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랜만이에요ㅠ 결코 탈덕한 적 없는 WHITEPINE입니다ㅎㅎ


 * 일도 바쁘고 잠시 글 쓰는 일을 쉬고 싶어서 이렇게 오랜 공백이 생기게 되었네요. 앞으로는 다시 매 주말마다 글이 올라올 예정입니다^^


 * 전에 올렸던 단편 【[오소른] 아빠는 누구?의 후편입니다^^


 * 공미포 21,162자.



 * 부족한 글이지만 재미있게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1.

 

—!!”

거실 가득 울리는 외침에 오소마츠가 한숨을 내쉬었다

서로 뒤엉켜 물어뜯는 레서판다와 고양이를 떼어낸 오소마츠가 바닥에 흩날리는 털 뭉치를 보며 다시금 푹- 한숨을 내쉬었다

레서판다오소의 울음소리를 듣고 내려온 동생들이 거실 안으로 얼굴을 쭉 내밀었다

오소와 싸운 상대가 고양이이치라는 것을 확인하자마자 이치마츠가 터벅터벅 거실 안으로 걸어와 이치를 품에 안았다

혹시나 이치마츠가 오소마츠에게 가까이 다가올까-!!” 하고 소리 높여 위협하는 오소의 모습에 육둥이가 다 함께 땅이 꺼지라 한숨을 내쉬었다.

 

오소마츠의 세포를 받아 탄생한 키메라

레서판다 오소, 호랑이 카라, 양 쵸로, 고양이 이치, 강아지 쥬시, 토끼 토도는 엉망이 된 데카판 박사의 연구소가 수리될 때까지 마츠노가에서 지내게 되었다

오소마츠를 엄마라고 생각해 따르던 6마리의 키메라가 동생들과도 친해져서 평화의 시간이 찾아온 것도 잠깐

다른 키메라들과 다르게 레서판다 오소 만은 오소마츠의 곁에서 한시도 떨어지려 하지 않았고, 동생 중 그 누구라도 오소마츠에게 가까이 다가왔다 하면 위협하며 물어뜯으려 안달이었다

무슨 이유인지 이젠 같은 키메라들과도 싸우는 오소의 마음을 오소마츠는 도저히 알 수 없었다.

 

 

이치와 한바탕 싸우고 제 품에 안겨 잠든 오소를 오소마츠가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평온한 얼굴로 잠든 오소와 달리 눈썹을 진득이 찌푸린 오소마츠가 아쉬운 듯이 창밖을 응시했다

잠깐이라도 오소마츠와 떨어지면 빼액- 울어 젖히는 오소 덕분에 반강제 연금 생활을 이어간 지 벌써 2

파칭코도, 경마도 가지 못한 덕분에 지갑은 두툼하건만, 그 안에 잠든 돈을 쓸 수가 없으니 답답하기만 하다

지갑을 들고 -돈이 부족하면 동생의 지갑을 들고- 경마에 가, 제육 덮밥을 먹으며 목이 터지라고 말을 응원하고, 먼지만 떨어지는 지갑을 안고 경마장을 나와 치비타네로 기어가 맛난 오뎅을 먹고 집에 돌아오는 그런 소소한 행복을 누리지 못한 지 2

이대로 영영 그런 행복을 누릴 수 없는 것이 아닐까, 하는 불안이 몰려왔다

핏기가 가신 얼굴로 벌떡 일어난 오소마츠가 오소가 깨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이불 위에 눕히고 계단을 내려왔다

검은색 커다란 수화기를 들고 번호를 돌려 전화를 건 곳은 데카판의 연구소. 두세 번의 연결음 끝에 저편에서 데카판의 목소리가 들렸다

호에호에.” 하고 그 특유의 말버릇을 붙여 무슨 일이냐 묻는 박사에게 오소마츠가 마른침을 삼키고 진지한 부탁 하나를 전했다.


『알겠다요. 만들어 보겠다요.

…. 고마워, 데카판

『참, 오소마츠 군.

?”

『곧 연구소 수리가 끝난다요.

“…?”

데카판의 말에 오소마츠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잘게 머리를 흔들어 까마득해진 시야를 털어낸 오소마츠가 데카판의 이어지는 말에 참고 있던 숨을 내뱉었다.


『큰일이 없다면 3일 후에 끝날 것 같다요. 그러니까 그때까지…, 마음을 정해달라요. 키메라들을 어떻게 할지.

“…, 떻게 할지?”

『그렇다요.

“…….”

『오소마츠 군?

“…알겠어.”

긴 침묵 후에 힘겹게 오소마츠가 대답했다

수화기 너머에 있는 데카판에게 전해지지 않는데도, 고개를 끄덕이며 목소리를 짜낸 오소마츠가 전화를 끊고 한숨을 내쉬었다.

 

 

 

오소마츠가 데카판과 짧지 않은 통화를 하는 동안, 2층 육둥이 방에서 키메라들의 회의가 열렸다

잠들어있던 오소를 흔들어 깨운 것은 토끼 토도

저를 빙 둘러싸고 앉아있는 카라, 쵸로, 이치, 쥬시, 토도를 보며 오소가 눈을 비비고 일어났다.


뭐야….”

덜 깬 잠에 인상을 구기는 오소에게 모두가 싸늘한 시선을 보냈다.


오소, 아무리 마미-를 사랑하는 마음이 크다 해도 너무한 것이 아닌가!? 대디가 마미에게 갈 수 없게 만들다니!!”

하아!? 그 안쓰러운 녀석이 왜 아빠야?!”

호랑이 카라의 으르렁거리는 소리에 오소가 벌컥 화를 냈다

분노로 털을 곤두세우는 오소 옆에서 고양이 이치가 카라에게 냥냥펀치를 날렸다.


아우치!!”

웃기지 마, 망할 호랑이. 그 녀석이 아빠가 아니라 이치마츠가 아빠라구.”

하아!?”

잠깐,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이치 형!! 토도마츠가 아빠지!!”

하아!?”

아냐!! 쥬시마츠 아빠가 진짜 아빠야!!”

하아아아아!?”

저마다 아빠로 생각하는 이를 들고나올 때마다 오소가 점점 언성을 높였다

눈을 휘둥그레 뜨고 털이란 털은 모두 부풀린 오소가 레서판다답게 두 발로 벌떡 일어나 팔을 높이 치켜들고 위협하는 자세로 외쳤다.


전부다——!! 아빠가 아니야!!! 아빠 같은 게 있으면…, 그러면….”

“““““….”””””

목소리를 흐리며 다음 말을 망설이는 오소에게 시선을 고정한 다섯 마리 키메라가 눈을 깜빡였다

오소가 모두의 엄마인 오소마츠에게 동생들 누구도 접근하지 못하게 하는 이유를 고백하려는 순간이었다.

마른침을 꿀꺽 삼키고, 과연 어떤 말이 나올까 귀 기울이는 키메라들을 보며 오소가 기세를 잃고 울먹였다.


아빠가 생기면…, 아빠 같은 게 있으면…, 엄마를 뺏겨 버리잖아~~!!!

‘‘‘‘‘그럼 그렇지….’’’’’

오소의 외침에 모두 눈을 게슴츠레 뜨고 크디큰 한숨을 내쉬었다.

 

 

 

몇 년 썼는지 숫자를 세는 것도 무의미해진 원형 테이블에 둘러앉은 육둥이가 사이사이에 키메라들을 끼고 저녁 식사를 시작했다

어린아이들이 쓰는 포크형 숟가락을 주먹으로 쥐고 음식을 떠먹는 키메라를 보며 부모와 같은 표정을 짓는 육둥이에게 마츠요가 툭, 하고 놀라운 소식을 전했다.


, 백수들아-. 내일 너희 중 하나가 삼촌 댁에 농사 도우러 가야 하는데, 누가 갈래?

““““““…?””””””

청천벽력처럼 내려온 말에 육둥이 모두 손을 멈췄다

아무것도 모르는 천진난만한 키메라들의 숟가락이 바쁘게 움직이며 내는 달각거리는 소리만이 거실에 울려 퍼졌다.


내일이요?!”

제일 먼저 목소리를 뒤집으며 외친 것은 육둥이의 태클 담당, 쵸로마츠였다

태연한 얼굴로 쵸로마츠를 바라본 마츠요가 빙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내일.”

아니, 너무 갑작스럽지 않아요!?”

, 하늘이 내려준 시련인가….”

좀 닥쳐. 개똥마츠.”

난 내일 약속 있으니까 안 돼~.”

나도, 나도!! 내일 에이타로랑 약속 있슴닷!!”

쵸로마츠의 태클에 이어, 카라마츠의 안쓰러운 말에 이를 가는 이치마츠 사이로 토도마츠와 쥬시마츠가 잽싸게 약속이 있음을 어필했다

동그란 안경 너머로 아들의 거짓말을 꿰뜷어본 마츠요가 콧방귀를 날리고 티끌 하나 묻어나오지 않는 맑은 미소로 물었다.


그래서 누가 갈래?”

나는 오소 때문에 못 나가니까~, 카라마츠.”

상냥한 카라마츠 형이요.”

개똥마츠.”

누구우~?”

카라마츠 형.”

브라더어!?!?”

