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래 저번주 주말에 올릴 예정이었던 단편입니다...ㅎㅎ 주말 출근으로 못 올렸습니다...
* 공미포 20,744자
* 카라이치는 처음 써보네요... 오소마츠가 소녀감성입니다ㅎ 살짝쿵 카라오소도 있어요.
* 비속어가 약간 나옵니다.
* 트위터 시작했습니다! 블로그에 글 올리고 실시간 알람(ㅎ)으로 사용할 예정입니다.
아이디는 WHITEPINE, @WHITEPINE92 입니다!
* 부족한 글이지만 재미있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1.
“너는 변하지 않아도 돼, 카라마츠.”
언젠가 있었던 카라마츠의 고민 상담에 해준 대답.
자신도 바보 같은 말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것은 내 모든 마음을 담은 진실한 바람이었다.
중학생이 되고 우리는 하나가 아니게 되었다.
항상 붙어 다녔던 초등학교 때와 달리 커진 몸, 예민해진 신경, 그리고 친구들의 놀림. 그 모든 것이 우리를 변화시켰다.
우리는 점점 모두 함께 다니는 것을 부끄럽게 여기기 시작했고, 같은 옷을 입는 것도 질색하게 되었다.
‘우리의 것’이었던 것들은 어느새 ‘내 것’과 ‘네 것’으로 나뉘었다.
그리고 그 관계는 ‘형’과 ‘동생’이라는 호칭으로 이어졌다.
‘형’이니, ‘장남’이니 하는 것들이 너무 싫었다.
육둥이, 동갑인데 왜 굳이 서열을 여겨야 하는가.
그리고 하필이면 왜 내가 장남인가.
주변 사람들도, 학교의 선생님도, 심지어 부모님까지 ‘장남’이라는 이유로 내겐 더 엄한 기준을 두었다.
‘동생’들이라면 넘어갈 일도, 나는 호되게 혼나기 일쑤였다.
‘형’이니 동생들을 지켜야 한다는 말도 싫었다.
동갑인데 ‘형’이나 ‘동생’이 어디 있어. 게다가 나 정돈 아니어도, 녀석들 또한 결코 약한 편이 아니었다.
스스로 제 몸을 지킬 수 있는 녀석들을 왜 내가 지켜야 하는가.
그런 불만과 반항기가 겹쳐 나는 제일 먼저 녀석들의 곁을 떠났다.
나를 따라 녀석들도 하나둘 육둥이를 떠나 자신만의 색을 찾아갔다.
그렇게 우리가 뿔뿔이 흩어졌을 때, 바보 같은 나는 다시 육둥이로 돌아왔다.
아무리 친구들과 웃고 떠들어도, 마음 한편에 남은 쓸쓸함은 사라지지 않았다.
혼자라는 느낌이 싫었다. 외톨이는 더 싫었다.
어리석은 나는 겨우 그것을 깨닫고 다시 육둥이의 자리로 돌아왔지만, 녀석들은 여전히 돌아오지 않았다.
내가 다시 ‘우리’를 바라도 녀석들은 멀어져 가기만 했다.
혼자는 싫다고, 돌아오라고-, 붙잡고 싶어도 어떻게 붙잡아야 좋을지 몰랐던 나는 그저 멀어지는 녀석들의 등을 지켜보고만 있었다.
그런 나를 돌아보고 다시 옆에 다가와 준 것은 카라마츠였다.
제일 먼저 돌아와 준 녀석은 그 후로도 죽- 내 곁에 있어 주었다.
“너는 나를 떠나지 않을 거야?”
“물론! 나는 항상 오소마츠 곁에 있겠다!”
내 바보 같은 질문에, 바보인 카라마츠는 다짐했다.
어린 카라마츠의 치기 어린 대답이 얼마나 나를 구원해주었는지 바보 카라마츠는 알지 못한다.
만화책을 펼쳐 들고 벌써 몇 시간째 거울을 쳐다보고 있는 카라마츠를 살며시 바라보았다.
질리지도 않는지 벌써 몇 시간째, 카라마츠는 거울을 붙잡고 있다.
저 나르시시스트 사이코패스…. 같은 얼굴이 다섯이나 있는데, 그렇게도 본인의 얼굴이 좋은 걸까….
도저히 이해되지 않아 ‘핫’하고 한숨을 내쉰 후, 다시 고개를 돌려 만화책에 시선을 고정했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나는 저 바보 나르시시스트 사이코패스 둔감남에게 사랑을 품고 있다.
중학교 시절, 가장 먼저 내 곁에 돌아와 주고 항상 내 곁에 있겠다는 어리석은 다짐을 한 녀석을, 나는 좋아하게 될 수밖에 없었다.
나와 함께 ‘형’의 자리에 올라서서, 동생들을 챙겨주며 나에겐 가차 없는 저 바보 녀석을 좋아하게 되어 버렸다.
빈말로도 참을성이 있다고 할 수 없고, 항상 제멋대로인 내가 카라마츠와 단순한 형제 사이라는 것에 새삼 헛웃음이 나온다.
주변에서 초6 정신이라고 불리는 나는, 무엇이든 원하는 것이 있다면 반드시 손에 넣어야 성미가 풀렸다.
원하는 것이 사람이라도 마찬가지였다.
카라마츠가 오직 나만의 것이 되어 주었으면 하고 몇 번이고 바랐다.
내 연인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내 것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내 바람을 막고 있는 것만 없다면 지금 당장에라도 카라마츠에게 달려들 것이다.
카라마츠는 내게 형제애 이상의 감정은 없지만, 이 카리스마 레전드 오소마츠 님 앞에서는 아무 소용없다.
‘아직’ 좋아하지 않는다면, ‘좋아하게’ 만들면 되는 일이다.
“…다녀왔어.”
작은 목소리와 함께 거실문이 열렸다.
눈을 들어 터벅터벅 거실 안으로 들어오는 이치마츠에게 “어서 와~” 하고 인사를 건네자, 이치마츠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고, 고양이를 안은 채 거실 구석에 가 앉았다.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고, 내 사랑의 가장 큰 장애물이 왔다.
마츠노 이치마츠, 마츠노 가의 사남, 내 동생. 이치마츠도 카라마츠를 좋아한다.
물론 like가 아니라 love 쪽으로.
딱히 좋아하는 티도 내고 있지 않고, 오히려 카라마츠를 괴롭히지만, ‘형’이니까 알 수 있다.
나는 그렇다 쳐도, 이치마츠…. 너는 대체 카라마츠의 어느 부분에 반한 거야?
상냥한 점? 하지만 그 상냥한 부분을 모두 상쇄해 먹어 치울 정도로 바보에 눈치 없는 나르시시스트라고? 카라마츠는….
결코 말로 꺼낼 수 없는 말을 속으로 던지며 만화책을 접었다.
이제 이 방에는 내가 필요 없으니까, 파칭코나 갈까.
몸을 일으키자 거울을 보던 카라마츠가 나를 따라 고개를 들었다.
“오소마츠, 나가는 건가?”
“응? 응~. 파칭코 다녀올게~”
만화책을 거실 구석에 휙- 던지고 거실을 빠져나가려는데 카라마츠가 다시 나를 불렀다.
“그럼 나도 같이 가지.”
“응? 왜?”
“엩? 왜라니…. 그야, 나도 파칭코….”
“아니, 너 오늘은 그 카라마츠 걸-즈? 보러 다리에 안 가?”
“훗, 오늘은 휴무다.”
“아, 그러셔~. 그럼 파칭코 말고 이치마츠랑 같이 고양이 사료라도 챙겨주면?”
“…에?”
“그럼 횽아는 나간다~”
손을 팔랑팔랑 흔들고 발을 재촉해 거실을 나왔다.
서둘러 신발을 신고 현관을 나올 때까지 카라마츠는 입을 굳게 다물고 내게 말 걸지 않았다.
현관을 닫고 나와 길거리를 걷는다.
바보같이 뜨거워지는 눈시울에 고개를 푹 숙였다.
잘 포장된 보도블록과 붉은 신발을 신은 내 발이 보였다가 서서히 흐려져 갔다.
뜨거워지는 눈시울에 입술을 깨물었다.
내 연적이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생판 남이었다면 이렇게 힘들진 않았겠지.
무슨 수를 쓰더라도 카라마츠를 내 것으로 했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너무나 가혹해서 웃기지도 않을 내 사랑의 연적 또한 내 동생이었다.
처음엔 예쁜 누님이라면 모를까, 같은 형제에게 카라마츠를 뺏기고 싶지 않은 마음에 이치마츠를 견제했다.
이치마츠를 은근히 따돌리고 카라마츠와 함께 등하교하고, 이치마츠와 카라마츠가 단둘이 있지 못하게 했다.
그렇게 끈질기게 방해공작을 펼쳤다. 내가 카라마츠를 바라보던 이치마츠의 그 눈빛을 보기 전까지는….
불안하게 흔들리는 눈과 울 것 같이 일그러진 이치마츠의 얼굴을 본 순간, 가슴이 수천 개의 바늘로 찔린 것처럼 아팠다.
따끔거리는 아픔은 심장을 넘어 온몸을 조이더니 나를 검은 어둠 속으로 떨어뜨렸다.
겉보기와 달리 우리 중 가장 섬세하고 여린 심성을 가진 이치마츠는 내가 카라마츠를 가지려 하면 분명 크게 상처받고 어디론가 사라져버릴 것이다.
