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속도마츠가 캐붕입니다.


* 쵸로마츠가 도둑놈... 21세 쵸로마츠 x 6세 오소마츠 이야기입니다.


* 삼남, 사남, 육남이 삼형제. 

  장남, 차남, 오남이 삼형제입니다.


* 공미포 13,596자.



* 부족한 글이지만 재미있게 봐주세요^^





오소른 50제


28. 사제지간 (쵸로오소)   풍운성월 님 신청 키워드.



1.

 

반듯한 정장을 입고 어깨에 작은 배낭을 멘 남자의 손을 잡고 아장아장 걸어오는 작은 아이를 본 순간, 만면에 미소를 피웠다

내 옆을 스쳐 지나가는 아이들 속에서 눈부신 미소로 나를 향해 뛰어오는 작은 아이에게 무릎을 굽혀 눈을 맞췄다.


- 선생님! 좋은 아침!”

안녕, 오소마츠.”

잘 굴러가지 않는 혀로 내 이름을 부르는 오소마츠와 인사를 끝내자마자 지친 기색이 역력한 오소마츠의 아버님이 걸어와 인사했다

꾸벅 고개를 숙이는 그에게 맞춰 가볍게 목을 끄덕여 인사를 마치자, 오소마츠의 아버님이 오소마츠에게 잘 지내고 있으라 손을 흔들고 지하철역을 향해 뛰어갔다

눈썹 날리게 뛰어가는 등을 배웅하며 역시 샐러리맨은 힘들구나, 하고 망연히 생각했다

샐러리맨이 되지 않아서 다행이다, 하고 학부모들에게 실례되는 생각을 흘리며 아직도 내 발치에 머물러 있는 오소마츠에게 시선을 돌렸다.


오소마츠? 선생님하고 인사했으면 교실 들어가야지~?”

시러! - 선생님이랑 있을래!”

어린아이답지 않게 단호하게 외친 오소마츠가 내 바지자락을 꽉 붙잡고 눈썹을 한껏 치켜세웠다

이런 걸 받아주기 시작하면 밑도 끝도 없다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짐짓 화난 것처럼 보이는 저 얼굴이 귀여워 참을 수가 없었다

그럼, 선생님이랑 여기서 친구들한테 인사하고 들어갈까?” 하고 물으면, 밝은 미소로 !” 하고 대답했다.

 


 

교실에 들어가자마자 가방을 내려놓고 친구들에게로 달려가는 오소마츠를 보며 요새 부쩍 어리광이 는 것에 고개를 기울였다

같은 반 원생과는 이전과 다름없이 잘 놀지만, 혼자 있기 싫어하는 것은 더 심해졌다

어른은 잘 알 수 없는 요상한 대화를 하며 원생들과 웃고 있는 오소마츠의 모습에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런 건 내가 아무리 고민해봐도 해결되지 않는 문제이다

쓸데없는 생각에 에너지를 할애하고 싶지 않아 바로 생각을 차단하고, 짜인 커리큘럼대로 아이들을 불러모아 놀이 교육을 시작했다.

 


넓은 바닥에 1인용 작은 이불이 빽빽이 깔렸다

저마다 가장 편한 자세로 잠든 아이들을 확인하고, 사무실로 발을 옮겼다

하루 중 우리 선생님들에게 유일하게 휴식이 허락된 낮잠시간

잔뜩 굳은 어깨를 움직이자 우두둑- 하고 불길한 소리가 울렸다

뻐근한 몸을 기지개 펴 쭉- 늘이고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낮잠시간은 앞으로 30분 후에 끝난다. 어젯밤 늦게까지 냐-짱의 라이브 영상을 찾아보느라 잠이 부족했다

뻑뻑한 눈을 비비고 책상에 엎드려 한숨을 내쉬었다.

10분만 자자.

조용한 사무실의 정적이 부드럽게 나를 잠의 세계로 이끌었다

무거운 눈꺼풀을 편히 닫고 서서히 어둠 속으로 흘러 들어가는 의식이 별안간 나를 흔드는 자극에 제자리로 돌아왔다.


“…쵸로마츠 선생님.”

…, ?”

막 기분 좋게 잠들려던 것을 방해받아 축- 늘어진 기분으로 대답했다

오늘 아이들의 낮잠시간 감독 당번이었던 판다 반 선생님께서 미안하단 얼굴로 그게….” 하고 말을 흐렸다.


선생님 반의 마츠노 군이….”

-, 그 녀석 또 안 자고 버티고 있나요?”

….”

요 며칠 이어진 오소마츠의 행동을 짐작하고 묻자, 판다 반 선생님이 쓴웃음과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 한숨을 내쉬고 의자에서 일어나 선생님과 함께 아이들이 자고 있는 교실로 돌아갔다.

 


오소마츠~?”

“….”

- 잘 시간인데, 왜 또 안 자고 있어~?”

절대적인 수면 부족으로 치솟는 짜증을 꾹꾹 억누르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묻자, 잔뜩 토라진 얼굴로 나를 쳐다본 오소마츠가 내 앞치마를 붙잡았다.


- 선생님도 같이 자.”

선생님도~?”

! 여기서!!”

가볍게 묻자, 고개가 떨어질 것처럼 거세게 끄덕인 오소마츠가 제 옆자리를 팡팡 내리쳤다

일정한 간격을 두고 깔린 이불 사이는 성인 남성이 몸을 쭈그려야 간신히 누울 정도의 공간이 남아 있었다.


선생님이 옆에서 같이 자면, 오소마츠도 코- 잘 거야?”

!”

작은 손으로 앞치마를 놓지 않고 재촉하듯 끌어당긴 오소마츠가 눈물로 촉촉이 젖은 눈동자를 위로 올렸다.


, 정말….

귀여워 돌아가시겠네.


어린아이 따위 한 번도 귀엽다고 생각한 적 없었다고, 나는

직업이니까 이렇게 애들을 상대하고 있지만, 제멋대로에, 이것저것 흘리고 말도 안 듣는 아이들을 좋아하지 않았는데…. 

