도 모르게 전속력으로 뛰어 집에서 멀어졌다.
대체 무엇이 그렇게 두렵고, 꺼림칙했는지 깨닫지 못한 채로…
3.
재잘대는 여자애들과 함께 중심가를 걸어나갔다.
예쁜 옷이나 아기자기한 팬시를 파는 가게마다 들러 귀엽다는 말을 연발하는 여자아이들 사이에 껴서 계속 고개를 끄덕였다.
이대로 오늘 저녁에 있을 미팅에 함께 갈 생각만으로도 입꼬리가 올라갔다.
절로 나오려는 콧노래를 참으며 가게 윈도우를 바라보고 있는 여자애들 뒤에 서 있는데, 시야에 붉은 후드가 잡혔다.
“윽.”
지난날, 여자애들과 함께 있을 때 만난 오소마츠 형이 계속 자기도 미팅에 데려가 달라고 매달렸던 기억을 떠올리며 재빨리 고개를 돌렸다.
제발 나를 알아보지 말고 그대로 지나가기를 바라며 슬쩍 눈을 돌렸는데, 붉은 후드 옆에 항상 보던 앞치마 차림의 엄마가 붙어있었다.
집이 아닌 밖에서 둘이 함께 있는 모습을 처음 봐, 몸을 숨기는 것도 잊고 빤히 둘을 쳐다보았다.
장을 보고 왔는지 오소마츠 형과 엄마의 손엔 커다란 장바구니가 들려있었다.
장바구니 밖으로 삐죽 튀어나온 대파조각을 보며 오늘 저녁이 전골이라는 것을 알았다.
엄마는 전골을 할 때가 아니면 대파를 잘 쓰지 않으니까.
뭐라 대화를 하고 있는지 오소마츠 형은 쉴새 없이 입을 움직였고, 그에 맞추어 엄마가 호호호 하고 웃으며 걸어가고 있었다.
누가 봐도 사이 좋은 모자(母子)로밖에 보이지 않는 그 모습에 조금 얼이 빠졌다.
서서히 오소마츠 형과 엄마가 시야에서 사라져, 나도 모르게 여자애들에게 양해를 구한 후, 뭔가에 홀린 듯 두 사람의 뒤를 따랐다.
“…에?”
10 걸음 정도 뒤에서 내가 둘을 쫓는 동안, 대화가 끊긴 엄마와 오소마츠 형은 너무나 자연스럽게 장바구니를 들고 있지 않은 손을 서로 맞잡았다.
말없이 길을 걷던 엄마가 갑자기 걸음을 멈추었다.
고개를 돌려 오른편에 있는 가게의 윈도우를 빤히 보던 엄마가 입을 열었다.
무슨 말을 하는지 너무 멀리 떨어져 들을 수 없었기에, 들키지 않도록 천천히 앞으로 전진했다.
“어? 별로 필요 없어~”
“너도 참, 후드 밖에 안 입잖니.”
“그렇게 자주 밖에 나가는 것도 아니고…”
“그래도.. 이거 너한테 잘 어울릴 것 같은데..”
엄마가 한숨과 함께 가게의 윈도우에 전시된 옷을 빤히 바라보았다.
붉은색의 체크무늬 셔츠에 베이지색에 파란색의 스트레이트 포인트가 들어간 니트.
내가 봐도 제법 괜찮은 느낌의 옷이 윈도우에 서 있는 마네킹에 입혀져 있었다.
오소마츠 형과 맞잖은 손을 흔들며 엄마는 계속 “어떠니? 응?” 하고 물었고, 오소마츠 형은 시큰둥한 얼굴로 “괜찮아~” 하고 마다했다.
결국 포기한 엄마가 옆에 놓아두었던 장바구니를 드는 것을 신호로 두 사람은 다시 집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말도 안 돼…”
멀어지는 두 사람의 등을 보며 나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그럴 수 밖에 없었다.
엄마가! 그 엄마가!
먼저 옷을 사주겠다는 말을 하다니.
옷에 욕심이 많았던 나는 중, 고등학교 때부터 엄마에게 몇 번이고 옷을 사달라고 졸랐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한결같이 “네 용돈으로 사렴.” 이었다.
엄마가 사오는 옷은 항상 육둥이 맞춤 옷뿐이었다.
그랬던 엄마가 먼저 옷을 사주겠다고 하다니…
그것도 오소마츠 형에게!!
엄마가 먼저 오소마츠 형에게 옷을 사주겠다고 제안하고, 저렇게 사이좋게 장을 볼 정도로 친했던가?
아무리 기억을 쥐어짜봐도 오소마츠 형은 항상 우리와 함께 있었지, 엄마와 저런 단란한 시간을 보내는 것을 본 적은 없다.
오소마츠 형은 항상 쵸로마츠 형에게 짓궂은 장난을 하고, 동생들에게 어리광부리고, 파칭코 좋아하는 쓰레기에, 항상 자신이 ‘형’임을 주장하던 사람이었다.
저렇게 자연스럽게 누군가에게 어리광부리는 오소마츠 형을 나는 모른다.
그 자리에서 멈춰선 채, 한참을 오소마츠 형과 엄마가 사라진 방향을 보고 있던 나는 같이 있었던 여자애들의 목소리에 겨우 시선을 돌릴 수 있었다.
4.
“너네 오늘 늦는다며?”
전골을 먹으며 오소마츠가 고개를 기울였다.
오소마츠를 제외한 형제들 모두 오늘은 늦는다는 연락을 해왔다.
그 말대로 저녁식사 시간이 되어도 들어오지 않는 카라마츠, 이치마츠, 쥬시마츠와 달리 쵸로마츠와 토도마츠는 저녁식사 시간에 맞추어 일찍 들어왔다.
오소마츠의 질문에 묵묵히 대답도 하지 않고 국자를 떠 건더기를 떠먹는 쵸로마츠와 잘 익은 고기를 입으로 가져가는 토도마츠가 시선을 외면했다.
“어~이?”
돌아오지 않는 대답에 오소마츠가 다시 둘을 불렀다.
흘끔 오소마츠를 노려본 두 사람은 푹- 하고 묘한 한숨을 쉬더니 오소마츠의 물음에 대답했다.
“별로, 오늘 라이브 취소 됐어.”
“나도 오늘 여자애들이 바쁘다고 해서.”
“후응~”
““물어봤으면 좀 들어!!!!””
이미 흥미를 잃었는지, 두 사람의 대답에 건성으로 대답하며 새우를 맛있게 빨아먹는 오소마츠를 향해 쵸로마츠와 토도마츠가 외쳤다.
생글생글 웃으며 “먄, 먄~” 하고 대충 사과하는 오소마츠를 보며 다시 깊은 한숨을 내쉰 쵸로마츠와 토도마츠가 오소마츠 뒤쪽의 식탁에서 식사를 하고 있는 마츠요를 슬쩍 쳐다보았다.
“왜 그러니?”
계속 세 사람을 보고 있었던 마츠요와 둘의 시선이 마주쳤다.
시선이 맞자마자 놀라 어깨를 흠칫 떠는 두 사람을 향해 마츠요가 다정하게 웃으며 물었다.
쵸로마츠와 토도마츠는 이유 모를 압박감을 느끼며 세차게 고개를 저었다.
빙긋- 웃은 마츠요가 “맛있게 먹으렴~” 하고 말을 마친 후, 식사에 열중했다.
오소마츠와 마츠요를 번갈아 응시하던 쵸로마츠와 토도마츠도 하는 수 없이 식사에 집중했다.
하지만 맛있는 밥을 먹어도 가슴 속에 뭉게뭉게 피어나는 불쾌감을 지울 수 없었다.
5.
자명종이 울리기도 전, 팟! 하고 눈을 뜬 쥬시마츠가 기지개를 피며 몸을 일으켰다.
마츠요가 엽서 응모에 당첨되었다는 야구 경기 관람권의 경기가 오늘이었다.
마침 쥬시마츠가 좋아하는 팀의 경기. 절대 놓칠 수 없다는 결의를 담아 쥬시마츠가 평소보다 훨씬 일찍 눈을 떴다.
아카츠카구(區)에서 제법 멀리 떨어진 경기장에서 이루어지는 경기이기에 시간에 맞추기 위해서는 일찍 열차를 타야 했다.
시계를 확인해, 마츠요가 이미 일어나 있을 거란 생각을 하고 쥬시마츠가 계단을 내려왔다.
주방에 있는 마츠요에게 웃으며 인사를 하자 마츠요도 인사를 하며 쥬시마츠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었다.
어제 미리 말해놓은 덕분에 이미 준비가 끝난 도시락을 보며 쥬시마츠가 활짝 웃었다.
아침 준비도 다 되었느니, 아침밥 먹고 출발하라는 마츠요의 말에 힘껏 고개를 끄덕인 쥬시마츠가 거실로 향했다.
