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하러 가기 전에 짧은 단편 하나 던지고 갑니다.
토요일인데 왜 나는 출근을 해야 하나...
* 다른 단편보단 짧아요.
* 카라오소 전제 토도오소입니다.
* 부족한 글이지만 재미있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1.
“오소마츠.”
“응~?”
거실문을 열고 나타난 카라마츠 형의 부름에 바닥에 누워 경마 신문을 보던 오소마츠 형이 고개를 들었다.
친한 여자아이와 하던 라인을 멈추지 않으면서 둘의 대화에 조심스레 귀를 기울였다.
“함께 아름다운 선샤인을 마음껏 누리지 않겠나?”
“푸핫! 그게 뭐야! 아~ 갈비뼈 금 간다! 산책하러 가자는 거지? 오케-”
통통 가볍게 몸을 털고 일어난 오소마츠 형이 빙그레 웃곤, 카라마츠 형과 함께 방을 나섰다.
찰칵- 하고 현관문이 닫히는 소리가 났다. 묘하게 긴장하고 있던 몸의 힘을 풀고 한숨을 내쉬었다.
아마도 오소마츠 형과 카라마츠 형은 사귀고 있다.
서로가 사귀고 있다는 것을 선언한 것도 아니고, 조금 전처럼 집 안에서는 형제와 다름없이 지내고 있지만 나는 알 수 있다.
오히려 눈치채지 못하는 게 이상한걸-. 둘은 능숙하게 숨기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문득문득 오소마츠 형이 카라마츠 형을 바라보는 눈빛이나, 카라마츠 형이 오소마츠 형에게 닿는 손길이 놀라 까무러질 정도로 부드러워서 나도 모르게 깨닫고 말았다.
아-, 저 둘은 그런 관계구나…, 하고.
형제 중 둘의 관계를 알아차린 것은 나뿐이다.
이치마츠 형은 카라마츠 형을 은연히 신경 쓰고 있으니 짐작만 하는 상태이고, 쥬시마츠 형과 쵸로마츠 형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하겠지.
결국, 가족 중 오소마츠 형과 카라마츠 형의 관계를 제대로 알고 있는 것은 나뿐이라는 이야기이다.
내일 만나자는 여자아이의 연락에 적당히 대답을 보내고, 스마트폰을 상에 내려놓았다.
오소마츠 형과 카라마츠 형도 나가고 빈 집 안은 똑딱거리는 시계 초침 소리만이 울려 퍼지고 있었다.
오소마츠 형과 카라마츠 형은 데이트라도 하고 있는 걸까-. 가끔 저렇게 함께 나갔다 들어오면 반드시 먹거리를 사 오는 두 형을 떠올리자 피식 웃음이 새어 나왔다.
동성에 형제에 심지어 쌍둥이. 세간에서 결코 용서받지 못할 관계인 둘은 이대로 평생 가족에게 그 관계를 숨길 생각인걸까.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그렇게 행동하는 것이 현명하지만, 어쩐지 싫은 느낌이 들고 만다. 육둥이니까, 다른 형제들보다 훨씬 가까운 관계였던 우리이다.
어릴 때는 ‘나’와 ‘너’의 경계조차 모호했던 우리인데 솔직히 말해주지 않는 것이 조금 속상하다.
하다못해 둘의 관계를 눈치챈 나에게만이라도 이야기해 줬으면 하는 마음이 들다가도, 그것이 내 멋대로의 어리광이라는 것을 깨닫고 쓴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역시 속상할 수밖에 없지 않아?
카라마츠 형은 내 ‘파트너’였고, 어릴 적부터 가장 오랜 시간을 지내온 친구이다.
지금은 차남과 막내라는, 꽤 큰 거리가 생겨버리고 말았지만 형제 중 카라마츠 형을 가장 많이 이해하고 알고 있는 것은 나라고 자만할 수 있다.
‘파트너’였던 나에게도 말해주지 않는 것은 좀 치사하지 않아?
그렇게 생각하니 어쩐지 화가 나서 나도 모르게 눈썹을 찌푸렸다.
“하아~”
내뱉는 한숨과 함께 바닥에 몸을 뉘었다.
옛 명언 중에 그런 말이 있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
누가 만들었는지 참 잘도 만들었다는 생각이 든다.
여섯 명이 나란히, 평등했던 우리가 ‘형’과 ‘동생’이라는 프레임을 쓴 순간, 그 관계는 수평에서 수직으로 방향을 바꾸었다.
