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색오소 들고 왔습니다!!

  아, 힘들었다ㅠㅠ


* 이번 단편 쓰면서 제가 손이 빠른 편이 아니라는 걸 실감했어요...


* '이치마츠 사변' 이후의 이야기입니다ㅎ  약간 개그물?


* 공미포 11,544자.  오탈자는 추후 수정하겠습니다^^



* 부족한 글이지만, 재미있게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1.

 

아니라고오오―――!!!”

카라마츠의 처절한 외침을 뒤로하고 한숨을 내쉰 오소마츠가 조용히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이 모든 일은 마음속에 묻고 무덤까지 가져가자고.

 

 

 

 

 

 

2.

 

~! 심심해애~!!”

바닥에 엎드려 발을 굴리다 못해 기어이 바닥을 구르기 시작한 오소마츠가 탄식했다

마미의 찬란한 은혜(용돈)을 받은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날이 멀다 하고 은색의 축복(파칭코)를 탐한 오소마츠의 수중에 남은 그린()은 제로였다

나가지도 못하고 집에 틀어박혀 한숨을 내쉬는 오소마츠를 몰래 거울 너머로 응시했다

오늘도 쏘 큐트-하다

뒤통수에 남은 잠버릇이 중력을 무시하고 솟아나 있는 것이 귀엽다

가지고 있는 왁스와 빗으로 정리해주고 싶은 마음을 꾹 누르고 거울을 보는 척을 이어갔다.


하아~, 심심해….”

엎드린 채로 팔을 겹치고 얼굴을 묻은 오소마츠가 다시 중얼거렸다

힘없이 늘어진 목소리가 어쩐지 구슬프게 들린다

심호흡과 함께 거울을 내리고 오소마츠를 그윽한 목소리로 불렀다.


오소마츠.”

~?”

함께 세상의 무한한 러브를 푸른 강에 외치러 가지 않겠나?”

~? 그거 그냥 다리에 멍청히 서 있는 것뿐이지?”

그게 싫다면 피시의 마음을 훔치러 가는 것은 어떤가?”

낚시터인가….”

오소마츠가 눈을 굴리며 고민했다

여기서 낚시터 입장료를 내가 내겠다고 하면 오소마츠는 분명 가겠다고 하겠지

할 수 없다는 투로 돈은 내가 내겠다고 말하려던 찰나, 거실 구석에 존재하는 줄도 몰랐던 이치마츠의 목소리가 울렸다.


“…조금 있다가 고양이 봐주러 갈 건데…. 오소마츠 형은?”

고양이?”

최근에, 아기 낳은 녀석 있으니까.”

~, 아기 고양이인가….”

조금만 더 하면 오소마츠와 함께 데이트를 할 수 있었는데, 은근슬쩍 끼어든 이치마츠에게 시선을 돌렸다

반쯤 감은 눈은 뭘 생각하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탁했지만, 그 시선은 오소마츠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작은 목소리로 우응~” 하고 입을 삐죽인 오소마츠가 작게 .” 하고 소리를 냈다

뭔가를 생각해낸 것처럼 눈을 반짝인 오소마츠가 슬쩍 나와 이치마츠에게 시선을 주고 고개를 돌려 아무것도 없는 정면을 응시했다.


아냐, 됐어. 나는 집에 있을래.”

!?”

“….”

둘이 다녀오면?”

““?””

대체 뭐가 좋아서 이치마츠와?! 

황당한 얼굴로 시선을 돌리면 이치마츠도 같은 마음인 것 같았다.


, 그럼 오소마츠도 껴서 셋이 다니는 건 어떤가?”

~? 나 끼면 의미 없잖아.”

“…으응~?”

눈썹을 찌푸리고 툭 던지듯 내뱉은 오소마츠가 고개를 돌려 이치마츠를 보며 그렇지?” 하고 동의를 구했다

오소마츠의 질문에 이치마츠는 영문을 모르겠단 얼굴로 ….” 하고 신음했다

이치마츠의 신음을 대답으로 받아들인 오소마츠가 다시 나를 보며 빙긋 웃었다

, 귀엽다….


봐봐, 이치마츠도 싫다잖아~. 아무리 둘이 있는 게 부끄러워도 횽아를 거기 끼우지 말아줘용~”

묘한 위화감이 등을 타고 올라왔다

이치마츠도 평소와 분위기가 다르다는 것을 눈치챘는지 멍하니 입을 벌리고 오소마츠를 뚫어지라 쳐다보고 있었다

뭔가가 이상하다

게다가 오소마츠의 태도가 굉장히 신경 쓰인다

팔을 뒤덮은 이유 모를 소름을 무시하고 오소마츠에게 말을 걸려 입을 연 순간이었다.


형들 있어?”

~, 톳티-. 어서 와~”

…. 왜 하필이면 이 사람들이….”

오소마츠의 환영도 무시한 토도마츠가 방을 쭉 둘러보며 우리들의 얼굴을 확인한 후 커다란 한숨을 내쉬었다

근심 어린 얼굴로 방에 들어와 앉은 토도마츠를 보며 오소마츠가 고개를 기울였다.


뭐야, 왜 그래? , 혹시 여자한테 차였어? 톳티-”

안 차였거등!?”