나는 형이니까 동생을 울릴 수 없다.
동생의, 이치마츠의 슬픈 얼굴도 보고 싶지 않다.
그리고 내가 느끼는 이 아픔을 이치마츠에게도 느끼게 하고 싶지 않다.
그래도 양보는 하지 않을 거야, 이치마츠…. 왜냐면 이건 이미 결과가 나온 승부인걸.
아무리 내가 승부수를 걸어도 카라마츠는 이미….
나는 괜찮아. 이미 익숙하니까….
2.
어느 날, 오소마츠 형아가 카라마츠 형아를 보는 눈을 본 순간 알았다.
오소마츠 형아는 카라마츠 형아를 좋아한다고.
저 앞에서 설렁설렁 걸어가는 붉은 후드를 보고 재빨리 강둑을 올랐다.
고개를 푹 숙이고 걷고 있는 오소마츠 형아의 뒷모습에 꾹- 하고 아련한 고통이 퍼졌다.
저대로 오소마츠 형아를 혼자 두고 싶지 않은 마음에 더 빨리 발을 옮겨 오소마츠 형아에게 달려갔다.
“오소마츠 형아!!!”
“우왁! 쥬, 쥬시마츠으?!”
오소마츠 형아의 허리를 꽉 잡고 고개를 들었다. 놀란 얼굴로 크게 뜬 눈을 깜빡이는 오소마츠 형아의 눈가가 촉촉이 젖어있었다.
다시금 가슴 가득 퍼지는 아련함에 큰 목소리로 외쳤다.
“형아! 나랑 야구!!”
“어? 야구 할까?”
“아이아이!!”
“헤헤, 좋아-.”
웃으며 대답하는 오소마츠 형아의 얼굴이 밝아져, 나도 기분 좋게 웃을 수 있었다.
“쥬시마츠으~, 잠깐, 휴식….”
“오소마츠 형아 벌써 지쳤슴까아~?”
“헉, 허억….”
오소마츠 형아는 내 물음에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이고 강둑에 털썩 엉덩이를 내렸다.
계속 휘두르고 있던 야구 배트를 바닥에 내려놓고 오소마츠 형아의 옆에 가 앉았다.
말없이 숨을 고르며, 옆에 앉은 나를 본 오소마츠 형아가 씩- 장난스럽게 웃으며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이렇게 상냥한 오소마츠 형아인데…. 왜….
“오소마츠 형은 왜 카라마츠 형이랑 같이 안 있슴까?”
“응? 별로, 같이 있을 필요 없으니까…?”
“….”
오소마츠 형아가 고개를 갸웃하며 나를 바라봤다.
우응-, 이게 아닌데. 다시 말을 고치고 입을 열었다.
“나는, ‘그녀’와 계~속 같이 있고 싶었슴다. 항상, 쭉~! 같이 놀고 싶었슴다. 결국 그러지 못했지만, 그래도 오소마츠 형아 덕분에 제대로 마지막까지 그녀와 마주 볼 수 있었슴다. 제대로 바이바이할 수 있었슴다.”
“….”
오소마츠 형이 숨을 삼키는 소리가 났다. 나를 빤히 바라보는 오소마츠 형과 마주 보고 활짝 웃었다.
“왜 오소마츠 형아는, 카라마츠 형하고 같이 안 있슴까?”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언제나 쭉- 같이 있고 싶어지는 것이 당연한데.
오소마츠 형은 자신의 마음도, 욕망도, 바람도, 그 무엇 하나 드러내지 않은 채 홀로 떠안고 있다.
분명히 그것은 가슴이 찢질 정도로, 굉장히, 아플 것으로 생각한다.
“…쥬시마츠, 고마워.”
오소마츠 형은 은은하게 웃으며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애틋한 오소마츠 형의 미소에, 입가에 맺힌 웃음이 서서히 사라지면서 입술이 떨렸다.
“쥬시마츠는, 만약 우리 중 누군가가 그녀를 좋아한다고 하면 어쩔 거야?”
“…그런 거! 양보…,”
“양보, 못 해…?”
“…양보, 하고 싶지 않지만…,”
“…응. 역시 쥬시마츠는 착하네~ 천사네~”
만약에, 만약에 형아들 중 누가 그녀를 좋아한다고 해도…, 양보, 하고 싶지 않다.
그 누구보다 소중한, 세상에서 가장 소중했던 그녀니까.
방심하면 양보하고 싶지 않다고 말해버릴 것 같은 입을 소매로 막고 있자, 오소마츠 형이 빙그레 웃었다.
“나는, 너희가 슬퍼하는 얼굴 보고 싶지 않아~.”
오소마츠 형아의 얼굴에 퍼진 미소는 진짜였다.
진짜, 진짜로, 오소마츠 형아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슬프게 만들고 싶지 않다고.
그것을 위해 자신이 무엇을 포기해야 하는지 알고 있으면서….
석양을 등지고 있는 오소마츠 형의 미소가 잘 보이지 않아서, 나도 모르게 소리를 냈다.
“흐…, 으…아!”
“…쥬시마츠, 고마워. 횽아를 위해서 울어줘서.”
오소마츠 형의 부드러운 목소리에 겨우 자신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팔을 활짝 벌리고 오소마츠 형을 세게 끌어안았다. 아프다, 가슴이 너무나 아프다.
그녀가 떠나갔을 때만큼이나 아파서, 너무 아파서 눈물이 멈추지 않는다.
오소마츠 형아의 마음이, 다짐이 너무 예뻐서, 상냥해서, 사랑스러워서, 눈물이 멈추지 않는다.
도저히 참을 수 없는 흐느낌에 오소마츠 형의 어깨에 얼굴을 묻었다.
따뜻한 오소마츠 형의 체온이 마음속까지 침투해서 가득 퍼졌다.
말없이 내 등을 토닥여주던 오소마츠 형아가 다정하게 말했다.
“고마워, 쥬시마츠. 그러니까…, 형아를 조금만 도와주지 않을래…?”
3.
“그럼 횽아는 나간다~”
손을 흔들며 현관을 나서는 오소마츠 형의 뒷모습을 응시하며 눈썹을 찌푸렸다.
요즘 오소마츠 형이 이상하다.
낚시터나 파칭코에 같이 가자고 하면, 항상 “어? 횽아도 데려가 주는 거야~? 갈래~!” 하고 달라붙어 오던 것이 요즘엔 어딜 가도 혼자 가겠다며 내 권유를 받아주지 않는다.
내가 뭔가 잘못한 것인가…?
아니면 혹시 고민하는 것이라도 있는 건가…?
오소마츠 형은 내가 고민이 있으면 언제든 내 말을 들어주었다.
만약, 정말로 오소마츠 형에게 무슨 일이 있다면 내게 상담해주기를 바란다.
오소마츠 형이 나간 현관을 보고 있자, 등 뒤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와 함께 검은 그림자가 나를 덮었다.
“이치마츠?”
“…갈 거야?”
“…에?”
“그, 러니까! 고양이…. 밥 주러 나갈 건데, 같이 갈 거냐고.”
“아, 아아!! 물론이다! 브라더-와 함께하면 어디든!”
“…아, 그래.”
몸을 일으켜 앞서 걸어가는 이치마츠의 뒤를 따랐다.
최근, 이치마츠가 상냥하다.
오늘처럼 같이 나가자고 말을 걸어오기도 하고, 항상 죽일 듯이 나를 노려보는 일도 줄었다.
여전히 내게 주먹을 내긴 해도, 그 강도는 예전보다 많이 약해진 것도 사실이다.
소중한 동생이 내게 상냥해진 것에 기쁘지 않을 리 없다.
이렇게 이치마츠가 먼저 다가올 때면 가슴이 간질간질하면서 굉장히 기쁘다.
마치 잔뜩 경계하고 틈을 내주지 않던 길고양이가 슬며시 다가온 것 같은, 그런 기쁨에 저도 모르게 얼굴이 느슨해지고 만다.
“…그 표정 뭔가 짜증 나.”
“엩? 이상한 표정 하고 있었나?”
“아니, 그런 건 아니지만….”
“?”
의구심을 담아 이치마츠를 바라보자, 눈썹을 찌푸린 이치마츠가 고개를 돌렸다.
또 말을 잘못한 건가 싶어, 반걸음 정도 뒤에서 걷던 걸음을 재촉해 이치마츠의 옆에 나란히 섰다.
내게서 고개를 돌린 이치마츠의 귀가 묘하게 붉은 것이 눈에 띄어, 어쩐지 애달파졌다.
사랑스러운 리틀 키티-들에게 밥을 챙겨준 후, 이치마츠와 함께 강둑을 걸었다.
오늘은 옆 마을에 있는 키티-들의 밥을 챙겨주었기 때문에 제법 먼 거리를 함께 걸었다.
묵묵히 옆에서 걷고 있는 이치마츠를 볼 때마다 가슴이 소란스러워졌다.
항상 내게 적대적이었던 이치마츠가 옆에서 나란히 걷고 있다는 사실이 그렇게 기쁜 것인가, 나는….
들떠오는 마음에 빙그레 미소를 띠고 주변을 둘러보자, 반짝반짝 빛나는 것이, 어쩐지 세상이 특별하게 보였다.
세상도 이 카라마츠 님의 기쁨에 동조하고 있는 것인가!!