‘형’과 ‘동생’이 되어버린 우리에게 오소마츠 형은 더는 ‘오소마츠’를 보여주지 않았다.
마치 ‘장남’인 자신이 아이덴티티(identity)의 전부인 양, 오소마츠 형은 ‘형’이 되었다.
모두의 리더, 모두의 ‘오소마츠’는 이제 보여주지 않는 오소마츠 형이 오직 단 한 사람, 카라마츠 형 앞에서는 ‘오소마츠’가 된다.
카라마츠 형과 대화하며 순수하게 웃던 그 장난기 섞인 미소는 오소마츠 형이 아닌 ‘오소마츠’의 얼굴이었다.
모두의 ‘오소마츠’는 카라마츠 형이 독차지하고 있다. 우리가, 내가 볼 수 있는 것은 오소마츠 ‘형’뿐이다.
딱히 불만은 없지만 그래도 치사하다는 생각이 머릿속 한구석에 박혀 사라지지 않는다.
어른이 된 ‘오소마츠’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여전히 바보에, 장난꾸러기에, 단순한 어린아이일까? 오소마츠 형의 초6 정신을 떠올리면 ‘오소마츠’도 그다지 변하지 않았을 것 같다.
어린 시절 그대로, 그 순수함을 간직하고 있을 ‘오소마츠’를 떠올리자 가슴이 꾹- 하고 조였다. 달콤하게 퍼지는 ‘노스탤지어(nostalgia)’에 잠시 숨을 멈췄다.
지금 와서 이렇게 그리워해봤자, 변하는 것은 없다.
‘오소마츠’가 카라마츠 형만의 것이라는 것은 변하지 않는 사실이다.
이후로도 ‘오소마츠’가 내 앞에 나타날 일은 없을 것이다.
“…뭐, 상관 없지만.”
그래, 상관 없다. ‘오소마츠’는 어린 시절의 향수 같은 것이니까.
20살이 넘은 성인인 내게 ‘오소마츠’가 다가오건 그렇지 않건 상관없다.
오소마츠 형이 있으니까, 아쉬울 것은 하나도 없다.
일부러 소리 내어 말해 자신을 타이르며 눈을 감았다.
2.
화장실이 가고 싶다.
눈을 떠 습관적으로 스마트폰을 확인했다.
새벽 4시 16분.
아직 깜깜한 방 안에서 천천히 상체를 일으켰다.
방 안도, 그리고 복도도 분명 아직 어둠 속에 있을 시간이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을 복도를 원수처럼 노려보고 쵸로마츠 형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내일 일찍 나가야 한다고 했으니, 지금 깨우면 분명 잔소리를 퍼부을 테지만 항상 함께 가주는 것이 쵸로마츠 형의 상냥함이다.
쵸로마츠 형에게 다가가기 위해 이불에서 몸을 움직이는 순간, 작디작은 목소리가 내 귀에 들려왔다.
“…―워.”
“오소마츠 형?”
오소마츠 형의 목소리에 깨어난 건가 싶어 불렀다.
기왕 일어났으면 화장실이나 같이 가줘. 쵸로마츠 형 보다는 덜 믿음직스럽지만….
살짝 어깨를 흔들며 한 번 더 오소마츠 형을 불렀지만, 오소마츠 형은 여전히 꿈속에 있는 것 같았다.
“…뭐야, 잠꼬대인가.”
작게 한숨을 내쉬고 다시 쵸로마츠 형을 부르려는데, 또다시 오소마츠 형의 목소리가 들렸다.
“…―워….”
“…응?”
미간에 잔뜩 주름을 잡고 눈썹을 찌푸린 오소마츠 형이 몸을 둥글게 웅크렸다.
악몽이라도 꾸는 건가? 다시 우물우물 입을 움직여 중얼거리는 소리를 자세히 들으며 고개를 숙였다.
“…추, 워….”
“헤?”
오소마츠 형은 “추워.” 라고 말했다.
아직 겨울 끝자락이고 날이 많이 풀렸다고는 하나 여전히 방 안의 공기는 냉랭했다.
이불 밖으로 나오면 몸을 부르르 떨 정도로 방 안의 기온은 낮았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이불 밖으로 나왔을 때의 이야기이다.
여섯 명이 옹기종기 붙어서 자는 우리에겐 한겨울에도 난방이 필요 없을 정도였다.
오히려 이불 정중앙에 자는 나와 오소마츠 형은 간혹 너무 더워 새벽에도 눈을 뜨고 잠시 이불 밖으로 나가 몸을 식히고 다시 자는 일이 있을 정도였다.