오소마츠의 장난기 넘치는 목소리에 발끈하며 외친 토도마츠가 다시 푹- 한숨을 내쉬곤 손에 쥐고 있던 스마트폰을 들었다

스마트폰 화면을 가볍게 두드려 라인(LINE) 내용을 확인한 토도마츠가 차갑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물었다.


있지…. 미팅, 빈 자리 하나 생겼는데….”

! 내가 갈래!!”

머뭇거리는 토도마츠의 말에 오소마츠가 재빨리 손을 번쩍 들고 외쳤다

붕붕 팔이 떨어져라 흔들며 반짝이는 눈으로 자길 찍어달라고 호소하는 오소마츠에게-굉장히 귀여웠다

뭔가, 저건. 초딩인가? 로리, 아니 쇼타인가!?


토도마츠가 싸늘한 눈빛을 보냈다

단호히 오소마츠 형은 안 돼!” 하고 선언하는 토도마츠에게 오소마츠가 !!” 하고 목소리를 높였다

발을 동동 구르며 항의하는 오소마츠를 무시한 채, 토도마츠가 빙글 몸을 돌려 나를 응시했다.


할 수 없으니까, 이 중에서 그나마 나은 카라마츠 형.”

, 오오?”

같이 갈 거지?”

, 토도마츠으!!”

토도마츠를 따라 갈 생각은 없었지만-지금 내가 여기서 자리를 비우면 자동적으로 오소마츠는 이치마츠와 나가게 되니까.- 순수하게 나를 선택해준 것이 기뻐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 카라마츠. 비 쿨- 이다

숨을 들이마시며 눈물을 억누르고 토도마츠에게 멋진 거절의 말을 찾고 있을 때, 바닥에 뒹굴며 우리 둘을 바라보던 오소마츠가 당연하단 투로 말했다.


, 카라마츠는 데려가면 안 돼.”

? ?”

있어. 그러니까 카라마츠는 안 돼.”

!?”

오소마츠의 말에 토도마츠가 얼굴을 한껏 찌푸리며 되물었지만, 오소마츠는 암튼 안 돼라는 말을 반복했다

결국 오소마츠와의 입씨름에서 진 토도마츠가 칫- 하고 혀를 차더니 이치마츠를 보며 말했다.


그럼…. 이치마츠 형.”

이치마츠도 안 돼.”

?! !!”

안 돼~”

오소마츠 형, 지금 형이 못 간다고 다른 형들도 못하게 막는 거야? ? 뭐야? 질투?”

아니거든!! 이치마츠나 카라마츠나 미팅 나간다고 여친 사귈 수 있는 녀석들이었으면 진작에 생겼거든!? 질투 아냣!!!”