마츠요의 질문에 오소마츠가 밥풀과 소스로 더러워진 오소의 입가를 닦아주며 말했다

이어 오소와 오소마츠에게 시선을 고정한 쵸로마츠가 감정 하나 묻어나오지 않는 건조한 말투로 카라마츠를 지정했다

이치 앞에 놓인 생선구이의 뼈를 발라주던 이치마츠도 고개도 들지 않고 카라마츠를 호명했다

고개를 기울이고 머리 위에 물음표를 띄운 쥬시마츠는 건너뛰더라도, 오소와 오소마츠를 향해 스마트폰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던 토도마츠 역시 눈짓으로 카라마츠를 가리켰다

한마음으로 자신을 지목하는 동생들에게 경악하며 벌떡 일어난 카라마츠에게 미츠요가 마지막 결정타를 날렸다.


그럼 카라마츠는 짐 싸놓고, 내일 아빠랑 같이 나가렴.”

마미이!?”

마츠요의 결정에 모두 고개를 끄덕이고 태연하게 식사를 재개한 거실 한가운데, 홀로 벌떡 일어나 있는 카라마츠만이 눈물을 글썽였다.

 

 

다음 날 아침, 마츠요의 매서운 등짝스매시에 눈을 뜬 카라마츠가 형제들이 한마음으로 싸놓은 짐을 보고 푹 한숨을 내쉬었다

벌써 일어나 나갈 준비를 마치고 현관에 선 마츠조의 재촉하는 눈길에 다시금 푸욱- 땅이 꺼지라 한숨을 내쉰 카라마츠가 할 수 없이 커다란 푸른색 더플백을 들어 올렸다

윤기 나는 갈색 가죽 구두에 발을 끼워 넣은 카라마츠의 발치에서 작게가우!” 하고 우는 소리가 들렸다

언제 내려왔는지, 졸린 눈을 비비며 현관 앞까지 나온 호랑이 카라가 카라마츠를 보며 빵긋 웃었다.


가우!!”

작은 손 하나를 번쩍 들고 외치는 카라의 눈동자가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무언으로 시선을 교환한 카라마츠와 카라가 부드럽게 웃었다.


, 기다려라. 카라. 더 멋진 카라마츠 님이 되어서 돌아오겠다! 그동안 마츠노 가의 평화를 맡기겠다. 그럼 아디오스-!”

가우!!”

검지와 중지를 모아 이마 언저리에서 가볍게 튕긴 카라마츠가 뒤도 돌아보지 않고 현관문을 나섰다

카라마츠의 작별인사에 맞춰 힘차게 운 카라가 보석처럼 반짝이는 눈으로 환한 빛을 향해 걸어가는 카라마츠의 등을 배웅했다.

 

 

 

 

 

2.

 

늦은 오전, 점심 식사 시간이 다 되어서야 일어나기 시작한 다섯 명의 백수들은 카라마츠의 빈자리를 너무나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며 여느 때와 같은 하루를 시작했다

사람 하나가 줄어 자리가 넉넉해진 테이블에 둘러앉아 식사를 마치자마자 옷을 갈아입고 선 현관에서 모두 뿔뿔이 흩어졌다

오소에게 묶인 오소마츠 만이 현관을 넘어가지 못하고 어깨를 잔뜩 늘어뜨린 채 동생들을 배웅했다.


!”

~. 오늘은 뭐할까~?”

거실에서 들려오는 오소의 울음소리에 오소마츠가 단번에 표정을 바꾸었다

아무 걱정근심도 없는 환한 미소로 오소를 안아 든 오소마츠가 조금 전까지 먹음직스러운 식사가 차려져 있던 테이블 위에 카드덱을 내려놓았다

비밀리에 한 실험의 결과물인 키메라들은 마츠노 가 집 밖으로 나갈 수 없었다

섣불리 나갔다가 다른 사람의 눈에 띄기라도 한다면 여러 가지 골치 아픈 문제들이 일어날 것이 뻔했다

꼼짝없이 집에 묶여 있어야 하는 키메라들과 오소 때문에 밖에 나갈 수 없는 오소마츠는 집에서 할 수 있는 여러 놀이를 만들어내기에 이르렀다

간단한 54장 카드덱 하나로도 할 수 있는 놀이는 많았다

가끔 오소마츠와 키메라들을 걱정한 동생들이 사 오는 보드게임도 지루함을 달래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다섯 장의 카드를 펼친 오소마츠가 씩- 웃으며 오소에게 카드를 내밀었다. 끙끙대며 고심하던 오소가 카드 하나를 뽑자마자 오소마츠가 주먹을 들어 올리고 환호성을 불렀다.

희멀건 이를 드러내고 웃으면서 빨간 공 세 개로 저글링을 하는 피에로가 그려진 카드에 오소가 다다미 바닥에 꼬리를 탕탕 내리치며 볼을 잔뜩 부풀렸다


이른 오후를 한가롭게 도둑 잡기로 보내고 시침이 숫자 3을 가리키자, 때맞춰구우우~’ 하고 키메라들의 뱃고동 소리가 울렸다

우렁차게 울어대는 배를 붙잡고 저를 올려다보는 키메라들을 보며 쓴웃음을 지은 오소마츠가 주방으로 향했다

마츠조는 회사, 마츠요는 오늘 일이 있어 자리를 비웠다.

집에 있는 사람은 오소마츠 뿐

키메라들의 밥을 챙겨줄 수 있는 것도 오소마츠뿐이었다

이제는 익숙해진 움직임으로 주방을 이리저리 오가며 아이들이 먹을 밥을 준비하는 오소마츠의 어깨에는 당연하다는 듯이 오소가 매달려 있었다

다른 아이들은 얌전히 거실에서 저들끼리 떠들고 놀며 밥을 기다리고 있건만, 오소는 단 일 초라도 오소마츠에게서 떨어질 수 없다는 듯이 꼭 달라붙어 있었다

손에 묻은 물기를 가볍게 털어내고 옅은 한숨과 함께 어깨너머로 얼굴을 삐죽 내민 오소를 쓰다듬은 오소마츠가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에 고개를 기울였다

일을 나간 마츠조와 마츠조는 물론이고, 동생들도 저녁때가 되어서야 들어온다

현관문을 연 이는 누구인가, 눈썹을 찌푸린 오소마츠가 주방을 나서려는 순간 쵸로마츠가 안으로 들어왔다.


얼레? 쵸로마츠, 웬일로 이렇게 빨리 들어왔어?”

라이브가 취소됐어….”

오소마츠의 질문에 시무룩한 얼굴로 대답한 쵸로마츠가 손에 들고 있던 검은 봉지를 상 위에 올려놓았다.


뭐야?”

바스락거리는 봉지 소리에 오소가 꼬리를 흔들었다

잠시 조리대에서 떨어진 오소마츠가 봉지를 열었다.


사과.”

사과??”

쵸로마츠의 대답을 되뇌며 봉지를 펼진 오소마츠가 입맛 돋우는 빨강을 집어 들었다

라이브 나갔던 녀석이 웬 사과

슬쩍 눈썹을 찡그리는 오소마츠에게 쵸로마츠가 변명하듯 재빨리 말을 덧붙였다.


오소 주라고.”

.”

요즘 기운 없는 거, 오소 때문이잖아.”

쵸로마츠의 말에 오소마츠가 눈을 끔뻑였다

오소마츠 어깨에 올라타 있던 오소도 오소마츠와 똑같은 얼굴로 멍청히 쵸로마츠를 응시했다

멋쩍은 듯이 벅벅 머리를 긁으며 시선을 피하는 쵸로마츠와 사과를 번갈아 응시하던 오소마츠가 굳게 입을 다물었다

두 사람 사리에 어색한 침묵이 흐르자, 오소마츠의 표정을 살피던 오소가 불안한 눈으로 작게.” 하고 울었다.


———. …, 땡큐~!”

오소의 울음에 해죽 웃은 오소마츠가 오소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쵸로마츠에게 말했다

그제야 어긋난 시선을 맞춘 쵸로마츠가 한숨 묻은 쓴웃음과 함께….” 하고 대답했다

빙글- 몸을 돌려 싱크대에서 사과를 씻은 오소마츠가 저를 바라보는 오소에게 사과를 쥐여주었다.

?” 하고 질문을 하는 것처럼 우는 오소에게 오소마츠는 미소로 화답했다.


쵸로마츠가 사다 준 거니까 맛있게 먹자~!”

또 다른 사과 하나를 꺼내 대충 소매에 문질러 닦은 오소마츠가 탱글탱글한 사과를 입에 물었다

와삭-, 하고 청량한 소리와 함께 달콤새콤한 사과 향이 입안 가득 퍼졌다

아삭아삭 소리를 내며 과즙이 톡톡 터지는 사과를 맛있게 먹는 오소마츠를 가만히 지켜본 오소가 제 손에 들린 탐스러운 사과를 입으로 가져갔다

빠른 속도로 사를 뼈대만 남긴 오소마츠가 봉지에 남아있는 사과를 전부 꺼냈다

오소마츠와 오소가 하나씩 먹고, 남은 빨강은 다섯 개

텅 빈 봉지를 적당히 구겨 쓰레기통에 던진 오소마츠가 상 위에 올려진 사과의 개수를 보며 빙그레 웃었다.


고마워, 쵸로마츠.”

오소마츠를 도울 양으로 소매를 걷어붙이고 싱크대로 다가오는 쵸로마츠에게 오소마츠가 작게 인사했다

됐어, 인사 같은 건.” 하고 핀잔처럼 말을 날린 쵸로마츠의 볼이 아주 조금 붉게 물들었다

소리가 되지 않은 웃음을 흘리며 입꼬리를 끌어올린 오소마츠가 쵸로마츠와 함께 깨끗이 사과를 씻어 거실로 돌아가자, 삼삼오오 모여 놀고 있던 키메라들이 둘을 반겼다

오소마츠 어깨에서 내려가 제 형제들 곁에서 사과를 먹는 오소를 보며 잔잔한 미소를 지은 오소마츠가 리모컨을 들어 TV를 켜는 쵸로마츠에게 물었다.