오소마츠 형은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쓰고 몸도 둥글게 말고 있었다.
대체 어디에 추울 요소가 있는지 모를 정도다.
일단 한 번 깨우는 것이 좋겠다 싶어 손을 뻗어 오소마츠 형의 손을 잡았다.
이불 안에서 사람의 체온으로 데워진 오소마츠 형의 손을 따끈따끈했다.
“…우-, 추워….”
살짝 울음이 묻어 나오는 오소마츠 형의 목소리에 뭔가가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오소마츠 형의 손을 잡고 있던 손을 올려 오소마츠 형의 이마를 짚었다.
“우왓! 뜨것!”
오소마츠 형의 이마는 정상 체온 범주를 훨씬 벗어나 따끈따끈하게 달아올라 있었다.
38도? 아니 39도는 되는 것 같았다.
내가 놀라는 와중에도 오소마츠 형은 몸을 더 웅크리고 “추워어….” 하고 신음했다.
분명 해열제와 온도계가 있는 약 상자는 거실에 있었다.
칫! 하고 혀를 차고 쵸로마츠 형을 깨우려고 손을 뻗은 순간, 오소마츠 형이 내 쪽으로 다가와 내 파자마 자락을 꽉 쥐었다.
춥다고 느껴 무의식적으로 사람의 체온을 쫓아 몸을 옮긴 것 같았다.
눈썹을 잔뜩 찌푸리고 몸을 웅크린 채, 울음이 섞인 목소리로 “추워어….” 하고 신음하는 오소마츠 형의 모습에 피어올랐던 초조함이 사라졌다.
사라진 초조함의 자리를 기쁨이 대신했다.
형이 고열을 내고 있는데 기쁘다니, 나도 참 중증이구나-.
내 옷자락을 쥐고 있는 오소마츠 형은 영락없는 ‘오소마츠’ 였다. 오랜만이다.
정말로 오랜만에 ‘오소마츠’를 봤다. 그 기쁨과 반가움이 가슴 가득 번져, 마음에 작게 나 있던 빈틈을 메웠다.
색색- ‘오소마츠’가 내뱉는 숨은 규칙적이었다.
무슨 이유인지는 몰라도, 갑자기 열을 내고 있는 것에 비해 ‘오소마츠’는 그렇게 괴로워 보이지 않았다.
단순히 열이 나 춥다는 감각만이 있는 것 같았다.
내 옷자락을 쥐고 있는 ‘오소마츠’의 손을 마주잡고 천천히 이불에 몸을 뉘었다.
내가 눕자마자 더 가까이 내게 다가오는 ‘오소마츠’를 나도 꼭- 마주 안았다.
내 품에 들어온 ‘오소마츠’는 더는 “춥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내 가슴에 얼굴을 묻은 ‘오소마츠’를 가만히 내려다보며 힐끗 내 옆자리를 쳐다보았다.
세상모르고 자고 있는 카라마츠 형에게서 깨어날 기색은 보이지 않았다.
그럼 지금 이 순간, 내 안에 있는 ‘오소마츠’는 오직 내 독차지이다.
달콤하게 가슴을 조이는 만족감에 ‘오소마츠’의 머리를 어루만지자, 은근한 미소를 지은 ‘오소마츠’가 내 가슴에 뺨을 비볐다.
다시 어린 시절로 돌아간 것 같은 착각에 완연히 웃으며 천천히 ‘오소마츠’의 등을 두드렸다.
3.
“…―야, …깬다.”
“…―이라고 생각하는 거야.”
“…―로스??”
제각각 들려오는 서로 다른 목소리에 신음하며 눈을 떴다.
환한 햇살에 눈이 부셔 인상을 쓰고 천천히 눈을 깜빡이자, 흐릿한 시야 사이로 나를 빤히 바라보는 쵸로마츠 형과 이치마츠 형, 쥬시마츠 형의 얼굴이 보였다.
“…응-, 뭐야아…?”
눈을 비비며 묻자 쵸로마츠 형이 황당하단 얼굴로 되물었다.
“뭐야?, 는 이쪽 대사야. 대체 뭔 상황이야? 이거.”
“…톳티-. 무서운 꿈이라도 꿨어? 그래서 오소마츠 형한테 달라붙은 거?”
“세크로스!!”
쵸로마츠 형에 이어 한마디씩 던지는 이치마츠 형과 쥬시마츠 형의 말에 “…대체 무슨 소리야.” 하며 고개를 돌리자, 내가 무슨 상황에 있는지 단박에 이해했다.