그럼 왜 안 된다는 건데!”

~~~, 진짜! 암튼 저 녀석들은 안 돼!”

장남의 특권을 이용해 명령하듯 외치는 오소마츠에게 토도마츠가 어이없단 눈길을 보내며 어휴~” 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결국 오소마츠의 극심한 반대에 나와 이치마츠는 미팅 후보에서 제외되고, 토도마츠는 웬일로 빨리 귀가한 쵸로마츠를 끌고 집을 나섰다.

남겨진 나와 이치마츠는 잔망스럽게 발을 흔들며 바닥에 엎드려 만화책을 보고 있는 오소마츠를 응시했다

위화감이 서서히 뚜렷한 형태를 취한다

토도마츠에게 나와 이치마츠는 데려가지 말라 외치며 우리를 번갈아 보던 오소마츠의 눈빛에 문득 잊고 싶었던 기억이 되살아났다

이치마츠 사변이라고 일컬어지는 어떤 사건을…. 

그것은 이치마츠도 마찬가지인지, 창백해진 얼굴로 입을 뻐끔거리며 필사적으로 목소리를 내려 노력하고 있었다.

이대로 놔둬선 안되겠다는 생각에 거울을 내려 놓고 오소마츠에게 다가가 만화책을 뺏어 들었다

곧바로 얼굴을 팍 구기며 무슨 짓이야!?” 하고 성난 목소리로 외치는 오소마츠에게 전부 오해라고, 나와 이치마츠는 그런 관계가 아니라는 것을 전했다

어느새 다가온 이치마츠도 내 해명에 맞추어 , !”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치마츠치고는 강한 자기 주장에 오소마츠도 한껏 일그러뜨리고 있던 표정을 풀고 가만히 우리를 응시하더니, “알겠어.” 하고 가볍게 내뱉었다

내게로 손을 뻗어 만화책 돌려 줘.” 하고 투덜대는 오소마츠의 귀여움에 목 아래에서 끓어오르는 신음을 삼키고 순순히 만화책을 돌려주었다

빤히 자신을 바라보는 이치마츠에게도 알겠다니깐?” 하고 퉁명스레 말한 오소마츠가 다시 바닥에 엎드려 만화책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걸로 되었다고 생각했지만, 우리의 낙관은 이후 이어지는 해프닝에 묻혀 산산이 부서지고 말았다.

 

 

 

 

 

 

3.

 

아침 먹으렴~, 백수들아~”

마미의 정겨운 외침에 눈을 비비고 일어나 하품을 했다

세면실로 들어가 거울에 비친 자신을 보며 오늘도 퍼펙트한 자신의 모습을 감상했다

중간에 짜증나니까, 다른데 가서 해줄래?” 하는 토도마츠의 불평이 들린 것 같았지만

실컷 머리를 매만지고 거실에 들어갔다

작게 하품을 하는 쵸로마츠 옆에 앉은 토도마츠가 젓가락을 손에 들었다

쥬시마츠는 이미 활기차게 반찬을 입에 옮기고 있었다

나른한 표정으로 이치마츠가 젓가락을 드는 것을 보며 자리에 앉은 순간, 아직 비어있는 자리가 있는 것을 깨달았다.


형님은?”

아직 안 일어난 것 같던데. 놔둬, 그 망할 장남은.”

혀를 차며 대답한 쵸로마츠에게 쓴웃음을 지어주고 몸을 일으켰다. “

오소마츠 형한테 가려고?” 하고 묻는 쵸로마츠의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한 후, 거실을 나와 계단을 올랐다

끼익- 하고 낡은 계단의 비명을 들으며 다섯 계단 정도 올랐을 즈음, 등 뒤에서 계단의 비명이 또 들려왔다.


“…, 이치마츠도 갈 건가?”

? 개똥마츠 너랑은 상관 없잖아?”

졸린 눈을 비비며 내 뒤를 이어 계단을 올라온 이치마츠가 날카롭게 노려보며 내뱉은 낮은 목소리에 숨을 삼키고 적당히 대답했다

모처럼 오소마츠의 잠든 얼굴을 독차지할 기회가 저 멀리 날아가는 환상을 보며 작게 한숨을 쉬고 이치마츠와 나란히 계단을 올랐다.

 

끼익- 하고 울리는 나무판자 소리 가운데, 삐걱- 하고 톤이 다른 소리가 섞였다

순식간에 기울기 시작한 이치마츠의 몸에 놀라 괴성을 지르며 계단 아래로 추락하려 하는 이치마츠의 목덜미를 붙잡았다.


, !”

, 으아악!!!”

급히 몸을 돌려 이치마츠를 붙잡느라 중심을 잃은 내 몸이 이치마츠와 함께 중력에 이끌려 휘청거렸다

아슬아슬하게 이치마츠를 붙잡고 있는 몸을 지탱하던 발가락에 쥐가 날 것 같았다

어떻게든 필사적으로 다시 중심을 잡으려고 했던 내 노력을 훌륭하게 배신한 낡은 계단이 삐걱- 하고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부서지고 말았다.

우와아악!!” 하고 한심한 외침과 함께 나와 이치마츠의 몸이 한데 굴렀다

쿵쾅쿵쾅 하고 온 집안을 울리는 커다란 소리를 내며 계단을 굴러 떨어진 나는 계단 아래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벽에 거하게 머리를 부딪혔다

어릴 적 보았던 만화에 나오는 효과처럼 별이 번쩍이며 머리 위를 맴도는 것 같았다