차오르는 행복을 만끽하며 문득 시선을 강가로 돌리자, 붉은 후드와 노란 후드가 보였다.
오늘따라 들뜬 기분에 반갑게 브라더-들을 부르려고 손을 들려다 멈췄다.
강둑에 앉은 오소마츠 형이 쥬시마츠에게 안겨있었다.
토도마츠도 아니고 그! 오소마츠 형이 저렇게 동생에게 안겨있거나 기대있는 모습은 처음 보았기 때문에 작지 않은 충격이 머리를 강타했다.
멍청히 강둑을 보고 있자, 이치마츠가 나직이 나를 불렀다.
“뭘 그렇게 보고 있어?”
이치마츠의 목소리에 단숨에 현실로 돌아온 나는 헛기침을 하며 고개를 저었다.
“아, 아무것도 아니다! 서둘러 돌아가자, 브라더-. 서두르지 않으면 저녁 식사에 늦는다고~?”
“…흥, 뭐…, 그래.”
의심쩍다는 시선으로 나를 보는 이치마츠의 어깨를 잡고 서둘러 밀었다.
조금 전까지 몽글몽글 떠올랐던 기분이, 거품을 터뜨린 것처럼 순식간에 바닥으로 떨어졌다.
왜 자신이 이렇게 충격을 받았는지도 이해하지 못한 채, 이치마츠를 끌고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강둑에서 우연히 오소마츠 형과 쥬시마츠를 목격한 이후, 오소마츠 형이 쥬시마츠와 함께 외출하는 일이 늘었다.
언제나 쥬시마츠와 하는 야구는 너무 힘들다며 줄곧 피했던 오소마츠 형이, 쥬시마츠의 야구 하자는 말을 거절하지 않게 되었다.
하루가 멀다 하고, 함께 나가는 쥬시마츠와 오소마츠 형이 묘하게 신경 쓰였다.
오소마츠 형은, 쥬시마츠에게만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은 것일까?
쥬시마츠에게 기대 안겨있던 오소마츠 형의 모습이 머릿속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왜, 차남인 나를 의지하지 않고 쥬시마츠에게 갔을까. 내가 쥬시마츠보다 더 잘 지탱해 줄 수 있는데….
“그럼 다녀올게~”
“다녀오겠머슬~!!”
커다란 목소리로 복도가 다 울리도록 외치는 쥬시마츠와 오소마츠 형의 목소리가 들렸다.
오늘도 함께 나가는 건가. 드륵- 현관문이 닫히는 소리와 함께 쥬시마츠의 소란스러운 발소리가 멀어졌다.
매일 둘이 나가 무슨 일을 하고 오는지 나는 알지 못한다.
딱히 알 필요도 없지만, 아무래도 신경이 쓰이고 만다.
보고 있던 거울에서 시선을 떼고, 내 옆에 앉아 구인잡지를 읽고 있던 쵸로마츠를 불렀다.
“…쵸로마츠.”
“아?”
“요즘 형님과 쥬시마츠가 함께 나가는 일이 많다고 생각하지 않나…?”
“…하?”
내 물음에 쵸로마츠의 얼굴이 굳었다. 단순한 질문이었을 텐데, 쵸로마츠는 싸늘한 눈길로 나를 보며 눈썹을 찌푸렸다.
“아니, 그…. 요즘 둘이 꽤 가깝, 다고 생각이 들, 어서….”
말을 할수록 쵸로마츠의 얼굴이 더욱 차가워졌다.
이치마츠가 빙의된 것처럼 날카롭게 나를 쏘아보는 쵸로마츠의 압력에 내 목소리는 점점 기어들어갔다.
왜, 왜 그런 건가!?
내가 뭔가 이상한 걸 물어본 것도 아니지 않나?!
억울하단 얼굴로 쵸로마츠를 보자, 쵸로마츠가 입을 열었다.
“왜 갑자기 그런 거에 신경 써?”
“에, 엩?!”
“별로 신경 안 썼잖아. 누가 누구랑 놀러 가든, 친하든. 왜 인제 와서 그런 걸 물어봐?”
“아니, 그….”
“항상 하던 대로 너 자신이랑 이치마츠나 신경 써. 그럼 나는 헬로워크 갈 테니까.”
“아, 아아…. 잘, 다녀와라.”
냉랭한 쵸로마츠의 목소리에 서둘러 고개를 끄덕이며 배웅했다.
매정하게 나를 한번 흘겨보고 나가는 쵸로마츠의 표표한 얼굴에 나도 모르게 숨을 집어삼켰다.
쵸로마츠가 현관 너머로 사라지고 나서야 자신이 숨을 참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푸하-.” 하고 한 번에 숨을 내뱉으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왜?
나는 대체 뭘 잘못한 것인가??
단순히 쵸로마츠가 기분이 나빴던 것은….
아니, 그래도 내가 묻기 전까진 그렇게 기분 나빠 보이진 않았다만….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쵸로마츠의 기분이 갑자기 나빠진 이유를 찾을 수 없어 신음하는 내게 하나의 인영이 다가왔다.
“뭐 하고 있어?”
“아, 이치마츠.”
조금 전까지 귀여운 키티-들과 함께 2층 방에 있던 이치마츠가 거실로 들어오며 물었다.
쓰게 웃으며 별거 아니라고 대답하자, 이치마츠가 “흐응-.” 하고 나를 내려다보더니 들릴락 말락 한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 오늘도…, 고양이 밥 주는데 같이 갈래…?”
살짝 시선을 피하고 묻는 이치마츠의 붉어진 얼굴을 보자 절로 입가에 잔잔한 미소가 피어났다.
기쁘게 웃으며 “아! 물론이다!” 하고 대답하며 일어났다.
그 길로 이치마츠와 함께 집을 나서는 순간, 쵸로마츠와 오소마츠에 대한 것은 잊어버리고 말았다.
“백수들~, 엄마 반상회 가 있는 동안 장 좀 보고 오렴~.”
마미의 부름에 거실에 있던 오소마츠 형이 “에~” 하고 불평을 했다.
오소마츠 형의 투정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마미가 오소마츠 형의 손에 장바구니를 쥐여주며 “알겠지? 짐이 많으니까 카라마츠하고 같이 갔다 오렴~.” 하고 당부했다.
말을 마치고 집을 나가는 마미를 보며 오소마츠 형이 “에~, 귀찮은데~” 하고 한심한 말을 흘렸다.
“카라마츠! 가위바위보 해서 진 사람이 갔다 오기 하자!”
“오소마~츠? 마미가 함께 다녀오라고 하지 않았나? 짐이 많을 것 같으니 함께 가자.”
“에~, 가기 싫어~~. 횽아 귀찮다고~~”
“자, 갈까! 오소마츠!!”
싫다며 칭얼거리는 오소마츠 형의 손을 잡고 몸을 일으켰다.
오소마츠 형의 손에 들려 있던 장바구니를 받아 들고 일어서자, 오소마츠 형도 “하~” 하고 한숨을 쉬며 마지못해 무거운 엉덩이를 들어 올렸다.
무거운 장바구니를 한쪽씩 나눠 들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석양에 비친 오소마츠 형을 얼굴을 보자 나도 모르게 마음속에 담아 두었던 질문이 입 밖으로 나왔다.
“오소마츠는, 요즘 쥬시마츠와 친하구나.”
“응~? 뭐야? 갑자기?”
발을 멈춘 오소마츠 형이 눈을 깜빡이며 물었다. 오소마츠 형의 말에 입 밖으로 소리를 내고 말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고개를 기울이고 나를 보는 오소마츠 형에게 입꼬리를 억지로 끌어올려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니, 요즘 자주 같이 나가니까….”
“아~, 응. 뭐, 그렇지~?”
내 말에 오소마츠 형이 힘없이 웃으며 수긍했다.
멈췄던 발을 다시 걷는 오소마츠 형을 따라 나도 다시 발을 옮겼다.
“…실은, 쥬시마츠한테 특별히 부탁할 게 있어서~”
정면을 보고 살며시 말한 오소마츠 형이 나를 향해 고개를 돌리고 다정하게 미소 지었다.
굉장히 은은하고 해맑은 미소였는데도, 보고 있으면 가슴이 아파서….
그 ‘부탁’이 무엇인지 도저히 물을 수 없었다.
4.
요즘 집 안 분위기가 이상하다.
오소마츠 형은 부쩍 쥬시마츠 형과 가깝고, 쵸로마츠 형은 이상하게 기분이 나쁘고, 카라마츠 형과 이치마츠 형은 보고 있는 이쪽이 짜증 날 정도로 묘한 분위기를 풍긴다.
뭔가 엄청나게 중요한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 같은데, 나만 모르고 있는 것 같아 짜증 난다.
형들에겐 드라이 몬스터라고 불리지만, 일단 나도 형들에게 관심은 있다고!
오소마츠 형은 쥬시마츠 형과 뭔가 꾸미고 있는 것 같고, 이치마츠 형은 카라마츠 형에게 상냥해졌고, 쵸로마츠 형은 뭐가 그리 마음에 안 드는지 심기가 불편하고….
분명히 뭔가가 있는데도 내겐 일언반구도 없다.
가끔 낚시 같이 가자고 조르던 오소마츠 형은 이제 완전히 나한테 말도 안 걸고….
쥬시마츠 형도 오소마츠 형만 신경 쓰고 있다.
뭔데 진짜!! 엄~청 신경 쓰이는 데요?!