이 세상에서 귀여운 건 냐-짱 이외엔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했던 확고한 믿음이 바람 앞에 놓인 촛불처럼 어지럽게 흔들리고 있다.


뭔데, 이 미친 귀여움은….

난 쇼타콤이 아닌데!

귀엽네, 젠장!!

마음속에서 울부짖는 본마음에 눈물지으며 오소마츠 옆에 쭈그려 누웠다.


, 선생님이랑 코- 자자.”

나를 따라 이불 위에 누운 오소마츠에게 이불을 끌어당겨 덮어주고 그 위에 손을 올려 통통- 천천히 두드려주자, 서서히 오소마츠의 눈이 감기기 시작했다.

5분도 지나지 않아 오소마츠는 고른 숨소리를 내며 완전히 잠에 빠져들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혼자서 잘만 자던 녀석이 내가 옆에 누워야 자는 이 상황이 솔직히 당황스럽다

역시 어리광이 늘어도 너무 늘었다

오소마츠가 잠든 것을 알면서도 손을 멈추지 않고 계속 두드렸다

조금이라도 더 깊은 잠이 들 수 있도록.

 

 

오소마츠를 재우느라 날아가 버린 휴식 시간 후엔 놀이 시간이 기다리고 있었다

절로 나오는 하품에 손으로 입을 가리고 고개를 숙였다

눈가에 맺힌 눈물을 슬쩍 닦아내고 마당을 뛰노는 아이들 가운데 서 있는 오소마츠에게 시선을 옮겼다

다른 원생들과 활짝 웃으며 공놀이를 하는 얼굴은 평소와 다름없이 너무나 밝았다

보니 낮잠은 제대로 잔 것 같았다

활기차게 뛰노는 오소마츠의 모습에 안심하고 고개를 돌리자 내 옆에서 쭉- 나를 응시하고 있던 요코가 내 바지를 잡아당겼다.


~? 왜 그래? 요코.”

무릎을 굽혀 시선을 맞추자 요코가 기쁘게 웃으며 안고 있던 인형을 얼굴로 들어 올렸다

수줍게 웃으며 인형으로 얼굴을 가린 요코가 간신히 들리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선생님, 요코랑 같이 소꿉놀이해요.”

소꿉놀이?”

. 선생님이 아빠고, 요코가 엄마야! 그리고 쿠-가 아기.”

들고 있는 인형을 -’라고 칭하며 꼬옥- 품에 안은 요코가 내 손을 잡아끌었다

못 이기는 척 요코의 손에 이끌려 마당 구석에 있는 모래사장에 도착했다

옷이 더러워지는 것도 신경 쓰지 않고 털썩 모래 위에 주저앉은 요코가 손을 흔들어 재촉했다.


선생님이 아빠니까 일하고 집에 들어오는 거야! 요코는 밥하고 있으니까, 선생님이 다녀왔습니다~.’ 해야 해!”

그래~.”

말을 마친 요코가 휙 뒤돌아 모래를 만지작거렸다

밥하는 시늉을 하는 요코를 보고 속으로 10을 센 후 모래사장 안으로 들어갔다.


다녀왔습니다~.”

어서 오세요~! -아빠, 어서 오세요인사했어!”

-도 인사했구나~! 착하네~!”

!”

요코를 따라 인형 머리를 쓰다듬자, 요코가 만족스럽게 웃으며 내 손을 잡아당겼다

동그랗게 뭉쳐진 모래가 있는 곳에 앉아 , 여보. 밥이에요~.” 하고 웃었다

~, 맛있겠다.” 하고 맞장구치며 모래 앞에 쭈그리고 앉자, 파다닥- 하고 거친 발소리가 들여왔다.


안 돼~!!”

조금 전까지 저쪽에서 원생들과 공놀이를 하고 있던 오소마츠가 쏜살같이 달려와 나를 껴안았다

요코가 놀이 중간에 들어온 방해꾼을 노려보며 몸을 일으켰다.


“모! 저기 비켜어!!”

안 돼! - 선생님하고 놀면 안 돼!!”

나를 껴안고 있는 팔에 힘을 주고 단호히 외친 오소마츠가 질세라 요코를 쏘아봤다

요코가 발을 굴리며 화를 내자 오소마츠도 함께 화를 내며 마당에 가득 울릴 정도로 크게 외쳤다.


- 선생님은 내 꺼!!!”

씩씩대며 외친 오소마츠가 눈물을 글썽이며 나를 올려다보았다

내 동의를 구하는 눈빛에 나도 모르게 고개를 위로 젖히고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 뭔데 이 천사!!!


몸을 부들부들 떨며 번민하고 있는 내 속도 모르고 함께 마당에 나와 있던 선생님들은 어머나~.” 하고 속 편한 감탄사를 내뱉으며 오소마츠와 요코의 공방을 구경하고 있었다.


그렇게 구경하지 말고 좀 말려달라고!! 죽겠다고!

뭐야, 이 생지옥!!!


모에사() 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생각에 몸부림치는 나를 두고 말싸움을 이어가던 요코가 기어이 울먹이기 시작했다.


, 우으~! 쵸로마츠 선생님~~.”

금방이라도 울어 젖힐 것처럼 나를 보고 훌쩍이는 요코의 모습에 재빨리 요코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미소를 띄웠다.


그럼 다 같이 할까? 요코가 엄마, 선생님이 아빠하고, 오소마츠는…, 삼촌 할까?”

“…, 으응….”

방실방실 웃으며 말하자 요코가 소매로 눈물을 닦으며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 한숨을 내쉬며 멈췄던 (놀이) 상황을 다시 이어가려는 내게 오소마츠가 다시 매달렸다.


시러!! 셋이서 할 거면 쵸- 선생님이 아빠고 내가 엄마 할래!!”

이 무슨 폭탄 발언.

오소마츠의 파격적인 제안에 요코가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어린아이가 봐도 오소마츠가 엄마를 한다는 것이 이상했는지, 아니면 엄마라는 역할을 뺏기기 싫었는지, 요코가 발을 쿵쿵 구르며 오소마츠에게 외쳤다.