- 하고 울리는 머리에 퍼지는 둔통에 신음하며 나도 모르게 꽉 감고 있던 눈을 떴다

바로 코 앞에 고통으로 일그러진 이치마츠의 얼굴이 보였다

?” 하고 놀라며 눈을 깜빡이면서 상황을 살폈다

계단에서 굴러 바닥에 처박힌 이치마츠의 위에 내가 올라타고 있었다.

맞닿은 몸과 민망한 자세에 절로 얼굴이 뜨거워졌다

재빨리 몸을 일으키려고 했지만, 벽에 부딪치면서 가벼운 뇌진탕이 왔는지 내 의지와 달리 몸이 움직여지지 않았다

지끈거리는 머리를 붙잡고 크으….” 하고 신음하자, 이제야 상황을 파악한 이치마츠가 험악한 얼굴로 나를 쏘아보았다.


“…너네 뭐하냐?”

미안하다는 사과와 함께 다시 몸을 일으키려 시도하던 나와 빨리 비키라며 나를 때리던 이치마츠가 멈췄다

잘못 들었기를 간절히 바라며 숨을 멈춘 우리들 앞에 하늘색 잠옷을 입은 오소마츠가 섰다

순식간에 온몸에서 식은땀이 흘러나와 잠옷을 적셨다

대체 이 상황에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도 모르는 채로 슬며시 고개를 들어 오소마츠의 얼굴을 보자, 뭐라 말할 수 없는 표정으로 우리를 응시하던 오소마츠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대로 거실로 발을 돌렸다

조금 전까지 느껴지던 현기증이 순식간에 사라지면서 피가 역류하는 느낌이 들었다

- 하고 온몸의 혈류가 발 아래로 끌려 내려가는 느낌에 재빨리 몸을 일으켜 거실로 들어가려는 오소마츠의 팔을 붙잡았다.


, 오소마츠!! 틀리다!!”

? 뭐가?”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이 태연한 얼굴로 묻는 오소마츠를 벽에 가두고 사색이 된 얼굴로 외쳤다.


오해다!! 나랑 이치마츠는, 절대 그런 관계가…!!”

, 그래. 알겠엉, 알겠엉~. 횽아, 밥 좀 먹자.”

울상이 된 나를 보며 한숨을 내뱉듯 말한 오소마츠가 거실을 가리키며 말했다.

어디로 보나 내 말을 귓등으로 흘리는 오소마츠의 태도에, 다시 오소마츠에게 매달려 다시 아니라고, 오소마츠으으으으~!!!” 하고 외쳤다.

 

이치마츠가! 이치마츠가 계단에서 떨어지려는 걸 붙잡다가 함께 떨어진 것뿐이다!!”

, 그래. 알겠다니깐~? 횽아, 다 알아 먹었어!”

젓가락을 입에 물고 이미 식사를 마친 동생들이 남긴 반찬을 자기 가까이로 끌어당기는 오소마츠의 옆에 앉아 해명해도, 오소마츠는 단조로운 대답만 돌려보냈다

계단에서 떨어지면서 다쳤는지 허리에 손을 짚고 낑낑대며 거실에 들어온 이치마츠도 내게 가세해 오소마츠에게 나직이 말했다.


오소마츠 형, 개똥마츠 말 진짜니까….”

착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하는 이치마츠에게 슬쩍 눈길을 준 오소마츠가 다시 식사에 열중하며 알겠어.” 하고 대답했다.

가벼운 대답에도 우리에게 보여준 미소는 평소와 같은 다정함이 묻어 나오고 있었다

그 미소에 떨떠름한 마음을 무시하며 안도하고 오소마츠와 함께 식사를 재개했다.

 

 

 

 

 

 

4.

 

친구에게 줄 새 멸치를 들고 계단을 올랐다

이번엔 좀 더 눈에 띄지 않는 곳에 숨겨야겠다고 홀로 다짐하며 방문을 열자, 부드럽게 불어오는 바람과 함께 조용한 햇살이 나를 맞이했다

바람에 흩날리는 커튼이 햇빛을 머금고 손을 뻗었다

활짝 열린 창문에서 방 안으로 흘러 들어온 햇빛에 평온한 기분이 들어 남몰래 미소를 짓고 방 안으로 발을 들였다

어디에 멸치를 숨겨야 오소마츠 형이 빼먹지 않을까 생각하며 방 안을 두리번거리다가 녹색 소파에 늘어져 있는 한 사람을 발견했다

또 개똥마츠인가 싶어 가까이 다가가 얼굴을 확인했다.


, 오소마츠 형이다.


침까지 질질 흘려가며 세상 모르고 잠든 얼굴에 마음이 차분하게 가라앉는 것을 느꼈다

창문 사이로 비치는 햇살처럼 부드럽게 마음을 어루만지는 평온한 얼굴에 피식- 미소를 흘리며 멸치를 바닥에 내려놓고 소파 옆에 앉았다

바닥에 굴러다니는 두루마리 휴지를 집어 들어 손에 감아 뜯어냈다

볼을 흘러내리는 침을 오소마츠 형이 깨지 않게 살며시 닦아주고 벌려진 턱을 슬쩍 들어올리자, “음냐….” 하고 판에 박힌 잠꼬대를 하며 오소마츠 형이 입을 다물었다

쩝쩝 입을 다시는 것이 뭔가 먹는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았다

쵸로마츠 마냥 처진 눈썹과 감긴 눈꺼풀 아래 자리잡고 있을 맑은 눈동자를 떠올리며 은근한 미소를 짓고, 소파에 턱을 괴었다

방 안을 맴도는 바람에 살랑살랑 흔들리는 앞머리를 살짝 쓸어 올려주자, 뭐가 좋은지 얼굴 가득 배시시 미소가 퍼졌다