뭐 보려고?”

오늘 하는 예능에 냐-짱이 나온다고 해서….”

후응~.”

브라운관에 비치는 분홍색 머리의 아이돌을 향해 달은 한숨을 내쉬며 야광봉을 들어 올린 쵸로마츠의 모습에 오소마츠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라 불리는 아이돌의 언행 하나하나에 흥분해 반응하는 쵸로마츠를 오소마츠가 가련하다는 눈으로 응시했다

저렇게 좋아해도 TV 화면 저 너머에 있는 아이돌에게 목소리가 닿을 리 없는데, 쵸로마츠는 냐-짱의 노래에 맞춰 열심히 후렴구를 넣으며 야광봉을 힘차게 흔들었다.


, 맞아. 오소마츠 형.”

?”

프로의 중간, 광고가 흘러나오자마자 손에 쥐고 있던 야광봉을 내려놓은 쵸로마츠가 고개를 돌렸다

쵸로마츠의 부름에 오소마츠도 쵸로마츠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생각보다 더 가까이에, 오소마츠의 얼굴이 있었다

오소마츠의 눈동자에 비친 제 얼굴을 본 순간, 쵸로마츠가 저도 모르게 숨을 삼켰다

코끝과 코끝이 닿을 거리에, 오소마츠의 숨결이 퍼졌다

호흡조차 잊을 정도로, 시야를 가득 채운 오소마츠의 얼굴에 쵸로마츠가 소스라치게 놀라며 몸을 뒤로 던졌다

요란하게 다다미 바닥에 던져진 쵸로마츠의 몸뚱이 아래에 깔린 리모컨이 삑- 비명을 지르며 TV 화면을 까맣게 덮었다

소란스러운 광고 소리가 사라진 거실 안에 두 사람의 숨소리와 똑딱똑딱 벽시계 초침이 내는 소리만이 흐르고 있었다

가슴을 크게 상하로 움직이며 놀란 가슴을 진정한 쵸로마츠가 너무나 잠잠한 공기에 시선을 비켰다

그렇게나 가까이 오소마츠 옆에 붙어 있었다면 응당 달려왔어야 했을 오소는 무슨 연유인지 가만히 앉아서 오소마츠와 쵸로마츠를 응시하고 있었다

당장 저 높은 하늘에서 급하강하는 새처럼 뛰어와 쵸로마츠를 무자비하게 물어뜯고 있어야 할 오소가 쵸로마츠에게 아무런 관심도 없다는 듯이 유리처럼 투명한 눈으로 쳐다보며 오소마츠 곁으로 발을 옮겼다

오소마츠 무릎 위에 자리를 잡고 사과로 부른 배를 통통 두드리며 낮잠 잘 준비를 하는 오소를 오소마츠와 쵸로마츠가 기이하단 눈으로 바라보았다.

 

 

 

땅거미가 자취를 감추고 밝은 달에서 내려온 샌드맨이 황금 모래를 뿌리는 시각

검은 동공을 확장하고 슬그머니 이부자리를 빠져나온 보라색 고양이이치가 커다란 하품과 함께 기지개를 켰다

고양이 키메라답게 야행성인 이치가 가장 활발해지는 시간은 해가 서산 너머로 지고, 육둥이가 꿈속으로 여행을 하는 깊은 밤

꼬리를 살랑이며 숨소리가 섞인 고요한 방 안을 크게 둘러본 이치가 귀를 쫑긋거리더니 온 방 안을 바쁘게 뛰어다니기 시작했다

고양이 애호가들이 흔히 말하는우다다를 시작한 이치는 낮에 보여주었던 그 나른한 자세를 찾아볼 수도 없을 정도로 너무나 활발하게 이불 주변을 뛰어다니기 시작했다

다다다다닷, 하고 이치의 발소리가 낡은 목조 건물 안에 멀리 퍼졌다

달게 자던 사람의 잠도 깨울 정도로 큰 발소리에도 육둥이를 비롯한 마츠노 가의 사람들은 누구 하나 일어나지 않았다

그저 쥬시마츠가 이불을 발로 차고 몸을 반대로 뒤집으며 잠시 뒤척일 뿐이었다

꼬박 30분 동안 뜀박질을 한 이치가 거친 숨을 내쉬며 속도를 늦추지 않고 목표물을 향해 전력으로 돌진했다

오소마츠의 머리맡에 놓인 푹신한 쿠션 위, 꼬리를 껴안고 새근새근 잠들어있는 오소를 향해 달려든 이치가 오소의 귀를 물어뜯고 얼굴을 핥기 시작했다

이치에게는 놀아달라는 어필이지만 곤히 잠들어있던 오소에게는 귀찮기 짝이 없는 행동이었다

끄우~!” 하고 짜증 섞인 울음과 함께 이치를 밀어내도 이치는 그만두지 않고 집요하게 오소의 얼굴을 핥았다

끄야아~!!” 하고 한 번 더 오소가 울었지만, 이번엔 이치도응냥!” 하고 반박하며 오소의 꼬리를 물었다

날카로운 송곳니가 박힌 꼬리 끝에서부터 신경을 타고 올라오는 찌릿한 아픔에 결국 눈을 뜬 오소가!” 하고 거세게 항의하며 이치의 코를 물었다

!!” 하고 얼굴을 흔들어 오소를 털어낸 이치가 눈을 날카롭게 빛내고 오소에게 달려들었다

두 마리가 작은 쿠션 위에서 엎치락뒤치락 날뛰며 몸을 뒤집었다

어느 한쪽이 물러날 법도 하건만 오소와 이치는 서로 질 수 없다는 듯이 없는 힘을 짜내 서로를 물고 할퀴기 시작했다

팔을 번쩍 들어 올리고 두 발로 선 오소를 향해 이치가 하악질을 한 순간, 부스럭거리는 소리와 함께 이불이 달싹거렸다

육둥이가 모두 누워 있는 커다란 이불의 오른쪽 끝, 이불 밖으로 상체를 내민 이치마츠가 눈을 느리게 깜빡이며 오소와 이치에게 다가갔다

쵸로마츠와 토도마츠 사이에 누워있는 오소마츠에게 달빛을 받은 이치마츠의 그림자가 닿자, 오소가 분노의 대상을 이치에서 이치마츠로 바꾸었다

이치를 부드럽게 감싸 안아 올리려는 이치마츠의 손가락을 덥석 문 오소가 턱에 힘을 주어 아득 이를 악물었다

,” 하고 숨과 함께 고통을 삼킨 이치마츠가 손가락을 펴 오소를 슬쩍 밀고 이치를 들어 올렸다.


우응…. , …?”

이치마츠의 품속에 들어간 이치의 불만스러운꾸응.” 소리에 이어 잠에 갈라진 오소마츠의 목소리가 차갑게 가라앉은 밤공기를 녹였다.


이치마츠…?”

 “미안, 깨웠어?”

….”

상체를 일으킨 오소마츠를 보며 이치마츠가 눈썹을 늘어뜨렸다

품에 안은 이치를 가볍게 흔들어서 달래주며 이치마츠가 간결하게 상황을 설명했다

이야기를 전부 들은 오소마츠가 이치마츠를 따라 눈썹을 내리고 이치마츠를 향해 으르렁거리는 오소에게 손을 뻗었다.


오소~, 이치 때문에 깼어~?”

부드럽고 상냥하게 내려오는 목소리에 곤두서있던 오소의 털이 쑤욱 가라앉았다

통통, 오소의 등을 가볍게 두드리며 오소마츠가 오소를 안은 채로 이불 속으로 몸을 돌렸다

후암~.” 하고 하품을 하는 오소마츠가 베개에 머리를 내리자 이치마츠가 조심스럽게 어깨까지 이불을 끌어 올려 주었다.


잘 자, 오소마츠 형.”

~.”

찬바람이 이불 속으로 새어 들어가지 않도록 단단히 이불을 덮어준 이치마츠가 발소리를 죽여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는 것을 오소가 눈으로 좇았다.

 

 

해가 중천에 뜨고 간밤의 소동을 알지 못하는 형제들과 키메라들이 기지개를 켜는 사이 오소마츠와 이치마츠도 눈을 떴다

좋은 아침, 오소마츠 형.” 하고 나직이 인사를 건네는 이치마츠에게 뒷머리가 삐죽 솟은 오소마츠가 배시시 웃었다

.” 하고 대답하고 아직 졸음이 매달려있는 눈꺼풀을 깜빡이는 오소마츠의 품에서 오소가 발버둥 쳐 이불 위로 올라가더니 멀뚱히 이치마츠를 응시했다

오소의 눈초리에 괜히 오소마츠에게서 한 발자국 물러난 이치마츠가 저에게 다가오는 오소를 보며 항상 반쯤 감고 있던 눈을 크게 떴다

오소마츠에게 딱 달라붙어서 다른 형제에게 다가간 적도, 다른 형제가 오소마츠에게 다가오게 허락한 적도 없는 오소가 이치마츠를 향해 작은 발을 바삐 옮겼다.


…, …?”