요코가 엄! ! !!”

-!!! 오소가 엄마야!!”

내게 매달려있는 오소마츠를 떼어내려는 요코와 오소마츠 사이에 또다시 실랑이가 이어지고 결국 두 아이 모두 거하게 울음을 터뜨렸다

우와아앙-!!” 하고 큰 소리로 우는 요코를 구경하고 있던 선생님에게 맡기고 내 옷을 꽉 잡고 놓아주지 않는 오소마츠를 안아 올렸다

낮잠 시간처럼 통통 등을 두드려주었지만, 뭐가 그렇게 서러운지 오소마츠는 놀이 시간이 다 지나가도 울음을 그치지 않았다.

 

 


유난히 전도 다난했던 하루가 끝나가고 있었다

부모님의 손을 잡고 선생님들에게 손을 흔든 아이들이 하나둘씩 집으로 돌아간다

원생들의 반 이상이 부모님과 함께 떠나고, 연장 보육을 신청한 아이들 사이에서 오소마츠가 일어나 내게 걸어왔다.


- 선생님, 안아줘!”

발치에서 나를 올려다보며 짧은 두 팔을 활짝 벌린 오소마츠의 모습에 (속으로) 코피를 흘리며 작은 몸을 안아 들었다

이대로 오소마츠를 안고 교실에 돌아가면 다른 원생들도 안아달라고 보챌 것이 뻔했다

오소마츠를 안고 뒷마당에 세워진 토끼 사육장으로 발을 옮겼다

얼마 전에 태어난 아기 토끼들을 보여주자 오소마츠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피어났다

엄마 토끼 품에 폭 파묻힌 아기 토끼 두 마리와 혼자 사육장을 돌아다니는 한 마리의 아기 토끼를 본 오소마츠가 손을 들었다.


저 아기는 형아?”

? 형아?”

. 그래서 엄마가 안 안아주는 거야?”

혼자 사육장을 탐험하는 아기 토끼를 가리키며 나를 보고 묻는 오소마츠의 질문에 고개를 기울였다

가끔 어린아이들이 뜻 모를 질문을 던지는 경우는 있지만, 생각지도 못한 오소마츠의 질문에 대답을 망설였다.


…. 글쎄-, 선생님은 잘 모르겠다.”

저 아기가 형아일 거야….”

대답을 회피하는 나와 아기 토끼를 번갈아 본 오소마츠가 홀로 대답했다

무슨 경위로 그런 판단을 내렸는지 모르겠지만, 오소마츠의 안에선 이미 혼자 떨어져 있는 아기 토끼를 이라고 결정해버린 것 같았다

어쩐지 묘하게 풀이 죽은 오소마츠를 안고 손목시계를 내려보았다

곧 오소마츠의 부모님이 올 시간이 된 것을 확인하고 오소마츠와 함께 원내로 이동했다

복도에 오소마츠를 내려놓자 순순히 아래로 내려온 오소마츠가 내 손을 붙잡았다

작은 손이 필사적으로 내 손을 붙들고 있는 것이 신경 쓰여 그 자리를 떠나지 않고 오소마츠 곁에 섰다

활짝 열린 문 너머로 정장을 휘날리며 뛰어오는 오소마츠의 아버님 모습이 보였다.

오소마츠, 아빠 오셨다-.” 하고 속삭이자 기뻐할 것으로 생각했던 오소마츠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무슨 일이냐 묻기도 전에 현관에 들어선 오소마츠 아버님이 오소마츠를 불렀다

꽉 붙잡고 있던 내 손을 놓고 쪼르르 교실로 달려가 가방을 챙겨온 오소마츠가 내게 손을 흔들었다.


- 선생님, 바이바이.”

그래~, 바이바이~!”

오소마츠에게 맞춰 손을 흔들며 인사하고 고개를 꾸벅이는 아버님에게 인사했다

오소마츠는 아쉬운 듯이 나를 쳐다보고 아빠 손을 잡고 집으로 돌아갔다

남은 아이들도 부모님 손에 들려 보낸 뒤, 사무실로 돌아왔다

한숨을 내쉬며 의자에 털썩 엉덩이를 내리자 맞은편 책상에 앉은 판다 반 선생님이 의아한 얼굴로 무슨 일이냐 물었다

최근 오소마츠가 어리광이 늘고, 때때로 기운이 없다고 말하자 판다 반 선생님이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마츠노 군 동생 생겼잖아요. 부모님이 동생 돌보느라 바쁘니까 그럴 거예요.”

동생이요?”

선생님의 말에 오래전 동생이 생길 거라며 오소마츠가 자랑을 늘어놓았던 일이 기억났다.

뒤에서 이야기를 듣던 다른 선생님이 끼어들어 애들은 종종 그래요. 동생이 생기면 부모님 관심이 동생한테 가니까 질투도 하고, 외로워하기도 하고…. 우리 애도 그랬거든요.” 하고 웃으며 말했다

맞은편의 판다 반 선생님이 맞장구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가, 외로워서….”

나도 모르게 나온 혼잣말에 판다 반 선생님이 생긋 웃더니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거예요.” 하고 대화를 마무리했다

선생님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시간이 지나 오소마츠의 어리광이 사라질 미래를 상상하자 조금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2.

 

아이들의 놀이 교육이 시작되기 직전, 평소보다 훨씬 늦은 시간에 부랴부랴 오소마츠의 아버님이 오소마츠 손을 잡고 뛰어왔다

내게 오소마츠의 손을 건네주자마자 인사도 하는 둥 마는 둥, 오소마츠의 아버님은 역을 향해 뛰어갔다

평소처럼 오소마츠, 안녕~.” 하고 인사를 건네자, 항상 미소로 대답하던 오소마츠가 어두운 얼굴로 안녕하세요….” 하고 대답했다.