쵸로마츠 형은 뭔가 알고 있는 것 같지만, 요즘 진짜 기분 나빠 보이니까 섣불리 말을 걸 수가 없다.
오소마츠 형과 함께 완전 막 나갔을 때의 분위기를 풀풀 풍기고 있어 정말로 거짓말 안하고 그냥 무섭다.
나만, 아무것도 모르고 있는 상황이 꽤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럼 내일 봐~”
손을 흔들며 여자아이들에게 인사한 후, 집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터벅터벅 걷는 발을 내려다보니 절로 한숨이 푹- 나왔다.
집 안 분위기가 묘해진 뒤로는 집에 들어가는 것이 불편하다.
어색한 분위기 속에서 나 혼자 아무것도 모른 채, 우두커니 앉아있으면 당연히 스트레스가 쌓인다.
한숨을 쉬며 걸음을 옮기니 어느새 현관 앞에 도착해 다시 큰 한숨을 쉬며 문고리에 손을 올렸다.
드륵- 하고 시원스레 열리는 미닫이문을 지나 “다녀왔습니다~” 하고 외쳤지만, 집 안에서는 아무런 대답도 들려오지 않았다.
현관에 놓인 신발은 전부 5쌍.
형들 모두 집에 있을 텐데도 항상 “어서 와~” 하고 반겨주던 오소마츠 형의 목소리조차 들려오지 않는 것에 의아함을 느끼며 신발을 벗었다.
2층 방에 올라 옷을 갈아입고 거실에 내려오자, 말로 표현할 수 없이 이상한 분위기가 나를 감쌌다.
쵸로마츠 형은 테이블 한편에 앉아 검은 오라를 풀풀 풍기고 있고-순간, 이치마츠 형이라고 착각했다- 오소마츠 형은 쵸로마츠 형 옆에 앉아서 애매~한 얼굴로 쵸로마츠 형을 바라보고 있다.
이치마츠 형은 왜소한 몸을 잔뜩 웅크린 채 무릎에 얼굴을 묻고 있고, 쥬시마츠 형은 이치마츠 형 옆에 딱 달라붙어서 꾹- 입을 다물고 오소마츠 형 눈치를 보고 있다.
카라마츠 형은 들고 있는 거울엔 눈도 주지 않고 어쩐지 멍-한 얼굴로 허공을 응시하고 있다.
에? 뭔데??
대체 뭔데? 이 상황!?
지금 당장 이 방을 뛰쳐나가고 싶은 충동을 간신히 억누르며 내가 앉을 수 있는 공간을 필사적으로 찾았다.
양아치 시절의 얼굴을 한 쵸로마츠 형 옆은 논외고, 오소마츠 형 옆도 지금은 불편하다.
이치마츠 형이나 쥬시마츠 형 근처엔 가고 싶지 않고….
결국 소거법으로 결정된 카라마츠 형 옆에 가 앉았다.
이제 곧 저녁 식사 시간이니까 밖에 나갈 수도 없다. 거실 벽에 걸린 아날로그 시계를 보며 빨리 저녁 식사 시간이 되기를 간절히 빌었다.
오늘은 소화불량에 걸리지 않을까, 생각하며 거리를 걸었다.
거실의 불편한 공기는 저녁 식사 시간에도, 목욕탕에 가는 길에도 전혀 해소되지 않았다.
목욕을 마치고 따끈따끈한 몸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가는 이 순간에도 이 불편한 공기는 전혀 사라지지 않는다.
진짜! 이제 한계라고!!
내 눈물샘이!!!
지금 당장 누구 한 명의 멱살을 붙잡고 짤짤 흔들며 “대체 뭔데!?!?” 하고 울부짖고 싶은 마음을 집어삼켰다.
뜨끈한 목욕물에 몸을 녹였을 터인데도 쵸로마츠 형은 잔뜩 인상을 구기고 맨 앞에서 성큼성큼 걸어가고 있고, 그 뒤를 오소마츠 형이 가볍게 따라가고 있다.
이치마츠 형은 묵묵히 오소마츠 형 옆에서 걷고, 쥬시마츠 형은 무서울 정도로 말이 없다.
아~, 진짜 제발 누가 좀 구해줘~~!!!
절규하고 있는 내 팔을 갑자기 뭔가가 뒤로 훅- 잡아 당졌다.
에? 뭐야?
놀라 뒤돌자 카라마츠 형이 멍청한 얼굴로 나를 간절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어릴 적 파트너의 감으로 뭔가 하고 싶은 말이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왜?”하고 다정하게 묻자, 카라마츠 형이 눈썹을 늘어뜨리고 “잠깐, 시간 좀 내줄 수 있겠나?”하고 물었다.
앞서 걸어가는 형들을 잠깐 보고 카라마츠 형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초등학생 시절, 모두 함께 자주 왔던 낡은 공원의 그네에 앉았다.
살며시 흔들자 끼익 끼익- 쇳소리와 함께 느껴지는 중후한 무게에 그리운 느낌이 들었다.
모랫바닥에 발을 놓고 무릎을 굽혀 가볍게 그네를 흔들며 앞에 서 있는 카라마츠 형을 불렀다.
“무슨 일이야?”
“그…, 싫지 않겠나?”
“응? 뭐가?”
내 물음에 카라마츠 형이 괴로운 듯이 눈썹을 찌푸렸다.
처음 보는 카라마츠 형의 표정에 고개를 기울이고 자세히 살폈다.
한참을 말없이 고개 숙이고 있던 카라마츠 형이 주먹을 꽉 쥐고 나를 바라보았다.
“듣고, 내게 환멸 하지 말아줘.”
“에?? 무슨 말인데 ‘환멸’이라는 단어가 나와??”
“…오늘, 이치마츠에게 고백…, 받았다.”
“아~, 겨우?”
“에?? 겨우??”
내 반응에 적잖이 놀랐는지 카라마츠 형이 눈을 크게 뜨고 떡-하니 입을 벌렸다.
이치마츠 형이 카라마츠 형에게 비뚤어진 애정을 품고 있다는 건 다들 알고 있는 사실이다.
바보에, 둔치인 카라마츠 형은 몰랐던 것 같지만….
입을 다물지 못하고 나를 보고 있는 카라마츠 형을 한심하게 보며 말을 이었다.
“그래서? 고백받았는데 왜?”
“…아, 아아. 내일 대답해달라고 들어서….”
“그래서?”
“나는, 어떻게 대답해야 하는 건가….”
“하아~~”
“한숨?!”
카라마츠 형의 표정에 절로 커다란 한숨이 나왔다.
눈썹을 축 늘어뜨리고, 저런 얼굴로 대체 뭘 묻는 건지….
대체 이 눈새는 언제쯤 정신을 차릴는지….
그네에 앉아 턱을 괴고 가만히 카라마츠 형을 올려다보았다.
뻘뻘 땀을 흘려가며 안절부절못하는 카라마츠 형의 모습에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허리를 펴고 똑바로 앉아 카라마츠 형을 보며 말했다.
“있지, 카라마츠 형. 나한텐 싫다든가, 환멸 한다든가 물어봤으면서 자신은 어때?”
“…나?”
“이치마츠 형의 고백 듣고, 어땠어? 싫었어?”
“…싫, 진 않았다….”
“그럼 좋았어?”
“…그건, 잘 모르겠다.”
말끝을 흐리며 숨을 내쉬는 카라마츠 형을 보자, 피식- 새어 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
아~ 정말 이 바보는!
어깨를 으쓱 올리고 스마트폰을 꺼내 카메라를 켰다.
전방 카메라로 돌려 카라마츠 형에게 내밀었다.
“답이 얼굴에 다~ 나와 있네요~.”
스마트폰 화면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확인한 카라마츠 형이 말을 잃었다.
그야 그렇지. 저렇게 새빨개진 얼굴로 “어쩌지?” 하고 물었으니까.
잔뜩 붉어진 얼굴로, 이치마츠 형을 떠올렸는지 한없이 부드러운 눈빛을 하고 대답을 망설이는 카라마츠 형.
화면에 비친 얼굴을 확인한 카라마츠 형이 한결 안정된 얼굴로 크게 숨을 내쉬었다.
“토도마츠, 고맙다.”
“별말씀을~”
부드럽게 웃는 카라마츠 형의 얼굴은 굉장히 다정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카라마츠 형은 이치마츠 형을 불러 함께 2층으로 올라갔다.
겉으로 티는 내지 않아도 속으로 “파이팅!”을 외치며 카라마츠 형을 응원하고, 거실로 향했다.
벌컥벌컥 맥주를 들이켜는 쵸로마츠 형을 슬쩍 피해서 쥬시마츠 형의 옆에 가 앉자, 쥬시마츠 형이 나를 보며 빵긋 웃어주었다.
“토도마츠, 카라마츠 형의 마음 알고 있었구나!”
오소마츠 형과 쵸로마츠 형에겐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은 목소리로 속삭이는 쥬시마츠 형에게 미소와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그야 파트너였으니까.”
“그렇구나~!!”
“쥬시마츠 형도 이치마츠 형 마음 알고 있었지?”
“…응! 그렇지!”
“오늘 이치마츠 형 고백도 쥬시마츠 형이 도와준 거야?”
폭력적인 방법으로밖에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지 못했던 이치마츠 형이 먼저 고백하다니, 천지가 개벽하지 않는 이상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던 일이다.
