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행 중이라 밸런타인 데이 연성은 못 할 것 같아서 후다닥 쓴 카라오소.
* 초단편입니다. 공미로 2,081자.
* 재미있게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카라마츠….”
“응~? 뭔가, 허-니.”
“뭐냐니….”
훗, 하고 머리를 쓸어올리며 다가오는 카라마츠에게 황당하단 눈빛을 가득히 보낸 오소마츠가 다시 고개를 정면으로 향했다.
“왜 갑자기 바다?!?!”
파도 소리도 들리지 않는 잔잔한 겨울 바다에 오소마츠의 목소리가 울리고, 그에 화답하듯 갈매기 한 마리가 크게 울며 머리 위를 지나간다.
아카츠카 구에서 전철로 20여 분, 10개 정도의 정류장을 지나면 올 수 있는 바닷가.
근처 거주민에게만 알려진 해수욕장에서 멈추지 않고 조금 더 푸른 바다를 따라 내려가면, 배들이 고된 몸을 누인 정박장이 나온다.
“여기 대체 왜 온 거야…. 추워 뒤지겠네.”
한숨을 내쉬며 겨울 바닷바람이 흩뜨린 머리에 후드를 뒤집어쓴 오소마츠가 툴툴댔다.
갑자기 겉옷을 던져지고 나가자며 손을 잡아끄는 카라마츠를 따라 왔더니 도착한 곳은 겨울 바다.
또 이상한 바람이 들어 겨울 바다가 멋있다느니, 낭만적이다느니 하는 말을 늘어놓을 것이라 예상하며 눈을 카라마츠에게 돌렸다.
육둥이 맞춤의 푸른 후드 위에 갈색 트렌치코트를 걸친 카라마츠의 머리도 바닷바람이 헤집어 놓아 이리저리 허공에서 흔들리고 있었다.
“훗, 그거야,”
“그거야…?”
“오소마츠와 오고 싶었으니까!”
“너한테 물어본 내가 바보지.”
어휴~, 한숨을 내쉬며 바다로 눈을 돌린 오소마츠가 발을 옮겼다.
선착장을 따라 툭툭 땅에 튀어나온 계선주에 묶인 굵은 밧줄을 넘어 발을 옮기자 조용히 물결을 따라 흔들리는 선체가 오소마츠를 반겼다.
저 멀리 보이는 방파제와 그 위에 우뚝 서 있는 등대 너머로 멀리 떨어진 작은 섬이 꼭 공중에 떠 있는 것 같았다.
휴가를 얹은 구름처럼 몽글몽글하게 뭉쳐있는 그물이 푸른 배 갑판 위에 스리슬쩍 내려앉아 있고, 푸른 바다 깊은 곳에 숨어있던 커다랗고 녹슨 닻은 이물 위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하늘을 날아가는 갈매기 떼를 따라 저 멀리 퍼진 지평선을 눈에 담은 오소마츠가 휙 몸을 돌렸다.
“여기서 자고 가려고?”
“응~?”
카라마츠 뒤쪽에 있는 도로를 따라 걸으면 작은 마을이 하나 나온다. 작은 구멍가게밖에 없는 작은 마을에는 민박집도 있을 터였다.
오소마츠의 질문에 고개를 기울인 카라마츠가 집게손가락을 들어 좌우로 흔들었다.
“논논, 오소마~츠? 내게 그럴 돈이 있을 리 없잖나! 곧 돌아갈 거다. 막차를 놓치면 곤란하지.”
“아니, 진짜로 왜 온 건데….”
“그러니까-, 오소마츠랑…,”
“아—! 그래그래. 나랑 오고 싶었다고? 아까 들었어!”
“오, 오우….”
짜증이 섞인 말투로 대답을 던진 오소마츠가 멈췄던 발을 다시 옮겼다.
터벅터벅 배가 줄줄이 정박해있는 바닷가를 따라 걷는 오소마츠를 뒤따르는 카라마츠 사이에 부드러운 침묵이 웅크렸다.
말 한마디 오가지 않건만, 오소마츠는 개의치 않았다.