어젯밤 열을 낸 ‘오소마츠’를 껴안은 자세 그대로, 오소마츠 형은 내 가슴에 얼굴을 파묻고 자고 있었다.
아차―….
순간 식은땀이 온몸에서 흘러나오는 것 같았다.
당황해 고개를 홱 돌리자 여전히 어이없다는 얼굴의 쵸로마츠 형과 눈이 마주쳤다.
“아니!! 이거는…!!”
“뭐, 별로 나랑은 상관없지만 말이야.”
“말을 좀 들어! 이 체리마츠!!”
쵸로마츠 형의 말에 나도 모르게 발끈해 외쳤다.
내 외침에 오소마츠 형의 몸이 들썩였다.
“우음…. 뭐야아~, 밥?”
눈을 비비며 중얼거리는 오소마츠 형에게 쵸로마츠 형이 “아니거든. 일단 일어나봐, 이 망할 장남.” 하고 태클을 걸었다.
눈을 비비고 커다랗게 하품을 한 오소마츠 형이 고개를 들자, 바로 옆에 누워있던 나와 눈이 마주쳤다.
“…응? 뭔가, 토도마츠가 가까이에 있는데?”
“그야, 오소마츠 형이 토도마츠한테 안겨 있으니까.”
“으햐아!?”
오소마츠 형의 바보 같은 말에 쵸로마츠 형이 한심하단 투로 대답하자, 오소마츠 형이 괴성을 지르며 벌떡 몸을 일으켰다.
품에 오소마츠 형이 있었던 탓에 일어나지 못하고 있던 나도 오소마츠 형을 따라서 몸을 일으키자, 오소마츠 형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쳐다보았다.
“에? 에에?? 뭐야, 톳티-. 그렇게나 이 횽아를 좋아했었어?”
양팔을 X자로 겹쳐 자신의 가슴을 가린 자세로 오소마츠 형이 말했다.
치솟는 짜증에 “아니거든!!” 하고 외친 후, “오소마츠 형이 새벽에 멋대로 안겨 온 거거든!?” 하고 말하자 오소마츠 형이 “에에…. 진짜로…?” 하고 신음했다.
쵸로마츠 형과 이치마츠 형은 질렸다는 표정으로 손을 휘저으며 “얼른 옷이나 갈아입고 나와 이 호모들아.” 하고 말했다.
“호모 아냣!!”
“쵸로 씌~, 너무해! 나를 버릴 셈?!”
억울하다는 얼굴로 외친 나를 뒤로하고 벌떡 일어난 오소마츠 형이 장난스럽게 말하며 쵸로마츠 형의 등에 매달렸다.
쵸로마츠 형은 쵸로마츠 형대로 “무것! 저리 치워!” 하고 짜증을 냈다.
멀쩡히 일어나고 쵸로마츠 형 뒤를 따라 걸어가는 오소마츠 형을 보며 작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새벽에 그렇게 고열을 낸 것치고 오소마츠 형은 멀쩡해 보였다.
정말로 잠깐 가볍게 열이 오른 것뿐이었나 자문하며 이불에서 빠져나왔을 때, 나에게 향해 있는 시선을 느끼고 고개를 돌렸다.
“….”
가만히 나를 바라보고 있는 카라마츠 형과 눈이 마주쳤다.
나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고개를 돌려 시선을 피하더니, 카라마츠 형은 다시 나를 쳐다보며 뭔가 할 말이 있는지 입을 열었다가 힘없이 다시 고개를 돌렸다.
질투일까, 아니면 단순히 당황하고 있는 걸까.
카라마츠 형이 무슨 감정을 가지고 나를 그런 얼굴로 봤는지 나는 알지 못한다.
당사자가 아니니까.
하지만, 카라마츠 형의 얼굴을 본 순간, 내 가슴 가득 피어난 우월감은 내 기분을 한껏 높이 끌어올렸다.
* 아마 주말에 단편이 하나 더 올라올 예정입니다ㅎ
*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소마츠상 > 오소른 (카라오소 제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소른] 아빠는 누구? (15) | 2017.03.06 |
---|---|
[쵸로오소/카라이치] 붉게 피어난 아네모네 (14) | 2017.02.23 |
[오소른] 형제랭킹 (10) | 2017.01.30 |
[오소른] 어리광 (12) | 2017.01.03 |
[토도오소] 일출 (6) | 2016.12.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