당황해 말을 잇지 못하는 이치마츠를 올려다보며 털썩 엉덩이를 내린 오소가 가만히 이치마츠의 손을 응시했다

오소의 시선을 따라 제 손을 내려다본 이치마츠가 설마 하는 심정으로 천천히 손을 오소 앞으로 내밀었다

이치마츠의 눈과 선명하게 이빨 자국이 남은 손을 번갈아 올려다보던 오소가 슬그머니 손을 올려 이치마츠의 손을 붙잡았다.


“….”

분홍색 작은 혀를 길게 내밀어 할짝, 이치마츠의 손에 남은 이빨 자국을 핥은 오소가 이치마츠와 시선을 맞추고….” 하고 작게 울었다

꼭 새벽에 문 것을 사과하는 것처럼

꼭 금방 깨질 것 같은 유리 세공품을 옮기는 사람처럼 숨소리까지 죽인 이치마츠가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괜찮아.”

.”

이치마츠의 말에 오소가 다시 작게 울고 이치마츠의 손을 핥았다

열심히 제 손을 핥는 오소를 보며 이치마츠가 할 말을 고르고 있을 때, 아래층에서 마츠요의 목소리가 닫힌 문을 뚫고 들어왔다.


백수들아~, 밥 먹으렴!”

, 하고 정신을 차린 이치마츠가 그제야 형제들 모두 이부자리를 떠난 것을 알아챘다

손을 핥는 것을 멈춘 오소를 향해 빙그레 다정한 미소를 피운 이치마츠가가서 밥 먹자.” 하고 오소를 쓰다듬었다

!” 하고 고개를 끄덕인 오소가 푹신한 이불을 가로질러 멍청히 이불 위에 앉아 꿈나라에 발을 걸치고 있는 오소마츠에게 걸어갔다.


!”

아얏!”

오소마츠를 깨우려는 건지, 오소가 오소마츠의 손가락을 콱 물었다

찌릿 퍼지는 아픔에 순식간에 잠을 날린 오소마츠가 눈물을 글썽이며 오소에게 물린 손을 감싸고 이불에서 빠져나왔다.

 

 

모두가 모여 앉은 원형 테이블

커다란 하품을 하며 배를 긁적이는 오소마츠가 바닥에 앉자 그 왼쪽에 이치마츠가 엉덩이를 내렸다

마츠요를 도와 하얀 쌀밥이 담긴 밥그릇을 옮기던 쵸로마츠가 오소마츠 오른쪽에 자리를 잡자, 젓가락을 막 들어 올리려던 쥬시마츠와 토도마츠가 눈을 휘둥그레 떴다

오소마츠 옆에 이치마츠와 쵸로마츠가 앉았는데도 오소마츠 무릎 위에 자리 잡은 오소는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밥을 먹으려 테이블에 모여 앉을 때조차 오소를 피해 한 사람이 앉을 수 있을 정도의 거리를 띄우고 앉아야 했는데…. 

우물우물, 부지런히 밥을 입에 옮기는 오소마츠와 쵸로마츠, 이치마츠 옆에서 함께 밥을 먹던 쵸로와 이치가 거만한 얼굴로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는 쥬시와 토도를 응시했다.

 

 

 

그날 밤, 키메라들의 긴급회의가 열렸다.

잔뜩 성이 난 얼굴로 쥬시와 토도가 오소에게 큰소리로 항의하기 시작했다.


왜 그 촌———쓰런 딸딸마츠랑 궁상맞은 어둠마츠가 엄마한테 가까이 갈 수 있게 하는 건데!! ~엽고 똑똑한 토도마츠가 아니라!!”

분홍 토끼 토도가 큰 뒷발을 쾅쾅 구르며 오소에게 외쳤다

쥬시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지, !” 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토도 옆에 섰다

오소는 쥬시와 토도의 역정에 당황해 멀뚱히 서 있는 카라 옆에 숨에 둘의 외침이 듣기 싫다는 듯이 고개를 홱 돌렸다

, 하고 오소를 보며 이를 가는 토도와 쥬시 앞을 이치와 쵸로가 가로막았다.


이치마츠가 뭐 어때서.”

맞아! 쵸로마츠도 충분히 아빠 자격이 있다구!”

음습한 미소를 피우며 토도를 응시하는 이치와 당황해 저를 바라보는 쥬시를 맞받아치듯 바라보는 쵸로가 엣헴, 하고 가슴을 내밀었다

둘의 공세에 쥬시와 토도가 더욱 억울하다는 얼굴로 오소를 흘겨보았다

날카롭게 박히는 눈초리에 오소가 헛기침을 하고 앞으로 나섰다.


쵸로마츠랑 이치마츠는 엄마를 잘 이해해주고 배려해주니까, 가까이 가도 괜찮아.”

오소의 말에 흥, 하고 콧방귀를 끼는 이치와 쵸로를 보며 토도와 쥬시가 더욱 얼굴을 구겼다

그르렁대는 울음소리에 싸움이 일어나는 것을 막으려는지 카라가 황급히 험상궂은 얼굴로 서로를 노려보는 토도와 이치, 쥬시와 쵸로 사이로 끼어들었다.


그럼 그 두 녀석을 아빠로 인정하는 거야!?”

~~대 아냐!!”

한참을 씩씩댄 후에, 토도가 조급히 묻자 오소가 거세게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짧은 팔을 쭉 뻗어 커다란 엑스(X)자를 만드는 오소를 보며 토도와 쥬시가 아직 기회가 있음을 깨닫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 하고 혀를 차는 쵸로와 이치를 무시한 오소가 잠든 오소마츠의 품으로 파고 들어가는 것으로 긴급회의는 막을 내렸다.

 

 

 

 

 

3.

 

뜨끈하게 방바닥을 달구는 햇빛에 모두 기분 좋게 배를 내놓고 누웠다

고롱고롱 소리를 내며 잠든 이치 위에 토도가 엎드리고, 완전히 배를 까고 널브러진 쥬시 양옆에 카라와 쵸로가 누웠다

방 안으로 길게 손을 뻗은 햇빛이 오소마츠가 앉아있는 초록색 소파까지 온기를 훌쩍 던졌다

오소마츠 배 위에 누운 오소의 체온에 노곤한 눈을 감은 오소마츠가 짧은 한숨을 내쉬었다

오늘로 집 밖으로 나가지 못한 지 몇 일째이던가. 카드 게임이나 보드게임으로 억누르고 있던 지루함도 이제 한계에 다다랐다

지금 당장이라도 이 답답한 방을 뛰쳐나가 경마장이나 파칭코로 달려가고 싶은 것이 오소마츠의 본심이었다

하아~.” 하고 깊은 한숨을 내쉰 오소마츠가 위아래로 흔들리는 배 위에서 몸을 움찔거리는 오소의 움직임에 숨을 멈췄다

꼬물꼬물, 몸을 뒤척이던 오소가 파르르 떨리던 눈꺼풀을 들어 올렸다

빛을 담은 적갈색 눈동자가 저에게 꽂히자 오소마츠가 씨익- 입꼬리를 올리고 태평한 미소를 띄웠다.


일어났어~?”

잔잔한 목소리로 건넨 질문에 오소가끄앙~.” 하품을 하고 오소마츠의 가슴에 얼굴을 비볐다

아직 잠이 덜 깬 와중에 부리는 응석에 오소마츠의 미소가 더욱 깊어졌다

슥슥-, 오소의 머리를 쓰다듬는 오소마츠의 귀에 벌컥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도착했다.


다녀왔머슬~허슬~!”

흙투성이가 된 야구 유니폼을 입고 입을 활짝 벌린 쥬시마츠가 방 안으로 들어섰다

얼마나 휘둘렀는지 잔상처가 가득한 야구 배트를 책꽂이 앞에 세워놓고 오소마츠 앞에 선 쥬시마츠가 빵긋 웃었다.


어서 와, 쥬시마츠.”

아이!”

!! 와우왕와아앙!!”

키메라들이 잠든 것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크게 대답한 쥬시마츠의 목소리에 쥬시가 벌떡 일어나 호탕하게 울며 뛰어왔다

아하핫!” 하고 쥬시마츠를 향해 높이 뛰어오른 쥬시를 양팔 벌려 받아낸 쥬시마츠가 쥬시와 함께 바닥을 굴렀다

뒹구르르 구르는 와중에도 쥬시는 쥬시마츠의 얼굴을 핥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얼굴이 침 범벅이 되고 나서야 몸을 일으킨 쥬시마츠가!” 하고 머리 위로 전구 하나를 띄우더니 벌떡 일어나 벽장으로 다가갔다.

벽장의 미닫이문을 홱 열어젖힌 쥬시마츠가 벽장 안으로 몸을 밀어 넣었다

까치발을 든 다리만 보일 정도로 깊숙이 몸을 넣어 벽장 안을 뒤적이던 쥬시마츠가있다!!” 하고 외치며 노란 탱탱볼 하나를 꺼내 들었다

계란만 한 탱탱볼을 후~, 불어 먼지를 털어낸 쥬시마츠가 기대로 가득 찬 눈을 반짝이는 쥬시 앞에서 공을 흔들었다.


헤헤~, 이걸로 놀자!”