곧 관람하게 될 야구 경기에 두근거리는 가슴을 안고 콧노래를 부르며 식사를 기다리고 있던 쥬시마츠의 귀에 오소마츠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침 7시, 오소마츠를 비롯한 다른 형제들은 아직도 꿈나라에서 헤매고 있을 시간이었다.
코를 골며 위층에서 자고 있을 오소마츠의 목소리에 고개를 갸웃하며 쥬시마츠가 귀를 기울였다.
거실 안을 돌아다니며 어디서 목소리가 들려오는지 확인한 쥬시마츠가 의아한 얼굴로 거실 옆에 위치한 안방의 문을 살짝 열었다.
“아빠, 오늘 늦어?”
“음.. 아니, 늦을 것 같지는 않구나.”
“정말?”
“그래. 그럼 오늘 ‘이거’ 갈까?”
오소마츠가 들고 있는 양복 재킷에 팔을 끼우고 옷을 정돈한 마츠조가 씨익- 어린아이 같은 미소를 띠고 손을 돌렸다.
오소마츠가 파칭코를 나타내는 손동작을 그대로 하는 마츠조에게 씽긋- 같은 미소를 지어 화답한 오소마츠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 “양말은?” 하고 묻는 마츠조가 바닥을 둘러보자 오소마츠가 안방의 장롱 서랍에서 검은 양말 한 켤레를 꺼내 건넸다.
바닥에 앉아 양말을 신는 마츠조를 향해 오소마츠가 말했다.
“아빠, 나 용돈 쫌만~”
“저번에 준 건 어쩌고?”
“엄마랑 장 보는데 보탰어. 생활비 좀 더 달래, 엄마가.”
“아빠 비상금 할 돈도 없다, 이 녀석아. 자.”
자, 하는 가벼운 대답과 함께 양복 재킷에서 지폐를 꺼낸 마츠조가 오소마츠에게 건넸다.
눈에 엔(¥)자를 한 오소마츠가 기쁘게 지폐를 받았다.
“아빠 땡큐~” 하고 웃는 오소마츠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마츠조가 “오냐~” 하고 대답했다.
“…”
마치 침대 밑의 괴물을 본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쥬시마츠가 슬금슬금 안방 문에서 멀어졌다.
거실 안을 빙빙 돌며 긴 소매로 입을 가린 쥬시마츠가 기억을 더듬었다.
다른 형제들이 마츠조에게 용돈 좀 달라고 졸라도 마츠조는 항상 엄한 얼굴로 “그런 건 엄마한테 받아!!” 하고 매달리는 형제들을 내쳤다.
그 이후에도 몇 번, 졸라대는 형제들에게 화를 내며 혼냈던 마츠조 덕분에 육둥이의 용돈은 전부 마츠요가 일임하고 있었다.
크게 혼난 뒤로, 마츠조에게 감히 용돈 이야기를 꺼내는 형제는 없었던 것이다.
너무나 가볍게 오소마츠에게 용돈을 주는 마츠조의 모습이 너무나 낯설었다.
오소마츠도, 이렇게 이른 시간에 일어나 마츠조의 출근 준비를 돕다니…
쥬시마츠로서는 상상도 못했던 모습을 보게 되어 머리 속이 혼란스러웠다.
방금 전까지 야구로 가득 찼던 머리 속은 어느새 오소마츠에 대한 기억으로 가득했다.
쥬시마츠에게 있어서 오소마츠는 항상 ‘형’이었다.
어릴 적엔 육둥이를 이끄는 리더였고, 학창시절엔 따돌림 당하는 동생들을 보호해주는 멋있는 ‘형’이었다.
성인이 되어서도 망설이는 쥬시마츠의 등을 밀어주는 듬직한 ‘장남’이었던 오소마츠.
쥬시마츠가 알고 있는 오소마츠는 저렇게 쉽고 자연스럽게 어리광을 부리고, 부드럽게 녹은 미소를 짓는 남자가 아니었다.
거실 안을 빙빙 도는 쥬시마츠는 마츠요가 식사를 가지고 와서야 도는 것을 멈추었다.
쥬시마츠가 식사를 마치고 현관을 나설 때까지, 오소마츠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6.
이미 해는 저 산 너머로 지고 하늘은 어둠이 가득했다.
발치에서 우는 고양이들을 한 번씩 쓰다듬어준 후, 후드 주머니에 손을 끼고 골목을 나왔다.
턱에 걸치고 있던 마스트를 다시 올려 입가를 가리고, 차가운 공기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슬슬 저녁시간이다. 늦으면 맛있는 반찬은 전부 사라지는 마츠노가의 규칙에 따라 서둘러 돌아가야 제대로 된 식사를 할 수 있기에 발걸음을 서둘렀다.
골목 골목을 지나, 집으로 향하는 큰 길가로 나와 걷는데, 익숙한 빨강색이 눈에 띄었다.
헐렁해진 붉은 후드와 그 옆의 아이보리색 니트. 오소마츠 형과 아빠였다.
이제 곧 저녁식사 시간인데, 두 사람이 향하는 곳은 집이 아니었다.
대체 어디를 가는 것인지, 호기심에 발소리를 죽이고 둘의 뒤를 따랐다.
“…엣”
화려하게 빛나는 간판 아래, 오소마츠 형과 아빠가 파칭코로 들어갔다.
오소마츠 형은 그렇다 치고, 아빠까지 파칭코에 들어가는 것은 처음 보았다.
절로 입가로 새어 나오는 황당한 신음에 마른침을 삼키고 나도 파칭코로 들어갔다.
적당히 거리를 두고 기계 앞에 앉아 두 사람을 관찰했다.
나란히 앉은 오소마츠 형과 아빠는 서로 대화하며 웃고 있었다.
오소마츠 형이 팔로 툭툭 아빠를 건드리면 아빠도 호탕하게 웃으며 오소마츠 형의 옆구리를 찌르고 머리를 쓰다듬었다.
오랜 친구와도 같은 자연스럽고 친근한 분위기에 더 이상 보고 있을 수 없어 눈을 돌렸다.
항상 놀아달라며 우리에게 매달리고 어리광을 부리던 오소마츠 형은 한번도 저런 얼굴을 하지 않았다.
“오오!!”
“오! 아빠 대박났네?!”
“이 몸 정도면 이 정도는 나와 줘야지!!! 그래! 이걸로 한 잔 하고 갈까?”
“이예~!!!”
정신 없는 큰 소리와 함께 아빠의 기계에서 쇠구슬이 쏟아져 나왔다.
오소마츠 형처럼 씩- 장난스러운 웃음을 지으며 입가에 올린 손을 기울이는 아빠와, 아빠처럼 호탕하게 웃으며 만세를 부르는 오소마츠 형.
아이와도 같은 오소마츠 형의 웃음을 보며, 어린 날의 오소마츠 형을 떠올렸다.
내게 있어서 오소마츠 형은 언제나 ‘형’이었다.
말주변도 없고 숫기도 없는 나를 항상 먼저 이끌어주고, 내가 하지 못한 말을 헤아려 들어주는 그런 상냥한 형이었다.
물론 평소에는 나보다 더한 쓰레기에 바보였지만, 여차할 때는 ‘형’으로서 나서는 그런 사람이었다.
내가 친구와 싸웠을 때도, 내 의지를 존중해 주었다.
이젠 희미한 기억 속의 ‘오소마츠’ 였을 때의 얼굴을 떠올리고, 어쩐지 가슴 가득 차오르는 쓸쓸함에 고개를 돌리고 파칭코를 나왔다.
나오며 뒤돌아보니 아빠와 오소마츠 형은 완전히 의기투합해 어깨동무를 하고 있었다.
정말로 오랜만에 보는, 천진난만하게 웃는 즐거운 얼굴로.
7.
반찬이 담긴 그릇들 사이로 분주하게 오가는 젓가락들 사이로 멈춰있는 두 쌍의 젓가락.
밥도 먹는 둥 마는 둥, 가만히 오소마츠를 보고 있는 쥬시마츠와 이치마츠를 나머지 형제들이 바라보았다.
따가운 둘의 눈빛을 받은 오소마츠가 밥그릇에서 시선을 올려 이치마츠와 쥬시마츠를 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왜?”
“..아니, 아무것도.”
"..."
기어들어가는 작은 목소리로 대답한 이치마츠가 고개를 숙이고 젓가락을 입에 넣었다.
뭔가 할 말이 있는 것 같았지만, 이치마츠는 그 이상 입을 열지 않았다.
쥬시마츠도 항상 활짝 벌리고 있던 입을 꾹- 다물고, 오소마츠를 보며 고개를 저었다.
평소와 너무나 다른 두 사람의 상태에 오소마츠가 눈썹을 찌푸렸지만, 굳이 이유를 묻지는 않았다.
항상 소란스러웠던 마츠노가의 아침식사가 오늘따라 유난히 조용했다.
8.
오소마츠와 싸웠다. 너무나도 한심한 이유로.