쥬시마츠 형이 옆에서 열심히 설득해 주었던 덕분이라고 전하자 쥬시마츠 형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졌다.
“쥬, 쥬시마츠 형?”
입을 꾹- 다문 쥬시마츠 형의 모습에 놀라 부르자, 쥬시마츠 형이 다시 활짝 웃었다.
“응~, 있지! 나는 부탁받았어!!”
“부탁?? 무슨 부탁?”
“비-밀!”
“비밀?? 그럼 누구한테 부탁받았는데?”
“응~, 그것도 비-밀!!”
천연덕스레 웃은 쥬시마츠 형은 손을 뻗어 내 머리를 상냥하게 쓰다듬었다.
대체 누구냐고 물으려던 질문은 쥬시마츠 형의 미소에 다시 뱃속으로 가라앉았다.
5.
아-. 열 받아.
또, 저 얼굴이다.
펼쳐 든 구인잡지에서 조금만 시선을 돌려 만화책을 보고 있는 오소마츠 형을 바라보았다.
거울을 보고 있는 카라마츠를 향한 오소마츠 형의 눈빛은 지극히 부드러워서 보고 있는 이쪽이 기분 나빠질 지경이었다.
그렇게 간절하게 바라보면서 입가에 은은하게 피어오른 미소는 애환을 담고 있다.
오소마츠 형은 카라마츠를 볼 때마다 저런 얼굴을 한다.
슬프면서, 애달프면서, 행복하면서, 괴로운 얼굴.
왜 저런 얼굴을 하면서도 카라마츠를 손에 넣으려고 하지 않는지 알 수밖에 없는 자신이 싫어진다.
한참 동안 거울을 응시하던 카라마츠는 이치마츠의 작은 목소리에 즉각 반응해 고개를 돌렸다.
웬일로 함께 나가자고 먼저 말을 거는 이치마츠를 보며 활짝 웃은 카라마츠가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함께 거실을 나서는 둘의 그림자를 쫓아 시선을 돌리는 오소마츠 형에게서 눈을 떼고 다시 잡지를 응시했다.
육둥이에 한 몸과 같았던 우리는 중학교에 들어가 각자 개성을 찾아갔다.
놀림 받는 것이 싫어서, 서로가 창피해서 거리를 두었던 우리는 저마다 개성을 확립한 후, 다시 육둥이로 돌아갔다.
가장 먼저 돌아와 우리를 맞이해준 것은 오소마츠 ‘형’이었다.
초6 정신에 제멋대로에, 안하무인에, 파칭코 쓰레기인 주제에 오소마츠 형은 항상 동생들을 우선했다.
그 무엇보다, 심지어 자기 자신보다….
만약, 카라마츠를 좋아하는 사람이 이치마츠가 아닌 ‘타인’이었다면 오소마츠 형은 망설이지 않고 카라마츠를 손에 넣었을 것이다.
저런 얼굴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 누구도 아닌 ‘동생’ 이치마츠가 카라마츠를 원했기 때문에 오소마츠 형은 카라마츠에게서 거리를 두었다.
매번 그랬다.
동생이 원하면 오소마츠 형은 한발 뒤로 물러났다.
언젠가 엄마가 사오신 간식이 모자랐던 때가 있었다.
6명 앞에 놓인 간식, 도넛은 5개. 필연적으로 한 명은 간식을 포기해야 했고, 우리는 죽자 살자 싸웠다.
결국, 간식을 포기해야 했던 녀석이 누군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자신만 먹지 못했다며 울고불고 억울해하던 ‘동생’을 앞에 둔 오소마츠 형은 조용히 들고 있던 도넛을 접시에 내려놓고 말했다.
“아~, 나 친구들이랑 약속 있었어!! 나 올 때까지 내 도넛 먹으면 죽는다!!” 하고 외친 오소마츠 형은 집을 나갔다.
남겨진 도넛이 멀쩡히 남겨져 있을 리 없다는 것은 오소마츠 형, 본인도 알고 있었다.
오소마츠 형이 나가자마자 간식을 먹지 못한 ‘동생’은 망설임 없이 오소마츠 형의 도넛을 집어 먹었다.
물론 오소마츠 형이 돌아오고 나서 무시무시한 응징이 있었지만, 우리 ‘동생’들은 전부 간식을 먹을 수 있었다.
또 한 번은 그런 일도 있었다.
술에 취한 아빠가 웬일로 비싼 장난감을 사 왔다.
색색의 미니 자동차였다.
한 세트로 포장된 것을 덜컥 사버린 아빠는 다음날 엄마에게 잔소리를 들었지만, 우리는 새로 생긴 장난감에 마냥 즐거워했다.
한 세트로 포장된 장난감은 무슨 조화인지 5개밖에 들어있지 않았다.
또 한 번의 폭풍 같은 다툼이 일어나고, ‘동생’ 중 한 명은 자동차를 가지지 못했다.
우리가 새 자동차를 가지고 놀 때마다 울먹이는 얼굴로 부럽다는 시선을 보내는 ‘동생’을, 오소마츠 형은 외면하지 못했다.
아빠가 장난감을 사 오고 3일쯤 지났을까, 우리는 아직도 새 자동차에 꽂혀 매일 그것만 가지고 놀았다.
그런데 오소마츠 형은 자기 자동차를 가지고 놀지 않았다.
엄마도 매일 가지고 놀던 아이가 갑자기 흥미를 잃자 의아했는지 오소마츠 형에게 왜 가지고 놀지 않느냐 물었다.
“이제 질렸어~.” 하고 대답한 오소마츠 형은 우리가 제일 갖고 놀기 싫어했던 낡은 우드 블록을 가지고 놀았다.
오소마츠 형에게 외면당한 새 자동차 장난감은 자연히 다툼에서 졌던 ‘동생’의 것이 되었다.
늘-, 늘 그랬다.
우리 육둥이의 정점에 있었던 오소마츠 형이 싸움에서 지는 일은 없었다.
항상 우리 동생 중 누군가가 원하는 것을 얻지 못했다.
‘동생’이 울고 있으면 오소마츠 형은 자기도 원하는 주제에 자연스럽게 그것을 ‘동생’에게 넘겨주었다.
원하면서도 그것을 요구하지 않았던 오소마츠 형은 그렇게 많은 것들을 포기했다.
주변에서 ‘장남’이라고 불리기 시작하면서 그런 일은 더 자주 일어났다.
보고 있기에 답답해서 한 번은 직설적으로 물었다. 왜 포기하는 거냐고, 원하지 않냐고….
오소마츠 형은 놀란 얼굴로 빤히 나를 보더니 이내 히죽- 웃으며 “별로 포기한 적 없다고~?” 하고 대답했다.
너는, 그것은 ‘포기’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건가.
내가 보기에 그것은 영락없는 ‘포기’라고 오소마츠.
그 한심한 대답에 몰래 숨어 울었던 것을 오소마츠 형은 알지 못한다.
자기도 원하면서, 간절히-, 간절히 원하면서….
동생에게 양보하고 실실 웃는 그 미소가 정말로 싫었다.
애처로운 그 미소를 더는 보고 싶지 않아 외면했다.
오소마츠 형이 뭘 하건 나와는 상관없다고 되뇌며 모든 상황을 외면하고 보지 않았다.
그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판단이었든, 어린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결정이었다.
원하면 그런 얼굴 하지 말라고….
쯧- 하고 혀를 차며 집으로 향했다.
오소마츠 형의 그 미소를 보고 있으면 짜증이 치솟아 도저히 가만히 앉아 있을 수가 없다.
그렇게 원하면서, 괴로운 얼굴을 할 정도로 원하면서, 연적이 ‘동생’이라는 이유만으로 포기하는 건 대체 무슨 정신머리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포기했으면 정말로 깔끔하게 마음을 접던가!
미련이 뚝뚝 떨어지는 얼굴을 하는 이유는 뭐야?!
하아~, 바보 같아. 정말로 바보 같다.
괜히 길가에 놓인 돌멩이를 걷어찬 후, 현관문을 열었다.
거실에 들어가자 마침 방을 나오려는 오소마츠 형과 딱 마주쳤다.
움찔 몸을 떨며 놀라는 오소마츠 형의 모습에 절로 인상이 찌푸려졌다.
작게 혀를 차고 한숨과 함께 어디 나가느냐고 묻자 쥬시마츠와 야구하러 나간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짧게 “잘 다녀와.” 하고 배웅하자 오소마츠 형이 바보같이 웃으며 “그럼 다녀올게~” 하고 손을 흔들었다.
오소마츠 형과 함께 현관으로 나간 쥬시마츠도 “다녀오겠머슬~!!” 하고 복도가 떠내려가라 외쳤다.
두 사람이 떠난 거실에는 거울을 들고 있는 카라마츠만이 남아 있었다.
가방에서 구인잡지를 꺼내 펼치고 할 만한 일이 없나 살펴보고 있는데 카라마츠의 목소리가 들렸다.
“…쵸로마츠.”
“아?”
시선만 옮겨 카라마츠를 보자, 거울도 상에 내려놓고 진지한 얼굴의 카라마츠가 조심스레 물었다.
“요즘 형님과 쥬시마츠가 함께 나가는 일이 많다고 생각하지 않나…?”
“…하?”
이 자식, 진심으로 묻는 건가? 해일처럼 몰려오는 황당함과 짜증이 온몸을 덮쳤다.