우왓, 그거 엄청 옛날에 가지고 놀던 거잖아. 그립네~.”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노란 탱탱볼을 본 오소마츠가 감탄사를 내뱉으며 쥬시마츠 머리에 붙은 먼지를 털어주었다

~! 간닷!” 하고 공을 든 손을 높이 치켜들자 쥬시가 준비되었다는 듯이 앞발을 길게 앞으로 뻗어 상체를 푹 숙였다

바람을 일으킬 것처럼 기운차게 흔들리는 꼬리를 따라 좌우로 손을 흔든 쥬시마츠가!” 하는 소리와 함께 공을 바닥에 힘껏 튕겼다

바닥에서 튀어 올라 벽에 부딪히고 또 반대편 벽에, 그랬다가 책장에도 발 도장을 찍은 탱탱볼이 온 방 안을 누비더니 열린 문 너머 복도로 쌩하니 날아갔다

멍멍, 짖으며 공을 쫓던 쥬시도 후다닥 뛰어 복도로 나갔다

뒤이어 우당탕 요란하게 복도 가득 퍼지는 소리에 오소마츠와 함께 소파에 앉아있던 오소가 쥬시가 사라진 복도를 보며 귀를 쫑긋 세웠다

쥬시처럼 방 안을 튀어다니던 공을 오소도 눈으로 좇고 있었다

쥬시가 뛰노는 모습을 보는 오소의 엉덩이가 들썩거리는 것을 보았던 오소마츠가 피식- 웃음을 흘렸을 때, 쥬시가 자랑스러운 얼굴로 방 안에 들어왔다

박자를 맞추어 발을 내디뎌 들어온 쥬시의 입에는 노란 탱탱볼이 들어있었다

복도에서 넘어졌는지 귀 하나가 뒤집어진 것도 모르고 헥헥대며 쥬시마츠 앞에 공을 내려놓은 쥬시가 다시 눈을 빛내며 꼬리를 흔들었다

여전히 귀 하나는 뒤집은 채로, 헉헉 길게 빼내민 혀에서 침을 뚝뚝 흘리며 사정없이 꼬리를 흔드는 쥬시의 모습에 오소마츠가,” 하고 몸을 앞으로 숙이며 웃음보를 터뜨렸다.


푸하하하하하핫!! 쥬시, 저 녀석…. ~전히 바보 개잖아~~!!”

큭큭큭, 어깨를 떨면서 박장대소하는 오소마츠의 모습에 쥬시마츠가 명랑한 웃음을 한가득 피웠다

영문을 모르겠단 얼굴로 고개를 기울이는 쥬시와 복잡한 얼굴을 한 오소가 멍청히 배를 잡고 웃는 오소마츠를 응시했다

히이히이, 숨을 몰아 내쉬며 눈가에 맺힌 눈물을 닦아낸 오소마츠가 쥬시가 바닥에 놓은 공을 들어 흔들었다.


~, 쥬시. 다시 물어오는 거다~.”

!”

오소마츠의 말에 쥬시가 크게 울었다. 조금 전보다 더 힘차게 꼬리를 흔드는 쥬시를 보며 후핫, 웃음을 흘린 오소마츠가 공을 힘껏 던졌다

다시 사방으로 공이 튕기고 쥬시도 공을 따라 방 안을 껑충껑충 뛰었다

바닥이 울리고, 공이 튕기는 소리에 눈을 뜬 키메라들도 어느새 공 쫓기에 합세했다

2층 방과 복도, 계단을 내려가 거실까지

온 집 안에 발자국을 찍고 나서야 녹초가 되어서 널브러진 키메라들을 보며 오소마츠가 즐겁게 웃었다

어린 얼굴에 피어난 미소에 오소도 꼬리를 흔들며 빙그레 입꼬리를 슬쩍 올렸다.

 

 

우와….”

방문을 열자마자 펼쳐진 광경에 어이없는 한숨을 내쉰 토도마츠가 쥬시를 안고 코를 골며 자는 쥬시마츠를 넘었다

서로 모여 잠든 키메라들 사이에서 몸을 잔뜩 웅크리고 잠든 오소마츠를 흔들어 깨운 토도마츠가 나른하게 하품을 늘리며 몸을 일으킨 오소마츠에게 물었다.


뭘 했길래 그렇게 쓰러져서 자고 있어?”

쥬시마츠랑 다 같이 공놀이~.”

오소마츠의 말에 단번에 모든 것을 이해한 토도마츠가 헛웃음을 흘리며기운도 좋다.” 하고 오소마츠의 옆에 앉았다.


후암~. 톳티-, 오늘은 일찍 들어왔네.”

일찍은 무슨. 이제 곧 저녁 시간이거든?”

하품 섞인 질문에 눈썹을 찌푸린 토도마츠가 손에 들고 있던 스마트폰을 높이 들었다.


, 오소마츠 형. ~.”

?”

토도마츠의 부름에 오소마츠가 고개를 올린 순간, ‘찰칵하는 셔터음이 울렸다

둥근 머리 위에 물음표를 띄운 오소마츠가 만족스럽게 웃는 토도마츠를 보며?” 하고 바람 빠지는 소리를 냈다.


뭐 한 거야?”

사진 찍은 거야~. , 이거 봐. 이번에 새로 깐 앱인데…,”

푸핫! 그게 뭐야!”

우쭐대며 내민 토도마츠의 스마트폰 화면에는 푹신푹신한 토끼 귀가 달린 오소마츠와 토도마츠의 사진이 떠 있었다

토끼 귀에 코에는 작은 토끼의 코, 그리고 당근을 들고 있는 조그마한 손까지 함께 찍힌 사진에 오소마츠가 잘게 웃었다

오소마츠의 웃음소리에 눈을 뜬 오소가 오소마츠와 가깝게 붙어있는 토도마츠를 보자마자 꼬리로 탕탕 바닥을 내려치며 다가왔다

토도마츠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으르렁거리며 털을 부풀리는 오소 앞에 토도마츠가 재빨리 스마트폰을 내밀었다.


이것 봐, 오소. 오소마츠 형 귀엽지~?”

눈앞에 불쑥 드리운 화면에 오소가 화를 내는 것도 잊고 스마트폰에 시선을 고정했다

수줍은 듯이 볼을 슬쩍 붉힌 오소마츠의 머리 위에는 오소와 비슷한 동물 귀가 쫑긋 솟아있고, 등 뒤에는 줄무늬 꼬리가 솟아나 있었다.

저와 닮은 오소마츠 사진에 놀랐는지 눈을 똥그랗게 뜬 오소가 토도마츠의 손인 줄도 모르고 스마트폰을 잡고 있는 손가락을 덥썩 잡았다.


귀엽지~? 오소도 같이 찍자!”

계획대로, 라는 얼굴을 숨기고 해맑게 웃은 토도마츠가 말했다

오소마츠도 그에 동조해 고개를 끄덕이며 아직도 화면을 뚫어지라 쳐다보고 있는 오소를 안아 들었다

어느새 다가온 토끼 토도도 토도마츠 품에 안겨있었다.


, ~!”

!”

?”

-!”

토도마츠의 신호에 맞춰 오소마츠가 손가락으로 브이를 만들어 활짝 웃었다

고개를 갸웃거리는 오소와 토도마츠에 맞춰 손을 가슴에 모은 토도까지

찰칵, 하는 소리와 함께 찍힌 사진은 그야말로귀엽다는 말이 절로 나올만한 것이었다

모터를 단 것처럼 손가락을 움직여 여러 효과를 주는 필터와 귀여운 스티커들을 붙인 토도마츠가 행복하게 웃으며 사진을 저장했다

토도마츠 어깨너머로 스마트폰 화면을 보던 오소마츠와 눈을 맞춘 토도마츠가 배싯 웃으며 다시 폰을 높이 들었다.


이번엔 이걸로 찍어보자!”

? 뭐야? …후핫!!”

토도마츠를 따라 화면을 가만히 응시하던 오소마츠가 제 턱과 토도마츠 턱에 달린 수염을 보자마자 큰 웃음을 터뜨렸다

이어 토도마츠가 이리저리 필터를 바꾸자 오소마츠의 웃음은 점점 더 커졌다

수염, 코알라, 강아지, 수박, 얼굴 바꾸기 등등

너무나 우스꽝스럽고 웃긴 화면 속 자신을 보고 웃으며 눈물까지 글썽이는 오소마츠의 모습에 오소가 가만히 꼬리를 흔들었다

얌전한 오소와 기세를 탄 토도의 응석에 오소마츠와 토도마츠는 다른 형제들이 돌아올 때까지 수많은 사진을 찍었다.

 

 

오늘도 헬로워크에서 허탕을 친 쵸로마츠가 현관문 앞에서 이치마츠와 만나 문을 열고 집안에 들어오자, 까만 정적이 둘을 맞이했다

현관에 놓인 신발은 분명 세 쌍

자신들을 제외한 형제들은 집에 있을 터인데도 둘을 맞이하는 밝은 목소리는 들려오지 않았다

서로 마주 보며 눈살을 찌푸린 쵸로마츠와 이치마츠가 발을 타고 올라오는 묘한 불안함에 서둘러 신발을 벗고 계단을 올랐다

방문을 활짝 열자, ‘찰칵하는 소리가 둘을 맞이했다

옹기종기 모여서 토도마츠가 든 스마트폰을 향해 웃고 있는 오소마츠, 쥬시마츠, 토도마츠와 키메라들을 본 쵸로마츠와 이치마츠의 눈이 휘둥그레 커졌다

사진을 좀 더 잘 찍기 위해 높이 솟은 셀카봉에서 폰을 빼낸 토도마츠가 화사한 얼굴로 화면을 오소마츠와 쥬시마츠에게 보여주었다

꼭 소풍 와서 들뜬 어린아이들처럼 꺄꺄, 소란스럽게 웃으며 사진을 보고 웃는 형제들과 키메라의 모습에 쵸로마츠와 이치마츠는 정신이 아득해지는 것을 느꼈다.