 


등원할 때부터 기분이 나빠 보였던 오소마츠는 수업이 시작된 후로도 계속 아무 말 없이 앉아있었다

놀이 시간이 되어도 마당에 나가지 않고 교실에 남아 있는 오소마츠에게 다가가 왜 기분이 나쁘냐 물어도 대답도 하지 않고 고개를 흔들었다

아침부터 아무 이야기도 하지 않는 오소마츠를 앞에 두고 작게 한숨을 내쉰 순간, 사무실에 있던 선생님이 나를 향해 손짓했다

덩그러니 교실에 혼자 앉아있는 오소마츠를 뒤로 하고 사무실로 가는 중에도 자꾸 오소마츠가 눈에 밟혔다

사무실에 들어가 내게 걸려온 전화를 받자 수화기 너머에서 당황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소마츠 아버님?”

죄송합니다. 아침에 정신이 없어서 이제야 전화를 드리네요….

기운 없는 목소리가 오늘 미처 도시락을 챙기지 못했다며 죄송하단 말을 전했다

다른 어린이집보다 보육료가 싼 우리는 급식이 아닌 도시락으로 점심을 해결하고 있었다

오늘 오소마츠가 먹을 도시락을 챙기지 못했다는 아버님의 말에 최근 오소마츠의 도시락이 굉장히 빈약했던 것이 떠올랐다

일단 알겠다는 말과 함께 통화를 끊었다. 수화기를 내려놓자 때마침 놀이 시간 종료를 알리는 종소리가 울렸다

우르르- 어린이집을 울리며 뛰어다니는 발소리가 지나갔다

교실로 돌아오자 도시락을 먹는 아이들 사이에서 오소마츠가 침울한 얼굴로 고개를 푹 숙이고 앉아있었다

도우미 선생님에게 아이들 감시를 맡기고 오소마츠를 불렀다.


- 선생님…?”

타박타박- 가벼운 발소리를 울리며 다가온 오소마츠에게 무릎을 굽히고 시선을 맞췄다.


오소마츠, 오늘은 선생님이랑 같이 점심 먹을까?”

같이…?”

, 다른 아이들에겐 비밀로 하고.”

비밀!”

비밀이라는 단어에 눈을 빛내는 오소마츠에게 웃어 보이며 집게손가락을 입가에 가져댔다.


-!”

!”

고개를 끄덕이며 작은 손으로 제 입을 막은 오소마츠의 손을 잡고 사무실로 향했다

사무실에 있던 선생님께도 양해를 구한 후, 사무실에 놓인 소파에 오소마츠를 앉혔다

가방에서 도시락을 꺼내 소파 앞에 있는 커피 테이블에 올려놓았다

최대한 돈을 아끼며 운영되는 우리 어린이집은 교사도 전부 도시락을 싸 와야 했다

성인용의 커다란 도시락통에 오소마츠가 우와~!” 하고 감탄했다

어린이용 수저를 챙기고 오소마츠 옆에 앉아 도시락통을 열었다

어제 먹고 남은 가라아게와 계란말이, 채소 조림 밖에 없는 조촐한 도시락이지만 남은 반찬과 밥을 전부 처리하려고 꾹꾹 눌러 담아 와서 평소보다 양은 많았다

작은 손에 수저를 쥐여주자 오소마츠가 눈을 빛냈다.


- 선생님이랑 같이 먹는 거야?”

. 같이 먹는 거야.”

내 대답에 오소마츠의 얼굴에 해맑은 미소가 만개했다

조금 전까지 보였던 기운 없는 모습은 찾을 수 없었다

오소마츠의 미소를 따라 웃어주고, 도시락 뚜껑에 밥을 조금 덜었다

반찬을 가리지 않을까 걱정했던 것과 달리 오소마츠는 채소 조림도 맛있게 먹으며 차근차근 덜어진 밥을 없애가고 있었다.


- 선생님, !”

오소마츠의 부름에 고개를 돌리자 젓가락에 꽂힌 노란 계란말이가 나를 맞이했다.


? 아니, 잠깐만.

이거 설마, -’는 아니겠지?

연인들 사이의 그 -’가 아닌 거지!?


혼란으로 흔들리는 동공에 오소마츠의 뿌루퉁한 얼굴이 비쳤다

선생님, ~!!” 하고 화를 내며 손을 흔드는 오소마츠에게 이끌려 젓가락에 꽂힌 계란말이를 입에 넣었다.


우헷! - 선생님이 먹었다! 그럼 나도!! 나도 아!”


[오소마츠는 - !’을 사용했다. 효과는 엄청났다.]


기쁘게 웃으며 눈을 살포시 감고 입을 벌린 오소마츠를 최대한 쳐다보지 않으려 노력하며 계란말이를 하나 집어 오소마츠의 작은 입에 넣어주었다

-!” 하고 감탄하며 맛을 음미하는 오소마츠와 달리 내 심장을 터지기 일보 직전

그야말로 죽기 직전이었다

우물우물 통통한 볼을 움직이며 계란말이를 잘 씹어 넘긴 오소마츠가 맛있어!” 하고 행복하게 웃었다

피식- 웃으며 맛있어?” 하고 되묻자 거세게 고개를 끄덕인 오소마츠가 엄마가,” 하고 말을 이었다.


엄마가 만든 것도 엄청 맛있어! 내일 도시락에 가지고 올 거야! - 선생님도 같이 먹어! 내일도!!”

그래, 그래.”

때 하나 묻지 않은 순수한 눈으로 쳐다보는 오소마츠에게 도저히 고개를 저을 수 없어 작게 수긍하며 오소마츠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내일도 같이 점심을 먹는다는 말에 손가락을 내밀어 약속!” 하고 외친 오소마츠가 심장을 강타했다.


―――!!

정말로, 뭔데 이 귀여운 생물은!!!

지나친 귀여움은 눈에 독이 되던가…. 

치솟는 눈물을 머금고 오소마츠의 손가락에 새끼손가락을 걸었다.