정적을 싫어하는 오소마츠도 카라마츠와 있는 때는 불필요한 말을 꺼내지 않았다.
걷고 걸어 방파제를 지나, 등대 앞까지 도달한 오소마츠가 멍청히 바다를 응시했다.
푸른 바다는 큰 파도 없이 잠잠했다.
반면에 지평선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소란스럽게 귓가를 스치고 지나가며 머리카락을 뒤집어 놓았다.
얼굴을 때리는 찬바람에 부르르 몸을 떤 오소마츠가 카라마츠를 돌아보았다.
“돌아갈까?”
“아-.”
“추워~!”
“날씨가 풀렸다고는 하지만, 아직 겨울이니까 말이야.”
눈을 꾹 감고 추위에 불평하는 오소마츠의 손을 마주 잡은 카라마츠가 자연스럽게 코트 주머니로 오소마츠의 손을 이끌었다.
깍지를 낀 손이 카라마츠의 주머니 속으로 들어가는 것을 가만히 바라본 오소마츠가 “헷,” 하고 수줍게 웃었다.
마주 잡은 손바닥에서 전해지는 카라마츠의 온기에 가슴 속부터 따뜻해지는 것 같았다.
한 시간에 한 대 오는 낡은 정류장을 향해 걷는 길 중간중간에 어제 잠깐 내린 눈이 소복이 쌓여 있었다.
초등학생처럼 즐겁게 웃으며 일부러 눈이 쌓인 곳으로 걸어가, 눈이 뽀득이는 소리에 콧노래를 부르는 오소마츠의 옆에서 카라마츠가 빙긋- 미소지었다.
“내일은 밸렌타인데이로군.”
“응-? 그거 우리랑 상관있어?”
“으응~? 오소마~츠? 내게 초코를 주지 않을 생각인가?!”
“형제끼리 주고받는 거, 좀 그렇지 않아?”
망치로 머리를 때리는 듯한 충격에 울상을 짓는 카라마츠를 보며 오소마츠가 눈썹을 찌푸렸다.
밸렌타인데이는 자신과 평생 연이 없을 것으로 생각했던 날이었다.
카라마츠가 말하는 것을 보니, 카라마츠는 뭔가를 준비한 것이 틀림없었다.
눈물을 글썽이며 한심한 얼굴로 저를 바라보는 카라마츠를 보며 눈을 찡긋거린 오소마츠가 고개를 기울였다.
“할 수 없네~. 대충 편의점에서 산 초코로 봐줘. 난 아무것도 준비 안 했다고.”
“물론! 허니-가 주는 것이라면!”
‘쉽네—.’ 하고 생각한 것은 카라마츠에게 말하지 않았다.
울상이었던 얼굴을 금방 활짝 피고 고개를 끄덕이는 카라마츠가 바다의 마법 때문인지 귀엽게 보였다.
바닷바람에 앞머리는 다 넘어가고, 추위 때문에 코끝은 빨간데 기쁘게 웃는 카라마츠를 보며 피식- 웃음을 터뜨린 오소마츠가 슬쩍 발꿈치를 들었다.
쪽, 하고 귓가에 울리는 소리와 볼에 닿았다가 멀어지는 온기에 눈을 동그랗게 뜬 카라마츠가 발그레 볼을 붉히며 코 밑을 문지르는 연인을 응시했다.
“자-! 얼른 가자~!”
수줍음을 숨기려는 것처럼 일부러 목소리를 높이고 앞서 걸어가는 오소마츠를 보는 카라마츠의 얼굴이 새빨갛게 물들었다.
“읏~~! 사랑한다, 마이 허니-!!”
하늘을 향해 외치는 카라마츠에게서 후다닥 뛰어 거리를 띄운 오소마츠가 카라마츠 몰래 “푸핫!” 하고 웃으며 작게 “나도~.” 하고 중얼거렸다.
*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장편 스토리 제본은 업체에 맡긴 상황인데, 설 연휴 때문에 배송은 조금 더 늦어질 것 같아요ㅠㅠ
자세한 부분은 따로 글을 올렸습니다. (http://whitepinetree.tistory.com/2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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