정말이지, 이렇게 잠든 모습을 보면 오소마츠 형이 우리들의 장남이라는 것을 깜빡 잊어버리고 만다

평온하게 잠든 얼굴은 꼭 배불리 밥을 먹고 행복한 낮잠을 자는 어린아이를 닮았다

뽀송뽀송한 뺨을 손끝으로 어루만지면 꼭 아기의 젖내가 나는 것 같은 착각이 일었다

더운 기온에 땀을 식혀주는 시원한 바람과 따뜻한 햇살, 그리고 잠든 오소마츠 형의 평온한 얼굴을 보며 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한 시간이 영원히 이어지길 바랐다

절대 잊어버리지 않도록 오소마츠 형의 잠든 얼굴을 눈에 고정하고 뇌 깊숙이 박아 넣었다

기억이 흐릿해질 정도로 시간이 흘러서, 죽기 직전의 순간이 와도 이 얼굴을 기억할 수 있도록

생생하게 떠올릴 수 있도록 깊숙이 새기고, 오소마츠 형이 내뱉는 숨결을 만끽했다.

 

끼익- 하고 계단의 나무 판자가 울리는 소리에 행복한 시간이 끝이 났다는 것을 깨닫고 한숨을 내쉬었다

몸을 일으켜 온갖 잡동사니가 처박혀 있는 벽장 속에 멸치를 넣고 책장에서 적당한 만화책을 꺼내 들고 창가로 이동해 엉덩이를 내렸다.


아임 홈! 마이 브라더-!”

, 하필이면 가장 보기 싫은 녀석이 돌아와버렸다

! 하고 강하게 혀를 차자, 몸을 움찔거린 개똥마츠가 나를 보며 , 이치마츠…. 있었나.” 하고 물었다.


보면 알잖아. ? 있으면 안 돼?”

아니, 그건 아니지만….”

날카롭게 쏘아붙이자 말꼬리를 흘리며 식은땀을 흘린 개똥마츠 뒤로 오소마츠 형이 눈썹을 찌푸리더니 몸을 뒤척이기 시작했다.


으응….”

개똥마츠의 쓸모 없는 목소리에 오소마츠 형이 몸을 둥글게 말았다

다시 쯧! 하고 혀를 찼지만, 오소마츠 형에게 시선을 고정한 개똥마츠가 이쪽으로 고개를 돌리는 일은 없었다

가만히 오소마츠 형을 바라보던 개똥마츠가 갑자기 움직이기 시작해 벽장에서 얇은 담요를 하나 꺼냈다.

어릴 적 함께 덮었던 담요에 아련한 그리움을 느끼며 개똥마츠가 하는 일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담요를 대충 품에 안고 오소마츠 형에게 다가간 개똥마츠가 담요를 펼쳐 오소마츠 형에게 살포시 덮어주었다.


? 뭐야, 저건?

개똥마츠 나름의 상냥함이라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어쩐지 화가 치밀어 올라 발소리를 죽이고 다가가 개똥마츠의 무릎에 멋지게 니킥을 먹였다.

무릎의 뒤쪽, 접히는 관절을 맞은 개똥마츠가 우왁!” 하고 비명을 질러 기뻐하는 것도 잠시

접힌 무릎에 균형을 잃은 개똥마츠가 뒤로 넘어지면서 허우적대던 손이 내 후드를 꽉 쥐었다

?” 하고 바보 같은 소리를 내며 개똥마츠의 손에 쥐인 옷자락을 본 순간, 개똥마츠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그대로 몸이 기울었다.

가까워지는 바닥과 개똥마츠를 보며 머리 끝까지 치솟는 분노에 뿌득- 이를 갈았다.

 

! 소리를 내며 넘어진 몸은 불행인지 다행인지 딱딱한 바닥이 아닌 개똥마츠의 몸 위에 안착했다

넘어지면서 자동적으로 뻗은 손이 개똥마츠의 가슴에 올라가 있다는 점은 차치해도, 내가 무사하다는 점에서 안도했다

온몸을 그대로 바닥에 들이박은 개똥마츠가 등과 뒤통수에서 올라오는 고통에 얼굴을 잔뜩 찌푸리고 있는 것도 볼만했다

- 하고 혀를 차며 개똥마츠의 몸에서 일어나려는 순간, 담요가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와 함께 따가운 시선이 등 뒤에서 박혔다.


“…그런 건 나 없을 때 해줄래?”

, 젠장

속으로 온갖 욕을 쏟아내며 끼기긱, 하고 뻣뻣하게 움직이는 목을 돌렸다

경멸하는 눈은 아니었지만, 지극히 황당하단 눈길로 나와 개똥마츠를 응시하는 오소마츠 형의 표정에서 평소와 같은 장난스러운 미소는 찾아볼 수 없었다

왜 또 이런 오해 받을 상황이…. 

한탄하며 섣불리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나와 개똥마츠를 응시한 오소마츠 형은 어휴-” 하고 가벼운 한숨을 흘리고 소파에서 몸을 일으켰다.

터벅터벅 방문을 향해 걸어가는 오소마츠 형을 어떻게든 붙잡아야 한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다급히 뻗은 손이 오소마츠 형의 바지를 붙잡자마자! 하는 소리와 함께 오소마츠 형이 시원하게 바닥에 정면으로 넘어졌다

코를 세게 부딪쳤는지 빨개진 코를 문지르며 오소마츠 형이 주먹 쥔 손을 들어올렸다.