냉장고에 남은 푸딩을 누가 먹을 것인가, 라는 바보 같은 이유로 주먹질까지 하게 되다니…
애초에 오소마츠는 ‘형’이면서 양보라는 것을 모른다.
멋진 남자라면 당연히 ‘양보’의 미덕을 갖추고 있어야 하건만…
집을 나올 때는 씩씩거리며 나왔지만, 강가에 도착하는 사이, 머리는 어느 정도 냉정해졌다.
다른 사람에게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이런 사소한 이유로 싸우다니, 스스로도 왜 그랬는지 알 수 없다.
단지, 오소마츠와 엮이면 항상 마음 속의 브레이크가 잘 걸리지 않는 것 같다.
푹- 한숨을 쉬고 발을 돌렸다.
이런 사소한 이유, 빨리 사과해 버리는 것이 좋다.
멋진 남자는 넓은 도량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잘못이 없어도 먼저 사과하는 나는 최고로 쿨(cool)- 하지 않은가!
집에 도착해 거실 문을 열었지만, 오소마츠는 보이지 않았다.
나를 따라 나간 것일까 하고 다시 현관을 확인했다.
방금 내가 벗어놓은 가지런한 구두와 오소마츠의 붉은 운동화가 제멋대로 내팽개쳐져 있었다.
저 운동화 외에 오소마츠가 가지고 있는 신발은 없으니 집 안에 있는 것은 확실했다.
2층에 있는 것일까, 계단 쪽으로 걸어가는 중에 주방에서 말소리가 들렸다.
“엄마~”
“응~, 오늘은 또 왜 이럴까~?”
“우응~~”
싱크대에 선 마미의 뒤에서 마미를 껴안은 오소마츠가 칭얼대는 소리를 냈다.
마미의 어깨에 얼굴을 묻은 오소마츠의 머리를 톡톡 두드리며 마미가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오소마츠, 그건 백허그가 아닌가…
그런 건 마미가 아니라 러버(lover)에게 해야…
아니, 그게 아니라!! 으응?!?! 오소마~츠??
“…”
“무슨 일 있었어?”
“응~, 카라마츠랑 좀…”
“또 싸웠어? 정말, 너희 둘은 유난히 자주 싸우는 구나.”
“..카라마츠가 나빠.”
“후후후, 그래그래~”
뚱- 하니 볼을 부풀리는 오소마츠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마미가 남은 설거지를 끝냈다.
가볍게 손을 턴 마미가 앞치마를 풀고 오소마츠의 머리를 쓸어 올려주었다.
“저녁은 뭐가 좋아?”
“..야키소바.”
“그럼 같이 장 보고 올까?”
“..응. 그럼, 가라아게도..”
“후후후, 그래~”
옷을 정돈하고 주방 한 켠에 놓인 장바구니를 챙긴 엄마가 오소마츠 형의 손을 잡았다.
엄마의 미소에 오소마츠 형의 삐진 얼굴로 스르륵 녹아 내렸다.
가늘게 뜬 오소마츠 형의 눈이 부드럽게 휘었다.
너무나 편안한 미소로 오소마츠 형이 고개를 끄덕였다.
주방을 나오려는 움직임에 재빨리 2층 층계로 몸을 숨겼다.
둘은 나를 눈치채지 못했는지, 그대로 현관으로 걸어 나갔다.
서로 마주잡은 손을 앞뒤로 흔드는 오소마츠 형과 오소마츠 형을 보며 자상한 미소를 지은 엄마가 현관을 나갔다.
딸깍- 하고 현관의 자물쇠가 잠기는 소리가 났다.
방금 전의 그건, 정말로 오소마츠 형인 건가?
누군가 다른 형제가 오소마츠 형의 흉내를 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애교가 많은 토도마츠나, 아니면 항상 밝고 활짝 웃고 다니는 쥬시마츠가..
오소마츠 형의 흉내를 낸 것은…
항상, 내가 가장 ‘형’을 필요로 할 때, 언제나 오소마츠 형은 내게 와 주었다.
내 고민 상담도 무시하지 않고 진지하게 들어주었다. 지겹도록 본 것은 오소마츠 형의 ‘형’의 얼굴.
저런, 편안한 얼굴은 어릴 적에도 본 적이 없다.
두 사람이 떠난, 빈 현관을 언제까지고 바라보며 숨을 내쉬었다.
9.
쵸로마츠의 요청에 따라, 제 2017회 동생 회의가 열렸다.
흠흠- 하고 목을 가다듬은 쵸로마츠가 앉아있는 형제들을 쭉 훑어보며 외쳤다.
“부모님의 부당한 편애에 대해 회의를 시작하겠습니다!”
““““오-!!””””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앉아있던 네 명의 형제들이 손을 흔들며 환호했다.
손을 들어 모두의 환호를 가라앉히고 쵸로마츠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럼, 요 며칠 목격한 행태에 대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의견 있는 분?”
쵸로마츠의 질문에도 그 누구도 섣불리 손을 들지 않았다.
솔직히 대처 운운하지 이전에 쵸로마츠를 비롯한 형제들 모두 당황하고 있었다.
오소마츠의 어리광과 동생들이 없는 곳에서 이루어지는 부모님의 편애에 당혹감 밖에 느끼지 못했다.
여러모로 충격을 받아 아직도 제대로 정리되지 못한 생각들로 모두 머리 속이 어지러운 상태였다.
모두가 머리를 끌어안고 끙끙대는 사이, 손을 든 토도마츠가 먼저 발언했다.
“근데 말이야, 대체 뭐야? 오소마츠 형의 그 태도!! 막내인 나를 제쳐두고 엄마, 아빠한테 그런 애교를 부린다는 게!!”
토도마츠의 말에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토도마츠의 막내 운운은 놔두더라도, 부모님을 향한 오소마츠의 어리광에는 모두 놀랐다.
장남인 오소마츠는 동생들에게 항상 ‘형’의 모습만을 보여주었던 것이다.
“..좀, 놀랐어..”
“오소마츠 형아의 그런 얼굴은 처음 봤슴다!!”
“..나도…”
이치마츠와 쥬시마츠의 말을 이어 쵸로마츠도 어쩐지 힘 빠진 목소리로 말했다.
육둥이의 리더인 오소마츠의 파트너라는 것에 은근히 우월감을 느끼고 있던 쵸로마츠였다.
오소마츠와 가장 오랜 시간을 보냈던 자신도 몰랐던 오소마츠의 일면에, 쵸로마츠는 다른 형제들보다 더 큰 충격을 받았다.
시무룩하게 어깨를 늘어뜨린 쵸로마츠를 보며 카라마츠가 작게 중얼거렸다.
“그런 얼굴은, 내게만 보여주었으면 좋겠는데…”
카라마츠를 제외한 모두의 시선이 카라마츠에게 박혔다.
정작 당사자인 카라마츠는 고개를 숙이고 있어, 동생들이 자신을 보며 어떤 얼굴을 하고 있는지 알아차리지 못했다.
잠깐의 간격을 두고 이치마츠가 먼저 일어나 전심전력으로 카라마츠를 차 넘어뜨렸다.
“좀, 닥쳐라. 개똥마츠.”
“아, 아얏!! 자, 잠깐, 잇, 이치마츠으으으으!!!!”
“…”
카라마츠의 애원에도 이치마츠의 폭력은 계속되었고, 이어서 쥬시마츠와 토도마츠도 말없이 일어나 쓰러져있는 카라마츠를 밟기 시작했다.
신나게 밟히고 있는 카라마츠를, 쵸로마츠가 한심하단 얼굴로 응시했다.
가만히 서서 동생들을 말리지 않는 쵸로마츠도 동생들과 같은 마음이었던 것이다.
부모의 편애는 사실상 어찌되어도 좋았다. 걸리는 것은 오소마츠의 어리광이었다.
철이 든 이후로는 항상 ‘형’의 얼굴을 했던 오소마츠가, 부모에게 보여준 그 얼굴은 동생들이 보아왔던 그 어떤 얼굴보다 더 새침하고 귀엽고 사랑스러웠다.
온 몸의 긴장을 풀고 이완된 얼굴은 부드럽게 풀려 오소마츠의 매력을 한층 더 확실하게 드러내고 있었다.
부모를 향한 오소마츠의 어리광을 부리는 달달한 목소리와 자연스럽게 붙어오는 스킨쉽은 동생들이 항상 바래왔던 꿈과도 같았다.
모두가 카라마츠의 말에 동의하고, 그렇게 바라고 있었지만 섣불리 입 밖으로 낼 수 없었던 것을 카라마츠는 시원스레 말해버렸다.
그 말에 동의함과 동시에 어쩐지 심중을 찌르는 날카로운 한 마디에 기분이 언짢아진 동생들은 전적으로 카라마츠를 탓하며 폭력을 행사하게 된 것이다.
