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늦었지만, 그래도 오늘 안엔 올릴 수 있었네요...ㅎㅎ


* 저번 발렌타인 데이 때 카라오소를 올렸는데, 이번 화이트데이가 날짜 상으론 연중오소더군요...


* 연중도 아끼는 저는 놓칠 수 없었습니다...후후후..


* 공미포 3,512자. 오탈자는 후에 수정하겠습니다.



* 부족한 글이지만 재미있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1.

 

색색으로 화려하게 꾸며진 사탕 바구니들을 바라보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오늘을 위해 냐-짱의 굿즈(goods)까지 포기해야 했던 고통의 나날이 드디어 끝이 난다

구겨질세라 소중히 주머니에 모셔둔 내일의 라이브 티켓을 확인하고 들뜬 기분으로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스위츠(sweets)를 전문으로 다루는 가게 안은 시기가 시기인만큼 화이트데이를 테마로 꾸며져 있었다

하얗고 팔랑거리는 귀여운 레이스들에 묻힌 아기자기한 사탕 세트 사이로 줄곧 점 찍어 두었던 고양이 모양의 캔디 세트를 집어 들었다

주머니에 든 티켓은 라이브 후 악수권까지 포함된 VIP 티켓! 내일 악수회에서 자연스럽게 화이트데이를 어필하며 이 사탕을 내밀면 이번에야말로 확실하게 내 존재를 각인시킬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트위터 팔로우도 해 줄지도! 몽실몽실 피어나는 행복한 상상에 나도 모르게 으히히~” 하는 웃음이 나왔다

잽싸게 주변을 둘러봐 내 웃음 소리를 들은 사람이 없는지 확인한 후 계산대로 걸음을 옮겼다


넉넉하게 모아둔 돈은 냐-짱을 위한 캔디를 사고도 조금 남았다

내일 라이브에서 뭔가 굿즈라도 살까, 하는 생각으로 가볍게 발을 굴리며 계산대로 향하던 도중에 한 캔디 세트가 눈에 띄었다

붉은색 줄무늬를 가진, 일반 사탕보다 조금 큰 크기의 눈깔사탕

어릴 적 집 근처 구멍가게에서 오소마츠 형과 자주 사 먹었던 그 사탕이었다

하얀색 물방울 무늬가 프린트 되어있는 투명한 봉지에 담겨 붉은색 리본으로 장식된 눈깔 사탕은 추억의 사탕이라고 쓰여진 코너에 전시되어 있었다

어린아이의 입에는 조금 큰 사탕을 어떻게든 입에 구겨 넣고 저녁 먹을 때까지 아껴 먹던 추억이 새삼 떠올라 입가에 빙그레 미소가 피었다

마침 남은 돈에 적당한 가격표를 보고 눈깔사탕을 들어올렸다

붉은색의 리본을 보고 떠오르는 것은 집에 남아있을 철없는 장남의 얼굴.


사 갈까…?”

뭐를 사?”

우왁!?!?!”

나도 모르게 나온 질문에 대답하는 목소리에 놀라 들고 있던 사탕을 놓치고 말았다

가게의 대리석 바닥에 떨어지면 분명 전부 깨지고 말 것이란 생각에 급히 손을 뻗었지만, 야속하게도 사탕은 내 손을 벗어났다.


!”

바닥에 떨어지기 직전, 특유의 날쌘 몸놀림으로 사탕을 낚아챈 오소마츠 형이 싱긋 웃었다.


.”

, …. 고마워, 오소마츠 형.”

사탕을 건네 받으며 인사하자, 오소마츠 형은 코 밑을 문지르며 수줍게 웃었다

-” 하고 천진난만하게 이를 드러내고 웃는 형을 넋 놓고 바라보다가 시야에 들어온 주변의 상황에 ?” 하고 한심한 소리를 내뱉었다.


, 오소마츠 형이 여기 있어?”

뭐야~, 쵸로마츠우~ 횽아는 여기 있으면 안 돼?”

형 같은 파칭코 쓰레기가 여기 있는게 당연히 이상하지!?”

집에서의 버릇으로 버럭 외치자 주변의 시선이 꽂혔다

집도 아니고 밖에서 큰 소리를 냈다는 창피함에 뜨거워지는 얼굴을 숙이고 다시 오소마츠 형에게 물었다.


진짜 여기 왜 있는 거야….”

이치마츠가 오고 싶다고 해서.”

하아?!”