 

 

 

또다시 열린 긴급회의. 전과 달리 이번에 화난 얼굴을 한 것은 쵸로와 이치였다

빠른 속도로 꼬리를 좌우로 흔드는 이치 옆에서 쵸로가 방바닥을 차며 오소를 싸늘한 눈으로 응시했다.


그 바보랑 얍삽한 녀석을 왜 엄마 옆에 갈 수 있게 하는 건데!”

노란 건 몰라도, 분홍색은 짜증나는 녀석이라구….”

쵸로의 볼멘소리에 이치도 토도를 노려보며 한 마디 덧붙였다. , 하고 콧방귀를 낀 것은 토도와 쥬시였다

이번에도 카라는 어디에도 끼지 못하고 오소 옆에서 싸움이 일어날까 조마조마한 심장을 붙잡고 서 있었다

얼굴을 잔뜩 찌푸리고 물러서지 않는 쵸로와 이치를 보며 작게 한숨을 쉰 오소가 입을 열었다.


쥬시마츠랑 토도마츠는 엄마를 즐겁게 해주니까 괜찮아! …그렇다고 아빠로 인정한다는 건 아니니까!!!”

오소의 말에 얼굴을 밝혔던 쥬시와 토도가 이어지는 말에 추욱 귀를 늘어뜨렸다

네 명 중 그 누구도 아빠로 인정할 수 없다는 오소의 발언에 아쉬운 입맛을 다시는 쵸로, 이치, 쥬시, 토도를 가만히 지켜보던 카라가 오소에게 다가갔다.


오소. 카라마츠는?”

? 그 아픈 녀석?”

카라의 질문에 오소가 고개를 기울이자마자, 눈을 번뜩이며 고개를 든 넷이 결사반대를 외쳤다.


그 녀석은 논외야.”

개똥마츠…, 죽인다.”

아웃!”

안쓰럽잖아, 그거.”

토도에 이르러서는그거라고 지칭된 카라마츠를 떠올리며 카라가 얼굴을 구겼다

울상이 된 카라를 달래며 오소가 단호히 말했다.


카라한테는 미안하지만 그 녀석은 더더욱 안 돼! 엄마를 보는 눈이 제일 위험하다구! 요주의 인물이야!”

….”

오소의 말에 카라 눈가에 맺힌 눈물방울이 더 커졌다

금방이라도 툭, 눈물을 흘릴 것 같은 카라를 안타깝게 보던 오소가 푹-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튼, 나는 그 누구도 아빠로 인정할 생각 없으니까!”

절대 무너질 일이 없는 성에 서 있는 것처럼 당당히 선언하는 오소를 보며 키메라들이 불만 가득한 얼굴을 했다

하지만 그 이상 더 무엇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기에, 오늘의 긴급회의는 끝을 낼 수밖에 없었다.

 

 

 

 

 

4.

 

“I’M HOME~! MY BROTHERS!!”

조금 탄 얼굴을 불쑥 내밀고 필요 이상으로 힘을 준 미소로 외쳤건만 돌아오는 것은 사무치는 침묵이었다

~?” 하고 눈을 게슴츠레 뜨며 메고 있던 더플백을 거실 바닥에 내려놓은 카라마츠가 벽에 걸린 시계를 보고아항~.” 하고 고개를 잘게 저었다.

해가 높이 뜬 이른 오후. 형제들이 모두 외출해 있을 시간이라는 것을 깨달은 카라마츠가 짙은 눈썹을 찌푸리고 눈을 올렸다

현관에는 아직 빨간 운동화가 남아있었다. 거실을 나와 계단을 오르려 발을 들어 올리자, 노란 물체 하나가 카라마츠의 가슴께로 달려들었다.


! 카라!”

갸우~!”

이 몸이 없는 동안 오소마츠는 잘 지켜주었나?”

갸우!”

옷자락을 꽉 쥐고 꼬리를 너울대는 카라를 안아 든 카라마츠가 시선을 맞추고 싱긋 웃었다

카라마츠의 질문에 손을 번쩍 들어 씩씩하게 끄덕이는 카라에게굿- 보이다!” 하고 칭찬을 아끼지 않은 카라마츠가 계단을 올랐다

방문을 열자 키메라들과 함께 앉아있던 오소마츠가 카라마츠를 보며 방긋 웃었다.


카라마츄~, 어서 와~!”

다녀왔다, 형님. 그런데….”

?”

오소마츠의 인사말에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 카라마츠가 카라를 바닥에 내려놓고 오소마츠에게 다가갔다

발치에서 오소가 으르렁거리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성큼성큼 오소마츠 앞으로 걸어간 카라마츠가 인상을 찌푸리고 오소마츠 이마에 손을 얹었다.


오소마츠, 어디 아픈가?”

열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손을 거둔 카라마츠가 물었다

흔들흔들 고개를 저은 오소마츠가….” 하고 작게 신음했다.


아까 밥 먹었는데, 체했나 봐….”

점점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에 카라마츠의 미간에 잡힌 주름이 깊어졌다

카라마츠를 바라보는 오소마츠의 얼굴은 창백했고, 오소마츠를 일으키려고 잡은 손은 차가웠다

- 한숨을 쉰 카라마츠가 오소마츠를 일으켜 소파에 눕히고 배 위에 담요를 꺼내 덮었다.


삼촌이 매실차를 주셨다. 가져올 테니까 얌전히 누워 있어.”

….”

오소마츠를 눕히고 털을 곤두세우고 카라마츠를 죽일 듯이 노려보는 오소를 지나친 카라마츠가 조급하게 2칸씩 계단을 내려갔다

거실에 던져둔 더플백에서 진한 갈색 음료가 든 페트병을 꺼낸 카라마츠가 주방으로 들어갔다

냄비에 수돗물을 받아 가스레인지 위에 올리고 페트병을 열어 빨간 머그잔에 살짝 따랐다

물이 끓자 조심조심 냄비를 옮겨 머그잔에 뜨거운 물을 담고 수저로 휘휘 젓자 따끈따끈한 매실차가 완성되었다

작은 쟁반에 머그잔을 올리고 계단을 서둘러 올라 방에 도착한 카라마츠가 오소마츠에게 매실차를 내미는 순간, 줄곧 카라마츠를 못마땅한 눈으로 경계하던 오소가 카라마츠의 다리를 콱 물었다

우왓!” 하고 비명을 지르며 중심을 잃은 카라마츠의 몸이 크게 휘청거렸다

마치 영화 속에 나오는 슬로우모션처럼 쟁반이 기울고, 머그잔이 크게 휘청이며 김이 올라오는 매실차가 오소마츠 쪽으로 쏟아졌다.


, !!!”

매실차가 쏟아진 오른손을 들고 벌떡 일어난 오소마츠가 신음했다

벌게진 손에 오소가 경악한 사이, 카라마츠가 쏜살같이 오소마츠를 들어 올려 계단을 내려갔다

싱크대에서 레버를 오른쪽으로 힘껏 꺾어 찬물을 튼 카라마츠가 오소마츠 손을 싱크대에 넣었다.

오소마츠의 하얀 피부와 대조적으로 붉게 붉게 물든 손등에 짙은 눈썹을 팩 찌푸린 카라마츠가하아~.” 하고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싱크대에 떨어지는 찬물에 충분히 손을 대고, 찬물에 적신 수건을 오소마츠 손등에 올려준 카라마츠가 삐적거리며 주방 안으로 들어온 오소를 향해 엄하게 외쳤다.


오소! 큰일 날 뻔했다!”

자기 때문에 오소마츠가 다쳤다는 사실에 놀란 오소가 카라마츠의 호통에 안절부절못하며 귀와 꼬리를 늘어뜨렸다

오소마츠가 괜찮다며 카라마츠를 말려도 오소를 노려보는 카라마츠의 안광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누가 오소마츠에게 다가가는 것이 싫다고 해도, 해도 될 일과 안 되는 일이 있는 거다!”

카라마츠~, 나 괜찮다니까?”

몸을 잔뜩 웅크리고 훌쩍이는 오소의 모습에 오소마츠가 카라마츠를 잘게 두드렸다

분노로 높이 치솟은 눈썹을 내리지 않는 카라마츠를 제치고 오소에게 다가간 오소마츠가 오소를 조심스럽게 안아 올렸다.


오소도 놀랐지~? 그러려고 그런 건 아닌데 말이야~. 괜찮으니까, 울지 마.”

, 큐우우~~!! , 큐우…!!”

, . 잘못한 거 알았으면 됐어~.”

오소마츠 귓가에서 큐큐, 애처롭게 울며 눈물을 뚝뚝 떨어뜨리는 오소를 토닥인 오소마츠가 카라마츠에게 눈길을 보냈다

오소마츠의 눈초리에 땅이 꺼지라 한숨을 내쉰 카라마츠가 주방을 나가 거실로 들어갔다

둥둥, 오소를 흔들고 달래며 주방을 도는 오소마츠가 카라마츠 뒤를 따라 거실로 들어갔다

서랍장에서 약 상자를 꺼내 앉아있던 카라마츠가 손짓하자, 오소마츠가 그 앞에 살포시 엉덩이를 내렸다

목덜미에 얼굴을 묻고 있는 오소를 토닥이는 손을 멈추지 않고, 수건으로 식혀두었던 손을 카라마츠에게 내밀었다.