만신창이가 된 카라마츠가 기절하고 나서야 겨우 진정된 동생들의 마음 속엔 모두 같은 열망이 피었다.
오소마츠 형의 어리광을 보고 말겠다는 열망이.
10.
“오소마츠 형아!!”
거실에 엎드려 만화를 보고 있는 오소마츠를 향해 쥬시마츠가 큰 소리로 외쳤다.
이치마츠가 안고 있던 고양이가 쥬시마츠의 외침에 놀라 온 몸에 털을 세우고 열린 창문으로 도망쳤다.
아쉬워하는 얼굴로 창문 너머로 도망친 고양이를 보는 이치마츠와 오소마츠가 쥬시마츠를 응시했다.
“어, 어… 왜?”
너무나도 큰 외침이었기에 얼떨떨한 얼굴로 몸을 일으킨 오소마츠가 물었다.
어디서 꺼냈는지 야구 방망이를 든 쥬시마츠가 오소마츠에게 다가가 그 손을 잡았다.
“같이 야구하러 가자!!”
“아, 그래…”
눈을 크게 깜빡이며 고개를 끄덕이는 오소마츠를 보며 쥬시마츠가 활짝 웃었다.
“에, 잠깐..!!” 하고 외치는 이치마츠에겐 눈길도 주지 않고 쥬시마츠는 오소마츠를 끌고 집을 나섰다.
생글생글 웃으며 오소마츠와 맞잡은 손을 흔드는 쥬시마츠는 항상 가던 강둑이 아닌 도심의 번화가로 향했다.
야구를 하자는 말에 당연히 강둑으로 갈 것이라 생각했던 오소마츠가 번화가로 향하는 발걸음에 고개를 기울이며 쥬시마츠를 불렀다.
“쥬시마츠?”
“응~?”
“야구하러 가는 거 아니야?”
“응, 그거! 핑계!!”
“…핑, 계?”
어리둥절한 얼굴로 오소마츠가 되묻자 쥬시마츠는 말 없이 빙긋- 웃었다.
대답도 하지 않고 발걸음을 재촉하는 쥬시마츠에게 끌려가며 오소마츠가 “에에…” 하고 신음했다.
번화가에 도착하자마자 손을 높이 펼친 쥬시마츠가 오소마츠를 향해 외쳤다.
“오늘은 오소마츠 형아가 가지고 싶어하는 거 다~ 사줄게요!!!”
“어?? 너한테 무슨 돈이 있어서…”
“있어!! 주식으로!!”
“하? 주시익~? 아니, 네가 무슨 수로.. 아니, 그만 두자…”
뭔가를 떠올렸는지 쥬시마츠는 알 수 없었기만, 어쩐지 달관한 얼굴의 오소마츠는 목구멍까지 치솟는 질문들을 억지로 삼켰다.
오소마츠를 보며 한번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이내 별일 아니라고 결론지은 쥬시마츠가 오소마츠의 손을 이끌고 대형 쇼핑몰로 향했다.
의류코너, 화장품코너, 팬시코너, 여러 코너들을 돌며 쥬시마츠는 끊임없이 오소마츠에게 “이거 가지고 싶어요? 오소마츠 형아!” 하고 물었다.
대체 이 녀석이 왜 이러나 하는 얼굴로 오소마츠는 모든 질문에 고개를 저었다.
어느새 시간은 지나고 저녁식사 시간이 되었건만, 오소마츠의 수중에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쇼핑몰의 로비에 마련된 휴식공간에 앉은 쥬시마츠가 깊은 한숨과 함께 고개를 숙였다.
“하아….”
“에에…”
“오소마츠 형아는 내가 사주는 게 싫슴까?”
드물게 진지한 얼굴로 묻는 쥬시마츠를 보며 오소마츠가 머리를 긁었다.
이내 당혹스러운 얼굴을 지우고 피식- 웃음을 흘린 오소마츠가 쥬시마츠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아니, 별로 그런 게 아니라. 이렇게 갑자기 사준다고 해도 가지고 싶은 게 안 떠오르고… 그래도 나한테 뭘 사준다고 해서 고마워~ 쥬시마츠.”
볼을 붉히고 수줍게 웃는 오소마츠를 보며 쥬시마츠는 가슴이 조여오는 것을 느꼈다.
어떻게든 오소마츠에게 원하는 것을 사주고 싶다는 마음이 박차를 가했다.
기합을 주고 벌떡 일어난 쥬시마츠가 오소마츠를 보며 빙긋 웃고는 “그럼 다시 돌아보자!!” 하고 힘차게 외쳤다.
오소마츠도 쥬시마츠를 따라 빙그레 웃고는 벤치에서 일어났다. 천천히 쇼핑몰을 도니 오소마츠가 멈추는 곳이 생겼다.
가게 밖에서 상품을 유심히 살피던 오소마츠가 들어선 가게는 옷 가게였다.
망설임 없이 분홍색 스웨터와 제법 멋있어 보이는 까만 썬글라스를 고른 오소마츠가 쥬시마츠에게 웃으며 “이거!” 하고 외쳤다.
처음으로 오소마츠가 쥬시마츠에게 뭔가를 요구하는 것이 기뻐 쥬시마츠는 아무런 의심도 없이 가격을 지불했다.
그 이후에 들른 게임센터에서 오소마츠가 인형뽑기에서 그 실력을 발휘해 보랏빛 고양이 인형과 초록색 고양이 인형을 뽑았다.
물론 그 돈은 쥬시마츠가 지불했다.
이어서 잡화 코너에 들어선 오소마츠는 제법 질이 좋은 가죽으로 만들어진 야구 글러브를 골랐다.
무슨 조화인지 야구 글러브를 끝으로 쥬시마츠가 가지고 있던 돈은 동이 났다.
포장해 주겠다는 점원의 말에 부탁한다고 대답한 오소마츠가 예쁘게 포장된 야구 글러브를 들고 나와 쥬시마츠에게 내밀었다.
“에?”
“이거, 선물. 뭐, 쥬시마츠가 돈 냈으니까, 선물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쑥스러운지 이를 드러내고 웃으며 코 밑을 문지르는 오소마츠를 바라보며 쥬시마츠가 야구 글러브를 받아 들었다.
그제야 지금까지 오소마츠가 산 물건들은 전부 동생들을 위한 선물이었다는 것을 깨달은 쥬시마츠가 오소마츠를 빤히 바라보았다.
“이러면, 오소마츠 형아 꺼가 없어!!!”
항상 밝게 웃던 얼굴을 찌푸리고 눈썹을 늘어뜨린 쥬시마츠가 애타게 외쳤다.
쥬시마츠의 슬픈 표정에 오소마츠가 당황하며 쥬시마츠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나는 없어도 괜찮아~”
그렇게 말하며 웃는 오소마츠를 보며 쥬시마츠는 참을 수 없는 뭔가를 느꼈다.
마치 해일처럼 온 마음을 휩쓸고 들어온 감정은 쉽사리 입 밖으로 내뱉을 수 없는 것이었다.
슬픈 것 같으면서도, 기쁜 것 같은, 복잡한 감정에 혼란스러워져 머리 속이 어지러웠다.
돈은 이미 바닥나서 지금부터 오소마츠의 선물을 살 수도 없다.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는 오소마츠를 보며 쥬시마츠는 ‘아, 역시 오소마츠 ‘형’이다…’ 하고 독백하며 쓰게 웃었다.
11.
골목 사이를 걸어 나오면 나오는 넓은 공터.
아무도 모르는 이 장소는 이 마을의 고양이들의 아지트였다.
발 밑에 가득 모여 저마다 “야옹~” 하고 우는 고양이들을 보며 오소마츠가 눈을 크게 떴다.
길을 걷다 보면 기껏해야 한두 마리 보이는 길고양이들이 이렇게나 많이 모여 있는 것을 오소마츠는 처음 보았다.
“어때? 귀엽지?”
고양이들 사이에 파묻혀 능숙하게 고양이가 가장 좋아하는 곳을 쓰다듬는 이치마츠가 씨익- 웃었다.
항상 흥미 없다는 듯 빛을 잃은 채였던 이치마츠의 눈이 반짝반짝 빛났다. 푸핫- 하고 웃음을 터뜨린 오소마츠가 발치에 모여든 고양이들에게 몸을 숙여 쓰다듬어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제 앞에 모여 쓰다듬어주기를 기다리는 고양이들은 정말로 귀여웠다.
부드럽게 눈을 풀고 고양이들의 재롱을 보는 오소마츠 곁에 이치마츠가 다가왔다.
“요즘, 오소마츠 형. 뭔가 지쳐 보였으니까.”
“응… 고마워, 이치마츠.”
자상한 목소리고 감사인사를 하는 오소마츠를 보며 이치마츠는 아직도 부족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빠와 마치 친구처럼 지냈던 오소마츠의 모습을 떠올리며 이치마츠가 용기를 내 오소마츠의 어깨에 팔을 올렸다.