, 프잖아!! 이 자식아!!!”

갑작스런 내 행동에 놀랐는지 눈을 동그랗게 뜬 개똥마츠를 발로 차 기절시킨 후, - 노성을 내지르는 오소마츠 형에게 기어가 금방이라도 휘두를 것처럼 들어올린 주먹을 감싸 쥐었다.


, 아냐…. 오소마츠 형.”

?”

개똥마츠가 넘어지면서 내 옷을 잡아서…. 그러니까, 아냐…!”

, 오오…?”

오해니깐!!”

두 손으로 오소마츠 형의 주먹을 꽉- 쥐고 어울리지 않게 언성까지 높여가며 필사적으로 해명했다

평소에 말이 부족한 탓에 이럴 때 알맞은 단어가 떠오르지 않는 자신의 빈약한 어휘력을 저주하며 오소마츠 형에게 알아달라는 필사의 눈빛을 보냈다

한쪽 눈썹을 찡그리고 나를 조용히 바라보던 오소마츠 형은 이내 푹- 한숨을 내쉬더니 , 정말. 알겠어~” 하고 말하며 내 손에 감싸있던 자신의 주먹을 흔들어 빼냈다

알겠으니까, 그렇게 쳐다보지 마. 부담스러~” 하고 장난스럽게 내뱉은 목소리는 어느새 평소의 톤으로 돌아가 있었다

이힛- 하고 장난스럽게 웃으며 코 밑을 문지르는 오소마츠 형의 모습에 진심으로 안심하면서 이 모든 소동의 원흉이자, 바닥에 기절해 쓰러져 있는 개똥마츠를 흘겨보았다.

 

 

 

 

 

 

5.

 

신은 우리를 저주하는 것인가, 싶을 정도로 그 이후로도 웃지 못할 사건들이 이어졌다

우연히 아침 일찍 일어나 세면실에서 마주친 개똥마츠를 실컷 적의에 가득 찬 눈으로 노려보고 있으면 그 옆을 지나가던 오소마츠 형이 오우, 뜨겁넹~” 하고 웃을 수 없는 말을 내뱉는다던가

형제가 함께 TV를 보다가 옆에 앉은 개똥마츠를 쥬시마츠라고 착각해, 개똥마츠의 어깨에 기댄다던가

지붕에서 그 같잖은 기타나 치던 개똥마츠가 지붕에서 떨어졌는데, 하필 마침 현관을 나오던 나와 부딪쳐 넘어진다던가…. 

생각만해도 분노가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일들이 연속되고, 또 그 때마다 오소마츠 형과 마주쳐 우리를 보는 그 요상한 눈빛을 받아내야 했다

뱃속에서 시작해 온 내장을 휘감아 치솟는 짜증에 이성을 유지하기 힘들 정도다

무릎에 얌전히 앉아있는 에스퍼 냥이의 등을 쓰다듬으며 마음을 추스르려 해도 한계라는 것이 있다

들끓는 울화에 뜨거워진 숨을 후- 하고 내뱉으며 눈을 감고 있는데, 드륵- 하고 현관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가장 듣기 싫은 소리가 귀청을 때렸다.


“OH…. 이치마츠뿐인가?”

“…개똥마츠, 너 당분간 집에 오지 마.”

!? 와이!?”

? 그야 꼴 보기 싫으니까. 나한테 10m 이상 가까이 접근하지 마.”

, 그럼 집 밖으로 나가야 한다만!?”

그러니까 집에 들어오지 말라고.”

, 그런!!”

나가.”

무겁게 가라앉아 칼칼하게 퍼지는 목소리에 개똥마츠가 억울하단 얼굴로 눈물을 글썽였다

성큼성큼 거실 안으로 걸어와 내 앞에 주저앉은 개똥마츠가 짜증나는 목소리로 징징대기 시작했다.


오소마츠의 오해는 내 잘못이 아니지 않나, 이치마츠으!! 나도 억울하다!! 왜 자꾸 그런 상황에 놓이는지 나도 모르겠다! 이치마츠도 좀 더 적극적으로 오소마츠에게 해명을…”

지겨운 말을 늘어놓으며 울먹이던 개똥마츠가 손을 뻗어 내 어깨를 잡았다

저도 모르게 힘이 들어갔는지 잡힌 어깨가 아파 !” 하고 신음하며 얼굴을 찌푸리자, 내 무릎에 앉아있던 에스퍼 냥이가 나를 올려다보더니 뭔가를 다짐한 듯한 표정으로 개똥마츠에게 달려들었다.


으와앗!!!”

말을 채 마치기도 전에 달려든 에스퍼 냥이에게 놀라 벌떡 일어난 개똥마츠를 에스퍼 냥이가 온 힘을 다해 물었다


개똥마츠의 가랑이를


어지간히도 세게 물었는지 개똥마츠가 날뛰는 와중에도 가랑이에 대롱대롱 매달린 에스퍼 냥이를 보며 헛웃음을 흘릴 수 밖에 없었다

남자의 급소를 강타하는 고통이 내게도 전해지는 것 같아서 몸을 부르르 떨며 날뛰는 개똥마츠에게 다가갔다

저러다가 에스퍼 냥이가 다치기라도 하면 안되니까

가까스로 에스퍼 냥이의 허리를 잡고 개똥마츠에게서 떼내려는 순간, 고통으로 완전 패닉이 된 개똥마츠가 말도 안 되는 짓을 저지르고 말았다

에스퍼 냥이가 물고 있는 청바지를 성급히 풀어 무릎 아래로 내린 개똥마츠는 나와 내가 붙잡고 있는 에스퍼 냥이 눈앞에서 하반신이 팬티 한 장이라는 몹쓸 모습이 되었다.


“…쳐죽인다….”

와이!? , 이건 어쩔 수 없었다!!”

저도 제 모습이 당황스러운지 바지를 도로 끌어올릴 생각도 하지 않은 채, 울먹이는 개똥마츠가 아팠다고!!” 하고 외치는 것도 무시하고 눈을 돌렸다.

이 이상 저 꼴을 봤다간 아침에 먹은 밥을 토하는 것은 물론이고, 그나마 남아있던 정나미도 뚝 떨어질 것 같았다.