 

 

점심을 함께 먹은 것이 제법 기뻤는지 오소마츠는 오전과 달리 오후에는 활발하게 교실 안을 뛰어다녔다

친구들과 장난치고 수업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에 안도하며 내일도 오소마츠와 함께 먹을 수 있게 도시락을 넉넉히 싸야 한다는 것을 머릿속에 입력했다

내일 반찬은 뭐로 할지 고민하는 사이에 시간은 흘러 부모님들이 아이들을 데리러 올 시간이 되었다

아버님이 오실 시간에 오소마츠의 손을 잡고 현관에서 기다리고 있으면 오소마츠의 아버님이 헐레벌떡 현관으로 뛰어들어왔다

간단한 인사를 나누고 오소마츠의 손을 아버님에게 넘겨주었다

기분 좋게 뒤돌아 내게 인사한 오소마츠가 제 아빠의 손을 잡아당겼다

-?” 하고 웃으며 고개를 숙인 아버님에게 오소마츠가 활짝 웃으며 말했다.

거리가 멀어 무슨 말을 하는지는 들리지 않았지만, 아버님의 얼굴색이 서서히 변하는 것은 똑똑히 보였다

오소마츠의 말이 끝나자마자 오소마츠의 손을 놓고 양손으로 오소마츠의 가녀린 어깨를 감싸고 시선을 맞춘 아버님이 눈썹을 늘어뜨리고 말했다.


엄마는 카라마츠 돌보느라 바쁘잖아~. 그러니까 엄마 힘들게 하면 안 되지? 오소마츠는 이제 형아니까 조금만 참자?”

아버님의 목소리가 뚜렷하게 귀에 들어왔다. 순식간에 오소마츠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 다문 입술이 울음을 참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오소마츠의 침묵을 동의로 받아들인 아버님은 오소마츠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착하네-, 오소마츠는.” 하고 말하곤 오소마츠의 손을 잡고 멈췄던 걸음을 재촉했다.


아아, 저건 참고 있는 건데….


멀어지며 작아지는 오소마츠의 뒷모습을 보며 문득 자신의 어린 시절을 회상했다

나이 차도 별로 나지 않는 형제들. 그중에서 장남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게 된 나는 무조건 참아야 했다

가지고 싶었던 장난감도, 먹고 싶었던 간식도, 부모님의 사랑도 모두 동생들에게 양보하고 참아야 했다

부모님은 그런 나를 보며 의지가 된다고, 착한 아이라고 칭찬하며 내가 참고 있는 것을 당연하게 여겼다

동생따위 정말 싫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나도 좋아서 참는 게 아니라고 부모님께 대들고 싶었지만, 소심한 나는 그럴 수 없었다

그렇게 참고 참다가, 참는 것에 익숙해졌을 때에야 비로소 동생들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있었다

부모님의 관심을 모두 뺏어간 원수에서 단순한 나의 동생으로. ‘동생이 있는 사람이라면 응당 한 번쯤 겪을 경험이겠지만, 별로 좋은 기억은 아니다

항상 낙천적이고 밝게 웃는 오소마츠가 나와 같은 경험을 하는 것은 조금 싫다고, 혼자 중얼거렸다.

 

 

 

다음 날, 아버님과 싸웠는지 잔뜩 토라진 얼굴로 등원한 오소마츠가 나를 보자마자 아버님의 손을 놓고 달려왔다

내 다리에 매달려 간절한 얼굴로 오소마츠가 칭얼거렸다.


- 선생님, 어부바!”

한계까지 참고 있는 어린아이의 얼굴에 작게 한숨을 내쉬고 오소마츠가 뻗은 손을 잡았다

그대로 오소마츠를 들어 안으려는 순간, 아버님이 오소마츠를 향해 호통쳤다.


어디서 버릇없게! 선생님 힘들게 하면 안 되지!”

아버님의 말에 오소마츠가 어깨를 잔뜩 움츠리고 울상을 지었다

또 입을 꾹- 다물고 참고 있는 모습에 가슴이 지끈거렸다

아버님 앞에 서서 손을 휘저으며 괜찮다고 말하며 태연하게 웃었다

면목 없다는 얼굴로 오소마츠가 어리광 피워 죄송하다는 말을 남긴 아버님이 시간을 확인하고 역을 향해 걸음을 뗐다

아버님을 배웅하고 뒤돌자, 오소마츠는 울상이 된 얼굴로 더는 내게 매달리지 않고 훌쩍 교실로 들어갔다.

 

 

낮잠 시간, 오소마츠가 계속 마음에 걸려 몰래 오소마츠의 상태를 보러 교실 안으로 들어갔다

색색 깊은 잠에 빠진 아이들 사이에서 혼자 담요를 머리끝까지 덮어쓰고 웅크리고 있는 오소마츠 옆에 앉자, 작게 훌쩍이는 소리가 귀에 걸렸다.


오소마츠.”

부드럽게 이름을 부르자, 오소마츠의 몸이 움찔 튀었다

조심스럽게 담요를 집어 아래로 내리자 눈물 젖은 오소마츠의 얼굴이 보였다.


- …샌님도, 내가 미워? , 선섕님 힘들게 해쪄…?”

울먹이며 묻는 오소마츠에게 다정히 웃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아냐, 힘들게 안 했어. 오소마츠는 하나도 나쁘지 않아. 선생님은 오소마츠 안 미워해. ~청 엄~~청 좋아해.”

, 졍말로…?”

. 선생님은 오소마츠 엄~청 좋아해.”

그럼 쭉- 내 편이야?”

어린아이다운 질문에 눈이 자연스럽게 휘어졌다

미소와 함께 고개를 끄덕이고 오소마츠의 눈가에 맺힌 눈물을 닦아냈다.


. 선생님은 항상 오소마츠 편이야.”

 

그 한마디에 오소마츠가 이 세상에 모든 어둠을 몰아낼 수 있을 정도로 활짝 웃었다.

 

 

 

 

 

3.

 

하늘이 새까매진 늦은 저녁. 추적추적 내리는 비를 뚫고 지친 몸과 함께 집으로 향했다

오늘 저녁은 편의점 도시락으로 할까

집에 밥 다 먹었고…. 

집으로 가는 길목에 있는 편의점에 들릴 참으로 골목을 꺾은 순간, 털퍽! 하고 둔탁한 소리와 함께 다리에 추 달린 것마냥 무거웠다

뭐지?, 하고 고개를 내리자 전혀 예상하지 못한 얼굴이 나를 응시하고 있었다.