단 한번도 스스로 해 본적 없는 어깨동무에 이치마츠가 얼굴을 붉혔다.
자신의 어깨에 느껴지는 무게에 놀라 고개를 돌려 이치마츠를 본 오소마츠가 “후후” 하고 웃었다.
잔뜩 붉어진 얼굴에 딱딱하게 굳은 이치마츠의 표정이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웃겼다.
배를 잡고 한참을 큭큭거린 오소마츠가 자신의 팔을 들어 이치마츠의 어깨에 올렸다.
“이열~, 이치마츄 군~? 오늘따라 적극적인데~?”
“..후, 후후.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나는 항상 적극적이라고? 오소마츠 군.”
“큭큭큭큭…”
창피함에 덜덜 떨면서도 자신의 농담에 맞장구를 치는 이치마츠를 보며 오소마츠가 고개를 숙이고 웃었다.
웃느라 고개를 들지도 못하는 오소마츠를 보며 이치마츠는 오만가지 생각에 시달렸다.
‘잘못한 건가? 이게 아닌가? 친구끼리라면 이러는 게 맞는 거지? 내가 친구가 있어봐야 알지!!!! 아아아아!!! 잘못한 건가?? 잘못한 건가?!?! 오소마츠 형 전혀 얼굴 안 드는데?! 고양이 작전은 실패인가?! 아니야, 방금 전까지는 분위기 좋았다고!! 큭, 맞장구 치는 게 이상했나? 대체 뭐가 문제야아아아아!! 내가 잘한 거야? 아님, 잘못한 거야아아아아아아아아아!!!!!’
격렬하게 (속으로) 후회중인 이치마츠 주위로 고양이들이 몰려들었다.
“야옹~” 하고 걱정하는 것 같이 우는 고양이들을 보며 이치마츠가 눈가에 찔끔 맺힌 눈물을 소매로 닦았다.
너무나 많은 생각을 한 탓에 지쳐버린 이치마츠는 이제 ‘될 대로 되라.’ 라는 심정으로 오소마츠의 다음 말을 기다리고 있었다.
“아~, 이치마츄~. 진짜 최고, 너. 오랜만에 엄청 웃었다아~”
눈가에 맺힌 눈물을 닦아내면서도 큭큭거리는 것을 멈추지 않는 오소마츠를 보며 이치마츠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실패가 아니라는 것에 오소마츠 몰래 주먹을 꽉 쥐고 파이팅 포즈를 취하는 이치마츠였다.
다 웃었는지, 앞에 있는 고양이를 쓰다듬는 오소마츠가 고개를 홱 돌려 이치마츠를 보았다.
‘고양이와 함께 있는 오소마츠 형, 진심 천사!!’ 하고 몰래 오소마츠를 응시하고 있던 이치마츠가 갑자기 고개를 돌린 오소마츠와 눈이 마주쳐 움찔! 어깨를 떨었다.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오소마츠의 눈을 마주한 이치마츠를 보고 오소마츠가 다시 웃음을 터뜨렸다.
“너, 그, 그 얼굴 뭐야. 아하하하하하!!”
팡팡! 땅까지 쳐가며 웃는 오소마츠를 보며 이치마츠가 멋쩍게 미소를 지었다.
웃는 얼굴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저도 모르게 이상한 얼굴이 되어버렸다는 것은 이치마츠도 깨달을 수 있었다.
이상한 표정 때문에 무리가 갔는지 땡겨 오는 얼굴 근육을 문지르며 이치마츠가 오소마츠의 웃음이 그치지를 기다렸다.
“아~, 배꼽 빠지게 웃었네.”
“..다 웃었으면 이제 갈까? 어두워지고 있어.”
“응, 그럴까?”
오소마츠가 동의하며 이치마츠의 어깨에 걸치고 있던 팔을 풀었다.
묵직했던 무게가 사라짐과 함께 목을 감싸고 있던 온기가 사라지는 것에 아쉬워하며 이치마츠도 팔을 풀었다.
골목을 나와 큰 길로 들어서자 순식간에 인파가 불어났다. 조심해서 걷지 않으면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과 어깨를 부딪힐 것만 같았다.
사람이 많은 것은 어쩐지 거북한 이치마츠가 잔뜩 어깨를 움츠렸다.
이치마츠의 옆에서 걷는 오소마츠도 사람들을 요리조리 피해가며 앞으로 걸었다.
‘아, 이거 어쩌면 기회?’
문득 TV에서 봤던 장면을 떠올린 이치마츠가 후드 주머니에 손을 끼고 있던 팔을 흔들었다.
“오소마츠 형.”
“응?”
오소마츠를 부르고 한 번 더 팔을 흔들자, 그 뜻을 알아차린 오소마츠가 “푸핫!” 하고 웃으며 이치마츠의 팔에 자신의 팔을 꼈다.
이른바 연인들이 자주 하는 ‘팔짱 끼고 걷는 자세’가 되어, 만족스럽게 웃는 이치마츠를 보고 오소마츠가 다시 잘게 웃음을 흘렸다.
집을 향해 걷는 길, 사람이 많아도 거북한 기분은 더 이상 들지 않았다.
옆구리에서 느껴지는 오소마츠의 체온에 이치마츠는 몸의 긴장이 풀리는 것을 느꼈다.
이대로 시간이 멈추었으면 좋겠다는 헛된 소망을 빌 정도로, 이치마츠는 지금 이 순간이 너무나 행복했다.
“아.”
“응?”
뒤에서 들리는 여성의 목소리에 오소마츠와 이치마츠가 몸을 돌렸다.
작년 크리스마스 때, 이치마츠가 시비를 걸었던 커플이 이치마츠를 향해 다가왔다.
그 이후로 가끔 이렇게 길거리에서 마주치면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는 정도의 인사를 나누는 사이가 되었다.
이치마츠에게 다가온 커플도 이치마츠와 오소마츠처럼 팔짱을 끼고 있었다.
“어디 가는 길이세요?”
커플의 여성이 묻자 이치마츠가 작은 목소리로 “집에…” 하고 대답했다.
“요즘, 날씨가 춥죠? 그렇게 입으면 감기 걸리세요.”
“저희도 이제 집으로 돌아가려고, 역에 가는 길이에요.”
목도리를 두리고 이치마츠의 얇은 차림을 본 여성이 걱정이 담긴 한 마디를 던졌다.
이어 커플의 남성이 자신들도 집으로 가는 길이라며 웃었다.
함께 걸어가며 몇 마디 말을 나누고, 역 앞 사거리에서 헤어진 커플은 이치마츠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했다.
이치마츠도 작게 손을 흔들어 배웅하고 다시 집을 향해 걸었다.
“이야~ 우리 이치마츄~, 횽아 걱정했는데, 제대로 친구도 사귀고.”
“에? 아니, 저건 친구가 아니라…”
“응~? 우리 이치마츄~ 완~전 사교적이네~~ 횽아 기뻥~”
오소마츠가 씩- 웃으며 이치마츠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이치마츠는 타인에게 칭찬을 받는 것은 서투르다.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모르겠고, 게다가 자신은 칭찬을 받을만한 인간이 아니라는 생각이 앞섰다.
그래도 역시 칭찬을 받고 싶다는 열망은 지울 수 없었다.
타인에게 칭찬을 받으면 땅에서 발이 떨어져 공중에 뜨는 것 같이 기뻤다.
그것이 이치마츠가 가장 좋아하는 오소마츠의 칭찬이라면 말할 것도 없다.
오소마츠의 진심으로 기쁜 얼굴과 칭찬 세례를 받으며 이치마츠는 기쁜 한편, 어쩐지 가슴 깊이 느껴지는 씁쓸함에 한숨을 내쉬었다.
어떻게 해도, 이치마츠에게 있어 오소마츠는 ‘형’ 이었다.
12.
가게 안의 옷들을 뒤적이며 유심히 옷을 바라본 토도마츠가 마음을 정했는지, 붉은색의 코트를 집어 들었다.
과거 유행했던 일명 떡볶이 코트. 기장과 옷의 폭을 확인한 토도마츠가 코트를 오소마츠에게 내밀며 말했다.
“자, 오소마츠 형. 입어 봐.”
“에~, 이런 거 필요 없는데…”
“됐으니까! 얼른!”
토도마츠의 재촉에 오소마츠가 “네이네이~” 하고 대답하며 코트를 받아 들고 팔을 꼈다.
토도마츠의 예상대로 코트는 오소마츠에게 굉장히 어울렸다.
오소마츠의 앳된 얼굴과 시너지를 이루어 고등학생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어린 매력이 나왔다.
가게 안 점원들도 감탄하며 “잘 어울리세요~” 하고 손뼉을 쳤다.
토도마츠도 오소마츠에게 “형, 한번 돌아 봐.” 하고 요구하며, 한 바퀴 빙글- 도는 오소마츠를 뚫어지게 쳐다보며 흡족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의 사복을 위해 모아두었던 돈으로 망설임 없이 결제한 토도마츠가 점원이 싸준 종이백을 들고 가게를 나왔다.