? 잠깐, 지금까지의 패턴을 보면….

설마….


누가 설마가 사람 잡는다라는 말을 만들어낸 걸까

그 말을 증명하듯, 오소마츠 형이 거실 문을 열고 우리를 바라보았다.


와우.”

이젠 무슨 말을 해도 믿지 않을 거란 절망과 동시에 무표정으로 이상한 감탄사를 내뱉은 오소마츠 형이 조용히 거실 문을 닫았다

오소마츠 형과 눈이 마주친 나와 개똥마츠가 닫힌 문을 보며 침묵을 지켰다. 문 너머에서는 그 어떤 발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시계 초침이 똑딱이는 소리에 고개를 돌려 서로 눈을 마주한 나와 카라마츠가 천천히 조금 전 일어난 일을 다시 되돌렸다.


, 그러니까. 개똥마츠가 팬티 한 장에, 내가 그 앞에 앉아있는 상황인거지?

, 과연. 그렇군. 그렇군….


상황을 모두 이해한 나와 개똥마츠가 일제히 벌떡 일어나 거실 문을 거칠게 열어젖혔다

거실 문 앞을 떠나지 않고 있던 오소마츠 형이 놀라 어깨를 튀며 우리를 응시했다

빨리, 해명해야…!! 

오소마츠 형의 손을 붙잡고 오해라고 말하려는 순간 오소마츠 형이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며 내 손을 쳐내고 우아아아아아아!!!” 하고 괴성을 내지르며 현관 밖으로 뛰쳐나갔다.


저거 절대로 오해한 채잖아!!!


나답지 않게 외치며 슬리퍼를 대충 발에 끼우고 오소마츠 형을 따라 뛰었다

개똥마츠는 그제야 자기 하반신을 확인하고 , 잠깐 이치마츳!!” 하고 나를 불러 세웠지만, 개똥마츠 따위 알까 보냣

지금은 오소마츠 형의 오해를 푸는 게 더 중요하다고!!!


형제 중 쵸로마츠 형에 이어 2번째로 발이 빨랐던 오소마츠 형답게 오소마츠 형은 이미 저-만치 멀리에서 전속력으로 달리고 있었다

아무리 젖 먹던 힘까지 짜내 뛰어도 줄어들기는커녕 점점 늘어가는 거리에 거친 숨을 내뱉으며 발을 멈췄다

탁탁 소리를 내며 다가온 개똥마츠가 다급히 오소마츠 형의 행방을 물었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고개를 좌우로 젓는 것뿐이었다.

, 하고 한숨과 함께 혀를 찬 개똥마츠가 발을 옮겼다.


어디로 가려고?”

오소마츠가 갈 만한 곳은 다 찾아봐야지.”

망설임 없이 발을 옮기는 개똥마츠를 뒤따랐다

해가 뉘엿뉘엿 산 너머로 가라앉고 있었다

길게 그림자를 늘이며 앞서 걷는 개똥마츠의 등을 보면서, 빨리 오소마츠 형을 찾아내 이 구역질 나는 오해를 풀어야 한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 차올랐다.

 

 

 

 

 

 

6.

 

카라마츠와 이치마츠는 마을 곳곳을 돌아다니며 오소마츠를 찾았다

오소마츠가 있을 법한 곳들을 샅샅이 뒤져도 오소마츠의 머리털 하나 보이지 않았다

집과 번화가 사이에 있는 공원에서 발을 멈춘 카라마츠와 이치마츠가 답답한 속내를 숨기지 않고 여실히 드러내며 험악하게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파칭코에도, 경마장에도, 공원에도, 강가에도 오소마츠는 없었다

이제 갈만한 곳은 다 돌아봤다며 스마트폰을 만진 이치마츠가 형제들 중 가장 오소마츠를 잘 이해하고 있는 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치마츠, ?

쵸로마츠 형, 오소마츠 형 못 봤어?”

『아까 오늘은 늦게 들어온다고 연락은 왔었는데….

쵸로마츠의 말에 이치마츠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다급히 오소마츠가 어디 있냐고 묻자 폰 너머에서 쵸로마츠가 『글쎄….』 하고 말을 흐렸다.


짐작 가는데 없어?”

『음….

“….”

『아마 옆 동네 선술집에 있을걸?

알겠어!! 고마워, 쵸로마츠 형!!”

『에?? 네가 고맙단 말을 다하고, 대체 무슨 일ㅇ

쵸로마츠의 말을 다 듣지도 않고 전화를 끊은 이치마츠가 뛰기 시작했다

카라마츠도 이치마츠가 향하는 곳에 오소마츠가 있는 것을 눈치채고 곧바로 이치마츠의 뒤를 쫓았다.

 

 

 

옆 동네 선술집

술 맛이 좋다며 오소마츠가 파칭코에서 땄을 때, 종종 형제들을 이끌고 왔던 곳이다

뜀박질로 거칠어진 호흡을 다듬으며 술집 문을 연 이치마츠가 두리번거리며 오소마츠를 찾았다

술잔을 쥔 채로 테이블에 쓰러져 있는 붉은 후드를 발견하기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이치마츠는 후- 한숨을 내쉬며 오소마츠의 맞은편에 놓인 의자에 허리를 내렸다.