오소마츠!?!?”

- 선생님 찾았다.”

우산도 쓰지 않고 비에 쫄딱 젖은 오소마츠가 나를 보며 배시시 웃었다

아니, 지금은 웃을 때가 아니니까!! 

어린이집하고도, 그리고 오소마츠의 집하고도 꽤 멀리 떨어진 이 동네에 대체 왜 오소마츠가 있는지 혼란스러운 내 머리로는 도저히 답을 낼 수 없었다

게다가 지금은 늦은 저녁

분명 집에 돌아갔을 오소마츠는 여전히 어린이집 옷을 입고 있었다

데굴데굴 굴러가는 이성을 간신히 붙잡고 보자, 축축하게 젖은 오소마츠가 추운지 덜덜 몸을 떨고 있었다.

재빨리 입고 있던 외투를 벗어 오소마츠에게 두르고 안아 들어 집을 향해 뛰었다

이대로 놔뒀다간 감기 걸릴 거고, 여기서 오소마츠 집까지 가면 너무 멀다.

정말 오랜만에 전속력으로 뛰어 집에 도착해 거칠게 열쇠를 꽂아 열고 오소마츠를 욕실에 집어넣었다

차갑게 젖은 옷을 벗기고 샤워기로 따뜻한 물을 오소마츠의 몸에 뿌렸다

욕실에 모락모락 피어난 김이 가득 찰 때쯤, 오소마츠의 떨림도 멈췄다

때맞추어 욕조에 가득 찬 온수에 오소마츠를 씻겼다

푹신한 수건으로 꼼꼼히 물기를 닦아내고 오소마츠의 젖은 옷을 세탁기에 넣고 가방에 들어 있던 여분의 옷을 꺼냈다

가방은 흠뻑 젖었지만, 방수 소재여서 안에 들어 있던 옷은 무사했다

우리 어린이집이 항상 여분의 옷을 지참하도록 해서 다행이라 새삼 안심하며 오소마츠에게 옷을 건네주었다.

 

오소마츠.”

“….”

옷을 갈아입고 내 앞에 앉아있는 오소마츠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한숨을 내지 않게 조심하며 다시 부드럽게 오소마츠를 불렀다.


오소마츠, 왜 거기 있었어?”

“…- 선생님, , 거기, 있다고…. 예전에….”

….”

이전, 선생님 집은 어디냐고 집요하게 물어오는 아이들에게 적당히 손가락으로 방향만 알려주었던 기억이 났다

저쪽으로 쭉- 가면 선생님 집이야.” 하고 이야기했던 것을 떠올리고 이쪽으로 걸어온 건가

아이 걸음으로 여기까지 오는데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렸을지 상상하고 결국 푹- 한숨을 내쉬었다

십중팔구 수준이 아니라 십중십 가출이다

분명 오소마츠의 부모님은 지금 필사적으로 오소마츠를 찾고 있겠지. 

비상연락망이 적힌 수첩을 꺼내 핸드폰을 들었다.


일단 오소마츠 부모님께 연락 드리자.”

시러!!”

내 말에 오소마츠가 벌떡 일어나 핸드폰을 들고 있는 내 손에 매달렸다

눈물을 글썽이며 고개를 젓고 전화하지 마! - 선생님!!” 하고 외치는 오소마츠를 무릎에 앉혔다.


왜 전화하지 마?”

집에 가기 싫어! 여기서 쵸- 선생님이랑 계속 같이 살래!!”

오소마츠 엄마랑 아빠가 슬퍼할 텐데? 지금도 엄청 걱정하고 계실 거야.”

걱정 안 해….”

오소마츠가 목소리를 흐리며 내 팔을 잡고 있던 손을 내렸다

또 고개 숙인 오소마츠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이어질 말을 기다렸다

내 무릎 위에서 작게 몸을 웅크린 오소마츠가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간신히 말을 이었다.


이제 걱정 안 해. 엄마랑 아빠는 카라마츄만 예뻐해. 내가 미우니까. …카라마츄 싫어…. 엄마랑 아빠도 미워….”

어린아이다운 불만에 작게 웃고 정성스럽게 오소마츠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동안 대견하게 잘 참아온 작은 몸을 꽉 안아주고 오소마츠의 귓가에 속삭였다.


아니야. 오소마츠 엄마, 아빠가 얼마나 오소마츠를 사랑하는데. 지금은 동생이 너무 약해서 그래. 오소마츠는 이제 혼자서 잘 할 수 있는데 동생은 그럴 수가 없으니까 그런 거야. 오소마츠를 사랑 안 하는 게 아니야.”

“…나보다 카라마츄를 더 사랑하는 거잖아.”

“…엄마, 아빠는 오소마츠를 사랑하니까 오소마츠가 혼자서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근데 오소마츠는 혼자가 싫지? 엄마, 아빠도 잘못할 때가 있으니까 오소마츠가 잘 알려줘야지.”

“…뭐라고?”

나도 혼자는 싫어요~, 하고.”

정말로, 엄마랑 아빠가 나도 사랑하는 거야? 카라마츄를 더 좋아하는 거 아냐?”

아니야~.”

- 선생님도?”

?”

- 선생님도, 카라마츄가 더 좋은 거 아니지?”

귀여운 질투에 피식- 웃음이 새어 나왔다. 오소마츠를 껴안은 팔에 더 힘을 주어 강하게 끌어안고 불안하게 흔들리는 눈동자를 맞추고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선생님은 오소마츠가 더 좋아. 선생님은 오소마츠 편이니까.”

“….”

오소마츠의 작은 대답에 천천히 손을 풀고 다시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연락처를 보며 번호를 찍는 내 손을 오소마츠는 막지 않았다

신호음이 몇 번 울리기도 전에 전화를 받은 아버님의 목소리는 예상대로 엉망이었다

얼마나 뛰어다녔는지 거친 숨소리가 그대로 전해졌다

오소마츠가 우리 집에 와 있다는 것을 전하자 떨리는 목소리가 놀랐다

안도의 한숨과 함께 알겠다는 대답을 한 오소마츠의 아버님은 20분도 지나지 않아서 우리 집에 도착했다.