나도 모르게 낮아진 목소리로 되물으며 쳐다보자 카라마츠가 머뭇거리며 말을 이었다.
“아니, 그…. 요즘 둘이 꽤 가깝, 다고 생각이 들, 어서….”
화산처럼 폭발해 쏟아지는 분노에 뿌득- 이를 갈았다.
진짜 너는 아무 생각이 없구나?
금방이라도 카라마츠의 멱살을 잡고 주먹을 날리고 싶은 충동을 이성이 아슬아슬하게 붙잡았다.
분노로 뜨거워진 숨을 천천히 내뱉고 카라마츠에게 물었다.
“왜 갑자기 그런 거에 신경 써?”
“에, 엩?!”
“별로 신경 안 썼잖아. 누가 누구랑 놀러 가든, 친하든. 왜 인제 와서 그런 걸 물어봐?”
“아니, 그….”
카라마츠는 내 시선을 이리저리 피하며 말을 더듬었다.
바로 대답하지 못하는 카라마츠를 보며 내 이성이 한계에 다다랐음을 깨닫고 몸을 일으켰다.
이 이상 대화를 이어간다면 분명 나는 카라마츠에게 주먹뿐 아니라 발길질까지 날릴 것이 뻔했다.
“항상 하던대로 너 자신이나 이치마츠나 신경 써. 그럼 나는 헬로워크 갈 테니까.”
“아, 아아…. 잘, 다녀와라.”
카라마츠의 배웅도 듣지 않고, 쾅! 소리를 내며 현관을 닫았다.
“하아~….”
손을 들어 얼굴을 감싸고 현관 앞에 주저앉았다.
일렁이는 분노로 눈앞이 새빨개졌다.
용케 참은 내 이성을 칭찬하며 정처 없이 발을 옮겼다.
터덜터덜 땅을 보고 걸으며 한 발 한 발 내딛는 자신의 발등을 바라보았다.
찬 바람에 머리가 식어갔다.
“…카라마츠에게 죄가 없다는 건 알고 있어.”
누구에게 말하는 건지, 목소리를 내 중얼거렸다.
그래, 알고 있다. 녀석은 상냥하니까….
오소마츠 형을 걱정해서 그런 질문을 했다는 것은 안다. 알고 있다.
알고 있지만, 아는 것과 이해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이다.
“아니, 그… 요즘 둘이 꽤 가깝, 다고 생각이 들, 어서….”
생각 없는 그 한마디에 손바닥에 손톱이 파고들 정도로 주먹을 쥐었다.
욱신거리는 손바닥의 통증을 느끼며 헛웃음을 흘렸다.
카라마츠, 너는 네 그런 말 한마디에, 작디작은 사소한 언동에 얼마나 오소마츠 형이 휘둘리는지 알긴 해?
오소마츠 형이 네게 닿기 전에 몇 번이고 망설이고 심사숙고하는지, 장난스러운 스킨십에 담긴 오소마츠 형의 마음을, 너는 분명 평생 알지 못하겠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짜증 난다.
화 난다.
열 받아….
“이치마츠를 좋아하는 주제에, 가볍게 오소마츠 형을 걱정하지 말라고.”
항상 카라마츠가 시간을 보내는 다리에 기대 낮게 읊조렸다.
네놈의 하찮은 말로 이 이상 오소마츠 형을 상처 주지 말라고….
강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보며 한숨과 함께 코웃음을 지었다.
“무슨 얼굴이냐, 저건.”
강물에 비친 자신의 지독한 얼굴에 눈을 감았다.
“쵸로마츠!! 빨리 가자-!!”
“기다려, 오소마츠!!”
어린 시절의 오소마츠를 떠올리고 미소와 함께 가슴이 뜨거워졌다.
힘차게 나를 부르던 오소마츠는 누가 뭐래도 우리의 리더이자 자랑이었다.
오소마츠의 파트너가 자신이라는 것이 얼마나 기뻤는지.
오소마츠가 차남인 카라마츠가 아닌 자신을 파트너로 선택해 준 것을 얼마나 뽐냈는지.
어린 시절의 자신을 떠올리며 다리 난간에서 몸을 떼었다.
어두워지는 하늘을 올려보며 한숨과 함께 다시 집으로 향했다.
이치마츠의 고백에 카라마츠가 대답했다.
이치마츠를 끌고 2층으로 올라갔던 카라마츠는 20분 후, 이치마츠와 손을 마주 잡고 내려왔다.
멋쩍게 웃으며 사귀게 되었다고 선언하는 카라마츠를 죽여버리고 싶었다.
너, 그거 굳이 우리 앞에서 선언할 필요 있었어?
오소마츠 형 앞에서 말할 필요 있었어?
시야를 흐리는 분노에 뇌가 녹는 것 같았다.
축하한다는 말을 건네는 토도마츠의 목소리를 들으며 고개를 숙이고 자신의 호흡에 집중했다.
천천히 내뱉고, 들이마셨다.
시끄럽게 쿵쾅거리는 심장 소리를 들으며 입술을 깨물고 고개를 들었다.
카라마츠와 이치마츠 주변에 모여 축하 인사를 건네는 형제들 사이에서 오소마츠 형이 쥬시마츠와 눈을 맞추고 빙긋 웃었다.
아-, 그런가. 그런 거였나….
절대 먼저 고백할 리 없다고 생각했던 비굴하고 내성적인 이치마츠가 카라마츠에게 먼저 고백한 이유를 알겠다.
애절하게 웃으며 축하한다고 호들갑 떠는 오소마츠 형을 말없이 바라보았다.
오소마츠 형은, 너는-.
그걸로 좋은 거야…?
차마 묻지 못한 채, 자조하며 눈을 돌렸다.
사귄다는 선언 이후, 카라마츠는 어딜 가나 항상 이치마츠와 함께 했다.
카라마츠가 이치마츠와 함께 있는 모습을 보면 나도 모르게 오소마츠 형을 떠올리고 말아 가만히 앉아서 둘을 보고 있기가 괴로웠다.
자연스럽게 나는 카라마츠와 이치마츠를 피하기 시작했고, 그것은 오소마츠 형도 마찬가지였다.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 파칭코나 경마를 다녀오겠다며 집을 나서고 밤늦게 돌아오는 오소마츠 형은 너무나 위태로워 보여 가만히 두고 볼 수 없었다.
저녁 식사 시간이 되어도 들어오지 않는 오소마츠 형을 찾아 거리를 돌아다니길 몇 번.
아무리 찾아도 오소마츠 형은 찾을 수 없었고, 나는 매번 허탈하게 홀로 집에 돌아와야 했다.
오늘도 식탁에 앉은 사람은 다섯 명. 오소마츠 형의 빈자리를 보며 밥을 떴다.
어디서 뭘 하는 거야, 이 망할 장남….
또 어디 혼자 처박혀서 울고 있는 거 아냐?
빨리 돌아와. 바보 멍충아.
모두 잠든 밤. 새벽 2시를 가리키는 시침을 보며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비어있는 옆자리를 보고 한숨과 함께 복도로 나왔다.
차가운 공기에 부르르 몸을 떨고 끼익 끼익 울리는 낡은 계단을 내려가 거실로 들어갔다.
어둠에 익숙해진 눈으로 전등 스위치를 찾아 키자, 환한 빛에 눈이 아렸다.
서늘한 거실 바닥에 털썩 앉아 한숨을 내쉬자 하얀 입김이 나올 것 같은 착각이 일었다.
몸이 추운 건지, 마음이 추운 건지 으슬으슬하게 떨리는 몸을 웅크리고 무릎에 얼굴을 묻었다.
“쵸로마츠 형아.”
작지만 힘이 담긴 목소리에 고개를 들자 쥬시마츠가 내 앞에 앉았다.
“…쥬시마츠.”
“오소마츠 형아는 3시가 되면 들어옴닷!”
“…그걸 어떻게 알아?”
쥬시마츠의 말에 시계를 한번 쳐다보고 말했다.
항상 우리가 잠든 후에야 들어오는 오소마츠 형의 정확한 귀가시간은 나도 알지 못했다.
확신에 찬 쥬시마츠의 목소리에 나직이 묻자 쥬시마츠가 망설이지 않고 말을 이었다.
“오소마츠 형아는 아르바이트 중!! 돈을 모아서 집을 나갈 거라고 했슴다!”
“…뭐?”
“오소마츠 형아는 누구한테도 말하지 말라고 했지만…, 쵸로마츠 형아는 괜찮슴다!”
“….”
“쵸로마츠 형아라면, 오소마츠 형아를 맡길 수 있어!”
“…쥬시마츠.”
“그럼 안녕히 주무세요!!”
쥬시마츠는 타박타박 마루를 울리며 빠르게 거실에서 나가 2층으로 올라갔다.
쥬시마츠의 말에 노곤히 내 몸을 감싸고 있던 졸음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아르바이트? 누가? 그 파칭코 쓰레기가??
숨을 내쉬며 필사적으로 쥬시마츠의 말을 이해하려 했다.
집을 떠나? 혼자?
아르바이트하는 이유가 떠나려고?
혼자서…?
머릿속이 뱅뱅 돈다.
참을 수 없는 배신감과 분노가 온몸을 지배했다.
꽉 깨문 입술에서 피가 흘러나와 알싸하게 입 안에 번졌다.