약 상자에서 연고를 꺼내 오소마츠 손등에 바르고 조심스럽게 거즈를 올려 단단히 붙인 카라마츠가 한숨을 쉬며 오소마츠 품에 안긴 오소를 응시했다.


오소…. , 너무 화내서 미안하다.”

, ….”

카라마츠가 오소마츠의 상처를 치료하는 동안, 눈물이 그렁그렁 매달린 눈으로 그 모습을 지켜보던 오소가 카라마츠의 사과에 작게 울며 오소마츠의 가슴에 얼굴을 숨겼다

오소를 토닥이는 오소마츠에게도, 축 늘어진 꼬리와 귀를 보고 있는 카라마츠에게도 쓴웃음이 피어났다.

 

 

오소마츠와 카라마츠가 쏟은 매실차를 닦고 정리를 하는 동안 거실에 모인 키메라들이 잔뜩 풀이 죽은 오소를 보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그래?”

무슨 일 있었어?”

엄마, , 아야 한 것 같았어!”

오소 형이 무슨 일 저지른 거 아냐?”

낮잠을 자느라 일련의 사건을 보지 못한 키메라들이 던지는 한마디에 오소가 더욱 몸을 작게 웅크렸다

토도의 말에 네 쌍의 눈동자가 오소에게 꽂혔다.


오소 형이 뭐 했어?”

뭘 했는데….”

오소 형아?”

엄마 다친 거, 오소 형 때문이야?”

오소를 둘러싸고 모여 검은 눈동자로 오소를 보는 형제들 앞에 카라가 섰다.


오소가 엄마 앞에서 엄청 바보같이 넘어져서 창피해하는 거다. 그리고 카라마츠가 발을 헛디뎌서 엄마한테 뜨거운 물을 쏟은 바람에 엄마가 손을 다친 거고.”

하아~?! 그 멍청이 개똥마츠 뭐 하는 거야!!”

카라의 말에 이치가 거친 목소리로 가르랑거렸다

쵸로와 쥬시, 토도도 카라마츠가 좀 더 조심해야 했다느니, 바보 같다느니, 흉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안도의 한숨을 쉬는 카라 뒤에서 웅크리고 있던 오소가 슬쩍 고개를 들어 제 앞을 지키고 있는 카라를 응시했다.


“…?”

꼬리를 잡아당기는 감각에 몸을 돌린 카라가 촉촉하게 젖은 눈으로 저를 올려다보는 오소와 눈이 맞았다

고마워, 카라.” 하고 작게 속삭이는 오소의 목소리는 울음 때문에 낮게 쳐지고 조금 갈라져 있었다

평소와 전혀 다른 오소의 목소리에 숨을 집어삼키고 팔을 들어 빨개진 얼굴을 숨긴 카라가 고개를 저었다.


, 아니다. 이 정도로 감사 인사를 할 필요는 없어….”

….”

카라의 말에 오소가 다시 고개를 푹 숙였다

한마음이 되어 카라마츠 욕을 하는 키메라들을 보며 카라가 한숨을 쉬고 오소 옆에 엉덩이를 내렸다.

 

 

 

맛있는 아침 식사를 눈앞에 두고도 오소는 여전히 처진 꼬리를 올리지 않았다

우물우물 작은 입에 겨우겨우 밥을 넣고 먹는 오소의 모습에 오소마츠를 비롯한 육둥이의 얼굴에 그늘이 졌다

오소마츠가 오소에게 뭐라 말을 하려고 입술을 뗀 순간, ‘따르릉-’ 하고 투박한 전화벨 소리가 거실에 울렸다

현관과 가장 가까이에 앉아있던 오소마츠가 무릎을 펴고 일어나 수화기를 들었다

수화기 너머의 상대와 잠시 이야기를 나눈 오소마츠가 굳은 얼굴로 아직 밥이 남았는데도 거실로 돌아오지 않고 계단을 올라 2층 방으로 들어갔다.


오소마츠 형, 왜 저러지?”

전화, 누구한테서 온 거야?”

글쎄….”

오소마츠 형이 밥을 남기는 걸 보면 보통 일은 아닌 것 같은데?”

“…잠깐, 보고 오겠다.”

오소마츠가 올라간 층계를 보며 걱정하는 동생들을 둘러본 카라마츠가 몸을 일으켰다

오소가 카라마츠를 따라 시선을 위로 올리며—.” 하고 작게 울자, 카라마츠가 걱정하지 말라는 얼굴로 빙긋 웃었다

비워진 오소마츠와 카라마츠의 자리를 바라보는 동생들의 얼굴에는 묘한 색이 묻어나오고 있었다.

 

 

오소마츠, 무슨 일 있었나? 전화는 누구한테서…,”

데카판.”

닥터? 무슨 일로?”

방 중앙에 멍청히 서서 허공을 응시하는 오소마츠의 팔을 잡아 돌린 카라마츠가 눈을 마주 보고 물었다

눈썹을 늘어뜨린 오소마츠가 대답 대신 고개를 숙였다.


“…연구소 수리, 다 됐다고 연락이 와서….”

그건, 축하할 일이군. 그런데?”

그래서…. ‘녀석들을 데려오라고….”

“….”

오소마츠가 말하는녀석들이 누구를 가리키는 것인지 잘 알고 있는 카라마츠가 오소마츠를 따라 입을 굳게 다물었다

눈을 아래로 깔고 답을 찾지 못해 시무룩한 모습이 꼭 어제의 오소와 너무나 닮아있었다

힘을 잃고 늘어진 어깨에 손을 올린 카라마츠가 걱정 없다는 듯이 입꼬리를 끌어올리고 나직이 오소마츠를 불렀다.


오소마츠. 오소마츠는 어쩌고 싶은가?”

, ….”

카라마츠의 차분한 목소리에 이끌려 오소마츠도 천천히 소리를 냈다

평소와 다른 목소리에는 많은 망설임이 실려 있었다

나름대로 답을 내려는 오소마츠를 재촉하지 않고 가만히 대답을 기다리고 있던 카라마츠가 귓가를 스치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오소!?”

?”

카라마츠의 외침에 오소마츠가 고개를 들었다

살짝 열린 방문 사이로 절망으로 파래진 오소의 얼굴이 들여다보였다

당황한 오소마츠와 카라마츠가 오소에게 손을 뻗었지만, 눈물과 함께 팔을 흔들어 떼어낸 오소가 타다닥 계단을 뛰어 내려갔다.


오소!!”

오소!”

황급히 문을 열고 방을 나와 계단을 내려갔지만, 오소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둘을 맞이한 것은 거실에서 나와 현관에 멍하니 서 있는 동생들이었다.


오소마츠 형! 오소가 밖으로 나갔어!!”

!?”

, 내가 고양이들한테 밥 주려고 문을 연 순간에….”

쵸로마츠의 외침에 오소마츠가 비명을 질렀다

몸을 사시나무 떨듯 떨며 오소마츠 옆으로 다가온 이치마츠가 죽음을 앞에 둔 사람과 같은 표정으로 말했다

순식간에 전신의 피가 역류하는 것처럼 섬뜩하고, 호흡이 가빠지며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시간이 멈춘 것처럼 멍청히 그 자리에 서 있던 오소마츠가 카라마츠의 부름에 눈을 깜빡였다.


오소마츠!”

,”

운동화도 제대로 신지 않고 현관을 뛰쳐나가려는 오소마츠를 카라마츠가 붙잡았다

오소를 잃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가득한 눈동자로 카라마츠를 본 오소마츠가 팔을 휘둘렀다.


이거 놔!! 오소가,”

우리가 찾으러 가겠다. 형님은 오소가 돌아올 수도 있으니 집을 지키고 있어 줘.”

!? 나도 같이 나가서,”

저 녀석들을 달래줄 수 있는 건 형님 뿐이다.”

카라마츠가 거실 쪽을 눈짓하며 말했다

카라마츠의 말에 거실로 고개를 돌리자 공포에 질린 얼굴로 모여있는 키메라들이 눈에 들어왔다

오소가 뛰쳐나가고 육둥이가 모두 패닉에 빠지자 덩달아 키메라들도 영문모를 불안에 사로잡혀 있었다

큰 숨을 내쉬며 카라마츠의 말뜻을 알아차린 오소마츠가 가녀린 눈빛으로 카라마츠를 응시했다.


, 찾아서 데려와 줘….”

, 물론.”

오소마츠의 부탁에 카라마츠가 옅은 미소로 끄덕였다

카라마츠의 뒤를 이어 쵸로마츠와 이치마츠, 쥬시마츠, 토도마츠가 현관을 뛰어나가는 것을 보며 거실로 돌아온 오소마츠가 한곳에 모여있는 키메라들을 모두 팔에 안았다

저마다 오소마츠를 위로하듯이 처량하게 울기 시작하는 키메라들을 보며 오소마츠가 뜨겁게 눈가를 적시는 눈물을 삼켰다.

 

 

 

 

 

5.

 

엄마가 좋았다.