 


 

“…오소마츠.”

“….”

오소마츠는 고개를 돌리고 아버님의 눈길을 외면했다

오소마츠의 손을 단단히 붙잡은 아버님은 울 것 같은 얼굴로 걱정했잖아!” 하고 외쳤다

이웃에 민폐가 되지 않을까, 조금 걱정되어 아버님을 말리고 오소마츠가 왜 가출했는지 설명했다

아버님은 내 설명을 들으며 놀란 얼굴을 하고 오소마츠를 응시했다.


오소마츠, 아까 선생님이 말한 거 기억해?”

“…아까?”

엄마, 아빠가 잘 모르니까 오소마츠가 제대로 알려줘야 한다는 말.”

….”

고개를 끄덕인 오소마츠가 아버님을 보며 숨을 들이마셨다.


나도 혼자 있는 거 싫어요! 카라마츄처럼 엄마랑 있고 싶어요!!”

오소마츠의 외침에 아버님의 얼굴이 슬프게 일그러지더니 오소마츠를 강하게 안고 미안해.” 하고 속삭였다

주룩주룩, 내 앞에선 보여주지 않았던 얼굴로 오소마츠가 마음껏 웃었다

동네가 떠내려가라 대성통곡하는 오소마츠를 보며 이웃에서 건의 한두 건 들어올 것을 각오했다.

 


- 선생님, 바이바이.”

실컷 울어 벌게진 눈으로 오소마츠가 웃었다

마주 웃어주며 손을 흔들자, 오소마츠가 아버님의 손을 잡고 집을 향해 걸었다.


한 건 해결.

더 이상 오소마츠가 힘들어하지 않을 거란 생각에 시원하면서도 역시, 더는 내게 매달리지 않겠다는 아쉬움이 남았다

멀어지는 두 부자(父子)의 모습을 배웅하며 쓴웃음을 흘리고 현관문을 열었다.


이걸로 내 천국 같았던 나날도 끝이구나.

 

 

 

 

 

4.

 

쥬시마츠~, 횽아가 데리러 왔어~!”

교실에 퍼지는 앳된 목소리에 공을 굴리며 놀던 쥬시마츠가 벌떡 일어났다

빠르게 가방을 메고 교실을 뛰어나가는 쥬시마츠를 따라 현관으로 발을 옮겼다.


오늘도 고생이 많네, 오소마츠 군.”

진녹색 가쿠란 아래 붉은 후드를 입은 오소마츠에게 인사말을 건네자, 오소마츠가 어릴 때부터 변하지 않은 장난스러운 미소와 함께 코 밑을 문질렀다

형아!!” 하고 번쩍 뛰어오른 쥬시마츠를 능숙하게 받아낸 오소마츠가 흘러내린 가방을 고쳐 매고 나를 보며 웃었다.


쵸로 씌도 쥬시마츠 돌보느라 고생했어요~!”

얀마, 제대로 선생님안 붙이냐?”

이제 선생님도 아닌데, .”

가벼운 핀잔에 오소마츠가 입을 삐죽 내밀고 투덜거렸다

중학생이나 됐으면서 저런 부분은 여전히 남아있다

쥬시마츠를 안아 올린 오소마츠에게 오늘 쥬시마츠의 행동을 간단히 설명했다.


오늘 쥬시마츠가 좀 많이 움직였으니까, 돌아가면 바로 저녁 먹이고. 또 일찍 재워.”

~.”

카라마츠는 잘 지내?”

~! 그 녀석, 연극에 관심 가지고 있던데?”

연극?”

얼마 전에 다 같이 뮤지컬 보러 갔는데 그게 엄청 감동적이었나 봐.”

-.”

지금 어린이집을 쥬시마츠와 카라마츠, 그리고 오소마츠까지 모두 여기를 다녔기에 모두 내 제자였다

간단히 카라마츠의 안부를 주고받은 후, 쥬시마츠에게 손을 흔들었다.


그럼 잘 가~, 쥬시마츠~!”

아이아이!!”

그리고 오소마츠, 너는 제대로 존댓말 쓰고.”

에이~, 사랑에 나이가 무슨 소용이야~. 오늘도 사랑해~, 쵸로 씌.”

…. 어른을 놀리면 큰코다친다.”

-, 진짠데.”

이젠 아예 습관이 되어버린 고백을 가볍게 흘리고 오소마츠에게도 손을 흔들었다

오소마츠는 내 배웅에 기쁘게 웃으며 내일 또 봐! 쵸로 씌~!” 하고 외치고 쥬시마츠와 나란히 손을 잡고 현관을 빠져나갔다

어릴 적, 동생이 밉다며 심통을 부렸던 아이의 모습은 사라지고, 어엿한 이 된 뒷모습을 배웅하며 가슴이 아득히 퍼지는 따뜻함에 미소가 스쳤다.

 

 

 

5일간의 고생 끝에 찾아온 꿀 같은 휴일

밥 짓는 것도 귀찮아 편의점에서 적당히 도시락을 사서 귀가하는 길에 익숙한 얼굴을 마주쳤다.


오소마츠?”

“…쵸로마츠으~.”

대체 어디서 굴렀는지 흙투성이가 된 옷에 쫄딱 젖은 오소마츠가 울먹였다

흠뻑 젖은 모습에 고개를 들어 하늘을 살폈다

오늘 날씨는 맑음. 비가 온 적도 없다

바싹 마른 바닥에 오소마츠의 옷에서 떨어진 물방울이 투둑 떨어졌다

아무리 날씨가 따뜻하다고 해도 이대로 있다간 감기에 걸리고 만다

훌쩍이기 시작한 오소마츠를 데리고 우리 집으로 향했다.

 

 

쵸로 씌 집은 그대로네-.”