토도마츠가 지금 내 얼굴을 보면 질겁을 할 정도로, 자신이 얼마나 지독한 얼굴을 하고 있을지는 거울을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진짜로, 웃기지 말라고. 오소마츠.
새벽 3시, 드르륵- 하는 소리와 함께 현관문이 열렸다.
거실 벽에 기대고 있던 등을 떼고 몸을 일으켰다.
잘그락하고 신발을 벗는 오소마츠 형의 앞에 조용히 섰다.
“쵸로마츠, 아직 안 자고 뭐 해?”
태연한 오소마츠 형의 목소리에 부아가 치밀어 올라 절로 목소리가 낮게 깔렸다.
“너야말로 여태 뭐하다 이제야 들어와?”
“나? 이 횽아 오늘 파칭코 완~전 대박 나서!! 지금까지 마시다 왔징~!”
“여태 마셨던 것 치고는 술 냄새가 안 나는데?”
“…쵸로마츠, 오늘 기분 안 좋아? 괜찮아? 횽아가 꼬옥~ 껴안고 같이 자줄게~!”
“말 돌리지 마. 여태 아르바이트하다 온 거 알고 있으니까.”
“…어, 떻”
“어떻게 알았는지는 왜 물어봐? 그런 것보다….”
“그럼 횽아 지금 엄~청, 무지 무~지 피곤한 거 알겠네~! 횽아 이제 완전 무리! 졸려 죽겠어~~ 그러니까 들여보내 주지 않을래? 쵸로 씌~!”
또다시 말을 돌리며 마루로 올라온 오소마츠 형의 앞에 섰다.
앞길을 가로막은 나를 보며 얼굴을 찡그린 오소마츠 형의 눈빛이 살며시 떨렸다.
“저기, 쵸로마츠? 횽아 졸려….”
“….”
“좀 비켜줄래?”
“….”
“…쵸로마츠.”
나를 향한 오소마츠 형의 눈이 강하게 빛났다.
장난기가 사라진 오소마츠 형의 목소리에 겨우 입을 열 수 있었다.
“정말로 이대로 떠날 거야?”
“…!”
내 말에 오소마츠 형의 얼굴에서 표정이 사라졌다.
입을 꾹 다물고 나를 가만히 응시하던 오소마츠 형이 고개를 돌리고 마른 웃음을 지었다.
“나 걱정해 주는 거야? 웬일이야~, 쵸로마츠가….”
“대답해. 이대로 카라마츠를 포기할 거야?”
“…별로 포기한 거 아냐.”
“웃기지 마.”
“…너, 진짜 뭐야? 왜 그런 걸 묻는데? 포기한 거 아니라고!!”
“지금 새벽이야. 목소리 낮춰. 부모님 깨셔.”
“그럼 왜 그딴 걸 묻고 지랄이야!!”
이를 앙다물고 괴롭게 얼굴을 찌푸린 채 나를 향해 외치는 오소마츠 형의 모습에, 웃기게도 나 자신의 감정은 차분히 가라앉았다.
오소마츠 형의 눈을 마주하고 떨리는 목소리를 냈다.
“그렇게 또 양보하고, 자기만 손해 보지.”
“….”
“파칭코 쓰레기 주제에.”
“…너랑 상관없어!”
“…카라마츠를 원하잖아? 곁에 있어 주길 바라잖아.”
“필요 없다고! 카라마츠 따위!!!”
괴롭게 외치는 오소마츠 형의 목소리가 떨렸다.
하-, 진짜 바보.
자기가 말해놓고 자기가 상처받고.
거칠게 숨을 내쉬는 오소마츠 형의 눈가가 촉촉하게 젖어 들었다.
고개를 숙이고 눈물을 참아내려 하는 오소마츠 형의 어깨가 애처롭게 흔들리고 있다.
욱신거리는 심장의 아픔과 함께 팔짱을 풀어 손을 뻗었다.
오소마츠 형의 얼굴을 잡고 끌어올려 눈을 마주했다.
눈물에 젖은 눈이 거실에서 비치는 불빛에 가냘프게 반짝였다.
“같이 가.”
“…헤?”
“나도 같이 갈게. 오소마츠, 너랑 같이 떠날게.”
“무, 슨 소리야…. 쵸로마츠.”
“네 곁에 있겠단 소리야. 그 누구보다 ‘혼자’를 싫어하면서.”
“…왜 그런 말을 해?”
“…나는 네 파트너니까…. 네가 괜찮아질 때까지 곁에 있을게.”
“….”
“나를, 포기할 필요 없어. 마음껏, 내게 기대. 오소마츠.”
“…흐, 으읏…!! 으, 우우-….”
커다란 눈물방울이 흐느낌과 함께 흘러넘쳤다.
오소마츠의 두 볼을 감싸고 있는 내 손까지 적시는 뜨거운 눈물에 내 눈시울도 뜨거워져, 오소마츠를 품에 안아 얼굴을 숨겼다.
이럴 때까지 어깨를 들썩이며 소리를 죽이고 우는 오소마츠를 꼭 껴안자, 오소마츠도 내 등에 팔을 올렸다.
줄곧 외면하고 있었던 것이 있었다.
오소마츠의 괴로워하는 얼굴과 함께 외면했던 것.
그것은 바로 오소마츠를 향한 내 감정이었다.
이미 형제애의 범주를 아득히 넘은 그것은 어느새 내 온 마음을 지배하고 있었다.
내 모든 행동의 근원에 진득하게 깔린 그것을 나는 어떻게 정의해야 할지 몰랐다.
‘사랑’?
‘애정’?
‘형제애’?
그 어느 것도 내가 가지고 있는 감정에 맞는 것 같지 않았고, 나는 이 정체불명의 감정에서 눈을 돌렸다.
내가 외면하는 사이, 내 안에서 사라졌을 것으로 생각했던 그것은 카라마츠를 향한 오소마츠의 눈빛을 보는 순간 다시 불쑥 얼굴을 내밀었다.
오소마츠가 카라마츠를 애틋하게 바라볼 때마다, 카라마츠 때문에 상처받은 얼굴을 할 때마다….
가슴 속에 소용돌이치는 그 감정은 이성도 무시한 채 내 몸을 조종했다.
이 감정이 형제애를 넘어선 것이라는 것을 그때야 깨달았다. 하지만 내겐 아직도 확신이 없었다.
이것이 오소마츠를 향한 ‘사랑’인건지, 파트너를 향한 ‘애정’인건지….
망설이며 홀로 끙끙대고 고민했다. 오소마츠를 품에 안은 지금도 나는 아직 이 감정을 알지 못한다.
크게 숨을 내쉬며 눈을 감았다.
이것이 무엇이든, 나는 오소마츠와 함께 갈 것이다.
오소마츠를 혼자로 만들고 싶지 않다.
‘형’으로써 많은 것들을 포기해왔던 이 바보를, 외롭게 만들고 싶지 않다.
이제 오소마츠와 함께 할 시간은 많다. 조금씩 천천히 이 감정을 알아가자.
그리고 이 감정이 확실해졌을 때, 스스로가 자신할 수 있을 정도로 뚜렷해졌을 때….
오소마츠, 너에게 고백할게.
6.
탕탕-, 경쾌하게 울리는 발소리에 고개를 들자 샛노란 후드가 시야 가득 퍼졌다.
“…쥬시마츠.”
“아이!”
“일단 좀 놔주지 않을래?”
“아이아이!”
내 요청에 나를 안고 있던 쥬시마츠가 내 옆에 앉았다.
긴 소매로 감춘 손을 앞에 모으고 나를 보며 해바라기처럼 활짝 웃는 동생의 모습에 입꼬리가 살며시 올라갔다.
“무슨 일이야?”
뭔가 할 말이 있다는 것은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쥬시마츠가 말하기 쉽도록 일부러 부드럽게 묻자, 쥬시마츠가 다시 한번 해맑게 웃었다.
“있지! 이치마츠 형아!!”
“응.”
“나는, 실은 ‘그녀’가 굉장히 좋아서….”
“…에.”
처음이다. ‘그 날’ 이후로 쥬시마츠의 입에서 그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아직도 떠올리기 힘든 기억일 텐데, 스스로 그 일을 꺼내는 쥬시마츠에게 이것저것 묻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고 조용히 쥬시마츠의 말에 귀 기울였다.
“매일매일 같이 놀고 싶었는데~ 용기가 안 나서 미루고 미루다가 겨우 말할 수 있었어. 그래도 결국엔 그렇게 할 수 없어서…. 다 포기하자고, 그렇게 생각했는데~ 오소마츠 형아가 가보라고 해줘서, 마지막까지 ‘그녀’의 앞에 설 수 있었슴다!!”
“…응.”
“그러니까아~, 이치마츠 형아도…. 제대로 마주 봐야 해. 나처럼 망설이면 눈앞에 있는 행복을 놓치고 맙니닷!”
“….”
말을 잃은 나를 보며 잔잔히 미소 지은 쥬시마츠가 소매에서 손을 꺼내 내 두 손을 꼬옥- 잡았다.
“이치마츠 형아! 홧팅!!”
“….”
쭉- 고백하고 싶은 마음은 있었다.
굉장히 원했다. 상냥한 그 손길이 내게 닿기를 바랐다.
비굴하고, 비참하고, 보잘것없는 나를 바라봐주길 바랐다.
하지만, 용기가 없어서….
내가 먼저 다가가도 될지 자신이 없어서 쭉- 미뤄왔던 일.