“나, 옷 별로 필요 없다니까?”
“안 돼! 오소마츠 형, 겨울 외투는 엄마가 묶음으로 사온 한텐* 뿐이잖아!”
*한텐(袢纏) : 일본의 전통적인 겨울 코드 [출처-위키백과]. 애니에 육둥이가 겨울 겉옷으로 입는 외투.
토도마츠의 외침에 푹- 한숨을 쉰 오소마츠가 “알겠어~, 고마워~” 하고 웃었다.
적당한 대답에 살짝 오소마츠를 흘겨보면서 토도마츠가 오소마츠의 팔에 팔짱을 꼈다.
옷 가게와 화장품 가게가 늘어선 번화가를 함께 걸으며 토도마츠가 가게의 커다란 윈도우에 비친 오소마츠를 바라보았다.
자신과 같은 키여도 이치마츠와 달리 곧게 뻗은 등과 토도마츠보다 미묘하게 넓은 어깨에 토도마츠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오소마츠 형은 체형적으로 옷 맵시가 사니까, 좀 더 멋지게 입고 다니면 좋은데 말이야~”
“응~? 드라이 몬스터가 웬일로 칭찬을 다 해?”
“별로, 사실이니까.”
오소마츠의 놀림에 새침하게 고개를 돌린 토도마츠가 오소마츠의 팔을 이끌었다.
“저기! 저기 들리자!”
새로 생겼다는 팥빙수 가게로 오소마츠를 이끈 토도마츠가 눈을 빛냈다.
항상 길게 늘어져 있던 길이 오늘따라 짧았다.
줄의 끝에 선 토도마츠를 따라 멈춘 오소마츠가 줄의 앞을 보며 물었다.
“뭐야? 이 줄은..”
“팥빙수 가게!”
“빙수~? 겨울이야, 지금…”
“겨울 상관 없이 맛있다고! 이 가게는!!”
토도마츠의 성화에 오소마츠도 포기하고 얌전히 줄을 섰다.
가게에 들어갈 차례를 기다리는 동안, 오소마츠와 토도마츠는 손장난을 하고, 쵸로마츠의 이야기를 하며 웃고 떠들었다.
그러는 동안 착실하게 줄은 줄어들어 어느새 오소마츠와 토도마츠의 차례가 되었다.
오소마츠가 단 것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 있는 토도마츠는 아이스크림이 잔뜩 올라간 빙수를 주문했다.
잠시 기다려달라는 점원의 말에 자리를 잡고 앉자, 오소마츠가 이리저리 가게 안을 둘러보았다.
전체적으로 나무로 인테리어를 해 편안한 분위기와 빵빵한 난방에 오소마츠가 빙그레 웃었다.
외투를 벗어 의자에 걸치는 토도마츠가 “어때? 좋지?” 하고 묻자 오소마츠가 “응.” 하고 대답했다.
마침 진동벨이 울려, 토도마츠가 주문한 팥빙수를 들고 왔다.
빙수 높이 올라간 아이스크림의 크기에 오소마츠가 입을 떡 벌렸다.
나누어준 작은 스푼 하나를 오소마츠에게 건넨 토도마츠가 “자, 먹자!” 하고 웃었다.
달달한 아이스크림의 맛에 오소마츠가 행복하단 얼굴로 팥빙수를 퍽퍽 파먹는 모습을 가만히 보며 토도마츠가 빙그레 웃었다.
모처럼 여기까지 끌고 온 보람이 있었다.
“오소마츠 형, 묻었어.”
오소마츠의 입가에 묻은 아이스크림을 손가락으로 닦아주며 토도마츠가 상냥하게 웃었다.
평소의 드라이 몬스터같지 않은 토도마츠의 모습이 낯선지 오소마츠가 “오, 오오.. 고마워.” 하고 대답하며 멋쩍게 웃었다.
쑥스럽게 웃는 오소마츠의 미소를 지금 당장 찍고 싶다는 욕망을 간신히 억누르며 토도마츠가 턱을 괴고 오소마츠의 모든 순간을 눈에 담았다.
팥빙수 가게를 나와 다음은 어딜 갈까- 묻는 토도마츠는 여전히 오소마츠의 팔짱을 끼고 있었다.
토도마츠의 물음에 적당히 대답하고, 대화하는 오소마츠는 웃고 있었다.
오소마츠의 미소에 안심의 한숨을 내쉰 토도마츠 앞에 뜻밖의 인물이 나타났다.
“어? 톳티-“
“아… 안녕.”
항상 어울려 다니던 여자아이들 중의 한 명이었다.
어디를 가는지 풀 메이크업에 옷차림도 제법 기합을 준 것을 알아차린 토도마츠가 웃는 얼굴로 물었다.
“어디 가?”
“응~ 잠깐, 애들이랑 만나기로 해서! 그래! 토도마츠도 같이 가자!!”
여자아이의 말투로 보아 미팅에 나간다는 것을 눈치챈 토도마츠가 곤란하단 얼굴로 오소마츠를 쳐다보았다.
토도마츠와 눈이 마주친 오소마츠가 빙긋- 웃더니 앞에 선 여자아이에게 말을 걸었다.
“안녕~”
“아, 안녕하세요… 어? 같은 얼굴?”
“응! 나 토도마츠의 쌍둥이 형이야!”
“아~ 그러시구나!”
“토도마츠, 옷 센스 꽤 괜찮지? 오늘도 나 옷 골라주고 있었어~ 진짜, 착한 녀석이라니까-“
“아, 정말요? 토도마츠가 확실히 옷을 잘 입긴 해요.”
“그치? 나중에 여친 생기면 횽아 버리고 여친하고만 다닐 것 같지?”
“네? 후후후”
자연스럽게 농담에 칭찬을 섞는 오소마츠를 토도마츠가 놀란 얼굴로 바라보았다.
토도마츠가 눈 앞의 여자아이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아 차린 건지 오소마츠는 계속해서 은근슬쩍 토도마츠의 칭찬을 이어갔다.
오소마츠의 친화력으로 여자아이도 딱히 불쾌해하지 않고 오소마츠의 말을 들으며 입을 가리고 수줍게 웃었다.
“그럼, 이 녀석 좀 부탁해~”
툭, 하고 오소마츠가 토도마츠의 어깨를 두드렸다.
“어?” 하고 정신을 차린 토도마츠가 둘의 대화에 귀를 기울이며 상황을 파악하려 애썼다.
토도마츠도 모르는 사이에 토도마츠도 함께 미팅에 간다는 이야기가 되어 있었다.
슥- 토도마츠와 끼고 있던 팔짱을 푼 오소마츠가 손을 흔들었다.
“잘 다녀와~”
“안녕히 계세요. 톳티- 가자~”
빙긋- 웃으며 오소마츠에게 가볍게 인사한 여자아이가 토도마츠의 팔에 팔짱을 끼웠다.
가까워진 거리에 은근한 꽃향기가 났다. 여자와 가까워진 것에 당황하면서 토도마츠가 오소마츠를 바라보았다.
부드럽게 웃으며 손을 흔든 오소마츠가 곧 미련 없이 몸을 돌려 집을 향해 걸었다.
여자아이에게 이끌리다시피 걸어가며 토도마츠가 쓴웃음을 지었다.
‘오늘은 ‘형’을 바란 게 아니었는데…’
13.
“백수 1호~, 설거지 좀 해 놓으렴~”
마츠요의 목소리가 마루에 울렸다.
거실에 누워 TV를 보던 오소마츠가 “하아~” 하고 한숨을 쉬더니 몸을 일으켰다.
거실을 나가 주방으로 향하는 오소마츠 곁에 쵸로마츠가 섰다.
“응? 쵸로마츠?”
“뭐야.”
“너는 왜 와?”
“같이 하면 빨리 끝나니까.”
주방에 들어선 오소마츠가 쵸로마츠를 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평소엔 아무것도 도와주지 않으면서 함께 하자는 쵸로마츠의 제안에 어리둥절한 오소마츠였다.
딱히 도와주겠다는 것을 거절할 이유도 없어 오소마츠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쵸로마츠에게 붉은 앞치마를 내밀었다.
“자, 혹시 음식 찌꺼기 튈 수 있으니까.”
“응. 고마워.”
쵸로마츠가 살짝 결벽증이 있다는 것을 생각해낸 오소마츠가 내민 앞치마를 쵸로마츠가 허리에 멨다.
곧이어 딸깍딸깍 도자기 밥그릇이 부딪치는 소리가 주방에 울렸다.
오소마츠가 세제를 묻힌 수세미로 닦은 접시를 쵸로마츠에게 건네주면 쵸로마츠가 깨끗이 헹궈 식기 건조대에 놓았다.