생각도 못했던 바로 아래 동생의 이름에 다시 큰 소리를 내고 말았다

또 다시 바늘처럼 꽂히는 수많은 시선에서 애써 눈을 돌리고 , .” 헛기침을 했다

오소마츠 형은 입가 가득 장난스러운 미소를 피우고 이 상황이 재미있다는 얼굴로 나를 보고 있었다.


, 이치마츠는 그럼 어디 있는데?”

, 계산대에 있을걸?”

하아?! 그 녀석이 여기서 뭘 샀다고?”

형제들 가운데서도 특히 어둠의 오라를 풀풀 풍기는 녀석이 이렇게 사람이 북적이는 곳에 왔다는 것도 놀랍지만, 이 스위츠 가게에서 뭘 샀다는 건 더 놀라웠다

차라리 지나가던 쥬시마츠가 거대 공룡알을 낳았다는 걸 믿겠다

도저히 믿어지지 않아서 입을 떡 벌리고 있으니 오소마츠 형이 내 뒤를 힐끗 보곤 반갑게 손을 흔들었다.


~, 이치마츄~! 다 샀어?”

.”

슥슥- 슬리퍼를 끄는 소리와 함께 이치마츠의 낮은 목소리가 고막을 울렸다

진짜 여기 있었어!? 

오소마츠 형의 말대로 전~~혀 어울리지 않는 가게에 나타난 이치마츠가 나를 보며 쵸로마츠 형은 여기 웬일이야?” 하고 물었다.


그거 내 대사야!? , 뭐야. 이치마츠…. 대체 무슨 바람이 불어서 네가 여기 있어?!”

히힛, ? 나 같은 쓰레기가 여기 있는게 이상해? , 그렇지. 나 같은 인간 쓰레기에 인간 실격은 이런 반짝이는 곳엔 발도 들여선 안 되겠지…. 내가 다 잘못했네…. 살아있어서 미안?”

잘도 떠든다, 니도….”

유창하게 뻘소리를 지껄이는 이치마츠를 쏘아주고 시선을 내리자 이치마츠가 소중하게 품에 안고 있는 봉투가 눈에 들어왔다

가게의 마크가 찍힌 불투명한 흰 봉투에 정말로 이치마츠가 여기서 뭔가를 샀다는 것을 깨닫고 허어….” 하는 한숨이 나왔다.


뭘 산 거야?”

고양이한테 줄 선물이라던데? 근데 고양이가 사탕도 먹나?”

이치마츠가 안고 있는 봉투를 가리키며 묻자, 오소마츠 형이 대신해 대답했다

오소마츠 형의 말에 히힛!” 하고 웃는 이치마츠를 보며 절대로 오소마츠 형이 한 말이 진실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만화 속에 나오는 악당처럼 입꼬리를 쭉 끌어올리고 비열하게 웃는 이치마츠의 미소에 마치 이 사이에 음식이 낀 것 같은 꺼림칙함이 등골을 타고 올라왔다.


근데 쵸로마츠 형은 여기 뭐 하러 왔어?”

그야….”

이치마츠의 물음에 당연하다는 듯이 대답하려는 순간, 머릿속을 관통하는 불길한 예감을 입을 다물었다

설마, 이 자식…!? 

아직도 안면 가득 음흉한 미소를 띄우고 나를 보는 이치마츠를 노려보며 -짱 줄 사탕 사러.” 하고 간단히 대답한 후, 들고 있던 눈깔사탕을 품에 넣고 계산대로 향했다.

 

 

 

 

 

 

2.

 

화이트 데이. -짱의 라이브를 가기 위해 가방은 다 챙겼지만, 섣불리 이 거실에서 움직일 수 없었다

토도마츠, 카라마츠는 어느새 나갔고, 쥬시마츠는 방금 전 야구!” 하고 외치며 거실을 뛰쳐나갔다

지금 이 방 안에 있는 것은 나와 이치마츠, 그리고 한가롭게 경마 신문이나 보고 있는 오소마츠 형뿐이다

똑딱똑딱 울리는 초침소리에 초조해져 양반다리로 앉은 채 다리를 떨었다

가만히 오소마츠 형 옆에 앉아 고양이를 쓰다듬는 이치마츠와 시선을 마주한 채, 타이밍을 재고 있는 그 때, 먼저 움직인 것은 이치마츠였다.


오소마츠 형.”

? 왜에~?”