젖은 옷을 벗고 목욕을 하고 나온 오소마츠가 멍청히 중얼거렸다

갈아 입힐 적당한 옷이 없어 내준 내 셔츠는 오소마츠에겐 조금 컸다

소매를 돌돌 말아 걷고 허리가 맞지 않는 반바지를 흘러내리지 않게 움켜쥔 오소마츠를 바닥에 앉히고 주방으로 나왔다.


남친 셔츠냐!!!

속으로 외치고 바로 스스로 태클을 걸었다


남친은 무슨, 안 사귀니까!! 

아니 오히려 사귀면 위험하니까?! 

바로 철컹철컹이라고!! 


마침 집에 남겨져 있던 레몬청을 꺼내 레몬티를 탔다

컵 한 쌍을 들고 거실로 돌아가 레몬티를 내주자, 오소마츠가 헤실 웃으며 컵을 손에 쥐었다.


, 얘는 왜 나이가 먹어도 이렇게 귀여운 거야!?

아니, 정신 차려라! 쵸로마츠으~!!!


스멀스멀 올라오는 번민을 고개 흔들어 날려버리고 오소마츠를 마주 보고 조심스럽게 물었다.


오소마츠, …. 무슨 일 있어?”

…. 나 가출했어.”

!?”

내 질문에 오소마츠가 기운 없는 얼굴로 어깨를 축 늘였다

가출이라는 단어에 두근거리기 시작한 새가슴을 두드리고 다시 조심조심 물었다.


무슨 일 있어? 또 동생들 때문에…?”

“….”

완전히 입을 다물어버린 모습에 지뢰를 밟았나 자책하며 오소마츠에게 한 걸음 가까이 다가갔다

울고 싶은 걸 참고 있는지 부들부들 떨리는 오소마츠의 어깨를 슬쩍 잡자, 오소마츠가 팟! 하고 고개를 들었다.


뻥이지롱~!!!”

하아!?!?”

어깨를 부들부들 떨며 웃는 오소마츠에게 꿀밤을 한 대 먹여주고 놀란 가슴을 진정시켰다

- 한숨을 내쉬는 내게 키들대며 오소마츠가 손을 흔들었다.


-여운 동생들 때문에 가출할 리 없잖아~. 그 녀석들 나 없으면 안 되고~.”

정말, 너는…. 어른을 놀리지 말라고 했지!”

우햐햐!”

- 침대에 등을 기대고 노려보자 오소마츠가 만족스럽게 웃었다

배를 잡고 웃는 녀석들 내버려 두고 남은 레몬티로 목을 축였다

실컷 웃었는지 웃음을 멈춘 오소마츠가 나를 보며 은은한 미소와 함께 중얼거렸다.


쵸로마츠랑 같이 있고 싶었어.

조용한 방 안에 필요 이상으로 크게 들리는 말에 뜨거워지는 얼굴을 필사적으로 숨겼다

나를 보며 샐쭉 웃는 오소마츠의 머리를 다시 콩, 때리고 숨을 내쉬었다.


그럼, 정말로 동생들 때문에 힘들거나 하진 않은 거지?”

혹시나 또 힘든 걸 참고 있지는 않을까 싶어 묻자, 오소마츠가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두세 번 눈을 깜빡이더니 곧 배시시- 웃으며 다리를 모아 감싸 안았다.


. 괜찮아. 쵸로마츠가 쭉- 내 편 해줄 거니까,”

괜찮아, 하고 말을 이은 오소마츠가 정말로 행복한 얼굴로 미소 지었다

자체발광 기능을 갖춘 오소마츠의 미소에 눈을 돌리고 이를 꽉 악물었다.


천사냐, 젠장.

너무 귀여워서 눈의 독이다.

무릎을 앉은 채로 쓱쓱 엉덩이를 끌고 다가온 오소마츠가 나를 올려다보며 볼을 부풀렸다.


근데 쵸로마츠는 언제 나랑 사귀어 줄 거야?”

사귄다는 것이 당연하단 전제를 깔고 묻는 오소마츠의 이마에 딱콩을 먹여준 후, “선생님 붙이랬지.” 하고 짐짓 엄하게 말했다.


이제 쵸로마츠는 내 선생님은 아니잖아~. ~? 언제? 언제 사귀어 줄 거야?”

꾹꾹- 제 발로 내 무릎을 누르며 조르듯 묻는 오소마츠의 모습에 항복을 안 할 수 없었다

이렇게 귀여운 생물은 이 세상에 존재해서는 안 되는데

열 살이 넘게 나는 나이 차도 별 것 아니게 느껴질 정도로 오소마츠의 귀여움은 막강했다.

자신에게 질린 한숨을 보내고 오소마츠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성인이 되고 나면.”

!”

중간에 다른 녀석 좋아해도 괜찮으니까.”

~? 괜찮아, 안 변해! , 평생 쵸로 꺼고! 쵸로마츠도 평생 내 꺼니까!”

진심으로, ‘이런 열렬하고 귀여운 고백을 듣고 ‘NO!’라고 외칠 수 있는 사람이 존재할까?’ 라는 의문이 들었다.

 

 

더 있다가 가겠다는 오소마츠를 억지로 현관 밖으로 밀어냈다

중학생이 어딜 늦게까지 돌아다니려고 하냐는 내 잔소리에 오소마츠가 뿌루퉁한 얼굴로 발을 찼다

오소마츠 집으로 향하는 골목길까지 배웅하러 나온 내게 오소마츠가 씩- 웃고는 훌쩍 다가왔다.


그럼 앞으로 5년만 더 기다려! 나의 쵸로마츠!!

까치발을 들어 쪽- 하는 소리와 함께 입 맞추고 저 멀리 도망가는 오소마츠는 코피로 다잉 메시지를 적어야 하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귀여웠다.





* 본격 쵸로마츠가 도둑놈이 되는 이야기였습니다.


* '사제지간'이라는 키워드로 처음엔 평범하게 선생 x 고딩을 짜고 있었는데, 순간 쇼타 오소가 쓰고 싶었어요.

 그리고 사제지간이면 보육교사 x 유치원생도 상관 없지, 라는 진리에 도달했...


*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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