쵸로마츠의 말대로 둘이 한 설거지는 금새 끝나 반짝이는 싱크대만이 남았다.
앞치마를 풀어 원래 있던 곳에 놓은 쵸로마츠가 냉장고에서 어제 사 놓은 푸딩을 꺼냈다.
“응.”
“오~! 푸딩~”
쵸로마츠가 내민 초코푸딩을 받아 들고 활짝 웃은 오소마츠가 수저통에서 작은 스푼을 꺼냈다.
그대로 푸딩을 들고 거실로 들어가 자리를 잡고 앉은 오소마츠의 옆에 쵸로마츠도 앉았다.
어제 헬로워크에서 돌아오는 길에 편의점에 들러 사온 푸딩이었다.
일부러 2개를 사, 그 중 하나는 오소마츠가 좋아하는 초코로 샀다.
혀로 마른 입술을 적시며 푸딩 뚜껑을 여는 오소마츠를 쵸로마츠가 가만히 바라보았다.
쵸로마츠의 시선도 눈치채지 못한 오소마츠는 큼직하게 푸딩을 떠 입에 넣었다.
“음~” 하는 감탄사와 함께 눈을 감고 푸딩의 맛을 음미하는 오소마츠를 보며 기쁘게 숨을 내쉰 쵸로마츠가 자기 몫의 푸딩을 열었다.
금새 푸딩은 사라지고 플라스틱 통만이 남았다.
원형 테이블 위에 푸딩 통을 그대로 올려놓은 채, 치울 생각을 하지 않는 오소마츠를 살며시 노려봐준 후, 쵸로마츠가 몸을 일으켰다.
자기 것과 오소마츠 것, 두 개의 플라스틱 통을 들고 나와 재활용 쓰레기 봉투에 넣고 작은 스푼은 싱크대에 넣었다.
쵸로마츠가 주방에서 막 나왔을 때, 전화벨이 울렸다.
어느새 거실에서 나온 오소마츠가 현관에 놓인 조금 낡은 디자인의 검은 수화기를 들었다.
“응~, 알겠어.”
간단한 대답과 함께 전화를 끊은 오소마츠가 쵸로마츠를 지나 들어간 주방에서 장바구니를 들고 나왔다.
“엄마?”
“응, 늦어지니까 장 봐 놓으라고.”
신발을 신는 오소마츠에게 묻자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 오소마츠가 현관에 섰다.
현관문을 열려는 오소마츠를 쵸로마츠가 불러 세웠다.
“잠깐, 같이 가.”
“엥?”
신발장에서 자신의 신발을 꺼내는 쵸로마츠를 오소마츠가 멍하니 쳐다보았다.
지금까지 한 번도 쵸로마츠가 먼저 같이 가자는 말을 꺼낸 적은 없었다.
‘내일 해가 서쪽에서 뜨려나…’ 하고 생각하며 오소마츠가 쵸로마츠를 기다렸다.
대화도 없이 마을의 대형 마트를 향해 걸어가는 길.
쵸로마츠는 옆에서 묵묵히 걷고 있는 오소마츠를 바라보았다.
대체 언제부터 오소마츠가 집안일을 도왔는지는 알 수 없다.
모두 한결 같은 육둥이는 마츠요의 심부름을 무시하거나 남에게 미뤄왔다.
마츠요가 뭘 하나 시킬라치면 가위 바위 보나 묵찌빠까지 동원해 서로 하지 않으려 난리였다.
‘오소마츠 형 혼자 있을 때는 이렇게 엄마를 도와줬던 건가…’
스스로 반성하며 쵸로마츠가 오소마츠의 손에 들린 장바구니를 보았다.
쵸로마츠도 있었건만, 오소마츠는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이 장바구니는 자기가 들고 장을 보러 나가려고 했다.
이전, 마츠요에게 어리광을 부리는 오소마츠의 모습이 다시 떠올라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쵸로마츠~, 한숨 쉬면 복 날아간다~?”
“…그런 거 미신이야.”
“아하하, 뭐 그렇겠지만~”
오소마츠가 쵸로마츠의 대답에 즐겁게 웃으며 어깨에 메고 있던 장바구니를 고쳐 멨다.
쵸로마츠가 오소마츠의 어리광을 보고 말겠다고 다짐했을 때, 이렇게 어려운 일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항상 놀아달라, 같이 있어달라 조르는 오소마츠이기에 함께 있어주고 조금만 놀아주면 금새 어리광을 부릴 것이라고 생각했다.
다른 동생들이라면 몰라도 적어도 어릴 적 파트너인 자신에게는 금새 어리광을 부리지 않을까 그리 낙관했었다.
그런데 막상 오소마츠와 함께 있으니, 뭘 해야 하는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조금 전도, 단 둘만이 거실에 있었지만 서로 대화가 오가는 일은 없었다.
오소마츠는 언제나 그랬듯 TV를 보고 있었고, 쵸로마츠도 구인 잡지를 보고 있었다.
어찌어찌 설거지를 돕기는 했지만, 그 이후 푸딩을 먹으면서도 여전히 대화는 없었다.
지금도 함께 마트로 가고 있지만 대화는 없다. 대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주제를 골라보아도 쉽사리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한심해…’
자조 섞인 미소를 지으며 쵸로마츠가 다시 한숨을 내쉬었다.
쵸로마츠의 한숨 소리에 오소마츠가 흘끔 쳐다보긴 했지만, 아까처럼 말을 걸지는 않았다.
둘 사이에 감도는 어색한 침묵에 인상을 찌푸린 쵸로마츠의 시야에 익숙한 얼굴이 걸렸다.
“아! 마츠노!! 연락했었는데!!”
“오늘 냐-짱 라이브 있는 거 잊었어?”
“아…”
항상 냐-짱의 라이브장에서 어울리는 친구들이었다.
오늘도 냐-짱의 상품들도 잔뜩 꾸미고 허리춤에는 냐-짱의 얼굴이 프린트된 부채를 든 친구들이 발을 동동 구르며 쵸로마츠를 재촉했다.
친구들의 말에 오늘 중요한 냐-짱의 라이브가 있다는 것을 기억해낸 쵸로마츠가 친구들의 제안을 거절하려는 순간, 오소마츠가 쵸로마츠의 어깨를 툭 치며 말했다.
“다녀 와~”
“엣!?”
쵸로마츠가 뭐라 대답하기도 전에 오소마츠는 손을 흔들며 저편으로 멀어졌다.
지금 오소마츠를 쫓아가도 다시 그 어색한 침묵이 이어질 것이라는 예감에 쵸로마츠가 푹- 숨을 내쉬고 친구들을 따라 나섰다.
14.
“후아암~”
크게 하품을 하고, 잠버릇이 남은 머리를 긁적이며 오소마츠가 거실로 들어왔다.
다른 형제들은 모두 외출했고, 남아있던 카라마츠가 오소마츠를 향해 윙크하며 말했다.
“굿 모닝이다! 브라더-. 점심 먹을 건가?”
“응~”
카라마츠의 물음에 대답하며 오소마츠가 아직 졸린 눈을 비볐다.
거실 중앙의 원형 식탁에 앉은 오소마츠를 보며 피식- 웃은 카라마츠가 몸을 일으켰다.
“그럼 뭐가 먹고 싶은가? 뭐든 말만 해라!!”
“응? 오늘 엄마는?”
“오늘은 일찍 나가셨다.”
“아~. 근데 카라마츠, 네가 점심 만드는 거야?”
“아아!”
오소마츠의 질문에 카라마츠가 기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헤에~” 하고 감정이 실리지 않은 감탄을 내뱉은 오소마츠가 곰곰히 먹고 싶은 음식을 생각하더니 이내 “그럼 가라아게.” 하고 대답했다.
“아아, 알겠다!” 하고 외친 카라마츠가 거실을 나가 주방으로 향했다. 요리는 카라마츠가 자신 있는 분야였다.
한 때, 요리를 하는 남자가 멋있다는 말을 들은 이후로 매일 마츠요의 특훈을 받으며 요리 실력을 키워왔다.
아직까지 자신의 수제 요리를 먹어줄 카라마츠 걸-은 찾지 못했지만, 이럴 때는 도움이 되는 능력이다.
팔을 걷어붙이고 냉장고를 열어 재료를 확인한 카라마츠가 콧노래를 부르며 요리를 시작했다.
거실에서 나와 주방의 식탁에 앉은 오소마츠가 턱을 괴고 카라마츠를 지켜보았다.
능숙한 손놀림으로 달걀을 깨고 풀어 튀김 옷을 만드는 카라마츠를 보던 오소마츠가 돌연 의자에서 일어나 카라마츠 옆에 섰다.
“카라마츠, 오므라이스 좋아하지?”
“응? 아아, 뭐 좋아하는 편이다만.”
“응.”
가볍게 대답한 오소마츠가 카라마츠와 마찬가지로 팔을 걷어붙이더니 새 그릇을 꺼내 계란을 풀었다.