정말로 너무너무

다정하고 상냥하고

가끔 동생들에게 핀잔을 듣고, 대충대충에 게으를지라도, 오소에겐 둘도 없는 너무나 소중한 엄마였다


처음 만났을 때도 자기들을 괴물이라 말하지 않고 편견 없이 받아준 것이 기뻤다

함께 밥을 먹고 같이 잠을 자는 것이 좋았다

꼬옥 안아주는 엄마의 그 따뜻한 품이 너무나 좋았다. 그래서 다른 이에게 뺏기고 싶지 않았다

형제인 키메라들과는 엄마를 공유해도 상관없었다. 형제니까

그리고 오소는 형제 중에서 가장 으뜸이니까

동생들에게 엄마를 양보하는 일은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엄마와 똑같은 얼굴을 한 그들. 자신과 형제들처럼 엄마와 함께 태어나 지금까지 곁에 있었던 그들에게는 엄마를 양보하고 싶지 않았다

오소에게 오소마츠는육둥이의 장남이기 이전에엄마였다

그래서 그 누구도 오소마츠 옆으로 오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는데. 설마 자기 때문에 오소마츠가 다치게 될 줄은 몰랐다.


내가, 내가 나쁜 애라서 엄마가 우리를 다시 돌려보내려는 거야….’

볼을 타고 떨어지는 눈물을 아무리 훔쳐도 멈추지 않았다

흐느끼는 소리조차 죽이고 몸을 웅크린 오소가 서럽게 울었다.

 

 

노을 진 하늘이 서서히 짙은 파랑으로 물들어가는 것을 본 카라마츠가 초조한 마음에 발걸음을 재촉했다.

오소마츠에게 꼭 찾아오겠다고 말했지만, 동생들과 뿔뿔이 흩어져 찾고 있는 지금도 오소의 흔적은 무엇 하나 찾을 수 없었다

데카판의 연구소에서 나와 줄곧 마츠노 가에 있었던 오소가 이 마을의 지리를 알고 있을 리 없었다

그나마 인적이 드문 곳으로 갔다면 다행이지만…. 

키메라인 오소를 다른 사람이 본다면 놀라는 것은 둘째치고 나쁜 마음을 먹고 오소를 데려갈지도 모를 일이었다

, 하고 혀를 찬 카라마츠가 다시 달음박질을 시작했다

땅을 힘차게 차고 뛰며 골목골목, 가로등이 비치지 않는 어두운 구석을 찬찬히 살피며 온 동네를 돌아다니던 카라마츠가 별안간 멈춰섰다


한낮에는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가득했을 작은 놀이터

카라마츠와 오소마츠가 어릴 적 동생들과 함께 놀았던 추억의 장소에 멈춘 카라마츠가 눈썹을 찌푸리고 발소리를 죽여 놀이터 안으로 들어갔다

그네 옆, 나무 그늘

칠이 다 벗겨진 초라한 벤치 앞에 무릎을 꿇은 카라마츠가 벤치 아래에 웅크리고 앉아 덜덜 떨고 있는 오소를 발견했다.


여기 있었나….”

엄마에게 혼나고 울며 집을 뛰쳐나간 오소마츠가 항상 향했던 이곳

한 번도 와 본 적 없으면서 오소마츠와 같은 장소에 숨어있는 것이 신기했다

오소를 찾았다는 안도가 섞인 쓴웃음을 흘린 카라마츠가 오소에게 손을 뻗었다

애처롭게 떨고 있던 작은 몸을 들어 올리자 오소가 발버둥 치며 카라마츠를 밀어냈다

절대로 카라마츠에게 안기지 않겠다는 기세로 반항하는 오소를 힘으로 누르고 놓치지 않도록 꼭 껴안은 카라마츠가 오소를 보며 말했다.


진정해라, 오소. 정말로 오소마츠가 너희를 버릴 거로 생각하는 건가?”

카라마츠의 질문에 일시 정지 버튼을 누른 것처럼 오소가 저항을 멈추고 카라마츠를 응시했다.


나를 믿어라, 리를 오소. 오소마츠는 절대 너희를 버리지 않는다.”

끊임없이 눈가를 비벼 눈물을 닦아내 붉게 부어오른 눈가를 안타깝게 바라보며 오소를 쓰다듬은 카라마츠가 놀이터를 나왔다

카라마츠의 말에 어떤 말도 돌려주지 않은 오소는 말없이 카라의 품에 안겨 카라마츠의 걸음걸이에 따라 꼬리를 흔들었다.

 

 

오소!!”

다급히 연구소 문을 열고 들어온 오소마츠가 카라마츠 품에 안긴 오소를 보자마자 큰 한숨과 함께 주저앉았다

힘이 풀려버린 다리에 작게 욕지거리를 던져주고 오소를 가만히 바라본 오소마츠가 두 팔을 활짝 벌렸다.


오소, 이리와.”

, 큐우~~!!!”

오소마츠의 부름에 폴짝 카라마츠의 팔을 발판 삼아 뛰어 내린 오소가 오소마츠의 품에 안겼다.


무사해서 다행이다~. 걱정했잖아!”

, 큐우—! 큐우—!”

안도하며 속삭이는 오소마츠의 야단에 오소가 일일이 대답하며 오소마츠의 어깨에 얼굴을 비볐다

밖에 오래 있어 차게 식은 오소의 몸을 꼬옥 껴안은 오소마츠가 뜨거워지는 눈시울을 소매로 닦고 카라마츠를 올려다보았다

시선을 맞추고 작게 고개를 끄덕인 카라마츠가 데카판을 불렀다.


호에호에. 결정은 내렸나요?”

. 데카판, 이 녀석들 모두- 우리가 키울게.’

“…잘 생각했다요. 실은 저도 그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었던 차였다요. 이 아이들을 처분하기엔 오소마츠 군이 너무 정이 들었을 테고….”

.”

데카판의 말에 오소마츠가 오소의 얼굴에 볼을 비비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던 데카판의 입가에 부드러운 미소가 피어올랐다.


대신 조건이 있다요. 매달, 키메라 전부 정기검진을 하러 와야한다요. 혹시라도 이상증세가 있다면 바로 이곳으로 데려와야 한다요.”

그 정도는 이지 워크다, 닥터-!”

연구소에서 매달 소액의 지원금을 주겠다요. 다만 외출은 해선 안 된다요.”

. 알겠어.”

데카판의 말에 오소마츠가 대답했다

과장되게 어깨를 들었다 놓으며 한숨을 내쉰 데카판이 사람 좋은 미소로 오소마츠와 카라마츠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럼, 아이들을 잘 부탁한다요.”

.”

-.”

데카판의 두꺼운 손을 잡아 위아래로 흔든 오소마츠와 카라마츠가 힐끗 눈을 돌려 시선을 맞췄다

, 하고 웃는 카라마츠를 따라 오소마츠가 씩- 미소를 피우며 검지로 코 밑을 문질렀다.

 

 

 

오소의 가출 소동이 일어났던 밤. 육둥이가 모두 잠든 것을 확인한 키메라들이 거실에 모여 비밀회의를 시작했다.


아빠는 필요해.”

“““““하아?!?!”””””

, 폭탄을 던지듯 내뱉은 오소의 말에 키메라 전원이 동그랗게 눈을 뜨고 크게 외쳤다

곧 오소가-!!” 하고 입을 모아 동생들을 조용히 시킨 후에 말을 이었다.


아빠가 있어야 엄마가 안심할 수 있는 걸 알았어. 나는, 아빠가 생기면 엄마를 뺏길 거로 생각했었는데…. 오늘 일로 내가 틀렸다는 걸 알았어. 엄마는 아빠가 생겨도 우리를 버리지 않아!”

그걸 이제야 깨달은 건가, 브라더~?”

진짜 이제 와서야….”

히힛, 그럼 누가 아빠인데?”

쥬시마츠가 아빠임닷!!”

쥬시 형! 그럴 리 없잖아! 토도마츠가 아빠라구~!”

한심하단 눈으로 오소를 보는 카라와 쵸로에 이어 음산하게 웃은 이치의 질문에 쥬시가 손을 번쩍 들었다

당연하다는 듯이 쥬시마츠를 내세우는 쥬시를 가로막은 토도가 토도마츠를 앞세우는 것을 지켜보던 오소가 고개를 절레절레 내둘렀다.


쥬시마츠도, 토도마츠도 아냐!”

그럼 쵸로마츠?”

이치마츠야?”

둘 다 아냐!”

오소의 말에 화색이 되어 묻는 쵸로와 이치에게도 고개를 저은 오소가 지그시 카라를 응시했다.


카라마츠.”

.”

아빠는 카라마츠야.”

““““뭐어!?!?!?””””

오소의 선언에 카라를 제외한 모두가 턱을 바닥까지 떨어뜨렸다.

 

 

 

평화를 찾은 마츠노 가. 키메라들을 맡아서 키우게 되었다는 오소마츠의 설명에 마츠요와 마츠조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드디어 손자가 생겼다며 들떠서 키메라들이 입을 옷을 만들기 시작하는 마츠요를 말려야 하나 고민하는 오소마츠 뒤로 쵸로, 이치, 쥬시, 토도가 서로서로 팔짱을 끼고 벽을 만들었다

오소와 카라를 양쪽에 끼고 울상이 된 카라를 으르렁거리며 죽일 듯이 노려보는 네 키메라를 보며 카라마츠가 황망히 외쳤다.


“Why!?!?!?”

 

 

그 이후, 오소마츠에 대한 과도한 의존이 사라진 오소 덕분에 오소마츠도 전과 같은 일상을 보낼 수 있게 되었다

동생들이 오소마츠에게 가까이 다가가도 오소는 화내지 않았고, 다른 키메라들과도 싸우지 않고 사이좋게 지냈다

다만, 단 하나. 쵸로와 이치, 쥬시, 토도의 경계 때문에 카라마츠만이 오소마츠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없게 된 것만 빼면 말이다.







 *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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