오직 시선만을 들어 이치마츠를 본 오소마츠 형에게 이치마츠가 작은 봉투 하나를 내밀었다

? 뭐야? 뭐야?” 하고 초등학생 같은 호기심으로 눈을 빛내며 봉투를 열어본 오소마츠 형이 -!” 하고 환호했다.


내 멸치 훔쳐먹지 말고, 그거나 먹어.”

시큰둥하게 말하는 이치마츠를 응시하며, 슬금슬금 오소마츠 형 옆에 다가갔다.

힐끔, 오소마츠 형의 어깨 너머로 훔쳐보니, 투박한 봉투에는 색색의 동그란 사탕이 담겨 있었다


, 이거! 예전에 할머니가 자주 주셨던 그 사탕이다

어릴 적, 자주 놀러 갔던 시골의 할머니는 유난히 오소마츠 형을 예뻐하셨고, 오소마츠 형에게만 몰래 아껴두셨던 과일향의 사탕을 입 안에 넣어주시곤 했다

항상 행복하단 얼굴로 할머니의 주름진 손이 건네는 사탕을 받아먹는 오소마츠 형을 우리는 군침을 흘리며 부럽게 바라보기만 했다

하지만 그런 오소마츠 형의 특권도 그리 오래가지 못하고, 할머니는 우리가 중학교 입학식을 치르기도 전에 하늘나라로 가시고 말았다

그 이후, 오소마츠 형은 두 번 다시 그 사탕을 맛볼 수 없었다

자신만만하게 나를 보며 웃는 이치마츠를 날카롭게 쏘아보았다


, 제법이구나. 이치마츠

오소마츠 형의 추억을 이용하다니

하지만, 추억이라면 나도 지지 않으니까

그 누구보다 오소마츠 형하고 오랜 시간을 보낸 건 다름아닌 나라고

나를 그렇게 우습게 보면 곤란해!


, 오소마츠 형.”

질세라 나도 가방에 넣어두었던 사탕을 꺼내 오소마츠 형 앞에 내밀었다.


?”

줄게. -짱 줄 것 사면서 돈이 남아서….”

~? 나한테 주는 거야!? 쫌생이 쵸로가 무슨 일이래~?”

누가 쫌생이야!!”

쓸데없는 말을 하긴 해도, 둘이서 나누었던 추억의 붉은 눈깔사탕을 본 오소마츠 형의 눈매가 부드럽게 휘었다

히죽거리며 입가에서 미소가 떠날 생각을 하지 않는 오소마츠 형의 표정에 얼굴 근육이 부드럽게 풀어졌다.


그럼, 나는 냐-짱 라이브 갔다 올 테니까….”

, 나도…. 냥이들 밥 챙겨 줄 시간….”

내가 가방을 메고 몸을 일으키자, 이치마츠도 따라서 무거운 엉덩이를 들어올렸다.


, 잠깐! 잠깐!!”

거실을 나서려는 우리를 다급히 불러 세우는 오소마츠 형의 목소리에 몸을 돌리자, 성큼성큼 우리 앞으로 다가온 오소마츠 형이 싱긋 웃었다.


, ~!”

눈앞에 내밀어진 오소마츠 형의 손에는 내가 준 붉은 눈깔 사탕이 들려져 있었다

빙그레 웃는 오소마츠 형의 미소와 함께 눈앞에 들이댄 사탕의 의미를 깨닫지 못한 내가 ?” 하고 소리를 흘리자, 오소마츠 형이 무방비하게 벌려진 내 입 안으로 사탕을 밀어 넣었다.


!?”

맛있지? , 이치마츄도~! ~!”

“…~”

이히히~, 맛있지?”

…. 맛있어….”

혀 위에서 구르는 사탕의 달콤함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는 사이, 오소마츠 형은 이치마츠에게도 똑같이 이치마츠가 주었던 색색의 사탕 하나를 이치마츠의 입 속에 쏙- 넣어 주었다.


사탕 고마워~! 잘 먹을게! 쵸로마츠, 이치마츠!”

수줍게 웃으며 볼을 붉히고 코 밑을 문지르는 오소마츠 형을 보며 나와 이치마츠는 일심동체가 되어 외칠 수 밖에 없었다.


‘‘오소마츠 형, 진심 천사앗!!!’’



*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ㅎ


* 비록 화이트데이엔 맞추지 못했지만...ㅎㅎ  재미있게 봐주셨으면 좋겠네요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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