카라마츠만큼이나 익숙한 손놀림으로 금새 계란을 프라이팬에 부은 오소마츠가 약한 불로 천천히 계란을 익혔다.
오소마츠의 능숙함에 놀라 빤히 쳐다보던 카라마츠와 오소마츠의 눈이 마주쳤다.
“응?”
“아니, 아무 것도 아니다…”
고개를 갸웃거리는 오소마츠에게 쓰게 웃으며 시선을 돌린 카라마츠가 고기를 다듬고, 튀김옷을 입혀 기름에 튀겼다.
바사사사- 하고 기름이 끓는 소리와 튀김이 튀겨지는 소리가 주방에 울렸다.
긴 튀김용 젓가락으로 솜씨 좋게 가라아게를 건져내어 접시에 올리자, 그에 맞추어 오소마츠도 완성된 오므라이스를 식탁에 올렸다.
오므라이스와 가라아게. 매치는 되지 않아도 제법 먹음직한 식사가 완성되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가라아게를 맨 손으로 집어 든 오소마츠가 카라마츠의 입가에 가라아게를 내밀었다.
“자, 아앙~”
“…윽”
해 웃으며 오소마츠가 내민 가라아게를 받아 먹은 카라마츠가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카라마츠가 느끼는 감정을 알 리 없는 오소마츠는 “울 정도로 맛있어?” 하고 물으며, 또 가라아게 하나를 맨 손으로 집에 입에 넣었다.
“응, 맛있네~”
함빡 웃는 오소마츠를 보며 카라마츠는 주먹을 꽉 쥐었다.
모든 이성을 총 동원하여 오소마츠를 덮치고 싶은 마음을 간신히 억누른 카라마츠가 오소마츠를 따라 식탁에 앉았다.
오소마츠가 만든 오므라이스는 적당히 폭신폭신하고 부드러워 입에 넣으면 사르르- 녹는 것 같았다.
행복한 얼굴로 서로 만든 오므라이스와 가라아게를 먹는 오소마츠를 보며 카라마츠는 오소마츠의 어리광을 보겠다는 자신의 작전이 실패했다는 것에 쓰게 웃었다.
15.
긴급 동생회의. 그렇게 쓰여진 화이트 보드 아래, 다섯 명의 동생들은 무릎을 꿇고 절망하고 있었다.
오소마츠의 어리광을 보겠다는 일념 하에 벌써 여러 날 시도를 했지만, 수확은 제로. 수 많은 시도 끝에 겨우 동생들은 깨달았다.
‘‘‘‘‘우리가 ‘동생’인 이상, 무슨 짓을 해도 오소마츠 ‘형’의 어리광은 볼 수 없어!!!!!’’’’’
그렇게 절망하고 있는 동생들의 귀에 “쿠당-“ 하고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모두 고개를 들어 소음이 난 방향을 보자, 무표정의 마츠요와 마츠조가 거만하게 서서 동생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어, 엄마?!”
토도마츠가 놀라 외치자 마츠요가 “흠, 흠.” 하고 목을 가다듬더니 입을 열었다.
“정말이지, 너희 백수들이 바보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엄마, 몰랐다.”
“너희는 멀었구나-“
마츠요의 말을 이어 마츠조도 눈을 감고 손을 올려 쯧쯧! 하고 혀를 차며 고개를 저었다.
과연 부부! 라고 할 정도로 최고의 연계로 동생들의 마음을 후비는 말을 던지고는 마츠요와 마츠조가 씩 웃었다.
오소마츠가 나쁜 계략을 짤 때의 얼굴과 닮은 그 미소에 동생들의 얼굴에서 핏기가 가셨다.
동생들의 안 좋은 예감은 적중해, 마츠요와 마츠조가 내뱉은 다음 말은 동생들의 경악을 이끌어내기에 충분했다.
““제대로 취직해서 어엿한 한 사람이 된 녀석(백수)에게 오소마츠를 맡길 테니까-””
그 말에 동생들 모두 불타오르기 시작한 것은 말할 것도 없다.
마츠요의 무릎을 베고 새근새근 잠든 오소마츠의 머리를 마츠조가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초산에 육둥이라는 커다란 행복을 받은 둘은 이렇게 여섯 명이 무사히 성인이 되어 준 것이 무엇보다 고마웠다.
본래는 한 아기만 들어가는 작은 아기방에, 여섯 명이 꾸역꾸역 들어가 열 달을 버텼다.
마츠요의 노력도 있었지만, 아기들이 서로 배려하지 않았다면 모두 무사히 태어날 수 없었을 것이라고 그렇게 생각했다.
그렇기에 태어난 작은 여섯 명의 생명들을 보며 마츠요와 마츠조는 다짐했다.
순서에 상관없이 모두 평등하게 대하자고. 마츠요와 마츠조는 언제까지나 여섯 명의 순서를 따지지 않을 생각이었다.
그런 교육방침 아래, 육둥이는 서로를 이름으로 부르며 동등한 관계를 가지고 성장했다.
그것이 조금 지나쳐 ‘내가 너희고, 너희가 나’ 라는 이상한 모토를 가지게 되었지만, 그것은 다른 이야기이다.
그렇게 동등한 여섯 명이 중학교에 들어가고 변한 주변 환경에 영향을 받아 서로를 ‘형’으로 부르기 시작했다.
각자 ‘동생’이자 ‘형’이 되어 동등한 관계를 부수고 새로운 서열 체계를 만들었다.
그리고 그 자리에 맞추어 성격을 변화시켰다.
막내인 토도마츠는 애교가 많고 조금은 약삭빠른 성격으로, 쥬시마츠는 동생은 잘 돌보지만 어딘지 나사가 하나 빠진 성격으로, 이치마츠는 형들의 무엇은 본 것인지 조금 어두워졌고, 쵸로마츠는 위의 두 명이 쓸모 없다며 착실한 성격으로 변했다.
카라마츠는 대체 뭐에 영향을 받았는지 안쓰러운 성격으로 변했지만 그래도 동생들을 아꼈다.
그렇게 변하기 시작한 육둥이 가운데, 마츠요와 마츠조의 마음에 가장 걱정되었던 것이 ‘장남’ 오소마츠였다.
카라마츠에겐 오소마츠가 있고, 쵸로마츠에겐 카라마츠와 오소마츠가 있다.
막내 토도마츠에 이르면 다섯 명의 ‘형’이 있어 의지하고 마음껏 어리광 부릴 수 있다.
하지만 ‘첫째’인 오소마츠는 어느 때부터 스스로 모든 것을 끌어안게 되었다.
어릴 적엔 동등한 관계였던 동생들이 자신을 ‘형’이라 부르며 다르게 대하는 것을, 그 누구보다 싫어하면서도 받아들였다.
주변의 사람들의 묘한 압박과 불합리한 대우도 말없이 참아냈다.
육둥이, 동갑인데도 홀로 ‘형’이라는 입장의 모든 단점을 받아들이고 참아내는 오소마츠의 모습이 마츠요와 마츠조로서는 너무나 안쓰럽고, 안타까웠다.
그 누구보다 동생을 아끼는 오소마츠가 많은 것을 참아내는 모습을 보면, 여섯 명을 공평하게 대해야지- 생각하면서도 자연스럽게 오소마츠를 더 챙기게 되었다.
동생들에게 부리지 못하는 어리광을 전적으로 받아주는 것도 그런 이유였다.
부모인 자신들만은 오소마츠가 마음 놓고 쉴 수 있는 쉼터가 되어 주고 싶었다.
오소마츠도 그런 마츠요와 마츠조의 마음을 아는지, 부담 없이 마음껏 어리광 부렸다.
성인인데도 아직도 어린아이 같은 오소마츠를 보며 자상한 미소를 피운 마츠요와 마츠조가 의욕이 충만해져 파이팅하고 있는 동생들의 외침을 들으며 생각했다.
“그래도…”
“오소마츠의 어리광은 양보할 수 없지.”
“그럼요, 오소마츠가 마음 놓고 어리광 부리고, 그걸 받아주는 이 포지션은 양보할 수 없는 걸요.”
오소마츠를 보며 말하는 마츠요와 마츠조의 목소리는 지극히 다정하고 상냥해서, 동생들 중 누군가가 그것을 들었다면 “대체 누구 목소리?” 하고 놀랐을 것이다.
* 아들이 많은 집은 아들 중 한 명이 딸 노릇을 한다는 소리를 들었던 기억이 있어 나온 단편입니다ㅎㅎ
톳티-는 막내이긴 해도 딸 역할은 안 할 것 같아요. 한다면 역시 오소마츠?ㅎㅎ
* 여우골 이야기는 아마 이번주 주중에 한편, 주말에 한편 나올 것 같습니다. 이제 완결까지 2편 남았네요ㅎ
* 이번편은 특히 길었네요.. 공미포 20,808자... 재미있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그럼 2017년 모두 잘 보내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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