오소마츠 형.”

크지 않은 이치마츠의 목소리는 곧 떠들썩한 술집의 잡음에 섞여 사라졌지만, 오소마츠의 귀에는 확실히 닿았는지 게슴츠레 눈을 뜬 오소마츠가 고개를 들었다.


~? 이치마츄당~”

어지간히도 취했는지 이리저리 돌아가는 혀를 필사적으로 움직여 이치마츠를 부른 오소마츠가 헤실 웃었다

이어 테이블에 다가온 카라마츠를 본 오소마츠가 다시 빵긋 웃었다.


-마츄도 왔어~? 우헤헤~”

뭐가 웃긴지 키들거리며 어깨를 떤 오소마츠가 휘청거리는 상체를 일으켜 이치마츠와 카라마츠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너네 마랴~, 아무리 내갸 입이 싸-지만 그렇게 필샤젹으로 슘기쥐 아나도 되자나~? 말 안햔다고 해는데에…. 형제지만 너네가 조타면 나도 별로 샹관 업다고~. ~~금 외롭지먄…. 나는 너네가 조으면 조으니까아~”

“…오소마츠 형….”

이치마츠는 지끈거리는 머리를 붙잡고 오소마츠를 불렀다

대체 이 오해를 어떻게 풀어야 할 지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시원한 해답이 나오지 않았다.


형님, 정말로 우리는 그런 관계가 아니다! 이상하게 그런 상황이 일어났지만, 정말로 오해다! 적어도 나는 형님을, 오소마츠를 좋아한다!!”

우응~, 나도 카-마츄 조아~”

그게 아니다….”

자신의 마음이 전혀 전해지지 않았다는 사실에 절망하며 카라마츠가 고개를 떨궜다

술에 잔뜩 취해 해롱거리는 오소마츠는 또 다시 너네가 조아하는 거, 아무한테도 말 안한다궁~” 하고 쐐기를 박듯 내뱉고는 , 잠온당….” 하고 테이블 위에 쓰러졌다

색색- 평온히 잠든 오소마츠의 얼굴을 빤히 바라본 이치마츠가 뭔가를 결심한 듯이 진지한 표정으로 카라마츠를 바라보았다.

카라마츠도 의미심장한 얼굴로 이치마츠와 시선을 나누곤 고개를 끄덕였다

카라마츠가 완전히 쓰러진 오소마츠의 팔을 어깨에 둘러메고 일으키는 동안 오소마츠의 지갑에서 돈을 꺼내 계산을 마친 이치마츠가 앞서 어두운 골목길로 들어섰다

화려한 색으로 빛나는 간판이 번쩍거리는 거리 속으로 들어가는 이치마츠의 뒤를 오소마츠를 업은 카라마츠가 따라 걸어갔다.

 

 

 

 

 

 

 

7.

 

, ~?”

등에 맞닿은 뜨끈한 온기와 몸을 더듬는 감촉에 오소마츠가 눈을 떴다

분명 술집에서 술을 마시고 있던 자신이 푹신한 침대 위에 올라가 있다는 것을 깨달은 오소마츠가 눈을 크게 뜨고 고개를 들었다.


카라마츠?”

.”

, 이치마츠?”

.”

너네, …, 뭐해?”

오소마츠의 등 뒤에 앉아서 오소마츠의 상체를 안고 있는 이치마츠와, 오소마츠 앞에 앉아 오소마츠 다리를 껴안고 있는 카라마츠를 부르자, 태연한 얼굴로 대답한 카라마츠와 이치마츠가 오소마츠를 응시했다

술기운에 몽롱했던 정신이 순식간에 이성을 되찾고 이 상황을 이해하려 애를 썼다

오소마츠는 떨리는 목소리로 제 물음에 대답하지 않는 동생들을 불렀다.


, 뭐하려고?”

오소마츠, 우리는 계속 말했다. 그런 관계가 아니라고.”

, 어어??”

나쁜 건 오소마츠 형이니까.”

, 에에??”

카라마츠에 이어 이치마츠가 가볍게 오소마츠를 책망하듯 내뱉은 말에 오소마츠는 눈을 이리저리 굴리며 이해되지 않는단 얼굴로 신음했다.


, 잠깐…. 일단 여기 어디!?”

““러브 호텔””

카라마츠와 이치마츠의 대답에 오소마츠가 경악해 외쳤다.


!?!?!? 뭐가 좋아서, 사내 새끼 셋이서 러브 호텔에 와 있는 건데?! 뭐 하려고오!?”

러브 호텔에 왔으면 할 일은 하나지. 오소마츠 형.”

히힛- 하고 섬뜩한 웃음을 흘린 이치마츠가 오소마츠의 귓가에 살포시 속삭였다.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와 귓불에 닿는 축축한 숨결에 오소마츠가 어깨를 떨었다.


오소마츠의 오해를 풀어주려고 왔다.”

오소마츠의 다리를 들어올려 제 옆구리에 끼우고 오소마츠에게 한층 더 가까이 다가온 카라마츠가 싱긋- 웃으며 말했다

그제야 동생들의 생각을 읽은 오소마츠가 고개를 거세게 흔들며 아니, 믿어!! 믿으니까!!” 하고 외쳤지만, 이미 기차는 지나간 뒤였다.

 

 

그날 밤, 오소마츠는 가끔은 보이는 것보다 동생들의 말을 믿어야 할 때도 있다는 교훈을 뼈저리게 느꼈다.





* 다 쓰고 나니깐, 이치마츠가 카라마츠에게 너무하다는 걸 깨달았다ㅎㅎ


*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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