쥬시마츠가 ‘그녀’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까지 내 등을 든든히 지탱해주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쥬시마츠의 미소를 본 순간, 이유 없이 차오른 눈물에 고개를 숙이자, 쥬시마츠의 부드러운 음성이 귓가에 울렸다.
“제대로, 말하자? 이치마츠 형아.”
“…응.”
눈앞에 벼랑이 있다고 해도, 쥬시마츠가 등을 지켜주고 있다면 앞으로 나아가자.
기껏 한 발자국, 나아가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라 다짐하며 흘러내리는 눈물을 소매로 닦아냈다.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카라마츠 형과 오소마츠 형이 돌아왔다.
나를 빤히 바라보는 쥬시마츠의 눈을 마주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일렁이던 쥬시마츠의 눈가가 가늘게 휘었다.
한눈에 보기에도 무거워 보이는 장바구니를 마루에 올려놓은 카라마츠 형 앞에 다가가자 오소마츠 형이 나를 슬쩍 보고, 자리를 비켜주었다.
마루에 서 있는 나를 올려다보며 카라마츠 형이 고개를 기울였다.
“이치마츠? 무슨 일 있나?”
“…개똥마츠, 할 말이 있으니까 2층 따라와.”
“엩!?”
말을 마치자마자 몸을 돌려 계단을 올랐다. 곧이어 뒤따르는 발소리에 두근거리는 심장에 심호흡했다.
나는, 오늘 제대로 너에게 내 마음을 전한다.
토도마츠와 쥬시마츠는 함께 외출하고, 카라마츠 형도 심부름을 나간 집 안은 고요했다.
혼자 거실에 남아 무릎에 누운 고양이를 쓰다듬으며 거실을 둘러보다 문득, 항상 오소마츠 형이 누워 만화책을 보던 자리에 시선이 멈췄다.
오소마츠 형과 쵸로마츠 형이 함께 집을 나간 지 한 달이 흘렀다.
오소마츠 형의 장난스러운 목소리와 쵸로마츠 형의 거친 욕설이 사라진 집 안은 언제나 조용했다.
적막한 거실 안에 시계 초침 소리만이 울려 퍼졌다.
오소마츠 형이 쵸로마츠 형과 함께 나가겠다고 선언한 날, 부모님도 우리도 놀라 까무러졌다.
오소마츠 형이 알바를 하고 있다는 사실도 그날 처음 알았다.
타지에서 일 제의가 들어와 떠나겠다는 오소마츠 형의 얼굴은 어쩐지 굉장히 산뜻해 보였다.
오소마츠 형과 쵸로마츠 형의 송별파티에서 홀가분한 얼굴의 오소마츠 형은 내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이치마츠, 카라마츠 잘 부탁한다.” 하고 말했다.
멋쩍게 씩- 웃으며 코 밑을 문지르는 오소마츠 형의 말에 나는 그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나는, 오소마츠 형도 카라마츠 형을 좋아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어렴풋하게 기억나는 중학교 시절, 오소마츠 형의 곁엔 쵸로마츠 형이 아닌 카라마츠 형이 있었다.
마치 둘만의 세계가 있는 것처럼, 어딜 가든 두 형은 찰떡처럼 붙어 다녔다.
카라마츠 형의 별것 아닌 농담에 배를 잡고 웃는 오소마츠 형을 보며 오소마츠 형이 카라마츠 형을 좋아하는 게 아닐까, 의심했다.
한때는 내가 카라마츠 형에게 다가가는 것을 오소마츠 형이 막기도 했다.
하지만, 내가 카라마츠 형과 사귄다고 선언한 그 날, 내게 축하한다고 말하는 오소마츠 형의 목소리는 지극히 다정했다.
정말로 진심으로 축하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은 순간, 눈물이 터져 나오고 말았다.
뚝뚝 눈물을 흘리는 나를 본 토도마츠는 음흉한 미소로 나를 놀리기 시작했다.
오소마츠 형의 빈자리를 보자 나도 모르게 울컥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어둡고, 소심한 나를 가장 걱정된다고 해줬던 오소마츠 형이 이 집에 없다는 사실이 서러워서, 시야가 뿌옇게 흐려졌다.
중력에 이끌려 아래로 떨어지는 눈물을 피해 고양이가 무릎에서 일어나 창문을 뛰어올라 사라졌다.
고양이가 사라지고 온기가 사라진 무릎에 얼굴을 묻고 흐느꼈다.
오소마츠 형이, 보고 싶다.
가슴을 조이는 그리움에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이, 이치마츠?!”
카라마츠 형의 목소리에 눈물로 젖은 한심한 얼굴을 들어 올렸다.
황급히 거실 안으로 뛰어들어온 카라마츠 형이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닦아주며 물었다.
“무슨 일인가!? 누가 널 해쳤나!? 이치마츠!!”
“아니, 아니야…. 오소마츠 형이….”
“헤? 오소마츠?”
“오소마츠 형이, 보고 싶, 어서….”
“…그런가.”
후- 하고 깊은숨을 내쉬는 소리와 함께 카라마츠 형이 안도했다.
다시 손수건을 고쳐 들어 뺨에 흘러내린 눈물을 하나하나 닦아낸 카라마츠 형이 빙긋- 웃으며 품에서 하얀 편지 봉투 하나를 꺼냈다.
“뭐야? 그거….”
“오소마츠가 보낸 편지다.”
“오소마츠 형이!?”
눈물로 흐려진 시야로 오소마츠 형의 편지를 천천히 읽어나갔다.
대체로 새로운 동네에 잘 적응했고, 일도 적성에 맞는다는 이야기였다.
자신은 잘 지내고 있으니 모두 잘 지내라는 오소마츠 형의 편지에 바보 같은 웃음이 나왔다.
삐뚤빼뚤 일정하지 못하고 제멋대로 튀어나와 있는 오소마츠 형의 글씨에 헤헤 웃으며, 편지를 품에 안았다.
무기질일 터인 편지가 어쩐지 오소마츠 형처럼 따스하게 느껴져서 품에 안고 있자, 카라마츠 형도 잔잔한 미소를 띠고 내 옆에 앉아 등을 두드려주었다.
“쥬시마츠 형, 조심해-.”
“응! 괜차나!!”
소란스럽게 현관에서 들려오는 쥬시마츠와 토도마츠의 목소리에 코를 훌쩍이며 몸을 일으켜 거실을 나왔다.
쥬시마츠가 어디서 났는지 새하얀 별 모양의 꽃을 현관에 놓인 꽃병에 꽂고 있었다.
두껍고 긴 꽃잎에 숭숭 털이 나 있는 꽃은 빈말로도 아름답다고 할 수 없었다.
쥬시마츠는 긴 소매까지 걷어붙이고 정성스럽게 꽃을 매만지고, 한 발자국 물러섰다.
토도마츠가 쥬시마츠의 뒤에서 스마트폰으로 꽃 사진을 찍고, 화면을 보며 웃었다.
“웬 꽃이야?”
꽃병에 가지런히 꽂힌 꽃을 보며 묻자 어느새 옆에 다가온 카라마츠 형이 대신 대답했다.
“오소마츠가 보내준 꽃이다.”
“오소마츠 형이?”
“아.”
놀라 묻자 카라마츠 형이 고개를 끄덕였다.
오소마츠 형이 꽃?
전혀 오소마츠 형답지 않은 선물에 놀라 하얀 꽃을 빤히 바라보았다.
일반적으로 꽃집에서 파는 화려한 꽃들과 너무 다른, 소박한 꽃이었다.
“이거 무슨 꽃?”
어쩐지 상냥해 보이는 작은 꽃을 유심히 보며 묻자 쥬시마츠가 해사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에델바이스!!”
7.
철썩이는 파도 소리를 들으며 손에 들린 보랏빛 작은 꽃을 응시하는 오소마츠의 입가에 행복한 미소가 번졌다.
알큰하게 퍼지는 꽃향기에 봄이 눈앞에 다가온 것을 실감했다.
온 마을을 뒤덮었던 눈도 다 녹고, 푸른 잎이 하나둘 솟아나기 시작했다.
붉은 리본에 묶인 한 다발의 보랏빛 꽃을 손에 들고 현관을 나선 오소마츠의 앞에 쵸로마츠가 섰다.
“가자, 오소마츠.”
“응!”
오소마츠의 손을 잡고 이끄는 쵸로마츠를 따라 오소마츠가 경쾌하게 뛰었다.
다시는 놓지 않겠다는 듯이 힘주어 마주 잡은 손을 응시한 오소마츠가 온유한 미소를 띠고 쵸로마츠와 함께 바다로 달려나갔다.
바다가 보이는 작은 집. 햇빛이 만개한 현관에 놓인 작은 꽃병에는 보랏빛 라일락이 햇빛을 받아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다.
* 소설에 나온 꽃들의 꽃말
아네모네 : 사랑의 괴로움, 허무한 사랑,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제 곁에 있어 줘서 고마웠어요.
에델바이스 : 소중한 추억
보라색 라일락 : 사랑의 싹이 트다.
* 꽃 관련해서 플롯 짜놓은 단편이 몇 개 더 있어서 조만간 올리겠습니다!
* 요즘 회사일이 잘 안 풀려서 우울하네요...ㅠ 다 때려치고 소설이나 쓰면서 살고 싶다...ㅠㅠ (하소연..살짝 해봐요..)
*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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